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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는 화장품 ‘솔루시안 라이브 5종’을 1일 선보였다. 이 화장품은 목수들이 상처 치료용으로 사용했다고 알려진 약초 ‘톱풀’을 원료로 사용해 피부 자생력을 높여주는 것이 특징이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낮 최고 기온이 섭씨 30도를 웃도는 더운 날씨가 이어지면서 개장을 채 하기도 전인 해수욕장 인근 편의점 매출이 급증했다. 편의점 CU(씨유)는 최근 일주일(5월 25∼31일) 동안 전국 해수욕장 근처 76개 점포의 매출을 분석한 결과 전년 대비 평균 14.4% 증가했다고 1일 밝혔다. 동해안은 거진항점(76.4%)의 매출 상승률이 가장 높았고, 서해안은 무의도점(64.8%), 남해안은 해운대비치점(28.2%)이 눈에 띄게 늘었다. 편의점 세븐일레븐 역시 같은 기간 해수욕장 근처 110개 매장의 매출이 지난해와 비교해 평균 15.6% 증가했다고 밝혔다. 특히 부산 해운대와 광안리 해수욕장 인근 14개 점포는 매출이 평균 21.1% 증가했다. 바닷가 인근 편의점에서 가장 많이 팔린 제품은 돗자리 비치타월 등 해변용품과 얼음컵음료 맥주 등 식음료 품목이다. CU에 따르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돗자리 94.7%, 비치타월 41.7%, 슬리퍼 30.7%, 밀짚모자는 26.4% 매출이 증가했다. 세븐일레븐에서는 얼음컵음료(54.9%), 아이스크림(32.5%), 맥주(29.8%), 생수(22.2%), 선크림 및 여행용세트(17.8%) 순으로 찾는 이가 늘었다.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소셜커머스 업체 쿠팡이 미국의 투자전문회사 세쿼이아캐피털 등으로부터 1억 달러(약 1018억 원) 규모의 대규모 투자를 유치했다. 쿠팡은 마이클 모리츠 세쿼이아캐피털 회장이 주도한 이번 투자에 그린옥스, 로즈파크, 론치타임 등 미국의 유명 투자회사도 참여했다고 29일 밝혔다. 세쿼이아캐피털은 애플과 구글, 시스코, 오라클, 야후, 유튜브, 드롭박스 등 세계적인 기업들을 초기에 발굴해 투자한 미국 실리콘밸리의 대표적인 투자전문회사다. 1978년 일찌감치 애플에 투자했고, 1990년대 인터넷 검색엔진 열풍이 불 때 야후와 구글에 지분을 투자해 ‘세쿼이아캐피털이 투자하는 기업은 무조건 성공한다’는 말을 만들어냈다. 이 회사는 그동안 아시아지역에서는 주로 중국에 투자를 해 왔다. 한국에 대규모 투자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쿠팡 측은 이번 투자 유치에 대해 “한국 온라인·모바일 상거래 시장의 성장 잠재력을 세계적으로 인정받았다는 의미”라고 자평했다. 쿠팡은 2010년 8월 소셜커머스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2년 만에 연 거래액 1조 원 규모로 급격히 성장했다. 김범석 쿠팡 대표는 “쿠팡이 틀을 깨는 혁신으로 이커머스(e-Commerce)의 패러다임을 바꾸며 성장하고 있는 중요한 시점에 세쿼이아캐피털이란 든든한 파트너를 만나게 돼 매우 기쁘다”며 “투자 유치를 계기로 급격히 성장하는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전략적 사업을 전개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투자는 모리츠 회장이 직접 주도한 것으로 알려져 눈길을 끈다. 모리츠 회장은 투자와 관련해 “성장 가능성이 높은 한국 시장에서 새로운 혁신을 시도하며 안정적으로 사업을 운영하는 쿠팡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밝혔다. 국내 소셜커머스 업체에 해외 자본이 ‘구애’의 손길을 내민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미국 최대의 소셜커머스 업체인 그루폰은 지난해 11월 티몬을 인수했다. 해외 투자자들의 이런 움직임은 국내 소셜커머스 시장의 성장세가 가파른 데다 온라인·모바일 쇼핑 선진국인 한국을 아시아 시장을 위한 교두보로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동아일보 청년드림센터와 G마켓, 옥션 등 온라인 오픈 마켓을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가 청년사업가를 발굴하는 ‘청년드림 이베이 수출스타’ 대회를 연다. 청년드림 이베이 수출스타는 이베이 해외 사이트(www.ebay.com)에서 자신만의 독특한 아이디어로 제품을 판매하는 역량 있는 전자상거래 판매자를 발굴하기 위한 프로그램이다. 이를 위해 임규진 동아일보 청년드림센터장과 변광윤 이베이코리아 사장은 29일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이베이코리아 본사에서 온라인 수출 활성화 및 청년실업 해소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온라인 수출 역군을 찾아라.”‘청년드림 이베이 수출스타’는 청년부터 창업을 꿈꾸는 예비 사업가 등을 대상으로 아이디어가 반짝이는 국내 제품을 해외 무대에서 판매하도록 장려하기 위해 마련된 대회다. 세계 2억 명 이상이 이용하는 세계 최대의 전자상거래 사이트인 ‘이베이’(www.ebay.com)를 통해 판로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베이는 지난해(3회)까지 ‘이베이 판매왕’이라는 이름으로 행사를 열어 왔다. 올해부터는 동아일보 청년드림센터가 공동 주최사로 참여해 청년층의 창업 의지를 북돋우고자 참가자를 지난해 600여 명에서 올해 1000명으로 대폭 늘리고 이름도 ‘수출스타’로 바꿨다. 후원은 한국무역협회와 우정사업본부가 맡았다.○ 해외로 나가는 청년 수출 역군 양성 해외 온라인 사이트에서 물건을 직접 구매하는 ‘직구(직접구매)’는 전 세계적 추세다. 국내에서도 ‘해외 직구족(族)’이 늘고 있는 가운데 한류의 영향으로 ‘천송이(전지현) 코트’ 등 우리나라 상품을 구매하려는 해외 소비자들도 증가하면서 이른바 ‘역(逆)직구’(온라인 사이트를 통한 해외 직수출) 시장도 성장하고 있다. 좋은 아이디어만 있으면 세계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현재 국내의 역직구 시장 규모는 2000억 원으로 전자상거래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1조 원을 넘은 해외 직구 거래 금액보다는 낮은 편이지만 초기 단계인 것을 감안하면 성장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변광윤 이베이코리아 사장은 “G마켓과 옥션 등 온라인 시장에서 활약하는 판매자 대부분은 20, 30대 청년들”이라며 “이들은 이미 국내 시장을 넘어 외국 시장을 개척하는 ‘수출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22일부터 시작된 접수에 이미 100명 이상의 참가자가 신청을 마쳤다. 