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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가계부채 증가 등 여러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11일 금리 인하 카드를 빼든 것은 그만큼 현 경기 상황이 기존 전망보다 심각하게 악화됐다는 판단 때문이다. 미국이 연내에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높고 이렇게 되면 1100조 원에 이르는 가계부채가 경제의 ‘폭탄’이 될 수도 있지만 일단 추락하는 경기부터 살리고 보자는 정부 안팎의 목소리가 더 설득력을 얻은 것으로 풀이된다. ○ 내수-수출 동반 악화에 선제 대응 한은이 금리 인하를 단행한 데는 메르스로 인한 경기 위축이 생각보다 악화되고 있다는 자체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은은 본회의 전날인 10일 동향보고회의에서도 이달 초 백화점과 대형마트 매출 등 비공개 소비 지표 등을 토대로 메르스의 경제 충격이 어느 정도인지를 집중 논의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메르스 때문에 소비가 부정적 영향을 받는 게 거의 분명해졌다”며 “최근 모니터링에서도 이대로라면 소비가 크게 꺾이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었다”고 말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이날 ‘메르스 사태의 경제적 효과분석’ 보고서에서 메르스 사태가 8월까지 지속되면 국내 투자는 3.46%, 소비와 수출은 각각 1.23%, 1.98%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이 경우 국내총생산(GDP) 손실액은 20조922억 원에 이른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총재의 결단에는 ‘학습효과’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은은 지난해 4월 세월호 참사에도 불구하고 그해 8월까지 금리 인하를 미뤄 세월호의 경제적 충격에 대응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통상 반년 정도 이후에 효과가 나타나는 통화정책의 시차를 감안할 때 지금 금리를 내리지 않으면 올 하반기 경기가 매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도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수출 부진 역시 금리 인하의 주된 요인이었다. 수출 증가율은 올 들어 다섯 달 연속 마이너스였고, 특히 지난달에는 감소 폭이 두 자릿수(―10.9%)로 확대됐다. 유럽 일본 등 주요국이 통화가치 절하 경쟁에 나선 만큼 한국도 금리를 내려 원화가치 상승을 제어할 필요가 생긴 것이다. 이 총재도 이날 “효과가 제한적이긴 하지만 금리를 낮추면 수출에는 도움이 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금융시장은 금리 인하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코스피는 전날보다 0.26% 올랐고, 원-달러 환율은 0.6원 상승(원화 가치 하락)하는 데 그쳤다.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오히려 0.024%포인트 상승했다. 그동안 금리 인하가 어느 정도 예상됐던 만큼 그 효과가 미리 반영된 때문으로 풀이됐다.○ 미국 금리 인상 빨라지면 가계 빚 뇌관 터질 수도 이번 금리 인하로 한국 경제의 최대 위험 요인으로 꼽히는 가계부채는 당분간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저금리에 주택 매수세가 맞물려 최근에도 가계 대출은 매달 7조∼8조 원씩 늘어나는 급증세를 이어가고 있다. 정부는 여전히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고 보고 있지만 미국이 금리를 인상해 시중금리가 오르면 급증한 이자 부담을 감당하지 못하는 가계가 속출할 수 있다. 이 총재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금통위원들의 가계부채에 대한 우려를 이번 의사 결정의 ‘부대 의견’ 형식으로 밝혔다. 한은은 기준금리를 내릴 테니 정부는 가계부채 문제를 책임지라는 것이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다시 강화하고 변동금리·거치식 대출처럼 질적으로 위험한 대출을 억제하는 방안도 고민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석헌 숭실대 교수도 “금융회사에 가계부채에 대한 대손충당금을 부과해서라도 급증세를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은은 기준금리 인하에 이어 기존의 성장률 전망치(3.1%) 역시 이미 내리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모습이다. 그러나 미국의 금리 인상이 예고돼 있는 만큼 성장률 전망치를 낮춘다고 해서 추가 금리 인하를 단행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미국과의 금리 차가 축소되면 신흥국인 한국은 자본 유출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이기 때문이다. 미국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10일 오전 한국의 10년 만기 국고채 수익률은 2.425%로 미국 10년물보다 0.01%포인트 더 낮게 형성됐다. 양국 국채 금리가 역전된 것은 2006년 5월 이후 처음이다.유재동 jarrett@donga.com·장윤정·김창덕 기자}
