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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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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최고야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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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04~2024-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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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학점에 취업까지… 영림원소프트랩, 일학습병행 청년 108명 지원

    전사적자원관리(ERP) 전문 기업 영림원소프트랩은 8일 고용노동부, 자립준비청년 지원 관계자들과 일학습병행제 운영 우수 사례를 공유하는 간담회를 진행했다고 13일 밝혔다. 일학습병행제는 근로자가 일터와 대학을 오가며 국가직무능력표준(NCS)을 기반으로 하는 현장 훈련과 이론 교육을 이수해 학위를 받을 수 있도록 만든 제도다. 독일과 스위스에서 시작된 교육제도를 한국 현실에 맞게 재설계했다. 영림원소프트랩은 2014년부터 근로자 108명을 대상으로 일학습병행 사업을 진행해 왔다. 영림원소프트랩의 일학습병행제 프로그램에 참여한 근로자는 현장학습 연계 과정을 이수한다. 현장학습을 통해 개발자의 소양을 갖추고 미리 회사 생활을 체험할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 대학에서는 이를 현장 외 훈련으로 보고, 학점으로도 인정해준다. 실무 경험을 쌓아 회사 생활에 빠르게 적응할 기회를 얻고, 경제 활동도 할 수 있는 기회를 지원하는 것이다. 특히 이번에 진행된 간담회에서는 보호 기간이 종료돼 자립을 준비하는 청년들의 지원 방안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오갔다. 자립준비청년은 진로나 적성을 탐색할 기회가 적을 수 있으므로, 이들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영림원소프트랩은 기존 일학습병행제 대상은 재직자나 재학생 위주였지만, 기업이나 학교에 소속되지 않은 자립준비청년에 대해서도 지원을 확대하는 방향을 논의했다. 이들에게 일학습병행제 참여 기회를 확대해 역량을 강화하고 직무 경험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일학습병행제를 꾸준히 운영해 온 영림원소프트랩은 인턴사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비중을 2022년부터 높여왔다. 일학습병행제를 통해 학습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비율이 늘면서 계획적인 인력 수급이 가능해진 것도 이점이다. 직무 경험을 먼저 제공하기 때문에 직무와 적성에 맞는 근로자를 선발해 조기 퇴사율을 낮출 수 있는 것도 장점이라 할 수 있다. 홍기화 영림원소프트랩 기획혁신팀 상무는 “컴퓨터공학이나 산업공학, 경영정보학과 재학생들이 인턴으로 시작해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사례를 보면서 해당 전공의 후배들에게도 자연스럽게 회사를 알리는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고용부에서도 자립준비청년들의 취업을 도울 수 있다는 점에서 일학습병행제의 이점을 널리 활용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이성희 고용부 차관은 “지난해 12월 고용부와 보건복지부가 자립준비청년을 적극 지원하기 위해 협업 체계를 구축하고 현재 80여 명의 자립준비청년이 국민취업지원제도를 통해 취업에 도전하고 있다”며 “일학습병행제를 적극 활용하는 등 앞으로도 현장과 끊임없이 소통하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권영범 영림원소프트랩 대표는 “일학습병행제로 현장 경험과 양질의 교육 과정을 융합해 취업준비생들이 적응력을 강화하고 높은 수준의 전문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24-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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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직했니?” “결혼 안 하니?” 대신 이렇게 말해보세요[최고야의 심심(心深)토크]

    마음(心)속 깊은(深) 것에 관한 이야기를 다룹니다. 살면서 ‘도대체 이건 왜 이러지?’ ‘왜 마음이 마음대로 안 될까?’ 하고 생겨난 궁금증들을 메일()로 알려주세요. 함께 고민해 보겠습니다.“반에서 몇 등 하니?”“취직했니?”“애인은 있니?”“결혼 언제 할 거니?”“애는 안 낳니?”“둘째 생각은 없냐?” (…)오랜만에 만난 가족끼리 안부를 묻는 건 잘못이 아니다. 그러나 안부를 가장한 잔소리 공격을 받는 처지에선 딱히 뭐라 답할 말을 찾기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포털에 ‘명절 잔소리 대처법’을 검색하면 각종 방어 전략이 나온다. “취직했니?”라는 질문엔 “노후 대비는 하고 계세요?” “이번에 진급하셨어요?”라고 응수하라거나, “애인은 있니?”라는 물음엔 “결혼할 테니 집값 1억만 보태주세요”라고 답하라는 식이다. 가족 간 대화가 아니라 마치 창과 방패의 대결처럼 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암만 애정과 관심이 담겼다 해도 민감한 질문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그러니 애초 의도와 달리 서로에게 찜찜함만 남기는 대화로 끝나기 쉽다.명절에 오랜만에 만난 가족, 친지와 찜찜하고 껄끄럽게 보내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아예 입 닫고, 귀 닫은 채로 서로 대화를 하지 않는 것도 능사는 아니다. 어떻게 묻고, 어떻게 대화해야 오해 없이 기분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을까. 공감적 대화법에 관해 연구한 심리학 연구를 살펴보며 ‘명절 잔소리 대처법’이 아닌, ‘명절 안부 대화법’을 탐구해 보자. 직설화법, 쓸데없는 참견으로 여겨질 수도상대방에게 조언해주고 싶더라도 이래라저래라하는 직설적인 조언은 그다지 도움이 안 된다. 나는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구체적 도움을 줬다고 생각해도, 상대방 입장에선 “너 잘못하고 있다” “지금 넌 틀렸다”라고 받아들일 수 있어서다. 그래서 조언할 땐 완곡한 표현을 택해야 한다. 이 미묘한 경계선을 지키지 않으면 도움을 주고도 “오지랖 넣어 두시라”고 비난받는 상황이 생길지 모른다.니얼 볼저 미국 컬럼비아대 심리학과 교수 연구팀은 조언해줄 때 어떻게 말해야 가장 효과적인지 연구했다. 연구팀은 대학생 실험 참가자를 모집해 마약, 낙태 등 심각한 사회 문제를 주제로 대중 강연을 준비하라고 요청했다. 참가자들은 짧은 시간 내에 의견을 글로 정리하고, 사람들 앞에서 강연하는 상황에 큰 스트레스를 받았다.연구팀은 이들에게 강연 준비에 조언하는 도우미를 한 명씩 붙여줬다. 참가자 절반에게는 직설적인 말투로 조언하는 도우미를, 나머지에는 같은 내용이라도 완곡하게 조언하는 도우미를 짝지어 줬다. 그리고 다음과 같이 조언했다.●직설적 조언“이런 말을 해드리고 싶네요. 좋은 강연을 하려면, 강연 맨 앞에 의견을 요약해서 말하고, 마지막에는 결론을 매우 강한 어조로 전달하세요.”●완곡한 조언“당신에게 어떤 도움이 필요할지 모르겠네요. 보통 이런 경우에 좋은 강연을 하려면, 강연 맨 앞에 의견을 요약해서 말하고, 마지막에는 결론을 매우 강한 어조로 전달하는 게 좋지 않을까요?”같은 내용을 전달했지만, 뉘앙스에 분명한 차이가 있었다. 연구팀은 강연이 끝나고 나서 참가자들이 강연 준비 기간 동안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측정했다.그 결과 직설적 조언을 받은 사람들은 완곡한 조언을 받은 사람들보다 스트레스 지수가 3배 더 상승했다. 연구팀은 “직설적 조언을 받는 사람들은 자신이 잘못됐다고 지적받는 느낌을 받았다”며 “그래서 자존심 상한다고 느꼈고, 상대방이 쓸데없이 참견한다고 생각했다”고 분석했다. 오지랖보다 침묵이 낫긴 하지만…그러면 이쯤에서 “차라리 아무 말도 안 하는 게 낫겠네?”라는 의문이 들 수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래라저래라 조언하는 것보단 나은 선택이다. “살 좀 빼라” “그래서 연애하겠냐?” 같은 조언이 아닌 비난에 가까운 말이라면 더욱 그렇다. 다만 이런 경우가 아니라 정말로 도움이 되고 싶은 조언을 하는 상황에선 조금 다르다. 왜 그런지 살펴보기 위해 볼저 교수 연구팀의 또 다른 실험 결과를 소개한다. 연구팀은 앞서 실험과 같이 강연을 준비하는 상황을 조성했다. 이번에는 배정되는 도우미 조건을 △직설적 조언 △완곡한 조언 △아무 조언도 하지 않음 3가지로 나눴다. 그리고 각 조건에 속한 참가자들이 강연 준비를 하면서 얼마나 스트레스를 느꼈는지 측정했다. 그 결과는 아래 그래프와 같다.앞서 실험과 비슷하게 직설적 조언을 받은 그룹이 가장 큰 스트레스를 느꼈다. 그런데 가장 스트레스를 적게 받은 그룹은 도우미가 침묵한 그룹이 아니라, 완곡한 조언을 받은 그룹이었다. 왜 그랬을까? 연구팀은 “간접적인 방법으로 말할 때 상대가 당신의 좋은 의도를 알아차리고, 이를 호의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진짜 상대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면, 내가 말하고 싶은 대로 말하는 게 아니라, 상대가 원하는 완곡한 방식으로 말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잘될 거야” vs “고생 많다” 어떤 말이 좋을까?“힘내” “잘될 거야” “툭툭 털어버려” 등의 말은 좋은 의도를 담고 있지만, 듣는 사람에 따라 공허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 특히 상대방이 실패 경험으로 자존감이 하락해 있다면 더욱 그렇다. “잘될 거야” 같이 긍정적인 부분에만 초점을 맞추면, 자신의 힘든 상태를 전혀 알지 못하고 하는 소리라고 여기게 된다. “별것 아니다” “털어 버려라”라는 조언도 듣는 사람은 자신의 힘든 처지를 상대방이 ‘별것 아닌 것’으로 여긴다고 생각할 수 있다.예를 들어 열심히 노력했지만 시험을 망친 조카에게 “고작 수많은 시험 중 하나일 뿐이다. 너무 걱정하지 마. 다 잘 될 거야”라고 하기보단, “열심히 노력했을 텐데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아서 힘들었겠다. 고생하고 있다” 등 그의 속상한 마음에 공감해 주는 화법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이를 구체적으로 입증한 실험 결과가 있다. 데니스 메리골드 캐나다 워털루대 심리학과 교수 연구팀은 힘든 상황에서 어떤 조언을 해줄 때 더 관계가 돈독해질 수 있는지 연구했다. 실제로 시험을 망치거나, 해고당하거나, 실연당한 실험 참가자에게 실험 파트너가 어떤 위로를 했을 때 가장 도움이 됐는지 살펴본 것이다.참가자 일부에게는 그가 처한 상황에 대해 “네 얘기를 들으니 나도 정말 화난다” “만약 내가 너의 입장이라도 정말 기분이 나빴을 거야” “그걸 감당하느라고 고생했겠구나”라며 힘든 감정에 공감하는 말을 건넸다. 나머지에는 “그게 그렇게 별일은 아니야” “다음에는 더 잘할 거야” “적어도 이번 일을 통해 너는 뭔가를 배웠어”라고 긍정적 측면만 강조하는 말을 했다. 그 결과 힘든 경험으로 자존감이 낮아진 사람들은 긍정적 위로에 그다지 감흥을 보이지 않았다. 심지어 대화에 더 참여하려고 하지도 않았다. 반대로 힘든 마음을 공감받은 사람들은 위로의 말을 건넨 실험 파트너와 관계가 돈독해진 것 같다고 느꼈다. 상대의 떨떠름한 반응, 내 기분에도 영향 미쳐이쯤 되면 ‘대화하는데 고려해야 할 게 왜 이리 많은가?’ 하는 생각이 들지도 모른다. 그런데 메리골드 교수 연구팀에 따르면 상대방에게 공감하는 대화는 내 기분과 자기효능감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오랜만에 만난 조카에게 내 나름의 관심과 애정으로 대학, 취직, 결혼, 출산과 같은 민감한 문제에 조언했다고 쳐보자. “제가 알아서 해요”라는 조카의 떨떠름한 반응으로 인해 나의 관심이 무시당했음을 감지할 수 있다. 만약 상대가 내 관심을 감사해하고, 조언을 잘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면 “내가 도움이 됐구나”하는 생각으로 자기효능감이 올라갈 수 있다. 그 반대 상황이라면 거절당하는 느낌으로 인해 기분이 나빠지고 자기효능감은 떨어진다. 연구팀은 “조언을 건네는 사람이 이런 부정적 감정을 느끼게 되는 순간, 조언을 튕겨내는 상대를 비판하는 대화로 흐를 수 있다”고 했다. 한마디로 좋은 대화할 기회는 물 건너가게 된다는 의미다.이처럼 의도를 빗나간 대화는 서로에게 상처만 남기고 끝날 수 있다. 세 가지만 기억하자. △이래라저래라하는 직설적 말투보단 완곡하게 표현하자 △조언할 땐 완곡한 표현이 좋지만, 자신 없다면 그냥 침묵하자 △“힘내” “잘될 거야”란 말에 앞서 힘든 마음에 공감부터 해주자.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24-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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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죽어도 못 버려” 잡동사니와 동거…왜 이렇게 버리기 아까울까?[최고야의 심심(心深)토크]

