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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 현경대 수석부의장(장관급·사진)이 1일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2012년 19대 국회의원 선거 때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최근 검찰의 소환조사를 받았다. 현 부의장은 이날 오후 민주평통 자문위원들에게 보낸 e메일에서 “2012년 총선 당시 1000만 원을 수수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석부의장직을 계속 수행하는 것이 민주평통에 누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사임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앞으로 모든 의혹이 말끔히 해소돼 명예가 회복되는 그 순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현 부의장의 사의 표명은 청와대와 사전 조율을 거친 것으로 알려졌다. 현 부의장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의정부지검 형사5부(부장 권순정)는 현 부의장에 대한 기소 여부를 다음 주 중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5선 의원 출신인 현 부의장은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당시 원로자문그룹이었던 ‘7인회’ 멤버다. 현 부의장은 박근혜 정부 출범 직후인 2013년 5월 민주평통 수석부의장에 임명됐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3주째 공식 석상에서 사라진 북한의 권력 핵심 실세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75·사진)이 척추 수술을 받고 해외에 체류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대북 소식통은 1일 “황병서가 허리(척추) 병이 악화돼 신병 치료차 해외에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체류지는 아시아 국가인 것으로 알려졌다. 총정치국은 북한군을 감시, 통제하는 핵심 기관이다. 황병서는 조만간 북한으로 돌아갈 것으로 보이지만 척추 상태가 매우 안 좋아 거동이 불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총정치국장에서 물러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전에도 척추 치료를 받은 적이 있는 그는 지난해 10월 인천 아시아경기대회 폐막식과 올해 판문점에서 열린 8·25 남북 고위급 접촉 때도 허리에 복대를 착용했다고 한다. 이에 따라 황병서가 건강 문제로 물러나고 최근 급부상하는 조용원 노동당 조직지도부 부부장 등 신진 세력으로 세대교체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지난달 북한 금강산 지역에서 열린 남북 이산가족 상봉 행사에 참여한 한국 측 가족 가운데 24%가 일회성 상봉으로 인한 후유증을 겪고 있는 것으로 30일 나타났다. 대한적십자사가 상봉 행사에서 북한 측 가족을 만난 이산가족 412명을 대상으로 상봉 뒤 건강과 심리 상태를 조사한 결과 24%가 일상생활에 불편을 느낀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 불면증(11%), 무력감(7%), 건강 악화(7%), 북한 가족에 대한 그리움(5%), 우울증(5%)을 꼽았다. 상봉 뒤 심정을 묻는 질문에 61%가 ‘기쁘다’고 답했으나 39%는 ‘기쁘지 않다’고 답했다. 기쁜 이유로는 ‘죽은 줄 알았는데 살아 있는 것을 확인해서’(35%), ‘잘 사는 것을 확인해서’(26%), ‘평생 한을 푼 것 같아서’(17%), ‘통일에 대한 기대감’(11%) 등이 꼽혔다. 기쁘지 않은 이유로는 ‘북의 가족이 고생해온 것 같아서’(19%), ‘상봉시간이 짧아 아쉬웠기 때문에’(17%), ‘마지막 만남이라는 생각 때문에’(15%) 등이 나왔다. 이산가족들은 상봉 행사에서 개선할 점으로 ‘상봉 기간에 계속 같이 있게 해줘야’(58%), ‘행사성이 아닌 개별적인 가족 대 가족 만남이 돼야’‘48%), ’금강산 이외의 장소에서 상봉 희망‘(29%), ’상봉 시간과 횟수 증가‘(20%) 등을 지적했다. 3일 상봉 시간 동안 6차례에 걸쳐 12시간밖에 만나지 못하는 현재의 상봉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 것이다. 이산가족들은 앞으로 ’이산가족 문제의 해결을 위해 편지교환 제도화‘(61%), ’상봉 정례화‘(36%), ’거동 불편자를 위한 화상상봉 제도화‘(35%), ’생사 및 주소 확인‘(23%) 등이 이뤄지길 원했다.윤완준기자 zeitung@donga.com}

북한이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해 온 ‘화전양면(和戰兩面·화합을 꾀하면서 전쟁을 준비한다는 뜻)’ 카드를 또 꺼내 들었다.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시험 발사한 정황이 포착된 28일은 남북이 26일 밤 12시 당국회담 개최에 합의한 지 48시간도 안 된 시점이기 때문이다. SLBM 발사는 유엔이 채택한 대북 제재 결의에 대한 명백한 위반 행위다. 다음 달 11일 남북 차관급 당국 간 회담을 코앞에 둔 시점에서 북한이 또다시 우리의 대응을 시험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北매체, 5월과 달리 관련보도 안해 군 당국은 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이번 SLBM 사출시험을 참관했을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봤다. 북한 노동신문은 27일 김정은이 강원 원산의 구두공장을 방문했다고 보도했다. 신포급(2000t급) 잠수함이 있는 함경남도 신포 조선소와 원산은 하루 만에 오갈 수 있는 거리다. 