한국은행이 메르스 확산으로 급격히 위축되는 경기를 떠받치기 위해 금리를 전격 인하했다. 한은은 11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기존의 연 1.75%에서 1.50%로 낮췄다. 이로써 기준금리는 올해 3월 처음 1%대로 내려간 지 3개월 만에 또다시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한은이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0.9%로 예상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실질금리(명목금리―물가상승률)가 미국 일본 등 선진국과 비슷한 ‘제로(0) 금리’ 수준으로 하락한 것이다. 이날 한은의 금리 인하는 올 들어 수출이 극심한 부진을 겪는 와중에 메르스 사태로 내수마저 꺾일 조짐을 보이자 이에 대한 선제적인 조치를 취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금통위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메르스 사태의 추이와 영향이 아직은 불확실하지만 경제 주체의 심리와 실물경제 활동에 대한 부정적인 영향을 완화하려면 미리 대응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며 “최근 서비스업에서는 메르스의 타격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또 “7월에 발표할 올 경제성장률 수정 전망은 4월 전망치(3.1%)보다 다소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해 2%대 성장률이 현실화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한은은 메르스 사태로 타격을 입은 서비스업 등 일부 업종을 위해 금융중개지원대출을 확대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금융중개지원대출은 중소기업 대출을 촉진하기 위해 한은이 저리로 은행에 자금을 빌려주는 제도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전세 계약이 끝나고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때 이를 대신 지급해주는 전세금보장신용보험을 올 연말부터 공인중개업소에서 직접 가입할 수 있게 된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최근 금융개혁 현장점검반이 금융회사들로부터 받은 건의사항과 이에 대한 회신 결과를 10일 공개했다. 금융당국은 우선 지금까지 화재, 상해, 손실보험 등에만 국한돼 있는 단종(單種) 보험대리점의 취급 대상 종목에 보증보험을 포함시키기로 했다. 단종 보험제도는 특정 재화나 서비스와 관련한 보험계약 체결을 보험사가 아닌 해당 업체·업자가 대리할 수 있는 제도로 올 7월부터 시행된다. 예를 들어 전자제품 판매점에서 해당 제품에 대한 손실보험을 함께 팔 수 있는 것이다. 앞으로 단종 보험 대상에 보증보험이 포함되면 세입자가 전세 계약과 동시에 공인중개업소에서 전세금보장신용보험도 가입할 수 있게 된다. 지금까지는 서울보증보험을 방문해야 보험 가입이 됐다. 금융당국은 또 앞으로 현물 주식시장에서도 투자자의 착오에 따른 대규모 거래의 피해를 구제해 주기로 했다. ‘대량 투자자 착오거래 구제제도’는 일시적 착오거래로 투자자가 큰 손실을 보게 될 때 한국거래소가 주문 체결 가격을 정정해 주는 것으로 지금은 파생상품 시장에서만 적용하고 있다.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금융위원회가 10일 정례회의를 열어 중국 안방(安邦)보험의 동양생명 인수를 전격 승인했다. 이로써 안방보험은 중국 금융당국의 인가만 받으면 올 하반기부터 국내 생명보험시장에 공식적으로 진출하게 된다. 중국 본토 금융회사가 국내 금융시장에 진입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금융위는 이날 참고자료를 내고 그동안 쟁점이 돼 온 ‘상호주의 원칙’을 이번 승인 과정에 적용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중국이 외국 보험사의 자국 보험사 인수를 불허하는 마당에 한국이 중국 보험사의 국내 진출을 용인하는 것은 이 원칙에 위배되는 것이라는 주장을 해왔다. 하지만 금융위는 “국내 보험업법뿐 아니라 세계무역기구(WTO) 등 국제 조약 어디를 봐도 상호주의를 이유로 승인을 안 해 줄 근거는 없었다”고 밝혔다. 안방보험은 올 2월 동양생명의 대주주였던 보고펀드와 지분 인수 계약을 체결한 뒤 4월 한국 금융당국에 대주주 변경 승인 신청을 냈다. 이에 대한 심사를 진행해 온 금융당국은 최근 “안방보험이 최근 3년 동안 중국 금융·사법당국으로부터 제재나 형사처벌을 받은 적이 없다”는 내용의 확인서를 제출받았다. 당초엔 ‘중국 자본의 첫 국내 진출’이라는 상징성 때문에 정부가 여론의 눈치를 보며 시간을 좀 더 끌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하지만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심사가 끝났고 결격 사유가 나오지 않았다면 지체하지 말고 결론을 내야 한다”고 주문하면서 당국은 속전속결로 방향을 틀었다. 이 같은 정부의 태도 변화에는 최근 론스타와 한국 정부가 벌이는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뚜렷한 이유 없이 승인을 미뤘다가는 한국이 또 다른 ISD에 걸릴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와 반대로 인수 승인을 빨리 내주면 이는 한국 정부가 외국 자본을 공평하게 대한다는 인식을 국제사회에 심어주기 때문에 현재 진행 중인 소송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안방보험의 동양생명 인수를 계기로 중국 자본의 국내 금융시장 진출은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안방보험은 막강한 자금력을 앞세워 지난해 11월 우리은행 인수전에도 참가한 바 있다.