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미국 네바다 주 남부 파럼이라는 작은 동네엔 호텔에 설치된 게임기를 일주일에 두세 번씩 찾는 76세의 노인이 살고 있다. 정부의 사회보장연금으로 살면서 소소한 동전과 우표 거래를 부업으로 하는 이 노인이 세계 최대의 정보기술(IT) 기업인 애플의 공동창업자 론 웨인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주민은 거의 없다.오늘날 스티브 잡스 애플 최고경영자와 애플 컴퓨터의 실질적 설계자 스티브 워즈니악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하지만 일반인들은 애플 창립 서류에 론 웨인이라는 이름도 기재돼 있다는 사실을 잘 모른다. 그가 회사 설립 11일 만에 퇴사했기 때문이다.미국 CNN 방송은 24일 “세계 최고의 기업을 알아보지 못하고 회사를 떠난 웨인이 놓친 기회비용은 220억 달러(약 26조7000억 원)에 이른다”고 전했다. 애플의 초기 지분은 잡스와 워즈니악이 각각 45%, 웨인이 10%였다. 잡스는 웨인에게 지분 10%를 주면서 자신과 워즈니악 사이에 분쟁이 생겼을 때 중재해달라고 했다. 잡스와 웨인은 아타리라는 회사에서 몇 년 동안 함께 일했던 친한 사이였다. 애플 창립과정에서 웨인이 담당했던 업무는 컴퓨터 성능테스트, 회로제작, 광고기획, 정보수집, 문서관리 등이었다. 애플의 첫 번째 로고와 회사 운영매뉴얼도 모두 웨인의 작품이다. 워즈니악은 훗날 자서전에서 “그는 우리가 모르는 것을 알고 있었고 애플 창립(1976년) 초기에 엄청난 역할을 했다”고 회고했다. 하지만 애플 창업 직전에 슬롯머신 제조업체를 차렸다 수천 달러의 빚을 진 경험이 있는 웨인은 끝내 불안한 마음을 떨치지 못하고 11일 만에 자신의 지분 10%를 800달러에 회사에 넘기고 퇴사했다. 이 지분 10%는 현재 애플 가치로 환산할 때 220억 달러나 된다. 이후 그는 여러 회사를 전전하며 평범한 샐러리맨으로 살다 퇴직했는데 현재는 얼마 안 되는 희귀동전과 우표가 그의 전 재산이다.웨인은 “나는 당시 42세로, 각각 21세와 25세였던 잡스, 워즈니악과는 달리 위험을 감수할 처지가 아니었다”고 밝혔다. 그는 “사람은 자신이 역사적으로 중요한 시점에 서있는 순간에도 그 사실을 알지 못한다”라고 덧붙였다. 얼마 전 그는 지분을 판 것을 후회하느냐고 묻는 한 기자의 질문에 “앞날을 내다봤으면 좋았겠지만 당시에는 그 결정이 최선이었고 지금도 후회하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CNN은 지금까지 그가 애플 제품을 단 한번도 산 적이 없으며 컴퓨터도 델사 제품을 쓴다고 전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북한 내에서 초특급 기밀로 다뤄지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현지시찰 동선이 또다시 북한 매체의 보도보다 앞서 남한에 유출됐다. 대북 인터넷매체 ‘데일리NK’는 북한 소식통을 인용해 18일 오후 5시 53분 “17일 신의주 화장품공장을 방문한 김정일이 이틀째 일정으로 18일 신의주 신발공장을 시찰한 후 송한동 ‘특각(별장)’에 머물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북한 중앙통신은 이보다 6시간 뒤인 19일 0시 11분 김 위원장이 신의주 낙원기계연합기업소와 평안북도에 새로 건설된 축구경기장을 시찰했다고 전했다. 관례대로 김 위원장의 시찰 날짜는 밝히지 않았지만 데일리NK 보도대로 17일과 18일 신의주를 방문한 것이 확실시된다. 데일리NK는 “신의주 시내 한 소식통이 김정일의 현지지도 차량 행렬이 이동하는 것을 보고 제보해왔다”면서 “새로 건설된 축구경기장은 송한동 특각 부근에 있다”고 밝혔다. 이 매체는 20일에는 “김정일이 화장품공장과 낙원기계연합기업소를 현지지도할 때 김정은이 수행해 노동자들을 만났다”는 사실을 추가로 보도했다. 데일리NK는 지난해 2월에도 김 위원장이 생모의 고향인 함북 회령을 방문한 소식을 그의 도착 후 몇 시간 만에 보도한 바 있다. 이번처럼 김 위원장 시찰 정보를 북한매체가 보도하기도 전에 유출되는 일은 과거에도 몇 번 있었다. 특히 요즘 들어 김 위원장의 북-중 국경 일대 시찰 소식은 거의 예외 없이 남한에 유출되고 있다. 이는 휴대전화 영향이 가장 크다. 북한 보안당국은 김 위원장의 동선이 외부에 알려질 때마다 정보 유출자를 색출하기 위해 혈안이 돼왔지만 대부분이 실패로 돌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휴대전화를 소지하고 있다 체포된 애꿎은 주민들을 희생양으로 삼는 행태를 반복해왔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미얀마 민주화의 상징 아웅산 수치 여사가 가택연금 상태에서 65번째 생일을 맞았다. 수치 여사의 생일인 19일을 맞아 세계 각지에서 지지자들의 기념행사도 열렸다. 각국 언론들도 이날을 맞아 쿠데타로 미얀마에 군정이 출범한 이후 20년 중 14년을 감옥생활과 연금 상태로 보낸 수치 여사를 재조명하며 미얀마 민주화에 관심을 보였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수치 여사가 생일을 맞아 “당신들의 자유를 우리의 자유를 촉진하는 데 써 달라”는 내용의 서한을 세계를 향해 보냈다고 18일 보도했다. 수치 여사의 한 측근 인사를 통해 각국 언론에 보내진 서한에는 “우리는 자유에 굶주려 있고 누군가가 우리에게 자유를 가져다주길 기다리고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미얀마에서는 올 10월 20년 만에 총선이 열리지만 수치 여사의 삶에는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미얀마 군정이 3월 야당의 반발 속에서 강제로 통과시킨 새 선거법은 전과자가 없는 정당만이 선거에 참가할 수 있다. 군정은 나아가 이 법에 근거해 수치 여사가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을 강제해산시켰다. NLD의 회원들은 수치 여사의 생일을 기념해 19일 미얀마 각지에 묘목 2만 그루를 심을 예정이다. NLD 당원 민조우 씨(29)는 18일 AFP통신에 “그녀는 우리의 모범이었으며 우리는 계속 그를 신뢰하고 석방되길 항상 기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NLD 회원들은 또 그녀의 생일을 맞아 미얀마 인권 개선에 힘을 보태 달라는 내용의 서한을 전 세계에 보내는 운동을 펴고 있다. 양곤 북부에서는 수치 여사의 지지자들이 모여 생일 파티를 열지만 가택연금에 처해 있는 수치 여사는 참가할 수 없다. 영국 런던의 미얀마대사관 앞에서는 18일 수치 여사의 석방을 촉구하는 시위가 열렸다. 미국 워싱턴 의회의사당 앞에서도 19일 수치 여사를 지지하는 집회가 열릴 예정이다. 태국 방콕에서 같은 날 케이크 자르기 행사가 열리는 등 유럽과 아시아 국가 곳곳에서 그녀의 생일 행사가 열린다. 한편 영국 일간 가디언은 18일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수치 여사의 젊은 시절 사진들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이 사진들은 1997년 전립샘암으로 사망한, 수치 여사의 영국인 남편 마이클 애리스 씨가 소장하고 있던 것들이다. 1988년 수치 여사가 미얀마에 귀국한 뒤 이 부부는 1995년 성탄절 때 딱 한 번 만났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북한과 브라질의 경기가 열린 16일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 엘리스파크 경기장에 100여 명의 북한 ‘아저씨 응원단’이 나타나 이목을 끌었다. 이들은 가슴에 인공기를 새긴 붉은 옷을 입고 붉은 모자를 썼으며 경기 2시간 전에 입장했다. 응원단은 인솔자의 지시에 따라 ‘3-3-7 박수’를 치거나 북한에서 응원할 때 쓰는 ‘짝짜기’를 부딪치며 나름대로 열띤 응원을 펼쳤다. 