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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를 잘 논 아이는 짜증을 모르고, 10년을 잘 논 아이는 마음이 건강합니다." 어린이 놀이운동가 편해문 씨(43)가 최근 펴낸 '아이들은 놀이가 밥이다'(소나무)는 아이들의 행복과 놀이와의 관계를 다룬 책이다. 그는 "어른이 된 지금 생각해보면 어린 시절 즐겁게 놀던 에너지와 힘으로 버티고 있는 것 같은데, 아무도 놀고 싶은 아이들 편이 되어 주는 사람이 없어서 놀이운동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온 동네를 뛰어다녀야 아이입니다. 구르고, 뒹굴고, 물어뜯고, 때로 비명도 지르며 한 시절을 보내야 아이다운 아이죠. 아이들은 아직 사람이 아니에요. 짐승이 사람이 되려면 놀아야 합니다. 놀아봐야 내가 뭘 잘할 수 있는지, 뭘 해야 재미있고 행복한지를 알 수 있죠. 적어도 열 살까지는 공부보다 소중한 게 놀이입니다." 그는 청소년들의 자살, 학교폭력, 왕따가 심해지는 원인을 '놀이의 실종'에서 찾았다. 왕따는 놀지 못해 더는 견딜 수 없는 아이들이 살려고 만들어낸 처절한 놀이라고 했다. "악취가 진동하는 공간에서 오직 달걀만 낳도록 강요받으며 하루 종일 잠도 못자는 닭들은 어떻게 버틸까요. 그 생존전략이 바로 '괴롭히기'입니다. 닭장 속 닭들은 허약한 닭을 부리로 쪼면서 제 고통을 잊습니다. 이마저 못 하도록 막는다면 남는 것은 자해밖에 없을 겁니다." 놀지 못한 아이들은 어른들처럼 논다. 소비, 폭력, 섹스, 인터넷 게임 중독에 빠져드는 것이다. 그는 "게임은 처음부터 중독을 전제로 설계돼 있기 때문에 셧다운제니 인터넷 종량제니 별별 수단을 다 써도 소용없다"며 "게임중독을 치유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은 아이들에게 '놀이밥'을 먹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10년 넘게 카메라와 녹음기를 들고 전국 곳곳을 다니며 할아버지 할머니를 만나 사라진 전통 노래와 놀이를 채집해 복원했다. '께롱께롱 놀이노래'(보리) '어린이 민속과 놀이문화'(민속원) '옛 아이들의 노래와 놀이 읽기'(박이정) '동무 동무 씨동무'(창비) 등이 그 결과물이다. 최근에는 다양한 놀이 방법을 볼 수 있는 인도 파키스탄 중국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국가를 돌아다니며 애들이 노는 사진을 찍어왔다. 편 씨는 이렇게 채집한 별별 놀이를 학교와 유치원, 어린이 공부방의 교사와 학부모들에게 가르쳐주고 함께 놀도록 지도한다. "아이들에게 물건을 함부로 사주지 마세요. 소비의 맛을 알면 놀이는 끝입니다. 장난감 코너에서 울며 떼쓰는 것은 '아빠, 제발 나랑 놀아줘'라고 얘기하는 겁니다. 놀이터에 가도 아이들이 없다고요? 내 아이가 옆집 아이를 기다리는 첫 아이가 되도록 해주세요. 아이들의 삶이 달라질 겁니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Story 1 우리는 김도윤 제갈현열이다. 대학생 77% 차지하는 지방대 출신, 하룻밤 커피믹스 40봉지 씹으며 노력했다. 공모전 휩쓸고 ‘대한민국 인재상’도 받았다. 하지만 대기업 인턴지원조차 힘들었다. 영어실력도 인맥도 돈도 없는 두 청년, 학벌천국 코리아 생존지침서를 썼다.Story 2 나는 15세때 가출 폭주족 문제소녀 김수영. TV퀴즈쇼서 골든벨, 연세대 졸업했다. 골드만삭스 입사했지만 몸에서 암세포 발견, ‘죽기 전 해보고 싶은 꿈’ 73가지에 도전, 8년간 전 세계 100여 개국 체험 여행… 병마를 이겨낸 내가 당신에게 묻는다. “지금 당신의 꿈은 무엇인가”》‘힐링’과 위로가 넘쳐나는 세상. 성공한 어른들의 멘토링에도 이제 지쳤다. “괜찮다, 괜찮다”는 토닥거림은 한순간의 위로일 뿐, 현실은 좀처럼 바뀌지 않는다. 이제 전쟁과 같은 청춘을 뚫고 나온 서른 살 청년들의 ‘진짜 청춘’ 이야기를 들을 차례다. 쓴소리와 독설 속에 그들이 마주한 현실의 리얼리티가 담겨 있다. 아름답지 않은 현실을 직시하면서도 “꿈이야말로 최고의 학벌”이라고 외치는 젊은이들이다.○ 서른 살, 지방대 졸업생 두 남자 김도윤(31), 제갈현열 씨(30)는 서른 살에 대구 계명대를 졸업했다. 취업하는 데 가장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대한민국 대학생의 약 77%를 차지하는 지방대 출신이다. 대학 입학 후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누구보다 치열한 삶을 산 끝에 두 사람은 화려한 스펙을 쌓았다. 각종 대학생 광고대회와 공모전을 휩쓸고 ‘대한민국 인재상’을 수상했다. 그러나 학벌의 벽은 높았다. “실례지만 학교가 어딘지…? 이번에 인턴 지원가능한 대학교 중 계명대학교는 없습니다.”광고기획자를 꿈꾸던 제갈 씨가 광고회사 인턴을 지원했을 때 접수 직원은 학교부터 묻고 전화를 끊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꿈을 꾸고 있는지 묻지 않았다. 내가 어떤 노력을 해왔고, 앞으로 어떤 길을 걸어가고 싶은지도 묻지 않았다. 오직 하나만 물었다. 그때가 처음이었다. 빌어먹을 학벌이란 놈을 마주한 것이….”그러나 두 사람은 변변한 영어성적도 없이, 학벌도, 인맥도 없이 오직 열정으로 승부해 국내의 대기업 광고회사와 다국적 기업의 컨설턴트로 취업에 성공했다. 이들은 “당신이 실패하는 이유는 지방대여서가 아니다. 지방대처럼 살고 있기 때문”이라고 쓴소리를 던진다. “학벌 또한 노력의 결과임을 인정해야 한다. 그들의 화려한 스펙을 따라잡을 수 없을 땐 나만의 ‘특별함’을 만들어야 한다. 40일간 동시에 6개의 공모전을 준비하면서 잠을 쫓기 위해 커피를 마셨다. 배가 불러서 도저히 더 못 마시겠더라. 그래서 물 없이 하룻밤에 일회용 커피믹스 30∼40봉지를 씹어 먹으며 버텼다.”(제갈 씨)“취업을 위한 공채나 인턴에 실패하고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누가 나처럼 채용기간이 아닌데도 기업을 찾아가 포트폴리오를 제출하고, e메일을 보내고, 신문에 광고를 내본 사람이 있는가. 정해진 루트만 시도해보고 최선을 다했다고 말하지 말라.”(김 씨)베스트셀러가 된 명사들의 멘토링 책에 대한 비판도 주저하지 않는다. 