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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통화 광풍(狂風)을 둘러싼 정부 혼선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나면서 시장의 혼란이 확산되고 있다. 정부는 혼란의 신호탄이 된 박상기 법무부 장관의 11일 가상통화 거래소 폐쇄 방안에 대해선 ‘장기적 검토 과제’라며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설익은 대책 발표와 청와대의 부인, 정책 재검토로 이어진 ‘오락가락’ 대응으로 투기심리가 들불처럼 휩쓸고 있는 가상통화 시장의 혼란상을 정부가 부채질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를 반영하듯 가상통화 시장은 12일 하루 종일 롤러코스터처럼 출렁였다.○ 부처 힘겨루기로 촉발된 대혼란 정부는 이날 관계부처 차관회의를 열고 가상통화 대책 추진 상황을 점검했다. 비공개로 진행된 회의에선 전날 박상기 장관이 제시한 가상통화 거래소 폐지 특별법 제정안도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가상통화의 기반 기술인) 블록체인 문제에 있어서는 좀 더 균형 잡힌 시각에서 봐야 한다는 생각”이라며 거래소 폐쇄 등 고강도 대책과는 거리를 뒀다. 가상통화 규제 수위를 둘러싼 부처 간 이견이 여전함을 보여준 것이다. 정부가 가상통화 대책 마련에 나선 것은 지난해 11월 말부터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지난해 11월 28일 국무회의에서 “청년들이 가상화폐 투자에 뛰어들고 있고 범죄에도 이용된다”며 대책 마련을 지시하면서다. 정부는 12월 초 법무부를 주무부처로 관계부처들이 참여하는 가상통화 합동 태스크포스(TF)를 발족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12월 11일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해 가상통화 대책을 지시했다. 하지만 이때부터 규제 수위를 둘러싸고 관련 부처들이 이견을 드러냈다. 가상통화 대책 주무부처를 맡은 법무부와 금융위원회가 거래소 폐지 등 강경책을 주장했지만 기재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신기술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며 난색을 표한 것. 결국 정부는 지난해 12월 13일 가상통화 투기 과열 범죄 대응 방안을 내놓으면서 거래소 폐지 방안 등 고강도 규제는 뺐다. 하지만 정부가 ‘솜방망이’ 대책을 내놨다는 평가와 함께 가상통화 시세가 오히려 급등하면서 사회적 문제로 확산되자 정부 내 강경 기류가 힘을 얻었다. 이에 따라 법무부는 지난해 12월 28일 관계부처 차관회의에서 가상통화 거래소 완전 폐지를 뼈대로 한 대책을 다시 내놨다. 11일 박 장관의 발언 역시 이 같은 기류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정부 소식통은 “당초 박 장관의 원고에는 ‘아직 협의 중’이라는 단서가 있었지만 회견 과정에서 발언 강도가 세졌다. 이 기회에 부처 간 이견을 정리하고자 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청와대 컨트롤타워 부재에 정책 불신 커져 가상통화 시장의 과열 현상을 진정시킬 필요가 있다는 데는 부처 간 이견이 없어 보인다. 문제는 신기술인 가상통화에 대한 정부의 정의조차 불분명하다 보니 이에 맞는 정책이 부처 간 조율을 거쳐 나오지 못하고 있는 것. 정부 내에선 가상통화를 지칭하는 용어부터 ‘가상통화’ ‘가상화폐’ ‘암호화화폐’ 등으로 엇갈리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국민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산업적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 혼란이 아니라 정부가 냉정하게 지켜보고 조율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가상통화 시세가 급등하면서 대학생, 주부, 심지어 중고생도 시장에 뛰어드는 등 ‘코인 좀비’가 양산되는 상황에서 정부가 뚜렷한 방향을 잡지 못하고 혼란을 키웠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결과적으로 실효성이 떨어지는 대책과 구두 개입으로 가상통화 시장에 정부 정책에 대한 ‘내성’만 높여놓았다는 것. 청와대 내 컨트롤타워 부재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다. 청와대 정책실이 국무조정실에 정책 조율을 맡기고 뒤로 빠지면서 혼란을 자초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통령경제수석실은 정부가 지난해 12월 첫 가상통화 대책을 내놓을 당시 법무부 안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으나, 이후 가상통화 시세가 급등하자 고강도 규제 방안에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당정협의를 거쳐 조만간 가상통화에 대한 종합대책을 내놓을 방침이다. 법무부가 제안한 거래소 폐지 역시 중장기 대책으로 검토 중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거래소 폐지는 법무부 단독으로 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 법률 개정이 필요한 만큼 국회와의 협의도 필요하다”고 했다. 문병기 weappon@donga.com·정성택 / 세종=김준일 기자}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과 1급 간부 대부분이 줄사표를 제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사진)이 대대적인 인사에 착수하면서 ‘김상조 식(式)’ 개혁 작업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12일 공정위에 따르면 최근 신영선 부위원장(행시 31회)을 비롯해 1급 간부 상당수가 사표를 제출했다. 김 위원장은 이들의 사표를 수리하고 이르면 다음 주 중 인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차기 부위원장으로는 신동권 사무처장(30회)과 곽세붕 상임위원(32회)이 거론되고 있다. 신 사무처장은 카르텔조사국장, 대변인, 상임위원 등 공정위 요직을 거쳤다. 곽 상임위원은 대변인, 경쟁정책국장을 역임한 핵심 간부다. 사무처장 자리에는 채규하 상임위원 등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상임위원 자리에 현재 국장급에 있는 인사가 승진 이동하면서 국장급 인사도 순차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말 송년 기자간담회에서 “어쩌다 공무원이 된 ‘어공’ 위원장으로서 취임하자마자 간부를 교체하긴 어려웠지만 이젠 때가 됐다”고 말했다.세종=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서울 강남에서 3.3m²당 7000만 원이 넘는 일반 아파트들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강남을 타깃으로 고강도 세무조사와 최고 수준의 현장 단속에 나서기로 했다. 11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이달 초 서울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아파트(공급면적 113m²)가 26억 원에 거래됐다. 3.3m²당 7593만 원에 팔린 것이다. 