북한은 지금까지 한국이나 중국에서 열리는 경기에 응원단을 파견할 때면 보통 20대 여성들로 구성된 ‘미녀 응원단’을 파견해왔다. 하지만 남아공에 나타난 북한 응원단은 대부분 40, 50대 남성들이었다. 각국 취재진은 북한 응원단이 출현하자 ‘정체’를 파악하려고 취재 경쟁을 벌였다. 한 북한 응원단원은 “그제(현지 시간 13일) 밤에 100명 정도가 여기에 도착했는데 모두 평양에서 왔으며 응원단을 모집할 때 자원해서 온 보통 노동자들”이라고 말했다. 일부는 “오늘(15일) 도착했으며 평양에서 출발해 베이징과 홍콩을 거쳐 남아공에 왔다”고 밝혔다. 도착 시간이 다른 것을 보면 이들이 한꺼번에 북한에서 파견된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과거 북한에서 예술계 대학교에서 미모가 뛰어난 여성들을 뽑아 한꺼번에 보내곤 했던 미녀 응원단과 성격이나 파견 방식이 다른 것이다. 기자들의 질문에 자유롭게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신분 높은 간부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그들이 하는 말을 액면 그대로 믿기는 어렵다고 북한 전문가들은 말한다. 더구나 북한에서 응원단을 모집한다는 말은 신빙성이 없다는 지적이 많다. 평범한 신분으로는 북한에서 남아공으로 응원하러 오기 어렵다. 따라서 남아공 또는 이웃 나미비아 앙골라 등의 건설 현장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들이 노동당의 지시에 따라 집단 응원하러 왔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물론 응원단 속에는 북한에서 직접 온 사람들이 섞였을 수도 있다. 이런 사람들은 당국이 막대한 외화를 써서 외유를 보내줄 정도로 상당한 직책에 있는 사람들이다. 북한 국적을 갖고 있는 일본 총련계 응원단이 일부 포함됐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일부 언론은 북한이 중국에서 축구팬, 여행사 직원 등을 상대로 ‘대리 응원단’을 모집했다고 보도했지만 진위는 확인되지 않았다.요하네스버그=김동욱 기자creating@donga.com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북한과 브라질의 경기가 열린 16일 남아공 요하네스버그 엘리스파크 스타디움에 100여 명의 북한 '아저씨 응원단'이 나타나 이목을 끌었다. 이들은 가슴에 인공기가 새겨진 붉은 옷을 입고 붉은 모자를 썼으며 경기 2시간 전부터 입장했다. 응원단은 인솔자의 지시에 따라 '3-3-7 박수'를 치거나 북한에서 응원할 때 쓰는 '짝짝이'를 부딪치며 나름대로 열띤 응원을 펼쳤다. 북한은 지금까지 한국이나 중국에서 열리는 경기에 응원단을 파견할 때면 보통 20대 여성들로 구성된 '미녀 응원단'을 파견해왔다. 하지만 남아공에 나타난 북한 응원단은 대부분 40, 50대 남성들이었다.각국 취재진은 북한 응원단이 출현하자 '정체'를 파악하기 위해 열띤 취재 경쟁을 벌였다. 한 북한 응원단원은 "그제(현지 시간 13일) 밤에 100명 정도가 여기에 도착했는데 모두 평양에서 왔으며 응원단을 모집할 때 자원해서 온 보통 노동자들"이라고 말했다. 일부는 "오늘(현지 시간 15일) 도착했으며 평양에서 출발해 베이징과 홍콩을 거쳐 남아공에 왔다"고 밝혔다.도착 시간이 다른 것을 보면 이들이 한꺼번에 북한에서 파견된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과거 북한에서 예술계 대학교들에서 미모가 뛰어난 여성들을 뽑아 한꺼번에 보내곤 했던 미녀 응원단과 성격이나 파견 방식이 다른 것이다.기자들의 질문에 자유롭게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신분 높은 간부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그들이 하는 말을 액면 그대로 믿기는 어렵다고 북한 전문가들은 말한다. 더구나 북한에서 응원단을 모집한다는 말은 신빙성이 없다는 지적이 많다. 평범한 신분으로는 북한에서 남아공으로 응원 오기 어렵다. 따라서 남아공 또는 이웃 나미비아 앙골라 등의 건설 현장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들이 노동당의 지시에 따라 집단 응원하러 갔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북한과 아프리카 남부 지역 국가들 사이의 관계는 그리 나쁘지 않고 북한에서 파견된 인력도 적지 않다. 실제로 이날 응원에 참가한 북한 응원단원들의 상당수는 얼굴이 햇볕에 그을려 있었고 몸도 노동으로 단련된 것처럼 보였다. 물론 응원단 속에는 북한에서 직접 온 사람들이 섞였을 수도 있다. 이런 사람들은 당국이 막대한 외화를 써서 외유를 보내줄 정도로 상당한 직책에 있는 사람들이다.북한 국적을 갖고 있는 일본 총련계 응원단이 일부 포함됐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일부 언론은 북한이 중국에서 축구팬, 여행사 직원 등을 상대로 '대리 응원단'을 모집했다고 보도했지만 진위는 확인되지 않았다.북한 응원단은 경기가 끝난 뒤 버스를 타고 경기장을 떠났으며 숙소는 프리토리아의 북한 대사관인 것으로 알려졌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요하네스버그=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사진)가 최근 서방에 대해 과거의 강경 태도를 버리고 유연한 태도로 돌아선 이유는 뭘까?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최신호(21일자)에서 ‘국제 금융위기로 러시아가 스스로의 한계를 깨달았을 뿐 아니라 러시아를 둘러싼 정치 군사적 지형도가 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뉴스위크에 따르면 3년 전까지만 해도 푸틴 총리는 미국에 대해 “세계의 유일 지배자가 되려 한다”고 힐난했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대해선 “러시아의 국경을 넘보고 있다”고 비난했다. 국내적으로는 스탈린 업적을 재조명하라는 지시를 내려 서방으로부터 독재시대로 회귀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받았다. 당시엔 국제 유가가 연일 기록을 갈아치우며 배럴당 150달러로 육박하던 때여서 ‘오일머니’를 움켜진 푸틴 총리의 자신감도 그 어느 때보다 높았다. 하지만 2008년 찾아온 국제 금융위기는 초강대국을 지향하던 러시아의 야망도 좌절시켰다는 분석이다. 러시아 외교부 한 고위관료는 잡지에 “금융위기를 겪은 이후 서방의 지원 없이 러시아 혼자서는 절대 발전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러시아는 2013년까지 1조 달러를 들여 철도 학교 병원 등 낡은 인프라를 갱신하려는 계획을 세웠었다. 하지만 국제유가 하락으로 정부 예산으로는 현재 필요 자금의 3분의 1밖에 충당할 수 없게 됐다. 또 러시아 기업들은 4500억 달러의 막대한 자금을 서방에서 빌려 성장의 발판으로 삼았지만 최근 이 돈도 거의 고갈됐다고 뉴스위크는 전했다. 이런 분위기에 맞춰 푸틴 총리의 강경 태도도 점차 변해갔다. 푸틴 총리는 최근 미국 및 유럽과의 ‘비즈니스 외교’를 강조하는 발언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서방의 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이라는 게 잡지의 분석이다. 러시아는 또 유럽연합(EU)과 무역은 물론 무비자 출입국 문제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새로운 파트너십을 맺기 위한 프로젝트를 검토하고 있다. 지난달 초 푸틴 총리가 제2차 세계대전 중 소련이 자행한 폴란드군 포로 대량학살사건인 카친숲 대학살을 언급하면서 스탈린 전체정권의 잔인성을 비난한 것도 달라진 태도를 실감케 했다. 