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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흘 전 중국 지린(吉林)교도소에 수감됐던 탈북민의 탈옥 소식이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주현건이란 이름의 39세 탈북민은 교도소 내 가건물을 능숙하게 타고 오른 뒤 전기철조망까지 손상시키고 담장 밖으로 사라졌다. 단신에 그쳤을 수도 있는 뉴스지만 중국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탈옥 장면이 담긴 영상이 올라와 2200만 건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화제가 됐다. 미국 CNN방송과 워싱턴포스트 등 외신들도 사건을 보도했다. 중국 당국은 현상금 15만 위안(약 2752만 원)을 내걸고 체포에 나섰지만 아직까지 주 씨가 체포됐다는 소식은 전해지지 않았다. 주 씨의 탈옥 사건은 올 들어 가장 화제가 된 탈북민 관련 뉴스가 아닐까 싶다. 지난해 2월부터 세계를 휩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은 탈북민 뉴스를 수면 아래로 깊숙이 끌어내렸다. 사실 코로나 사태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사람이 중국 내 탈북민들이다. 탈북민들이 한국에 오면서 경유하던 동남아 국가들이 국경을 폐쇄하면서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가 됐다. 새로 입국하는 탈북민이 거의 없어 탈북민 정착 교육기관인 하나원은 텅텅 빈 지 오래다. 중국에서 마냥 숨어 살기도 어렵다. 지역 간 이동이 통제되고 단속이 강화되면서 돈을 벌기도, 은신처를 옮겨 다니기도 매우 힘들게 됐다. 체포되는 탈북민도 늘어나지만 북한이 받지 않아 중국 내 감옥에 기약 없이 잡혀 있다. 최소 내년 6월까진 북한이 탈북민 북송을 허가하지 않을 것이란 정보도 있다. 물론 올해 7월 북한은 비밀을 많이 아는 고위급이거나 중요하다고 판단되는 탈북민 50여 명은 끌고 갔다. 하지만 여전히 중국 동북의 여러 감옥에는 수백 명의 탈북민이 잡혀 있다고 한다. 주 씨의 경우 2014년 강도 혐의로 11년 3개월형을 선고받았다. 2025년까지 수감돼 있어야 하지만 모범수로 감형이 돼 2023년 8월에 출소될 예정이었다. 형기가 1년 10개월 정도 남은 상황에서 그는 왜 목숨을 걸고 위험한 탈옥을 감행했을까. 감옥에 들어가는 사람들은 남은 형기에 절망하고, 출소 날짜가 다가올수록 희망이 생기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탈북민은 반대다. 출소 날짜가 다가올수록 더 죽음의 공포에 시달린다. 중국 감옥에서 출소된다는 것은 북한으로 끌려간다는 것을 의미하고, 북한에 끌려가면 최소 교화소행을 예약했다는 뜻이다. 북한 교화소는 중국 감옥과 비교가 불가능할 정도로 열악해 살아서 나오는 것이 기적이다. 이에 비하면 중국 감옥은 차라리 천국에 가깝다. 탈옥한 주 씨도 감옥에서 나갈 날짜를 손꼽아 기다린 것이 아니라 사형수가 사형집행일을 세듯 북에 끌려갈 날짜를 손꼽아 세어 봤을 것이다. 사람이 죽음이 가까워지면 없던 용기와 힘이 생겨날 수밖에 없고, 그것이 목숨 건 탈옥으로 이어진 것이다. 어쩌면 탈옥에 실패하더라도 형기가 더 늘어나면 나쁘지 않다고 계산했을 수도 있다. 그런데 최악의 인생처럼 보이는 주 씨가 체포된 다른 탈북민들에겐 오히려 부러움의 대상이다. 죄를 짓지 않고 체포되면 곧바로 북송이지만, 강도 짓이라도 해서 형을 선고받으면 형기만큼 사는 날이 늘기 때문이다. 불행 중 다행으로 코로나 사태는 수감된 탈북민에게 강제로 형을 부여한 효과가 있다. 가령 작년 3월에 체포됐다면 바로 끌려가서 지금쯤 북한에서 배신자로 낙인찍혀 죽었을 수도 있지만 코로나 덕분에 1년 7개월이나 더 살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이들은 코로나가 영원히 종식되지 않기를 바랄지도 모른다. 이번 탈옥 사건으로 대규모 검거 선풍이 벌어지고, 탈북민 신고포상금이 올라가면 그런 희망을 품어야 하는 사람이 더 늘어날 것 같다. 이런 가운데 중국은 국경을 무단 침범한 자가 저항하면 발포를 허가하는 조항을 담은 ‘육지국경법’을 25일 통과시켰다. 최근 중국은 북-중 국경지역에 뚫기 어려운 철조망을 만들고 폐쇄회로(CC)TV를 촘촘하게 설치했는데 이제는 총기 사용까지 허가한 것이다. 이렇게 탈북이 막히고, 중국을 경유하는 한국행 루트까지 봉쇄되면 앞으로 중국 내 탈북민 관련 소식은 뉴스에서 싹 사라질지도 모른다. 그것이 중국과 북한이 바라는 것일 것이다. 주 씨의 탈옥을 계기로 감옥에 오래 있기를 간절히 바라는 사람들, 석방이 두려운 불행한 동포들이 멀지 않은 곳에 있음을 세상이 기억했으면 좋겠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얼마 전 영국 BBC방송이 북한 정찰총국 대좌 출신이라는 탈북자 김국성(가명) 씨의 인터뷰를 실었습니다. 김 씨는 한국 사회에 논란이 될만한 몇몇 주장을 했습니다. 대표적으로 “1990년대 초반 북한에서 보낸 공작원들이 청와대에서 5~6년간 근무하고 무사히 북한으로 복귀했었다”는 주장입니다. 그런데 청와대에서 과거 근무한 사람의 명단이 다 있는데, 이중에 북으로 갔다는 행방불명자를 찾지 못하겠습니까. 이건 한국 사회를 너무 우습게 본 주장이죠. 그는 또 “극비리에 황장엽을 암살하기 위한 태스크포스(TF)팀이 꾸려졌고 내가 직접 지휘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황장엽 전 비서를 암살하기 위해 정찰총국이 파견한 공작원 두 명은 입국하자마자 체포돼 10년 형을 선고받았습니다. 그들은 이미 형기를 마치고 한국 사회에서 신분을 숨기고 살고 있습니다. 자신들을 김 씨가 지휘했다는 말을 들으며 그들은 얼마나 어처구니가 없었을까요. BBC는 김 씨에 대해 “30년 동안 북한의 첩보기관에서 ‘지도자의 눈과 귀, 두뇌’ 역할을 하면서 최고위층에 올랐으며 2014년 탈북해 현재 서울에 살면서 한국의 정보기관에서 일하고 있다”고 소개했습니다. 또 “그가 증언한 내용을 전부 검증하진 못했지만 신원에 대해선 확인했으며 일부 주장에 대해선 확실한 증거를 찾았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나 한국에는 김 씨의 신원에 대해 BBC보다 훨씬 더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김 씨가 30년 동안 첩보기관에서 일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닙니다. 그는 중국에서 정찰총국 산하 외화벌이업체 책임자로 있다가 탈북했습니다. 북한은 총정치국이나 정찰총국 산하 외화벌이 책임자의 경우 대좌나 상좌 편제로 인정해 줍니다. 김 씨가 정찰총국 대좌였다는 것은 이런 의미였을 겁니다. 그러나 그는 정찰총국 산하 외화벌이 회사에 있기 전에는 다른 기관 2곳을 거치며 민간인으로 평생 외화벌이 업무만 했습니다. 정찰총국 소속 외화벌이 책임자는 스스로 밝힌 것처럼 5년 정도 지냈을 겁니다. 상식적으로 30년 동안 대남 공작부서에서 잔뼈가 굵고 많은 비밀을 아는 대좌급 실무 고위간부를 정찰총국이 갑자기 달러를 벌어오라고 중국에 보낼 수 있을까요. 그가 한국 정보기관에서 일하고 있다는 것도 사실이 아닙니다. 고위직 탈북자들이 들어가는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에 1년 정도 있다가 조기 퇴직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 씨에 대해선 그가 어떤 경력을 갖고 있고, 중국에선 뭘 팔았는지 등도 들었지만 그것까진 밝히지 않겠습니다. 영국의 BBC 방송이 아무리 세계적인 언론사라고 해도, 북한 관련 정보는 한국 언론이 더 잘 알 수밖에 없습니다. 미국 CNN 방송도 지난해 4월 김정은 사망설 때문에 망신을 당했습니다. 김 씨의 주장 중에는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사건에 대해 “김정은의 특별 지시에 의해 실행된 군사 작전이자 성과”라는 대목이 있습니다. 그는 “북에선 도로 하나 건설하려 해도 최고지도자의 승인이 없으면 안 된다. 김정은의 지시 없이는 실행 불가능한 작전”이라고 말했습니다. 물론 이건 누구나 다 알 수 있는 내용입니다. 김정은의 지시 없이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을 실행했다면 그는 북한에서 살아남을 수가 없겠죠. 그런데 천안함 폭침과 관련해 관련 내용을 잘 아는 탈북민도 한국에 은둔해 있습니다. 세계적 명성의 BBC방송조차 “이 사람의 신분은 확인했는데, 주장은 확인할 수 없다”고 보도를 냈는데 저 역시 똑같은 논리로 천안함 폭침이 어떻게 이뤄졌는지 한국에서 최초로 서술해 볼까 합니다. 검증이 불가능한 내용이지만, 증언을 한 A 씨는 BBC와 인터뷰한 김 씨보다 훨씬 더 천안함 폭침에 대해 잘 알 수 있는 위치에 있었던 인물입니다. A 씨는 신분을 숨기고 살고 있고, 어떤 언론과도 인터뷰를 하지 않았습니다. 그가 신분 공개에 동의하지 않았기 때문에 밝힐 순 없지만, 그의 신분은 충분히 검증했습니다. 그가 설명한 천안함 폭침 사건의 전개과정은 이렇습니다. 천안함은 정찰총국 산하 서해 남포연락소 소형 잠수정이 격침시켰습니다. 남포연락소는 2009년 이전까지 노동당 작전부 산하에 소속돼 있었습니다. 북한은 육상 연락소 2곳과 해상 연락소 4곳을 운영했고 이들은 대남 침투 및 복귀 안내, 전투정찰 임무 등을 수행했습니다. 그러다가 김정은 후계체제 구축기간인 2009년 작전부가 정찰총국에 통합돼 정찰총국 1국(육·해상정찰국)이 되면서 남포연락소도 정찰총국 소속이 됐습니다. 해상 침투가 목적인 남포연락소는 소형 잠수함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김정은의 지시에 따라 김영철 정찰총국장이 직접 천안함 공격 임무를 지휘했습니다. 천안함은 잠수함 탐지와 방어에 약하다는 점 때문에 공격대상이 됐다고 합니다. 2009년 12월부터 북한은 천안함의 좌표와 움직임 등을 계속 파악해 왔고, 날씨가 좋지 않은 시기를 노려 새벽에 공격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천안함 공격조에는 6인 탑승 소형 잠수정 3척이 망라됐습니다. 6인승은 매우 작기 때문에 잠수함이라고 부르지 않고 잠수정이라고 부르는 것이 맞습니다. 1조 개척조, 2조 공격조, 3조 엄호조로 구성됐습니다. 1조는 겨울에 항이 얼어붙는 남포에서 언제든 출동할 수 있게 얼음을 깨는 등 앞장서 안전한 루트로 안내하는 임무를 맡았습니다. 2조는 천안함 공격조였고, 3조는 2조의 습격 후 있을 수 있는 반격에 대처해 엄호 및 유인 임무를 수행하되, 2조의 공격이 실패하면 재공격하는 임무도 맡고 있었습니다. 북한은 천안함을 공격하기 위해 준비한 어뢰에 페인트를 3번이나 덧칠했다고 합니다. 어뢰 파편이 발각돼도 페인트가 3번이나 덧칠된 것을 지목하며, 조작된 어뢰라고 하기 위한 의도였습니다. 실제론 세 번 덧칠했다는 어뢰 파편은 발견하지 못했지만, 1번이라고 적혀 있는 어뢰 추진체가 발견됐습니다. 이 1번이 북한이 어뢰 내부까지 분해하지 않아 생긴 실수였는지, 아니면 의도적으로 쓴 것인지는 세부적으로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몇 달 동안의 준비 끝에 3월 26일 마침내 빈틈을 노려 북한의 천안함 폭침이 성공했습니다. 모든 것이 순조로웠던 것은 아닙니다. 작전 과정에 앞장서 루트를 개척하던 1조 잠수정이 고장났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2조의 침투와 공격, 귀환은 무사히 이뤄졌습니다. 천안함 도발 이후 김정은이 이설주와 함께 남포연락소에 직접 나왔다고 합니다. 그는 천안함 공격조의 성과를 극찬하면서 자기 이름이 적힌 소위 ‘명함 금시계’를 선물로 주었다고 합니다. 또한 공격조 대원들을 당에서 직접 키워야 한다며 2조 잠수정 조원들을 원하는 대학에 보내주었고, 전원 평양에 3칸 이상 집을 주었다고 합니다. 이후 천안함을 공격한 2조 6인은 국방위원회 간부, 김일성고급당학교, 김일성종합대학, 인민경제대학 학생 등으로 흩어졌다고 합니다. 천안함이 피격된 지 10년이 넘었으니 이들은 이미 북한의 핵심 간부로 자리 잡고 있겠죠. 김영철 정찰총국장이 그랬듯 한국에 회담하려 내려와도 우리는 그들의 신분을 모르고 환영했을지도 모릅니다. 2조는 많은 특혜를 받았지만, 1조와 3조는 아무런 ‘배려나 특혜’가 없어 불만이 컸다고 합니다. 물론 나중에 또 어떻게 달래주었을지는 알 수 없습니다. 이것이 A 씨가 밝힌 천안함 공격 전말입니다. 한국에선 천안함 폭침이 김정은의 지시로 김영철 정찰총국장이 저지른 것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북한의 지시 하달 구조상 이건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일입니다. A 씨가 구체적으로 밝힌 새로운 증언은 남포연락소가 천안함 공격 임무를 수행했고, 소형 잠수정 3척을 작전에 투입해 오래 전부터 천안함을 노렸으며, 공격에 성공한 잠수정 조원들이 어떤 특혜를 받았는지 등입니다. 북한을 상대로 우리가 A 씨의 주장을 검증하긴 불가능할 겁니다. 다만 A 씨의 신원은 확실합니다. 현재 한국에 입국한 탈북민 약 3만4000명 중 북에서 살 때 천안함 폭침의 진실에 가장 가까이 있었던 인물이 A 씨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신원도, 주장도 정확치 않음에도 BBC가 용감하게 기사를 내는 것을 보면서, 적어도 신분은 확실한 A 씨의 천안함 관련 증언은 얼마든지 보도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이번 ‘북카페’의 주제로 정했습니다.주성하기자 zsh75@donga.com}