신청 마감은 7월 31일까지이며 이베이코리아 사이트(www.ebay.co.kr)를 통해 접수한다. 11월 15일까지 이베이 해외 사이트에서 판매한 수량과 누적 판매금액, 구매 만족도, 등록 상품 수 등을 근거로 12월 중순 수출스타를 공개한다. 대상(이베이코리아 사장상) 1팀에는 상금 500만 원, 최우수상(동아일보 청년드림센터장상, 무역협회 회장상) 2팀에는 각각 상금 300만 원을 수여한다. 이 밖에 우수상, 특별상, 멘토그룹상 등이 있다. 우수상 이상 수상자에게는 이베이 해외 지사 방문과 이베이코리아 인턴십 기회를 준다. 이번 대회에서는 대학생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위해 ‘이베이 수출스타 대학생 마케터’ 발대식을 갖고 50명의 대학생 홍보 요원을 뽑았다. 또 국내 중소기업을 돕는 취지로 판매자와 중소기업을 연결하는 프로그램도 운영할 계획이다.▼ 올해 1000명 참가… 치열한 경쟁 예고 ▼나영호 이베이코리아 국가간거래담당(CBT) 상무는 “지난해 3회 때는 635명이 참가해 총 5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며 “올해는 1000명이 참가해 약 10억 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튀어야 산다 대회가 거듭될수록 참가자는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해 열린 3회 참가자 규모는 635명으로 2011년 첫 회 때(250명)와 비교하면 약 2.5배로 증가했다. 특히 10, 20대 젊은층에서 참가 신청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학생 참가자 비율은 45%로 2회 때와 비교해 약 3배 가까이로 늘었다. 참가자들이 늘어날수록 경쟁도 치열해졌다. 남들보다 조금 더 독특하고 튀어야 주목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참가자들은 판매 상품 선정부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해 3회 대회에서 특별상(무역꿈나무상)을 받은 전민석 군(16)은 일명 ‘비비탄 총’이라고 알려진 ‘에어소프트 건’을 판매해 주목을 받았다. 우리나라와 달리 호주, 캐나다, 아제르바이잔 등 외국에서 에어소프트 건이 레저 스포츠로 인기를 얻고 있다는 점에 착안했다. 전 군과 함께 특별상(유니크 아이템상)을 받은 김학운 씨(37)는 3차원(3D) 프린터로 제작한 모형 인형을 판매해 약 441만 원(4331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김 씨는 아내의 생일 선물로 모형 인형을 3D 프린터로 만들다가 아예 사업에 뛰어들었다. 무조건 ‘생소한 것’만 좇지 말라고 조언하는 참가자도 있다. 2회 대회에서 한류 스타의 이미지가 들어간 카드를 팔아 특별상(한류테마상)을 받은 이민걸 씨(27)는 “지나치게 생소한 상품은 고객들이 검색조차 해보지 않는다”며 “수요가 많은 물품을 중심으로 판매 방식이나 포장 등을 차별화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서울 송파구 잠실 일대에서는 지금 연면적 81만540m²(약 24만5600평)의 ‘제2롯데월드’ 공사가 한창이다. 2016년 완공되는 제2롯데월드는 국내 최고 높이의 123층(555m)짜리 롯데월드타워와 저층부(에비뉴엘동 쇼핑몰동 엔터동)로 구성된다. 에비뉴엘동에는 150여 개의 세계 명품 브랜드가, 쇼핑몰동에는 패션 브랜드숍과 공연장이 들어선다. 엔터동에는 롯데시네마와 롯데마트, 롯데하이마트가 입점할 예정이다. 롯데월드타워는 현재 72층까지 올라갔다. 저층부 3개동은 99% 이상 공정을 마쳤지만 개장 시기는 아직 미정이다. 제2롯데월드는 잠실 일대의 상권 활성화와 외국인 관광객 유치, 지역 주민을 위한 일자리 창출 등의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그중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새로운 일자리의 창출이다. 롯데그룹은 제2롯데월드가 완공되면 2만여 개의 일자리가 생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웬만한 중소도시의 연간 일자리 창출 규모를 앞서는 수준이다. 지난해 충남 천안시가 창출한 일자리 수는 1만835개였다. 현재 공사현장에서는 하루 7500여 명에 이르는 인부들이 일하고 있다. 이들에게 지급되는 하루 급여만 해도 9억 원이 넘는다. 롯데는 지역주민과의 상생을 위해 송파구청 일자리센터와 연계해 송파구 주민들을 우대 채용할 방침이다. 실제로 올 3월 열린 ‘2014 송파와 함께하는 롯데월드몰 채용박람회’를 찾은 4000여 명의 구직자 중 절반 이상이 송파구 주민이었다. 지역주민을 우선 선발하려는 이유에는 교통체증을 최소화하려는 의도도 있다. 출퇴근 거리가 가까운 송파구 주민이 채용되면 주변 교통에 미치는 영향이 최소화된다. 제2롯데월드는 관광산업 활성화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쇼핑시설과 함께 아쿠아리움 전망대 공연장 등 다양한 관람 시설이 들어서면 연간 국내외 관광객 250만 명이 이곳을 다녀갈 것으로 전망된다. 1년에 3000억 원의 관광수익이 제2롯데월드를 통해 발생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관련해 송파구는 지난해 제2롯데월드 인근의 롯데월드 어드벤처와 석촌호수 일대를 중국·일본 관광객 유치를 위한 ‘잠실관광특구’로 지정했다. 이 지역은 가까이는 송파구의 풍납토성과, 멀게는 경기 광주시의 남한산성 및 성남시의 모란시장과 연계해 관광벨트를 이룰 수 있다. 해외 관광객들은 이를 통해 다양한 한국 문화 체험이 가능하다. 하지만 제2롯데월드 개장 때 발생할 교통체증과 인근 재래시장의 침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롯데는 이 같은 우려에 대비해 잠실역 지하버스환승센터 설치, 잠실역사거리 지하보행광장 조성, 탄천변 동측 도로 확장공사 등 10가지 교통대책을 수립했다. 교통대책과 관련해서는 총 4500억 원이 투자된다. 지하버스환승센터 사업을 제외한 9개 대책은 올해 안에 공사가 마무리된다. 또 인근의 방이시장, 새마을시장, 풍납시장, 마천시장 등 재래시장 6곳과 협의해 상생 협력 노력을 해 나갈 계획이다. 우선 시장 상인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재래시장에서 판매하는 품목과 중복되지 않게 쇼핑몰 입점 브랜드를 선정했다. 또 재래시장 이용객들의 편의를 위해 주차장 건립 지원 등을 놓고 시장 상인들과 협의 중이다. 