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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걸그룹 레드벨벳(사진)이 해외에서 외국인에게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전하는 세종학당 홍보 영상에 깜짝 출연했다. 세종학당재단(이사장 송향근)은 15일 세종대왕 탄신일을 맞아 레드벨벳이 재능기부로 참여한 새 홍보영상을 공개한다고 밝혔다. 영상에서 멤버들은 “강의를 통해 한국어를 배울 수 있고, 웹드라마와 웹툰을 보며 한국 문화를 체험할 수 있다”며 온라인 한국어·한국문화 배움터 ‘누리-세종학당’을 소개한다. 이 영상은 아리랑TV를 통해 105개 국가로 송출될 예정이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앞으로는 시청자가 직접 방송 심의에 참여하게 된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강상현)는 15일 ‘국민과 함께하는 공정하고 따뜻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라는 비전을 공개하고 ‘국민 참여 심의제’ 도입 등 10대 정책과제를 발표했다. 방심위는 심의 참여를 요구하는 시청자가 늘어난 점을 고려해 일반 시민이 참여해 논쟁적인 사안을 심의하는 회의체를 제4기 임기 내 설치할 방침이다. 또 사회 각계의 다양한 시각을 반영하기 위해 학계 및 시민사회에서 모니터 요원을 선발하는 ‘열린 모니터링’ 제도도 도입한다고 밝혔다. 한편 방심위는 ‘최소규제의 원칙’에 따라 통신심의 관련 법령과 심의규정을 고치되, 음란·폭력·도박 정보를 유통시킬 경우 해당 사이트를 경고 없이 이용 해지시키는 ‘원 스트라이크 아웃제’를 도입키로 했다. ‘미투(#MeToo, 나도 당했다) 운동’ 관련 2차 피해를 야기하거나 사회적 약자의 인권을 침해하는 내용에 대한 심의는 강화한다. 방심위는 “10대 과제를 묵묵히 수행해 공정하고 따뜻한 위원회, 신뢰받는 위원회로 거듭나겠다”고 밝혔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잠에 관한 퀴즈 하나. 꼿꼿이 서서 자는 생물은? 대부분 머릿속에 맴도는 정답은 ‘나무’일 것이다. “나무야, 나무야∼” 하는 동요를 떠올린 사람도 있을 터다. 그러나 저자가 내놓은 정답은 ‘말’이다. 말의 다리에는 관절이 구부러지는 것을 막는 고정 장치가 있어 서서 잠을 잘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1분에 한 번꼴로 잠에서 깨는 심각한 수면 장애를 앓았다. 수면 부족으로 예수회 신부 시절 설교를 하다 선 채로 잠든 적도 있다고 한다. 그는 자신이 가질 수 없어서 더 달콤하게 여겨지는 잠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책의 부제가 ‘세상의 모든 달콤하고 괴로운 잠 이야기’인 것도 그 때문이다. 유명한 수면제 중 하나인 졸피뎀에는 ‘사건수면’이라는 치명적인 부작용이 있다. 흔히 말하는 몽유병과 유사한 증상인데, 심한 경우 자는 동안 자살을 한 사례가 보고되었을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 각국에서 졸피뎀을 파는 제약회사들은 여전히 떼돈을 번다. 그만큼 잠이 간절한 사람이 많다는 뜻이리라. 잠자는 시간을 못 견디게 아까워한 사람도 있다. 대표적인 예가 발명왕 토머스 에디슨(1847∼1931)이다. 그는 가정도 팽개치고 밤새 실험실에 틀어박히기 일쑤였다. 점심 식사 시간은 자정(정오가 아니다)이었다고 한다. 그의 대표 발명품이 우리의 밤을 대낮처럼 환하게 밝힌 백열전구라는 점이 자못 의미심장하다. 주의사항. 이 책을 잠자리에서 읽는 건 권하지 않는다. 저자의 냉소적인 유머에 연신 쿡쿡거리다가 어느덧 마지막 페이지를 넘겨버린 자신을 발견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당신은 말이 아니니 출근길 지하철에서 서서 자기도 어렵다는 사실을 명심하길. 초저녁 아니면 주말에 읽기를 추천한다.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강상현)가 지난달 26일 남북 정상회담을 하루 앞두고 배포해 언론통제 논란이 불거졌던 ‘취재·보도 권고사항’에 대해 “홍보실에서 만든 자료였을 뿐 내외부의 지시나 개입은 확인되지 않았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나 이러한 해명에 대해 과거 ‘보도지침’ 수준의 사전 검열식 자료가 나온 배경에 대한 정확한 설명 없이 ‘실무진 책임’으로만 떠넘기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방심위는 10일 기자회견에서 “이 자료는 방송사 간 취재경쟁으로 오보가 발생할 것을 우려해 홍보실 담당자가 제안하고 상급자인 홍보실장이 승인해 만든 자료였다”며 “배포 전 위원장과 부위원장, 상임위원, 사무총장에게 보고가 이뤄졌지만 20분도 안되는 짧은 시간에 검토가 진행돼 충분히 검토되지 못했다”고 밝혔다. 확인 결과 이 보도자료는 이날 오전 11시 21분에 민경중 사무총장에게 문자로 보고됐으며 오전 11시 25분에 강상현 위원장에게 대면 보고된 뒤 11시 36분경 언론에 배포됐다. 보고를 받은 전광삼 상임위원은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 굳이 배포해야 한다면 부제라도 수정하라”는 의견을 제시했지만 보도자료는 이미 배포된 뒤였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전직 방심위원은 “홍보담당자가 남북 정상회담처럼 중요한 사안과 관련된 보도자료를 독단적으로 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기관의 이름을 걸고 하는 일에 위원장이나 사무총장이 제대로 검토하지 않았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변명이거나 직무유기”라고 말했다. 자유한국당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의원들도 이날 논평에서 “방심위는 그동안 실무자의 단순 실수라고 ‘꼬리 자르기’식 변명으로 일관했지만 위원장, 사무총장, 홍보실장 등에게 보고된 뒤 배포된 자료가 어떻게 단순 실수일 수 있느냐”며 “위원장과 사무총장이 사실상 ‘신(新)보도지침’을 승인하고 방조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또한 “방심위 홍보실장은 보도자료 배포 당일 국무조정실 소속 공무원과 통화를 했다는 의혹이 있으며, 종합편성채널 담당 심의팀에 모니터링 강화를 지시한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국무조정실이 ‘신보도지침’ 발표 과정에 개입한 것이 사실이라면 이는 정권 차원의 조직적 개입이다”고 비난했다. 