푸틴 총리의 태도 변화는 최근 서방이 보여준 러시아에 대한 유화적인 태도도 한몫했다고 잡지는 분석했다. 미국은 폴란드와 체코에 미사일 방어부대를 배치하려던 계획을 보류했다. 최근 친러 정권이 들어선 우크라이나도 나토 가입 계획을 철회했다. 심지어 유럽은 러시아에 유럽 미사일방어계획에 참여할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여기에 러시아가 그루지야 북부 합병을 성공리에 마쳤고 우크라이나 해군기지 임대 연장계약을 무사히 체결하는 등 외교 분야에서 만족할 만한 성과를 얻고 있는 것도 외교가 유연해진 원인으로 분석된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북한 노동당 조직지도부가 지난달 26일 주민들에 대한 식량 공급을 포기하는 내용의 지시문을 사상 처음으로 전국에 하달했다고 대북지원단체 ‘좋은 벗들’이 14일 밝혔다. ‘현재 조선의 식량사정에 관하여’라는 제목의 이 지시문에는 ‘당분간 국가 차원의 식량해결이 어렵기 때문에 당, 내각, 국가보위부 등이 부문별로 자력갱생하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 지시문은 지난 몇 년간, 특히 지난해 말 화폐개혁 이후 급진적으로 추진하던 사회주의 경제체제 복원 시도의 실패를 자인하는 한편 시장을 전면 허용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지시문의 핵심은 당국이 장마당을 폐쇄하고 시장을 강력히 통제하려던 기존의 방침을 철회하고 시장을 전면적으로 허용하는 것으로 입장을 완전히 바꾼 것이다. 북한은 올 1월 장마당을 폐쇄했지만 화폐개혁 이후 사회가 큰 혼란에 빠지자 한 달도 안돼 암묵적으로 허용했다. 하지만 이번 지시문에서는 지금까지 장마당을 옥죄던 모든 규제를 과감하게 철폐했다. 장사도 24시간 허용되며 금지품목 제한도 없어진다. 2007년부터 강력하게 통제해 온 장마당 나이 제한(49세 이하)도 함께 풀렸다. 작년에 가장 먼저 폐쇄됐던 평성시장에는 “모든 규제를 취소하고 장사를 풀라”는 지시가 이미 하달됐고 함경북도 회령에서는 시당 책임비서가 직접 나서 그동안 축소시켰던 장마당 용지를 다시 확장하고 있다고 한다.北 “국가차원 식량해결 안돼… 자력갱생하라”‘사회주의 경제 실패’ 자인장마당 24시간 전격 개방개인 무역거래도 부활시켜내부 통제는 강화한 국행 탈북자 가족들산골추방 ‘공포통치’ 지시보안부에도 시장질서 유지 외에 어떠한 단속이나 부당한 요구를 하지 말라는 지시가 하달됐다.시장 활성화를 위해 올 1월 통폐합했던 무역회사들을 다시 살리기 위한 다양한 조치도 강구됐다. 주된 내용은 개인의 무역거래를 허용하며 무역 수익금의 일부를 개인이 합법적으로 갖는 것을 보장한다는 것이다. 이 역시 불과 반년 전만 해도 개인의 무역거래를 형사처벌하던 것에서 완전히 바뀐 것이다. 중국에서의 수입을 증대해 장마당 가격을 안정화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그러나 이 같은 규제완화 조치와는 별도로 공안기관인 보위부와 보안부에는 전보다 더 가혹한 통제를 지시해 ‘공포통치’ 강도를 높였다. 특히 해외 탈북자와 통화하면 전체 가족을 감옥에 보내고 한국행 탈북자가 있는 가족은 깊은 산골로 추방해 사회와 아예 격리한다는 방침이다. 대규모 탈북이 재연될 가능성을 미연에 강력하게 막겠다는 의도다. 범죄 예방을 위해 길이 9cm 이상인 칼이나 톱 등은 모두 회수한다는 황당한 대책도 포함돼 있다.북한의 이번 조치들은 지난 수년간 지속돼 온 장마당 억제정책의 실패를 당국 스스로 인정한 것이며 나아가 사회주의 경제체제가 ‘장마당’ 시장경제 앞에 항복 선언을 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앞으로 몇 년간은 시장통제 정책이 크게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몇 년 뒤면 북한주민들이 김정은 후계자 지명 소식을 직장이 아닌 장마당에서 접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북한은 지금껏 2012년까지 사회주의 경제시스템을 복원하고 후계구도도 마무리해 ‘강성대국’을 선포한다는 목표를 갖고 정책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이번 조치로 기존의 정책도 대수술이 불가피해 보인다.지시문은 또 지금 북한 내부 사정이 얼마나 급박한지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특히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방중 직후 식량공급 포기 선언이 나왔다는 점은 중국의 대규모 식량지원도 이뤄질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것을 시사해주고 있다. 최근 북한 간부들의 식량대책 회의에서는 “외부에서 식량을 구하지 못하면 1990년대 중반과 같은 대량 아사를 피하기 어렵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고 한다.여기에 화폐개혁 실패로 인한 불만이 중견간부들에게까지 팽배해지자 북한 당국은 최후 방편으로 통제를 풀어주는 대신 알아서 먹고살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보인다. 민심이 폭발할 위험을 감수하기보다는 차라리 정책을 후퇴시키는 편을 택한 것이다.한편 ‘좋은 벗들’은 지금까지 그나마 배급을 조금씩 받던 간부들과 평양 시민들이 크게 동요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은 김영일 전 총리가 1월 말 “식량문제는 석 달만 기다려 달라”고 했던 발언과 최근 김 위원장의 방중에 일말의 희망을 갖고 있다가 크게 낙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일부 주민은 “정부가 조금만 참으면 해결된다고 항상 거짓말만 하다가 이제는 솔직히 고백하고 나름대로 대책안을 내놓은 것은 크게 달라진 태도”라며 긍정적인 평가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미국 국무부가 북한을 인신매매 방지를 위한 최소한의 기준도 충족하지 못하는 3등급 국가로 14일 재지정했다. 미 국무부는 이날 발표한 연례 ‘인신매매실태(TIP)’ 보고서에서 북한을 비롯해 이란, 미얀마, 쿠바 등 12개국을 인신매매 방지를 위한 국가의 관심과 관리가 최악인 3등급 국가로 분류했다. 북한은 2003년 이후 최악 등급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보고서는 북한 당국이 인신매매를 방지하기 위한 어떠한 노력도 기울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북한의 열악한 상황이 주민들의 탈북을 촉발하고 탈북자들은 인신매매의 위험에 노출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중 가장 흔한 형태의 인신매매는 북한의 여성과 소녀들이 중국에서 결혼 혹은 매춘행위를 강요당하는 경우라면서 “인신매매조직이 북-중 접경지역에서 양국의 국경수비대와 공모해 중국에서 결혼이나 매춘을 할 북한 여성들을 끌어 모으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미 국무부는 한국을 인신매매 척결을 위해 정부가 최소한의 기준을 완전히 준수하고 있는 1등급 국가로 재지정했다. 한국은 2001년에는 3등급에 그쳤으나 2002년 이후 9년 연속 1등급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직경이 1000km에 이르는 거대한 라디오전파 우주망원경이 12일부터 유럽에서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로파(LOFAR)’라는 약칭의 이 망원경은 일반적인 천체망원경과 달리 하나의 거대한 접시가 아니다. 네덜란드 영국 프랑스 독일 스웨덴 등 5개국 과학자들이 공동 참여해 약 2억 달러를 들여 각국에 설치한 높이 0.5∼2m인 안테나 2만5000여 개를 연결해 만든 것이다. 