북한 매체들은 29일까지 관련 보도를 하지 않았다. 5월 발사 당시 대대적 보도를 한 것과 달리 이번엔 실패했기 때문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군 당국은 북한이 이르면 2~3년 안에 SLBM을 전력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이 비대칭 전력인 SLBM 실전 배치에 성공하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보다 더 은밀한 방법으로 한반도 등을 기습 타격할 수 있는 발사 수단을 갖추게 된다. 북한은 앞으로도 SLBM을 잠수함 내 발사관에서 무사히 내보내는 사출시험을 수십 차례 계속할 것으로 군 당국은 전망했다. 5월 북한이 SLBM 사출시험에 처음 성공했을 때 ‘북극성-1’이라고 적힌 모의 탄도탄은 신포 앞바다 수중에 있던 잠수함의 수직발사관에서 나와 수백 m를 날아갔다. 북한은 28일 전보다 거리와 발사각 등에서 진전된 시험을 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개발 중인 SLBM 발사 방식은 보호캡슐이 물 밖으로 나온 뒤 깨지면서 탄두가 점화되는 ‘콜드 론칭(Cold Launching)’이다. 적의 레이더 포착을 피하는 능력이 뛰어나고 작은 잠수함에서도 발사할 수 있어 위협적이다. 북한이 SLBM을 개발하면 발사관이 1개밖에 없는 현재의 신포급 잠수함보다 크고 발사관을 3개 설치할 수 있는 3000t급 이상의 잠수함 개발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北 당국 회담 합의 직후 안보리 결의 위반 한국과 미국은 5월 북한의 SLBM 발사 때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명백히 위반한 것이라고 규정했다. 북한은 다음 달 열리는 당국 간 회담과 관련해 “남북 대화를 하고 싶으면 SLBM 발사를 문제 삼지 말라”는 메시지를 던지면서도 대화의 주도권을 행사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북측은 26일 남북 실무접촉에서 남측의 대북 대결 태도 때문에 남북 관계 개선이 안 된다면서 공동보도문에 ‘남북 대화 분위기 조성’ 항목을 넣자고 주장했다. SLBM 발사 비판도 “남북 관계 개선을 저촉하는 대결적 언행”으로 몰아붙일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29일 SLBM 발사에 대해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5월 발사 때 박근혜 대통령이 외교안보장관회의를 주재해 “한반도는 물론 동아시아 안정을 저해하는 심각한 도전” “북한이 도발할 경우 단호하게 응징하라”고 지시한 것과는 사뭇 다른 대응이다. 대화 국면이라는 점을 감안한 조치 아니냐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남북 대화를 안 할 수 없지만 비판은 해야 하는 한국과 대화와 상관없이 무력 증강을 계속하겠다는 북한을 둘러싼 복잡한 변수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윤완준 zeitung@donga.com·정성택 기자}
남북이 다음 달 11일 차관급 당국회담 개최에 합의함으로써 일단 대화의 물꼬는 텄다. 다만 회담 의제를 둘러싼 남북의 시각차가 워낙 커 정부 내에서도 당국회담의 지속 가능성을 잘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이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27일 실무접촉 합의 배경에 대해 “연내에 당국회담을 성사시키는 실리적 측면에 무게를 뒀다”고 설명했다.○ 이산가족 얘기 없이 금강산 강조한 북 북한은 실무접촉 공동보도문에 금강산 관광 재개를 당국회담 의제로 명기하자고 강하게 주장했다. 또 남측의 대북 대결 태도 때문에 남북관계 개선이 안 된다면서 남측의 태도 변화를 전제로 한 ‘남북 대화 분위기 조성’도 공동보도문에 포함하자고 했다. 한국 측에 북핵 포기를 촉구하거나, 북한 인권 개선을 요구하지 말고 군사훈련도 하지 말라는 뜻이다. 그러면서도 5·24조치 해제를 주장하지 않은 것은 천안함 폭침 사건을 인정할 뜻이 없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북한 측은 체육 등 민간교류에는 관심을 보였다. 북측은 한국이 원하는 이산가족 문제는 아예 꺼내지 않았다고 한다. 한국 측이 ‘왜 이산가족 문제는 거론하지 않느냐’며 시급성을 강조하자 그제야 “(남측이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안다”는 식으로 답했다. 정부는 금강산 관광 재개가 쉽게 해결될 사안이 아니라고 보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2011년 일방적으로 공표한 금강산국제관광특구법 문제 해결을 비롯해 신변 안전 보장 및 재발방지 약속 등을 해야 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속도를 내기 어렵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산가족 문제 해결과 금강산 관광 문제를 둘러싼 담판이 회담 정례화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남 “2013년 되풀이 안 돼”, 북 “청와대 나올 거냐” 정영태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포괄적인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서는 차관급보다 장관급 당국회담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8·25 남북 고위급 접촉 때 필요하면 김관진 대통령안보실장, 홍용표 통일부 장관과 북한 황병서 총정치국장, 김양건 당 비서의 ‘2+2’ 협의체를 다시 가동할 수 있다는 남북 공동의 인식이 있었다”며 “이번 접촉 때도 북측이 ‘당국회담이 잘 안되면 (레벨을) 올려 할 수 있다’고 했다”고 전했다. 대화가 교착되면 ‘2+2’나 홍 장관-김양건의 ‘통-통 라인’으로 급을 높여 풀어 나가겠다는 구상이다. 북한은 당국회담에 나설 ‘부상급(차관급)’이 어느 정도인지 분명히 밝히지 않았다. 한국 측은 황부기 통일부 차관이 수석대표가 될 것임을 설명했다. 