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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루브르박물관에는 외젠 들라크루아가 그린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이 걸려 있다. 1830년 왕정복고에 반대해서 봉기한 7월 혁명 당시의 거리를 그린 그림이다. 가슴을 드러낸 자유의 여신, 정장 차림의 신사, 죽어 있는 왕당파 군인들…. 오른쪽 끝에는 권총을 든 모자 쓴 부랑아 소년이 눈길을 끈다. 빅토르 위고는 소설 ‘레미제라블’에서 이 소년을 살아 움직이는 캐릭터로 만들었다. 이름은 가브로슈. ‘불쌍한 사람들’이란 뜻의 제목처럼 ‘레미제라블’의 주인공은 도둑, 창녀, 사기꾼, 부랑아들이다. 모두들 가난하고, 상처 입고, 사랑을 잃고, 억울하고, 외로운 사람들이다. 이달 10일 독일 도르트문트에서 열린 NRW트로피 대회에서 우승한 김연아의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을 동영상으로 보다가 눈물을 흘릴 뻔했다. 1년 8개월간의 공백을 깨고 빙상에 다시 선 김연아의 모습이 뮤지컬 ‘레미제라블’과 어우러져 울컥하는 감동이 밀려왔기 때문이다. 김연아의 프리 프로그램은 뮤지컬을 축약해 놓은 한 편의 드라마였다. 시작은 2막 하이라이트 장면인 ‘바리케이드에서’였다. 박력 있는 팀파니 소리가 이끄는 강렬한 오케스트라 사운드에 맞춰 김연아는 고난도 트리플 점프를 잇달아 성공시켰다. 이어서 음악은 짝사랑하는 연인에게 고백도 못하고 죽음을 맞이하는 에포닌의 테마인 ‘나홀로(On my own)’로 바뀌었다. 피아노와 첼로로 연주되는 애잔한 선율에 맞춰 김연아는 특유의 발레동작 스핀을 선보이며 찬란한 이슬처럼 빛나는 연기를 해냈다. 그러다 결국 힘이 빠진 듯 빙판에 쓰러졌다. 그녀는 대수롭지 않은 듯 다시 일어섰고, 당당한 모습으로 경기를 마쳤다. ‘레미제라블’의 주인공들은 넘어져도 다시 툭툭 털고 일어나야 하는 ‘불쌍한 사람들’이다. 김연아도 밴쿠버 올림픽에서 최고의 영광을 얻은 이후 목표를 상실하고 방황했다. 평범한 대학생처럼 강의도 듣고, 교생실습도 하고 ‘CF의 여왕’이라는 소리도 들었지만, 대중의 시선은 점점 차갑게 식어갔다. 아직도 젊고 재능이 넘치는 그가 새로운 도전을 해주길 바랐다. 결국 김연아는 다시 운동복을 입었다. 그가 복귀작으로 ‘레미제라블’을 택한 것은 의미심장했다. 인생의 영광과 상처, 실패와 좌절, 외로움까지 맛본 사람이 아니면 표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빙판에서 넘어진 그의 실수는, 그래서 더욱 인간적이었다. 그것은 극 중에 나오는 수많은 시련과 죽음을 상징하는 연기처럼 보였다. 또한 그가 아무렇지도 않게 다시 일어선 것은, 어떤 상황 속에서도 삶을 지속해 나가는 민초들의 강인함을 표현한 것이리라. 완벽한 기술의 김연아가 이번 시즌을 통해 ‘레미제라블’의 감정선까지 완성해 낸다면 누구나 울컥 증상을 겪을 것임에 틀림없다. 올 연말에는 ‘레미제라블’이 뮤지컬, 영화, 책으로 다양하게 쏟아지고 있다. 세계적인 경기불황 속에서 사람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어루만져주는 고전의 힘이다. 19일에는 아카데미 영화상의 유력한 후보로 꼽히는 영화 ‘레미제라블’이 개봉한다. 국내에서는 첫 한국어 버전의 뮤지컬 ‘레미제라블’도 전국 순회공연 중이다. 펭귄클래식, 민음사에서 나온 5권짜리 완역본 소설도 2400여 쪽이 넘는 분량의 압박에도 잘 팔린다는 소식이다. 한 해도 저물어 간다. 모레는 대선일이다. 지난주 송년회에서 만난 대학 동창들과 한 해를 힘겹게 보낸 소회를 나누며 함께 소주잔을 기울였다. 그러던 중 한 친구가 “아내가 넷째 아이를 임신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처음엔 놀라움을 표시하던 친구들은 “모처럼 듣는 희소식”이라며 축하의 건배를 나눴다. 고통 속에서도 내일의 꿈은 피어난다.전승훈 문화부 차장 raphy@donga.com}

한라산 백록담 근처에만 살고 있는 구상나무는 멸종 위기 식물입니다. 100년도 훨씬 전에 이 나무를 본 영국인 식물 분류학자는 크리스마스트리로 쓰기에 딱 알맞다는 생각을 했답니다. 몇 번의 종자 개량을 거쳐 구상나무는 해외에서 가장 비싼 크리스마스트리용 나무로 인기를 끌고 있다는데요. 종자권 역시 우리 것이 아닙니다. 전나무라고도 불리는 구상나무의 운명이 안타깝습니다. 오늘은 전나무 이야기와 함께 크리스마스의 참의미를 일깨워주는 그림책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깊은 숲 속에 우뚝 서서 모든 동물을 품어 안는 전나무와 그들을 돌보는 한 노인이 있습니다. 눈 덮인 겨울 숲은 적막하고 쓸쓸하지만 담백한 이야기와 밀도 있는 그림이 만들어낸 이야기가 따뜻합니다. 우리는 이미 아름답고 화려하게 빛나는 크리스마스 풍경에 익숙합니다. 선물이며 파티에 그날은 정신없이 지나갑니다. 그 풍경 뒤로 남은 짙은 그늘이 얼마나 춥고 어두운지 깜빡 잊기 십상이지요. 소박하고 계산 없는 나눔과 배려가 절실한 때, 크리스마스가 오기 전에 마음으로 전해지는 전나무 숲의 이야기를 함께 읽으세요. 이 책은 아이들이 직접 뽑은 이탈리아 볼로냐국제도서전 엘바상 수상작입니다. ○ 독후활동: 작은 전나무 만들기 준비물: 흰 도화지 혹은 남은 종합장, 색연필, 사인펜, 가위, 셀로판테이프 등1. 손바닥 크기로 전나무를 그린다. 한 사람이 여러 개를 그려도 좋다. 전나무를 그리는 동안 책에 나온 전나무나 할아버지 이야기를 도란도란 나눈다.2. 색연필과 사인펜 등으로 마음껏 꾸미되 나무 아래에 받고 싶은 선물이 아니라 나누고 싶은 것을 그린다. 나는 어떤 것을 나눌 수 있는지 이야기하면서 그린다.3. 다 그린 전나무를 가위로 오린다.4. 바깥 풍경이 보이는 유리창에 테이프로 줄지어 붙인다. 너무 일렬로 줄을 딱 맞출 필요는 없다.5. 눈 소식이 많은 요즘이다. 눈 내리는 날이나 눈이 그친 후 눈 쌓인 바깥 풍경을 배경으로 각도를 잘 조절하여 촬영을 하면 삐뚤빼뚤 그려 붙인 전나무들이 눈 위로 자라난 듯한 사진을 얻을 수 있다. 김혜진 어린이도서교육연구가}

대중목욕탕은 누구나 맨몸을 드러내고 뜨거운 탕에 몸을 담그면 더없이 ‘시원함’을 맛볼 수 있는 곳이다. 허나 그건 어디까지나 어른들에게나 해당되는 얘기다. 아이가 어른들에게 손 잡혀 간 목욕탕은 뜨겁고, 시끄럽고. 맵고, 숨 막히는 곳일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보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는 그림책이 있다. 책읽는곰에서 펴낸 ‘장수탕 선녀님’(백희나 글, 그림)과 ‘지옥탕’(손지희 글, 그림)이다. 백희나는 점토 인형을 오물조물 주물러 낡고 오래된 목욕탕 풍경을, 수많은 인물을 섬세하게 표현해 낸다. 인형들의 리얼하고 유머러스한 표정과 몸짓들이 펼쳐가는 이야기는 현실과 환상을 넘나들면서 무서운 목욕탕을 다시 가고 싶은 공간으로 바꾸어 놓는다. 덕지가 엄마를 따라 간 ‘우리 동네 목욕탕’은 그리 끌리는 곳이 아니었다. 스스로 날개옷을 잃어버린 선녀님이라는 장수탕 할머니를 만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토끼 귀를 닮은 머리 모양에, 푸른색 아이섀도, 빨간색 립스틱, 그리고 값싼 모조 귀걸이가 묘한 조화를 이루는 할머니는 폭포수 아래서 버티기, 바가지를 튜브 삼아 물장구치기, 물속에서 숨 참기 등 ‘냉탕에서 노는 솜씨가 장난이 아니다. 스스로 날개옷을 잃어버린 선녀님은 주름진 얼굴에 볼 살도 뱃살도 축축 늘어진 퉁퉁한 동네 할머니 같은 모습으로 덕지 마음을 홀딱 빼앗고 만다. 그래서 덕지는 뜨거운 탕도, 때를 밀리는 고통도, 온몸이 벌겋게 익어가는 고통도 꾹 참은 결과로 엄마에게서 받은 귀한 요구르트를 기꺼이 할머니에게 건넨다. 손지희는 철저하게 아이들 시각에서 바라본다. 목욕탕을 ‘지옥탕’이라고 하는 데서부터 어른의 개입을 배제한다. 엄마에게 잡혀간 동네 목욕탕에서 뜨겁고 숨 막히는 경험을 온몸으로 견뎌내는 과정을 유머러스하면서도 생생하게 묘사하여 시원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한다. 전반적으로 붉은색으로 표현한 그림은 아이의 불안한 심리를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아이 마음과 달리 엄마는 뜨거운 물이 가득한 탕에 목까지 몸을 담그란다. ‘시원하게.’ 그뿐이 아니다. 자기보다 오만 배나 넓은 등을 내밀며 때를 밀란다. 그리고 양손에 때수건을 끼고 아이 몸을 벅벅 문지른다. 터져 나오는 아이의 비명, 아랑곳하지 않는 엄마. 아이들에겐 분명 지옥탕이다. 한바탕 전쟁이 휘몰아치고 나니 몸은 보송보송 개운하다. 두 작가는 아이들 관점에서 목욕탕 실전기를 그려 보인다. 그 안에서 아이들이 바라고 꿈꾸는 따뜻함과 유머와 위안과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한다. 조월례 어린이도서평론가}