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 일본은행 총재가 “엔저가 더 진행되진 않을 것”이라는 깜짝 발언을 했다. 이에 따라 10일 국제 외환시장에서 엔화 가치가 급등하고 달러화 약세의 영향을 받아 원화 가치도 상승했다. 구로다 총재는 이날 일본 중의원 재무금융위원회 답변에서 “실질실효환율을 놓고 볼 때 상당히 ‘엔저’가 돼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여기서부터 더 엔저로 기우는 일이 있을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환율은) 경제 펀더멘털과 대응하는 범위에서 움직이는 게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이날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오전에는 달러당 124엔대를 나타냈지만 구로다 총재의 발언이 전해지면서 한때 122.47엔까지 하락(엔화 가치는 상승)했다. 또 엔화의 상승은 달러 가치 약세로 연결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0.7원 내린(원화 가치는 상승) 달러당 1108.2원으로 마감했다. 이에 따라 원-엔 재정 환율은 오후 3시 현재 100엔당 903.10원으로 전날(900.16원)보다 3원가량 상승했다.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구로다 총재의 발언이 양적완화(QE)로 대표되는 일본 통화정책 기조의 전환을 시사하는 것은 아니라고 분석했다. 전반적인 엔화 약세 추세가 바뀌는 건 아니라는 뜻이다. 정경팔 외환선물 시장분석팀장은 “비록 수출에는 도움이 되지만 과도한 엔화 약세는 일본에도 부담이 되는 측면이 있다”며 “미국이 강달러로 기업 수익성이 떨어지는 것에 예민하게 반응해 온 만큼 미국과의 통상 마찰을 우려한 구두 개입성 발언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 도쿄=박형준 특파원}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 일본은행 총재가 “엔저(円低)가 더 진행되진 않을 것”이라는 깜짝 발언을 했다. 이에 따라 10일 국제 외환시장에서 엔화가치가 급등하고 달러화 약세의 영향을 받아 원화가치도 상승했다. 구로다 총재는 이날 일본 중의원 재무금융위원회 답변에서 “실질실효환율을 놓고 볼 때 상당히 ‘엔저’가 돼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여기서부터 더 엔저로 기우는 일이 있을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환율은) 경제 펀더멘털과 대응하는 범위에서 움직이는 게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이날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오전에는 달러 당 124엔대를 나타냈지만 구로다 총재의 발언이 전해지면서 한때 122.47엔까지 하락(엔화가치는 상승)했다. 또 엔화의 상승은 달러가치 약세로 연결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0.7원 내린(원화가치는 상승) 달러 당 1108.2원으로 마감했다. 이에 따라 원-엔 재정 환율은 오후 3시 현재 100엔 당 903.10원으로 전날(900.16원)보다 3원 가량 상승했다.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구로다 총재의 발언이 양적완화(QE)로 대표되는 일본 통화정책 기조의 전환을 시사하는 것은 아니라고 분석했다. 전반적인 엔화약세 추세가 바뀌는 건 아니라는 뜻이다. 정경팔 외환선물 시장분석팀장은 “비록 수출에는 도움이 되지만 과도한 엔화약세는 일본에도 부담이 되는 측면이 있다”며 “미국이 강달러로 기업 수익성이 떨어지는 것에 예민하게 반응해온 만큼 미국과의 통상 마찰을 우려한 구두 개입성 발언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전세 계약이 끝나고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때 이를 대신 지급해주는 전세금보장신용보험을 앞으로 공인중개업소에서 직접 가입할 수 있게 된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최근 금융개혁 현장점검반이 금융회사들로부터 받은 건의사항과 이에 대한 회신 결과를 10일 공개했다. 금융당국은 우선 지금까지 화재, 상해, 손실보험 등에만 국한돼 있는 단종(單種) 보험대리점의 취급대상 종목에 보증보험을 포함시키기로 했다. 단종 보험제도는 특정 재화나 서비스와 관련한 보험계약 체결을 보험사가 아닌 해당 업체·업자가 대리할 수 있는 제도로 올 7월부터 시행된다. 예를 들어 전자제품 판매점에서 해당 제품에 대한 손실 보험을 함께 팔 수 있는 것이다. 앞으로 단종 보험 대상에 보증보험이 포함되면 세입자가 전세계약과 동시에 공인중개업소에서 전세금보장신용보험도 가입할 수 있게 된다. 지금까지는 서울보증보험을 방문해야 보험 가입이 됐다. 금융당국은 또 앞으로 현물 주식시장에서도 투자자의 착오에 따른 대규모 거래의 피해를 구제해주기로 했다. ‘대량 투자자 착오거래 구제제도’는 일시적 착오거래로 투자자가 큰 손실을 보게 될 때 한국거래소가 주문 체결 가격을 정정해주는 것으로 지금은 파생상품 시장에서만 적용하고 있다.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금융위원회가 10일 정례회의를 열어 중국 안팡(安邦)보험의 동양생명 인수를 전격 승인했다. 이로써 안팡보험은 중국 금융당국의 인가만 받으면 올 하반기부터 국내 생명보험시장에 공식적으로 진출하게 된다. 