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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강화하는 국내 최초 무라벨 생수 ‘아이시스 8.0 ECO’. 롯데칠성음료가 2011년 8월에 선보인 ‘아이시스 8.0’은 제품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pH 8.0의 약알칼리성 천연 광천수(Natural Mineral Water)다. 칼슘과 마그네슘 비율이 약 2.4 대 1로 인체에 흡수될 때 최적의 미네랄 밸런스를 유지하고 있다. 또 알칼리성 미네랄이 풍부하게 함유된 경도 L당 60∼80mg를 유지해 마실 때 목 넘김이 부드러운 점이 특징이다. 롯데칠성음료는 지난해 1월 국내 생수 브랜드 최초로 페트병 몸체에 라벨을 없앤 ‘아이시스8.0 ECO’ 1.5L 제품을 선보였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제품을 다 마신 후 라벨을 떼어내는 번거로움을 덜었고 라벨 사용량은 줄이고, 페트병 재활용 효율은 높인 친환경 제품이다. 지난해 6월에는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대중적인 생수 용량인 500mL, 2L 제품을 추가로 출시해 국내 무(無)라벨 생수의 저변 확대에 기여했다. 여기에 더해 올해 2월에는 묶음 포장용으로 생산되는 아이시스 ECO(1.5L, 2L 총 2종)의 페트병 마개에 부착된 라벨을 없앴다. 수원지, 무기물 함량 등이 표기된 무라벨 생수 마개의 라벨은 기존에도 소비자가 제품을 마실 때 자연스럽게 제거돼 분리배출이 쉬웠지만 이마저도 없애 비닐 폐기물이 전혀 생기지 않게 했다. 앞으로 묶음 포장용 제품은 라벨을 완전히 제거하고 낱개 판매용은 정부 정책에 따라 병마개에 라벨을 붙인 형태로 운영하게 된다. 2월 23일 다른 먹는물 제조업체들과 함께 환경부와 ‘상표띠 없는 투명페트병’ 사용을 위한 업무협약식을 체결했다. 롯데칠성음료는 묶음 포장재 디자인도 새로 단장하고 브랜드 차별화에 나섰다. 무라벨이지만 소비자가 아이시스 브랜드를 직관적으로 알아볼 수 있게 상징색인 분홍 및 파란색을 주 컬러로 활용하고 로고도 크게 노출시켰다. 국내 최초 무라벨 생수로서 ‘2020년 자원순환 착한포장 공모전 환경부장관상 최우수상’, ‘2020년 우수디자인 산업통상자원부장관상’, ‘제14회 대한민국 패키징 대전 한국생산기술연구원장상’ 등 다양한 상을 받았고 포장재 재질구조 평가에서 최고 등급인 최우수 등급을 획득했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지난해 1월 선보인 아이시스 8.0 ECO 출시를 비롯해 친환경을 위한 다양한 포장재 개선 활동에 앞장서며 친환경 생수 브랜드로서의 경쟁력을 더욱 강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서영아 기자 sya@donga.com}

몇 년간 끊임없이 SNS를 타고 돌아다니는 괴담이 하나 있다. 모 대학교수가 서울시에 사는 대학생을 상대로 ‘아버지에게 원하는 것이 뭔가’를 설문조사했더니 약 40%가 ‘돈을 원한다’고 답했다고 한다. 또 서울대생을 대상으로 부모가 언제쯤 돌아가시면 가장 적절한가를 묻자 ‘63세’라고 답한 학생이 가장 많았다는 거다. 이유는 은퇴한 뒤 퇴직금을 남겨놓고 사망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 시니어들 SNS에 고전처럼 퍼날라지는 엽기유머정말 이런 조사가 있었는지 궁금해 무차별 검색을 해봤지만 2015년경까지 거슬러 올라가도 찾을 수가 없다. 실제 조사가 아니라 일종의 엽기유머였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인용 내용도 토씨 하나 다르지 않은 문장이 퍼날라져 있어 민망할 정도다. 다만 이에 대한 부모세대의 폭발적인 반응들을 보면 노후를 둘러싼 이들의 서러운 마음이 어느 정도 읽히는 것도 사실이다. 나의 삶과 자녀의 삶을 되돌아볼 때 열심히 키웠지만 못해준 게 많고 늘 부족한 자신을 책하는 마음, 다른 한편으론 자신의 인생은 무엇이었는가 라는 자괴감이 반영돼 있는 것 아닐까. 실제로 자식에 대한 부담감은 시니어들, 혹은 예비 시니어들의 발목을 잡고 마음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그래서 많은 은퇴전문가들이 100세 시대 한국인의 풍요로운 노후에 암운을 드리울 요소로 ‘자식 리스크’를 꼽는다.○ “사교육비는 돈을 쓰레기통에 버리는 것”한국인 대부분이 자식에게는 일단 모든 것을 쏟아붓는다. 노후에 도움을 기대하는 것도 아니면서 일단은 그렇게 해야 마음이 편하기 때문일 것이다. 한국인이 가진 ‘자식 리스크’는 제대로 된 노후준비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은퇴전문가인 강창희 트러스톤연금교육포럼 대표는 누차 지적하고 있다. 존리 메리츠자산운영 대표도 한국인이 사교육비에 올인하는 것에 대해 기회있을 때마다 비판해왔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세상에서 20세기식 교육에 기반한 사교육은 돈을 쓰레기통에 버리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것. 실제 한국 경제의 ‘허리’인 40대는 자녀 교육과 내 집 마련에 힘쏟느라 노후 준비에 소홀하다고 지난 3일 하나은행 100년 행복연구센터가 내놓은 ‘생애금융보고서’는 지적하고 있다. 자녀가 있는 40대의 88%는 학원비로 월평균 107만 원을 지출하는 반면, 노후 준비를 위해서는 61만 원을 저축했다. 이들의 절반가량(53%)은 자녀 교육을 위해 이사를 했거나 이사할 계획이라고 했다.사실 한국인처럼 자식에게 올인하는 부모는 세계 어디에도 없다. 나이 30이 되도 취직 못하고 빌빌대면 끼고 살면서 용돈도 준다. 결혼한다면 자녀 전셋값을 위해 부모가 노후 비용을 탕진하려 든다. 그러다가 결국은 노후에 가진 거라곤 집 한 채와 국민연금밖에 없는 신세가 된다. ○ “내 재산은 나를 위해 다 쓰고 간다”노후란 어느날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살아온 과정의 연장선에 있다. 앞서 언급된 40대의 생활방식이 쌓여 은퇴세대가 되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발표된 2020년 통계청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한국 가구의 평균 자산은 4억 4543만 원, 이중 부채는 8256만 원, 순자산은 3억 6287만 원이다. 가구주의 예상은퇴 연령은 68.1세였지만 실제 은퇴연령은 63.0세로 5년 이상 빨랐다. 은퇴 부부의 적정 생활비로 월 294만 원을 희망했지만 현실에선 턱없이 부족했다. 실제로 은퇴한 가구의 응답에서 생활에 ‘여유 있다’는 답은 8.7%에 불과했다. ‘부족하다’가 40%, ‘매우 부족하다’가 18.8%였다. 은퇴 가구의 생활비 마련방법은 공적연금과 공적수혜금이 66%를 차지했고 개인저축이나 사적연금은 4.1%에 불과했다.베이비부머들은 자식 부양 받지 않는 첫 세대이자 부모를 부양하는 마지막 세대다. 1970년대까지도 한국인 평균수명은 60세 내외였지만 수명이 늘면서 부양비용도 급증했다. 인간은 사망 전 1~2년 동안 평생 쓰는 병원비의 절반을 쓰게 된다고 한다. 결국 자신의 재산을 자신의 노후 부양비용으로 다 쓰도록 설계해야 한다. 죽을 때까지 재산을 다 쓰는 안정적인 방법 중에는 병원비 등 비상자금을 제외한 자산들은 연금으로 만드는 방법이 있다. 금융자산은 원리금을 연금으로 받는 상품에 가입하고 부동산은 주택연금을 활용해 매달 연금을 받는 방식이다. 주택연금은 사망시까지 주택의 잔존가치가 남아 있으면 자식들에게 상속이 된다. 이런 방법들은 공부하려는 마음만 먹으면 정보는 인터넷과 유튜브 등에 널려 있다. 많은 베이비붐 세대가 집 한 채와 연금 정도를 손에 쥔 채 노후를 맞게 된다고 한다. 그래도 이전 세대에 비해 얼마건 공적연금을 확보한 건 다행이다. 여기에 주택연금을 보태면 어느 정도 여유있는 생활이 가능하다. 이런 부모의 삶을 보며 자녀들도 독립심을 갖게 될 것이다. ○ 유치원부터 금융교육, 사교육대신 주식 펀드를 사주자바야흐로 10년 뒤 세상이 어떻게 변할지 예측하기 어려운 시대다. 학원이나 과외 등의 사교육대신 아이들에게 뭘 가르쳐야 할까. 많은 석학들이 유치원때부터 독서와 금융교육 체험여행 같은 자녀들의 성장에 자양분이 될 경험과 살아있는 지식을 접할 기회를 줄 것을 권한다. 이는 유태인의 교육법과도 유사하다. 특히 금융교육은 필수다. 앞으로 살 날이 많은 자녀세대일수록 ‘복리의 마법’을 잘 알아야 한다. 가령 100만원을 매년 10% 복리로 운영하면 49년 뒤면 1억 원이 넘게 불어난다. 실전에서 자녀의 용돈으로 여기 도전하는 아빠들도 있다. 미국에서 1991년부터 2020년까지 30년간 마이크로소프트와 애플에 1만 달러를 투자해놓았더니 577배 올랐더라는 얘기도 유명하다. 현재 100만 원을 흐지부지하게 쓰려다가도 이게 50년 뒤 1억 원을 쓰는 것이라 생각하면 인내심은 절로 생겨날 것이다. 똑똑한 아이들이 쾌락을 뒤로 돌릴 줄 알더라는 마시멜로 실험 결과도 있지 않은가. ○ 오늘 당장 사표를 써라미국의 재무설계사 스테판 폴란은 1997년 금융위기 때 불안에 빠진 미국의 40대들을 염두에 두고 쓴 ‘다 쓰고 죽어라(Die Broke)’에서 재산을 모아 자식에게 물려주기보다 다 쓰고 간다고 생각하라고 조언했다. 최고의 자산 운용이란, 재산을 쌓는 것이 아니라 행복을 위한 일에 쓸 줄 아는 것이라는 관점이다. 어떻게 하면 더 많이 벌 것인가만 고민하지 말고 어떻게 잘 쓸 것인가도 고민하라는 얘기다. 이를 위해 4가지를 제안했다. 첫째, 오늘 당장 사표를 써라(Quit Today). 똑같은 일을 죽을 때까지 하지 말라. 끊임없이 새 직장을 찾아 새로운 일을 시작해라. 직장은 당신에게 평생을 약속하지 않는다. 직장에 대한 충성심은 버려라. 고용주는 당신에 대한 의리를 내동댕이친 지 오래다. 둘째, 현금으로 지불해라(Pay Cash). 카드는 비상용 한개만 남기고 모두 버려라. 주 단위로 생활계획을 세워 은행에서 생활비를 찾아서 사용하라. 돈을 쓰는 게 불편해지면 불필요한 소비, 충동구매를 피할 수 있다. 셋째, 은퇴하지 말라(Don‘t Retire). 은퇴생활이 ‘아름다운 휴가’라는 건 환상이다. 65세에 은퇴해 20년간 신통찮은 연금으로 연명하면서 빈둥거리게 된다. 그러다 보면 건강도 나빠지고 정신도 녹슨다. 무슨 일이건 찾아서 하라. 넷째, 다 쓰고 죽어라(Die Broke). 위 세 가지를 실천했다면 이미 충분한 재산을 모았을 것이다. 손자의 학비나 가족여행비 등 당장 요긴한 지원이 필요하다면 부담없이 인심을 쓰고 감사 인사를 받을 수도 있다. 유산이 없으면 자식들이 당신의 죽음을 기다릴 일도, 형제끼리 다툴 일도, 가산을 탕진할 일도 없다. 다 쓰고 죽으라는 말은 결국 후회 없이 살라는 말이다. 돈은 지금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 모으고 쓰는 것이다. ○ 잘 모으기와 잘 쓰기, 부모세대부터 많이 공부해야앞에 언급한 ‘63세’ 대학생 조사결과는 요즘도 자학개그처럼 부모세대에 의해 지인들에게 퍼날라진다. 오죽하면 2015년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에서 일부러 부모 자녀 세대간 인식차이 조사를 해봤는데, 부모보다 자녀세대가 상속이나 부양에 대한 생각이 건전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결국 한국 부모들의 비뚤어진 자식사랑 쪽이 아이들을 불행으로 이끌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일 수 있다. 부모세대부터 많이 공부하고 생각하고 바뀌어야 할 일이다. 서영아 기자 sya@donga.com※인생 후반, 더 중요해지는 ‘돈 건강 행복’풍요로운 100세 인생을 맞기 위해서는 반드시 지켜야 할 것이 돈과 건강, 그리고 행복입니다. 이 모든 것은 어느 날 갑자기 갖춰지는 게 아니고 30~40대부터 차근차근 조금씩 준비해나가야 합니다. ‘100세 카페’에서는 특히 인생 2막을 잘 맞이하기 위해 미리미리 준비해야 할 돈과 행복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합니다.}

2016년 도쿄 특파원 부임 직후 전입신고와 의료보험 신청 등을 위해 구청에 갔을 때다. 담당 창구를 찾는 기색을 보이자마자 딱 봐도 70세를 넘긴 노인이 다가와 용건을 물었다. 그리고는 부탁도 하기 전에 척척 필요서류를 챙겨주고 설명해준다. 촉탁직으로 일하는 전직 공무원이라는 그는, 어느 창구직원보다도 가장 많이 알면서도 가장 낮은 자세로 민원인을 대했다. 일을 즐기는 차원을 넘어 소명의식 같은 것마저 느껴졌다. ○도처에서 일하는 노인들 세계에서 가장 빨리 초고령사회가 된 일본에서는 열심히 일하는 고령자를 어디에서나 마주칠 수 있다. 2019년 여름 세미나 참석차 갔던 홋카이도 신지토세 공항에서는 붉은 색 조끼를 입은 시니어 도우미 열댓분이 입국자를 맞아들여 안내했다. 이들은 비행기가 도착할 때마다 쏟아져 들어오는 입국자들을 내국인과 외국인 등으로 나누어 줄 세우고 입국심사에 필요한 서류를 갖췄는지 점검했다. 말을 걸어보니 주로 70대 지역주민들이고 최고령자는 84세라고 한다. 하루 7시간씩 주 3~4일 일하는데 2시간마다 휴식시간, 점심시간이 있어 전혀 피곤하지 않다고. 줄곧 서서 일하지만 잠시도 쉬거나(의자도 없다) 잡담하는 법이 없다. 그러고보니 일본 전국의 공항 출입국 심사 보조인력 대부분을 고령자들이 맡고 있었다. 다음날 들른 홋카이도 개척촌 박물관. 1900년대를 재현한 파출소에는 할아버지가 하얀 경찰복을 멋들어지게 입고 앉아 있었다. 86세 지역주민으로 관광사업에 도움이 되고자 자원봉사 중이라고 했다. 관광객이 사진촬영을 요청하면 흔쾌히 응해준다. 뒷쪽의 밀랍인형과 같은 차림으로 별 움직임 없이 앉아 계셨던지라 처음에는 깜짝 놀랐다. 옆에 서 있던 백발의 경찰 역시 자원봉사자였다.○나이 들어서도 일해야 하는 이유일본에서는 2013년부터 ‘고령자 고용안정법’이 시행돼 본인이 원한다면 법정 정년인 60세를 넘어 65세까지 고용을 보장해준다. 2001년부터 점진적으로 연금 수령 연령이 65세까지 늦춰져 2013년 전원에게 적용되면서 은퇴자들의 소득공백을 막는다는 취지가 컸다. 국가가 기업에 고령자 복지부담을 떠넘기는 것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았지만, 생산가능(만 15¤64세) 인력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불가피한 고통분담이란 의미부여도 있었다. 대신 정부는 기업들이 고용 보장만 해준다면 급여수준이나 업무 방식 등은 관여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60세 이후 고용은 대부분 임금 피크가 적용돼 급여가 절반 이하로 줄어든 파트타임 일자리들이 늘어났다. 그 뒤로도 일손부족이 해결되지 않자 일본 국회는 지난 3월 고령자 고용안정법을 개정해 고용을 70세까지 늘리기 위해 ‘노력’할 것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다만 기업들의 의무 부분에 대해서는 고령자들의 다른 회사 재취업이나 창업을 지원해주는 등의 노력을 하는 정도로 해 부담을 줄여줬다. 한국은 일본의 인구구조를 약 20년 뒤쫓아가고 있으니 조만간 비슷한 현상들이 나타날 수 있다. ○노년, 자신이 ‘있을 곳’을 마련하라인류역사 대부분의 기간, 대부분의 인간은 죽을 때까지 일했다. ‘죽을 때까지’라는 표현이 가능한 것은 평균수명이 짧았던 덕도 있다. 기대수명이 60대에 머물렀던 1960년대까지도 정년 후 남은 시간은 평균 10년이 채 안됐다. 하지만 일본처럼 인구 4분의 1 이상이 고령자가 되고 기대수명이 늘어나면서 고령자들도 일해야 하는 세상이 됐다. 막연했던 노인의 노동이 점차 그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 1975년 도쿄 에도가와 구에서 태동해 1980년대에 일본 정부 지원으로 전국에 설치된 실버인재센터는 당시 노인 노동에 대한 일반의 인식을 잘 보여준다. 이곳에서 소개되는 일자리는 단기·임시직으로 한정해 현역세대의 일을 빼앗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로 했고 고령자들의 수입보다는 삶의 보람과 사회공헌이란 측면이 강조됐다.○실버노동, 주변부 인력에서 중심으로 실버인재센터는 60세 이상 일할 의욕이 있는 사람들이 회원으로 등록하면 공공 민간 개인 등 일손이 필요한 곳의 일감을 의뢰받아 구직자들에게 연결해준다. 일감을 의뢰한 곳은 노동의 대가로 센터에 비용을 지불하고 센터는 이를 회원들에게 ‘배분금’이란 형태로 지급해준다. 일감 대부분은 청소 서빙 주방보조 계산원 등 단기적이고 시간 구속이 없는 가벼운 것이 많지만 외국어 통번역 운전 페인트칠 의류수선 등 어느 정도 전문성이 필요한 일도 늘었다. 센터가 홈페이지에 밝힌 바에 따르면 회원들은 평균 월 8~10일 정도 일하고 월 3~5만엔 정도 받아간다고 한다. 2019년 현재 등록 구직 회원은 72만 5000명, 연간 3215억 엔의 일자리 계약 실적이 있다. 하지만 회원수는 2009년 79만 여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일손부족이 심해지고 제대로 일하고 싶은 고령자는 늘어나면서 센터를 통하지 않고 직접 취업하는 경우가 늘었기 때문이다. 예컨대 직접 편의점 계산대 알바로 취직하면 시급 1200엔을 받지만 센터를 통하면 각종 비용을 빼고 남은 액수를 배분받는 식이 된다. ○노인 일자리, 스스로 창조해야 ‘일하는 노인’은 세계적인 추세다. 미국에서는 베이비부머(1946~1965년생)들이 일하는 비율이 갈수록 높아지면서 역대 가장 강한 ‘시니어 파워’를 자랑한다. 고령화와 일하는 세대의 감소 또한 세계적인 추세라 연금에만 기대기 어려운 세상으로 바뀌고 있다. 설사 수입이 충분하다 해도 늘어난 수명아래 인생은 너무 길다. 인구감소와 고령사회의 출구는 무엇일까. 국내에도 2014년 경 ‘60세 이상만 고용합니다(북카라반)’란 서적으로 소개된 종업원 100여 명의 중견회사 가토(加藤)제작소는 ‘노인 맞춤형 일자리’ 창출의 모범사례다. 일본 기후 현 나카스카와 시에 있는 이 회사는 자동차와 항공기에 쓰이는 금속 부품을 생산하는 판금 가공 공장이다(건설장비 제조업체인 대기업 가토제작소와는 다른 회사다). 1888년 현 사장인 가토 게이지(加藤景司) 대표의 증조할아버지가 건립한 철공소가 출발점이 됐다. 이 회사는 2001년부터 주말과 공휴일에 일할 60세 이상의 실버 직원을 채용해 일본에서 노인일자리 창출 기업으로 손꼽히게 됐다. 당시 상황이 가토 사장이 쓴 책에 상세히 나와 있다. 주문이 쏟아지면서 주 7일 라인을 가동해야 겨우 납품이 가능했지만 인력이 부족했다. 연일 초과근무를 시키기도 어려운데다 야근과 주말수당을 준다면 납품원가가 올라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도 문제였다. 젊은이를 새로 고용하고 싶어도 다들 대도시로 일자리를 찾아 나선 상황이었다. 우연히 ‘나카쓰가와시의 노인 인구 중 절반이 미취업 상태로 그중 17%가 취업을 희망한다’는 연구 결과를 접했고, 노인인력을 활용한다는 데 착목했다. 즉각 ‘의욕 있는 분 구합니다. 남녀 불문, 경력 불문, 단, 60세 이상인 분만’이라는 광고전단을 200장 만들어 가정에 배달되는 신문에 끼워 배포하자 다음날부터 사무실에 문의전화가 쇄도했다. 첫 채용자는 15명이었다. 이들이 주말에 나와 일하면서 주 7일 생산이 가능해졌다. 이후 공장은 1년 365일 연중무휴로 운영되면서 평일 작업자 평균 나이는 39세, 주말 작업자의 평균 나이는 65세 이상이 맡는 체제가 굳어졌다. 불과 몇년 만에 매출은 3배 가까이 늘었다.○‘의욕 있는 분 구합니다. 남녀·경력불문 단, 60세 이상’가토 제작소는 2020년 4월 현재 직원 115명 중 52명이 고령자다. 정년은 ‘직원이 그만두고 싶을 때’다. 80대 직원까지 일하고 있어 60대 직원들은 ‘청년’으로 불린다. 2008년 리먼 사태로 일본 전역에 ‘해고 열풍’이 불었으나 이들은 단 한 명도 해고하지 않았다. 이때도 고령 근로자들이 가진 조건이 도움이 됐다. 기본적으로 연금이 있으므로 수입이 줄어도 생계에 타격을 입을 정도는 아니었다. 이는 ‘주 28시간 이하 근무’를 조건으로 하는 시니어근무의 특성 덕에 가능했다. 일본 근로기준법상 정규 근로시간(40시간)의 3분의 2 이상 일하면 연금을 받을 수 없다. 고령 직원들은 하루 6~7시간, 1주일에 3~4일 일한다. 회사가 고령 직원들에게 지급하는 시급은 800~900엔으로 월급으로 치면 한 달 100만원 정도. 노인들 입장에선 연금과 월급을 동시에 받는 게 이익이어서 그 이상 일할 이유가 없다. 회사도 꼭 필요한 시간에 그들을 활용할 수 있다. 직원들은 “연금 외에 약간의 수입이 생기니 삶에 여유가 생기고 정기적인 일이 주는 리듬감이 생활에 생기를 준다. 무엇보다 ‘나도 사회에 쓸모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가장 큰 기쁨을 준다”고 말한다. ○사회와 본인의 필요에 따라 서로 ‘윈윈’해야실버들의 노동은 개인에게는 생계를 위한 수단이자 삶의 보람과 의미를 찾는 과정이다. 사회 전체로는 복지와 의료의 부담을 줄이고 생산성을 유지하는 수단이 된다. 우리나라는 현재 낮은 출산율에 평균수명이 늘면서 고령화 속도가 급격히 빨라지고 있다. 국내 생산가능 인구는 2017년 3757만 명으로 정점을 찍고 내리막길로 접어들었다. 이대로라면 2010년 생산가능 인구 6.6명이 노인 1명을 부양했던데 비해 2030년에는 2.6명이 노인 1명을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 된다고 한다. 노인들의 노동 참여에 대한 욕구도 충만하다. 그러나 제대로 된 일자리는 많지 않아 보인다. 한국에서 ‘노인일자리사업’으로 불리는 노인노동은 특정 공공일자리에만 한정되는 등 책상머리식 사고에 머물러 있다. 결국 노인에게 주어진 일은 젊은이들과 경쟁해야 하는 극한직업이거나 풀뽑는 시늉이나 하다 끝나는 공공일자리사업 등 양극단의 선택지밖에 없어 보인다. ○노인의 일은 노력에 의해 발굴된다 이런 가운데 일본의 일부 실버인재센터에서 벌어지는 일이 흥미를 끈다. 프로 뺨치는 직업집단을 만들어 자체사업에 나서는 곳이 늘고 있다는 것. 일례로 가와코시 시의 사업팀은 관광가이드사업에 나섰다. 1986년 5명 정도 회원에서 시작했던 이 팀은 현재 36명의 자격있는 가이드가 포진한 지역관광사업의 맹아로 떠올랐다. 이들은 몇년에 걸쳐 공부해야 따낼 수 있는 지역 가이드 자격증을 만들고 자체 사업을 펼치면서 지역 관광에도 이바지하고 있다. 관광가이드에 지역의 역사와 설화 등을 접목시켜 유령의 집 코스 등을 연출하고 도깨비 분장을 하기도 하며 1시간에 1800엔의 수입을 올린다고 한다. 이런 일은 실버 인재들 본인들이 제안하고 준비해서 만들어냈다. 결국 실버들의 일도 사회의 필요와 본인의 부응에 따라 서로 ‘윈윈’이 가능한 선에서 이뤄진다. 일한다는 것, 노동은 세상과의 접점을 가진다는 의미다. 그것이 주어진 일을 하는 게 아니라 점차 새로운 직업을 발명해내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일본은 세계 최고령 사회의 첨단을 가고 있는데 한국이 딱 20년 뒤 따라간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한국은 일본과 역사도 문화도 국민성도 다르지만, 인구 구조 변화가 초래하는 사회현상은 유사할 수밖에 없다. 노후에 대한 고민은 은퇴를 앞둔 세대에 한정되지 않을 것이다. 서영아 기자 sya@donga.com※인생 후반, 더 중요해지는 ‘돈 건강 행복’풍요로운 100세 인생을 맞기 위해서는 반드시 지켜야 할 것이 돈과 건강, 그리고 행복입니다. 이 모든 것은 어느 날 갑자기 갖춰지는 게 아니고 30~40대부터 차근차근 조금씩 준비해나가야 합니다. ‘100세 카페’에서는 특히 인생 2막을 잘 맞이하기 위해 미리미리 준비해야 할 돈과 행복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합니다.}