이 단지의 다른 아파트도 이 가격에 나오고 있다. 지난해 12월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신고된 이 아파트의 거래가격은 22억9000만 원이다. 한 달 만에 3.3m²당 매매가가 6688만 원에서 7593만 원으로 뛰었다. 부동산중개업소에 나와 있는 강남의 다른 아파트 시세도 3.3m²당 7000만 원에 바짝 따라붙었다.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 대치팰리스(공급면적 125m²)는 3.3m²당 6864만 원인 26억 원에 나와 있다. 이 아파트는 지난해 말 20억 원에 거래됐다.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퍼스티지(공급면적 113m²)도 현재 시세(23억6000만 원) 기준 3.3m²당 6892만 원이다. 한국감정원은 8일 기준 강남4구(강남 서초 송파 강동구)의 아파트 매매가가 전주보다 0.65% 올랐다고 밝혔다. 지난주(1일 기준) 0.69%로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최고 상승률을 기록한 뒤 오름세가 계속되고 있다. 정부는 이날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경제현안간담회를 열고 부동산 가격 안정 대책을 논의했다. 김 부총리는 “서울 강남 등 특정 지역의 재건축, 고가 아파트를 중심으로 투기 수요에 의한 과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이달부터 합동 점검을 실시해 최고 수준의 단속을 하겠다”고 밝혔다. 국세청은 세금 탈루가 의심되는 부동산 거래에 대해 자금출처 조사를 한다. 또 특별사법경찰을 투입해 현장 단속을 강화하고 가계대출이 급증한 금융회사도 집중 점검한다. 주애진 jaj@donga.com·강성휘 / 세종=김준일 기자}
전력거래소가 11일 기업들에 전력 사용량을 줄이도록 요구하는 ‘급전(給電) 지시’를 내렸다. 갑자기 몰아친 추위로 전기난방기 사용이 급격히 늘었기 때문이다. 정부의 급전 지시는 올 들어 이번이 처음이다. 전력거래소는 이날 오전 9시 15분∼11시 15분, 오전 10시 반∼11시 반 등 두 차례에 걸쳐 급전 지시를 내렸다. 이날 지시로 절약한 전력 수요는 총 180만 kW다. 급전 지시는 정부와 사전에 계약한 기업들이 전력 사용량을 감축하면 인센티브(정산금)를 주는 제도로 안정적인 전력 수급을 위해 도입됐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11시 최대 전력 수요는 8561kW로 최대전력 수요를 나타냈던 2016년 8월의 8518kW를 뛰어넘었다. 이날 급전 지시에는 2000여 곳이 참여했다. 2014년 급전 지시 제도를 도입한 뒤 9번째다. 정부는 한파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12일에도 급전 지시를 내릴 예정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전력 공급이 부족해 급전 지시를 내렸다기보다는 한파로 전력 수요가 급증할 것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조치를 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종=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올해 1월 최저임금 인상을 앞두고 음식점 편의점 등이 작년 말부터 고용을 대폭 축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건비 부담이 커진 자영업자들이 종업원을 줄이면서 취약계층이 고용 한파에 내몰릴 것이라는 우려가 통계에 반영되기 시작한 것이다. 통계청이 10일 내놓은 ‘고용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국내 서비스업 취업자는 2016년 12월보다 2만 명 늘었지만 공공부문에서 증가한 일자리 8만1000개를 제외한 민간 서비스업 일자리는 6만1000개 줄었다. 이 같은 월간 서비스 일자리 감소 폭은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05년 이후 12년 만에 최대다. 공공부문이 민간고용의 마중물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정부 측 바람과 달리 공공과 민간의 일자리 격차만 커진 셈이다. 작년 말 서비스 업종을 보면 음식점 종업원, 편의점 점원, 경비원 등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을 많이 받는 취약계층이 일자리를 줄줄이 잃었다. 지난해 12월 편의점과 슈퍼마켓 등에서 일하는 판매 종사자는 313만 명으로 1년 전에 비해 9만 명 가까이 감소했다. 같은 기간 비정규직이 많이 근무하는 숙박 및 음식점업에서는 4만9000명이 줄었고, 아파트 경비원이 많이 포함돼 있는 사업시설관리 분야에서는 9000명이 퇴출됐다. 정부가 경기 회복 국면이라고 진단하는 현 상황에서 서비스 분야 일자리가 크게 줄어든 것은 이례적인 현상이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최저임금 인상이 발표된 이후부터 음식숙박업 등에서 꾸준히 고용 축소가 진행됐다”며 당국자들이 더 지켜볼 게 아니라 지금이라도 부작용을 줄일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지난해 청년실업률은 9.9%로 해당 통계가 나오기 시작한 2000년 이후 가장 높았다. 청년 실업자도 43만5000명으로 역대 최대였다.세종=박재명 jmpark@donga.com·김준일 기자}

지난해 청년층(15∼29세) 실업률은 외환위기 여파가 가시지 않던 2000년보다 심각했다. 청년층 고용 사정이 나아지지 않는 상황에서 정부가 공공부문 채용을 늘리면서 취업준비생들이 통계상 실업자로 잡힌 영향에 따른 것이다. 10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청년실업률(9.9%)은 외환위기로 청년들이 일자리를 잡지 못해 아우성이던 2000년(8.1%)보다 1.8%포인트 높다. 2016년(9.8%)보다는 0.1%포인트 올랐다. 청년실업률은 2014년(9%) 처음 9%대로 올라선 뒤 좀처럼 하락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체감실업률은 22.7%로 청년 4, 5명 중 1명은 사실상 실업 상태에 놓여 있었다. 체감실업률은 취업준비생과 주당 근로시간 36시간 미만 취업자, 구직 활동은 하지 않지만 취업을 원하는 실업자 등을 포함한다. 이처럼 청년실업률이 고공행진을 하는 것은 여러 가지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탓이 크다. 먼저 정부가 청년 일자리 창출의 마중물로 삼는 공공부문 채용 확대가 역설적으로 실업률 지표를 끌어올렸다. 취업준비생은 비경제활동 인구여서 실업자로 잡히지 않는다. 하지만 원서를 내거나 시험에 응시하면 경제활동인구, 즉 실업자로 집계된다. 정부는 인구구조가 변하는 것도 높은 청년실업률의 원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통계청 관계자는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의 자녀들이 20대 후반 인구가 되면서 일자리 경쟁이 심화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근본적인 원인은 결국 청년들이 갈 수 있는 일자리가 적다는 데 있다. 