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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2월 4일 미국 워싱턴의 ‘코멧 핑퐁’ 피자가게. 소총으로 무장한 20대 남성이 들어와 총기를 난사했다. 그는 ‘힐러리 클린턴이 이끄는 조직이 워싱턴의 코멧 핑퐁 피자가게 지하실에서 아동을 성적으로 학대하는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는 황당한 음모론에 빠져 있었다. 해당 가게에는 작은 식자재 창고만 있을 뿐 지하실은 없었다. 음모론에서 언급된 사탄숭배자나 소아성애자도 없었다. 미국 사회를 충격에 빠뜨린 이른바 ‘피자 게이트’다. 다행히 피자 게이트에선 인명 피해가 없었다. 하지만 2021년 1월 ‘2020년 미국 대선은 부정선거’라는 음모론에 빠진 이들이 미 의사당을 무력으로 점거했다. 당시 폭도와 경찰관 등 5명이 사망했다. 지금까지도 미국 공화당의 연방 하원의원 중 일부는 “2020년 대선은 조작된 사기극”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 책은 음모론의 정의와 유형, 확산 과정 등을 체계적으로 연구한 내용을 담고 있다. 과학적 회의주의 사상가로 회의주의 잡지 ‘스켑틱’ 편집장인 저자는 멀쩡해 보이는 사람들이 왜 음모론에 빠지는지 답을 제시한다. 저자는 음모론에 빠지는 경로를 크게 3가지로 분석한다. 우선 경험적 진실이나 역사적 배경이 실제 진실을 대신하는 ‘대리 음모주의’다. 코로나19 백신을 맞으면 빌 게이츠가 우리를 조종할 것이란 음모론이 대표적이다. 거대 제약사의 증거 조작 등 부정과 비윤리적 실험 등이 과거 실제로 벌어졌기에 이 같은 음모론이 먹힐 수 있었다는 것. 두 번째는 ‘부족 음모주의’다. 음모론을 믿는다고 공개적으로 밝히며 같은 집단(부족)의 구성원들에게 충성심을 드러내고, 유대감을 얻는다. 끝으로 음모론을 믿는 게 유리한 선택일 수 있다는 ‘건설적 음모주의’다. 풀숲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를 들을 때 사실은 바람 소리인데, 위험한 맹수라는 생각에 빠졌다고 가정해 보자. 이는 맹수인데 바람 소리라고 가정하는 것보다 생존에 유리하다. 이처럼 최악의 상황이나 음모가 실제로 있다고 가정하는 게 번식과 생존에 유리하다는 인류의 경험이 음모론에 빠지게 할 수 있다. 저자는 음모론에 빠질 만한 저마다의 이유가 충분히 있기에 음모론자들을 단순히 어리석고, 비합리적인 사람으로 치부해 경멸해선 안 된다고 강조한다.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을 인정해야 극단적인 사회 분열을 막을 수 있다는 것. 저자는 “감정이 오가게 하지 말라” “사실의 변화가 반드시 세계관의 변화를 의미하지 않는다고 보여줘라” 등 음모론자와의 13가지 대화법도 알려준다. 그러면서 음모론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언론의 자유 확대, 지식의 투명한 공개 등 사회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다양한 음모론이 불거져 사회 갈등이 커지고 있는 한국 사회에도 유용한 참고서가 될 수 있지 않을까.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한국신문협회(회장 임채청),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회장 추승호), 한국기자협회(회장 박종현)가 공동 주최한 ‘제68회 신문의 날 기념대회’가 4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 신문협회상 시상식이 함께 열려 전국 53개 신문사 사원 53명이 수상했다. 신문협회상은 각 회원사에서 추천한 우수 사원에게 수여한다. ‘2024 한국신문상’ 시상식에서는 지난해 ‘표류-생사의 경계에서 떠돌다’(조건희, 송혜미, 이상환, 이지윤, 위은지, 임상아, 임희래, 우경임, 홍진환, 양충현, 하승희, 김충민 기자)를 보도한 본보를 비롯해 한국경제신문, 한겨레신문, 경인일보 기자들이 상을 받았다. 임채청 한국신문협회장은 “정보의 범람 속에서 신문의 사명과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며 “신문을 읽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허위 정보를 가려내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최근 일본의 조사 결과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이어 임 회장은 “사실이 말하게 하고, 세상에는 서로 다른 눈으로 사물을 보는 이들이 존재함을 인정하고 받아들임으로써 네가 죽어야 내가 산다는 ‘제로섬’이 아니라 모두 함께 더 잘사는 ‘포지티브 섬’ 사회를 열어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도운 대통령홍보수석을 통해 전한 축사에서 “국가의 소중한 지적 자산인 신문이 새로운 디지털 시대에 발맞춰 더욱 발전해 나갈 수 있도록 자유롭고 건강한 환경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덕수 국무총리도 “신문 산업이 데이터와 연결하여 성장할 수 있도록 저작권 보호 등 제도 정비에 적극 나서겠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오세훈 서울시장, 전병극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 등이 참석했다.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김백 신임 YTN 사장이 3일 방송을 통해 과거 YTN의 불공정 보도들에 대해 사과했다. 김 사장은 이날 YTN 방송을 통해 “언론은 공정하고 균형 잡힌 보도로 국민 여러분께 봉사해야 할 책임이 있다”며 “그러나 YTN은 그동안 소임을 다하지 못했다. 이점, YTN을 대표해서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김 사장은 “지난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는 특히 언론의 기본 중 기본인 균형추를 상당히 잃어버렸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면서 구체적인 불공정 보도 사례를 언급했다. 