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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평소 “헌법 가치를 지키고, 법질서를 세우며, 법의 문턱을 낮춰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난해 황 장관은 옛 통합진보당의 ‘위헌(違憲)정당 해산심판’ 사건 때 정부 대리인으로 직접 변론에 나서 국민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장관보다는 공안검사가 가장 적성에 맞는다고 말한 그는 간첩 수사가 힘들어진 현실을 언급할 때 목소리의 톤이 다소 올라갔다. 성완종 리스트 수사에 대해선 원론적인 견해만 말하거나 “보고를 받지 않아서…”라며 말을 아꼈다. 그러나 수사 단서가 있다면 2012년 여야의 불법 대선자금에 대해서도 검찰이 성역 없이 파헤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달 뒤면 지난 30년 동안 최장수(長壽) 법무부 장관이 되는 그를 만났다. 》별도 특검 수사공정성 해쳐―이완구 전 총리, 홍준표 경남지사 다음엔 누가 소환될지…. “수사팀에서 확보한 자료를 기반으로 판단할 것이다. 검찰 수사에 대해 ‘판에 박힌 수사를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내사하다가 출국금지하고 압수수색하고 주변 조사하는 것을 그렇게 비판하더라. 그게 형사소송법에 적힌 절차와 수사 방법이고 법에 정한 절차에 따라 진행하다 보면 자료가 확보되고 신빙성도 판단한다. 수사의 단서가 많지 않아 검찰이 고민이 많을 거다. 저도 고민하고 있다.” ―김기춘 허태열 전 비서실장같이 공소시효가 지난 사람은 어떻게 할 건가. “검찰이 잘 판단할 것이다. 기본적으로 검찰도 얘기했고 제 생각도 그렇지만 범죄 피의자로 조사를 받던 사람이 극단적인 결정을 하면서 누구 얼마라고 쪽지에 적고 인터뷰 때 얘기했다고 거기에 국한해 수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수사를 받던 사람과 관련해 여러 관계와 호불호가 있을 것이고, 그런 생각을 가진 사람이 특정인에 대해 시기와 액수를 적었을 거다. 수사 범위나 시기에 제한을 둬선 안 된다. 관련돼 나온 의혹 전반을 수사하는 것이 옳다.” 황 장관은 ‘성완종 씨가 여야 실세 3명에게 2012년 10월 중순경 6억 원을 제공했다’는 동아일보의 단독 보도에 대해 “여야 구분 없이 확인 수사가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대선자금 전체로 수사가 확대될 수 있느냐고 묻자 답을 피했다. ―야당은 별도의 특검을 주장했다. “여야가 논의를 많이 해 상설특검법을 만들었다. 일단 검찰이 철저히 수사하는 게 바람직하고, 그것을 넘어서는 이야기는 정치권과 국회가 할 일이다. 그러나 어떤 사건은 상설특검법에 의한 특검을 하고, 어떤 사건은 별도특검법을 만들어 한다면 수사의 ‘ABC’인 공정성에 문제가 생긴다. 아예 검찰에 맡기든지, 신뢰가 안 가면 하나의 수사 시스템에 의해 정리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법적 안정성이나 형평성, 사법 근간에 문제가 생긴다. 사건의 성격에 따라 매번 특검법을 만들고 헌법재판소장이 특검을 추천하다가 국회의장이 추천하는 식으로 바꾸는 것은 옳지 않다.” ―통진당 해산의 후속 입법 상황은 어떤가. “후속 조치를 하다 보니 입법적으로 미비한 점이 많았다. 첫째는 정당 해산 조항은 있지만 의원직 상실에 대한 조항은 없다. 그러나 정당을 해산한다는 것은 가장 기본적인 골격이 되는 국회의원의 활동을 제한하는 것과 연결되지 않을 수 없다. 법을 명확히 해서 정당 해산의 경우 주요 당직자와 구성원의 경우 자격을 상실하게 하고, 재·보궐선거에 출마할 수 없도록 피선거권을 제한하는 것이 필요하다. 유사 정당의 설립을 막는 입법 조치가 취약하다. 선거관리위원회가 현재는 형식적 심사만 가능한데 실질 심사를 하는 권한을 줘야 한다. 관련 법안들이 국회에 제출돼 있다.”대공수사 증거법 개선해야 ―공안 수사가 많이 약화돼 있고, 간첩 잡는 수사는 더 어려워졌다. “첫째는 대공수사 역량의 확충과 정상화가 필요하고 정보 역량도 강화해야 한다. 둘째는 대공수사 시스템을 정상화하고 시대에 안 맞는 것을 개선해야 한다. 과거 (노무현 김대중) 정부에서 약화했던 공안 기능을 회복하려고 공안3과를 만들고 인력도 충원했지만 미흡하다. 공안검사와 수사관의 전문화와 역량 강화를 위해 핵심 인력들은 인사에 예외를 둬 장기 근무하면서 역량을 쌓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있다.” ―법원에서 무죄가 나는 일이 많다. “간첩사건 수사 때 증거 수집은 우리 통치권이 미치지 않는 곳(중국 북한)에서 이뤄진다. 한국 내 범죄 수사와 다른 기준을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 대공 범죄의 증거는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디지털 증거가 많이 활용된다. 수사기관이 디지털 증거를 확보해도 서증(문서증거)을 기본으로 하는 우리 증거법에선 서류 작성자가 인정해야 증거로 인정된다. 대공사건 수사에 적용할 증거법의 개선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증거법을 개선하더라도 야당이 반대하면 통과하기 힘들 텐데…. “야당도 국가의 안보를 생각한다면 무조건 반대하지 않을 것이다. 국민 대다수가 원하는 방향이라면 북한과 대치하는 엄중한 현실에서 설득이 될 수 있다. 한두 달 내에 끝내려면 힘들겠지만 충분한 시간을 갖고 논의하면 여야 구분이 있을 수 없다.” ―휴대전화 감청법은 몇 년째 안 되고 있다. “안 되는 것도 있지만 어떤 사안은 갑자기 되기도 한다. 일관성 있게 추진하면 정파 구분 없이 좋은 결정이 나올 수 있다. 통진당 해산도 안 된다고 포기했으면 지금껏 이뤄지지 못했을 것이다.” 박 대통령에게 독대 보고해 ―올해 광복 70주년을 맞아 사면 준비는 하고 있는가. “대통령이 정치적 결단을 하면 그때부터 준비하는 거다. 사면은 극히 신중하게 하는 게 맞다. 대통령이 그런 기조를 지키실 것 같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에 대한 가석방을 검토할 때가 되지 않았나. “형법에는 형기 3분의 1이 ‘가능한 최소한’의 요건이다. 국민에게 큰 충격을 준 범죄자들에 대한 가석방은 더 엄격해졌다. 경제인이니까 가석방 해줘야 한다는 것도, 경제인이라서 안 된다는 것도 말이 안 된다. 나와서 잘 할 수 있는지, 가석방의 조건에 합당하는지를 잘 따져서 판단할 문제다.” ―박 대통령에게 독대 보고는 하는가. “필요하면 하는 거다. 언론에 얘기하기는 좀….” ―한 일이 있다는 걸로 받아들여도 되나. “(뜸을 들이다가) 필요한 경우에 하고 있다.” ―박 대통령이 수사에 개입하는 듯한 발언을 할 때가 잦다. “대통령은 국정의 최고책임자로 큰 흐름을 잡아가야 하니까 그런 점에 대해 원론적으로 말씀하신 거다. 국정과 관련된 얘기는 대통령도 언론도 정치권도 할 수 있다. 다만 대통령이 국정을 총괄하는 입장에서 한 말을 법률 전문가인 장관이 수렴해 업무에 반영할 부분은 하고 반영 못하는 부분은 참고로 하는 것이다.” ―이 전 총리가 발표한 부패 척결 담화에 대해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큰 그림을 그렸다” “우병우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이 기획사정을 주도한다”는 뒷공론이 있다. “대통령도 국정 총괄자이고 국무총리도 각 부의 업무를 조정하기 때문에 얘기할 순 있다. 하지만 검찰 수사에 반영하더라도 그건 내가 판단하고 정리할 문제다. 작년에 수사를 못하다 보니 각 청의 내사 결과가 쌓였고 연초 간부인사가 끝나자마자 심기일전해서 나라를 다시 바로잡는 일을 하자고 여러 번 얘기한 결과다. 총리가 얘기하기 전에 이미 압수수색을 시작했다. 정치하는 분들이 여러 해석을 하지만 바로 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김영란법은 어떻게 보나. “국민 뜻이 반영된 것이라면 취지를 살려 운영되도록 해야 한다. 불법이라고 모든 걸 다 처벌하는 것은 아니다. 운용의 묘를 기해 국민의 여론과 생각, 법률적 문제의 조화를 이룰 준비를 하고 있다. 