이어 2013년 6월 당시 격(格) 논란이 재연되는 것을 막기 위해 통일전선부 부부장 등 남북관계에 책임 있는 인사가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 측이 “지난해 2월 차관급 남북 고위급 접촉 때 원동연 통전부 부부장이 나왔다”고 상기시키자 북측은 “그럼 (그때처럼) 대통령국가안보실 제1차장이 나올 거냐”고 맞받아쳤다. 북한은 27일 합의 소식을 짤막하게 보도하면서 공동보도문에 명시된 ‘차관급’ 얘기는 뺀 채 “당국회담”이라고만 표현했다. 실무접촉에 나섰던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27일 대변인 담화를 통해 “공포정치니 독재정치니 하는 말은 최고존엄(김정은)에 대한 참을 수 없는 모독”이라고 비난했다. 회담 결과에 대한 비난이라기보다는 26일 김정은의 독단적 리더십을 지적한 국가안보전략연구원 학술회의 보도를 문제 삼은 것이다.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한국 정부가 26일 남북 당국 간 회담 개최를 위한 실무접촉에서 내놓은 수석대표 ‘카드’는 차관급 대표였다. 북한이 거부 반응을 보인 홍용표 통일부 장관과 김양건 북한 노동당 비서 겸 통일전선부장 간 ‘통-통 라인’을 고집하지 않고 당국 회담 성사를 위한 현실적 방안을 택한 것이다. 남북 정례대화의 틀을 복원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본 것이다. 북한도 이날 실무접촉에서 ‘차관급 당국 회담’이라는 큰 틀에서 이견이 없었다. 다만 차관급 회담에 나설 북한 인사의 급을 두고 남북이 시각 차이를 드러냈다. 당국 회담의 격과 의제에 대해 남북이 완전히 평행선을 달린 것은 아니지만 차관급의 격과 당국 회담의 의제를 놓고 신경전을 벌인 것. 결국 남북은 여타 실무적 문제들은 판문점연락사무소를 통하여 협의하기로 했다. 이날 남북 실무접촉 수석대표인 김기웅 통일부 남북회담본부장(1급)과 북한 황철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서기국 부장은 만났다가 헤어져 서울과 평양의 훈령을 기다리는 마라톤협상을 반복했다. ○ 정부, 협상서 ‘차관급 회담’ 카드 제시 정부는 ‘통-통 라인’이 당국 회담의 수석대표로 이상적이라고는 생각해 왔다. 남북 관계를 책임지는 수장들이 만나야 실질적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런 틀이 정례화되면 합의 사항을 이행할 분야별 분과위원회로 넘기는 운영체계를 만들겠다는 구상도 갖고 있다. 하지만 북한은 김양건이 장관급보다 격이 높다고 거듭 주장했다. 이런 상황에서 김양건만 고집해 소모적 논쟁을 되풀이하기보다는 당국 회담 개최를 통한 실질적인 남북 관계 개선이라는 실리를 찾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셈이다. 홍 장관이 나서지만 김양건이 안 나오는 상황이 벌어지면 국민이 납득하기 어려운 만큼 아예 차관급으로 출구를 찾기로 한 것. 북한도 이날 회담에서 차관급인 내각 부상을 당국 회담 수석대표로 들고 나왔다. 하지만 한국 측은 통일부 차관을 수석대표로 생각한 반면 북한은 청와대 인사가 당국 회담 수석대표로 나와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남북은 합의문에 당국 회담에 나설 차관급 인사가 누구인지 적시하지 못했다. 당국 회담 개최까지 남북이 판문점 직통전화를 통해 협의하기로 했으나 실무접촉 과정으로 볼 때 난항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 당국 회담 개최 장소는 8·25합의에서 서울-평양 교차 개최를 명시했으나 북한 측이 교차 개최에 난색을 표하면서 개성공단으로 확정됐다. 북한은 개성공단 금강산 등을 회담 장소로 주장해, 개성공단 확대, 금강산 관광 재개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의제도 양측 의견이 달라 쟁점이었다. 한국 측은 이산가족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제시한 반면에 북한은 금강산 관광 재개 등을 꺼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금강산 관광 문제에 대해 구체적으로 논의할 것을 요구했다. 결국 남북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현안 문제”라는 포괄적 의제를 정하는 수준에서 합의했다. 북한은 회담이 시작된 뒤 “남측이 북핵, 인권, 군사훈련 등을 통해 대북 적대 대결 자세를 버리지 않고 있다”고 비난한 것으로 전해졌다.○ 차관급 당국 회담으로 실질 협의 의문도 우리 정부가 당국 회담 성사를 위한 실리를 찾은 것으로 풀이되지만 차관급 당국 회담으로 남북 간 산적한 현안을 실질적으로 풀어가기 어렵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8·25 합의에서 서울 평양 교차 개최를 통해 당국 회담을 정례화하기로 했음에도 개성공단으로 장소를 정한 것은 남북이 8·25 합의를 깨뜨린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차관급 당국 회담이 자칫 일회성에 그칠 수도 있다.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영결식이 열린 이날 북측 대표단은 YS에 대한 조의를 표하지 않았다. 북한 관영매체들도 이날까지 YS 서거에 대한 직접적 언급이나 조의를 표하지 않았다.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선 조의를 표했던 것과 대조적이다.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다음달 11일 제1차 남북당국회담이 개성공단에서 열린다. 2007년 5월 서울에서 남북장관급 회담이 열린 뒤 8년 7개월 만에 당국간 회담 정례화의 물꼬를 튼 셈이다. 26일 남북은 8·25 고위급 접촉 합의 사항인 당국 간 회담 개최를 위한 실무접촉을 열고 이같이 합의했다. 회담 의제는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현안 문제로 정했다. 남북은 이날 오후 12시 50분부터 자정까지 11시간에 걸친 마라톤 협상 끝에 당국 회담을 성사시켰다. 다만 누가 차관급인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어 합의문에 넣지 못했다. 