제2롯데월드 건축 시행사인 롯데물산의 김종천 사업총괄이사는 “대만 타이베이의 초고층건물인 ‘101 빌딩’ 주변은 낙후된 지역이었지만, 빌딩 건립 후 연간 250만 명의 관광객이 찾으면서 타이베이의 중심지로 탈바꿈했다”며 “제2롯데월드가 건립되면 잠실 일대의 지역상권이 더욱 활성화되고 잠실이 남대문 명동 인사동에 이은 새로운 관광 중심지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가정에서 술을 즐기는 문화가 확산되면서 담금주 재료와 칵테일 제조기 등 관련 상품 판매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G마켓은 최근 한 달 동안 집에서 만들어 먹는 담금주 재료인 매실과 술 제조용기, 설탕 판매량이 급증했다고 26일 밝혔다. 특히 술 제조용기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60%나 늘었다. 매실과 설탕 판매량은 각각 42%와 20% 증가했다. 와인을 집에서 즐기는 이들이 꾸준히 늘면서 가정용 와인잔 걸이의 판매량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5% 늘었다. 디캔터(포도 찌꺼기를 가라앉히거나 와인을 공기와 접촉시켜 맛을 부드럽게 하는 용기) 매출은 113%나 증가했다. 칵테일을 직접 만드는 데 쓰는 칵테일 제조기와 맥주 거품 제조기 역시 인기다. 칵테일 제조기의 판매는 전월 대비 103% 늘었고, 맥주에 탄산가스를 분사해 거품을 만들어내는 맥주 거품 제조기의 매출 역시 31% 증가했다. 김현준 G마켓 마트유아동팀 팀장은 “소비경기 불황이 지속되고 집 안에서 가볍게 술을 한잔하는 문화가 자리를 잡으면서 관련 용품의 인기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25일 서울 63씨월드 차이나존에서 경사(慶事)와 복을 기원하는 의미를 지닌 붉은색 물고기 ‘혈앵무’ 888마리가 헤엄치고 있다. 63씨월드는 중국인 관광객들이 좋아하는 붉은색과 숫자 8을 주제로 한 차이나존을 신설하고 앵무새와 혈앵무를 전시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세월호 참사 이후 애도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마케팅 등 대외 활동을 자제하던 기업들이 서서히 활동을 재개하고 있다. 애도의 마음은 간직하되 마케팅이나 영업 활동을 더 미루다가는 경영상 차질을 빚는 것은 물론이고 경기 위축 심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우선 기업들은 다음 달 12일(현지 시간) 개막하는 브라질 월드컵을 앞두고 월드컵 마케팅에 시동을 걸고 있다. 가전업체들은 큰 화면에 선명한 화질로 경기를 감상하려는 축구팬들을 겨냥해 각종 이벤트를 시작했다. 삼성전자는 다음 달 말까지 커브드 초고화질(UHD) TV를 구입하면 최대 50만 원의 할인 혜택을 준다. LG전자는 UHD TV로 즐기는 축구 게임 리그를 개최했고, 모델에 따라 최대 200만 원의 캐시백을 주는 행사를 진행 중이다. 월드컵 공식 후원사인 현대·기아차는 월드컵을 주제로 한 광고를 시작했다. 16일 광고에는 2002년 월드컵에서 비를 맞으며 응원했던 내용을 담았다. 17일에는 한 축구 선수의 호소로 코트디부아르에서 월드컵을 앞두고 내전이 중단된 사례를 담는 등 사회 분위기를 반영해 다소 경건한 톤의 광고를 내보냈다. 유통업체들은 위축된 소비 심리를 회복시키기 위한 마케팅에 나서는 중이다. 롯데백화점은 다음 달 15일까지 응모고객을 대상으로 최대 100만 원 상당의 상품권을 증정하는 행사를 진행한다. 국가대표팀이 16강에 진출하면 100명, 8강에 진출하면 200명에게 경품을 준다. 이마트는 유명 브랜드 TV를 최대 20% 할인 판매하고 상품권 50만 원 등 다양한 사은품을 증정한다. 주류업계도 특별 패키지를 내놨다. 오비맥주는 국내 맥주 브랜드 중 최초로 월드컵 공식 맥주에 선정된 카스를 ‘카스 후레쉬 월드컵 스페셜 패키지’로 포장해 판매한다. 축구 국가대표팀 공식 후원사인 하이트진로는 선수들의 이미지를 넣어 제작한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스페셜 패키지’를 출시했다. 외부 노출을 자제하던 최고경영자(CEO)들의 대외 활동도 조금씩 활발해지는 모습이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21일 전략 스마트폰 ‘G3’ 공개를 앞두고 서울 금천구에 있는 LG전자 가산 연구개발(R&D) 캠퍼스를 방문해 제품의 경쟁력을 점검했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최근 인도 첸나이 공장과 터키 이즈미트 공장을 방문해 신형 ‘i20’ 생산 현장을 둘러봤으며 오만에서 열린 쇼룸 개장식에도 참석했다. 신차 발표 등 중단됐거나 연기됐던 대외 행사들도 차츰 재개되는 추세다. 현대차는 이달 말부터 열리는 부산모터쇼에서 ‘그랜저’와 ‘제네시스’의 중간급 세단 ‘AG’(프로젝트명)와 그랜저 디젤 모델을 공개한다. 금호아시아나도 4, 5월 중단했던 무료 음악회를 다음 달부터 재개하기로 했다.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최고야 기자 best@donga.com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25일 오전 서울 N서울타워 팔각정광장에서 열린 ‘2014 아디다스 락스타 서울’ 암벽타기 대회에서 세계적인 암벽등반가 사샤 디줄리안(오른쪽)과 국내 남자 암벽타기 1인자 민현빈이 시범을 보이고 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파프리카가 채소 판매 순위(판매액 기준)에서 지난해 처음으로 감자와 고구마의 매출을 제쳤다. 롯데마트가 지난 5년간 채소 매출 비중을 분석한 결과 파프리카(12.9%)는 양파(16.1%)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고구마(10.4%) 오이(9.6%) 감자(9.5%)는 뒤를 이었다. 2010년까지만 해도 파프리카는 채소 매출 순위 8위에 그쳤다. 하지만 점차 수요가 늘어 지난해 2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올해 들어서는 최근 5년간 부동의 매출 1위인 양파(13.2%)를 12.9%로 바짝 뒤쫓고 있다. 파프리카가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는 다이어트 등의 이유로 저열량 음식을 찾는 사람이 많아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파프리카의 열량은 100g당 20Cal로 감자(55Cal)의 3분의 1, 고구마(128Cal)의 6분의 1 수준이다. 또 100g당 비타민C 함유량이 오렌지의 8배가 넘을 정도로 영양분이 풍부하다. 최인석 롯데마트 채소팀장은 “파프리카는 수분이 많고 당도가 높아 여름철에 더 인기가 높아진다. 판매량이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롯데마트는 지난해 4월 이후 월별 수산물 통조림 매출을 분석한 결과, 연어캔의 판매 비중이 지난달 20.1%로 처음 20%를 넘어섰다고 25일 밝혔다. 연어 통조림은 지난해 4월 CJ제일제당이 처음 내놓은 이후 8월과 9월 사조해표와 동원F&B가 잇달아 내놓았다.■ 롯데백화점은 29일까지 서울 중구 소공로 본점에서 롯데그룹 8개 식품 계열사가 참여하는 ‘땡스 롯데 페어(THANKS LOTTE FAIR)’를 열고, 관련 상품을 최대 50% 이상 할인 판매한다.■ 신세계백화점은 31일까지 서울 영등포점, 용인 경기점, 의정부점에서 제주산 은갈치를 대형마트 판매 상품의 절반 가격에 선보인다.■ 아웃도어 브랜드 K2는 배수 기능이 뛰어나 여름철 물놀이와 산행 시 유용한 아쿠아 샌들 ‘모스’를 선보였다고 25일 밝혔다.}

