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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취임한 김용학 연세대 총장은 “존중받고 존경받는 대학, 미래를 이끌어 가는 대학으로 만들겠다”고 강조한다. 김 총장은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100세 시대 △네트워크 사회 △공감문명에 대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연세대는 100세 시대에 대비해 교육방식을 획기적으로 바꾸려 한다. 인공지능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바둑 대국에서 본 것처럼 2045년이면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능을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사회에서 살아가려면 대학이 현재 수준의 전공 지식만을 가르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라는 게 김 총장 생각이다. 스펙을 쌓는 데 젊음을 맞바꾸고 점수가 지성을 지배하는 현재 대학에서는 미래의 인재를 키워 나갈 수 없다. 김 총장은 “대학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사고능력을 가르쳐야 한다”며 “문학 역사 철학에 근거한 기초교육이 바로 그것”이라고 말했다. 연결과 융합 능력 갖춘 인재 육성 학생에게 문과와 이과의 경계를 뛰어넘어 다른 분야 연구자와 대화할 수 있는 능력도 키워줄 방침이다. 네트워크 사회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네트워크 사회에서는 누구와 어떻게 연결돼 있느냐가 경쟁력의 원천이다. 창의력은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능력이 아니라 이미 있는 것들을 연결시켜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생각의 네트워킹 능력이다. 이웃과 환경에 관심을 갖고 다양성을 존중하며 정책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학생도 연세대가 추구하는 인재상이다. 산업 사회가 개인의 이익 추구에 의해 움직였다면 미래에는 공감에 기초한 나눔과 돌봄이 중요해질 것이다. 나눔의 정신은 연세의 창립정신에 녹아 있기도 하다. 연세대는 학생들의 창의적 사고를 키우기 위해 학부생 연구비 제도를 실시할 예정이다. 전공이 다른 학생들로 구성된 팀에 연구비를 주고 정한 과제를 해결하게 하는 것이다. 다른 학과 교수끼리 공동 연구를 하면 연구비에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등 학문 간 융합 연구도 유도할 방침이다. 교직원 식당에 세미나 공간을 마련해 일상생활에서 자연스럽게 아이디어를 교환하게 할 예정이다. 의료원 교수와 본교 교수의 교류·협력 기회도 늘릴 계획이다. 김 총장은 “생명공학기술(BT)과 정보기술(IT), 의학 등이 융합하면 새로운 가치가 창출될 것”이라며 “신약 개발 중심지로 부상하는 송도 국제캠퍼스, 혁신도시에 있는 원주캠퍼스와 캠퍼스 간 네트워킹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창업 역량을 입시에도 적용 연세대는 학생들이 세계 시장을 무대로 삼을 수 있게 창업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김 총장은 “미래에는 졸업생들이 원하는 직장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감소할 것”이라며 “대학에서 창의력을 키운 학생들이 역량을 가장 잘 발휘할 수 있는 게 창업”이라고 말했다. 올해 3월부터 연세대는 학생 수요에 맞게 창업교과를 재정비했다. 개설 대학, 전공과 관계없이 학생이 창업 단계에 맞는 강좌를 쉽게 검색하고 들을 수 있게 관련 교과목을 통합했다. 창업 관련 강의 18개에는 ‘101’부터 ‘503’까지 단계를 뜻하는 번호가 붙어 있다. 예를 들어 창업이나 기업가 정신이 궁금하면 ‘창업101(한국의 빌게이츠를 향해)’을 수강하고, 아이디어 사업화와 실무를 배운 뒤 사회적 기업에 도전한다면 ‘창업403(사회적 기업과 혁신)’을 선택하면 된다. 연세대는 사업성이 있는 창업아이템을 가진 팀 50곳 정도를 선발해 200만∼500만 원을 지원해준다. 학점 이수가 가능한 정규 창업 강의를 통해 매년 창업동아리 50팀도 발굴한다. 실제로 ‘창업하기’라는 강의에서 발굴된 ㈜나라스테이스테크놀로지는 초소형 경량 위성을 제조해 올 5월 미국에서 위성 발사를 앞두고 있다. 올해부터는 ‘글로벌 스타트업 프로그램’(가제)을 운영한다. 국내에서 현지의 시장·문화·비즈니스 언어 등 기본역량을 높이기 위한 교육과 해외 법인 설립, 투자 유치 등 실전형 가상 모의교육을 시행하고 우수팀은 해외 엑셀러레이팅(민간투자) 프로그램에 참가시킬 방침이다. 입학처장을 지내기도 했던 김 총장은 창업전형을 새로운 학생 선발 방법으로 도입하는 것을 고려 중이다. 그는 “내신이나 논술 성적이 좋지 않아도 좋은 창업 아이디어를 갖고 있고 가능성을 가진 학생을 선발해 인재로 키우겠다”고 말했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김성익 삼육대 총장의 2월 취임식은 조촐했다. 취임식에서 볼 수 있는 흔한 플래카드 하나 없었고, 외부 손님도 초청하지 않았다. 직원들이 “새 총장이 취임했는데 준비할 게 하나도 없어 이상하다”며 불안해할 정도였다. 그러나 김 총장의 의지는 확고했다. “교육부가 지난해에 이어 2018년 실시할 구조개혁 평가에서 중소형 대학인 우리는 생존의 중대한 분기점에 선다. 참교육을 하려면 단순히 생존을 위한 지표 관리를 넘어 교육과정을 혁신해야 한다. 이런 긴박한 상황에서 지표 관리나 교육 혁신에 도움이 되지 않는 행사가 무슨 필요가 있느냐”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23일 서울 노원구 삼육대 총장실에서 김 총장을 만났다. 그에게는 학생 한 명 한 명을 변화시켜 세상을 바꾸겠다는 원대한 의지가 가득했다. ―취임하면서 ‘우리 학생들을 이렇게 만들겠다’고 다짐한 게 있다면…. “올해 설립 110주년을 맞은 삼육대는 꾸준히 인성교육을 강조해왔다. 거창한 담론을 이야기하기보다 학생들이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어 내가 행복해지는 삶’을 실천하도록 하고 싶다. 솔직히 우리 대학은 수능 성적 1등급만 오는 최고 대학은 아니다. 작은 대학이다. 하지만 학생들이 이곳에서 ‘내 일을 통해 남을 돕겠다’는 비전과 의지를 갖는다면 세상이 변하지 않겠나. 인성교육을 거창하게 해도 버스에서 어르신이 탔을 때 선한 마음에 따라 일어나지 않으면 삶의 현장에서 실천이 안 되는 것이다. 각자가 삶 속에서 타인의 행복을 위해 ‘진리와 사랑의 봉사자’가 되는 것. 그러한 사명감과 의식을 가진 학생 하나하나가 모여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 ―삼육대는 오래도록 인성교육을 해왔는데 학생들이 변화한 걸 느끼나. “삼육대를 졸업한 학생을 채용한 한 기업체 사장을 만났다. 이 사장은 ‘그 직원이 경리 담당은 아니지만 내가 외국에 나갈 때 꼭 도장을 맡긴다. 은행에서 돈 찾을 일이 있을 때도 그 직원에게 얘기한다’고 했다. 또 다른 중소기업체 사장은 ‘보통 출장비를 받으면 어떻게든 전부 쓰거나 다 안 썼어도 썼다고 보고하기 마련인데 삼육대 졸업생은 꼭 반납한다’고 말했다. 그래서인지 그 졸업생은 성적이 상위권도 아니었는데 회사에서 승진을 빨리 했다. 이처럼 외부인들이 ‘삼육대 학생들이라면 믿음이 간다’고 한다. 우리 인성교육에 자부심을 갖는 이유다. 올해 신입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인성교육 캠프(MVP 캠프)에서 이렇게 강조했다. 각자의 아이로부터 ‘엄마 아빠가 내 부모라서 너무 행복하다’는 말을 들을 수 있게 살라고 했다. 그런 생각만 갖고 살아도 하루하루 삶이 달라질 수 있다.” ―‘글로컬 인재 양성’을 목표로 하는 이유는…. “오늘날 필요한 인재가 글로컬 인재다.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는 세계적인 시민의식을 갖고 지역 문제를 능동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창의적 인재다. 이제 세계화와 지역화가 조화를 이루는 동반성장, 지속 가능한 성장이 추구되는 시대이기에 글로컬을 강조한다.” ―학생들에게 글로벌 마인드를 심어주기 위한 프로그램은…. “교양필수로 실용영어 과정을 운영한다. 외국어 실력이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마일리지 혜택을 부여하는 외국어 인증제도 있다. 마일리지 포인트는 장학금으로 전환해 받는다. 교양 강좌에서 외국어 강의 비율을 확대하고 있다. 이를 위해 외국인 교수를 많이 채용하고 있다. 전체 교수(210명)의 4분의 1을 넘었다. 여름·겨울방학에 해외봉사단을 400∼800명까지 파견한다. 단순히 외국어를 공부하라는 의도보다는 언어와 문화를 넘어선 인류애를 이해하고 오라는 취지다.” ―국제화 캠퍼스 구축도 추진하고 있다고 들었다. “국제화 캠퍼스 건립은 삼육대의 숙원 사업이다. 학교 부지를 확대해 국제캠퍼스를 구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외국 학생들이 인성교육과 보건특성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우리 대학에 매력을 느낀다. 특히 중국인 중상류층 학부모들은 건강하고 건실한 면학 분위기가 조성된다면 비용과 상관없이 한국에 유학을 보내고 싶어 한다. 외국인 학생 수를 늘리는 건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대학 문제를 해결하고, 재학생들이 굳이 유학을 안 가도 국제화 환경에 노출될 수 있어 일석이조인 전략이다.” ―지역 주민을 위해 어떤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나. “모든 신입생이 그린교육장에서 기른 청정 유기농 채소를 올해부터 가정형편이 어려운 지역 주민들에게 공급하려고 한다. 