중국 본토 금융회사가 국내 금융시장에 진입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금융위는 이날 참고자료를 내고 그동안 쟁점이 돼 온 ‘상호주의 원칙’을 이번 승인 과정에 적용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중국이 외국 보험사의 자국 보험사 인수를 불허하는 마당에 한국이 중국 보험사의 국내 진출을 용인하는 것은 이 원칙에 위배되는 것이라는 주장을 해왔다. 하지만 금융위는 “국내 보험업법 뿐 아니라 세계무역기구(WTO) 등 국제 조약 어디를 봐도 상호주의를 이유로 승인을 안 해줄 근거는 없었다”고 밝혔다. 안팡보험은 올 2월 동양생명의 대주주였던 보고펀드와 지분 인수 계약을 체결한 뒤 4월 한국 금융당국에 대주주 변경 승인 신청을 냈다. 이에 대한 심사를 진행해 온 금융당국은 최근 “안팡보험이 최근 3년 동안 중국 금융·사법당국으로부터 제재나 형사처벌을 받은 적이 없다”는 내용의 확인서를 제출받았다. 당초엔 ‘중국 자본의 첫 국내 진출’이라는 상징성 때문에 정부가 여론의 눈치를 보며 시간을 좀 더 끌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하지만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심사가 끝났고 결격 사유가 나오지 않았다면 지체하지 말고 결론을 내야 한다”고 주문하면서 당국은 속전속결로 방향을 틀었다. 이 같은 정부의 태도 변화에는 최근 론스타와 한국 정부가 벌이는 투자자국가소송(ISD)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뚜렷한 이유 없이 승인을 미뤘다가는 한국이 또 다른 ISD 소송에 걸릴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와 반대로 인수 승인을 빨리 내주면 이는 한국 정부가 외국 자본을 공평하게 대한다는 인식을 국제사회에 심어주기 때문에 현재 진행 중인 소송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안팡보험의 동양생명 인수를 계기로 중국 자본의 국내 금융시장 진출은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안팡보험은 막강한 자금력을 앞세워 지난해 11월 우리은행 인수전에도 참가한 바 있다.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정부가 중국 안팡보험의 동양생명 인수를 승인하기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가 확정되면 이는 중국 본토 금융회사가 국내 금융권에 진출하는 첫 사례가 된다. 9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10일 정례회의에 안팡보험의 동양생명 인수 건을 상정하기로 했다. 정부 관계자는 “당국이 안팡보험의 인수 자격을 심사한 결과 이렇다 할 결격 사유를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2004년 설립된 안팡보험그룹은 자산 7000억 위안의 대형 종합보험사다. 지난해 11월 우리은행 인수전에도 참여했지만 교보생명이 입찰을 포기하면서 유효경쟁이 성립되지 않아 인수가 무산된 바 있다. 동양생명은 총자산 18조 원 규모의 국내 8위 생명보험사로 대주주인 보고펀드가 올 2월 지분 57.5%를 안팡보험에 팔기로 했다. 정부는 안팡보험의 심사 과정에서 중국이 국내 기업의 자국 금융사 인수를 사실상 불허하고 있다는 점을 가장 깊이 고민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금융사의 국내 진출 허용이 상호주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상호주의가 중요한 이슈이긴 하지만 인수 승인을 내주지 않을 정도의 사유는 아니다”고 말했다. 금융위의 승인이 결정되면 안팡보험은 올 하반기 중국 보험당국의 승인을 거쳐 국내 보험시장에 진출할 예정이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올 4월 가계대출의 증가폭이 월별 기준으로 사상 처음 10조 원을 넘었다. 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4월 말 현재 예금은행과 비은행 예금취급기관(저축은행 신협 새마을금고 상호금융 등)의 가계대출 잔액은 765조2000억 원으로 한 달 전보다 10조1000억 원 늘었다. 전체 금융권의 가계대출이 한 달에 10조 원 이상 늘어난 것은 2003년 관련 통계가 집계된 이래 처음이다. 지금까지 최대 증가액은 주택담보인정비율(LTV) 등 부동산 대출 규제가 완화된 직후인 지난해 10월의 7조8000억 원이었다. 또 매년 4월 기준으로 보면 증가액이 5조 원을 넘은 적이 한 번도 없었다. 4월 가계대출 증가액의 대부분은 주택담보대출(8조 원)이었다. 3월 주택담보대출 증가액(4조 원)의 두 배 수준이다. 금융회사별로는 은행 대출이 8조7000억 원으로 전체 증가액의 90%에 육박했고 제2금융권인 비은행 금융회사의 대출 증가액은 1조4000억 원에 그쳤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최근 가계빚의 급증은 전세금 상승에 지친 주택 실수요자가 은행 대출을 받아 집을 사면서 생긴 현상”이라며 “신규 가계부채의 질이 전반적으로 나쁘지 않다”고 설명했다. 한은의 금리인하와 안심전환대출 출시로 시중금리가 떨어진 것도 대출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부채의 질을 떠나 빚의 총량 자체가 워낙 가파르게 늘어난다는 점에서 가계부채가 중장기적으로 국내 경제 전반의 최대 리스크 요인이 될 것이라는 경고도 잇따르고 있다. 이 문제는 메르스 확산에 따른 경기 충격으로 추가 금리인하 여부를 저울질하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의 11일 결정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올 4월 가계대출의 증가폭이 월별 기준으로 사상 처음 10조 원을 넘었다. 