    마음(心)속 깊은(深) 것에 관한 이야기를 다룹니다. 살면서 ‘도대체 이건 왜 이러지?’ ‘왜 마음이 마음대로 안 될까?’ 하고 생겨난 궁금증들을 메일(best@donga.com)로 알려주세요. 함께 고민해 보겠습니다. “멀쩡한 것을 어떻게 버리나.”60대 주부 김정선 씨(가명)는 최근 20년 넘은 김치냉장고를 두고 딸과 다퉜다. 새로 산 김치냉장고가 배달되던 날, 김 씨가 기존 냉장고를 버리지 않고 베란다에 두겠다고 고집한 게 빌미가 됐다. 딸을 비롯한 가족들은 소음이 심하고 전기 효율도 떨어지는 낡은 냉장고는 당장 버리자고 했다. 하지만 김 씨는 “아깝게 왜 버리느냐”고 버럭한 뒤 베란다 한켠에 자리를 마련했다. 그곳에는 이미 낡은 믹서기부터 선풍기, 청소기, 러닝머신 등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이외에도 집안 곳곳에는 김 씨가 모아 둔 책, 신문, 장식품, 종이가방 같은 잡동사니로 가득하다.김 씨처럼 물건을 잘 버리지 못하는 사람들은 “아까워서” “멀쩡한데”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요즘처럼 물질이 풍요로운 시대라도 함부로 버리기 아까운 물건이 있기 마련이다. 오래 사용해 추억이 깃든 것이라면 더욱 쉽지 않다. 그러나 짐을 정리하고 싶어도 물건을 버리는 일이 괴롭게 느껴지고, 뭘 버릴지 결정하지 못해 한 없이 정리를 미루는 수준이라면 얘기가 좀 달라진다. 게다가 잡동사니로 인해 가족들이 불편해한다면 반드시 되짚어봐야 한다. 가족들에겐 한낱 쓰레기에 불과하지만, 나에게는 중요한 물건으로 여겨져 모두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잡동사니를 끼고 살고 있다면 더욱 그렇다. 왜 이렇게 아까운 게 많고, 마음이 쓰여 버리지 못하는 게 많은 걸까.“100% 확신 없인 안 버려” 완벽주의 발동단순히 ‘짠순이’ ‘짠돌이’라고 여겨지기 쉽지만, 이들의 마음속에는 생각보다 복잡한 작용이 일어난다. 게으르고 귀찮아서 정리를 못하는 것만도 아니다.잡동사니를 끼고 사는 사람들을 30년 이상 연구해 온 랜디 프로스트 미국 스미스대 심리학과 교수는 이를 ‘저장 강박’으로 설명한다. 저장 강박이란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버리지 못하고, 과도하게 쌓아두는 행동을 말한다. 물론 아까워서 못 버리는 사람들이 전부 저장 강박증에 걸린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들의 행동을 상당 부분 설명할 수 있을 연구 내용이 많다.관련 연구 결과들에 따르면 이들은 ‘절대 낭비하지 않겠다’ ‘절대 손해 보지 않겠다’는 완벽주의자인 경우가 많다. 완벽주의 성향의 사람들은 언제나 100%를 지향한다. 당장은 쓸모가 없더라도 100% 쓸모없을 거라는 확신이 들기 전까지는 물건을 버리지 않는다. 이를 거스르고 멀쩡한 물건을 버렸을 때 낭비했다는 생각에 빠지고, 죄책감과 찝찝함을 느낀다.●죽어도 못 버리는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한다·나중에 필요할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물건을 보관해 둬야 한다.·이 물건을 버리는 것은 내 일부를 버리는 것이다.·공짜로 나눠주는 물건을 가져오지 않으면 매우 안타깝다.·물건을 버리는 것은 물건을 가혹하게 대하는 것이다.·다른 사람들은 잘 모르지만, 내가 보관하는 물건은 중요한 것이다.·나는 버리는 것이 완벽하게 옳다고 느낄 때만 물건을 버릴 것이다.‘저장 신념 질문지’ 발췌이들은 ‘언젠간 꼭 쓸 일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강하게 품고, 아주 작은 쓰임새라도 있을 것 같다고 판단되는 물건은 일단 보관한다. 이렇게 아껴뒀던 물건 중에 한 번이라도 요긴한 사용처를 찾는 경험을 하면 “역시 내 말이 맞았어”라며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하고, 저장 행동을 강화한다.여기에 ‘절대 실수하면 안 된다’는 완벽주의적 성향과 불안감이 더해지면 버려도 된다는 확신을 갖기에 더욱 어려워진다. 물건을 실수로 버리는 일도 낭비에 해당하며, 이 역시 죄책감을 일으킨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물건이 쌓이는 속도가 버리는 속도를 앞지를 수밖에 없다.“언젠가 꼭 필요”…공짜-할인에 집착 이런 성향의 사람들은 ‘공짜’ ‘할인’에 마음이 특히 약하다. 지금 당장 필요하지 않아도 싼값에 얻을 수만 있다면, ‘언젠간 꼭 쓸 일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작동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미 수납공간이 꽉 차 있어도 할인하는 물품을 잔뜩 사는 경우가 많다. 담아갈 가방이 있으면서도 상점에서 주는 공짜 종이가방을 반드시 챙겨온다. 온라인몰에서 상품을 주문할 땐 항상 선물 포장 요청 메시지를 남겨 포장지를 챙긴다. 가끔은 “아직 멀쩡한 걸 누가 버렸다”며 남이 버린 물건을 주워 오는 경우도 있다.그런데 손해나 낭비를 절대 허락하지 않겠다는 강박적 생각에 사로잡힐 때 흔히 저지르는 실수는 보관에 들어가는 비용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잡동사니를 쌓아두는 대가로 집안 공간을 원래 용도로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지저분함을 참아야 한다. 안쓰던 물건이 필요할지도 모를 ‘언젠가’를 위해 훨씬 오랜 시간 동안 쾌적함을 포기해야 하는 것이다. 집안에 잡동사니가 가득 차 있는 것을 싫어하는 가족이 있다면 감정적 갈등도 견뎌야 한다.“추억이 사라질까 두려워” 과도한 의미부여잡동사니를 버리지 못하는 또 다른 이유는 해당 물건을 버리면 그에 얽힌 추억과 경험도 영영 사라질 것이라는 생각에서 비롯된다. 심리학에서는 ‘나(자아)’를 구성하는 여러 요소 가운데 무엇을 소유하고 있느냐로 결정되는 ‘물질적 자아(material self)’가 있다고 본다. 가지고 있는 물건이 ‘나’라는 존재를 어느 정도 설명해 줄 수 있다는 얘기다. 철학자이자 심리학자인 에리히 프롬은 저서 ‘소유냐 존재냐’에서 “만약 나의 소유가 곧 나의 존재라면, 나의 소유를 잃을 경우 나는 어떤 존재인가?”라고 반문했다. 이런 기준에서 보면 나에게 의미 있는 물건을 버리지 못하는 행위 역시 의미를 갖는다.그런데 잡동사니를 끼고 사는 사람들은 의미를 부여하는 물건이 너무 많다는 게 문제다. 사소한 물건을 처분할 때도 자신의 일부가 사라지는 일처럼 여기고, 남에겐 쓰레기에 불과한 것에도 집착한다. 예를 들어 해외여행에서 사용했던 지하철 탑승권이나 영수증 등에도 의미를 부여하며 기념품처럼 모은다. 소유한 것이 나의 존재를 설명한다고 생각하기에 가지고 있는 하찮은 물건에도 나의 추억 또는 나의 일부라는 의미를 부여한다. 아이러니한 점은 이런 ‘소중한’ 물건들을 잘 보관하기보다는 집구석 어딘가에 방치해두기 일쑤라는 것이다.신문, 잡지, 책 등 정보가 들어 있는 물건을 잘 버리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이를 처분하면 그 안에 있는 정보를 영영 잃게 된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렇다고 자주 찾는 것도 아니다. 최근에는 디지털 분야에서 저장 강박 증세를 다루는 연구도 이뤄지고 있다. 수년 치에 달하는 이메일을 삭제하지 않거나, 어느 폴더에 뭐가 들었는지도 모르는 각종 파일을 외장하드에 통째로 저장하는 이들이 연구 대상이다. 이들도 마찬가지다. 데이터를 함부로 삭제했다가 관련 정보를 영영 잃어버리거나, 언제 필요할지 모르는 정보를 없애는 실수를 저지르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 사로잡혀 산다.공허한 마음 달래…의인화하기도잡동사니에 묻혀 사는 사람은 마음이 공허하고 외로운 사람일 가능성이 크다. 이는 쇼핑 중독에 빠져 계속 물건을 사들이는 상황과도 유사하다. 텅 빈 마음을 물건들로 가득 채우는 것이다. 한 심리학 실험에 따르면, 슬프고 우울한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자신을 위해 물건을 더 많이 사들이는 결정을 내렸다. 마음이 허한 사람들이 잡동사니와 함께 사는 것도 비슷한 원리다. 지난해 호주 뉴사우스웨일즈대 심리학과 연구팀이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물건을 버리지 못하는 습관이 있는 사람일수록 외로움을 크게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성인 1080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는데, 물건을 못 버리는 성향이 있는 이들 가운데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이 77.7%에 달했다. 반면 물건을 버리는 데 문제없는 이들 중에서는 36.8%에 불과했다.연구팀은 이에 대해 사회적으로 고립돼 외로움을 많이 느낄수록 사람 대신 물건에 애착을 갖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물건이 외로움에 대한 일종의 보상인 셈이다. 연구팀은 “외로움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면, 잡동사니를 쌓아두는 습관을 고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했다.사물을 의인화하는 경향도 보인다. 2001년 개봉한 영화 ‘캐스트 어웨이’의 주인공 척 놀랜드(톰 행크스)가 대표적이다. 혼자 무인도에 조난된 그는 떠내려온 택배 상자에 들어 있던 배구공에 눈코입을 그린 뒤 ‘윌슨’이란 이름을 지어주고 친구로 삼는다. 폭풍우가 몰아친 후 윌슨이 바다에 떠내려가자, 그는 마치 자식을 잃은 듯 절규한다.버리는 물건에 안쓰러움을 느낀 적이 있다면 물건을 의인화한 것이다. “오래 썼는데, 버리려니 미안하네” “이 아이가 쓰레기 폐기장으로 가는 긴 여행을 하다 결국 파쇄되겠지…”라며 감정이입을 한다. 그래서 특별히 소중한 물건이 아니어도 불쌍한 마음에 버리기 어려워한다.노인층에 3배 많아…“하나 사면, 하나 버려야”국내 연구사례는 아직 없지만, 해외에서는 물건을 못 버리는 성향의 노인층이 젊은 층보다 약 3배 많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특히 혼자 사는 경우에 두드러진다. 사회생활 빈도가 줄어들고, 교류하는 대인 관계 폭이 좁아지면서 이런 성향이 강해지기 때문이다.2017년 국제학술지 ‘노인정신의학’에 소개된 연구에 따르면 잡동사니를 쌓아두고 사는 성향은 40세 전부터 조금씩 조짐을 보이다가 55세 이후 급격히 증가한다. 은퇴 등으로 사회적 관계에서 점차 고립되는 것과 관련 있다. 이 중에는 우울증을 앓고 있는 경우도 있었다. 이는 노인의 저장 강박과 관련한 연구 13개를 종합 분석한 결과다.대부분은 용인할 수 있는 수준에서 그친다. 하지만 저장 강박 수준이 심각한 경우라면 쉬이 넘길 일이 아니다. 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 매뉴얼(DSM-5)에선 2013년부터 강박장애의 일종인 ‘저장장애’로 분류할 정도다. 집을 온통 쓰레기로 채우고 사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평생 유병률은 2~ 6%다. 이런 수준이면 사실 치료가 쉽지 않다. 증상은 같지만, 각자의 발병 원인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치료자가 짐을 하나씩 같이 처분하는 수준으로 도와줘도 정리가 어렵다.아직 병리적 수준이 아니라면 당연히 희망은 있다. ‘저장장애’의 저자 유성진 한양사이버대 상담심리학과 교수는 일상에서 쉽게 시도해 볼 만한 방법으로 ‘선입선출’ 원칙을 추천했다. 유 교수는 “물건이 생활공간을 침범해 본래의 기능대로 공간을 쓰지 못하는 것이 저장장애의 핵심적 문제”라며 “새로운 물건을 들여놓는 경우 기존 물건을 버리는 원칙을 지키는 ‘선입선출’ 규칙으로 물건 총량을 제한하는 방법이 특히 실용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24-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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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쓸모없어도 못 버린다… 소유의 고통[최고야의 심심(心深)토크]