그는 “윤석열 후보의 부인 김건희 여사와 관련해서는 차마 입에 담기도 민망한 내용인 한쪽의 일방적 주장만 보도했다”며 “지난 대통령 선거 사흘 전, 인터넷 매체를 통해 흘러나온 ‘김만배-신학림’ 녹취록 조작 보도를 사실 확인도 없이 대대적으로 보도해 선거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중에는 오세훈 후보의 이른바 ‘생태탕’ 의혹을 24시간 동안 십여 차례 보도하면서 경쟁자였던 박영선 후보의 도쿄 아파트 보유 사실은 제대로 다루지 않았다”고 지적했다.이어 김 사장은 “YTN이 이런 ‘묻지마식’ 불공정‧편파 보도로 국민의 신뢰를 잃어버린 점, 깊은 유감을 표하며 정중하게 사과드린다”며 “사과에만 그치지 않고 앞으로 다시는 이런 부당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이에 대해 전국언론노조 YTN 지부는 “대국민 사과라고 하지만, 실상은 ‘용산’을 향해 엎드린 것”이라며 “YTN 사장이라는 자가 권력을 향해 용서를 구한 오늘은 30년 YTN 역사에서 가장 치욕스러운 날”이라고 비판했다.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1930년대 전 세계를 덮친 경제 대공황 당시 독일에서는 아돌프 히틀러가 집권했고, 일본은 군국주의화됐으며, 스페인에선 내전이 일어났다. 저자는 글로벌 경제의 불안정성이 지속되면서 곳곳에서 포퓰리즘 정권이 득세하는 지금의 현실도 약 90년 전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 책은 자본주의와 민주주의라는 두 체제의 결합으로 인류가 어떻게 번영을 이뤘는지, 자본주의 위기에 따라 민주주의가 어떻게 위협을 받는지를 실증적인 데이터와 사례를 통해 분석한다. 저자는 금융 저널리즘에 기여한 공로로 대영제국 훈장을 받은 영국 경제평론가다. 저자는 민주주의와 자본주의의 관계를 결혼에 비유한다. 개인의 자유, 평등한 지위, 법치주의 등 공통의 가치관을 지닌 두 체제가 결합해 상호 발전을 이뤄왔다는 것. 그 결과가 20세기 중반부터 21세기 초까지 40여 년간 이어진 세계적인 경제성장과 민주주의 확산이다. 하지만 21세기 들어 특히 2008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경제와 정치 모두에 위기가 발생했다. 지나친 탐욕을 보여 온 엘리트들에 대한 신뢰 상실, 취약계층의 경제적 타격 심화, 중국 등 신흥 제조 강국의 등장에 따른 기존 고소득 국가의 일자리 감소가 동시다발로 진행됐다. 기대했던 합리적 보상이 불가능해진 현실에 서민들의 불만이 커졌고, 이들이 포퓰리즘 선동가들의 먹잇감이 됐다. 영국의 보리스 존슨 전 총리,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같은 포퓰리즘 정치인들이 내세운 무역장벽과 외국인 퇴출, 국제 협약에 대한 위협 등이 현실화됐다. 저자는 포퓰리즘 선동가의 출현을 막기 위해선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사회 안전망 확충, 소수를 위한 특권 폐지 등의 이른바 ‘뉴 뉴딜’을 통해 경제와 정치의 균형 상태를 복원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경기 침체와 포퓰리즘 위기에 당면한 한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방송통신위원회가 종합편성채널 채널A와 보도전문채널 YTN, 연합뉴스TV에 대한 재승인을 의결했다. 방통위는 27일 전체회의를 열어 “채널A에 대해 2028년 4월 21일까지 4년간 유효한 재승인을, YTN과 연합뉴스TV에 대해 2028년 3월 31일까지 4년간 유효한 재승인을 각각 의결했다”고 밝혔다. 앞서 채널A는 지난달 외부 심사위원들이 평가한 재승인 심사에서 652.95점(총점 1000점)을 받아 기준점(650점)을 넘었다. YTN(661.83점)과 연합뉴스TV(654.49점)도 기준점을 넘겼다. 방통위는 팩트체크 및 취재윤리 제도와 교육 강화, 외부 전문기관을 통한 시사 보도 프로그램 공정성 진단 등을 조건으로 부과했다. 최근 최대주주가 유진그룹으로 바뀐 YTN에 대해서는 최대주주에게 유리한 내용 또는 홍보성 기사 보도 금지 등의 조건이 부여됐다. 연합뉴스TV는 최대주주인 연합뉴스와의 내부거래 금지 등 재무 건전성 확보 방안 등이 조건으로 붙었다.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한국신문협회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한국기자협회는 제68회 신문의 날(4월 7일) 표어 대상으로 김태우 씨(대전)의 ‘신문 읽는 오늘, 더 지혜로운 내일’을 선정했다고 27일 밝혔다. 심사위원들은 “신문 읽기를 통해 얻은 정확한 지식과 정보를 토대로 더 현명한 판단을 내릴 수 있고, 나아가 더 나은 미래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을 훌륭히 표현했다”고 평가했다. 우수상에는 박주리 씨(대구)의 ‘신문, 세상을 담다, 시대를 품다, 세대를 넘다’와 이재원 씨(경기 안산시)의 ‘AI시대 신문, 가장 믿음직한 알고리즘’이 뽑혔다. 올해 처음 신설된 신문홍보 캐릭터 공모전 대상으로는 김재효 씨(서울 동대문구)의 ‘신문이와 펜둥이’(사진)가, 우수상에는 김강민 씨(서울 송파구)의 ‘신통이와 까랑이’, 김용진 씨(경기 광주시)의 ‘신이와 무니’ 등 2편이 뽑혔다. 표어 및 캐릭터 대상 수상자에게는 상금 100만 원과 상패를, 우수상 수상자에게는 상금 50만 원과 상패를 각각 수여한다. 시상식은 다음 달 4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리는 제68회 신문의 날 기념대회 때 열린다.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한국신문협회(회장 임채청)는 4월 1일부터 ‘2024 신문기자 진로탐색’ 프로그램에 참가할 학교 120곳을 선착순 모집한다. 산림청이 지원하는 이 프로그램은 기자가 되고 싶은 학생들을 위해 신문협회 회원사 소속 기자들이 5∼11월 학교를 방문해 기자 직업과 기사 작성 방법 등에 대해 강의한다. 