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4월말 현재 예금은행과 비은행 예금취급기관(저축은행 신협 새마을금고 상호금융 등)의 가계대출 잔액은 765조2000억 원으로 한 달 전에 비해 10조1000억 원 늘었다. 전체 금융권의 가계대출이 한 달에 10조 원 이상 늘어난 것은 2003년 관련 통계가 집계된 이래 처음이다. 지금까지 최대 증가액은 담보인정비율(LTV) 등 부동산 대출 규제가 완화된 직후인 지난해 10월의 7조8000억 원이었다. 또 매년 4월 기준으로 보면 증가액이 5조 원을 넘은 적이 한 번도 없었다. 4월 가계대출 증가액의 대부분은 주택담보대출(8조 원)이었다. 3월 주택담보대출 증가액(4조 원)의 두 배 수준이다. 금융회사별로는 은행 대출이 8조7000억원으로 전체 증가액의 90%에 육박했고 제2금융권인 비은행 금융회사의 대출 증가액은 1조4000억 원에 그쳤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최근 가계빚의 급증은 전세금 상승에 지친 주택 실수요자가 은행 대출을 받아 집을 사면서 생긴 현상”이라며 “신규 가계부채의 질이 전반적으로 나쁘지 않다”고 설명했다. 한은의 금리인하와 안심전환대출 출시로 시중금리가 떨어진 것도 대출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부채의 질을 떠나 빚의 총량 자체가 워낙 가파르게 늘어난다는 점에서 가계부채가 중장기적으로 국내 경제 전반의 최대 리스크 요인이 될 것이라는 경고도 잇따르고 있다. 이 문제는 메르스 확산에 따른 경기 충격으로 추가 금리인하 여부를 저울질하고 있는 11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의 결정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유재동기자 jarrett@donga.com}
미국이 금리 인상을 단행하면 세계 각국의 실물경제가 위축되고 금융시장이 불안해질 위험이 크다는 국내외 전문가들의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8일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015 한국은행 국제 콘퍼런스’ 개회사에서 “각국의 완화적인 통화정책 기조가 장기간 지속되는 동안 금리 인상 충격에 대한 경제주체들의 대응력이 취약해졌을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총재는 “미국 등의 통화정책 정상화로 시장금리가 예상외로 큰 폭 상승하게 되면 가계나 기업, 금융기관이 채무 상환 부담 증가, 투자 손실 발생 등으로 어려움을 겪게 되고 이로 인해 금융시스템이 불안해질 우려가 있다”며 “이는 실물경제를 다시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 총재는 이어 “각국의 통화·재정정책은 저성장 저물가 현상에 대응해 경제의 활력이 저하되지 않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두고 운용돼야 한다”고 말했다. 후루사와 미쓰히로 국제통화기금(IMF) 부총재도 이날 기조연설에서 “미국의 통화정책 정상화가 시행되면 자산가격 하락, 신흥국 자본 유출, 기업 재무건전성 악화 등 여러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며 “미국은 향후 통화정책 방향과 관련해 소통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대한상공회의소는 국내 제조업체 300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24곳(74.5%)이 ‘미국 금리 인상이 경제 회복에 부담이 될 것’이라고 답했다고 밝혔다.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답한 기업은 76곳(25.5%)에 그쳤다. 이런 우려에도 기업 10곳 중 8곳(79.3%)이 미국 금리 인상에 대해 별다른 대비책을 세우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상 폭과 시기가 불투명하다는 게 주된 이유였다. 반면 이미 대책을 수립했거나 수립 중이라고 답한 기업은 62곳(20.7%)에 그쳤다. 미국 금리 인상에 대한 한국 정부의 대응 방안으로는 38.0%가 ‘환 위험·금융리스크 관리 지원’이 가장 중요하다고 꼽았다. 이어 금융시장 정보 제공(23.7%), 가계부채 정책 처방(22.7%), 투자심리 개선을 위한 규제 개혁(13.0%) 등이 뒤를 이었다.유재동 jarrett@donga.com·김호경 기자}

일본 경제가 올해 1분기(1∼3월) 1.0% 성장했다. 이는 한국의 1분기 성장률(0.8%)을 넘어서는 것으로 일본의 분기별 성장률이 한국을 앞지른 것은 2013년 1분기(일본 1.3%, 한국 0.6%) 이후 2년 만에 처음이다. 일본 정부의 강력한 엔화 약세 공습에 한국 기업들의 수출이 밀리면서 양국 경제의 분위기가 역전된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8일 일본 내각부는 1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 분기 대비 1.0%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1분기(1.1%) 이후 1년 만의 최고치다. 일본 경제의 성장은 설비투자가 이끌었다. 자동차 관련 생산시설과 전기기계, 물류센터 등 건설이 잇따랐다. 일본을 방문하는 외국인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호텔 개보수도 많았다. 