    60대 주부 김정선(가명) 씨는 최근 20년 넘은 김치냉장고를 두고 딸과 다퉜다. 새로 산 김치냉장고가 배달되던 날, 김 씨가 기존 냉장고를 버리지 않고 베란다에 두겠다고 고집한 게 빌미가 됐다. 딸을 비롯한 가족들은 소음이 심하고 전기 효율도 떨어지는 낡은 냉장고는 당장 버리자고 했다. 하지만 김 씨는 “왜 아까운 것을 버리느냐”고 버럭한 뒤 베란다 한켠에 자리를 마련했다. 그곳에는 이미 낡은 믹서기부터 선풍기, 청소기, 러닝머신 등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집안 곳곳에도 김 씨가 모아 둔 책, 신문, 장식품, 종이가방 같은 잡동사니가 가득하다. 김 씨처럼 물건을 잘 버리지 못하는 사람은 “아까워서” “멀쩡한데”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요즘처럼 물질이 풍요로운 시대라도 함부로 버리기 아까운 물건이 있기 마련이다. 추억이 깃든 것이라면 더욱 쉽지 않다. 그러나 짐을 정리하고 싶어도 물건을 버리는 일이 괴롭게 느껴지거나, 무엇을 버려야 할지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우물쭈물하는 수준이라면 왜 그런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게다가 잡동사니로 인해 가족들이 불편해한다면 반드시 되짚어 봐야 한다. 왜 이렇게 아까운 게 많고, 마음이 쓰여 버리지 못하는 게 많은 걸까.●“언젠간 꼭 필요” 100% 확신 없인 못 버려단순히 ‘짠순이’ ‘짠돌이’라고 여겨지기 쉽지만, 이들의 마음속에는 생각보다 복잡한 작용이 일어난다. 잡동사니를 끼고 사는 사람들을 30년 이상 연구한 랜디 프로스트 미국 스미스대 심리학과 교수는 이를 ‘저장 강박’으로 설명한다. 저장 강박이란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버리지 못하고, 과도하게 쌓아두는 행동을 말한다. 아까워서 못 버리는 사람들이 전부 저장 강박증에 걸린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들의 행동을 상당 부분 설명할 수 있을 만한 연구 내용이 많다. 관련 연구 결과들에 따르면 이들은 ‘절대 낭비하지 않겠다’ ‘절대 손해 보지 않겠다’는 완벽주의자인 경우가 많다. 완벽주의 성향 사람들은 언제나 100%를 지향한다. 당장은 쓸모가 없더라도 100% 쓸모없을 거라는 확신이 들기 전까지는 물건을 버리지 않는다. 이를 거스르고 멀쩡한 물건을 버렸을 때 낭비했다는 생각에 빠지고, 죄책감과 찝찝함을 느낀다. 이들은 ‘언젠간 꼭 쓸 일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강하게 품고, 아주 작은 쓰임새라도 있을 것 같다고 판단되는 물건은 일단 보관한다. 이렇게 아껴뒀던 물건 중에 한 번이라도 요긴한 사용처를 찾는 경험을 하면 “역시 내 말이 맞았어”라며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하고 저장 행동을 강화한다. 여기에 ‘절대 실수하면 안 된다’는 완벽주의 성향과 불안감이 더해지면 버려도 된다는 확신을 갖기가 더욱 어려워진다. 물건을 실수로 버리는 일도 낭비에 해당하며 이 역시 죄책감을 일으킨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물건이 쌓이는 속도가 버리는 속도를 앞지를 수밖에 없다.●“추억이 사라질지 몰라”잡동사니를 버리지 못하는 또 다른 이유는 해당 물건을 버리면 그에 얽힌 추억과 경험도 영영 사라질 것이라는 생각에서 비롯된다. 심리학에서는 ‘나(자아)’를 구성하는 여러 요소 중 무엇을 소유하고 있느냐로 결정되는 물질적 자아(material self)가 있다고 본다. 가지고 있는 물건이 나라는 존재를 어느 정도 설명해 줄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런 기준에서 보면 나에게 의미 있는 물건을 버리지 못하는 행위 역시 의미를 갖는다. 그런데 잡동사니를 끼고 사는 사람들은 의미를 부여하는 물건이 너무 많다는 게 문제다. 사소한 물건을 처분할 때도 자신 일부가 사라지는 일처럼 여기고, 남에겐 쓰레기에 불과한 것에도 집착한다. 해외여행에서 사용했던 지하철 탑승권이나 영수증 등에도 의미를 부여하며 기념품처럼 모은다. 아이러니한 점은 이런 ‘소중한’ 물건을 잘 보관하기보다는 집구석 어딘가에 방치해 두기 일쑤라는 것이다. 신문, 잡지, 책같이 정보가 들어 있는 물건을 잘 버리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이를 처분하면 그 안에 있는 정보를 영영 잃게 된다는 생각때문이다. 그렇다고 자주 찾는 것도 아니다. 최근에는 디지털 분야에서 저장 강박 증세를 다루는 연구도 이뤄지고 있다. 수년 치 이메일을 삭제하지 않거나, 어느 폴더에 뭐가 들어 있는지도 모르는 각종 파일을 외장하드에 통째로 저장하는 이들이 연구 대상이다. 이들도 마찬가지다. 데이터를 함부로 삭제했다가 관련 정보를 영영 잃어버리거나, 언제 필요할지 모르는 정보를 없애는 실수를 저지르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 사로잡혀 산다.● 물건에 위안 느껴… 외로운 걸지도잡동사니에 묻혀 사는 사람은 마음이 공허하고 외로운 사람일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 심리학과 연구팀이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물건을 버리지 못하는 습관이 있는 사람일수록 외로움을 크게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이 조사한 성인 1080명 가운데 물건을 못 버리는 성향이 있는 이들 중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은 77.7%에 달했다. 반면 물건을 버리는 데 문제없는 이들 중에서는 36.8%에 불과했다. 연구팀은 사회적으로 고립돼 외로움을 많이 느낄수록 사람 대신 물건에 애착을 갖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물건이 외로움에 대한 보상인 셈이다. 연구팀은 “외로움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면 잡동사니를 쌓아두는 습관을 고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사물을 의인화하는 경향도 보인다. 2001년 개봉한 영화 ‘캐스트 어웨이’ 주인공 척 놀랜드(톰 행크스)가 대표적이다. 혼자 무인도에 조난된 그는 떠내려온 택배 상자에 들어 있던 배구공에 눈 코 입을 그린 뒤 ‘윌슨’이란 이름을 지어주고 친구로 삼는다. 폭풍우가 몰아친 후 윌슨이 바다에 떠내려가자 그는 자식을 잃은 듯 절규한다. 버리는 물건에 안쓰러움을 느낀 적이 있다면 물건을 의인화한 것이다. “오래 썼는데, 버리려니 미안하네” “이 아이가 쓰레기 폐기장으로 가는 긴 여행을 하다 결국 묻히겠지”라며 감정이입을 한다. 그래서 특별히 소중한 물건이 아니어도 불쌍한 마음에 버리기를 어려워한다.● 노인 중에 많아… 심하면 강박장애국내 연구사례는 아직 없지만 해외에서는 물건을 못 버리는 성향의 노인층이 젊은 층보다 약 3배 많다는 연구 결과가 적잖다. 특히 혼자 사는 경우에 두드러진다. 사회생활 빈도가 줄어들고 교류하는 대인 관계 폭이 좁아지면서 이런 성향이 강해지기 때문이다. 2017년 국제학술지 ‘노인정신의학’에 소개된 연구에 따르면 잡동사니를 쌓아두고 사는 성향은 40세 전부터 조금씩 조짐을 보이다가 55세 이후 급격히 증가한다. 은퇴 등으로 사회적 관계에서 점차 고립되는 것과 관련 있다. 이 중에는 우울증을 앓고 있는 경우도 있었다. 저장 강박은 대부분 용인할 수 있는 수준에서 그친다. 하지만 저장 강박 수준이 심각하다면 쉬이 넘길 일이 아니다. 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 매뉴얼(DSM-5)에선 2013년부터 강박장애 일종인 저장장애로 분류할 정도다. 집을 온통 쓰레기로 채우고 사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평생 유병률은 2∼6%다. 이런 수준이면 치료가 쉽지 않다. 증상은 같지만 각자 발병 원인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치료자가 짐을 하나씩 같이 처분하며 도와줘도 정리가 어렵다. 아직 병리적 수준이 아니라면 당연히 희망은 있다. ‘저장장애’ 저자 유성진 한양사이버대 상담심리학과 교수는 “새로운 물건을 들여놓는 경우 기존 물건을 버리는 원칙을 지키는 ‘선입선출(先入先出)’ 규칙을 지켜 물건 총량을 제한하는 방법이 실용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24-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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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세대학교, 중앙아시아에 제약보국의 꿈을 심다

    연세대학교(총장 서승환)는 우즈베키스탄 제약산업발전청에서 발주한 ‘타슈켄트 제약산업단지 조성 1단계 관리단 사업’에 선정됐다. 연세대는 이번 사업을 위해 상지엔지니어링건축사사무소, 디에이그룹엔지니어링 종합건축사사무소, 문엔지니어링과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사업 총괄 책임자는 연세대 생명공학과 한균희 교수이며, 강혜영 약학대학장 등 약대 교수 6명도 사업에 참여한다. 한 교수는 지난달 29일 우즈베키스탄 제약산업발전청을 방문해 아지조프 압둘라 압디살라모피치 청장과 착수보고회를 개최했다. 타슈켄트 제약산업단지 조성 1단계 관리단 사업은 우즈베키스탄 국가사업의 일환으로 타슈켄트 주 보스탄릭 지역에 제약클러스터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우즈베키스탄의 제약산업 경쟁력 제고에 필요한 핵심 인재를 양성하고, 제약산업을 세계적 수준으로 발전시키는 것이 목표이다. 이번 계약을 통해 체결한 주 사업 범위는 △국립약학대학 건축 △기자재 공급 △정보통신기술 시스템 구축 △교육 컨설팅 서비스 등이다. 총 사업비는 9860만 달러이며, 이 가운데 8370만 달러는 한국의 대외경제협력기금 지원금이다. 연세대는 관리단 사업비 96억 원 중 30%에 해당하는 약 28억 5000만 원을 지급받는다. 향후 연세대 자문단은 △학부과정 및 대학원 석사과정 교육과정 수립 △대학운영체계 수립 등 교육 컨설팅 △교수 역량 강화 교육 △교육 및 연구용 장비 선정 및 입찰 등 선진적인 교육과정을 전수할 예정이다. 이번 사업은 국내기업의 해외진출 확대뿐만 아니라, 양국의 과학기술 외교 및 경제협력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24-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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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영상대학교, 영상 콘텐츠 네트워킹데이 개최

    방송 특성화 대학인 한국영상대학교(총장 유재원)는 19일 서울 마포구 스탠포드호텔코리아에서 ‘영상 콘텐츠 네트워킹데이’를 개최했다. 영상 콘텐츠 관련 기업과 한국영상대 동문 간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각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는 영상인들이 새로운 협업을 모색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행사에는 255명의 기업 대표, 관계자, 한국영상대 동문이 참석했다. 행사 주요 하이라이트 중 하나로 ‘산학 협력 성공 사례 공유’가 있었다. 이를 통해 동문들은 산업 주요 동향, 혁신적인 아이디어 등을 듣고 서로에게 영감을 주고 받을 수 있었다. ‘소리를 그리다’의 진효진 대표, ‘재담미디어’의 류수정 팀장, ‘리플로우’의 조영근 대표 등 동문 소개 세션에서는 참가자들이 자신의 경력과 프로젝트를 소개했다. 동문회는 장학금을 전달해 후학 양성에 힘을 보탰다. 조동관 동문회장은 “이번 네트워킹 데이는 영상 계열 기업과 동문들 간의 유대감을 강화하고 협력 기회를 찾기 위한 최고의 기회였습니다.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 중인 우리 동문이 한곳에 모이기 쉽지 않은데 이렇게 자리가 생겨 이야기를 나누고 협력의 문을 열게 된 것은 서로의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동문회원들이 모은 소중한 장학금이 미래의 영상인에게 뜻깊게 쓰이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는 동문 간의 네트워킹을 강화하고 지속적인 협력을 위한 미래의 토대를 마련하는 출발점이 됐다는 데 의의가 있다. 한국영상대는 앞으로도 이와 같은 행사를 지속적으로 개최해 동문 간의 네트워킹과 협업을 촉진할 계획이다.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24-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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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민대학교, 수험생-학부모 함께 참여하는 감성 이벤트 마련

    국민대학교(총장 정승렬)는 지난 13일 2024학년도 정시모집 조형대학 실기고사에 응시한 수험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감성 이벤트’를 개최했다. 이번 실기고사는 1단계 전형을 통과한 수험생 약 720명이 응시했다. 국민대는 학생과 학부모들이 소중한 추억을 만들 수 있도록 본부관과 북악관 등에 인생네컷 포토부스를 설치했다. 본부관 벽면에는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따뜻한 마음을 담은 메시지를 부착할 수 있도록 감성 이벤트 판넬을 설치했다. 응원·격려·감사의 메시지를 담은 포스트잇이 가득 차면, 행운을 상징하는 클로버와 하트 모양이 형상화되도록 기획했다.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수고한 나에게, 감사한 부모님께, 함께 해준 친구에게’라는 기획의도에 맞게 합격을 소망하는 마음을 포스트잇에 담아 감성 이벤트 판넬에 부착했다. 국민대는 이벤트에 참여한 수험생 300명에게 후드집업, 스노우볼, 모자 등 합격 기원 굿즈 세트를 마련해 정승렬 총장과 이은형 대외협력처장이 직접 전달했다. 정승렬 총장은 “학생들과 학부모님들의 노고를 응원하기 위해 이번 행사를 준비했다”며 “국민대는 추운 날씨도 이겨낼 수 있는 수험생들의 꿈과 열정을 아낌없이 응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각디자인학과를 지원한 우지현 양은 “디자인 최고의 명문대로 손꼽히는 국민대에 지원하기 위해 부산에서 올라왔다”며 “친구와 함께 시험을 보러 왔는데, 생각지 않은 이벤트가 마련돼 있어 좋은 추억이 될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24-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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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세대 제3기 연세 식품산업 최고위 과정 개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식품산업은 인공지능, 메타버스, 사물인터넷, 정보통신 등 첨단 기술이 융합된 푸드테크라는 새로운 비즈니스로 주목받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식품 배달 분야 또한 무서운 속도로 성장 중이다. 연세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 상남경영원은 급변하는 식품산업 시장에서 기회를 선점할수 있는 원동력을 제공하고자 제3기 연세 식품산업 최고위과정을 개설한다. 본 과정은 국내 식품산업의 현재와 미래, 창업 비즈니스, 푸드테크의 현황과 발전 방향, 식품 산업의 법률적 이슈와 특허 등 4가지 모듈로 구성돼 있다. 식품 가공 기술의 적용 방안, 소비자 개인정보에 맞춘 맞춤형 상품 및 서비스 제공 방법, 유통 체계 및 유통 과정에서 첨단기술 접목 방안, 코로나 이후 식품산업 변화 등에 대한 체계적인 전문지식 습득이 가능하다. 주임교수인 생활과학대학 식품영영학과 함선옥 교수를 비롯해 안병익 한국푸드테크 회장, 신정규 전주대 한식조리학과 교수, 권오희 365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 박재현 한국브랜드마케팅연구소 대표, 윤지현 서울대 식품영양학과 교수, UT인프라 김형미 이사, 이현재 우아한형제들 이사 등 식품 분야 최고 전문가와 기업 대표들이 지난 학기를 진행했다. 3월 21일 입학식을 시작으로 7월 4일까지 매주 목요일 오후 5시 40분부터 9시 10분까지 매주 2개의 강연이 열린다. 모집인원은 50명 내외. 강의는 상남경영원에서 진행된다. 연세식품산업 최고위 사무국에 전화나 홈페이지로 문의하면 된다.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24-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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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려대 노동대학원, 제35기 노사정 최고지도자과정 모집

    고려대학교 노동대학원은 선진 노사문화 창조를 위한 커리큘럼인 노사정 최고지도자과정 제35기 신입생을 모집한다. 1995년 시작된 본 과정은 각 사업체 임직원과 노조 집행부를 대상으로, 인사 노무에 대한 전문지식과 글로벌 트랜드를 제공함으로써 인사관리 및 노사관계 발전에 기여해왔다. 지난해 지원한 41개 사업체 중 노사가 함께 참석한 사업체는 21개에 이르렀다. 본 과정은 노사관계에 대한 실무 지식을 함양시켜 보다 전문적이고 공감할 수 있는 지도자를 길러내며 노사 소통은 물론 교육생들 간의 유대 강화와 정보 교환, 교류의 기회를 제공한다. 또 국내 최고의 독립된 노사관계 전문 교육기관으로서 노동법, 노동경제, 노동정책, 노사관계 등 각 영역에서 경쟁력 있는 교육을 제공한다. 복지, 경제, 정책, 국제관계 등 분야별로 저명한 지도자급 인사를 초빙하여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쌓을 수 있다. 고려대 총장 명의의 이수증을 수여하며 총교우회 자격이 부여된다. 정규수업 외에도 워크숍, 노사정포럼, 노동사회포럼, 해외연수, 원우회사 방문 등 다양한 교외 프로그램을 갖췄을 뿐만 아니라 총교우회 주관의 문화적 교류와 같은 인적, 지적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다. 박지순 노동대학원장은 “우리 대학원만이 제공할 수 있는 높은 수준의 교육을 통해 대한민국 노사관계가 세계적 경쟁력을 갖추고, 노동하는 분들이 더욱 존중받으며 사회통합과 경제성장이 선순환되는 협력적 노사 관계를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본 과정은 1년 교육과정으로, 강의는 매주 금요일 진행된다. 접수는 노동대학원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하다.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24-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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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방송통신대, 김천소년교도소에 교육과정 신설