지난해 직접 키운 배추 1000포기로 김장을 담가 지역 주민에게 나눠줬는데 반응이 좋았다. 학생들이 노동의 기쁨뿐만 아니라 나눔의 즐거움을 배울 수 있다. 노원구와 ‘노원 어린이 영어캠프’ ‘노원 어린이 과학캠프’도 진행한다. 방학에 대학 생활관과 캠퍼스를 활용해 초등학생에게 영어, 과학을 가르친다. 노원구의 후원을 받아 노원영어과학교육센터도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현재 운영 중인 특성화 사업은…. “삼육대의 건강과학특성화사업단은 2014년 교육부 주관 ‘수도권대학 특성화사업’에 선정됐다. 5년간 국고 86억 원을 지원받는다. 삼육대는 중독 분야를 새로운 직업군으로 창출하고 있다. 술 마약 도박 인터넷 등 중독 문제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됐지만 중독 전문가 양성 기관은 전무하다. 이에 2014년 국내 최초로 중독연계전공을 신설했다. 현재 학생 429명이 중독연계전공을 이수하고 있다. 한국생산성본부와 함께 중독전문가 자격증도 개발했다. 현재는 민간자격증이지만 국가자격 공인화 작업이 완료되면 중독 관련 국내 최초의 국가자격증이 된다. 중독 분야는 국내에 국한된 이슈가 아니라 해외 진출도 용이하다. 삼육대는 학생들이 중독될 수 있는 술과 담배 금지는 물론이고 교내에서 커피도 팔지 않는다.” ―앞으로 운영하고 싶은 특성화 사업은…. “첨단도시농업 특성화 사업을 신청하고 싶다. 삼육대는 노원구로부터 첨단도시농업시설 투자를 받아 2013년 5월 ‘에코팜’을 설립했다. 청정 채소와 장식용 선인장 등을 생산하고 있다. 사양길에 들어선 농업 분야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고 싶다. 인성교육 특성화 사업 수주도 목표다. 오래전부터 인성교육을 강조해온 삼육대는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프로그램을 많이 갖고 있다. 인성교육진흥법에 맞는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해 인성교육추진기관으로 등록하고 전국적으로 인성교육을 하려고 한다. 경기 양평영어마을에 조성되는 인성테마파크 사업에도 컨소시엄으로 참여하고 있다.” ―대학 재정을 확대하기 위한 방안은…. “앞에서 설명한 특성화 분야로 정부재정지원사업을 수주하는 것 외에 교수들의 창업을 적극 장려할 생각이다. 대학은 보수적이라 실패를 두려워해 창업이 어렵다. 하지만 나는 실패하더라도 도전을 적극 장려한다. 욕심은 재임 기간에 꽃을 피우면 좋겠지만 창업의 기반이라도 닦는다면 여한이 없겠다.” ▼3박 4일 캠프·노작교육·사회봉사… 신입생부터 졸업생까지 철저한 인성교육▼삼육대의 ‘MVP 프로그램’삼육대는 학생들이 입학하기 전부터 졸업할 때까지 꾸준히 인성교육을 시킨다. 목표는 ‘미션(Mission) 비전(Vision) 열정(Passion)을 지닌 글로컬 인재 양성’. 2010년부터 운영하고 있는 ‘MVP 프로그램’이 삼육대 인성교육의 핵심이다. 올해는 글로컬 리더십 과정을 신설했다. 학년마다 인성교육 과정을 모두 이수하면 글로컬 리더십 수료증과 함께 인성교육진흥사 자격증을 수여한다. 삼육대의 인성교육은 대외적으로도 인정받았다. 2011∼2013년, 2015년 한국언론인연합회에서 주최하는 ‘참교육대상’에서 인성교육 부문 대상을 수상했다.신입생들은 입학 전부터 인성교육을 받는다. ‘MVP 캠프’는 입학 전 오리엔테이션 프로그램으로 3박 4일간 교내에서 진행된다. 명사초청 강연, 공동체 훈련, 학과별 미팅, 총장과의 대화 등으로 진행된다. 선배들로 구성된 소그룹이 대학의 비전을 공유하도록 돕는다. 이 프로그램에 대한 학생들의 만족도는 항상 4점 이상(5점 만점)으로 높다.입학한 뒤에는 ‘MVP+캠프’가 진행된다. 학과별로 신입생을 대상으로 안면도에 있는 삼육대 인성교육수련원에서 2박 3일 동안 실시한다. 프로그램은 진로 설정, 겸손 예식, 사랑 나눔, 봉사 활동, 습관 고치기 등으로 진행된다.‘노작교육’이라는 삼육대 고유의 인성교육 프로그램도 있다. 1학년 학생들이 농작물을 키우며 자연의 소중함과 노동으로 흘린 땀의 결실을 느껴보는 교양필수 과목이다. 학생들의 사회봉사 활동을 장려하기 위해 사회봉사 과목도 필수로 지정했다. 여름·겨울방학에는 의료 어학 건축 등 자신의 전공을 살려 국내 및 해외봉사대로 참가하기도 한다.2, 3학년 학생을 위해서는 심화 인성교육 과정 ‘MVP 챌린저’를 운영한다. 글로컬 리더십 이론 교육과 함께 인성교육 실습을 한다. 이 과정을 마치면 인성교육진흥사 2급 자격증이 주어진다. 4학년 때는 국제협력 개발과 지역사회공헌 프로젝트를 개발하는 ‘MVP 마스터’ 과정을 이수할 수 있다. 이 학생들은 국내·해외봉사대의 팀장을 맡는다. 이 과정을 마치면 인성교육진흥사 1급 자격증이 발급된다.:: 김성익 총장 프로필 ::△1960년 경남 통영 출생△삼육대 신학과 졸업·박사과정 수료△필리핀 AIIAS대 신학 석사△미국 앤드루스대 신학 박사△1999∼2000년 삼육대 교목부장△2007∼2009년 삼육대 신학전문대학원 교학부장△2009∼2012년 삼육대 교목처장 및 대학교회 담임목사△2005년∼현재 SDA 대총회성서연구소 위원회 위원△2016년∼현재 한국사립대학 총장협의회 부회장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국민대는 지난해 교육부가 발표한 대학구조개혁평가에서 최우수 평가(A등급)를 받았다. 유지수 총장은 이 같은 결과에 대해 “‘실천궁행’ 건학이념과 ‘산업주의’ 육영이념을 바탕으로 한 실용적 교육 덕분”이라고 강조한다. 국민대가 추구하는 세 가지 가치 역시 △실용적 사고 △실용적 경험 △실용적 사고다. 실용적 교육의 대표적인 사례는 전교생에게 실시하는 정보기술(IT) 교육과 글쓰기 교육이다. 1학년 필수 교과목으로 ‘인생설계와 진로’ 과목을 지정해 학생들이 자신을 발견하고 또 되고자 하는 목표를 설정하게 한다. 지난해 1학기부터는 ‘컴퓨터 코딩교육’과 ‘토익 강좌’도 필수로 지정했다. 이공계 학생도 기초회계를 듣게 해 융합적이고 실용적인 지식을 기를 수 있도록 하고 있다.특성화, 산학협력, 국제화 집중 2012년 취임한 유 총장이 그동안 가장 신경을 쓴 건 특성화, 산학협력, 창업, 국제화였다. 결과는 화려하다. 2014년 교육부의 산학협력선도대학 육성사업에 선정됐고, 수도권대학 특성화사업에서는 국민대의 각종 사업단들이 최다로 선정됐다. 지난해는 창업선도대학 육성사업에도 선정돼 글로벌창업벤처대학원을 설립했다. 학위과정 외국인 학생이 1621명, 교환학생은 1236명까지 늘었다. 무한경쟁시대에서 대학도 기업처럼 독창적이고 차별화된 인재를 배출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게 유 총장의 생각이다. 유 총장은 “국민대는 융·복합과 차별화를 내세워 다양한 분야에서 특성화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며 “특성화와 관련해서는 다른 대학보다 오랜 전통과 교육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대는 사회 수요와 시너지, 핵심 역량을 원칙으로 설정하고 학사 조직을 다시 설계하고 있다. 전략적 영역을 세 가지 설정했다. 자동차 소프트웨어(SW) 전자 등을 주축으로 하는 ‘엔지니어링’ 영역, 보안 식품 바이오를 중심으로 하는 ‘융합과학’ 영역, 인문 건축 경제를 아우르는 ‘융합콘텐츠’ 영역이다. 기업의 요구와 수요를 반영한 프로그램과 교과목도 운영 중이다. 국민대는 기업 인사담당자 간담회, 중소·중견기업 간담회, 현장실습기관 방문, 교수 기업방문, 재직동문 특강 등을 통해 조기진로 설정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진로 교과목을 필수로 지정했다. 기업에 입사한 뒤 바로 현장에 투입될 수 있는 실무형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프로그램도 있다. 실무형 맞춤 인재교육 프로그램이 대표적인데 기업의 경영환경에 맞는 직무교육을 실시하고 비즈니스 마인드, 공통직무역량, 핵심직무역량에 대한 교육과 함께 핵심직무 프로젝트를 약 5개월간 진행한다. 창업 지원도 적극적이다. 창업경진대회나 로켓피치(로켓을 발사하는 2∼3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자신의 아이디어를 발표하는 것)를 통해 다양한 아이디어와 예비 창업가를 발굴한다. 창업을 위한 역량강화 프로그램, 사업화 지원 프로그램, 성장지원 프로그램, 글로벌 진출지원 프로그램도 단계적으로 지원 중이다. 인문계열 및 여학생 창업 취업 지원 프로그램 취업에 취약한 인문사회계열 학생과 여학생을 위해 ‘중소·중견기업 현장채용 캠프’ ‘여학생 직무능력 특성화 프로그램’과 채용 연계형 인턴십 ‘취업연계 중점대학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학생과 교수들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지난해 학부교육선도추진단을 설치하고 전체 신입생을 대상으로 학습윤리 의무교육과 성격유형검사(MBTI)를 실시했다. 학생의 교과·비교과 활동 역량을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K-스타 트랙’ 시스템을 구축했고, 실시간으로 강의를 녹화해 제공하는 시스템도 마련 중이다. 교수들도 수업 컨설팅, 창의아카데미 등을 통해 교육 역량을 향상하고 있다. 국민대의 최종 목표는 ‘국민이 원하는 실천적 국민인 배출’이다. 유 총장은 “국민대 학생들은 학교 교육을 통해 인문역량, 소통역량, 글로벌역량, 창의역량, 전문역량 등 다섯 가지 핵심역량을 갖게 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국민대는 △교실이 아닌 현장을 경험하는 교육 △강의가 아닌 토론 발표를 하는 교육 △수동적 수업이 아닌 자기 주도적 교육 △봉사를 통한 인성교육과 세계로 나가 눈·몸·마음으로 느끼는 교육, 그리고 과제물이 아닌 시제품을 만들어 내는 교육을 통해 최고의 인재를 길러내고 있다.