남측은 통일부 차관을 수석 대표로 하는 당국 회담을 열자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도 내각의 부상(차관급)을 수석대표로 내세워 차관급에는 의견이 모아졌다고 한다. 다만 북한은 청와대의 차관급 인사가 대표로 나올 것을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내가 ‘벽’을 ‘문’이라고 하면 열고 들어가는 자세가 필요하다.”(올해 1월) “내가 ‘하나’를 하라고 하면 ‘열’을 하고 싶어도 ‘하나’만 하라.”(지난해 4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가 측근들에게 이런 협박성 지시를 했다는 전언이 나왔다. 무조건 충성을 강요하는 것이다. 측근들을 수시로 처형, 숙청하는 ‘공포통치’로 지탱해 온 김정은 리더십의 단면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원장 유성옥) 이수석 통일전략연구실장은 25일 미리 배포한 ‘김정은 정권 4년 평가와 남북관계 전망’ 발표 자료에서 이같이 밝혔다. 세미나는 26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다. 자료에 따르면 김정은(31)은 황병서(75)와 최룡해(65) 등 나이 많은 핵심 권력 엘리트들에게 “야, 이 ××야” “(내가 너희를) 처형할 줄 알아” 등의 막말을 서슴지 않았다고 한다. 이 실장은 “신뢰도가 높은 대북 소식통이 확인해준 내용”이라며 “김정은의 현장 시찰 때 나온 말로 보인다”고 말했다. 황병서는 올해 김정은에 대한 맹종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알았습니다’라는 제목의 노래를 보급했다고 한다. 김일성 시대에 불렸던 노래를 리메이크해서 북한군에 노래 부르기를 지시했다는 것이다. “수령님 위하여/당을 위하여/충성의 대답소리 높이 울려라/‘알았습니다’”로 시작하는 이 노래는 “우리는 대답한다/오직 한마디/‘알았습니다’”라는 후렴구가 반복된다. 이 실장은 “김정은이 집권한 2011년 12월 이후 4년간 130∼140명의 간부가 처형된 것으로 추산된다”고 전했다. 김정은이 제왕적 우월의식과 독단에 빠져 자신의 지시에 무조건적인 복종과 집행을 강요하고 있다는 얘기다. 북한의 공장 가동률은 30% 이하로 떨어진 상태다. 주민들의 사(私)경제가 급성장해 북한 경제의 40%를 차지하고, 시장에서 외화 사용 비중도 50% 이상으로 늘었다고 한다. 이 실장은 “북한 당국의 경제 장악력이 약화돼 체제 이완 현상이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 집권 이후 숙청된 북한 간부가 10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에 정통한 대북 소식통은 23일 “북한 김정은 체제가 2011년 출범한 이후 당·정·군 간부 100명 이상이 숙청됐다”며 “김정은의 아버지 김정일 집권기와 비교해 많이 늘어난 수치”라고 밝혔다. 이 소식통은 “이 때문에 북한 간부들 사이에 김정은의 지도력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최근 탈북한 북한 보위 세력의 핵심 간부는 자신의 친구가 2013년 처형된 김정은의 고모부 장성택에게 충성 자금을 바쳤다는 소문만으로 처형되는 걸 보고 탈북을 결심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특히 “김정은은 어린 나이라는 콤플렉스 때문에 나이 든 측근들에게도 ‘이 XX야’ ‘너 죽고 싶어’ 등의 욕설을 하는 것으로 안다”며 “김정은의 이런 즉흥적인 리더십 때문에 권력 엘리트의 이완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소식통은 “겉으로는 김정은의 권력이 공고한 것처럼 보이지만 내부는 안정적이지 않다”며 “북한 내부적으로는 김정은 집권 이후 국가 전체를 총동원하면서 내구력을 소진할 대로 소진한 상태”라고 평가했다. 이 소식통은 “예전에는 북한에서 밑으로부터의 혁명이 어렵다고 봤지만 북한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그는 “북한에 보급된 휴대전화가 약 360만 대에 달한다”며 “북한에서도 ‘재스민 혁명’(아랍의 봄)이 가능하다고 본다”고 전망했다.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통일부는 20일 남북 당국 회담의 실무접촉 준비에 착수했다. 우선 정부의 제안에 무반응이던 북한이 전격적으로 당국 회담에 나선 배경을 파악하는 데 집중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북-중 관계, 대미 관계, 남북 관계의 ‘3각 대외관계 개선 전략’을 정비한 데 따른 포석으로 평가했다.○ “흡수통일 않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해 달라” 정부 관계자는 20일 “경제발전이 필요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가 대외관계 개선 차원에서 남북 대화 개시 시점을 고민한 끝에 타이밍을 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달 방북한 류윈산(劉雲山) 정치국 상무위원은 김정은에게 남북 관계 개선을 직접적으로 촉구했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북-중 관계 개선,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방북을 활용한 대미 관계 개선, 남북 관계 개선을 통해 ‘김정은식 대외관계 정상화’의 큰 판을 짜겠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익명을 요구한 소식통은 “류윈산 방북 이후 정부가 한중 정상회담 등 각종 계기를 통해 중국에 ‘흡수통일 의사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이를 북한에 전해 달라고 했다”며 “북측이 중국으로부터 이런 메시지를 전해 받은 것도 실무접촉에 나선 배경 중 하나일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이날 오전 10시 접촉을 제의한 뒤 30여 분 만에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공개한 것은 국제사회에 보내는 메시지로 보인다. 