신청은 신문협회 홈페이지(www.presskorea.or.kr)에서 할 수 있다.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한국신문협회는 네이버가 정정보도 신고만 받아도 뉴스 검색 결과에 ‘정정보도 청구’를 표시하기로 한 데 대해 철회를 촉구했다. 25일 신문협회는 네이버와 네이버 뉴스혁신포럼 위원들에게 ‘네이버의 정정보도 표시에 대한 한국신문협회의 의견’을 전달하고 이같이 요구했다. 앞서 네이버는 정정, 반론, 추후 보도 청구가 들어온 기사에는 포털 검색 결과 페이지에서 ‘정정보도 청구 중’이라는 문구를 넣겠다고 밝혔다. 또 서면과 등기우편만으로 접수하던 정정보도 청구를 온라인으로 할 수 있도록 28일 웹페이지를 신설하겠다는 내용도 발표했다. 이에 신문협회는 “진실을 파헤치고 진상을 규명하려는 과정에서 의도치 않게 오보가 나올 수 있으나 이는 취재 편집 과정의 착오 등에 의한 것이지 의도적, 악의적으로 날조한 거짓 보도와는 다르다”며 “하지만 정정보도 청구 중이라는 표시 자체가 취재기자를 잠재적 가해자로 둔갑시켜 국민들에게 악인(惡人)이라는 각인 효과를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조치는 ‘언론의 위축 효과’를 노리는 ‘전략적 봉쇄 소송’과 유사한 방식으로 비판, 의혹 보도를 봉쇄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정보도가 목적이라기보다는 보도의 신뢰성에 흠집을 내는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 신문협회는 “뉴스 보도에 ‘정정보도 청구 중’이라는 문구 등을 추가하는 것은 편집권을 명백하게 침해할 뿐 아니라 궁극에는 언론의 자유를 훼손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선거 등 중요한 시기를 앞두고 네이버가 민감한 기사 유통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려는 의도로 비칠 수 있다”며 “이번 조치를 전면 철회하고 언론계와 협의를 통해 인격권과 언론의 자유가 조화를 이룰 수 있는 해결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지난해 12월 미국 하원의 교육위원회 청문회장. “유대인 제노사이드(인종학살)를 요구하는 학생들이 징계 대상인가”라는 질문에 미국 하버드대, 매사추세츠공대(MIT), 펜실베이니아대 등 명문대 총장들이 하나같이 “맥락에 따라 다르다” “표현의 자유를 보장한다” 등 동문서답을 하며 대답을 회피했다. 지난해 10월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이후 미국 대학 내 ‘반유대교’ 집회 대응을 추궁하는 자리였다. 인종차별적 혐오 표현은 당연히 금기시돼야 한다는 점에서 쉬운 질문으로 여겨졌지만 이들은 제대로 답하지 못했다. 이에 대해 미국 보수층을 중심으로 진보 성향이 강한 미 대학 사회가 “표현의 자유 등 PC(political correctness·정치적 올바름)에 지나치게 경도돼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결국 하버드대와 펜실베이니아대 총장은 이 사건을 계기로 사퇴했다. 이 책은 성차별 혹은 인종차별 등 소수자와 약자에게 불쾌감을 주는 표현을 바로잡으려는 미국의 PC가 최근 들어 극단화되고 변질됐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저자는 독일의 진보 성향 잡지 슈피겔의 워싱턴 특파원으로, 미국의 갈등 상황을 다뤘는데 한국 사회와도 유사한 부분이 적지 않다. 저자는 미국에선 스스로 ‘깨어 있다’고 자부하는 이들이 PC에 조금이라도 어긋나는 발언을 발견하면 이를 공격하는 일에 사활을 걸고 있다고 꼬집는다. 2020년 12월 미국 일리노이대 법학과 교수인 제이슨 킬본이 학생들에게 낸 과제로 인해 대학 당국으로부터 징계를 받은 사례가 대표적이다. 그는 직장 내 차별을 다루는 내용을 적으면서 인종차별적 단어를 피하기 위해 흑인을 비하하는 ‘니그로(Negro)’를 철자 그대로 쓰지 않고 ‘N…’으로만 썼다. 그런데 이 대학의 법학과 흑인학생회가 ‘N…’이라는 표현도 ‘정신적 테러’라며 항의했다. 결국 대학당국은 킬본 교수에게 임시정직이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2021년에는 미국 샌프란시스코 교육청이 민주당 상원의원 다이앤 파인스타인이 1980년대에 동성혼을 반대했다는 이유로 ‘다이앤 파인스타인 초등학교’라는 교명을 바꾸는 결정을 내렸다. 저자는 이 같은 모습을 새로운 ‘독단주의’라고 지적한다. 문제는 PC에 대한 과도한 집착이 사회 진보에 긍정적인 사람들의 열정을 꺾는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학이나 언론에서 논쟁적 사안을 토론하거나 보도하는 일을 피하게 돼 사실상 침묵을 강요하는 분위기가 미국 사회에서 퍼져 나갔다는 얘기다. 그 결과 합리적인 정치문화가 실종되면서 극우 보수와 극단적 진보 세력의 양극화로 이어졌다는 것이 저자의 분석이다. “다른 의견을 존중하고, 그것을 분노의 연료로 사용하지 않는 쿨하고 여유로운 자유 개념이 이 나라에서 사라지고 있다”는 저자의 일갈은 단지 미국에만 해당하는 내용은 아닐 것이다.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방송통신위원회가 인공지능(AI)으로 생성한 콘텐츠에 대해 ‘AI 생성 콘텐츠 표시제’를 도입한다. 지상파·종합편성채널 등의 재승인·재허가 유효기간을 확대하는 정책도 추진한다. 방통위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2024년 업무계획’을 21일 발표했다. 방통위는 AI 확산에 대응하기 위해 ‘인공지능서비스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 제정을 추진한다. 이와 함께 AI를 활용해 생성한 콘텐츠의 경우 AI 생성물이라는 정보가 드러나도록 표시를 의무화하는 ‘AI 생성 콘텐츠 표시제’를 도입한다. 방통위는 방송산업 규제 완화 차원에서 현재 3∼5년 주기로 재허가·재승인 심사를 받는 지상파, 종편, 보도전문채널의 유효기간을 최대 7년으로 늘린다. 그 대신 방송의 사회적 책임을 높이기 위해 심각한 위반이 있을 경우 최소 유효기간을 축소하는 방안도 병행할 방침이다. 