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서울시립대는 지난해 비전을 ‘배움과 나눔의 100년, 서울의 자부심’으로 새롭게 정했다. 대학이 가진 역량을 최대한 활용해 서울 시민과 서울시의 발전에 기여하고, 서울을 대표하고 서울의 자랑스러운 대학으로 자리매김해 나가겠다는 의미다. 원윤희 총장은 “시대정신과 시민정신을 갖춘 경쟁력 있는 인재를 양성하고, 미래를 선도하고 사회적 가치를 창조하는 연구를 혁신적으로 실행하며, 사회 변화를 주도하는 나눔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립대는 올해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각종 작업에 학교 역량을 집중할 예정이다. 우선 내년에 자유융합대학을 신설할 계획이다. 자유융합대학은 학생들이 전공뿐 아니라 인문학을 포함한 다양한 비교과활동을 함으로써 융합적인 시각을 키우게 하는 데 목적이 있다. 기존의 교양과정부와 자유전공학부를 포함해 8개 과정의 융합전공학부로 구성된다. 다양한 전공의 학생들을 모두 모아 창업에 필요한 기본 교육과 실습을 제공하는 창업과정도 개설할 방침이다.새로운 교육기관 속속 신설 올해 5월에는 평생교육원을 열고 고령화사회에서 대학이 해야 하는 역할을 확장할 계획이다. 평생교육원에서는 각종 전문 과정과 자격증 과정, 학점은행제 등 대학이 정규과정 이외에 담당해야 하는 성인교육을 실시한다. 서울시립대는 내년 3월 보건대학원(특수대학원)도 세우기로 했다. 이를 위해 지난해 11월 27일 보건대학원 설립준비위원회를 발족했다. 서울시립대는 메르스 사태를 계기로 공공보건의료의 질을 제고하고, 공공보건의료 정책을 뒷받침할 인력을 재교육하기 위해 보건대학원 설립을 추진해왔다. 5월 2일에는 100주년 기념사업 추진위원회를 발족하고 다가올 100년을 준비할 예정이다. 서울시립대는 2018년 개교 100주년을 맞는다. 100주년기념관 공사는 6월에 시작된다. 100주년기념관에는 학교사 박물관, 체육관, 스포츠과학과, 평생교육원, 창업지원센터, 시민문화도서관, 콘퍼런스홀, 최첨단 강의실 등이 들어선다. 서울시립대는 오래전 대도시 문제를 교육하고 연구하는 ‘도시과학’ 분야를 개척해 많은 성과를 낳았다. 1996년 국내 최초로 도시과학대학을 설립하고 건축 도시계획 도시행정 교통 조경 환경공학 공간정보 세무 도시사회 등 도시와 관련된 실용적인 전공을 통해 서울시 발전에 기여해왔다. 원 총장은 “서울 시민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환경 행정 안전 인문학 등 여러 분야에서 서울시립대가 의미 있는 콘텐츠를 발굴해왔다”고 강조했다. 2013년에는 국제도시과학대학원을 개원해 국내 도시 전문가들이 해외의 도시관리·건설 분야에 진출할 수 있게 하고 있다. 국제도시개발프로그램(IUDP)도 운영해 외국 공무원들에게 한국의 도시개발에 대해 배울 기회를 제공하는 등 도시과학의 교육 연구 역량을 해외로 확장하고 있다.취업에 강한 프로그램 개발 서울시립대는 교육혁신본부에 비교과센터를 설치해 학생들의 다양한 비교과활동에 대한 컨설팅을 해주고 있다. 또 봉사활동 동아리활동 학술·학습활동 등 여러 비교과활동 실적을 체계적으로 기록해 학생들이 자기개발은 물론이고 취업에도 도움받을 수 있게 한다. 학생들 취업을 돕기 위해 서울시립대는 취업역량강화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취업역량강화 프로그램은 △직무이해 및 선택 △취업훈련 및 경력개발 △취업 알선의 3단계로 이뤄져 모든 학생들이 참여한다. 올해는 특히 창업세미나룸, 3D창작터 같은 공간도 지원한다. 창업활성화위원회를 신설해 창업캠프 창업강좌 창업경진대회 등 여러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원 총장은 서울시립대 학생들에게 창의성과 진취성을 심어주려 한다. 서울시립대는 공립대라는 정체성이 주는 특성상 우직함과 성실함이라는 이미지가 있는데 여기에 두 가지를 더하고 싶다는 것. 원 총장은 “입시와 취업 경쟁으로 현실은 더 개인화되고 있지만 대학에서만큼은 다른 시도도 해보고 다양한 사람들과 어울려봐야 한다”며 “학생들에게 많은 자극과 기회를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더불어 성장하는 창의 인재.’ 김중수 한림대 총장이 생각하는 인재상이다. 김 총장은 학생들이 한림대를 졸업하면 △개방적인 소통능력을 지닌 열린 인재 △지식의 융합·창조·적용 능력을 가진 창의 인재 △상생의 가치와 지혜를 발휘하는 윤리 인재가 될 수 있다는 확고한 신념을 갖고 있다. 김 총장이 자신할 수 있는 건 한림대의 건학 이념에 기초한다. 한림대의 건학 이념은 ‘풍부한 인간성과 창조적 지성을 지닌 인재의 양성과 학술문화의 진흥’이다. 풍부한 인간성은 대학교육 본연의 특성이다. 대학교육을 직업교육과 차별화할 뿐 아니라 한림대가 키워내는 인재들이 오랜 기간 사회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조건이다. 흔히 대학을 졸업한 인재들이 사회에서 즉각 활용되기 어렵다고 비판한다. 이에 한림대는 단기적으로 유용한 지식 공급보다는 변화된 환경에 스스로 대처해 나갈 장기적 능력 배양에 교육의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이를 위한 최우선 과제는 인성교육이다.소통 융합 상생 중심 교육과정 김 총장이 학교 발전을 위해 가장 역점을 두는 건 교육의 질을 높이는 것이다. 그는 “학생들의 잠재력은 무한하다. 그 무한함을 개발할 수 있는 새로운 교육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림대가 추구하는 교육은 학생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고민하는 훈련을 하게 하는 것. 중고교를 졸업한 학생들은 암기 위주 교육에 익숙하겠지만 언제나 예상치 못한 일이 생기는 사회에 적응하려면 유연하게 사고하고 생각의 폭을 넓혀야 한다는 취지다. 한림대는 △소통 △융합 △상생 중심의 교육과정을 새롭게 정립하고, 2014년부터 관련 교육을 추진 중이다. 교양기초교육대학을 중심으로 소통 능력을 강화하기 위한 읽기 쓰기 말하기 과목을 개설하고 독서활동 인증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사회봉사 과목과 지역 내 소외계층을 위한 기관 방문 등 봉사프로그램도 확대했다. 전공과목에서는 융합 교육에 주력한다. 인문학 분야에서는 인문학적 소양을 지닌 창의인재 육성을 위해 ‘르네상스인문학 융복합’, 관광문화산업 글로벌 인재 양성을 위한 ‘동북아지역 융복합’ 전공을 신설했다. 특히 한림대 의료원을 기반으로 의생명과학 분야를 특성화하고 산학 연계 교육과정을 확대하기 위해 2014년 △LOHAS(로하스·건강과 환경이 결합된 소비자들의 생활패턴) 서비스 △헬스케어 바이오제품 △유헬스 ICT 서비스 등의 융복합 전공을 신설했다.고령친화·의료생명 미래 분야 집중 육성 한림대는 특성화 선도 분야로 ‘고령친화·의료생명 융복합 분야’를 집중 육성 중이다. 3개의 특성화 사업단이 활동 중인데 ‘항노화 연구 특성화 사업단’은 의과대학 의료원 일송생명과학연구소 교원이 참여해 치매 연구를 특화 중이다. ‘생명건강 특성화 사업단’은 생명과학 계열학과 교수를 중심으로 항노화 소재 개발과 기능성식품 연구를 한다. ‘사회복지-노년학 특성화 사업단’은 고령사회연구소를 중심으로 인문사회계열 교수들이 참여해 고령사회정책 및 노인행동 연구와 고령친화 전문 인력을 양성 중이다. 정부의 재정지원사업 특성화 분야로는 ‘SMART 고령친화 서비스 인재양성 사업단’ ‘동북아지역 융합인재 양성 사업단’ ‘르네상스 인문학 창의인재 양성 사업단’ 등 3개가 선정됐다. 한림대는 학생들이 신중한 진로를 선택해 취업할 수 있도록 지난해부터 신입생을 대상으로 MBTI(성격유형검사)와 STRONG(직업흥미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자기주도적 진로와 취업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전국 대학 최초로 잡마케터도 양성한다. 잡마케터는 학생들의 취업 의지를 제고하는 팟캐스트와 UCC를 제작하고, 졸업생 인터뷰와 우수기업·현장실습 기업 탐방 기사를 제공함으로써 학생들과 동문, 기업을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한림대는 2013년 신설한 창업교육센터를 중심으로 학내 창업 분위기도 확산하고 있다. 창업동아리나 창업에 관심 있는 학생에게 일대일 맞춤형 창업 멘토링을 운영하고, 정기적으로 동문 선배나 CEO 초청 특강을 진행한다. 창업 준비를 위한 공간뿐 아니라 재정도 지원해준다.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기자가 컴퓨터 사이언스 관련 가짜 논문을 학술지에 등재하는 건 눈을 의심할 만큼 쉬웠다. 미국 대학원생들이 만든 초급 인공지능(AI) 기반의 자동 논문 생성 프로그램 ‘SCIgen’을 이용해 논문을 만드는 데 3초, 중국 기반의 온라인 학술지 ‘OALib’ 통과까지는 겨우 2주가 걸렸다. 학술지에 논문이 통과되려면 최소 6개월 이상 걸린다. 가짜 논문이 온라인 학술지를 쉽게 통과할 수 있다는 사실이 국내에서 공개된 건 처음이다. OALib는 학술지가 거치는 여러 검증 과정을 무시했다. 기자가 논문에 재직 중인 학교로 기재한 곳은 ‘동아 미디어 칼리지’. 존재하지 않는 학교다. 학술지는 저자가 제출한 논문이 혹시 자기 표절된 게 아닌지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학교와 저자 검증을 해야 하는데 전혀 하지 않았다. 문제는 일부 교수들이 이런 엉터리 온라인 학술지에 논문을 등재하고 이를 자기 성과로 학교에 제출한다는 것. 3일 오전 9시 기자는 SCIgen에 ‘Yena Choi’라고 저자 이름만 쳐 넣었다. 그러자 PDF로 된 그럴싸한 6쪽짜리 영어 논문이 나왔다. 논문 주제는 SCIgen이 알아서 선정했고, 도식·그래프 5개와 참고문헌 23개도 포함됐다. 