>동아일보 ‘책의향기’팀은 ‘2012년 올해의 책’ 선정위원들에게 추가 질문도 던졌다. △제18대 신임 대통령에게 권하는 책 △책의 내용은 좋은데 독자나 평단으로부터 과소평가된 책 △반대로 과대평가된 책 △디자인이 좋은 책 등 4가지였다. 새 대통령에게 권하고 싶은 책으로는 ‘대한민국 만들기’(그렉 브라진스키·책과함께) ‘최선의 결정은 어떻게 내려지는가’(토머스 대븐포트·프리뷰) ‘정약용의 목민심서’(동서문화사)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대런 애쓰모글루·시공사) 가 꼽혔다. 송호근 서울대 교수는 “경제민주화와 복지를 일자리와 연결시켜야 한다는 정책기조를 국정운영에 반드시 반영했으면 한다”며 자신의 저서인 ‘이분법사회를 넘어서’(다산북스)를 추천했다. ‘과대평가된 책’으로는 몇몇 베스트셀러가 꼽혔다. 김난도 교수의 ‘천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오우아)는 “가벼운 힐링을 유행시켜 한국사회를 마취시킨 책” “한국 베스트셀러의 허상” “잘못된 진단과 주제넘은 충고, 제목부터가 폭력적”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선정위원은 ‘안철수의 생각’(김영사)에 대해 “그 생각의 책임성을 읽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한기호 출판마케팅연구소장은 공지영의 ‘의자놀이’에 대해 “책의 출간 의도는 선하지만 여러 사람의 자료를 적당히 짜깁기해 놓고 르포르타주라고 과대포장한 책”이라고 지적했다. ‘과소평가된 책’에는 올해 박경리 문학상을 수상한 류드밀라 울리츠카야의 ‘소네치카’(비채)가 꼽혔다. 최연순 김영사 주간은 “광대한 스케일과 사실적인 문체로 삶의 의미와 구원의 문제를 다뤄온 울리츠카야는 러시아의 박경리로 불릴 만하다”고 평했다. ‘디자인이 좋은 책’으로는 ‘나는 작은 회사에 다닌다’(남해의봄날) ‘경성 카메라 산책’(아카이브북스) ‘오래된 도시의 골목길을 걷다’(휴머니스트)가 추천됐다. 박맹호 민음사 회장의 자서전 ‘책’도 정병규의 단순하면서도 힘이 느껴지는 표지디자인이 인상적이라는 호평을 받았다.▽올해의 책 선정위원(가나다순)=강규형(명지대 기록정보과학전문대학원 교수) 고영(문학의전당 대표) 고운기(한양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곽효환(대산문화재단 사무국장) 권영민(문학평론가) 김기봉(경기대 사학과 교수) 김기중(더숲 대표) 김동률(서강대 MOT대학원 교수) 김병호(협성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김선식(다산북스 대표) 김병희(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김윤태(고려대 사회학과 교수) 김형찬(고려대 철학과 교수) 박재환(에코리브르 대표) 백원근(한국출판연구소 책임연구원) 석영중(고려대 노어노문학과 교수) 손택수(실천문학사 대표) 송호근(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신경렬(더난 출판 대표) 신승철(비채 주간) 안대회(성균관대 한문학과 교수) 윤평중(한신대 철학과 교수) 이권우(도서평론가) 이인식(지식융합연구소장) 이현우(한림대 연구교수) 임진택(삼성경제연구소 출판팀장) 장은수(민음사 대표) 전상인(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정은숙(마음산책 대표) 천진기(국립민속박물관장) 최연순(김영사 주간) 한기호(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 한성봉(동아시아 대표) 허병두(‘책으로 따뜻한 세상 만드는 교사들’ 대표) 현길언(소설가)■ 자기착취 ‘성과사회’에 대한 통찰 독일 카를스루에 조형예술대 철학과 교수가 현대 자본주의의 새로운 착취형태를 날카롭게 비판한다. 저자는 “21세기는 타인에 의한 ‘규율사회’에서 자기착취에 의한 ‘성과사회’로 변모하고 있다”고 말한다. 한기호 출판마케팅연구소장은 “피로를 훈장처럼 달고 다니는 세상에서 피로하게 만드는 주체가 자신임을 설명함으로써 욕망의 노예가 된 현대인의 고뇌를 제대로 분석했다”고 평했다.■ 녹색 산업시대를 대비하고 준비하라‘엔트로피’ ‘노동의 종말’로 유명한 저자의 신작. 5월 방한했던 저자는 “석탄과 석유를 원료로 한 1, 2차 산업혁명은 끝났으며 이제 협력과 수평적 권력체계로 움직이는 녹색산업시대를 향한 3차 산업혁명을 준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에너지와 정보기술(IT) 혁명, 커뮤니케이션 혁명이 새로운 분산 자본주의를 주도할 것이라는 주장이 설득력 있다.”(고영 문학의전당 대표) “대안에너지의 시대가 오고 있다고 예고하는 책이다.”(김윤태 고려대 교수)■ 자식 잃은 고통속에 써내려간 행복론일본 국민작가 소세키와 독일 사회학자 베버의 통찰을 통해 현대인의 불안한 삶을 응시하며 살아야 할 이유를 짚어주는 인문교양서. “현대사회의 병폐에 대한 수많은 진단서 중 단연 돋보이는 행복론이다. 일본이라는 구체적 거울을 통해 한국 사회를 들여다볼 수 있는 매력이 있다.”(손택수 실천문학사 대표) “자식을 잃은 참척(慘慽)의 고통 속에서 써내려간 책.”(정은숙 마음산책 대표)■ 자본주의에서 문화가 작동하는 방식20세기 전 세계를 지배했던 유럽의 근대문화는 어떻게 형성됐을까. 산업혁명 이후 유행했던 음악과 신문, 소설, 연극부터 20세기 라디오, 텔레비전, 영화, 게임까지 총망라한 유럽문화통사. “근년에 나온 가장 풍부한 문화사.”(이현우 한림대 교수) “유럽이라는 공간과 200년간의 시간의 문화를 씨실과 날실로 엮은 역작.”(정은숙 마음산책 대표) “자본주의 사회에서 문화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제대로 설명하는 방대한 저작.”(한기호 출판마케팅연구소장)■ 등단 50년 작가 황석영의 자기반추올해 등단 50주년을 맞은 황석영이 작가 생활 반세기를 돌아보며 쓴 책. 19세기 전국 각지를 떠돌며 천지도(동학)에 심취했던 이신통이라는 이야기꾼을 그린 소설이지만, 작가는 방북과 해외 체류, 투옥으로 이어진 자신의 삶을 투영시켰다. 현길언 소설가는 “변하지 않는 문학적 감수성과 인간에 대한 인식의 치열함”을 장점으로 꼽았다. 곽효환 대산문화재단 사무국장은 “새로운 서사와 이야기 구조, 특유의 입담이 어우러진 작품”이라고 말했다.■ 한 해를 요동치게 만든 ‘철수 인터뷰’올해 대선의 큰 변수였던 ‘안철수 현상’을 불러온 책. 발간 첫날 1분에 11권씩 팔려 역대 하루 최다 판매, 이틀 만에 종합베스트셀러 1위 등 국내 출판계의 각종 기록을 갈아치웠다. “정치적 견해를 차치하고, 정치인 인터뷰 집 한 권이 국가와 사회를 요동치게 했다.”(한성봉 동아시아 대표) “한때 공급 부족으로 애를 먹었을 만큼 판매 속도나 비판 서적의 속간까지 올해 책 중에 화제성 면에서 당할 책이 없었다.”(백원근 출판연구소 책임연구원)■ 눈여겨봐야 할 인지심리학의 역작심리학자이면서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대니얼 카너먼의 행동경제학 교양서. 