또 방송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간 규제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오락 프로그램 편성비율이나 외주제작 의무편성 비율을 완화하는 내용의 방송법 개정안을 연내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사회적 영향력이 큰 포털 뉴스에 대해선 공적 책임을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이를 위해 방통위는 포털별 뉴스제휴평가기구의 기준 및 평가결과와 더불어 알고리즘투명성위원회의 구성과 운영 내역을 공개하기로 했다. 허위 조작정보 대응을 위해 포털, 플랫폼 업계 등과 기술·관리 조치를 구체화한 가이드라인도 마련할 계획이다. 통신비 부담 완화를 위해 단말기 유통법 폐지 전이라도 시행령과 지원금 관련 고시를 개정해 지원금 경쟁을 촉진한다. 방통위는 최근 구독료를 급격히 올린 OTT에 대해선 부당한 요금 청구 등 금지행위 위반 여부를 조사할 방침이다.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생성형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뉴스저작권 보호와 AI 기술 대응을 위해 언론계가 포럼을 발족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은 19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AI 시대 뉴스저작권 포럼’ 발족식을 열었다. 이번 포럼은 언론재단이 주최하고 한국신문협회와 한국방송협회, 한국기자협회,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한국인터넷신문협회, 한국온라인신문협회 등 6개 주요 언론 단체가 공동 주관한다. 포럼은 AI 보급 등 기술 변화를 반영한 뉴스저작권법 개정안 초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AI 개발 과정에서 뉴스 콘텐츠를 거대언어모델(LLM) 등으로 활용할 경우 기술 기업이 언론사에 지급해야 할 적정 대가를 산정하는 모델도 구축한다. 언론사들이 취재, 보도에 AI를 활용할 경우 기준으로 삼아야 할 준칙도 제정할 방침이다. 포럼은 3개 분과로 나눠 언론사 대표와 기자, 변호사, 정보기술(IT) 기업 간부 등 32명이 위원으로 참여한다. ‘법 제도 개선 및 지원 정책’ 분과는 이대희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대가 산정 및 상생협력’ 분과는 최봉현 한국전통문화대 문화재관리학과 교수가, ‘AI 준칙 제정’ 분과는 배정근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가 각각 연구책임을 맡는다. 분과별 연구 및 협의를 거쳐 올 8, 9월경 토론회를 연 뒤 연구 결과를 정리한 보고서를 낼 계획이다.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정부가 지상파와 종합편성채널 등 방송사업자의 재승인·재허가 기간을 기존 최장 5년에서 7년으로 늘리는 등 방송규제 개선을 추진한다. 미디어·콘텐츠산업융합발전위원회(융발위)는 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전체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미디어·콘텐츠 산업융합 발전방안’을 확정 발표했다. 융발위는 문화체육관광부, 방송통신위원회 등과 민간 전문가가 함께 참여해 미디어, 콘텐츠 산업정책 전략을 수립하는 국무총리 산하 자문기구다. 이날 융발위는 방송사 재승인·재허가 제도를 전면 개편하기로 했다. 현재 3∼5년인 지상파, 종편, 보도전문채널의 재승인·재허가 기간을 최장 7년으로 확대한다. 방송계에서는 짧은 유효기간으로 인해 장기간에 걸친 투자전략 수립을 방해하고, 과도한 행정부담을 유발한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이를 위해 방통위는 방송법 시행령 개정을 내년까지 마무리할 예정이다. 홈쇼핑, 케이블방송 등 유료방송에 대해선 현재 7년 단위의 재승인·재허가 제도를 폐지할 계획이다. 방송 광고규제도 기존 프로그램, 중간, 자막, 간접광고 등의 7가지 유형에서 3가지 유형으로 단순화하고 광고 유형과 방식에 자율성을 부여한다. 또 방송법에 명시된 17개 방송심의 규정 중 ‘민족의 주체성 함양’, ‘건전한 소비생활’ 등 추상적이고 시대에 뒤떨어진 항목을 개선한다. 민간의 콘텐츠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콘텐츠 제작비에 대한 세액 공제율을 최대 30%까지 확대한다. 제작비 부족으로 지식재산권(IP)을 해외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로 이전하는 것을 막기 위해 민관 합동으로 1조 원대의 ‘K-콘텐츠·미디어 전략펀드’를 조성해 국내 IP 보유·활용 기업들에 투자할 방침이다. 한 총리는 “민간 전문가와 관계 부처가 함께 만든 종합전략으로 개별 부처가 추진하기 힘든 핵심 정책방안을 담아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리리! 리리!” 2016년 1월 중국 쓰촨(四川)성 ‘자이언트 판다 번육 연구기지’. 18년 만에 만난 판다 리리에게 강철원 사육사가 소리쳤다. 앞서 1994∼1998년 강 사육사의 손에 컸던 리리는 여전히 ‘아빠’의 목소리를 기억했다. 리리는 고개를 들더니 강 사육사에게 서서히 다가왔다. 주변의 중국 관계자들은 강 사육사에게 “당신이 진정한 ‘슝마오 바바(판다 아빠)’!”라고 외쳤다. 리리가 한국 땅을 떠난 지 18년 만인 2016년, 아이바오와 러바오 판다 커플이 한국에 왔다. 그로부터 4년 뒤 이들은 ‘푸바오’를 낳았다. 그렇게 ‘판다 할부지’ 강 사육사와 푸바오의 좌충우돌 일상이 시작됐다. ‘용인 푸씨’ ‘푸 공주’ 등 다양한 애칭으로 불리며 국내에서 큰 사랑을 받은 푸바오를 4년간 돌본 강 사육사가 그동안의 잊지 못할 추억과 미공개 사진을 담아 에세이 ‘나는 행복한 푸바오 할부지입니다’를 펴냈다. 푸바오에 대한 높은 인기를 반영하듯 이 책은 교보문고가 8일 발표한 3월 첫째 주 베스트셀러 종합 1위에 올랐다. 구매자의 89.2%는 여성으로 집계됐다. 