기자는 이것을 보통의 논문 제출 형식인 MS 워드로 바꾸고 재직 학교명과 주소, 전공만 명시해 OALib에 제출했다. OALib는 쉽게 논문을 통과시켰다. “등재하려면 99달러만 내라”는 요구와 함께. ▼ 가짜 저자 가짜 대학 가짜 논문에도 “통과” ▼허술한 온라인 학술지 실태신문방송학과 경영학을 전공한 기자가 가짜 컴퓨터 관련 논문을 만들어 온라인 학술지에 제출해 봐야겠다고 결심한 건 한 교수의 이야기 때문이었다. 배영찬 한양대 화학공학과 교수는 일부 온라인 학술지들이 “돈만 내면 논문을 등재해 준다”며 교수들을 유혹한다는 최근 본보의 보도 이후 동료 교수들로부터 “쉬쉬했을 뿐 가짜 논문이 학술지에 등재되는 것 다 알고 있지 않느냐”는 연락을 많이 받았다고 전했다. 배 교수도 “들어보지도 못한 온라인 학술지로부터 ‘돈만 내면 논문을 등재할 수 있다’는 e메일을 매일 다섯 통도 넘게 받는다”고 했다. 기자가 이용한 자동 논문 생성 프로그램 SCIgen은 2005년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컴퓨터 사이언스 전공 대학원생 셋이 재미 삼아 개발했다. 무료다. 개발자들은 “SCIgen을 통해 엉터리 학술지의 낮은 통과 기준을 알 수 있다”고 했다. 개발자들은 SCIgen을 통해 만든 논문 2편을 사이버 분야의 저명한 학술대회인 WMSCI에 제출해 한 편이 통과됐다고 밝혔다. 그 외 7편도 세계적인 학술대회인 전기전자공학회(IEEE)나 온라인 학술지를 통과했다. SCIgen은 초급 수준의 인공지능이다. 기자가 3초 만에 얻은 논문 제목은 ‘의사 랜덤 원형을 이용한 전문가 시스템 시각화’. 제목은 무슨 뜻인지 난해했지만 형식은 완벽해 보였다. ‘요약, 서론, 이론적 배경, 연구 방법, 연구 결과, 결론, 참고문헌’으로 이어지는 논문 형식을 전부 갖췄다. 한양대 내부의 표절검사 시스템이 잡아낸 표절률은 5%. 학계에서 표절이라고 보지 않는 수치다. 법적 문제를 우려해서인지 SCIgen이 인용하는 참고문헌은 모두 가짜로 확인됐다. 기자는 등재를 유혹하는 e메일을 교수들에게 자주 보낸다는 컴퓨터 사이언스 분야의 온라인 학술지 8곳(인도 중국 각 3곳, 미국 유럽 각 1곳)에 논문을 제출했다. 2주 만에, 제일 먼저 논문 통과 소식을 알려온 곳이 OALib였다. OALib가 바로 요구한 등재 비용은 99달러(약 11만 원). 보통 이공계 학술지는 등재 비용을 받지 않는다. 해당 학술지가 판권을 갖고 다른 연구자들이 해당 논문을 볼 때 돈을 받기 때문이다. 학계는 드러나지 않았을 뿐 일부 교수들이 이런 식으로 자격 미달인 온라인 학술지에 논문을 등재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매년 학교로부터 승진 및 성과 평가 명목으로 논문 실적을 요구받아서다. 보통 사립대는 교수에게 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SCI)에 논문을 등재하면 6점, 그 외 해외 학술지나 한국학술지인용색인(KCI)에 등재하면 3점을 준다. 서울의 A대 교수는 “20만 원 정도만 내고 허술한 학술지에 2편을 등재하면 SCI급 등재와 같은 점수를 받는다”고 지적했다. 등재 건수만 강조하고 논문의 질과 등재 형식은 따지지 않는 풍토가 가장 큰 문제다. 대학별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일괄적으로 연구 실적을 요구하는 형식적 평가지표가 그런 분위기를 만들었다. 등재 논문을 대학 내에서 평가한다고 하지만 학술지의 진위나 논문 내용을 제대로 검증하진 않는다. 또 동료 교수가 평가하는 경우도 많아 혹 문제점을 알아채도 그냥 지나치기도 한다. 배 교수는 “연구 여건이 안 되고 학생 취업에 더 신경 써야 하는 지방대까지 똑같이 논문 실적을 요구하는 건 문제”라고 말했다. 온라인 학술지가 대입 수시 특기자 전형에서 악용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배 교수는 “외국 학술지에 등재했다며 논문을 제출하는 학생이 많은데 본인이나 사교육기관이 온라인 학술지의 허술함을 이용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교육부가 매년 2조 원 이상을 대학 재정지원 사업에 쓰고 있지만 정작 이를 받는 대학들은 교육부가 ‘톱다운(Top-down·사업과 예산 규모를 지정해 하달)’ 방식으로 이끌어 가는 현재의 고등교육 지원 방식을 부정적으로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교육부가 사업의 목적과 평가 기준을 일방적이고 획일적으로 정하는 것이 문제라고 보는 의견이 많았다. 동아일보는 교육부의 대학 재정지원 사업 실태와 현장의 반응을 점검하기 위해 전국 주요 15개 대학의 기획처장을 대상으로 심층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학교와 지역 특성을 고루 반영하기 위해 국립대, 수도권 사립대, 지방 사립대를 각각 5곳씩 조사했다. 대학들은 교육부가 이공계 강화를 위해 추진하는 프라임(PRIME·산업연계교육 활성화 선도대학) 사업처럼 직접 특정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강요하는 방식에 비판적이었다. ‘교육부가 국가 예산으로 재정지원 사업을 결정하고 돈을 나눠주는 방식이 타당한가’라는 질문에 1∼5점의 점수를 주게 한 결과 6개 대학이 2점, 1개 대학이 최저점을 주는 등 보통(3점)에 못 미치는 2.67점이 나왔다. 교육부가 사업 목적을 설계하고 평가 기준을 정하는 과정을 신뢰할 수 없다는 의견도 많았다. ‘교육부가 사업 취지 및 평가 배점을 정하는 것을 신뢰할 수 있나’라는 질문에 각각 5개 대학이 2점과 3점을 매기는 등 평균 2.93점에 그쳤다. 반면 ‘교육부가 재정지원 사업 대상 대학을 선정하는 과정이 공정한가’라는 질문에는 3.47점, ‘사업 성과관리와 사후평가가 제대로 이뤄지나’라는 질문에는 3.67점이 나와 긍정적 반응이 다소 우세했다. 교육부는 매년 50개 안팎의 대학 재정지원 사업에 2조여 원의 국가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올해는 고등교육 관련 예산 9조2000억 원 가운데 국가장학금과 국립대 인건비 같은 경직성 경비를 제외하고 2조2000억 원을 대학 재정지원 사업 예산으로 편성했다. 올해 52개 사업 가운데 프라임 사업과 특성화(CK) 사업, 산학협력선도대학육성(LINC) 사업 등 7개의 대형 사업에만 1조3000억 원이 집중 배정됐다.이은택 nabi@donga.com·최예나 기자}

교육부가 대학에 막대한 세금을 지원하면서도 대학들로부터 불만을 사는 이유는 지원사업을 설계하고 진행하는 과정의 ‘일방통행’ 방식 때문이다. 환경이 급변하는 만큼 대학이 각기 지역과 학교 및 학생의 특성에 맞춰 중장기적인 발전 전략을 짜야 하는데, 교육부가 수시로 재정지원사업을 바꾸면서 “대학은 무조건 따라오라”고 요구해 불만이 커지고 있다.○ “대학은 21세기, 교육부는 20세기 인식” 우선 ‘고등교육의 발전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라는 주제를 놓고 정부와 대학 사이 인식 격차가 크다는 점이 문제로 꼽힌다. 설문에 참여한 한 기획처장은 “지금의 대학은 2016년의 글로벌 교육환경과 첨단 교육수준에 맞춰 유연하게 전략을 바꿔야 하는데 교육부는 20, 30년 전처럼 일괄적인 방식을 제시하고 따라오라고 한다”며 “고등학교의 문·이과 비율과 일자리 구조는 그대로 둔 채 대학의 이공계 정원을 늘리면 대학이 발전하고 취업률이 높아질 거라는 식의 발상이 대표적인 오류의 예”라고 지적했다. 이런 지적은 이번에 설문조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대학들에서도 지속적으로 제기된다. 서울의 한 대형 사립대 총장은 “당장 몇 년 뒤에 산업계가 어떻게 바뀔지 예측하기 어려운 시대에 산업수요라는 명목으로 수요와 공급을 멋대로 산출해서 평가 기준으로 쓴다”며 “대학은 교육부를 전적으로 믿고 따라가기 어렵다”고 말했다. 대통령이나 장관이 바뀔 때마다 각종 사업이 생기고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것도 고질적인 문제다. 일례로 2014년 7월부터 진행 중인 대학특성화(CK)사업은 현장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지만 종료 시한은 2년 뒤로 정해져 있다. 한 국립대 관계자는 “BK21을 제외한 교육부 사업들은 통상 4, 5년짜리로 만들어진다. 고작 이 정도 기간을 투자해서 대학 경쟁력을 높인다는 계획은 무리”라고 말했다. 대학이 이처럼 교육부의 재정지원사업에 불만을 갖고 있으면서도 목숨을 걸다시피 매달릴 수밖에 없는 구조도 문제다. 기부금을 모아 적립금을 쌓고, 이를 운용해 재정의 상당 부분을 충당하는 외국 대학과 달리 한국 대학은 등록금과 정부의 재정 지원에 대한 의존도가 절대적이다. 2009년 이후 정부가 등록금의 동결 또는 인하를 압박해온 상황에서 대학들이 교육부의 지원금에 절박하게 매달리는 이유다. 일부 사립대는 재정지원사업을 따내기 위해 전담 부서를 신설해 인력을 집중 투입하고, 사업지원서를 쓸 때마다 외부에서 컨설팅까지 받는다. 한 사립대 관계자는 “돈이 궁해서 정부 사업비를 따내야 하는데, 이를 위해 또다시 돈을 써야 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교육부가 진행 중이거나 새로 시작할 대규모 재정지원사업은 프라임(PRIME·산업연계교육 활성화 선도대학), 코어(CORE·대학 인문역량 강화), ACE(학부교육선도대학 육성), 특성화(CK), BK21플러스(두뇌한국), 고교교육 정상화 기여대학, LINC(산학협력선도대학 육성) 사업 등 7가지다.○ 부처 간 중복-대학 간 불균형도 문제 대학들은 여러 부처에서 중복적으로 사업을 내놓는 것을 애로 사항으로 꼽고 있다. 예를 들어 산학협력의 경우 교육부, 고용노동부, 중소기업청 등에서 각각 사업을 진행하는데 평가 방식이나 배점이 달라 한 사업단에서 여러 개의 사업계획을 짜야 한다. 대학 현장에서는 부처 간 알력으로 인해 “○○부에서 돈을 받으면 ××부 눈 밖에 난다”는 말이 돌 정도로 대학들이 눈치를 보는 부작용도 생긴다. BK21플러스나 CK 사업의 경우 특정 학문 분야에서는 미래창조과학부나 산업통상자원부와 중복된다. 