한 자기계발서의 “20대는 인생의 오전 6시다”라는 구절이 대표적이다. 오전 6시는 아직 새벽이지만, 현실에서 20대는 인생의 대부분이 결정되는 시기다. 비판의 대상이 된 책이 같은 출판사에서 나온 에세이라는 점에도 눈길이 간다.두 사람은 “막연한 긍정론은 실패로부터 무언가를 배울 기회를 빼앗고, 막연한 희망론은 현실에서 절망을 낳으며, 막연한 위로는 마음의 쉼은 줄지언정 나아감을 주지는 못한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현실을 잊게 하는 당의정이 아니라, 꿈을 이루려면 어떤 조건과 자격이 필요한지 냉정하게 말해주는 쓴소리가 필요하다.” ○ 문제아의 꿈 리스트‘당신의 꿈은 무엇입니까’의 저자(32)는 열다섯 살에 가출해 폭주족 생활을 한 문제소녀였다. 뒤늦게 여수정보과학고에 입학해 TV퀴즈 프로그램에서 골든벨을 울렸고, 연세대 졸업 후 남들이 부러워하는 골드만삭스에 입사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몸에서 암세포가 발견됐다. 그는 더 늦기 전에 ‘죽기 전에 해보고 싶은 꿈’ 73가지 리스트를 만들었다.2005년 영국 런던으로 떠났던 그는 회사에 다니면서 부모님께 집 사드리기, 킬리만자로 오르기, 뮤지컬 무대 오르기 등 지난 7년간 70여 개국에서 46가지의 꿈을 이뤄왔다. 지난해 6월부터는 다시 회사를 휴직한 채 새로운 프로젝트에 도전했다. 프로젝트는 홀로 카메라 한 대 들고 1년간 25개국을 여행하며 만난 사람들에게 “당신의 꿈은 무엇인가”라고 묻는 것이다. 지하에 비밀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이란의 한 커플은 “자유를 찾아 호주로 떠나고 싶다”고 했고, 팔레스타인 난민 아마드는 고통스러운 현실 속에서도 “신경의학자가 되고 싶다”는 꿈을 말했다. 병마를 이기고 자신의 꿈을 찾아 떠난 저자가 전 세계 젊은이들과 나눈 꿈 이야기가 환경 탓, 여건 탓만 하며 살아가기 쉬운 우리 자신을 되돌아보게 한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내 목소리가 들리나요(다시마 세이조 글, 그림·사계절)=한중일 세 나라의 작가와 출판사가 함께 만드는 ‘평화그림책’ 시리즈의 다섯 번째 책. 전쟁에서 죽은 어느 병사가 영혼이 되어 세상을 내려다본다. 증오와 복수는 얼마나 어리석은 것인가. 1만500원. 별명 그리는 아이(염은비 글, 그림·정글짐북스)=별명 하나 없이 평범한 소녀는 스스로 ‘느림보’라는 별명을 짓지만 더 굼뜬 친구에게 그 별명을 빼앗긴다. 다른 친구들의 별명을 그림으로 그리면서 소녀는 자존감을 찾아간다. 7세∼초등 저학년. 1만2000원. 옛 선비들의 국토 기행(원영주 글·이수진 그림·주니어김영사)=정약용, 이이, 박제가, 허균 등 이름난 선비들이 전국 곳곳을 유람한 뒤 쓴 기행문 스무 편을 담았다. 동양화풍 그림과 관련 장소의 사진을 함께 실어 생생함을 느끼도록 했다. 초등 전 학년∼중학생. 1만 원. 스스와 네루네루(아라이 료지 글, 그림·시공주니어)=상상하기를 좋아하는 두 아이 스스와 네루네루가 지어낸 세계가 펼쳐진다. 나뭇가지를 잡고 타잔 흉내를 내거나 아슬아슬한 협곡 사이를 외발자전거로 건넌다. 아이들은 현실과 상상을 넘나들며 자유를 누린다. 9500원.}

어릴 때부터 미셸 콴을 닮고 싶어서 그의 경기 장면을 흉내 내는 ‘올림픽 놀이’를 즐겼다는 김연아, 집무실에 링컨의 흉상을 세워두고 “이런 상황에서 링컨 대통령은 어떻게 했을까” 하며 링컨과 가상의 대화를 나눈다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밀레의 작품을 좋아해서 매일 똑같이 그리는 연습을 하고, 그의 삶까지 닮으려고 노력했던 빈센트 반 고흐. 이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을 본보기 삼아 삶을 개척해나갔다. 자기 진로를 탐색할 때 이처럼 따라 할 본보기가 있으면 좋다. 성공한 직업인 중에서 닮고 싶은 본보기가 되는 사람을 역할 모델(role model)이라고 한다. 학생들이 청소년기에 자신의 역할 모델을 찾고 그 사람의 생활이 어떠한지, 일을 해나가면서 어떤 것이 어렵고, 또 보람은 언제 느끼는지, 좌절하거나 힘든 일이 있을 때는 어떻게 극복해 나갔는지를 살펴보면 자신의 진로를 찾을 때 실질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역할 모델은 강한 동기 부여를 해 학생들 스스로 자기 안에 있는 가능성과 꿈을 끌어내도록 돕는다. 청소년들이 역할 모델을 찾을 때 도움이 되는 책으로 명진출판의 ‘청소년 롤모델 시리즈’가 볼 만하다. 반기문, 힐러리 클린턴, 오프라 윈프리, 스티브 잡스, 워런 버핏, 이병철 등 유명인의 일대기를 쉬운 문체로 풀어놓았다. 세계적인 투자전문가로서 자신의 부(富)를 자선을 통해 나누고 있는 워런 버핏, 좌절과 역경을 극복하고 세계 최고의 방송인이 된 오프라 윈프리, 성실과 열정으로 세계적 리더의 자리에 선 힐러리 클린턴. 이들은 오래전의 역사 속 인물이 아닌, 우리와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라 더 흥미롭다. 이 책들을 읽으면서 그들이 살아온 생활에 관심을 갖다보면 그들의 직업세계에도 매력을 느끼게 될 것이다. 어린이들에게는 평생 한 가지 뜻을 이루기 위해 살아온 우리 시대 할머니 할아버지의 삶 이야기인 ‘우리 인물 이야기’(우리교육)를 추천한다. 가야금 명인 황병기, 여성운동가 이효재 씨 등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런 책들을 읽을 때는 책 속 인물들의 진로선택 과정, 직업인으로서 일을 해나가는 모습 등을 중심으로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직업 정보나 자료를 찾아내고, 그들로부터 본받을 점은 무엇인지 생각하며 읽는 것이 좋다. 책 속에 나오는 역할 모델과 자신의 차이점을 해소할 방법들은 어떤 게 있을까도 고민해볼 만하다. 책 속에서 그들과 대화를 나누듯이 중간 중간 자기 생각이나 결심을 책 속 여백에 적어보는 것도 좋다. 살다가 좌절하거나 힘들 때 그 책을 꺼내 자신이 해 놓았던 메모 등을 다시 보면 스스로를 일으켜 세울 힘을 얻게 될 것이다.오길주 경민대 독서문화콘텐츠과 교수}