책에는 에버랜드에서 37년간 일해 온 베테랑 사육사의 동물을 향한 따뜻한 시선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푸바오는 한국에서 자연 번식으로 태어난 첫 판다다. 판다는 통상 생후 40일 전후로 눈을 뜬다. 그런데 푸바오는 왼쪽 눈은 생후 15일 만에, 오른쪽 눈은 18일 만에 각각 떴다. 자칫 시력에 문제가 생길 수 있을 만큼 시기가 빨랐다. 이에 강 사육사는 두 달여간 분만실의 불을 끈 채 푸바오의 시력을 보호했고, 결국 건강한 시력을 가질 수 있었다. 푸바오뿐만 아니라 출산 후유증으로 입맛을 잃고 힘들어하던 엄마 아이바오를 위해선 영양가 많은 대나무 잎에 부드러운 죽순을 싼 특식(죽순쌈)까지 만들어 줬다. 푸바오의 성장 기록은 마치 육아일기처럼 느껴진다. 생후 120일째 처음으로 네 발로 걸음을 떼자 눈물을 흘리며 축하하는 모습이나, 저녁시간 실외 놀이터에서 계속 놀려고 투정을 부리는 모습은 여느 가정과 다르지 않아 보인다. 강 사육사는 푸바오가 나무 타기에 능숙해지는 등 어엿한 판다로 성장하는 데 아이바오의 역할이 컸다고 말한다. 푸바오가 높은 나무에서 떨어지거나 놀라면 언제나 자식 곁으로 달려갔지만 푸바오를 나무 위에 무작정 올려주지 않았다. 푸바오 스스로 터득하고 배우도록 길러주는 아이바오의 모습을 ‘지지와 신뢰의 육아법’이라고 명명하며, 사람에게 주는 교훈이 크다고 강조한다. 푸바오의 ‘작은 할부지’로 불리는 송영관 사육사도 ‘전지적 푸바오 시점’을 지난해 11월 출간했다. 책 한쪽에는 푸바오의 사진이, 다른 쪽에는 푸바오의 시점으로 쓴 일상의 기록이 위트 있는 문체로 적혀 있다. “저는 맹수의 신체 구조와 장기를 가지고 태어났지만 고기 대신 식물인 대나무를 먹고 살아가요. 그래서 소화력이 좋지 않아요. 남들은 저를 게으르다고 하지만 살아남기 위해 먹고 자기를 최선을 다해서 반복해야 해요. 삶에 있어서 치열하지 않은 야생동물은 없어요” 등 푸바오의 시점으로 야생동물 판다의 특성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푸바오는 다음 달 3일이면 중국으로 떠난다. “푸바오, 정말 고맙고 사랑한다. 그리고 어릴 적 함께했던 할부지를 아주 조금만 생각해 주겠니?”라는 강 사육사의 진심 어린 고백은 푸바오를 사랑했던 모두에게 큰 울림을 준다.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야권 추천인 옥시찬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이 자신에 대한 해촉 처분에 불복해 집행정지를 신청했지만 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서울행정법원 행정8부(부장판사 이정희)는 6일 옥 위원이 윤석열 대통령을 상대로 낸 해촉 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했다. 옥 위원은 올 1월 9일 방심위 방송소위에서 류희림 방심위원장의 셀프민원 의혹을 제기하는 과정에서 류 위원장을 향해 욕설을 하며 서류를 집어던졌다. 이후 방심위는 옥 위원에 대해 폭력 행위와 모욕 등의 이유로 해촉건의안을 의결했고, 윤 대통령은 해촉안을 재가했다. 재판부는 “방심위 기본규칙에 따르면 방심위원은 공정하고 성실하게 직무를 수행하고, 품위를 유지해야 한다”며 “옥 위원이 욕설을 하고 회의 자료를 집어던진 행위로 인해 정상적인 심의 진행이 방해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이어 “옥 위원의 주장과 같이 욕설 등 행위가 청부민원 의혹을 밝히고, 해당 당사자를 방심위 회의에서 배제하기 위한 과정에서 이뤄졌다고 하더라도 이는 방심위의 자체 감사, 국민권익위원회 조사 및 수사기관의 수사 등 정당한 방법과 절차에 따라 이뤄져야 하는 것”이라며 “옥 위원이 복귀할 경우 방심위의 심의과정이 파행되는 사태가 발생할 여지가 있어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하면 주장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했다.옥 위원과 함께 해촉된 야권 추천 김유진 위원의 경우 지난달 법원에서 집행정지가 인용돼 방심위원으로 복귀한 바 있다. 이날 법원의 결정으로 방심위는 여야 6대2 구도가 이어지게 됐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유시춘 한국교육방송공사(EBS) 이사장(사진)이 백화점, 반찬가게 등에서 법인카드를 사적으로 쓴 업무상 배임 혐의 및 청탁금지법을 위반한 혐의가 있다고 국민권익위원회가 4일 밝혔다. 권익위는 검찰에 유 이사장 수사를 의뢰했다. 유시민 작가의 누나인 유 이사장은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8년 9월 EBS 이사장으로 임명됐다. 2021년 연임돼 임기가 올해 9월까지다. 권익위 정승윤 부위원장 겸 사무처장은 이날 “유 이사장이 공직자 등에게 음식물을 접대하는 등 청탁금지법을 위반했고, 주말 유명 관광지 등에서 공적 예산을 사적으로 사용했다는 신고가 접수돼 조사를 진행했다”며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권익위는 지난해 말 경기교육바로세우기시민연합 등 시민단체들로부터 유 이사장의 법인카드 부정 사용 의혹 신고를 접수한 뒤 조사를 진행해왔다. 권익위에 따르면 유 이사장은 2018년 9월 EBS 이사장 취임 이후 5년여 간 정육점이나 백화점, 반찬 가게 등에서 200여 차례에 걸쳐 1700만 원어치를 법인카드로 결제한 혐의(업무상 배임)를 받는다. 유 이사장이 주말이나 어린이날 등 공휴일에 제주도와 경북도, 강원도 곳곳에서 “직원 의견 청취” 등 명목으로 업무추진비를 쓴 경우도 100여 차례로 집계됐다고 권익위는 밝혔다. 권익위는 유 이사장이 언론인과 공무원에게 3만 원 넘는 식사를 50여 차례 접대한 사실도 파악해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수사를 요청했다고도 했다. 