인간이 합리적인 판단을 내린다는 경제학 이론에 의문을 던진다. 임진택 삼성경제연구소 출판팀장은 “인간의 행동을 조종하는 ‘생각’에 관한 이론을 설명하는 실험사례를 내게 적용해보는 것이 묘미”라고 말했고, 김기중 더숲 대표는 “평소 어렵게 느껴오던 행동경제학, 인지심리학 이론을 단번에 이해할 수 있게 하는 역작”이라고 평가했다.■ 과학-인문학을 가로지르는 통섭의 힘세계적인 석학 44인이 5년간에 걸쳐 인문학과 과학에 관해 지적인 수다를 펼쳐놓았다. 진화철학, 시간, 꿈, 자유의지, 프랙털 건축, 소셜네트워크 등의 주제를 놓고 매혹적인 대화를 나눈 ‘통섭의 현장’이다. 백원근 출판연구소 책임연구원은 “각각의 주제를 가로지르는 통섭의 출판 기획력이 돋보이는 책”이라고 평했다. 권영민 문학평론가는 “새로운 통합과 학제적 연관성을 통해 세계적 변화와 삶의 방향을 반성하게 한다”고 말했다.■ 젊은 감수성의 분투, 이젠 아름답구나문단의 ‘기대주’에서 ‘대세주’로 도약한 김애란의 소설집. “문장과 서사의 완벽한 결합이다. 세대의 내면의식을 미학적으로 구축했다.”(김병호 협성대 교수) “한국소설의 현장과 그 가능성을 동시에 보여주는 작가의 작품집.”(권영민 문학평론가) “세대 간 확장과 수축을 반복하면서 소통과 고립을 통해 자기를 만들어가려는 젊은 감수성의 분투가 아름답다.”(장은수 민음사 대표)는 평을 받았다.■ 겨울 만해마을 호젓한 詩 내리는 밤‘눈 내리는 밤/물음이 내려오는 밤/서성이는 밤’. 2년 전 겨울 머물렀던 백담사 만해마을의 풍경을 담은 시집. 겨울밤, 눈, 민들레, 담장, 돌을 관조하며 깊은 사유를 하는 ‘호젓함’이 살아 있는 시어들이 매력적이다. 김병호 협성대 교수는 “장 시인은 불가에서 말하는 건달에 가깝다”며 “삶의 행간을 수묵의 농담으로 그려내는 데 능한 시인인데, 이번 시집은 서늘한 절정에 놓여 있는 것 같다”고 평했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겨울방학이 다가옵니다. 방학이 되면 무엇을 하나요? 대부분의 친구들이 공부를 하겠죠. 혹은 부모님과의 여행 계획을 짜기도 합니다. 여행 계획을 짜다 보면 늘 내가 사는 곳과 먼 곳, 차로 몇 시간 혹은 비행기로 몇 시간 가야 하는 곳을 생각하곤 합니다. 거꾸로 생각해 보면 내가 사는 이곳은 다른 곳에 사는 사람들이 일부러 여행을 오는 곳입니다. 이번 겨울방학에는 내가 사는 이곳을 하루하루 여행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이 책에는 서울, 부산, 공주, 전주 등 우리나라 대표적인 도시 열 세 곳이 소개됩니다. 그 도시의 역사와 가볼 곳을 간략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도시와 견주어 생각해 볼 만한 다른 나라의 도시도 소개합니다. 우선 자기가 사는 곳과 가장 가까운 도시를 찾아보세요. 그리고 그 도시를 자세히 읽어 보세요. 내가 아는 만큼 그 도시를 잘 소개하고 있나요? 나라면 이곳에 관해 이런 이야기를 할 텐데, 이런 이야기는 왜 안 했을까 하는 점은 없나요? 어쩌면 여러분이 사는 그 도시에 관해서는, 책을 쓰신 분보다 여러분이 더 잘 알고 있을지도 몰라요.○ 책 따라 여행하기준비물: 책, 사진기(혹은 휴대전화) 1. 책에 소개된 도시 중 자신이 사는 곳과 가장 가까운 곳을 골라 꼼꼼히 읽고 갈 곳을 딱 한 곳 정한다. 2. 그곳을 소개한 다른 책이 있는지 도서관에서 찾아본다. 3. 그곳에 가는 교통편을 알아본다. (이런 계획 세우는 것을 어른들께 맡기지 마세요. 하지만 먼 길은 어른들과 함께 가세요.) 4. 그곳에 가서 책에 소개된 사진과 똑같은 사진을 찍는다.(이 책에는 사진자료가 충분하지 않아요. 다른 책에 더 좋은 사진이 있다면 그 사진을 따라 찍어 보세요. 텔레비전 예능프로그램에서처럼 똑같이 찍어 보는 거예요.) 5. 아무도 소개하지 않을 것 같은 장소를 ‘자신만의 시선’으로 사진을 찍는다. 6. 한 곳에서 딱 두 장의 사진만을 남긴다. 짧은 코멘트를 써서 각자의 방법으로 모은다. 김혜원 어린이도서교육연구가}

얼마 전 TV 오디션 프로그램 ‘불후의 명곡’에 기타리스트 신중현이 출연했다. 씨스타의 효린이 ‘커피 한 잔’(1964년)을 부르고, ‘노브레인’이 ‘월남에서 돌아온 김상사’(1969년)를 리메이크해서 연주했다. 노브레인은 “한국 록의 창시자 신중현 선생님이 없었다면 오늘날 저희 같은 밴드도 없었을 것”이라며 고개를 숙였다. 대중가요뿐만 아니라 1960년대는 정치, 경제, 문화 전반에 걸쳐 ‘오늘의 한국’을 만든 기원이 되는 시기다. 국문학과 교수인 두 저자는 잡지와 문학 작품에 비친 1960년대를 인문학적 관점에서 탐구한다. 저자는 “‘자유’로 상징되는 1960년의 4·19와 ‘빵’으로 표상되는 1961년의 5·16은 ‘민주화’와 ‘산업화’를 이뤄온 한국현대사의 갈등과 대립의 출발점”이라고 규정한다. 1960년대 지성계는 ‘자유주의’보다는 한국적 ‘민족주의’와 ‘민주주의’의 관념이 본격화하던 시기였다. 저자는 1960년대를 대표하는 책으로 함석헌의 ‘뜻으로 본 한국역사’, 이어령의 ‘흙 속에 저 바람 속에’, 박정희의 ‘우리 민족의 나아갈 길’, 최인훈의 ‘회색인’을 꼽았다. 이념적 양극(兩極)이었던 박정희와 함석헌을 비롯해 서로 다른 지적 배경을 가진 인물들이 “민족주의에 관한 한 서로 마음이 잘 통하는 동시대인이자 상호보완적 동지라고 해도 될 정도였다”는 분석이 흥미롭다. 1960년대 개발시대에 불어닥친 교양주의, 자기계발 붐도 살펴본다. ‘고전읽기 운동’으로 상징되는 박정희 정권의 문화정치는 독서시장의 확대를 가져왔다. ‘고전 100선’ 같은 전집, 총서, 신서 등의 교양기획물이 발간되기 시작한 것도 이때다. 전혜린의 자살은 소녀들의 문학열과 실존에 대한 고민을 상징하는 사건이었다. 또한 1950년대 ‘자유부인’으로 상징되던 여성들의 성해방 물결이 4·19와 5·16 이후 어떻게 남성 주도의 시대로 넘어갔는지 해석하는 부분도 눈길을 끈다. 그러나 1960년대 사상계, 청맥 등 지식인 잡지를 중심으로 분석한 탓인지, 역사를 바라보는 폭넓은 시각의 사료 인용이나 TV, 가요, 민중문화 등 ‘아래로부터’의 문화현상 탐구 부분이 부족한 점은 아쉽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얼마 전 공대생들에게 융합적 상상력에 대해 강연을 하고 나서 난처한 질문을 받았다. “이런 쪽 공부를 해보고 싶은데 어떤 책을 읽으면 되나요?” 이런 상황은 상당히 곤혹스럽다. 초보자의 지적 지평을 넓혀 주는 좋은 책을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다양한 지식의 구석구석을 탐색하는 책은 많다. 그러나 대부분 도발적 내용 덕분에 재미있게 읽히기는 하지만(예를 들어, 원시인의 마음으로 현대를 살아가는 인류!) 지나치게 단순화한 주장을 담고 있어 권하기에 위험한 책이다. 이런 책을 추천했다가는 기타 연주하는 법을 책으로 독파하려다 슬픈 경험을 한 영화 ‘7급 공무원’의 주인공을 양산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학술적으로 정밀한 책은 초심자가 읽기에 어렵기도 하거니와 분과학문을 넘어서는 전체적인 조망을 보여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여기 반가운 책이 나왔다. ‘사이언스 이즈 컬처’는 인류가 이룩한 다양한 성취의 분야에서 세계 최고 고수 44인의 이야기를 모아놓은 책이다. 이들을 묶는 주제는 첨단 과학 연구의 문화적 함의이다. 문화를 공기처럼 우리 모두를 감싸며 우리 삶의 배경조건을 제공하는 것으로 이해할 때 현대사회에서 과학은 분명히 문화의 중심에 있다. 이런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이 책은 객관성과 이미지, 기후변화의 정치학, 음악, 프랙털 건축, 소셜네트워크처럼 다양한 주제를 다룬다. 솔직히 말하면 대개 이런 종류의 책은 내용이 피상적이거나 참여 저자들이 다른 곳에서 한 이야기를 단순화해 반복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 책은 다르다. 신선하다. 44인에게서 짧은 글을 받아 유명한 사람의 이름값으로 책을 팔려는 얄팍한 상술이 아니라 독특한 철학이 담긴 편집으로 정면승부를 건다. 