정영태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국의 제의에 응하는 게 아니라 남북 관계 개선을 김정은이 주도하는 모양새로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3차례 제의에서 판문점 한국 측 평화의 집을 제안했으나 북한은 이번에 북한 측 통일각을 주장해 관철시켰다.○ “남측이 태도 안 바꿨다”며 신경전 가능성 26일 실무접촉이 열리면 당국 회담의 격(格)이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당국 회담을 홍용표 통일부 장관과 김양건 당 비서 겸 통일전선부장의 ‘통-통 라인’ 등으로 고려하고 있다. 당국 회담을 정례화해 여기서 합의한 현안들을 이행할 분야별 분과위원회 체계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정부는 이날 북한의 제의를 수용하면서 보낸 통지문을 홍 장관 명의로 김양건에게 보냈다. 북한이 ‘남측 정부 책임론’을 들고나올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대북전단 살포, 북한 인권 논의 중단 등 “대결 태도를 바꾸는 게 먼저”라며 신경전을 벌일 수 있다는 것. 금강산관광 재개, 5·24조치 해제를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정부는 이산가족 문제의 근본적 해결 방안을 비롯해 대북 민생협력 등 교류협력의 제도화, 비무장지대(DMZ) 생태평화공원 등을 우선적으로 다룰 생각이다. 정부는 실무접촉에 김기웅 통일부 남북회담본부장(1급) 등 3명을 내보낸다. 북한은 조평통 서기국 부장 등 3명이 나오겠다고 통보했다. 2013년 6월 당국 회담을 위한 실무접촉 때 나온 김성혜 부장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남북은 26일 판문점 북한 측 통일각에서 남북 당국 간 회담을 위한 사전 실무접촉을 열기로 합의했다. 정부의 3차례 예비접촉 제안에 침묵해 오던 북한이 20일 오전 판문점 연락관 직통전화를 통해 실무접촉을 전격 제의했고 정부가 4시간도 안 돼 신속하게 수용한 것. 대통령국가안보실과 통일부는 해외 순방 중인 박근혜 대통령의 재가를 얻어 전통문을 보냈다. 남북은 8·25 고위급 접촉 합의 이후 3개월 만에 대화를 재개할 수 있게 됐다. 실무접촉에서 남북은 당국 간 회담 수석대표의 급과 시기, 장소를 비롯해 회담 의제를 협의할 예정이다.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북한이 최근 자본주의 방식인 이윤 보장과 자율 경영을 내걸고 나진선봉 경제특구(경제무역지대)에 154억8068만 달러(약 18조1400억 원)를 유치하겠다는 개발 계획을 공개했다. 전문가들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가 중국 기업들의 진출이 늘어나는 나진선봉 경제특구에 투자 유치를 꾀하려는 시도로 평가했다. 나진선봉 특구는 1991년 선포됐지만 24년간 별다른 개발이 없었다. 18일 북한의 대외선전 웹사이트인 ‘내나라’에는 나진선봉 경제특구에 9개 산업구와 10개 관광지를 포함해 개발한다는 청사진이 떠 있다. 북한은 투자 정책을 소개하면서 “합법적인 이윤과 재산 등 소득을 제한 없이 경제무역지대 밖으로 내갈 수 있다”며 “기업은 경영, 가격 등을 독자적으로 정할 수 있고 기업의 경영활동에 비법(불법)적 간섭을 할 수 없다”고 소개했다. 겉으로는 북한에 투자한 외국 자본의 자유로운 활동을 보장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조봉현 IBK기업은행 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지난달 10일 류윈산(劉雲山) 중국 공산당 상무위원의 방북 이후 이런 계획을 올린 것으로 안다”며 “경제 개방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북한이 ‘불법 입경’ 협의로 체포한 한국인 1명을 17일 판문점을 통해 송환했다고 통일부가 밝혔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이 17일 오전 ‘이모 씨(48)가 9월 30일 북한 지역에 불법으로 입경하다 단속됐다’며 송환 의사를 밝혔다”고 전했다. 북한은 이날 오전 9시 45분 이충복 적십자회 중앙위원회 위원장 명의의 전화통지문을 보냈다. 이 씨는 이날 오후 4시 반 판문점을 통해 돌아왔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 씨는 (중국을 통해) 압록강으로 북한에 들어가려고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며 “북한은 인도적 견지에서 돌려보낸다는 말 이외에 이 씨의 행적에 대해 밝히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정부는 북한이 송환 의사를 알려오기 전까지 이 씨가 입북했는지 알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이 씨의 입북 경위와 북한 내 행적 등을 조사한 뒤 사법 처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북한이 이날 한국인 1명을 송환했지만 올해 간첩죄를 적용해 무기노동교화형을 선고한 김정욱 선교사, 김국기 최춘길 씨 등 3명은 여전히 억류 중이다. 통일부는 “정부는 북한이 우리 국민을 송환한 것을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며 “아직까지 북측에 억류 중인 우리 국민을 조속히 석방해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낼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이번 주 내에 평양을 전격적으로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다고 연합뉴스가 15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유엔의 고위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어 ‘이번 방북이 반 총장 쪽의 요청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북한 쪽 초청에 따른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유엔 사무총장이 유엔 회원국인 북한을 방문하면서 최고 지도자와 만나지 않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반 총장과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간 양자회동도 시사했다. 