권익위는 유 이사장의 업무상 배임 및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고, 과태료 부과가 필요한 사안은 EBS 감독 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에 이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유 이사장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원거리 지역에서 업무추진비를 사용했다는 것은 제주나 경주에서 당시 EBS 프로그램 관련 행사가 있어 참석해 EBS 임직원, 제작진과 함께 식사를 한 것”이라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유행 기간에 음식을 포장해 안전한 곳에서 식사를 한 부분까지도 문제를 삼는 것 같다”고 했다. 이어 “권익위에서 조사 나올 당시 전반적으로 소명을 했는데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에 대해 유감”이라고 밝혔다.고도예 기자 yea@donga.com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정부가 웹툰과 웹소설을 도서정가제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외국인에게만 허용돼 온 도시민박(공유숙박)을 내국인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스포츠토토 발매 마감 시간을 해당 운동경기 ‘시작 10분 전’에서 ‘시작 시각 전’으로 확대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2024년 규제혁신 추진계획’을 4일 발표했다. 문체부는 신산업 관련 규제 개선책으로 웹툰, 웹소설 등을 도서정가제 대상에서 예외로 두는 출판문화산업법 개정안을 올해 상반기 안에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도서정가제는 간행물 정가의 15% 이내에서만 할인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도심에서 외국인을 대상으로만 허용돼 온 공유숙박업에 대해 내국인도 이용할 수 있도록 제도화할 방침이다. 현재 ‘청소년 이용 불가’ 게임에 대해서는 등급 분류를 할 수 없다. 일부 게임의 경우 국내와 해외에서 연령등급이 달라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정부는 올해 안에 게임산업법을 개정해 청소년 이용 불가 게임의 경우에도 민간에 등급분류를 할 수 있도록 했다. PC방 등을 운영하는 소상공인이 위조 신분증을 제시한 청소년에게 속아 영업정지를 당하지 않도록 행정처분을 면제받는 규정을 마련할 예정이다.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86.8%. 2022년 기준 청년세대인 한국의 19∼34세 인구 중 주택을 소유하지 않은 비중이다. 한국의 청년세대들은 웬만해선 평생 내 집 마련이 어렵다고 생각하는 게 현실이다. 1990년대생 건축가인 저자들 역시 소유하고 있는 집이 없는 세입자들이다. 책 부제인 ‘전월세의 기쁨과 슬픔’처럼 세입자로 살아가는 저자들이 바라본 청년세대의 주거 현실, 한국 부동산 문화에 대한 비평, 정부 정책에 대한 신랄한 비판 등이 위트 있는 문체로 담겨 있다. 청년세대 세입자에게 인테리어 애플리케이션이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볼 수 있는 집과 현실의 집 사이에는 큰 격차가 있다. 2000년대 유행했던 꽃무늬 문짝의 냉장고와 그것과 똑같은 무늬의 포인트 벽지, 텔레비전을 걸어야 하는 자리임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거실 한편의 아트월 등 제한된 예산으로 구할 수 있는 집은 늘 트렌드를 벗어나 있는 게 현실이다. 페인트를 새로 칠하거나 시트지라도 붙여보려 마음먹지만 ‘퇴거 시 원상복구’라는 특약에 곧 마음을 고쳐먹는다. 그나마 오직 집을 투자용으로만 보는 임대인 덕분에 못을 박아도 된다는 허락을 받아 큰 안도감이 들었다는 저자의 고백은 씁쓸한 한국의 현실을 보여준다. 저자들은 청년 주택정책이 ‘최소’ 기준에 맞춰져 있다면서 이로 인해 청년의 주거 질이 더 낮아진다고 지적한다. 정부가 공급하는 대부분의 청년 주택은 약 14㎡로, 법에서 정한 최소 주거면적을 겨우 맞추는 규모다. 설문이나 경험을 토대로 설계된 치수가 아니라 가까스로 ‘살 수는 있게’ 설계돼 최소한의 방, 주방, 화장실만 구색을 맞추고 있다고 꼬집는다. 이들은 비록 2년간 시한부 거주자 조건이지만, 그 안에서 충분히 즐거움을 느끼며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거실에 놓아야 할 텔레비전이나 식탁 대신 식탁을 통해 사랑방처럼 꾸미는 ‘식탁테리어’, 햇살이 들어오는 궤적을 계산해 식물들을 배열하고, 식물의 성장을 지켜보는 기쁨 등이다. 비록 집을 소유하지 않더라도 큰 행복과 즐거움을 얻을 수 있다는 저자들의 메시지가 울림을 주는 책이다.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앞으론 임신 기간과 상관없이 언제든 태아의 성별을 알 수 있다. 1987년 의료인에게 태아 성별 고지 행위를 금지한 지 37년 만이다. 헌법재판소는 28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임신 32주 이전에 태아 성별을 알려주는 것을 금지’한 의료법 20조 2항에 대해 재판관 6 대 3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해당 조항은 즉시 무효가 됐다. 재판관 9명 전원이 해당 조항이 헌법에 어긋난다고 판단했다. 다만 재판관 3명은 위헌보다는 헌법불합치로 결정하며 국회에 개선 입법 시한을 줘야 한다는 반대 의견을 냈다. ● 헌재 “남아 선호 사상 쇠퇴… 부모 알 권리 제한”김기영 문형배 이미선 이영진 정정미 정형식 재판관은 “임신 32주 이전 태아의 성별을 알려주는 행위를 태아 생명을 박탈하는 낙태의 전 단계로 취급해 제한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며 위헌 의견을 냈다. 헌재는 위헌 결정을 내린 이유로 시대적 변화에 따른 성평등 의식 확대를 꼽았다. 과거 남아 선호 사상에 따른 여아 낙태를 막자는 취지에서 법으로 금지했지만 실효성이 없다고 본 것이다. 최근 임신 중절 시기 통계 등도 근거로 언급했다. 