서울 상위권 사립대 관계자는 “연구와 관련된 지원은 교육부와 미래부 간 겹치는 게 많아서 정부가 정리를 해줘야 한다”며 “중복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교수들이 재정지원사업을 따내려고 행정 처리만 하느라 진짜 연구를 못 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평가 기준이 국공립대와 사립대, 수도권대와 지방대의 차이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지방 국립대 관계자는 “국립대는 기초학문 등 여러 분야를 육성해야 하는 책임이 있고 지역사회의 요구에도 부응해야 한다”며 “이런 환경에서 파격적인 구조조정을 요구하는 프라임은 엄두도 못 낸다”고 말했다. 지방 사립대 관계자는 “재정지원사업이 3년간의 실적이나 교수확보율 같은 정량 지표를 요구하니 지방대는 불리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또 교육부가 프라임 사업과 코어 사업을 동시에 추진하는 것도 문제점으로 꼽혔다. 지방 사립 B대 기획처장은 “프라임 사업으로 인문계열 정원을 줄이도록 해놓고 코어 사업으로 인문계열을 보호·육성한다는 것이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교육부는 대학들의 이 같은 비판 중 일부는 문제가 있다며 수긍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현재 교육부 사업이 주로 톱다운 방식인 점은 맞다”며 “장기적으로는 대학이 잘하는 것을 자율적으로 하겠다고 하면 재정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가려 한다”고 말했다. 국립대가 상대적으로 불리하다는 지적에 대해서 교육부는 “국립대는 국립대만 누릴 수 있는 재정지원 혜택 등이 있기 때문에 여러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부처 간 사업 중복 문제와 사업의 연속성 문제에 대해서는 “미래부나 산업부 등에서 하는 사업은 특정 사업 분야에 대한 연구 지원의 성격이 강하고, 교육부 사업은 대학 경쟁력 강화가 초점이라 좀 다르다”며 “한 가지 사업을 오래하는 것이 장점도 있겠지만, 한번 선정된 사업단이나 교수가 10년, 20년 계속 지원을 받는 것이 옳은지는 생각해볼 문제”라고 말했다.최예나 yena@donga.com·이은택 기자}
교육부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세월호 참사 2주년을 맞아 계기교육(교육과정에 없는 특정 주제를 다루는 수업) 용도로 발간한 ‘기억과 진실을 향한 416 교과서’의 사용을 금지했다. 교육부는 25일 “전교조의 416 교과서를 관련 부처와 교사 등이 검토한 결과 교육자료로 부적합하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학교 현장에서 416 교과서를 활용하지 않게 하라는 공문을 각 시도교육청에 보냈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전교조의 416 교과서가 학생들의 건전한 국가관 형성을 저해하고 확인되지 않은 의혹을 여과 없이 싣고 있다는 점 등을 문제로 삼았다. 예를 들어 초등용 68~71쪽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아이들의 죽음을 개의치 않는 여왕과 괴물로 묘사한 듯한 부분에 대해 교육부는 “동화 속의 여왕을 통해 대통령이 연상되도록 유도함으로써 대통령과 정부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조장한다”고 했다. 또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아직 아무도 벌을 받지 않았다고 기술한 부분(초등용 25쪽) △최대 20시간 수중 작업이 가능한 다이빙벨을 구조당국이 투입하지 않았다고 기술한 부분(중등용 76쪽)도 문제로 지적됐다. 교육부는 “이준석 선장이 이미 지난해 11월 무기징역을 확정 받았고, 해군이 ‘세월호 사고 해역은 조류가 세고 수심이 얕아 다이빙벨을 투입하지 않았다’고 했는데 이를 왜곡했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학생들의 성장 발달단계상 부적합한 내용도 문제라고 판단했다. ‘세월호 참사 후 2년이 흐르는 동안 대통령 장관 등 중요한 직책에 있는 사람들은 누구도 주체적으로 책임을 지지 않았다. 단원고 교감선생님은 인솔자로서 책임을 느껴 자살했다’고 서술된 부분(중등용 96쪽)에 대해 교육부는 “학생들이 사건의 책임을 느낄 때 자살해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어 생명경시 풍조를 조장할 소지가 있다”고 했다. 초등용 21쪽에서 ‘내가 세월호에 있었다면 가장 먼저 누가 떠올랐을지 생각해보자’고 한 부분에 대해서는 “학생들에게 지나치게 불안감을 유발할 수 있어 정서상 부적절하다”고 했다. 교육부는 416 교과서를 활용하는 교사들에 대해서는 직접 또는 시도교육청, 학교법인을 통해 징계를 요구할 방침이다. 헌법과 교육기본법에 따르면 교사는 교육의 중립성을 지켜야 하고 정치적 개인적 파당적 편견을 학생들에게 심어주면 안 된다.최예나기자 yena@donga.com}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세월호 참사 2주년을 맞아 ‘4·16 교과서’를 만든 것은 ‘정부의 전교조 탄압’이라는 의제를 퍼뜨리고 박근혜 정부에 타격을 입히려는 정치투쟁이 주목적인 것으로 24일 드러났다. 전교조는 최근 ‘기억과 진실을 향한 416 교과서’를 발간하고, 전국 학교에서 계기교육(교육과정에 없는 특정 주제를 다루는 수업)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 교과서에는 박 대통령을 아이들의 죽음을 개의치 않는 듯한 괴물로 묘사하는 등 충격적인 장면들이 실렸다. 초등용 68∼69쪽 ‘세월호 참사, 누가 책임져야 하나요?’의 ‘미소의 여왕’ 이야기편에선 세월호 침몰을 암시한 글 뒤에 ‘“여왕인 나도 너무 슬프구나.” 여왕이 입을 열며 말했어요. 그러자 입에서 무언가가 기어 나왔어요. 한 마리, 두 마리, 수없이 많은 시커먼 구더기들이 줄지어 나와 사방으로 흩어졌어요. 아름답던 여왕의 얼굴에서 천천히 가면이 벗겨지자 추악한 괴물의 모습이 그대로 드러났어요’라는 내용이 나온다. 또 검은 용이 아이들을 태우고 날아가자 여왕이 나타나 한 방울 눈물을 흘린 뒤 얼굴이 비틀어졌다는 책 ‘세월호 이야기’ 내용을 그대로 게재하기도 했다. 중등용 76쪽에는 세월호 선원들이 ‘윗선’의 명령 때문에 승객을 버리고 먼저 탈출했다는 일방적 주장도 포함됐다. 동아일보가 입수한 전교조의 ‘2016 제74차 전국대의원대회’(2월 27일 실시) 자료집에서 전교조는 “상반기 4·16 진상 규명을 위한 투쟁을 전개하며 안전한 사회에 대한 국민적 총의를 모아 박근혜 정권에 대한 타격을 가해 나감. 한국사 국정화 저지 전선의 고점을 만들며 노동개악 저지 전선과 결합하여 2017년 대선으로 이어 나감”이라고 밝혔다. 교육계에선 법외노조가 된 전교조가 총선과 대선 정국에서 교원노조법 개정, 역사 교과서 국정화 저지 등을 관철하려고 세월호 참사를 이용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발간한 ‘기억과 진실을 향한 416 교과서’를 살펴본 교육계 관계자들은 “나이가 어려 가치관이 미성숙한 초등학생에게까지 편향된 시각과 잘못된 정보를 줄 수 있다”며 우려했다.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진 갖가지 의혹을 그대로 실어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대통령을 ‘미소의 여왕’ ‘괴물’로 초등용 68쪽 ‘세월호 참사 누가 책임져야 하나요?’ 부분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을 괴물로 묘사하는 듯한 이야기가 나온다. 제목은 ‘미소의 여왕’이다. ‘여왕은 언제나 높은 성의 누각에 나와 사람들을 보고 부드럽게 손을 흔들었어요. 그러던 어느 날, 거대한 검은 용이 나타나 아이들을 잡아 등에 태웠어요. 아이들을 구하려고 모두 정신없이 허둥거릴 때, 여왕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어요.’ 박 대통령의 세월호 참사 당일 ‘7시간 행적 의혹’을 암시하는 듯한 대목이다. 야권은 박 대통령이 2014년 4월 16일 오전 10시 대통령국가안보실로부터 처음 참사 관련 서면 보고를 받은 뒤 7시간 동안 무엇을 했느냐는 의혹을 제기했었다. 69쪽에는 그림과 함께 ‘아름답던 여왕의 얼굴에서 천천히 가면이 벗겨지자 추악한 괴물의 모습이 그대로 드러났어요’라는 내용이 있다. ‘조용히 하라’는 듯 입술을 가리는 손가락은 욕설로 인식될 수 있는 형태라는 지적도 나온다. 68∼69쪽은 별숲 출판사가 2014년 펴낸 ‘세월호 이야기’의 글과 그림을 그대로 실었다. 해당 책은 세월호 참사 뒤 동화·그림 작가들이 광화문광장에 걸었던 내용을 담았다. 이어 곧바로 70∼71쪽에 박 대통령 사진 두 장을 실어 학생들이 괴물을 박 대통령으로 인식하게 하려는 의도라는 해석도 나온다. 사진은 박 대통령이 2014년 5월 19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세월호 참사에 대해 공식 사과하며 눈물을 흘리는 모습과 같은 해 10월 29일 국회 앞에서 세월호 진상 규명을 호소하는 유가족들을 외면하는 모습이다. 교과서는 “세월호 참사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두 가지 태도입니다. 정의를 세우기 위한 올바른 태도는 어떤 것인지 함께 생각해 봅시다”라고 적었다.○ ‘다이빙벨 있었으면 구조했다’ 의혹 그대로 전교조의 416 교과서에는 정부의 공식 발표 등을 통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진 각종 의혹도 그대로 실려 있다. 초등용 53∼54쪽 ‘통영함은 왜 출동하지 못했을까요?’라는 내용이 대표적이다. 