단테는 지옥으로 갔다. 그가 살고 있던 세상이 지옥 같았기 때문에 잠깐 악몽을 꾼 것일까? 그는 지옥으로 들어가는 입구 문에 새겨진 글을 읽게 되었다. ‘여기 들어오는 자, 모든 희망을 버려라!’(지옥편 3곡, 9행) 단테의 책은 동시대 피렌체 사람들에게도 난해한 책이었다. 단테는 피렌체에서 추방당한 정치범이었다. ‘신곡’은 난해한 책일 뿐 아니라 읽어서는 안 되는 금서이기도 했다. 외면당하던 단테와 ‘신곡’을 되살린 사람은 ‘데카메론’의 저자 보카치오(1313∼1375)다. 보카치오는 ‘데카메론’을 인곡(人曲)이라 불렀고, 단테의 책을 신곡(神曲·Divine Comedy)으로 불렀다. 우리는 보카치오의 소개를 통해 단테와 베아트리체의 운명적인 만남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단테는 베아트리체와의 사랑을 이루지 못하고 남남이 된다. 단테는 피렌체의 명문가 규수인 젬마 도나티와 결혼하게 되고, 베아트리체 역시 은행가였던 바르디 가문으로 시집을 갔다. 상실한 첫사랑의 아픈 기억 때문인지, 단테는 ‘신곡’의 처음 시작부터 지옥으로 내려간다. 베아트리체가 없는 삶, 가슴 뛰는 사랑을 이루지 못한 우리는 이미 지옥의 문에 들어선 것이 아닐까? 단테는 자신의 시대를 절망의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역사가들의 입장은 조금 다르다. 단테의 시대에 피렌체 금융업이 자본주의 초기 양식으로 발전했고 노동생산성의 파격적인 증가로 인해 유럽 문명은 중세 말기의 중흥을 맞게 된다. 그러나 피렌체의 최고시인이자 정치가였던 단테에게는 가슴 아픈 절망의 시간이 이어지고 있었다. 단테는 정치적 발언에 거침이 없었고, 불의에 당당하게 대응하던 행동하는 삶을 살았다. 교황 보니파키우스 8세는 교황청을 향해 독설을 품는 단테를 유배형에 처한다. 예나 지금이나 입바른 소릴 해대면 이런 대접을 받기 마련이다. ‘신곡’은 로마의 건국신화를 쓴 시인 베르길리우스의 안내를 받으며 단테가 지옥과 연옥을 여행하고, 천국에서 베아트리체를 만나는 이야기이다. 흥미롭게도 단테는 1000쪽이나 되는 ‘신곡’에서 단 한 번도 아내 젬마를 거명하지 않았다. 정치범으로 객지를 떠돌아다니던 남편이 다른 여자 이름을 줄기차게 읊어대는 것을 보았다면, 아내는 화병이라도 나지 않았을까? ‘사랑에 빠진 단테’를 쓴 저자는 이러한 단테의 독특한 사랑을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다. ‘숙고하는 삶(vita contemplativa)’과 ‘행동하는 삶(vita activa)’의 조화를 추구하던 단테에게 사랑은 도대체 어떤 의미였을까? 저자는 ‘신곡’을 단테가 자신의 죄악을 고백하기 위한 알레고리화된 자서전이라고 해석한다. 알레고리란 말이 어려우면, 상징이나 비유로 보면 될 것이다. 사랑에 빠진 단테가 진정한 사랑을 찾기 위해 발버둥치며 지옥과 연옥과 천국으로 오가는 자기 고백을 풍자하고 있는 것이다. 단테는 사랑의 혁명가였다. ‘연옥’ 편 24곡에서는 “사랑의 지성을 가진 여인”이란 표현이 나온다. 이것이 단테가 일으킨 사랑의 혁명이다. 중세시대를 지배했던 신학은 사랑을 하나님의 전유물로 생각했다. 사랑은 신적인 것이었다. 인간은 욕망할 뿐이고, 어느 과학자의 표현대로 이기적인 유전자가 자신의 유전자를 복제하기 위한 성욕이 사랑의 유일한 발현일 뿐이다. 그런데 단테는 베아트리체의 모습에서 ‘사랑의 지성을 가진’, 다시 말하자면 ‘사랑이 무엇인지를 직관적으로 아는’ 인간의 새로운 모습을 투사시킨 것이다. 단테가 베아트리체의 모습에서 사랑의 지성을 가진 인간을 발견했을 때, 중세의 암흑이 물러나기 시작했고, 창조와 아름다움의 시대 르네상스가 탄생하게 된다. 그래서 우리는 단테의 ‘신곡’을 중세의 장송곡이라 부르게 되었다. 사랑의 지성이 메말라버린 한국 땅에, 권력을 향한 질주만이 횡행하는 이 시대를 향해, 단테의 영혼이 한 권의 책과 함께 다가오고 있다. 이 책을 펼치는 자, ‘사랑이 무엇인지를 직관적으로 아는’ 사랑에 빠진 단테가 되리라. 한형곤 선생께서 완역한 ‘신곡’(서해문집)과 함께 비교하면서 읽으면 깊어가는 가을이 더욱 멋지리라.김상근 연세대 교수·신학}

영국 케임브리지대에 다닐 때 썼던 처녀작 ‘하얀 이빨(White Teeth)’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제이디 스미스. 이 여류작가는 이후 ‘서명하는 남자’ ‘아름다움에 대하여’ 등을 잇달아 출간하며 영국 출판계의 희망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2006년 오렌지상을 수상했던 ‘아름다움에 대하여’ 이후로는 신작이 없었다. 7년간의 침묵을 깨고 내놓은 새 소설 제목 ‘NW’는 런던의 북쪽(North)과 서쪽(West)을 뜻한다. 작가는 소설에서 서로 붙어 있는 윌스던과 햄스테드에 사는 네 남녀의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햄스테드는 부자들이 사는 곳이다. 윌스던은 서민 동네인데 실제로 작가가 나고 자란 곳이기도 하다. 우선 여주인공 내털리와 리아. 한때 친한 친구였던 이들은 사회적 신분이 달라지며 다른 삶을 살아가게 된다. 내털리는 사교계의 유명 인사인 남편을 만나 햄스테드의 거대한 집에 살고, 리아는 프랑스계 흑인 남편 미셸과 초라한 구립 아파트에 거주한다. 어린 시절부터 키워왔던 견고한 우정은 이들이 사는 동네처럼 둘로 갈라져 첨예한 갈등을 빚는다. 여기에 리아가 어렸을 때 짝사랑했던 미소년 네이선이 남자 주인공으로 등장하는데 그는 마약 중독자가 되어 버스 정류장에서 하릴없이 소일한다. 리아와 내털리, 그리고 네이선의 공통점은 세 사람 모두 자신의 과거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을 개척하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해답을 내놓는 것이 소설의 또 다른 남자 주인공인 필릭스이다. 그는 세 명의 남녀와 아무런 관계가 없지만 네이선에게 삶의 모델이 되는 역할을 한다. 필릭스는 사회적 편견과 가난을 어떻게 이겨내고 극복할 수 있는지를 네이선에게 보여준다. 작품을 읽으면 왜 작가가 이 소설을 “나 자신을 가장 잘 표현해 주는 작품”이라고 말했는지 이해할 수 있다. 스미스는 자메이카 출신으로 영국에 이민 온 어머니와 영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다. 소설에서 나오듯 그리 부유하지 않은 이민자 가정이 많은 동네에서 자란 그는 가족 전체를 통틀어 처음으로 대학에, 그것도 명문 케임브리지대에 입학한다. 대학 시절 썼던 소설로 신데렐라처럼 문단에 데뷔한 그는 누구보다도 자수성가한 사람들의 심리와 환경을 잘 이해할 것이다. 소설가 필립 헨셔는 “이 소설은 강력한 흡인력을 지니고 있다. 무엇보다 작품의 완성도를 높인 것은 스미스가 사람들을 깊고 투명하게 관찰하고 그려냈다는 점이다”고 극찬했다. 과거는 극복 가능한 것인가. 태어나면서부터 나에게 주어진 것들을 과연 나의 힘으로 바꾸어 나갈 수 있을까. 어쩌면 이 소설은 작가가 살아오며 자문했던 질문들에 대해 작가 스스로 내놓은 해답인지도 모른다.런던=안주현 통신원}