    국립 한국방송통신대학교는 올해부터 김천소년교도소에 재소자 교육과정을 신설한다. 방송대는 국민 평생 고등교육기관으로서 1987년 여주교도소를 시작으로 청주여자교도소, 전주교도소, 포항교도소 등 4개 교도소에서 이미 재소자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현재 82명의 재소자를 대상으로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소년교도소는 이번이 처음이며, 전체로는 5번째 재소자 교육기관인 셈이다. 김천소년교도소 방송대 교육과정은 재기 의지가 확고한 재소자 중 고졸 학력을 소지하고 방송대 진학을 희망하는 소년수용자를 대상으로 한다. 방송대의 신·편입생 모집 일정에 따라 김천소년교도소에서 자체 계획을 수립해 정기 선발해 진행할 예정이다. 소년 수용자 재학생은 23세를 넘겨서도 학위 취득을 위한 교육이 필요한 경우 재소자 과정을 운영 중인 성인 교도소로 이감해 계속 교육을 받을 수 있다. 교도소의 경우 인터넷 사용이 불가능함에 따라 저장된 강의자료를 교도관에게 전달해 오프라인으로 학습한다. 출석 수업은 시험으로 대체되며 역시 디지털이 아닌 종이시험 방식으로 시행된다. 방송대 고성환 총장은 “국민의 학습권 보장은 국가의 의무이자 방송대의 소명”이라며 “방송대 재소자 교육과정이 모범 소년수용자들의 재기를 위한 발판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24-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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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메이저 입시학원 최초 과외식 맨투맨 수업방식 도입

    종로학원은 2025학년도 대학 입시를 준비하는 재수생들을 위한 정규반을 모집한다. 재수 정규반은 최고의 강사진이 나서 개인별 맞춤형 교육으로 재수생들의 성공을 이끌게 된다.○ 강남·서초구 남녀 전용관 분리 운영 종로학원은 올해부터 서울 6개 직영학원 중 2곳을 남학생, 여학생 전용관으로 분리 운영한다. 종로학원은 서울에서 강남, 서초, 송파, 서대문, 양천, 성북구에 6개 직영학원을 운영 중이다. 이 중 강남구와 서초구의 두 직영학원을 남학생 전용관(강남구 대치동), 여학생 전용관(서초구 서초동)으로 분리 운영한다. 종로학원이 남녀 학습 공간 분리를 층별, 교실별이 아닌 건물별 전용관으로 운영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입시 지형이 과거와는 판이하게 달라졌다’는 진단이 중요하게 작용했다. 2022학년도부터 통합수능으로 바뀌면서 수학 과목에서 남녀 학생 간 점수 차는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표준점수 기준으로 수학 최상위권의 90%는 남학생이 차지하고 있다. 이과 남학생이 수학 최상위권 그룹을 형성하고 있다. 강남, 서초권 소재 대부분 고교는 이과 비중이 70∼80%에 이른다. 문과 성향 여학생들은 이과 중심으로 운영하는 강남, 서초 지역 고교에서 학습, 생활관리, 입시전략 등 다양한 측면에서 소외감을 느낄 수 밖에 없다. 남녀 학생별로 입시 전략도 달라져야 한다. 2022학년도부터 학부 선발로 전환한 약대가 대표적이다. 서울권 소재 11개 약대의 2023학년도 신입생 중 71.8%가 여학생이다. 11개교 중 4개교는 여대다. 여학생 입장에서 의약학 중 약대를 전략적으로 목표해볼 만하다. 4개 여대 약대 중 이화여대와 숙명여대는 정시에서 표준점수를 반영하는 반면, 덕성여대와 동덕여대는 백분위를 반영한다. 탄력적인 지원 전략 수립과 학습 전략이 필요하다.○ 맨투맨 재수 정규반 개설 종로학원은 전용 자습관 이용 및 선택형 과외식 수업을 특징으로 하는 맨투맨 재수 정규반을 모집한다. 맨투맨 정규반의 특징은 선택형 과외식 수업이다. 학생 개인의 성적과 학습 성향을 분석해 과목별, 수준별로 소수 정예 과외식으로 수업을 진행한다. 맨투맨 정규반은 전용 자습관을 제공한다. 자기 주도 학습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마련된 전용 자습관은 학습에 최적화된 시설과 환경을 갖추고 있다. 종로학원은 6개 직영학원 모두 소수정예반 운영으로 학업효과를 극대화한다. 교과선생님 2명이 한 교실을 오전, 오후 담임 책임제로 운영하며 학생들의 학습 및 성적 관리를 책임진다. 의대특별반에는 2담임 책임제와 함께 전문 컨설턴트를 추가 배정해 진학을 위한 학습관리, 성적관리, 생활관리를 돕는다. 또 1대1 PT수업, 최상위권 실전 주간평가, 의대 전용 학습 콘텐츠 등을 지원한다.○ 도심형 기숙학원 시스템 종로학원은 도심에 있지만 수업 및 생활관리는 기숙학원처럼 운영한다. 평일은 물론 주말도 오후 10시까지 수업 및 자율학습이 이뤄진다. 잠만 집에서 자고 사실상 기숙학원에 가깝다. 외부와 차단돼 온종일 학업에만 집중할 수 있다. 이를 위해 학원 운영 시스템을 지난해 기숙학원 시스템에 맞춰 전면 개편했다. 이제 종합반 선생님들도 평일은 물론 주말 오후 10시까지 대기하면서 학생 관리에 나서고 있다. 재수 성공의 핵심은 절대적인 학습량에 달려있다. 주말에도 학습에 방해되는 요인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의무 수업과 자율학습을 도입했다. 수험생들에게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란 우려가 있었지만 예상과 달리 95% 이상의 만족도를 보였고, 중도 탈락 인원은 이전보다 오히려 훨씬 줄어들었다.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24-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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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처받기 전에 먼저 ‘손절’…“거절당하는 게 두려워요”[최고야의 심심(心深)토크]

    마음(心)속 깊은(深) 것에 관한 이야기를 다룹니다. 살면서 ‘도대체 이건 왜 이러지?’ ‘왜 마음이 마음대로 안 될까?’ 하고 생겨난 궁금증들을 메일(best@donga.com)로 알려주세요. 함께 고민해 보겠습니다.“아 미안, 깜빡했네. 나 지금 동남아야.”안지수 씨(26·가명)는 친구가 자신과 약속한 날짜를 잊고 가족여행을 갔다는 얘기에 황당함을 금치 못했다. 친구가 그와의 약속을 깜빡한 건 이번이 네 번째다. 안 씨는 친구가 자신을 무시한다는 생각마저 갖게 됐다. 그도 ‘보복’에 나섰다. 친구의 메시지를 ‘읽씹(읽고 답장하지 않음)’하고,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팔로우도 끊었다. ‘손절’을 단행한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친구가 자신을 무시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모두가 안 씨처럼 반응하지는 않는다. 기분은 좀 상하지만 ‘바빠서 정신없었겠지’라며 받아들이거나, 기분이 언짢다는 의사 표현을 하는 식으로 대응할 수도 있다. 일부는 싸우거나, 삐치기도 할 것이다. 다만 안 씨처럼 ‘친구가 나를 무시했다’고 결론짓고, 관계를 아예 끊는 일은 드물다. 게다가 이런 일들이 반복적으로 나타났다면 그 이유를 꼼꼼하게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이런 성향의 사람들은 상대방이 나를 싫어한다고 느낄만한 작은 단서라도 발견하면 심한 거부감과 함께 관계맺기를 끝내기 일쑤다. 단순히 소심하거나 쪼잔해서 생기는 일이라고 치부할 수도 없다. 왜 이렇게까지 과한 반응을 보이는 걸까.“누가 날 싫어하지?” 과하게 ‘촉’ 발달누군가에게 거부당하는 상황에 처했을 때 이를 좋아할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런데 같은 상황에서 어떤 사람은 대수롭지 않게 넘기지만, 어떤 사람은 큰 심리적 타격을 받는다. 이는 ‘거부 민감성(rejection sensitivity)’이 다른 데서 비롯된다. 거부 민감성이 높은 사람은 △거부당하는 상황을 두려워하고 △상대의 모호한 행동에도 ‘나를 거부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이런 상황에 처하면 극단적으로 행동(관계 단절 등)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이런 성향의 사람들은 거절당할까 두려워 작은 부탁도 쉽게 요청하지 못한다. 길을 지나다 마주친 지인에게 먼저 인사를 했는데, 상대가 인사를 받지 않고 그냥 지나친 경우에서 거부 민감성이 낮은 사람들은 ‘제대로 못 봤나?’ ‘다른 생각을 했나 보지’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쉽게 잊어버린다. 반면 거부 민감성이 높은 사람들은 ‘상대가 나를 싫어하거나, 무시해서 일부러 인사를 안 받았다’고 곱씹을 가능성이 크다. 거부와 관련된 작은 사인에 과잉 각성된 셈이다. 모호한 단서에도 부정적인 의미를 찾는 데 집중하고, 편향된 해석을 내리거나 객관적인 판단을 내리는 데 실패한다. 즉 상대방의 진의를 알지 못한 채 막연하게 넘겨짚고 상처받기 쉽다는 것이다.왜 이런 사람들은 ‘잘못된 촉’이 발달한 걸까. 학계에 거부 민감성이라는 개념을 처음 제시한 제럴딘 다우니 미국 컬럼비아대 심리학과 교수는 이를 자기방어 시스템의 일환이라고 설명한다. 사회적 존재인 인간이 대인관계에서 소외되는 것은 큰 위협을 만난 것과 같으며, 자기를 방어하려는 목적으로 ‘거부=위협’이라고 인지하는 거부 민감성이 발달된다는 것이다. 다우니 교수 연구진의 실험에 따르면 거부 민감성이 높은 사람들은 거부와 관련된 단서를 발견하면 진짜 위협을 만난 것처럼 몸의 경계 태세가 올라간다. 눈을 크게 뜬 채 깜빡거리며, 자율 신경계 반응이 강렬해진다. 연구진이 거부당한 상황을 연상시키는 자극으로 사용한 것은 미국의 사실주의 화가 에드워드 호퍼의 작품들이다. 호퍼는 도시인의 외로움과 고립, 상실, 소외 등을 표현한 작품 세계로 유명하다. 거부 민감성이 높은 실험참가자들은 호퍼의 작품을 볼 때, 눈 깜빡거림 등 자율 신경계 활동이 크게 증가했다. 반대로 거부 민감성이 낮은 참가자들은 자율신경계에서 별다른 반응변화가 없었다.섣불리 판단하고 관계 끊어…우울·분노 경험그런데 안타까운 사실은 자기방어 시스템에서 비상 사인이 울린 뒤 나오는 후속 대응은 오히려 대인관계에 역효과를 낸다는 점이다. 후속 대응 방식은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첫 번째는 거부당한 원인이 ‘나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경우이다. 이런 반응을 보이는 이들은 ‘나에게 문제가 있어서 상대방이 나를 거부했다’고 믿는다. 그래서 관계를 개선하려 노력하기보다는 조용히 끝내는 소극적인 선택을 한다. 상대를 향한 애정을 애써 거둬들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며 회피한다. 시간이 갈수록 대인관계에서 더 위축돼 심한 우울과 불안을 느낄 가능성도 크다.두 번째 유형은 거부당한 원인이 ‘너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다. 나는 아무 잘못 없고, 모든 게 상대방이 잘못한 탓이라고 생각하기 일쑤다. 이에 화가 많고 보복적이다. 먼저 싸움을 걸거나 때리는 등 공격적인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두 유형 모두 상대방의 진의를 파악하기 전에 자기가 거부당했다고 여기고, 서둘러 관계를 정리하려 애쓴다는 점에서 똑같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서 주변에 친했던 사람들이 하나둘 떨어지고, 마침내 사람이 얼마 남지 않는 경우가 많다. 거부 민감성이 높은 사람들은 연애나 결혼생활도 순탄치 않다. 상대가 나보다 덜 헌신적이고, 애정의 크기도 작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국제 학술지 ‘성격과 개인차’에 소개된 연구에 따르면 거부 민감성이 높은 사람들은 파트너와 갈등을 빈번하게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총 1만6955명을 대상으로 하는 연구 65개를 종합 분석한 결과, 이들은 연인이나 배우자와 질투, 소통 단절, 폭력 등 다양한 문제를 겪었다. 연구진은 “거부 민감성이 높은 사람들은 상대방의 행동을 왜곡하여 해석하기 때문에 질투하고 오해하는 경향이 강했다”며 “이들 중 일부는 데이트 폭력 가해자가 되기도 한다”고 혔다.어린 시절 부모·친구 관계가 ‘거부 민감성’에 영향많은 연구에 따르면 성장기 부모와의 관계에서 거부당하는 경험을 많이 할수록 거부 민감성이 높아진다. 부모가 자녀에게 무관심하거나, 성공할 때만 칭찬해주며 조건부 사랑을 주는 경우 등이 이에 해당한다. 자녀가 부모에게 정서적 관심과 돌봄을 원할 때 부모가 무시하거나 제대로 반응하지 않으면 자녀는 부모에게 거부당했다는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태어나서 처음 만나는 타인이자, 정서적 안전기지가 돼야 할 부모로부터 거부당하는 경험이 쌓이면, 다른 사람들에게도 거부당할 수 있다는 막연한 두려움을 갖는다. 부모에게서 온전히 수용받는 상황을 경험하지 못한 아이는 자신이 사랑받을 만한 존재가 아니라고 여기고, 대인관계에서 위축되거나 눈치를 보게 된다. 이 외에도 아동·청소년기에 또래 관계 역시 큰 영향을 미친다. 자녀가 성장할수록 부모에 대한 애착은 줄어드는 반면, 친구에 대한 애착은 증가한다. 또래 집단의 영향력이 커지는 이 시기에 또래에게 따돌림이나 괴롭힘을 당하면 거부 민감성은 높아질 수 있다.부정적인 생각으로 흐를 때 재빨리 알아차리기그렇다면 성인이 된 지금 지나간 어린 시절을 바꿀 수도 없는 상황에서 마음 속에 뿌리깊게 자리잡은 거부 민감성을 조절할 방법은 있을까. 전문가들은 가능하다고 말한다. 우선 문제를 깨닫고 원인을 이해하는 것부터가 시작이다. 상황을 알게 됐다면 의식적인 노력을 통해 바꿀 수 있는 부분이 있다. 국내외 많은 연구에 따르면 부정적으로 흘러가는 생각을 조절하는 능력이 발달한 사람일수록 거부 민감성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되려면 거부당했다고 여겨지는 작은 단서에 대한 집착은 버리고, 그 외의 가능성을 생각해보는 연습이 필요하다. 상황을 재구성해서 최대한 객관적인 생각을 해보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동료에게 채팅 메시지를 보냈는데, ‘읽씹’한 상황을 가정해보자. 거부 민감성이 높은 사람들은 ‘내가 싫어서 그런가?’ ‘내가 뭘 잘못했나?’ 등과 같은 생각에 빠지게 된다. 이 때 읽씹하게 된 이유를 정확히 알 수 없다면 ‘오늘 바쁜가’라거나 ‘답장을 깜빡할 상황이 있었겠지’ 등과 같은 나에게 덜 위협적으로 느껴지는 쪽으로 생각을 바꾸자. 또 상대가 무시한 건 내가 보낸 메시지일 뿐, 내 존재 자체가 아니라는 점도 분명히 해둘 필요가 있다. 여기에 완벽하게 좋은 관계란 있을 수 없다는 점도 깨달아야 한다. ‘조금이라도 상대가 거부 사인을 보이면 이 관계는 끝난 것’이라는 식으로 대인관계에서 완벽주의를 추구하는 것은 아닌지 반문해보자. 관계에서 완벽을 추구하다 보면 작은 갈등에도 완전히 균열이 생겼다고 여기기 쉽다. 세상에 갈등이 전혀 없는 관계란 있을 수 없다. 크고 작은 갈등이 생기더라도 이를 원만하게 해결하려 노력하고 상대방을 이해해나가는 것이 진짜 좋은 관계를 맺는 방법이라는 것을 기억하자.거부민감성을 낮추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가족이나 친구, 동료 등 주변 가까운 사람들로부터 깊은 친밀함을 느끼고, 많은 정서적 지지를 받는 것이다. 이를 위해 나의 든든한 정서적 자원이자 응원군이 될 수 있는 소중한 관계들을 일방적으로 정리해 온 건 아닌지, 오해로 그동안 애써 쌓아온 애정과 신뢰를 내가 먼저 깨뜨렸던 것은 아닌지를 오늘 다시 꼼꼼하게 되짚어보자.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24-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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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싫어도 “네, 네”…나는 왜 거절을 못 할까?[최고야의 심심(心深)토크]