이 망원경으로는 파장이 30m에 이르는 전파까지 잡을 수 있다. 이렇게 긴 파장의 전파 영상은 흐리기 때문에 이 영상을 선명하게 하는 유일한 길은 수백 km 이상에 걸쳐 분산된 광대한 안테나를 건설하는 것이다. 이 망원경의 목적은 우주의 대폭발(빅뱅) 이후 약 8억 년간 계속된 것으로 추정되는 우주의 ‘암흑기’를 연구하는 것. 과학자들은 이를 활용해 빅뱅이 일어난 환경 연구, 우리 은하계 및 이웃 은하계의 자기장 지도 완성, 지구 대기로 유입되는 고에너지 입자 검출 등을 진행할 계획이다. 동시에 다른 은하계에 생명체가 있는지도 중요한 연구대상이다. 이런 연구에 전파망원경이 사용되는 이유는 전파가 광파보다 파장이 길고 속도가 느려 일반 광학 망원경으로 뚫고 지나가기 어려운 우주 먼지 구름을 투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137억 광년이나 되는 우주의 맨 가장자리로부터 오는 전파는 전자기 스펙트럼의 붉은 쪽 끝을 향해 퍼지는 ‘적색편이’를 일으키기 때문에 광학망원경으로는 관측이 불가능하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싱가포르에 카지노를 지을 수 있는 유일한 장소가 있다면 그건 내 시체 위일 것이다." 싱가포르의 정신적 지주인 리콴유 전 총리(86)가 오래 전에 남겼다는 말이다. 그랬던 그가 3년 전 말을 바꾸었다. "카지노를 좋아하지 않지만 세상이 변했다. 현대 세계와 연결돼 있지 않으면 우리는 죽거나 과거와 같은 어촌으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 그리고 올해 상반기 싱가포르에는 세계 최고 수준의 카지노장 2개가 리 전 총리의 축복을 받으면서 잇따라 문을 열었다고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IHT)이 4일 보도했다. 술과 담배, 도박을 금기시하고 카지노를 아편과 같은 반열에 올려 취급했던 '도덕국가' 싱가포르가 '도박국가'로 변신하기 시작한 것이다. 싱가포르의 변신은 2000년 이후 내적 성장은 한계에 부닥치고 외적으로도 중국의 고도성장 위협에 직면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가경제의 새 성장동력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제주도 면적의 3분의 2 크기에 약 500만 명의 인구를 가진 싱가포르는 국제회의, 인센티브관광, 컨벤션, 전시 등의 복합적 부가가치 산업(MICE) 유치전략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채택했다. 이런 계획아래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평가받는 카지노 산업을 관광산업 육성계획의 일환으로 과감하게 허용했다. 싱가포르에는 변변한 문화 유적지나 관광지가 없다. 이 때문에 싱가포르는 지난기간 관광객들에게 중국이나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로 이동하는 경유지로만 인식돼 왔다. 카지노 등장과 함께 관광객들의 인식에도 변화가 생겨 이들이 싱가포르에 체류하는 시간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싱가포르는 현재 약 1000만 명 수준인 해외 관광객을 2015년까지 1500만 명으로 끌어올리고 관광수입도 300억 달러로 늘인다는 목표를 세웠다. 새로 지어진 카지노들은 싱가포르가 수십 억 달러의 해외투자를 유치해 대대적으로 건설한 복합 리조트 내부에 위치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문을 연 카지노는 쌍용건설이 싱가포르의 랜드마크 건물로 지은 마리나베이샌즈 호텔 3개의 돔 건물 중 가운데 있다. 하지만 싱가포르 정부는 내국인의 카지노 이용은 최대한 제한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이를 위해 내국인들에게는 24시간 입장권을 70달러(약 8만4000원)에, 1년 입장권은 1400달러(168만 원)에 팔고 있다. 외국인들에게 무료입장과 다양한 인센티브를 주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싱가포르에 몰려올 카지노 이용객들의 대다수는 중국인들일 것으로 예상된다.주성하기자 zsh75@donga.com}
외신들은 30일 제주에서 열린 제3차 한일중 정상회의를 보도하면서 중국이 북한에 대한 비난에 나서지 않은 점에 대체로 초점을 맞추었다. AFP통신은 한국과 일본은 중국이 천안함 사건에 대해 북한을 비난하도록 압박했지만 이를 이끌어내는 데 실패했다고 보도했다. 원자바오 중국 총리가 한반도의 긴장 해소 및 충돌 방지에 관련한 발언은 했지만 중국이 북한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조치를 지지할 준비가 돼 있다는 신호는 보여주지 않았다고 전했다. AP통신도 원 총리가 유엔에서 북한을 규탄하고자 하는 한국과 일본에 대해 지지를 표명하지 않았다는 데 역점을 둬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은 중국이 북한에 대한 강경 자세 대신 모든 당사자들에게 긴장 완화를 촉구했다고 전하면서 원 총리는 주요 무역상대국인 한국과의 유대와 북한에 대한 지원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한다는 ‘힘든’ 외교를 수행했다고 전했다. dpa통신 역시 중국이 한국에 충돌 자제를 촉구했다는 점을 조명했다. 미국 주요 신문들은 미묘하게 입장차가 갈렸다. 뉴욕타임스는 원 총리가 북한을 비난하려는 징후를 보여주지 않았다는 점을, 워싱턴포스트는 한국이 중국의 신중한 지지를 얻어냈다는 점을 제목으로 부각시켜 보도했다. 영국 BBC는 중국이 북한을 비난하지는 않았지만 만일 중국이 북한의 ‘유죄’를 받아들인다면 이는 북한을 더는 ‘자산’이 아닌 ‘부담’으로 여긴다는 신호라고 분석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의원외교 차원에서 매년 정기적으로 남북한을 방문해 온 유럽의회의 한반도관계 대표단이 북한의 천안함 공격으로 남북 긴장이 고조됨에 따라 6월로 예정했던 방북계획을 전격 취소했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이 29일 보도했다. 이 사실은 대표단 일원인 데이비드 마틴 의원이 28일 일본의 납북자 구조단체에 보낸 e메일을 통해 확인됐다. 마틴 의원은 “남북 긴장 고조와 관련해 폭넓게 협의한 결과 대표단은 다음 달 북한을 방문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방북은 취소됐지만 한국 방문은 예정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전했다. 대표단은 다음 달 4일부터 8일까지 평양을, 8일부터 12일까지는 서울을 방문해 한반도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었다. 유럽은 비정부기구를 통해 올해에만 1100만 유로(약 163억 원)를 북한에 지원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北, 왜 두려워하나“김정일은 호색-살인범” 고발 작년 9·9절에 날아와 발칵 軍, 강경대응 안하면 불경죄민간단체는 어떻게 보냈나달러-위안화 동봉해 유혹라디오-인권DVD 넣기도특수풍선 평양까지 날아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북한 지도부는 탈북자를 중심으로 한 민간 차원의 대북 전단(삐라) 발송에 강하게 반발해 왔다. 2008년 10월 남북 군사실무회담 때 북측 대표단은 민간단체의 전단 수백 장을 모은 박스를 회담장에 가져와 던지기도 했다. 북한 군부는 16일에도 이 문제를 거론하며 개성공단 통행 제한 및 차단은 물론 ‘그 이상의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천안함 폭침에 대한 정부 대응조치로 군의 대북 전단 발송이 시작되면 반발은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그들은 왜 남측의 삐라에 이처럼 민감한 것일까. 