2012년 7월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당시 일본 총리에게 제출된 보고서 하나가 파문을 불렀다. 제목은 ‘40세 정년제’. 초고령사회 일본이 2050년까지 사회 활력을 유지하기 위한 방안으로 총리직속 국가전략 프로젝트 팀이 제안했다. 민주당이 집권한 지 만 3년 된 시기였다. ‘40세 정년제’가 해고 자유화나 비정규 고용 확대를 노리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아무리 세상이 변했다고 해도 일본은 평생고용을 미덕으로 여겨온 대표적 나라 아니던가. 심지어 일손 부족과 연금 수급연령 상향 탓에 65세까지 고용을 연장하는 제도를 이듬해부터 시작하려던 참이었다. 하지만 내용을 뜯어보면 40세 정년제는 40세에 은퇴하자는 제도는 아니다. 40세에 일단 일을 정리하고 재교육을 거쳐 본래 회사에서 계속 일하거나 다른 일자리를 찾을 수도 있는 사회 시스템을 갖추자는 얘기다. 제안자인 야나가와 노리유키(柳川範之) 도쿄대 경제학과 교수에 따르면 60세 정년제는 기업 내에 인재가 고정돼 경쟁력이 떨어진다. 관리직 승진이 늘어나는 40세 정도에 한 번 정년을 하는 유연한 고용원칙을 도입하면 기업도 개인도 선택지가 늘어난다는 것. 그 대신 기업은 정년 직원에게 1, 2년간 소득을 보전해 주거나 재교육을 지원해야 한다. 또 누구나 70세가 넘어도 적성과 건강상태에 따라 활약할 자리가 부여된다는 전제도 필요하다. 100세 시대에 맞는 일자리 정책 구상인 셈이다. 노다 정권은 그해 말 중의원 선거에서 패해 아베 신조 자민당 총리에게 정권을 넘겨줬지만, 아베 정권도 100세 시대에 맞는 고용대책을 찾기는 마찬가지였다. 생산 연령 인구가 대폭 줄고 초고령화가 진행 중이니 달리 방법이 없었다. 그렇게 아베 정권이 들고나온 것이 ‘1억 총활약 추진본부’와 ‘일하는 방식 개혁’이다. 사회 전반으로 논의가 확대됐다. 회사학 전문가 구스노키 아라타(楠木新)는 아사히신문에 ‘마음의 정년’이란 연재를 시작했다. 직장인은 40세 정도에 자신을 되돌아보고 회사와의 관계를 재정립하라는 것이 그의 권유다. 일반적으로 40세는 입사 뒤 정신없이 일하다가 업무의 의미와 자신의 성장가능성에 불안을 느끼는 일종의 ‘꺾어지는’ 시기다. 동시에 뭔가 새로 시작하기에도 늦지 않은 나이다. 반대로 회사 입장에서는 그 직원이 관리직으로 중용할 대상인가, 혹은 적당히 써먹다가 버릴 대상인가 판단이 갈리는 시기이기도 하다. 이런 관점은 2017년 일본 정부가 만든 ‘인생 100년 시대 구상회의’ 위원으로 초빙된 린다 그래튼 런던경영대 교수와도 일맥상통한다. 그는 100세 시대에는 평생 여러 번 직업을 바꿔야 한다고 내다봤다. 대략 60년에 이르는 노동 수명을 한 가지 직업으로 관철한다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고 재미도 없다는 것. 인생은 과거와 같은 교육 취업 은퇴의 3단계가 아니라 더 긴 탐색기와 중간 휴식기를 가지며 직업을 바꾸는 과정이 될 것이라는 얘기다. 일하는 방식 유연화는 이후 일본 정부 정책과 기업 현장에서 다양하게 구현되고 있다. 많은 회사에서 부업과 겸업을 허용했다. 올 4월부터는 70세까지 고용이 보장되는 제도가 시작됐고, 선택적 주4일제 도입을 정부 차원에서 검토하고 있다. 40대면 직장에서 좌불안석이 되는 한국 현실에는 호사스러운 얘기일까. 다만 인생을 회사에 바치며 넋 놓고 지내다가 돌이킬 수 없는 연령이 된 뒤 경악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아 보인다. 적절한 시기 ‘마음의 정년’을 생각한다면 이런 충격은 막을 수 있지 않을까. 서영아 콘텐츠기획본부 기자 sya@donga.com}

화창했던 2012년 3월의 그날, 은퇴한 네덜란드의 수학교사 윌 피서 씨는 자택에서 가든파티를 열었다. 친지와 친구들 20여 명이 모여들어 오후 1시부터 시작된 파티는 화기애애했다. 피서 씨는 마치 생일파티의 주인공인 것처럼 샴페인 잔을 들고 건배를 외쳤고 모두가 먹고 마시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D데이’, 파티 열고 친지들에게 ‘굿바이’ 3시 경 주치의가 방문해 집안으로 들어가자 피서 부부는 손님들 앞에 섰다. 그때 피서 씨는 주머니에서 담배를 한 대 꺼내 물어 모두를 놀라게 했다. 암(癌) 발병 뒤부터 멀리했던 담배였다. “이게 최후의 한모금”이라며 연기를 들이마신 그는 만족스러운 듯 불을 끄고는 손님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했다. “그럼 여러분, 저는 지금부터 침대로 가서 죽겠습니다. 끝까지 파티를 즐겨주세요. 감사합니다.” 평소 허세가 많던 그여서, 장난기 어린 인사말로 받아들인 손님들은 파티를 이어갔다. 친지 몇 명만이 조용히 침실로 불려가 주치의가 피서 씨에게 안락사 주사를 놓는 장면을 지켜봤다. 향년 66세. 그는 8개월 전 평편상피암 진단을 받았다. 64세까지 교사로 일하다 막 은퇴해 인생을 즐기려던 차였지만 암의 진행속도는 무정하게도 빨랐다. 왼쪽턱뼈 주변에 생긴 암은 불과 반년 만에 목구멍 쪽으로 퍼져 엄청난 통증과 호흡곤란을 가져왔다. 마지막 두 달은 모르핀을 처방받아 격통을 견뎌야만 했다. 그의 부인은 늘 ‘마이페이스’였던 남편을 회고하며 “잔소리꾼이 사라져 후련할 때도 있다”고 말하다간 눈물을 훔친다.○온 가족에게 둘러싸여 작별한 할아버지네덜란드의 시프 피텔스마 씨는 사망 13년 전 심근경색을 이겨냈고 4년 전 발병한 피부암과도 싸워냈지만 10개월 전 인지장애(치매) 판정을 받자 안락사를 실행에 옮기기로 결심했다. 굳은 그의 의지를 자녀들이 말릴 방도는 없었다. 네덜란드에서 안락사 방식은 두 가지다. 의사에게 약물을 주사 맞는 방법과 스스로 치사량의 약을 마시는 것. 약은 상대적으로 시간이 걸려 대부분이 주사를 택하지만 그는 후자를 택했다. ‘자신의 삶은 자신의 손으로 마무리한다’는 원칙을 관철했다. 2013년 11월 그날 오전 10시경 아들딸과 손자들까지 일가 26명이 그의 집에 모였다. 모두 함께 가벼운 식사를 마친 뒤 돌아가며 포옹과 키스를 나눴다. 12시 경 가족들이 둘러싼 거실 탁자에 의사가 약이 든 컵을 놓았다. 그는 컵을 손에 쥐고는 아내에게 “그 노래를 불러달라”고 했다. 아내가 불러주는 추억의 시내트라 노래를 들으며 순식간에 약을 들이켰다. 그리고는 “이제 잠이 오네”라며 앉아있던 소파에 모로 누웠다. 향년 79세였다. 네덜란드에서는 2016년 한해에 6091명이 안락사로 세상을 떠났다. 전체 사망자의 약 4%에 해당한다. 안락사 대상이 되려면 회복의 가망이 없고 견디기 어려운 통증을 가졌다는 점을 인정받아야 한다. 그의 경우 치매가 ‘견딜 수 없는 고통’에 해당되느냐를 놓고 논쟁이 벌어졌다. 주치의가 안락사에 찬성할 수 없다며 집행을 거부하자 그는 기관을 통해 다른 의사를 소개받아 자신의 의지를 관철했다. 그의 안락사를 도운 의사는 “통증에는 육체적인 것 외에 정신적인 것도 있다”며 “‘견디기 어려운 통증’은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없으므로 의사는 괴로워하는 환자를 도와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죽을 권리’ 보장해주는 것도 인권 일본인 저널리스트 미야시타 요이치(宮下洋一)는 2015년부터 2년 간 세계 각국의 안락사 현장을 취재해 ‘안락사를 이루기까지(쇼가쿠칸·小學館)’라는 책을 펴냈다. 위의 사례들은 이 책에서 상세히 르포한 내용의 일부를 요약한 것이다. 초판은 2017년 12월 말 나왔다. 2019년에는 이 책의 속편으로 일본인 중 처음으로 스위스에서 안락사한 고지마 미나 씨 케이스를 처음부터 끝까지 취재한 ‘안락사를 이뤄낸 일본인’을 펴냈다. 이 책은 ‘11월 28일 조력자살’(아토포스)이란 제목으로 한국에도 번역본이 출간돼 있다. 죽음의 영역은 쉽게 접근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미야시타가 안락사가 벌어지는 현장에 몇번이나 직접 참석하고 안락사를 16시간 앞둔 환자를 인터뷰하는 등 촘촘한 취재를 할 수 있었던 데에는 스위스의 의사 에리카 프레지크의 적극적 협조가 있었다. 프레지크는 자살조력 단체 ‘라이프서클’의 대표로, 뇌졸중으로 쓰러져 점차 자유를 잃어가던 부친의 자살을 도운 뒤 이쪽 길로 들어섰다. 부친이 불편한 몸으로 자살을 기도했다가 실패한 흔적을 보며 “사랑하는 아버지가 행복하게 돌아가시는 것을 돕고 싶었다”고 한다. 그 뒤 6년 간 디그니타스에서 일하다가 2011년 자신의 단체를 세웠다. 라이프서클을 통해서는 연간 약 80건의 조력자살이 이뤄지는데 외국인 희망자도 적지 않다. 그는 “인생 마무리에 대해서는 본인의 의사가 존중돼야 한다”고 힘주어 말한다.○개념정리부터 필요한 ‘안락사’ ‘존엄사’ 흔히 ‘안락사’ ‘존엄사’라 쓰이는 단어는 사전적 정의가 통일되지 않았다. 나라마다 문화권마다 같은 단어지만 내용이 다른 경우가 적지 않다. 안락사는 적극적 안락사, 조력자살, 소극적 안락사로 나뉘는데, 적극적 안락사는 환자의 생명을 ‘타인(의사)’이 끊는 것, 조력자살은 타인의 도움으로 환자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 소극적 안락사는 연명 치료를 중단하는 것이다. 이중 연명치료 중지에서 의사의 조력자살까지를 존엄사라 부르는 경우가 많다. 세계에서 적극적 안락사를 허용하는 국가는 네덜란드 벨기에 룩셈부르크 등이 있다. 스위스 캐나다 미국의 오리건, 캘리포니아, 워싱턴 등 일부 주에서는 조력자살이 허용된다. 네덜란드는 2001년 세계에서 가장 먼저 안락사법, 일명 ‘요청에 의한 생명의 종언 및 자살조력법’을 제정했다. 이어 2002년 벨기에에서도 안락사가 허용됐다. 네덜란드와 벨기에에서는 치매와 정신질환자의 안락사도 허용하고 있다. 안락사를 지원하는 방식도 비용도 모두 조금씩 다르다. 스위스는 조력자살만 허용되는데 세계에서 유일하게 외국인의 안락사를 허용한다. 비용은 라이프서클의 경우 스위스인은 4000스위스프랑(약 485만 원), 외국인은 화장과 운반 등의 비용 탓에 1만 스위스프랑(약 1210만 원) 정도 든다고 한다. 네덜란드는 내국인만을 대상으로 하는데 전액 의료보험처리가 된다. 벨기에는 의사의 주사에 의한 안락사만 허용되는데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다. 라이프서클의 프레지크 대표는 생면부지의 일본인 저널리스트인 미야시타 씨의 취재를 적극 돕는 이유로 “각자 자기 나라에서 이같은 활동이 확산되길 바라기 때문”이라고 했다. 갈수록 도와달라고 찾아오는 외국인들의 의뢰가 늘어 곤혹스럽다는 얘기다. 지난해 3월 서울신문은 지금까지 한국인 2명이 스위스 디그니타스를 통해 안락사로 세상을 떴다고 전하기도 했다.○최고의 복지국가이기에 허용되는 안락사스위스건 네덜란드건 안락사를 적극적으로 허용하는 국가들의 특징은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복지국가라는 점이다. 정확히는 고부담 고복지 국가다. 소득의 절반 이상을 세금으로 떼어갈 정도로 세부담이 매우 크지만 복지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어 환자가 생활비나 의료비 때문에 근심걱정할 일은 없다. 이런 상황에서도 누군가가 굳이 안락사를 선택하는 것은 그만큼 고통없는 삶의 마무리가 간절하다는 뜻이 된다. 또 하나 이들 국가가 합리적 사고방식을 가졌고 인권과 ‘삶의 질’을 중시한다는 점도 영향이 큰 듯하다. 이들은 죽을 권리를 보장하는 것도 인권이라 본다. 가족간의 유대가 끈끈하고 개인보다 핏줄을 우선시하는 아시아의 문화권과는 조금 다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야시타는 저서에서 안락사를 감행하는 사람들의 특징으로 독립적이고 주체적인 성격의 소유자가 많더라고 했다. 가령 치매 진단을 이유로 안락사를 택한 피텔스마 씨는 평소 영국 시인 윌리엄 어니스트 헨리의 싯구 “나는 내 운명의 지배자, 나는 내 영혼의 지휘관”을 늘 외우곤 했다는데 그의 마지막 모습과 일맥상통하는 이미지가 느껴진다. ○한계 많은 한국의 ‘존엄사’법우리나라에서 흔히 ‘웰다잉법’ ‘존엄사법’이라 말하는 ‘연명의료결정법’은 연명치료를 중단하는 ‘소극적 안락사’를 뜻한다. 나을 가망이 없는 환자에게 죽음의 과정을 연장하는 불필요한 행위를 하지 말자는 내용이다. 임종 단계 환자는 심폐소생술, 혈액 투석, 인공호흡기 착용같은 연명치료를 시행하지 않거나 중단할 수 있다. 2018년 2월부터 시행에 들어갔고 2019년 3월부터 ‘연명의료’ 대상에 체외생명유지술, 수혈, 혈압상승제 투여가 추가됐다. 이 법 시행 이래 3년 여 간 연명치료를 거부하고 존엄사를 택한 사람은 15만 여 명에 달했다. 훗날 치료 불가능한 상태에 빠졌을 때 연명의료를 거절한다는 의향서를 미리 작성해 놓은 사람도 4월 현재 87만 명으로 3년 전보다 10배 이상 늘었다. 다만 본인 의지로 죽음을 연장하는 것은 거부할 수는 있지만 죽음을 앞당기는 것은 인정되지 않는다. ○법조계에서 존엄사법 제정 촉구 움직임지난해 7월 200여 변호사들의 모임인 ‘착한법만드는사람들’이 존엄사법 입법을 촉구하는 세미나를 열었다. 존엄사 관련해 제대로 된 법이 발의되지 않아 ‘사각지대’로 남았으며 이 때문에 스위스 같은 안락사 허용 국가를 찾아가는 한국인이 생겨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 자리에서는 “연명의료결정법보다 환자의 자기운명결정권의 행사폭을 넓히는 ‘존엄사법’을 만들어 관련 내용을 다듬어 나갈 필요가 있다”는 문제제기가 나왔다. 다만 한국의 경우처럼 생계를 걱정해야 할 노인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는 안락사 문제를 논의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겠다는 생각도 든다. 갑자기 늘어난 수명에 별다른 준비없이 맞게 될 노후를 걱정하는 한국에서 자칫 안락사는 손쉬운 도피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가령 가족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안락사를 선택하는 사람이 생겨날 수 있고 누군가에게는 이 법 자체가 ‘사회에 부담 주지 말고 죽으라’는 압력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결국 안락사가 허용되려면 확고한 개인주의와 인간 권리에 대한 존중 문화, 탄탄한 복지 시스템이 전제가 돼야 한다. 좀더 많은 돈과 노력과 사회적 성숙이 필요한 것이다. 죽음의 자기 결정권은 인간에게 주어진 권리인가, 혹은 자연 섭리에 반하는 오만인가. 답을 내기는 쉽지 않지만 진지하게 생각해보고 타인의 의견에도 귀기울이는 사회적 공론화 과정은 그 자체가 사회적 성숙 과정이기도 하다. 서영아 기자 sya@donga.com※인생 후반, 더 중요해지는 ‘돈 건강 행복’풍요로운 100세 인생을 맞기 위해서는 반드시 지켜야 할 것이 돈과 건강, 그리고 행복입니다. 이 모든 것은 어느 날 갑자기 갖춰지는 게 아니고 30~40대부터 차근차근 조금씩 준비해나가야 합니다. ‘100세 카페’에서는 특히 인생 2막을 잘 맞이하기 위해 미리미리 준비해야 할 돈과 행복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합니다.}

