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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후예’ 김도영(KIA)이 한국 프로야구 역사상 최연소, 최단 경기 30홈런-30도루 클럽 회원이 됐다. 김도영은 15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과의 방문경기에서 3-1로 앞서가던 5회초 1사 1루 상황에 들어서 상대 선발 헤이수스(28)를 상대로 가운데 담장을 넘어가는 비거리 130m짜리 시즌 30호 2점 홈런을 터뜨렸다. 전날까지 시즌 33도루를 기록하고 있던 김도영은 이 홈런으로 프로야구 통산 9번째 30홈런-30도루 클럽 회원이 됐다. 국내 선수가 프로야구에서 30홈런-30도루 기록을 남긴 건 2000년 박재홍(51·당시 현대) 이후 24년 만이다. 이날이 20세 10개월 13일인 김도영은 박재홍이 1996년 현대 소속으로 한국프로야구 역사상 첫 30홈런-30도루 클럽 문을 열면서 남긴 역대 최연소(22세 11개월 27일) 가입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는 마이크 트라우트(33·LA 에인절스)가 2012년 21세 3개월 1일에 세운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최연소 기록보다도 빠른 기록이다. 김도영은 자신이 출전한 시즌 111번째 경기에서 30홈런-30도루 클럽에 가입하며 테임즈(38·NC)가 2015년 남겼던 최소 경기(112경기) 기록도 깼다. 김도영은 광주동성고 시절부터 고향 선배인 ‘바람의 아들’ 이종범(54)의 뒤를 이을 ‘5툴 플레이어’로 평가받았던 선수다. 광주 연고 팀 KIA는 다른 팀이 2022년 신인 드래프트 때 유망주 투수를 1차 지명하는 가운데도 투수 최대어로 꼽힌 문동주(21·현 한화) 대신 김도영을 선택했다. 그리고 김도영은 두 시즌 만에 이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해 보였다. 이종범은 1997년 30홈런-64도루를 기록하며 30홈런-30도루 클럽에 가입한 적이 있다. KIA에서 30-30 클럽 회원이 나온 건 당시 이종범과 1999년 34홈런-31도루를 기록한 홍현우에 이어 김도영이 세 번째다. 프로야구 최다(11회) 우승팀 KIA ‘레전드’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김도영은 ‘국민 타자’ 이승엽 두산 감독(48)의 이름마저 지워버릴 태세다. 2003년 10월 2일생인 김도영이 올해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로 뽑히면 이 감독의 프로야구 역대 최연소(21세 1개월 14일) MVP 수상 기록을 넘어설 수 있다. 김도영은 올해 4월 프로야구 역사상 최초로 한 달 안에 10홈런-10도루를 기록하기도 했다. 김도영은 이제 2015년 테임즈(47홈런-47도루) 한 명만이 이름을 올리고 있는 40홈런-40도루 클럽 가입에 도전한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아기 호랑이’ 김도영(21·KIA)이 2024년을 호랑이의 해로 만들었다. 김도영은 15일 고척 키움전에서 5회 터진 홈런포로 마침내 시즌 30호 홈런을 완성했다. 김도형은 이날 키움전 5회 3-1로 앞선 상황에서 상대 선발투수 헤이수스의 초구 빠른공을 받아쳐 가운데 담장을 넘겼다. 이미 지난달 30도루를 완성해 놨던 김도영은 이날 홈런으로 역대 최연소(20세 10개월 13일)로 ‘30홈런-30도루(30-30)’의 주인이 됐다. 종전 프로야구 최연소 30-30 기록은 1996년 9월 박재홍이 현대 시절 달성한 22세 11개월 27일이었다. 김도영은 28년 가까이 최연소 기록으로 남아있었던 이 기록을 2년 넘게 줄였다. 김도영의 최연소 30-30 기록은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최연소 30-30 기록으로 기네스북에 올라있는 마이크 트라우트(LA 에인절스)보다 빨랐다. 트라우트는 2012년 달성 당시 나이가 21세 2개월 1일이었다. 김도영은 111번째 경기에서 30-30을 달성해 2015년 테임즈가 달성한 최소경기(112경기) 30-30 기록도 갈아치웠다.이날 경기 전까지 김도영은 3일 한화전에서 29호 홈런을 달성한 뒤 7경기 연속 홈런을 만들지 못하고 있었다. 홈런은 물론 장타도 사라졌다. 해당 기간 김도영은 21타수 5안타로 타율도 0.238에 그쳤다. 하지만 전날인 14일 키움전에서 이달 들어 처음으로 담장 상단을 때리는 3루타를 날려 장타 감각을 회복했다. 이날도 첫 타석에서 헤이수수의 3구째 슬라이더를 받아쳐 대형 파울홈런을 만들어냈던 김도영은 3회 병살타로 물러났다. 이후 김도영은 세 번째 타석에서 기다렸다는 듯 초구를 공략해 비거리 130m짜리 홈런으로 대기록을 완성했다. 김도영의 30-30은 프로야구 역사상 9번째 기록이다. 1호 기록 주인인 박재홍(현대·1996, 1998, 2000)만 세 차례 달성했고 이후 이종범(해태·1997), 홍현우(해태·1999), 이병규(LG·1999), 데이비스(한화·1999), 테임즈(NC·2015) 등 여섯 명의 타자가 한 차례씩 달성했다.김도영은 프로 데뷔 전부터 고향 선배 이종범에 빗대 ‘제2의 이종범’ ‘바람의 후예’ 등으로 불렸던 선수다. 고교 시절부터 야구선수에게 필요한 모든 자질을 갖췄다는 ‘5툴 플레이어’라고 평가받았다. 2022년 KIA가 대부분의 구단이 강속구 투수를 뽑는 1차 지명에서 야수 김도영을 선택한 이유였다. 큰 기대 속 ‘호랑이의 해’인 2022년 데뷔한 김도영은 시범경기부터 타율(0.432), 안타(19개), OPS(출루율+장타율 1.068) 1위에 오르며 곧바로 스타덤에 올랐다. 하지만 정작 정규시즌에서는 활약을 이어지지 못했고 그 해 신인왕 투표에서 2표를 받는 데 그쳤다. 2023시즌에도 시범경기에서 활약을 이어가자 김도영에게는 ‘이종봄’이라는 별명이 생겼다. 정규시즌에 보여준 게 없어 ‘봄에만 잘한다’는 조롱이 섞인 별명이었다. 당시에도 김도영은 개막 두 번째 경기에서 주루 도중 발목 골절 부상으로 수술을 받아 6주 후인 6월 말에야 복귀했다. 84경기 출전에 그치며 데뷔 후 처음으로 3할타율(0.303)을 기록한 데에 만족해야 했다. 하지만 천재타자에게 시행착오는 두 시즌이면 족했다. 지난해 아시아 프로야구 챔피언십 도중 손가락 부상으로 재활에 4개월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지만 스프링캠프를 정상 소화한 김도영은 4월 한 달 동안만 지난 2시즌 자신의 통산홈런(10개)과 같은 10홈런을 완성하며 리그 최초 월간 10홈런-10도루를 기록하며 돌풍을 이어갔다. 그리고 마침내 최연소-최소경기 30-30 기록까지 갈아치우며 2024년을 자신의 해로 만들었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역시 괜히 ‘슈퍼스타’가 아니다. 오타니 쇼헤이(30·LA 다저스·사진)가 40홈런-40도루 클럽 가입을 향해 한 걸음 더 전진했다. 오타니는 14일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밀워키 방문경기에 1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해 시즌 37호 홈런을 쏘아 올렸다. 시즌 33도루를 기록 중인 오타니는 홈런 3개, 도루 7개를 더하면 MLB 역사상 6번째 40홈런-40도루 클럽 회원으로 이름을 올릴 수 있다. 아시아 출신 타자가 MLB에서 30홈런-30도루 클럽에 가입한 것도 올 시즌 오타니가 처음이다. 오타니는 4일 오클랜드 방문경기까지 33홈런-30도루를 기록하며 이 클럽에 가입한 뒤 열흘 동안 홈런 4개, 도루 3개를 추가했다. 14일 밀워키 방문경기는 다저스의 시즌 120번째 경기였다. 지난해 41홈런-73도루로 MLB 역대 5번째 40홈런-40도루 클럽 회원이 된 로날드 아쿠냐 주니어(27·애틀랜타)는 팀의 120번째 경기 때까지 27홈런-55도루를 기록하고 있었다. 팔꿈치 부상으로 타격에만 전념하고 있는 오타니는 산술적으로 올 시즌 50홈런-45도루를 기록할 수 있다. 이전에는 투타를 겸업하면서 아메리칸리그 최우수선수(MVP)로 뽑힌 2021년 LA 에인절스 소속으로 46홈런-26도루를 남긴 게 각각 개인 최다 기록이었다. 도루는 성공할 때마다 신기록이고 홈런도 개인 최다 기록을 넘어설 기세다. 다저스는 이날 밀워키를 7-2로 꺾고 5연승을 달렸다.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1위 다저스는 이날까지 71승 49패(승률 0.592)를 기록 중이다. 아메리칸리그 중부지구 선두인 클리블랜드(71승 49패)와 함께 MLB 양대 리그 30개 팀 중 최고 승률 공동 1위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파리 올림픽이 12일 막을 내렸다. 대회 개막 전부터 시작된 23일간의 현지 취재를 마감하며 TV 중계 카메라 뒤에 감춰져 있던 태극 전사들의 이야기들을 소개한다. ● 14번의 인터뷰에도 ‘미소 가득’ 한국 탁구 선수 중 유일하게 3개 종목(단식, 복식, 단체전)에 모두 출전한 신유빈은 총 14경기를 치렀다. 인터뷰도 최소 14번을 해야 했던 것. 신유빈은 이겼을 때나 졌을 때나 한결같이 미소를 잃지 않았다. 일정을 모두 마친 뒤에는 “이제 마지막으로 보는 것이냐”며 취재진에 단체 셀카를 제안하기도 했다. “내 마음속 최우수선수(MVP)는 신유빈”이라고 꼽은 기자도 많았다는 후문.● 냉혹한 킬러? 