북한 전문 인터넷신문인 데일리NK의 손광주 편집장은 “북한은 선전선동의 나라이기 때문에 삐라를 통한 선전전의 위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며 “삐라로 인한 외부 정보의 유통이 체제의 붕괴를 가져올 수 있다는 걱정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금까지 민간이 발송해온 전단의 내용은 신랄하다. 탈북자들에 따르면 지난해 노동당 창건 기념일인 9·9절에 남측 민간단체들이 보낸 전단이 평양 한가운데 있는 김일성광장에 떨어져 한바탕 난리가 났다. 전단의 제목은 ‘김정일을 고발(신고)합니다’였다. 북한의 체제유지 기관인 국가안전보위부에 보내는 고발장 형식의 전단은 그의 죄목을 ①특수절도죄 ②특수강간 및 미성년 폭행죄 ③경력기만 및 특수사기 ④납치 및 특수살인죄 ⑤특수 정치범 등 다섯 가지로 명시했다. 북한은 선전선동과 함께 외부 정보의 통제를 기반으로 체제를 유지한다. 민간단체들이 전단과 함께 정보를 유입시키는 수단도 다양하다. 자유북한운동연합과 납북자가족모임 등은 국내 라디오방송을 청취할 수 있는 휴대용 라디오나 대북 단파 라디오와 함께 북한의 인권 실태를 알릴 수 있는 뮤지컬 ‘요덕스토리’나 연평해전과 대청해전 등의 소식을 담은 DVD 등도 함께 보내고 있다. 주민들의 수집 욕구를 자극하는 인센티브도 강화됐다. 과거에는 라면이나 과자 등 먹을 것들을 풍선에 동봉했지만 최근에는 달러나 중국 위안화 등 현금을 함께 넣고 있다. 이 때문에 주민과 군인 등이 삐라 줍기에 열중하면서 북한 지도부가 속을 끓이고 있다는 것이다. 유동열 치안정책연구소 연구관은 “북한 당국자들은 ‘삐라에 후천면역결핍증(AIDS·에이즈) 균이 묻었다’는 등의 악성 선전을 하고 있지만 믿는 주민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전단의 운송 기술도 갈수록 나아졌다. 탈북자인 이민복 북한동포직접돕기운동 대북풍선단장은 2003년부터 풍선을 이용한 전단 살포를 시작했다. 북한 과학원 연구원 출신인 이 단장은 홀로 연구를 거듭해 대형비닐풍선을 이용한 3단계 전단 살포 기술을 개발했다. 이 방식은 다른 탈북자들에게도 전수됐다.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는 풍선과 전단 꾸러미를 얇은 금속선으로 잇고 금속선이 화학시약을 통한 산화반응으로 1, 3, 5시간 만에 끊어지는 기술을 개발해 사용하고 있다. 한 당국자는 “임진각이나 서해상에서 날린 전단 풍선이 북한 지도층이 모여 사는 평양 시내까지 가는 것에 대해 지도부가 당혹스러워하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전단들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여자관계와 호화생활 등을 다루고 있어 북한 군부 등이 살기 위해서라도 과격하게 대응하지 않을 수 없다. 김 위원장이 만든 ‘유일사상 10대 원칙’은 김 씨 부자를 비방한 자는 물론이고 이를 보고 방치한 사람도 죄인 취급을 한다. 과거 남한을 방문했던 북한 여성 응원단이 비에 젖은 김 위원장의 사진을 보고 남측에 항의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전방의 北장병, 가요-스포츠에도 싱숭생숭남한 소식 ‘비판여론’도 소개열린 사회라는 인식 심어장비-원고 손질… 2주뒤 시작군 당국이 천안함 대응조치 중 하나로 발표한 전방부대의 확성기 방송은 ‘6년 공백’에 따른 인력 부족과 장비 노후화로 2주 정도의 준비를 거친 뒤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군 관계자는 25일 “국군 심리전단이 인력 충원을 위해 전방작전사령부 보병부대에 지원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국방부 산하 심리전단은 2004년 6월 남북 장성급회담 합의에 따라 8개 중대 24개 소대가 2개 중대 7개 소대로 축소 편성됐다. 스피커 등 방송장비도 일부 긴급 교체가 불가피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회 국방위원회 관계자는 “1996년 도입한 스피커의 상당수가 2004년 이후 6년 동안 사용하지 않은 채 보관되는 바람에 정상 가동은 어렵다는 설명을 군으로부터 들었다”고 말했다.○ 북한 병사 마음 흔드는 확성기 방송 국방부 심리전단은 확성기 방송 방침이 발표된 20일 이후 방송 재개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역 장교는 물론 예비역 장교를 영입해 방송국의 ‘방송 작가’처럼 확성기 방송의 원고(스크립트)를 준비하고 있다. 심리전단은 언론의 관심이 집중되자 최근 국방부 청사 도로에 세워져 있던 안내표지판을 없애는 등 ‘보안 유지’에 나섰다. 2004년까지 전방 94개소에서 실시됐던 확성기 방송의 주요 타깃은 휴전선 북쪽 10∼12km 안쪽의 북한군 장병이다. 확성기 방송은 ‘북한 병사가 모르는 북한 내부 사정’은 물론 국내 가요와 뉴스도 들려준다. 특히 2002년 한일 월드컵 때는 한국팀의 경기를 중계해 틀어준 적도 있다. 뉴스를 보낼 때는 한국에서 벌어진 대형 참사나 정부 정책에 대한 반대 소식도 빼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심리전단에서 근무했던 한 예비역 장교는 통화에서 “이런 내용은 한국 사회와 정부가 비판에 열려 있다는 점을 극명히 보여줬다”며 “북한 병사로서는 정부 비판 보도가 매우 혼란스러울 것이라는 판단을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북한은 2004년 남북 간 방송 중단 합의 이전까지 남측에 정부와 민간 차원의 남북회담을 개최하는 전제조건으로 ‘심리전 중단’을 집요하게 요구해 왔다고 한 군 관계자는 전했다. 군 당국은 확성기 이외에 초대형 전광판을 설치해 북쪽을 향해 선전 문구를 보여주는 계획도 세워놓았다. 2004년 이전에는 가로 110m, 세로 17m 크기의 대형 전광판 11개가 설치됐고 ‘한국 월드컵 4강 진출’ 등을 스크린에 올렸다. 아울러 군 당국은 다수의 이동형 방송중계 장비를 갖추고 대북 라디오방송도 추진할 계획이다. ○ 북한의 확성기 대응 북한도 남측의 확성기 방송에 대응해 방송을 재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군 관계자는 “북한 군은 과거 조선중앙방송이나 조국평화통일위원회의 대남방송을 틀기도 했지만 우리 군 병사를 겨냥한 ‘반미(反美) 선동’ 내용을 담았다”고 말했다. 북한은 언제부턴가 ‘북한체제의 우월성’을 선전하는 내용은 방송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미국의 소리’ 뉴스 등 北 핵심계층 파고들어한미일 10여개 채널 송출北체제 회의론 확산시켜폐쇄된 북한 주민에게 진실을 알려주는 수단으로서의 대북방송의 위력은 대북 전단(傳單·알림쪽지) 못지않다. 대북방송은 살포 범위가 제한적인 전단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반면 라디오가 있어야 들을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 현재 대북방송은 한국 미국 일본 등 3개국에서 송출되며 10여 개에 이르고 있다. 미국에서는 미국 정부가 운영하고 있는 ‘미국의 소리방송(VOA)’과 미국 의회의 지원을 받는 ‘자유아시아방송(RFA)’이 있다. 일본에는 내각 직속의 납치문제대책본부가 지원하는 방송인 ‘일본의 바람’이 있다. 국내에는 공영방송인 KBS가 진행하는 ‘한민족방송’이나 대북선교방송인 ‘극동방송’ 등이 있다. 또 탈북자들과 북한인권 관련 단체들이 송출하는 ‘자유북한방송’ ‘자유조선방송’ ‘열린북한방송’도 있다. 대북방송은 주로 단파(SW)로 송출되지만 VOA나 RFA처럼 단파와 중파(AM, MW)를 함께 보내는 방송도 있다. 