성재민 한국노동연구원 동향분석실장은 “재작년부터 구조조정이 있었고, 내수도 살아나지 않다 보니 신규 채용이 활발히 이뤄지지 않았다”며 “공무원 시험 채용으로 실업자가 늘었다는 것도 결국은 민간 노동시장이 좋지 않다는 걸 의미한다”고 말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정책 등 경직된 노동구조를 만드는 정책은 민간 기업들의 신규 채용을 가로막는 또 다른 측면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와 함께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역시 기존 취업자 보호에 치우쳐 있어 일자리가 없는 청년층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된다. 노동연구원이 지난해 12월 펴낸 ‘2017년 노동시장 평가와 2018년 고용전망’에 따르면 올해 연평균 취업자 수는 지난해(32만 명)보다 7.5% 감소한 29만6000명 증가에 그칠 것으로 추정됐다. 이에 따라 올해도 청년 일자리 문제는 쉽게 풀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세종=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으로 백화점 마트 등 대형 유통업체에 상품을 납품하는 업체가 가격을 올려야 하는 상황이 되면 유통업체에 인상분을 분담해 달라고 요구할 수 있게 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런 내용을 담은 유통 분야 개정 표준계약서를 마련했다고 8일 밝혔다. 이는 지난해 8월 발표한 ‘유통분야 불공정거래 근절대책’의 후속 조치로 소규모 업체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는 인건비 상승 문제를 대형업체와 나누게 한다는 취지다. 적용 분야는 백화점, 대형마트, 편의점, 온라인쇼핑몰, TV홈쇼핑 등의 직접 구매 또는 특약 구매다. 개정 표준계약서는 납품 계약 기간에 최저임금이 오르거나 원재료 가격이 상승해 납품하는 상품의 공급원가가 바뀌면 납품업체가 대형유통업체에 납품가격을 조정해 달라고 신청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종전에는 이런 규정이 없어 공급원가가 오르는 것과 상관없이 처음 계약한 대로 납품가격이 유지되는 경우가 많았다. 납품업체의 조정 신청을 받은 대형유통업체는 10일 이내에 협의를 시작해야 한다. 만약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공정거래조정원 분쟁조정협의회가 납품가격을 조정한다. 여기에서도 결론이 나지 않으면 민사소송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표준계약서는 강제사항은 아니지만 실효성이 있을 거라고 공정위는 판단하고 있다. 표준계약서를 도입하면 공정거래협약 이행평가에서 더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고, 이 평가는 직권조사 면제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문재호 공정위 유통거래과장은 “유통업계가 이미 지난해 11월 자율실천 방안으로 이런 규정을 반영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면서 “최저임금이 올라 중소업체들의 부담이 늘 거라는 우려가 있는데 바뀐 표준계약서가 부담을 줄여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세종=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이달부터 만 30세 이상 무주택자나 30세 미만 기혼 무주택자는 분양권을 전매할 때 양도세 중과대상에서 제외된다. 4월부터는 편의점에서도 수제맥주를 살 수 있게 된다. 기획재정부는 7일 이런 내용을 담은 소득세법 등 17개 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마련했다고 7일 밝혔다. 30세 이상 무주택자는 전국 40개 조정대상지역에서 분양권을 팔 때 ‘세금 폭탄’을 피하게 된다. 지난해 정부는 8·2부동산대책을 내놓으면서 올해 1월 1일부터 서울 전 지역, 세종시 등 전국 40개 조정대상지역에서 분양권을 팔면 보유기간과 상관없이 50%의 양도소득세를 내도록 했다. 그러나 실수요자의 부담이 크다는 지적에 따라 30세 이상 무주택자는 양도소득세를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30세 미만이더라도 기혼자면 역시 양도소득세가 부과되지 않는다. 양도세 중과대상 주택의 범위도 줄였다. 지난해 정부는 올해 4월부터 수도권, 광역시, 세종시 등 전국 40개 지역에 대해 2주택자는 기본세율의 10%포인트, 3주택 이상 보유자는 20%포인트를 가산해 양도세를 내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개정안에 따르면 조정대상지역 중 부산 기장군, 세종시 조치원읍 등 군읍면 지역은 기준시가 3억 원 이하 주택에 대해 양도세 중과를 적용받지 않는다. 서울에 한 채, 세종시 정부청사 인근에 집 한 채를 보유하고 있으면 중과대상이지만, 서울에 한 채 세종시 조치원읍에 한 채를 보유하면 중과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보유주택 수를 계산할 때도 이곳에 있는 주택은 뺀다. 현재 제조장이나 영업장에서만 팔 수 있는 수제맥주는 올해 4월부터 슈퍼마켓, 편의점 등에서도 판매를 허용하기로 했다. 현재 소규모 맥주제조자는 5∼75kL 저장시설을 갖출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5∼120kL로 범위가 확대된다. 한꺼번에 더 많은 맥주를 만들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아울러 정부는 월 정액급여가 150만 원 이하이고, 직전 연도 1년 총급여 2500만 원 이하인 생산직 근로자에게 적용하던 야간근로수당 비과세 혜택을 월 정액급여 180만 원 이하이면서 1년 총급여 2500만 원 이하 근로자로 확대했다. 세종=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보유세인 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 개편은 세금을 전반적으로 늘리는 무차별적 증세가 아니라 다주택자에게만 영향을 주는 ‘핀셋형’으로 추진돼야 한다는 게 김동연 경제부총리의 복안이다. 김 부총리는 5일 인터뷰에서 “보유세 개편은 전국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부동산 대책으로는 신중해야 한다”면서 “거래세를 포함한 여러 세목에 대해 다양한 시나리오를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보유세 개편을 위한 대원칙으로 △조세형평성 제고 △거래세와 보유세 비중 고려 △부동산 가격에 미치는 영향 검토라는 3가지를 제시했다. 현재 거론되는 보유세 개편 방안은 공시가격 현실화와 종합부동산세에 적용하는 공정시장가액 비율 조정이다. 보유세 과세의 기준이 되는 공시가격은 실제의 70∼80%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를 시세에 맞게 상향 조정하면 보유세가 늘어나는 효과가 생긴다. 