‘김치’의 세계적인 위상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국내 김치 수출액은 2016년 7900만 달러에서 2020년 1억4400만 달러로 지난 5년간 82% 증가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올 상반기 김치 수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0.1% 증가해 8680만 달러였다. 종전 역대 최대치인 지난해 상반기 7230만 달러를 크게 앞서 올해 연간 수출액도 역대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포장 김치의 수출 상승세는 대한민국 대표 포장 김치 제조회사인 대상 종가집이 이끌고 있다. 종가집 김치의 수출액은 2016년 2900만 달러에서 2020년 5900만 달러로 103% 증가했다. 올 상반기에도 3500만 달러어치를 팔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 늘었다. 국내 전체 김치 수출액 중 대상 종가집 김치의 비중은 40%에 이른다. 김치 수출액의 폭발적인 증가는 면역력 강화 효과에 대한 관심과 전문가들의 연구 결과 발표가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7월 프랑스 몽펠리에대 장 부스케 명예교수 연구팀은 코로나19 사망자 수와 지역별 식생활 차이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논문에서 한국인들이 먹는 ‘발효배추(김치)’와 독일인들이 먹는 독일식 김치인 ‘사워크라우트’ 섭취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발효 배추를 먹는 국가들의 사망자 수가 적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밝혔다. 종가집은 국내 업계 최초로 북미와 유럽에서 식품안전 신뢰도 표준으로 여겨지는 ‘코셔(Kosher)’ 인증마크를 획득해 김치 수출에 힘을 보태고 있다. 향후 종가집은 유대인, 무슬림뿐 아니라 채식주의자, 참살이(웰빙)를 지향하는 약 2500억 달러 규모의 코셔 시장에 김치 제품을 수출할 예정이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빼빼로 시즌이 다가오고 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올해는 빼빼로데이(11월 11일)에 만남을 기대하는 사람도 많다. 지난해 코로나 팬데믹 사태로 소비가 꽁꽁 얼어붙었지만 빼빼로는 전년보다 26% 늘어난 1260억 원어치나 팔려 출시 이후 최대 판매량을 기록했다. 올해는 11월 초 위드 코로나에 대한 기대감으로 빼빼로 판매량이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롯데제과가 우리 농산물 상생 프로젝트 일환으로 선보인 ‘제주감귤 빼빼로’는 소비자들의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롯데제과의 우리 농산물 상생 프로젝트는 국내 농산물을 활용해 소비 촉진을 돕고 색다른 맛의 빼빼로를 선보여 고객의 니즈를 만족시킨다는 취지로 진행되는 빼빼로 사회공헌 사업이다. 작년에 이천 쌀로 만든 ‘우리 쌀 빼빼로’는 당시 생산 물량 10만여 개가 모두 팔릴 정도로 좋은 반응을 얻었다. ‘제주감귤 빼빼로’는 제주산 감귤을 사용해 제주 감귤의 싱그러운 맛과 향을 느낄 수 있게 했다. 막대 과자에 감귤 쿠키와 감귤 초콜릿을 입혀 특유의 달콤함과 상큼한 맛이 특징이다. 매년 독창성에 관심이 집중되는 기획 제품도 예년에 없던 아이디어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빼빼로를 의인화해 각각의 성격과 스토리를 담은 프렌즈 캐릭터는 올해도 화려한 모습을 선보인다. 롯데제과 자사몰인 롯데스위트몰에서는 18일부터 선착순으로 빼빼로를 구매하는 고객 2500명에게 ‘빼꾸’ 키트를 준다. 또 3만∼4만 원의 기획팩을 31일까지 살 경우 카메라 키트를 증정한다. 11월 11일까지 진행하는 인스타그램 이벤트에서는 롯데제과 공식 계정을 팔로하고 이벤트 페이지에서 원하는 굿즈의 게시물을 리그램하면 추첨을 통해 ‘빼꾸’ 키트와 카메라 키트를 준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은 가을철 지붕 추락사고 예방을 위해 지붕 개량 공사 현장을 합동점검하고 있다고 19일 밝혔다. 올 8월 말 ‘3대 안전조치 현장점검의 날’에 고용부와 공단이 지붕 공사 현장 75곳을 점검한 결과 32곳(42.7%)의 안전조치가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32곳 가운데 개인보호구 착용 불량이 10곳(31.3%)으로 가장 많았고 ‘안전난간 미비’ 7곳(21.9%), ‘지붕 추락 예방조치 불량’ 6곳(18.8%), ‘추락방호망 및 안전대 불량’ 3곳(14.3%) 등이었다. 고용부와 공단은 이번 합동점검에서 지붕 단부(端部·끝머리) 안전난간 설치, 선라이트(sunlight·폴리카보네이트 재질 지붕재) 구간 발판 및 안전덮개 설치, 안전대 착용 여부를 지속적으로 살펴보고 지도할 계획이다. 또 이달 말까지 지붕 개량 공사 현장에서 지도 및 계도 중심의 점검과 행정 및 사법 조치 중심의 감독을 병행해 안전조치 이행을 독려하고 안전관리 관행을 변화시키는 게 목표다. 공단은 지붕 추락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해 현장 점검은 물론 안전덮개와 안전블록 구입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지붕 공사 전용 채광창 안전덮개를 새로 개발한 공단은 올 5월부터 안전블록과 함께 현장에 제공하고 있다. 채광창 안전덮개는 공사 도중 파손돼 추락하지 않도록 일정 무게와 충격을 견딜 수 있도록 제작했다. 무게 약 3.8kg인 알루미늄 소재를 사용해 현장에서 편리하게 시공할 수 있게 했다. 안전블록은 안전그네(안전대)와 연결해 미끄러짐을 방지하도록 자동 잠금장치가 갖추어져 있으며 죔줄이 자동적으로 수축돼 추락을 예방하도록 했다. 고용부와 공단이 최근 5년간(2016∼2020년) 지붕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추락 사망사고 183건을 분석한 결과 가을과 봄에 각각 52건, 58건이 발생했다. 모두 110건(60.1%)이 봄가을에 일어난 것이다. 특히 비가 많이 오고 태풍이 잦아 공사가 진척되기 어려운 여름이나 눈과 추운 날씨 탓에 공사가 힘든 겨울이 오기 전에 작업을 많이 하다 보니 사망사고 가능성도 높아진다고 공단 측은 분석했다. 공사 종류별로는 공장과 축사 지붕공사에서 추락사고가 주로 발생했다. 특히 지붕이 많이 낡아서 개·보수 공사를 할 때 추락사고의 절반가량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고 유형별로는 지붕재 파손에 의한 추락이 가장 많았다. 이어 지붕 끝머리에서의 미끄러짐, 지붕에서 이동하는 도중 추락 순이었다. 실제 이달 1일 경북 상주시의 한 건물 지붕에서 차광망(遮光網)을 설치하던 노동자가 밟고 있던 선라이트 채광창이 깨지면서 바닥으로 떨어져 목숨을 잃었다. 지난달 15일에는 세종시의 한 군부대에서 지붕 방수 공사를 하다 지붕에 깔아놓은 방수시트 비닐 부분을 밟고 미끄러져 약 6m 아래로 떨어져 작업자가 숨지기도 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북한을 대표하는 최고 권력기관은 국무위원회다. 김정은도 대외적으로 국무위원회 위원장이라는 호칭을 사용한다. 국무위원회는 위원장 김정은과 12명의 부위원장 및 위원으로 구성된다. 국무위원회는 2016년 6월에 신설돼 지금까지 5년 남짓 지났는데 지난달 최고인민회의 전원회의에서 3기 국무위원 명단이 발표됐다. 새 국무위원 명단을 보는 순간 “북한에서 국무위원으로 살아남는 것은 요즘 화제가 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게임’에서 생존하는 것만큼 힘들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5년 동안 국무위원회에서 자리를 유지한 것은 김정은과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김영철 통전부장 등 3명뿐이었다. 3기 국무위원이 새로 임명되기 전 위의 3명을 제외하고 모두 22명이 부위원장이나 위원이 됐는데 이 중 20명이 사라졌다. 5년 생존율이 10%도 안 되는 것이다. 북한 대외선전매체 ‘메아리’가 12일 오징어게임을 빗대 “극단한 생존경쟁과 약육강식이 만연된 남조선과 자본주의 사회 현실을 그대로 파헤쳤다. 인간을 극단적 경쟁으로 내몰고 그 속에서 인간성이 말살돼 가는 야수화된 남조선 사회”라고 비난했다. 설마 그래도 북한 국무위원보다 더 살아남기 어려울까. 지난달 3기 국무위원회 위원으로 김여정이 공식 임명됐다. 명단을 보는 순간 “3기 국무위원은 더 생존하기 어렵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국무위원은 노동당 비서나 내각 장관이라고 다 되는 것이 아니다. 12명 안에 들어가려면 권력의 핵심 중의 핵심으로 인정받아야 한다. 그런데 김여정은 부부장이라는 직책으로 국무위원이 됐다. 이것만 봐도 북한에서 공식적 서열은 의미가 없다. 국무위원회 초대 제1부위원장이었던 황병서가 처형된 것을 보면 공식 서열 2인자도 안전하지 않다. 국무위원회의 실질적 서열을 따지려면 김정은의 숙청에서 자유로운 순서로 서열을 매기는 것이 맞다. 처형에서 제일 안전한 사람은 국무위원회에서 계급이 제일 낮은 김여정이고, 그가 사실상 북한을 움직이는 국무위원회의 실질적 2인자이다. 김정은이 올해 1월 노동당 제1비서 직책을 신설하자 그 자리에 누가 올라갈까 논란도 있었는데, 이번에 여동생을 직급에 상관없이 국무위원에 임명한 것을 보면 그 자리가 김여정의 것이라는 것에 무게가 실린다. 김여정이 국무위원회 회의장에 앉게 되면서 다른 국무위원들은 과거엔 김정은 눈치만 보면 됐는데 이제부터 김여정의 눈치까지 봐야 한다. 국무위원회 회의 장면을 상상해 보자. 예전엔 김정은의 표정을 보면서 조심스럽게 이야기하다가 “거 말이 안 되는 소리 집어치우라” 하면 바로 고양이 앞의 쥐처럼 움츠러들면서 “장군님 죄송합니다. 제 생각이 너무 짧았습니다”라고 말해야 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제부턴 옆에서 또 “이게 말이 됩니까” 하는 김여정의 목소리가 날아오면 역시 목을 움츠리며 “김여정 동지, 제 생각이 짧았습니다”라고 해야 할 것이다. 김여정의 눈 밖에 나서 “오빠, 저 인간 못쓰겠어요” 하면 바로 목숨이 위태롭기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라면 회의가 열릴 때마다 국무위원들은 김정은에게 조심스럽게 보고를 한 뒤 김여정의 표정까지 슬쩍 살펴야 한다. 눈동자가 두 배로 부지런해져야 하는 것이다. 전임 국무위원들의 생존율을 다 봤기 때문에 정말 살얼음판을 걷는 심정으로 하루하루 살 수밖에 없는 것이다. 북한 국무위원회, 나아가 북한은 이제 명실상부하게 남매가 지배하게 됐다. 역사를 거슬러 봐도 권력자가 아내나 자식을 2인자로 삼은 경우는 있었지만, 이렇게 오누이가 권력을 쥐고 통치한 사례는 매우 찾기 어렵다. 기원전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이집트에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미인의 상징처럼 알려진 클레오파트라는 18세 때 왕조의 피가 일반인들과 섞이면 안 된다는 당시의 법에 따라 8세 아래 남동생 프톨레마이오스 13세와 결혼했다. 둘은 남매이자 부부였고, 이집트의 공동 통치자였다. 그런데 권력은 기원전 시대에도 나눠 가질 수 없는 것이었다. 남동생이 자라면서 실질적 권력을 차지하기 위한 싸움이 벌어졌다. 1차 내전에선 남동생이 이겨 누나를 내쫓았지만 로마에서 카이사르가 침공해 클레오파트라와 손을 잡는 바람에 남동생은 전장에서 죽었다. 김정은은 비극적 결말로 끝난 이집트와 달리 여동생과 끝까지 사이좋게 북한을 통치할 수 있을까. 역사에 기록될 사례가 이제 막 시작됐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코로나 봉쇄가 1년 8개월째 이어지면서 북한 내부 경제 상황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특히 수입에 의존하던 생필품과 식료품은 코로나 사태 이전보다 10배 이상 가격이 뛴 것들이 많다. 주민들은 아우성을 칠 힘조차 없다. 그런데도 김정은은 아직 봉쇄를 풀 생각이 없어 보인다. 북-중 무역 재개를 위해 평북 의주비행장에 건설한 물류기지는 7월 중순에 이미 완공됐다고 하는데, 본격적인 무역 재개가 언제 이뤄질지 기약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얼마 전 김정은이 염장을 지르는 발언을 해 사람들이 황당해하고 있다고 한다. 북한 소식통에 따르면 해당 발언은 김정은의 지시를 전달하는 방침 전달 회의에서 공개됐다. 김정은의 말씀이라며 이것저것 전달했는데, 사람들이 가장 황당해했던 발언의 요지는 이렇다. “지금 형편이 몹시 어렵지만 아무리 어렵다 해도 전쟁 때에 비기겠는가. 전쟁 때는 사탕가루, 기름, 맛내기가 없다고 싸움을 못한 게 아니다. 그런데 지금은 사탕가루, 기름, 맛내기를 수입하지 않으면 큰일 날 것같이 논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설탕, 식용유, 조미료가 없다고 불평하지 말라는 것이다. 이 발언을 통해 김정은이 현 상황을 전쟁 상황으로 여기고 있다는 것이 드러난다. 전시에는 전시법이 작동해 즉결 처형도 이뤄진다. 북한 소식통에 따르면 작년 2월부터 두 달 동안 북한에선 코로나 방역지침 위반에 걸려 700명이 넘게 처형됐다. 이후에도 지금까지 각종 명목으로 잔혹한 처형이 계속 이어져 왔는데 그 이유를 알 것 같다. 김정은은 지금은 전쟁 시기이니 불평불만을 가지거나 자기 지시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자들은 죽어야 마땅하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또 인민을 향해 “지금 전쟁을 하고 있으니 너희들이 궁핍하게 살아도 불만을 가지지 말라. 