순수한 시골 소녀! 사격 여자 공기소총 10m 은메달리스트 김예지(32)는 ‘냉혹한 킬러’ 이미지 덕에 미국 NBC방송이 선정한 ‘파리 올림픽 10대 스타’에 뽑혔다. 하지만 사격계에서는 여전히 순박한 시골 소녀로 통한다. 사격계 관계자는 “(충북) 단양 출신인 김예지는 영혼이 순수한 아이였다. 좌판에서 나물 파는 할머니가 있으면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었다”며 “심성이 워낙 착해 잘될 거라 생각했지만 이렇게 세계적인 스타가 될 줄은 몰랐다”고.● 액땜 후 금메달 딴 신스틸러 도경동 펜싱 대표 도경동은 파리에 도착하자마자 여권을 잃어버렸다. 여권을 되찾고 개인 첫 올림픽에 나선 도경동은 단체전 결승에서 구본길 대신 들어가 5연속 득점에 성공하며 ‘신스틸러’가 됐다. 한국 남자 사브르의 올림픽 단체전 3연패를 도운 도경동은 “광고 모델이 필요하면 연락을 달라”며 너스레. ● 허미미를 구한 데구치 유도 여자 57kg급 은메달을 딴 허미미(22)는 시상대 위에서 아찔한 경험을 했다. 단체 셀카를 찍어야 하는데 올림픽 후원사인 삼성전자가 제공한 스마트폰 작동 방법을 몰랐던 것. 결국 결승 상대 크리스타 데구치(29·캐나다)의 도움을 받아 촬영 버튼을 누를 수 있었다. 허미미는 “다른 회사 스마트폰만 써서 작동법을 전혀 몰랐다. 짧은 순간 진땀이 났다”고.● 은퇴 선언 후 찾아온 깜짝 동메달 유도 남자 60kg급의 김원진(32)은 자신의 세 번째 올림픽인 파리 대회에서 개인전 노메달에 그친 후 은퇴를 선언했다. 그리고 출전 의사 없이 혼성단체전 출전 선수 명단에 이름만 올렸다. 그런데 후배들이 깜짝 동메달을 따내며 그도 덩달아 생애 첫 올림픽 메달을 목에 걸게 됐다.● 마침내 즐긴 에펠탑 역도 여자 81kg 초과급 은메달을 딴 박혜정(21)은 2년 전 콜롬비아에서 열린 대회에 출전했다가 환승 비행기를 놓쳐 파리에서 1박을 했다. 하지만 시간이 늦어 파리의 상징 에펠탑을 보지 못했다. 이번 대회에서 2위를 하며 에펠탑 철 조각이 박힌 메달까지 받은 그는 귀국 비행기를 타기 전 에펠탑을 마음껏 즐겼다. 현지에 응원을 온 아버지, 언니와 달팽이 요리까지 먹은 건 덤이었다. ● ‘도쿄 스타’ 김연경, 파리 무대도 출연 3년 전 도쿄 올림픽을 끝으로 국가대표에서 은퇴한 ‘배구 여제’ 김연경(36)도 파리를 찾았다. 한국 여자 배구 대표팀은 이번 대회에 출전하지 못했지만 김연경은 국제배구연맹(FIVB) 홍보대사로 초청받았다. 김연경은 비치발리볼 준결승 경기 시작을 알리는 킥오프 이벤트에도 참여했다. ● 14시간 날아와 7초 만에 끝 스포츠 클라이밍 스피드에 출전한 신은철(25)은 7초 만에 대회 일정을 마무리했다. 상대보다 먼저 정상을 찍어야 하는 이 종목 8강 단판 승부에서 패했기 때문. 서울에서 파리까지 날아온 14시간의 비행시간이 아까울 만도 하지만 신은철은 “이 종목이 원래 그렇다. 빠르면 5초에 승부가 끝나기도 한다. 4년 뒤 로스앤젤레스에서는 8강, 4강, 결승까지 진출해 오래 버텨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파리=이헌재 기자 uni@donga.com파리=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파리=임보미 기자 bom@donga.com파리=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파리 올림픽 육상 남자 마라톤을 앞두고 관심은 온통 엘리우드 킵초게(40·케냐)에게 쏠렸다. 킵초게는 2016년 리우 대회, 2021년 도쿄 대회에 이어 올림픽 3연패에 도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과는 전혀 예상 밖이었다. 부상으로 출전을 포기한 동료를 대신해 출전한 에티오피아의 타미라트 톨라(33)가 올림픽 기록으로 금메달을 획득했다. 10일 프랑스 파리 오텔드빌에서 출발해 앵발리드로 골인한 파리 올림픽 육상 남자 마라톤 42.195km 레이스. 톨라는 2시간6분26초를 기록해 2008년 베이징 대회에서 새뮤얼 완지루(케냐)가 세운 종전 올림픽 기록(2시간6분32초)을 6초 단축하며 정상에 올랐다. 톨라는 에티오피아 선수단에 이번 대회 첫 메달을 금메달로 선사했다. 에티오피아 선수가 올림픽 남자 마라톤에서 우승한 것도 2000년 시드니 대회 게자헤그네 아베라 이후 24년 만이었다. 우승 후보 킵초게는 15km를 지나면서 선두 그룹에서 뒤처졌고 결국 30km를 지나 기권했다. 킵초게가 출전한 레이스를 마치지 못한 건 처음 있는 일이었다. 바시르 아브디(벨기에)가 2시간6분47초, 벤슨 키프루토(케냐)가 2시간7분00초로 각각 2, 3위에 올랐다. 당초 톨라는 이번 대회 에티오피아 마라톤 국가대표팀에 선발되지 못했다. 그런데 처음 국가대표로 뽑혔던 시사이 레마가 레이스 2주 전 햄스트링 부상을 당하면서 후보 선수였던 톨라가 대신 출전하게 됐다. 톨라는 “올림픽을 준비하며 레마와 함께 훈련했다. (레마가) 다쳤을 때도 함께 있었다. 나에게 ‘이 컨디션으로 내가 나가는 것보단 네가 나가는 게 낫다’고 말해준 레마에게 고맙다. 오늘 승리는 나에게 기회를 준 레마의 것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번 마라톤은 많은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돼 시작되기 전부터 ‘난코스’라는 평을 받았다. 누적 상승 고도가 436m, 누적 하강 고도도 438m에 달했다. 또 대회 당일 최고기온은 섭씨 22도였지만 레이스 초반 습도가 74%에 달했고 레이스 내내 강한 햇볕이 내리쫴 좋은 기록을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잔인한 레이스’라 불린 상황에서도 반환점을 1시간4분51초에 돈 톨라는 25km 지점을 지나면서 선두로 치고 나갔고 단독 질주 끝에 올림픽 기록을 새롭게 했다. 11일 열린 여자부에서는 에티오피아 난민 출신 시판 하산(31·네덜란드)이 2시간22분55초의 올림픽 기록(종전 2시간23분07초)을 세우며 우승했다. 이번 대회 육상 여자 5000m, 1만 m에서 동메달 두 개를 땄던 하산은 금메달을 추가했다. 하산은 1993년 에티오피아에서 태어났지만, 2008년 고향을 떠났고 난민으로 네덜란드에 정착해 중장거리 선수로 활약하고 있다. 2021년 열린 도쿄 대회 때는 5000m와 1만 m 2관왕에 올랐었다. 하산은 올림픽 폐막식에서 금메달을 받은 최초의 여자 마라톤 선수가 되는 영광도 안았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폐회식 때 마지막 날 열린 마라톤 메달 시상식을 열었는데 양성 평등을 강조한 이번 대회에서는 사상 처음으로 여자 마라톤을 남자 마라톤보다 늦게 개최했다. 파리=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역도 요정’ 박혜정(21)이 하늘로 떠난 어머니와 함께 올림픽 은메달을 들어 올렸다. 박혜정은 11일 파리 올림픽 역도 여자 최중량급(81kg 초과급) 경기에서 인상 131kg, 용상 168kg으로 합계 299kg을 기록했다. 자신이 가지고 있던 기존 기록(296kg)을 3kg 늘린 한국 기록이었다. 다만 이 종목 세계 최강으로 꼽히는 리원원(24·중국·합계 309kg)을 넘어서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리원원은 용상 마지막 3차 시기 때 바벨 대신 코치를 들어 올리며 올림픽 2연패를 자축했다. 리원원은 이 종목 세계 기록(335kg)을 보유하고 있는 선수다. 올해 4월 모친상을 당한 박혜정은 “그동안 엄마 생각을 하지 않으려 애썼다. 그런데 올림픽에 오니 워밍업하면서부터 생각이 났다. 오늘도 경기 뛰면서 엄마가 가장 많이 생각났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러고는 “아빠랑 언니에게 많이 기대면서 여기까지 왔다. 둘이 지금 경기장에 와 있는데 얼른 가서 메달을 보여주고 싶다. 한국에 가면 엄마에게도 보여드리겠다”며 “내일 비행기 타기 전에는 아빠, 언니와 달팽이 요리를 먹으러 가고 싶다”라면서 웃었다. 여자 역도 최중량급은 장미란 문화체육관광부 차관(41)이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때 금메달을 목에 건 종목이다. 장 차관은 첫 올림픽 무대였던 2004년 아테네 대회 때 중국 선수 탕궁훙(45)에 이어 은메달을 목에 걸었고 4년 후 메달 색을 금빛으로 바꿨다. 박혜정도 자신의 첫 올림픽인 이번 대회에서 일단 메달을 딴 다음 2028년 로스앤젤레스(LA) 대회 때 금메달을 따겠다는 목표로 훈련을 이어 왔다. 박혜정은 “리원원 선수가 폼이 많이 떨어졌더라. LA에서는 붙어볼 만하지 않나 싶다. 이제 조금만 더 성장하면 내가 더 좋은 선수가 될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혜정은 이날 은메달을 따면서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여자 53kg급 동메달리스트 윤진희(38) 이후 8년 만에 한국에서 나온 올림픽 역도 메달리스트가 됐다. 이 기간에 올림픽 메달을 차지한 한국 남자 선수도 없다. 박혜정은 “‘역도 요정’이라는 별명은 이제 내 것이라고 생각하고 책임감 있게 매 대회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베르사유 궁전에서 열린 근대5종 여자부 개인전 결선에서는 성승민(21)이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성승민은 한국은 물론이고 아시아 선수 최초로 올림픽 근대5종 여자부 경기 시상대에 올랐다. 