1980년대를 풍미한 일본 드라마 ‘오싱’의 작가 하시다 스가코(橋田壽賀子) 씨가 지난 4일 만 95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1925년 5월생인 그는 2016년 ‘나는 안락사로 가고 싶다’는 글을 유명월간지 분게이슌주(文藝春秋)에 기고해 큰 파장을 불렀던 인물이다. 기고에서 그는 스위스의 안락사 사례 등을 들며 일본에서도 안락사가 허용됐으면 좋겠다고 주장했다. 반응은 뜨거웠다. 문예춘추사가 1년간 독자투고가 가장 많은 기사에 주는 ‘문예춘추 독자상’을 받았을 정도였다. 죽음을 논하는 것이 금기시돼온 일본에서 관련 논의와 연구가 급격히 늘어났다.○91세 때 ‘나는 안락사로 죽고 싶다’ 기고로 파문…사회적 논쟁 벌어져 신문기사 등에 따르면 하시다 씨는 올해 2월 하순부터 급성 림프종 치료를 위해 도쿄의 병원에 입원했다. 3월에 자택 근처인 시즈오카 현 아타미의 병원으로 옮겨 치료를 이어갔고 4월 3일 자택으로 옮겨 4일 세상을 떠났다. 임종은 인근에 살던 그의 드라마의 단골 출연자 이즈미 핀코 씨가 지켰다고 한다. 고인의 유지에 따라 장례는 치르지 않았고 5일 화장돼 안장됐다. 하시다 씨는 평소 입버릇처럼 자신의 부고를 매스컴에 알리지 말고 장례식도 치르지 말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그의 사망소식은 하루 뒤 미디어에 알려졌다. 그의 죽음을 알리는 인터넷 기사에는 동시대를 함께 헤쳐왔음직한 독자들의 명복을 비는 댓글이 줄줄이 달려 있었다.○“내 심장이 멎어도 구급차는 부르지 말아 달라” 당초 그가 원했던 것은 일본에서의 안락사였지만 현실의 벽은 두터웠다. 개인적으로 스위스로 가는 방안도 모색했지만 쉽지 않은 일이었다. 도쿄특파원 시절이던 2018년 3월 그를 인터뷰했는데 “스위스에서의 안락사는 포기했다”며 “대신 자택에서 편안한 임종을 도와주는 의사를 만나 세상을 뜨고 싶다”고 했었다. 그의 표현을 빌자면 ‘안락사 가까운 존엄사’다. 주변에는 “내 입으로 밥을 못 먹게 되거든 음식을 잘게 부수거나 갈아서 먹이지 말아 달라, 심장이 멎어도 구급차를 부르지 말아 달라”고 말하곤 했다. 하시다 씨를 만나기 전 인터뷰 신청 자체를 망설였던 기억이 있다. 아무래도 신문기사를 통해 죽음을 논한다는 것이 걱정스러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터뷰 기사에 달린 댓글들을 보니 그런 망설임이 기우였음을 알 수 있었다. 대부분이 하시다 씨의 안락사론에 강한 공감을 표하는 내용들이었다. 특히 “내가 나일 수 있을 때라는 말이 뼛속 깊이 다가온다”거나 “안락사라는 보험이 있다면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다”는 글들이 그랬다.○소수의 나라, 지역만이 적극적 안락사 허용 안락사는 적극적 안락사와 소극적 안락사로 나뉜다. 연명치료를 중단하는 한국식 존엄사는 큰 틀에서 보자면 ‘소극적 안락사’에 해당한다. 해외에는 적극적으로 의사의 도움으로 약물을 주입해 죽음을 앞당기는 ‘적극적 안락사’를 도입한 나라들도 있다. 스위스, 네덜란드, 벨기에, 룩셈부르크와 미국의 뉴멕시코, 캘리포니아, 워싱턴 등 일부 주를 꼽을 수 있다. 이 중 외국인의 안락사를 지원하는 곳은 스위스가 유일한데, 디그니타스(DIGNITAS)를 비롯해 3개 단체가 활동 중이다. ○“인간에게는 자신의 죽음을 선택할 권리가 있다” 문예춘추사는 하시다 씨의 기고를 실은 4개월 뒤 사회 원로급 저명인사들을 대상으로 실명 설문조사를 실시해 특집(2017년 3월호)으로 실었다. 응답자 60명 중 33명이 ‘적극적 안락사’에, 20명이 ‘존엄사에 한해’ 찬성했다. ‘안락사 존엄사 모두 반대’는 4명에 불과했다. 고령자일수록 안락사에 찬성하는 비중이 높았다. 이들은 질문을 자신의 문제로 여기고 답을 하고 있었다. ‘안락사 찬성’ 이유로 가장 많이 꼽힌 것은 “인간에게는 자신의 죽음을 선택할 권리가 있다”는 것, 둘째는 “주변에 피해를 끼치고 싶지 않다”는 것이었다. ‘존엄사만 찬성’하는 이유로는 “연명을 원치 않는 것과 스스로 죽음을 원하는 것의 차이는 크다”는 답변이 많았다. ‘모두 반대’하는 이유는 “죽음이란 모든 생물에게 자연의 섭리이니 인위적으로 바꿔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어떻게 죽을 것이냐”=“어떻게 살 것이냐” ‘어떻게 죽을 것이냐’는 결국 ‘삶의 질’ 문제가 된다. 하시다 씨에게서 배운 것은 죽음을 선택하는 권리가 내게 있음을 확인하는 것 자체가 지금까지 자신이 살아온 삶에 대한 긍정이자 마지막 순간까지 더 열심히 살고자 하는 의지를 북돋는 일이라는 것. 가령 스위스의 안락사 조력단체 디그니타스는 등록 조건이 엄청나게 까다롭지만, 막상 온갖 어려움을 이겨내고 회원이 된 뒤 안락사를 실행에 옮기는 사람은 3%에 불과하다고 한다. “결국 사람들은 선택지를 찾는 겁니다. 안락사 허가는 안심을 확보하는, 마음의 보험입니다. 죽음을 생각하면 누구나 불안해지죠. 여차할 경우 이런 선택지가 있다는 걸 생각하며 더 열심히 삶에 임하게 되는 것 아닐지요.”(하시다 스가코) 그러고보면 사고로 장애를 입은 데다 잠시도 그치지 않는 통증을 얻게 된 젊은이가 가까스로 안락사 허가를 받은 뒤 오히려 자신의 현 상황을 긍정하고 장애인 올림픽 출전 준비를 시작했다는 글도 어디선가 본 적이 있다. 생전에 많은 명예와 인기를 누렸던 하시다 씨는 세상과 결별하는 순간 본인의 뜻을 관철했던 것일까. 이런 하시다 씨의 생전 권고가 의미심장했다. “매년 자신의 생일에는 어떻게 죽을 것인지 한번씩 생각해보세요. 삶에 대한 태도가 달라집니다.”○NHK드라마 ‘오싱’으로 최고시청률 62.9% 기록한 인기작가 그의 대표작은 일본 공영방송 NHK가 1983년 4월부터 1년간 방영한 아침 드라마 ‘오싱’. 가난한 농촌 출신 여성이 기업을 일궈내는 과정을 그려내 최고 시청률 62.9%를 기록했다. 아시아와 중동 등 세계 60여 개국에서 방영됐고 한국판 영화로도 제작됐다. 그는 2019년까지도 현역작가로 일했다. 1990년 시작된 TV드라마 ‘세상살이 원수천지’는 시즌을 거듭하다가 2000년대 들어 매년 9월 경로의 날에 1회씩 특별방영됐다. 가족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드라마여서, 주인공이던 부모 세대가 늙고 자녀세대가 부모가 돼 가족을 꾸려가면서 스토리는 무한정 펼쳐졌고 연 1회씩 방영되면서 시대정신도 반영됐다. 이 연간 드라마는 2019년까지 방영됐는데 지난해는 코로나 탓인지 건너뛰었다. 그러고보면 지난해 코로나 사태 초기 요코하마 항에 정박한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 봉쇄로 시끄러웠을 때, 그의 안부가 궁금했다. 그의 유일한 낙이 크루즈 여행이었는데 당분간 그것도 못하겠구나 하는 생각 때문이다. 그리고는 여름쯤 그의 말투 그대로 “아타미(자택)에서 얌전하게 ‘방콕’ 중”이라는 소식을 일본신문 한 귀퉁이에서 본 기억이 난다. ○한국에서 급증하는 ‘웰다잉’ 의향서 한국에서도 죽음의 문화는 급속도로 바뀌고 있다. 수명이 길어졌지만 건강하지 않은 여생 또한 길어졌다. 이에 불필요한 의료로 고통의 시간을 연장하는 것을 지양하고 인간의 기본권으로서의 ‘죽음의 자기결정권’을 찾자는 움직임도 갈수록 부각되고 있다. 2018년 2월부터 ‘웰다잉법’, ‘존엄사법’이라 불리는 ‘연명의료결정법’이 시행됐다. 나을 가망이 없는 환자에게 죽음의 과정을 연장하는 불필요한 행위를 하지 말자는 법으로 ‘소극적 안락사’라 할 수 있다. 임종 단계 환자는 심폐소생술, 혈액 투석, 인공호흡기 착용 등 연명치료를 시행하지 않거나 중단할 수 있다. 또 적극적으로 고통을 줄이고 가족과 따뜻한 작별을 나누며 품위 있는 죽음을 맞을 수 있도록 도움 받을 수 있다. 연명의료법 시행 만 3년을 넘긴 4월 9일 현재 복지부 집계에 따르면 연명치료를 거부하고 존엄사를 택한 사람은 15만97명에 달했다. 나중에 치료 불가능한 상태에 빠졌을 때 연명의료를 거절한다는 의향서를 미리 작성해 놓은 사람이 약 87만 명이다. 모두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의향서 등록자는 연령대별로는 70대가 가장 많고 여성이 남성의 두배가 넘을 정도로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서영아 기자 sya@donga.com}

‘100세 카페’ 기사에 달린 댓글 중 “100세는 과장”이라거나 “주변에 100세까지 사는 사람 거의 못 봤다”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 그래서 찾아봤다. ‘100세 시대’라는 표현, 근거가 있는 얘기인가. 우리가 100살까지 살 확률은 얼마나 될까. ○살아갈수록 수명이 연장된다 1960년대 필자가 태어났을 때 한국인 기대수명은 60세가 채 안 됐다. 기대수명이란 출생부터 생존할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수명을 말한다. 통계청 조사가 시작된 1970년의 신생아(남녀 평균)의 기대수명은 62.3세였다. 2019년 태어난 신생아의 기대수명은 83.3세다(통계청 2019 생명표). 50여년 만에 수명이 무려 21년이나 늘었다. 여성이라면 1970년 기대수명은 65.8세였고, 2019년에는 86.3세로 늘어났다. 신생아의 기대수명만 늘어난 게 아니다. 같은 통계에서 2019년에 60세인 여성의 기대여명(남은 평균수명)은 28.1세다. 이 여성은 88.1세까지 살 것이 기대된다는 얘기인데, 2019년생 신생아보다 수명이 더 길다. 같은 해 80세 여성 생존자의 기대여명은 10.7년으로 90세를 가뿐히 넘긴다. 살아가면서 수명이 연장되는 셈이다. 100세 인생을 논할 때 많이 거론되는 통계는 미국 UC버클리와 독일 막스플랑크인구통계연구소가 공동으로 내놓는 인간수명 데이터베이스에 기초한 통계다. 런던경영대의 린다 그래튼 교수와 앤드루 스콧 교수의 공저 ‘100세 인생(2016)’도 첫머리에서 이 통계를 인용했다. 책에 따르면 인류의 기대여명은 1840년 이후 매년 3개월씩 늘어왔다. 10년마다 2~3년씩 늘었다는 뜻이다. ○인간 수명 500세 연장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오늘날 선진국의 기대수명은 80~85세로 추정되지만, 코호트 분석을 통하면 100세가 넘는다고 ‘100세 인생’은 지적한다. 가령 2007년 선진국에서 태어난 아이들이라면 104세까지 살 가능성이 50%나 된다. 만약 그 아이가 세계 최고의 장수국가 일본에서 태어났다면 107세까지 올라간다. 이어 10년 단위로 보자면 1997년생이 101~102세, 1987년생은 98~100세, 1977년생은 95~98세, 1967년생은 92~96세까지 살 가능성이 50%라고 한다. 그렇다면 수명은 끝없이 늘어날 것인가. 노화와 장수 분야의 권위자인 하버드 의대 데이비드 싱클레어 박사는 인간은 조만간 150세까지 살 수 있다고 ‘공식적으로’ 주장한다(노화의 종말·2020). 최근에는 인공지능(AI)과 생명공학 기술의 힘으로 영생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믿는 의과학자들도 적지 않다. 구글이 2013년 설립한 바이오기업 칼리코(Calico)는 인간 수명을 500세까지 연장시키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이런 노력들에 힘입어 당분간 수명연장 속도는 더 빨라질 수 있다.○의학과 공중보건이 수명 연장에 기여인류의 평균수명이 연장된 데는 공중 보건과 의료기술 발달이 큰 기여를 했다. 가장 먼저 영유아 사망률이 급속도로 줄었다. 한국에서도 과거 아기의 100일 잔치나 돌잔치는 살아남았음을 축하하는 행사였다. 영유아 사망률이 워낙 높다보니 아기가 태어나 돌을 넘겨야 호적 신고를 했다는 식의 얘기도 많다.그 다음은 중년의 각종 질병을 다스리게 됐다. 건강 검진과 위생 향상, 식생활 개선, 생활습관 개선 등을 통해 40대, 50대에 급환으로 사망하는 사람의 숫자는 극적으로 줄었다.마지막 단계는 노년 질환인데, 암, 치매, 뇌나 심장 등 까다로운 질환들이 적지 않다. 위에 언급한 하버드 의대 싱클레어 박사의 경우 노화 자체를 질병으로 보고 치유의 길을 찾고 있다. 질병은 노년으로 갈수록 다스리기 까다로워지고 돈도 많이 든다. 개발도상국의 경우 출발은 늦었지만 영 유아 사망률부터 빠른 속도로 개선되고 있다. 가령 1900년 인도인의 기대수명은 24세, 미국인은 49세였다. 1960년 미국인의 기대수명이 70세가 됐지만 인도인은 41세에 머물렀다. 하지만 2014년 인도인의 기대수명은 67세로 70대 후반인 미국과의 격차는 급격히 좁혀졌다.○급속도로 달라진 장수에 대한 감각한국의 100세 이상 노인은 2019년 기준 1만8505명으로 인구의 0.03%에 불과하다. 노인대국 일본에서는 지난해 100세 이상 생존자가 8만 명을 넘어섰다. 수명에 대한 감각 차이는 세대 간에도 확연히 다르다. 1960년대 초반 태생인 A씨가 1980년대에 갓 환갑을 치른 부친에게 유학을 가고 싶다고 했다. 이 부친은 “아비가 육순을 넘겨 언제 저 세상 사람이 될지 모르는데 어딜 가겠다고 하느냐”며 역정을 냈다. 아버지는 그 뒤 30년을 더 살다가 세상을 뜨셨다. 1980년대만 해도 시골에서 60대는 언제 어찌될지 모르는 노인이었다는 얘기다. 실제 1985년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68.9세였다. 하지만 요즘 60세는 청년이라 환갑은커녕 생일잔치조차 하기 민망하다고 한다. 아마도 2007년생들이 100세가 되는 2107년에는 이들의 100세 생일잔치가 요즘 환갑처럼 인식될 것이다. ○청년 노인이 늘고 있다수명이 늘어나는 현상과 함께 노인들이 젊어지고 있다. 과거 60세와 요즘 60세는 건강 상태가 확연히 다르다. 대개 사망에 이르기 전 질병에 시달리는 유병 기간도 압축되는 추세라고 한다. 건강한 노인 시절을 살아가는 기간이 늘고 있다는 뜻이 된다. 장수시대에는 자기 나이에 0.7을 곱해야 과거 선배들의 나이와 비슷해진다는 말이 있는데, 린다 그래튼 박사도 같은 주장을 한다. 그래튼 박사는 2017년 62세였던 당시 일본인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오늘날의 60세는 과거 40세와 건강 상태가 비슷한데 과거 40세보다 20년분 많은 경험을 했다”며 일에서 나이로 인한 차별은 사라져야 한다고 주장했다.수명 연장은 삶의 스케줄도 늦추고 있다. 결혼하고, 아이 갖고,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나이가 갈수록 늦춰지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평균 초혼 연령은 1960년 남성 25.4살, 여성 21.6살에서 2015년 남성 32.6살, 여성 30.0살로 높아졌다. ○흔해진 장수…순은제 술잔이 도금 술잔으로일본은 1963년 9월 15일을 ‘경로의 날’로 정하고 100세를 맞이한 고령자에게 총리와 자치단체장 등이 기념품을 보냈다. 자치단체장 선물이야 제각각이었지만 총리 기념품은 순은으로 만든 술잔 사카즈키(銀杯)로 정해져 있었다. 잔 한가운데에 ‘목숨 수(壽)’자가 새겨져 있고 겉면에 날짜와 총리대신 글자가 새겨져 있다. 첫해에 153명이 은배를 받았다.그런데 이 은배가 2015년 6월 전문가 회의에서 논란의 대상이 됐다. 새로 100세를 맞는 고령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기 때문이다. 새로 100세 생일을 맞는 고령자는 2003년에 1만 명, 2009년 2만 명, 2015년 3만 명을 각각 넘어섰다. 지난해에는 4만 명을 넘었다.결국 은배는 2016년도부터 디자인은 유지하되 동과 아연 등 합금에 도금한 것으로 바뀌었다. 가격은 개당 7600엔(약 8만원)에서 절반으로 떨어져 후생노동성 관련 사업비도 2.7억 엔(2015년도)에서 1.5억 엔(2016년)으로 줄었다. 일본에서는 다음에 이 은배가 도마에 오를 때는 아예 다른 기념품으로 대체될 것으로 전망한다. ○학업-직장-은퇴의 3단계 생애 공식 잊어야100세 시대에는 일하는 방식과 인생 로드맵이 확 달라져야 한다. 린다 그래튼 박사는 기성 세대에게 당연했던 ‘학업-직장-은퇴’라는 3단계 인생 모델은 의미를 잃었다고 지적한다. 대학 교육까지 20여 년 기간을 거친 뒤 취직해 65세까지 근 35~40년 일하고 은퇴한 뒤 10여 년 유유자적(悠悠自適)하는 식의 인생 설계가 통하지 않게 된 것이다. 대신 100세 시대에는 서로 다른 세대들이 뒤섞여 일하고 공부하는 사회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누구나 길어진 삶을 위해 젊어서부터 인생을 신중하게 설계해야 하고 평생 여러 개의 직업을 갖고 더 오래 일해야 한다. 그러려면 인생 중간 중간에 재교육이 필수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사실 100세 시대는 사회가 거대한 시험대에 오르는 일이 될 수 있다. 교육, 취업, 연금, 재교육 등 사회 프로그램 전반에 대한 재검토가 불가피해진다. 개인으로서는 인생이 길어질수록 신중함이 필요해진다. 일부 청년들이 취업을 위한 탐색 기간을 길게 갖고, 결혼과 출산을 늦추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해석할 수도 있다. 배우자든 직장이든, 잘못된 선택이 더 오랜 기간 고통을 안겨주는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징검다리 역할 기성세대, 젊은 세대에 부담 떠넘기지 말아야결국 현재 30~40대라면 100세, 50~60대라면 90세는 넘긴다고 각오하고 인생 설계를 하는 게 바람직할 듯하다. 자식 세대의 도움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자식 세대는 그들 앞에 주어진 100년 이상의 인생만 해도 버겁기 때문이다. 요즘 태어나는 세대의 미래는 상상도 못할 정도로 기성세대와 다를 것이다. 그 아이들 앞에서 ‘라떼는 말이야’는 명함도 못 꺼내는 시대가 와 버렸다.특히 저출산으로 인해 젊은 세대는 숫자가 적어 사회복지 비용에 대한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적어도 이들에게 부양 부담이나 빚을 떠넘기지 않는 것이 가장 도와주는 길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한국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재정적자 비중이 적은 편’이라며 나라 빚을 더 늘려도 된다는 소리가 더욱 무책임하다. 일본 노년심리학자 사토 신이치는 ‘나이든 나와 살아가는 법(2020)’에서 70대는 타인의 도움을 받아가며 ‘세대 전승(傳承)을 생각하는 시기’로 규정했다. 세대 전승은 자식이나 아랫세대에게 이어주고 남겨줄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실천하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 늙음을 상실이 아니라 새로운 세계를 개척할 기회로 만들어준다고 강조한다. 4월 2일자 한 일간지 에 실린 104세 할머니는 코로나19 백신을 맞는 이유를 ‘손자들에게 옮기지 않으려고’라고 했다. 인간이 살았던 흔적은 결국 후대에 대한 사랑으로 남겨진다. 서영아 기자 sya@donga.com※인생 후반, 더 중요해지는 ‘돈 건강 행복’풍요로운 100세 인생을 맞기 위해서는 반드시 지켜야 할 것이 돈과 건강, 그리고 행복입니다. 이 모든 것은 어느 날 갑자기 갖춰지는 게 아니고 30~40대부터 차근차근 조금씩 준비해나가야 합니다. ‘100세 카페’에서는 특히 인생 2막을 잘 맞이하기 위해 미리미리 준비해야 할 돈과 행복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합니다.}

