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훈상

박훈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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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박훈상입니다.

tigerma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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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더 이상 개천에서 용이 나오지 않는다고? 詩에 분노 담긴 사연…

    “세상이 날 홀대해도 용서하고 공평무사한 맘으로 대하자, 내가 왜 이런 생각을? 문득 제 말에 울컥, 자기연민? 세상이 언제 너를 홀대했니? 그냥 네 길을 가, 세상은 원래 공정하지도 무사하지도 않아, 뭔가를 바라지 마, 개떡에 개떡을 얹어주더라도 개떡은 원래 개떡끼리 끈적여야 하니까 넘겨버려,”(시 ‘개천은 용의 홈타운’에서) 최정례 시인(60)이 새 시집 ‘개천은 용의 홈타운’(창비)을 출간했다. 시인은 1990년 등단해 백석문학상, 현대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표제시에서 화자는 무더운 날 오지 않는 버스를 기다리다 왈칵, 벌컥 화를 쏟아낸다. 시인은 “대학 시간강사 시절 부당한 일을 당하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정도로 분노를 느낀 기억이 있다”며 “시집에서 더 이상 개천에서 용이 나오지 않는 사회에 대한 분노를 담았다”고 했다. 이번 시집에는 표제시를 비롯해 내러티브, 우화 등 다양한 형태로 불편한 세상을 향한 메시지가 담긴 산문시가 주로 수록됐다. ‘회생’에선 “겨울까지만 좀 기다려주세요. 노인들이 여름에는 잘 안 죽어요”라며 사람이 죽어야만 빚을 갚을 수 있는 장례식장 주인의 목소리를 들려주고, ‘쥐들도 할 말은 있다’에선 보석을 돌멩이 취급하는 쥐의 우화로 인간의 욕심을 비꼰다. 시인은 산문시를 쓴 이유에 대해 “레고를 갖고 논 아랫세대 시인이 말의 놀이에 집중한다면 소꿉놀이하던 내겐 의미가 더 중요하다”며 “의미 전달을 위해 산문시를 택했다”고 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2015-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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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소설, 순수문학의 숨통인가 블랙홀인가

    #1. 1990년 등단한 소설가 심상대 씨(55)는 2013년 첫 장편소설을 쓰기 위해 소설을 연재할 계간지를 찾았지만 번번이 거절당했다. 그는 현대문학상, 김유정문학상을 수상하며 문단에서 입지를 다진 중견작가였다. 그런데도 위축된 문학 시장은 몇 년간 집필 활동을 쉰 그에게 손을 내밀지 않았다. 결국 그는 장르소설이 연재되는 네이버 웹소설에서 2013년 5월부터 소설 ‘나쁜봄’을 연재했다. 연재가 끝난 이 작품은 문학과지성사에서 단행본으로 출간했다. 소설은 올해 동인문학상 본심 후보에 올라 문학성도 인정받았다. 그는 “순수문학 시장 확장을 위해서도 웹소설 도전을 멈추지 않아야 한다”며 “지하철에서 어린아이부터 노인까지 스마트폰만 들여다보는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2. 국내 최대 포털 네이버는 최근 네이버 웹소설 출시 2주년을 맞아 현황을 발표했다. 2013년 1월 시작된 웹소설에는 정식 연재 작가 109명과 아마추어 작가 11만 명이 로맨스 무협 미스터리 SF&판타지 등 다양한 장르에 걸쳐 작품 23만 편을 연재했다. 지난해 조회는 36억 회, 이 중 80%가 스마트폰에서 소비됐다. 네이버는 “원고료와 미리 보기 수익만으로 한해 2억8000만 원을 번 작가를 비롯해 1억 원 이상 수익을 올린 작가가 7명”이라고 밝혔다. 미리 보기는 100원 결제로 무료로 풀리기 전에 미리 작품을 보는 서비스다. ‘단군 이래 최대 불황’이라는 순수문학 시장에도 웹소설 성공이 알려지면서 묘한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대형 출판사 관계자는 “단행본으로 1억 원을 벌려면 10만 부를 팔아야 하는데, 요즘 국내 문학 시장에서 10만 부 베스트셀러는 당분간 나오기 어렵다”고 밝혔다. 소설 초판 발행 부수가 3000부에서 2000부로 줄었지만 초판이 다 팔리는 작가는 손에 꼽을 정도다. 지난해 소설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평단과 시장에서 모두 좋은 반응을 이끌어낸 성석제 작가의 ‘투명인간’도 판매량이 4만 부 수준이다. 이진백 네이버 웹소설 담당 매니저는 “출판계 불황으로 활로를 찾지 못하는 일부 순수문학 출판사가 정식으로 등단한 작가들의 작품을 웹소설에서 연재할 수 있는지 문의해 왔다”고 밝혔다. 현재 웹소설에서 실명으로 연재 중인 순수문학 출신 작가는 1997년 등단한 소설가 이재익 씨(40·SBS PD)가 유일하다. 그는 종이책으로 낸 소설이 독자들에게 읽히지 않자 웹소설로 자리를 옮겼다. 미스터리 ‘복수의 탄생’에 이어 로맨스 ‘마성의 카운슬러’를 연재 중인 그는 한 달 수입이 월 1000만 원에 달할 정도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그는 “소설로 생계 유지가 어려운 상황에서 많은 작가가 웹소설 시장으로 넘어올 것”이라고 말했다. 웹소설이 순수문학 작가들에게 ‘억’ 소리 나는 숨통을 틔워 줄까. 부정적인 전망도 있다. 웹소설 독자층에 장르문학 마니아가 많아 순수문학 작품에 지갑을 열지 미지수이고, 순수문학 작가들이 빠른 전개를 강조하는 웹소설 작법에 적응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클릭 횟수가 돈으로 환산되는 웹소설이 문학 본래의 의미를 해친다는 근본적인 회의도 있다. 경력 10년의 문학 편집자는 “출판 만화 작가가 웹툰 시장에서 적응하기 어려웠듯이 순수문학 소설가가 잘 적응할지는 지켜봐야 한다”며 “그럼에도 텍스트 콘텐츠가 모바일에서 팔릴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오늘날 작가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2015-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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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네이버의 ‘억’ 소리 나는 유혹…출판 불황, 활로는 웹소설?