개인소비도 전 분기 대비 0.4% 늘어 작년 2분기(4∼6월)에 소비세율을 5%에서 8%로 올린 이후 급격히 떨어진 소비가 회복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사이토 다로(齋藤太郞) 닛세이 기초연구소 경제조사실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일본 경제가 회복 궤도에 접어들었다”고 말했다. 2012년 12월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이 들어선 이후 지속된 엔화 약세, 그로 인한 수출 대기업의 실적 개선, 기업들의 임금 인상, 유가 하락 등이 일본 경제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아베노믹스가 일정한 성과를 거두며 일본 경제가 활력을 되찾는 것과 달리 한국은 4개 분기 연속 0%대 성장률에 머물고 있는 등 좀처럼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는 분위기다. 특히 엔화 약세로 인해 자동차와 철강 등 일본과 수출 경쟁이 심한 업종들이 부진을 면치 못하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여기에 메르스 확산 여파로 내수마저 비틀거리면서 2분기 성장률에 대한 전망도 악화되는 추세다. 한편 8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오후 3시 40분 현재 달러당 엔화 환율은 125.5엔으로 상승(엔화 가치는 하락)하며 13년 만에 125엔을 돌파했다. 외환 전문가들은 향후 달러당 123∼128엔 범위에서 움직이면서 최고 130엔까지 오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 유재동 기자}
금융당국이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의 확산을 틈타 증권가에서 시세조종 등 불공정거래가 발생할 우려가 크다며 이에 대한 합동단속에 나서기로 했다. 금융당국은 8일 “메르스 발생을 계기로 최근 일부 종목의 주가가 급등락하고 사이버 공간에서 근거 없는 루머들이 떠돌고 있다”며 “이로 인해 일반 투자자들이 피해를 입을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는 합동으로 △메르스 관련 테마주로 언급되는 종목에 대해 대규모 고가 매수행위를 반복하며 시세를 유인하는 행위 △과도한 허수주문, 일명 ‘상한가 굳히기’ 등을 통해 시세조종을 반복하는 행위 △인터넷 증권게시판 등을 통해 근거 없는 풍문을 유포하며 매수를 부추기는 행위 등을 집중 단속하기로 했다. 최근 증권가에서는 일부 백신업체 등이 이른바 ‘메르스 테마주’로 엮이면서 일주일가량 상·하한가를 오가는 ‘롤러코스터 장세’를 연출했다. 메르스는 현재까지 예방할 수 있는 백신이나 치료제가 없다는 것이 밝혀졌음에도 뚜렷한 근거 없이 일부 상장사의 주가가 요동치고 있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이 과정에서 작전 세력에 의한 불공정거래가 개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대량 매수 주문을 내며 주가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린 뒤 개인 투자자들이 추종매매를 하면 주식을 팔아버리고 차익을 내는 수법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메르스 테마주’에 대한 허위정보 유포 행위를 적발하고 관련 종목에 시장경보를 내리는 등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며 “불공정행위 단서를 발견할 경우 금감원(02-3145-5568) 등에 제보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미국이 금리인상을 단행하면 세계 각국의 실물경제가 위축되고 금융시장이 불안해질 위험이 크다는 국내외 전문가들의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8일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015 한국은행 국제 컨퍼런스’ 개회사에서 “각국의 완화적인 통화정책 기조가 장기간 지속되는 동안 금리인상 충격에 대한 경제주체들의 대응력이 취약해졌을 수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이 총재는 “미국 등의 통화정책 정상화로 시장금리가 예상외로 큰 폭 상승하게 되면 가계나 기업, 금융기관이 채무상환 부담 증가, 투자손실 발생 등으로 어려움을 겪게 되고 이로 인해 금융시스템이 불안해질 우려가 있다”며 “이는 실물경제를 다시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 총재는 이어 “각국의 통화·재정정책은 저성장·저물가 현상에 대응해 경제의 활력이 저하되지 않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두고 운용돼야 한다”고 말했다. 후루사와 미쓰히로 국제통화기금(IMF) 부총재도 이날 기조연설에서 “미국의 통화정책 정상화가 시행되면 자산가격 하락, 신흥국 자본유출, 기업 재무건전성 악화 등 여러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며 “미국은 향후 통화정책 방향과 관련해 소통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대한상공회의소는 국내 제조업체 300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24곳(74.5%)이 ‘미국 금리 인상이 경제 회복에 부담이 될 것’이라고 답했다고 밝혔다.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답한 기업은 76곳(25.5%)에 그쳤다. 이런 우려에도 기업 10곳 중 8곳(79.3%)이 미국 금리 인상에 대해 별다른 대비책을 세우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상폭과 시기가 불투명하다는 게 주된 이유였다. 