머리를 금빛으로 물들이고 이번 대회를 치른 성승민은 “4년 뒤에는 메달을 금색으로 염색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파리=임보미 기자 bom@donga.com베르사유=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역도 요정’ 박혜정(21)이 하늘로 먼저 떠난 어머니와 함께 올림픽 은메달을 들어 올렸다. 박혜정은 11일 파리 올림픽 역도 여자 최중량급(81kg 초과급) 경기에서 인상 131kg, 용상 168kg으로 합계 299kg을 기록했다. 자신이 가지고 있던 기존 기록(296kg)을 3kg 늘린 한국 신기록이었다.다만 이 종목 세계 최강으로 꼽히는 리원원(24·중국·합계 309kg)을 넘어서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리원원은 용상 마지막 3차 시기 때 바벨 대신 코치를 들어 올리며 올림픽 2연패를 자축했다. 리원원은 이 종목 세계 기록(335kg)을 보유하고 있는 선수다.올해 4월 모친상을 당한 박혜정은 “그동안 엄마 생각을 하지 않으려 애썼다. 그런데 올림픽에 오니 워밍업하면서부터 생각이 났다. 오늘도 경기 뛰면서 엄마가 가장 많이 생각났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러고는 “아빠랑 언니에게 많이 기대면서 여기까지 왔다. 둘이 지금 경기장에 와 있는데 얼른 가서 메달을 보여주고 싶다. 한국에 가면 엄마에게도 보여드리겠다”며 “내일 비행기 타기 전에는 아빠, 언니와 달팽이 요리를 먹으러 가고 싶다”라면서 웃었다.여자 역도 최중량급은 장미란 문화체육관광부 차관(41)이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때 금메달을 목에 건 종목이다. 장 차관은 첫 올림픽 무대였던 2004년 아테네 대회 때 중국 선수 탕궁훙(45)에 이어 은메달을 목에 건 뒤 4년 후 메달 색을 금빛으로 바꿨다. 박혜정도 자신의 첫 올림픽인 이번 대회에서 일단 메달을 딴 다음 2028년 로스앤젤레스(LA) 대회 때 금메달을 따겠다는 목표로 훈련을 이어 왔다. 박혜정은 “리원원 선수가 폼이 많이 떨어졌더라. LA에서는 붙어볼 만하지 않나 싶다. 이제 조금만 더 성장하면 내가 더 좋은 선수가 될 거라고 생각한다”고 했다.박혜정은 이날 은메달을 따면서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여자 53kg급 동메달리스트 윤진희(38) 이후 8년 만에 나온 한국 출신 올림픽 역도 메달리스트가 됐다. 이 기간에 올림픽 메달을 차지한 한국 남자 선수도 없다. 박혜정은 “‘역도 요정’이라는 별명은 이제 내 것이라고 생각하고 책임감 있게 매 대회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베르사유 궁전에서 열린 근대5종 여자부 개인전 결선에서는 성승민(21)이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성승민은 한국은 물론이고 아시아 출신으로는 처음 올림픽 근대5종 여자부 경기 시상대에 올랐다. 머리를 금빛으로 물들이고 이번 대회를 치른 성승민은 “4년 뒤 메달을 금색으로 염색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파리=임보미 기자 bom@donga.com베르사이유=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스마일 점퍼’ 우상혁(28)이 한국 육상 트랙·필드 사상 첫 올림픽 메달 도전을 아쉽게 마쳤다. 우상혁은 11일 프랑스 생드니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열린 남자 높이뛰기 결선에서 2m31을 세 차례 연속해 넘지 못하고 대회를 7위로 마쳤다.우상혁은 이날 결선 진출 선수 12명 중 8명만 남은 2m31를 두 차례 실패한 뒤 마지막 도전을 앞두고 트랙 위에 섰다. 파리 올림픽을 준비하며 머리를삭발 수준으로 짧게 민 우상혁은 점프 전 자극을 주기 위해 두 손으로 머리를 수 차례 때린 터라 양쪽 이마 끝이 시뻘겋게 달아오른 상태였다. 그만큼 성공이 간절했다. 하지만 우상혁은 세 번째 2m31 시도에도 바를 떨어뜨려 더 이상 도전할 기회를 잃게 됐다.바와 함께 떨어진 우상혁은 한동안 매트에 고개를 파묻고 얼굴을 들지 못했다. 하지만 이내 다시 웃는 얼굴로 고개를 듣고 관중들을 향해 두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그렇게 우상혁은 파리에서 한국 육상 트랙·필드 역사상 첫 올림픽 메달을 걸고 돌아가겠다던 다짐을 다음으로 미뤄야 했다. 하지만 우상혁은 이날 결선무대를 밟으면서 이미 한국 트랙·필드 역사상 처음으로 올림픽 2개 대회에서 연속해 결선 무대를 밟는 역사를 쓴 상태였다.세계 최고 점퍼 12명이 모인 올림픽 결선 무대는 한 치의 틈도 허락하지 않았다. 첫 번째 2m17를 실패한 선수는 아무도 없었다. 두 번째 2m22까지 브라이언 라츠(20·남아프리카) 혼자만 떨어졌을 뿐이었다. 결선 진출자를 가렸던 2m27에 와서야 탈락자가 3명 나왔다. 올 시즌 최고기록(2m37) 보유자였던 지안마르코 탐베리(32·이탈리아)도 그 중 한 명이었다. 이날 2m22를 두 차례 연속 시패한 뒤 3차 시기에 극적으로 바를 넘으며 생존했던 탐베리는 2m27에서 세 차례 연속 바를 떨궜다. 도쿄 대회 때 무타즈 에사 바르심(33·카타르)과 공동 금메달을 땄던 디펜딩 챔피언은 그렇게 파리에서 일찌감치 작별을 고한 뒤 코칭스태프의 품에 안긴 채 한참이나 눈물을 쏟았다. 탐베리는 파리에 도착한 뒤 신장 관련 질환으로 이날까지 두 차례나 응급실 신세를 지는 등 컨디션 난조에 시달렸다. 우상혁과 티호미르 이바노프(30·불가리아)가 2m31에서 떨어진 뒤에는 우상혁의 동갑내기 점퍼 해미시 커(뉴질랜드)와 쉘비 매큐언(미국)이 나란히 2m36을 1차 시기만에 성공시키는 반전 드라마를 썼다. 앞서 커는 2m31을 3차 시기에, 매큐언도 2m34를 3차 시기에 성공시키며 한 번씩 탈락 위기를 넘어선 뒤였다. 2m36은 커의 개인 최고기록과 같은 높이였고 매큐언은 개인 최고기록이었다.2m34까지 한 번도 바를 떨어뜨리지 않아 최소 동메달을 확정한 바르심은 2m36을 2차 시기까지 실패한 뒤 3차 시기를 시도하는 대신 바를 2m38로 높여 도전을 이어갔지만 실패했다. 높이뛰기는 높이와 상관 없이 세 차례 연속해 바를 떨어뜨리면 그대로 경기를 마친다.현역 최강 점퍼 바르심(개인 최고기록 2m43)이 탈락한 뒤 커와 매큐언이 한 번도 넘어본 적 없던 2m38을 두고 경쟁을 이어갔다. 나란히 2m38을 세 차례씩 실패한 이들은 공동 금메달 대신 한 명이 실패할 때까지 점프를 이어가는 ‘점프오프’로 금메달의 주인을 가리기를 택했다. 두 선수가 같은 기록일 때 승자를 가리는 이날 전체 점프 실패 횟수도 2회로 같았기 때문이다.2m38에 나란히 한 차례씩 실패한 이들은 2m36으로 높이를 낮춘 점프오프에서도 나란히 실패했다. 이날 2m17부터 2m22, 2m27, 2m31, 2m34, 2m36까지 8번 점프를 한 뒤 2m38을 4번씩 실패한 이들은 높이를 낮춰 점프오프를 이어갔다.두 선수는 이미 12번의 점프를 한 뒤 이어간 점프에서 2m36에 차례로 실패했다. 지칠대로 지친 매큐언은 2m34도 실패했다. 결국 이날 14번째 점프 끝 2m34를 가뿐히 성공시킨 뒤 스타드 드 프랑스 잔디밭을 누비며 금메달의 기쁨을 만끽했다. 생드니=임보미 기자 bom@donga.com}
“내 등반을 마음껏 해볼 수 있어서 좋았다.” 메달까지는 이번에도 조금 모자랐지만 아쉬움은 없었다. 스포츠클라이밍 서채현(21)은 두 번째 올림픽 등반을 마친 뒤 “후련하다”고 했다. 서채현은 10일 프랑스 르부르제 클라이밍센터에서 열린 파리 올림픽 스포츠클라이밍 볼더링·리드에서 총점 105점을 받아 결선 진출자 8명 중 6위로 대회를 마쳤다. 3년 전 8위로 마쳤던 도쿄 대회보다 한 발짝 메달에 가까워졌다.클라이밍 볼더링·리드는 볼더링과 리드 각각 100점 만점으로 두 종목 점수를 합산해 결정한다. 도쿄 대회 때는 스피드까지 세 종목 등수를 곱해 순위를 냈으나 종목별 차이를 고려해 이번 대회에는 두 종목으로 분리됐다. 서채현은 이날 먼저 열린 볼더링에서 각각 25점 만점의 문제 4개에서 하나도 완등을 못 해 28.9점 최하위에 그쳤다. 준결선에서는 올림픽 무대에서 처음 볼더링 한 문제를 완등해내며 44.2점을 받았었기에 더 아쉬웠다. 결선에서 볼더링 3위 선수 기록이 59.7점이라 이미 21.2점이 뒤졌던 서채현으로서는 메달권 도전을 위해서는 리드에서 경쟁 성수들을 22점차 이상으로 제쳐야 했다.서채현은 주 종목 리드에서 76.1점을 받았다. 리드는 1점 포인트부터 매 홀드가 1점, 10점 포인트부터는 매 홀드 2점, 30점 포인트부터는 매 홀드가 3점, 후반부 60점 포인트 이후부터는 매 홀드를 잡을 때마다 4점이 더해진다. 볼더링에서 59점대 점수를 받아 3, 4위에 올라있던 매킨지 오새아니아(호주)와 오리안 베르통(프랑스)는 리드에서 45점대에 그쳤고 서채현은 합계 점수에서 이들을 재쳐 순위를 끌어올렸다.서채현은 “볼더링 끝나고 이번에도 8위를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리드로 순위를 뒤집어 리드 선수로서 뿌듯하다. 이번에는 (저번보다) 두 계단 끌어올렸으니 다음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에는 더 끌어올려 꼭 메달을 따보고 싶다”고 했다. 