명절을 쇠는 재미 중 하나가 시골에 가는 것입니다. 지금은 많이 사라졌지만, 그래도 시골에 가면 어른이 있고 이야기가 있습니다. 이야기에는 금기가 들어 있고 그 금기를 만들어 낸 사연이 있습니다. ‘어디는 가지 마, 미친 여자가 살아. 거기도 가지 마, 무서운 할아버지가 아이들을 잡아먹는대.’ 그런데 알고 보면 미친 여자는 갓난아이를 잃어버려 그렇게 된 것이고, 무서운 할아버지는 아들이 일찍 죽고 난 후 세상에 대해 마음을 닫은 것입니다. 이야기는 한편 두렵고, 한편 애잔합니다. 사람들의 삶이 녹아 있기 때문이죠. 아이들은 이야기를 듣고 이야기를 만들면서 저절로 삶을 익혀 나갑니다. 이 책은 작가가 어린 시절에 살던 시골마을 이야기입니다. 시골(득산리)로 전학 온 주인공이 반 아이들과 친해지는 계기도 이야기 때문입니다. 중학생이 되기 전에는 절대 혼자 집에 오면 안 된다는 득산리 규칙. 그 규칙을 조목조목 설명하는 친구들의 진지한 눈빛. 그 이야기에 등장하는 뱀산, 웅덩이, 무덤, 방앗간, 밤밭. 모든 것이 두려움을 자극합니다. 친구들은 같은 두려움을 앞에 두고 동지 의식을 느끼게 되죠. 아이들은 그렇게 친해지고 자랍니다. 또래 문화가 중요한 초등 고학년이 읽으면 특히 재미있을 책입니다.○ ‘이야기 지도’와 ‘책 속의 책’ 만들기준비물은 큰 종이, 사인펜 같은 그림 도구, A4용지, 연필, 가위, 풀.1. 책을 꼼꼼히 읽고 학교에서 득산리 가는 길을 상상한다.2. 큰 종이에 ‘과수원길, 아카시아길, 뱀산, 아기무덤, 상엿집, 방앗간, 밤밭’ 등 이야기에 중요한 곳을 찾아서 적당한 위치를 잡아 지도처럼 만들고 이름에 어울리는 그림을 그린다. 3. 각각의 장소에 담긴 이야기를 간단히 써 넣어서 이야기 지도를 만든다. 4. A4용지를 미니북 형태로 접어 ‘방앗간 할아버지’와 ‘돼지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정리하여 작은 책을 만든다. 5. 만든 책을 이야기 지도의 적당한 위치에 붙인다. ‘방앗간 할아버지’ 책은 방앗간에, ‘돼지 할아버지’ 책은 밤밭에 붙인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책도 만들 수 있다. 김혜원 어린이책교육연구가}

‘와인 전문 사진가.’ 와인 칼럼니스트 김혁 씨(50)의 또 다른 직함이다. 세계 각국을 다니며 찍은 와인 사진을 모아 ‘프랑스 와인기행 1, 2권’ ‘이탈리아 와인기행’을 냈던 그가 최근 새 책 ‘스페인 와인기행’(알덴테북스·사진)을 선보였다. 김 씨는 매년 유럽의 대표적인 와이너리를 50곳 이상 방문해 와인 제조업자와 인터뷰하고 포도밭, 와인 숙성 창고 등을 사진에 담는다. 발품이 만만찮게 드는 작업이다. 이번 ‘스페인 와인기행’을 출간하면서는 인쇄된 와인 사진의 색상이 맘에 들지 않아 초판 3000부를 전부 폐기하고 다시 찍어냈다. 그는 “와인에 대해서는 내가 직접 보고 듣지 않은 것은 쓰지 않는다는 것이 원칙”이라고 말했다. “포도밭을 찍을 때는 테루아르(토양과 기후 등의 환경)에 대한 지식이 있어야죠. 포도나무 사이로 보이는 토양이 돌멩이가 많은지, 진흙질인지를 클로즈업해야 합니다. 와인이 담긴 잔을 찍을 때는 와인이 글리세린처럼 흘러내리는 모양을 찍어줘야 와인이 얼마나 강하고 집중도가 높은지를 보여줄 수 있습니다. 따뜻하고 자연스러운 와인 본연의 색깔을 잡아내려면 흰색 바탕에 플래시는 사용하지 않아야 하죠.” 프랑스 캉대에서 유학할 당시 지질학을 전공했던 그는 에어프랑스에서 12년간 기내 음식과 음료를 총괄하는 케이터링 매니저로 일하면서 와인을 본격 연구하기 시작했다. 매년 6주씩 주어지는 휴가 때마다 와이너리를 답사했다. 2005년부터는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복합문화공간 ‘포도플라자’ 관장을 맡아 각국 와인생산자 협회나 와인수입 회사의 지원으로 매년 3주씩 와인기행을 다녀온다. 20년간 와이너리 기행에서 찍은 사진만 12만 컷이 넘는다. “와인은 서양의 문화, 역사와 뗄 수 없는 관계를 갖고 있어요. 스페인에서 가장 오래된 안달루시아의 셰리 와인은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할 때 배에 싣고 갔던 와인입니다. 몇 달 동안 항해할 때 통에 실린 물은 썩었지만 셰리 와인은 (잘 숙성돼) 선원들을 살려주는 생명수가 됐지요.” 와인 생산지로 눈여겨볼 만한 곳을 묻자 그는 스페인 와인을 적극 추천했다. “국내에는 프랑스와 이탈리아 와인 외에 미국 유학파가 많아 미국 칠레 등 신대륙 와인이 인기가 있지요. 스페인 와인은 국내에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저렴한 가격에 비해 가치가 높고 다양한 맛을 느낄 수 있는 ‘밸류 와인’입니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미국의 퓰리처상 수상 작가인 필립 로스(79·사진)가 인터넷 백과사전 위키피디아에 실린 자신의 작품 프로필 오류 수정을 놓고 위키피디아 측과 공방을 벌였다. 로스는 최근 뉴요커지에 실린 공개편지를 통해 “위키피디아에 실린 내 소설 ‘휴먼 스테인’ 작품 설명에서 오류를 발견하고 수정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고 전했다. ‘휴먼스테인’은 명망이 높던 교수가 하루아침에 인종차별주의자로 낙인찍혀 몰락하는 과정을 통해 미국사회의 위선과 이중성을 적나라하게 파헤친 작품이다. 위키피디아에서 문제가 된 내용은 ‘휴먼 스테인’의 실제 모델이 누구냐는 것. 위키피디아에는 ‘휴먼 스테인’이 문학평론가 아나톨 브로이어드의 삶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라고 돼 있다. 