교과서는 ‘통영함은 인명 구조용 헬기와 단정, 잠수 작업용 체임버 등을 갖춘 최첨단 구조함이므로 출동하였다면 세월호의 구조 활동에 많은 도움이 되었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고 돼 있다. 그러나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은 지난해 “통영함은 장비 성능이 미달돼 현재까지도 해양폐기물 수거, 어망 제거 등 대민 지원 업무에 투입되고 있을 뿐 본연의 임무인 구조작업을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등용 76쪽에는 ‘다이빙벨이라는 장비는 잠수용 엘리베이터로 잠수부들이 종 모양의 다이빙벨 안에서 머물며 최대 20시간가량 수중 작업이 가능하다고 한다. … 그러나 어쩐 일인지 구조당국은 다이빙벨과 같은 구조 장비를 투입한 적이 없다’는 내용이 있다. 이 역시 왜곡이다. 당시 해군은 “다이빙벨보다 우수한 장비(포화잠수벨)를 갖고 있지만 세월호 사고 해역처럼 조류가 빠르고 수심이 낮은 곳에선 직접 잠수가 효율적”이라고 밝혔다. 전교조 교과서처럼 “다이빙벨 기술로 20시간 연속 작업하면 2, 3일이면 3, 4층과 화물칸 수색이 다 끝났을 것”이라는 주장을 보도한 JTBC 뉴스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중징계를 받았다.○ “416 교과서로 전교조 탄압 전선 확산” 법외노조 판결 이후 “정부로부터 탄압받고 있다”고 주장하는 전교조의 대의원대회 자료집에는 ‘4·16 세월호 진상규명 투쟁이나 한국사 국정화 저지 투쟁 등은 교육의 범주를 뛰어넘는 투쟁이 되어 왔음. 특히 박근혜 정권 들어서며 폭압적인 통치방식이 더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는 상황에서 전교조가 투쟁에 적극 결합함으로써 전교조 탄압전선을 대중적으로 확산시켜온 측면이 있음’이라고 썼다. 전교조는 대의원대회에서 ‘4·16 진상규명 투쟁’을 올해의 4대 현안 투쟁 사업으로 채택하고 △416 교과서 개발 보급 △416연대 및 가족협의회와 적극 연대하여 진상규명 투쟁 진행 △4·16 참사 2주기 교사집중행동 조직을 주요 사업으로 정했다. 자료집에는 ‘2016∼2017년 총·대선 시기는 교육정책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쟁점화되는 시기로 전교조의 대안을 제시한다’ ‘주요 정당의 공약화를 통해 법, 제도 개선을 추진한다’는 내용도 있다. 416 교과서로 실제 학교에서 수업이 진행될지는 불투명하다. 교육부 고시에 따르면 계기교육을 하려면 학년 및 교과협의회 등을 통해 교수·학습과정안과 학습자료가 작성되고 학교장이 승인해야 한다. 서울의 A중학교 교장은 “해당 교과서를 다 읽어 본 교장이라면 절대 승인할 수 없을 만큼 내용이 잘못돼 있다”며 “전교조가 자신의 목적을 관철하려 아이들에게 편향된 교육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교조 소속 교사가 임의로 수업시간에 416 교과서를 활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정부가 올해 전국 유치원 8292곳 교실(3만4081개)의 최대 90%에 폐쇄회로(CC)TV가 설치되도록 예산을 지원하기로 했다. 지난해 유치원에서 교직원에 의한 아동학대가 잇따라 발생하며 커진 학부모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교육부는 CCTV 설치를 희망하는 유치원의 신청을 4월 초까지 받는다고 24일 밝혔다. 지난해 기준으로 전체 유치원 교실에 CCTV가 설치된 비율은 55.7%(1만8994개)다. 지난해 교육부는 처음으로 CCTV 설치 예산을 지원했다. 교육부가 지원하는 액수는 CCTV 설치 비용 절반으로 1대당 20만 원이다. 모든 교실에 1대씩 CCTV를 설치하기로 하는 유치원에는 식당 강당 같은 공간에도 예산을 지원할 방침이다. 교육부는 CCTV 설치 확대로 학부모가 아동학대를 우려하지 않게 되며 분쟁이 발생할 때 객관적인 자료를 제공함으로써 보호자의 알 권리를 강화할 수 있다고 본다. 이는 교육부가 올해 대통령에게 업무보고하고 국정과제로도 삼았던 내용이다. 유치원의 반발도 예상된다. 지난해 영유아보육법 개정으로 모든 어린이집에 CCTV 설치가 의무화됐을 때도 어린이집 반발이 많았다. 교육부는 CCTV 설치 비율이 목표만큼 늘어날 수 있게 내년부터 시도교육청 평가에 이 지표를 반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최예나기자 yena@donga.com}

《“변화 속도가 빨라지는 현실에서 조직은 죽거나 성장하거나이다. 대학 본질인 교육과 연구 영역에 있어서 인력 인프라 교육콘텐츠의 균형 있는 성장을 이끌어 내겠다.”(송희영 건국대 총장) “청년실업률이 공식적으로 7.5%지만 체감실업률은 20%를 넘어선 지 오래다. 대학은 취업 양성소가 아니라고 항변하거나 일자리 문제는 정부나 기업이 해결할 문제라고 치부하기엔 문제가 매우 심각하다.”(황선혜 숙명여대 총장) 대학 총장들의 신년 화두는 ‘혁신’이었다. 대학 내 구조개혁은 피할 수 없는 기류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교육부는 대학구조개혁 평가 등을 통해 정원을 2014년부터 2022년까지 16만 명 줄일 방침이다. 또 ‘산업 연계 교육 활성화 선도대학(프라임·PRIME) 사업’, ‘대학인문역량 강화(코어·CORE) 사업’ 등 굵직한 규모의 재정 지원 사업을 통해 대학들의 구조개혁을 유도하고 있다. 이에 각 대학은 학사 구조개편, 이공계 확대, 융합전공 확대 등 구조개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 대학들도 한국 대학이 이대로는 국제적인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는 데 동의한다. 2014년 기준 대학진학률은 68%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국가 중 1위다. 하지만 2월 청년실업률은 12.5%로 관련 통계가 작성된 1999년 이래 최고치였다. 많은 학생이 단순히 대학 진학에만 목적을 두니 전공을 살리기는커녕 취업조차 어려운 것이다. 전공 외 분야와 인성도 갖춘 인재 특정 분야뿐 아니라 창의성과 인성까지 두루 갖춘 인재를 길러내기 위해 융복합 과정을 운영하는 대학이 많다. 올해 공과대학을 신설한 숙명여대는 융합적 사고를 갖춘 여성 공학자를 육성하기 위해 교양교육을 강화한다. 재학생들은 융합교과목 중 1개 이상을 반드시 들어야 한다. ‘현대사회와 과학기술’ ‘과학기술과 사회적논쟁’ 같은 게 대표적이다. 다양한 전공 학생들이 함께 토론하며 창의적 사고를 키운다. 건국대는 올해 1학기부터 교양 교육을 전담하는 ‘상허교양대학’을 출범했다. 교양 최저 이수학점이 기존 15학점에서 23학점으로 확대됐다. 교양 과목은 중국어 취업·창업 소프트웨어 등 다양하다. 특히 소프트웨어 융합 교과목인 ‘컴퓨팅적 사고’는 자연과학계열 학생뿐 아니라 인문사회계열도 반드시 들어야 한다. 생활 속의 여러 문제를 소프트웨어 관점에서 해석하고 정보기술(IT)을 활용한 문제해결 방식(알고리즘)을 고안하는 과목이다. 경희대는 바이오헬스 미래과학 인류문명 문화예술 사회체육 분야에서 ‘5대 연계협력 클러스터’를 추진 중이다. 대학이 정부 기업 지역사회 세계와 상생할 수 있는 자생 모델을 만들기 위함이다. 바이오헬스 클러스터는 서울시와 ‘홍릉 바이오의료 클러스터’를 구축하는 동시에 삼성전자와 관련 산업을 특화하려 한다. 미래과학 클러스터는 공학 순수과학 생명과학 인문학 예술 등 관련 학문 분야를 통합해 △플렉서블 나노소자 △디스플레이 △미래형 에너지 △웨어러블 스마트 디바이스 분야를 체계적으로 육성하는 게 목표다. 숭실대는 국내 최초로 빅데이터 전문가 양성 학부 융합 전공을 운영 중이다. △소프트웨어학부 △스마트시스템소프트웨어학과 △정보통계·보험수리학과 가운데 절반이 넘는 학생이 이수 중이다. 소프트웨어학부는 빅데이터 분석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와 현장실무 연계 과목을 개설할 예정이다. 융복합형 소프트웨어 실무 능력을 갖춘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서다. 특성화가 답이다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를 특성화하는 것도 대학이 추진 중인 혁신 흐름 중 하나다. 2014년 대학을 분·본교 체제에서 캠퍼스 체제로 전환한 단국대는 캠퍼스의 특성과 입지 여건을 토대로 특성화 전략을 마련했다. 죽전캠퍼스는 공과대학을 중심으로 판교·광교 테크노밸리와 협력을 촉진하고, 정보통신기술과 문화예술 분야를 특성화 중이다. 21세기 신성장 분야 동력을 육성하기 위해 대학과 대학원에 각각 모바일시스템공학전공, 데이터사이언스학과를 설치했다. 삼육대는 2014년 국내 최초로 중독연계전공을 신설해 올해 2월 첫 졸업생 27명을 배출했다. 술 마약 도박 인터넷 등 중독 문제가 심각하지만 관련 전문가 양성 기관이 전무하다는 점에 주목하고 특성화 교육으로 새로운 직업군을 창출한 것이다. 한국생산성본부와 직접 중독상담 전문가 자격증을 개발하는 등 중독연계전공 학생들의 취업을 돕고 있다. 세종대는 내년 3월 소프트웨어(SW)융합대학을 설립한다. 지난해 10월 미래창조과학부 주관의 SW중심대학 지원 사업에 선정된 데 따른 것이다. 신설 대학에는 컴퓨터공학과 정보보호학과 소프트웨어학과 데이터사이언스학과 등 4개 전공과 엔터테인먼트SW, 소셜미디어매니지먼트SW 융합전공을 운영할 예정이다. 대학에서 제일 중요한 교육 콘텐츠를 발전시키기 위한 혁신도 계속되고 있다. 한국 최초의 사이버대학인 고려사이버대는 지난해 2학기부터 국내외 저명 학자나 실무자들의 지식과 경험을 강의에 담고 있다. 오프라인 대학은 비용이나 공간의 한계로 하기 어려운 혁신이다. 올해 1학기에는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의 부인이자 미국 돌봄 프로그램의 선구자인 로절린 카터 여사, 중국어문학 분야 최고 권위자인 김학주 서울대 명예교수 등이 강의 제작에 참여했다.