헌재는 “양성평등 의식이 자리 잡고 유교 사회 영향인 남아 선호 사상이 확연히 쇠퇴하고 있다”며 “통계청 출생 성비를 보면 2014년부터는 성별과 관련해 인위적 개입이 있다는 뚜렷한 징표가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또한 “인공 임신 중절의 90% 이상은 태아의 성별을 모른 채 이뤄져 태아 성별과 낙태 사이에 유의미한 관련성이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또, 해당 조항이 부모의 알권리를 지나치게 침해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부모가 태아의 성별을 미리 알고자 하는 것은 본능적이고 자연스러운 욕구”라며 “태아의 성별을 비롯해 모든 정보에 접근을 방해받지 않을 권리는 부모로서 당연히 누리는 권리”라고 밝혔다. 헌재는 “(성별 고지 금지 조항은) 태아 생명 보호라는 목적 달성에 효과적이지 않고 입법 수단으로서 현저하게 불합리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낙태를 금지하려면 성별을 알려주는 것을 금지할 게 아니라 낙태 관련 법 개정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취지다.● “태아 생명 보호할 책임 있어” 반대 의견도 다만 이종석 헌재 소장과 김형두 이은애 재판관 등 3명은 다수 의견에 동의하면서도 헌법불합치 의견을 냈다. 당장 조항을 폐지할 게 아니라 성별을 고지할 수 있는 기간을 앞당기는 내용의 입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들은 “우리 사회에서 성별을 이유로 한 낙태가 발생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으므로 태아 생명을 보호할 책임을 소홀히 해선 안 된다”며 “단순 위헌 결정을 하는 것은 태아의 생명 보호를 위한 수단을 대안 없이 일거에 폐지하는 것으로 타당하지 않다”고 밝혔다. 태아 성 감별 금지 조항은 남녀 선별 출산, 성비 불균형을 막기 위해 1987년 제정됐다. 헌재는 2008년 7월 이 조항이 헌법에 맞지 않는다며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2009년 12월 임신 32주가 지나면 성별을 고지할 수 있도록 의료법이 개정돼 현재까지 시행돼 왔다. 하지만 저출산 현상이 심화되고 남아 선호 사상이 거의 사라진 사회 변화에 따라 부모의 알권리를 위해 성별 고지를 전면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번 헌법소원심판 역시 임산부 등이 ‘해당 의료법 조항이 부모의 태아 성별 정보 접근권과 행복추구권, 의료인의 직업 수행 자유 등을 침해한다’며 제기한 것이다. 의료계, 종교계 등은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김재연 대한산부인과의사회장은 “2010년대 중반부터 태아 성별을 따지는 부모는 거의 찾아볼 수 없어 폐지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김동석 대한개원의협의회장(전 대한산부인과의사회장)은 “산모들이 태아 성별을 미리 알아야 양육 준비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반면 이용희 가천대 교수는 “낙태로 악용되는 경우가 있어 많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가톨릭생명윤리연구소장인 박은호 신부도 “원하는 성별을 선택하는 수단으로 악용되지 않도록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장은지 기자 jej@donga.com손준영 기자 hand@donga.com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앞으론 임신 기간과 상관없이 언제든 태아의 성별을 알 수 있다. 1987년 의료인에게 태아 성별 고지 행위를 금지한 지 37년 만이다. 헌법재판소는 28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임신 32주 이전에 태아 성별을 알려주는 것을 금지’한 의료법 20조 2항에 대해 재판관 6 대 3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해당 조항은 즉시 무효가 됐다. 재판관 9명 전원이 해당 조항이 헌법에 어긋난다고 판단했다. 다만 재판관 3명은 위헌보다는 헌법불합치로 결정하며 국회에 개선 입법 시한을 줘야 한다는 반대 의견을 냈다. ● 헌재 “남아선호사상 쇠퇴…부모 알권리 제한”김기영 문형배 이미선 이영진 정정미 정형식 재판관은 “임신 32주 이전 태아의 성별을 알려주는 행위를 태아 생명을 박탈하는 낙태의 전 단계로 취급해 제한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며 위헌 의견을 냈다. 헌재는 위헌 결정을 내린 이유로 시대적 변화에 따른 성평등 의식 확대를 꼽았다. 과거 남아선호사상에 따른 여아 낙태를 막자는 취지에서 법으로 금지했지만 실효성이 없다고 본 것이다. 최근 임신중절 시기 통계 등도 근거로 언급했다. 헌재는 “양성평등 의식이 자리잡고 유교사회 영향인 남아선호사상이 확연히 쇠퇴하고 있다”며 “통계청 출생성비를 보면 2014년부터는 성별과 관련해 인위적 개입이 있다는 뚜렷한 징표가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또한 “인공임신중절의 90% 이상은 태아의 성별을 모른채 이뤄져 태아 성별과 낙태 사이에 유의미한 관련성이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또, 해당 조항이 부모의 알권리를 지나치게 침해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부모가 태아의 성별을 미리 알고자 하는 것은 본능적이고 자연스러운 욕구”라며 “태아의 성별을 비롯해 모든 정보에 접근을 방해받지 않을 권리는 부모로서 당연히 누리는 권리”라고 밝혔다. 헌재는 “(성별 고지 금지 조항은) 태아 생명 보호라는목적 달성에 효과적이지 않고 입법수단으로서 현저하게 불합리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낙태를 금지하려면 성별을 알려주는 것을 금지할 게 아니라 낙태 관련 법개정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취지다. ● “태아 생명 보호할 책임 있어” 반대 의견도다만 이종석 헌재 소장과 김형두 이은애 재판관 등 3명은 다수 의견에 동의하면서도 헌법불합치 의견을 냈다. 