하지만 작가인 로스는 공개편지에서 “프린스턴대 동료 교수였던 멜빈 튜민이 실제 겪었던 일을 소설화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멜빈 교수는 장기 결석 중인 흑인 학생 두 명을 지칭하며 ‘그들은 이 세상에 존재하는 인간인가, 유령(Spooks)인가’라고 말했다. 문제는 ‘Spook’가 한때 흑인들을 비하하는 말로 쓰였다는 점이다. 그래서 멜빈 교수에 대한 마녀사냥이 벌어졌다. 아나톨 브로이어드는 소설을 쓰기 전에 알지도 못하던 사람이다.” 하지만 위키피디아 측은 “작가가 자신의 작품에 대해 최고의 권위자라는 사실을 이해하지만 믿을 만한 정보원이 될 수는 없다. 제2의 정보출처가 필요하다”며 로스의 정정 요구를 거절했다. 위키피디아는 누리꾼이 정보를 임의로 바꾸는 사례가 잇따르자 2009년부터 생존 인물에 대한 정보의 편집은 투표로 선출된 관리자의 승인을 받도록 하고 있다. 정보를 바꿀 때는 신문기사 등 공개된 자료 같은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로스의 편지가 뉴요커에 실려 논란이 되자 위키피디아 측은 기존의 정보를 그대로 놔둔 채 이 공개편지를 ‘2차 정보출처’로 간주해 그가 주장하는 내용을 ‘휴먼 스테인’ 항목에 추가했다. 영국 인디펜던트지의 칼럼니스트는 “로스의 심정을 이해한다. 그러나 위키피디아도 너무 심하게 나무라지 말자. 어쨌든 정보출처가 하나보다 둘일 경우가 나으니까”라고 평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충무공이야말로 ‘88만 원 세대’로 불리는 요즘 청춘들의 멘토입니다.” 소리꾼 김영옥 씨(65)가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일대기를 담은 완창 판소리 사설집 ‘이순신가’(SNS출판)를 펴냈다. 충무공의 젊은 시절 방황부터 자기를 내던진 리더십까지, 고통과 슬픔을 이겨낸 삶을 판소리로 되살려냈다. “충무공의 할아버지가 기묘사화에 연루돼 아버지도 관직에 못 나갔습니다. 충무공은 젊은 시절 생계를 위해 남의 밭에서 일하는 ‘알바생’이었어요. 진로가 막막했던 당시 심경은 ‘글을 익혀 문신될까, 무예 익혀 무장될까, 흙을 벗 삼아 사기장이 땀방울로 욕망을 씻을 건가’라는 시에 잘 나타나 있죠. 그러나 숱한 실패 끝에 서른둘에 무과에 급제합니다. 충무공은 나약한 청춘이 아니라 스스로의 길을 개척해나간 자립의 아이콘이었습니다.” 전남 순천에서 태어난 김 씨는 고 한농선 명창(1934∼2002)으로부터 판소리 ‘흥부가’를 전수받았다. 2000년도에 여수시립국악단장을 맡은 후 충무공을 소재로 한 창무극을 무대에 올리기 시작했다. 20∼30분짜리 단막극이었지만 여수 시민들의 반응은 열렬하고 뜨거웠다. 이후 6년간 ‘난중일기’를 비롯해 충무공 관련 문헌을 섭렵하며 3만7554자 분량의 판소리 사설을 창작했다. 다시 2년간 선율을 입혀 8년 만에 판소리 이순신가를 완성했다. 2008년에는 뉴욕 카네기홀에서 4시간 동안 이순신가를 완창했다. “판소리 다섯 바탕 중에 ‘적벽가’가 있습니다. 중국 삼국지연의에 나오는 적벽대전을 그린 노래예요. 우리에게도 자랑스러운 장수에 관한 이야기가 많은데 왜 200년 동안 적벽가만 불러야 했을까요. ‘이순신가’는 단지 영웅 일대기에 그치지 않습니다. 임진왜란을 이겨낸 민초들의 애잔한 한을 풀어내는 우리의 문화입니다.” 김 씨는 이순신가를 준비하면서 꿈속에서도 충무공을 여러 차례 만났다고 했다. 그는 스물다섯 살에 여수로 시집온 뒤 시부모와 함께 여수 내 충무공 유적지를 돌봐왔다. 김 씨는 “6·25전쟁의 여파로 다 쓰러져가는 충민사(忠愍祠)를 목재업 하시던 시아버지께서 직접 수리해 주시고, 시어머니는 매년 명절이면 충무공과 전라좌수영 소속 장군들의 비석이 있는 진남관에 음식을 준비해 제사를 올리시곤 했다”며 이러한 인연이 판소리 ‘이순신가’로 이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씨는 “올해는 임진왜란 420주년인 데다 대선의 해인 만큼 더욱 충무공 리더십을 되새겨봐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충무공은 늘 자신을 버리는 리더십을 보여주었다”며 “요즘 정치인들은 자기부터 거두려고 애쓰다 보니 거짓과 이기심이 난무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순신 뮤지컬과 오페라도 있지만, 충무공의 면모를 제대로 알려면 끈끈한 판소리로 4, 5시간 녹록하게 들어야 제맛입니다. 효심, 남을 속이지 않는 마음, 자신을 버리는 자세 등 21세기에 세계인들에게 알리고픈 메시지를 판소리에 담았습니다.” 김 씨는 올해 들어 충남 계룡대 해군본부, 육군 수도방위사령부 등의 초청으로 충무공에 대한 강연과 판소리 공연을 여러 차례 펼쳐왔다. ‘이순신학’을 공부하는 해군사관학교 생도들 앞에서도 공연했던 김 씨는 “머리로 이순신을 공부했겠지만 판소리를 통해 이순신을 가슴으로 느끼는 것도 중요하다”고 당부했다고 말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이제 거리는 한여름의 푸른색을 뒤로하고 곧 총천연색으로 물들 것이다. 잠시 그 화려한 색에 취하다 보면 어느새 빛을 잃은 세상을 맞게 되고 회색빛 하늘, 그리고 가끔은 하얀색으로 변한 세상을 만나게 될 것이다. 그러나 늘 보면서도 잊고 지내는 색이 있다. 까만색이다. 아이들을 상상과 환상의 세계로 안내하는 까만색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그림책들이 있다. ‘앗 깜깜해’(존로코 지음·다림)는 우리가 잊고 있는 까만 밤의 세계가 주는 특별한 선물을 깨닫게 해준다. 책을 열면 네모난 아파트 단지에 네모난 불빛이 가득한 장면이 양쪽 화면을 가득 채운다. 그런데 갑작스러운 정전으로 캄캄함 속에 놓이게 된다. 우왕좌왕하던 사람들은 방안에 드리워진 그림자로 장난도 치고 옥상에 올라가 까만 밤하늘에 드리워진 아름다운 별빛과도 눈을 맞춘다. 이웃들과 인사를 나누고 길거리로 나가 공짜 아이스크림을 나눠 먹기도 한다. 캄캄한 밤이 문명의 이기에 빼앗겼던 사람의 온기를 되찾게 해주고 밤이라는 또 다른 자연의 아름다움을 온몸으로 느끼게 한다. ‘까만 밤에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브루노 무나리 지음·비룡소)는 표지를 장식하는 까만색과 블루의 조화가 강렬해 눈길을 끈다. 책을 열면 책에 대한 상식을 뛰어넘는 독특한 세계가 펼쳐진다. 깜깜한 밤에 조그만 책 한가운데를 지나는 반딧불의 움직임을 좇다보면 풀숲을 지키는 다양한 생명체들을 보게 된다. 