서채현은 이날 모든 선수가 고전했던 볼더링 4번 문제에서 세 차례 시도 만에 10점 포인트를 잡아 참가선수 중 가장 높은 점수(9.8점)를 받기도 했다. 볼더링은 매 점수 포인트에 도달할 때까지 실패한 횟수마다 0.1점씩 감점을 받는다. 앞서 1~3번 문제를 모두 완등했던 안야 간브렛(25슬·로베니아)도 4번 문제는 다섯 차례 시도해 10점 포인트를 잡아 9.6점을 받는 데 만족해야 했다.서채현은 “4번은 제가 평소 약했던 유형이었다. 1~3번에서 무조건 승부를 보고 4번은 ‘내 꺼가 아니다’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자신있게만 해보자는 생각으로 들어갔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제가 할 수 있다는 걸 느껴 뿌듯했다”며 “아직은 볼더링 제한시간 4분이 촉박하게 느껴지는데 좀 더 연습하면 볼더링 전문 선수들처럼 좋은 성적도 노려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4년 뒤라도 서채현은 스물 다섯, 클라이밍 선수로는 한창 전성기일 나이다. 서채현은 “3년 전 (도쿄 대회 때)보다 멘탈도, 피지컬도 많이 발전했다. 또 도쿄 때는 무관중으로 경기를 했는데 많은 관중들이 홀드 하나 잡을 때마다 큰 함성을 질러주셔서 다음 홀드를 잡는 데 큰 힘이 됐다”며 “매년 대회를 하며 지나가다보면 4년이 금방오더라”며 “다음에는 꼭 메달을 걸고 집에 가고싶다”고 했다.루브르제=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이렇게 많은 관중 앞에서 호응을 받으면서 등반을 할 수 있다는 게 그저 즐겁다. 그런 순간이 한 번 더 오게 됐으니 결선에서는 무대를 진심으로 즐겨보고 싶다.” 한국 여자 스포츠클라이밍 ‘간판’ 서채현(21·사진)이 리드에서 반격에 성공하며 결선 진출을 확정지었다. 서채현은 8일 프랑스 르부르제에서 열린 파리 올림픽 스포츠클라이밍 여자 볼더링·리드 준결선 리드 경기에서 72.1점을 받아 공동 4위에 올랐다. 6일 열린 볼더링에서는 13위(44.2점)에 머물렀던 서채현은 주종목 리드에서 선전하며 합계 점수 8위(116.3점)로 상위 8명이 진출하는 결선행 막차를 탔다. 스포츠클라이밍 세부 종목 중 볼더링·리드는 이름 그대로 볼더링과 리드를 합쳐 순위를 가린다. 볼더링은 미리 정해둔 홀드(손과 발로 잡거나 디딜 수 있는 부분)만 활용해 가장 적은 횟수에 4, 5m 벽을 오르는 문제 4개를 푸는 종목이고 리드는 높이 15m 암벽에 매달려 6분 동안 더 높이 오르는 사람이 이기는 종목이다. 볼더링과 달리 리드는 한 번 실패하면 재도전 기회가 없다. 서채현은 볼더링 8위 선수에게 19.8점 뒤진 채 리드 경기를 시작했기 때문에 ‘실수하면 안 된다’는 부담 속에 이날 경기를 치러야 했다. 2021년 도쿄 올림픽에 이어 2회 연속 결선 진출 기록을 남긴 서채현은 “오늘은 결선을 가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어서 어쩔 수 없이 긴장이 좀 됐다. 이제 (결선에서는) 그런 압박감은 없으니 무대를 온전히 즐기다 보면 좋은 결과도 따라오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제로 베이스’에서 다시 시작하는 이번 대회 결선은 10일 오후 5시 15분에 열린다. 한국 여자 다이빙 ‘간판’ 김지수(26)는 이날 3m 스프링보드 준결선에서 13위(총점 272.75)에 그쳤다. 그러면서 ‘한 끗 차이로’ 12위까지 받는 결선행 티켓 획득에 실패했다. 루브르제=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올림픽 2연패는 기정사실이었다. 관심은 이미 8번이나 갈아치운 세계기록을 올림픽에서 또다시 경신할 수 있느냐였다. 6일 프랑스 파리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열린 파리 올림픽 육상 남자 장대높이뛰기 결선. 단 네 번의 도약으로 6m를 넘어 일찌감치 금메달을 확정한 ‘21세기 인간새’ 아먼드 듀플랜티스(25·스웨덴)는 세계기록인 6m25에 도전했다. 듀플랜티스는 1, 2차 시기를 실패했지만 3차 시기에 사뿐히 바를 넘어 4월 자신이 세웠던 세계기록(6m24)을 다시 경신했다. 듀플랜티스가 개인 9번째 세계기록을 쓰며 남자 장대높이뛰기 ‘역사상 최고(GOAT·Greatest Of All Time)’의 반열에 올랐다. 지난 40년간 남자 장대높이뛰기 세계기록은 25번 경신됐는데 그중 3분의 1이 넘는 9번을 듀플랜티스 홀로 해냈다. 긴장감이 극에 달하는 올림픽 무대에서 남자 장대높이뛰기 세계기록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21년 열린 도쿄 대회 금메달리스트인 듀플랜티스는 1952년 헬싱키 대회와 1956년 멜버른 대회에서 연속 우승한 밥 리처즈(미국) 이후 68년 만에 올림픽 2연패를 한 선수가 됐다. ‘원조 인간새’로 불리던 세르게이 붑카(우크라이나)도 올림픽에서는 1988년 서울 대회, 한 차례만 우승했었다. 금메달을 획득하고 약 12시간 뒤 파리 오메가 하우스에 나타난 듀플랜티스는 지난 밤 “치킨과 피자를 먹으며 파티를 즐겼다”고 했다. 그는 “수천 번 눈을 감고 그렸던 장면이 현실이 됐다. 어려서 집 뒷마당에서 놀 때부터 늘 세계기록으로 올림픽에서 우승하는 꿈을 꿨다. 선수에게 가장 큰 무대인 올림픽에서 세계기록을 깼다. 그것도 내가 뛰어본 경기 중 가장 많은 관중 앞에서 그걸 이루게 됐다”며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다음 세계기록 경신을 묻는 질문에 듀플랜티스는 “당장은 좀 즐기겠다. 방금 올림픽에서 세계기록을 깼다. 선수로 할 수 있는 정말 미친 일을 해낸 것이다. 일단 다음 일은 미뤄두고 지금을 완전히 즐기겠다. 그게 지금 나에게 가장 필요한 마음가짐”이라고 말했다. 듀플랜티스의 경쟁자는 자기 자신이 된 지 오래다. 올 시즌 남자 장대높이뛰기에서 6m를 넘는 높이를 성공시킨 선수도 듀플랜티스뿐이다. 듀플랜티스는 이날도 참가 선수 12명 중 홀로 6m 이상을 넘었다. 6m10을 1차 시기에 넘어 2016년 리우 대회 때 티아구 브라스(브라질)가 세운 올림픽 기록(6m3)을 깬 듀플랜티스는 곧바로 자신의 세계기록에 도전해 성공했다. 듀플랜티스는 타고난 장대높이뛰기 선수다. 장대높이뛰기 선수였던 미국인 아버지와 7종 경기 및 배구 선수로 뛰었던 스웨덴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7세 때 이미 3m86을 뛰어 ‘신동’으로 불린 듀플랜티스는 2018년 유럽 육상선수권대회에서 주니어(20세 미만) 세계기록인 6m5를 넘으며 우승했다. 2019년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세계선수권에서 5m97로 2위를 차지해 성인 국제무대에서도 주요 선수로 떠올랐다. 미국 루이지애나에서 나고 자라 대학도 루이지애나주립대에 진학했지만 국제 대회에서는 어머니의 나라인 스웨덴을 대표해 뛰고 있다. 듀플랜티스는 2020년 2월 세계육상연맹 인도어 투어미팅에서 6m17을 넘어 2014년 르노 라빌레니(프랑스)가 작성한 종전 실내 세계기록(6m16)을 6년 만에 바꿔 놓았고, 이후 계속 자신의 세계기록을 새롭게 하며 ‘세계 최강자’의 자리를 4년 넘게 지키고 있다. 파리=임보미 기자 bom@donga.com}
‘배드민턴 여제’ 안세영(22·사진)이 파리 올림픽 여자 단식 정상을 차지하며 한국 선수단에 11번째 금메달을 안긴 날 대표팀 이탈 의사를 밝히는 폭탄선언을 했다. 자신의 무릎 부상을 두고 대표팀이 너무 안일하게 대처했다 게 이유다.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세계 랭킹 1위 안세영은 5일 파리 올림픽 여자 단식 결승전에서 중국의 허빙자오(9위)를 2-0으로 물리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사격 펜싱 양궁을 제외한 종목에서 나온 한국의 이번 대회 첫 금메달이다. 한국 배드민턴이 올림픽 단식 정상에 오른 건 역대 두 번째이자 28년 만이다.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때 방수현(52)이 여자 단식 금메달을 땄다. 그런데 안세영은 이날 우승 뒤 기자회견에서 “(작년 아시안게임 때 당한 무릎) 부상이 생각보다 심각했고 완전히 나을 수 없었는데 대표팀에서 부상을 너무 안일하게 생각해 실망을 많이 했다”며 “앞으로 대표팀과 계속 같이 가기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대한배드민턴협회는 대표팀이 7일 파리에서 귀국하면 안세영과 면담 후 입장을 정리해 발표하기로 했다. 안세영은 이런 불만을 지난해부터 지속적으로 협회 측에 표시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조영재(25)는 이날 파리 올림픽 사격 남자 25m 속사권총 결선에서 은메달을 땄다. 한국 사격의 이번 대회 6번째 메달(금 3개, 은메달 3개)로 올림픽 역대 최고 성적이다. 안세영 “계속 가기 힘들다” 금메달 딴날 대표팀 이탈 폭탄선언[PARiS 2024]작년 亞게임서 오른쪽 무릎 다쳐… “심각한 부상 안일하게 여겨 실망 협회가 너무 많은 것 막고 있어… 대표팀 떠나도 올림픽 자격 줘야”협회 “의료지원 부족하다 느낀듯”“이제야 숨이 쉬어진다.