그러나 이 같은 공시가격 조정은 서울 강남 등 가격이 급등한 지역뿐만 아니라 전국 주택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고, 실수요자인 1가구 1주택자의 세 부담까지 높일 수 있다. 투기지역에서 주택을 많이 소유한 일부 고소득층을 겨냥한 세제 개편이 아닌 중산층까지 포괄하는 증세 정책으로 비쳐 조세저항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이 때문에 종부세를 결정하는 기준인 ‘공정시장가액 비율’을 올리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현재 2주택 이상 소유자가 내는 종부세 과세표준(과표·세금을 매기는 기준 금액)은 기준시가에 공정시장가액 비율 80%를 곱해서 정한다. 이 비율을 100%로 올리면 세율을 건드리지 않고도 다주택 보유자에 대한 과세 강화가 가능하다. 아울러 3주택, 4주택 등 보유 주택 수가 늘어날수록 누진적으로 세율을 올리는 방법도 대안으로 거론된다. 향후 세제개편 과정에서 정부는 보유세를 올리는 대신 거래세인 취득세를 내릴 가능성이 높다. 집을 보유하는 부담을 높여 매물을 늘리는 대신 집을 살 때 드는 부담을 줄여 거래를 활성화하려는 취지다. 정부 당국자는 “올해 재정개혁특위에서 다주택자와 1주택자에 대한 차등 과세 문제를 포함한 모든 시나리오가 테이블에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올해 7월부터는 수익형 부동산 분양업체가 수익률을 광고할 때 수익률 산출 근거와 방법 등을 함께 알려야 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런 내용이 담긴 ‘중요한 표시·광고 사항 고시’ 개정안을 7월 1일부터 시행한다고 3일 밝혔다. 그동안 일부 수익형 호텔, 오피스텔, 상가 분양사업자들은 ‘월 수익 ○% 확정 보장’ 등의 광고를 해왔다. 그러나 이 수익률은 대출금을 뺀 실투자금 기준으로 계산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 때문에 실제 수익률은 광고 수치보다 현저히 낮은 경우가 많았다. 법적 분쟁도 발생했다. 이 때문에 공정위는 수익률을 광고하는 업체들이 수익률 산출 근거, 수익보장 방법, 기간을 명시하도록 했다. 공정위는 사업자들이 정수기, 안마의자 등 렌털 제품을 제공할 때도 렌털 비용과 함께 해당 제품을 구매했을 때의 예상 비용을 함께 명시하도록 했다. 제품을 빌려서 사용하는 것보다 사서 사용하는 게 더 싼 경우가 있다는 점을 알리기 위해서다. 세종=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지난해보다 16.4% 오른 최저임금 때문에 산업 현장 곳곳에서 부작용이 나타나자 정부는 서둘러 대책 점검에 나섰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경제부처 수장들은 부처 시무식도 생략한 채 현장으로 달려가 상황 파악에 나섰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일 서울 영등포구 근로복지공단 서울남부지사를 방문해 일자리 안정자금 집행 상황을 살폈다. 김 부총리는 이낙연 국무총리가 참석한 정부 시무식만 참석하고 기재부 별도 시무식은 아예 열지도 않았다. 김 부총리는 “일자리 안정자금 집행은 최저임금 인상의 연착륙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사업”이라며 “일자리 안정자금의 성공적 시행을 올해 최우선 역점 사업으로 둘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일자리 안정자금으로 올해 2조9707억 원을 들여 30인 미만 사업체 근로자 300만 명에게 매달 13만 원을 지원한다. 지난해 말 한국경영자총협회 조사에서 응답 기업의 37.7%는 “고용을 줄일 것”이라고 답했다. 생활물가도 심상찮다. 패스트푸드점, 외식업체 등 인건비 지출이 큰 업종을 중심으로 가격이 올랐고 커피전문점 등도 곧 가격 인상 대열에 합류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한국 경제의 성패가 최저임금 인상 실험에 달려 있다는 분석까지 나오자 정부는 임금 보전책을 최우선 정책으로 내세웠다. 김 부총리가 2018년 첫 현장 방문지로 일자리 안정자금을 집행하는 근로복지공단을 찾은 것은 이런 배경에서다. 김 부총리는 이날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충분히 일자리 안정자금을 신청하면 일자리를 줄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경영학)는 “예산을 투입하는 올해는 최저임금 인상의 충격이 상대적으로 작을 수 있지만 내년 이후 자영업자 폐업 등 부작용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세종=박재명 jmpark@donga.com·김준일 기자}
올 상반기(1∼6월) 중으로 항공사 잘못으로 제주행 비행기가 1시간만 늦게 출발해도 소비자는 운임의 10%를 배상받을 수 있게 규정이 바뀐다. 예약 초과(오버부킹) 등으로 비행기를 타지 못할 때 배상받는 금액도 늘어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일 이런 내용을 담은 ‘소비자분쟁 해결기준 개정안’을 행정예고했다고 밝혔다. 공정위 전원회의를 통과하면 개정안이 확정된다. 먼저 국내선 항공의 경우 1시간 이상∼2시간 미만 운송지연에 대해 운임(구입 당시 가격)의 10%를 배상받게 된다. 이제까지는 국내선도 국제선과 마찬가지로 2시간 이상의 운송지연만 배상해 왔다. 국내선은 운항 시간과 거리가 짧다는 점을 고려해 운송지연 시간 기준을 바꿨다. 다만 기상 악화, 공항 사정, 안전 운항을 위한 갑작스러운 정비 등으로 인한 지연은 배상하지 않는다. 예약 초과나 확약된 예약이 취소돼 소비자가 비행기를 탈 수 없을 때 받는 배상금 액수는 커진다. 지금까지는 운항 4시간 이내에 대체 비행기를 제공하면 100∼200달러, 4시간을 넘겨 제공하면 운항 시간에 따라 200∼400달러를 배상했다. 그러나 앞으로는 배상액이 4시간 이내에 대체편 제공 시 200∼300달러, 4시간 초과 시 400∼600달러로 늘어난다. 대체편을 제공받지 못하면 600달러를 배상받을 수 있다. 식당을 예약해 놓고 일방적으로 나타나지 않는 ‘예약 부도’에 대해선 위약금 규정이 마련됐다. 식당을 예약한 고객이 약속시간 1시간 이내를 앞두고 예약을 취소하면 예약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없다. 취소 없이 식당에 나타나지 않는 것도 마찬가지다. 다만 업체 사정으로 예약을 취소하면 소비자는 예약보증금의 갑절을 위약금으로 받을 수 있다. 다만 식당에 예약보증금을 두는 경우가 많지 않아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예약보증금을 거는 것은 의무사항이 아니어서 국내에서는 고급 식당에서도 거의 채택하지 않고 있다. 남동일 공정위 소비자정책과장은 “예약보증금을 강제할 수는 없지만 이번 개정으로 자연스럽게 시장에서 변화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새로운 예약문화를 유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세종=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한국의 문화를 함께 파는 화장품과 식품 등의 소비재 수출도 지난해 크게 늘어 한국 수출에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올해도 한류(韓流) 열풍과 글로벌 경기 회복에 힘입어 이들 상품 수출의 지속적인 증가가 기대된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화장품 수출액은 49억6800만 달러(약 5조3200억 원)로 전년(41억9400만 달러)보다 18.5% 늘었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으로 대(對)중국 등 수출이 감소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지만 드라마, 케이팝 등 한류와 결부된 상품 특성상 성장세는 꺾이지 않았다. 