이 책의 기획자 애덤 블라이는 현대사회에서 다양한 분야와 상호 작용하는 과학의 모습을 담아낼 수 있도록 서로 다른 분야의 사람들을 둘씩 짝지어서 공통된 주제에 대해 이야기하도록 했다. 우리 시대의 석학과 전문가 44명이 서로 공통된 관심사에 대해 흥미로운 이야기를 주고받을 수 있도록 5년에 걸쳐 모임을 주선한 것이다. 물리학자로서 우리의 시간 경험과 공간 경험에 대한 소설을 여러 편 집필한 앨런 라이트먼과 시공간 속에 전개되는 안무로 예술 속에서 시간을 구현하는 무용가 리처드 콜턴을 한자리에 앉혀 ‘시간’에 대해 대화를 나누게 한 것이다. 결과는?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대목도 여럿이다. 탁월한 구성이라는 느낌을 주는 책이다. 마음에 드는 부분은 구성만이 아니다. 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 심리학자 스티븐 핑커, 언어학자 놈 촘스키, 영화감독 미셸 공드리 등 대담자의 면면도 묵직하다. 흥미로운 점은 이들의 대담 내용에서, 솔직히 해당 분야에 대해 꽤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나조차 ‘아하, 요런 생각을 하고 있었구나!’라고 깨닫게 하는 유익한 지점이 있었다는 사실이다. 이는 아마도 대담의 형식을 통해 서로 질문을 주고받다가 어떤 경우에는 상대방의 생각을 보완하고 때로는 대립하다 보면 혼자 쓰는 책에서는 잘 드러내지 않는 숨은 면모를 슬쩍 보이기 때문인 것 같다. 예를 들어, 평소 사회생물학의 든든한 동맹자 사이로 여겨졌던 에드워드 윌슨과 철학자 대니얼 데넷이 인간의 도덕적 판단의 자율성 문제에서 나름의 이유를 갖고 대립하는 모습은 사뭇 흥미로웠다. 외계에서 오는 신호를 분석한 우주론 연구자 재나 래빈과 여러 장르를 혼합한 소설로 맥아더재단의 천재회원으로 선정된 소설가 조너선 레덤이 만나 진실과 픽션 사이의 미묘한 관계에 대해 주고받는 이야기도 매혹적이었다. 당연히 이 책에서 논의된 모든 주제에 대한 폭넓은 지식을 한번에 얻을 순 없을 것이다. 하지만 미래 세대는 과학적 세계관과 인문적 감수성, 사회과학적 치밀함을 서로 아울러야 한다. 이들에게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학문 발전의 첨단과 미래에 대한 성찰을 엿보게 해줄 수 있는 이 책은 분명한 호소력을 갖는다. 과학은 미래를 보여줄 문화이기에.이상욱 한양대 교수·과학철학}

처음 가는 길은 낯설고 두렵다. 가보지 않은 직업의 길 역시 궁금함과 함께 걱정도 따르게 된다. 그 길을 먼저 간 사람이 자기가 걸어온 길을 자세히 알려주고, 조심조심 걸어오라고 다독여주면 얼마나 좋을까? ‘나는 무슨 씨앗일까’(샘터)는 다양한 분야의 선배 9명이 자기 삶에 심은 꿈의 씨앗과 좌절, 열정과 성공담을 들려준다. 강영우 박사는 15세에 시력을 잃었다. 그는 그 고통을 굳은 의지와 신앙으로 극복하고 유학길에 올라 한국에서 시각장애인으로는 처음으로 박사가 된다. 그는 자신의 목표를 선명하게 하고 앞만 바라보고 한발 한발 나아가면 반드시 원하는 곳에 다다를 수 있다고 말한다. 국립산림과학원에서 연구관으로 일하는 나무 박사 서진석은 “모든 나무를 다 좋아하기 때문에 특별히 어느 한 나무만을 좋아하지는 못한다”고 말할 정도로 자신의 일에 애착을 갖고 있다. 그는 ‘내가 가고 싶은 길은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라는 좌우명 아래 끊임없이 나무 연구에 매진해 왔다. ‘아홉 살 진로멘토’(북멘토)도 직업을 통해 다양한 사람들의 삶을 조명했다. 과학자 의사 디자이너 교육가 사업가 배우 카피라이터의 꿈을 이룬 사람들을 통해 다양한 직업의 세계를 보여준다. 40년간 쇠똥구리 연구를 해온 파브르에게서는 끈기를, 돈과 명예에 대한 욕심 없이 환자 치료에 평생을 바친 ‘바보 의사’ 장기려에게서는 사랑을, 훌륭한 기업인으로 존경 받는 유일한에게서는 신용이라는 덕목을 배울 수 있다. 이 책엔 진로 전문가의 세심한 안내서가 첨부돼 있다. 주인공들이 선택한 직업이 구체적으로 무슨 일을 하는 것인지, 그 직업을 택하려면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를 자세히 설명해 두었다. 오길주 경민대 독서문화콘텐츠과 교수}

5일 오전 교보문고 서울 광화문점. 안철수 전 대선후보의 대담집 ‘안철수의 생각’(김영사)은 여전히 독자들의 시선을 잘 끄는 매대에 놓여 있었다. 그의 후보 사퇴 후 ‘주요 대선후보 관련 서적’ 코너가 대폭 축소됐음에도 이 책은 에세이 분야 진열대의 주요 자리를 지키고 있다. 교보문고가 지난달 23일 안 후보의 대선출마 포기선언 전후 20일간 이 책의 판매량을 조사한 결과 선언 전(245권)과 후(211권) 판매량에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집계됐다. 인터넷서점 YES24에서도 포기선언 후 매일 30∼50권씩 팔려 11월 일평균 50권과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최연순 김영사 주간은 “안 후보의 사퇴 이후 서점이나 도매상에서 ‘안철수의 생각’ 반품 의뢰가 들어온 적은 없다”고 전했다. 7월 19일 출간된 ‘안철수의 생각’은 발간 다음 날부터 온라인 서점에서 7초에 한 권씩 팔리고, 열흘 만에 30만 부가 인쇄되는 등 국내 서점계의 기록을 연일 갈아치웠다. YES24에 따르면 9월 들어 하루 200∼300권씩 팔리던 이 책은 9월 19일 대선출마 선언일에는 하루 600권으로 판매량이 급증했다. 이 책은 현재까지 70만 권이 팔려 혜민스님의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쌤앤파커스)에 이어 올해의 종합베스트셀러 2위에 올랐다. 국내 출판계에서 저자의 인세가 책값의 10% 선인 점을 감안할 때, 안 전 후보는 ‘안철수의 생각’(1만3000원)으로 4개월 만에 9억 원이 넘는 인세를 벌어들인 것으로 추산한다. 특히 ‘CEO 안철수, 영혼이 있는 승부’ ‘CEO 안철수,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등 안 전 후보가 예전에 썼던 책들도 올해 더 많이 팔려 추가 인세수입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교보문고 광화문점 노현희 정치사회 코너 북마스터는 “후보 사퇴 이후에도 안철수 전 후보의 역할과 향후 행보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지 않았기 때문에 ‘안철수의 생각’을 주요 진열대에서 빼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대선후보 코너를 박근혜, 문재인 후보 중심으로 다시 꾸몄는데, 야권후보 단일화가 두 후보 관련 서적 판매량에는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고 전했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초등학생 사이에서 그리스 로마 신화 읽기가 유행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인간처럼 질투하고 시기하는 신들의 모습은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기 충분했습니다. 아이들은 신들 이름을 줄줄 외우고, 신들의 가계도를 훤히 꿰곤 했습니다. 그러고는 이런 질문을 합니다. “왜 우리나라에는 이렇게 멋진 신화가 없는 건가요?” 어른들도 우리 신화에 대해 잘 알지 못하니 할 말이 없습니다. 우리나라에도 세상을 만들고, 인간의 생사를 관장하고, 해와 달을 만들고, 농사를 짓게 도와주던 신들이 있습니다. ‘우리 신화로 만나는 처음 세상 이야기’를 보면 그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우리의 신들은 그리스 로마 신들처럼 질투하거나 화내지 않습니다. 인간 편에서 기다리고 보듬어 줍니다. 서양 신이 자극적이라면, 우리들 신은 따스합니다. 이 책에는 여러 신이 나옵니다. 궁산이, 명월이, 자청비, 백장군, 선문이, 마고할미들입니다. 이들의 이름과 특징을 모아 ‘우리 신화 인명사전’을 만들어 보면 이 이름들을 더 친근하게 느끼게 될 것입니다.○우리 신화 인명사전 만들기준비물: A5 메모카드, 바인더 링, 필기도구 1. 이 책에 나오는 신들을 샅샅이 찾는다.2. 준비된 메모카드에 신들에 대한 정보를 적는다. 한 장에 하나의 신 이름, 특징적인 외모, 하는 일, 성격 등을 적는다. 3. 모든 신의 정보카드를 만들면 가나다순으로 메모카드를 간추린다. 4. 바인더 링으로 메모카드를 고정하고 표지도 만든다. 김혜원 어린이도서교육연구가}