고작 기름 따위가 없다고 불만이냐”며 오히려 역정을 내고 있다. 방침 전달식이 끝난 뒤 사람들이 “조금 있으면 이조시대, 고려시대보다 지금이 낫다는 말이 나오겠다”며 비웃었다고 한다. 사람들이 암울한 것은 김정은이 치른다는 전쟁이 언제 끝날지, 식용유나 조미료, 설탕이 없는 음식을 언제까지 먹고 살아야 할지 기약이 없기 때문이다. 북한 주민들이 제일 황당했던 대목은 “아무리 어렵다 해도 전쟁 때에 비기겠는가”라는 것이다. 이 말을 듣고 많은 사람들이 조건반사적으로 ‘니가 전쟁을 알아?’라는 생각을 떠올렸을지 모른다. 이제는 북한에 외부 정보가 많이 들어가 웬만한 사람들은 김정은이 수많은 아사자가 발생한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 시기에 스위스에서 편안하게 유학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북한에서 가장 영양 상태가 좋은 김정은이 먹는 것 가지고 불만을 갖지 말라고 하니 북한 사람들은 “당신은 배고픈 것이 뭔지 아는가. 당신은 기름이 들어가지 않은 음식을 먹어 본 적이 있느냐”고 묻고 싶을 것이다. 실제로 김정은은 이런 말을 할 자격이 꼬물만큼도 없다. 본보가 단독으로 입수한 올해 7월 북-중 무역통계에 따르면 북한은 7월에 150여 개 품목, 1680만 달러어치를 수입했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인민을 위한 품목은 전혀 없고 김씨 일가를 위한 사치품과 식품, 의약품만 들여갔다. 예를 들면 코코아가 들어 있지 않은 사탕 2kg(209달러), 로열젤리(1480달러), 피아노 1대(2800달러), 접이식 의자 5개(500달러) 등이 수입 품목에 올라 있는데, 특정 브랜드 사탕 2kg 같은 것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는 너무나 뻔하다. 이렇게 국경을 꽁꽁 막아 놓고 자기는 필요한 것들을 다 사다 쓰고 먹고 하면서 인민들은 식용유나 조미료, 설탕이 없어도 불만을 갖지 말라고 하는 것이다. 그러니 이런 말을 전달받는 사람들이 “개돼지들이 배만 채우면 되지 맛을 따지겠냐”며 한숨을 쉴 수밖에 없는 것이다. 김정은이 불만을 가지지 말라고 했으니 이제부터는 불평하는 자들을 잡아다 족칠 차례다. 마침 28일 열린 북한 최고인민회의 제14기 5차 회의에선 청년교양보장법이란 것이 채택됐다. 가장 불만이 많고 말을 잘 듣지 않는 젊은 세대부터 확실하게 고삐를 죄겠다는 의도다. 전 세계가 코로나 와중에도 물류 교류를 하며 살고 있는데, 유일하게 국경을 폐쇄하고 백신 지원도 거부하며 홀로 치르고 있는 김정은의 ‘셀프 전쟁’은 과연 언제 끝날지 암울하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북한군을 보면 저렇게 수뇌부의 서열이 요동치는 군 조직이 어떻게 유지가 가능한지, 저렇게 비전문적인 조직이 과연 전쟁은 치를 수 있을지 신기할 정도다. 까마득한 후배가 갑자기 상급자가 되는 일이 비일비재고, 총참모장(한국 합참의장)을 지내다 사회안전상(경찰청장)으로 가는 등 전문성이란 것도 존재하나 싶다. 김정은 집권 초 북한군은 부단한 수뇌부 교체를 겪었다. 그때는 젊은 지도자가 쿠데타 등을 우려하다보니 군부 힘을 빼놓기 위해 정신 차릴 틈이 없이 물갈이를 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김정은 집권 10년차가 된 지금도 달라진 것이 없다. 최근 달라진 북한군 수뇌부를 봐도 알 수가 있다. 북한군엔 도대체 서열이란 존재하나 싶고, 인사에서 밀린 장성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살지도 궁금하다. 대표적 사례 몇몇을 보자. 9월 박정천 북한군 총참모장은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군부 전체를 통솔하던 이병철을 대신해 새로 상무위원이 됐다. 노동당 상무위원은 김정은을 제외하고 4명인데, 이병철은 북한이 공식발표한 상무위원 서열에서 최룡해 다음으로 2번째에 이름을 올렸다. 그 뒤에 김덕훈 내각 총리, 조용원 노동당 조직비서가 호명된다. 김정은까지 포함할 경우 북한 전체 서열에서 3위인 자리에 박정천이 발탁이 된 것이다. 그런데 박정천은 2015년에 계급이 소장(한국군 준장)에 불과했다. 6년 만에 소장-중장-상장-대장-차수-원수로 이뤄진 북한군 계급 체계를 다 밟고 승진했고, 지금은 상무위원이 돼 군 최고 수뇌에 오른 것이다. 북한군 하급 병사도 1년에 한 계급 올라가기 거의 불가능한데, 장성 승진이 병졸 승진보다 더 빠르다. 박정천이 벼락출세를 할 동안 다른 장성들은 무슨 심정이었을까. 북한군은 한국군에 비해 장성수가 3배 정도 많다. 2021년 한국군의 장성 정원은 375명인데 북한군 장성 보직은 1000명이 훌쩍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슨 세계대전을 몇 차례나 치른 나라인 듯 대원수-원수-차수 등 강대국들도 없는 계급 체계를 갖추고 있고 장성 숫자도 대단히 많다. 이런 상황이니 박정천의 선배 장성들도 매우 많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들은 이름 한번 호명되지 않고 있다. 물론 박정천의 인생도 기구하다. 그는 2012년에 이미 소장을 달고 있었고, 2012년 중장, 2013년 상장이 됐는데 2015년에 갑자기 상장에서 소장으로 강등됐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70세 훌쩍 넘어서도 현직을 유지하는 북한군의 특성상 2012년에 소장 이상을 달고 있었던 장성들은 아직 현직에 족히 수백 명은 될 듯 싶다. 박정천은 전형적인 포병맨이다. 포병사령관, 포병국장을 거쳐 인민군 총참모장이 됐다. 일반 군단을 지휘해보지 못한 포병 출신이 육해공을 모두 지휘해야 하는 총참모장이 되는 사례는 매우 드문 경우다. 그런데도 그가 북한군 군단장들을 다 제치고 총참모장에 이어 북한군을 통솔하는 군 담당 상무위원이 된 것은 누구보다 김정은 옆에서 박수를 친 시간이 많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물론 늘 곁에 있다보니 때론 기분 나쁘게 한 일도 많아 거의 매년 계급이 올라갔다 내려갔다 했다. 김정은은 집권 이래 쏘는 데 매우 집착해 왔다. 그는 2004년 김일성군사종합대학 포병과에 입학해 졸업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물론 일반 학생들과 함께 대학에 다닌 것은 아니다. 홀로 군 장성들의 특별과외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수많은 병과 중에 하필 포병과를 선택해 들어갔다는 것은 그가 애초에 포사격을 제일 좋아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 집권해서도 김정은은 수시로 포사격과 미사일 발사 실험장에 나타났고, 쏘는 순간 그의 얼굴 표정은 늘 활짝 웃고 있었다. 이런 김정은에게 그림자처럼 붙어 다닌 사람이 포병사령관인 박정천이었다. 박정천은 김정은의 요구 사항을 비교적 잘 맞춰준 것으로 보인다. 300미리 등 각종 대구경 방사포를 만들라면 방사포를 만들고, 순항미사일을 만들라면 순항미사일을 만들었다. 9월 북한이 공개한 열차에서 발사하는 미사일도 박정천이 아이디어를 내고 만들었을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그런 공로로 포병과의 한계를 넘어 북한군 최고 수뇌가 됐다. 그런데 포병 밖에 경험이 없는 그가 전쟁이 일어나면 과연 육해공 전체를 통솔해 종합적인 지휘를 할 수는 있을지 의문이다. 김정은 옆에서 박수칠 기회가 적어 후배의 지휘를 받게 된 북한군 군단장들이나 각종 병과 사령관들은 어떤 심정일까. “이럴 줄 알았으면 나도 포병이나 됐을껄…”하며 ‘껄무새’가 되거나 또는 “저 인간은 또 언제 목이 날아나지”하며 손가락을 꼽고 있을지 모른다. 올해 7월 국방상이 된 이영길이 바로 그런 생각을 품고 있는 대표적 인물일지도 모른다. 그 역시 경력이 만만치 않다. 이영길은 2013년 8월에 총참모장이 돼 2년 반이라는 비교적 오랜 기간 자리를 유지했다. 그런데 갑자기 강등돼 사라졌다가 다시 2018년 6월에 다시 총참모장이 됐다. 이영길이 처음 총참모장이 됐을 때 박정천은 포병사령관으로 그의 지휘를 받았다. 이영길이 두 번째로 총참모장이 됐을 때도 박정천은 포병국장으로 역시 그의 수하였다. 이영길은 2019년 9월 총참모장직을 박정천에게 물려주고 뜬금없이 경찰수장격인 사회안전상에 임명됐는데, 올해 7월 다시 국방상으로 돌아왔다. 와보니 이제는 박정천의 지휘를 받는 신세가 됐다. 7월에 이영길의 후임으로 사회안전상이 된 장정남은 그 자리가 차라리 편할지도 모른다. 장정남은 2013년에 국방상(당시 인민무력부장)을 지낸 인물이다. 역시 당시 박정천은 그의 지휘를 받는 위치에 있었다. 장정남은 2002년에 소장이 된 경우라 박정천에 비해 승진도 빨랐던 듯 싶다. 이후 장정남의 인생은 평탄치 않았다. 2013년 5월부터 2014년 6월까지 인민무력부장을 지낸 13개월 동안 계급이 4번이나 바뀌었다. 중장에서 상장이 됐다가 3개월 뒤 다시 대장이 된 것까진 좋았다. 그런데 6개월 뒤 상장으로 강등됐다가 1개월 뒤 다시 대장이 됐다가 4개월 뒤 다시 상장이 됐다. 2014년 6월 그는 인민무력부장에서 해임돼 5군단장이 됐는데 현재도 상장을 달고 사회안전상을 하고 있다. 상장이라도 달고 있는 것이 다행일지 모른다. 2018년 4월 대장에 국방상까지 지낸 장정남이 대좌(대령) 계급을 달고 회의에 참가한 사진도 공개됐다. 그랬다가 9일 뒤 다시 상장을 달고 공식 무대에 나타났다. 장정남은 대장에서 대좌로 강등됐다가 다시 상장까지 드라마틱한 롤러코스터를 탄 인물이다. 그렇지만 그는 아직 살아있음에 감사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2015년 4월 국가정보원이 반역죄로 공개 처형됐다고 밝힌 당시 총참모장 현영철과 같은 길을 걷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국에는 현영철이 김정은이 참가한 회의에서 꾸벅꾸벅 졸다가 처형됐다고 알려졌지만 꼭 그 이유 때문에 죽었다고 보기엔 무리다. 2016년 총참모장에 임명된 이명수의 경우에도 김정은이 참석한 회의에서 조는 장면이 목격됐지만 살아있기 때문이다. 북한에선 현영철이 김정은의 군 인사에 불만을 터뜨리다가 걸려 죽었다는 소문이 퍼졌다. 까마득한 말단 장성을 기분이 좋다고 승진시키고, 군에서 신망이 두텁던 능력 있던 장성은 기분이 나쁘다고 숙청하니 현영철이 “군 체계가 무슨 꼴이 되는지 모르겠다”고 한탄하다 밀고에 걸려 죽었다는 것이다. 심지어 김정은 집권 초기에는 군 경험이 전혀 없는 장성택이나 김경희에게 하루아침에 대장 계급을 달아주기도 했고, 노동당 조직부 간부들에게도 선물하듯이 대장, 상장 계급을 하사하기도 했다. 하긴 군 경험이 없는 김정일, 김정은이 원수가 돼 최고사령관이 된 북한군에서 누가 장성을 달던 큰 의미는 없을지 모른다. 문제는 현영철이 개탄한 상황이 지금도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포 사격과 미사일 사격 때마다 김정은 옆에 붙어 열심히 박수친 박정천이 군 최고 수뇌가 되는 것을 보면서 북한군 장성들은 김정은에게 충성할 마음이 생길까. 게다가 후배가 상급자가 됐다고 전역을 신청할 수도 없다. 군복을 벗겠다고 자발적으로 말하면 김정은에 대한 충성심이 없다고 숙청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군은 엄격한 지휘체계가 필요한 조직이고, 따라서 그 어느 조직보다 엄격한 위계질서가 존재한다. 그런데 북한군에는 서열도, 순서도, 능력도, 전문성도 존재하지 않는다. 이런 북한군이 과연 전쟁을 치를 능력이 있을까. 우리는 북한군의 능력을 장비나 병력 숫자로만 따져왔다. 하지만 유사시엔 북한군 장성들의 전쟁 의지도 중요한 변수가 된다. 북한군의 성격은 사실상 김 씨 일가를 지키는 가병(家兵)이나 마찬가지다. 그런데 가병 조직도 주인에게 충성할 이유와 사기가 있어야 싸우는 법이다. 군이 아니라 심지어 세상 어느 마피아 조직도 김정은처럼 안하무인으로 인사를 하게 되면 중간 보스들이 배신을 하는 법이다. 그래서 유사시 북한군 일선 사단, 군단 지휘관들이 김정은을 위해 과연 목숨 바쳐 싸울지가 매우 궁금해진다. 끝으로 아래에 김정은 시대 북한 군부 3대 핵심 요직의 변화를 정리했다.김정은 시대 북한 군부 3대 핵심 요직 변화총참모장이영호 (2009년~2012년 7월) ※2012년 7월 숙청현영철 (2012년 7월~2013년 5월) ※ 2015년 4월 반역죄로 공개처형김격식 (2013년 5월~2013년 8월) ※ 2015년 5월 사망이영길 (2013년 8월~2016년 2월)이명수 (2016년 2월~2018년 6월)이영길 (2018년 6월~2019년 9월)박정천 (2019년 9월~2021년 9월)림광일(2021년 9월~)인민무력부장김영춘 (2009년 2월~2012년 4월)김정각 (2012년 4월~2012년 11월)김격식 (2012년 11월~2013년 5월)장정남 (2013년 5월~2014년 6월)현영철 (2014년 6월~2015년 5월)박영식 (2015년 6월~2018년 6월)노광철 (2018년 6월~2019년 12월)김정관 (2019년 12월~2021년 7월) ※2020년 국방상으로 변경리영길 (2021년 7월~)총정치국장최룡해 (2012년 4월~2014년 4월)황병서 (2014년 4월~2018년 4월)김수길 (2018년 4월~2021년 1월)권영진 (2021년 1월~)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북한의 인터넷 사이트인 ‘조선의 오늘’에 2일 눈길을 끄는 사진들이 올라왔다. 김정은이 지난달 30일 탄광과 건설장 같은 험지에 자원해 새 출발을 한 ‘뒤떨어졌던 청년’ 9명을 만났다는 사진이다. ‘조선의 오늘’은 “지난날의 과오를 깨끗하고 성실한 땀으로 씻으려는 자그마한 양심의 싹도 소중히 여기고 모두를 안아 내세워주시는 분”이라고 김정은을 치켜세웠다. 