한국당은 “향후 강 위원장과 민 사무총장, 성호선 홍보실장, 국무조정실 관련자를 직권남용 및 방송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발하겠다”며 “위원장과 사무총장은 국민 앞에 사죄하라”고 밝혔다. 진상조사태스크포스(TF) 측은 “홍보실장과 국무조정실 사무관의 통화는 보도자료 배포 이후 시민단체 등에서 문제를 제기하자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문의가 왔던 것”이라며 “남북 정상회담 이후 제출된 모니터 보고서를 확인한 결과, 지적사항이나 특이사항이 없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TF는 또 “보도자료 내용의 적정성을 판단할 수 있는 내부통제 시스템 미비로 인해 이 같은 문제점이 발생했으며 개선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조윤경 yunique@donga.com·이지운 기자}

넷플릭스가 4일 처음으로 선보인 한국 예능 ‘범인은 바로 너!’는 ‘이름값’에 비해 아쉬움이 너무나 크다. 유재석 이광수 김종민 등 특급 출연진에 SBS ‘런닝맨’을 연출했던 조효진 김주형 PD의 만남. 게다가 넷플릭스란 플랫폼 특성을 살린 100% 사전 제작. 첫 회부터 ‘웰메이드 예능’을 기대한 건 너무 큰 바람이었을까. 물론 기존 예능과 다른 독특함은 분명 있다. ‘예능 반, 추리 반’을 지향하는 이 프로그램은 ‘미국 드라마’처럼 열 개의 에피소드가 하나의 스토리로 모아져 시즌을 이룬다. 출연자들은 ‘동네 탐정’(유재석) ‘전직 형사’(안재욱) 등을 맡아 드라마와 같은 배역이 정해져 있되, 기존 예능 방식으로 게임을 하고 퍼즐을 푼다. 21세기가 지향하는 ‘하이브리드’의 출현이라 할 만하다. 하지만 신선함은 딱 거기까지다. 뭔가 섞이긴 했는데 버무려지질 않았다. 출연자들조차 앞에선 과도하게 연기 톤으로 나왔다가, 다음 장면엔 “이젠 뭐해야 하냐”며 리얼버라이어티식 개그를 한다. 이들이 갈팡질팡하니 시청자도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할지 어리둥절하다. 2회에서 유재석이 시체와 조우하는 장면은 이를 단적으로 대변한다. 탐정은 심각한데, 시체는 허접한 만듦새. 헐렁함에 웃어주길 바라는 건 결코 아닐 텐데. 기본적인 설정에도 문제가 있다. 이 예능은 게임을 성공하지 못하면 사건 해결을 진행할 수가 없다. 조 PD는 “멤버들에게 전혀 힌트가 주어지지 않으며, 미션에 실패하면 별도의 스토리라인으로 진행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예능에서 추리 사건이 미해결로 끝난다면 그걸 받아들일 시청자가 얼마나 될까. 조 PD는 “시즌 중반부로 갈수록 출연진의 캐릭터가 잡혀가면서 훨씬 흥미진진해지니 기대해 달라”고 말했다. ‘범인은 바로 너!’ 3, 4회는 11일 오후 4시에 공개된다. 전체가 10회니 4회면 벌써 중반이다. 시행착오로 받아들이기엔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2012년 102년 만에 우리 품으로 돌아왔던 미국 워싱턴 소재 주미대한제국공사관이 약 3년간의 복원공사를 마치고 22일(현지 시간) 개관한다. 문화재청은 7일 “2012년 350만 달러(당시 약 40억 원)에 매입한 공사관 건물을 전시관으로 꾸며 1882년 조미수호통상조약 체결일인 22일에 맞춰 개관식을 가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공사관 내부는 당시 사무실과 침실을 원형에 가깝게 복원했으며, 대한민국 역사를 보여주는 전시관으로 꾸민 것으로 알려졌다. 주미공사관 건물은 대한제국이 미국과 러시아 프랑스 중국 일본 등 국외에 설치했던 공관 가운데 현재 유일하게 원형이 남아있다. 1891년 11월 조선왕조가 당시로는 거금인 2만5000달러에 사들여 대한제국 말까지 사용했다. 하지만 1905년 을사늑약으로 대한제국 외교권을 빼앗긴 뒤 건물 관리권은 일제로 넘어갔다. 일제는 한일강제병합(경술국치)을 2개월 앞둔 1910년 6월 단돈 5달러에 강제로 매입한 뒤 경술국치일(8월 29일) 사흘 뒤 한 미국인에게 10달러에 팔았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 관계자는 “공사관 개관식에서는 을사늑약 이후 113년 만에 태극기를 게양하는 이벤트도 열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문화재청 등은 개관식에 앞서 14일 현지에서 언론 공개 행사를 가질 예정이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토사물을 맨손으로 닦아낸다. 취객에게 욕먹고 얻어맞는 건 예사. 전국에서 가장 바쁜 ‘홍일지구대’에서 벌어지는 일상을 사람 냄새 물씬 나게 그린 tvN 드라마 ‘라이브’ 이야기다. 이 드라마는 시청자들에게 큰 공감을 이끌어내며 6일 종영했다. 극본을 쓴 노희경 작가는 1년 넘게 서울 마포경찰서 홍익지구대 팀장인 윤경호 경감(47)을 따라다녔다. 경찰청 홍보담당관실의 이희목 경위(42)는 배우들에게 권총 사격술, 수갑 사용법 등을 가르쳤다. ‘라이브’ 속 경찰과 실제 경찰의 ‘싱크로율’에 대해 윤 경감, 이 경위와 이야기를 나눴다. 매일 밤 전쟁터로 변하는 홍일지구대에서 주인공 한정오(정유미)는 치고받는 취객들을 뜯어말리느라, 토하는 취객의 등을 두드리느라 정신이 없다. 윤 경감에게 이런 풍경은 일상이다. “취객 신고만 매일 열 건이 넘어요. 하룻밤 많게는 150건에 달하는 112 신고를 처리하면서 취객들 뒤치다꺼리도 하다보면 잠깐 앉아 숨 돌릴 틈도 없답니다.”(윤 경감) 한정오는 동기 염상수(이광수), 선배 최명호(신동욱)와 삼각관계를 이룬다. 안장미(배종옥)와 오양촌(배성우)은 결혼에 골인한 연상연하 커플이다. 이는 실제로도 흔한 일이라고 한다. 올해 홍익지구대에서 만난 연상연하 커플 한 쌍이 결혼했고, 삼각관계로 분위기가 어색해진 적도 있단다. 윤 경감은 “밤새 고생하며 서로 의지하다 보면 없던 정도 생기지 않겠느냐”고 했다. 이 경위는 “2년 전 너무 일만 한다며 아내에게 이혼당할 뻔했다. (안장미에게 이혼 통보를 받은) 오양촌 처지가 남일 같지 않더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이들은 경찰과 가장 비슷한 배우로 배종옥을 꼽았다. 배 씨는 홍익지구대에서 설명을 들을 때 수첩에 일일이 메모한 후 이를 모두 숙지했다고 한다. 