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 부상 이후 못 올라설 때 울고 짜증 내고 이랬던 순간들이 헛되지 않았다는 걸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무릎아, 너 때문에 정말 많은 사람들에게 미움을 살 뻔했다’고 말해주고 싶다.” ‘셔틀콕 천재’ 안세영(22)이 “파리에서 낭만 있게 끝내고 싶다”던 약속을 지켰다. 하지만 낭만은 오래가지 않았다. 한국 배드민턴 선수로는 16년 만에 올림픽 금메달을 따낸 안세영이 시상식 종료 후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과 기자회견장에서 연거푸 대한배드민턴협회를 ‘저격’하며 대표팀 이탈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여자 단식 랭킹 1위 안세영은 5일 파리 올림픽 여자 단식 결승에서 허빙자오(27·중국·9위)를 상대로 52분 만에 2-0(21-13, 21-16) 완승을 거뒀다. 그러면서 한국 선수로는 1996년 애틀랜타 대회 방수현(52)에 이어 역대 두 번째이자 28년 만에 올림픽 단식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배드민턴은 2008년 베이징 대회 혼합복식 챔피언 이용대(36)-이효정(43) 조 이후로 5개 모든 종목(남녀 단·복식, 혼합복식)에서 올림픽 금메달을 추가하지 못하던 상태였다. 안세영은 자신의 첫 올림픽이었던 2021년 도쿄 대회 때 천위페이(26·중국·3위)에게 패해 8강에서 탈락했다. 천위페이는 결국 도쿄 올림픽 챔피언에 등극했다. 안세영은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 결승에서 천위페이를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러나 결승을 치르던 중 오른쪽 무릎 인대가 찢어지는 부상을 당했다. 대표팀과 안세영 사이의 갈등이 본격화된 시점이다. 지난해 한국 배드민턴 단식 선수로는 처음으로 세계선수권대회 정상을 차지하는 등 승승장구하던 안세영은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부상을 당한 뒤로 좀처럼 국제대회 시상대에 서지 못했다. 지속적인 무릎 통증이 문제였다. 안세영은 올해 5월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아시안게임 후 2∼6주 정도 재활을 거치면 복귀할 수 있다는 진단 내용과 다르게 통증이 줄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다른 병원을 방문해 짧은 시간 내에 좋아질 수 없고 올림픽까지 최대한 통증에 적응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남기기도 했다. 안세영은 “당시 부상이 생각보다 심각했다. 그런데 이를 너무 안일하게 생각한 협회에 많이 실망했었다”면서 “(큰 부상이 아니라는) 오진이 나온 순간부터 참으며 경기를 했다. 그러다 지난해 말 다시 검진해 보니 상태가 더 안 좋았다. 올림픽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참고 가야 하는 상황이었다. (한수정) 트레이너 선생님께서 도와주셔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안세영은 “트레이너 선생님이 자꾸 눈치를 보는 상황을 만들어 죄송한 생각도 든다”고도 했다. 안세영은 계속해 “(협회에 실망했던) 그 순간을 잊을 수 없다. 이 순간을 끝으로 대표팀과는 계속 가기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배드민턴만 계속할 수 있다면 어떤 상황이 되든 견딜 수 있을 것”이라며 “대표팀을 나간다고 해서 올림픽을 뛸 수 없다는 건 선수에게 좀 야박하지 않나 싶다. 협회가 너무 많은 걸 막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안세영은 또 “(역대 최고 성적을 기대했던 이번 올림픽에서) 금메달이 하나만 나온 걸 좀 돌아봐야 할 시점이지 않나 싶다”면서 “이번 금메달로 배드민턴이 좀 더 발전하는 방향으로 갔으면 좋겠다. 배드민턴이 더 많은 사랑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한배드민턴협회 관계자는 “안세영에게 한의사를 따로 붙여주는 등 협회에서도 의료 지원을 해줬지만 선수 본인은 부족하다고 느낀 것 같다”면서 “안세영이 대표팀 활동과 관련해 불만을 지속적으로 표출해 온 건 사실이다. 협회도 계속 면담하고 조정하는 과정을 거쳤다”고 전했다. 안세영은 올해 1월 자신의 요구사항을 담은 의견서를 협회에 보냈고, 이번 올림픽에 출전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협회에 전하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파리=임보미 기자 bom@donga.com}
테니스 메이저대회에서 역대 최다인 24번이나 우승한 남자. 서른일곱, 두 아이의 아버지인 그는 아이처럼 엉엉 울었다.노바크 조코비치(37·세르비아·세계랭킹 2위)가 다섯 번의 도전 끝에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조코비치는 5일 파리 올림픽 테니스 남자 단식 결승에서 카를로스 알카라스(21·스페인·3위)를 2-0(7-6, 7-6)으로 물리치고 정상에 올랐다. 두 세트 만에 승부가 난 경기치고는 드물게 2시간 50분이나 걸린 접전이었다.이로써 조코비치는 ‘골든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4대 메이저대회(호주 오픈, 프랑스 오픈, 윔블던, US 오픈)에서 모두 우승하는 커리어 그랜드슬램에 올림픽 우승까지 더한 것이다. 단식 선수로는 슈테피 그라프(독일), 앤드리 애거시, 세리나 윌리엄스(이상 미국), 라파엘 나달(스페인)에 이어 역대 다섯 번째다. 이번 올림픽 2회전에서 조코비치에게 패해 탈락한 나달은 “원하는 걸 얻고 골든 그랜드슬램을 완성한 걸 축하한다. 잘했다”는 인사를 조코비치에게 전했다.조코비치는 올림픽 테니스 남자 단식 최고령 우승 기록도 새로 썼다. 종전 기록은 로저 페더러(43·은퇴)가 2012년 런던 대회에서 우승할 때 남긴 31세다. 조코비치는 “내가 꿈꾸며 상상했던 그 모든 것을 넘어섰다. 이번 우승은 내가 테니스를 하면서 얻은 가장 큰 성취”라고 했다.이날 조코비치는 우승이 확정되자 코트에 주저앉아 오열했다. 코트 옆 벤치로 걸어가 앉은 뒤에도 얼굴을 수건에 파묻고 한참을 더 울었다. 대회 자원봉사자로부터 세르비아 국기를 건네받은 조코비치는 가족이 있는 관중석으로 올라가 아내, 아들, 딸, 팀원들을 얼싸안았다.조코비치는 경기 후 코트 인터뷰에서 “두 세트 모두 타이브레이크로 끝날 수밖에 없었던 (접전) 경기였다”며 “올림픽 금메달을 위해 내 모든 걸 바쳤다. 그리고 서른일곱에 드디어 이뤘다”고 말했다.조코비치는 메이저대회에서 우승을 가장 많이 한 선수이지만 그동안 올림픽 금메달과는 인연이 없었다. 올림픽 첫 출전이던 2008년 베이징 대회 동메달이 최고 성적이었다. 2012년 런던, 2021년 도쿄 대회에선 4위를 했다. 2016년 6월 프랑스 오픈 우승으로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뒤 두 달 만인 그해 8월 참가한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선 1회전 탈락의 쓴맛을 보기도 했다.조코비치는 “지난 네 번의 올림픽에서 4강에 세 번 올랐는데 한 번도 결승에 못 갔다. ‘이번엔 꼭 넘어서자’고 다짐했다”며 “오늘은 예전처럼 떨리지는 않았다. (결승에 올라) 이미 메달을 확보한 게 도움이 된 것 같다”고 했다. 또 “나도 나를 의심할 때가 있긴 하지만 스스로에 대한 믿음과 신념이 더 강하다. 언젠가는 금메달을 딸 거라 생각했다. 언제 따느냐의 문제였다”고 말했다. 조코비치는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이후 세 번째 나선 올림픽에서 ‘골든 그랜드슬램’을 완성했다.조코비치는 ‘이번 금메달로 테니스 커리어를 완성한 것인가’라는 질문에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나는 여전히 테니스를 사랑한다. 우승만을 위해 뛰는 건 아니다”라며 “세르비아를 대표해 올림픽에 출전하는 건 기쁜 일이다. 4년 뒤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에서도 뛰고 싶다”고 말했다.결승전 패자 알카라스는 “결정적인 순간에 얼마나 집중하느냐가 중요했다. 힘든 순간에도 최고 레벨의 테니스를 해내야 했는데 조코비치는 그걸 해냈고 나는 실패했다”고 말했다.파리=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이제야 숨이 쉬어진다.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 부상 이후 못 올라설 때 울고 짜증 내고 이랬던 순간들이 헛되지 않았다는 걸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무릎아, 너 때문에 정말 많은 사람들에게 미움을 살 뻔했다’고 말해주고 싶다.”‘셔틀콕 천재’ 안세영(22)이 “파리에서 낭만 있게 끝내고 싶다”던 약속을 지키며 ‘셔틀콕 여제’가 됐다. 다만 이날 한국 배드민턴은 안세영의 금메달을 오롯이 기뻐할 수만은 없었다. 한국 배드민턴 선수로는 16년 만에 올림픽 금메달을 따낸 안세영은 시상식이 끝난 뒤 자신의 무릎 부상 대처에 안일했던 대표팀에 대한 실망감을 드러내며 대표팀 탈퇴를 선언했기 때문이다.