이에 대해 스테판 뒤자리크 유엔 대변인은 “반 총장은 한반도의 (남북)대화, 안정과 평화 증진을 돕기 위해서 어떤 역할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늘 말해 왔다. (그러나) 반 총장의 북한 방문 계획과 관련해서는 현재로서는 할 말이 없다”고만 밝혔다. 유엔 고위 관계자는 16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북한 방문 추진은 ‘복잡한 방정식’과 같다. (방문) 시기를 단정적으로 명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북한 측과 방북 문제가 논의되는 것은 맞으나 최종적인 결정이 내려지기까지 난관이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상황에 따라선 ‘금주 방북’이 어려울 수도 있다는 얘기다. 반 총장은 5월 21일 북한 개성공단을 방문하기로 하고 공식 발표까지 했으나 막판 북한의 거부로 방북이 좌절된 적이 있다. 그 뒤 올해 11월 방북설이 돌기도 했다. 유엔 소식통들은 “반 총장의 구체적 방북 일정은 확인되지 않고 있으나 11월 안에 방북이 이뤄질 가능성이 매우 큰 것 같다”고 말했다. 만약 반 총장의 방북이 성사될 경우 1979년 쿠르트 발트하임 사무총장, 1993년 부트로스 부트로스갈리 사무총장의 평양 방문에 이어 유엔 사무총장으로서는 세 번째 방북이 된다. 외교 전문가들은 “평양 방문이 이뤄진다면 김정은의 의지가 강하게 담긴 것으로 봐야 한다”며 “국제사회의 상징적 인물인 유엔 사무총장과의 만남을 통해 미국 등 주요 관심 국가들에 메시지를 전하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16일(현지 시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리고 있는 터키에서 반 총장의 방북 여부를 묻는 질문에 “처음 듣는 얘기로 아는 바가 없다”고 답했다. 뉴욕=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 / 윤완준 기자}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임기가 1년 2개월 남았는데 일이 잘 풀린다면 그가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한) 중재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반 총장의 최측근으로 불리는 오준 주유엔 한국대표부 대사는 지난달 20일 미국 헤리티지재단이 연 한 토론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5월 개성공단 방문이 북한의 돌연 입장 번복으로 무산된 이후 반 총장이 임기 내 방북을 재추진하고 있음을 시사한 발언이었다. 그로부터 한 달도 채 안 된 16일 반 총장의 방북 계획이 보도됐다. 세부 일정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정치권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여권 주류 일각의 ‘반기문 대통령-친박 국무총리’ 개헌 시나리오가 불거진 직후여서 더욱 그랬다.○ 반 총장, 지속적인 방북 추진 반 총장은 2007년 취임 이후 기회가 있을 때마다 “북한을 방문할 생각이 있다”고 말해 왔다. 실제 방북을 지속적으로 타진했다. 톰 플레이트 전 로스앤젤레스타임스 논설실장도 반 총장과의 대담을 펴낸 책에서 반 총장이 2009년 방북 일자까지 확정한 상태에서 북측 요청으로 회담이 불발된 사연을 소개하기도 했다. 5월 개성공단 방문이 무산된 뒤에도 성사 노력은 계속됐다고 한다.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반 총장은 뉴욕 유엔 사무총장실과 북한 유엔대표부 채널을 통해 여러 차례 북한에 방북 의사를 타진했고 방북 시점을 조율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 외교 전문가는 “반 총장의 방북이 성사된다면 북한의 요구보다 반 총장의 방북 의지에 따른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 반 총장의 행보를 예의 주시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한국인 유엔 사무총장의 첫 방북은 꺼지지 않는 ‘반기문 대망론’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 반 총장이 남북 관계에서 업적을 쌓아 대권 초석을 다지려는 일련의 ‘정치 플랜’을 가지고 움직이는 게 아니겠느냐는 것이다. 아직 단언할 수는 없지만 이번에 반 총장이 방북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를 만난다면 ‘통일·외교’를 콘텐츠로 차기 대선후보군에 오를 수 있다. 특히 뚜렷한 차기 주자가 보이지 않는 친박계가 지난해부터 꾸준히 ‘반기문 띄우기’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 대망론은 더욱 탄력을 받을 수 있다. 