단파는 방송을 멀리까지 전달할 수 있지만 음질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는 반면 중파는 원거리 송출이 어려운 대신 음질이 깨끗하다. 북한은 대북방송에 대해 수시로 비난을 퍼부으며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고 방해전파를 쏘는 등 북한 내부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애를 써 왔다. 특히 북한 내 영향력이 큰 VOA와 RFA, 그리고 탈북자 대북 방송의 시초인 자유북한방송이 북한의 집중적인 비난 대상이 됐다. VOA와 RFA가 주로 남북 관련 뉴스 중심의 방송이라면 탈북자 단체가 송출하는 방송은 북한 주민을 각성시키고 깨우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대북 전단도 그러하지만 대북방송 역시 북한 내 청취인구나 수신 상태를 정확히 파악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탈북자들의 증언을 종합해 보면 대북방송을 몰래 청취하는 주민이 해마다 늘고 있으며 특히 북한의 핵심 계층 속으로 방송이 파고들고 있다고 한다. 대북방송들이 북한처럼 강력한 통제 시스템 속에서 눈에 띄는 내부적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지만 체제에 대한 주민의 충성도를 떨어뜨려 장기적으로 볼 때 북한 정권에 타격이 되는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남대서양의 포클랜드(아르헨티나명 말비나스) 섬을 둘러싼 아르헨티나와 영국의 긴장이 점점 고조되고 있다. 아르헨티나 외교부는 24일 영국 대사를 불러 섬의 영유권에 대한 자국의 입장을 전달하고 영국 정부와 협상을 바란다는 뜻을 재차 전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앞서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18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유럽연합(EU)-중남미 정상회의에서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에게 “말비나스 섬 영유권 협상이 가능한 한 빨리 재개되기 바란다”는 뜻을 전했다. 이에 대해 영국 외교부는 “포클랜드에 대한 영국의 주권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으며, 주민들이 바라지 않는 한 이 문제는 협상 대상이 될 수 없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번 대사 소환은 영국 외교부의 협상 거절에 대한 항의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영국 정부가 포클랜드 영유권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도록 권고한 1965년의 유엔 결의를 존중하지 않는다고 비난하고 있다.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2007년 12월 당선된 이후 포클랜드 문제를 국제적 이슈로 공론화하기 위해 꾸준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특히 올 2월 영국 석유회사 페트롤리엄이 포클랜드 인근에서 석유 시추를 시작하면서부터 양국의 외교적 대립은 점점 격화되고 있다. 페트롤리엄은 포클랜드 인근에서 사상 처음으로 석유 시추에 성공했으나 질과 양 모두 기대에는 못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포클랜드 섬은 아르헨티나 연안에서 250km, 영국에서 1만4000km 떨어진 섬이다. 이 섬의 영유권을 둘러싸고 1982년 영국과 아르헨티나 사이에 벌어졌던 72일간의 ‘포클랜드 전쟁’은 영국의 승리로 끝났다. 당시 영국과 아르헨티나는 각각 255명과 649명의 사망자를 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천안함 침몰사건 조사 결과 발표 뒤 북한이 극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북한은 남측 정부가 20일 천안함 사건 조사 결과를 발표하기 시작한 뒤 30분 만에 최고 권력기관인 국방위원회 대변인 명의로 남측 주장을 “날조극”이라고 반박하며 강력 대응 의지를 밝혔다. 또 이 내용을 조선중앙TV를 통해 뉴스시간마다 반복해서 재방송하며 일반주민에게 적극 알렸다.북한의 대응방식을 보면 과거 준전시상태에 돌입했던 1976년 8월의 판문점 도끼만행사건 때와 1993년 3월의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 때와 비슷한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북한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준전시상태나 그와 맞먹는 비상사태를 선포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준전시상태는 북한군 최고사령관 명의로 북한 전역에 하달되는 6단계의 비상사태 대비 작전명령 중 상위 두 번째 단계를 말한다. 북한의 비상사태는 △전시상태 △준전시상태 △전투동원태세 △전투동원준비태세 △전투경계태세 △경계태세로 구분된다.전시상태는 아직 선포된 적이 없다. 준전시상태는 과거 네 차례 선포됐다. 1968년 푸에블로호 나포사건과 1976년 판문점 도끼만행사건, 1983년 팀스피릿 훈련, 1993년 NPT 탈퇴 때다. 준전시상태가 선포되면 북한 전국은 최고사령부 중심의 전시체계로 전환하며 군 및 준(準)군사조직은 진지에서 24시간 전투태세를 갖추게 된다.준전시상태는 북한이 외부의 군사공격 가능성, 특히 미군의 개입 위협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고 판단할 때 선포됐다. 푸에블로호 사건과 판문점 도끼만행사건 때 미군은 대규모 육해공 병력을 한반도로 급파하고 공격태세를 취했다. 북한은 이에 준전시상태로 맞대응을 했고 특히 판문점 도끼만행사건 때에는 준전시상태를 무려 1년 반이나 유지했다. 또 팀스피릿훈련 규모가 크게 늘어난 1983년과 미국 빌 클린턴 행정부가 핵 특별사찰 압력을 넣으면서 팀스피릿훈련을 재개했던 1993년에도 북한은 준전시상태를 선포했다.천안함 사건을 계기로 미군이 개입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그러나 과거와는 달리 북한 체제가 그 어느 때보다 취약하다는 것이 변수다. 북한은 지난해 말 화폐개혁 실패로 민심이 악화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김정은 후계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가뜩이나 흐트러진 민심을 조일 구실이 필요한 북한 정권에 천안함 사건은 비상사태를 선포할 구실을 만들어 준 셈이다. 따라서 북한은 어떤 방식으로든 이번 사건을 내부 통제에 활용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북한의 천안함 관련 반응은 과거 북한이 저질렀던 다른 테러 및 도발 때와 비교해 봐도 민감하다고 볼 수 있다. 북한은 1983년 아웅산 테러나 1987년 김현희의 대한항공기 폭파사건, 1996년 강릉 잠수함 침투사건 때에는 내부 주민에게 관련 내용을 적극적으로 알리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 이를 활용하기보다 북한 주민이 이를 화두로 삼는 것을 되레 경계한 것이다.반면 1968년 북한 특수부대의 청와대 습격 시도나 1999년 및 2002년 1, 2차 연평해전은 사건을 교묘하게 왜곡 조작해 선전하는 태도를 보였다. 청와대 습격 시도는 지리산 빨치산의 무장투쟁으로 왜곡했다. 연평해전은 적의 선제공격을 격퇴하고 승리한 해전으로 둔갑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동영상 = 北어뢰 파편 공개…천안함 침몰 결정적 증거 ▲ 동영상 = 처참한 천안함 절단면…北 중어뢰 공격으로 침몰}