지난주 “20년 내 일본의 절반이 사라진다”는 제하에 쓴 인터넷 기사 조회수가 하루 만에 200만 뷰를 넘겼다. 2014년 5월 ‘지방 소멸’을 경고하며 일본 사회에 충격을 던진 ‘마스다 보고서’로 시작해 일본의 늙어가는 아파트 단지 얘기를 다룬 ‘100세 카페’ 기사였는데, 이런 문제에 사람들의 관심이 엄청나다는 것을 새삼 알았다. 흔히 ‘일본은 한국의 미래’라는 말이 있지만, 부분적으로만 맞는 말이다. 고령화나 인구 감소 등의 수치에서 한국은 일본의 20년 뒤를 쫓아가지만 저출산만큼은 일본을 앞질렀다. 마스다 보고서에 대한 일본 정부의 반응은 어땠을까. 아베 신조 총리는 그해 9월 개각에서 ‘지방창생(蒼生)’ 장관직을 신설하고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을 그 자리에 앉혔다. 아베는 인구 문제를 ‘국난(國難)’이라고 표현했다. 본래 ‘군사 오타쿠’라 불리던 이시바도 확 바뀌어 “일본 안보의 최대 위협은 북한 미사일보다 저출산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후로도 ‘지방이 살아야 국가가 산다’며 지방의 젊은 세대 유치를 독려했다. 2012년부터 총리 자리를 놓고 경합했던 두 사람은 내내 으르렁대는 정적(政敵)이었지만 이 문제에 대해서만은 위기의식을 공유했다. 인구 대책은 아베 정권 내내 다양한 방식과 구호로 등장하곤 했다. ‘1억 총활약사회’를 내걸고 희망출산율 1.8을 제시했다. 젊은이들이 안심하고 아이를 낳아 기르게 하겠다며 정부가 기업에 임금 인상을 압박하는가 하면 ‘일하는 방식 개혁’을 주창했다. ‘보수의 원류’인 아베의 입에서 ‘동일노동 동일임금’이니 ‘장시간 노동규제’ 등 노조위원장 뺨치는 주장이 쏟아져 나왔다. 종국에는 실질적으로 이민을 허용하는 정책마저 도입했다. 사실 인구 구조는 아무리 애써도 하루아침에 개선되지 않는다. 가령 오늘부터 세상이 확 변해 출산율 2.0이 회복된다고 해도 출생아 수는 하향 곡선을 이어간다. 가임 여성이 줄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2005년 사상 최저인 1.26을 찍은 일본의 출산율은 2012년부터 1.4 이상을 유지했다. 2019년 출산율이 다시 1.36으로 내려앉고 출생아 수 90만 명 선이 사상 처음 무너지자 일본인들은 ‘86만 쇼크’라 부르며 “국가 존속의 위기”라고 탄식했다. 일본 정부 내에서는 저출산에 대해 ‘아이 낳을 환경이 되지 않는 사회에 대한 청년 세대의 저항’이라는 반성의 목소리가 나왔다. 청년들이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어)’을 외치는 한국에도 미래는 빠른 걸음으로 다가오고 있다. 2017년 30만 명대로 떨어진 출생아 수는 3년 만인 지난해 20만 명대로 주저앉았다. 지난해 인구 감소 원년(元年)이 됐다는 소식이 연초에 나왔지만 언론에서나 약간 거론됐을 뿐이다. 이어 정부는 지난해 합계출산율 0.84라는 수치를 발표하며 ‘코로나 탓’을 했다. 대통령은 비상 국무회의조차 한 번도 열지 않았다. 2018년 이래 출산율이 제로대로 떨어져 바닥을 기고 있지만 정권 차원에서 책임감을 갖고 걱정하는 목소리는 찾아보기 어렵다. 저출산 예산으로 지난해에만 45조 원을 투입했다는데, 각 부처가 편한 대로 쪼개 쓴 돈이 어디로 갔는지 표도 나지 않는다. 오히려 ‘지방 소멸’을 피부로 느끼는 지자체들이 온갖 지원금제도를 강화하는 등 각자도생의 노력을 눈물겹게 벌일 따름이다. ‘지방 소멸’ 다음은 ‘국가 소멸’이다. 5년짜리 단임 정권인 탓일까. 권력의 시선은 선거에만 쏠리고 한국이 사라진다는데도 도무지 관심이 없다. 나라의 미래에 관심이 없는 정치는 왜,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 것일까. 서영아 콘텐츠기획본부기자·국장급 sya@donga.com}

시간의 흐름 속에 결과가 정해진 미래가 있다. 누구나 언젠가는 죽는다는 섭리가 그러하다. 인구 구조도 10년 뒤, 20년 뒤의 사회 모습을 예측할 수 있게 해준다. 지난해 고령화율(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비율) 28.7%를 기록한 일본은 세계 최초이자 최고의 초고령 국가다. 사망이 부쩍 늘어난 ‘다사(多死) 사회’를 맞이했다는 얘기다. 죽음은 개인에게는 한 우주가 사라지는 경험이자 삶의 마침표를 찍는 큰일이다. 하지만 전쟁도 아닌데 죽음이 몰려 닥쳐온다면 어떻게 될까.○다사(多死) 사회, 노인이 많으면 죽음도 많다일본 인구에서 고령자 비중이 20%를 넘겨 ‘초고령 사회’가 된 해는 2005년이다. 그 이듬해 일본 후생노동성은 ‘2030년이면 연 47만 명이 죽을 장소를 찾지 못하는 임종(臨終) 난민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때가 되면 연간 사망자가 160~170만 명이 돼 의료와 간병 시스템이 따라갈 수 없는 상태가 된다는 암울한 전망이었다. 의료비와 사회보장비가 팽창하고, 병원에서도 집에서도 사망 전에 간호를 받거나 임종할 수 없는 사람이 대폭 늘어난다고 내다봤다. 현재는 연간 사망자 130여 만 명 중 76%가 병원에서 임종을 맞고 있다.○시사용어가 된 ‘2025년 쇼크’이 같은 경고에 놀란 아사히신문 요코하마(橫濱)총국은 이 문제를 지역 사회의 과제로 설정하고 특별취재반을 만들었다. 타겟 연도를 5년 당겨 ‘2025년 쇼크’라는 제목을 붙인 기사 시리즈가 2013년부터 3년간 매주 현지 가나가와(神奈川)판에 연재됐다. 이 지역 고령화율이 전국 평균보다 5년 정도 높고 2025년이 되면 약 700만 명인 ‘단카이(團塊)세대(1947¤1949년생 베이비붐 세대)’가 모두 75세 이상이 되기 때문이다. ‘2025년 쇼크’는 시사용어로 굳어졌다. 일본 정부의 대응 방침은 더 이상 병상수를 늘리지 않는 대신 고령자의 의료와 간병을 지역사회로 돌린다는 것이다. 그래서 ‘익숙한 지역에서 최후까지’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지역포괄케어시스템’ 구축을 서두르고 있다. 이밖에도 환자의 요양 병상에 일상의 기능을 더한 ‘재택형 의료병상’이나 홈 호스피스 체제도 확대되고 있다. ○노인 절반 이상의 소망은 “최후는 정든 집에서”…현실은?이 같은 정부 방침은 노인들의 소망과도 맞아떨어진다. 여론조사에서 일본인의 50% 이상이 자택에서 임종하기를 원하지만 현실은 76%가 병원에서 마지막을 맞는다(표 참조). 병원에서 임종을 원한다는 사람 중에는 ‘가족에게 폐 끼치기 미안해서’ 병원을 택하는 노인들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3년간 ‘2025년 쇼크’팀의 취재반장을 맡았던 사토 유(佐藤陽) 기자는 2025년 쇼크에 대응하기 위해 가장 빨리 움직인 곳으로 인구 40만의 도시 요코스카(橫須賀)를 꼽았다. 2011년부터 지자체와 의사회, 병원이 중심이 돼 ‘재택요양연대회의’를 세우고 재택의료를 뿌리내리려고 노력한 결과, 당시 재택임종 비율 22.9%로 전국 1위를 기록했다. 그는 이 움직임을 이끈 중심인물로 지바 준(千場純) 원장을 소개해줬다. ○“이 병은 낫지 않습니다. 남은 시간을 소중히 누리세요”2017년 1월 하루 시간을 내 지바 원장의 방문 진료를 동행했다. 오전엔 자신의 병원에서 진료를 본 뒤 오후에 간호사 1명을 대동하고 일곱 집을 도는 강행군이다. 지바 원장이 경차를 직접 운전하며 환자 가정을 찾아다녔다. 모두가 치료 불가능한 질병 탓에 의사가 자택을 정기적으로 방문하는 재택의료를 받는 환자들이다. 프라이버시를 중시하는 일본인들이지만 가는 집마다 한국에서 왔다는 기자를 스스럼없이 받아줬다. 지바 원장에 대한 신뢰가 두터움을 느낄 수 있었다. 첫 집은 알츠하이머와 류머티즘으로 10년째 누워 지내는 80대 어머니를 40대 초반 딸이 혼자 돌보고 있었다. 간호사가 바이탈 점검하고 혈액을 채취하며 움직이는 동안 원장은 딸을 격려하는 데 힘을 쏟았다. 그녀가 밤에 응급 상황이 벌어질 것을 걱정하자 그는 “비상 전화로 연락하라”며 “혹시 일이 잘못되더라도 본인 탓이 아니라는 걸 잊지 말라”고 했다. “어머니는 나을 병이 아니니 편안하게 해드리는 것에만 신경 쓰라”는 조언도 했다. ○재택의료 위한 지역 네트워크 시스템다음으로 찾아간 70대 췌장암 환자는 이날이 재택의료 첫날이다. 불과 반년 만에 체중이 절반으로 줄었고, 병원에서는 더 이상 치료가 어렵다고 했단다. 환자의 침대 바로 곁에서 부인과 아들 딸, 며느리, 방문간호사와 의료업체 직원, 케어플래너, 지바 원장이 둘러앉아 치료 방법을 상의했다. 재택의료를 위해 지역에 촘촘한 역할 분담 네트워크가 만들어져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지바 원장은 환자 상태를 체크하고 상세한 치료 계획을 세워 나갔다. “의사 방문은 일단 월 2회로 시작하겠습니다. 방문간호사는 주 2회 오시고, 환자의 목욕도 맡아 주세요. 이를 위한 용구를 의료업체 직원이 준비해 주시고요. 약은 500엔(약 5100원) 정도 내면 배달에 투약 지도까지 해주는 시스템이 있으니 그걸 이용하시면 됩니다.” 가족이 “환자가 통 음식을 먹지 않는다”고 하소연하자, 지바 원장은 “먹는 일 자체가 힘들어서 그런 것”이라며 “본인이 원하는 대로 해드리라”고 조언했다. 병세의 진행 과정에 대해 가족에게 설명하고 마음의 준비를 도왔다. “어느 순간부터 엄청난 고통을 호소할 수 있는데 그때는 마약 성분의 진통제를 사용하게 된다”는 말에 가족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재택임종을 결정한 가족의 표정은 의연하지만 밝았다환자가 집에서 임종하겠다는 뜻이 워낙 강해 가족들은 재택임종을 받아들였다고 했다. 일단 각오를 하고 나서인지 환자도 가족도 분위기가 밝다.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 중 수십년 전 환자 부인이 시부모님의 임종을 집에서 치렀다는 얘기가 나오자 누워있던 환자의 표정이 유달리 환해졌다. 믿음직한 부인에게 최후의 나날을 맡길 수 있어 다행이라는 안도감이랄까, 자신감이 피어난다. 지바 원장은 느닷없이 가족에게 “아버지 인생에서 가장 빛났던 시기는 언제냐, 가족과의 좋은 추억은 뭐냐”고 묻고, “그 시절 얘기를 아버지와 많이 나누라. 생기가 돌아올 것”이라고 조언했다. “아버지와의 매일을 소중히 하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신문에 싣기 위해 최소한의 ‘그림’이 필요했던 기자가 미안해하며 사진 한 장만 찍겠다고 양해를 구했는데, 모두가 즐거워하며 포즈를 취해 깜짝 놀랐다. 사진에도 드러나듯 병상에 누운 환자도 웃는 얼굴을 지어보였다.○“난 내년이면 여기 없을 거니까…”다음 집. 오늘 내일 죽음을 예약한 65세 여성의 일상도 여느 때처럼 흘러가고 있었다. 6개월 전 위암 수술을 받았지만 뼈에까지 전이됐고, 여명 6개월을 선고받았다. 막내딸과 강아지 두 마리와 지내는 환자는 “때가 왔는데도 별 변화 없이 잘 지내고 있다”며 “내년 이맘때면 난 여기 없을 테니까. 남편도 부모도 다 저 세상에서 기다리고 있으니 외롭지 않다”고 스스럼없이 말했다. 문득 혼자 남겨질 막내딸(24)을 쳐다보더니 “이 아이도 장래를 약속한 남자 친구가 있어 걱정할 게 없다”고도 했다. 딸도 덤덤하게 엄마의 말을 들었다. 지바 원장은 “그래도 자꾸 움직이시라. 종교에 기대는 것도 마음이 편안해지는데 도움이 된다”며 일상의 자잘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팽창하는 의료비 억제 위해 ‘병원에서 지역으로’ 내건 日 정부저녁 무렵 들른 60대 독신 여성은 좀 걱정되는 경우였다. 지바 원장과 현관문을 여니 문간에 여성이 누워 있었다. 한번 쓰러지면 자력으로 일어날 수가 없어 그냥 누워 있었다는 건데, 친척이 다음날 아침 들르기로 돼 있다고 했다. 일단 침대까지 옮기고 친척에게 밤에 들르도록 연락을 취하게 했다. 우리 방문이 없었다면 꼼짝없이 밤새 바닥에 누운 채 있어야 했던 상황이다. 이 여성은 병원에 입원한 지 이틀만인 그날 반 강제로 퇴원했다고 했다. 의료재정 감축을 위해 병상을 졸라매는 일본 의료의 차가운 현실을 느낄 수 있었다. 이날 일곱 곳 왕진을 마치기까지 오후 1시부터 7시간이 걸렸다. ○“사람은 언젠가는 떠나야 합니다”지바 원장의 재택의료는 일종의 방문 호스피스였다. 지바 원장은 노환이나 불치병 환자와 가족에게 “이 병은 낫지 않는 병”이라고 담담하게 말해준다. 질환을 다스리되 남은 기간 삶의 질을 유지하고 고통을 줄이는데 더 무게를 둔다. 그래서 집집이 돌며 환자와 가족에게 “무조건 낫게 해야 한다는 생각, 죄책감을 가질 필요가 없다”고 강조한다. “사람은 누구나 언젠가는 떠나야 하니 적절한 때에, 편안하게 가시게 하는 게 최선”이라는 얘기다. 떠나는 환자와 남겨질 가족에 대한 배려가 담긴 이런 말들이 모두에게 묘한 편안함을 주는 걸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일본 사회 전반에 죽음이 흔해지면서 사회 전체가 죽음에 대한 태도를 새롭게 하는 중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재택의료 환자들 대부분이 연명치료의 문제점을 공유하고 ‘리빙윌’을 작성한다고 한다. 치료가 불가능하고 죽음이 임박할 경우에 대비해 연명치료에 대한 거부 의사를 분명히 밝히고, 이에 따른 모든 책임은 본인에게 있다고 서명해 두는 것이다. ○한국의 고령화, 일본보다 출발은 늦었지만 속도는 빨라지난해 한국의 출생아는 27만2400명, 사망자는 30만5100명으로 인구는 3만3000명 자연 감소했다. 일본의 경우 출생아는 2019년 86만5000여 명, 사망자는 130만 여 명이 넘어 연간 43만여 명이 줄었다(2019년 기준). 한국은 일본보다 출발은 늦었지만 고령화 속도는 더욱 빠르다. 인구 중 고령자가 7% 이상인 ‘고령화 사회’에서 20%인 ‘초고령 사회’로 들어가는 데 일본이 35년(2005년 도달) 걸렸는데 한국은 25년(2025년 예정)만에 도달할 전망이다. 세계에서 고령화 속도가 가장 빨랐다는 일본을 약 20년 늦게 맹추격하고 있는 것이다. 참고로 같은 과정에 독일은 77년(2007년 도달), 프랑스는 143년(2008년 도달), 미국은 88년(2033년 예정) 걸린다. 한국에서는 아직 임종 난민같은 고민은 생겨나지 않고 있지만 고령화율이 높아질수록 사망의 절대 숫자는 커지게 된다. 일본에서 초고령 사회 돌입 1년 뒤에 임종난민 경고가 나온 것을 떠올려보면 한국이 초고령 사회로 진입하는 2025년 무렵에 비슷한 경고가 나오지 말란 법이 없다. 지금부터 차근차근 대비하지 않으면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 ○죽음은 삶의 자연스런 과정 대가족 시절 집안에서 노인이 앓아누우면 가족이 간병하고 사망하면 집에서 장례를 치렀다. 사회와 삶 속에 죽음이 함께 있었다. 그런데 현대 사회는 죽음을 병원 안에 가둬 사람들의 일상에서 단절시켜버렸다. 환자가 병원에 옮겨지는 순간 죽음은 보이지 않게 된다. 병원에서는 사망 과정에 들어간 죽음도 무조건 ‘치료’의 대상이 될 뿐이다. 입으로 음식을 삼키지 못하면 위에 구멍을 뚫거나 코 줄로 영양을 공급하고 숨을 못 쉬면 목에 구멍을 뚫어 산소를 공급한다. 수십 개의 줄을 연결해 내일 죽을 사람을 본인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몇 달이고 살려두는 일도 벌어진다. 대부분의 경우 삶에서 죽음으로 이어지는 마지막 단계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고 많은 이의 도움이 필요하다. 99세까지 팔팔하게 살고 2~3일 앓다가 저세상으로 간다는 뜻의 ‘구구팔팔이삼사’가 노인들의 로망이라고 한다. 그만큼 죽음으로 가는 과정은 힘들고 지난하다. 나와 내 가족은 이 과정을 어디서 어떻게 진행할지, 한번쯤 생각해보는 것도 지금의 삶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될 듯하다. 서영아 기자 sya@donga.com※인생 후반, 더 중요해지는 ‘돈 건강 행복’풍요로운 100세 인생을 맞기 위해서는 반드시 지켜야 할 것이 돈과 건강, 그리고 행복입니다. 이 모든 것은 어느 날 갑자기 갖춰지는 게 아니고 30~40대부터 차근차근 조금씩 준비해나가야 합니다. ‘100세 카페’에서는 특히 인생 2막을 잘 맞이하기 위해 미리미리 준비해야 할 돈과 행복 이야기를 나눕니다. 초고령사회의 최일선을 걷는 일본 사례를 많은 참고로 삼고자 합니다.}