윤 경감은 “배종옥 씨는 말투나 행동 모두 진짜 경찰 같아서 곧바로 일을 시켜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정도였다”며 웃었다. 신동욱은 밤샘 근무를 자청해 경찰들과 취객 처리를 함께 하기도 했다. 실제와 다른 점은 뭘까. 극중 강력계 형사였던 오양촌은 음주운전 적발로 강등된 후 홍일지구대로 좌천된다. 윤 경감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음주운전 전력이 있는 경찰은 지구대에서 근무할 수 없다. ‘순마(순찰차)’를 운전하며 순찰 업무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경찰을 다룬 영화나 드라마에서 지구대는 유배지로, 제복을 입은 경찰은 무능한 들러리로 묘사되곤 한다. ‘라이브’ 작가진도 처음 윤 경감을 찾았을 땐 제복 경찰과 형사를 완전히 다른 직군으로 알고 있었다고 했다. 윤 경감은 “올해에만 형사 2명이 자원해 우리 지구대로 왔다”고 말했다. 이 경위도 “시민을 상대하는 지구대는 높은 업무 이해도와 상황 판단 능력을 필요로 하는 곳”이라고 덧붙였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1941년 9월, 아돌프 히틀러(1889∼1945)의 독일 국방군이 레닌그라드를 포위했다. 후에 ‘레닌그라드 포위전’이라 불리게 될 900일간의 사투가 시작된 것. 폭격과 굶주림, 추위로 레닌그라드 인구의 절반이 숨졌다. 도시는 폐허가 됐고, 길거리에는 꽁꽁 얼어붙은 시체가 즐비했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죽은 이의 살을 베어 먹으며 버텼다. 레닌그라드에서 나고 자란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1906∼1975)는 포화가 빗발치는 그곳에서 ‘교향곡 7번 레닌그라드’를 작곡했다. 교향곡의 웅장한 선율은 가족을 잃은 시민들을 어루만졌고, 살아남은 시민들을 다독였으며 전선의 군인들을 결속시켰다. 이 곡은 서방세계에서도 극찬을 받았다. 소비에트는 ‘교향곡 7번’의 악보를 30m 길이의 마이크로필름에 담아 미국에 전했다. 1만6000km의 여정 끝에 뉴욕으로 전해진 이 곡은 곧 서방 각국에서 널리 연주됐고, 연합국이 독일 이탈리아 일본의 추축국에 맞서 동맹을 강화하는 계기가 됐다. 소비에트 당국은 ‘교향곡 7번’ 발표 이후 쇼스타코비치를 반나치 투쟁의 선봉으로 치켜세웠다. 그러나 쇼스타코비치가 자신에게 쏟아진 찬사를 반겼을 것 같지는 않다. 그에게는 소비에트도 나치도 똑같은 억압의 주체에 불과했다. 그는 “레닌그라드는 스탈린이 파괴했고 히틀러는 그저 마무리했을 뿐”이라고 회고했다. 수많은 예술가가 잔인하게 숙청당한 ‘대공포 시대’, 쇼스타코비치는 서슬 퍼런 감시 아래에서 소비에트와 붉은 군대를 찬양하는 곡들을 써야 했다. 동료들을 숙청한 비밀경찰들을 위해 춤곡을 작곡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그는 비겁한 겁쟁이라는 비아냥거림을 들었으며, 스스로도 자신이 목숨을 부지한 방식을 평생 수치스러워했다. 레닌그라드를 구해낸 역사적인 대작을 남기고도 쓸쓸한 말년을 보내야 했던 그의 삶은 광기의 역사가 빚어낸 또 하나의 비극이었다.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남북 정상이 손을 맞잡고 군사분계선을 넘었던 27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는 한불문화교류단체 ‘에코들라코레’(한국의 메아리) 이미아 대표(50·여)의 첫 에세이집 ‘꺾인 꿈을 기억해’(넥서스) 출판기념 북 콘서트가 열렸다. 마이크를 받아들고도 쉽사리 입을 떼지 못하던 이 대표는 “이렇게 감격스러운 순간을 고국에서 함께 맞이할 수 있어 기쁘다”며 “앞으로도 한반도 평화 정착에 힘을 보태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 대표는 20여 년 동안 한국 문화를 프랑스에 전파해 온 민간 문화 외교관이다. 그 공을 인정받아 프랑스 정부로부터 ‘문예공로훈장(슈발리에)’도 받았다. 2000년대 초부터 혈혈단신 기업인과 관료들을 찾아다니며 수백 건의 굵직한 한국문화 행사들을 기획해왔다. 창작발레 ‘심청’, 창작오페라 ‘춘향전’을 프랑스에 소개했고, 라데팡스 광장에서의 한국작가 야외조각 전시회 등을 기획했다. 그는 또한 2008년부터 10년 동안 한 해도 빠짐없이 파리 마들렌 성당에서 ‘한불 친선 클래식 콘서트’를 열어 왔다. 그는 올해 11월 8일부터는 전 세계 195개국 대표를 초대해 한반도와 세계 평화를 기원하는 콘서트를 10년간 매년 열 계획이다. 그는 “유일한 분단국가인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되면 세계 평화의 초석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한국 문화를 알리는 일을 시작하게 된 것은 2001년 프랑스 에브리 에손 국립대에서 한국어과 교수를 한 경험이 계기가 됐다. 그는 “학생들에게 한국 문화에 대해 조사해 오라는 과제를 내주니 열에 아홉 명은 태극기 대신 인공기를 그려오고, 북한과 6·25전쟁에 대한 글만 써왔다”며 “아직도 한반도 하면 전쟁만 떠올리는 프랑스인들에게 대한민국을 제대로 알려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대표는 ‘한류 열풍’이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한류가 일시적인 유행이 아닌 세계의 주류 문화로 자리 잡아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이 대표는 “남북 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이 ‘재외 동포’를 여러 차례 언급한 점이 감동적이었다”며 “한반도 평화는 우리 740만 재외 동포들에게도 가장 큰 염원”이라고 말했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영화 ‘씨 인사이드’의 주인공 라몬(하비에르 바르뎀)은 다이빙 사고로 전신이 마비됐다. 비좁은 침대에서 단 한 발자국도 뗄 수 없게 된 그의 꿈은 단 하나, 안락사로 눈감는 것이다. 그는 “삶은 의무가 아니라 권리”라고 말한다. 의사이면서 기독교 신학자인 저자의 생각은 정반대다. 자기 삶에 충실한 건 권리가 아닌 의무다. 우리는 장미를 가꾸고 보살필 수 있지만, 장미꽃 한 송이를 창조할 순 없다. 인간은 자신의 창조자가 아니기에 스스로를 죽일 권리 또한 없다는 주장이다. 또 저자는 인간이 자연스러운 죽음의 과정을 통해 영혼이 성장한다고 말한다. 따라서 안락사는 신으로 향하는 길을 단절시킨다는 생각이다. 많은 이들이 라몬과 같이 안락사나 조력 자살을 희망한다. 