또 그들이 인도하는 동굴 속을 들어가면 온갖 벽화와 선사시대 흔적들도 만난다. 간결한 글, 자유로우면서 감각적인 이미지, 입체적 구성, 다양한 종이의 질감들, 그것들과 어우러진 환상적 스토리는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감을 유지하며 예술적 감수성을 자극한다. ‘눈을 감고 느끼는 색깔여행’(메네나 코틴 지음·고래이야기)은 까만 바탕색에 텍스트는 흰 글자인 그림책이다. 여기에 점자가 함께 제시된다. 그림은 부조 형식으로 종이에서 위로 약간 올라와 있어서 눈을 감고 손끝으로 그림을 느낄 수 있다. 주인공인 토마스라는 소년이 다양한 색깔들의 세계로 독자를 안내한다. ‘내가 어떻게 색깔을 느끼는지 들어볼래?’하면서 말이다. 색깔들은 오감을 자극하는 시적인 언어로 묘사된다. 노란색은 코를 톡 쏘는 겨자 맛이고…. 가장 놀라운 반전은 감각적이고 감성적인 언어로 색깔을 안내하는 소년이 시각장애인이라는 사실이다. 까만색 하나만으로도 넘치도록 아름다운 세상을 보여주는 그림책이다. 조월례 아동도서평론가}

18세기 말 산업혁명기부터 노동당이 최초로 강력한 단독정부를 구성했던 1947년까지 150여 년에 걸친 영국 노동운동의 역사를 집약했다. 근대 자본주의가 최초로 성숙한 나라였던 영국은 노동조합운동뿐 아니라 정치투쟁과 협동조합운동 등 다양하고 풍부한 투쟁의 역사를 이어왔다. ‘경제투쟁’(교섭, 파업, 노동쟁의)과 ‘정치투쟁’(의회개혁운동, 급진 정당 결성) 등 세대별로 변화해왔던 영국 노동운동의 흐름을 통사 형식으로 서술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곧 추석입니다. 자주 만나지 못했던 친척들을 만날 기회입니다. 어른들이 차례준비를 하는 동안 할머니나 할아버지 곁에 앉아 살갑게 이야기를 나눠 보세요. 그분들의 어린 시절이나 결혼 무렵 이야기도 은근히 여쭤보면 어떨까요. 이럴 때 이 동화책을 읽어 드리면 할머니 할아버지의 기억 속에서 좀 더 재미있는 이야기를 찾아낼 수 있을지도 몰라요. ‘고만녜’는 1899년 기름진 농토를 찾아서 북간도로 이주해간 김신묵 할머니의 이야기입니다.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 딸은 그만 낳으라고 이름도 그렇게 지었던 시절이죠. 고만녜는 배움을 갈망합니다. 그 갈망은 자식들에게 그대로 전해집니다. 이들 중 하나는 문익환 목사로 자라게 됩니다. 지도나 집 그림을 바탕으로 사진과 그림을 오려 붙여 표현한 사람들의 모습이 재미있고 정겹습니다. 공들인 그림이 주는 묵직함이 느껴지는 그림책입니다. 그림책이지만 시대 상황을 고려하면 초등 3∼4학년 이상은 돼야 더 재미있게 볼 수 있습니다. 초등 5∼6학년 이상일 경우 책장을 덮고 나서 ‘무옥이’(상상의힘)의 제1부나 ‘기린갑이와 고만녜의 꿈’(삼인)을 읽으면 더욱 좋을 것입니다.○ 독후활동-콜라주 기법으로 가족사진 만들기준비물: 큰 종이, 친척들의 옛날 사진, 가위, 풀, 종이, 사인펜 같은 그림 도구, 잡지 그림. 1.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삼촌, 고모, 엄마, 아빠의 옛날이야기를 듣는다. (예를 들어 ‘할머니 할아버지의 결혼식 날 일어난 일’과 같은 식으로)2. 앨범에서 친척들의 옛날 사진을 찾는다.3. 찾은 사진을 얼굴이 잘 나오도록 디지털카메라로 찍어 출력한다.4. 종이에 얼굴을 붙이고 옷도 그려 붙여 모양을 따라 오린다. 옷을 그리기 힘들면 잡지에 실린 그림 중에 옷 부분만 크기를 잘 맞추어 오려 붙일 수도 있다. 5. 오려놓은 사람을 할머니 할아버지의 이야기에 어울리게 배치하여 붙이고 바탕 그림을 보충한다. (그림책 3, 23쪽 참조)김혜진 어린이책교육 연구가}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 테러로 인한 대형 폭발사고, 경제위기로 인한 생활기반의 붕괴…. 대형 재난은 인류 역사의 일부다. 지구 최후의 날을 그린 ‘2012’나 ‘딥 임팩트’ 같은 영화에는 불타는 도시에서 약탈과 파괴, 살인과 폭동이 난무하는 가운데 공포에 휩싸여 달려가는 군중이 등장한다. 그러나 과연 대형 재난이 이 같은 디스토피아의 모습이기만 한 것일까. 세계 각국의 재난기록을 조사하고 수많은 재난 피해자를 인터뷰해온 저자는 재난 속 인간행동에 대한 새로운 통찰을 제시한다. “재난은 지옥이지만, 우리가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서 사람들은 종종 ‘유토피아’를 발견한다.” 재난이 발생했을 때 대중이 패닉에 빠져 폭동을 일으킨다? 저자에 따르면 이런 주장은 소수 권력자의 두려움이 불러일으킨 상상이다. 2001년 9·11테러 당시 미국 뉴욕 세계무역센터에 있던 수천 명은 아무런 통제 없이도 두 줄로 서서 계단을 내려오며 침착하게 대피했다. 오히려 재난을 당했을 때 가장 큰 위험요소는 ‘엘리트 패닉’이다. 시스템 붕괴에 당황한 국가기구 엘리트의 잘못된 판단이 피해를 걷잡을 수 없이 확대시키는 사례가 많은 것이다. 9·11테러 때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어리둥절해하며 비행기를 타고 전국을 누비고 다닌 행동은 ‘엘리트 패닉’의 전형이다. 1906년 샌프란시스코 지진 당시 도시 전체로 화재가 번진 것은 군대가 방화선을 구축한답시고 수많은 건물을 폭파시켰기 때문이다. 생필품을 구하려는 시민들까지 ‘약탈자’로 간주해 사살 명령을 내린 탓에 인명피해도 컸다.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강타한 뉴올리언스에서도 연방정부와 시정부는 ‘군중이 폭도로 변할지 모른다’는 공포에 휩싸여 시민들을 슈퍼돔과 컨벤션센터에 몰아넣어 고립시켰고 뉴올리언스를 ‘거대한 감옥’으로 만들었다. 그렇다면 재난 속 대중의 실제 행동은 어떨까. 많은 사람이 ‘대중은 이기적이며 재난 후엔 정신적 외상에 시달리는 나약한 존재’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재난 현장에서 사람들을 구하는 것은 대부분 구조대가 아니라 이웃 생존자들이다. 저자는 “사람들은 자발적으로 공동체를 형성해 서로를 돕는 과정에서 잊고 지내던 유토피아를 떠올리고 강렬한 기쁨을 체험한다”고 말했다. “이재민의 천막들, 문짝과 덧문과 지붕 조각으로 얼기설기 얽어놓은 우스꽝스러운 길거리 급식소들이 도시를 점령하자 유쾌한 소란은 일상이 되었다. 