법 취지를 살리되 공직사회가 그것 때문에 얼어붙지 않도록 법 집행의 절충점을 찾고 있다.” ―대한변협이 차한성 전 대법관의 개업신고를 반려해 논란이 일었는데…. “대한변협 회장이 뭐가 법에 합당한지 잘 알 거다. 신고를 거부하는 것은 법률적으로 맞는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유권 해석을 냈다.” ―사법시험 존치 주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굉장히 어려운 문제다. 논란 끝에 입법적 결단에 의해 로스쿨을 도입하고 사법시험은 2017년까지만 존치하기로 정했다. 다만 부대 조항으로 일정한 시간이 지난 뒤 전반적인 검토를 하기로 돼 있다. 특정 직업의 이해관계가 아니라 국민에 대한 법률서비스의 관점에서 필요한 검토를 해야 한다.” 국무총리 제의 받은 일 없어 ―20일이 세계인의 날이다. 외국인 정책의 기본 방향은…. “법무부가 2007년 출입국관리국을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로 확대 개편하면서 이민 정책의 주무 부처가 됐다. 전문인력, 투자자, 유학생 등 우수 인재를 유치하고 이민자와 그 자녀들이 사회에 잘 정착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과학 경제 문화 스포츠 분야의 우수 인재로 우리 국적을 취득한 사람이 70명에 이른다.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에 출전할 아이스하키 선수 5명을 우수 인재로 특별 귀화를 허가했다. 작년에는 영종도에 난민지원센터도 만들었다.” ―재임 2년간을 회고하면…. “6월로 시행 2주년을 맞는 마을변호사제도가 정착 단계를 맞고 있다. 변호사 1500명이 전국 읍면에 빠짐없이 배정돼 있다. 법률 사각지대에 있는 재한 외국인을 대상으로도 확대할 것이다. 법의 문턱을 낮춰 국민의 공감을 받는 법무행정을 계속 해나갈 생각이다. 통진당 해산 결정도 일선 수사기관의 정보가 모여 좋은 결과가 나온 것이다. 검경과 지자체가 노력해 불법 폭력시위도 현저히 줄었다. ‘불법 필벌(必罰)’에 더욱 힘을 쏟겠다.” 법무부는 행정역량 평가를 하면 각 부처 중 늘 하위권이었다. 장관이 자꾸 바뀐 탓에 그런 측면이 있었다. 이번에 황 장관의 장수에 힘입어 처음 1등을 했다. 박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운 황 장관은 국무총리 물망에도 오른다. 그에게 총리직 제의가 왔느냐고 물었더니 “그런 일 없다”고 답했다. 장관을 마친 뒤 “집으로 돌아가면 된다”고 덧붙였다.정리=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성완종 리스트’에 대한 검찰 수사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고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이 2012년 대선을 전후해 여야 유력 정치인들에게 돈을 건넨 구체적인 정황이 성 회장 지인을 통해 공개되면서 여야 대선자금 수사도 불가피해지고 있다. 성 회장의 사업 파트너가 13, 14일 이틀에 걸쳐 본보 기자와 만나 밝힌 당시 상황을 종합해 보면 성 회장이 돈을 건넨 정치인은 ‘메모 리스트’에 적은 8명 외에 최소 2, 3명이 더 있는 것으로 보인다. ○ “리스트 8인 외에 2, 3명 더 있다” 2012년 10월 중순의 토요일 밤 성 회장을 도와 돈 가방 싸는 것을 도운 A 씨의 증언은 돈이 실제 전달됐다고 믿을 만한 정황을 상세히 담고 있다. A 씨는 돈이 담긴 서류가방 3개를 만든 뒤 ‘어디로 갖고 가시냐’고 물었다. 이에 성 회장은 “앞으로 당신 도와줄 사람들”이라고 했다고 한다. A 씨는 “성 회장이 (여당 실세) △△△ 등에게 돈을 주면 당신을 뭐로 인정해줄 거라고 했다. 그게 대선 캠프 직책이었다”며 “10월 22일자로 2장, 11월 19일자로 1장 등 임명장 3장이 왔다”고 했다. 그는 “진짜로 먹힌 거지. 그래서 내가 성 회장에게 충성을 바치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A 씨는 임명장을 전달받은 뒤 재차 성 회장에게서 “내 것(임명장)을 만들어준 사람들한테 (돈을) 줬다”는 말도 들었다고 했다. 특히 3억 원짜리 돈 가방을 받은 것으로 추정되는 여당 실세를 거명하며 “×××에게 정말 이거(손으로 돈 모양을 그리며) 했느냐”고 물었는데 성 회장이 ‘당연히 했다’는 뜻으로 “나를 뭐로 봅니까”라고 말했다고 한다. 성 회장이 1억 원을 건넨 것 같다는 야당 중진 의원에 대한 A 씨의 기억은 더 구체적이다. “10월 ○○일이 맞을 거다. 지방의 P호텔에서 묵다가 일요일에 올라왔으니까 ○○일이 맞을 거다. (숙박 기록은) 확인해 보면 나올 거다. 월요일 오전에 사무실에서 성 회장을 만났는데 여의도의 한 빌딩 식당에서 ○○○(야당 중진 의원) 만나는데 소개시켜 주겠다고 오라고 했으나 야당 의원을 만나는 자리에 가는 게 부담되더라. 그래서 일단 사무실에서 성 회장과 차 한 잔 한 뒤 성 회장은 12층 식당으로 식사하러 올라갔고, 나는 그 빌딩으로 언론사 간부 모 씨를 만나러 갔다.” A 씨는 2012년 대선을 전후해 성 회장이 돈 가방 3개를 전달한 것으로 보이는 여야 의원 3명과 ‘리스트’에 적힌 8명 외에 또 다른 여당 실세 인사 2, 3명에게 돈을 건넨 정황도 털어놨다. 이 중 한 여당 실세 의원에 대해선 “수시로 관리했다” “특별히 투자했다”는 등의 표현을 성 회장이 사용했다고 한다. 또 대선이 끝난 뒤 성 회장을 여의도의 한 중식당에서 만났는데 그땐 성 회장이 검은색 노트북 가방을 들고 있었고, 뭔가를 누구에게 전달한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돈 담은 서류가방은 인천에서 사온 것” 억대의 돈을 담은 서류가방에 관한 기억도 구체적이다. A 씨는 6억 원을 3개의 서류가방에 나눠 담으면서 “가방을 어디서 샀느냐. 나도 같은 것 하나 사고 싶다”고 성 회장에게 물었다. 이 서류가방은 프랑스 렉슨(LEXON) 브랜드였다고 한다. 이에 성 회장은 “인천 송도의 포스코건설 인근 쉐라톤인천호텔 1층 로비 편의점에 가면 살 수 있다”고 대답했다고 A 씨는 전했다. A 씨는 “나중에 직접 가보니 정말로 그 가방을 팔고 있었다”며 자신이 구입한 가방을 본보 기자에게 보여주기도 했다. 15일 본보가 확인한 결과 2012년 이 호텔 1층에는 실제로 기념품 가게가 있었고, 이 가게를 운영한 패션업체 M사는 당시 렉슨 가방을 수입 판매하고 있었다.조건희 becom@donga.com / 인천=김배중 기자}
고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이 2012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1억∼3억 원이 각각 담긴 돈 가방 3개를 만들어 여야 유력 정치인 3명에게 건넨 정황이 15일 본보를 통해 보도되자 검찰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검사장)은 중요한 수사 단서로 판단하고 곧바로 확인 작업에 나섰다. 여야 정치인 3명에게 전달된 6억 원이 대선자금의 성격을 띠고 있는 만큼 이번 의혹 규명은 대선자금 본격 수사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검찰은 당시 성 회장과 함께 6억 원을 3개의 돈 가방에 나눠 넣었다고 밝힌 성 회장의 해외사업 파트너 A 씨를 15일 오후 접촉해 돈 가방 포장 과정과 전달 정황에 관한 내용을 개략적으로 파악했다. 또 A 씨 증언의 진위를 가리기 위해 조만간 A 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기로 했다. 검찰은 2012년 10∼12월 성 회장의 일정표, 신용카드 사용전표, 하이패스 기록 등을 토대로 A 씨의 증언을 검증하고 있다. A 씨는 이 여야 유력 정치인 3명 외에도 2012년 대선을 전후해 성 회장이 여당 핵심 인사 2, 3명에게 돈을 건넨 정황도 밝혔다. 여기에는 성 회장이 남긴 ‘8인 메모 리스트’에 포함되지 않은 인물도 있다. A 씨는 “성 회장이 대선을 앞두고 ○○○(새누리당 실세 의원)을 서울시내 한 호텔 일식당에서 만난다는 얘기를 했다. 그때도 (그 사람에게) 뭐 좀 해야 한다고 했다”고 전했다. A 씨는 “성 회장이 이 여당 실세 ○○○에 대해 ‘특히 투자를 많이 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본보가 성 회장의 2012년 대선 전후 일정표를 토대로 A 씨 주장을 검증해본 결과 성 회장은 A 씨가 주장한 돈 전달 추정 시점과 가까운 10월 15일과 18일 ‘금고지기’인 경남기업의 한모 전 재무담당 부사장을 외부에서 두 차례 만난 것으로 확인됐다. 또 A 씨가 5만 원권 돈다발에서 봤다는 띠지의 3개 시중은행은 모두 경남기업 관련 계좌와 무관한 은행들이어서 별도의 비자금에서 조달됐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조건희 becom@donga.com·변종국·장관석 기자}