그 사진을 보면서 이들은 어떤 죄를 지었기에 뒤떨어진 청년이 됐을까 상상해봤다. 강력범죄를 저질렀다면 ‘접견 대상’이 될 수 없기 때문에 그나마 용서가 가능한 ‘범죄’의 범위에서 나름 짐작해봤다. 깡마른 청년들은 생활고 때문에 도둑질을 했을 것 같고, 키 큰 청년들은 주먹질하다 잡혔을 것 같다. 김정은과 사진 찍는 자리에서도 발을 쩍 벌리고 양옆 청년들과 팔짱을 낀 ‘배포 큰 청년’도 보였다. 피부도 하얗고 영양 상태도 좋은 이 청년은 무슨 죄를 지었을까. 혹 보지 말라는 영상물이나 하지 말라는 말을 했다가 걸린 잘사는 집 자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김정은은 지난해 11월 ‘괴뢰 말투와의 전쟁’을 선포한 뒤 지금까지 많은 청년들이 체포됐다. 벌써 1년 가까이 돼 가고 있는데 단속은 점점 심해진다. 게다가 계속 새로운 ‘괴뢰 말투’들이 지정돼 내려오는데, 그걸 다 외우고 실수하지 않는 것도 예삿일은 아닐 듯하다. 처음엔 한국 드라마에서 자주 나오는 단어가 괴뢰 말투로 지정됐다. 가령 연인 사이에 “오빠야, 자기야” 했다간 괴뢰 말투를 쓰는 범죄자가 되는 식이다. 그런데 청년절인 8월 28일에 새로 내려온 방침을 입수해 보니 더 기가 막혔다. 이런 대목도 있었다. “괴뢰 문화의 졸렬성, 부패성을 똑바로 인식시키기 위한 사상교양 사업을 짜고들 것. 청년들 속에서 친인척 관계가 없는데도 ‘오빠’ ‘동생’이라는 괴뢰 말투를 쓰면서 불건전한 사상을 유포시키는 행위를 근절하도록 할 것.” 형제나 친인척이 아닌 관계에서 오빠, 동생이라고 부르면 범죄자가 되는 것이다. 연상이나 동갑이면 “철수 동지” “영희 동무” 이런 식으로 부르고, 나이가 어리면 이름을 부르라는 것이다. 하지만 북한에 한국 드라마가 본격적으로 들어간 지 20년도 더 되는데, 어릴 때부터 그 영향을 받아 오빠, 동생 하며 큰 청년들은 하루아침에 저도 모르게 튀어나가는 호칭을 쉽게 바꾸긴 어려울 것이다. 오빠, 동생뿐만 아니라 방침에는 괴뢰 말투의 잔재를 완전히 쓸어버리기 위해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할 표현들이 잔뜩 나열돼 있다. 이번에 새로 괴뢰 말투로 지정된 표현은 이런 것들이다. ‘파격적이다. 이례적이다. 특례적이다’는 말은 절대로 쓰지 말 것. ‘단언하건대, 강조하건대, 정세하에서, 조건하에서, 금후, 사회적 거리두기’ 등도 괴뢰 말투라 피해야 한다. 괴뢰 말투가 아니지만 피해야 할 단어도 지정돼 있다. “위대한 수령님과 장군님에 대하여 ‘회고’라는 말을 쓰지 말 것”이라 내려온 것으로 보아 앞으로 ‘회고 모임’, ‘회고 음악회’ 이런 행사는 열리지 않을 듯하다. ‘친인민적’ ‘친현실적’이란 말은 ‘망탕(마구)’ 쓰지 말아야 할 단어가 됐다. 방침을 보니 시대를 역행하는 탈레반이 떠올랐다. 앞으로 북한에서 오빠, 동생 하다가 걸리면 범법자가 되고, 불미스러운 과거를 가진 뒤떨어진 청년이 돼 잘해봤자 탄광과 건설장에 가야 한다. ‘조선의 오늘’은 김정은이 만난 청년들을 1998년에 제작된 영화 ‘줄기는 뿌리에서 자란다’의 주인공에 비교했다. 깡패 두목이던 청년이 조직원들을 데리고 탄광에 가서 열심히 일해 영웅이 된다는 영화다. 웃기는 일은 이 영화가 북한에서 상영 금지된 영화라는 것이다. 불법영상물 단속기관의 자료에는 이 영화가 ‘장성택 역적의 여독청산과 관련하여 회수해야 할 전자다매체 목록’과 ‘역적들과 그 관련자들의 낯짝이 비춰지는 영화’ 목록에 동시에 올라있다. 여주인공 김혜경이 장성택의 정부였다고 처형됐기 때문이다. 보면 범죄자로 몰려 잡혀가던 영화를 다시 언급하며 따라 배우라고 하니 노동당 선전선동부도 이 박자 저 박자 맞추다가 맛이 간 것 같다. 어처구니없는 일은 북한은 ‘괴뢰말 사전’을 만들어 사람들을 마구 잡아들이는데, 한국은 저들과 함께 ‘겨레말 큰사전’을 만든다며 400억 원의 세금을 썼고, 지금도 쓰고 있다는 것이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롯데제과의 ‘드림카카오’ 초콜릿이 높은 카카오 함량과 폴리페놀 성분 때문에 입소문을 타고 호평을 얻고 있다. 롯데제과의 드림카카오 82% 제품 한 통에는 1420mg의 폴리페놀이 함유돼 있다. 블루베리 100g을 기준으로 비교했을 때 드림카카오 82% 제품의 폴리페놀 함량은 9배 이상이다. 드림카카오 56% 제품 한 통에는 900mg의 폴리페놀이 들어 있고, 드림카카오 72% 제품 한 통에는 1220mg의 폴리페놀이 들어 있다. 드림카카오 초콜릿은 폴리페놀 함량을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디자인됐다. 드림카카오 용기 정면에 56%, 72%, 82%라는 큰 숫자는 카카오 함량을 표시한 것으로, 소비자가 취향과 입맛에 따라 선택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여기에 폴리페놀 함량도 눈에 잘 띄게 강조하여 소비자들이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했다. 폴리페놀은 우리 몸에 있는 활성산소(유해산소)를 해가 없는 물질로 바꿔주는 항(抗)산화물질 중 하나로 심장 건강과 혈당 조절, 두뇌 건강, 항염증 작용 등 다양한 효능을 나타내 최근 뜨고 있는 건강식품이다. 또한 카카오에는 폴리페놀과 함께 혈관 확장에 도움을 주고 인지기능을 향상시키는 플라바놀, 체중 감량에 도움을 주는 카테킨 등 건강에 좋은 성분이 다양하게 들어 있다. 이 때문에 폴리페놀과 카카오 함량이 높은 롯데제과 ‘드림카카오’ 초콜릿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즐겨 찾는 인기 제품이 됐다. 특히 다크 초콜릿의 쌉싸름한 맛은 여성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으며, 동시에 적당량을 운동과 함께 섭취하면 유익하다고 알려지면서 남성들에게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롯데GRS(대표이사 차우철)가 경기 의왕시에 있는 롯데프리미엄아울렛 타임빌라스(TimeVilas)에 자연친화 매장 엔제리너스 롯데아울렛 타임빌라스점을 10일 오픈했다. 타임빌라스는 ‘Time(시간)+Vilas(별장)’의 합성어로 ‘시간도 쉬어가는 공간’이라는 의미를 담았다. 자연과 함께하는 친환경 개념의 공간으로, 지난달 20일 롯데백화점 동탄점에 문을 연 엘리먼트(A’lement) 매장에 이어 롯데GRS가 선보이는 두 번째 친환경 개념 매장이다. 롯데아울렛 타임빌라스점은 1층 광장 앞에 위치해 있으며 전체 면적 47평 규모에 39석으로 이루어져 있고, 자연과 어우러지는 ‘플랜트월’이 특징이다. 롯데GRS 관계자는 “단순 음료를 마시는 공간을 넘어 도심 속 휴식 공간이라는 메시지를 통해 고객에게 차별화된 공간을 제공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곳에선 신선한 재료로 당일 판매하는 샐러드 5종, 샌드위치 4종을 판매한다. 또한 매장에서 만날 수 있는 스페셜티 커피 4종과 특별한 의미를 담은 디저트 8종이 판매된다. 매장 이용 고객에게 색다른 경험을 제공하고자 조명식 도예 작가의 친환경 작품도 설치했다. 또 이곳에선 커피 생두 껍질인 허스크(Husk)로 만든 친환경 컵뿐만 아니라 꽃을 활용한 상품도 선보여 예술과 자연 공간의 미를 경험할 수 있다. 엔제리너스 롯데아울렛 타임빌라스점은 방문 고객에게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기 위해 오픈 이벤트로 음료 구매 시 선착순 1000명에게 드립백, 2만 원 이상 구매 시 200명에 한해 에코백을 제공하고 그랜드 오픈일인 10일부터 17일까지 케이크, 샐러드, 샌드위치 구매 고객에게 제조 음료를 30% 할인해 준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북한이 정권수립 73주년인 9일 0시에 심야 열병식을 개최했습니다. 이번 열병식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 전략무기는 공개되지 않은 채 정규군 대신 예비군격인 노농적위군과 경찰격인 사회안전무력 소속 병력과 무기가 동원됐습니다. 살이 훌쩍 빠진 김정은의 등장, 122mm 다연장로켓과 대전차미사일 등 재래식 무기를 단 트랙터, 중앙당 본부당사 잔디밭에서 펼쳐진 연회 등 눈길을 끌만한 것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북한은 왜 대낮이 아닌 한밤중에 열병식을 진행할까요? 북한은 1년도 채 되지 않는 기간에 벌써 열병식을 세 번 열었습니다. 지난해 10월 10일 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 올해 1월 8차 노동당 대회 기념 열병식도 야간에 열렸습니다. 이중 2번이 0시에 열렸고, 노동당 대회 기념 열병식은 저녁 6시부터 열렸습니다. 김일성 시대부터 김정일 시대를 거쳐 김정은 집권 초기까지 북한의 모든 열병식은 낮에 열렸습니다. 상식적으로 봐도 이런 대형 이벤트는 낮에 해야 보기가 좋습니다. 그런데 굳이 야간에 할 이유는 무엇일까요. 북한에서 열병식 시간을 최종 결정할 사람은 김정은 밖에 없습니다. 그가 낮에 하자거나 밤에 하자거나 결정을 해줘야 그대로 집행되는 것입니다. 김정은이 참가자들이 햇볕 땡볕에 노출되는 것이 걱정돼 야간에 열병식을 하는 것은 아닐 겁니다. 이미 열병식이나 집단체조 참가자들은 그 행사 하나를 위해 1년 넘게 땡볕 속에서 고생했기 때문입니다. 신변 안전을 위한 목적도 아닐 겁니다. 어차피 낮이나 밤이나 감시위성에 포착되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밤보다는 낮이 카메라로 찍기에 더 좋기 때문에 홍보를 위한 것도 아닐 겁니다. 가장 가능성이 높은 이유는 김정은이 화려한 불꽃놀이를 아주 좋아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밤에 열병식을 진행하는 것이 가지는 가장 큰 장점이 바로 불꽃놀이입니다. 밤하늘에 터지는 화려한 축포와 조명의 조화는 낮에 구현하기 어렵습니다. 김정은은 집권하자마자 불꽃놀이와 조명에 매우 집착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물론 포사격이나 미사일 발사장에 꼬박꼬박 나타나는 것으로 보아 더 넓게 보면 뭘 쏘는 것을 아주 좋아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실제 축포든, 미사일이든, 뭘 쏘는 장면을 볼 때마다 김정은의 표정은 매우 환해집니다. 과거를 거슬러 올라가면 2009년 4월 14일 평양에서는 대규모 불꽃놀이 행사가 최초로 열렸습니다. 이때는 김정은이 후계자로 내정된 이후 처음으로 맞는 김일성 생일이었습니다. 이때 평양에 살았던 탈북민들도 나중에 정말 처음 보는 화려한 불꽃놀이였다고 회상했습니다. 이때 진행 장소는 완공도 채 되지 않은 평양 105층 류경호텔이었습니다. 북한에서 가장 높은 빌딩이기도 합니다. 이 류경호텔 빌딩의 가장자리에서 각종 축포가 수없이 쏟아져 나와 평양의 하늘을 화려하게 장식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선 국내 최고 높이의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이런 방식의 불꽃놀이를 주기적으로 진행합니다. 류경호텔 불꽃놀이 아이디어는 김정은이 냈을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왜냐하면 김정일 시절에는 이런 것에 별 관심도 없었고, 실제 진행되지도 않았기 때문입니다. 김정은 집권 이후 평양에선 불꽃놀이 행사가 잇따라 진행됐습니다. 설날과 주요 명절마다 대동강 위엔 화려한 축포가 터졌고, 실제로 북한도 내부적으로 주요 불꽃놀이 행사를 김정은의 업적으로 선전하고 있습니다. 김정은이 좋아하는 것은 불꽃놀이뿐만 아닙니다. 화려한 조명 역시 아주 좋아합니다. 지난해 10월과 올해 4월엔 각종 축포와 레이저쇼가 동원된 ‘빛의 조화’라는 이름의 야간행사가 처음 열렸습니다. 심야 열병식에는 각종 색상의 조명, 발광다이오드(LED)를 단 전투기와 드론 등도 동원됩니다. 마치 미국의 독립기념일 행사 등 주요 선진국의 각종 전야제를 흉내 내는 듯합니다. 이와 관련 떠오르는 에피소드가 하나 있습니다. 지난해 7월 김정은의 여동생인 김여정은 미국 행정부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제3차 북미정상회담 관련 입장을 피력했는데 마지막에 느닷없는 발언을 해 의아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는 “끝으로 며칠 전 TV보도를 통해 본 미국 독립절 기념행사에 대한 소감을 전하려고 한다”며 “가능하다면 앞으로 독립절 기념행사를 수록한 DVD를 개인적으로 꼭 얻으려 한다는 데 대하여 위원장동지로부터 허락을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정말 뜬금포가 아닙니까. 왜 독립절 기념행사 DVD가 필요했는지 의문은 몇 달 뒤에 풀렸습니다. 10월 북한에 노동당 창건 75주년 행사를 야간에 진행했는데 마치 미국의 독립기념일 행사 퍼레이드에서 본 듯한 장면들이 많이 연출됐습니다. 미국은 지난해 7월 독립기념일 행사에서 야간 대규모 불꽃쇼와 전투기 편대를 동원한 에어쇼를 펼쳤습니다. LED를 단 전투기와 드론, 항공기에서 쏘는 폭죽 등이 김정은에겐 매우 인상 깊었나 봅니다. 이 모든 것들은 북한에서 열린 3차례의 야간 열병식에서 모두 구현됐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8일 노동당 본부 청사 야외에서 열린 연회도 고풍스러운 양식으로 지어진 건물을 배경으로 잔디 정원에 차려진 원형 테이블에 나눠 앉아 진행된 모습이 마치 백악관 로즈가든의 연회를 방불케 했습니다. 여담이지만, 김정은은 2018년 6월 제1차 북미정상회담을 위해 찾은 싱가포르에서 화려한 야경에 충격을 받았나 봅니다. 