저자는 사람들이 스스로 죽음을 앞당기기를 원하는 건 고통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이 때문에 의사는 충분한 통증 치료를 통해 말기 환자가 편안하면서도 자연스러운 죽음을 맞이하도록 도와야 한다. 또한 호스피스 의료를 통해 환자의 마음을 보살펴야 한다. 무조건적인 연명 치료만 강조하는 건 아니다. 회복 가능성이 없는 환자에 대한 연명 치료는 고통만 연장시킬 뿐이다. 이 경우 생명 유지 장치의 ‘플러그를 뽑는’ 게 환자를 위한 길이다. 저자는 다양한 임상 사례를 들어 논지를 뒷받침한다. 삶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말기 암 환자에게 죽음을 담담히 받아들이도록 설득하기도 하고, 의식 없는 환자의 생명을 유지하는 약물 투여량을 줄여 환자의 영원한 휴식을 돕기도 한다. 국내에서도 2월 ‘연명의료결정법’이 시행된 뒤 두 달 만에 3000명이 넘는 환자가 존엄사를 선택했다고 한다. ‘잘 죽는 것(well-dying)’은 21세기 새로운 화두다. 이제 우리는 스스로 질문을 던져볼 차례다. 인간에겐 죽음을 선택할 권리가 있을까? 스무 세기 전 세네카가 했다는 말은 여전히 유효하다. “친구여, 우리는 일생을 통해 계속해서 살아가는 방법을 배워야만 하네. 그런데 훨씬 더 놀라운 일은 우리 일생 동안 계속 죽는 방법도 배워야만 한다는 거라네.”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강상현)가 27일 열리는 남북 정상회담을 취재·보도할 때 “국가기관의 공식 발표를 따르라”란 취지의 유의사항을 발표해 논란이 일고 있다. 언론시민단체에서는 방심위가 언론을 압박하는 사전 가이드라인을 배포한 것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방심위는 남북 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26일 “최근 ‘드루킹 사건’ 보도 과정에서 연이어 발생한 오보(誤報) 논란을 감안할 때 취재진만 3000명이 넘을 것으로 보이는 남북 정상회담 역시 매우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남북 정상회담 보도와 관련해 특별 모니터링을 하겠다”고 밝혔다. 방심위는 △객관성 △출처 명시 △오보 정정을 집중 모니터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객관적 보도를 위해서는 국가기관의 공식 발표를 토대로 보도하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고 권고했다. 이에 대해 언론개혁시민연대(언개련)는 논평을 내고 “방심위의 언론 취재보도에 대한 사전 개입은 명백한 월권”이라며 “마치 정부의 공식 발표에 근거하지 않는 보도에는 매우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 심의하겠다는 압박성 발언으로 들리기에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언개련은 또 “방심위가 남북 정상회담 보도 유의사항을 밝히면서 드루킹 사건을 들먹이는 이유가 무엇인가”라며 “최근 방심위가 심의한 드루킹 사건 보도 중 오보로 밝혀져 법정 제재를 받은 사례부터 제시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남인용 부경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도 “방심위는 문제가 되는 사안이 발생했을 때 이를 사후에 심의하는 기관이지 사전에 보도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기관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방심위 측은 “오보에 따른 시청자의 피해를 사전에 막아 보자는 의도”라고 해명했다. 조윤경 yunique@donga.com·이지운 기자}

경기 남양주시 다산신도시에서 불거진 ‘택배 분쟁’의 후폭풍이 거세다. ‘지상에 차 없는 아파트’를 내세운 다산신도시 한 아파트에서는 지난달 7일 한 어린이가 택배차량에 치일 뻔했다. 입주민들은 택배차량의 단지 진입을 막고 택배기사에게 손수레로 배송할 것을 요청했다. 이에 택배회사들이 물품을 단지 입구에 내려놓고 가면서 이른바 ‘택배 갑질’ 논란이 시작됐다. 하지만 17일 국토교통부가 대책으로 내놓은 ‘실버택배’는 이해당사자들 말고는 누구도 수긍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실버택배는 아파트 단지 안에서 이뤄지는 배송을 65세 이상 노인들이 맡도록 한 것. 노인복지를 위해 실버택배를 도입한 다른 지역과 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얘기다. 누리꾼과 시민들은 “이기주의적 행태를 세금으로 해결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비판한다. 차라리 택배 배송이 어려운 낡은 주택가에 먼저 실버택배를 도입하라는 의견도 나온다.○ “입주민 돈으로 해결” 청원 190여 건 국토부는 다산신도시 해당 아파트 주민 및 택배회사와 협의한 뒤 실버택배를 결정했다. 문제는 2개월 후 실버택배가 시행돼도 입주민의 추가 부담 비용이 없다는 점이다. 실버택배 인건비는 택배회사가 건당 550원, 정부가 1인당 210만 원(1년 기준)을 지급한다. 택배회사가 80%가량을, 정부가 나머지를 부담하는 셈이다. 온라인에선 반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7일부터 이틀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해당 아파트의 실버택배 도입을 반대하는 청원이 190건 넘게 올라왔다. “실버택배 비용을 입주민 관리비로 충당해야 한다”는 청원에는 18일 오후 19만 명 이상이 찬성했다. 이 아파트 주민이 쓴 것으로 보이는 게시물도 반대 움직임을 부추겼다. 17일 오후 해당 지역 온라인 카페에 올라온 듯한 게시물에는 “다산이 이겼다. (실버택배는) 입주민이 뭉쳐서 이루어 낸 쾌거다”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 글은 논란이 커지자 얼마 뒤 삭제됐다. 국토부는 “향후 수익자 부담 원칙에 따라 실버택배 서비스를 받는 주민이 비용을 부담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반발 여론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배송 더 어려운 곳도 많은데… 18일 오후 1시 서울 관악구의 왕복 2차로에 택배차량 2대가 서 있었다. 택배기사들은 짐칸에서 물건을 꺼내 도로에서 이어진 골목길 안쪽으로 들고 들어갔다. 