세계배드민턴연맹(BWF) 여자 단식 랭킹 1위 안세영은 5일 파리 올림픽 여자 단식 결승에서 허빙자오(27·중국·9위)를 상대로 52분 만에 2-0(21-13, 21-16) 완승을 거뒀다. 그러면서 한국 배드민턴 선수로는 1996년 애틀랜타 대회 방수현(52)에 이어 역대 두 번째이자 28년 만에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올림픽 배드민턴 5개 종목(남녀 단·복식, 혼합 복식)을 통틀어도 한국 선수가 올림픽 배드민턴 금메달 주인공이 된 건 2008년 베이징 대회 혼합복식 챔피언 이용대(36)-이효정(43) 조 이후 안세영이 처음이다.안세영은 자신의 첫 올림픽이었던 2021년 도쿄 대회 때 천위페이(26·중국·3위)에게 패해 8강에서 탈락했다. 천위페이는 결국 도쿄 올림픽 챔피언에 등극했다. 안세영은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 결승에서 천위페이를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지만 경기 도중 오른쪽 무릎 인대가 찢어지는 부상을 당했다. 대표팀과 안세영 사이에 갈등이 시작된 시점이다.올림픽 시상식이 끝난 뒤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 들어선 안세영은 “당시 부상이 생각보다 심각했다. 그런데 이를 너무 안일하게 생각한 대표팀에 조금 많이 실망했었다. 그 순간을 잊을 수가 없다”면서 “이 순간을 끝으로 대표팀과는 계속 가기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배드민턴만 계속할 수 있다면 어떤 상황이 되든 견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그리고 계속해 “대표팀에서 떠난다고 올림픽에서 못 뛰게 된다는 건 선수에게 좀 야박하지 않나 싶다. 우리나라 (배드민턴)협회는 너무 많은 걸 막고 있으면서도 자유라는 이름으로 많은 방임을 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역대 최고 성적을 기대했던 이번 올림픽에서) 금메달이 하나만 나온 걸 좀 돌아봐야 할 시점이지 않나 싶다”고 덧붙였다.경쟁자들이 하위 랭커에게 잡히고, 부상에 기권하는 변수에 흔들리는 가운데도 홀로 이변 없이 1위 자리를 지킨 안세영은 “처음에 오진이 나왔던 순간부터 계속 참고 경기를 했는데 지난해 말 검진을 다시 해보니 좀 많이 안 좋았다. 올림픽까지 시간이 얼마 안 남아 계속 참고 하는 상황이었다. 트레이너 선생님께서 잘 도와주셔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며 “올림픽은 정말 이변이 많은 대회라고 생각해 부상이 있는데도 쉬지 않고 계속 훈련했다. (이번 금메달로) 그 방법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증명하게 된 것 같아 좋다”고 했다.세계랭킹 1위로 올림픽 금메달까지 정복한 안세영은 “다시 1등 자리에 오를 수 있어 행복하고 ‘꿈을 이뤘다’는 감정이 정말 좋다. 이번 우승으로 배드민턴이 좀 더 발전하는 방향으로 갔으면 좋겠다. 배드민턴이 더 많은 사랑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이전 8번의 올림픽 여자 단식 우승자 평균 나이(25세)보다 세 살 어린 안세영은 “전성기가 오기엔 아직 어린 것 같다. 더 많은 경험을 하다 보면 더 많은 걸 보여드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안세영이 2028년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에서도 우승하면 배드민턴 여자 단식 역대 두 번째 2연패 주인공으로 이름을 올릴 수 있다. 지금까지 이런 기록을 남긴 건 2008년 베이징, 2012년 런던 대회 챔피언 장닝(49·중국)뿐이다.파리=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세계 최강’ 한국 양궁이 남녀 대표팀에서 모두 3관왕을 내며 파리 올림픽 양궁에 걸린 금메달 5개를 싹쓸이했다. 김우진(32)은 4일 파리 올림픽 양궁 남자 개인전 결승에서 브래디 엘리슨(미국)을 꺾고 금메달을 땄다. 이번 대회 한국의 10번째 금메달이다. 김우진은 세트 점수 5-5(27-29, 28-24, 27-29, 29-27, 30-30)로 비긴 뒤 슛오프 원샷 승부에서 4.9mm 차로 이겼다. 두 선수 모두 10점을 쐈는데 김우진의 화살은 정중앙에서 55.8mm 거리에 꽂혀 60.7mm의 엘리슨보다 가까웠다. 김우진은 단체전, 여자 대표팀 임시현(21)과 팀을 이룬 혼성전에 이어 대회 3관왕에 올랐다. 김우진은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2021년 도쿄 대회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땄고 개인전 우승은 처음이다. 이로써 김우진은 올림픽 통산 5번째 금메달을 목에 걸며 이 부문 한국 선수 1위가 됐다. 김수녕(양궁) 진종오(사격) 전이경(쇼트트랙)이 금메달 4개를 땄다. 임시현은 전날 대표팀 후배 남수현(19)과의 양궁 여자 개인전 결승에서 세트 점수 7-3(29-29, 29-26, 30-27, 29-30, 28-26)으로 이겨 역시 단체전, 혼성전 우승에 이어 3관왕이 됐다. 한국 선수의 여름올림픽 3관왕은 3년 전 도쿄 대회 때 여자 양궁 안산(23)이 처음 달성했고 임시현, 김우진이 각각 2, 3번째다. 임시현과 동갑내기 대학 동기인 양지인은 3일 사격 여자 25m 권총 결선에서 카미유 예제예프스키(프랑스)를 슛오프 승부로 물리치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이번 대회 한국 사격의 세 번째 금메달이다. 양지인과 임시현은 한국체육대 22학번 동기다. 이날까지 금 3개, 은메달 2개를 딴 한국 사격은 2012년 런던 대회(금 3개, 은메달 2개)와 함께 올림픽 역대 최고 성적을 거뒀다. 펜싱 사브르 여자 대표팀은 4일 우크라이나와의 결승전에서 42-45로 져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사브르 여자 대표팀의 올림픽 최고 성적이다. 윤지수(31) 전하영(23) 최세빈(24) 전은혜(27)로 팀을 이룬 한국은 4강전에서 펜싱 종주국이자 사브르 단체전 세계랭킹 1위 프랑스를 45-36으로 꺾고 결승에 올랐다. 한국 유도는 이날 혼성 단체전 3위 결정전에서 독일을 추가 골든스코어(연장전) 경기 끝에 4-3으로 꺾고 동메달을 땄다. 배드민턴 안세영(22)은 여자 단식 결승에 올라 5일 허빙자오(중국)와 금메달을 놓고 다툰다. 양궁 金 5개, 전종목 휩쓸었다남자양궁 개인전 金으로 3관왕세트 점수 2-4로 끌려가다 역전美선수와 슛오프도 10점 명승부“아직 할게 많아, LA올림픽 준비”이우석, 단체 金이어 개인 동메달55.8mm 대 60.7mm. 단 4.9mm 차로 김우진(32)의 올림픽 3관왕과 한국 양궁의 올림픽 전 종목(금메달 5개) 석권이 이뤄졌다. 한국 양궁 대표팀 최고참 김우진은 4일 파리 올림픽 양궁 남자 개인전 결승에서 슛오프 승부 끝에 브래디 엘리슨(미국)을 물리쳤다. 이번 대회 남자 단체전과 혼성전 금메달리스트인 김우진은 개인전 우승까지 차지하며 여자 양궁 대표팀 임시현(21)에 이어 한국 선수단 두 번째로 3관왕이 됐다. 또 자신의 올림픽 금메달을 통산 5개로 늘리며 한국 선수 중 가장 많은 금메달을 갖게 됐다. 이날 결승전 3세트까지 세트 점수 2-4로 뒤졌던 김우진은 4세트를 따내며 4-4 동점을 만들었다. 5세트에서 김우진은 세 발의 화살 모두 10점에 꽂았다. 엘리슨도 물러서지 않았다. 역시 세 발 전부 10점을 쐈다. 승부는 원샷으로 메달 색깔을 가리는 슛오프로 넘어갔다. 슛오프에서도 두 선수 모두 10점을 쐈다. 먼저 쏜 김우진의 화살은 과녁 정중앙에서 55.8mm 떨어진 곳에 꽂혔다. 이어 쏜 엘리슨의 화살은 정중앙에서 60.7mm 거리였다. 4.9mm 차로 김우진의 승리였다. 고교생이던 18세에 태극마크를 처음 단 김우진은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개인전과 단체전 2관왕에 오르며 혜성처럼 등장했다. 하지만 잠시 자만한 순간 시련이 찾아왔다. 2012년 런던 올림픽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탈락했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국가대표 선발전에선 4위로 4명을 뽑는 대표팀에 승선했으나 출전 선수 3명엔 들지 못했다. 그는 사대 밖에서 동료들의 경기를 응원해야 했다. 절치부심한 김우진은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강해져 돌아왔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단체전 우승으로 올림픽 첫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2021년 도쿄 대회 단체전에서도 금메달을 땄다. 대표팀에서 10년 넘게 김우진과 동고동락했던 오진혁은 “순둥이였던 우진이가 완벽주의자가 돼서 돌아왔다. 자기가 맡은 건 무슨 일이 있어도 책임지고 해낸다”며 “많은 선수들을 봤지만 옆에서 보고 있으면 ‘잘 쏠 수밖에 없겠네’ 하는 생각이 드는 건 우진이가 유일했다”고 했다. 그런 김우진에게도 아쉬움은 있었다. 바로 올림픽 개인전 금메달이 없다는 것이었다. 앞선 두 대회에서도 기량만큼은 김우진을 따를 선수가 없었다. 