이후 평양의 야경이 급작스럽게 화려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실내는 전혀 완공되지 못한 류경호텔도 밤에 보면 선진국의 그 어떤 화려한 빌딩보다 더 현란한 조명을 발산합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면 이번 북한의 심야 열병식의 기획자는 김정은과 김여정 남매이고, 이들이 본보기로 삼은 행사 기획이 바로 미국의 독립기념일 행사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반미로 생존해 온 북한이 미국을 열심히 따라 배운다는 것도 흥미로운 일입니다. 화려한 불꽃쇼와 조명을 좋아하는 김정은 덕분에 평양 시민들은 잠을 잘 시간인 새벽에 김일성광장에서 지새우게 됐습니다. 대동강에서 터져 오르는 축포의 멋진 배경을 연출하기 위해 수천 명의 청년들이 경축야외에 동원돼 김일성광장에서 새벽 2~3시에 즐거운 듯 춤을 추어야 했습니다. 각종 대북제재와 코로나 봉쇄로 북한의 현실은 점점 시궁창에 빠져드는데, 그 북한의 지도자는 누구보다 화려함을 좋아한다는 것이 참으로 아이러니한 부조화입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2001년 모 월간지에 ‘황해제철소 노동자 폭동 사건’이라는 탈북민의 기고가 실렸다. 황해북도 송림시에 있는 황해제철소에서 간부들이 압연 철판을 중국에 팔아 옥수수로 바꿔 노동자에게 배급을 줬는데 보위사령부가 탱크를 몰고 몰려와 간부들을 무리로 처형했다고 썼다. 다음 날 노동자 수천 명이 제철소 정문 앞에 모여 이에 항의하자 수십 명을 탱크로 깔아 죽였다고 주장했다. 처형장에서 김일성의 간호사를 하던 여성이 마이크를 뺏어 “어떻게 이럴 수 있는가”라고 반발하자 그를 그 자리에서 처형했다는 묘사까지 자세하게 보탰다. 처형된 사람들을 평토장했는데 밤에 사람들이 몰려와 봉분을 만들고 수백 개의 헌화를 하고 갔다는 등 이후 다른 탈북민의 그럴듯한 설명들까지 보태졌다. 이런 말들을 토대로 황해제철소 폭동이 중국 톈안먼(天安門) 사건과 유사한 북한의 대표적 인민 항쟁이라고 추앙하는 사람들도 나타났고, 인터넷에도 그런 글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이제는 한국에 3만5000명에 가까운 탈북민이 왔다. 송림에 살던 사람은 물론이고 그곳에서 간부를 하던 사람도 있다. 이들을 만나 당시 송림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오랫동안 진실을 파악하기 위해 노력했다. 결론적으로 황해제철소 노동자 폭동은 몇몇 탈북민이 지어낸 대표적 거짓말이었다. 취재를 통해 파악한 황해제철소 사건의 진상은 이랬다. 수많은 아사자가 발생한 ‘고난의 행군’이 3년째 이어지던 1998년이 되니 북한의 기강이 말이 아니었다. 공장 자재를 훔쳐 팔고, 전선줄을 잘라 팔고, 심지어 철도 레일까지 뽑아 고철로 팔았다. 사회가 수습 불가 상황으로 치닫자 김정일은 보위사령부에 총소리를 울려 사회 기강을 바로잡으라는 지시를 내렸다. 보위사령부는 신의주와 혜산 등 중국과의 주요 밀무역 통로를 집중 조사했다. 신의주에서 이들은 철강재가 고철로 팔리는 것을 파악하고 추적에 들어갔는데 북한의 양대 제철소로 꼽히는 황해제철소가 연루된 것이다. 당시 인구 13만 명의 송림의 상황은 매우 심각했다. 오직 제철소만을 위해 존재하는 공업도시라 아사자가 전국 평균 이상으로 나왔다. 제철소 당위원회에선 직장 스스로 먹고살라는 지시를 내렸다. 철제일용직장 같은 부서에서는 석유곤로나 불고기판을 만들어 팔기도 했지만 제철소 핵심인 강철직장은 팔 것이 없었다. 전기가 없어 철도 생산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결국 이들은 제철로 바닥에 깔린 철로 만든 타일인 ‘깔판’을 뽑아 팔았다. 신의주에서 보위사령부 중좌 한 명이 송림에 잠입해 깔판을 사갈 거간꾼으로 위장해 실태를 조사하기 시작했다. 제일 먼저 걸려든 사람은 성길이라는 이름의 제철소 선전대 대장이었다고 한다. 그의 집에 도청기를 설치해 연관자들도 색출했다. 그리고 몇 달 뒤인 1998년 8월 초 오전 3시경 보위사령부는 공포감을 주기 위해 인근 탱크부대의 전차들을 동원해 송림에 진입했다. 주로 장갑차들이었고, 탱크는 몇 대뿐이었다. 이후 이들은 미리 찍어둔 간부 11명을 체포해 처형했다. 송림시 안전부 부부장, 강철직장 보위지도원, 제철소 당위원회 선전선동부 부부장, 선전대 대장 등이 포함됐다. 또한 도씨 성을 가진, 송림에서 알아주는 거간꾼도 들어 있었다. 이들에게 씌워진 죄명은 반당반혁명종파분자, 간첩 등이었다. 처형은 송림시에서 제일 큰 철산광장에 사람들을 모아놓고 이뤄졌다. 그런 끔찍한 광경을 보고 사람들은 뒤에서 불만은 토로했지만 사형장에서 반발한 사람도, 다음 날 제철소 정문에 모여 시위한 사람도 없었다. 북한에서 정부에 반항하거나 처형된 사람의 무덤에 헌화를 하는 행위는 일가족까지 연루돼 처벌되는 정치적 범죄이다. 더구나 탱크까지 몰려온 와중에 감히 당국에 반발할 수 없었다. 송림에 왔던 전차부대는 10여 일 더 머물다가 철수했다. 사회를 정화시킨다며 송림에 전차부대를 진입시켜 11명을 처형한 것이 황해제철소 사건의 진실이다. 송림에 탱크부대까지 진입해 많은 사람을 처형했다는 소문은 북한에 빠르게 퍼졌다. 여론이 나빠지자 김정일은 “총성이 너무 큽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여담이지만 이후 송림에선 “사형수 한 명이 눈치를 채고 도망갔다가 나중에 잡혔는데 김정일이 총소리 그만 내라고 하는 바람에 살았다. 결국 먼저 도망치고 볼 일이다”는 말도 퍼졌다고 한다. ‘황해제철소 폭동 사건’처럼 몇몇 탈북민이 지어낸 거짓말이 한국 사회에 혼란을 빚어낸 사례는 여러 건이 있다. 탈북민의 말을 무작정 받아쓰다간 언젠가는 곤경에 처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북한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을 이유로 국경을 철저히 폐쇄하고 북중 무역을 막았지만, 김정은 일가와 최고위층을 위한 필수품 수입은 꾸준히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인민들은 시계용 배터리조차 들여올 수 없어 시간이 멈춰진 세상에서 살고 있지만 김 씨 패밀리는 여전히 자신들만의 호화생활을 영위하고 있습니다. 최근 단독으로 입수한 올해 7월 북-중 무역통계에 따르면 북한은 7월 한 달 동안 1680만 달러(196억5600만 원)어치를 중국에서 수입했습니다. 우리 세관에 해당하는 중국 해관총서가 작성한 이 자료에는 7월 북한이 수입한 150여 가지 품목과 수량, 가격이 1달러 단위까지 자세히 적혀 있습니다. 수입품 목록과 수량을 살펴보면서 맨 처음 든 생각은 “이 목록은 중앙당 재정경리부가 작성해 자기들에게 필요한 것들만 들여간 것이구나”라는 것이었습니다. 왜냐면 수십 가지 항목은 10인 미만의 사람이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소량이고, 다른 것들도 민생이나 대규모 공사와 거리가 먼 것들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코로나 폐쇄 와중에도 북한이 반드시 들여갈 만큼 중요한 것은 김 씨 패밀리와 고위층의 소비를 위한 것 외에 더 있을 것 같지도 않았습니다. 식품, 의약품, 술과 담배 등 기호품, 의류 등의 항목을 살펴보면 의약품 수입 비중이 상당히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1680만 달러 중 의약품이 약 300만 달러어치를 차지합니다. 그 중에서도 단연 눈길을 끄는 대목은 인슐린과 코르티코 스테로이드 호르몬 및 그 유도체(코르티손) 수입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는 점입니다. 인슐린은 40만 달러 이상을, 코르티손은 1만7000달러어치를 수입했습니다. 관련 분야에 종사하는 전문가는 “북한이 최근 3년 동안 인슐린과 코르티손 치료제를 들여간 적이 없는데 이번에 압도적으로 많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동안 많은 대북 전문가들이 김정은의 체형으로 볼 때 당뇨와 류머티스 관절염을 앓고 있을 거라고 추정해 왔습니다. 실제로 김정은은 과거 지팡이에 의지해 나타나거나 쩔뚝거리며 부자연스럽게 걷는 모습을 여러 차례 노출했습니다. 북한이 수입한 10여 종류의 의약품 중에 인슐린과 류머티스 관절염에 많이 쓰는 코르티손 관련 약품이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면 이런 전문가들의 추정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이런 추정에 대해 북한이 수입한 약품이 꼭 김정은을 위해 쓰이는 것이냐는 반론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당연히 가능한 반론입니다. 그런데 의약품 수입 액수를 보면 김 씨 패밀리와 최고위층을 위해 존재하는 봉화진료소에서만 쓰기에도 넉넉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특히 최근 1년 반 동안 코로나로 인해 북중 국경이 완전히 폐쇄됐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번에 들여간 의약품 수량은 그동안 점점 비어갔을 봉화진료소 의약품 창고를 채우기 위한 것이 아닌가 추정됩니다. 단일 품목으로는 인슐린과 비타민(약 39만 달러) 종류가 가장 많았고, 각종 항생제들도 수입했습니다. 항생제인 암피실린은 약 9만 달러, 페니실린 약 1만 달러, 세파마이신 6000달러 등입니다. 의료용 밴드 및 드레싱은 1360달러어치 들여갔습니다. 북한의 이번 의약품 수입이 봉화진료소가 아닌 일반 환자들을 위한 것이었다면 밴드를 불과 1360달러어치만 사갈 수 있겠습니까. 그것도 코로나로 인한 국경 폐쇄의 와중에 말입니다. 7월에 들여간 의약품 품목만 봐도 김 씨 일가와 북한 고위층이 주로 걸리는 병을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항생제야 모든 병원의 필수항목이라 생각해 여러 종류를 들여갈 수 있다 쳐도 가장 대표적인 항생제인 페니실린은 불과 1만 달러어치 들여갔는데, 인슐린은 40만 달러나 사갔습니다. 아마 전 세계에서 당뇨병 발병률이 가장 낮은 곳을 꼽으면 북한이 아닐까 싶습니다. 잘 먹지 못하는 데다 각종 동원으로 시달리다보니 북한 사람들은 비만이 아닌 영양실조를 걱정해야 합니다. 북한에서 당뇨병을 걱정할 정도로 잘 먹고 운동을 잘 하지 않는 계층은 거의 없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들여간 의약품은 당뇨병 치표제인 인슐린이 압도적으로 많으니 이거야 말로 북한 현실과 너무나 판이하게 차이가 나는 역설적 장면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항생제 수입 액수에 비해 비타민을 39만 달러어치나 사간 것도 눈길을 끕니다. 올해 상반기 김정은은 수십kg이나 감량된 모습으로 나타났습니다. 일반적인 방법으로 이렇게 급속히 살을 뺄 수 없다는 점에서 전문가들은 위절제술을 받은 것이 아닌가 의심하고 있습니다. 위절제술을 받은 사람이 평생 복용해야 하는 것이 각종 비타민이라고 합니다. 이번 수입 품목이 김 씨 패밀리를 위해 특별히 이뤄진 것이라고 추정해 볼 수 있는 다른 항목은 식료품을 들 수 있습니다. 코코아가 들어있지 않는 사탕과자를 불과 2㎏, 209달러어치만 사갔다던가, 로열젤리를 약 1480달러어치 사간 것이 대표적입니다. 국가간 무역에서 특정 브랜드의 사탕 과자와 로열젤리를 209달러, 1480달러어치를 사갔다면 그게 누구를 위한 것일까요. 이걸 보고 인민들을 위한 식품 수입이라고 말할 사람이 있을까요. 인조 꿀과 크림 및 설탕 종류도 4425달러어치 들여갔습니다. 북한에는 질 좋은 진짜 꿀도 많을 텐데 굳이 중국에서 인조 꿀을 들여간 것은 특정인의 입맛에 맞추기 위한 것은 아닐까요. 술은 불과 2만 달러어치 들여갔습니다. 김정일의 요리사였던 후지모토 겐지는 회고록에서 “김정일의 개인 술창고엔 양주만 1만 병이 넘게 저장돼 있다”고 썼습니다. 이를 통해 유추해 볼 때 김 씨 패밀리의 술 창고는 아직 충분히 견딜만한가 봅니다. 반면 담배는 137만 달러어치를 사갔습니다. 이건 김 씨 패밀리만 소비하기엔 상당히 많은 수량입니다. 사실 북한의 대다수 공산품은 질이 조악하기로 소문이 났지만 담배만큼은 꽤 괜찮다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충분히 일리 있는 이야기입니다. 북한은 1990년대 초반부터 2010년경까지 약 20년 동안 위조담배 판매에 큰 힘을 쏟기도 했습니다. 외국에서 담배 생산 설비와 생산 노하우를 들여와 유럽과 미국, 일본 등의 유명 브랜드 담배를 위조해 해외에 몰래 팔았던 과거가 있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 북한의 담배 생산 능력은 세계적 수준으로 올라왔습니다. 이런 북한이 하필 담배를 137만 달러나 사간 것은 얼핏 이해되지 않을 수가 있습니다. 그렇지만 노동당 39호실이 운영하는 평양의 주요 외화상점에서 각종 해외 브랜드의 담배가 매우 중요한 판매항목임을 감안할 때 담배 수입은 김 씨 패밀리를 위한 것이 아닌 내수 달러를 흡수하기 위한 판매용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또 각종 옷감용 천도 100만 달러어치 사갔는데 이것은 열병식이나 각종 행사를 위해 특별히 주문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김정은이 회의를 열면 간부들도 김정은과 스타일이나 색깔까지 똑같이 맞춘 옷을 입고 나오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것을 위한 수입품목일 수도 있습니다. 150여개 품목 중엔 천을 씌운 금속 재질의 접이식 의자도 개당 100달러씩 5개 사들여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건 무엇일까요. 일반 간부를 위해 특정 접이식 의자 5개를 사가진 않겠죠. 