▼ 친구 위해 학년대표 포기한 ‘양반장’ ▼구조 직전 선실 달려간 양온유양양온유 양은 4남매 중 맏이였다. 아버지는 “첫째는 참고 양보해야 한다”고 가르쳤다. 양 양은 피자를 먹을 때 부모 것부터 덜어놓고 남은 조각을 동생들에게 나눠준 뒤 자기 걸 집어 들었다. 그는 친구들이 학원에서 공부하고 있을 오후 7시부터 11시까지 학교 앞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월급을 타면 동생들에게 간식을 사주곤 했다. “난 왜 참아야 돼? 왜 난 만날 손해만 봐야 되냐고!” 양 양이 열다섯 살 때 이렇게 한 번 반항한 것으로 사춘기를 넘겼다고 아버지 양봉진 씨(48)는 전했다. 어머니는 “불만이 있으면 편지를 써서 바른 소리를 곧잘 하는 당찬 딸이었다”고 했다. 학교에서 양 양의 별명은 ‘양반장’이었다. 지난해 1학년 대표에 이어 올해는 학급 반장을 맡았다. 단원고 2학년 A 양은 “학교에 잘 적응하지 못했던 친구가 있었는데 온유가 살갑게 대해준 덕분에 친구들도 사귀고 그렇게 싫어하던 사진도 같이 잘 찍게 됐다”고 말했다. 양 양은 원래 올해도 학년대표를 하고 싶었다. 어머니는 “온유가 ‘친한 친구가 학년대표를 하고 싶어 한다’고 고민하기에 원하는 대로 하라고 했더니 결국 포기했다”고 말했다. 양 양은 어릴 때부터 처음 듣는 소리도 건반으로 음을 짚어낼 정도로 음감이 좋은 편이었다. “레슨비를 받지 않아도 좋으니 가르쳐보고 싶다”고 하는 피아노 선생님도 있었다. 마음을 다친 사람을 돌보는 음악심리치료사가 되는 게 양 양의 장래희망이었다. 수학여행 며칠 전 그는 아버지에게 사회복지 관련 경험을 하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아버지는 단원노인복지회관과 군자사회복지관 등에 “우리 딸을 자원봉사자로 써 달라”고 요청해놓은 상태였다. 아버지는 “온유가 일찍 하늘나라로 떠난 것보다 더 안타까운 게 있다”고 했다. “이 아이가 살았더라면 남을 위해 헌신하며 살았을 텐데 그 마음을 펼쳐보기도 전에 이렇게 차가워져서….”안산=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 덩치 커도 살뜰히 남 챙긴 딸같은 아들 ▼친구 구한 정차웅군키 177cm, 몸무게 102kg인 거구의 아들을 아버지 정윤창 씨(47)는 ‘딸 같은 아들’이라고 불렀다. 정차웅 군은 웬만한 성인 남자보다 덩치가 컸다. 눈썹이 진하고 이목구비도 커서 처음 보면 잊혀지지 않는 강한 인상이다. 하지만 생긴 것과 다르게 검도장에 가면 관장님과 “오늘은 집에 있는 컴퓨터를 바꿨어요” “학교에서는 친구들이랑 ○○ 하고 놀았고요” 하면서 미주알고주알 자기 이야기를 했다. 검도장에서 초등학생 꼬마들에게 유독 인기가 많았다. 처음 들어와 낯설어하는 아이들에게 먼저 다가가 말을 걸고 돌봐 주는 자상한 ‘형아’였다. “남이 좋아하는 걸 해주려고 하기보다 싫어하는 걸 하지 않는 게 진짜 배려하는 거라고 형이 가르쳐줬어요.”(석모 군·11) 수련회를 가면 저녁 때 삼겹살을 구워 아이들 접시에 하나하나 놓아주고 본인은 마지막에 남은 걸 집어 먹었다. 덩치에 비해 유난히 사근사근한 성격 때문에 한 번 봤던 학부모들도 정 군을 기억했다. 수학여행 가기 전엔 기념품 사가지고 돌아오겠다며 검도장 동생들과 작별인사를 했다. 지난달 23일 시신이 발견된 러시아 출신 학생 슬라바(본명 세르코프 빌라체슬라브·17) 군은 정 군의 단짝이었다. 정 군은 사고 당일(지난달 16일) 가장 처음 사망자로 확인됐다. 친구 둘을 구하고 나서 배 안에 남은 친구들을 찾으러 다시 들어갔다가 구명조끼도 입지 않은 채 발견됐다. 친구를 구하다 희생된 정 군에게 가족들은 “국민 세금을 낭비할 수 없다”며 가장 싼 수의를 입혔다. 정 군을 10년 전부터 봐온 이양호 해동검도 관장은 정 군을 ‘된장 같은 아이’였다고 표현했다. “검도장 아이들에게 시간이 갈수록 남을 더 배려하고 인내하는 ‘된장 같은 사람이 되라’고 가르쳐요. 차웅이는 위급한 상황에서 자기가 먼저 살려고 하지 않고 친구들을 끝까지 배려한 거잖아요. 된장 중의 된장, 진국 중의 진국인 거죠.”안산=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엄마, 가스 잠갔어?” 확인하던 꼼꼼이 ▼최초 신고 최덕하군“엄마, 가스 불 제대로 잠갔어? 끄고 나온 것 맞지?” 최덕하 군은 초등학생 때 외출한 엄마에게 전화해 가스 불 점검을 하곤 했다. 가스 불 위에 올려놓은 냄비를 깜빡해 불이 날 뻔했던 기억을 최 군은 자주 떠올렸다. 어머니 김상희 씨(45)는 “어릴 때부터 어른보다 주변을 잘 챙겼다. 위기 상황이 닥치면 차분하게 자기가 뭘 할 수 있는지 생각하는 아이였다”고 말했다. 최 군은 시사 문제에 관심이 많았다. 신문과 뉴스를 열심히 챙겨봤다. 가족들은 뉴스를 보다가 모르는 게 나오면 최 군에게 물었다. 한때 장래희망으로 아나운서를 꿈꾸기도 했다. 아버지 최성웅 씨(52)는 “주변 일에 관심이 많고 어딜 가면 자기 의견 말하는 걸 주저하지 않는 적극적인 아이였다”고 말했다. 최 군은 중학교 2학년 때 반장과 학년회장을 맡았다. 장래희망은 여러 번 바뀌었다. 검도를 시작한 중학생 무렵엔 경호원이 되겠다고 했다가, PC방에 드나들면서는 프로게이머가 되고 싶다고 했다. “아기 때 꿈은 ‘아파트 사장님’이었어요. 엄마 아빠한테 집 지어주겠다고….” 어머니는 최 군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다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최 군에게 검도를 가르쳤던 차이성 관장(31·여)은 “남자 관장님에게 ‘아버지, 배고파요. 맛있는 거 사주세요’ 하면서 곰살궂게 굴었다. 엉덩이를 툭 치면 ‘어허 아버지, 왜 이러십니까’라면서 생긋 웃었다”고 말했다. 어머니는 “엄마 손이 필요하지 않고 뭐든 스스로 한 아이”라고 했다. 수학여행 짐도 혼자 쌌다. 집에서 나설 땐 “잘 다녀올게. 엄마 사랑해” 하며 꼭 껴안았다고 한다. 어머니는 “그때 온기가 아직도 느껴진다. 그 온기는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덕하가 최초 신고자라고 들었을 때 ‘전화하는 시간에 살아 나와 주지’ 하는 마음이 들었어요. 엄마 아빠한테 끝내 전화 한 통 못한 게 마음 아프지만 자랑스럽고 감사해요.”안산=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고교때 암투병 친구어머니 보살펴 ▼민간 잠수사 이광욱씨학창 시절 아들은 한강에서 시신을 건지는 아버지가 부끄러웠다. 하지만 아버지에게 수영과 잠수를 배운 아들은 나이가 들며 어느새 아버지를 닮아갔다. 민간 잠수사 이광욱 씨의 아버지 고 이진호 씨는 해군 특수전전단(UDT) 5기 출신이다. 