하지만 리우 대회 개인전은 32강에서, 도쿄 대회에선 8강에서 떨어졌다. 이상하리만치 개인전에만 들어서면 경기가 잘 풀리지 않았다. 김우진은 이번 파리 올림픽을 앞두고 “가장 우선시하는 건 당연히 단체전 3연패”라면서도 “단체전 금메달을 딴 뒤엔 개인전에서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서고 싶다”고 했다. 국가대표 선발전을 1위로 통과한 김우진은 이우석(27) 김제덕(20)과 함께 단체전 금메달을 땄다. 임시현과 짝을 이룬 혼성전에서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4강전에서 후배 이우석을 슛오프 끝에 이기고 결승에 오른 김우진은 평소 한국 선수에게 강했던 엘리슨을 상대로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 금메달 확정 후 관중석을 향해 큰절을 한 김우진은 “5개의 금메달로 한국 선수 올림픽 최다 금메달 보유자가 돼 기쁘다. 하지만 여전히 할 게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다”며 “오늘의 기쁨은 과거로 남기고 4년 뒤 열릴 2028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을 위한 준비를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4강에서 김우진에게 패해 동메달 결정전으로 밀렸던 이우석은 플로리다 운루(독일)를 세트 점수 6-0으로 완파하고 동메달을 따냈다. 김제덕은 8강에서 탈락했다. 파리=이헌재 기자 uni@donga.com파리=임보미 기자 bom@donga.com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셔틀콕 천재’ 안세영(22)에게는 ‘방수현(52) 이후 최초’라는 표현이 늘 따라다닌다. 안세영은 지난해 항저우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면서 방수현 이후 최초로 아시안게임 배드민턴 여자 단식에서 우승한 한국 선수가 됐다. 이에 앞서 안세영은 방수현 이후 최초로 한국 선수가 세계배드민턴연맹(BWF) 단식 랭킹 1위에 오르는 기록도 남겼다. 배드민턴 세계에서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전영 오픈 여자 단식 우승 기록이 있는 한국 선수도 방수현과 안세영뿐이다. BWF 여자 단식 랭킹 1위 자격으로 파리 올림픽에 참가한 안세영은 4일 ‘방수현 이후 최초’ 기록을 또 한 번 남겼다. 안세영은 이날 파리 포르트드라샤펠 경기장에서 열린 준결승에서 그레고리아 마리스카 툰중(25·인도네시아·8위)에 2-1(11-21, 21-13, 21-16) 역전승을 거두고 방수현 이후 한국 선수 최초로 이 종목 올림픽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안세영이 5일 오후 5시 55분 시작 예정인 결승에서도 승리하면 1996년 애틀랜타 대회 당시 방수현 이후 28년 만에 최초로 한국인이 이 종목에서 우승하는 기록도 남길 수 있다. 가장 강력한 라이벌로 꼽혔던 천위페이(26·중국·2위)가 조기 탈락한 것도 안세영에게 고무적인 요소다. 2021년 도쿄 올림픽 금메달 주인공이자 항저우 아시안게임 결승에서 안세영과 맞붙었던 천위페이는 전날 8강에서 같은 나라 대표 허빙자오(27·중국·9위)에게 0-2(16-21, 17-21)로 패했다. 허빙자오는 이날 준결승에서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금메달리스트 카롤리나 마린(31·스페인·4위)에게 기권승을 거두고 결승에 올라 안세영과 맞붙게 됐다. 3년 전 도쿄 올림픽 때 천위페이에게 패해 8강에서 탈락했던 안세영은 “천위페이와 올림픽에서 다시 붙어 보고 싶기는 했다. (천위페이를 물리치고 금메달을 따는 게) 딱 멋있는 그림이기는 했다”면서 “천위페이와 붙지 못해 아쉽지만 그래도 우승을 해야 하니 굳이 더 생각하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안세영은 계속해 “(올림픽이라는) 꿈의 무대에서 정말 많은 분들이 응원해주신 덕에 포기하지 않고 여기까지 달려올 수 있었다”면서 “이 들뜬 마음을 내려놓기가 아쉬울 정도다. 그래도 파리에서 낭만 있게 끝낼 수 있도록 내일만 신경 쓰겠다. 마지막 관문에서 더 많은 힘을 낼 수 있도록 많이 응원해 달라”고 말했다. 안세영은 허빙자오를 상대로 통산 8승 5패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이후로는 총 8번 맞붙어 1번밖에 패하지 않았다. 결승전 결과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안세영이 결승에서 첫 세트를 내준다고 해도 결과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안세영은 야마구치 아카네(27·일본·5위)와 맞붙었던 전날 8강 맞대결 때도 1세트를 먼저 내준 뒤 역전승을 거뒀다. 야마구치는 안세영 이전까지 47주 동안 세계랭킹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던 선수다. 안세영은 “첫 판(세트)을 지고나면 정신이 번쩍 들면서 스스로를 몰아붙여 승리를 따내는 힘이 되기도 한다”며 “2세트부터는 ‘할 수 있다’고 마음을 다잡고 하니까 되더라. 체력이 좋아져서 그런지 (1세트를 내줬는데도) 크게 걱정은 안 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계속해 “금메달이 욕심 나지 않는다면 거짓말이다. 그렇지만 아직 대회가 끝난 게 아니다. 욕심은 접어두고 내일 경기에 올인(다걸기)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파리=임보미 기자 bom@donga.com}
“‘돌아이’ 되면 할 수 있대요.” 한국 펜싱 여자 사브르 대표 최세빈(24)은 4일 우크라이나와의 파리 올림픽 단체전 결승을 앞두고 동료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2021년 도쿄 올림픽 동메달 멤버였던 ‘맏언니’ 윤지수(31)만 빼고 이번 대회 한국 여자 사브르 대표 최세빈, 전은혜(27), 전하영(23) 모두 올림픽이 처음이었다. 역시 올림픽 데뷔전이었던 이번 대회에서 한국 남자 사브르 대표팀의 올림픽 단체전 3연패를 도운 박상원(24)은 동갑내기 최세빈에게 “세빈아, 너는 이제 위에 올라가서 돌면(미치면) 돼. 그렇게 하면 여자 사브르도 진짜 할 수 있어”라고 응원을 보냈다. 여자 대표팀마저 우승했다면 한국은 올림픽 펜싱 역사상 처음으로 같은 나라에서 남녀 사브르 단체전 금메달을 가져가는 기록을 남길 수도 있었다. 남자 사브르 팀의 기운을 받은 ‘올림픽 초짜 트리오’는 거칠 것이 없었다. 이들은 결승 마지막 9라운드를 시작할 때만 해도 상대 팀 우크라이나에 40-37로 앞서 있었다. 다만 단체전 내내 ‘마무리 투수’로 나서 한국에 승리를 선물하던 전하영이 상대 ‘에이스’ 올가 하를란(34)에게 42-45 역전을 허용하면서 한국은 결국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은메달 역시 한국 여자 사브르 대표팀이 올림픽 단체전에서 기록한 역대 최고 성적이다. 은메달을 목에 건 최세빈은 “저희 다 돈 것 같다”며 웃었다. 이번 은메달이 더욱 고무적인 건 한국 여자 사브르 대표팀이 세대교체를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한국 여자 사브르 대표팀은 3년 전 도쿄 대회 때 동메달을 땄는데 당시 대표팀 ‘막내’였던 윤지수 한 명만이 ‘맏언니’로 이번 대회에 출전했다. 하지만 윤지수는 국제무대에 많이 노출된 자신보다 후보 선수였던 전은혜가 출전하는 게 결승 진출 확률이 높다고 보고 자진해서 경기에서 빠졌다. 준결승에서 빠진 윤지수는 한번 교체된 선수는 이후 경기에 나설 수 없다는 규정에 따라 결승에도 나서지 못했다. 준결승 때 주장 윤지수의 교체 선수로 올림픽 데뷔전을 치른 전은혜는 안방 팬들의 일방적인 응원을 받은 펜싱 종주국 프랑스 선수들과 대등한 경기를 펼치며 한국 여자 사브르 역사상 첫 올림픽 단체전 결승 진출에 힘을 보탰다. 전은혜는 “언니가 ‘네가 들어가면 좋겠다’고 먼저 얘기해줘 정말 고마웠다. 그만큼 저를 믿고 신뢰한다는 뜻이지 않나. 4년 뒤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려고 이번에 은메달을 땄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마지막 라운드 역전을 허용한 전하영 역시 밝게 웃었다. 전하영은 “베테랑 올가 선수에게 대범함이나 침착함에서 많이 밀렸다. 그래도 ‘나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 경기였다. 4년 뒤에는 더 성장해 금메달을 따겠다”고 말했다. 한국을 꺾은 우크라이나 대표팀은 러시아의 침공을 받고 있는 조국에 이번 대회 첫 금메달을 안겼다. 파리=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셔틀콕 천재’ 안세영(22)에게는 ‘방수현(52) 이후 최초’라는 표현이 늘 따라다닌다.안세영은 지난해 항저우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면서 방수현 이후 최초로 아시안게임 배드민턴 여자 단식에서 우승한 한국 선수가 됐다. 이에 앞서 안세영은 방수현 이후 최초로 한국 선수가 세계배드민턴연맹(BWF) 단식 랭킹 1위에 오르는 기록도 남겼다. 