한국 드라마에 자주 노출되는 김과 라면 역시 대표적인 수출 식품으로 떠올랐다. 지난해 김 수출액은 사상 처음으로 5억 달러를 넘어섰다. 과거 김은 일본에 주로 밥 반찬으로 수출됐지만 최근에는 미국, 유럽 등에서 저칼로리 건강 스낵으로 인기를 얻으면서 한국의 ‘효자 수출 상품’으로 떠올랐다. 라면은 중국과 동남아에서 인기를 끌면서 지난해 수출액이 처음으로 3억 달러를 넘었다. 이런 흐름은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세계 경기가 회복세를 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소비재 판매도 함께 호조를 보일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세종=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이르면 내년 초부터 대기업 및 중견기업이 중소기업에 “다른 회사와는 거래하지 말라”며 전속거래를 요구하면 처벌 대상이 된다. 하도급업체가 원청업체에 자사 기술을 빼앗기면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지 않고도 바로 검찰, 경찰 등 수사기관에 고소할 수 있다. 공정위는 28일 이런 내용을 담은 ‘하도급거래 공정화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가맹점 분야 대책, 유통업 분야 대책에 이은 ‘을(乙)의 눈물 닦기’ 세 번째 대책이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기울어진 운동장을 평평하게 바로잡고자 하는 것이지 대기업의 경쟁력을 무너뜨리려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공정위는 원청업체와 하도급업체 사이에서 관행적으로 이뤄지던 전속거래를 원칙적으로 금지할 방침이다. 전속거래란 하도급업체가 원청업체 1곳과만 거래하는 방식이다. 1975년 중소기업계열화촉진법이 생기면서 수출 대기업과 부품 중소기업의 하도급 거래가 도입된 게 시초다. 1990년대 글로벌 경쟁이 심화되자 정부는 원가 절감 및 공동 기술개발을 독려하기 위해 대·중소기업의 수직계열화를 독려하기도 했다. 하지만 전속거래는 부작용이 많았다. 무엇보다 원청업체가 ‘절대 갑’으로 군림하는 폐해가 심했다. 일부 대기업이 원가 부담 상승에 따른 비용을 전속거래 하도급업체에 떠넘긴 게 대표적이다. 기술을 탈취하거나 해외 진출을 막는 등의 사례도 있었다. 공정위는 정당한 사유 없이 전속거래를 한 대기업을 하도급법 위반으로 제재할 방침이다. 정당한 사유는 원청기업이 입증해야 한다. 예를 들어 대기업 고유 기술을 하청업체에 전수해 준 뒤 부품을 만들게 하는 등의 이유가 있어야 한다. 관련 법은 국회 본회의 통과만 남기고 있어 이르면 내년 1분기(1∼3월)에 시행될 가능성이 높다. 공정위는 또 기술유용 분야에서 전속고발권을 폐지하기로 했다. 경쟁법에 적용되는 사안을 두고 검찰이 기소를 하려면 반드시 공정위가 고발을 해야 한다. 그러나 기술유용에 한해 이런 전속고발권은 사라진다. 이에 따라 하도급업체가 대기업 등에 자사 기술을 빼앗기면 공정위에 신고할 필요 없이 바로 검찰, 경찰에 고소할 수 있다. 고소 고발 없이 수사기관이 자체적으로 인지해 수사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기술유용 손해배상액은 현행 3배 이내에서 10배 이내로 확대하기로 했다. 공정위는 대기업이 중소기업에 원가 정보를 요구하면 제재하기로 했다. 대기업이 중소기업에 원가 정보를 요구한 뒤 이를 빌미로 납품 가격을 깎는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공정위는 조만간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방침이다. 중소기업들은 적극 환영했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대·중소기업 간 불균형을 바로잡을 수 있는 기회”라고 밝혔다. 반면 대기업들은 전체적인 취지는 공감하지만 우려되는 부분도 많다는 반응이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전속고발권이 폐지되면 대기업이 온갖 송사에 시달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가령 A하청업체와 2, 3년 부품 공급 계약을 맺어 납품을 받다가 기간이 끝나 다시 공개입찰을 거쳐 B사가 선정되면 경쟁에서 밀린 A사는 기술을 탈취당했다며 우리를 고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A사가 부품을 납품하려면 제품에 관련된 정보를 해당 기업에 제공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른 대기업 관계자는 “대기업과 하청업체가 10년, 20년 노하우를 공유하면서 서로 제품 개발을 지원하는 경우가 많은데 기술 탈취에 대한 경계가 높아지면 이런 협력 관계가 약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세종=김준일 jikim@donga.com / 이은택 기자}

《# 1. 디자인회사에서 일하는 박모 씨(36)는 최근 들어 친구들에게 “이제 결혼은 포기할 때가 온 것 같다”는 말을 자주 하고 다닌다. 8년 전 서울에서 직장을 잡은 뒤 적금을 부어가며 돈을 모으고 있지만 아직도 전세금 6000만 원 원룸을 벗어나지 못했다. 대출을 받아서라도 돈을 마련하고 싶지만 일자리가 안정적이지 않아 대출금을 꼬박꼬박 갚을 자신이 없다. # 2. 법무법인 변호사 최모 씨(33·여)는 경제적으로는 여유가 있지만 결혼을 하지 않겠다고 마음먹었다. 결혼이라는 제도 테두리 안에 자신을 가두기 싫어서다. 최 씨는 “나중에 마음이 바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으로서는 결혼하지 않는 게 내 삶을 위해 더 나아 보인다. 좋은 직업을 가진 친구들 중에서도 결혼을 생각하지 않는 친구가 많다”고 말했다.》 한국이 ‘결혼하지 않는 나라’가 돼 가고 있다. 10월 혼인 건수가 월별 통계를 작성한 2001년 1월 이후 10월 기준으로 가장 적었다. 27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7년 인구동향’에 따르면 10월 혼인신고 건수는 1만7400건에 불과했다. 지난해 10월(2만1951건)과 비교해 20.8% 감소했다. 전년 대비 혼인 감소율이 20%를 넘어선 것도 통계를 작성한 이래 처음이다.○ ‘결혼행진곡’ 사라져 가는 사회 통계청 관계자는 “10월에 추석 연휴가 끼어 있어 혼인신고가 덜 들어온 탓도 있지만 최근 들어 혼인 적령기인 20대 후반과 30대 초반의 추세적 혼인 감소의 영향이 크다”라고 말했다. 지금 추세대로라면 올해 혼인 건수는 1974년(25만9604건) 이후 43년 만에 최저치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 올해 1∼10월 누적 혼인 건수는 21만2300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2만7800건)보다 1만5500건(6.8%) 줄었다. 통계를 작성한 334개월 동안 혼인 건수가 2만 건 미만이었던 적은 총 14번이다. 