반면 이미 대책을 수립했거나 수립 중이라고 답한 기업은 62곳(20.7%)에 그쳤다. 미국 금리인상에 대한 한국 정부의 대응방안으로는 38.0%가 ‘환 위험·금융리스크 관리 지원’이 가장 중요하다고 꼽았다. 이어 금융시장 정보 제공(23.7%), 가계부채 정책 처방(22.7%), 투자심리 개선을 위한 규제개혁(13.0%) 등이 뒤를 이었다.김호경 기자 whalefisher@donga.com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확산 여파로 한국 경제가 코너로 몰리고 있다. 수출이 극도로 부진한 상황에서 조금씩 살아날 기미를 보이던 소비심리가 다시 꽁꽁 얼어붙어 경제가 다시 어두운 터널로 진입하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이 커졌다. 지금까지 정부는 기업의 생산과 투자가 제자리걸음을 해도 내수가 회복 조짐을 보이는 데에 한 가닥 기대를 걸고 있었다. 하지만 메르스 여파로 발생한 소비심리 위축으로 올해 3%대 성장률을 달성하기가 사실상 힘들어졌다는 비관적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불안심리가 실물경제 부진으로 확산 2000년대 들어 경제 외적 변수인 바이러스가 시차를 두고 실물경제에 영향을 주는 상황이 세계적으로 3차례 있었다. 2003년 중국에서 시작된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2009년 멕시코발 신종인플루엔자, 2014년 서아프리카지역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에볼라 등이 ‘소비심리 위축→실제 소비 감소→ 내수 산업 위축→성장률 하락’의 과정을 거치며 해당 지역 및 세계 경제에 큰 충격을 줬다. 이 가운데 에볼라는 기니, 라이베리아, 시에라리온 등 서아프리카 경제에 엄청난 충격을 줬지만 아시아 경제에까지 영향을 미치진 않았다. 반면 사스와 신종플루는 아시아 주요국 경제에 실질적인 위협 요인이었다. 사스 발병으로 중국의 2003년 2분기(4∼6월) 성장률은 직전 분기보다 3%포인트 낮은 7.9%로 떨어졌다. 그해 하반기에 성장세가 회복돼 연간 성장률은 10%로 올라섰지만 바이러스가 단기간에 경제를 급랭시킬 수 있음을 여실히 보여줬다. 한국은 신용카드 사태의 여진이 채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사스 공포가 소비를 억눌러 2003년 성장률이 전년의 절반도 안 되는 2.9%에 머물렀다. 2009년에 유행한 신종플루도 글로벌 금융위기의 충격에서 조금씩 벗어나려던 한국 경제에 카운터펀치를 날렸다. 2009년 한국의 성장률은 0.7%에 그쳤다. 이번 메르스는 아직까지 경제 지표에 반영되지 않았다. 하지만 감염사태가 더 진행되면 사스나 신종플루 못지않은 충격을 줄 수 있다. 무엇보다 사스, 신종플루는 한국 경기가 최악의 상태를 지나 완만한 상승세를 보이던 시기에 발병했지만 최근 국내 경기는 바닥권에 머물러 있다. 게다가 과거에는 한국이 바이러스 확산을 초기에 잘 통제했지만 이번에는 세계에서 3번째로 환자가 많은 주요 메르스 발병국이 됐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각종 모임, 공연, 외식 분야 등에서 소비가 실제 줄어들고 있다”며 “외국인의 한국 관광이 줄 뿐 아니라 최악의 경우 외국에서 한국 제품을 외면하는 상황으로까지 이어질까 봐 우려된다”고 말했다.“정부, 불안심리 진화 나서야” 메르스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정부와 한국은행은 아직 정책카드를 꺼내 들지 않았다. 하지만 경제 전문가들은 추가경정예산 편성, 기준금리 인하 등 긴급 대책을 주문하고 있다. 우선 한은이 이달 11일 예정된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추가로 내릴지에 경제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메르스 공포가 다음 주까지 이어진다면 이미 사상 최저 수준(연 1.75%)인 금리가 한 단계 더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은 “정책 효과가 나타나는 데는 시일이 걸리겠지만 일단 경제주체들의 심리를 안정시키는 조치가 당장 필요하다”며 “지금 흐름이 며칠만 더 이어진다면 금리 인하를 요구하는 시장의 목소리가 훨씬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기획재정부는 추경 편성에 대해 극도로 말을 아끼고 있다. 다만 전염병 확산에 따른 경기 둔화가 추경 편성의 법적 요건인 ‘경기침체, 대량실업 같은 대내외 여건에 중대한 변화가 발생하였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 해당하는지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추경 방침이 정해지더라도 그 규모는 세수(稅收) 결손 등을 고려해 10조∼20조 원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추경 시점은 가급적 뒤로 미뤄질 가능성이 높다. 메르스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지표로 확인되기까지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는 “메르스 문제에 정부가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금융시장이 불안해지고 경제 전반에 위기감이 커질 것”이라며 “정부가 구체적인 효과를 낼 수 있는 카드로 불안 심리를 진화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세종=김준일 jikim@donga.com·홍수용 / 유재동 기자}