반 총장 주변에서는 외교 그룹을 주축으로 고위 관료 출신과 일부 전직 국회의원들이 가세해 자문그룹을 구성했다는 말도 나온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반 총장이 실제 대권에 도전할 것인지와 별개로 ‘반기문 카드’가 내년 총선 이후 여권 내에서 다목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김정은에게 “회담 나오라”는 메신저 되나 북한은 최근 북-중·남북 관계 등에서 대외관계 개선을 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김정은이 반 총장을 통해 유엔 등 국제사회와 협력할 의사가 있음을 밝힐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정부도 반 총장의 방북이 남북 관계 개선의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유엔 사무총장 자격이기는 하지만 반 총장이 남북 관계 개선에 역할을 하고 싶다고 수차례 얘기해 온 만큼 김정은을 남북 당국 간 대화로 이끌어낼 대북 메신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으로서는 이번 주부터 유엔 총회에서 북한 인권 결의안 논의가 본격화되는 점도 고려했을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이 직접 유엔을 향해 인권 결의안 채택에 반대하면서 북한이 인권 유린 국가가 아니라는 점을 선전하는 기회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 유엔에서 인권 문제를 다루는 제3위원회는 현재 북한 인권 결의안을 논의 중이며 빠르면 18일 채택할 예정이다. 결의안은 그동안의 북한 인권 상황 개선을 위한 국제사회 압력을 환영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결의는 내달 18∼22일 유엔 총회로 넘겨져 공식 채택된다.홍수영 gaea@donga.com·윤완준 기자}
통일부는 16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방북설 보도에 대해 “현재는 (반 총장 측이) 정부에 (방북) 신고를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정준희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남북교류협력법에 따르면 반 총장은 외국에 있는 법인 기관에 취업해 업무를 수행하는 재외국민에 해당한다”며 “재외국민이 북한을 왕래할 경우 통일부 장관이나 해당 재외공관장에게 신고만 하면 된다”고 말했다. 국내에 거주하는 한국인이 방북하려면 정부에 신청한 뒤 허가를 받아야 하지만 재외국민은 신고 절차만 밟으면 된다는 것이다. 정 대변인은 “교류협력법에 따라 재외국민은 방북 3일 전이나 귀환 이후 10일 이내에 방북 신고서를 제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 총장이 이번 주 방북하더라도 다녀온 뒤 신고해도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뜻이다. 통일부의 설명에 따르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터키에 머물고 있는 반 총장이 방북한다면 중국이나 러시아 등 제3국을 통해 평양으로 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한국을 거쳐 갈 경우 정부의 방북 허가를 얻어야 하는 행정 절차가 추가되기 때문이다. 반 총장은 올 5월 개성공단을 방문하려 했을 때 경기 파주 도라산남북출입사무소를 통해 경의선 육로로 방북하려 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파리 테러에 전 세계가 경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도 테러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테러 위험에 대한 경고등은 이미 곳곳에서 켜지고 있다. 국가정보원은 지난달 20일 국회 정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이 더는 ‘테러 청정국’이 아니라는 근거들을 제시했다. 이병호 국정원장은 “국내에 있는 사제 폭탄 원료인 질산암모늄을 해외로 몰래 빼내가려고 했던 외국인 ‘이슬람국가(IS)’ 동조자 5명을 적발했다”고 보고했다. IS에 가담하기 위해 출국하려던 내국인 2명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가 내려진 사실도 뒤늦게 알려졌다.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도 최근 국정감사에서 “시민 420만 명이 이용하는 서울지하철 1∼4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메트로의 운영 서버가 최소 5개월간 북한으로 추정되는 사이버 테러 조직에 장악됐었다”고 주장했다. 악성코드에 감염된 PC에는 종합관제소 및 전력 공급 부서 PC도 포함돼 있어 테러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테러 위협에 대한 대책 논의는 지지부진하다. 국경을 초월해 점조직 형태로 활동하는 테러 세력 관련 정보의 수집을 강화하고 관계 부처 간 긴밀한 정보 공유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법적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지만 실질적 대책은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만종 한국테러학회장은 “우리나라에는 많은 사람이 몰리는 다중 이용 시설에서 벌어지는 테러에 대한 대책이 없다”며 “서울광장, 시청역 등에서 테러가 벌어지면 파리 테러 이상의 사상이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용의자 감청, 추적 등을 통한 실질적인 테러 예방을 위한 입법도 더디다. 2001년 처음 테러방지법이 발의됐지만 16대, 17대 국회에서 당시 여당이던 민주당(17대 때는 열린우리당)의 미온적인 태도 탓에 법제화에 실패했다. 현재의 집권 세력이 여당이 된 18대 국회에서도 여야 합의는 이뤄지지 못했고 현 국회에는 새누리당 이병석 의원 등이 올해 2월 대표 발의한 ‘국민 보호와 공공 안전을 위한 테러방지법’ 등 테러와 관련한 법안이 7건 올라와 있지만 활발한 논의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야당은 국정원이 테러 방지 활동의 컨트롤타워가 되면 조직이 너무 커지고 인권 탄압이 이뤄질 수 있다며 문제 삼고 있다. 한마디로 ‘국정원 강화법’은 안 된다는 것. 새정치민주연합 최재천 정책위 의장은 15일 “‘사이버 국가보안법’이 될 우려가 있다”며 “현재로선 국정원에 대한 신뢰가 부족하기 때문에 이 법을 맡길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여당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대부분이 제정한 테러방지법을 우리만 손놓고 있을 수 없다”며 법안 심사를 촉구하고 있다. 