달빛이 비추는 긴긴 밤 내내, 사람들은 어디서건 천막에서 흘러나오는 기타와 만돌린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급식소를 지나칠 때면 어둡고 후미진 곳에서 은밀한 도피처를 찾은 연인들이 나지막이 소곤대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릴 때도 있었다. 혼인신고 담당 공무원은 1906년 4월과 5월에 혼인신고서 발급 건수가 그 어느 해 같은 기간보다 많았다고 증언했다.”(1906년 샌프란시스코 대지진 당시 우편배달부 에드윈 에머슨의 증언) 이처럼 재난에서 유토피아가 발견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저자는 “재난은 원인이 분명하고 함께 해결해 나갈 수 있지만, 고립된 현대인에게는 복잡하게 꼬인 일상이 더욱더 재난적인 상황”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이 때문에 대재난은 혁명이나 종교 축제와 유사한 성격마저 띤다. “많은 혁명 반대자들이 동의하듯이 만일 ‘혁명이 재난’이라면, 그 이유는 ‘재난 역시 일종의 유토피아’이기 때문이다. 재난과 혁명은 연대와 불확실성, 가능성, 체제의 전복과 같은 측면들을 공유한다. 규칙들이 깨지고 많은 문이 열린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저자가 유토피아적인 분석으로만 내달린 것은 아니다. 1923년 일본 간토대지진 당시 일본 군부와 대중이 합세해 조선인들을 살해했던 사건도 책에 담았다. 그러나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서해안 기름유출 사고 등에서 보듯 재난은 우리 속에 잊혀졌던 이타적 본성을 깨우는 힘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문명이 예전에 없던 재난을 만들 수도, 재난을 더욱 키울 수도 있는 시대, 재난에 대한 국가권력과 시민사회의 대처 방식을 한 번쯤 되돌아보게 하는 책이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해리포터’의 작가 조앤 K 롤링(46)이 처음 쓰는 성인 소설 ‘캐주얼 베이컨시(The Casual Vacancy·사진)’가 27일 영미권, 28일 독일과 프랑스에서 동시 출간된다. 미국에서는 초판만 200만 부가 서점에 깔릴 예정이다. 작품은 가상의 전원도시인 영국 패그퍼드 시를 배경으로 정치 사회를 풍자하는 블랙 코미디다. 패그퍼드 교구회에서 일하는 40대 초반의 남자가 갑자기 사망한 뒤 보궐선거가 치러지는데 이후 예기치 못한 폭로와 광기가 마을을 뒤덮는다. 마이클 피치 리틀브라운 출판사 부회장은 “512쪽에 이르는 소설을 읽다 보면 휴머니티, 유머, 사회에 대한 관심, 생생한 캐릭터가 영국의 대문호 찰스 디킨스를 연상케 한다”고 소개했다. 다른 지역에서의 번역판 출간은 늦어질 것으로 보인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롤링의 저작권 대행사인 ‘블레어 파트너십’이 인터넷에서 해적판이 나돌 것을 우려해 27일 영문판이 발간된 뒤에야 번역할 수 있도록 각국 출판사에 원고를 미리 주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해적판 우려국’으로 찍힌 이탈리아 핀란드 등 유럽의 출판사들은 크리스마스 시즌에 맞춰 내놓기 위해 서둘러 번역 작업을 하기로 했다. 한국과 일본 등에서도 12월 초 출간될 예정이다. 한국에서는 ‘해리포터’를 발간했던 문학수첩이 출간을 맡는다. 문학수첩은 롤링 측에 새 소설의 판권료로 100만 달러(약 11억2000만 원)를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종철 문학수첩 대표는 “원제는 ‘빈 의자’ ‘결원’ ‘공석’ 등으로 번역되지만, 번역하지 않고 원제 그대로 가는 것도 검토 중”이라며 “일본 고단샤는 번역어 제목을 공모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롤링은 전 세계에서 4억5000만 권 이상 팔린 ‘해리포터 시리즈’(7권)로 6억2000만 파운드(약 1조1000억 원)를 벌어들였다. 세계 출판계는 ‘롤링에게 책 읽는 법을 배웠다’는 해리포터 독자들이 그의 성인 소설에도 열광할 것인지 주목하고 있다. 롤링은 27일 영국 런던 사우스뱅크센터 퀸엘리자베스홀에서 사인회를 한다. 다음 달 16일에는 미국 뉴욕 링컨센터에서 공개 인터뷰와 사인회를 하는 등 책 홍보를 위한 월드투어에 나선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발칙하고 자극적인 ‘19금’ 소설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시공사·사진) 시리즈가 국내 전자책 시장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달 8일 출간된 이 시리즈의 1∼4권이 전자책 베스트셀러 순위 1∼4위를 휩쓸었다. 인터넷 서점 YES24에 따르면 이 시리즈의 전자책 비중은 종이책과 전자책을 합친 전체 판매량의 절반 수준이다. 최근 발간된 도서들의 전자책 평균 판매 비중이 6%인 데 비하면 더욱 두드러지는 수치다.‘그레이…’ 전자책이 잘 팔리는 이유는 뭘까. 여성 독자들이 블로그에 남긴 글에서 짐작할 수 있다. “내가 이 책을 읽었다는 걸 남에게 알리고 싶지 않은 책이다.” “내가 지하철과 버스 안에서 이 책을 읽고 있었을 때, 사람들이 어떻게 봤을지 생각하면 얼굴이 화끈거립니다.” 27세 억만장자 남성과 21세 여성의 파격적인 사랑을 그린 이 시리즈의 전자책 구매자들 중 여성의 비중은 83.1%나 된다. 여성 구매자 중에서는 30, 40대가 66.4%, 20대가 22.6%다. 김병희 YES24 디지털사업본부 선임팀장은 “평소 전자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40대 여성들에게까지 전자책이 확산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며 “여성들이 주위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성인물을 즐기고 싶은 욕구가 표출된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원 인터파크 e북 사업팀장은 “‘그레이…’를 통해 전자책을 처음 구입한 신규 고객이 52%에 이르고, 평일이나 낮보다는 한가한 주말과 심야시간대에 전자책 다운로드가 많은 것도 특징”이라고 전했다. ‘그레이…’는 아마존에서 전자책 최초로 100만 부를 돌파한 책이기도 하다. 