    #1. 1990년 등단한 소설가 심상대 씨(55)는 2013년 첫 장편소설을 쓰기 위해 소설을 연재할 계간지를 찾았지만 번번이 거절당했다. 그는 현대문학상, 김유정문학상을 수상하며 문단에서 입지를 다진 중견작가였다. 그럼에도 위축된 문학 시장은 몇 년간 집필 활동을 쉰 그에게 손을 내밀지 않았다. 결국 그는 장르소설이 연재되는 네이버 웹소설에서 2013년 5월부터 소설 ‘나쁜봄’을 연재했다. 연재가 끝난 이 작품은 문학과지성사에서 단행본으로 출간했다. 소설은 올해 동인문학상 본심 후보에도 올라 문학성도 인정받았다. 그는 “순수문학 시장 확장을 위해서도 웹소설 도전을 멈추지 않아야 한다”며 “지하철에서 어린아이부터 노인까지 스마트폰만 들여다보는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2. 국내 최대 포털 네이버는 최근 네이버 웹소설 출시 2주년을 맞아 현황을 발표했다. 2013년 1월 시작된 웹소설에는 정식 연재 작가 109명과 아마추어 작가 11만 명이 로맨스 무협 미스터리 SF&판타지 등 다양한 장르에 걸쳐 작품 23만 편을 연재했다. 지난해 조회수는 36억 회, 이중 80%가 스마트폰에서 소비됐다. 네이버는 “원고료와 미리보기 수익만으로 한해 2억 8000만 원을 번 작가를 비롯해 1억 원 이상 수익을 올린 작가가 7명”이라고 밝혔다. 미리보기는 100원 결재로 무료로 풀리기 전에 미리 작품을 보는 서비스다. ‘단군 이래 최대 불황’이라는 순문학 시장에도 웹소설 성공이 알려지면서 묘한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대형 출판사 관계자는 “단행본으로 1억 원을 벌려면 소설 10만 부를 팔아야 하는데, 요즘 국내 문학 시장에서 10만 부 베스트셀러는 당분간 나오기 어렵다”고 밝혔다. 소설 초판 발행 부수가 3000부에서 2000부로 줄었지만 초판이 다 팔리는 작가는 손에 꼽을 정도다. 지난해 소설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평단과 시장에서 모두 좋은 반응을 이끌어낸 성석제 작가의 ‘투명인간’의 판매량도 4만 부 수준이었다. 이진백 네이버 웹소설 담당 매니저는 “출판계 불황으로 활로를 찾지 못하는 일부 순문학 출판사가 정식으로 등단한 작가들의 작품을 웹소설에서 연재할 수 있는지 문의해왔다”고 밝혔다. 현재 웹소설에서 실명으로 연재 중인 순문학 출신 작가는 1997년 등단한 소설가 이재익 씨(40·SBS PD)가 유일하다. 그는 종이책으로 낸 소설이 독자들에게 읽히지 않자 웹소설로 자리를 옮겼다. 미스터리 ‘복수의 탄생’에 이어 로맨스 ‘마성의 카운슬러’를 연재 중인 그는 한 달 수입이 월 1000만 원에 달할 정도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그는 “소설로 생계유지가 어려운 상황에서 많은 작가들이 웹소설 시장으로 넘어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웹소설이 순문학 작가들에게 ‘억’ 소리 나는 숨통을 틔어줄까. 부정적인 전망도 있다. 웹소설 독자층에 장르문학 마니아가 많아 순문학 작품에 지갑을 열지 미지수이고, 순문학 작가들이 빠른 전개를 강조하는 웹소설 작법에 적응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클릭 횟수가 돈으로 환산되는 웹소설이 문학 본래의 의미를 해친다는 근본적인 회의도 있다. 경력 10년의 문학 편집자는 “출판 만화 작가가 웹툰 시장에서 적응이 어려웠듯 순문학 소설가가 잘 적응할지는 지켜봐야 한다”며 “그럼에도 텍스트 콘텐츠가 모바일에서 팔릴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오늘날 작가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2015-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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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25년 함께한 아내를 보냈다… 내 고독을 기록했다