이 동네 골목길은 대부분 승용차 한 대가 겨우 지날 정도다. 차를 돌려 나오기도 쉽지 않고 주차 차량도 많아 길 한가운데서 꼼짝 못 하는 경우도 있다. 화물차를 운전하는 택배기사들은 아예 들어갈 엄두를 내지 못한다. 이 때문에 걸어서 물건을 나르면 1개 배송에 20∼30분이 걸리곤 한다. 기피 지역이다. 택배기사 이모 씨(45)는 “근처 전통시장 쪽 주택가는 여기보다 골목이 더 좁다. 택배기사들 모두 배송 가기를 꺼린다”며 한숨을 쉬었다. 이런 지역은 주변에 많다. 대부분 저소득층이 많이 사는 오래된 주택가다. 누리꾼들은 이런 곳에 실버택배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실버택배는 2007년 노인일자리 확대 사업으로 도입됐다. 지난해 말 기준 전국 88개 아파트 단지에서 노인 2066명이 일한다. 서울 은평구 한 아파트는 구청과 지역 시니어클럽의 요청으로 실버택배를 도입했다. 시니어클럽 관계자는 “이 아파트 단지에서만 매달 1만 건 이상 택배를 배송한다. 주민 불만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정연정 배재대 공공행정학과 교수는 “신도시의 새 아파트보다는 낡은 주택가의 정책적 수요가 더 크다. 수요를 정확하게 파악해 필요한 지역부터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이지운 easy@donga.com·황성호 기자}

12일 국내 한 대형 음원 사이트의 실시간 순위표(차트)가 전례 없는 ‘역주행’으로 요동쳤다. 지난해 10월 말 발표된 가수 A 씨의 노래가 쟁쟁한 아이돌그룹의 노래를 제치고 1위에 오른 것이다. 음원 구매와 스트리밍(실시간 재생) 횟수를 실시간 집계하는 차트에서는 인지도가 낮은 가수의 노래가 뒤늦게 화제가 돼 상위권에 오르는 역주행이 종종 있다. 그런데 A 씨 노래의 역주행은 조금 달랐다. 12일 오전 1시경에 1위에 오른 것이다. 보통 0시를 전후해 이용자가 줄어드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이 노래는 ‘나 홀로’ 상승해 오전 2시경에 정점을 찍은 뒤 조금씩 하락했다. 그러다 오전 6시경 다른 노래가 올라가면서 3위로 내려앉았다. ○ ‘스텔스 마케팅’ 논란 A 씨 노래가 1위에 오른 뒤 온라인에서는 역주행 배경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일부 누리꾼은 순위 상승의 이유를 비정상적인 홍보 탓으로 의심하고 있다. 바로 ‘스텔스 마케팅’이다. 스텔스 마케팅이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페이스북 등을 통해 비용을 받고 콘텐츠를 홍보하는 것이다. 하지만 홍보용이라는 걸 드러내지 않는다. 우연히 알게 된 것처럼 포장한다. 일종의 바이럴(입소문) 마케팅이라 스텔스 마케팅을 불법으로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일부 누리꾼은 “이용자를 속인 것과 마찬가지”라며 비난하고 있다. A 씨 소속사는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홍보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페이스북 페이지 운영자에게 돈을 주지는 않았다”고 해명했다. 논란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음원 판매량 집계 사이트인 ‘가온 차트’는 16일 “기존 곡들의 역주행과 다르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A 씨 노래의 순위 상승이 이례적이라는 뜻이다. 음원 차트를 둘러싼 잡음은 처음이 아니다. 갑작스러운 순위 상승 등이 있을 때마다 비슷한 논란이 반복됐다. 현재 가수나 제작자 수입의 대부분은 음원 수익이다. 그만큼 순위 변동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한 제작사 대표는 “팔로어가 수백만 명인 페이스북 페이지를 보유한 업체 대표에게서 ‘노래 한 곡의 홍보 단가는 300만 원’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인디 음악가 양모 씨(22)는 “한 곡당 9만 원에 SNS 홍보를 해주겠다는 제안을 받았지만 거절했다”고 털어놨다. 황장선 중앙대 교수(광고홍보학과)는 “파워블로거가 업체 지원 사실을 숨기고 블로그에 홍보성 글을 올리면 표시·광고법 위반에 해당한다. 같은 맥락에서 SNS 활동도 법에 어긋날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평점·순위 조작 논란도 이어져 ‘유령 계정’을 이용한 조작 논란도 끊이지 않는다. 최근 한 페이스북 페이지에 가수 B 씨의 신곡 관련 게시물이 올라왔다. 인지도가 높지 않지만 얼마 뒤 ‘좋아요’ 횟수가 3000개를 넘었다. 하지만 추천한 계정의 상당수에는 사진이나 글이 거의 없었다. 인터넷에선 추천 수와 댓글을 조작해 준다는 업체를 쉽게 찾을 수 있다. ‘페이스북 좋아요 1000개에 3만5000원, 댓글 100개에 10만 원’ 식으로 홍보한다. “원하는 내용대로 댓글을 달아주겠다”며 월정액 서비스도 제공한다. 음원 사이트에서 여러 계정을 운영하다 발각된 사례도 있다. 마음만 먹으면 평점 조작이 가능한 셈이다. “노래 한 곡을 1위로 만드는 데 1억 원에서 1억5000만 원이 든다”는 말이 공공연한 비밀처럼 거론된다. 일각에서는 순위 조작 가능성도 제기하지만 음원 사이트 측은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의견이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단기적으로 스텔스 마케팅을 통해 유명하지 않은 가수가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대중의 불신이 커지면서 결국 능력 있는 신인의 등장을 가로막을 것”이라고 말했다.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여성 강사가 학원 제자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다는 ‘미투(#MeToo·나도 당했다)’ 글은 학생의 자작극으로 확인됐다(본보 2월 22일자 A13면 참조). 해당 학생이 강사의 돈으로 주식 거래를 하다 실패한 게 이유였다. 8일 경찰 등에 따르면 2016년 초 서울 강남의 한 학원에서 여강사 A 씨는 자신의 강의를 듣던 10대 B 군을 알게 됐다. B 군은 A 씨에게 “부모님이 주식 투자를 한다. 또 주변에 주식 투자를 잘하는 형들이 많다”며 수차례에 걸쳐 주식 관련 자료를 보여줬다. A 씨는 B 군이 추천한 주식을 매입해 수익도 냈다. 