검찰은 고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이 2012년 10월 여야 실세 3명에게 6억 원을 건넸다는 의혹을 규명할 열쇠로 당시 5만 원권 돈다발에 묶여 있었다는 시중은행 3곳의 띠지에 주목하고 있다. 당시 이 은행들에 성 회장 또는 경남기업 관련 계좌가 있었는지, 수억 원대의 입출금 흔적이 있었는지를 확인하면 일단 자금 출처의 실마리를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성 회장의 해외사업 파트너인 A 씨는 2012년 10월 중순 성 회장이 들고 온 돈다발 6억 원이 국민은행 신한은행 기업은행 등 시중은행 3개의 띠지로 묶여 있었다고 기억했다. 검찰이 성 회장의 회삿돈 횡령 혐의를 수사할 때 확보한 계좌들은 이 은행들이 아닌 다른 은행에서 개설된 것들이었다. 검찰 조사 결과 성 회장이 불법 정치자금으로 썼을 것으로 추정되는 현장전도금 32억8700만 원은 계열사 두 곳에서 SC제일은행, 외환은행, 하나은행 계좌를 거쳐 전액 현금화됐다. 성 회장이 계열사 3곳에서 빌린 단기대여금 182억6600만 원도 성 회장의 우리은행과 SC제일은행 계좌로 입금됐다. A 씨의 기억이 맞는다면 그동안 검찰 수사에서 드러나지 않았던 성 회장의 또 다른 비자금 계좌가 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A 씨는 “성 회장이 수표를 건네며 ‘현금으로 바꿔줄 수 있느냐’고 하기에 내가 곤란해질까봐 거절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성 회장이 어디선가 확보한 수표를 현금으로 세탁하려 했다는 얘기다. 검찰은 기존에 확보한 성 회장과 경남기업 계열사의 회계자료와 A 씨 주장을 비교해 진위를 확인하고 있다. 검찰 일각에서는 A 씨의 기억이 불분명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3년 전에 봤다는 특정 은행 띠지까지 A 씨가 또렷하게 기억한다는 게 도리어 이상할 수 있다”며 “A 씨의 기억에 한정하지 않고 광범위하게 확인 작업을 벌이겠다”고 말했다. 검찰이 6억 원의 출처를 밝혀내더라도 이 돈이 A 씨가 지목한 여야 정치인 3명에게 전달됐는지 규명하려면 해당 인사들의 동선 확인, 목격자 확보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A 씨가 2012년 11월 21일 성 회장을 만났을 때 “○○○(새누리당 인사)에게 (돈을 전달)했다”는 말을 들었다고 하는 등 금품 전달 정황들도 이를 뒷받침할 다른 결정적 증거들을 찾아내야 한다. 나아가 돈 가방을 건넨 날짜와 장소를 특정하더라도 해당 인사가 “둘이서 만난 건 맞지만 돈을 받지는 않았다”고 주장하면 입증이 쉽지 않다. 결국 2012년 대선자금 의혹 규명은 검찰이 얼마나 의지를 갖고 수사능력을 발휘하느냐에 성패가 달려 있을 것으로 보인다.조동주 djc@donga.com·조건희·유원모 기자}

2012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고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과 함께 ‘억대 돈 가방’을 포장했다는 A 씨의 주장이 여야 대선 자금 수사의 기폭제가 될지 주목된다. 성 회장이 남긴 ‘메모 리스트’엔 새누리당 대선 캠프 핵심 인사 8명의 이름과 액수가 일부 적혀 있지만, 돈을 전달했다는 일시나 장소 등이 전혀 없어 수사 단서로 삼기에는 미흡한 것이었다.○ “토요일 밤 돈가방 3개 만들어” A 씨가 전한 2012년 10월 중순 토요일 밤의 상황은 상당히 구체적이다. “토요일 밤에 성 회장이 혼자 시커먼 가방, 미는 거를 하나 들고 왔다. 열어 보니 몇억 원이 5만 원짜리로 가득 들어 있었다. 기업은행, 국민은행, 신한은행 띠지가 둘러져 있었는데 성 회장이 (띠지를 뜯어낸 뒤) 가위로 잘게 잘라 화장실 대변기에 버렸다. 그러더니 흰 봉투에 그걸 하나씩(5만 원권 100장) 넣었다. 그러고 나서 카키색 서류가방에 봉투를 담았다. 포장을 끝내고 성 회장이 자기가 정리하고 나갈 테니 비밀번호를 알려주고 먼저 가라고 했다. 바로 사무실 근처에서 누군가를 만나 돈을 건넬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자신이 직접 목격하지 않고는 얘기하기 힘든 구체적인 내용들이다. 특히 성 회장은 은행원의 도장과 은행명이 있는 돈다발 띠지를 일일이 뜯어내 버릴 정도로 용의주도했다. 나중에 문제가 됐을 때 자금 출처 추적을 피하기 위한 것이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A 씨는 그날 밤 성 회장을 도와 함께 돈을 서류가방 3개에 나눠 담았다. A 씨는 당시 서류가방의 브랜드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서류가방은 성 회장이 투명 비닐 포장에서 직접 꺼냈다고 한다. 가방은 한 개에 대략 2억 원 정도 들어갔는데 3개 중 1개에는 3억 원을 담아 겉에서 보기에도 ‘빵빵했다’고 했다. 나머지 2개에는 1억 원과 2억 원을 담았다는 것. A 씨가 “어디로 이걸 가져갈 거냐”고 묻자 성 회장은 “앞으로 당신을 도와줄 사람들”이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당시 정치활동을 희망하던 A 씨의 대선 캠프 참여를 돕겠다는 뜻이었다.○ ‘성완종 로비 대상’에 야당 인사 처음 등장 그 다음 주초에 성 회장은 야당 중진 의원을 만날 때 1억 원이 담긴 가방 하나를 들고 갔다가 나올 땐 빈손이었다고 A 씨는 전했다. A 씨는 그날 오전에 성 회장과 사무실에서 만났고, 성 회장이 점심 때 이 야당 의원을 만난 후 오후에 다시 만났다고 주장했다. A 씨는 14일 본보 기자와 다시 만나서도 “성 회장이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여당 야당 할 것 없이 내가 역할을 다 했다. 양쪽에 모두 충분히 해뒀으니 어느 쪽이 (대통령이) 돼도 상관없다’고 했다”고 밝혔다. 성 회장이 목숨을 끊으면서 남긴 메모 리스트와 육성 인터뷰에는 금품 제공 대상에 야당 인사가 없었으나, 처음으로 야당 인사가 등장한 셈이다. 2005년경 성 회장을 처음 알게 된 A 씨는 이후 성 회장과 사업 파트너가 됐다. 두 사람은 성 회장이 만들어 준 ‘대포폰’으로만 연락했다고 한다. 국회 앞에 있는 서울 여의도 I빌딩 사무실도 성 회장이 “조용히 대화할 수 있는 사무실을 만들어 두라”고 지시해 자신이 2012년 7월 1년 계약으로 임차해 둔 곳이라고 했다. 성 회장은 주로 인적이 드문 주말 밤에 이 사무실을 찾았고, 한번은 A 씨에게 “사무실에 금고를 하나 갖다놔도 되겠느냐”고 물어본 적도 있었다고 한다. A 씨는 “성 회장이 아지트 같은 걸로 쓰려고 했던 게 아닌가 싶었다”고 말했다. 검찰이 A 씨 주장의 진위를 규명해 낼지는 미지수다. A 씨는 “검찰이 수사에 나서면 협조할 수 있다”고 밝혔지만, A 씨가 직접 성 회장이 돈을 전달하는 장면을 목격한 건 아니기 때문이다. A 씨는 “성 회장이 돈을 건넬 때는 철저히 혼자 움직였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조건희 becom@donga.com·변종국·유원모 기자}