배드민턴 세계에서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전영 오픈 여자 단식 우승 기록이 있는 한국 선수도 방수현과 안세영뿐이다.BWF 여자 단식 랭킹 1위 자격으로 파리 올림픽에 참가한 안세영은 4일 ‘방수현 이후 최초’ 기록을 또 한 번 남겼다. 안세영은 이날 파리 포르트드라샤펠 경기장에서 열린 준결승에서 그레고리아 마리스카 툰중(25·인도네시아·8위)에 2-1(11-21, 21-13, 21-16) 역전승을 거두고 방수현 이후 한국 선수 최초로 이 종목 올림픽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안세영이 5일 오후 5시 55분 시작 예정인 결승에서도 승리하면 1996년 애틀랜타 대회 당시 방수현 이후 28년 만에 최초로 한국인이 이 종목에서 우승하는 기록도 남길 수 있다.가장 강력한 라이벌로 꼽혔던 천위페이(26·중국·2위)가 조기 탈락한 것도 안세영에게 고무적인 요소다. 2021년 도쿄 올림픽 금메달 주인공이자 항저우 아시안게임 결승에서 안세영과 맞붙었던 천위페이는 전날 8강에서 같은 나라 대표 허빙자오(27·중국·9위)에게 0-2(16-21, 17-21)로 패했다. 허빙자오는 이날 준결승에서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금메달리스트 카롤리나 마린(31·스페인·4위)에게 기권승을 거두고 결승에 올라 안세영과 맞붙게 됐다. 3년 전 도쿄 올림픽 때 천위페이에게 패해 8강에서 탈락했던 안세영은 “천위페이와 올림픽에서 다시 붙어 보고 싶기는 했다. (천위페이를 물리치고 금메달을 따는 게) 딱 멋있는 그림이기는 했다”면서 “천위페이와 붙지 못해 아쉽지만 그래도 우승을 해야 하니 굳이 더 생각하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안세영은 계속해 “(올림픽이라는) 꿈의 무대에서 정말 많은 분들이 응원해주신 덕에 포기하지 않고 여기까지 달려올 수 있었다”면서 “이 들뜬 마음을 내려놓기가 아쉬울 정도다. 그래도 파리에서 낭만 있게 끝낼 수 있도록 내일만 신경 쓰겠다. 마지막 관문에서 더 많은 힘을 낼 수 있도록 많이 응원해 달라”고 말했다.안세영은 허빙자오를 상대로 통산 8승 5패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이후로는 총 8번 맞붙어 1번밖에 패하지 않았다. 결승전 결과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안세영이 결승에서 첫 세트를 내준다고 해도 결과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안세영은 야마구치 아카네(27·일본·5위)와 맞붙었던 전날 8강 맞대결 때도 1세트를 먼저 내준 뒤 역전승을 거뒀다. 야마구치는 안세영 이전까지 47주 동안 세계랭킹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던 선수다.안세영은 “첫 세트 때는 긴장을 너무 많이 하니까 몸이 잘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 올림픽이 워낙 큰 무대다 보니 긴장을 하지 않는 게 쉽지 않다”고 웃으며 “2세트부터는 마음을 다잡고 하니까 되더라. 체력이 좋아져서 그런지 (1세트를 내줬는데도) 크게 걱정은 안 했다”고 말했다.그리고 계속해 “금메달이 욕심 나지 않는다면 거짓말이다. 그렇지만 아직 대회가 끝난 게 아니다. 욕심은 접어두고 내일 경기에 올인(다걸기)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파리=임보미 기자 bom@donga.com}
“‘돌아이’ 되면 할 수 있대요.”펜싱 여자 사브르 대표팀 최세빈(24)은 4일 2024 파리 올림픽 우크라이나와의 단체전 결승을 앞두고 동료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번 대회에서 여자 사브르 대표 선수들은 2021 도쿄 올림픽 동메달 멤버였던 맏언니 윤지수(31)만 빼고 최세빈, 전은혜(27), 전하영(23) 모두 올림픽이 처음이었다.역시 올림픽 데뷔전이었던 이번 대회에서 한국 남자 사브르 대표팀의 올림픽 단체전 3연패를 도운 박상원(24)은 동갑내기 최세빈에게 “세빈아, 너는 이제 위에 올라가서 돌면(미치면) 돼. 그렇게 하면 여자 사브르도 진짜 할 수 있어”라고 응원을 보냈다. 여자 대표팀마저 우승했다면 한국은 올림픽 펜싱 역사상 처음으로 같은 나라에서 남녀 사브르 단체전 금메달을 가져가는 기록을 남길 수도 있었다.남자 사브르 팀의 기운을 받은 ‘올림픽 초짜 트리오’는 거칠 것이 없었다. 이들은 결승 마지막 9라운드를 시작할 때만 해도 상대 팀 우크라이나에 40-37로 앞서 있었다. 다만 단체전 내내 ‘마무리 투수’로 나서 한국에 승리를 선물하던 전하영이 상대 ‘에이스’ 올가 하를란(34)에게 42-45 역전을 허용하면서 한국은 결국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은메달 역시 한국 여자 사브르 대표팀이 올림픽 단체전에서 기록한 역대 최고 성적이다. 은메달을 목에 건 최세빈은 “저희 다 돈 것 같다”며 웃었다.이번 은메달이 더욱 고무적인 건 한국 여자 사브르 대표팀이 세대교체를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한국 여자 사브르 대표팀은 3년 전 도쿄 대회 때 동메달을 땄는데 당시 대표팀 ‘막내’였던 윤지수 한 명만이 ‘맏언니’로 이번 대회에 출전했다. 하지만 윤지수는 국제무대에 많이 노출된 자신보다 후보 선수였던 전은혜가 출전하는 게 결승 진출 확률이 높다고 보고 자진해서 경기에서 빠졌다. 준결승에서 빠진 윤지수는 한번 교체된 선수는 이후 경기에 나설 수 없다는 규정에 따라 결승에도 나서지 못했다.준결승 때 주장 윤지수의 교체 선수로 올림픽 데뷔전을 치른 전은혜는 안방 팬들의 일방적인 응원을 받은 펜싱 종주국 프랑스 선수들과 대등한 경기를 펼치며 한국 여자 사브르 역사상 첫 올림픽 단체전 결승 진출에 힘을 보탰다. 전은혜는 “언니가 ‘네가 들어가면 좋겠다’고 먼저 얘기해줘 정말 고마웠다. 그만큼 저를 믿고 신뢰한다는 뜻이지 않나. 4년 뒤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려고 이번에 은메달을 땄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마지막 라운드 역전을 허용한 전하영 역시 밝게 웃었다. 전하영은 “베테랑 올가 선수에게 대범함이나 침착함에서 많이 밀렸다. 그래도 ‘나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 경기였다. 4년 뒤에는 더 성장해 금메달을 따겠다”고 말했다. 한국을 꺾은 우크라이나 대표팀은 러시아의 침공을 받고 있는 조국에 이번 대회 첫 금메달을 안겼다.파리=임보미 기자 bom@donga.com}
한국 여자 사브르 대표팀이 집념의 우크라이나에 통한의 역전패를 허용하며 올림픽 첫 결승 무대를 은메달로 마쳤다.국제펜싱연맹(FIE) 랭킹 4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한국 여자 사브르 국가대표 전하영, 최세빈, 윤지수, 전은혜는 3일 파리 그랑팔레에서 열린 파리 올림픽 결승에서 랭킹 3위 우크라이나에 42-45로 무릎을 꿇었다. 한국은 우크라이나 ‘에이스’ 울하 카를란(3위)이 첫 주자로 나서 5-3으로 앞서간 1라운드를 제외하고는 한 라운드도 우크라이나에게 리드를 내주지 않은 채 2~8라운드를 마쳤다. 마지막 9라운드 역시 40-37, 3점차 리드 상황에서 맞았다.하지만 이번 대회 내내 ‘마무리 투수’ 역할을 했던 전하영이 카를란에게 42-43 역전을 허용한 뒤 연속 실점하며 42-44, 매치 포인트 위기에 몰렸다. 프랑스팬들의 열띤 응원을 받은 카를란은 이내 마지막 득점까지 성공시킨 뒤 피스트에서 포효했다.여자 사브르 대표팀은 펜싱 종주국 프랑스에서 열린 이번 대회를 통해 결승 진출이라는 역대 올림픽 최고 성적을 거뒀다. 2021년 도쿄 대회 동메달 당시 대표팀은 막내였던 윤지수(31·17위)는 맏언니로 이번 대회에 나서 “메달 색을 바꿔보고 싶다”는 바람을 이뤘다. 윤지수를 제외한 나머지 선수들은 이번이 첫 올림픽 무대였다.올림픽 3연패를 완성한 한국 남자 대표팀과 함께 사브르 종목 사상 첫 남녀 대표팀 동반 금메달을 완성하고 싶다는 바람은 다음기회로 미루게 됐지만 한국 사브르는 2개 대회 연속 남녀 대표팀 동반 메달 기록은 이어가게 됐다. 여자 사브르 대표팀 역시 이번 대회 남자 대표팀처럼 4강에서 안방 팬들의 압도적 응원을 받은 프랑스를 꺾었다. 남자 사브르가 2016~2017시즌부터 8년 연속 세계랭킹 1위를 사수한 데다 올림픽 ‘디펜딩 챔피언’으로 확실한 ‘톱도그’였던 것과 달리 여자사브르는 세계랭킹 4위로 랭킹 1위 프랑스를 상대해야 하는 ‘언더도그’였다.한국 여자 사브르는 세계랭킹이 가장 높은 선수가 8위인 전하영이었고 최세빈이 10위, 전은혜는 37위였다. 하지만 이번 대회 개인전 금·은 메달을 나눠가진 마농 아피브루넷(2위), 세라 발제흐(1위)를 비롯해 세실리아 베르데르(9위), 세라 누차(14위) 등 상위 랭커들로 구성된 프랑스를 45-36으로 완파했다.개인전 출전권을 따지 못한 전은혜가 4강부터 맏언니 윤지수의 교체 선수로 합류해 팀원 전원이 메달을 합작한 것도 남자 사브르와 닮은 점이었다. 남자 사브르 역시 후보선수였던 도경동이 결승에서 맏형 구본길의 교체 선수로 합류해 메달 획득을 도왔다.파리=임보미 기자 b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