2014년 5월 보고서 하나가 일본 열도를 충격에 빠뜨렸다. 마스다 히로야(增田寬也) 전 총무상이 이끄는 일본창성회의가 낸 일명 ‘마스다 보고서’다. 현재의 인구 감소 추세대로라면 2040년까지 일본의 절반, 896개 지방자치단체가 소멸한다는 경고를 담았다(이 내용을 정리한 책 ‘지방 소멸’은 한국에도 출간돼 있다). 인구 문제로 인한 쇠락과 소멸의 공포가 본격적으로 공론화되기 시작했다. 이후 보고서의 분석 기법에 따라 소위 ‘지방소멸위험지수’가 개발됐다. 한 지역의 가임여성(20¤39세) 인구를 65세 이상 인구로 나눈 값으로 0.5 미만이면 소멸위험 지역으로 분류된다. 인구의 유출·유입 등 다른 변수가 작동하지 않는 한 30년 뒤에는 해당 지역이 없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도쿄 23구(도심)에도 빈집 50여 만호빈집이 늘면서 지방부터 ‘부(負)동산’화가 진행되는 일본이지만 인구가 쏠리는 대도시 집값은 상대적으로 견고해보였다. 하지만 지난해 총무성 발표는 놀라웠다. 전국의 빈집 846만 가구 중 81만 여 가구가 도쿄에 있었고, 이중 70%는 도심 23구내에 있었다(도쿄는 한국으로 치면 서울특별시와 비슷한 도심 23구와 경기도와 비슷한 ‘다마 지구’로 이뤄져 있다). 특히 23구중에서도 부촌(富村)으로 알려진 인구 92만 명인 세타가야(世田谷)구에서만 5만호가 빈집으로 밝혀져 충격을 더했다. 아사히신문은 그 이유로 고정자산세를 부담으로 느끼지 않는 가정이 많다는 점, 집값이 비싸니 젊은 세대는 살 엄두를 내지 못하고 부동산개발업자들은 고도 제한 때문에 매입을 꺼린다는 점을 꼽았다. 소유자가 고령인 경우 팔겠다는 판단을 하지 못하고 방치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부촌은 부촌대로, 또 다른 이유로 빈집 위기를 겪는 셈이다.○유령 도시화하는 일본의 아파트 단지들보다 심각한 사회 문제는 유령 도시화하는 전국의 아파트 단지들이다. 아파트 단지는 1960년대부터 본격화된 고도 성장기에 주로 교외에 조성됐다. 마이카 마이홈 붐이 불면서 직장에서 좀 멀어도 녹지가 있고 쾌적하게 조성된 단지에 젊은 샐러리맨 가족이 몰려들었다. ‘살인적’이라는 일본의 출퇴근 전쟁도 이와 함께 시작됐다. 서구식 양변기를 사용하고 열쇠를 잠그고 출근하는 생활 스타일이 확산되며 ‘단지족(族)’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났다. 문제는 세월이다. 주민과 아파트가 함께 늙어가면서 슬럼화를 우려하는 상황이 됐다. 아파트 단지에서 젊은이들이 떠나고 상권도 사라지면서 ‘교통 약자’와 ‘쇼핑 난민’을 낳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쯤 되면 한국처럼 재건축을 하면 되지 않느냐는 의문이 들 텐데, 일본의 주택은 이미 용적률을 꽉 채워 지은 경우가 대부분이라 재건축 비용을 고스란히 부담해야 한다. 특히 주민이 고령이라면 몇 년에 걸친 재건축 과정을 견뎌낼 힘도, 건축비를 낼 경제력도 없다. 무엇보다 일본 전체 인구가 줄고 있다. 새로 건물을 지은들 받아줄 인구가 없는 것이다.○활기 넘치는 ‘요코하마의 티벳’ 인구는 줄어드는데 고령자 비중만 늘어난다면 삶의 터전은 어떻게 바뀔까. 특파원으로 근무하던 2017년 경 이런 불안감에 정면에서 도전 중인 아파트 단지를 둘러볼 기회가 있었다. 1978년 조성된 가나가와 현 요코하마 시 와카바다이(若葉臺) 단지가 그곳이다. 27만평 부지에 6300여 호, 1만 4000여 명이 살고 있는데 주민의 43.7%가 65세 이상이다. 아침 10시경 찾은 와카바다이 단지는 활기가 넘쳤다. 중심부에 자리한 상점가에는 복장을 갖추고 모인 하이킹 팀이 인사 중이었고, 벌써 아침 골프 연습을 마치고 귀가하는 어르신들이 오갔다. 주3회 아침마다 100여 명이 폐교 운동장에서 그라운드 골프(골프와 게이트볼의 장점을 딴 스포츠)를 즐기는 장관이 벌어진단다. 한창때 주민은 2만 명을 넘었지만 지금은 주로 은퇴 세대들이 남았다. 3개, 2개였던 단지 내 초등학교와 중학교는 각각 1개씩으로 줄었다.○우리 삶의 터전은 우리가 가꾸고 지킨다이곳에서 주민과 행정이 힘을 합친 ‘단지 재생’ 실험이 벌어지고 있었다. 건물도 사람도 늙었지만, 주민들은 인구 감소와 고령화에 지지 않고 지속가능한 삶의 터전을 만들어내기 위해 애쓰고 있었다. 입주 초기인 1980년대 자치회를 만들어 주민교류 사업에 적극 관여했던 젊은 부모들이 이제 고령자가 돼 ‘늙은’ 단지의 과제 해결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대부분 자가(自家)를 보유하고 안정적인 연금을 받고 있다. “밖에서는 이곳을 ‘요코하마의 티벳’이라 부릅니다. 젊은 세대는 아이 키우기 좋고 노인들도 살기 편한 공동체라는 뜻이죠.” 10여 개의 자치회를 총괄하는 연합회 회장인 야마기시 히로키(70) 회장의 자랑이 이어졌다.○남을 위해 일할 때 내가 빛난다하나 둘 비게 된 상가에는 주민 편의시설이 들어섰다. 2년 전 문을 연 식당 ‘하루’는 단지에 사는 여성들이 자원봉사로 운영하며 ‘집 밥’을 제공한다. 식당을 만들자는 아이디어를 낸 스즈키 가즈코(72)씨와 니시타이 미사코(81) 씨는 “혼자 사는 분들을 밖으로 불러내자는 취지”라며 “밥은 같이 먹을 때 건강에도 좋다”고 말했다. 식당에는 생계가 아니라 보람을 위해 일하는 주민들로 북적인다. “매일 다른 메뉴를 600엔 정도에 제공합니다. 주부가 30여 명 모이다보니 각자 가진 특기가 있고, 그걸 살려 최대한 맛있는 식사를 만들죠.” 설명하는 두 사람에게서는 생기가 넘쳐났다. 사람은 나이와 무관하게 남을 위해 일할 때 빛난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돌봄 받기 전에 돌봄 받을 일이 없도록 ‘예방’가장 눈길을 끈 것은 ‘간병 예방’ 시스템이다. 간병(介護·돌봄)을 잘할 시스템을 갖추기 이전에 남의 간병을 필요로 하는 상황까지 가지 않도록 ‘예방’하는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었다. 핵심은 고령자의 외출과 활동을 촉진하는 것이다. 고령자들이 몸을 움직이고 다른 사람들과 접촉하도록 하는 각종 프로그램이 촘촘히 가동된다. 자치회가 운영하는 스포츠 문화클럽의 1700여 회원 중 60%를 고령자가 차지하고 있다. 이 클럽이 관리하는 야구장, 학교 교정, 테니스코트 이용자는 연인원 8만5000명에 달한다. 클럽은 운동회와 문화제, 연간 17회의 그라운드 골프대회 등을 열어 주민 교류의 장을 만든다. 요코하마 시가 운영하는 지역케어플라자는 간병 예방을 위한 각종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이런 노력의 결과 간병보험 적용을 인정받은 주민은 12%로 요코하마시 전체의 인정률 17.5%보다 크게 좋은 건강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독사 방지 ‘6호 담당제’?이 단지가 당초 젊고 일하는 세대 위주로 세워졌다는 점은 엘리베이터를 3층 단위로 서도록 설계한 데서도 드러난다. 12층 아파트의 1층·4층·7층·10층에만 엘리베이터 문이 설치돼 있는 것이다. 언젠가는 거동이 힘든 노인이 이곳에서 살게 될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못한 것이다. 주민들은 이런 단점을 ‘고독사 방지’시스템으로 둔갑시켰다. 같은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는 한 층 두 가구씩, 세 개 층 6가구를 한 단위로 묶어 연락망을 구성했다. 혼자 사는 노인은 여행이나 장기 부재 시 자신이 속한 공동체에 알려야 한다.○고령사회에서는 주택공사 역할도 바뀐다단지 재생 사업에 한국으로 치면 토지주택공사(LH) 격인 ‘가나가와 현 주택공급공사’가 적극 참여한다는 점도 눈에 띄었다. 70년대에 구릉지 밭과 잡목림을 개발해 아파트 단지를 건축했던 주택공사는 지금은 하나 둘 비어가는 점포를 주민들에게 내줘 육아 시설이니 식당 등으로 개조하는 작업을 적극 지원하고 있었다. 주택공사가 상가에서 받아야 할 월세를 포기하면서까지 지역민들을 적극 돕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자체 연구 결과 이대로 가면 30년 뒤 단지 인구가 5000명이 된다는 추정치가 나왔는데, 자신들이 만든 아파트단지의 가치를 지키겠다는 얘기였다. 유령 도시가 되고 있는 다른 단지들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의지이자 자신들이 지어낸 아파트에 대한 궁극의 애프터서비스다. 재미있는 것은 고령 사회에서는 주택공급공사의 역할도 바뀌고 있었다는 점이다. 주택공급공사는 47개 도도부현(광역자치단체) 별로 각기 운영되는데, 가나가와 현 주택공급공사의 경우 지난해 창립 70주년을 맞았다. 저소득층을 위한 임대 사업 외에 아파트 단지 재생 사업을 지원하고 고령자용 실버타운주택, 간병까지 해주는 본격적인 요양원을 5군데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세대 공존, 아기 엄마들을 모셔라‘지속가능한 단지’를 위해 젊은 주민을 불러들이려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2014년 빈 점포를 이용해 육아세대를 위한 공간 ‘소라마메’가 문을 열었다. 이용자는 하루 100엔만 내면 이곳에서 아이를 놀게 하거나 점심을 먹거나 할 수 있다. 남편이 출장이 잦아 주로 3세 아들과 둘이 지낸다는 아키야마 시노(34)씨는 “지나가는 동네 어른들이 들러 아이들을 어르고 지나간다”며 “세대 간 교류가 되는 따뜻한 장소”라고 말한다. 최근 새로 이사 온 엄마들 중 3분의 1은 어린 시절 이곳에서 자란 사람들의 유턴이 많다고 한다.○인생 최후를 익숙한 터전에서 지낼 수 있도록소라마메 건너편에는 고령자 생활지원센터가 마련돼 있다. 월 500엔을 내면 정기적인 전화와 방문에 의한 안부 확인을 받을 수 있다. 단지 내 병원이 운영하는 방문간호 재택간병지원사업소가 병설됐다. 아직은 이용자가 거의 없지만 앞일을 생각해 시설을 갖췄다고 한다. 주민들은 “이곳을 인생 최후의 집으로 생각하는 분이 많습니다. 그래서 더더욱 스스로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합니다”고 말한다. ‘익숙한 곳에서 최후까지’는 일본 정부가 내건 슬로건이기도 하다.○한국의 지방 소멸, ‘발등의 불’마스다 보고서의 계산법을 사용해 한국고용정보원이 2019년 11월 내놓은 ‘한국의 지방소멸위험지수 2019’에 따르면 전국 228개 시군구 중 소멸위험 지역은 97곳으로 전체의 42.5%다. 특히 소멸위험이 높은 시군구는 경북 군위군과 의성군(각각 0.143)으로 나타났다. 전남은 지수 0.44로 17개 광역시도 가운데 유일하게 소멸위험 지역으로 분류됐다. 굳이 이런 통계가 아니어도 지방 소멸은 이미 발등의 불이다. 올해 대학입시에서는 정원 미달이 속출해 수능 성적 없이도 장학금을 주겠다는 학교마저 나타났다. ‘벚꽃 피는 순서로 지방대학들이 망할 것’이라는 속설이 현실화하고 있다. 앞으로가 더 큰 일인 것이 합계 출산율 1이 한 세대(30년)가 지나면 인구가 절반으로 줄어드는 것을 의미하는데, 2020년 한국은 0.84를 기록했다. 한국에서도 우후죽순으로 들어선 아파트단지들이 많다. 아직은 재건축을 통해 면적과 호수(戶數)를 늘린다는 기대감을 모으고 있지만 인구가 본격적으로 줄어들면 사정은 달라질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로 “기운은 있는데 할 일이 없다”는 한국 고령자들의 하소연을 떠올려보면 우리도 지역에서 할 일이 무엇인지 조금 더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인생 후반, 더 중요해지는 ‘돈 건강 행복’풍요로운 100세 인생을 맞기 위해서는 반드시 지켜야 할 것이 돈과 건강, 그리고 행복입니다. 이 모든 것은 어느 날 갑자기 갖춰지는 게 아니고 30~40대부터 차근차근 조금씩 준비해나가야 합니다. ‘100세 카페’에서는 특히 인생 2막을 잘 맞이하기 위해 미리미리 준비해야 할 돈과 행복 이야기를 나눕니다. 초고령사회의 최일선을 걷는 일본 사례를 많은 참고로 삼고자 합니다. 서영아 기자 sya@donga.com}

“빈 집, 10만 엔(약 104만 원)에 사 봤습니다.” 일본 유튜브에는 이런 제목의 영상들이 적잖이 올라온다. 노인들이 살다가 떠났음직한 지방의 수십 년 된 구옥(舊屋)들이 10만 엔, 20만 엔에 거래된다. 가재도구가 그대로 남아있는 집들도 적지 않다. 집을 산 구매자가 유튜브에 맨 먼저 올리는 영상은 ‘보물찾기’다. 빈 집을 탐험하며 상태를 살피고, 혹시라도 남아 있을 골동품이나 귀중품도 찾아본다. 이를 테면 100년 된 집에서 강아지 밥그릇으로 사용하던 그릇이 진귀한 골동품이었다는 식의 ‘대박 스토리’에 기대를 거는 것이다.○고령화 인구 감소로 방치된 빈집들 그도 그럴 것이 일본 노인들은 현금을 선호하고 이를 자신만이 잘 아는 곳에 숨겨두는 일이 적지 않다. 은행에 맡겨도 금리가 0%대인 데다, 노인들의 특성상 자신의 손닿는 곳이 가장 안전하다고 믿는다. 그러다가 치매라도 오면 자산의 존재 자체를 잊고 방치하게 된다. 노인이 살던 안방 바닥을 뜯었더니 현금다발이 나왔다거나 집을 철거하다가 벽에서 금붙이가 나왔다는 뉴스가 소개되곤 했다. 하지만 유튜브에서 보는 현실 세계의 보물찾기는 옛날 지폐 몇 장이나 쓰레기더미 속에 섞인 동전더미를 발견하는 선에서 끝나곤 한다. 일본 총무성 통계국이 발표한 ‘2018년 토지·주택 통계 조사’를 보면 일본 전국의 빈집은 846만 가구로 전체 주택의 13.6%를 차지한다. 직전 조사인 2013년보다 26만 가구 늘었다. 노무라총합연구소는 2033년에는 빈집이 전체의 30%를 넘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빈집이 늘면 집값 등 자산 가치만 떨어지는 게 아니다. 빈집 비율이 30%를 넘게 되면 치안이 악화되고 슬럼화가 진행돼 지역사회 붕괴로 이어진다. ’빈집=지방 폐가(廢家) 또는 별장지‘라는 공식도 깨지고 있다. 위 통계에 따르면 도쿄에만 81만여 채의 빈집이 있고, 그중 70%가 도심 23구내에 있었다고 한다. ○팔리지도 않고 버릴 수도 없고 그래서 일본에서 부동산은 이제 ‘재산이 아니라 부채’라는 평가를 받는다. 휴양지 맨션이나 별장지 등은 돈을 얹어주며 처분하는 경우가 늘었다. 주택 또는 토지는 “공짜로 준다 해도 싫다”고 손사래 치는 사람들에게 “돈 드릴 테니 가져가주세요”라고 매달리는 시장으로 변했다는 것이다. “이제야 부담에서 벗어났습니다. 저 세상까지 들고 가지 않을 수 있어 다행이예요.” 2017년 8월 아사히신문이 시작한 ’부(負)동산 시대‘ 시리즈에는 도쿄 인근의 토지 100여 평을 10만 엔에 팔아버린 78세 A씨 부부의 얘기가 소개됐다. 부동산 버블 말기인 1991년 초 노후에 별장을 짓겠다며 1300만 엔에 사들인 토지였다. 중개수수료와 세금 등으로 21만 엔이 들어 최종적으로는 11만 엔 적자였지만 부부는 가슴을 쓸어내렸다고 한다. 토지에는 매년 재산세와 관리비가 5만 엔 이상이 들어갔는데, 자녀들은 상속받지 않겠다고 하고 구청에 낸 기부 제안도 거절당한 터였다. 1년 전 사망한 형의 스키장 인근 맨션을 엉겁결에 상속받은 B씨(61)도 115만 엔의 비용을 들여 소유권을 털어냈다. 그 비용을 내면 물건을 사겠다는 부동산업자의 제안이 반가웠다는 그는 “돌아간 형이 남긴 숙제를 이제 다 해결했다”며 “어깨에서 짐을 내린 기분”이라고 했다. 맨션은 빈 채로 뒀지만 관리비와 재산세 등이 연 18만 엔씩 들어갔고, 팔려고 내놔도 문의 전화조차 없었다.○부동산(不動産)이 ‘부동산(負動産)’으로 시리즈는 “부동산은 이미 마이너스 가격의 ‘부동산(負動産)’이 됐고, 버리고 싶은 쓰레기가 되고 있다. 그러나 토지도 주택도 제도상 버릴 수 없다”며 너무 높은 고정 자산세나 복잡해지는 상속 제도도 부동산에 부담을 준다고 지적했다. 1985년 도쿄 고급 주택가에 5000만 엔짜리 맨션을 구입한 C씨. 2009년 이 집을 팔기 위해 부동산에 견적을 의뢰하자 5000~6000만 엔이라고 통보받았다. 도쿄 부동산이 버블 최고조에 이른 1991년에는 1억5000만 엔까지 올랐던 집이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이때부터 이 맨션이 팔리기까지는 4년이 걸렸다. 판매 가격은 4000만 엔에 불과했다. 일본에선 집을 내놓은 뒤 일정 기간 지나면 호가를 낮추는 방식을 쓰는데, 4000만 엔대까지 맨션을 원하는 사람이 나타나지 않은 것이다. 이런 현상의 원인 중 하나는 우선은 고령화다. 고도 성장기 건설 붐 속에 지어진 주택들이 50여년이 지난 지금 노후화돼 재건축과 리모델링이 필요한데, 노인이 된 건물주들은 세상을 뜨거나 병원이나 양로원에 들어가면서 빈집이 크게 늘었다. 자녀 세대로서는 상속받은 부모의 집은 팔리지도 않고 세금과 관리비만 늘어나는 애물단지가 됐다. 일본 국토교통성 조사에서는 토지를 소유하는 것에 부담을 느낀다는 국민이 40%가 넘는다. ○버블과 함께 꺼진 부동산 불패 신화 왜 이렇게까지 됐을까. 배경에는 1991년경 시작된 부동산 버블 붕괴가 있다. 이때 토지 불패(不敗) 신화가 무너졌다. 그 전까지 일본에서도 토지는 가지고 있으면 반드시 가격이 오르는 자산이었다. 고도성장과 함께 순조롭게 오르던 땅값은 1985년 플라자합의에 따른 엔고 현상으로 유동성이 폭증하면서 거품이 생겨났다. ’도쿄를 팔면 미국 전체를 살 수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은행들은 앞 다퉈 부동산 가격의 200%~300%까지 대출을 해줬다. 은행 빚을 안 쓰면 바보였다. 돈이 돈을 불렀고, 일본인들의 오만함도 자라났다. 서구사회를 배우고 따라가려 애쓰던 일본 사회에서 “이제 더 이상 미국이나 유럽에서 배울 게 없다”는 말이 유행했다. 하버드대 석학 에즈라 보겔의 ’재팬 애즈 넘버원(Japan as Number One : Lessons for America)‘이란 책 제목이 풍미되며 일본인들의 집단 우월감이 한껏 자라나는 시절이었다. ○거품 붕괴의 상처, 부동산에 등 돌린 일본인 금리 인상에 이은 일본 정부의 대출 규제는 흥청망청하던 시장에 찬물을 끼얹었다. 급격한 대출 규제와 회수는 개인과 기업의 연쇄 파산으로 이어졌다. 이후 자산으로서 토지의 가치는 180도 달라졌다. 천정부지로 올라가는 집값에 도심에서 밀려나 은행 대출로 외곽에라도 내 집 마련을 했던 월급쟁이들은 하염없이 떨어지는 집값을 확인하며 그 몇 배 되는 원금을 갚아 나가거나 대출 상환을 못해 집을 빼앗기기도 했다. 요즘 일본인들의 상식은 집이란 사기만 하면 그때부터 가격이 하락하는 자산이라는 것이다. 중고주택 가격은 자동차처럼 연식(年式)에 따라 가격이 다운된다. 물론 올림픽을 앞둔 도쿄 도심 등 특별한 호재가 있다면 땅값이 오르기도 한다. 다만 도쿄조차 공시지가 기준으로 1983년을 100이라 했을 때 버블기에 341.3까지 치솟았다가 2005년에는 71.3(상업지 기준)이 돼 있는 상황이다. 이렇다보니 내 집 마련보다 월세를 선호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35년간 월세를 내든, 같은 기간 대출로 집을 장만해 원리금을 납입하고 세금을 내든, 비용은 비슷하다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내 집이라면 지진이나 화재 등 재해 부담도 떠맡아야 한다. 중고주택을 선호하지 않는 풍조도 한 몫 하는데 오래된 주택일수록 지진에 대한 대비가 제대로 돼 있지 않다.○한국 부동산은….일본과 닮은 점, 다른 점 하루가 다르게 오르는 한국 부동산 가격이 결국 일본처럼 폭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쏟아져 나온다. 유동성에 의한 가격 급등이 이어지는 점이나 불안에 빠진 사람들이 ‘영끌’해서 내 집 장만을 하고 있는 점, 도쿄에서 인기 지역의 오름세가 더 가팔랐듯 한국에서도 강남 등에 수요가 집중된다는 점, 급속한 고령화와 인구 감소가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은 한국 부동산이 일본의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예측을 하게 만든다. 다만 크게 다른 점도 있다. 일본의 경우 부채로 만들어진 거대한 거품이 명백하게 존재했다. 이 상태에서 정부가 갑자기 정책을 바꿔 금리를 올리고 은행들에 주택대출 한도를 조이게 하자 연쇄도산이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한국의 경우는 LTV(담보인정비율) DTI(총부채상환비율) 제한을 통해 이미 대출 비중을 제한하고 있다. 또 다주택자에 대한 각종 규제도 무리한 투자를 제한하는 효과가 있다. 여기에 더해 일본은 공급 과잉이 주택 가격 하락을 부채질했다는 지적이 있다. 버블이 꺼진 이후 주택 과잉 상태에서도 신규 주택이 계속 공급됐다. 아사히신문은 이를 ‘신축(新築)주의’라고 지적했다. 일본인들이 워낙 신축 주택을 선호하니 빈집이 늘어도 신규 주택 공급이 줄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일본의 주택거래량 중 중고 주택의 비중은 2018년 기준 14.5%에 불과할 정도로 구축은 시장에서 찬밥 신세다. ○한국도 빈 집 늘어 한국에서도 일본처럼 빈집이 늘고 있다. 2019년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전국의 빈집은 151만7000호로 전체 주택의 8.4%를 차지한다. 30년 이상 노후화된 주택의 비중이 30% 이상이다. 새 집, 특히 새 아파트 선호 현상은 우리 부동산 시세에서도 일찌감치 나타났다. 한국에도 노후에 대비해 투자한 부동산이 애물단지로 전락하는 일이 일어날까. 아예 집을 소유하지 않겠다는 젊은이가 늘어나는 시대도 올 수 있을까. 일본 사회를 뒤흔든 부동산 시장 붕괴의 충격과 피해를 참고삼을 필요가 있다. 일본의 사례를 거울삼아 한국 부동산 시장의 연착륙을 모색해야 할 때다. ※인생 후반, 더 중요해지는 ‘돈 건강 행복’풍요로운 100세 인생을 맞기 위해서는 반드시 지켜야 할 것이 돈과 건강, 그리고 행복입니다. 이 모든 것은 어느 날 갑자기 갖춰지는 게 아니고 30~40대부터 차근차근 조금씩 준비해나가야 합니다. ’100세 카페‘에서는 특히 인생 2막을 잘 맞이하기 위해 미리미리 준비해야 할 돈과 행복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합니다.서영아 기자 sya@donga.com}

지난해 3월 정부는 공적 마스크 5부제를 추진하면서 1인당 한 주에 2장씩 마스크를 사게 했다. 어느 약국에 재고가 있는지 모르는 국민은 약국에서 긴 줄을 서야 했다. 마스크 공급 상황을 알려주는 애플리케이션(앱)이 해결책으로 떠올랐지만 중앙부처에서 알아보니 시스템 개발에 3개월이 걸린다고 했다. 그런데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 문용식 원장(62)에게 SOS를 치자 문제가 3일 만에 해결됐다. 비결은 민관(民官) 협력이었다. NIA는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행정안전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이 가진 관련 데이터를 ‘시빅 해커’(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해 사회와 도시 문제를 해결하는 시민 개발자들)들에게 개방해 마스크 판매 현황을 확인하는 서비스를 만들도록 지원했다. “시간을 앞당기기 위해 개발자들에게 우리가 어떤 정보를 어떤 형태로 줄 테니 이런 형태의 서비스를 준비해 놓으라고 미리 주문했습니다. 실데이터를 집어넣기만 하면 바로 되도록 한 거죠. 5000만 국민이 이용할 용량을 감당할 서버가 필요했는데, 네이버 카카오 등 주요 클라우드 기업들이 적극 도와줬습니다.” 뒤에 이 서비스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에 공유돼 유사한 서비스가 나라마다 속속 나왔다. ―최근에는 디지털 서비스 전문 계약 제도에 힘을 쏟고 있는 듯하다. “정부 조달시스템은 필요한 물자와 서비스를 발주, 입찰, 경쟁의 과정을 통해 구매하는 방식인데, 디지털 서비스의 경우 전기 가스처럼 요금을 내고 이용하는 것으로 바꾸는 것이죠. 관련 심사위원회에서 국가기관이 이용하기 적합한 서비스를 사전 심사해 선정하면 필요한 기관이 쇼핑하듯 수의 계약할 수 있습니다. 중앙정부로서는 서비스 하나 구매하려면 통상 80일 걸리던 것이 1∼2주 내로 가능해집니다.” 그는 정부가 민간 시장 진흥을 독려하고 경제 발전에 기여한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고 자평한다. 정부의 역할은 효과적인 유효 시장을 만들어내고 민간은 경쟁을 통해 혁신하는 것인데, 제도적 틀을 마련했다는 것이다. 역시 클라우드 기반 전문계약제도(G클라우드 프레임워크)를 도입한 영국의 경우 클라우드 사업 전반의 성장은 물론 중소기업들이 대거 공공 시장에 진입하는 성과를 냈다. 2012년에서 2018년까지 연간 거래 규모는 167배 늘었고, 이 가운데 70%가 중소기업과의 거래였다고 한다. “지난해 10월 시행한 지 4개월여 만에 계약 건수는 71건, 계약액은 1000여억 원에 이르렀습니다(2월 26일 현재). 어느 작은 회사에서 개발한 전자도서관 시스템은 12월에 인증해 올렸는데 지금까지 30개 지자체가 계약했습니다. 성공 사례가 속속 생겨날 겁니다. 민간 기업들의 기대도 큽니다.” ―클라우드 산업의 경쟁력을 강조하는데. “디지털 뉴딜에서 일단은 클라우드의 경쟁력이 중요합니다. 현재 정부 정보시스템 대부분을 민간 클라우드로 옮기려 합니다. KT, 네이버, NHN 등 10여 개 기업이 의욕적으로 준비 중입니다. 이 사업에 정부는 1조 원, 민간은 더 막대한 투자를 계획하고 있어요. 간혹 보안 문제를 걱정하는데 금덩이를 집에 보관하는 것과 은행 금고에 보관하는 것, 어느 쪽이 안전할까요.” 그는 ‘디지털 뉴딜’ 사업을 최초로 제안한 주인공이다. “앞으로 1년이 더 중요합니다. 국가 디지털 전환 과정에서 중요한 시기죠. 디지털 뉴딜을 궤도에 올려 국민이 체감할 성과를 내야 합니다. 주요 어젠다로 데이터 경제 활성화와 디지털 정부 혁신, 디지털 디바이드를 해소하는 디지털 포용을 꼽고 있습니다.” 문 원장은 아프리카TV 창립자이고 김근태재단 부이사장, 노무현재단 운영위원을 역임했다.서영아 기자 sya@donga.com}