김정은이 외부 현지시찰을 갔을 때 앉기 위한 의자이거나 바닷가에서 피서를 즐길 때 필요한 접이식 의자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과거 김정은이 군부대를 시찰할 때 철제 프레임에 천을 씌운 의자에 앉아 참관하는 사진이 종종 나옵니다. 이 의자가 낡아 새로 수입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또 수입품목 중에 2800달러짜리 피아노도 1대 들어있는 것이 눈길을 끕니다. 수입 항목 중에는 인테리어를 위한 항목도 꽤 있습니다. 가령 목재가구(1만2000달러) 철제가구(1900달러), 플라스틱가구(3000달러) 석조가구(350달러) 등이 포함돼 있습니다. 액수만 보면 이 가구들은 방 몇 개 정도를 인테리어 할 정도에 불과합니다. 최근 몇 년 동안 김정은이 회의할 때마다 회의장 인테리어가 바뀌는 것을 볼 수 있었는데, 이것들도 그렇게 회의장을 새 단장하기 위한 가구들이 아닐까요. 북한의 150여개 수입항목에서 예외적으로 액수가 많은 것이 딱 한 가지 있습니다. 공기 주입식 타이어를 무려 약 475만 달러어치나 사갔습니다. 사실 타이어는 현재 북한 실정을 볼 때 매우 중요한 품목이긴 합니다. 최근 김정은의 지시로 평양 시내에 벌여놓은 각종 공사에서도 타이어가 없으면 기계 장비들이 투입될 수가 없습니다. 공사용 타이어일 수도 있지만, 김정은의 경호와 중앙당 간부들의 의전을 위해서도 막대한 양의 타이어는 반드시 필요합니다. 김정은이 시찰을 나가면 경호부대가 며칠 전부터 출동해 그 지역을 4겹으로 에워싸고 개미 한 마리 드나들 수 없게 만듭니다. 우리는 북한 매체에서 김정은의 현지시찰 사진만 보지만, 그 한 번의 시찰을 위해 수백, 수천 명의 경호부대가 차량을 타고 움직입니다. 그러니 김정은 경호를 위해서도 타이어 수입은 불가피한 것입니다. 그밖에 중앙당 간부들의 차량을 운용하기 위해서도 타이어는 많이 필요하겠죠. 북한이 7월에 중국에서 수입한 1680만 달러어치 150여개 품목 중에는 민생을 위한 것이라 볼 수 있는 것은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요즘 북한 내부 사정은 말이 아니라고 합니다. 굶어죽는 사람들이 나온다는 소식도 들려옵니다. 그런데 수입품목만 보면 인민들은 코로나 방역을 핑계로 장사도 제대로 하지 못하게 하고 일체의 수입과 밀수를 허용하지 않으면서, 김 씨 일가만은 필요한 것들은 다 알아서 사다 쓰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지난 4월 9일 김정은은 노동당 세포비서대회에서 “나는 당중앙위원회로부터 시작해 ‘더욱 간고한 고난의 행군’을 할 것을 결심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코로나 폐쇄 와중에 몰래 들여간 7월의 수입품목을 보면 이 말이 거짓임을 알 수 있습니다. 오히려 북한이 존재하는 이유를 아주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북한은 김 씨 왕조를 위해 존재합니다.주성하기자 zsh75@donga.com}
신세계푸드가 고객들의 눈높이보다 높은 수준으로 식품 안전을 강화하기 위해 식품안전센터의 운영 수준을 한층 높인다. 식품 제조, 식자재 유통, 급식, 외식, 베이커리 등 다양한 식품 사업을 펼치고 있는 신세계푸드는 사업별로 최적의 식품안전 관리를 위해 전문 인력과 최신 장비를 활용해 체계적인 관리를 하는 식품안전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센터장 1명에 20여 명의 식품안전 전문가들이 연구 분석, 식품 위생, 품질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또 식품안전센터 자체적으로 정부 공인기관 수준의 검사를 하기 위해 외부 기관과 연구소 등에서 5년 이상 경력의 전문 연구 인력도 꾸준히 영입하고 있다. 회사 측은 전문성과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검사와 연구에 필요한 설비에만 30억 원을 투자했다. 안전센터에는 유전자, 미생물 분석부터 곰팡이 독소, 아크릴아마이드, 중금속 같은 유해물질 분석, 식중독균을 신속하게 검사할 수 있는 다양한 전문 장비가 갖춰졌다. 특히 바로 섭취하거나 제품 원료로 쓰이는 신선 식자재의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2017년부터 잔류농약 시험법을 도입해 540여 개 항목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는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진행하는 검사 대부분을 자체 역량으로 할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이를 통해 식품안전센터는 영국환경식품농림부에서 주관하는 식품 분야 잔류 농약 국제비교숙련도평가(FAPAS)에서 2017년 이후 4년 연속 우수 평가를 받고 있다. FAPAS는 분석 기관의 다양한 분석 능력을 평가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숙련도 시험 프로그램으로 평가 결과에 따라 측정 검사 분야의 정확도와 신뢰성을 국제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어 매년 각국 정부 기관과 대학, 민간 분석 기관 등이 참여하고 있다. 이런 투자를 바탕으로 신세계푸드는 식자재, 제조 상품, 급식, 외식, 베이커리에서 제공되는 식품과 식음 서비스의 안전성을 높은 수준에서 확보하고 있다. 특히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에서 세계 선수단에 하루 1만 식 이상 프리미엄 식사를 제공하는 대규모 케이터링 서비스도 성공적으로 운영해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으로부터 “역대 올림픽 케이터링 가운데 최고”라는 극찬을 받기도 했다. 또 현재 식품위생법에서 요구하는 기준보다 더 엄격한 수준으로 식품안전 모니터링을 하는 ‘스마트 식품안전 시스템’을 구축하고 급식, 외식, 베이커리 사업장의 식품안전 관리 강화에 나선다. 스마트 식품안전 시스템은 식품안전센터가 외부 전문 기관과 협업해 표면오염도 측정기, 유효 염소 농도 측정기 등을 활용해 식품 안전과 관련된 주요 5개 항목의 검사를 상시 진행하는 방식이다. 점검 결과는 태블릿을 통해 현장 관리자들이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최근엔 코로나19로 음식점 내 식품 안전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만큼 신세계푸드가 운영 중인 외식, 베이커리, 카페 매장 400여 곳을 대상으로 식약처에서 진행 중인 ‘음식점 위생 등급제’ 인증 지원 컨설팅도 진행한다. 김종숙 신세계푸드 식품안전센터장은 “식품 안전은 실생활에서 고객들의 건강과 직결되는 만큼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에 철저하게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대형마트나 온라인몰 등에서 판매되는 제품뿐 아니라 급식, 외식, 베이커리 매장 등에서 소비자들이 건강하고 안전하게 식음 서비스를 즐길 수 있도록 식품 안전 관리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2월 중국 주재 북한대사가 교체됐다. 그런데 전임 지재룡 대사는 북한이 코로나 방역을 핑계로 받아주지 않아 아직 베이징에 머무르고 있다. 1942년생인 지 전 대사로서는 얼마 남지 않은 여생을 평양에서 자녀와 손자들과 보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겠지만 어쩔 수 없이 베이징에서 기약 없는 나날을 보내게 됐다. 3월에 철수한 주말레이시아 북한대사관 관계자 수십 명도 베이징에서 발이 묶였다. 북한이 체류비도 주지 않아 말레이시아에서 번 달러가 생활비로 다 날아가지만 불평할 수도 없다. 노동당 국제부 부부장을 지냈던 지재룡도 귀국하지 못하는데 그들의 하소연을 들어줄 리가 만무하기 때문이다. 중국에는 이런 처지의 북한 사람들이 꽤 많다. 그만큼 북한은 해외와의 인적 왕래를 철저히 금지하고 있다. 이러한 폐쇄가 비단 북한 외교관들에게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리진쥔(李進軍) 북한 주재 중국대사도 임기가 끝나 돌아가야 하지만, 북한이 신임 대사 입국을 거부해 평양에 사실상 발이 묶였다. 북한 주재 중국대사들의 임기는 보통 5년이다. 리 대사는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 부부장을 거쳐 2015년 3월에 부임했고 2020년 3월에 임기가 끝나야 했다.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중국이 특별비행기로 순안공항에 새 대사 한 명만 내려놓고 돌아오겠다고 했는데도 북한이 거절했다고 한다. 리 대사는 임기가 끝난 지 1년 반이 넘도록 인질처럼 평양에 잡혀 있다. 물자가 부족한 평양에서 사는 것도 어려운데, 그동안 승진도 할 수 없으니 리 대사의 속도 타들어갈 것 같다. 러시아 등 10여 개 평양 주재 외국 공관 외교관들은 탈출에 성공했지만, 중국은 북한처럼 중요한 우방국 대사 자리를 비워둘 순 없다. 이렇게 북한이 대사급 교류조차 막고 있는 와중인 6월에 간이 크게 중국 사업가를 북한에 데려간 북한 무역일꾼이 나타났다. 그가 아무리 높은 자리에 있다 해도 신의주 세관에서 통과시켜 줄 정도면 평양에서 특별 지시가 떨어져야 가능하다. 요즘 김정은은 평양종합병원, 평양시 5만 가구, 의주비행장 대규모 방역시설 등 각종 건설 과제를 제시하고 간부들을 닦달하고 있다. 그런데 철강재나 시멘트, 방역설비 등을 중국에서 수입하지 못하면 건설이 진척될 수가 없다. 못하면 못했다고 처벌하고, 그렇다고 자재 수입도 못하게 하니 북한 고위 간부들은 죽을 맛이다. 진퇴양난 상황에서 그들은 못해서 목 잘리는 것보다는 편법을 써서라도 해놓는 것이 낫다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 못하면 눈에 딱 보여 처벌될 가능성이 100%인데, 몰래 물자를 중국에서 들여와 마무리하면 살 확률이 좀 더 높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위 간부 누군가가 측근 무역일꾼에게 “죽게 생겼다. 내가 국경을 열어줄 테니 중국에 가서 투자자나 물자를 좀 끌어오라”고 지시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래서 이 무역일꾼이 움직였다. 중국 사업가를 현장에 데려가서 “이런 것들을 해결해주면 이런 이권을 보장해주겠다”고 제안하려 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게 발각됐다. 김정은의 지시로 무역일꾼은 즉시 체포돼 처형됐고, 중국 사업가는 북한에 체포돼 현재까지 억류 중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 사업가도 북한과 나름대로 오랫동안 교류했던 사람이라고 하는데 도와주러 갔다가 봉변을 당하게 됐다. 앞으로 다른 중국 사업가들에게 북한과의 거래가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를 보여주는 사례가 될 듯하다. 처형된 무역일꾼의 윗선은 누구였을까. 6월 29일 김정은은 당 정치국 확대회의를 소집해 “국가와 인민의 안전에 커다란 위기를 조성하는 중대 사건이 발생했고 그로 인해 엄중한 후과가 초래됐다”고 하면서 고위 간부들을 줄줄이 처벌했다. 리병철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은 정치국 상무위원에서 해임됐고, 최상건 교육 및 보건담당 비서는 회의 중에 끌려 나가 아직까지 생사가 알려지지 않고 있다. 박정천 군 총참모장은 원수에서 차수로, 김정관 국방상은 차수에서 대장으로 강등됐다. 고위급이 처벌되면 부하 간부들도 줄줄이 함께 처벌된다. 이때 처벌된 간부 중 한 명이 처형된 무역일꾼의 윗선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북한 고위 간부들을 두둔하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지만, 저들의 처지도 참 답답해 보인다. 이러면 이랬다고 처벌하고, 저러면 저랬다고 처벌하고, 그렇다고 달아날 수도 없으니 온전히 목숨을 보전할 경우의 수가 거의 없다. 김정은의 지시를 받는 순간 머릿속에는 “아이쿠, 죽었구나”하는 생각밖에 떠오르지 않을 것 같다. 서울에서 북한 간부들 욕하기도 미안하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북에서 성장하면서 유치원 시절부터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은 말이 있습니다. ‘팀스피리트 합동군사훈련’ 어느 날 바닷가 마을에 군인들이 트럭을 타고 나타나고, 바닷가에 해안포와 고사총이 전개되면 “아, 지금이 팀스피리트 기간이구나”라고 깨달았습니다. 보통 2~5월 농번기에 ‘팀스피리트’가 진행됐는데, 어른들은 농사일도 제대로 하지 못하며 적위대 군복을 입고 군사훈련을 했습니다. 특히 1980년대 초반에는 거의 석 달가량 훈련이 지루하게 이뤄졌고, 어른들은 만나면 “저 미국놈 개×× 때문에 우리가 고생이다”는 말을 달고 살았습니다. 전방에선 어떤 훈련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후방 바닷가 마을에서 진행되는 훈련은 철저히 해안으로 상륙하는 적을 막는다는 가정 하에 방어 훈련을 실시했습니다. 아이들도 훈련이 시작되면 동원될 때가 있었습니다. 어느 해인가는 갑자기 백사장에 개우리를 20~30m 간격으로 만들어놓고, 집에서 키우는 똥개를 저녁에 그곳에 묶어 놓았다 아침에 데리고 오는 과제를 받기도 했습니다. 간첩이 침투할 수 있기 때문에 개가 밤에 해변을 지킨다는 발상이었죠. 아침, 저녁마다 집에서 키우던 개를 백사장 우리에 데려가고, 데려오면서 “미국놈들 때문에 너까지 고생이다”고 생각했던 기억도 납니다. 