고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이 2012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당시 여야 유력 정치인 3명에게 건넨다며 현금 6억 원을 1억∼3억 원씩 3개의 가방에 나눠 담았다는 성 회장 측 인사의 증언이 나왔다. 이 중 여당 정치인 2명은 성 회장이 남긴 ‘메모 리스트’에 적힌 8명에 포함돼 있으며 야당 인사 1명은 명단에 없는 새로운 인물이다. 성 회장의 해외 사업 파트너였던 A 씨는 13, 14일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2012년 10월 성 회장과 함께 현금 뭉치를 나눠 돈 가방을 만든 얘기를 털어놨다. A 씨는 “성 회장이 2012년 10월 중순 토요일 오후 9시경 서울 여의도 I빌딩 3층 사무실로 검은색 여행용 캐리어를 끌고 혼자 찾아왔다”며 “캐리어 안에는 3개 시중은행 띠지로 묶여 있는 5만 원권이 가득 들어 있었다”고 말했다. A 씨는 “성 회장의 부탁으로 함께 돈뭉치의 띠지를 뜯어낸 뒤 100장씩(500만 원) 흰 편지봉투에 넣고 서류가방 3개에 1억, 2억, 3억 원씩 나눠 담았다”고 밝혔다. 여의도 사무실은 성 회장의 지시로 A 씨가 1년간 임차한 곳이다. A 씨는 당시 성 회장이 이 돈 가방들을 누구에게 전달했는지 직접 목격하지 않았지만 그때를 전후해 성 회장이 했던 발언 내용으로 미뤄 볼 때 새누리당 인사 2명과 새정치민주연합 중진 의원 등 3명으로 짐작된다고 말했다. 2012년 11월 21일경 성 회장을 만났을 때 성 회장은 “○○○(새누리당 인사)한테 내가 (돈을 전달)했다”고 언급했다는 것. 또 2012년 10월 하순 성 회장이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당시 민주통합당(현 새정치연합) 중진 의원을 만나러 갈 때 돈을 담았던 가방과 똑같은 서류가방을 들고 갔다가 빈손으로 온 적이 있다고 주장했다. 당시 성 회장은 이 야당 중진 의원에 대해 ‘수시로 관리해 왔다’는 표현을 썼으며, 나중에 “대선 때 야당의 누구를 도왔느냐”고 묻자 성 회장이 이 인사를 거명했다고 A 씨는 전했다. 한편 이완구 전 국무총리는 14일 ‘성완종 리스트’ 8인 중 두 번째로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검사장)에 소환돼 3000만 원 수수 의혹에 대해 조사받았다. 조건희 becom@donga.com·조동주·장관석 기자}

고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이 3000만 원을 건넸다고 지목한 이완구 전 국무총리(사진)가 14일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는다. 검찰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검사장)은 13일 돈 전달 시기로 알려진 2013년 4월 4일 성 회장과 이 전 총리의 행적을 대부분 복원했으며, 이를 토대로 이 전 총리에 대한 신문 사항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최근 성 회장의 수행비서 등에게서 “성 회장 지시로 차에 있던 쇼핑백을 이 전 총리와 독대하던 성 회장에게 갖다 줬다”는 진술을 확보한 상태다. 검찰은 2013년 4월 재·보선 당시 이 전 총리의 후원회 수입·지출 명세와 재산 상황이 담긴 회계자료를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이 전 총리는 최근 주변에 “성 회장과 독대한 일도, 돈 받은 일도 없다. 특별히 준비할 것이 없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전 총리가 성 회장을 독대한 후 배웅하지 않고 김민수 비서관을 불렀다”는 참고인 진술에 따라 이날 김 비서관을 소환 조사했다. 검찰은 김 비서관을 상대로 당시 선거캠프 운영 상황과 성 회장-이 전 총리의 독대 장면을 본 적이 있는지 등을 조사했다. 검찰은 “성 회장과 이 전 총리가 독대하는 장면을 목격했다”고 일부 언론에 밝힌 이 전 총리의 전직 운전기사 윤모 씨를 김 비서관이 회유했다는 의혹도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비서관은 이 전 총리의 지역구 업무와 조직 관리를 총괄하는 인물로, 2013년 4월 이 전 총리의 선거 캠프에서도 자금 관리를 맡았다. 그러나 김 비서관은 검찰에서 “성 회장이 선거사무소를 찾았다는 사실 자체를 기억하지 못한다”며 “윤 씨와 통화는 했지만 회유한 일이 없다”고 부인했다. 또 성 회장이 선거사무소를 방문했다고 하더라도 당선이 유력한 정치인(이 전 총리)의 선거사무소를 찾은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주장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총리는 14일 특별수사팀 조사실에서 주영환 부장검사와 후배 검사 1명을 마주할 것으로 보인다. 주 부장검사는 2003년 6월 굿모닝시티 분양사기 혐의로 윤창열 전 대표를 수사할 당시 역주행해 도주하던 윤 전 대표를 체포했으며, 저축은행 비리 합동수사단에서는 미래저축은행 김찬경 회장을 구속했다. 조건희 becom@donga.com·장관석 기자}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4부(부장 배종혁)는 박용성 전 중앙대 법인 이사장(75·전 두산중공업 회장·사진)에게 15일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도록 통보했다고 12일 밝혔다. 박 전 이사장은 8일 구속 수감된 박범훈 전 대통령교육문화수석비서관(67·전 중앙대 총장)에게 중앙대 특혜 제공 대가로 수억 원대 금품을 건네는 데 관여한 혐의(뇌물공여)를 받고 있다. 검찰은 박 전 수석이 청와대 재직 시절 중앙대 교지 단일화 특혜 등을 준 시점을 전후해 두산그룹 측이 박 전 수석에게 건넨 두산타워 상가 임차권과 상품권 등을 특혜에 따른 대가라고 보고 있다. 검찰은 박 전 이사장이 이 과정에 상당 부분 관여한 것으로 보고 이태희 전 중앙대 법인 상임이사(63·두산 사장)에 이어 뇌물공여 혐의로 사법 처리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법적으로 발목 잡힐 일이 없도록 치밀하게 계산된 발언 같다.” 홍준표 경남지사가 11일 검찰이 의심하고 있는 자신의 2011년 한나라당 대표 경선 기탁금 1억2000만 원의 출처를 ‘아내의 비자금’이라고 설명하자 법조계에선 이런 반응이 흘러나왔다. 다양한 폭로를 통해 검찰 수사를 흔들면서도 법적인 책임은 철저히 피할 수 있는 발언만 골라서 했다는 얘기다. ○ ‘국회대책비’가 자금 출처? 홍 지사는 이날 기자회견을 자청해 고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이 건넨 불법 정치자금 1억 원이 포함된 것으로 의심받는 기탁금의 출처를 “국회 원내대표에게 나오는 국회대책비와 변호사 활동 수입 일부를 모아 둔 아내의 비자금”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당 원내대표에게 매달 나오는 국회대책비 4000만∼5000만 원가량을 현금화해 당 정책위원회나 부대표, 야당 등에 나눠줬다”며 “남은 돈을 아내에게 생활비로 줬고 집사람이 일부를 모은 것”이라고 했다. 홍 지사는 “아내가 2004년 8월경 우리은행 전농동 지점에 대여금고를 개설해 돈을 보관해 온 사실을 이번에 알았다”라고 했다. 기탁금 출처가 ‘성완종 비자금’이 아니라 은행원 출신인 아내가 모아 둔 돈이라는 것이다. 얼핏 횡령 혐의를 자백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대여금고는 인출 명세나 조회 열람 기록이 남지 않는다. 1억2000만 원이 대여금고에 있었는지조차 확인하기 어렵다. 게다가 국회대책비는 원내대표의 포괄적 처분권이 폭넓게 인정되는 돈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국회대책비는 여당 원내대표가 가지는 하나의 특권”이라며 “사실상 지출 내용을 증빙할 필요가 없는 돈”이라고 했다. 이 때문에 검찰이 이 돈을 문제 삼기는 어려울 거라는 점을 홍 지사가 충분히 계산한 발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 공소시효 지난 폭로들 만약 이 돈이 홍 지사 부인의 ‘비자금’이라고 확인될 경우 2011년 당 대표 경선 당시 홍 지사가 재산 신고 대상에서 이 부분을 빠뜨린 건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죄가 적용될 수 있다. 하지만 공소시효(선거일 후 6개월)가 이미 완성된 지 오래다. 홍 지사가 이후 관보에 재산신고를 허위로 했다고 해도 공직자윤리법상 △경고 △과태료 △징계 △공표 사안에 불과하다. 