최초의 미국 식민지 개척자였던 영국의 청교도들이 가장 먼저 한 일은 ‘춤’ 금지였다. 신대륙에서 완벽한 세계를 창안할 기회를 꿈꾸었던 그들은 성적인 자유를 단죄했고, 쾌락을 불러오는 행위를 비난했다. 건국 초기 미국은 ‘자유의 수도’라는 명성에도 불구하고 빅토리아 시대의 영국보다 더 억압됐으며, 노동윤리에 강박된 국민 문화를 형성했다. 오늘의 미국은 어떤가. 흥겹게 몸을 움직이게 하는 리듬과 즉흥성이 특징인 재즈와 힙합이 없는 미국은, 게이와 레즈비언이 커밍아웃을 엄두도 못 내는 미국은, 브로드웨이 라스베이거스 할리우드가 없는 미국은 상상할 수도 없다. 이 책은 미국이 어떻게 세상을 지금과 같은 형태로 변화시키고, 새로운 쾌락을 만들어내고, 자유를 확대해왔는지를 보여준다. 그 주인공은 건국의 아버지, 노예 폐지론자, 사회주의 혁명가, 민권운동가와 같은 ‘위인들’이 아니다. 바로 술꾼과 매춘부, 게으른 노예와 범죄자, 탈선 청소년, 동성애자와 같은 ‘불한당들(renegades)’이다. 영화 ‘갱스 오브 뉴욕’을 보듯 책은 생생하게 미국의 뒷골목을 들추어낸다. 사창가와 게이 나이트클럽을 들여다보고, 노예들의 비밀파티로 안내한다. 주말을 만들어낸 술꾼 노동자들, 인종 간 통합을 실천한 범죄자들, 피임기구를 퍼뜨린 이민자들, 대량 소비사회를 이끌어낸 하층민들…. 저자는 그들의 전복적인 라이프스타일이 다양한 사회적 금기들을 합법화하는 데 기여했으며, 자유로운 미국 문화를 만들어냈다고 분석한다. 저자는 특히 “아프리카계 흑인 노예들이 누리는 ‘재미’는 백인들을 충격에 빠뜨렸다”고 썼다. 미국 시민의 규범에서 벗어난 흑인 노예들의 생활은 춤과 노래, 음주, 성생활에서 엄청난 자유를 누렸다. 노예해방 후에도 ‘목장의 호시절’로 돌아가고자 했던 흑인이 많았다고 전해질 정도다. 저자는 갱스터들이 없었다면 라스베이거스. 브로드웨이, 할리우드도 없었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미국 건국신화의 영웅에만 익숙해 있던 이들에게 이 책은 논쟁적이고, 분방하고, 저속하며, 독창적이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날이 추워지고 있다. 소녀상은 발이 시리다. 단발머리에 치마저고리. 열세 살에 끌려왔을 때의 맨발 모습 그대로다. 그들은 소녀들이 도망치지 못하도록 신발까지 빼앗아 버렸다. 추운 날씨에 떨고 있던 소녀상에게 어느 날 사람들이 다가왔다. 그들은 담요로 차가운 종아리를 감싸 주었고, 얼어붙은 맨발에 보송보송한 수면양말을 신겨 주었다. 서울 종로구 중학동 주한 일본대사관 정문 앞에 소녀상이 세워진 지 곧 1년이 된다. 지난해 12월 14일 위안부 할머니들의 수요시위 1000회 기념으로 세워진 평화비 소녀상이다. 높이 130cm의 소녀상은 울지도, 웃지도 않고 일본대사관을 응시하고 있다. 두 손은 치마를 꼭 쥐고, 발뒤꿈치는 여전히 땅에 붙이지 못한 채 앉아 있다. 일본대사관 앞길은 ‘평화로’라고 이름 붙여졌다. 위안부 할머니들의 수요집회 때만 북적이던 이곳에 평일에도 소녀상을 보러 오는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소녀상은 언젠가부터 일본군 위안부가 70, 80대 노(老)할머니들의 문제라고 치부해 왔던 인식에 경종을 울렸다. 일제가 성노예로 끌고 가 잔혹하게 짓밟았던 것은 눈부신 10대 소녀들이었던 것이다! 그래서일까. 올해 수요집회에는 소녀상 또래의 여중고생들이 수백 명이나 함께했다. 그러나 올해 6월 말 소녀상의 가슴은 또한 번 무너져 내렸다. 일본 극우단체 회원인 스즈키 노부유키(47)가 ‘다케시마는 일본 고유 영토’라고 쓰인 흰색 말뚝을 소녀상의 다리에 묶었던 것이다. 그는 “일본 대사관 코앞에 매춘부 동상, 매춘부 기념비가 서 있다”고 소리를 질러댔다. 장마가 한창이던 7월 초. 한 경찰관이 커다란 우산을 들고 소녀상에 다가왔다. 서울지방경찰청 13기동대 소속 김영래 경위(49)였다. 소녀상의 움푹 파인 눈에 들어간 빗물은 볼을 타고 하염없이 흘러내렸다. 그는 소녀상이 ‘말뚝 테러’에서 지켜 주지 못한 자신을 야단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고 생각했다. 죄송스러운 마음에 그는 소녀상을 손수건으로 닦았다. 그리고 한 시간 넘게 소녀상에 우산을 받쳐 주면서 근무를 섰다. 이 사진은 SNS를 통해 퍼져 나갔다. 올해 8월 미국 하원 외교위원회 소속 에니 팔레오마바에가 의원은 위안부 할머니들이 사는 경기 광주 나눔의집을 방문해 “소녀상이 너무 작아 오히려 피해자들에게 치욕적”이라며 더 큰 추모상 건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소녀상을 조각한 김운성, 김서경 부부는 “소녀상이 거대해져 미화되고, 숭배의 대상이 되는 걸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벨기에 수도 브뤼셀에 있는 유명한 ‘오줌싸개 동상’도 실제로 보면 너무 작아 관광객들이 실망할 정도다. 그러나 각국의 국빈이 벨기에를 방문할 때마다 벌거벗은 꼬마동상을 위해 옷을 선물할 정도로 사랑받고 있다. 일본대사관 앞 작은 소녀상도 설날에는 한복으로, 크리스마스에는 빨간 망토로 갈아입는다. 곰돌이 인형, 꽃, 신발을 놓고 간 사람도 있다. 때로는 작아서 더욱 슬프고, 친근해지는 대상도 있다. 소녀상은 예술작품의 힘을 다시 한 번 보여준다. 일본의 아베 신조 자민당 총재는 “위안부 강제 동원 증거가 없다”고 망언을 해 대지만, 일본 정부는 소녀상에 쏟아지는 관심이 곤혹스럽기만 하다. 위안부 할머니를 기리는 소녀상은 미국 디트로이트에도 세워질 예정이라고 한다. 소녀상의 뒤편 그림자에는 나비 한 마리가 새겨져 있다. 나비는 환생(還生)을 상징한다. 일본 정부는 얼마 남지 않은 위안부 할머니들이 돌아가시면 위안부 문제가 잊혀질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나비는 할머니들의 ‘소녀시대’의 기억을 다시 불러왔다. 이제 소녀상은 외롭지 않을 것이다.전승훈 문화부 차장 raphy@donga.com}

골프는 ‘멘털 게임’이다. 프로골퍼 최경주는 경기 도중에 미스샷을 날리더라도 절대로 골프채로 땅을 치거나 나쁜 말을 내뱉지 않는다. 1999년 대한민국 선수 최초로 미국프로골프(PGA)에 도전하면서 스스로 한 약속이다. 아무리 한국말로 욕을 한다고 해도 외국인 선수나 갤러리도 느낌으로 다 알아듣기 때문이다. “미스샷을 내고 욕을 하면 사람들은 ‘공도 못 치는 게 욕이나 한다’고 흉을 보지, ‘속 시원하게 잘 뱉었으니 다음 샷은 잘할 수 있을 거야’ 하고 등을 두드려 주지 않습니다. 나보다 키가 크고 스윙 스피드도 월등한 선수들과 경쟁해야 하는데 마음까지 불안정하면 어떻게 승리할 수 있겠습니까.” 그는 최근 펴낸 자서전 ‘코리안 탱크, 최경주’(비전과리더십)에서 전남 완도의 촌놈이 미국 PGA투어 선수로 자리 잡게 되기까지의 좌절과 도전을 펼쳐놓았다. 그는 이 책에서 “안정된 스윙을 하려면 스윙의 시작과 중간 그리고 끝이 항상 똑같아야 하는데 그 똑같은 동작을 ‘루틴’이라 한다”며 “일상생활에서도 늘 변하지 않는 ‘단순함’에서 힘이 나온다”고 말했다. 그가 PGA투어 도중에 반드시 지키는 원칙은 또 있다. 경기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왔을 때 절대로 TV를 켜지 않는 것이다. 집중과 안정을 위해서다. 그 대신 숙소에서 책이나 성경을 읽으며 마음을 가다듬는다. 그는 “책을 읽을 때는 반드시 정독을 한다”고 말했다. 