아버지는 1974년 팔당댐 공사 때 잠수사 일을 하다 경기 남양주시 조안면에 눌러앉았다. 이 씨는 수해나 사고가 났을 때 아버지가 시신을 건져 올리는 것을 종종 목격했다. 이 씨의 가족은 봉사하는 삶을 살기로 동네에서 유명했다. 이 씨의 아버지는 10년 동안 이장을 했고 어머니는 부녀회장을 하며 봉사활동을 했다. 동생은 자율방범대원이다. 지명관 조안면 면장(54)은 “이 잠수사 부모님은 없는 형편에 사재 털어서 남들 돕고 그랬다. 아들도 봉사활동을 많이 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이 씨는 남양주시 소년소녀가장 돕기에도 앞장섰다고 한다. 이 씨는 정도 많았다. 이 씨의 빈소를 찾은 친구 윤명규 씨(53)는 기자에게 ‘38년 전 자라사건’을 털어놨다. 당시 두 사람은 고교 1학년생이었다. “우리 어머니가 위암 수술 받은 걸 어떻게 알았는지 꼭두새벽부터 집에 찾아와 자라를 내밀더라고요.” 이 씨는 몇 달 동안 밤마다 강에서 자라와 붕어를 잡아 이튿날 아침 윤 씨 집을 찾았다. 키 180cm의 거구인 이 씨가 ‘오늘 몇 마리 못 잡았어’ 하며 머쓱해하던 표정을 윤 씨는 잊을 수 없다고 했다. 이 씨는 세월호 실종자 구조를 위해 급하게 진도로 내려갔다. 어머니 장춘자 씨(71)는 “밥상 차려놨는데 어디를 빨리 가야 한다며 밥 한술 못 뜨고 나갔다”고 말했다. 둘째 아들 이모 군(18)은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 나서야 진도에 가신 걸 알았다”고 했다. 앳된 소년의 얼굴로 검은 상복을 입은 둘째 아들은 단원고 학생 희생자들과 동갑이다.김성모 기자 mo@donga.com}

“치킨만 먹으면 느끼하니까 김치도 먹어….”(엄마) “자기가 알아서 먹겠지, 유난 떨기는…. 콜라도 좀 따라 줘 봐.”(아빠) 경기 안산시 상록구에 있는 ‘하늘공원’(안산시립 납골당)에 온 엄마 아빠는 준비해 온 아들의 점심상을 앞에 놓고 대화를 나눴다. 아들 이모 군(17)은 세월호 침몰 사고로 희생됐다. 엄마 아빠는 생전에 아들이 좋아했던 치킨과 오렌지 등을 잔뜩 가져와 납골함 앞에 한상을 차렸다. 한참을 머물던 엄마는 이 군과 나란히 안치된 단원고 학생들의 사진을 바라봤다. “모두 다 예쁘고 잘생겼네.” 그러고는 하염없이 아이들의 명패를 쓰다듬었다. 지난달 16일 세월호 침몰 사고로 희생된 단원고 학생들은 발인을 마친 뒤 하나둘 하늘공원에 모였다. 이제는 단원고 학생 희생자를 위한 별도의 공간이 마련됐다. 현재까지 100명의 학생이 나란히 안치됐다. 유족들은 먼 길을 떠난 자녀를 조금이라도 더 가까운 곳에 두고 싶어서, 또 외롭지 말라고 친구들과 함께 있도록 이곳을 택했다. 하늘공원에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음식 냄새가 가시질 않았다. 아침 점심 저녁 끼니때마다 치킨, 햄버거, 피자 등을 챙겨 오는 부모의 발길이 계속되고 있어서다. 이들에게는 납골당을 찾는 게 하루 일과가 되어 버렸다. 14일 오후에는 격리치료를 받고 있는 세월호 생존 여학생 3명이 친구 고모 양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하늘공원을 찾았다. “○○아, 생일 축하해. 보고 싶다. 시간 내서 또 올게.” 매일 이곳을 찾는 유족에게 하늘공원은 이제 일상의 한 부분이 됐다. 세월호 희생자 조모 군의 어머니는 “여기 올 때마다 화가 치밀어 오른다. 왜 이 많은 아이들이 여기에 모여 있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가슴을 쳤다. 한편 이날 안산 정부합동분향소에서는 ‘슬픈 스승의 날’ 행사가 열렸다.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학생들의 학부모 100여 명과 생존 학생 학부모 20여 명은 이날 분향소를 찾아 희생된 단원고 교사 7명의 영정에 카네이션을 바친 뒤 교사 부모의 가슴에 카네이션을 달아줬다. 유족들은 “죄송합니다”라며 고개를 숙인 채 눈물을 흘렸다. 희생자 가족 측은 교사 유가족을 위해 준비한 편지를 낭독했다. “차갑고 어두운 바닷속에서 엄마 아빠가 지켜주지 못한 자리를 끝까지 지켜주고 안아 준 은혜를 잊지 못할 겁니다. 끝내 피어보지 못한 아이들과 함께하신 선생님, 부디 영면하세요. 그곳에서도 저희 아이들의 손을 꼭 잡아주시고 꿈에서라도 환하게 웃는 모습을 뵙기를 기도합니다.”안산=홍정수 hong@donga.com·최고야 기자}

“쌤(선생님), 제주도에서 선물 사오신다면서요…. 이게 뭐예요.” 스승의 날(15일)을 앞둔 14일, 경기 화성시 효원납골공원에 안치된 안산 단원고 희생 교사들의 납골함 앞은 학생들이 두고 간 카네이션과 편지로 가득했다. 이곳에는 세월호 침몰 사고로 희생된 단원고 교사 6명 중 4명의 유골함이 안치돼 있다. 수학여행을 가지 못한 학생들에게 “기념품 사다준다”며 웃는 얼굴로 제주로 떠났던 스승들은 유골함에 담긴 채 제자들을 맞았다. 교사 4명의 유골함에는 앞서 제자들이 쓴 편지글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선생님을 그리워하는 내용은 절절했다. “항상 밝고 예쁘셨던 선생님, 하늘나라에서도 예쁘실 거라 믿어요.” “선생님 보고 싶어요. 보고 싶다는 말이 이렇게 슬픈 말인 줄 몰랐어요.” “선생님이 너무 착해서 하느님이 일찍 데려가신 건가요….” 당시 수학여행을 떠났던 교사 14명 중 숨진 6명과 사고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강모 교감은 발인을 마쳤다. 나머지 교사 5명은 아직 실종상태다. 살아남은 교사 2명은 현재 심신의 안정을 위해 격리 치료를 받고 있다. 단원고는 아직도 세월호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적막한 분위기였다. 실종 상태로 생사가 확인되지 않은 교사와 학생들이 남아 있어 스승의 날 기념식을 열지 않기로 했다. 단원고 인근의 한 문구점 주인은 “어버이날에도 카네이션이 거의 팔리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카네이션을 꺼내놓을 수 있겠느냐”며 한숨을 내쉬었다.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교사들의 유족은 사망·실종자 학생들의 가족들 못지않게 고통을 받고 있음에도 ‘제자들을 끝까지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 때문에 소리 내 울지도 못했다. 숨진 A 교사의 아버지는 “실종된 학생들은 여전히 차가운 바다에 있다. 우리는 시신을 찾았지만 그것조차 미안하다”고 말했다. 이어 “노제 때 죄스러운 마음에 그토록 좋아했던 학교 교정을 한 바퀴 돌지도 못하고 먼발치로 돌아서 갔다. 학부모님 얼굴을 차마 볼 수 없어 반 학생들 빈소도 못 찾아갔다”며 울먹였다. 실종된 단원고 교사 5명은 스승의 날에도 소식이 없다. 15일 전남 진도 실내체육관과 팽목항에는 실종 교사 5명의 가족이 머물고 있다. 사고가 발생한 지 한 달이 다 돼가지만 자식을 찾지 못해 가슴은 시커멓게 타들어간다. 체육관 앞에서 만난 한 자원봉사자는 “실종된 선생님 가족들은 대부분 말이 없다. 실종 학생들을 끝까지 배려하려는 것 같아 더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체육관 옆에서 일하고 있는 한 조계종 자원봉사자는 “저희 천막에 하루에 1, 2번씩 한 실종 교사의 아내분이 조용히 혼자 와서 차를 드신다”며 “남몰래 눈물을 훔치는 모습을 볼 때면 뭐라고 위로를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안타까워했다. 안산=홍정수 hong@donga.com·최고야 기자진도=이은택 기자}