올 1분기(1∼3월)에 유가 하락 덕분에 국민들의 실제 호주머니 사정을 반영하는 실질 국민총소득(GNI)이 5년 9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한국은행이 4일 발표한 국민소득 지표에 따르면 1분기 실질 GNI는 전 분기 대비 4.2% 증가했다. 실질 GNI는 2009년 2분기(4∼6월)에 5.0% 증가했지만 그 후로는 전 분기 대비 1% 안팎의 낮은 증가율을 보여 왔다. GNI는 한 나라의 국민이 일정 기간 벌어들인 임금, 이자, 배당 등의 소득을 모두 합친 것으로 국내총생산(GDP)에 수출입 가격의 변화에 따른 실질 무역 손익 등을 더해 계산한다. 한은 관계자는 “올 1분기의 경우 유가 하락으로 수입품의 가격이 크게 떨어지면서 국민들의 실제 구매력이 늘어난 게 GNI의 증가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또 내국인이 외국에서 벌어들인 소득이 외국인이 한국에서 벌어간 소득보다 더 많았던 점도 GNI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다만 1분기 실질 GDP는 민간소비(0.6%)와 수출(0.1%), 설비투자(0.2%)가 부진했던 여파로 전 분기 대비 0.8% 증가하는 데 그쳤다. 수출의 성장기여도는 ―0.2%포인트로 3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였다. 분기별 성장률은 지난해 1분기 1.1%를 나타낸 뒤 이후 4개 분기 연속 0%대에 머무르고 있다. 이에 따라 지금처럼 경기 회복이 계속 지연되고 국제유가가 다시 오르면 GNI 증가율도 예전처럼 크게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한국인이 해외에서 쓴 신용카드 사용액이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지만 외국인이 국내에서 쓴 카드 사용액은 감소했다. 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1분기(1∼3월) 내국인의 해외 카드 사용금액은 32억1000만 달러(약 3조5600억 원)로 전 분기보다 0.5% 늘었다. 이는 역대 최고치였던 지난해 3분기(7∼9월·32억 달러)보다 많은 수준이다. 또 1년 전인 지난해 1분기에 비해서는 13.8% 증가했다. 카드 사용 장수도 891만8000장으로 7.1% 늘었다. 한은은 “설 연휴와 유가 하락 등의 영향으로 출국자가 늘어나 해외에서 사용한 카드 장수와 금액이 모두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올 1분기 내국인 출국자 수는 470만 명으로 전 분기보다 13.1% 늘어났다. 반면 외국인 입국자 수가 줄면서 이들이 국내에서 쓴 카드 사용액은 줄었다. 1분기 비거주자의 국내 카드 사용금액은 27억6000만 달러로 전 분기보다 13.0% 감소했다. 외국인 입국자의 45%를 차지하는 중국인 관광객 수는 143만 명으로 전 분기보다 1.2% 줄었다.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올 1분기(1~3월)에 유가 하락 덕분에 국민들의 실제 호주머니 사정을 반영하는 실질 국민총소득(GNI)이 5년 9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한국은행이 4일 발표한 국민소득 지표에 따르면 1분기 실질 국민총소득(GNI)은 전 분기 대비 4.2% 증가했다. 실질 GNI는 2009년 2분기(4~6월)에 5.0% 증가했지만 그 후로는 전 분기 대비 1% 안팎의 낮은 증가율을 보여 왔다. GNI는 한 나라의 국민이 일정 기간 벌어들인 임금, 이자, 배당 등의 소득을 모두 합친 것으로 국내총생산(GDP)에 수출입 가격의 변화에 따른 실질 무역 손익 등을 더해 계산한다. 한은 관계자는 “올 1분기의 경우 유가하락으로 수입품의 가격이 크게 떨어지면서 국민들의 실제 구매력이 늘어난 게 GNI의 증가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또 내국인이 외국에서 벌어들인 소득이 외국인이 한국에서 벌어간 소득보다 더 많았던 점도 GNI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다만 1분기 실질 GDP는 민간소비(0.6%)와 수출(0.1%), 설비투자(0.2%)가 부진했던 여파로 전 분기 대비 0.8% 증가하는 데 그쳤다. GNI 증가의 상당 부분이 체질개선에 따른 경제의 성장보다 유가하락 등 외부 변수에 의존했다는 뜻이다. 분기별 성장률은 지난해 1분기 1.1%를 나타낸 뒤 이후 4개 분기 연속 0%대에 머무르고 있다. 이에 따라 지금처럼 경기 회복이 계속 지연되고 국제유가가 다시 오르면 GNI 증가율도 예전처럼 크게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한국인이 해외에서 쓴 신용카드 사용액이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지만 외국인이 국내에서 쓴 카드 사용액은 감소했다. 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1분기(1~3월) 내국인의 해외 카드 사용금액은 32억1000억 달러(약 3조5600억 원)로 전 분기보다 0.5% 늘었다. 이는 역대 최고치였던 지난해 3분기(7~9월·32억 달러)보다 많은 수준이다. 또 1년 전인 지난해 1분기에 비해서는 13.8% 증가했다. 카드 사용 장수도 891만8000장으로 7.1% 늘었다. 한은은 “설 연휴와 유가 하락 등의 영향으로 출국자가 늘어나면서 해외에서 사용한 카드 장수와 금액이 모두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올 1분기 내국인 출국자 수는 470만 명으로 전 분기보다 13.1% 늘어났다. 반면 외국인 입국자 수가 줄면서 이들이 국내에서 쓴 카드 사용액은 줄었다. 1분기 중 비거주자의 국내 카드 사용금액은 27억6000만 달러로 전 분기보다 13.0% 감소했다. 외국인 입국자의 45%를 차지하는 중국인 관광객 수는 143만 명으로 전 분기보다 1.2% 줄었다.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