그중 세 번이 올해 7월, 9월, 10월이었다. 문제는 이런 추세는 더욱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데 있다. 꼭 결혼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이 젊은층 사이에서 당연한 것으로 통한다. 통계청이 2년에 한 번 실시하는 사회조사에 따르면 ‘결혼은 해도 좋고 하지 않아도 좋다’라는 의견이 2008년 27.7%에서 지난해 42.9%로 15.2%포인트 증가했다. 또 ‘2015년 전국출산력 및 가족보건·복지 실태 조사’에 따르면 20∼44세 미혼인구를 대상으로 ‘결혼할 생각이 있느냐’고 한 질문에 “분명하게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남성이 74.5%, 여성은 64.7%였다. 결혼을 포기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가장 대표적으로 꼽히는 이유는 일자리와 주거 불안이다. 10월 청년 실질 실업률(고용보조지표)은 21.7%에 이른다. 경제적 능력이 결혼의 우선 조건으로 꼽히는 상황에서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젊은이들이 결혼은 엄두도 내지 못하는 것이다. ○ “저출산 해결 위해 보다 세밀한 정책 필요” 결혼 감소로 신생아 수는 더욱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미 올 10월 출생아 수가 2만7900명에 불과해 1년 전보다 11.7% 감소했다. 역대 최저 수준의 결혼이 역시 역대 가장 낮은 출산율과 맞물리면 경제활동 가능 가구는 정부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빠르게 줄 가능성이 크다. ‘결혼 감소→저출산 심화→장래 청년인구 감소→결혼 감소 확산’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으로 결국 중장기 성장잠재력이 떨어지는 것이다. 정부도 이런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26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간담회를 주재하며 “(인구절벽 문제는)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든다, 경제가 어렵다 이런 차원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근간이 흔들리는 심각한 인구 위기 상황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까지 대책들은 실패했다, 충분하지 못했다, 그렇게 인정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내년 경제정책방향에 주거, 일자리 등 젊은층이 결혼 조건으로 꼽는 부분에 대해 지원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았다. 하지만 이미 10년 이상 100조 원 넘게 예산을 투입하고도 저출산에서 벗어나지 못한 과거의 실패를 되짚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정부 정책이 성공하려면 기존보다 훨씬 세밀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전 정부에서도 주거 지원, 일자리 지원은 있었지만 실효성이 없었던 건 수혜 대상에 대한 꼼꼼한 검토가 없었기 때문이다. 신윤정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저출산고령화기획단 연구위원은 “정부 지원이 많아지더라도 결혼에 대해 달라진 청년들의 인식을 되돌리긴 쉽지 않다. 여기에 어떻게 대응할지 정부의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세종=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여수광양항만공사는 22일 공공기관 가운데 처음으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일부 완료했다. 정규직 전환을 결정한 뒤 정규직 채용 절차를 끝내 신분이 완전히 전환됐다. 공사는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기 위해 이달 6일 자회사로 ‘여수광양항만관리’를 새로 설립했다. 자회사에 특수경비 용역 직원 99명, 배후단지 시설관리 용역 직원 3명 등 102명을 정규직으로 채용했다. 아직 전환되지 않은 55명도 내년 계약이 끝나면 큰 문제가 없는 한 같은 방식으로 자회사에 채용된다. 여수광양항만공사 관계자는 “경영진과 정규직 대표, 비정규직 대표 등이 외부기관 용역 결과를 따르자고 합의했던 게 빠른 정규직 전환의 디딤돌이 됐다”고 말했다. 공공기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은 속속 진행 중이다. 26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추진 대상자 7만4114명 중 정규직 전환이 결정된 인원은 6만1708명(83.3%)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26일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정규직 전환 계획을 발표했고 다른 기관도 가세하면서 이날 하루에만 1만2513명의 비정규직 근로자가 정규직 전환으로 확정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연말을 앞두고 여러 공공기관이 이날 정규직 전환을 결정했다. 국민체육진흥공단은 26일 비정규직 958명의 정규직 전환 결정을 완료했다. 녹색기술센터(GTC)도 이날 25개 과학기술 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 중 정규직 전환 규모를 처음으로 확정했다. 기간제 비정규직 18개 자리 중 15개(83.3%)를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많은 기관이 첫발을 떼는 데는 성공하고 있지만 넘어야 할 산은 남아 있다. 비정규직의 직종별 전환 대상자에 대한 정확한 자료가 여전히 정리되지 않았거나 현장 목소리를 들을 시간이 부족해 정규직 전환 심의위가 열리지 않은 곳도 상당수다. 정규직 전환 방식으로 △직접고용 △자회사 설립 후 재고용 △공개채용으로 고용 중 어떤 방식을 택할지를 두고 의견이 갈리는 것도 풀어야 할 숙제다.세종=김준일 jikim@donga.com / 양종구 기자 / 송경은 동아사이언스 기자}