세월호 참사로 가족을 잃은 피해 유가족과 이를 돕는 자원봉사자가 그 충격으로 잇따라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9일 오후 3시 32분경 경기 안산시 상록구 일동에서 세월호 참사 직후 자원봉사 활동을 했던 배모 씨(46)가 집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을 외출했다 귀가한 부인(43)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배 씨 부부는 상록구 관내 요양병원에서 요양보호사로 근무하고 있다. 배 씨 부인은 경찰 조사에서 “남편이 ‘사고를 당한 어린 학생들이 불쌍하다’고 자주 말했고 진도 사고 현장을 혼자 다녀온 뒤 2, 3일간 합동분향소에서 자원봉사 활동을 했다”고 진술했다. 배 씨는 2, 3년 전부터 당뇨와 우울증을 앓아왔고 세월호 충격으로 우울증이 심해지면서 자살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세월호 유가족들의 자살 기도도 잇따랐다. 11일 0시 53분경 안산시 화랑유원지 합동분향소 가족대책위원회 대기실 뒤편에서 희생자 A 군(17)의 아버지 B 씨가 자살을 기도했다. 신병을 비관하는 말을 하던 B 씨가 갑자기 사라진 뒤 연락이 끊기자 B 씨의 딸이 112에 신고했고, 경찰이 B 씨를 발견해 목숨을 구했다. 앞선 9일 오후 5시 45분경 숨진 C 군(17)의 어머니 D 씨(43)가 아들의 삼우제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수면제를 과다 복용해 자살을 기도했지만 일찍 발견돼 병원에서 위세척을 한 뒤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다. 현재 유가족 등에 대한 정신건강 상담과 치료는 안산 정신건강트라우마센터가 진행하고 있다. 장례를 마친 뒤 3일째부터 유가족과 접촉하면서 현재 213가구를 찾아 110가구가 상담에 응했다. 나머지 진도에 있는 실종자 가족 등은 상담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하규섭 트라우마센터장은 “유가족들은 심리적으로 부정 분노 절망 우울 회복 수용 등의 단계를 거치는 만큼 주위의 배려와 관심이 필요하다”며 “위급한 상황을 목격했을 시 긴급구조라인인 129나 1577-0199를 이용해 달라”고 당부했다.안산=남경현 bibulus@donga.com·최고야이샘물 기자}

7일 경기 안산 정부합동분향소는 한산했다. 연휴 기간 세월호 침몰 사고로 희생된 이들을 추모하는 조문객들이 몰렸지만 휴일이 끝나면서 발길이 눈에 띄게 줄었다. 대신 산책이나 운동을 하러 화랑유원지를 찾는 이들이 늘었다. 세월호 충격에 빠졌던 안산 지역은 이제 서서히 일상을 되찾는 분위기다. 사고가 발생했던 전남 진도 해역에서 수색작업이 계속되면서 분향소에 자리 잡은 영정사진은 어느덧 229개로 늘었다. 이들의 얼굴을 보기 위해 지난 연휴 동안(5월 1∼6일) 21만1563명이 안산 정부합동분향소를 찾았다. 전국 곳곳에 마련된 분향소에는 145만 명이 넘는 조문객이 다녀갔다. 그러나 7일 정부합동분향소를 찾은 조문객은 약 8300명(오후 10시 기준)뿐이었다. 이날 조용히 분향소를 지킨 이들은 단원고 희생 학생들의 유가족이었다. 3일부터 세월호 침몰 사고와 관련한 특검 도입과 청문회 개최를 요구하는 서명운동을 벌이다 6일부터는 세월호 특별법 제정 등 보다 구체적인 진상 규명을 요구하고 나섰다. 분향소 앞에서 “제 아이가 웃을 수 있게 진실 규명을 바랍니다” “내 아이 보고 싶어 피눈물이 납니다”라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5일째 침묵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7일에는 “우리 아이들을 위해 수고하신 잠수부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라며 선체 수색활동에 투입됐다 숨진 민간 잠수사 이광욱 씨를 추모하는 글귀가 적힌 피켓도 등장했다. 일부 유족은 세월호 침몰 사고에 대한 언론 보도가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일가 수사 쪽으로 초점이 바뀌면서 불안해하고 있다. 지난주 발생한 서울지하철 추돌 사고와 북한 핵실험 징후 등 새로운 이슈가 부각되면서 유족들 사이에선 “아직 실종자들을 다 찾지도 못했는데…”라며 안타까워했다. 이날 분향소에서 만난 유족대책위원회 관계자는 “아직 실종자들이 바다 밑에 남아있다. 사건 수습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조문객이 줄어도 분향소가 운영되는 한 계속해서 진상 규명을 위한 국민 서명운동을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 합동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은 썰렁해진 분향소를 보고 “이제 마냥 슬퍼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안산 주민 최모 씨(65)는 “이제 조금씩 관심이 시들해지는 것 같아 아쉽지만 어느 정도 조문객들은 다 다녀간 듯하다. 남은 아이들은 다시 공부를 시작하고 슬퍼하던 사람들도 일상으로 돌아와야 하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또 다른 조문객 안모 씨(34)는 “슬프고 우울해서 세월호 관련 뉴스를 보지 않은 지 오래됐다. 남은 실종자들을 빨리 찾아서 뒷수습이 잘되길 바랄 뿐이다”라고 전했다. 한편 세월호 침몰사고 희생자를 도우려는 지역 내 온정의 손길은 계속되고 있다. 인천 지역 기업인 모임인 ‘인천사랑회’는 아르바이트를 하기 위해 세월호에 탑승했다가 희생된 방현수(20), 이현우(19) 씨 유족에게 위로금 1000만 원을 각각 전달했다. 법사랑위원 인천지역연합회도 이날 700만 원을 유가족에게 위로금으로 내놓았다. 시민들도 십시일반으로 인천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3억21000여만 원을 기탁했다. 이들은 청해진해운 측이 방 씨와 이 씨가 정식 승무원이 아니어서 장례비를 지급할 수 없다는 방침을 인천시에 통보한 사실이 알려진 뒤 유가족을 돕기로 했다.안산=최고야 best@donga.com·홍정수인천=황금천 기자}