같은 해 4월 A 씨는 주식 거래를 할 수 있는 휴대전화를 새로 개통한 뒤 B 군에게 건넸다. 그리고 주식 거래 계좌에 1억3000만 원을 입금했다. 사실상 B 군에게 주식 투자를 맡긴 셈이다. 그러나 3개월 동안 B 군은 약 3000만 원의 손실을 봤다. A 씨는 “B 군에게 물었지만 ‘손실은 없다’고 둘러댔다”고 주장했다. A 씨에 따르면 같은 해 10월 또다시 손해가 발생하자 B 군은 연락을 끊었다. 이후 어렵게 연락이 닿자 A 씨는 손실금을 갚고 주식 거래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B 군은 일부 돈을 갚았지만 이후에도 계속 주식 투자를 했다. 하지만 B 군은 A 씨가 주식 투자를 다시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급기야 A 씨는 학교를 통해 B 군 부모와도 갈등을 빚게 됐다. 이에 앙심을 품은 B 군은 올 1월 말 학부모를 사칭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 “여강사가 자녀에게 부적절한 관계를 강요했다”는 취지의 거짓 폭로 글을 올렸다. 이 글은 당시 미투 운동과 맞물려 온라인을 통해 급속히 확산됐다. B 군은 이런 내용을 A 씨가 일하는 학원에 보내기도 했다. B 군은 명예훼손 혐의가 인정돼 현재 서울가정법원에 송치된 상태다. A 씨는 “내 잘못도 있으니 돈을 모두 돌려받고 싶은 생각은 없다. 아이가 반성했으면 한다”고 말했다.황성호 hsh0330@donga.com·이지운 기자}

서울 여의도 벚꽃축제가 7일 개막했다. 때늦은 꽃샘추위에도 수많은 시민들이 축제 현장을 찾았다. 하지만 축제장 곳곳은 어김없이 쓰레기로 몸살을 앓았다. 벚꽃이 만개한 여의도고교에서 서강대교 남단까지 약 1.5km 구간을 걸을 때마다 쓰레기가 발에 차였다. 여의도 벚꽃축제는 올해로 14회. 매년 쓰레기 문제가 눈살을 찌푸리게 하지만 별반 나아지지 않고 있다. 오전 10시. 이때만 해도 현장은 깨끗했다. 약 5시간 전 환경미화원들이 말끔히 청소한 덕분이다. 벚꽃길 1.5km 울타리에는 노란색 자루 72개도 새로 걸렸다. 20m 간격으로 하나꼴이다. 영등포구가 설치한 임시 쓰레기통이다. 낮 12시경 지하철 여의나루역 2번 출구에서 원효대교 방면으로 약 100m 떨어진 현장. 이미 근처에 설치된 자루들은 쓰레기로 가득 찼다. 소시지와 핫도그 닭꼬치 번데기 등을 파는 노점상이 버린 식자재 상자와 비닐 등이었다. 자루가 가득 차자 한 노점상이 닭꼬치가 들었던 갈색 상자를 옆에 던졌다. 잠시 후 축제를 찾은 시민들은 기다렸다는 듯 나무꼬치와 종이컵, 먹다 버린 떡볶이, 어묵국물 등 각양각색의 쓰레기를 빈 상자에 차례로 버렸다. 이어 노점상이 정체 모를 쓰레기가 담긴 커다란 검정 비닐봉투를 쓰레기 더미 위로 던졌다. 오후 3시경 폭 2m, 높이 1m 규모로 손수레 한 대 분량의 쓰레기가 쌓였다. 다른 곳에도 작은 ‘쓰레기 산’이 생겼다. ‘쓰레기 산’의 높이가 높아질수록 질서의식은 추락했다. 머뭇거리던 시민들마저 아무렇지 않게 쓰레기 투기 행렬에 가세했다. 자원봉사자들이 ‘재활용품 분리’를 요청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김모 씨(21·여)는 “상자에 쓰레기가 많아 당연히 쓰레기통으로 만들어둔 거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노점상들이 버린 크고 작은 쓰레기가 ‘깨진 유리창’(사소한 문제를 방치하면 더 큰 범죄가 될 수 있다는 것)으로 작동한 것이다. 오후 5시. 축제장은 이제 ‘사람 반 벚꽃 반’이 됐다. 쓰레기 쌓이는 속도는 더욱 빨라졌다. 지하철 여의나루역 2번 출구 앞에는 집으로 가는 사람들이 지하철을 타기 전 버린 음식물 쓰레기가 전단과 함께 바닥에 뒤엉켜 있었다. 환경미화원들은 수시로 쓰레기를 실어 날랐다. 하지만 쓰레기 쌓이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 한 미화원은 “아무리 치워도 한 시간도 못 가 다시 똑같이 쌓인다”고 말했다. 이날 구청은 두 차례나 불법 노점상 단속을 실시했다. 무용지물이었다. 노점상들은 단속반이 떠난 뒤 다시 돌아와 버젓이 영업을 했다. 오후 10시경 노점상 대부분이 하루 장사를 정리하고 있었다. 하지만 쓰레기를 종량제 봉투에 담아 처리하는 상인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솜사탕을 파는 한 상인은 쓰고 남은 설탕가루를 그대로 바닥에 쏟았다. 어묵을 팔던 상인은 남은 국물을 그대로 잔디밭에 쏟아버렸다. 그러면서 “사실은 대부분 시민들이 버린 쓰레기다” “여기 놔두면 환경미화원이 알아서 치운다” 등의 말을 남겼다. 깨끗했던 벚꽃축제장은 정확히 12시간 후 쓰레기장으로 변했다. 8일 오전 5시경 미화원들의 청소가 ‘도돌이표’처럼 반복됐다. 하지만 인파가 몰리면서 똑같은 현상이 반복됐다. 그나마 오후 들어 쓰레기 투기는 줄었다. 비가 내린 탓에 노점 이용이 줄어든 덕분이다. 영등포구 관계자는 “매일 환경미화원 60여 명을 투입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노점상뿐 아니라 일반 시민의 의식이 바뀌지 않는 한 쓰레기장이 된 벚꽃축제장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징역 24년이 말이 되는가. 24초도 감옥에 있어선 안 되는 분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66·구속 기소)에 대한 법원의 1심 선고 직후인 6일 오후 4시경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격앙된 반응을 쏟아냈다. 이날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재판 시작 전부터 ‘박 전 대통령 무죄 석방 촉구’ 집회를 하던 대한애국당 등 보수단체 회원 2000여 명(경찰 추산)은 박 전 대통령에게 징역 24년에 벌금 180억 원의 중형이 선고되자 크게 반발했다. 휴대전화로 재판 생중계를 지켜보던 한 참가자는 “김○○ 부장판사 개××”라며 재판부를 향해 욕설을 내뱉었다. 집회 사회자가 “선고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연단에 드러눕자 참가자들도 일제히 도로 위에 눕기도 했다. 집회 현장에는 참가자들이 장례식장에서 사용되는 관과 대형 작두 조형물을 세워놓기도 했다. 경찰은 이날 질서 유지를 위해 법원 주변에 3000여 명의 경찰을 투입했다. 시위대는 법원 입구로 향하는 길목을 막고 있던 경찰관들에게 “왜 막느냐”며 몸싸움을 시도했다. 일부 참가자는 현장을 촬영하던 기자를 국기봉으로 폭행하기도 했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지난달 21일 일본인 이시다 미즈에 씨(36·여)는 한국 땅을 밟자마자 곧바로 서울 마포구로 향했다. 