홍 지사는 “불과 1년에 20억∼30억 원씩 벌던 시대에 변호사를 11년 했다. 그들만큼은 아니라도 평생 먹고살 만한 돈은 벌어 놨다”는 얘기도 했다. 최근 공개한 홍 지사의 재산이 29억4187만 원이라는 점에서 재산 축소 신고 의혹도 살 수 있다. 엄청난 정치적 파장을 일으킬 수 있는 ‘자폭’ 발언도 많았다. 홍 지사는 “(2004년) 17대 국회의원 공천심사위원 재직 당시 영남지역 중진 의원이 집과 사무실로 찾아와 5억 원을 줄 테니 공천을 달라’고 제의했다”라고 폭로했다. 홍 지사는 “그 자리에서 ‘16대 때는 (공천헌금이) 20억 원을 준 걸로 안다’고 하고 즉시 20억 원을 제안했다”며 “곧바로 공심위에 보고하고 해당 지역구 공천을 즉석에서 했다. (이 사실을) 당시 한나라당 중진의원들은 다 안다”고 덧붙였다. 정치자금법 위반(5년)이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죄(10년) 모두 공소시효가 지난 얘기다. 그는 이어 “1억 원은 정치권에서는 광역의원 공천 비용조차 안 된다”라는 얘기까지 했다. 홍 지사는 이날도 “경남지사 선거 때 성 회장이 박주원 전 안산시장과 통화를 하면서 마치 윤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을 통해 도지사 선거 캠프에 ‘큰 것 하나’(1억 원)를 전달할 것처럼 이야기한 적이 있다”며 거듭 윤 전 부사장의 ‘배달사고’ 가능성을 제기했다.장관석 jks@donga.com·조건희 기자}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2부(부장 조상준)는 포스코와 거래 과정에서 회삿돈 200억 원을 빼돌린 혐의(업무상 횡령 및 배임)로 11일 박재천 코스틸 회장(59)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 회장은 2005∼2012년 포스코에서 슬래브(평평한 판재 모양의 철강 반제품)를 사들이면서 납품가를 부풀리고 거래량을 속여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박 회장의 신병을 확보하면 비자금이 포스코 고위 관계자나 이명박(MB) 정권 핵심 인사들에게 흘러갔는지 확인할 계획이다. 검찰은 전정도 세화엠피 회장(56)이 2010∼2012년 포스코플랜텍의 이란석유공사 대금 992억 원 중 540억 원을 유용한 정황도 포착하고 자금 흐름을 추적 중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9일 이 회사 이모 대표를 조사한 데 이어 조만간 전 회장을 소환할 방침이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2부(부장 조상준)는 포스코와 거래 과정에서 회삿돈 200억 원을 빼돌린 혐의(업무상 횡령 및 배임)로 11일 박재천 코스틸 회장(59)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 회장은 2005~2012년 포스코에서 슬래브(평평한 판재 모양의 철강 반제품)를 사들이면서 납품가를 부풀리고 거래량을 속이는 방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박 회장의 신병을 확보하면 비자금 중 일부가 포스코 고위 관계자나 이명박(MB) 정권 핵심 인사들에게 흘러갔는지 확인할 계획이다. 박 회장은 이상득 전 의원의 보좌관 출신 기업인을 자회사로 영입하는 등 당시 정권 핵심 인사들과 긴밀한 관계를 맺었고, 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과의 친분을 과시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검찰은 전정도 세화엠피 회장(56)이 2010~2012년 포스코플랜텍의 이란석유공사 대금 992억 원 중 540억 원을 유용한 정황을 포착하고 자금 흐름을 추적 중이다. 검찰은 9일 이 회사 이모 대표를 조사한 데 이어 조만간 정 전 회장을 소환할 방침이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박범훈 전 대통령교육문화수석비서관(67·전 중앙대 총장·사진)이 중앙대 교지 단일화 시점을 전후해 두산그룹 측에서 상품권 수백만 원어치를 받은 사실을 검찰이 추가 확인한 것으로 10일 알려졌다. 검찰은 박용성 전 중앙대법인 이사장(75·전 두산중공업 회장) 소환에 앞서 박 전 수석이 받은 대가성 금품의 전체 규모를 파악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4부(부장 배종혁)는 박 전 수석이 청와대 재직 시절인 2011∼2012년 두산그룹 임직원에게서 화장품 상품권 등을 받았으며, 이는 중앙대에 제공한 특혜의 대가 중 일부라고 보고 있다. 박 전 수석의 구속영장에 적시된 수뢰액은 두산타워 상가 임차권과 협찬금 등 1억여 원이었다. 하지만 박 전 수석이 지난해 3월 두산엔진 사외이사로 선임된 뒤 받은 급여 1억여 원과 상품권 등이 추가되면 뇌물 수수액은 2억 원이 넘을 가능성도 있다. 박 전 수석은 “두산타워 상가 임차는 적법한 퇴직금 투자였지 대가성 있는 특혜가 아니었다”며 혐의를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두산타워가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2011년 다른 임차인들의 수익률을 8%로 조정하면서도 박 전 수석에게 12%대의 수익률을 보장한 것은 특혜라고 판단하고 있다. 한편 검찰은 박 전 수석이 중앙대를 위해 2011년 3월 국토해양부(현 국토교통부) 시행령 개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 당시 국토부 담당자 등도 최근 소환했다. 당시 국토부가 대학과 전문대의 통·폐합 심의 시한을 연장해주면서 중앙대 간호학과는 적십자간호대학을 인수할 수 있었다. 국토부 관계자들은 “(교육부의 요청에) 우리는 그냥 따랐을 뿐”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고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에게서 불법 정치자금 1억 원을 받은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은 홍준표 경남지사가 10일 “2012년 12월 도지사 선거에서도 성 회장이 윤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을 통해 ‘큰 거 한 장’을 보냈으나 배달사고가 났다”고 주장했다. 홍 지사는 이날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이런 내용이 담긴 P 씨의 진술서를 검찰에 제출하고 이 부분도 조사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홍 지사가 말한 ‘큰 거 한 장’은 1억 원을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홍 지사는 “나와 관련된 모든 금융자료, 재산, 아내, 자식 등의 재산추적에 동의할 테니 조사해 달라고 요청했다”며 “단돈 1원이라도 잘못된 것이 나오면 검찰 수사를 받겠다”고 덧붙였다. 홍 지사는 많은 자료를 들고 갔지만 정작 검찰에는 2010년 경선과 관련된 제3자의 진술서만 제출했다. 진술서에는 2010년 홍 지사가 불법 정치자금을 거절했다는 내용이 적힌 것으로 전해졌다. 2012년 때와 같이 2011년 한나라당 대표 경선 때도 배달사고가 났을 가능성을 강력히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검찰은 8일 홍 지사가 성 회장이 돈을 건넸다는 ‘2011년 6월’ 윤 전 부사장과의 만남을 부인하면서 돈 전달 시기로 알려진 2011년 6월과 관련된 질문을 하지 않았다. 당시 상황에 대해 세세히 질문할 경우 쥐고 있는 ‘카드’를 노출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검찰은 이날 홍 지사를 다시 소환할 필요가 없다고 할 정도로 자신감을 보이며 홍 지사의 해명을 ‘변명’이라고 표현했다. 홍 지사는 8일 서울고검 12층 1208호 조사실에서 검찰 14년 후배 손영배 부장검사(사법연수원 28기)를 마주했다. 손 부장검사 옆엔 후배 김병문 검사가 배석해 홍 지사의 진술을 조서로 옮겼다. 영상 녹화는 하지 않았다. 양측은 서로에 대한 예의를 지키면서도 곳곳에서 치열한 설전을 벌였다. 홍 지사는 자신의 얘기를 충분히 했다고 한다. 홍 지사의 발언이 반복되면 손 부장검사가 “그 이야긴 아까 하셨던 말씀입니다”라는 식으로 정중히 제지했다고 한다. 평소 ‘버럭 준표’로 불리는 홍 지사이지만 이날은 “아, 그랬죠”라고 선선히 받아들였다고 한다.장관석 jks@donga.com·조건희 기자}