17일 오후(현지 시간) 태국 방콕 도심 한가운데 반정부 시위대(UDD·일명 레드셔츠)가 마지막 거점으로 삼고 있는 랏차쁘라송 교차로 일대. 도로 한가운데 세워진 연단에서는 정부의 강경진압을 규탄하는 집회가 열리고 있었다. 연단 뒤에는 이번 시위 과정에서 숨진 시위대의 사진과 ‘우리는 테러리스트가 아니라 평화로운 시위대’라는 내용의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 연설을 듣던 집회 참가자 수백 명은 때론 박수를 보냈고, 때론 “살인 행위를 멈춰라” “끝까지 싸우자”고 외치며 정부를 성토했다.정부가 이날 오후 3시까지 현장을 떠나라고 시위대에 ‘최후통첩’을 한 뒤 “되도록 빨리 해산 작전을 실시할 것”이라고 밝혀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돌았다. 이곳에서는 “정부가 해산작전을 미루면 전국에서 시위대가 더 모여들어 ‘게릴라식’ 시위를 벌일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결단을 내릴 때가 됐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하지만 정부의 경고와 한낮 기온이 섭씨 35도를 넘나드는 무더위 속에서도 이곳을 점거한 시위대 5000여 명(정부 추산)은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시위대 점거 지역의 남쪽 끝인 라마4 거리에서는 이날 밤 시위대가 주유소에서 뺏은 연료탱크에 불을 지르려는 것을 군이 저지했으며 간간이 총성이 들리기도 했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도심 떠나라”“살인 멈춰라”… 유혈사태 악화일로13일 외신과의 인터뷰 도중 피격된 반정부 시위대의 강경파 지도자 카띠야 사와스디폰 소장이 이날 오전 9시 20분경 끝내 숨졌다는 소식이 시위대를 격분하게 했다. 지난달 초부터 시위대가 점거하고 있는 랏차쁘라송 사거리 주변 약 2km 지역에는 시위대가 폐타이어와 대나무, 집기, 쓰레기 등을 쌓아서 만든 거대한 바리케이드가 곳곳에 세워져 있었다. 방콕포스트 등 현지 언론은 “시위대가 성(城)을 쌓았다”며 이 지역을 ‘붉은 도시’라고 이름 붙였다. 또 랏차쁘라송으로 통하는 주요 도로에는 군경이 설치한 철조망도 있어 시가전 현장을 보는 듯했다. 총으로 무장하고 방탄복을 입은 군인들은 삼엄하게 경계를 서며 출입을 통제하고 있었다.○ 일촉즉발의 ‘붉은 도시’오토바이로 승객을 실어 나르는 ‘오토바이 택시’ 운전사에게 통사정을 해서 우여곡절 끝에 랏차쁘라송 거리에 진입했다. 진입로에는 각 지방에서 올라온 시위대들이 지방별로 천막 아래 누워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대부분 탁신 친나왓 전 총리의 출신 지역인 북쪽 지방이나 저소득층과 농민이 많은 동북부 지역에서 온 사람들이었다. 무더위 속에 한 달 반 동안 수천 명이 노숙생활을 하다 보니 악취가 코를 찔렀다.랏차쁘라송 거리에 도착한 뒤에도 집회 현장에 접근하기는 쉽지 않았다. 검은색 제복을 입은 시위대 소속 경비요원들이 일일이 출입자의 신분을 확인하고 있었다. “지휘부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고 그들은 설명했다.정부의 탄압을 우려해 성은 공개하지 않고 이름만 밝힌 시위 참가자 위라윳 씨(27·여행가이드)는 “유일한 해결책은 군대를 철수하고 의회를 해산하는 것뿐”이라며 “이번에 만약 실패하더라도 우리 뜻이 이뤄질 때까지 다시 모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뙤약볕 아래 앉아 집회에 참가하고 있던 한 60대 여성은 “2008년에 옐로셔츠(친정부 단체)가 공항을 점거했을 때는 제대로 처벌하지 않고 이번에 우리가 도로를 좀 막았다고 해서 총을 쏘고 감옥에 보내겠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항변했다.현지 TV에서는 “오후 3시까지 현장을 떠나지 않으면 최고 2년의 징역과 4만 밧(약 140만 원)의 벌금을 부과하겠다”는 정부 성명이 하루 종일 반복해서 방영됐다. 하지만 어린이와 노약자를 포함해 현장을 벗어난 사람은 드물다고 시위 참가자들은 전했다. AP통신은 “13일 이후 시위대 37명이 사망했고 카띠야 소장의 사망으로 양측의 충돌이 더욱 거세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앞서 17일 오전 1시경에는 룸피니 공원 인근에서 트럭을 타고 지나가던 공군 소속 병사 1명이 머리에 총을 맞고 숨져 이번 사태의 첫 군인 희생자가 됐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정부는 이 지역의 물과 전기를 끊고 생필품 보급을 금지했다. 시위대 검거지역 안에서는 휴대전화도 연결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도 시위대가 버틸 수 있는 것은 노점상들이 물과 빵, 과일 등 생필품을 팔고 있기 때문이다. 문을 닫은 상가에서 전기를 끌어와서 앰프와 선풍기 등을 틀고 있는 모습도 목격됐다. ○ 시위로 고통받는 시민들현장에 서 있는 군경과 시위대 못지않게 큰 고통을 당하는 것은 주변 시민들이다. 언제 어디서 총알이 날아들지 모르는 불안 속에 버스와 전철 등 대중교통 운행이 금지돼 일상에 큰 불편을 겪고 있다.컴퓨터회사에 다니는 뽕다랏 다마띠야 씨(34)는 “처음에는 시위대를 지지했지만 이제 지쳤다”며 “정부가 시위대를 해산시킬 거면 빨리 하든지, 아니면 정부를 해산하고 총선을 실시하든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화장품 수입사업을 하는 한 교민은 “결국 피해를 보는 것은 일반 시민들”이라고 토로했다.한편 이번 사태를 총괄 지휘하는 비상사태대응센터(CRES)는 반정부 시위대의 자금줄을 끊기 위해 이들을 지원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기업과 개인 등의 106개 계좌를 동결한다고 밝혔다. 계좌가 동결된 명단에는 시위대의 실질적 지도자인 탁신 전 총리 일가를 비롯해 친(親)탁신 성향의 정치인과 기업, 시위대 지도부 등이 포함돼 있다.본보 장택동 기자 방콕 르포 will71@donga.com■ 피격 닷새 만에 숨진 카띠야는?‘레드셔츠’ 이끌어온 강경파 현직 장성도피중인 탁신 前총리와 친밀 피격 닷새 만인 17일 끝내 숨진 태국 반정부 시위대(UDD·일명 레드셔츠)의 지도자 카띠야 사와스디폰 소장(사진)은 반정부 시위가 본격화된 3월부터 현직 장성의 신분으로 시위대에 합세해 사실상 시위를 총괄해왔다. 특전사령관을 지낸 그는 진압군인들과 싸울 수 있도록 시위대를 훈련시켰으며, 바리케이드 설치도 직접 지휘했다. 지난달 10일 태국군이 시위를 진압하려다 25명의 사망자와 800여 명의 부상자를 내고 실패했던 것도 카띠야 소장이 배후에 있었기 때문으로 당국은 보고 있다.레드셔츠 안에서도 대표적 강경파로 분류돼 온 그는 전투적 언행과 돌출 행동으로 항상 뉴스의 중심이 돼 왔다. 그는 온건파 레드셔츠 지도자들을 향해 정부와 결탁했다고 비난하는가 하면 정부에 대항할 ‘인민군’ 창설을 촉구하기도 했다. 특히 친정부 시위대인 ‘옐로셔츠’에 수류탄을 투척하겠다는 등의 과격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그는 현재 도피 중인 탁신 친나왓 전 총리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카띠야 소장은 13일 오후 시위장소인 방콕 랏차쁘라송 거리 일대에서 외신기자와 인터뷰를 하던 중 수차례의 총성과 폭발음이 들린 직후 머리에 총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치료를 받아오다 이날 오전 숨졌다. 