그랬던 팀스피리트 훈련은 1994년부터 중단됐습니다. 한국에 와서 찾아보니 국방부가 북핵문제의 성공적인 해결과 남북관계의 개선을 위해 팀스피리트 훈련의 조건부 중단을 공표하였는데, 이것이 팀스피리트로 명명된 한미간 연합훈련의 종결을 의미하였다고 합니다. 북한에서 2000년까지 살았지만, 그 이후론 한미 합동훈련 때문에 고생한 기억은 크게 없습니다. 1990년대 중반부터 ‘고난의 행군’ 시기를 맞아 대량 아사가 시작된 북한은 당시 미국의 훈련에 대응할 힘이 없었습니다. 사람들이 굶어죽고, 군부대에서 허약환자가 속출하는데 훈련을 나가라고 해도 나갈 힘조차 없다고 하는 것이 맞을 겁니다. 북한에서 살 때 팀스피리트 훈련은 철저히 미국과 한국이 훈련하는 척 병력을 끌어 들였다가 기회를 엿보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왜냐하면 팀스피리트가 시작되면 북한의 군사적 대응과 훈련도 함께 시작됐기 때문입니다. 만약 팀스피리트 훈련이 방어적 성격이라고 하면 북한이 공격 훈련을 할 때 한국도 맞춰서 방어 훈련을 시작해야 맞지 않는가 하는 것이 당시의 생각입니다. 요즘 남북관계가 화해무드를 타는 듯하다가 다시 긴장관계로 돌변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김여정과 김영철 통전부장이 연일 한미 연합훈련을 비난하며 중단을 압박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미국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은 “연합군사훈련은 순전히 방어적”이라며 “우리가 오랫동안 주장했듯이 미국은 북한을 향한 적대적 의도를 품고 있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순전히 방어적’이란 표현은 맞는 말이기도 하지만, 듣는 상대에 따라 그렇게 받아들여지지 않을 가능성도 큰 말입니다. 특히 북한은 더욱 그 말을 믿지는 않을 겁니다. 순전히 방어적이라는 의미는 말 그대로 누군가의 공격을 막아내는 훈련이라는 것이겠죠. 즉 방어훈련을 하려면 공격을 하려는 위협이 존재해야 하는 것입니다. 중국을 그 위협이라고 할 수는 없고, 당연히 북한의 선제공격에 대비한 훈련이라고 볼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그럼 북한은 선제공격을 할 의도나 능력이 있을까요. 과거에는 어땠을지 몰라도 지금 시점에선 사실상 포기 상태라고 봐야 할 듯 합니다. 물론 과거에도 북한의 군사훈련은 한미 합동훈련이 시작되는 시점에 맞춰 대응해 벌여왔습니다. 먼저 선제공격 훈련을 한 것은 아니라는 뜻이죠. 그런데 요즘은 대응 훈련도 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과거 한국 상공에 한미 전투기들이 뜨면 북한도 같은 숫자의 전투기가 떠서 대응했지만, 지금은 그런 모습도 보이지 못합니다. 전투기의 노후화가 심해서 쓸만한 전투기가 별로 없고, 연료도 없기 때문이죠. 개인적으로는 북한이 1년 내내 한국을 선제공격하는 훈련을 했다고 가정해도 전혀 두렵지는 않습니다. 핵무기를 제외하면 재래식 무력에서 이미 남북간 경쟁은 끝난 지 오래됐기 때문입니다. 수십 년 된 고물 전투기를 운용하는 북한 공군과 함포를 쏘면 갑판이 쩍쩍 갈라지는 군함을 대안이 없어 아직도 유지하는 해군의 처참한 현실은 더 설명할 필요조차 없습니다. 육군도 장사정포를 쏠 능력은 갖고 있지만, 선제공격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기갑전력은 분계선에 도착하기 전에 전멸될 수준입니다. 기갑부대가 주둔지에서 떠날 때부터 한미의 감시망에 다 포착이 되고, 대공 방어력이 거의 없는 고물 기갑전력은 한미 공군 전력 앞에 순식간에 증발될 것입니다. 저는 연료난으로 훈련을 거의 못한지 20~30년째인 북한군 탱크 조종사들이 과연 탱크를 북한의 좁은 도로에서 굴러먹지 않고 분계선까지 몰고 올 수 있을지조차 의문입니다. 북한군은 10년을 복무한다고 알려졌지만, 이들 병력의 상당수는 건설장이나 농사 부업에 동원돼 변변한 군사훈련을 할 틈도 없습니다. 북한군의 절반 이상이 1년에 총을 3발 이상 쏴보지 못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미 남북의 재래식 군비경쟁은 사실상 끝났습니다. 북한의 전쟁수행 능력은 공격은 고사하고 방어를 한다고 해도 며칠이나 버틸지 의문입니다. 1980년대에도 북한군의 전력은 한미를 압도하지 못했는데, 지금은 그 격차가 하늘땅 차이로 벌어져 남북의 재래식 군사력을 비유하면 격투기 선수와 중학생 수준만큼 벌어졌습니다. 이런 북한이 압도적 전력 우위를 가져야 가능한 선제공격을 할 수 있을까요. 또한 방어훈련은 보통 약자가 해야 명분이 생깁니다. 예를 든다면 대만이 중국의 공격에 대비한 방어훈련을 한다고 하면 대다수가 이를 납득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러나 중국이 대만군에 의한 본토 침공에 대비해 방어훈련을 한다며 대규모 군사훈련을 벌어놓으면 이 세상에서 이를 납득할 사람이 몇이나 있겠습니까. 지금 남북의 상황이 그렇습니다. 북한이 선제공격을 할 수 있으니 우리는 방어훈련을 해야 한다는 논리는 해가 갈수록 사람들을 점점 납득시키기 어려워질 겁니다. 북한이 핵무기를 투하하고 선제공격을 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만약 그렇다고 하면 재래식 병력이 하는 방어훈련은 더 의미가 없습니다. 북한이 핵을 쏘면 핵전쟁이 납니다. 핵전쟁에서 재래식 병력은 큰 의미가 없어집니다. 저는 굳이 한미 군사훈련을 하지 않아도 전면전 의사와 능력도 없는 북한을 견제하는 데 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공격할 쪽이라는 북한에서 이미 훈련이고 뭐고 오래 전에 포기했고, 자기 스스로를 지킬 능력도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계속 “저놈들이 언제 전면전을 벌일지 모르니 우린 방어훈련을 계속 해야 한다”는 논리는 과잉대응이라고 생각합니다. 북한이 전면전을 가정한 대규모 훈련을 하면 그때 가서 우리가 대응해 방어훈련을 해도 문제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런 생각은 제 개인적 의견입니다. 이정도만 말해도 빨갱이라고 욕할 사람들이 많을 겁니다. 그런데 이런 논리로 군사훈련을 포기하는 것은 제 스스로 생각해도 아주 큰 문제가 있습니다. 군은 반드시 훈련을 해야 합니다. 훈련하지 않는 군대는 더 이상 군대가 아닙니다. 훈련을 해도 아주 강하게 해야 강군이 되는 것이죠. 우리가 막대한 돈을 들여 장만한 최신 군사장비도 지속적으로 훈련을 하지 않으면 제대로 써먹을 수 없습니다. 그러니 설사 북한에 군대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해도 우리는 훈련을 해야 합니다. 북한이 아무리 반발을 한다고 해도 절대로 우리가 군사훈련을 중단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지만 해가 갈수록 점점 압도적으로 벌어지는 전력 격차에 절망하며, 한미 연합군이 훈련만 해도 경기를 일으키는 북한도 의식해야 합니다. 한반도 긴장상태 완화와 평화적 공존은 어떤 정부라도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할 목표입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선 북한을 자극할 필요는 전혀 없는 것입니다. 결국 해야 하는 것은 한미 연합군의 훈련을 어떻게 북한에 납득시킬 수 있는가 하는 것이 되겠네요. 참 풀기 어려운 문제입니다. 그렇지만 신뢰가 쌓이면 또 풀지 못할 문제도 아닙니다. 다만 이를 푼 정권이 아직 없을 뿐입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북한 여성이 남성에게 잘 대해준다는 이야기를 듣고 탈북 여성을 만나고 싶어 하는 미혼 친구들이 주변에 좀 있다. 북에서 살아봤고, 한국과 중국 일본을 다 가본 개인적 경험에 비춰 보면 그건 맞는 것 같다.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 때 여성이 장마당에 나가고, 집에 돌아와 밥하고, 애 보고, 청소도 도맡아 할 동안 남자는 까딱도 하지 않는 집이 많았다. 돈 버는 여성이 늘어나면서 이젠 청소 정도는 하는 남성도 늘었지만, 그래도 여성은 여전히 무시당한다. 예전에 중국에서 똑같은 사회주의 제도인데도 문화가 너무 달라 충격을 받았다. 많은 중국 남성들이 장보고, 요리하고, 애 보고, 빨래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다. 가정에서 여성의 목소리도 더 컸다. 그럼 북한은 왜 저럴까. 북한이 여전히 봉건 가부장적 유교문화를 극복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지만 북한도 1946년에 ‘남녀평등법’을 발표하는 등 여성 권리를 위해 나름대로 노력했다. 사회주의 정책은 강제력이 커 75년 동안 남녀평등 정책을 폈더라면 유교문화는 극복했을 것이다. 중국만 봐도 사회주의 시책하에서 여성의 권리도 높아졌다. 북한 남성이 큰소리치는 중요한 이유는 남녀 성비에서 답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김정은에게 보고되는 진짜 북한 인구통계를 2년 전 입수했다. 통계에 따르면 북한이 발표하는 인구 2500만 명은 가짜였다. 실제는 2000만 명이 좀 넘었다. 북한 성비(여성 100명당 남성 숫자)는 매우 충격적이다. 북한 인구 중 남성은 45%도 안 됐고, 여성은 55%가 넘었다. 가장 최근의 성비는 80.9에 그쳤다. 이 정도면 세계에서 남성 비율이 가장 낮은 나라 리스트에서 압도적 1위다. 중국은 북한과 정반대의 성비 구조다. 중국 통계연감에 따르면 2020년 중국의 성비는 105.3이지만 젊은층으로 갈수록 성비 불균형이 심각하다. 25∼29세는 106.7, 20∼24세는 114.6, 15∼19세는 118.4까지 치솟는다. 1가구 1자녀 정책의 영향으로 남자아이만 선호하다 보니 나타난 현상이다. 남성 12명 중 1, 2명은 결혼할 짝을 찾을 수 없고, 중국 전체로 보면 남성 4000만 명이 짝을 찾을 수 없다. 그러니 중국 남성은 결혼하려면 여성에게 잘 보이기 위해 경쟁해야 한다. 여성 10명 중 2명이 짝을 찾지 못하는 북한은 중국과 상황이 정반대다. 더구나 북한 여성은 결혼에 대한 욕구가 아주 강하다. 요즘 한국엔 혼자 살겠다는 여성이 늘어나지만 북한에선 결혼해 애가 없으면 모자란 여성 취급을 당한다. 결혼을 하려면 여성들끼리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하다. 반면 남자는 다소 모자라도 장가는 쉽게 갈 수 있다. 북한은 왜 남자가 적을까. 보고서엔 원인이 설명돼 있지 않다. 개인적으론 1950년 6·25전쟁 때 남성이 워낙 많이 죽어 여성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아지지 않았을까 추정된다. 전후 살아남은 남자는 금값이 됐다. 여성은 결혼하려면 혼수 정도는 몽땅 장만해야 했다. 지금도 북한에선 결혼할 때 여성이 가전제품과 장롱, 이불 등을 다 가져가는 지역이 태반이다. 결혼자금을 여성이 훨씬 더 많이 쓰는 것이다. 또 북한은 태아 성별을 알려준다거나(성별을 판별하는 장비가 북한에 과연 몇 대나 있을지 의문이지만) 낙태를 하는 것이 불법이니 아이 성별을 골라 낳을 수도 없다. 더 놀라운 점은 성비 불균형이 시간이 갈수록 심해진다는 것이다. 1980년 남성 비율이 46%가 넘었는데 2008년부터 44%대로 떨어졌다. 북한은 남성으로 살기엔 최악의 환경이다. 남성은 17세 때부터 10년씩이나 군에 가서 안전 장비도 없는 각종 위험한 공사판에 동원돼 무리로 죽어가고, 사회에서도 각종 동원에 더 많이 시달린다. 또 보드카 때문에 남성이 빨리 죽기로 유명한 러시아처럼 술도 엄청 마셔대며, 의료 환경도 뒤떨어졌다. 그러니 여성이 아무리 잘해준다고 해도 빨리 죽는 북한 남성의 삶을 부러워할 필요가 없다. 끝으로 탈북여성에 대한 환상을 품고 있는 친구들에겐 빨리 꿈에서 깨라고 하고 싶다. 2021년 한국의 성비는 100.4. 한국에 온 탈북여성은 더 이상 결혼 시장에서 경쟁할 필요가 없다. 최악의 환경이지만 그래도 큰소리치며 살다가 갑자기 경쟁사회의 맨 밑바닥에 떨어져 어리둥절해진 탈북남성만 불쌍할 따름이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단절됐던 남북의 통신선이 27일 10시부터 복구돼 서로간의 통화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좀 뜻밖의 진척이라 할 수 있죠. 북한은 지금까지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방역을 내세우며 철저한 ‘셀프봉쇄’를 해왔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한국과의 통신선을 복구하며 외부에 손짓을 한 것은 그만큼 내부 상황이 어렵다는 의미일 겁니다. 김정은이 무슨 의도로 남북 통신선을 복원하라는 지시를 내렸는지, 복원 이후 언제, 무엇을 요구할지 등은 아직 알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현재 북한 내부 사정을 통해 가능성이 높은 북한의 다음 행보를 예상해볼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우선 한국의 지원을 받기로 결심한 것이냐는 예상에는 그럴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특히 김정은이 고심 끝에 외부 지원을 받아야겠다는 결심을 내린 시점은 최근 며칠 사이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난달 29일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김정은은 비상방역과 관련한 중대사건이 발생했다며 간부들을 질타했습니다. 