    마음(心)속 깊은(深) 것에 관한 이야기를 다룹니다. 살면서 ‘도대체 이건 왜 이러지?’ ‘왜 마음이 마음대로 안 될까?’ 하고 생겨난 궁금증들을 메일(best@donga.com)로 알려주세요. 함께 고민해 보겠습니다.직장인 이우진 씨(31·가명)는 아무리 바빠도 동료들의 부탁을 거절하지 않는 ‘예스맨’으로 유명하다. 서류 검토 같은 간단한 부탁은 일상이고, 주말 출근 일정이 생기면 동료들은 우진 씨를 1순위로 찾는다. 미혼인 이 씨는 기혼 동료들이 주말에는 바쁠 것이라 여기며 기꺼이 부탁을 들어준다. 하지만 동료들이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놀러 간 사진을 올릴 때면 ‘내가 지금 뭐 하고 있나’하는 자괴감에 빠진다. 그러면서도 거절했다가는 부탁하는 사람이 기분 상해할까봐, 혹은 회사에서 평판이 나빠질 것을 걱정한다.대학생 박하늘 씨(20·가명)는 친구들과 약속이 끊이질 않는다. 친구 많은 ‘인싸’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집에서 쉬고 싶은 날조차 “다음에 보자”고 거절하지 못해서 비롯된 일이다. 친구가 1시간 이상 떨어진 자신의 집 근처로 불러내도 군말 없이 나간다. 친구들과 있을 땐 대화의 맥이 끊길 것을 우려해 화장실을 가지 못할 때도 있다. 마음대로 행동했다 친구들이 자신을 싫어할 수 있다는 생각에 시달리기도 한다.이 씨나 박 씨처럼 주변 사람들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부탁을 거절하면 상대가 민망하고, 기분 나쁠 거라고 생각하는 ‘착한 사람’들이다. 부탁을 들어주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그냥 “알겠다”고 하기 일쑤다. 때로는 ‘내가 조금 손해 보지 뭐’ 혹은 ‘오래 볼 사이니까’ ‘착한 게 좋은 거야’라는 말로 스스로를 다독이기도 한다.배려심은 원활한 사회생활에 필요한 덕목이다. 하지만 과도한 배려로 원치 않는 상황에 끌려다니느라 에너지를 다 써버린다면 문제다. 이런 이들은 하기 싫은 남의 일은 꾸역꾸역 도와주면서, 정작 본인이 부탁할 일이 생기면 입을 떼기 어려워한다. 반복되는 ‘호의’가 자신을 ‘호구’로 여기게 하는 빌미가 될 수 있는데도 이들은 왜 다른 사람들의 기분을 먼저 걱정하고, 눈치 보는 걸까. “거절당하면 마음 상해”…높은 ‘거부 민감성’이 씨나 박 씨처럼 무리한 부탁에도 거절 못 하고 끙끙거리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욕구를 자기보다 우선순위에 두는 일이 다반사다. 심지어 다른 사람은 나에게 부탁할 권리가 있지만, 난 그걸 거절할 권리가 없다고 여기기도 한다.전문가들은 이런 사람들의 특징을 높은 ‘거부 민감성(rejection sensitivity)’에서 찾는다. 제럴딘 다우니 미국 컬럼비아대 심리학과 교수가 1990년대에 제안한 개념인데, 말 그대로 누군가에게 거부당할 때 민감하게 반응하는 수준을 의미한다. 거부 민감성이 높은 사람들은 거절당하거나, 비판받을 때 큰 수치심을 느끼며 자존감에 타격을 받는다. 거절을 잘 못하는 사람도 거부 민감성이 높은 경우일 수 있다. 내가 상대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상대가 나를 싫어할 것이라고 믿는 식이다. 이런 이유에서 상대의 무리한 부탁에도 미움받지 않기 위해 “예스”로 대답한다. 사회적 관계에서 거부당하지 않으려는 일종의 선제 조치이자 방어기제이다.말끝마다 “미안, 미안”…공감 능력의 과잉이런 성향의 사람들은 부탁을 한 상대방이 나에게 거절당하면 나만큼 상처받을 거라고 여긴다. 그래서 별로 미안해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에서 “미안하다”거나 “죄송한데…”를 남발한다. 상대방의 실망감까지 미리 걱정해서 나오는 언어 습관이다. 공감 능력이 굉장히 뛰어난 것처럼 보이지만, 정작 그 요구를 들어주기 힘든 스스로를 향한 공감은 결여돼 있다는 점에서 문제다. 이들은 자신이 손해를 보더라도 남의 화를 돋우는 행동을 최대한 피하려고 한다. 명백한 하자가 있는 불량상품을 구매한 뒤 환불받기 어려워하고, 식당에서 음식을 먹다가 이물질이 나오더라도 따지지 못한다. ‘좋은 게 좋은 것’이라며 최대한 협조적이고 친절하게 행동하는 걸 선호한다. 여기에 완벽주의 성향까지 더해지면 더 피곤한 삶을 살게 된다. ‘100% 착하지 않으면 못된 것’이라고 믿기 때문에 누구에게나 좋은 사람이 되려고 애쓴다. ‘모두에게 사랑받을 필요는 없다’의 저자이자 영국의 심리상담가인 재키 마슨은 이런 사람들에게 “상대방의 감정은 우리의 책임이 아니다”라는 점을 강조한다. 거절당했을 때 불쾌할 상대방 마음을 미리 고려해 자신을 희생하지 말라는 의미다. 그는 책에서 “이런 생각을 가진다고 해서 인간에 대한 공감 능력이 없는 비도덕적 사이코패스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상대방에 대한 과잉 공감 지수를 한두 눈금 정도만 내려보고,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한번 관찰해보라”고 제안한다.더 이상 ‘착한 아이’일 필요는 없다다수의 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거부 민감성은 성장기 애착 관계나 부모의 양육 태도와 큰 관련이 있다. 특히 ‘나는 뭔가 잘해야만 사랑받을 수 있는 존재’라는 조건부 사랑에 익숙한 환경에서 성장한 이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부모나 조부모, 선생님 등 자신을 보살펴 주는 사람에게 인정받고, 칭찬받는 일은 아이에겐 생존이 걸린 문제다. 어른에게 외면받으면 아이는 스스로 살아남을 힘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이는 “내가 착하게 행동하면, 어른들이 날 사랑해 줄 거야” 혹은 “혼내지 않을 거야” 같은 엄격한 내면의 규칙을 만들어 낸다. 만약 어른들이 화를 내면, 자기가 잘못한 탓으로 여기고 더 ‘착한 아이’가 되려고 노력한다. 인간중심 상담의 창시자 칼 로저스에 따르면, 착한 아이는 ‘평가의 소재(locus of evaluation)’가 외부에 있는 사람들이라고 볼 수 있다. 나를 평가하는 기준이 ‘나(내부)’가 아닌, ‘다른 사람(외부)’에 있다는 의미이다. 평가의 소재가 외부에 있는 사람은 내 기준대로 사는 게 아니라, 남의 기준대로 산다. 내가 원하는 걸 하면 다른 사람들의 기대를 저버려 비난받는다고까지 생각한다.이렇게 만들어진 착한 아이는 성인이 돼서도 여전히 마음에 남아 있는 경우가 많다. 늦게까지 회사에서 야근을 하는 경우에 야근 이유가 자발적으로 업무 성과를 높이려는 것인지, 아니면 상사에게 칭찬받고 싶어서인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후자라면 마음속 착한 아이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이는 아이의 생존전략이지, 성인의 생존전략은 아니다. 어렸을 땐 어른의 지지가 절대적으로 필요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는 점을 인식하고 선택하고 행동하려고 노력해야 한다.과대평가 된 ‘거절 후폭풍’이 씨나 박 씨 같은 이들은 거절하면 치러야 하는 대가가 매우 클 거라고 과대평가하는 경향도 두드러진다. 부탁을 거절하면 상대방이 “나를 싫어할 거야” “버릇없다고 생각할 거야” “다음부터 외면하면 어떡하지” 등과 같은 걱정에 사로 잡히기도 한다. 그런데 이런 예측들은 대부분 과도한 불안이 만든 잘못된 생각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난해 미국심리학회지에 게재된 논문 ‘거절하는 사람은 거절로 인해 생기는 부정적 영향을 과대평가한다’에 이를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이 담겨 있다. 논문에서 중국 연구진은 성인 2132명을 대상으로 총 7개 실험을 진행했는데, 각 실험 결과는 한결같았다. 부탁을 거절하는 사람은 그로 인해 자신에게 매우 안 좋은 결과가 생길 거라고 실제보다 부풀려 생각한다는 것이다.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두고 문제에 대처하는 게 효율적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매번 불필요한 불안에 시달릴 필요는 없다. 심지어 부탁하는 사람은 당신이 부탁을 들어줄 거라고 기대하지 않을 수도 있다. 관련 연구에 따르면 부탁하는 사람은 상대방이 부탁을 쉽게 거절할 수 있다고 생각할 뿐만 아니라, 도움을 주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이지 않을 거라고 여기는 경향도 확인된다. 이는 부탁하는 사람과 거절하지 못하는 사람 간 생각 차이가 꽤 크게 자리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어쩌면 우리는 그동안 애초부터 큰 기대 없이 한 부탁에 어떻게 대처할지 몰라 전전긍긍한 걸지도 모른다. 선택적으로만 ‘좋은 사람’ 되기이런 연구 결과 등을 놓고 볼 때 남의 부탁을 들어주는데 쓰는 에너지는 조금 줄이고 선택적으로 ‘좋은 사람’이 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거절을 잘 못하는 사람들은 일상생활의 모든 관계가 너무 피곤해질 수 있다. 착한 아이는 가족, 친구, 연인 관계 등 다양한 관계에서 튀어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가기 싫은 각종 모임에 나가고, 내 소관도 아닌 업무까지 떠맡는 식으로 무리한 부탁을 끊임없이 들어주다 보면 쉽게 피로해지고 불만은 쌓이게 마련이다. 이런 불만은 사소한 일에 치미는 분노나 어이없는 일에 터지는 짜증으로 분출되기 쉽다. 번아웃을 불러올 수도 있다. 프랑스 연구팀이 ‘성격과 개인차’라는 국제 학술지에 기고한 논문에 따르면 거부 민감성이 높은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번 아웃을 겪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프랑스 교사 627명을 2년 동안 추적 관찰했는데, 대인관계에서 거부 민감성이 높은 교사들은 다른 교사들보다 번아웃을 경험할 확률이 무려 119% 높았다.따라서 내가 원할 때, 내 상황이 허락할 때에만 좋은 사람이 돼 주자는 원칙을 세우자. 재키 마슨의 “감정적 고통에는 서열이 없다”는 말도 기억해두자. 그는 “나보다 더 힘들다고 주장하는 다른 사람들에게 우선순위를 주지 말라”며 “내가 처한 상황은 아무것도 아니니 도와줘야 한다는 죄책감에 시달릴 필요도 없다”고 강조했다. 어느덧 스멀스멀 올라오는 착한 아이의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다면 내 삶의 가장 우선순위는 ‘나’라는 것을 항상 기억하자.다음 주 기사에서는 ‘나는 거절당하는 게 왜 이렇게 두려울까’라는 주제를 다룰 예정입니다.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24-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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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만 잘 먹고, 잘 살면 된다?” 남에게 베풀어야 ‘악당 유전자’ 활동 줄어든다[최고야의 심심(心深)토크]