속독은 익숙해지지 않아서인지 금방 잊어버리고, 머릿속에 오래 남지 않는다는 것이 이유다. “10여 년 전 PGA투어를 준비하면서 아내와 많은 대화를 나눴어요. 그때부터 책도 본격적으로 읽기 시작했지요. 2년 전에는 2주에 한 권씩 읽기로 마음먹고 1년간 약 25권을 독파한 경험이 있습니다. 책을 읽을 때 큰 욕심은 없어요. ‘한 권당 한 문장씩만 내 것으로 만들자’는 마음으로 읽습니다.” 가장 감명 깊게 읽은 책으로 그는 조엘 오스틴의 ‘긍정의 힘’(두란노)과 유진 오켈리의 ‘인생이 내게 준 선물’(꽃삽)을 꼽았다. “픽션이든 논픽션이든 사실에 가까운 이야기, 역경과 고난을 극복한 인물의 이야기를 좋아한다”고 했다. “유진 오켈리는 세계적인 KPMG그룹의 최고경영자(CEO)였는데, 뇌종양 판정을 받은 지 3개월 만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가 죽기 직전에 가족들과 휴가를 보내고, 부인의 도움을 받아 자서전을 쓰며 삶을 정리하는 모습이 감명을 주었습니다. ‘사람은 언제 죽을지 모르니 항상 죽을 준비를 해야 한다’는 말은 반대로 삶의 매 순간 순간이 그토록 아름답고 소중한 것이며 최선을 다해 살아야 한다는 말로 와 닿았습니다.” 그는 2007년 골프 꿈나무 육성과 자선사업을 위해 ‘최경주재단’을 설립했다. 장 지글러의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갈라파고스)는 재단 설립 과정에 큰 도움을 준 책이다. 그는 “전 세계의 빈곤과 기아에 허덕이는 아이들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게 됐고 우리 아이들이 더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미래를 염원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사회의 리더들에게 필요한 자질은 지식도 중요하지만 절제와 인내심, 정신력과 기다림 같은 덕목”이라며 “청소년들이 공부만 하지 말고 스포츠를 통해 리더십을 배웠으면 한다”고 말했다. “골프는 심판의 판정이 없는 운동입니다. 정해진 홀에 들어갈 때까지 선수 스스로 컨트롤 하는 경기죠. OB나 해저드 등 공동으로 정한 구역을 지키고, 시간을 준수하고, 에티켓을 지켜야 합니다. 스포츠를 통해 청소년들이 스스로 역경을 극복하는 법을 배우고 인격적으로 성숙해진다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더 밝아질 것입니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한국 출판계에서는 인문학의 위기를 말하고 있지만 영국에서는 여전히 인문학, 그중에서도 역사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이는 영국의 서점을 방문해 보면 금방 안다. 서점 문을 열고 들어가면 주로 자기계발 및 경제 경영 관련 도서가 제일 앞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한국과 달리 영국의 서점에서는 역사책이 단연 앞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역사도 세계사, 영국사, 아시아사, 세계 대전사 등 다양한 종류로 세분돼 있으니 영국인들이 얼마나 역사에 관심이 많은지를 쉽게 알 수 있다. 이러한 역사책 코너에서 요즘 가장 주목받고 있는 책은 BBC 정치부의 앤드루 마 기자가 9월 말 출간한 ‘세계의 역사(History of the World)’다. 저자는 일간지 인디펜던트에서 기자생활을 하다 BBC로 옮겨왔으며 2005년부터 BBC에서 ‘앤드루 마 쇼’를 진행하고 있다. 그는 지난 5년간 ‘앤드루 마의 현대 영국의 역사’와 ‘앤드루 마의 현대 영국을 만든 것’ 등 굵직한 역사 프로그램을 선보여 많은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동명의 역사서들을 출간한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하다. ‘세계의 역사’도 출간과 동시에 8부작 TV 다큐멘터리로 제작됐으며 BBC를 통해 방송돼 시청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책은 7만 년 전의 고대 마야인으로부터 21세기에 이르기까지 고대의 베냉 왕국, 폴란드 왕국, 몽골 제국, 아프리카인들의 대이동 등 다채로운 문명의 역사를 담고 있다. 유럽인이 쓴 역사서가 대체로 유럽 중심의 세계관에 따라 기술되는 것에 비해 마 기자는 이 책에서 유럽뿐 아니라 아메리카, 아프리카, 아시아 대륙의 다양한 문명을 그곳 사람의 시선에서 담으려 노력했다. 우리가 흔히 아는 고대 그리스와 로마, 나폴레옹의 유럽 정복과 같은 세계사적 사건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페루나 우크라이나, 중미에서의 문명의 시작을 다루고 있는 것이 그 예이다. 저자는 실패하고 사라진 문명들, 이른바 ‘승자’라고 불리는 나라들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비교하며 현대를 사는 우리들이 가질 법한 의문들에 답한다. 역사를 바꾼 인물들, 예를 들어 클레오파트라, 칭기즈칸, 갈릴레오 갈릴레이나 마오쩌둥과 같은 거물들을 다루면서 어떻게 몇몇 지도자들은 현실 감각을 잃었는지, 어째서 혁명은 때로는 행복보다는 독재자들을 낳는 것인지, 왜 일부 지역은 다른 곳보다 부유한지 등을 설명한다. 가디언지는 “마 기자의 새 책은 우리의 운명을 결정지은 사건과 인물을 뛰어난 이야기 능력으로 풀어놓았다”고 평가했다.런던=안주현 통신원 jahn80@gmail.com}

책 한 권이 그녀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아나운서 손미나 씨(40)가 2006년 스페인 연수를 다녀와서 쓴 ‘스페인, 너는 자유다’. 당시 KBS ‘도전 골든벨’을 진행했던 발랄했던 모습의 그는 1년 만에 스페인의 뜨거운 태양에 그을린 까무잡잡한 피부에 긴 생머리를 하고 돌아왔다. 이 책은 수많은 여성독자들의 호응 속에 20만 권 넘게 팔렸다. 그는 이듬해 KBS에 사표를 던지고 본격적인 작가로 나섰다.그로부터 6년간 일본 도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프랑스 파리를 정처 없이 떠돌았다. 그는 ‘손미나의 도쿄 에세이, 태양의 여행자’, ‘다시 가슴이 뜨거워져라, 아르헨티나’, 소설 ‘누가 미모자를 그렸나’ 등을 펴내며 치열한 작가의 삶을 살아왔다. 누구나 선망하는 아나운서라는 직종을 벗어던지고 자유롭게 살아온 그는 요즘 20∼30대 여성들이 닮고 싶어 하는 롤 모델 중 하나다.“파리에 있을 때 바스티유 광장 근처의 철학카페에 자주 갔어요. 일요일 오전 10시마다 머리 희끗한 아저씨, 주방에서 막 튀어나온 아주머니 같은 분들이 에스프레소 한 잔과 수첩을 놓고 이야기하는데, 대학 강의실 못지않은 진지한 분위기였어요. 우리는 철학이 어렵고 특권층만 즐기는 문화라고 생각하는데, 그들의 당당함과 여유가 부러웠죠.”손 씨는 3년간의 파리 생활을 마치고 올해 7월 귀국했다. 당분간 국내에 머무르며 내년에 출간할 프랑스에 관한 책을 쓸 작정이다. 그는 최근 ‘파리의 철학’(봄바람)이란 테마로 다이어리를 출시하기도 했다. 그는 ‘책의 향기’ 독자들에게 가장 먼저 전몽각 씨의 사진집 ‘윤미네 집’(포토넷)을 권했다. 큰딸 윤미가 태어나서 시집가기까지의 모습을 아버지가 흑백사진에 담아낸 기록이다. 손 씨는 “이 책은 글 없이 사진만 보아도 따뜻한 감동의 눈물을 흘리게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 책을 볼 때마다 올해 갑자기 세상을 떠난 아버지 생각이 난다. “병실에서 아버지는 고향(개성)이 같아 가장 좋아했던 박완서 선생님의 글을 읽어달라고 부탁하셨어요. 아버지가 남기신 수백 통의 편지와 글을 모아 아버지의 역사를 추억하는 책을 쓰고 싶어요.”그의 두 번째 추천 책은 ‘카우치 서핑으로 여행하기’(이야기나무). ‘카우치 서핑’이란 해외 배낭여행자들에게 인터넷 신청을 거쳐 무료로 자신의 집 소파를 잠자리로 제공하는 것. 