그가 도착한 곳은 CJ E&M 본사 앞. 아이돌 그룹 JBJ의 해체 반대 집회가 열리는 곳이다. JBJ는 지난해 CJ E&M의 음악전문채널에서 방송된 ‘프로듀스 101 시즌2’에 출연한 가수들로 구성됐다. 한시적으로 운영하는 그룹이라 이달 30일을 끝으로 해체될 예정이다. 이에 반대하는 팬들은 연이어 집회를 열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여기에는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팬들도 가세했다. 이날 집회에는 이시다 씨뿐 아니라 미국과 태국에서 온 팬도 합류했다. 100명 안팎이 모인 집회에서 이시다 씨는 서툰 한국말로 “JBJ 활동 연장 재검토를 추진하라”란 구호를 따라 외쳤다. 국내외 팬이 모인 다국적 집회는 지난달 25일과 30일에도 열렸다. 매번 국적이 다른 해외 팬 2∼5명이 꾸준히 참석하고 있다. 태국인 부아러드 타낫차 씨(27·여)는 “집에 가는 비행기 티켓을 취소하고 시위에 참석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케이팝의 인기가 계속되면서 아이돌을 향한 팬덤도 한층 진화하고 있다. 이시다 씨처럼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을 위해 직접 한국을 찾아 집회에 참가하고 안티 팬에 대해 직접 법적 대응에 나서는 등 사실상 ‘제2의 소속사’ 역할까지 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아이돌 그룹 엑소(EXO)의 멤버 찬열의 팬클럽은 경찰에 고발장을 냈다. 찬열을 비방하는 악플러들을 처벌해 달라는 것이었다. 팬들은 찬열의 이름으로 직접 고소할 경우 자칫 이미지 실추가 우려된다는 이유로 대리 소송전에 나섰다. 팬들은 찬열에 대한 악성 댓글이 심각하자 무려 2년 동안 일일이 댓글을 캡처하는 등 증거 자료를 모았다. 변호사 선임을 위해 모금 활동도 벌였다. 소속사를 대신해 홍보에 나서는 사례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JBJ 팬들은 데뷔 전부터 모금 활동을 벌였다. 특히 해외 팬의 호응이 컸다. 미국과 중국 싱가포르 영국 등 전 세계에서 2000만 원이 모였다. 이 돈으로 지하철 2호선 삼성역에 JBJ의 데뷔를 기원하는 광고를 냈다. 이시다 씨는 “지금껏 JBJ를 위해 쓴 돈만 수천만 원이지만 전혀 아깝지 않다”고 말했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안 가져가셨어요. 처리 좀 해주세요.’ 4일 오후 서울 강남구의 한 아파트 단지 분리수거장에 내걸린 팻말의 내용이다. 이 아파트 경비원이 직접 쓴 팻말이다. 나흘째 쓰레기를 가져가지 않은 수거업체를 향해 호소한 것이다. 이 아파트 분리수거장에는 폐비닐이 가득 찬 마대가 20개 넘게 쌓여 있었다. 분리수거장 옆 주차장에는 스티로폼 쓰레기가 산을 이루고 있었다. 경비원 임모 씨(72)는 “다음 주도 수거를 안 해 가면 아마 쓰레기가 주차장 전체를 차지하고도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환경부의 ‘정상화’ 발표에도 불구하고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일부 지역의 재활용쓰레기 대란은 좀처럼 해결되지 않고 있다. 해당 아파트 단지마다 주민과 경비원들의 불편이 한계치에 다다른 모습이다. 주민들이 집 안에 쌓인 쓰레기를 어쩔 수없이 가지고 나왔다가 말리는 경비원과 말다툼을 벌이는 장면도 자주 목격됐다. 견디다 못한 경비원끼리 “이번에는 당신이 정리할 차례”라며 갈등을 빚기도 했다. 쓰레기 수거 및 선별을 계속 중단하고 있는 업체들은 “우리를 죄인 취급하지 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선별 업체 A사 사장 최모 씨는 이날 선별장을 찾은 기자에게 직접 플라스틱 더미를 뒤진 뒤 보라색 샴푸통을 들어 보였다. 그는 “이건 색깔 있는 플라스틱이고 재료도 폴리프로필렌(PP) 폴리에틸렌(PE) 페트(PET)가 섞여 있다. 돈이 되지 않는다”고 말한 뒤 멀리 던졌다. 그러고는 한쪽 끝에 모아 놓은 투명비닐 더미를 가리켰다. 최 씨는 “이 정도면 그나마 깨끗한 건데도 가공업체로 가면 대부분 쓰레기로 전락한다”고 말했다. 이경로 한국자원수집운반협회 부회장은 “재료가 섞인 혼합 플라스틱을 받아주던 선별장 10곳 중 7곳은 최근 몇 년 사이 도산한 거나 다름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아파트 현장에서 확인한 플라스틱 쓰레기 중에는 불투명하거나 색깔이 있는 세제용기, 여러 종류의 플라스틱을 섞어 만든 생수병 등이 많았다. 한국고물상연합회 관계자는 “단단한 국산 페트병은 말랑말랑한 외국 페트병에 비해 재활용에 적합하지 않다”고 말했다. 돈이 되지 않다 보니 수거 업체들이 가져간 비닐과 플라스틱 중에는 재활용을 위해 선별 업체로 넘기는 것보다 버리는 게 더 많다. 수도권의 B사 대표 홍모 씨는 “비닐은 한 달 수거량 500t 중 300t을 버린다. 플라스틱도 1200t 중에 30% 정도는 쓰지 못한다”라고 말했다. 비닐의 경우 그나마 재활용 가능한 것도 선별 업체에 넘기려면 오히려 kg당 30∼100원을 내야 한다. 작업을 할수록 손해를 보는 것이다. 업체들은 플라스틱에 이어 폐지 수거도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해 말 kg당 150원 안팎이던 폐지 가격은 40원까지 떨어진 상태다. 수거 업체들은 그동안 폐지 등 ‘돈이 되는’ 재활용품을 팔아 비닐과 플라스틱 수거에서 나오는 적자를 메웠다. 하지만 폐지 값이 떨어지면서 이마저 여의치 않게 된 것이다. 경기 남양주시의 한 수거업체 관계자는 “kg당 40원 이하로 가격이 내려가면 거의 자선사업이다. 문 닫을 준비를 해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이지운 easy@donga.com·조응형·조유라 기자}