고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이 3000만 원을 건넸다고 주장한 이완구 전 국무총리를 검찰이 이번 주 안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하기로 했다. 검찰은 이 전 총리가 돈을 받았다고 의심되는 2013년 4월 4일 충남 부여 선거사무소로 성 회장을 수행한 비서 금모 씨(34)와 운전기사 여모 씨(41)를 지난 주말 불러 강도 높은 조사를 했다. ○ 이완구 전 총리 이번 주 소환 검찰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검사장)은 10일 금 씨와 여 씨를 조사한 내용을 바탕으로 이번 주초 이 전 총리에게 소환을 통보하기로 했다. 일각에서는 3000만 원이 건네진 시점이 2013년 4월 7일이라는 주장도 나왔지만 검찰은 4월 4일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 검찰은 이들이 “당시 성 회장이 이 전 총리를 만나는 건 봤지만 돈을 건넸는지는 알지 못한다”고 주장해 이들의 진술을 깰 만한 정황을 잡고 거짓말 여부를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계속 ‘모르쇠’로 일관할 경우 강제수사도 검토 중이다. 금 씨는 성 회장이 2013년 4월 4일 당시 서울 국회―충남도청 신청사 개청식―이 전 총리 선거사무소 일정에 여 씨가 운전하는 차량을 타고 동행했다. 당일 성 회장과 하루 종일 동행하면서 3000만 원을 조성한 방식과 전달 경위 등을 가장 잘 알 수 있는 인물이다. 검찰은 성 회장이 이 전 총리에게 3000만 원을 건넬 때 비타500 상자가 아니라 봉투 등 다른 물건에 담아 전달한 것으로 보고 있다. 구속된 박준호 전 경남기업 상무와 이용기 비서실 부장은 당시 성 회장과 동행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 ‘1억 원 계좌’에 허 찔린 홍 지사 홍준표 경남지사의 1억 원 수수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은 2011년 6, 7월경 홍 지사의 정치자금 후원 계좌에서 5000여만 원이 나경범 당시 보좌관 명의의 당 대표 경선자금 계좌로 흘러간 것을 비롯해 복수의 계좌에서 수차례에 걸쳐 총 1억여 원이 경선자금 계좌로 유입된 정황을 포착하고 이를 집중 추궁했다. 검찰은 이 돈이 윤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에게서 홍 지사에게 건네졌다는 1억 원과 같은 돈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수사 중이다. 검찰은 이 돈의 흐름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한 홍 지사의 당 대표 경선자금 사용 명세, 홍 지사의 당시 국회의원 재산공개 명세 등을 비교 분석해 아귀가 잘 맞지 않는 부분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홍 지사가 국회의원 시절 신고한 재산 목록을 보면 개인 예금이 2011년 4월 8734만 원에서 2012년 3월 3380만 원으로 5354만 원 감소했다. 검찰은 홍 지사가 2011년 6월 23일 한나라당 대표 경선 후보 기탁금 용도로 직접 입금한 1억2000만 원의 출처도 추적하고 있다. 홍 지사는 검찰 조사에서 나 보좌관 명의의 계좌로 유입된 1억여 원에 대해 제대로 소명하지 못했다가 10일 변호사를 통해 2011년 7월 전당대회 경선자금 명세를 검찰에 제출했다. 홍 지사 측은 “선관위에 등록된 계좌에 어떻게 불법 정치자금을 넣어 사용할 수 있겠나. 모두 다 소명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검찰 관계자는 10일 “(2011년 6월경) 홍 지사의 동선을 가능한 모든 자료를 동원해 복원했다. 홍 지사와 윤 전 부사장의 접촉 단서까지 확보했고 금품 수수 시기와 장소를 특정한 상태”라며 혐의 입증에 자신감을 보였다. 검찰은 윤 전 부사장 회유 의혹을 받고 있는 홍 지사 측근 김모 씨와 엄모 씨를 이날 소환해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조사했다. 검찰은 성 회장이 자살한 직전 2주간의 동선을 복원한 결과 성 회장이 남긴 메모에 유독 여권 핵심 8명의 이름만 적은 이유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동주 djc@donga.com·장관석·조건희 기자}
박범훈 전 대통령교육문화수석비서관(67·전 중앙대 총장)이 뇌물 수수와 횡령 등의 혐의로 8일 구속 수감됐다. 3월 검찰이 대규모 사정(司正) 수사에 들어간 이후 구속된 이명박(MB) 정부의 최고위급 인사다. 박 전 수석은 모그룹에서도 억대의 공연 협찬금을 받아 이 중 상당액을 빼돌린 혐의가 추가로 드러났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4부(부장 배종혁)는 박 전 수석이 2012년 5월 경기 양평군 중앙국악연수원에서 ‘양평군민을 위한 효(孝) 콘서트’를 열고 협찬금 9500만 원을 빼돌린 혐의(횡령) 등 6가지 범죄 혐의를 구속영장에 적시했다. 뭇소리재단 주최로 열린 이 행사에는 중앙국악관현악단 소속 김영임 명창 등이 출연했고,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와 엄기영 전 경기문화재단 이사장이 참석했다. 뭇소리재단과 중앙국악관현악단은 박 전 수석이 실제 소유한 단체들로 알려져 있다. 당시 해당 그룹 계열사 4곳은 공연에 1억6200만 원의 협찬금을 지원했는데, 검찰은 이 중 9500만 원이 박 전 수석의 개인 계좌로 입금된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은 일단 횡령 혐의를 적용했지만 당시 박 전 수석이 이명박 대통령의 취임식준비위원장에 이어 수석비서관을 맡았다는 점에서 대가성이 확인되면 뇌물수수 혐의를 적용할 방침이다. 박 전 수석이 중앙대 총장이었던 2009년 두산그룹 계열사들로부터 중앙국악예술협회에 18억 원을 후원받은 부분은 배임수재죄 적용을 검토 중이다. 이 후원금은 박 전 수석이 우리은행의 기부금 100억 원을 교비회계가 아닌 법인회계로 받을 수 있도록 이면 약정을 맺어준 대가일 수 있다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검찰은 박 전 수석에게 수억 원의 뇌물을 건넨 혐의로 박용성 전 중앙대법인 이사장(75·전 두산중공업 회장)을 다음 주 소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검찰은 교육부에 압력을 넣어 중앙대에 특혜를 준 박 전 수석에게 제공한 두산타워 상가 임차권(8000만 원)과 공연 협찬금(3000만 원) 등이 뇌물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특히 박 전 이사장이 여러 차례 중앙대의 본교·분교 통합 및 교지 단일화와 관련해 박 전 수석에게 교육부의 승인을 이끌어달라는 e메일을 보냈고, 박 전 수석이 ‘관련 사안은 제가 교육과학기술부(현 교육부)에 지시해 놨다’는 취지로 답장을 보낸 점에 미뤄 이들 간에 ‘대가성 거래’가 성립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박 전 수석은 검찰 조사에서 “실제로 외압을 가하지는 않고 e메일만 그렇게 보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박 전 수석이 청와대 재직 시절 중앙대 서울캠퍼스 정원을 사실상 2000명가량 늘려줬고, 이로 인해 중앙대법인이 얻은 경제적 이익이 10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법인이 지출해야 할 교직원들의 4대 보험금을 교비회계에서 빼서 쓴 것도 사립학교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한다. 검찰 안팎에선 박 전 이사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박 전 수석은 7일 영장실질심사에서 “교육부가 대학 자율화 정책을 적극 수행하도록 독려한 것이지 외압은 아니었다”며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8일 새벽 구속영장이 발부되자 호송차로 이동하며 “한 사람을 이렇게 오래 수사하는 것은 너무하다”라고 말했다.조건희 becom@donga.com·변종국 기자}