지난해 퇴직연금을 중간에 깬 사람 가운데 절반 가까운 이들이 집을 구입하는 데 이 돈을 쓴 것으로 나타났다. 퇴직연금을 받는 사람의 98%는 매달 나눠 받지 않고 한번에 목돈으로 가져갔다. 2006년 도입된 퇴직연금이 안정적 노후 대비라는 당초 취지와 다르게 손쉽게 꺼내 쓸 수 있는 ‘비상금’처럼 이용되고 있다. 노후에 제대로 된 연금이 없으면 빈곤층으로 전락하는 위험이 커지는 만큼 퇴직연금 제도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집 때문에 퇴직연금 깨는 사람들 22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6년 기준 퇴직연금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퇴직연금 중도 인출자 중 ‘주택 구입’을 이유로 꼽은 사람이 1만8319명으로 집계됐다. 전체 중도 인출자(4만91명)의 45.7%에 해당한다. 전세보증금 등을 마련하기 위해 퇴직연금을 깬다고 답한 사람도 전체의 18.1%(7248명)였다. 퇴직연금을 헐어 집을 얻는 데 쓰는 경우가 절반이 넘는 63.8%에 달했다. NH농협은행 관계자는 “주택담보대출은 이자가 발생하는데 퇴직연금 중도인출은 이자 비용 없이 돈을 쓸 수 있어 자금을 구할 때 가장 쉽게 생각하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집값을 낼 수 있을 만큼 대출을 받지 못해 퇴직연금을 깨는 경우도 흔하다. ‘주택 구입’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이유는 ‘장기 요양’(25.7%)이다. 본인 또는 가족이 아파 6개월 이상 요양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기타를 제외하고 1인당 인출금액은 장기 요양이 4300만 원으로 가장 많았다. 그 뒤를 주택 구입(3000만 원), 주거 목적 임차보증금(2400만 원) 등이 이었다. 개인 회생절차 개시(10.1%), 파산선고(0.2%) 등 경제적으로 극한 상황에 내몰려 퇴직연금을 깨는 경우는 10% 수준에 그쳤다. 지난해 퇴직연금 중도인출 금액은 1조2300억 원으로 전년보다 27.7%(2670억 원) 증가했다. 특히 전년보다 전세보증금 등을 마련하기 위한 중도인출 금액이 크게 늘었다. 임차보증금 때문에 퇴직연금을 해약하고 받아간 금액은 모두 1728억 원으로 1년 전(280억 원)보다 6배가량으로 증가했다. 인원 수도 689명에서 7248명으로 10배 넘게 급증했다.○ 연금보단 일시금으로 안정적 노후 보장이라는 퇴직연금의 취지는 이미 퇴색됐다. 퇴직연금을 정기적으로 나눠 받는 사람은 전체 수급자의 2.2%(5866명)에 불과했다. 97.8%(26만6400명)는 한번에 목돈으로 받아갔다. 1년 전보다 5만121명이 증가한 규모다. 연금으로 나눠 받으면 일시금으로 받을 때보다 세금이 30% 감면되는데도 수령자 대부분은 목돈을 택했다. 퇴직연금은 근속기간이 1년이 넘는 근로자를 고용한 모든 사업장이 업종이나 규모에 관계없이 도입해야 한다. 지난해 전국 118만1464개 사업장 중 26.9%인 31만8374곳에서 도입했다. 다만 도입률은 업종별로 편차가 심했다. 금융 분야의 특성상 금융보험업이 60%로 높았고, 영세 자영업자들이 많은 숙박·음심점업은 6.2%로 낮았다. 강성호 보험연구원 사회안전망연구실장은 “퇴직연금은 노후 보장을 위한 중요한 수단인데 이를 중도인출하는 경우가 많다는 건 제도 설계에 문제가 있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선진국에선 퇴직연금을 중간에 찾으면 세금을 높게 부과해 특정 연령까지는 퇴직연금을 수령할 수 있게 유도하고 있다. 우리도 퇴직연금을 유지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법을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세종=박희창 ramblas@donga.com·김준일 기자}

경제력 집중을 해소하겠다는 정부 강공 드라이브가 이어지면서 대기업들이 바짝 엎드렸다. 보수 정부 시절 혜택을 본 대표 집단이란 낙인이 대기업에 붙으면서 운신의 폭은 이미 극도로 좁아졌다. 정부는 대기업에 유리한 정책을 펴면 부(富)의 분배가 악화될 것을 우려한다. 이런 기조를 바탕으로 △대·중소기업 격차 완화 △노사 상생 및 노동계 권익 보호라는 두 가지 원칙을 경제 정책의 핵심으로 삼고 있다. 문제는 지금처럼 당근 없이 채찍만 가하는 정책이 계속되면 자칫 경제 활력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적잖다는 점이다. 정부가 바뀔 때마다 기업 정책이 오락가락하면 나중에 친(親)기업 정책을 편다고 해도 효과가 떨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강해지는 대기업 압박 시그널 경제 부처 중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는 곳은 공정거래위원회다. 자산 5조 원 이상 대기업 공익재단 조사에 착수한 게 대표적이다. 대기업 총수 일가가 공익재단으로 세금도 감면받고 편법적으로 그룹을 지배한다는 비판이 나오자 메스를 들이대기 시작했다. 조사가 끝나면 공익법인의 의결권 행사를 제한하는 정책을 만들 수 있다는 뜻도 내비쳤다. 공정위는 21일에는 ‘합병 관련 신규 순환출자 금지 제도 법 집행 가이드라인’을 변경하기로 결정했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건을 겨냥한 것으로 과거 정부에서 공정위가 삼성에 유리하게 법을 집행한 것을 바로잡겠다는 취지다. 이 결정으로 삼성SDI는 합병으로 ‘강화’가 아닌 ‘신규형성’된 삼성물산 주식 404만2758주(2.1%)를 추가로 매각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재계 관계자는 “이 물량이 시장에 그냥 나오면 가격이 폭락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블록딜 형태로 처리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1심 법원 판결에 따른 것으로 정부가 더 이상 대기업에 우호적인 환경을 제공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한 셈이다. 중소벤처기업부도 압박에 나섰다. 홍종학 중기부 장관은 이날 대기업의 중소기업 기술탈취 문제를 ‘1호 정책’으로 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를 위해 중기부는 공정위, 특허청, 경찰청 등이 참여하는 태스크포스(TF)를 복원해 운영하기로 했다. 홍 장관은 “대기업 관계자들은 소득주도 성장에 대한 이해가 없다.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며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기업 환경 악화” 우려 높아져 대기업을 조준한 정책들은 이미 상당수가 진행되고 있다. 위력이 가장 큰 정책 중 하나는 법인세 인상이다. 내년부터 과세표준 3000억 원 초과 기업 법인세율이 최고 22%에서 25%로 3%포인트 올리는 법의 개정안이 최근 국회에서 확정됐다. 여기에 기업 세 부담을 덜어줬던 연구개발(R&D) 세액공제도 축소되는 등 대기업에 대한 압박은 전방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정부는 “경제성장의 과실이 대기업에만 집중되고 있다”며 세율 인상을 강행했지만 이는 세계적인 추세와는 거리가 멀다. 미국 의회가 20일(현지 시간) 법인세 최고세율을 21%로 낮추는 법안을 통과시켰고 영국, 프랑스, 일본 등도 감세 정책에 나서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투자 유치 경쟁에서 기업들에 당근을 제시하겠다는 생각에서다. 미국 법인세 감세안이 발효된다는 소식에 미국 통신사 AT&T는 직원 20만 명에게 보너스를 1000달러씩 주겠다고 밝혔다. 미국 최대 케이블TV사 컴캐스트는 향후 5년간 50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정부 압박이 강해지면서 대기업들은 궁지에 몰리는 형국이다. 반도체를 제외한 다른 업종은 정체에 빠져 있어 체감도는 더욱 커질 가능성이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1∼3분기(1∼9월) 누적 국내 제조업 상장사 실적을 분석한 결과 전기전자 업종을 제외한 분야의 매출과 영업이익 성장률이 한 자릿수(전년 대비 6.2%, 8.4%)에 그쳤다. 조선업은 매출이 줄었고 자동차에선 영업이익이 감소했다. 상황이 악화되고 있지만 기업들이 하소연할 창구는 마땅치 않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재계 소통 창구로 나서고 있지만 과거처럼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진 못하고 있다. 정부 관료들도 대기업과 소통하는 데 소극적이다. 이병태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 교수는 “좋은 일자리는 대기업이 만드는데 대기업을 옥죄고만 있다. 대기업에 지원책을 준다고 생각할 것 없이 글로벌 스탠더드만이라도 지켜줘야 한다”고 말했다.세종=김준일 jikim@donga.com / 정세진·이은택 기자}