당장 조항을 폐지할 게 아니라 성별을 고지할 수 있는 기간을 앞당기는 내용의 입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들은 “우리 사회에서 성별을 이유로 한 낙태가 발생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으므로 태아 생명을 보호할 책임을 소홀히 해선 안 된다”며 “단순 위헌 결정을 하는 것은 태아의 생명보호를 위한 수단을 대안없이 일거에 폐지하는 것으로 타당하지 않다”고 밝혔다. 태아 성 감별 금지 조항은 남녀 선별 출산, 성비 불균형을 막기 위해 1987년 제정됐다. 헌재는 2008년 7월 이 조항이 헌법에 맞지 않는다며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2009년 12월 임신 32주가 지나면 성별을 고지할 수 있도록 의료법이 개정돼 현재까지 시행돼왔다. 하지만 저출산 현상이 심화되고 남아선호사상이 거의 사라진 사회 변화에 따라 부모의 알권리를 위해 성별 고지를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번 헌법소원심판 역시 임산부 등이 ‘해당 의료법 조항이 부모의 태아 성별 정보 접근권과 행복추구권, 의료인의 직업수행 자유 등을 침해한다’며 제기한 것이다. 의료계, 종교계 등은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김재연 대한산부인과의사회장은 “2010년대 중반부터 태아 성별을 따지는 부모는 거의 찾아볼 수 없어 폐지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김동석 대한개원의협의회장(전 대한산부인과의사회장)은 “산모들이 태아 성별을 미리 알아야 양육 준비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반면 이용희 가천대 교수는 “낙태로 악용되는 경우가 있어 많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가톨릭생명윤리연구소장인 박은호 신부도 “원하는 성별을 선택하는 수단으로 악용되지 않도록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장은지 기자 jej@donga.com손준영 기자 hand@donga.com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마이크를 내려놓는다.” 가수 나훈아(본명 최홍기·77)가 가요계 은퇴를 시사했다. 1966년 ‘천리길’로 데뷔한 지 58년 만이다. 나훈아의 소속사 예아라 예소리는 27일 ‘2024 고마웠습니다-라스트 콘서트’ 개최 소식을 알리며 언론에 나훈아가 쓴 편지를 공개했다. 나훈아는 자신의 친필 사인을 담은 이 편지에서 “마이크를 내려놓는다는 것이 이렇게 용기가 필요할 줄은 미처 생각지 못했습니다”라며 “‘박수 칠 때 떠나라’라는 쉽고 간단한 말의 깊은 진리의 뜻을 저는 따르고자 합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가슴에 쌓인 많은 이야기들을 다 할 수 없기에 ‘고마웠습니다!’라는 마지막 인사말에 저의 진심과 사랑 그리고 감사함을 모두 담았습니다”라고 덧붙였다. 편지글 말미 나훈아의 친필 사인 위에는 “마지막 콘서트를 준비하면서”라는 설명도 담겼다. 나훈아가 더 이상 콘서트를 열지 않겠다는 의미인지, 가수로서 활동을 완전히 중단하겠다는 선언인지는 정확하게 언급되진 않았지만, 가요계에선 편지에 ‘마이크를 내려놓는다’는 표현이 적혀 있다는 점에서 사실상 나훈아가 올해 예정된 ‘고마웠습니다’ 전국 콘서트를 끝으로 은퇴를 시사한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다만 소속사 측은 편지 공개 외에는 언론 접촉을 꺼리며 공식 은퇴 발표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고 있다. 소속사 측은 이날 올해 나훈아의 마지막 공연인 ‘고마웠습니다’ 콘서트 일정도 공개했다. 4월 인천 송도를 시작으로, 5월 충북 청주와 울산, 6월 경남 창원과 충남 천안, 강원 원주, 7월 전북 전주로 이어지는 일정이다. 하반기 공연 일정은 추후 알릴 예정이다. 나훈아의 갑작스러운 은퇴 시사 소식에 가요계는 적잖이 당혹해하는 모습이다. 박성서 대중음악평론가는 “나훈아는 음악을 떠나서 대중을 떠나서 살 수 없는 사람”이라며 “은퇴라는 말을 직접적으로 쓰진 않았지만 확실히 알 수 있는 것은 ‘마지막 콘서트’라고 언급했다는 점이다. 나훈아가 이번 콘서트에서 자신의 모든 것을 보여주겠다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나훈아는 1966년 데뷔 후 ‘무시로’, ‘잡초’, ‘갈무리’, ‘울긴 왜 울어’, ‘고향역’, ‘강촌에 살고 싶네’, ‘물레방아 도는데’ 등 수많은 히트곡을 선보이며 50년 넘게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 부산 출신인 나훈아는 전남 목포 출신 가수 남진과 함께 1970년대 가요사에서 서로 다른 외모와 음악 스타일, 지역적으로도 경상도와 전라도를 대표하는 강력한 라이벌 구도를 형성했다. 2006년 데뷔 40주년 공연을 끝으로 2007년 서울 세종문화회관 공연을 취소하면서 건강 이상설 등 각종 루머에 시달리기도 했다. 2008년 각종 루머를 부정하는 기자회견을 한 뒤 칩거에 들어가기도 했던 그는 2017년 11년 만에 컴백해 새 앨범 ‘드림 어게인’을 통해 건재함을 보여줬다. 이후 매년 신보를 발매하거나 콘서트를 열면서 꾸준히 무대 위에 올랐다. 2020년 추석 연휴 기간 KBS 2TV의 공연 ‘2020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에서 ‘테스형!’을 불러 전국적인 화제를 불러오기도 했다. 나훈아는 한국적인 정서를 녹인 곡을 직접 만들고, 탁월한 가창력에 화려한 공연 무대를 선보이는 쇼맨십으로도 유명하다. 강태규 대중음악평론가는 “촘촘하게 쌓아 온 음악적 성취와 독보적인 무대 매너를 본 사람들에게 숨 막히는 몰입감을 자랑했다”며 “‘모든 것을 무대 위에 올려야 한다’는 자타가 공인하는 철저한 공연 철학을 지켜왔고, 후배 한국 뮤지션들한테도 큰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