    마음(心)속 깊은(深) 것에 관한 이야기를 다룹니다. 살면서 ‘도대체 이건 왜 이러지?’ ‘왜 마음이 마음대로 안 될까?’ 하고 생겨난 궁금증들을 메일(best@donga.com)로 알려주세요. 함께 고민해 보겠습니다.“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한눈에 봐도 어린이가 쓴 귀여운 글씨체의 메모 사진이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와 화제가 됐다. 자신을 ‘○○○호 어린이’라고 소개한 이 아이는 “달달한 간식 드시면서 2024년에도 힘내세요”라며 자신이 사는 아파트 엘리베이터 내부에 이 메모를 붙였다. 사람들이 하나씩 떼어갈 수 있도록 초콜릿과 사탕을 포장해 테이프로 함께 붙여 놓았다. 이를 본 주민들은 ‘덕분에 행복한 아침^^’ ‘행복했습니다’라고 답글을 남겼다. 한 주민은 세뱃돈이라며 만 원짜리를 붙여 놓기도 했다. 이 밖에도 연말연시에는 유난히 가슴 따뜻해지는 소식이 여기저기서 많이 들려온다. 폐지 주워 모은 돈과 함께 팥죽 100그릇을 지자체에 기부한 쪽방촌 사는 할머니, 빚 갚기도 빠듯하면서 수년째 지역 보육원 아이들에게 신발 등 생필품을 보내주는 부부 등…. 이렇게 ‘나만 잘 먹고, 잘 살면 된다’는 마음을 뛰어넘어 다른 사람들에게 친절과 선행을 베푸는 소식을 접하면 기분이 좋아진다. 단지 지켜보기만 하는 우리에게까지 좋은 영향을 주는 것 같다. 대단한 기부를 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일상에서 때때로 이렇게 마음이 풍요로워지는 경험을 할 때가 있다. 작은 선물이라 할지라도 내가 받을 때보다, 남에게 줄 때 더 행복했던 경험이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이때 남에게 베풀며 느끼는 따뜻한 감정은 긍정적인 정서적 환기를 일으킬 뿐 아니라, 심지어 우리 몸 건강에 좋은 영향을 미친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다른 사람에게 친절을 베풀고 이타적으로 행동하면 암, 치매, 심혈관질환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친절과 질병 예방이 도대체 무슨 상관인가 싶겠지만, 신기하게도 사실이다. 몸과 마음이 기묘하게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스트레스받으면 몸이 아픈 이유마음이 따뜻해지는 느낌이 몸에 좋다는 것은 그와 반대 상태인 스트레스가 몸에 얼마나 해로운지를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스트레스가 몸에 미치는 악영향은 수없이 많지만, 그 가운데 하나는 염증을 유발하는 것이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뇌에서 불안을 담당하는 편도체가 과하게 활성화된다. 편도체는 불안과 관련한 신체의 신경망을 자극하고, 그러면 혈관에서는 염증이 생성된다. 몸속 염증 수치가 높다는 것은 각종 질병에 걸릴 확률이 높다는 의미다. 스트레스와 질병의 상관관계를 밝히기 위해 아흐메드 타와콜 미국 하버드대 의대 교수 연구팀은 4년간 추적 관찰 연구를 진행했다. 건강한 성인 293명을 모집해 염증 발생 여부와 스트레스 지수를 주기적으로 측정했다. 양전자 단층촬영(PET)을 통해 몸의 각 부위에 염증 발생 여부를 기록했고, 주관적 스트레스 지수와 신체의 스트레스 반응을 자세히 조사했다.그 결과 스트레스 지수가 높은 사람들은 염증 발생 빈도가 높았을 뿐 아니라 협심증, 뇌졸중, 심근경색 등 심혈관질환 발생 비율이 높았다. 연구진은 “관찰 기간을 더 길게 본다면, 스트레스가 암이나 치매 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신적 스트레스가 결국은 심각한 신체 질환 발병에 영향을 줄 수 있단 얘기다.따뜻한 기분, ‘악당 유전자’ 활동 멈추게 해그래서인지 최근에는 마음 건강에 신경 쓰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마음챙김’ 명상 앱을 이용하거나, 심리 상담을 받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 이보다 일상에서 좀 더 간편하게 시도해 볼 수 있는 마음 건강 챙기기 활동이 있다. 바로 남들에게 ‘친절하게 행동하기’다. 학계에서는 최근 10년 동안 친절의 효과에 관한 연구가 어느 때보다 많이 이뤄졌다. 수많은 연구는 ‘남들에게 친절하면, 나도 행복해진다’는 결론을 보여준다. 친절의 효과는 가족이나 친구 등 나에게 소중한 사람들뿐 아니라, 모르는 사람을 대상으로 해도 비슷하게 나타났다.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돕는 마음은 “내 삶은 꽤 괜찮다”는 긍정적인 정서를 일으키고, 다른 사람들과 연결돼 있다는 든든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놀랍게도 이때 스트레스에 의해 활성화됐던 염증 반응이 약해진다. 우리 몸에는 염증을 유발하고, 암이나 치매, 심혈관질환 등을 일으키는 유전자 53개가 있다. 이 무리를 통틀어 학술용어로 ‘역경에 대한 보존 전사 반응(conserved transcriptional response to adversity·CTRA)’을 일으키는 유전자라고 한다.어려운 학술용어 대신 일종의 ‘악당 유전자’라고 하자. 악당이 설치면 지구의 평화가 위협받듯, 악당 유전자가 활성화되면 몸에 염증은 늘어나고, 항바이러스 기능은 떨어진다. 이와 반대로 남들에게 친절하게 행동할 때는 긍정적 정서가 일어나고, 이는 악당 유전자의 활동을 감소시켜 건강을 지켜낸다. 하루 세 번, 친절 행동 실천했더니 나타난 변화이를 검증하기 위해 실시한 재미있는 실험을 살펴보자. 캐서린 넬슨 커피 미국 애리조나주립대 심리학과 교수 연구진은 성인 159명을 모집해 4주간 실험했다. 이들을 4개 그룹으로 나눠 첫 번째 그룹에는 다른 사람에게 하루 세 번 크고 작은 친절을 베풀라는 미션을 줬다. 지인을 초대해 음식 대접하기, 감사 편지 쓰기, 안 친한 사람에게 커피 사주기 등 본인이 원할 때, 원하는 행동을 하라고 했다. 나머지 3개 그룹은 △자기에게만 좋은 행동하기(마사지 받기 등) △불특정 다수를 위해 좋은 일 하기(길가에 쓰레기 줍기 등) △평소대로 살기(대조 그룹)로 나눴다. 대조 그룹을 제외하고는 마찬가지로 하루 3번, 4주 동안 이 같은 행동을 하라고 했다. 또 이들에게 하루에 어떤 행동을 실천했는지 자세하게 기록한 일기를 쓰도록 했다.연구진은 실험 전후로 혈액을 채취해 각 그룹별로 악당 유전자의 활성화 정도를 비교해 봤다. 그 결과 4주 동안 다른 사람에게 친절을 베푼 그룹만 악당 유전자의 활성화 정도가 실험 전 수치와 비교해 유일하게 감소했다. 위 그래프에서 ‘타인(other)’이라고 표시된 파란색 표시 그래프만 유일하게 수치가 마이너스(-) 쪽으로 나타났다. 다른 그룹은 전후 수치가 거의 그대로거나 아주 미세하게 증가했다.남을 위하는 마음, 나만 위한 쾌락보다 ‘강력’그렇다면 나에게 베푸는 친절과 관대함도 비슷한 효과를 낼까? 하기 싫은 일은 안 하고,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살면 기분이 좋아져 스트레스가 풀릴 것 같은데 말이다. 그런데 여러 연구 결과를 보면 딱히 그렇지도 않다. 앞서 소개한 실험에서 마사지 받기 등 4주 동안 하루에 3번 자기만 즐거운 일을 한 그룹은 악당 유전자의 활동 정도가 전혀 감소하지 않은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특히 내가 원하는 일이 쾌락적 즐거움을 추구하는 것일수록 행복감의 지속시간은 짧다고 한다. 듣기 싫은 수업을 땡땡이치거나, 열량 폭탄인 달콤한 디저트를 먹거나, 망설임 없이 쇼핑하기 등은 순간적으로 즐거울 수 있지만, 죄책감이 동시에 일어나면서 즐거움을 상쇄해 버리기 때문이다. 반면, 남에게 친절을 베푼 사람들의 행복감은 꽤 오래 간다. 앞서 소개한 커피 교수 연구진의 또 다른 연구에 따르면, 남에게 친절을 베푼 그룹은 실험이 끝나고 2주 후까지 행복지수가 높게 나타났다. 다른 이들이 친절에 보답하는 선순환이 일어난 결과다. ‘수업 땡땡이’ 같은 쾌락을 추구한 그룹에 속한 사람들은 행복감이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연구진은 “내가 원하는 대로 살면 행복할 거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오히려 남에게 친절을 베풀 때 더 행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인 대상 연구에서도 이와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서울대 행복연구센터에서 성인 152명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쾌락적 행복을 추구하는 사람들보다 다른 사람들과 연결되고 삶의 의미를 찾는 행복을 추구하는 사람일수록 악당 유전자의 발현 정도가 낮았다. 연구에 참여한 이성하 서울대 행복연구센터 연구원은 “이런 경향은 젊은 층보다 노년층에서 더 두드러졌다”며 “삶의 의미를 찾고, 다른 사람과 좋은 관계를 맺으면 노년기 심신 건강에 이로울 수 있다”고 말했다. 노년기로 갈수록 다른 가치보다 삶의 의미를 발견하고, 다른 사람들과 연결되는 좋은 느낌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높아지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내 삶은 의미 있다” 느끼는 게 핵심행복감에 영향을 주는 중요한 요인은 친절 자체라기보단 친절을 베푼 뒤 따라오는 “내 삶은 꽤 괜찮다”는 느낌이다. 또 혼자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 연결돼 있다고 느낌으로써 삶에 더 만족하게 된다. 다만 한가지 전제가 있다. 바로 자발성이다. 누가 시켜서 하는 게 아니라, 마음에서 우러난 선한 영향력을 끼칠 때 이 공식이 통한다. 어쩔 수 없어서 하는 ‘비즈니스 친절’이나 형식적 봉사는 오히려 정신노동에 가깝다.실제로 자발적 봉사활동에 나선 사람들은 심신에 좋은 영향을 받았다. 스티븐 콜 미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의대 교수 연구에 따르면, 9개월간 초등학교 1~3학년 문제아의 학습 멘토링 봉사를 한 성인들은 시간이 갈수록 악당 유전자 활동이 저하됐다. 아이들의 학교 적응을 도우면서 자기 삶이 ‘의미 있다’고 느꼈을 뿐 아니라, 아이들과 좋은 관계를 맺으면서 긍정적 영향을 받은 덕이다.이와 비슷한 또 다른 연구에 참여했던 사람들 가운데에는 다른 사람에게 친절하게 행동하고 나니 “내가 유능해진 것 같았다” “내가 더 고귀해진 것 같다”고 말하는 이들이 많았다. 다른 사람에게 베풀면서 자신이 유능하고 귀한 사람이라는 느낌을 갖게 된 것이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사랑스러운 느낌이 들었다”고도 했다. 이들은 실험 참가 전보다 우울감이 개선됐고, 삶의 행복도, 직무 만족도까지 상승했다. 결국 다른 사람에게 친절과 선행을 베풀면 행복감이 생겨나고, 스트레스에 의해 활성화됐던 질병 유발 유전자들의 활동이 약해진다. 꼭 거창한 일을 해야만 하는 게 아니다. 앞서 소개한 친절 베풀기 실험에 참여한 이들이 한 일은 뒤에 오는 사람 문 잡아주기, 버스에서 자리 양보하기, 직장 동료에게 감사 메모 남기기 같은 사소한 것들이었다. 이런 작은 친절이 척박한 심리 상태를 회복시키고, 몸을 건강하게 만든다니 놀랍지 않은가. 새해 다짐 목록에 ‘하루 세 번 다른 사람에게 친절하기’를 추가해 보는 건 어떨까. 몸과 마음의 건강은 결코 멀리 있는 게 아니다.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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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루 세 번 실천한 ‘작은 친절’, 내 몸을 살린다[최고야의 심심(心深)토크]