“세월호 침몰 사고가 발생하기 사흘 전에 ‘수학여행 간다’며 들뜬 표정으로 머리하러 왔었어요. 살아 돌아오길 바랐는데. 합동분향소에서 영정사진으로 다시 만나니 가슴이 미어지네요….”(이혜정 씨·40·경기 안산 단원구 와동에서 미용실 운영) 지난 연휴 동안 전국 곳곳은 나들이객으로 붐볐지만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안산 단원고 학생들이 살았던 단원구 고잔동과 와동은 쓸쓸하기만 했다. 학생들이 바쁘게 드나들었던 학교 앞 문구점과 분식집은 텅 비어 있었고 동네 미용실과 세탁소 등에는 고인의 명복을 비는 추모 문구가 나붙었다. 날마다 아이들을 마주했던 상인들 역시 희생된 학생들을 추모하며 가슴 아파하고 있었다. 2일 단원고 앞 M문구점. 가게 유리창에 학생들의 무사 귀환을 기원하는 내용의 포스트잇들이 빼곡히 붙어 있었지만 문구점 주인은 메모지 한 장 한 장을 조심스럽게 떼어냈다. “남은 학생들이 보면 더 슬퍼할까 봐 수거하기로 했다. 이를 모두 모아 단원고에 기증할 생각이다.” 또 다른 문구점 주인 이경원 씨(55)는 “중학생 때부터 봐왔던 아이들이 하루가 다르게 키가 쑥쑥 크는 걸 보고 내 자식이 크는 것처럼 뿌듯했는데…. 다음 생엔 안전하고 평화로운 곳에서 다시 태어나길 바란다”고 전했다. 남다른 사연이 있는 주민들도 있다. 안산과 시흥을 오가는 버스를 운전하는 기사 안모 씨(54)는 “등하굣길에 단원고 학생들이 버스 안에서 시끄럽게 떠들면 ‘조용히 하라’고 혼을 많이 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친구들과 실컷 웃고 떠들 게 놔둘걸 그랬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와동에서 22년째 부동산중개업소를 운영하고 있는 황홍서 씨(64)는 “17일에 이사하기로 한 집이 새집처럼 수리가 다 돼서 좋아하던 한 가정이 있었다. 그런데 그 집 남학생이 전날 상상도 못한 사고를 당하다니…”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단원고 앞의 한 분식집 주인은 고 최혜정 선생님을 잊지 못한다고 했다. “매일 늦게까지 야근하다 막차를 놓치지 않기 위해 뛰어가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열정이 넘치고 아이들도 잘 따르는 선생님이었다.” 그는 “최 선생은 대학도 수석 졸업했다고 들었는데 이렇게 허무하게 저세상으로 갔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 꿈을 펴 보지도 못한 소중한 생명을 앗아가는 사고는 다시는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안산=최고야 best@donga.com·홍정수 기자}

“낮엔 사람이 많아 아이들 얼굴 한 명 한 명을 살필 수 없잖아요. TV나 신문에 나오지 않은 아이가 훨씬 많은데…. 나라도 마지막 가는 얼굴 기억하고 싶어서….”(이모 씨·36·사업) 1일 새벽에도 경기 안산의 정부합동분향소에는 조문객의 발걸음이 계속됐다. 낮 시간처럼 긴 행렬을 이루진 않았지만 이날 0시부터 오전 6시까지 분향소를 찾은 150여 명의 조문객은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이들의 영정을 한참 동안 바라보며 애도했다. 오전 1시부터 3시 사이에 분향소를 찾은 이들은 야근을 마치고 온 직장인이 대부분이었다. 막차 운행을 끝내고 동료와 함께 분향소를 찾았다는 버스 운전사 신성기 씨(52)는 “우리 회사에 이번 사고로 아이를 잃은 동료가 넷이나 된다. 버스에 단원고 아이들이 타면 항상 까르르 웃고 떠들었는데, 그 웃음소리가 사무치게 그립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인적이 드문 시간에 먼저 간 가족을 다시 보러 오는 유족들도 있었다. 이들은 영정 앞에 조용히 무릎을 꿇고 앉아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하염없이 울다가 돌아갔다. 사고 선박에서 탈출하지 못한 단원고 2학년 김모 군(17)의 사촌 형 박모 씨(31)는 “꿈에 동생이 나와 ‘춥다’고 했다. 잠을 잘 수가 없어 어제부터 새벽에 이곳을 찾고 있다”고 했다. 춥고 적막한 이곳 분향소의 새벽을 밝히는 이들은 100여 명의 자원봉사자다. 오전 5시가 되자 자원봉사자들이 청소기와 빗자루를 들고 분향소 내부 청소를 시작했다. 대한적십자사 봉사단은 밥차를 준비하며 아침 배식을 준비했다. 봉사자들 대부분은 3교대로 24시간 일하고 있지만 일부 봉사자는 하루 2, 3시간 쪽잠을 자며 현장을 지키고 있다. 김의중 대한적십자사 경기도협의회 총무는 “학생, 어르신, 주부 등 봉사자들이 분향소를 찾는 이들의 불편이 없도록 분향소를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안산=최고야 best@donga.com·김수연·홍정수 기자}

많은 이들이 기도했다. 30일까지 총 20만 명이 넘는 시민이 경기 안산시 임시 합동분향소와 정부합동분향소를 찾아와 조문했다. 시민들은 노란 포스트잇과 리본에 추모의 글을 적어 분향소 벽과 계단, 단원고 화단의 돌에 붙였다. 전국 곳곳에 설치된 분향소도 추모의 물결로 가득했다. 미처 분향소를 찾지 못한 이들은 문자메시지와 인터넷 사이버분향소에 추모메시지를 남겼다. 이들은 세월호 침몰사고 희생자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보내고 싶었을까. 동아일보 특별취재팀은 합동분향소로 전국의 시민이 보낸 문자메시지, 단원고와 합동분향소 주변에 시민들이 포스트잇에 적은 사연, 사이버분향소에 누리꾼들이 남긴 추모 글 등 2000여 건을 분석했다. 그 결과 메시지 10건 중 6건이 ‘미안’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어른’(17%) ‘행복’(15%) ‘하늘’(10%) 등의 단어도 많이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많은 이들이 세월호 침몰사고 희생자들에게 전하고 싶었던 말은 “못난 어른이라서 미안해”라는 사과의 한마디였다. ○ ‘한국이란 배가 침몰했다’는 좌절감 이번 세월호 침몰사고를 대하는 한국 사회의 반응은 다른 사고 때와 차이를 보인다. 1994년 성수대교,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2003년 대구 지하철 화재, 2010년 천안함 폭침 등 대형 사건·사고가 발생했을 당시 국민은 분노했고 사고 책임자를 꾸짖었다. 대구 지하철 화재 사고 당시 추모 카페에 ‘방화범을 처벌하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지하철의 안전대책을 처음부터 다시 점검해야 한다’는 종류의 댓글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는 우리 사회 전체가 내 아들과 딸이, 친구가 목숨을 잃은 것처럼 슬퍼하고 있다. 모두가 이 사고를 막기 위해, 또 희생자 가족을 위해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무력감에 빠져 있다. 