    눈물에 수채화 물감을 풀어 그렸을까. 그림일기를 한 장씩 넘길 때마다 가슴이 먹먹하다. 30대 중반부터 꾸준히 그림일기를 그린 저자는 그림 에세이 ‘모든 날이 소중하다’, ‘창작면허 프로젝트’ 등을 출간했다. 그는 25년간 함께한 아내 패티를 황망하게 떠나보내고도 붓과 펜을 놓지 않았다. 아내의 삶은 불행의 연속이었다. 아내는 지하철역에서 열차 사고를 당해 두 다리가 마비됐다. 휠체어 신세를 지면서도 지혜롭게 주변 사람들을 돌보면서 넉넉한 웃음으로 새로운 친구를 사귄 아내였다. 그런데 어느 봄 테라스 정원의 꽃에 물을 주려고 창문 밖에 걸린 고무호스를 꺼내려다가 균형을 잡지 못하고 앞으로 떨어져 숨졌다. 저자는 솔직하게 슬픔을 털어놓으며 무너진 자신의 삶을 일으키는 과정을 수채화로 그리고 글을 보탠다. 아내가 숨진 날을 그린 일기는 왈칵 쏟아진 눈물처럼 푸른색이 번지고 얼룩져 있다. 푸른 물감 위에 “패티는 입에 고무관을 물고 눈은 감고 흰 천에 싸여 미동도 없이 누워 있다. 패티의 손을 잡고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 무엇도 실감이 나지 않았다”고 썼다. 서재에 놓은 아내의 유골함도 그렸다. 그는 “고유한 이름도 없고 조립식에 심각하기 짝이 없고 조악”한 유골함 대신 아내가 가장 좋아하던 테디 베어 모양의 쿠키단지를 유골함으로 썼다. “이제 패티는 우리 집 서재에 있다. 사랑스러운 것들이 있는 곳에 포근하게 자리 잡았다.” 아내를 만나고 싶어 구글 지도를 검색해 카메라에 우연히 포착된 아내의 모습을 보고 또 본다. 지도 속 아내는 전동 휠체어에 앉아 강아지를 산책시키고 있다. 그는 지도 화면을 수채화 그림으로 옮긴다. “패티는 언제나 자기 할 일을 하면서 거기에 아직 살아 있다”고 말하는 저자는 “이런 건 모두 날 힘들게 한다. 하지만 이 가짜 만남이 나는 좋다”고 썼다. 가을이 되자 아내의 짐을 정리한다. “일요일 아침, 침대에 혼자 앉아 이 글을 쓰는 동안에도 눈물이 두 뺨을 타고 쉴 새 없이 흘러내린다.” 온통 검게 칠해진 그림에는 아내의 물건들이 빼곡하다. 저자 스스로 슬픔을 견디려고 그린 그림이지만 일기를 읽는 우리에게도 위로와 지혜를 준다. 마지막 일기는 슬픈 기운이 감도는 푸른색이 아닌 아내가 사랑했던 분홍색으로 칠했다. 따뜻한 기온이 번진다. 마지막은 이렇게 끝났다. “내게 남은 날 하루하루를, 밤에 누워서 걱정만 하면서가 아니라 다시없이 소중하게 보낼게. 내 새로운 인생, 앞날은 밝을 거야. 당신이 빛을 비춰주니까.”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2015-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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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년드림]“조직생활에 몸이 근질… 늘 ‘한 방’ 생각했죠”