일본 인구에서 65세 이상 고령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9월 기준 28.7%로 압도적인 세계 1위다. 1억2000만 인구의 28.7%면 3400만 명으로 웬만한 나라 인구보다도 많다. 4명중 1명이 노인‘인 나라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신문에 넘쳐나는 고령자 대상 광고 일본에서는 세상이 바뀌어도 과거 전통을 존중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다소 비효율적이더라도 노인들의 삶의 방식과 첨단 정보화 사회의 조화를 추구하는 것이다. 가령 종이 신문의 경우 판매 부수가 줄었다고는 해도 아직 요미우리신문 800만, 아사히신문 550만의 구독자를 자랑한다.이 신문들을 펼치면 노년층을 겨냥한 전면 광고를 적잖이 만날 수 있다. 도심에 마련된 장묘시설, 지역별 노인홈(양로원), 노인용품(요실금용 팬티나 안티에이징 화장품, 노인에게 필요한 각종 아이디어 상품들), 다양한 메뉴로 구성된 배달도시락 세트. 흘러간 옛 노래 CD선집 등이 큼지막한 주문 전화번호와 함께 게재돼 있다. 신문들이 수백만 부씩 팔리다보니 광고 게재료도 비싸기로 유명하다. 이들 업체가 회당 수 천 만원의 전면광고를 낼 정도로 매출을 올린다는 얘기다. 광고뿐 아니라 일반 지면에도 노인을 위한 건강 및 생활정보가 가득하다. 독자투고란에는 80세, 90세 독자들 의견이 빼곡히 소개된다(신문 독자투고에는 대부분 투고자의 나이가 기재돼 있다). 인터넷 사용이 불편한 노년층은 생활 정보를 얻기 위해서도 종이 신문을 열심히 구독하고, 덕분에 일본 신문들은 수백만 구독자를 자랑하며 신문대국(大國)의 위엄을 지킨다. 일본의 노년층과 신문이 서로를 버리지 않고 공존하고 있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모든 뉴스가 초고령사회를 반영한다 도쿄특파원으로 일하던 2018년 경 주일한국대사관에서 개최한 한일 저출산 고령화 관련 세미나에 참석한 일이 있다. 청중으로부터 기자로서 저출산 고령화와 관련해 어떤 활동을 하는지 질문을 받았는데 일본발 뉴스 대부분이 저출산 초고령 사회의 특징을 보도하는 것이 되더라고 개인적 감상을 말한 적이 있다. 가령 거리에 노인이 늘어나고, 노인들이 내는 교통사고가 심각한 사회문제가 된다. 일손이 부족하니 기업들은 구인난에 빠지고 정년은 연장된다. 일손 부족은 다른 한편으로 업무 효율화나 노동생산성 강화를 부르는데, 슈퍼마켓이나 편의점에서 젊은이들과 똑같이 일해야 하는 노인들 중 일부는 허덕대는 걸로 보였다. 100세 전후 할머니들이 쓴 책이 서점가에서 속속 베스트셀러가 됐다. 독자층은 롤 모델을 책에서 구하는 60대 여성들이다. 출판사들이 “80대는 너무 젊다”며 100세 전후의 신진작가를 찾아 헤매는 현상도 생겨났다. 과거 터부시되던 죽음에 대해 공공연하게 말하고 주체적인 태도로 삶의 마감을 준비하는 활동이 공론화하는가 하면 ’안락사‘ 합법화를 주장하는 유명작가도 나타났다. ○삶의 마무리 미리 준비, “최후는 집에서 맞자” 캠페인도2010년대 중후반에는 삶의 마지막을 미리미리 준비하는 슈카쓰(終活)가 새 유행어가 됐다.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며 기록을 남기고 장례식 방법을 미리 결정하는 것은 물론 개인 소장품을 지인들에게 나눠주고 가족에게 짐이 될 만한 것들은 미리 처분하는 일들이 유행했다. 유명 인사들이 자신의 슈카쓰 체험담을 미디어를 통해 알리기도 했다. ’이온‘이라는 대형 유통업체에서는 매년 전국을 순회하며 ’슈카쓰 페어‘를 개최했다. 현장에서는 장례식 준비 패키지부터 묘지, 납골당, 상속 증여 기부 등 세무 상담과 보험, 독거노인들의 법적 후견인 상담, 짐으로 가득 찬 노인의 집을 청소해주는 서비스까지 실로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가 소개됐다. 여기에 상혼이 끼어들면 보석이 박힌 유골함이나 우주에 쏘아 보내 산골(散骨)하는 우주 장례식 등 각종 아이디어들이 등장한다. 장례 비즈니스 관련 산업을 총망라한 ’라이프 엔딩 산업전‘이 매년 도쿄 빅사이트에서 열리는데 올 6월에도 행사가 예정돼 있다.여론조사 등에서는 상당수 노인이 익숙한 곳에서 최후를 맞고 싶다고 답한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대도시를 중심으로 재택의료 시스템 점검이 한창이다. 사실 이는 인구 구조상 2025년 경 사망자가 급속히 늘어 죽을 곳을 찾지 못하는 ’임종 난민‘이 생겨날 것이라는 현실적 이유가 바탕에 깔려 있기도 하다(각 움직임은 다음 기회에 자세히 소개하기로 한다). ○10대 청소년 320만 명이 치매 노인 돕는 교육받아 고령화로 치매 환자가 빠르게 늘어나는 것도 현실적인 과제다. 치매는 60대 후반에 3%, 80대 후반에서는 40%, 95세 이상에서는 80% 가량 나타날 정도로 나이가 들수록 발병 확률이 높다. 일본의 치매 환자는 2025년에는 약 73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 사회는 치매에 대한 자세를 공존과 포용으로 바꾸고 있다. 피할 수 없다면 제대로 대처하자는 것이다. 우선 2005년부터 호칭을 ’인지증(認知症)‘이라 바꿨다. ’미치고 어리석다‘는 뜻의 한자어인 치매(癡¤)는 차별적 단어인 데다 치매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준다는 이유다. 또 이때를 계기로 ’인지증 서포터‘ 제도를 도입해 치매를 제대로 이해하고 어려움에 처한 환자를 돕자는 캠페인에 나섰다.인지증 서포터 자격증은 치매를 이해하고 환자에게 접근하는 자세를 배우는 90분짜리 강의를 들으면 받을 수 있다. 가령 ’(환자를) 놀라게 하지 않고 서두르지 않으며 자존심에 상처주지 않는다‘는 등의 구체적인 대응책을 배운다. 자격증 소지자는 지난해 12월 말 기준 1300만 명을 넘어섰는데, 이중 10대가 325만 명에 이른다. 자격증과 함께 받은 오렌지색 팔찌(사진)는 치매 환자를 돕겠다는 의사 표시로 눈에 띄는 곳에 착용하고 다니는 것이 권장된다. 이런 노력들은 조기 대응이나 치료로 연결되기도 한다. 고령자가 32.6%에 달하는 후쿠이(福井) 현의 한 마을은 인구 1만5000명 중 1만2000명이 강좌를 수강한 뒤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고 한다. 서포터들이 모임을 만들고 상담 창구 역할을 하면서 “같은 물건을 몇 번이나 사가는 사람이 있다”거나 “길을 헤매는 할머니가 있다”는 정보들을 공유한다. 집안에 치매 환자가 생기면 쉬쉬하던 사람들이 이제는 이웃들에게 “혹시라도 우리 아버지가 이상한 행동을 하면 좀 알려 달라”고 마음 편하게 부탁하게 됐다. ○“나도 치매” 공표한 일본 최고의 치매 전문의치매와 공존한다는 철학은 세상을 많이 바꿔놓았다. 2017년에는 일본 최고의 알츠하이머 전문의 하세가와 가즈오(長谷川和夫·당시 88세) 박사가 본인이 치매라고 공표했다. 그는 이후로도 병세의 진전 상태를 공개하고 언론 인터뷰에도 적극 응했다. 마치 환자와 그 가족에게 “괜찮아. 나도 있잖아”라고 위로하는 마음을 한 조각 나눠주려는 것 같았다. 이런 그에게 2018년 한국에도 고령화가 심각하다며 인터뷰를 청했다. 그는 약속 장소에 초로에 접어든 딸과 함께 나타났다. 옛날 얘기일수록 기억이 명료해지고 설명도 확실하지만, 한번 얘기가 새어나가면 무한 반복 궤도에 빠졌다. 그럴 때면 딸이 옆에서 흐름이 흐트러지는 것을 막아줬다. 그는 “인지증이라 해도 마음은 살아 있다”면서 치매를 껴안고 살아가는 사회, 치매라 해도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사회 만들기를 강조했다. 기사가 나간 몇 달 뒤, 사무실로 새로 나온 어린이용 그림책이 배달됐다. 저자는 하세가와 박사다. 치매로 점차 가족도 못 알아보게 되고 일상이 힘들어져가는 할머니의 모습이 그려지고 그런 할머니에게 코흘리개 손자가 말하는 장면이 마지막 페이지에 담겼다. “할머니가 우릴 알아보지 못해도 괜찮아. 우리가 할머니를 알아보면 되지. 우리가 할머니를 지켜줄게.”○주문을 틀리는 요리점, 스타벅스에서 치매 카페2017년 6월 도쿄에 흥미로운 음식점이 문을 열었다. ’주문을 틀리는 요리점‘이라는 간판을 건 임시 음식점인데 여섯 명의 치매 노인이 서빙을 담당했다. 햄버거를 주문하면 만두가 나오고 오렌지주스를 주문하면 콜라가 나오기도 했지만 손님들은 “주문과 달라도 맛만 있으면 된다”며 유쾌해 했다. 일본 전역에서 ’오렌지 살롱‘이라 불리는 치매 카페 수백 곳이 운영되고 있기도 하다. 치매 환자들이 한 달에 2번 직접 일하며 지역 주민들과 소통하는 ’사랑방‘이다.한국에서는 세련되고 고급스런 이미지를 가진 스타벅스 커피점에서 치매 카페가 열리기도 한다. 도쿄 외곽 지역인 마치다(町田)시의 한 매장 점장이 3년 전 시작했다. 매달 하루 날짜를 정해 치매 당사자나 가족 등 관심을 가진 사람 누구라도 커피 한잔 값(290엔)에 모여 대화할 기회를 갖는다. 치매를 앓는 환자 본인도 가족도, 이 날을 손꼽아 기다린다고 한다. 이들이 느끼는 고립감을 덜고 사회적인 연결망을 확인해주는 자리가 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스스로 도우려는 노력과 이를 북돋는 사회의 지원이 맞물려 조금이라도 나은 세상을 만들어나간다. ○한국의 고령화 속도, 세계 1위국제알츠하이머병협회의 추계에 따르면 인지증 진단을 받은 사람은 2015년 기준으로 세계에 4700만 명. 2050년에는 1억3000만 명 이상이 된다고 한다. 한국은 고령화율 7%(2000년)인 고령화 사회에서 14%(2017년)인 고령 사회에 이르는 데 불과 17년이 걸렸다. 1970년부터 1994년까지 24년 걸린 일본보다 빠르고 프랑스의 114년, 스웨덴의 82년, 미국의 69년에 비하면 엄청난 속도다. 앞으로 고령자만큼이나 치매 환자도 급증할 수밖에 없다.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 ※인생 후반, 더 중요해지는 ‘돈 건강 행복’풍요로운 100세 인생을 맞기 위해서는 반드시 지켜야 할 것이 돈과 건강, 그리고 행복입니다. 이 모든 것은 어느 날 갑자기 갖춰지는 게 아니고 30~40대부터 차근차근 조금씩 준비해나가야 합니다. ’100세 카페‘에서는 특히 인생 2막을 잘 맞이하기 위해 미리미리 준비해야 할 돈과 행복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합니다.서영아 기자 sya@donga.com}

다이어트에 목숨 거는 요즘 세상, 사이다에도 ‘제로’ 시대가 왔다. 롯데칠성음료가 대표적인 탄산음료 ‘칠성사이다’의 맛과 향은 유지하고 칼로리를 뺀 신제품 ‘칠성사이다 제로’를 출시했다. 롯데칠성음료는 코로나19 상황이 장기화하면서 집밥이 일상화되고 홈트레이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소비자들이 식사, 운동 등 일상생활에서 칼로리 부담 없이 맛있게 즐길 수 있는 탄산음료를 찾는 점에 주목했다. 칠성사이다 70년 제조의 노하우를 담아 기존 제품의 맛과 향을 그대로 유지하되 0칼로리로 깔끔한 뒷맛을 살렸다. 패키지는 기존 제품과 동일한 초록색 바탕과 로고 디자인을 적용했다. 제품의 특징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라벨에 ‘칠성사이다 제로’라는 문구를 넣어 가시성을 높였다. 페트병 제품의 경우 기존 제품과 가장 빨리 구별하는 방법은 검은색 뚜껑을 확인하는 것이다. 제품은 250mL, 355mL 캔, 500mL, 1.5L 페트병 제품 등 총 4종으로 출시된다. 전국 편의점과 대형마트, 슈퍼마켓 등에서 만나볼 수 있다. 이로써 롯데칠성음료는 칠성사이다 제로를 포함해 오리지널 제품인 ‘칠성사이다’, 더 세고 짜릿한 탄산을 느낄 수 있는 ‘칠성사이다 스트롱’, 새로운 맛의 사이다 ‘칠성사이다 복숭아, 청귤’ 등 요즘 소비자의 기호를 다양하게 충족시킬 수 있는 브랜드 라인업을 갖추게 되었다고 자평했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칠성사이다 제로는 일상생활 속에서 칼로리 걱정 없이 청량한 탄산음료의 깔끔한 단맛을 느끼고 싶어 하는 소비자들에게 인기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도 소비자의 다양한 니즈를 충족시키는 포트폴리오 다변화로 국내 탄산음료 시장 저변 확대에 앞장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롯데칠성음료는 1월 30일 신제품 출시와 함께 ‘세상 맛있는 제로’라는 콘셉트의 티징 광고 영상을 선보인 바 있다. 앞으로 광고 캠페인 등 다양한 프로모션 활동을 통해 신제품 알리기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한다. 서영아 기자 sya@donga.com}

일본 인구에서 고령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5년 20%를 넘겼다. 최신 통계(2020년 9월)에서는 28.7%로 압도적인 세계 1위를 기록했다. 그 뒤를 이탈리아(23.3%), 포르투갈(22.8%), 핀란드(22.6%), 그리스(22.3%) 등이 잇는다. 일본은 명실상부하게 ‘4명 중 1명은 노인’의 기준을 넘어선 유일한 나라인 셈이다. 이런 사회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어린이용 풀장이 노인들 걷기 훈련 장소로도쿄에서 연수중이던 2004년 여름방학, 동생네 가족이 한국에서 놀러왔다. 8살짜리 2명과 5살짜리 1명을 풀어놓을 곳을 찾다가 평소 헬스장으로 이용하던 구립(區立) 스포츠센터가 떠올랐다. 그곳 수영장에는 어린이용 얕은 풀도 있다. 어른 400엔(약 4175원), 초등생 이하는 100엔이면 이용할 수 있으니 예산도 가볍다. 하지만 꼬맹이들을 끌고 수영장에 들어선 순간 오산이었음을 깨달았다. 어린이용 풀에서는 노인들의 걷기 운동 수업이 한창이었다. 30명도 넘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줄 지어 강사의 구령에 맞춰 무릎 위로 찰랑거리는 물속을 걸어 다녔다. 관절이 아픈 노인들에게 수중 운동이 좋다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결국 아이들을 어른용 풀 가장자리에서 잠깐 놀게 하다가 나오는 수밖에 없었다. 어린이용 풀장이 노인들에게 할애되고 어린이는 놀 곳이 없게 된 현실, ‘이게 바로 저출산 고령사회의 민낯이구나’고 실감했다. 그러고 보니 이 스포츠센터에서 어린이를 본 기억이 없었다. 그곳에 수영장이 있다는 것만 알고, 수업시간표 같은 걸 확인해볼 생각을 못한 내 잘못이 컸다. 통계를 찾아보니 2004년 당시 일본의 고령인구 비율은 약 19%였다. 참고로 한국은 2019년 기준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중은 15.7%였고 2025년에 20%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노약자석, 섣부른 자리 양보는 언감생심 노인이 많아지면 확실히 도시 풍경이나 편의시설 등이 바뀐다. 다만 일본의 경우 노인의 특권 같은 건 허용되지도, 바라지도 않는다. 전철이건 버스건 경로석 표시가 있긴 한데, 그 자리를 찾아 앉으려는 노인은 별로 본 적이 없다. 젊은이가 노인에게 자리를 양보하려해도 용기가 필요하다. 그런 문화 자체가 없어 상대가 당황하기 쉽고, 섣불리 양보했다가는 ‘사람을 뭘로 보느냐’며 불쾌해하지 않을지를 걱정해야 할 판이다. 학교 교육부터 생활스포츠를 중시하는 편이지만 나이가 들수록 필사적으로 운동을 한다. 도심과 외곽 곳곳에 자리한 스포츠센터(대개 헬스장과 휴게실, 사우나, 수영장이 일체화된 시설들)은 은퇴한 어르신들의 집결지가 됐다. 일부 이용객은 도시락을 싸와 아침부터 저녁까지 시설을 이용하기도 한다. 항간의 우스갯소리로 모 헬스장 게시판에 “난 피트니스클럽에 가입한 것이지 양로원에 온 게 아니다”라는 고객 항의문이 붙자 헬스장 측은 “우리는 모든 연령대 고객에게 이용되길 원한다”고 응수했다는 얘기가 들려온다. 동네 도서관과 대형 쇼핑몰, 카페, 문화센터도 노인들의 동선 권역이다. 지역에 자리한 대학들은 지역민들을 위한 청강 프로그램을 대거 운영한다. 도쿄 스가모에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하라주쿠’라는 노인 상권이 형성돼 있다. 실버 세대에게 필요한 모든 상품과 서비스가 집중된 이곳은 거리 전체가 현대화하지 않아 인기가 높은 지역이다. 재미있는 것은 어디건 고령자들이 적은 액수나마 기분 좋게 지갑을 열고 돈을 쓴다는 점이다. ○정년 후 10년분이면 충분했던 노후자금, 이젠 40년분 준비해야몇 년 전 일본의 절약 풍조를 다룬 요미우리신문 기획기사에서 재미있는 대목이 눈에 띄었다. 고급 백화점 지하 반찬코너 점주의 말이었는데 “콩자반 5알만 팔 수 없겠느냐”는 노부인이 있더라는 얘기였다. 돈이 없어서라기보다는 ‘불필요한 낭비를 하지 않고 맞춤형 소비를 한다’는 차원이었겠지만 조금씩 소분(小分)해 파는 데 익숙한 일본에서도 화제가 돼 버렸다. 평균수명의 급속한 연장과 저출산, 인구 감소까지 맞물리면서 일본 사회 전체가 당혹감에 빠져 있다. 과거 60세 무렵에 정년퇴직해 70세 정도면 사망하는 사이클에 맞춰 마련된 연금과 노후 재정 모델이 평균수명 90대를 바라보면서 뿌리부터 흔들렸다. 불과 40~50년 전만 해도 정년퇴직 후 10년분이면 충분했던 노후자금을 40년분까지 준비해야 하게 된 것이다. 노후 충분한 자산도 가족도 없이 장수만 하게 될 가능성을 상상하며 “재수 없으면 120살까지 살지 모른다”는 말도 나온다. 이 경우 노후자금은 60년분을 준비해야 한다는 얘기가 되니 말이다. 이렇게 일본 노인들의 최대 공포의 대상이 ‘지나친’ 장수와 노후 파산, 고독사가 되면서 이들은 좀처럼 은퇴를 하지 못한다. 2019년 기준 65세 이상 고령자의 취업률은 24.9%로 전체 취업자 중 13.3%였다. 사장이나 자영업을 제외한 고령 취업자 중 77.3%가 비정규직이었다. 인구 감소와 도시 집중은 전국의 집값 등 자산 가치 하락에도 영향을 미친다. 전국에 빈집이 늘어 전체 주택의 13.6%인 846만 가구에 달한다(일본 총무성 통계국 ‘2018년 토지·주택 통계 조사’). 빈집은 동네 황폐화를 가속화한다. 상속받은 부모의 집은 팔리지 않고 세금과 관리비만 들어가는 애물단지로 변했다.(일본의 부동산 사정은 다음 기회에 자세히 살펴보기로 한다).○경로우대는 70세부터, 할인은 있어도 공짜는 없다최근 서울교통공사가 올해에만 1조6000억원의 자금 부족을 예고하면서 65세 이상 고령자의 무임승차가 다시 도마에 오르고 있다. 어르신들이 무료로 인천공항까지 가서 바캉스를 즐기고 수도권 전철을 이용해 온양온천까지 다닌다고 하니 승차 거리도 상당해 보인다. 교통비 비싸기로 악명 높은 일본의 경우는 어떨까. 일본에도 경로우대는 있다. 대개 만 70세 이상 노인에게 지자체나 교통회사들이 ‘외출 지원’이란 이름 아래 할인을 적용해준다. 어르신들의 건강과 활력을 위해서는 외출이 중요하고 이를 사회가 응원하다는 취지다. 하지만 아무리 찾아봐도 ‘무료’는 없다. 50엔, 100엔이라도 반드시 자기 돈을 쓰게 한다. 일본의 고령자 외출지원 제도는 각 지자체가 운영한다. 가령 도쿄도에서는 70세 이상 주민이 2만210엔을 내고 ‘실버패스’를 사면 도가 운영하는 지하철(전체 지하철과 전철 중 일부)과 버스에 한해 1년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오사카시의 경우도 70세 이상 주민이 경로우대패스를 발급받는데, 오사카시내 지하철과 노선버스에 한해 회당 50엔에 승차할 수 있다. 단 여기에는 깨알 같은 단서가 붙는다. 이용객들로 붐비기 일쑤인 이케아 매장, 유니버설스튜디오재팬, 공항으로 가는 버스는 적용에서 제외된다. 교토시나 나고야시처럼 노인들의 소득에 따라 경로패스 가격을 연간 1000~1만5000엔 사이에 차등 적용하는 지자체도 있다. 일본 전국 52개 시의 교통지원 제도를 모아놓은 사이트를 검색해보니 31개 시가 70세 이상부터, 10개 시가 65세 이상부터 교통비를 지원했다. 나머지 11개 시는 지원 제도 자체가 없거나 폐지됐다. 이런 지역은 버스회사들이 자체적으로 고령자 자유이용권을 판매하는데 월 이용권 6500엔 수준으로 가격이 꽤 높다. 이런 지원 제도들을 들여다보노라면 지자체별로 오랜 세월에 걸친 고심과 축적 끝에 깨알 같은 정책들이 만들어졌음을 느끼게 된다. 예산이 허투루 쓰이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 돈 한 푼 쓰는데 벌벌 떠는 공무원들의 태도에서 일본이 부자 나라라는 실감은 전혀 들지 않을 정도다.○무임승차 도입 당시 한국의 평균 수명 67.38세, 2030년 기대 수명 85.2세한국의 노인 교통요금 우대제도는 1980년 70세 이상 노인 요금 50% 할인으로 시작해 1982년 대상 연령이 65세 이상으로 낮아졌고, 1984년 100% 무료로 확대됐다. 다만 제도가 도입된 1980년대 4%에 불과했던 고령자 인구는 날로 늘어 2025년이면 20%를 넘기게 된다. 사실 UN자료에 따르면 1980~1985년 한국인의 평균수명은 67.38세로 65세는 명실상부한 노인이었다. 하지만 요즘 고령자들은 그 나이면 청년처럼 활동이 활발하다. 이렇다보니 서울지하철 재정에도 부담을 줄 가능성이 크다. 그런 점에서 고령자들의 사회활동을 지원한다는 큰 뜻은 살리되 서울 교통의 부담도 줄일 수 있는 대안을 모색할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가령 경로우대 적용 연령대를 올리거나 소득에 따라 할인율을 달리 하는 방안, 무료승차의 거리 범위를 줄이는 방안, 일부 본인 부담 도입 등 방법은 여럿 있을 것이다. 고령자들 입장에서도 그래야 젊은이들 보기에 떳떳할 것 같다. ○한국의 고령화 속도, 세계 1위UN기준에 따르면 전체 인구에서 65세 이상 고령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7% 이상이면 고령화 사회, 14% 이상이면 고령 사회, 20%를 넘기면 초고령 사회라고 한다. 고령화 속도는 국가별로 편차가 크다. 프랑스나 독일, 미국이 7%에서 20%로 가기까지 각기 143년, 77년, 88년이 걸린 데 비해 일본은 35년이 걸렸다. 지난해 9월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한국은 2025년이면 고령자 20%를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고령화 사회에서 초고령 사회까지 가는데 25년 걸리는 셈이다. 한국의 현재 고령자 비중은 15.7%(2019년 기준)로 일본보다는 한참 젊다. 하지만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최저 수준의 낮은 출산율 탓에 늙어가는 속도가 엄청나게 빠르다. 2045년 이후엔 한국이 일본을 제치고 세계 1위 고령 국가가 될 것이라고 한다.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을까. 서영아 기자 sya@donga.com※인생 후반, 더 중요해지는 ‘돈 건강 행복’풍요로운 100세 인생을 맞기 위해서는 반드시 지켜야 할 것이 돈과 건강, 그리고 행복입니다. 이 모든 것은 어느 날 갑자기 갖춰지는 게 아니고 30~40대부터 차근차근 조금씩 준비해나가야 합니다. ‘100세 카페’에서는 특히 인생 2막을 잘 맞이하기 위해 미리미리 준비해야 할 돈과 행복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합니다.}