국정원 관계자는 “33년 전에 제정된 국가 대테러 활동 지침으로는 IS 연계자 등 테러 위험인물이 국내에 들어와 활동해도 사전 조사가 불가능하다”며 “테러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선 테러방지법 제정이 필수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정부는 부랴부랴 대비책 마련에 나섰다. 법무부는 15일 주요 공항의 보안 검색과 입국 심사 절차를 강화하고 외국인 밀집 지역 및 불법 체류자의 동향을 엄격히 감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국토교통부도 20일까지 교통, 수자원 시설 등 국가 핵심 기반시설의 보안 상황을 자체 점검할 예정이다. 국회는 17일 국방위원회를 여는 데 이어 27일 정보위원회를 열어 국내외 테러 대비책을 보고받고 대책을 논의하기로 했다. 외교통일위원회는 일정을 조율 중이다.홍정수 hong@donga.com·조건희·윤완준 기자}
북한이 ‘남북러 3각 협력 사업’인 나진∼하산 물류프로젝트의 3차 시범운송 사업에는 동의했다. 우리 측의 남북 당국간 회담 제의에는 응하지 않는 것과 대조적이다. 남북러는 17∼30일 4차례에 걸쳐 러시아산 유연탄(12만 t)과 중국산 생수(약 6m짜리 컨테이너 10대 분량)를 북한 나진항을 통해 한국에 들여오는 3차 시범운송을 진행하기로 했다. 사업 본계약을 염두에 둔 조치다. 통일부 당국자는 13일 “나진∼하산 프로젝트에 참여할 포스코 현대상선 코레일 3사가 러시아 북한과 함께 3차 시범운송을 하기로 했다”며 “현장 점검을 위해 정부 관계자가 포함된 점검단 20명이 17∼20일 북한 나진을 방문한다”고 밝혔다. 유연탄은 4만5000t급 벌크선이 세 차례에 걸쳐 광양항과 포항항으로 들여온다. 생수는 1만 t급 컨테이너선에 실려 부산항에 온다. 3차 운송은 1, 2차와 달리 나진항의 컨테이너 적재 능력을 보기 위해 생수를 포함시켰다. 정부와 3사는 유연탄 수입만으로는 수익성에 한계가 있어 나진항을 컨테이너 수출입항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3사는 올해 본계약을 위한 주요 거래조건에 서명하고 내년 3월 안에 본계약을 체결한다는 목표다. 정부는 본계약 이후 남북협력기금에서 나진∼하산 프로젝트의 인프라 투자에 드는 비용을 3사에 대출해주기로 하고 구체적인 방안을 3사와 협의 중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아시아태평양뉴스통신사기구(OANA)와의 공동 서면인터뷰에서 “정부가 추진하는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비전의 실현을 위해 나진∼하산 물류협력 같은 남북러 3각 협력을 추진해 이 지역에서 새로운 미래협력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신변이상설이 제기된 북한 최룡해 노동당 비서(사진)가 문책성 재교육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통한 대북 소식통은 12일 “최룡해가 김일성고급당학교에 속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지난달 노동신문에 게재했던 기고문이 문제가 됐다”고 밝혔다. 기고문은 지난달 31일 ‘주체혁명의 새 시대를 빛낼 역사적인 대회’라는 제목으로 쓴 노동당 7차 대회 소집(내년 5월) 관련 글을 말한다. 상투적인 김정은 찬양 내용이지만 최룡해가 자신의 업무도 아닌데 노동당 정치국 업무인 당 대회를 다루는 바람에 월권한 게 아니냐는 논란이 빚어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최룡해는 7일 사망한 이을설 인민군 원수의 국가장의위원회 명단에서 이름이 빠진 데 이어 장례식을 소개한 북한 매체의 12일 보도에도 이름이 나오지 않았다. 탈북자들에 따르면 평양시 동대원 구역에 있는 김일성고급당학교는 당 간부를 재교육하는 전문기관으로 한 달 강습반부터 3년제 연구원반까지 운영 중이다. 입교생은 지방 당 조직에서 실습을 해야만 졸업할 수 있다. 최룡해도 일정 기간 지방 생활을 거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대북 소식통은 “최룡해는 숙청, 가택연금, 교육으로 분류되는 징계 가운데 가장 낮은 처벌을 받고 있는 셈”이라며 복권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다른 대북 소식통도 “최룡해가 협동농장에서 혁명화 교육을 받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혁명화 교육 ::잘못을 저지른 간부들을 지방 농장이나 공장에 내려보내 노동을 시키며 반성하도록 하는 처벌이다. 최룡해는 2004년에도 비리 혐의로 협동농장에서 혁명화 교육을 받은 뒤 복귀했고 1994년 비리 혐의로 강등된 바 있다.조숭호 shcho@donga.com·윤완준 기자}
감사원이 해임을 건의하려고 하자 그 직전인 6일 사표를 낸 안홍철 전 한국투자공사(KIC) 사장(65)의 비위 사실이 드러났다. 감사원은 11일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안 전 사장의 비위 행위를 인사혁신처에 통보하고 앞으로 공직 취업을 제한하라고 요구했다. 감사원은 “한국투자공사 감사 결과 안 전 사장이 투자, 자산운용 업무 과정에서 절차를 위반했고 특혜성 인사를 했으며 예산을 편법으로 집행하는 등 조직 운영을 부적절하게 수행한 사실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인사혁신처에 안 전 사장의 비위 행위를 통보해 공직 후보자 관리에 활용하도록 하고 투자공사의 비위 관련자 7명을 문책할 것”을 요구했다. 감사원 관계자는 “이런 사람을 공공기관이 다시 채용하지 않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감사원은 이날 “한국투자공사가 규정을 위반해 선정 기준을 임의로 변경하는 방법으로 특정 업체를 위탁운용사나 재무자문사로 부당하게 선정한 사례가 다수 확인됐다”며 “이 과정에서 안 전 사장이 부당하게 개입했다”고 말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