    “달달한 간식 드시면서 2024년에도 힘내세요.”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어린아이 글씨체로 정성껏 꾹꾹 눌러 쓴 메모 사진이 올라와 화제가 됐다. 자신을 ‘○○○호 어린이’라고 소개한 이 아이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글과 함께 사탕과 초콜릿을 아파트 엘리베이터 내부에 붙여 놓았다. 뜻밖의 선물에 감동한 주민들은 ‘미소가 절로 나오는 아침이네요!’ ‘행복했습니다’라는 답글을 남겼다. 한 주민은 세뱃돈이라며 1만 원짜리를 붙여 놓기도 했다. 연말연시엔 따뜻한 소식이 여기저기서 많이 들려 온다. 쪽방촌에 살며 폐지 주워 모은 돈을 기부한 80대 할머니, 빚 갚기도 빠듯하면서 보육원에 신발 수십 켤레를 보낸 부부 등…. 이렇게 ‘나만 잘 먹고, 잘살면 된다’는 마음을 뛰어넘어 다른 사람들에게 친절과 선행을 베푸는 소식을 접하면 기분이 좋아진다. 꼭 거액을 기부하거나 대단한 사연이 있어야만 특별하게 느껴지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종종 사소한 선물이라도 받을 때보다 줄 수 있을 때 더 마음이 풍요로워지는 경험을 한다. 심지어 이때 느끼는 따뜻한 감정은 우리 몸에 좋기까지 하다. 다른 사람에게 친절을 베풀고 이타적으로 행동하면 암, 치매, 심혈관질환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친절과 질병 예방이 도대체 무슨 상관인가 싶겠지만, 신기하게도 사실이다. 몸과 마음이 기묘하게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스트레스는 몸속 염증과 ‘짝꿍’마음이 따뜻해지는 느낌이 몸에 좋다는 것은 그와 반대 상태인 스트레스가 몸에 얼마나 해로운지를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스트레스가 몸에 미치는 악영향은 수없이 많지만, 그 가운데 하나는 염증을 유발하는 것이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뇌에서 불안을 담당하는 편도체가 과하게 활성화된다. 편도체는 불안과 관련한 신체의 신경망을 자극하고, 그러면 혈관에서는 염증이 생성된다. 몸속 염증 수치가 높다는 것은 각종 질병에 걸릴 확률이 높다는 의미다. 스트레스와 질병의 상관관계를 밝히기 위해 아흐메드 타와콜 미국 하버드대 의대 교수 연구팀은 4년간 추적 관찰 연구를 진행했다. 건강한 성인 293명을 모집해 염증 발생 여부와 스트레스 지수를 주기적으로 측정했다. 그 결과 스트레스 지수가 높은 사람들은 염증 발생 빈도가 높았을 뿐 아니라 뇌중풍(뇌졸중), 심근경색 등 심혈관질환 발생 비율이 높았다. 연구진은 “관찰 기간을 더 길게 본다면 스트레스가 암이나 치매 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래서인지 최근에는 마음 건강에 신경 쓰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마음챙김’ 명상 앱을 이용하거나 심리 상담을 받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 이보다 일상에서 좀 더 간편하게 시도해 볼 수 있는 마음 건강 챙기기 활동이 있다. 바로 남들에게 ‘친절하게 행동하기’다.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돕는 마음은 “내 삶은 꽤 괜찮다”는 긍정적인 정서를 일으키고, 다른 사람들과 연결돼 있다는 든든한 느낌을 준다.● 하루 세 번, 친절 행동 했더니 나타난 효과놀랍게도 이때 스트레스에 의해 활성화됐던 염증 반응이 약해진다. 우리 몸에는 염증을 유발하고 암이나 치매, 심혈관질환 등을 일으키는 유전자 53개가 있다. 이 무리를 통틀어 학술용어로 ‘역경에 대한 보존 전사 반응(CTRA·Conserved Transcriptional Response to Adversity)’을 일으키는 유전자라고 한다. 일종의 ‘악당 유전자’라고 이해하면 쉽다. 악당이 설치면 지구의 평화가 위협받듯, 악당 유전자가 활성화되면 몸에 염증은 늘어나고, 항바이러스 기능은 떨어진다. 이와 반대로 남들에게 친절하게 행동할 때는 긍정적 정서가 일어나고, 이는 악당 유전자의 활동을 감소시켜 건강을 지켜낸다. 이를 검증하기 위해 캐서린 넬슨코피 미 애리조나주립대 심리학과 교수 연구진은 성인 159명을 모집해 4주간 실험했다. 이들을 4개 그룹으로 나눠 첫 번째 그룹에는 다른 사람에게 하루 세 번 크고 작은 친절을 베풀라는 미션을 줬다. 지인을 초대해 음식 대접하기, 감사 편지 쓰기, 안 친한 사람에게 커피 사주기 등 본인이 원할 때, 원하는 행동을 하라고 했다. 나머지는 △자기에게만 좋은 행동하기(마사지 받기 등) △불특정 다수를 위해 좋은 일 하기(길가에 떨어진 쓰레기 줍기 등) △평소대로 살기(대조 그룹)로 나눴다. 대조 그룹을 제외하고는 마찬가지로 하루 3번, 4주 동안 이 같은 행동을 하라고 했다. 실험 전후로 혈액을 채취해 악당 유전자의 활성화 정도를 비교했다. 그 결과 4주 동안 다른 사람에게 친절을 베푼 그룹만 악당 유전자의 활성화 정도가 유일하게 감소했다. 다른 그룹은 전후 수치가 그대로이거나 아주 미세하게 증가했다.●“나만 좋으면 된다” 생각 버려야그렇다면 나 자신에게 베푸는 친절과 관대함도 비슷한 효과를 낼까? 듣기 싫은 수업을 땡땡이치거나 열량 폭탄인 달콤한 디저트를 먹거나 망설임 없이 쇼핑하기 등 내가 원하는 대로 행동하면 기분이 좋아져 스트레스가 풀릴 것 같은데 말이다. 그런데 여러 연구 결과를 보면 딱히 그렇지도 않다. 앞서 소개한 실험에서 마사지 받기 등 4주 동안 하루에 3번 자기만 즐거운 일을 한 그룹은 악당 유전자의 활동 정도가 전혀 감소하지 않았다. 게다가 쾌락적 즐거움을 추구할수록 행복감의 지속 시간은 짧다고 한다. 죄책감이 동시에 일어나 즐거움을 상쇄해 버리는 탓이다. 반면, 남에게 친절을 베푼 사람들의 행복감은 꽤 오래간다. 앞서 소개한 넬슨코피 교수 연구진의 또 다른 연구에 따르면 남에게 친절을 베푼 그룹은 실험이 끝나고 2주 후까지 행복지수가 높게 나타났다. 다른 이들이 친절에 보답하는 선순환이 일어난 결과다. ‘수업 땡땡이’ 같은 쾌락을 추구한 그룹에 속한 사람들은 행복감이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연구진은 “내가 원하는 대로 살면 행복할 거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오히려 남에게 친절을 베풀 때 더 행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인 대상 연구에서도 이와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서울대 행복연구센터에서 성인 152명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쾌락적 행복을 추구하는 사람들보다 다른 사람들과 연결되고 삶의 의미를 찾는 행복을 추구하는 사람일수록 악당 유전자의 발현 정도가 낮았다. 연구에 참여한 이성하 서울대 행복연구센터 연구원은 “이런 경향은 젊은 층보다 노년층에서 더 두드러졌다”며 “삶의 의미를 찾고, 다른 사람과 좋은 관계를 맺으면 노년기 심신 건강에 이로울 수 있다”고 말했다.● ‘삶의 의미’ 느끼는 게 핵심행복감에 영향을 주는 중요한 요인은 친절 자체라기보단 친절을 베푼 뒤 따라오는 “내 삶은 꽤 괜찮다”는 느낌이다. 또 혼자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 연결돼 있다고 느낌으로써 삶에 더 만족하게 된다. 다만 한 가지 전제가 있다. 바로 자발성이다. 누가 시켜서 하는 게 아니라 마음에서 우러난 선한 영향력을 끼칠 때 이 공식이 통한다. 어쩔 수 없어서 하는 ‘비즈니스 친절’이나 형식적 봉사는 오히려 정신노동에 가깝다. 실제로 자발적 봉사활동에 나선 사람들은 심신에 좋은 영향을 받았다. 스티븐 콜 미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의대 교수 연구에 따르면 9개월간 초등학교 1∼3학년 문제아의 학습 멘토링 봉사를 한 성인들은 시간이 갈수록 악당 유전자 활동이 저하됐다. 아이들의 학교 적응을 도우면서 자기 삶이 ‘의미 있다’고 느꼈을 뿐 아니라 아이들과 좋은 관계를 맺으면서 긍정적 영향을 받은 덕이다. 결국 다른 사람에게 친절과 선행을 베풀면 행복감이 생겨나고, 스트레스에 의해 활성화됐던 질병 유발 유전자들의 활동이 약해진다. 꼭 거창한 일을 해야만 하는 게 아니다. 앞서 소개한 친절 베풀기 실험에 참여한 이들이 한 일은 뒤에 오는 사람 위해 문 잡아 주기, 버스에서 자리 양보하기, 직장 동료에게 감사 메모 남기기 같은 사소한 것들이었다. 이런 작은 친절이 척박한 심리 상태를 회복시키고 몸을 건강하게 만든다니 놀랍지 않은가. 새해 다짐 목록에 ‘하루 세 번 다른 사람에게 친절하기’를 추가해 보는 건 어떨까. 몸과 마음의 건강은 결코 멀리 있는 게 아니다.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24-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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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장·연탄 훈훈한 나눔으로 연말 한파도 녹인다

    KT&G는 소외된 이웃들에게 김장 김치, 연탄 나누기를 통해 겨울나기를 돕는 각종 ‘연말 나눔’ 행사를 펼치고 있다. 지난달부터 지역 사회복지기관과 함께 KT&G의 본사와 지역본부 등이 지역사회에 온정을 전달하기 위해 다 같이 합심해 기부와 봉사에 나섰다. 지난달 22일 서울 성동구청 앞 광장에서 열린 ‘연말 김장 나눔’ 행사에는 KT&G 임직원을 비롯해 청년을 위한 창업 공간인 ‘상상플래닛’ 입주사, 사회복지기관 등에서 모인 총 50여 명의 봉사자들이 함께했다. 이날 봉사자들이 직접 담근 김치 500포기는 홀로 김장을 준비하기 어려운 성북구 거주 저소득층 300여 가구에 전달됐다. 이를 시작으로 KT&G는 ‘상상마당 춘천’과 ‘상상마당 부산’, 천안공장, 대구본부 등 전국 기관에서 연이어 연말 김장 나눔 행사를 진행했다. 부산에서는 ‘밴드나인즈’ ‘버닝소다’ ‘윈썸’ 등 상상마당 부산이 발굴한 뮤지션들이 김장 봉사에 참여하기도 했다. 이날 김장 봉사에 참여한 ‘버닝소다’의 보컬 박미소 씨는 “이번 연말 김장 나눔 행사는 그동안 부산에서 받았던 사랑을 시민들에게 돌려드릴 수 있는 뜻깊은 시간이었다”며 “앞으로도 상상마당과 함께하는 멋진 음악을 가지고 무대에서 만나뵐 것”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겨울철 난방 취약계층에 연탄을 지원하는 봉사활동도 이뤄졌다. 5일에는 KT&G 임직원들이 나서 서울 노원구 백사마을에 연탄 6000장을 직접 전달했다. 이를 포함해 KT&G가 전국에 기부한 연탄은 총 5만 장에 이른다. 이 연탄은 ‘연탄런(run)’을 통해 조성됐다. ‘연탄런’은 일종의 참여형 기부 활동으로, 임직원이 달리기 프로그램 참여를 인증하면 KT&G는 1인당 기부할 연탄을 조성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KT&G 임직원과 가족 총 600여 명이 인증에 참여했다. 이 외에도 ‘상상마당 논산’은 논산 지역 70여 가구에 난방용품을 전달했다. 신탄진공장에서는 지역 저소득가정에 4700만 원 상당의 기부금으로 음식 키트와 휠체어 등을 지원했다. 이번 연말 나눔 행사에 사용된 기금은 KT&G 임직원들이 자발적으로 모은 ‘상상펀드’를 통해 마련됐다. ‘상상펀드’는 2011년 출범한 KT&G의 사회공헌기금으로, 임직원들이 매월 급여의 일정 금액을 기부하면, 회사가 동일한 금액을 더하는 방식으로 조성된다. KT&G는 이렇게 조성된 기부금을 국내외 소외계층 지원과 긴급한 도움이 필요한 사회문제 해결에 활용하고 있다. KT&G 관계자는 “최근 고금리와 물가 급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외계층을 돕기 위해 연말 나눔 행사를 준비했다”며 “앞으로도 회사는 지역사회와 꾸준한 소통을 통해 ‘함께하는 기업’이라는 경영이념을 실천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23-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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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칭찬이었는데…“난 멍청해” 자괴감 부추기는 부모의 한마디는?[최고야의 심심(心深)토크]