《 재활용 쓰레기 수거 대란은 사흘째인 3일 ‘현재 진행형’이다. 2일 ‘정상 수거’를 발표했다가 말을 바꾼 환경부는 3일 “41개 업체로부터 전량 수거 약속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쓰레기 선별 업체들은 이날도 기계를 끄고 작업을 중단했다. 아파트 단지마다 재활용 쓰레기가 산처럼 쌓이고 있다. 애꿎은 아파트 경비원과 영세 수거업체는 몸살을 앓고 있다. 》 3일 오전 11시경 인천의 한 재활용 쓰레기 선별 업체. 100개 가까운 수거 업체로부터 쓰레기를 공급받는 대형 업체다. 평소 이 시간이면 선별장에서 쓰레기를 분류하는 작업이 한창이다. 선별 기계가 돌아가는 소리에 대화도 힘들다. 하지만 이날은 조용했다. 쉴 새 없이 움직이던 선별 기계도 멈춰 있었다. 그 대신 기계 옆에는 비닐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높이가 5m 가까이 됐다. 가까이 다가서자 악취가 코를 찔렀다. 이 업체는 환경부로부터 ‘정상 수거’ 협조 요청을 받은 수도권 48개 업체 중 하나다. 하지만 이날 예정대로 작업을 거부했다. 일부 수거 업체가 가져다 놓은 폐비닐이 선별장에 쌓여 가고 있다. 서울 강동구에 위치한 또 다른 선별 업체도 작업을 중단했다. 이 업체에 방치된 비닐과 스티로폼은 40t에 육박했다.○ 환경부-업계 갈등 여전 수도권 아파트 단지에서는 이날도 비닐과 스티로폼 등 재활용 쓰레기 수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벌써 사흘째다. 앞으로 상황도 밝지 않다. 환경부와 재활용 선별 업체들의 협의가 진행 중이지만 기 싸움만 팽팽하다. 환경부는 3일 “한국자원순환유통지원센터(유통지원센터)가 41개 수거 업체로부터 오염 여부와 상관없이 전량 수거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밝혔다. 전날 환경부는 업체들의 정확한 동의 없이 “수거를 재개하기로 했다”고 밝혀 ‘거짓 발표’ 논란을 일으켰다. 이에 대해 환경부는 “유통지원센터가 전화로 확인하는 과정에서 48개 업체 중 14개가 ‘깨끗한 폐비닐만 수거하겠다’고 답했는데 이를 완전 정상화로 잘못 발표했다”며 일부 잘못을 시인했다. 유통지원센터는 수거 약속을 한 업체로부터 서면 동의서를 받을 계획이다. 환경부는 또 48개 업체의 사업장을 방문해 현장 점검을 시작했다. 하지만 일부 업체는 여전히 “(환경부의) 전량 수거 방침에 동의한 적 없다”는 상황이다. 수거 업체 A사 관계자는 “일단 재활용 쓰레기를 받기는 할 것이다. 하지만 깨끗하지 않은 재활용 쓰레기가 있을 경우 (배출한 아파트 등이) 처리비용을 내지 않으면 쓰레기를 받지 않겠다”고 말했다.○ 현장 혼란, 언제까지 이어지나 재활용 대란이 여전히 속 시원하게 해결되지 못하자 아파트 주민과 관리사무소, 영세 수거 업체의 혼란도 커지고 있다. 이날도 취재진이 찾은 아파트 중에는 수거되지 않은 비닐과 스티로폼을 그대로 쌓아 놓은 곳이 많았다. 재활용 쓰레기 수거가 이뤄지는 일부 아파트도 상황은 비슷했다. 수거 업체들이 쓰레기 상태를 깐깐하게 확인한 뒤 문제가 있으면 수거를 거부하는 것이다. 이날 서울 중구의 한 아파트에서 만난 경비원 황모 씨(67)와 이모 씨(66)는 어른 몸통 만 한 대형 비닐봉투 10여 개를 하나하나 뜯고 있었다. 오전 일찍 수거 업체가 왔지만 “재활용할 수 없는 쓰레기가 섞여 있다”며 작업을 거부하고 떠났기 때문이다. 폐비닐이 들어 있는 봉투를 뜯을 때마다 라면 봉지와 오렌지 껍질 같은 쓰레기가 쏟아졌다. 경비원들은 비닐에 붙은 플라스틱 구성품도 일일이 오려냈다. 황 씨는 “재활용 쓰레기 분리를 제대로 하라고 하루 종일 하소연해도 입주민들이 듣지를 않는다. 다음 주에도 업체가 수거를 거부하면 어떻게 해야 하나 막막하다”고 말했다. 수거 업체도 난처하다. 한 수거 업체 사장은 “아파트에서는 ‘제발 가져가 달라’고 부탁하고, 선별 업체는 ‘안 된다’고 하니 중간에서 어쩌라는 건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한편 이낙연 국무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수도권 재활용 쓰레기 수거 혼란에 대해 사과했다. 이어 “제때에 대처하지 않고 문제가 커진 뒤에야 부산을 떠는 것은 책임 있는 행정이 아니다”라며 환경부를 비판했다.이지운 easy@donga.com·이미지·조유라 기자}

“마스크? 있기는 한데 겨울에 써야지. 지금 쓰면 아깝잖아….” 26일 서울 노원구 중계동 백사마을에서 만난 송모 씨(86)가 무심한 표정으로 말했다. ‘뭘 그런 걸 묻느냐’는 말투였다. 이날 서울지역에는 초미세먼지(PM2.5) 주의보가 내려졌다. 하지만 송 씨는 마스크도 쓰지 않은 채 뿌연 먼지 사이를 뚫고 경로당으로 가고 있었다. 연신 ‘쿨럭’ 소리를 내며 기침을 했다. 가래를 뱉기도 했다. 송 씨는 “몇천 원짜리 마스크를 어떻게 사? 어디서 갖다 주면 몰라도, 내 돈 내고 살 형편이 돼야지” 하며 걸음을 재촉했다. 백사마을은 서울의 ‘쪽방촌’ 중 한 곳이다. 이날 1시간 동안 백사마을에서 만난 28명의 노인 중 마스크를 쓴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24일 시작된 미세먼지가 나흘째 이어지면서 힘든 저소득층이나 야외 근로자들의 피해가 우려된다. 경제적 이유로 마스크조차 마련하기 힘들 뿐 아니라 장시간 노출에 대비한 근본대책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27일 서울 동대문구의 5층 건물 공사현장. 바람이 불 때마다 먼지와 모래가 뒤섞여 날렸다. 이곳에서 만난 하청업체 근로자 3명은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다. 이모 씨(31)는 “이곳처럼 작은 공사장에서 미세먼지 마스크를 달라고 하는 건 딱 눈치 없는 행동으로 보인다”라며 씁쓸하게 말했다. 그 대신 이들은 수건으로 입을 가렸다. 수건 한 장은 초미세먼지는 물론 미세먼지(PM10)도 막지 못한다. 아르바이트생들도 마찬가지다. 이날 서울 동대문구의 한 중국집 앞에서 만난 박모 씨도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배달을 준비 중이었다. 박 씨는 목에 걸고 있던 수건을 기자에게 보여주며 “이걸로 미세먼지를 막는 수밖에 없다. 평소에는 괜찮았는데 어제는 머리가 ‘찡’ 하고 조금 아프긴 했다”고 말했다. 환경미화원 사정은 나은 편이었다. 서울의 한 구청 소속 환경미화원인 30대 A 씨는 최근 일회용 미세먼지 차단 마스크 10개를 지급받았다. 미세먼지 차단 마스크가 지급된 건 올해가 처음이다. 하지만 A 씨가 주 6일 일하는 걸 감안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언제 추가로 지급될지 기약이 없다. 혹시나 하고 마스크를 빨아도 봤지만 아예 쓸 수 없게 돼 버려야 했다. A 씨는 “환경미화원 중에는 퇴직 후 폐질환으로 고생하는 사람이 꽤 있다. 교통대책도 좋지만 환경미화원에게 마스크라도 제대로 줬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는 다음 달 중 노인복지관과 장애인복지관 경로당 등에 미세먼지 차단 마스크를 무료로 비치할 계획이다.황성호 hsh0330@donga.com·이지운·김정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