군부 1인자 이병철 노동당 군사위 부위원장과 2인자 박정천 총참모장은 원수에서 차수로 강등됐고, 3인자 김정관 국방상도 차수에서 대장으로 강등됐습니다. 이에 대해 국정원은 국경 개방에 대비한 비행장 소독 문제였다고 밝혔습니다. 평안북도 의주비행장을 소독 거점으로 정했는데, 제대로 준비하지 못해 국경을 열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북한 소식통에 따르면 이 사건이 있고 7월 중순 이전에 의주비행장 방역시설이 완공됐다고 합니다. 국경을 여는 것이 시급한데, 방역시설이 준비되지 못해 수입을 할 수 없었다면 상식적으로 완공이 된 뒤 수입이 물밀 듯 이뤄져야 합니다. 하지만 보름 넘게 김정은의 지시가 떨어지지 않아 중국에서 아무런 물자도 들어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김정은은 인적 교류 역시 현재 승인할 생각은 없는 것 같습니다. 중국 등 해외에는 체류기간이 만료됐지만 북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외교관, 무역일꾼, 노동자, 유학생 등이 수천 명이나 있습니다. 이중 가장 고위급이라 할 수 있는, 2월에 임기가 만료된 지재룡 중국 주재 북한 대사도 본국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베이징에 머물만큼 북한의 인적 교류 차단은 철저합니다. 물론 대다수는 귀국 기간이 끝나도 돌아가지 않고 해외에 머무는 것에 만족해하고 있다고 합니다. 북에 돌아가 봐야 이어지는 노력동원과 조직생활로 땡볕에서 고생만 한다는 것을 잘 아는 사람이니 말입니다. 소식통에 따르면 귀국 기간이 썩 지난 사람들에게도 이미 올해 중엔 귀국이 불가능하다는 지시가 떨어졌다고 합니다. 해외에서 돌아와야 할 북한 간부도 받지 않는데 한국이나 중국과 인적 교류를 하겠습니까. 통신선 복원과 상관없이 올해 말까지 북한과의 인적 왕래는 불가능할 것 같습니다. 다만 물자 수용은 받으려 할 것 같습니다. 사실 이것도 웬만큼 버틸 수만 있다면 받지 않을 생각이었을지 모르지만, 지금 북한 내부 상황이 몇 달 더 버티기 어려울 정도로 여의치 않습니다. 이미 6월에 군량미 창고까지 탈탈 털었는데도 일부 지역에선 아사자가 나온다는 대북 소식통들의 증언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사람이 굶어죽는 상황에서 김정은은 결국 중국과 한국에서 지원을 받아야겠다고 결심했을 겁니다. 김정은은 28일 평양 모란봉구역에 있는 북중 우의탑을 찾아가 헌화하고 북중 친선 계승을 다짐했습니다. 우의탑은 중국인민지원군의 6·25 참전과 희생을 기념하기 위해 세운 것으로, 북중 친선의 상징이긴 하지만, 북한 지도자가 직접 찾아가는 것은 이례적입니다. 그럼에도 직접 김정은이 행차를 한 것은 지금이 중국에 잘 보여야 할 필요성이 매우 크다는 방증이라 할 수 있습니다. 27일 남북 통신선을 연결하고, 28일 중국에 메시지를 던진 것은 중국과 한국에 동시에 문을 열어 지원을 받겠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지금 당장 북한에서 제일 필요한 것은 식량입니다. 그 다음으로 필요한 것이 건설자재입니다. 지금 평양에 1만 세대 건설을 벌여놓고 수십만 명을 동원시켰는데 자재가 없으면 진척이 될 수가 없습니다. 수십 만 명이 건설현장에 임시로 만들어놓은 텐트 속에서 에어컨과 선풍기도 없이 땀을 비 오듯 흘리며, 자재도 보장할 능력조차 못되면서 자신들을 강제 노역에 동원해 괴롭히는 당국을 비난할 수도 있습니다. 고층아파트 건설에 필요한 철강재와 시멘트는 내부에서 생산한 것들이 질이 나빠 쓸 수가 없어 중국에서 수입해 들여갈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이미 북한은 3월부터 몰래 서해상에서 중국과 밀무역을 통해 정말 급한 철강재와 시멘트는 조금씩 들여갔습니다. 한국에 손을 내민다면 이런 물자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겠지만 이것 역시 우선순위가 있습니다. 중국의 지원 물자를 받는 것이 우선입니다. 이미 중국이 북한에 식량 70만 톤 지원을 제안했다는 정보도 있습니다. 철강재와 시멘트 역시 유엔의 대북제재 위반 사항에 걸리기 때문에 한국에 요구하기 어렵습니다. 코로나 백신 역시 가능성이 높지 않습니다. 한국도 없어서 난리인데, 그런 와중에 북한에 주게 되면 한국 정부가 엄청난 비난 여론에 직면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김정은이 한국에 바라는 것이 식량일 것이라고 추정됩니다. 한편으로 코로나 사태에 남북이 힘을 합쳐야 한다는 메시지를 계속 던져온 한국 정부는 코로나 협력이라는 명분도 보여야 합니다. 이럴 경우 한국에서 여유가 충분한 마스크와 진단키트, 대북제재 위반항목에 걸리지 않는 의료장비들이 지원될 수 있습니다. 마스크와 진단키트, 의료장비 같은 것은 중국이 무상으로 주기엔 애매한 것들입니다. 물론 지원이 이뤄져도 사람과의 접촉은 철저히 차단될 것입니다. 북한의 항구 중에 현재 방역 시설이 제일 잘 완비된 곳이 남포항입니다. 육로보단 해상으로 남포항에 가서 북한 사람과의 접촉 없이 하역하는 방안이 우선적으로 거론되겠죠. 김정은에겐 어디까지나 중국의 지원을 먼저 받는 것이 우선입니다. 한국 정부와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온갖 막말로 비난을 하다가 손을 먼저 내미는 것이 김정은으로서도 썩 내키는 상황은 아닐 겁니다. 그럼에도 한국을 향해서도 유화 신호를 보낸 것은 백업 지원자가 필요하기 때문이겠죠. 즉 중국이 주고 모자라는 것과 중국이 주지 못하는 것을 줄 수 있는 백업 선수로 한국을 선택한 것입니다. 물론 우리 정부가 제발 문을 열고 나와 달라고 간절하게 요청했을 것이니 마지못해 나오는 척 명분도 챙길 수 있습니다. 여기서도 우리가 한 가지 고려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과거 북한은 수틀리면 “자기들이 먼저 만나자고 해놓고”라며 남북 간에 오간 비밀대화를 공개한 전례가 종종 있습니다. 이번에도 김정은의 기분을 나쁘게 하면 문재인 대통령이 보냈다는 친서들을 공개해 현 정부를 곤욕에 빠뜨릴 수 있음을 늘 계산해야겠죠. 그러니 남북 간에는 친서를 보낼 때도 항상 나중에 북한에 약점을 잡힐 내용은 절대 넣으면 안 됩니다. 북한이 한미연합훈련 중단을 요청하기 위해 통신선을 연결했다는 분석도 있지만, 사실 한미연합훈련은 김정은에게 큰 걱정거리는 아닙니다. 북한은 항상 한미연합훈련을 중단하라고 맹비난해오긴 했지만, 한미연합군이 북한을 선제공격할 일이 없다는 것을 잘 압니다. 우리가 훈련을 할 때 북한이 대응훈련을 하지 않은 지도 이미 오래 됐습니다. 한국 상공에서 전투기들이 훈련할 때 북한 상공에 이에 대응하는 전투기들이 한 대도 뜨지 않은 적이 많습니다. 선제공격을 당할까봐 불안한 모습이 전혀 아닙니다. 그럼에도 훈련 중단을 요구하는 것은 이것만큼 미국과 한국을 압박할 좋은 명분이 별로 없기 때문입니다. 아마 기대 이상의 흡족한 지원을 받을 수만 있다면 한미연합훈련을 하든 말든 상관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북한이 급작스럽게 통신선 연결이라는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아 중국에서 수입 또는 지원 물자가 빠르면 8월 초부터 들어갈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 지원물자를 받게 된다면 협의라는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그 이후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금 변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전 세계적으로 다시금 확산되고 있습니다. 지금이 코로나 방역에 가장 힘을 기울여야 할 때이죠. 그런데 1년 반이 넘도록 코로나 때문에 문을 닫아걸고 있던 북한이 하필 가장 안 좋은 타이밍에 문을 열려 하는 것은 더는 버티기 어렵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식량난이죠. 아무리 방역이 중요해도 북한 내부에서 대량아사가 나오는 것이 김정은에겐 훨씬 더 심각한 문제입니다. 아마 겨우 버틸 정도의 식량만 있다면 김정은은 올해 내내 문을 열지 않았을지 모릅니다. 7월말이면 올해 작황이 가늠이 되는 시기입니다. 그런데 북한은 지난해엔 홍수 피해로, 올해는 가뭄 피해로 작황이 매우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만약 올해 폭염에 따른 가뭄이 오지 않았다면 북한은 이제부터 수확될 옥수수와 감자 등으로 버티려 했겠죠. 결국 폭염을 보고 김정은은 “올해까지 버티기 어렵구나”를 직감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숨이 턱턱 막히는 이 폭염이 어쩌면 남북관계를 새로 시작하게 만든, 보이지 않는 손일지도 모르겠습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북에서 살 때 내가 손목시계를 처음 가져본 것이 1991년이었다. 그즈음에 중국에서 숫자로 시간만 표시되는 초기 형태의 전자시계가 밀려들어 왔다. 그때 전자시계는 북한 돈 100원 정도였는데, 노동자의 한 달 월급과 맞먹었다. 당시 북한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차고 다니는 시계는 모란봉이란 상표의 기계식 태엽시계였는데, 일본 조총련에서 설비를 들여와 공장을 지었다고 했다. 소련에 간 벌목공들 덕분에 투박한 소련제 시계도 많이 들어와 팔렸다. 그렇지만 북한에서 명품시계처럼 인정받은 것은 일본 세이코 브랜드였다. 재일교포들이 일본에서 대거 들여와 팔았다. 그때로부터 30년이 지났다. 지금 북한 사람들의 손목은 중국산 전자시계가 차지했다. 중국산 짝퉁 세이코 전자시계도 많이 들어갔다. 투박하고 시간도 잘 맞지 않는 모란봉 시계는 어느 순간 팔리지도 않게 됐다. 벽시계조차 중국산이 차지했다. 탈북해 한국에 온 뒤 나는 10년 넘게 시계를 차지 않고 살았다. 휴대전화를 켜면 시간이 나오는데 굳이 손목에 거추장스럽게 시계를 차고 다닐 필요는 없었다. 시간은 컴퓨터를 켜도 나오고 TV를 켜도 나왔다. 현대 사회에서 우리는 시계를 꼭 차고 다니지 않아도 불편 없이 시간을 볼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은 다르다. 손목시계나 벽시계가 없으면 시간을 알 방법이 거의 없다. 평양을 비롯한 대도시에는 휴대전화가 많이 보급됐지만, 가난한 농촌 지역에 가면 휴대전화를 갖고 있는 사람이 거의 없다. TV는 정전 때문에 거의 나오지 않는 데다 혹 전기가 와도 저녁에만 방영된다. 컴퓨터나 노트북을 갖고 있는 집도 거의 없다. 북한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국경을 폐쇄한 지 1년 반이 돼 가는 지금, 주민들의 가장 큰 불편은 뜻밖에도 시계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북한 전문가들의 관심사는 쌀값, 옥수수값, 외화 환율 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정작 대다수 북한 사람들에게 시급한 것은 그것이 아니다. 요즘 북-중 밀무역 종사자들에게 북한에서 가장 많이 요구받는 것이 뭐냐고 물어보면 대답이 거의 비슷하다. 식량도, 기름도, 설탕도 아닌 시계 배터리가 최우선 요구사항이라고 한다. 국경 폐쇄 1년 반이 되니 북한 사람들이 차고 다니는 시계의 배터리가 멈춰서기 시작한 것이다. 벽시계도 마찬가지다. 북한에는 중국의 주문을 받아 임가공으로 시계를 생산하는 공장은 있지만, 시계 배터리를 생산하는 공장은 없다. 북한의 대다수 시계는 작고 둥근 중국제 배터리를 쓰고 있는데 이것이 수입되지 않는 것이다. 시계 배터리는 과거 수입해 쌓아둔 재고도 거의 없다. 예전 북-중 무역이 활발하던 시기에 작고 가격이 비싸지도 않은 시계 배터리는 수입업자들이 별로 관심을 가지지 않는 품목이었다. 그런데 국경이 폐쇄되자 뜻밖에 시계 배터리가 금값이 되고 있다. 이미 북한에 있던 재고는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며 다 팔려버린 상태다. 휴대전화를 갖고 있는 사람은 태양광 패널로 충전해 시간을 볼 수 있지만, 휴대전화가 많이 도입되지 않은 가난한 지역에선 시간을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시계란 항상 옆에 있을 때는 있는지 없는지도 의식하지 못하는 존재다. 그런데 정작 시계가 없어 시간을 알 수 없으면 약속도 잡기 어려워 사회엔 엄청난 혼란이 조성된다. 요즘 북한에선 초침이 돌아가는 시계를 차고 다니는 사람들은 부러움의 대상이라고 한다. 그게 곧 부의 상징처럼 간주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팔목에 시계도 없이 다니면 더욱 가난한 사람처럼 보이니, 멈춘 시계를 차고 다니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한다. 시간이 정지된 사회는 더 이상 현대 사회라고 부를 수 없다. 북한은 핵무기를 만든다,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만든다, 잠수함을 만든다며 힘을 과시하려 하지만, 정작 손톱만 한 시계 배터리 하나 때문에 한 세기가 후퇴하고 있다. 그토록 부르짖던 자립식 주체경제도 배터리 하나에 치명타를 입고 있다. 최근 변종 코로나가 확산되면서 북한이 언제 북-중 국경을 개방할지 점점 기약이 없어지고 있다. 그러는 사이 그나마 돌아가던 북한 주민들의 시계조차 하나둘 멈춰 설 것이다. 과거 ‘고난의 행군’ 시기 수많은 사람이 굶어죽는 참상도 이겨냈던 북한 주민들이지만, 시간을 모르고 사는 사회는 그들도 여태 경험하지 못한 또 다른 신세계일 것이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