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드러워진 이 남자의 입, 서방 자금줄 향해 ‘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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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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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위크 최신호 ‘비즈니스 외교로 돌아선 푸틴’ 분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사진)가 최근 서방에 대해 과거의 강경 태도를 버리고 유연한 태도로 돌아선 이유는 뭘까?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최신호(21일자)에서 ‘국제 금융위기로 러시아가 스스로의 한계를 깨달았을 뿐 아니라 러시아를 둘러싼 정치 군사적 지형도가 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뉴스위크에 따르면 3년 전까지만 해도 푸틴 총리는 미국에 대해 “세계의 유일 지배자가 되려 한다”고 힐난했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대해선 “러시아의 국경을 넘보고 있다”고 비난했다. 국내적으로는 스탈린 업적을 재조명하라는 지시를 내려 서방으로부터 독재시대로 회귀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받았다. 당시엔 국제 유가가 연일 기록을 갈아치우며 배럴당 150달러로 육박하던 때여서 ‘오일머니’를 움켜진 푸틴 총리의 자신감도 그 어느 때보다 높았다.

하지만 2008년 찾아온 국제 금융위기는 초강대국을 지향하던 러시아의 야망도 좌절시켰다는 분석이다. 러시아 외교부 한 고위관료는 잡지에 “금융위기를 겪은 이후 서방의 지원 없이 러시아 혼자서는 절대 발전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러시아는 2013년까지 1조 달러를 들여 철도 학교 병원 등 낡은 인프라를 갱신하려는 계획을 세웠었다. 하지만 국제유가 하락으로 정부 예산으로는 현재 필요 자금의 3분의 1밖에 충당할 수 없게 됐다. 또 러시아 기업들은 4500억 달러의 막대한 자금을 서방에서 빌려 성장의 발판으로 삼았지만 최근 이 돈도 거의 고갈됐다고 뉴스위크는 전했다.

이런 분위기에 맞춰 푸틴 총리의 강경 태도도 점차 변해갔다. 푸틴 총리는 최근 미국 및 유럽과의 ‘비즈니스 외교’를 강조하는 발언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서방의 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이라는 게 잡지의 분석이다.

러시아는 또 유럽연합(EU)과 무역은 물론 무비자 출입국 문제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새로운 파트너십을 맺기 위한 프로젝트를 검토하고 있다. 지난달 초 푸틴 총리가 제2차 세계대전 중 소련이 자행한 폴란드군 포로 대량학살사건인 카친숲 대학살을 언급하면서 스탈린 전체정권의 잔인성을 비난한 것도 달라진 태도를 실감케 했다.

푸틴 총리의 태도 변화는 최근 서방이 보여준 러시아에 대한 유화적인 태도도 한몫했다고 잡지는 분석했다. 미국은 폴란드와 체코에 미사일 방어부대를 배치하려던 계획을 보류했다. 최근 친러 정권이 들어선 우크라이나도 나토 가입 계획을 철회했다. 심지어 유럽은 러시아에 유럽 미사일방어계획에 참여할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여기에 러시아가 그루지야 북부 합병을 성공리에 마쳤고 우크라이나 해군기지 임대 연장계약을 무사히 체결하는 등 외교 분야에서 만족할 만한 성과를 얻고 있는 것도 외교가 유연해진 원인으로 분석된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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