출간 3개월 만에 전 세계에서 3000만 부가 팔렸으며, 그중 1000만 부가 전자책인 것으로 집계됐다. 그동안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린 전자책은 김어준의 ‘닥치고 정치’로 3만 부, 박범신의 ‘은교’가 2만5000부다. ‘그레이…’는 한 달도 안돼 전자책으로만 3만 부 판매를 돌파했다. 시공사의 조근형 전자책 팀장은 “‘그레이…’ 전자책은 올해 말까지 10만 부가 팔릴 것으로 예상된다”며 “국내 전자책 시장에서 10만 부 돌파는 아마존의 100만 부 돌파에 맞먹는 사건”이라고 평가했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국민연금은 젊을 때 은행에 넣어놨다가 은퇴해서 받는 내 돈이다?” “노인들에게 일자리를 주면 청년실업률이 높아진다?” 이상이 복지국가소사이어티 대표(제주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와 정치사회학자인 김윤태 교수(고려대)가 복지국가 정책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고, 대선을 앞둔 지금 복지국가 정책 논의를 심화하겠다는 의도로 대담집을 출간했다. 두 사람은 복지국가 정책이 국민의 안정적인 삶을 방해하는 다섯 가지 불안(보육, 교육, 의료, 일자리, 주거, 노후 문제)을 해소하는 보호장치를 마련하는 과제에 집중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프리랜서는 최고경영자(CEO)이면서 상사이고, 동시에 부하이기도 하다. 성실함과 책임감이 없으면 당장 ‘밥줄’이 끊긴다. 프리랜서에겐 단 한 번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다. 직장에서도 프리랜서처럼 일한다면 어디서든 성공할 수 있다. 여성동아 장편소설 당선자이자 20년간 프리랜서 기획자, 편집자 등으로 일한 저자가 총정리한 프리랜서 인생 노하우다. 그는 “프리랜서에겐 연습이 없다. 프리랜서는 거절하면 안 된다. 프리랜서는 어떤 사람과도 일할 수 있도록 원만해야 한다”고 강조한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목욕탕은 아이들에게 신나는 공간이기도 하고 고행의 공간이기도 합니다. 텀벙텀벙 물장난, 뽀글뽀글 비누거품으로 신나지만, 놀다 보면 엄마가 부르시죠. 몸 구석구석을 말끔히 닦아야 하는 고행의 시간이 바야흐로 다가온 것입니다. 아휴! 이 책은 그런 목욕탕의 기억에 대한 판타지입니다. 그곳에 아이들과 아주 잘 놀아주는 할머니가 계십니다. 그런데 그 할머니는 날개옷을 잃어버린 선녀님이라네요. 아주 오래된 목욕탕 벽에 그려진 그림 속에서 슬며시 등장하는 모습이 정말 그럴듯합니다. ‘인형장난 전문가’라는 작가는 장면마다 인형들을 만들고, 어울리는 위치에 배치하고, 인형의 눈높이에 몸을 낮추어 사진을 찍었습니다. 공들인 오랜 시간의 결이 놀랍습니다. 또한 손으로 빚어 만든 인형이 이렇게 다양한 표정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감탄하면서 보게 되는 책입니다. 아이들과 함께 보면서 목욕탕의 즐거움을 찾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주인공 ‘덕지’가 선녀님과 했던 물놀이도 찾아보고, 그 외에 아이들이 목욕탕에서 할 수 있는 놀이들을 생각하며 이야기 나누면 좋겠습니다. 다 읽고 나면 선녀님 드시던 ‘요구릉’ 한 병 쪼오옥 빨면서 선녀님과 덕지 인형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요. 이 책의 작가처럼 자기가 만든 인형 세워두고 사진도 찍고요.○ 독후활동-찰흙으로 등장인물 만들기준비물은 찰흙 두 덩어리, 찰흙판, 붓, 아크릴 물감 1. 책 속 인물들의 표정을 세세히 살핀다.2. 찰흙으로 선녀님과 주인공 ‘덕지’를 만들어 본다. 찰흙 한 덩어리 정도의 분량으로 한 사람을 만든다. 몸 전체를 만들어도 좋고, 표정에 집중해서 얼굴만 만들어도 좋다.3. 찰흙으로 만든 등장인물은 그늘에서 이틀 정도 말린다. 4. 잘 마른 찰흙 인형에 아크릴 물감으로 좀 더 자세하게 표현할 수도 있다. 이렇게 만든 인형은 책 속 인형과 다른 재질이므로 목욕물 속에 넣어서는 안 된다.5. 만든 인형을 적당한 곳에 배치하고 사진을 찍는다. 김혜원 어린이책교육연구가}

“경제 분야에서 일본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 나라는 전 세계에서 한국밖에 없었을 것이다.” 마하티르 모하마드 전 말레이시아 총리(87)는 본보와의 인터뷰(본보 8월 25일자 A3면 참조)에서 이렇게 말했다. 6일 한국 국가신용등급이 처음으로 일본을 앞질렀다는 소식에 그는 분명 반가워했을 것이다. 이 자서전에서 마하티르 전 총리는 한국과 일본의 경제성장에서 배우자는 ‘동방정책’을 펴게 된 사연을 들려준다. “동방정책 이전에 우리 국민은 스스로 잘하는 게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했다. 억압된 말레이시아 사람들의 마음을 풀어주기 위해서는 다른 누군가가 한 일이라면, 우리도 잘 해낼 수 있음을 증명해야 했다.” ‘말레이시아의 국부(國父)’로 불리는 그는 22년의 통치 기간에 자신의 조국을 후진적 농업국가에서 전 세계 17위 무역대국으로 키워냈다. 또 미국의 신자유주의에 맞서 ‘아시아적 가치’를 내건 상징적 인물로 주목받았다. 그는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당시 국제통화기금(IMF)의 긴축재정 대신 독자적 금리 인하와 고정 환율로 위기를 극복했다. 이 두툼한 자서전에 그는 자신의 철학과 생을 꼼꼼하게 담아냈다. 장기독재와 경제성장 정책으로 ‘말레이시아판 박정희’로 불리기도 한 그는 서방세계와 제3세계 사이에서 절묘한 외교력을 발휘했으며, 뿌리 깊은 종족 간 갈등을 봉합하고 이슬람국가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했다. 대선을 앞둔 한국의 정치 리더십에도 시사점을 던진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