베이비붐 세대의 대규모 은퇴를 앞둔 2000년대 일본에서는 ‘정년연구 붐’이라 할 정도로 퇴직과 정년을 화두로 한 서적들이 쏟아져 나왔다. 꼽을 수 있는 베스트셀러만 해도 여럿이다. 제목만 소개하자면 ‘마음의 정년을 극복하라-직장인 40세, 부업(副業)을 권함(2015년)’ ‘(있을)장소가 없는 남자, (쓸)시간이 없는 여자(2015)’ ‘정년여성(2015)’ ‘정년후(後), 50세부터 삶의 방식, 끝내는 방식(2017)’ 등 정년을 위한 마음의 준비 방법을 알려주는 책들이 있는가 하면 ‘정년 고래(2001)’ ‘외로운 배(孤舟·2013)’ ‘끝난 사람(2015)’ 등 정년을 맞은 아버지를 주인공으로 삼은 소설도 있다. 이런 책들이 이구동성(異口同聲)으로 지적하는 게 있다. 정년이라 하면 처음에는 자산관리 등 노후의 ‘돈’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지만, 실제 정년 후를 겪은 사람일수록 삶의 활력과 즐거움, 보람을 찾아 헤매는 수요가 많더라는 것이다. 그만큼 노후에 닥치는 고독과 무료함, 우울의 문제가 심각하다는 얘기다. 각자 준비 태세에 따라 60세 이후 주어지는 8만 시간(90세까지 생존하는 것을 가정할 경우 실제 활동 시간)은 공포의 시간이 될 수도, 풍요로운 결실의 시간이 될 수도 있다.○솔직해질 수 없는 정년퇴직자의 속내 회사와 직장인 관련 책을 많이 쓴 구스노키 아라타(楠木新)는 일본 최고의 생명보험회사 경영관련 부서에서 일하며 50대부터 집필을 시작했다. 60세 정년 후에는 책 쓰고 강연 다니는 ‘비즈니스평론가’로 전업했다. 수많은 퇴직자와 예비 퇴직자를 만났지만 정년 퇴직자의 경우 속내를 제대로 털어놓는 사람이 없어 곤란을 겪었다고 한다. “해방감을 만끽하고 있다”느니 “백수가 과로사한다”며 별로 바쁠 것 없어 보이는 일상에 대해 큰소리로 떠벌이는 사람은 많아도 정년 퇴직자가 겪는 당혹감과 미묘한 심리 변화, 행동의 변화를 진솔하게 고백하는 사람은 찾기 힘들었다. 자존심 때문이었다. 어쩌다 적나라한 속내를 털어놓는 사람은 한바탕 나락에 빠져 허우적대다 벗어난 경우였다. “지금은 극복했지만 전에는 이랬다”는 식이다. 그런 어려움 속에서 어렵게 발굴했다는 사례 한 토막을 예로 들자면 “출근을 하지 않게 되니 밤낮이 바뀌고 요일 감각이 사라졌다. 무기력해지고 TV 앞에서 움직일 수 없게 된다. 그렇게 6개월쯤 지나니 다시 일어설 수 없을 것 같았다…”. “집안에 내가 머물 장소가 없다”거나 “할 일이 없는데 자꾸만 초조해진다”는 사람, “싫은 상사라도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게 낫더라”는 사람도 있었다.진솔한 육성 채록(採錄)이 힘들기 때문인지 소설의 픽션 스토리가 더욱 생생하게 퇴직자의 마음을 보여준다. 이런 책들은 베스트셀러가 됐을 뿐 아니라 소위 ‘정년소설’이라는 장르까지 형성되는 분위기다.○ “높이 올라갔을수록 추락의 고통은 크다.” 개인적으로는 일본 지방신문에 연재됐다는 소설 ‘끝난 사람’이 충격적이었다(한국에도 번역본이 나와 있다). 소설의 형식을 빌어 정년 퇴직자의 구체적인 속내가 적나라하게 묘사된다. 소설 첫 문장은 이렇게 시작된다. “이건 완전 생전 장례식이구만.” 주인공이 만63세로 정년퇴직하는 날이다. 업무가 끝나는 시각은 재깍재깍 다가온다. 퇴근 시각에 맞춰 방을 나와 건물 입구에 나서면 사원들이 죽 늘어서 있다. “그동안 고생 많으셨다”며 박수갈채가 쏟아진다. 여직원들이 내미는 꽃다발과 선물가방. 건물 앞에는 회사에서 그날 하루만 내주는 고급 세단차가 대기해 있다. 몸을 구부려 차에 타면 직원들이 차를 둘러싼다. 장례식에서 조문객들이 영구차를 둘러싸고 마지막 작별을 하듯. 세단이 미끄러지듯 출발하자 그는 고개를 돌려 회사 쪽을 물끄러미 본다. 이미 아무도 없다. 집에서도 가족들이 마련한 파티를 마친 뒤 잠자리에 드는 그는 내일 당장 뭘 해야 할지 알 수 없다. “난 ‘끝난 사람’이 된 거야…”. ○“자신의 과거 영광과 싸우지 말라.” 어디부터 잘못됐을까. 승승장구하던 회사 내 행로가 삐끗한 이래 이해할 수 없이 찾아오는 모멸의 순간들과 맞서며 그는 날마다 어디부터 잘못됐을까를 곱씹는다. 회사 생활은 49세를 기점으로 급전직하했다. 명문대 출신으로 일본 최고의 은행에서 임원 승진 유력 후보로 꼽혔다. 그런데 승진 최종 경쟁에서 고배를 마셨고, 사원 30명의 자회사로 파견 발령을 받았다. 그간 밤낮없이 뛰며 쌓아온 실적과 인맥이 모두 무용지물이 됐다. 처음에는 본사 복귀를 꿈꾸며 성과를 내보려 애쓰지만 아무도 그의 성과를 원하지 않는다는 현실을 깨닫게 된 그는 마지막 자존심으로 2년간의 고문직 제안을 거절하고 자회사의 대표이사 전무로 정년을 맞았다. “흩날리는 벚꽃도, 남아있는 벚꽃도, 어차피 지는 벚꽃”이라면서. 하지만 불완전 연소로 끝난 회사 생활에 대한 미련은 정년 이후로도 꼬리를 물었다. 소설은 “난 저런 사람들과 다르다”거나 “난 죽지 않았다”며 좌충우돌하는 주인공의 행보를 그려낸다. 자신의 과거 영광과 싸우며 채워지지 않는 허기와 갈등에 겉돌던 그는 오랜만에 들렀던 고향에서 희망을 찾아낸다. ○“인생 후반전으로 갈수록 모두 비슷해진다” 66세인 그가 귀향을 준비한다. 이기적이기만 했던 자신을 무조건 따뜻하게 맞아주는 시골의 노모와 “평범한 아이들”이라며 멀리했던, 하지만 자신을 스스럼없이 받아주는 고향 친구들 품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어릴 적 친구들과 지역사회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늙은 노모를 모시며 지낼 생각에 설레는 그는, ‘끝난 사람’이 아니었다. 그 자신이 베이비붐 세대인 작가 우치다테 마키코(內館牧子)는 환갑을 넘기면서 정년 이야기를 써야겠다는 생각이 절실해졌다고 했다. 부쩍 늘어난 동창회에 나가보면 “뛰어난 수재도, 엄청난 미인도, 환갑과 정년을 지낸 뒤 만나면 다 비슷비슷해져있더라”는 것. 젊은 때 화려하게 활동한 사람이건, 불우한 회사 생활을 한 사람이건 정년 후에는 ‘그냥 보통사람’이 됐다. 인생 막바지에 가면 착지점은 다 거기서 거기였다. ○“늘 세상과 연결돼 있으라” 한국인의 수명은 1960년 51.23세(UN 통계)에서 2018년 82.7세(보건복지부 기대수명)로 불과 50년 사이 30여 년이나 늘었다. 어찌 보면 지금은 급격한 변화 속에서 몸은 오래 살게 됐지만 그 내용은 채우지 못하는 과도기라 할 수 있다. 100세 카페의 기사에 대한 독자 반응에서 실버세대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이 느껴질 때가 있다. 우리 사회는 언제부턴가 나와 처지가 다른 남에 대해서는 모진 태도를 취하고 세대 간의 갈등 구도를 가져다놓는데 익숙해져 버렸다. 하지만 나의 부모, 할아버지, 할머니가 주체적으로 살아가고 행복해야 나도 그런 미래를 그릴 수 있는 게 아닐까. 오늘도 누군가가 오랜 세월 함께 했던 조직에서 떨어져 나와 홀로 세상 속으로 나아가고 있다. 그들의 마음을 잠시나마 헤아려보고 자신에게도 언젠가 닥쳐올 그 상황을 상상해보고 준비하는 자세를 갖는다면 이 또한 성장의 기회가 될지도 모른다. 서영아 기자 sya@donga.com인생 후반, 더 중요해지는 ‘돈 건강 행복’풍요로운 100세 인생을 맞기 위해서는 반드시 지켜야 할 것이 돈과 건강, 그리고 행복입니다. 이 모든 것은 어느 날 갑자기 갖춰지는 게 아니고 30~40대부터 차근차근 조금씩 준비해나가야 합니다. ‘100세 카페’에서는 특히 인생 2막을 잘 맞이하기 위해 미리미리 준비해야 할 돈과 행복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합니다.}

2016년 6월 전북 군산시 개정면에 터를 잡은 수페리체 아파트를 분양받은 A 씨. 당시 2018년 6월 완공 예정으로 모두 492가구가 분양받았다. 하지만 내 집 마련의 꿈에 이르는 길은 험난했다. 시행사 측은 자금 부족을 이유로 공사 기한을 3차례나 연기하더니 입주 예정일을 훌쩍 넘긴 지난해 1월 결국 사업을 포기했다. A 씨 등 계약자들에게는 마른하늘에 날벼락 같은 소식이었다. 이미 계약금과 중도금을 모두 납입한 상태였는데 그 돈은 어떻게 되는 건지 불안하기만 했다. 이처럼 아파트 분양 계약을 했는데 사업자의 부도나 사업 포기 등으로 분양이 어려워진다면 계약자에게 막대한 피해가 돌아갈 수밖에 없다. 갑작스러운 사고나 질병을 만나도 보험이 있다면 안심이 되듯 아파트 분양 계약에서 발생한 사고에는 주택분양보증이 존재감을 발휘한다. A 씨 등은 내 집 마련은 못 했지만 주택도시보증공사(HUG)를 통해 그동안 낸 계약금과 중도금을 돌려받을 수 있었다. 주택분양보증은 아파트 준공을 책임지거나 분양계약자가 납부한 계약금과 중도금을 환급해주는 보증 업무다. 한국에는 1993년 도입됐으며 공공기관인 HUG가 업무를 전담한다. 30채 이상 공동주택을 선(先)분양하는 경우 주택사업자들은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한다. 예기치 못한 보증사고가 발생하면 분양계약자는 자신이 납입한 대금을 돌려받는 ‘환급 이행’이나 HUG가 사고 사업장의 준공과 입주까지를 책임져주는 ‘분양 이행’ 중 한쪽을 선택할 수 있다. 군산 수페리체 아파트 계약자들은 계약금과 중도금을 돌려받는 환급 이행을 택했다. A 씨는 “HUG 덕분에 원활하게 돈을 돌려받을 수 있었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HUG 측에 따르면 공사는 설립 이래 27년간 608만 채에 대해 1034조 원 규모의 주택분양을 보증했다. 이 중 보증 사고가 난 사업장 33만 채에 대해 공사 비용과 분양대금 환급 등으로 4조2684억 원을 지출했다. 이는 HUG가 벌어들인 분양보증료 수입 5조7193억 원의 75%에 해당한다. 분양 보증은 건설회사가 연쇄 도산하는 경제위기 때에 힘을 더욱 발휘한다. 가령 1997∼2000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와 2008∼2010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사용된 보증이행 금액은 각각 3036억 원과 2조3639억 원으로 지금까지 사용한 금액의 63%에 이른다. HUG 관계자는 “주택분양 보증이 경기 침체기에 주택시장을 안정화하고, 국민 재산권을 보호하는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분양 관련 사고는 한 사업장에서 발생하면 다른 사업장으로 위기가 도미노처럼 확산된다는 점에서 심각하다. 나아가 가구에서 차지하는 부동산 자산 비중이 72%(2020년 통계청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에 이른다는 점을 감안하면 제때 제대로 된 분양보증의 중요성은 말할 나위가 없다. HUG는 2020년 말 현재 6조7546억 원의 자금을 확보해 만일의 위기에 대비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장기화하는 코로나19 상황이 서민 경제에 적지 않은 부담이 되고 있다고 판단해 주요 보증료율을 내리고 개인채무자 지연배상금을 40∼60% 감면해 주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39만 가구가 1645억 원의 보증료를 할인받고 개인채무자 1241명이 14억 원의 지연배상금 감면 혜택을 받았다. 이 조치는 올 6월 말까지 연장된다. HUG 관계자는 “정부의 주택공급 확대 정책에 따라 주택시장과 서민 경제 보호를 위한 HUG의 공적 역할도 확대되고 있다”며 “앞으로도 주택업계와 협력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서영아 기자 sya@donga.com}

일본에서 고령자 기준을 75세로 올린다거나 정년퇴직 연한을 70세로 상향하려 한다는 뉴스에 대한 한국 독자들의 반응을 보면 약간 걱정스럴 때가 있다. ‘정년을 없앤다’, 혹은 ‘정년을 연장한다’고 하면 나이 먹어서도 예전과 같은 일을 하고 같은 대우를 받는 것을 막연하게 떠올리는 분들이 있어 보여서다. 일본에서는 2013년 4월부터 ‘고령자 고용안정법’이 시행돼 퇴직하는 직원이 원할 경우 기업이 65세까지 고용을 보장하도록 의무화했다. 한국 정부가 유사한 제도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하니 실제 현장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준비없이 맞은 정년, ‘재고용’ 계약서에 사인했지만 2005년부터 고령자가 인구 20%를 넘는 초고령사회에 돌입한 일본은 “고령사회의 고민을 기업에 떠넘긴다”는 비판 속에서도 고령자 고용안정법 시행에 들어갔다. 다만 고용연장 방식은 기업 측에 맡겼는데 △정년 연장 △계속고용(재고용) 제도 도입 △정년 폐지 가운데 하나를 택하도록 했다. 대부분의 기업이 계속고용제도를 택했다. 일단 정년퇴직을 한 직원을 촉탁 또는 계약직으로 재고용하는데, 매년 계약을 갱신하는 방식이 많다. 월급은 절반 이하로 줄어들고, 사회보험이 보장되지 않는 경우도 다반사다. 많은 기업이 이들에게 합당한 일거리를 찾아주지 못해 고심에 빠졌다. 이렇다보니 정년 전에 하던 일을 계속하는 경우는 드물고(회사, 개인별 차이는 있다), 직책 없이 보조적인 업무가 주어지는 게 대부분이다. 주 3~4일 근무 조건이거나 일정한 사무실이 없는 경우도 적지 않다. “노느니 일하는 게 낫다”며 재고용 계약서에 사인을 한 퇴직 당사자들도 별로 행복하지 않다. “그간 쌓아온 경험과 역량을 전혀 살릴 수 없다”거나 “이런 일 하려고 이 나이에 회사에 나오라는 거냐”는 불만이 터져나온다. 일부 회사의 경우 “(정년) 전과 하는 일이 똑같은데 급여가 절반 이상 깎였다”고 분개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그래서 5년간 일하려던 당초 계획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뭐야, 남은 날이 그렇게 짧아?” 선택지를 하나 더 갖게 된 예비퇴직자들은 어떨까. 2017년 발간된 ‘정년후(後)’ 란 책에 정년을 코앞에 둔 직장인 5명이 ‘한 잔’하며 나눈 대화가 소개됐다. A씨가 “일을 그만두면 갑자기 확 늙는다고 한다. 건강을 위해서라도 회사에 다니는 게 나을 것 같다”고 하자 B씨는 “쉬고 싶은데 집사람 눈치가 아무래도 이상하다. 집에 있겠다고 하면 내쫓을 것같은 분위기”라며 회사에 남겠다고 했다. C는 “다른 계획이 없어서” 일하겠다고 했다. D도 “밖에 나가 새 일을 시작하는 것보다 익숙한 일을 하는 게 나을 것”이라고 했다. 한참 얘기들이 무르익다가 A가 말했다. “잠깐…. 우리 아버지는 60대 후반에 돌아가셨다. 그렇다면 65세 정년 뒤 몇 년밖에 없다는 얘기가 되는데….” “뭐야, 남은 날이 그렇게 짧아?” 모두가 갑자기 조용해졌다. ○연공 임금체계와 정년의 상관관계 정년(停年). 직장에서 물러나도록 정해져 있는 나이를 말한다. 한국도 일본도 법정 정년은 60세다. 정년은 당연한 제도처럼 보이지만 기묘한 제도이기도 하다. 자영업자나 농민 어민에게는 정년이 따로 없다. 선진국의 경우 일반적인 은퇴연령은 제시되지만 의무적인 정년 개념은 없다. 미국은 ‘고용에서의 연령차별금지법’을 시행해 나이로 인한 해고를 불법화했다. 2001년 ‘정년파괴’라는 책을 낸 일본의 노동경제학자 세이케 아쓰시(淸家篤)는 정년의 존재이유를 기업내 연공적인 임금체계에서 찾았다. 기업은 사원이 젊을 때는 공헌도보다 적은 임금을 주고 연조가 올라갈수록 급여를 늘려 부족분을 보상해주는데, 이를 일정 선에서 멈추기 위해 정년을 설정했다는 것이다. 일본이 1998년 고령화대책으로 정년을 60세까지로 연장할 때 도입한 ‘임금피크제’도 이런 논리에 따랐다. 다른 한편으로 정년은 노동자 입장에서는 고용을 보장해주는 보호막 기능을 한다. 정년제도가 있는 회사는 사원을 마음대로 자르기 어려워진다. ○“60~75세가 가장 빛나는 나이” 통계청이 지난해 말 발표한 2019년 생명표를 보면 2019년 출생아의 기대수명은 83.3년이다. 집계가 시작된 1970년 62.3세에서 20년 이상 늘었다. 이제는 각자 대략 90세까지는 산다고 생각하고 미래를 준비하지 않으면 안될 상황이다. 다만 유의해야 할 점은 건강수명이 따로 있다는 점이다. 건강수명은 질병치레 없이 건강하고 활기차게 움직일 수 있는 기간을 말한다. 보건복지부가 지난달 27일 발표한 ‘제5차 국민건강증진종합계획’에 따르면 한국인의 건강수명은 2018년 기준 70.4세다. 노후를 연구하는 일본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60~75세가 가장 빛나는 시기”라는 말이 많이 들려온다. 75세를 넘어서면 시름시름 아프기도 하고 사회 활동에서도 의욕과 능력이 떨어질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물론 개인차는 있다). 의료 및 복지학계에서 75세부터를 ‘후기고령자’로 분류해 돌봄이 필요하거나 의료비 부담이 늘어나는 시기로 상정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놀랍게도 102세에도 활발한 사회활동을 벌이는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가 저서 ‘100년을 살아보니’에서 똑같은 지적을 하고 있다. “100년을 살아보니 내 인생의 황금기는 60~75세 기간이었다”는 것. 이 무렵이 학문에서도 인간으로서도 가장 많이 성장하고 깊어지고 재미있었다는 것이다. 김형석 교수의 학문의 경우 60세부터 새로 시작한 게 아니라 그 전부터 쌓아온 것들을 심화하고 꽃피운 시기가 60세 이후라는 뜻이 될 것이다.○한국의 직장인, “승진보다 정년이 중요” 결국 인생 후반기에 뭔가 새로운 시도하고 터를 잡는 시기는 60세 정년 뒤의 15년, 그 중에서도 건강수명 기간 내에 이뤄져야 한다. 회사에 5년 더 남아 ‘좀비 회사원’의 삶을 산다면 그 기간을 갉아먹는 게 된다. 많은 인생 2막 경험자를 만나본 일본의 전문가들은 회사원이 우동가게를 차리건, 교사가 작가로 변신하건, 공무원이 농부가 되건 새로운 일이 궤도에 오르는 데 통상 3년은 걸린다고 전한다. 조금이라도 건강과 기운이 있을 때 최종 30년을 시작하지 않는다면 어영부영하다가 70세를 넘겨버릴 수 있다. 한국의 법정 정년은 2016년부터(300인 이하 사업장은 2017년부터) 60세 이상이 됐다. 그 전에는 회사마다, 직급마다 정년 체계가 달랐는데 대략 55~58세가 많았다. 하지만 60세 정년을 제대로 채우는 사람은 거의 없다는 게 ‘불편한’ 현실이다. 누구보다 직장인들이 이런 현실을 잘 안다. 2일 인크루트가 20~50대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직장인 절반 이상이 정년(52%)이 승진(19.4%)보다 더 중요하다고 답했다. ‘승진’은 ‘창업준비(25.0%)’보다도 후순위였다. 화려한 승진보다 ‘가늘고 긴’ 직장 수명을 택할 정도로 직장인들이 체감하는 고용시장이 살벌하고 그들이 느끼는 미래는 불안하다는 말이 된다.○40~50대에 ‘마음의 정년’, 실질적 준비도 시작해야 여기서 다시 확인할 것은, 직장에서 정년까지 채울 가능성이 없다면 더더군다나 40~50대부터는 인생 2막을 생각하고 준비해야 한다는 점이다. 직장이라는 조직에서 떨어져나가는 외로움과 충격은 언젠가는 누구에게나 닥쳐온다. 그것을 제대로 예측하고 준비하는 사람이 노후 충격을 피하고 두 번 세 번의 새로운 인생을 시작할 수 있다. 일본의 인사 전문가가 직장인을 대상으로 쓴 책 중 “입사 20년이면 마음의 정년을 하라”고 권하는 책이 있다. 정년 이후를 준비하기 위해서도 40~50대에 회사와의 관계를 객관화하고 조직보다 자신의 인생을 중심으로 생각하는 마음의 독립을 하는 게 좋다는 것. 이런 쿨한 관계는 사실 회사측도 원하는 것이다. 60세부터 주어지는 인생의 자유시간은 약 8만 시간에 이른다고 한다. 이는 20세부터 40년간 일한 총 노동시간보다 많다. 미리미리 이 시간을 잘 준비해 임한다면 행복하고 보람있는 노후가 조금은 더 가까이 다가오지 않을까. ※인생 후반, 더 중요해지는 ‘돈 건강 행복’ 풍요로운 100세 인생을 맞기 위해서는 반드시 지켜야 할 것이 돈과 건강, 그리고 행복입니다. 이 모든 것은 어느 날 갑자기 갖춰지는 게 아니고 30~40대부터 차근차근 조금씩 준비해나가야 합니다. ‘100세 카페’에서는 특히 인생 2막을 잘 맞이하기 위해 미리미리 준비해야 할 돈과 행복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합니다.서영아 기자 sya@donga.com}