경쟁당국이 대기업 편법 지배구조의 핵심으로 꼽히는 공익재단에 대해 본격적으로 조사에 착수했다. 또 대기업에서 분리된 ‘방계기업’에 모기업이 부(富)를 몰아줄 가능성을 줄일 카드도 내놨다. 정부가 대기업에 경제력이 집중되는 걸 막기 위한 행동에 드라이브를 걸기 시작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공익법인 운영 실태에 대한 1단계 조사에 착수했다고 20일 밝혔다. 핵심 조사 대상은 자산 5조 원 이상의 대기업(공시대상 기업집단) 57곳에 소속된 공익재단이다. 일부 대기업이 공익재단을 오너 일가 지배력 확보에 이용한다는 비판에 따른 것이다. 공정위는 먼저 57개 대기업에 모든 비영리법인의 목록을 제출하라고 했다. 이 비영리법인들이 오너 일가와 관련된 법인인지, 상속·증여세법상 공익법인에 해당하는지를 확인해 달라고 요청했다. 세법상 공익법인은 계열사 주식을 5% 이내로 보유하면서 상속·증여세를 내지 않는 법인을 뜻한다. 당국은 주식 5%까지는 기부로 보고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다. 문제는 일부 공익법인이 세금만 감면받고 실제로는 이 법인을 그룹 경영권 승계 또는 지배에 이용하고 있다는 데 있다. 대기업 계열사가 공익법인에 주식을 기부하며 상속·증여세를 면제받고, 공익법인은 다시 계열사의 의결권을 행사해 총수 일가 지배력을 강화한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공익법인의 지배구조, 자금 출연 현황, 주식소유 비중 등을 제출받기로 했다. 이렇게 받은 자료를 토대로 내년 1월부터 2단계 조사에 들어간다. 공익법인이 설립 목적과 다르게 지배력 확대에 이용됐는지 들여다볼 계획이다. 공정위는 이번 조사가 처벌을 위한 것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정부는 공익법인 보유 주식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등의 대책을 만드는 데 이 자료를 활용할 계획이다. 신봉삼 공정위 기업집단국장은 “공익법인에 대한 논의는 많지만 정확한 실태조사가 없으면 결국 서로의 주장이 헛돌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공익재단을 운영하는 주요 대기업은 이미 주요 사항을 대부분 공개하고 있다며 불만을 감추지 않고 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대기업 재단은 시민단체, 정부 등 각계로부터 감시와 견제를 받고 있고, 자금 운영이나 수입 지출 내용 모두 온라인에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대기업 관계자도 “재단의 부정부패 사례는 중견기업에서 많이 나타난다. 불법 상속 등 사례도 대기업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공정위는 이날 방계기업에 일감을 몰아줄 수 없도록 하는 대책도 내놨다. 현행법에 따르면 대기업에서 분리된 친족기업은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감시를 받지 않는다. 대기업 계열사는 30% 이상의 내부거래가 있으면 제재 대상이 된다. 공정위는 친족분리 직전 3년간, 직후 3년간 일감 몰아주기가 적발되면 친족분리를 취소한다는 내용을 담은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다만 기존 친족기업들은 이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다.세종=김준일 jikim@donga.com / 이은택 기자}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유빗이 해킹 공격으로 19일 파산한 가운데 가상화폐 거래소를 노린 북한발 사이버 공격이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9일 한국인터넷진흥원(KISA)과 유빗 사무실 등을 현장 조사한 경찰은 업체 측으로부터 컴퓨터 하드디스크, 서버와 웹사이트 접속 기록 등을 건네받아 해킹 경로를 분석하고 있다. 경찰은 필요하면 유빗 관계자를 직접 불러 조사할 계획이다. 보안업계에서는 북한 해커들의 소행일 것으로 의심하고 있지만 최종 확인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보안업계는 현재 한국의 가상화폐 투기 열풍이 해커들을 자극해 앞으로 가상화폐 거래소를 겨냥한 사이버 공격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스트시큐리티 문종현 이사는 “내년에는 직접 서버를 공격하는 방법 외에 거래소 상담원들을 표적으로 삼은 우회 공격도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계정 정보를 탈취하기 위해 거짓 사이트를 만드는 파밍 수법처럼 가상화폐 거래소를 사칭하는 피싱사이트를 통한 해킹도 전망됐다. 빛스캔 오승택 팀장은 “이미 가짜 사이트를 만들어 투자자의 계정 정보를 탈취한 뒤 비트코인을 빼가는 수법이 한국에서도 발견됐다”고 말했다. 해커들의 공격은 고도화되는 데 반해 국내 상당수 가상화폐 거래소들은 보안 수준이 취약해 해킹 위험을 높이는 요인이 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KISA와 지난달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10곳에 대해 보안점검을 실시한 결과 대부분 낙제점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접근통제장치 설치·운영, 개인정보 암호화 등 관리적·기술적 보안 조치가 전반적으로 미흡한 것으로 드러나 시정 권고를 받았다. 현재 국내에는 설립 준비 중인 곳까지 합치면 가상화폐 거래소가 30여 곳에 이른다. 가상화폐 거래소는 별다른 요건 없이 신고만 하면 누구나 설립할 수 있다. 현재까지는 이들에 대한 규제가 없기 때문에 보안 서버를 철저히 하지 않은 채 영업을 시작해도 제재할 방법이 없다. 한 보안 전문가는 “상당수 가상화폐 거래소들이 수수료 받기에 급급해 보안은 뒷전인 경우가 많다”라고 말했다. 가상화폐 거래소의 해킹 위험이 높아지자 20일 과기정통부는 빗썸, 코인원, 코빗, 업비트 등 거래 규모 상위 4개 거래소에 대해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을 받게 하겠다고 밝혔다. 현행법으로 가능한 조치이지만 해킹을 막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공정거래위원회도 이번 유빗 파산 사건을 계기로 20일부터 사흘간 가상화폐 거래소에 대해 현장조사에 나섰다. 가상화폐 거래소는 금융업이 아닌 통신판매업으로 신고, 운영되는데 일부 소비자들이 거래소를 국가 공인기관으로 오인하고 거래하는 경우가 많다.신수정 crystal@donga.com·권기범 / 세종=김준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