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서울시교육청은 초중고교에 ‘대상별 학교 성폭력 사안처리 매뉴얼’을 보급한다고 21일 밝혔다. 최근 서울 한 초교 남교사가 여학생의 허벅지를 만지며 추행한 혐의로 구속 기소되는 등 학교 현장에서 성폭력 범죄가 끊이지 않아서다. 시교육청이 이번에 배포하는 매뉴얼에는 2012년도 판에는 없던 교사 간 성폭력, 학생이 교사에게 성폭력을 가했을 때의 처리 절차가 새롭게 포함됐다. 학생-학생 간, 교사-학생 간 성폭력 사건이 발생했을 때도 △초기 대응법 △사안 조사법 △징계 절차 △재발 방지 대책 수립 등으로 나눠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구체적인 매뉴얼이 만들어진 건 경미한 사안은 교육청에 잘 보고가 안 돼 성폭력 사건이 계속된다는 지적 때문이다. 이에 매뉴얼에서는 모든 성폭력 사건이 정식 절차를 밟아 처리되도록 안내했다. 매뉴얼은 교장과 교사가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성폭력 사건을 수사기관에 즉시 신고하고 교육청에 보고할 의무가 있다고 명시했다. 특히 “피해학생이나 그 보호자가 신고를 거부하더라도 학교장과 교사는 법률상 신고 의무가 있으므로 신고 필요성을 충분히 설명하고 반드시 신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사가 성폭력을 저지르면 최소 해임되고, 학교에서 성폭력 사건을 은폐할 경우 최고 파면된다는 내용도 매뉴얼에 포함됐다. ‘미성년자에 대한 성범죄로 파면·해임되거나 형이 확정되면 교원 자격이 박탈되고 재취득이 불가능하도록 초·중등교육법이 개정 중이다’는 내용도 담겼다. 매뉴얼에는 사안 처리 과정에서 학교가 참고할 만한 사례와 판례, 성폭력 전문 상담기관 목록도 포함됐다.최예나기자 yena@donga.com}
일본이 18일 독도, 군대 위안부 문제 등을 왜곡한 고등학교 역사교과서를 검정 통과시킨 데 대해 정부는 강력히 항의하고 대응에 나섰다. 정병원 외교부 동북아국장은 이날 스즈키 히데오 주한 일본대사관 총괄공사를 초치해 독도 왜곡 시정을 요구하는 한편 고노 담화와 지난해 12월 한일 합의에 맞게 군대 위안부 문제도 충실히 반영하라고 촉구했다. 총괄공사 초치는 지난해 중학교 교과서 검정 발표 때 외교부 차관이 주한 일본대사를 초치한 것보다 급이 낮다. 외교부는 “중학교는 의무교육 과정이고 역사가 필수과목이어서 고등학교보다 급을 높여 대응해왔다”고 설명했다. 외교부 대변인에 이어 이승복 교육부 대변인도 이날 성명을 발표하고 “일본 정부가 왜곡된 역사관과 그릇된 영토관을 가르치는 것은 침략의 역사를 되풀이할 수 있는 비교육적 행위”라고 비판했다. 독도 영유권에 대한 국내외 홍보도 강화된다. 외교부는 이날 독도 홈페이지(dokdo.mofa.go.kr)의 독도 동영상에 13개 언어 자막을 추가했다. 추가된 언어는 베트남어 네덜란드어 말레이시아어 몽골어 스와힐리어 인도네시아어 등이다. 이에 따라 이미 제공되던 영어 일본어 중국어 등과 함께 총 25개 언어로 독도 동영상과 관련 자료를 볼 수 있게 됐다. 외교부는 “전달력과 파급 효과를 더욱 높이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동북아역사재단도 이번 검정 결과 발표에 대응해 청소년 대상 독도 웹툰을 독도연구소 홈페이지에 게재할 예정이다. 교육부는 다음 달 초중고교에 ‘독도 바로 알기’ 교재를 보급한다. 또 일본 교과서 왜곡 시정 요구안을 만들어 6월 외교부를 통해 일본 정부에 전달할 방침이다. 조숭호 shcho@donga.com·최예나 기자}
서울시교육청은 음주감사와 폭언 등으로 감사원으로부터 해임 요구를 받은 김모 감사관을 16일 직위해제하고 인사위원회에 징계 의결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감사원은 김 감사관이 지난해 서울 A고 성추행 사건을 감사하는 과정에서 피해 여교사들을 음주 상태에서 조사하고, 가해자와 피해자 정보를 라디오 인터뷰와 기자회견에서 공개한 점 등을 문제 삼아 시교육청에 해임을 요구했다. 감사원은 또 김 감사관이 다섯 차례에 걸쳐 직원들에게 음주 후 폭언과 욕설을 해 모멸감을 줬다고 밝혔다. 지난해 8월 시교육청은 공무원노조가 김 감사관의 행동을 문제 삼아 해임을 요구하자 감사원에 감사를 청구했다. 시교육청은 “감사관이 징계 의결요구 중인 상황에서 직위를 계속 보유하고 있으면 감사 업무의 공정성과 국민의 신뢰를 저해할 수 있어 직위를 해제했다”고 밝혔다.최예나기자 yena@donga.com}

이세돌 9단이 15일 구글의 인공지능(AI)인 알파고와 벌인 최후의 대결에서 280수 만에 돌을 던졌다. 최종 승부는 4-1로 알파고의 승리. “아쉽다.” 대국 후 이 9단은 서울 포시즌스호텔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처럼 말했다. 지켜보던 시민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말은 안 했지만 ‘인간이 기계에 무릎을 꿇었다’는 느낌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비 온 후 땅이 더 굳는 법이다. 시민들은 오히려 ‘알파고 쇼크’를 긍정적 에너지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설문조사 업체인 엠브레인과 14, 15일 20∼40대 남녀 280명에게 설문한 결과 AI에 대한 느낌이 ‘긍정적’ 혹은 ‘매우 긍정적’이라고 답한 응답(45.0%)이 그 반대(25.4%)보다 배 가까이 많았다. 이번 쇼크를 계기로 AI와 공존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는 건설적 의견도 쏟아졌다.○ 과학계 기술 중요성 각성 알파고 충격은 우선 과학계의 반성을 불러왔다. 알파고는 이번 대국에서 무한에 가깝던 경우의 수를 확률적으로 계산해 내면서 인간의 고유 영역으로 불리던 직관마저 ‘딥러닝’이라는 기술로 흉내 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과학자는 “가장 놀라운 것은 알파고의 개발자인 데이비드 실버를 포함해 그 누구도 알파고의 진정한 실력을 알기 힘들 정도로 AI가 계속 진화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1990년대 이후 국내 AI 연구의 암흑기를 거치면서도 응용 분야만큼은 일정 수준을 유지했다고 자부한 정보기술(IT) 업계의 전문가들도 한숨을 토해냈다. IT 업계의 한 관계자는 “AI의 원천기술이나 방법론이 뒤처져 있는 것은 알았지만 이번 알파고의 실력을 보면서 응용 분야 역시 2년 이상의 확연한 격차가 느껴졌다”고 한탄했다.○ 선호 직업 바뀔 듯 인간 고수가 AI에 연패하는 모습을 보던 아이 엄마는 눈물을 흘렸다. 태어난 지 100일이 안 된 딸을 둔 김모 씨(30)는 “제조업에 종사하는 남편은 언제까지 일할 수 있을지, 아이에게 부모가 짐만 되는 건 아닐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 AI發 일자리 불안 확산… 공존 해법 모색해야 ▼학부모들이 모이는 인터넷 카페에는 AI가 자녀의 직업에 악영향을 끼칠 것을 우려하는 글도 다수 올라왔다. 임신 중인 A 씨는 “아이에게 일찍 외국어를 가르치려 했지만 그런 건 AI가 대체할 것 같다”며 “아이가 어떤 직업을 갖게 될지 근본적인 걱정이 든다”고 토로했다. 사실 과거에도 기계화와 자동화로 인한 대량실업은 늘 고민거리였다. 기술 혁신으로 일자리가 사라지는 속도가 새로 생기는 속도보다 빠른 이른바 ‘기술실업’은 기술 진보의 그늘이다. 사교육 업체들은 벌써 이런 불안 심리를 파고들고 있다. 부산의 IT 분야 한 학원은 11일 “AI가 인간을 이기는 세상이 됐다. 미래에 직업을 가질 수 있는 IT 분야에 취업하기 위해 투자하라”며 등록을 권유하는 광고를 냈다.○ AI와 공존 고민할 때 하지만 마냥 걱정만 할 수는 없다. 마부의 실직을 우려해 자동차 개발을 늦추는 게 말이 안 되듯 AI 산업이 더 발전한다는 것은 기정사실화돼 있다. 막연한 놀라움이나 공포를 넘어 AI와 어떻게 공존할지를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다. 이미 사람들은 직감적으로 공존의 방법을 알고 있다. 영어 강사이자 학부모인 D 씨는 이번 대국을 지켜보면서 “지금은 주요 과목이 국어 영어 수학이지만 이제 음악 미술 체육으로 바뀔 것”이라며 “미래에는 인간다운 감성과 인성을 갖춘 인물이 인재로 평가될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사 직원 장모 씨(30)는 “지금도 컴퓨터가 주식 종목을 찍어주는 프로그램을 사용하지만 수익률이 높지 않다”며 “현실은 바둑판과 다르기 때문에 AI가 발전해도 사람을 완전히 대체하진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AI 분야의 상업화에 가장 앞선 IBM의 머리 캠벨 수석연구원 역시 최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AI는 특정 분야에서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도록 발달돼 인간과 협업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석권 한양대 교수(경영학)는 “이번 대국을 보면서 ‘추종자에게 미래는 언제나 예측의 대상이지만 리더에게 미래는 만들어 나가는 것’이라는 말이 떠올랐다”며 “한국 기업도 구글처럼 글로벌 산업 어젠다를 제시하고 세계적인 공감을 얻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조언했다.정세진 mint4a@donga.com·서정보·최예나 기자}