어느 나라건 한 시대를 대표하는 세대가 있다. 대개 머릿수가 많고 활동적이며 운도 좋은 베이비붐 세대가 그 주인공이다. 일본에서는 1947~1949년 사이 탄생한 약 800만 명이 그런 스토리를 만들어냈다. 이른바 단카이((團塊·덩어리) 세대다. 경제 각료이자 작가였던 사카이야 다이치(堺屋太一)의 1976년 소설 ‘단카이의 세대’에서 나온 이름이다. 이들은 성장과 전성기를 지나 퇴직하기까지 전후 일본사회를 들었다 놨다 하며 영향을 끼쳤다.● 입시지옥에서 버블경제까지, 현대일본을 주도한 세대2004년 일본 연수 중 모 신문사가 주최한 심포지움에 간 적이 있다. 사회복지 관련 주제였는데, 수백 명의 청중 대부분이 늙수그레한 중년과 노인이라는 점에 놀랐다. 강연 뒤 질의응답시간에도 주로 노인들이 손을 들었다. 사회자는 “시간이 많지 않으니 젊은이가 발언했으면 한다”며 가물에 콩나듯 끼어있는 청년들의 질문을 유도했다. 명실공히 노인을 공경하는 ‘동방예의지국’에서 온 기자로서는 그런 분위기가 무척이나 생경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온갖 세미나와 문화행사를 찾아다니던 그들이 바로 단카이세대 혹은 그 윗세대였다.이들은 성장기에는 입시지옥의 주인공이 됐고 일부는 급진 사상에 빠져 좌파 시위를 주도했다. 그 유명한 전공투, 적군파 세대와 겹친다. 1960~70년대 산업현장에 뛰어들어 일본의 고도성장을 이끌었고 한두 시간의 통근시간을 감수하면서도 도심 외곽에 집과 주거단지를 지어 ‘마이홈’ ‘마이카’ 붐을 일으켰다. 1990년대 초 버블이 깨질 때까지 일본에 부동산 광풍이 몰아친 것도 이들의 수요 급증 탓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대접 받을 생각 없고 자존감 강한 노인 집단당시 30대 후반이던 내게 단카이세대는 가장 바람직하고 죽이 잘 맞는 아저씨 아줌마들이었다. 살짝 진보적이면서 정의감이 강한 이들은 ‘정치적 올바름’을 추구하는 자세가 강했는데, 가령 한국인을 만나면 “우선 일본의 침략과 식민지배를 사과한다”며 고개를 숙이는 식이다. 묘하게 반골적이고, ‘(진보적인) 아사히신문 구독자가 가장 많은 집단’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요즘도 일본 국내 여론조사 결과를 연령대별로 보면 60대를 넘어갈수록 평화헌법 개정이나 보수집권세력에 반대하는 비중이 높다.이들은 심포지움 진행자가 홀대를 하건 말건, 누가 부르건 부르지 않건, 필요한 곳은 알아서 찾아다녔다. 머리가 희끗한 아저씨들이 잠바에 가방 하나씩 둘러매고는 청년들처럼 돌아다녔다. 공공도서관이나 서점도 이들의 차지다. 전철에서는 자리에 앉지 않는 게 당연하고 웬만한 거리는 건강을 위해서도 걸어 다닌다. 젊은이에게 대접받아야 한다는 의식 자체가 없다.● 일본 전체를 뒤흔든 단카이 세대의 퇴장이들이 일본의 법정 정년 연령인 60세가 되는 2007~2009년을 앞두고 온 사회가 다시 한번 들썩였다. 각계에서 정점에 오른 숙련된 인력 수백 만 명이 불과 3년 만에 떼 지어 사라진다며 불안해했다. 솔직히 ‘뭘 이렇게까지 호들갑을 떠나’ 싶을 정도였다. 회사들은 몇 년 전부터 인수인계팀을 가동하는 한편, 이들이 퇴직한 뒤 가정과 지역사회에 소프트랜딩하는 것을 돕기 위해 사내교육 프로그램을 대거 도입했다.사회 전체적으로도 생산가능인력이 대거 피부양인력으로 변하는 부담은 엄청날 수밖에 없었다. 2006년 일본 정부는 아예 정년 뒤에도 이들을 회사에 붙잡아두기 위한 법 개정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결국 고령자 고용안정법이 개정돼 2013년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직원이 원할 경우 65세까지 고용이 의무화됐다. 다만 고용연장 방식은 기업에 맡겨 △정년 연장 △계속고용제도 도입 △정년 폐지 등 세 가지 가운데 하나를 택하도록 했다. 대부분의 기업이 계속고용제도를 도입했다. 요즘 한국 정부가 유사한 제도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일본의 정년제도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자세히 다룰 예정이다).● 일본노년학회, “고령자 정의를 75세로 올리자”2017년 일본노년학회는 고령자의 정의를 75세 이상으로 바꾸고 65~74세는 준고령자로 분류해 생산적 역할을 하게 하자고 제안했다. 노인들이 더 오래 일하고 세금을 내라는 뜻이어서 사회적 논쟁이 일기도 했다. 한편으로 이들은 가장 부유한 은퇴세대가 될 것이라는 기대도 한 몸에 받았다. 국민연금과 후생(직역)연금, 기업(회사)연금까지, 탄탄한 3중 연금 구조로 현역 월급쟁이 시절 못지않은 수입이 약속돼 있었다. 일본의 금융자산의 70%를 60대 이상 노인들이 가지고 있다는 통계도 있다. 다만 이런 준비가 미흡했거나 불운이 닥친 노인들을 중심으로 점차 ‘하류노인’ ‘장수의 재앙’ ‘노후파산’ 등이 유행어가 됐다. ● 배우려는 자세, 내게 부족함이 있음을 인정하는 것어느덧 ‘세상에서 가장 늙은 나라’가 된 일본의 사회상은 한국의 미래를 예측하거나 비교할 때 좋은 참고자료가 된다. 개인적으로는 단카이 세대의 특징을 나이 들수록 배우려 하는 자세에서 찾고 싶다. 앞서 심포지움의 예도 있었지만 문화센터와 대학들도 연배의 수강생들로 붐빈다. 2018년 아쿠다가와상 수상자는 63세 주부였다. 남편을 일찍 여읜 뒤 55세에 문화센터에서 글쓰기 강좌를 들은 것을 계기로 일본 최고의 문학상을 거머쥐었다. 퇴직 뒤 평생의 연구주제를 정하고 자료를 발굴하고 필생의 과업으로 책을 써내는 사람들도 많이 봤다.무언가를 배우려는 자세는 자신에게 부족함이 있다는 걸 안다는 전제에서 생겨난다. 이들도 나이 들면서 조금은 고집불통이 되고 매너가 부족해지고 인색해지기도 하지만 자신을 낮춰 배우기를 게을리하지 않는다. 특히 인지증(치매)을 피하기 위한 노력에 필사적이다. 서점에서는 치매 예방을 위한 두뇌훈련용 연습장, 치매예방을 위한 음식과 운동법, 신문 칼럼이나 불경 등을 베껴쓰는 노트, 빈칸에 색칠을 하는 그림책 등이 불티나게 팔린다. ● 단카이 세대 닮은 386세대, ‘오랜 기회 독점’ 비난 새겨들어야일본에서 쏟아져 나오는 단카이 세대 관련 기사들을 보며 우리 386(1990년대에 30대, 1980년대 학번, 1960년대 생) 세대와 닮은 점이 많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무엇보다 시대정신과 주장을 몸소 구현하는 대목이 닮았다. 운동권이 많았지만 대부분은 큰 불이익 없이 사회에 진출했고 각자 자리에서 두각을 나타내 출세의 사다리에 올라탔다. 너무 오래 기회를 독점하는 것 아니냐는 원성이 들려오기 전까지는 (아마도) 괜찮았다.아사히신문의 현대용어사전인 ‘지에조(知惠藏)’에서는 단카이 세대에 대해 ‘전교생이 전람회장에 들어갔는데 앞에서 너무 오래 감상하는 바람에 뒷줄에 선 후배들이 폐장 시간에 쫓기게 한 세대’라는 표현으로 단카이 세대의 오랜 기회독점을 비판했다. 마침 4월 치러질 서울시장 선거 주요후보는 10년 전과 같은 얼굴들로, 대부분 386세대다. 이들이 가진 경륜과 지식, 사회적 인지도는 그런 자격이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뭔가 아쉬움도 남는다. 어찌됐건 386의 맏형격인 1960년생이 지난해 법적 정년을 맞았다. 앞으로 이어질 386세대의 퇴장을 우리 사회가 얼마나 아쉬워할지는 미지수다. 이들이 과거 노인들과 다른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기대해보면서, 올해 72~74세를 맞이한 일본 단카이세대의 모습을 살펴봤다. 서영아 기자 sya@donga.com차 한잔 타임“우리가 아는 ‘노인’이 아니다.”이런 제하에 새로 법적 ‘노인’에 편입된 베이비붐 세대에서 희망을 보자는 지난주 ‘100세 카페’ 글에 많은 독자가 댓글로 의견을 주셨습니다.‘요즘 65세는 10살은 아래로 봐야 한다’거나 ‘멋진 노인이 늘고 있다’며 공감을 표하는 독자 여러분이 적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부모님께 감사한다’는 분도 계셨지요. 반면 노인들의 매너 없음과 불통 등을 흉을 보는 분도 간혹 계셨습니다. ‘활기찬 노인이란 도시부의 얘기일 뿐, 지방에는 기운없는 노인들이 많아 우울해진다’고 토로하는 독자도 계셨고, 현재의 베이비붐 세대는 부모세대와 자식세대의 부양 부담에 치이는 마지막 ‘낀 세대’라며 애환을 토로하는 의견들도 눈에 띄었습니다. 정년을 늘려야 한다거나 노인들에게 더 많이 일할 기회를 줘야 한다는 주장도 적지 않았는데, 앞으로 곰곰 따져봐야 할 것 같습니다.나이듦과 은퇴, 생명의 쇠퇴에 대해 뾰족한 답이 있을 수는 없습니다. 같은 시대, 같은 사회를 살아간다 해도 저마다 삶이 다르니 일률적으로 ‘노인은 이렇다’거나 ‘이 길로 가야만 한다’고 단언하기도 어렵습니다. 흘러가는 세월을 막을 도리도 없는 노릇이죠. 하지만 어떤 시대건 우리 사는 세상을 조금이라도 살기 좋게 만들려는 노력은 필요합니다.가령 노인이 되어도 사회와 소통하고 자신의 역할을 갖고 조그만 수입이라도 얻을 수 있는 세상, 어르신들이 편안한 표정으로 웃으며 살 수 있는 세상이라면 그 아이들도, 그 아이의 아이들도 살기 좋은 세상에 가까워질 확률이 커집니다. 주어진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되, 좀더 낫게 바꾸려는 노력을 게을리 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100세 카페는 이어집니다.}

은퇴야 어느 시대나 있게 마련이지만 제2차 세계대전의 참화를 거친 뒤 등장한 베이비붐 세대의 존재감은 좀 각별하다. 미국과 일본에서는 베이비붐 세대가 2006~2007년을 기점으로 만 60세를 맞으면서 대거 은퇴 대열에 합류했다. 앨런 그린스펀이 2007년 낸 자서전에서 “세계가 은퇴 중”이라고 언급했을 정도다. 전후 경제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하던 이 두터운 인구 층이 무리지어 일선에서 퇴장하다보니 이들의 움직임에 따라 세상도 들썩이지 않을 수 없다. 워낙 숫자가 많으니 세대갈등 양상도 나타나곤 했다. 가령 참견이나 가르침을 주려 하는 기성세대에 대해 한국에서는 “꼰대”, 영미권에서는 “오케이, 부머”라고 꼬집는 젊은 세대의 조롱이 회자(膾炙)되기도 했다.●“세계는 은퇴 중” 베이비붐 세대의 퇴장미국에서 베이비부머는 1946년부터 1964년까지 근 20년간 태어난 세대를 칭한다. 일본은 1947년~1949년생인 ‘단카이(團塊·덩어리) 세대’ 800여 만 명이 전후 일본 사회의 총아로 자리 잡았다. 한국의 경우는 6.25전쟁의 여파로 한참 늦어진 1955년생부터 1963년생까지 탄생한 700여 만 명을 베이비붐 세대로 분류한다. 일각에서는 1974년생까지를 합쳐 1700만 인구라 하기도 한다. 한국의 베이비붐 세대가 미국 일본보다 8~9세는 젊은 셈이다. 인구표를 펴놓으면 우리는 ‘정해진’ 미래를 예견할 수 있다. 지난해 한국 베이비붐 세대의 맏형 격인 1955년생이 만 65세로 법적 ‘노인’이 됐다. 앞으로 8년간 매년 80~90여 만 명이 이 대오에 합류하게 된다. 우리 주변에는 저출산과 고령화, 인구 감소가 맞물려 조만간 우리 사회가 겪어보지 못한 재앙에 빠져들 것이라는 경고가 가득하다. 지난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몰고 온 팬데믹도 세상의 변화를 더욱 재촉하고 있다. 늘어나는 노인은 정말 사회의 골칫거리일까.●“10년 내 세계의 중심은 노인과 여성으로 이동한다”앞서도 언급했지만 한국의 베이비부머는 미국이나 일본보다 젊다. 앞서나간 나라들을 참고하기 좋은 여건이다. 그런데 이런 나라들을 살펴보면 상당한 변화가 감지된다. 가령 요즘 마케팅과 산업, 미디어 등에서는 청년 세대를 떠받들고 탐구하느라 애쓰는 분위기지만, 팬데믹 이후를 예측하는 글로벌 석학들은 이 같은 논의가 잘못된 판단에 따른 것이라는 지적을 쏟아내고 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 와튼스쿨 마우로 F. 기옌 교수는 저서 ‘2030 축의 전환: 새로운 부와 힘을 탄생시킬 8가지 거대한 물결’(2020)에서 세계의 부와 힘의 중심은 향후 10년 내에 △대서양에서 아시아 아프리카로 △밀레니얼 세대에서 실버 세대로 △남성에서 여성으로 이동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요즘 기업들이 떠받드는 밀레니얼 세대보다 실버 세대의 경제력이 몇 배 크고 소비도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한다. 60대 이상이 전 세계 자산의 최소한 절반 이상을 소유하고 있으며, 미국의 경우에는 80% 이상을 가졌다는 것이다. 나아가 10년 내에 남성보다 더 부유해진 여성이 늘고 이들의 기호와 선택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기업가나 정치인은 설자리를 잃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고령사회를 위한 기술과 디자인을 연구하는 미국 MIT 에이지랩 창립자 조지프 F 코글린도 저서 ‘노인을 위한 시장은 없다(2019)’에서 “기업들이 전 세계 부의 절반 이상을 거머쥔 노년층을 무시하고 있다”며 “그런 기업에는 미래가 없다”고 단언했다. ●세계에서 가장 큰 소비자 집단 실버 세대 ‘젊음’과 ‘나이 듦’에 대한 일반적인 정의가 사라지면서 세대 간의 역학 관계가 바뀔 것이라는 전망은 차고 넘친다. 노인을 보는 시선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일본의 국제 저널리스트가 석학 8명과 한 인터뷰를 엮은 책 ‘초예측’(2020)에서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는 미래 사회에서 관건은 ‘쓸모없는(無用) 계급이 되느냐 아니냐’이지 나이가 아니라고 갈파했다. 같은 책에 소개된 ‘라이프 시프트(100세 시대)’의 저자 린다 그래튼 런던비즈니스스쿨 교수는 “100세 시대에는 60, 65세 은퇴란 있을 수 없다”며 일하는 방식의 설계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누구나 취업 뒤에도 새로 공부할 기회가 주어져 생애를 통해 배우고 일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이는 먹었지만 건강하고, 능력 있고, 부유한 베이비부머들이 쏟아져 나오는 시대, 사회의 틀도 이에 맞춰 변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로봇과 인공지능 등 4차 산업혁명 시장도 노년층이 가장 큰 소비자가 될 것이라고 본다. ●“우리가 아는 ‘노인’이 아니다” 한국의 베이비붐 세대도 윗세대보다 학력이 높고 연금이나 자산 등 경제적 여유가 있으며 건강하고 활력이 넘친다. 이들은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자유자재로 사용하고 정보화에 대한 이해가 깊으며 삶의 질과 행복에 관심이 많다. 얼마 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고 빈곤율(49.6%)을 기록한 기존 노인 세대와는 다르다. 스스로 노인이라 생각지 않는 이들은 ‘신중년’ ‘신연장자’ 등 다른 용어로 불려야 마땅하다는 생각마저 든다. 이들이 펼치는 인생 2막 풍경에 따라 한국 사회의 미래가 달라진다. 나이 듦이란 무엇인지 제대로 알고 현실로 인정할 것은 인정하되 피할 수 있는 것은 피하기 위한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 이런 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할 때 암담한 미래가 찾아오게 된다. 가령 저출산으로 생산 인구가 줄어드는 마당에, 이들이 가급적 오래 부양 ‘받는’ 쪽이 아니라 부양 ‘하는’ 쪽에 서야 사회 전체의 부담이 줄어든다. 풀죽고 움츠린, ‘죽지 못해’ 사는 노년이 우리 청년들의 미래일 수는 없지 않은가.서영아 기자 sya@donga.com※인생 후반, 더 중요해지는 ‘돈 건강 행복’ 풍요로운 100세 인생을 맞기 위해서는 반드시 지켜야 할 것이 돈과 건강, 그리고 행복이다. 이 모든 것은 어느 날 갑자기 갖춰지는 게 아니고 30~40대부터 차근차근 조금씩 준비해나가야 한다. ‘100세 카페’에서는 특히 인생 2막을 잘 맞이하기 위해 미리미리 준비해야 할 돈과 행복 이야기를 나눠보려 한다. 필자가 일본에서 취재한 세월이 긴 탓에 일본 사례가 상대적으로 많이 등장할 수 있다. 일본이 세계에서 가장 먼저 초고령 사회를 겪어내고 있는 나라라는 점에서 가급적 많은 참고가 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