    마음(心)속 깊은(深) 것에 관한 이야기를 다룹니다. 살면서 ‘도대체 이건 왜 이러지?’ ‘왜 마음이 마음대로 안 될까?’ 하고 생겨난 궁금증들을 메일(best@donga.com)로 알려주세요. 함께 고민해 보겠습니다.금융회사 입사 3년 차인 김수영 씨는 사무실에서 일하는 내내 심장이 두근거린다. 아무도 뭐라 하지 않는데도, 뭔가를 실수해서 혼날까 봐 불안해서다. 사소한 업무 지적이라도 당하는 날엔 수치심과 자괴감에 휩싸여 집에 와서도 끙끙거리며 일한다. 수영 씨는 “지적당한 보고서가 무능하고 쓸모없는 내 자신처럼 느껴져 부끄럽다”며 “사소한 업무 피드백도 ‘네가 멍청해서 그렇다’고 들린다”고 털어놓았다. 그런데 실제로 그는 꼼꼼하고 성실해 사내 평판이 상당히 좋다. 남이 보는 수영 씨와 스스로 생각하는 수영 씨의 모습은 왜 이렇게 다를까.수영 씨는 전형적인 ‘불행한 완벽주의자’다. 다른 사람들에게 칭찬받을 만큼 훌륭한 성과를 내지만, 정작 본인은 언제나 부족하다는 자괴감에 허덕인다. 불행한 완벽주의자들은 자신이 세운 높은 기준에 도달하지 못하면, 스스로를 멍청하고 한심한 사람으로 낙인찍는다. 아무 쏟아부어도 가득 찰 수 없는 ‘밑 빠진 독’과 같다.그렇다고 대충대충 사는 게 좋다는 말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완벽을 추구하는 사람들은 남들보다 좋은 성과를 낼 가능성이 크다. 조직 역시 이런 인재들을 선호한다. 다만 성과를 내기 위해 자신을 갉아먹으며 추구하는 완벽주의는 결국엔 득보다 실이 많다. 이런 불행한 완벽주의는 어디서부터 시작되고, 어떻게 끊을 수 있을까.“너 진짜 똑똑하다” 독이 된 칭찬“머리 좋다” “똑똑하다”란 말을 들었을 때 기분 나쁜 사람은 없다. 학구열이 남다른 한국 사회에서는 더욱 그럴지 모른다. 그런데 아이에게 이런 칭찬을 많이 하면, 불행한 완벽주의자로 크도록 씨앗을 심어주는 것과 같다.머리가 좋다는 칭찬을 많이 받고 자란 아이는 뭔가 성취를 이루면 “내가 머리가 좋아서” 혹은 “내 능력이 뛰어나서”라고 여긴다. 여기까진 괜찮다. 그런데 반대일 때가 문제다. 실패했을 땐 “내가 멍청해서” “내가 무능해서”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안타깝게도 지능은 노력해도 바꾸기 힘든 요소다. 타고난 요소 때문에 어떻게 손쓸 방법도 없이 “나는 무능하다”는 자괴감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머리 좋다”는 칭찬이 아이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구체적으로 입증한 연구를 살펴보자. 아이의 지능을 칭찬을 하지 말라는 말은 언젠가 어렴풋이 들어봤을 법하지만, 아래 소개할 연구에서는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주고 있어 자녀를 둔 부모라면 상당한 도움이 될 수 있다.캐럴 드웩 미국 스탠퍼드대 심리학과 교수 연구팀은 초등학교 5학년 어린이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고, 어려운 시험 문제를 풀게 했다. 그리고 실제 점수를 알려주는 대신 모두에게 “80점을 맞았다”고 알려주며 칭찬해줬다. 한 그룹에는 “이 문제를 풀다니 너 진짜 똑똑하구나”라고, 다른 그룹에는 “이 문제를 풀려고 정말 열심히 노력했구나”라는 칭찬을 해줬다.그런 다음 난도를 높여 2차 시험을 치렀다. 5학년이 풀 수 없는 어려운 수준이었다. 이번에도 실제 점수를 알려주는 대신 “50점을 맞았다”고 알려줬다. 첫 번째 시험보다 30점이나 떨어진 점수였다. 아이들에게 이 점수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물어봤다.앞서 지능을 칭찬받았던 아이들은 시험을 잘 못 본 이유로 “내가 능력이 부족해서”라고 답했다. 틀린 시험 문제를 집에 가서 더 풀어보고 싶냐는 질문에는 “싫다”고 답한 아이들이 많았다. 시험을 못 본 이유를 자신의 능력 부족으로 생각한 아이들은 재도전 의지가 많이 꺾이고, 문제 풀이에 흥미를 잃었다.반면 노력을 칭찬받은 아이들은 낮은 점수를 받은 이유로 “내가 노력이 부족해서”라고 답했다. 그리고 “시험 문제를 집에 가져가서 더 풀어보고 싶다”고 했다. 노력하면 결과가 변할 수 있다는 것을 알기에 다시 도전하고 싶은 의지가 생긴 것이다. 심지어 이들은 실제 점수에서도 차이가 났다. 두 번째로 봤던 어려운 시험에서 노력을 칭찬받은 아이들은 지능을 칭찬받은 아이들보다 점수가 높았다. 문제가 어려웠지만, 칭찬으로 고무돼 끈기 있게 도전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남들과 비교…성적 거짓말하기도앞서 소개한 수영 씨는 회사에서 잘못을 지적받은 보고서가 꼭 자기 모습처럼 느껴진다고 했다. 그런데 그 보고서가 진짜 수영 씨일까? 그저 수영 씨가 작업한 여러 보고서 가운데 하나일 뿐인데, 왜 자신과 동일시하는 걸까. 또 그동안 수많은 잘 쓴 보고서는 어디로 가고, 왜 이렇게 잘하지 못한 일에만 집착하는 걸까. 앞서 소개한 같은 연구진의 또 다른 연구를 보면 이유를 알 수 있다. 연구진은 초등학교 5학년 아이들을 데리고 비슷한 조건의 또 다른 실험을 했다. 이번에는 두 그룹으로 나눈 뒤에 시험을 보고, 얼굴을 모르는 다른 학교 동급생에게 시험 점수를 알려주라고 했다. 그 결과 “머리가 좋다”는 칭찬을 받은 아이들의 약 40%는 다른 학교 아이들에게 자기 점수를 더 높게 부풀려서 알려줬다. 부모님이나 선생님에게 점수를 알려주는 것도 아니고, 또래에게 공개하는 것뿐인데도 이런 결과가 나타났다. 연구팀은 “성과에 너무 신경을 쓴 나머지 다른 아이들에게 거짓말을 한 것”이라며 “성과가 곧 자신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학습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노력을 칭찬받은 아이들은 다른 아이에게 있는 그대로의 점수를 알려줬다.또 아이들에게 ‘틀린 문제를 푸는 방법’과 ‘다른 학생은 몇 점 맞았는지’ 둘 중 무엇이 더 궁금한지 물어봤다. “머리가 좋다”는 칭찬받은 아이들의 86%가 틀린 문제 푸는 방법보단, 다른 애들은 몇 점 맞았는지에 관심이 있었다. 노력을 칭찬받은 아이들은 77%가 틀린 문제 푸는 방법을 알길 원했다. 성과에 집착할수록 틀린 문제를 잘 풀어 다음에 더 좋은 성적을 받겠다고 할 것 같지만 의외의 결과였다. 자신에게 직접 득이 되는 문제 풀이 방법보단, 남의 성적과 비교하기 바빴다.연구팀은 “지능을 칭찬받은 아이들은 매우 성과 지향적이고, 실패에 극도로 취약했다”며 “이들은 과제에 흥미가 낮았고, 해결하고자 덤비는 끈기가 부족했으며, 실패 후에는 자기 비난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했다. 게다가 이들은 나중에 지능과 관련 없는 일을 하고 나서도 그 결과를 자신의 지능 탓으로 돌리기도 했다.잘해야 인정받는 ‘조건부 사랑’…완벽주의 키워어떤 부모도 자녀가 불행하길 바라진 않을 것이다. 오히려 행복하게 잘 살라고 좋은 성적, 좋은 대학, 좋은 직장을 강조한다. 이 과정에서 부모도 아이에게 미칠 영향을 잘 몰랐기에 잘못된 방향으로 칭찬하고, 성과 지향적인 삶을 강요했을 수 있다. 게다가 부모도 역시 성과 지향적인 삶을 강요받으며 자란 과정에서 완벽주의 성향을 갖게 돼 그럴 가능성이 크다. 이때 부모의 양육 태도가 권위적이기까지 하다면 자녀의 완벽주의 성향은 더욱 강해진다. 여기서 ‘권위 있는 부모’와 ‘권위적인 부모’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 세계적 아동발달학자 다이애나 바움린드는 자녀를 통제하는 정도와 애정을 표현하는 정도에 따라 부모의 유형을 구분했다. 이에 따르면, ‘권위 있는 부모’는 애정을 주면서 통제도 가하는 이상적인 부모다. ‘권위적인 부모’는 애정은 덜 주면서 혹독하게 야단치고, 엄격한 기준으로 통제하는 부모다.‘권위적인 부모’는 자녀가 뭔가 성공했을 때만 겨우 칭찬해주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자라는 아이들은 존재 자체로 사랑받는 경험을 하지 못한다. 잘해야 사랑받는 조건부 사랑에 익숙해져 실수하고, 실패했을 때 인정받지 못할까 봐 과도하게 불안해한다. 완벽함에 대한 부담 때문에 아예 시작조차 엄두 내지 못하고 해야 할 일을 미루기도 한다. “존재 자체가 기쁨”이라는 메시지 대신 “성공해야만 내 자식” 같은 암묵적 메시지로 인해 자녀는 타의적 완벽주의자가 되는 것이다. (지난 기사 참고) 또한 부모 자신의 완벽주의 성향으로 인해 “내가 못난 탓”이라고 자책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자녀도 이를 보고 배울 가능성이 크다.“100점 아녀도 괜찮아” 스스로 다독여야그러나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완벽주의 성향은 삶의 훌륭한 ‘무기’라는 점이다. 과도한 완벽주의 성향 때문에 겪는 부작용도 많지만, 이 덕분에 많은 것을 성취해 내는 것도 사실이다. 다만 ‘100%’ ‘100점’ ‘1등’과 같은 절대적인 목표는 수정할 필요가 있다. 과한 목표는 필패로 이어지기 마련이다.‘네 명의 완벽주의자’와 ‘나는 왜 꾸물거릴까?’를 집필한 이동귀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100% 대신 70%를 추구하라”고 조언한다. 70점 수준으로 대충하란 얘기가 아니다. (사실 완벽주의자들에게 ‘대충’은 더 어렵게 느껴지는 미션이다) 매사에 100%를 달성하려고 끙끙거릴 게 아니라, 진짜로 최선을 다해야 하는 일에 최대의 노력을 쏟을 수 있도록 선택과 집중을 하라는 말이다.즉, 굳이 전심전력을 다하지 않아도 되는 일에는 힘을 빼고 30% 정도는 여유를 가져도 된다. 이 교수는 “모든 일에 100% 힘을 쏟는 것은 비효율적”이라며 “심리적 에너지를 비워두는 부분이 있어야 진짜 중요한 일에 최선을 다할 수 있다”고 했다. 또 “노력으로 결과를 통제할 수 있는 일에는 노력하고, 노력으로도 어쩔 수 없는 것은 바꿀 수 없다는 것을 받아들일 줄도 알아야 한다”고 했다. 모든 일에서 완벽해지려고 노력하다 지쳐버린 건 아닌지 돌아보자. 하다못해 마트에서 작은 물건이라도 싸게 잘 사려고 한참을 비교하고, 상사에게 쓸 메일의 인사 문구를 고치고 또 고치느라 몇 분 이상을 허비하는 모든 행동이 ‘잘하고 싶어서’ 일 수 있다. 에너지를 아낄 때를 구분해야 진짜 중요한 일에 쏟을 힘이 남는다는 것을 기억하자.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23-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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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디지털서울문화예술대의 융복합 실무 인재 양성

    디지털서울문화예술대학교는 2021년 교육부 산하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이 국고로 지원하는 ‘원격대학 교육혁신 지원사업’에 선정됐다. 이에 힘입어 ‘융복합 실무 인재 양성 기반 조성을 위한 교육 혁신 모델 구축’이라는 슬로건 아래 교육과정, 교육방법, 학생지원, 산학협력, 글로컬 등 5개 부문에서 혁신을 도모하며, 대학의 전반적인 역량을 제고해 왔다. 그 결과 지원사업 3년차를 맞이해 학교의 비전, 교육 이념, 인재상을 구현하는 데 요구되는 핵심 역량과 전공 역량을 도출해 내고 이를 전공, 교양 교과와 비교과 수강을 통해 성장시킬 수 있는 체계를 마련했다. 디지털서울문예대는 학교와 학생이 공동 관리하는 학생 역량 통합 관리 시스템인 DREAMS+를 개발했다. 교수 역량 통합 관리 시스템인 e-DREAMS도 운영 중이다. 교수학습지원센터와 학생상담센터를 개소했고, 다양한 비교과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현장 직무 체험 프로그램과 실습장 활용 특강을 통해 학생이 지식뿐만 아니라 실무 능력을 함양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해외 문화 교류 프로그램과 외국어 특강, 외국어 자격증 취득 지원을 통해 학생의 글로벌 역량을 신장시키고 산업체 기술 자문과 지역사회 문화 예술 프로그램, 서비스 러닝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디지털서울문예대 관계자는 “우리 대학은 3년간 핵심 지표와 자율 지표 모두에서 목표치를 상회하는 성과를 냈다. 국내 유일한 문화예술 특성화 사이버 대학으로서 학생이 배운 지식과 기능을 사회에 환원하며, 훌륭한 인재와 인격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교육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23-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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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민대 취업률 70% 목표를 향해 달린다

    국민대의 모든 취업·진로 지원 관련 프로그램은 남을 배려하고 팀워크를 이해하는 ‘공동체 정신’과 시대와 사회의 수요에 부응할 수 있는 실무형 인재를 키워내는 ‘실용주의’ 교육철학과 맞물려 있다. 이를 바탕으로 사회 문제를 해결하고 타인의 삶을 개선할 수 있는 ‘기업가 정신’을 가진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 목표이다. 취업률은 이런 국민대의 의지를 가장 잘 반영하는 지표이기도 하다. 국민대의 취업률은 최근에 공시된 2021년 말 기준 68.9%로 코로나19의 영향을 받아 1%가 떨어졌던 2020년을 제외하면 6년간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특히 공시 취업률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강보험 직장가입자 취업률은 코로나19에도 한 번도 하락한 적 없이 계속 상승해 올해는 60.8%를 달성했다. 건강보험 직장가입자 취업률 상승 결과최근 국민대의 공시취업률은 한 해 졸업생 2000명 이상전국 대학교 중 상위 20% 안에 해당한다. 역시 졸업생 2000명 이상 서울 지역 대학 중에선 최근 3년간 연속 10위 이내(2019년 10위, 2020년 9위, 2021년 8위)에 포함될 정도로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국민대 취업률 상승의 가장 큰 원인이자 차별화된 특징은 조기에 진로를 설정할 수 있도록 돕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운영되고 있다는 점이다. 2017년 직제 개편을 통해 기존 학생처 소속 경력개발센터를 총장 직속 경력개발지원단으로 바꾸고 지원단 내에 진로지원센터, 취업지원센터, 현장실습지원센터 등을 신설했다. 취업 지원 프로그램에 비해 상대적으로 다양하지 못했던 진로 지원 프로그램을 강화해 많은 학생이 쉽게 진로 탐색을 할 기회를 제공했다. 이에 따라 학생들은 취업 역량을 강화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현장 실습 등을 통해 실무 경험을 쌓는 단계를 거쳐 원하는 곳에 취업하면서 자연스럽게 취업률이 상승한 것이다. ‘동문 참여 취업 지원 서비스’도 취업률 상승을 견인하는 특화된 프로그램이다. 진로 및 취업과 관련해서 학생들이 가장 신뢰하는 정보는 본인 전공 졸업 선배들의 조언과 진출 분야이다. 국민대는 취업한 동문의 정보를 활용한 다양한 지원 서비스를 연계 운영하고 있다. 졸업한 동문은 ‘취업자 자기 등록’과 ‘동문 멘토/강사 자기 등록’을 통해 경력개발지원단 시스템 등록이 가능하다. 등록된 동문들은 매 학기 진행되는 ‘동문 초청 릴레이 특강(취업 노하우 강의 및 질의응답)’의 강사로 나서게 된다. 동문 선배들은 ‘K-Star 인터뷰’, 매 학기 발간하는 기업정보지 ‘K-리포트’ 인터뷰에 참여하는 등 선후배간의 소통을 확장하고 있다. 각 학부, 과, 전공별 로드맵을 포함해 동문이 직접 등록한 취업 노하우, 동문과 학생이 질의응답이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해 학생들에게 실질적인 취업 상담에 도움될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을 설계하고 있다. 졸업한 동문들은 “취업에 유리한 자격증, NCS특강 등 경력개발지원단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들을 충분히 활용하면 취업에 있어서 개인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입을 모은다. 6년간 꾸준히 상승하며 궤도에 오른 취업률을 70%까지 끌어올리는 데 박차를 가하겠다는 것이 국민대의 목표다. 이를 실현함과 동시에 경력개발지원단의 진로·취업 교육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국민대는 2024년부터 신입생 필수 교과목에 진로 교육 시간을 3배로 늘리고, 매 학기 약 100개 정도 개설되는 ‘사제동행 세미나’ 수업에 진로 및 취업 교육 프로그램을 포함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23-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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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이버대학 비수도권 순위 1위 건양사이버대

    건양사이버대학교는 올해 전국 4년제 대학 중 최초로 ‘다학점 이수과정’을 도입, 3년 만에 졸업이 가능하도록 학칙과 규정을 정비했다. 전국 22개 사이버대 중 가장 늦은 2012년 개교했지만 ‘진리탐구, 역사창조, 인류봉사’를 건학이념으로 삼고, ‘가르쳤으면 책임져야 한다’는 교육철학을 바탕으로 지난 10여 년간 수많은 국고 사업에 선정되는 등 급성장하고 있다. 최첨단 LMS 시스템을 통해 언제 어디서든 PC, 스마트폰을 활용해 100% 온라인 수강 및 시험 응시가 가능하다. 등록금 부담 없이 대학에 다닐 수 있도록 모든 신·편입생에게 장학금 수여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건양사이버대와 업무협약을 체결한 기관·단체·고교·전문대학 등에 소속된 구성원이 입학 시 4년간 수업료 25% 감면, 2학년 입학 시 3년간 30% 감면, 3학년 입학 시 2년간 수업료 30%를 감면받을 수 있다. 3년 이내 특성화고·일반계고·방송통신고·검정고시 졸업(합격)자의 경우 입학 시 3년간 수업료 30% 장학금 혜택을 받을 수 있으며 산업체 위탁 협약을 체결한 기관의 구성원은 수업료의 50% 이상을 감면 받을 수 있다. 정부 지원 국가장학금도 중복 수혜가 가능하다. 고졸 학력 이상이면 수능점수, 학생부 점수 관계 없이 누구나 지원할 수 있다. 전문대 졸업자 및 4년제 대학 35학점 이상 이수 시 2학년 편입생으로, 4년제 대학에서 2년 또는 4학기 이상 수료하고 70학점 이상 이수 시 3학년 편입생으로 지원할 수 있다. PC와 모바일을 통해 입학지원센터에 접속해 지원할 수 있다. 자세한 문의는 전화로 가능하다.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23-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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