손 씨는 “집주인은 여행자들과 만나 세상의 이야기를 듣고, 여행자들은 돈이 없이도 해외여행을 할 수 있는 새로운 여행문화”라며 “이 책을 읽고 나도 꼭 한 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손 씨는 연말에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들을 위해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펭귄클래식코리아)을 골라줬다. 그는 “이 책에서 베르테르는 호메로스의 시를 읽으면서 사랑의 슬픔을 다독인다”며 “현재의 내가 200여 년 전의 괴테, 기원전의 호메로스를 만나 위로를 받을 수 있는 것이 고전의 힘”이라고 말했다.손 씨는 “내년에는 페루의 마추픽추에 가서 몇 달간 머무르며 삶과 죽음에 대해 생각해보려고 한다”고 전했다. 그 전에는 팟캐스트 ‘손미나의 여행사전’을 진행하며 젊은 여성들과 고민을 함께 나눌 계획이다. “많은 이들이 프랑스 여성들을 부러워하는 데 날씬하고 스타일리시한 모습 말고, 그들의 실용적이고 검소하고 독립적이고 자기주도적인 모습을 보지 못하는 것은 안타까워요.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순례길에 가보면 절반 이상이 한국의 30대 여성들이라고 합니다. 30대가 되면 인생이 끝나버린 것 같은 기분이 드는 젊은 여성들에게 힘을 주는 힐링 캠프를 준비할 계획입니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두 책은 아이들이 쓴 일기를 모아 놓은 책입니다. 일기 쓰기는 아이들에게 참 힘든 숙제가 되어 버렸습니다. 이 책들은 일기 쓰기가 힘든 친구가 읽으면 좋겠습니다. 친구들이 쓴 글을 읽다 보면 내 또래 아이들이 이런 생각도 하는구나 싶어서 놀라울 때도 있고, ‘하! 이런 글 정도는 나도 쓸 수 있겠네’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겠죠. 그러고 나서 자신이 지금까지 써 왔던 일기들을 한 번 쭉 훑어보세요. 아주 어렸을 때 쓴 한 줄짜리 일기, 그림일기부터 말이죠. 그러다 보면 이건 참 마음에 든다 싶은 것이 있을 거예요. 그런 일기들을 모아 ‘나의 일기책’을 만들어 보는 건 어떨까요?○ 독후활동-나의 일기를 책으로 만들기준비물: 탁상용 달력, 소포지 전지, 양면테이프, 어렸을 때부터 쓴 일기들, 사인펜 1. 어릴 때부터 쓴 일기를 찬찬히 읽고 마음에 드는 것을 골라둔다. 2. 탁상용 달력의 밑면을 칼로 잘라낸다(어른들의 도움을 받는다). 3. 탁상용 달력의 달력 한 장 한 장에 소포지를 붙인다. 이때 풀보다 양면테이프가 좋다. 이렇게 전체를 붙이면 약 20쪽의 단단한 표지를 가진 책 모양이 완성된다. 4. 골라놓은 일기를 책에 옮겨 적는다. 컴퓨터로 옮겨 인쇄해서 사용해도 된다. 이때 편마다 제목을 붙이면 더 좋다.5. 글에 어울리는 삽화를 그린다. 6. 책 제목을 정한다. 각 편의 제목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을 고르는 방법도 있다.7. 표지를 꾸민다. 제목뿐 아니라 글·그림에 자기 이름을 쓰고, 출판사 이름도 정해 본다. 기존에 출판된 책을 살펴 책 모양을 갖추는 데 필요한 것을 찾아서 꾸민다(정가, 펴낸 날, 바코드, 지은이의 말, 추천사, 지은이 소개 등). 김혜원 어린이도서교육연구가}

‘어느 집에 숟가락이 몇 개 있는지 다 안다.’ 불과 몇십 년 전만 해도 동네에서 흔히 듣던 말이다. 서로 네 것 내 것 없이 이웃하면서 기쁨과 슬픔을 공유하고, 농사일이든, 집안일이든 품앗이를 통해 함께 나누며 살았다. 지금은 먼 나라 이야기처럼 돼 버린 이웃과 함께 북적이면서 살아가는 모습을 그린 그림책들이 있다. 마침 김장철이 다가온다. ‘북적북적 우리 집에 김장하러 오세요’(소중애 글·정문주 그림·푸른숲주니어)는 베트남에서 시집와서 아직 우리 문화가 낯선 슬기네와 우혁이네가 김장을 하는 이야기이다. 두 집안 아빠 엄마와 아이들이 배추를 다듬고 씻고, 양념을 만들어 김치를 서로의 입에 넣어 주는 왁자한 풍경을 그린 그림이 흥겹다. 김치를 함께 담그며 인종이 다르고, 사는 형편이 다른 두 집안은 자연스레 이웃 가족이 되어 가는 모습을 보여 준다. 배추가 맛깔스러운 김치가 되기까지의 정보는 덤이다. ‘세상에서 가장 큰 가마솥’(김규택 글 그림·느림보)은 동지 팥죽으로 마을이 하나가 돼 가는 모습을 신명나는 그림으로 보여 준다. 우리 선조들은 붉은 빛이 귀신을 쫓고 재앙을 막아 준다고 하여 집안에 크고 작은 일이 생기면 팥떡이나 팥죽을 만들어 나누었다. 이 책에선 한 마을 사람들이 마음을 닫고 사사건건 싸우기만 하던 중 괴물이 나타나 위험에 빠지자, 똘이가 기지를 발휘해 동짓날까지 팥죽을 끓여 주겠다고 약속해 괴물이 잠시 물러나게 한다. 괴물을 물리쳐야 한다는 공동의 목표가 생기자 마을 사람들은 서로에 대한 미움과 분노를 접고 하나가 되어 가기 시작한다. 세상에서 가장 큰 가마솥을 마련하고 팥죽을 끓이고 팥죽이 눌어붙지 않게 가마솥 안에 나룻배를 띄우고 여럿이 노를 저으면서 땀을 흘리고 노래를 하고 춤을 추는 과정에서 서로에 대한 미움도, 분노도 스르르 녹아 버린 것이다. 수많은 인물들이 한꺼번에 등장하여 와글거리며 북적거리는 장면들 속에서도 인물들 하나하나의 표정과 몸짓이 살아 있다. 특히 세상에서 가장 큰 가마솥 안에 나룻배를 띄우고 노를 젓는 매력적인 장면은 이 책의 명장면으로 꼽을 만하다. 사람과 어우러지는 재미를 살려주는 또 하나의 책으로 ‘장날’(이윤진 글·이서지 그림·한솔수북)을 꼽을 수 있다. 조선시대 장날의 풍경을 4m 병풍 책으로 표현한 이 그림책은 마치 시장 한가운데 들어와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숱한 사람들로 가득한 시장을 거니는 듯 화면을 가득 채운 책장을 넘기다 보면 사고팔고, 먹고 마시고, 만나고, 즐기는 시장 풍경 속에서 이웃과 함께 살아가는 삶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조월례 어린이도서평론가}

“신병훈련소에 8주간 있으면서 글자를 읽을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과자봉지 뒷면에 쓰인 영양성분 표시나, 행군하다 길에서 주운 신문 조각을 정신없이 읽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정규하 병장은 지난해 초 강원 화천군에 있는 최전방 부대 육군 제27사단(이기자부대) 통일선봉대대에 배치되던 첫날 깜짝 놀랐다. 험준한 화악산(1468m)과 곡운구곡(谷雲九曲)의 깊은 계곡으로 둘러싸인 첩첩산중 부대에 수천 권의 책이 꽂혀 있는 작은 병영도서관을 보고서다. “밖에서도 읽지 못했던 신간도서가 가득한 걸 보고 세상과 단절되지 않았다는 안도감과 희망을 느꼈습니다.”○ TV, 스마트폰 대신 책을 읽는 군인들 이 부대에 병영도서관이 생긴 것은 2010년 10월. 신막사를 지으면서 병영생활관 3층에 작은 도서관을 마련했다. 책꽂이에는 시민단체와 국방부, 문화체육관광부, 지역 주민, 부대원들이 기증한 책 8700권이 비치됐다. 병영도서관은 그저 시간이 흘러가기만 기다렸던 청춘들의 군 생활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스마트폰과 인터넷 게임을 할 수 없는 군대 환경에서 장병들은 처음 맛보는 책의 즐거움에 빠져들었다. 장재호 상병은 이등병 때 병장의 손에 이끌려 도서관을 처음 찾았다. 선임병은 그에게 군 생활에서는 인간관계가 중요하다며 ‘삼국지 인생전략 오디세이’를 추천했다. 그는 이후 병영도서관에서 매주 1, 2권씩 1년간 50권이 넘는 책을 꾸준히 읽었다. “군 생활을 하다 보면 바깥세상으로부터 잊혀질 것 같은 두려움을 느끼게 되죠. 알랭 드 보통의 ‘불안’을 읽고 불안감의 정체를 알고 나니 거기서 벗어나게 되더군요.” 안경을 낀 앳된 얼굴의 한민기 상병은 요즘 ‘야생화 백과사전’과 구병모의 소설 ‘아가미’를 재밌게 읽고 있다. 