검찰이 홍준표 경남지사의 1억 원 수수 의혹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이번 사건과 관계없는 엉뚱한 ‘동명이인’의 전화통화 기록을 참고인에게 들이밀며 “돈 전달자를 회유한 게 아니냐”고 추궁하는 어이없는 일이 벌어진 것으로 8일 확인됐다. 검찰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검사장)은 홍 지사의 국회의원 시절 보좌관이었던 강모 씨를 5일과 7일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다. 강 씨는 2011년 6월 한나라당 대표 경선 당시 홍 지사에게 돈을 전달했다고 주장하는 윤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의 부탁을 받고 윤 씨에게 홍 지사 수행비서를 연결해 줬다고 지목된 사람이다. A 검사는 강 씨에게 “당신이 (고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 자살 다음 날인) 4월 10일 윤 씨의 지인 이모 씨와 통화한 직후 나경범 경남도 서울본부장(홍 지사의 의원 시절 수석보좌관)과 통화한 것으로 나온다”며 통화 이유를 캐물었다. 강 씨가 나 본부장과의 통화 사실을 부인하자 A 검사는 이어 “윤 씨와 이 씨가 ‘10일 통화에서 당신에게 돈 관련 얘기를 했다’고 진술했다”며 강 씨의 ‘자백’을 압박했다. 강 씨는 “이 씨와는 ‘윤 전 부사장이 아픈데 병문안 가자’는 얘기만 했다”고 진술했다. 이에 B 검사는 “당신이 그 시점에 홍 지사와도 통화한 것으로 나온다. 무슨 얘길 나눴냐”고 물었지만 강 씨는 이 역시 부인했다. 검사들은 언성을 높이고 책상을 내리치면서 “당신 혐의가 많다. 거짓말하면 즉시 구속될 수 있음을 경고한다”며 거듭 압박했다. 두어 시간 추궁당한 강 씨는 “근거 자료를 보여 달라”고 요청했고, 그제야 검사들은 정리해 놓은 통화 기록을 내놨다. 거기엔 ‘강○○’라고 강 씨의 이름이 있었다. 그러나 이름 옆에 적힌 전화번호는 강 씨의 것이 아니었고, 비고란에는 ‘전 경남 ○○군수,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현 경제부총리) 비서실장’이라고 적혀 있었다. 강 씨는 곧바로 “이분은 나와 동명이인일 뿐”이라고 항변했다. 강 씨가 통화했다는 홍 지사의 전화번호란에 적힌 번호도 강 씨 아내의 것이었다. 강 씨는 “아내의 성(姓)도 홍 씨고 전화번호도 비슷해 착각한 게 아니냐”고 항의했다. 당황한 검사들은 이를 보고하기 위해 조사실을 나갔고 얼마 후 돌아와 강 씨에게 사과했다. 홍 지사 측은 “검찰이 윤 전 부사장의 진술에 증거를 ‘짜맞추기’ 위해 참고인들에게 자백을 강요한 것 아니냐”며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최우열 dnsp@donga.com·조건희 기자}

“2011년 6월 경남기업 성완종 회장과 한모 전 부사장이 동석한 자리에서 5만 원권 현금 다발로 1억 원이 담긴 쇼핑백을 받았다. 이튿날 아내가 운전하는 승용차를 타고 국회 의원회관을 방문해 다른 의원실을 간다고 기록하고 검색대를 통과해 홍 지사의 의원회관 707호를 찾아갔다. 짧은 시간 홍 지사를 만나 1억 원을 건넸다.”(경남기업 윤모 전 부사장) 8일 서울고검 12층 1208호 조사실에서 마주한 홍준표 경남지사와 검찰 특별수사팀 손영배 부장검사는 윤 전 부사장 진술을 놓고 한 치도 물러설 수 없는 ‘벼랑 끝’ 공방을 벌였다. ○ 檢 vs 洪, 벼랑 끝 대치 검찰은 이날 홍 지사 측근 조사에선 꺼내지 않은 윤 전 부사장의 진술을 하나하나 꺼내들며 홍 지사를 압박했다. 홍 지사도 준비해 온 각종 자료를 내보이며 특유의 거침없는 언변으로 혐의를 강력하게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 지사가 진술을 많이 해 검찰 조사는 예상보다 더욱 길어졌다. 수사 상황은 검찰 지휘 라인에 곧바로 보고됐다. 수사팀은 홍 지사의 진술을 체크하며 홍 지사의 허점을 파고들었다. 검찰은 그동안 윤 전 부사장과 동행한 그의 아내 A 씨는 물론이고 당시 윤 전 부사장의 행적을 기억하는 동료를 여러 차례 조사했다. 같은 언론계 출신으로 당시 사정을 기억하는 여행사 대표 이모 씨에게서도 중요 진술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내 A 씨에게선 “남편이 국회 의원회관까지 가는 길에 동행했다. 남편이 의원회관에서 나올 때 애초에 들고 갔던 쇼핑백이 보이지 않았다”는 취지의 진술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검찰은 홍 지사의 핵심 측근 계좌에 2011년 6, 7월을 전후해 수천만 원 단위로 입금된 1억여 원의 출처를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윤 전 부사장이 건넨 1억 원이 이 측근의 계좌로 입금된 것은 아닌지 의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홍 지사와 해당 측근은 “정확하게 기억은 나지 않지만 수천만 원씩 전세자금 용도 등의 친인척 간 거래가 왕왕 있었다. 검찰이 이 돈을 의심한다는 것은 오히려 다행스러운 일”이라며 자금 출처 입증에 자신감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檢, 혐의 입증 자신… 불구속 기소 검토 홍 지사는 2011년 6월 경선 당시 자신의 알리바이를 들이밀며 윤 전 부사장의 진술을 무너뜨리는 ‘정면 돌파’를 선택했다. 변호인인 이혁 변호사가 입회했지만 홍 지사가 직접 나서 당시 기억과 윤 전 부사장과의 관계 등을 소상히 진술했다고 한다. 홍 지사는 윤 전 부사장이 성 회장과 검찰에 의해 ‘오염된’ 참고인이라는 논리를 펼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홍 지사가 하고 싶은 말은 다 했다”고 전했다. 홍 지사는 “2011년 6월 전당대회 때문에 전국을 순회하느라 의원회관을 찾은 경우가 거의 없었다. 돈을 받은 사실은 더더욱 없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국회 의원회관 출입 기록 보존 기한이 3년이어서 2011년 당시 기록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 지사는 윤 전 부사장의 ‘배달사고’ 가능성과 검찰의 진술조정 주장도 펼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성 회장이 측근을 데리고 돈 전달 사실을 확인하고 녹취까지 한 것은 배달사고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며 “성 회장이 내게 ‘1억 원을 잘 받았느냐’는 확인 전화를 했다면 굳이 병실에 있던 윤 전 부사장을 찾아가 돈 전달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었겠느냐”는 취지의 진술을 유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그는 “성 회장이 ‘1억 원을 윤 전 부사장에게 생활자금으로 줬다’고 진술한 게 조서에 남아있는데, 이 진술이 며칠 만에 ‘홍준표에게 준 불법 정치자금’으로 둔갑했다”며 “이는 당협위원장직을 받지 못한 윤 전 부사장의 ‘앙심’과 한 달가량에 걸친 검찰의 진술조정 결과”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홍 지사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장관석 jks@donga.com·조건희·변종국 기자}