피격 경위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고 있으나 시위대는 정부가 배후라며 시위 강도를 높여왔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태국 정부가 13일 밤 군을 동원해 반정부 시위대(UDD·일명 레드셔츠)에 대한 진압작전에 나서면서 유혈사태가 발생했다. 태국군은 13일 오후 6시(현지 시간)를 기해 120여 대의 장갑차와 3만2000여 명의 병력을 투입해 시위대가 점거한 방콕 쇼핑 중심가 라차프라송 일대에서 시위대 해산작전을 시작했다.진압작전이 시작된 직후 총성과 폭발음이 간헐적으로 들렸지만 군이 일대를 봉쇄하고 휴대전화 및 유선전화 서비스도 중단시켜 자세한 상황은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시위대의 군사총책을 맡고 있던 육군원로 카티야 사와스디폴 소장(58·사진)이 머리와 가슴에 심각한 총상을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특전사령관을 지냈던 사와스디폴 소장은 대표적 강경파로 이날도 시위대의 앞장에 섰다가 저격수의 총에 맞은 것으로 알려졌다. 진압작전을 시작하기 전 군은 “시위대에 섞여 있는 무장 테러범들의 공격에 대비해 실탄으로 무장한 저격수들도 배치할 것이며 테러범 사살을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진압작전은 총리실이 이날 “시위대가 정부 측의 타협안에도 시위를 중단하지 않고 있어 9월 의회해산, 11월 14일 조기총선 실시 등 양측 간에 합의된 모든 사항을 무효화할 것”이라고 밝힌 직후 시작됐다. 군 투입직전 태국 보안당국은 라차프라송 거리 일대에 단수, 단전 조치와 함께 지상철 및 버스 운행중단 등의 조치를 취했다.시위대 지도자인 나타웃 사이꾸아 씨는 “시위 참가자들은 어떤 상황에도 대처할 준비가 돼 있다”며 “수텝 트악수반 부총리 등 정부 고위 관계자들이 유혈사태에 대한 책임을 질 때까지 시위를 지속할 것”이라고 주장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미국을 비롯한 각국 정부와 세계 주요 외신들은 북한이 12일 자체 기술로 핵융합 반응에 성공했다는 데 일제히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핵융합로를 건설하는 데 막대한 비용이 드는 데다 짧은 시간에 만들 수 있는 기술이 아니라는 것 때문에 정치적 의도를 띤 술수라는 분석을 하고 있다. 그런데 중국 관영언론이 이례적으로 13일 북한의 핵게임 중단을 촉구하는 사설을 실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런민(人民)일보가 발행하는 국제전문지 환추(環球)시보와 영문 자매지 글로벌타임스는 이날 사설을 통해 “북한은 핵 보유로 가는 길목에서 세계 대국들의 신경을 곤두서게 하는 위험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모든 기사가 사실상 공산당의 통제를 받는 중국의 특성상 매우 이례적으로 강경한 태도다. 사설은 “북한의 핵융합 기술은 전력 생산을 위한 것이 아니라 수소폭탄을 제조하기 위한 것이라는 데 전 세계 전문가들의 의견이 일치하고 있다”면서 “북한은 핵 위기를 감소시켜 자신들이 만든 시스템에 책임을 지고 자국민의 이익을 돌보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북한은 이 줄타기에서 주연을 하고 있다고 자부심을 느낄지 모르겠지만 사실은 줄타기가 아슬아슬하고 고난도 묘기가 나올수록 위험이 커지는 것은 관객이 아니라 줄타기를 하는 본인”이라고 지적했다. 중국 관영 언론매체들의 강경 반응은 미국이나 한국 일본 등의 대다수 해외 언론들이 북한의 핵융합 반응 성공 가능성을 평가 절하한 것과는 각도를 달리한 것이다. 중국은 오랫동안 북한과 과학기술분야에서 협력해 왔으며 북한에 대한 정보력이 가장 뛰어난 국가다. 이 때문에 중국이 북한의 핵융합 연구의 실체에 대해 모종의 정보를 입수한 것이 아닌가 하는 추정도 가능하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북한의 핵융합 반응 성공 발표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하고 귀국한 지 일주일도 안돼 나왔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김 위원장과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 간에 핵 의제를 놓고 이견이 발생했고 중국의 태도에 분개한 김 위원장이 귀국하자마자 핵융합이라는 새로운 카드를 꺼내들었다는 추론도 가능하다. 중국 관영 언론들의 이례적인 핵 게임 중단 촉구 사설은 북한의 엇나가는 행동에 기분이 상한 중국 지도부의 의사를 대변하는 동시에 자국의 이익을 해치는 핵 게임을 더는 좌시하지 않겠다는 경고를 보낸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북한은 21년 전인 1989년 5월 8일 노동신문 1면을 통해 핵융합반응에 성공했다고 보도했다. 당시 노동신문은 “김일성종합대학 연구집단이 최근 방안온도(실내온도를 뜻함)에서 핵융합반응을 실현시키는 데 성공했다”며 “대학의 다른 연구집단에서도 유사한 방법으로 실험을 진행해 연구 결과를 재확인했을 뿐만 아니라 새로운 현상을 더 관찰했다”고 전했다. 1989년은 미국 유타대의 스탠리 폰지 박사와 영국 사우스햄프턴대의 마틴 플레이슈먼 박사가 중수소의 삼중수소를 상온에서 핵융합시켜 헬륨을 만드는 데 성공한 해다. 김일성대 연구진은 백금 전극과 팔라듐 전극을 중수 속에서 전기분해해 상온에서 핵융합반응을 성공시켰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주장은 검증 절차를 밟지 않았다. 세계 과학계도 북한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북한이 핵융합 연구를 지속적으로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1987년부터 북한은 핵융합기술의 지속적인 발전을 ‘7대 첨단분야 현대화계획’에 포함시켜 관련 연구에 힘을 쏟았다. 특히 김일성대 원자력학부 핵물리학과나 플라즈마물리학과가 중점적으로 연구하는 곳이다. 북한은 유명 핵물리학자인 박관오 박사에게 1987년부터 2002년까지 15년간 김일성대 총장을 맡길 정도로 핵과학자들을 우대하기도 했다. 이번에 북한이 발표한 핵융합반응 성공은 상세한 내용이 밝혀지진 않았지만 오히려 21년 전 노동신문이 보도했던 실내온도 핵융합반응이 더 높은 기술이라고 볼 수 있다. 결국 21년 전 보도가 사실이 아님을 자인한 셈이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러시아에서 일하던 북한 벌목공 2명이 11일 블라디보스토크 소재 한국영사관에 진입해 미국행을 요구했다고 대북인권단체인 북한인권개선지원모임(북개모)이 11일 밝혔다. 진입한 사람들은 북한에서 각각 2002년과 2008년에 벌목장에 파견 나온 이모 씨(41)와 김모 씨(35)로 이날 오전 8시 45분경(현지 시간) 영사관 진입에 성공했다. 이들은 북한 현지사업소를 탈출해 연해주를 떠돌면서 날품팔이를 하다가 성경을 접하고 기독교인이 됐으며, 이로 인한 박해가 두려워 탈북을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3월에도 북한 벌목공 2명이 똑같은 이유로 현지 한국영사관에 진입한 바 있다. 이 사건 이후 현지경찰은 한국영사관 주변에 집중 경계를 폈다. 이런 상황에서 며칠 뒤 블라디보스토크 주재 미국 영사와 접촉하려던 북한 벌목공 유진국 씨가 체포되기도 했다. 러시아 경찰은 국내외 인권단체의 항의를 받자 유 씨의 북송을 중단시킨 데 이어 한국영사관을 감시하던 경찰 병력도 일주일 전에 철수시켰다. 러시아에는 현재 북한 노동자 4만여 명이 체류하고 있으며 이 중 1만 명이 작업장을 탈출해 러시아 전역을 떠돌면서 날품팔이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개모에 따르면 한국이나 미국행을 원하는 북한 노동자는 약 3000명에 이른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