사실상 국민 스스로가 가해자이자 피해자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시민들이 세월호 침몰사고 희생자를 위해 적은 메시지에 사용된 단어들은 ‘행복’ ‘하늘’ ‘사랑’ ‘눈물’ ‘희생’ 등이었다. ‘어른들의 잘못으로 학생들이 소중한 목숨을 잃었습니다. 앞으로 웃고 떠들고 즐거운 기억이 더 많을 아이들인데…아이들에게 너무 미안합니다’(사이버분향소 메시지) 같은 댓글이 많았다. 사회·심리학자들은 “대한민국이라는 배가 선진국이라는 항구에 거의 다다랐다고 생각했지만 어이없는 사고로 침몰했고 이 때문에 한국 사회 전체가 큰 상실감을 느끼고 있는 것”이라고 봤다. 서울대 심리학과 곽금주 교수는 “우리가 꿈꿨던 한국 사회의 수준에서 일어날 수 없는 원시적인 사고가 일어났다는 자괴감이 크다”며 “‘어른’ ‘기성세대’라는 단어에 속하는 사람들은 그동안 아이들에게 ‘내가 사회를 이만큼 성장시켰다’는 자부심이 있었는데 결국은 허상에 불과했다는 무력감이 덮친 셈”이라고 분석했다. 또 세월호 침몰사고의 희생자 대부분이 ‘수학여행을 떠나던 고교생’으로, 이는 대부분의 국민이 갖고 있는 공통의 경험이어서 감정 이입이 쉽다는 점도 세월호 트라우마(정신적 외상)에 빠지는 이유로 꼽힌다.○ 지나친 죄책감은 또 다른 사회 문제 잉태 대형 사고를 경험한 이들은 외부로 책임을 돌리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세월호 침몰사고의 경우 수백 명의 승객을 두고 먼저 피신한 선장, 부실한 안전관리를 해온 해운사, 사고 직후 신속한 구조활동과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정부 등 곳곳에서 총체적 부실, 부조리가 드러나 비난할 대상이 전방위에 걸쳐 있다. 단순한 해양 사고가 아니라 한국 사회에 가려져 있던 부정, 부패 등 어두운 이면이 드러나면서 우리 사회 전체가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심리전문가들은 이번 세월호 침몰사고의 경우 외부가 아닌 자신 안에서 원인을 찾으려는 현상이 사회 전반에 확산되고 있다고 설명한다. 이런 참사가 발생하도록 방치한 우리 사회를 탓하다가, 나중에는 그 구성원인 ‘나(본인)’에게까지 잘못을 돌리게 된다는 것이다. 시민들이 적은 메시지 10건 중 2건은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감정을 비쳤고 사고의 원인을 스스로에게 돌렸다. 이번 사고로 많은 어른들은 희생자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그러나 이는 세월호 피해 학생들의 상처를 치유하는 데 직접적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 지금보다 더 심한 죄책감을 느끼는 분위기가 형성되면 건강하지 못한 사회로 흘러갈 위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슬픈 감정 속에서 계속 애도하다 보면 필요 이상의 죄책감을 갖게 돼 정상적인 생활이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강은호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죄책감은 공격성과 분노를 불러올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누군가에게 무차별적 공격을 가해 제3의 희생자를 양산할 수 있다”며 “충분한 애도 기간을 가진 후에는 정상적인 생활을 하며 미안한 감정들을 풀어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안산=서동일 dong@donga.com·최고야·홍정수 기자}

16일 세월호가 침몰한 지 열흘하고 사흘이 더 흘렀다. 이 비극에 수백 명의 학생과 교사가 희생됐다. 남겨진 경기 안산 단원고 교사들의 가슴은 찢어진다. 하지만 마음껏 슬퍼할 사이가 없다. 절망하는 학부모와 학생들이 눈앞에 있기 때문이다. 일부 교사는 사고 후유증으로 끔찍한 정신적 공황상태를 겪으면서도 전남 진도체육관에서 아직도 생사를 모르는 자식을 기다리는 학부모 곁에 남았다. 학교로 돌아온 교사들은 선후배를 잃은 아이들의 눈물을 닦아주고 하루빨리 학교를 정상화시키기 위해 애쓰고 있다. 29일 실종자 가족들이 남아있는 진도체육관. 이날도 단원고 교사 2명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외부인과의 접촉을 극히 꺼리는 실종자 부모를 돕기 위해서다. 이들은 극도의 불안을 호소하는 학부모들이 조금이라도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상담을 해주는 등 체육관에서 상시 대기하고 있다. 학교로 돌아온 선생님들 역시 아이들의 상처를 보듬느라 여념이 없다. 28일부터 단원고 학생들의 정상 등교가 시작되면서 아이들과 눈을 마주치며 대화하는 시간을 늘렸다. 사고 현장에서 인양된 시신 확인에 직접 나섰던 일부 교사는 정신적인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거울을 보지 못하거나 혼자 있는 공간에 들어가기 두려워하는 등 극심한 불안 증세를 호소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남은 아이들이 방황하지 않도록 대화를 유도하고 있다. 고 김초원 교사(26)는 스승이란 이름으로 교단에 선 시간이 길지 않았지만 그의 깊은 제자 사랑은 세상을 떠난 마지막 길까지 계속됐다. 김 교사의 유족은 “가정 형편이 어려워 학교 운영지원비를 내지 못하는 학생들을 위해 써 달라”며 단원고에 260여만 원을 기부했다. 이 돈은 김 교사의 모교인 공주대 사범대학 학생들이 교내 분향소에서 모은 조의금을 유족에게 전달한 것이다. 고인의 아버지 김성욱 씨(55)는 “초원이는 마지막 순간까지 그랬던 것처럼 하늘에서도 제자들을 챙길 아이다. 비록 작은 돈이지만 초원이의 제자가 될 수도 있었을 아이들을 위해 쓰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단원고의 아픔을 나누기 위해 다른 학교 선생님들도 손길을 내밀고 있다. 단원고로 전보를 희망하는 선생님, 안식년이지만 자신의 연구 활동을 제쳐두고 합동분향소와 장례식장으로 달려온 선생님 등 다양하다. 이번 사고로 수학여행을 인솔하던 교사 14명 가운데 2명만 살아남았다. 이 때문에 경기도교육청은 23일까지 단원고 회복 지원을 위한 전보 희망교사를 모집했다. 1, 3학년 수업은 일부 재개됐지만 남은 2학년 학생들을 포함해 학교가 완전히 정상화되기 위해선 더 많은 선생님이 필요했다. 그런데 단원고를 돕겠다며 전보를 지원한 경기 지역 선생님이 줄을 이었다. ‘새로운 교사 연구 프로그램(NTTP·New Teacher Training Program) 연구년’ 기간인 교사 100여 명도 밤낮으로 단원고를 돕고 있다. 이들은 이번 세월호 침몰사고로 희생된 학생들의 유품 정리부터 피해 가족 돕기, 단원고 청소와 민원전화 받기 등 크고 작은 일을 도맡아 하고 있다. 이런 스승들이 있기에 아직 희망은 있다.안산=최고야 best@donga.com·서동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