한 상병은 “강원도 산골에서 훈련을 받다 보면 야외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많은데, 도심에서는 볼 수 없던 꽃들의 이름을 알아가는 기쁨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최근 국방일보가 장병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병영도서관을 이용하는 군인들의 한 달 평균 독서량은 2.4권이었다. 지난해 우리나라 성인 독서량(한 달에 0.8권, 1년에 9.9권)의 세 배 가까이 되는 수치다. 지난해 병영독서 우수 부대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을 받았던 이기자부대도 다양한 독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분기별로 책을 가장 많이 읽은 ‘독서왕’과 독후감 경연대회 수상자에게는 3박 4일의 포상휴가를 준다. 또한 지난해 11월에는 강원대 국문학과 정성미 교수를 초청해 병사들과 ‘논어’ ‘징비록’ 등을 읽고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 책을 읽으면 더 강한 군대가 된다 예전의 군대에서는 내무반에서 최고참 병장이 TV를 보고 있으면 모두들 TV를 봐야 했다. 그러나 올해 8월 말 ‘계급별 병영생활관’ 제도가 시범 실시된 이후 막사의 풍경은 달라졌다. 이 제도는 오후 5시 반 일과시간이 끝난 이후부터 취침시간까지 이등병은 이등병끼리, 병장은 병장끼리 별도의 생활관을 사용하는 제도다. 장병들은 내무반에서도 선임병의 눈치를 보지 않고 여가시간에 자유롭게 자기계발 활동을 할 수 있게 됐다. 정훈장교 이상엽 중위는 “요즘 군대에서는 이등병의 얼굴 표정은 크게 밝아진 반면 병장들은 어두워졌는데 이는 제대 후 취업 걱정 때문”이라고 전했다. 일부 장병들은 여가시간에 부대 내 사이버지식정보방에서 인터넷으로 3학점짜리 대학 강의를 듣는다. 병영도서관에 구비된 900여 권의 수험서를 활용해 국가검정기술자격증을 딴 이도 많다. 장건 일병은 지난달 양식조리사 필기시험에 합격했다. 그는 “일병이라 내무반에서 해야 할 일이 많은데, 잠을 줄여 도서관에서 밤 12시까지 남아 2주간 공부해 필기시험에 합격했다”고 말했다. 정문홍 병장은 제대 후 일본에서 타투(문신) 아티스트로 활동하기 위해 일본어 공부를 시작했다. 봉근주 대대장은 “책을 통해 국가와 역사에 대한 의식을 갖고, 전우들과 좋은 생각을 나누고, 미래의 삶에 대한 계획을 실천하는 장병들이라면 더욱 강한 군대로 거듭날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국방부와 문화부는 올해 전군 50개 부대를 대상으로 독서 지도사 파견, 작가 초청 강연, 북콘서트 등을 여는 병영독서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내년에는 130개 부대로 확대할 예정이다. 문영호 문화부 도서관정보정책기획단장은 “대한민국 60만 장병이 21개월간의 복무기간 중 책 읽는 문화에 익숙해진다면 제대 후에도 독서 습관을 유지하면서 정신적으로 풍요로운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화천=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살아야 하는 이유’라. 오늘날 이 물음만큼 절실한 것은 없다. 풍요 뒤의 장기 침체 탓일까. 미래는 이제 꿈과 희망만이 아니라 불안이자 공포이기도 하다. 수명이 길어진 사회에서는 일찍 죽는 위험보다 장수에 수반되는 위험이 더 커졌다. 1998년 일본에 귀화하지 않은 재일 한국인으로서 최초로 도쿄대 정교수가 된 저자는 서문에서 아들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따른 비통함과 회한을 토로한다. 이어 발생한 3·11 동일본 대지진과 원전사고는 일본인들에게 일상에 널려 있는 견고한 광경이 액체처럼 녹아내리는 경험이었다고 말한다. 그는 “인간은 자연은 ‘제어할 수 있다’고 믿으면서, 인위적으로 만든 법률, 국가, 사회, 정치, 경제 제도 등은 ‘바꿀 수 없다’는 이중적 오류를 행해왔다”며 “대표적 결과가 3·11 동일본 대지진과 원전사고”라고 지적했다. 그는 “근대 이후 발명된 ‘행복 방정식’은 그 한계를 속속들이 드러내기 시작했으며, 이제 ‘보통의 행복’은 특권이라는 사실을 많은 사람들이 깨닫게 됐다”고 말한다. 일본의 국민작가 나쓰메 소세키와 독일의 사회학자 막스 베버, 심리학자 빅토르 프랑클 등의 통찰을 되새기며 그동안의 ‘행복 방정식’을 근본부터 성찰해 간다. “자본주의는 점점 스포츠 게임을 닮아간다. 우승자만 행복의 축배를 들 뿐, 패배자는 쓸모없는 인간 취급을 당하고 경기장 밖으로 쫓겨나는 신세다. 현대 사회에서 개인들은 ‘진짜 자기’를 찾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린다. 그러나 이는 ‘불안’의 냄새를 이용한 자본주의의 상술에 불과하다. 행복하기 위해선 자기 찾기에 집착하는 것보다, 자기를 잊어야 한다.” 이 책을 통해 그가 가장 강조하는 것은 윌리엄 제임스의 ‘거듭나기(twice born)’ 개념이다. “‘거듭나기’란 생사의 갈림길을 헤맬 정도로 마음의 병을 앓고 나서야 비로소 그것을 빠져나간 지경에 도달하고, 새로운 가치나 인생의 의미를 포착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건전한 마음’으로 보통의 일생을 끝내는 ‘한 번 태어나는 형(once born)’보다 ‘병든 영혼’으로 두 번째 삶을 사는 ‘거듭나기’의 인생이 더욱 중요합니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아동문학가 고정욱 씨(52)가 200번째 동화책 ‘가슴으로 크는 아이’(자유로운상상)를 펴냈다. 1급 장애인인 그가 지금까지 쓴 동화와 소설 200권은 모두 305만 부 이상 팔렸다. 그만큼 다작(多作)을 내놓고 이를 베스트셀러로 만든 동화작가는 전 세계에서도 보기 힘들다. 소설가로 등단했던 그가 동화를 쓰기 시작한 건 1999년부터다. 결혼해 아이를 낳고 아이에게 자신이 직접 만든 이야기를 들려주다가 동화를 쓰게 됐다. 뇌성마비 장애아가 주인공인 데뷔작 ‘아주 특별한 우리 형’은 70만 부가 판매됐다. 시각장애아와 안내견의 이야기를 다룬 ‘안내견 탄실이’는 30만 부, 지체장애아와 친구의 우정을 그린 ‘가방 들어주는 아이’는 100만 권이 나갔다. 그는 돌 무렵 소아마비를 앓고 1급 장애인이 됐다. 고교 시절 의대 진학을 꿈꿨지만 “장애인을 받아주는 의대는 없다”는 교사의 말에 크게 낙담했다. 진로를 바꿔 성균관대 국문과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20년이 넘도록 여러 대학에서 강사생활을 하다가 아동문학가의 길로 들어섰다. 장애를 딛고 열정적인 작품 활동을 하는 그에게 학교와 관공서, 기업에서 강연 요청이 쏟아진다. 그는 1년에 20권 이상의 책을 쓰고, 매년 200여 차례 강연을 다닌다. 독서의 계절인 요즘은 한 달에 29일을 강의하기도 한다. 그에게 어떻게 그런 다작과 강연 활동을 할 수 있는지 물었다. “소아마비 장애인에게는 포스트 폴리오 신드롬이라는 게 있어요. 몸의 근육 가운데 3분의 2가 하체에 몰려 있는데 이를 쓰지 않으니 심폐, 내장, 심장 기능이 60세가 넘으면 급격히 떨어집니다. 그래서 소아마비 장애인 가운데 장수하는 사람이 별로 없어요. 저는 목숨을 걸고 씁니다. 언제 삶이 끝날지 모르니까요.” 그의 작품 30여 개는 미국 중국 일본 대만 등지에서 번역돼 소개됐다. 그는 “내 책을 읽은 아이들이 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걸 볼 때 내가 이 세상에 장애인으로 살게 된 소명의식을 다시 한 번 되새기게 된다”며 “죽는 날까지 500권의 동화책을 쓰고, 내 책이 전 세계 100개 언어로 번역되도록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장애라는 주제는 세계인이 모두 공감할 것으로 생각해요. 마지막 꿈은…장애인 문학으로 노벨 문학상을 타는 겁니다. 하하.”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