《 ‘인간보다 뛰어난 인공지능(AI)는 우리를 지배하게 될까. 아이들의 미래는 어떻게 되는 걸까?’ 지난 일주일간 구글의 AI인 알파고는 한국 사회에 이 같은 수많은 질문을 던졌다. 이른바 ‘알파고 쇼크’로부터 인간과 AI가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국내 석학들로부터 들어봤다. 》 ○ 정재승 KAIST 교수 “이세돌 1승은 인간지성의 위대함… 뇌과학이 AI연구 큰 흐름될 것”“알파고의 결과값대로 무표정하게 바둑돌을 놓는 아자 황의 모습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정재승 KAIST 바이오뇌공학과 교수(사진)는 15일 동아일보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인간의 뇌를 모방한 알파고가 인간과 맞대결을 펼치는 걸 넘어서 마치 인간을 조종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며 소회를 밝혔다. 정 교수는 “인간보다 뛰어난 기계의 등장이 놀라운 일은 아니다”라며 운을 뗐다. 이미 자동차나 굴착기 등이 인간의 느린 속도나 부족한 힘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은 어디까지나 도구에 불과했고 인간이 통제권을 쥐고 있었다. “이번에 알파고는 통제권의 대부분을 쥐고 있었어요. 오히려 인간을 가르치는 듯한 장면도 연출됐죠. ‘실수’라고 했던 수들이 이후 묘수로 밝혀진 사례처럼 말입니다.” 정 교수는 인간의 뇌에서 실마리를 찾은 것이 알파고의 우승 비결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뇌과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가 알파고에 인간의 직관과 추론 능력을 더했다. 이 시도는 21세기 AI 연구를 지배하는 흐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정 교수는 “이세돌 9단이 거둔 1승에서 AI의 미래를 발견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9단은 불과 세 경기 만에 상대를 파악하고 허점을 간파했다. 인간 지성의 위대함이다”라고 말했다. ○ 배철현 서울대 교수 “인공지능이 일부 일자리 대체… 무한한 도전은 여전히 사람몫”“인간은 도구를 만들고 불을 사용하고 농업을 하고 문자를 사용하면서 오늘날까지 왔습니다. 이런 도전과 혁신이 인간을 오늘날의 인간으로 만들었습니다. 인공지능도 그러한 혁신의 계기가 될 겁니다.” 신과 인간의 존재를 성찰한 ‘신의 위대한 질문’ ‘인간의 위대한 질문’을 최근 낸 배철현 서울대 종교학과 교수(54·사진)는 15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인공지능이 수많은 전통적 일자리를 대체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인간의 노동과 직업의 의미를 새롭게 정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 교수는 인간의 창의성을 강조했다. 그는 “불가능에 대한 도전과 창조가 인간을 인간이게 만든다. 이는 인공지능은 하지 못하는 일”이라며 “앞으로 인간은 창의적인 일에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 교수는 또 “이미 기계가 신체 기능 일부를 대체하는 등 기계와 공존하는 시대에 들어섰다”면서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국은 한국 사회가 기존의 것을 잘 적용하는 데서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길로 나아가는 일을 고민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다만 배 교수는 인공지능에 대한 최근의 공포는 다소 지나친 면이 있다고 했다. 그는 “알파고는 아직 경우의 수를 잘 따지는 성능 좋은 전자계산기일 뿐”이라고 말했다. ○ 송해덕 중앙대 교수 “현 교육체계로는 창의성 못키워… 교과 중심서 역량위주로 바꿔야”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결 이후 현재의 교육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송해덕 중앙대 교육학과 교수(47·사진)는 15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 9단에게는 창의력, 융합능력, 실패에도 포기하지 않는 반성적 사고가 있었다”며 “현재의 교육 시스템에서는 학생들에게 이러한 역량을 길러줄 수 없다”고 진단했다. 송 교수는 교육과정을 교과 중심에서 역량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는 대안을 제시했다. 현 교육과정은 학생이 국어 영어 수학 등을 배우면 나중에 창의력, 협동심, 소통능력 같은 역량을 발휘할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송 교수는 “‘어떤 역량을 키우기 위해 A과목의 무슨 영역을 배워야 한다’는 식으로 교육과정을 바꿔야 한다”며 “핀란드도 창의성, 비판적 사고, 협동심, 커뮤니케이션 능력 등 네 가지 역량 중심으로 교육과정을 바꿨다”고 설명했다. 직업의 전문성 개념이 바뀔 것이라고도 전망했다. 송 교수는 “약사 자격증이 있다고 무조건 전문가라고 할 수 없는 시대가 올 것”이라며 “조제 능력 외에 환자와 교감할 줄 아는 능력도 키워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단순 반복 업무를 인공지능이 대체한다면 인간에게는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 공감 능력 등 인성이 중요시될 것”이라고 강조했다.이재웅 동아사이언스 기자 ilju2@donga.com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앞으로 촌지를 받은 교사뿐만 아니라 촌지를 준 학부모도 처벌받는다. 서울시교육청은 14일 이러한 내용의 ‘불법 찬조금 및 촌지 근절 대책’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9월부터는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에 따라 금품 등을 제공한 학부모도 처벌받는다. 해당 학부모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또 촌지로 제공한 금액의 2∼5배를 과태료로 내야 한다. 교육청은 원래 스승의 날이나 졸업식 등 공개적인 행사에서 받는 3만 원 이하의 꽃이나 선물 외에는 모두 촌지로 간주해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교사가 10만 원 이상 촌지를 받을 경우 무관용 원칙에 따라 무조건 파면 또는 해임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는 올해도 계속 적용한다. 촌지에 연루된 교사뿐 아니라 학교장 등 관리자도 처벌할 방침이다. 교육청은 이번 대책에 카카오톡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학부모 등에게 기프티콘을 받는 경우 해당 업체에 반환을 요청하는 방법도 담았다. 시교육청은 학기 초 집중되는 불법찬조금 모금 근절에도 나선다. 시교육청은 공익제보센터(1588-0260)를 통해 불법찬조금 조성 및 금품 수수 행위에 대해 제보를 받는다. 공익신고 보상금제도 운영해 신고자에게는 금품 수수액의 10배 이내, 최고 1억 원 한도에서 보상금을 지급한다.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2017학년도 전국 영재학교 8곳의 신입생 원서 접수가 다음 달 시작된다. 영재학교는 특수목적고(과학고, 외국어고, 국제고), 자율형사립고 같은 일반고가 아닌 고교 중 입시를 가장 먼저 시작한다. 영재학교의 설립 목표는 과학고와 마찬가지로 ‘과학인재 양성’이다. 그러나 초·중등교육법을 적용받는 과학고와 달리 영재학교는 영재교육진흥법이 적용돼 입학전형이 자유로운 편이다. 영재학교는 과학고와 달리 중학교 3학년뿐만 아니라 1, 2학년도 지원할 수 있다. 과학고(전국 20곳)는 자신이 거주하는 광역(시도) 내 학교만 지원해야 하지만 영재학교는 전국 어디든 지원할 수 있다는 점도 다르다. 영재학교 간 복수지원도 할 수 있고 떨어지면 이후 다른 특목고나 자사고에 지원할 수 있는 점도 과학고와 다른 점이다. 조기졸업이 가능한 과학고와 달리 영재학교는 반드시 3년을 이수해야 한다. 과학영재학교 6곳과 과학예술영재학교 2곳이 뽑는 2017학년도 신입생 수는 789명이다. 과학예술영재학교는 과학기술과 인문·예술의 융합을 통한 인재 육성을 목표로 한다. 하지만 전반적인 교육과정은 과학영재학교와 비슷하다. 영재학교는 대부분 1단계에서 학생기록물 같은 서류로 평가한다. 여기서는 자기소개서가 핵심이다. 자기소개서에는 수학·과학 교과 우수성이나 열정을 증명할 수 있는 학내 활동, 수상 실적, 연구 항목 등을 구체적으로 써야 한다. 수학·과학 교사나 담임교사가 쓰는 추천서를 통해서는 학생의 학문적 열정, 인성, 리더십, 봉사심 등을 평가한다. 학교생활기록부의 주 평가요소는 수학과 과학의 학업성취도다. 오종운 종로학원하늘교육 평가이사는 “수학과 과학 내신은 A등급이어야 하고 원점수와 평균, 표준편차도 학생부에 함께 표시되므로 원점수는 만점에 가까워야 한다”며 “과목별 내신 반영 비율은 정해진 건 없지만 수학·과학 중심이고 국어나 영어는 참고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2, 3단계에서는 창의적 문제해결력 평가와 과학영재캠프 등을 실시한다. 과학영재캠프에서는 인성면접을 포함해 수학·과학 구술면접, 실험, 집단토론 등을 진행한다. 기출문제를 분석해 준비하는 게 좋다. 영재학교는 학교 간 복수 지원이 가능하지만 올해 대부분 학교의 2단계 평가 일정(5월 22일)이 같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2개 정도 학교를 지원한 뒤 1단계 서류전형 통과 여부에 따라 최종 지원 학교를 결정하고 이에 맞춰 2, 3단계를 준비하는 게 좋다. 2016학년도 전국 영재학교 8곳의 정원 내 평균 경쟁률은 18.33 대 1로 2015학년도(18.41 대 1)보다 소폭 하락했다. 학교별로는 지난해 문을 연 세종과학예술영재학교가 27.01 대 1로 경쟁률이 제일 높았다.최예나 기자 ye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