검찰이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62·구속)이 일본 법인의 자금 일부를 빼돌린 단서를 잡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검찰은 장 회장의 비자금 중 정부 및 공공기관 인사들에게 청탁용으로 제공된 금품이 있는지도 조사 중이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세조사부(부장 한동훈)는 장 회장이 2011년경 동국제강의 일본 계열사(DKC)를 통해 국내 철강업체와 원료 및 강판을 거래하는 과정에서 대금을 부풀려 수십억 원을 빼돌린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국세청은 2011년 7월경 일본 세무당국에 요청해 세무조사를 벌인 결과 DKC가 본사에 리베이트를 보낸 사실을 확인한 바 있다. 장 회장은 지난달 27일 첫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앞두고 횡령액 중 105억 원을 변제했고, 구속영장은 다음 날 새벽 기각됐다. 6일 두 번째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앞두고도 추가 횡령액 12억 원을 변제했지만 이번에는 구속을 피하지 못했다. 서울중앙지법 이승규 영장전담판사는 7일 새벽 “추가 혐의가 상당 부분 소명되고 증거 인멸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검찰이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62·구속)이 일본 법인의 자금 일부를 빼돌린 단서를 잡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검찰은 장 회장의 비자금 중 정부 및 공공기관 인사들에게 청탁용으로 제공된 금품이 있는지도 조사 중이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세조사부(부장 한동훈)는 장 회장이 2011년경 동국제강의 일본 계열사(DKC)를 통해 국내 철강업체와 원료 및 강판을 거래하는 과정에서 대금을 부풀려 수십억 원을 빼돌린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국세청은 2011년 7월경 일본 세무당국에 요청해 세무조사를 벌인 결과 DKC가 본사에 리베이트를 보낸 사실을 확인한 바 있다. 장 회장은 지난달 27일 첫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앞두고 횡령액 중 105억 원을 변제했고, 구속영장은 다음 날 새벽 기각됐다. 6일 두 번째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앞두고도 추가 횡령액 12억 원을 변제했지만 이번에는 구속을 피하지 못했다. 서울중앙지법 이승규 영장전담판사는 7일 새벽 “추가 혐의가 상당 부분 소명되고 증거 인멸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고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의 정·관계 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국회사무처에 옛 국회 의원회관 설계도면과 배치도를 제출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6일 확인됐다. 윤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이 성 회장의 지시로 홍준표 경남지사에게 1억 원을 건넸다고 주장한 장소를 국회 의원회관으로 특정하고 구체적인 전달 상황과 이동경로 등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검찰은 또 홍준표 경남지사가 2011년 6월 한나라당 대표 경선 당시 타고 다녔던 짙은 남색 에쿠스 승용차가 ‘1억 원 수수’ 의혹을 풀 핵심 단서인 것으로 보고 이 차에 관해 집중 조사 중이다. 검찰은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한나라당 대표 경선 당시 홍 지사 측의 경선자금과 후원금 등에 관한 회계자료를 6일 오후 중앙선관위에서 제출받았으며, 8일 홍 지사를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할 예정이다. ○ 구체화되는 2011년 6월 행적 검찰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검사장)은 윤 전 부사장 등의 진술을 토대로 국회 의원회관 주차장과 회관 내 접견 공간, 홍 지사의 의원 시절 국회 사무실 등을 홍 지사 측이 돈을 건네받고 이동한 경로로 보고 있다. 하지만 국회 의원회관은 2012년 증·개축됐다. 윤 전 부사장이 금품을 전달했다는 2011년 6월 당시 구조와는 전혀 다르다. 4년 가까이 시간이 지나 의원회관 주변 폐쇄회로(CC)TV나 차량 블랙박스 등을 확보하기 어렵다. 검찰이 국회사무처에 옛 의원회관의 설계도면과 배치도 제출을 요청한 것도 이 때문이다. 당시 상황의 현장검증을 도상(圖上)에서 미리 해보겠다는 것이다. 검찰은 또 5, 6일 홍 지사의 보좌관과 수행비서 등을 불러 2011년 6월 당시 홍 지사가 이용했던 남색 에쿠스 차량의 번호를 물었다. 홍 지사에게 1억 원을 건넸다고 주장하는 윤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과 당시 동행한 그의 아내에게도 홍 지사 차량의 모델과 번호, 차가 서 있었던 상황 등을 세밀하게 물어본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부사장 부부는 비교적 구체적으로 당시 차량을 기억했다. 그러나 홍 지사의 측근들은 “3년 이상 지난 상황이라 정확한 차량 번호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전 부사장은 1억 원을 쇼핑백에 넣어 아내가 운전하는 차량을 타고 국회 의원회관으로 이동해 홍 지사의 남색 에쿠스에 옮겨 탄 뒤 동승한 나경범 보좌관(현 경남도 서울본부장)에게 이 돈을 건넸다고 진술한 상황이다. ○ “윤 씨, 조서 없이 수차례 조사해 진술 조정” 홍 지사는 이날 오전 경남 창원시 경남도청 집무실로 기자들을 불러 검찰 수사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특히 그는 검찰이 윤 전 부사장의 진술을 조정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반나절이면 조사할 수 있는 윤 전 부사장을 1개월가량 조서를 작성하지 않은 채 검찰 청사 안팎에서 조사했고 이를 통해 조서에 기록할 진술 내용을 통제했다는 주장이다. 홍 지사는 “성 회장이 사망 전 검찰에 출석해 ‘윤 전 부사장의 생활자금이었다’고 진술한 문제의 1억 원이 나의 불법 정치자금으로 둔갑했다”고 주장했다. 이는 기소 후 벌어질 법리 다툼을 감안해 윤 전 부사장의 진술과 성 회장이 남긴 메모의 증거 능력을 흔들려는 의도로 보인다. 홍 지사는 윤 전 부사장의 ‘배달 사고’ 가능성도 강하게 시사했다. 그는 “업무 부사장이 아니라 정무 부사장이었던 윤 전 부사장은 정치권 로비창구로서 많은 돈 심부름을 하며 배달 사고도 있었을(냈을) 것”이라며 “성 회장이 사망 전 (경남기업 박준호 전 상무와 이용기 부장 등) 측근을 데리고 윤 전 부사장을 만나 금품 전달 사실을 확인하고 녹취까지 한 것도 배달 사고를 염두에 뒀기 때문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수사팀은 홍 지사의 비판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놓지는 않았지만 윤 전 부사장의 진술이 처음과 크게 달리지지 않았고 진술을 뒷받침하는 증거도 확보한 만큼 신빙성에 문제가 없다는 반응이었다. 한 검찰 관계자는 “참고인의 건강 상태를 고려해 방문 조사를 벌이는 경우는 종종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날 홍 지사의 측근 김해수 전 대통령정무비서관(58)을 소환해 홍 지사의 지시를 받아 윤 전 부사장에게 전화를 걸어 회유 또는 입막음을 시도했는지도 조사했다. 김 전 비서관은 “홍 지사와 관계없이 평소 친분이 있는 윤 전 부사장에게 사건에 대해 물어봤을 뿐”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조건희 becom@donga.com·변종국 / 창원=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