    ‘Collavo(콜라보)’ 애플리케이션은 영상 편집 앱이다. 앱으로 찍은 동영상에 쉽고 간단한 조작만으로 다양한 필터 효과와 배경음악을 삽입해준다. 친구들이 찍은 동영상도 편리하게 자르고 이어 붙여 하나의 동영상으로 만들어주는 컬래버레이션 기능도 있다. 버튼 몇 번만 누르면 우리 일상을 찍은 동영상도 아름답고 화려한 광고 화면처럼 바뀐다. 지난해 애플 앱스토어 ‘2014 올해의 최고작’ 중 하나로 선정되기도 했다. 같은 대학 힙합동아리 출신으로 환상의 컬래버레이션(협력)을 자랑하며 앱을 만든 마그나랩 박정우 대표(33)와 박우람 이사(39)를 지난달 30일 서울 광화문에서 만났다. “우리 또래가 할 수 있는 ‘한 방’이 무엇일까 늘 생각했어요. 회사를 10년 동안 다니고 착실히 모아도 분당 아파트 한 채 사기 어렵잖아요.” 2011년 8월 국내 최대 인터넷 포털업체 네이버에서 검색기획 업무를 하던 박 대표는 과감하게 사표를 던졌다. 경제적인 이유만은 아니었다. 회사에 찰떡처럼 붙어 있으면 굶어 죽진 않겠지만 커다란 조직에서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몸이 근질거렸다. 앞으로 더 나은 상황이 올지 확신도 없었다. 퇴사 전 네이버 동료들과 모바일 시장을 공부했다. 그때 결심했다. “이제 막 모바일 시대가 열렸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더는 없다.” 박 대표는 동아리 선배인 박 이사를 찾았다. 박 이사는 한 기업에서 신사업 개발 업무를 담당했다. 박 대표는 “대학 다닐 때 민중노래패밖에 없었는데 형이 대중적인 음악을 하자며 동아리를 만들었다. 뭐든 새로운 일을 벌이는 데 자신 있는 형에게 믿음이 갔다”고 말했다. 박 이사도 “홀로 서울에 올라와 학비도 손수 벌어 대학을 졸업한 자립심 강한 박 대표와 일 벌이기 좋아하고 자유로운 내가 잘 맞을 것 같았다”고 했다. 박 대표가 기획, 박 이사가 홍보와 행정을 맡았다. 박 대표의 네이버 동료 서동영 개발이사(32), 김성일 선임개발자(30)도 합류했다. 회사를 박차고 나와 경기 성남시 분당구의 화려한 네이버 본사 건물 대신 길 건너 커다란 지하창고로 출근했다. 보증금 500만 원, 월세 40만 원짜리 지하창고는 추운 겨울이 되자 턱이 덜덜 떨릴 정도로 추웠다. 창고 가운데 기름 난로를 놓고 동그랗게 등지고 모여 앉아 개발을 시작했다. 하루는 네이버 임원이 박 대표를 회사로 불렀다. 네이버에 남았다면 눈을 마주치기도 부담스러운 까마득한 상사였다. 임원은 박 대표에게 “그렇게 무책임하게 회사 사람을 빼내는 것은 도리가 아니다. 나가서 망하는 것 많이 봤는데, 네가 그들을 책임 질 수 있느냐”고 말했단다. 박 대표와 마그나랩 팀원들은 반대로 더 열의에 차서 미래를 보여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한다. 처음 출시한 앱이 ‘evenio(이베니오)’였다. 이용자가 참가한 다양한 이벤트를 고르면 함께했던 모르는 사람들과 인맥을 맺어준다. ‘옐로리본’ 편지 앱도 만들었다. 보내는 사람이 특정 장소를 지정해 메시지를 보내면 받는 사람은 그 장소에 도착해야만 메시지를 읽을 수 있다. 박 대표는 어느 노인이 애틋하게 손주 사진 2장만 반복해서 보는 모습을 목격했다는 트위터 사연을 우연히 읽고 할아버지, 할머니가 쉽게 가족과 사진을 주고받을 수 있는 앱 ‘우리 손주’도 개발했다. 마그나랩이 개발한 앱들은 디지털 기술에 따뜻한 감성을 입히고 편리한 사용환경을 구현했다. 참 좋아 보이기는 하는데 결과는 어땠을까. “정작 서비스 호흡이 길어 사용자들에겐 인기를 끌지 못했어요. 시장을 고려하지 않고 일단 재밌으면 성공할 걸로 보고 시도했는데 잘 팔리지 않더라고요.” 2013년 한 해 가장 힘든 시간을 보냈다. 박 이사가 관리하는 통장에는 잔액이 없었다. 당장 수입이 없으니 한 치 앞도 보이지 않고, 이사도 여러 번 다녀야 했다. 마그나랩 초기 멤버들도 하나둘 떠났다. 버티기 위해서 ‘갑’인 다른 업체가 주는 외주용역을 맡는 ‘을’이 됐다. 머리는 비우고 밤낮으로 노동력만 투입했다. 그해 겨울 박 대표가 여러 개 동영상을 편집하고 필터와 음향 효과를 입히는 콜라보 아이디어를 냈다. 그는 어린 시절 음악 하는 아버지를 따라 생방송으로 공연을 중계하는 중계차에 탄 적이 있다. 공연장 곳곳을 비추는 화면 여러 개를 조율하면서 PD는 생방송 화면을 내보내고 있었다. 그 기억이 잠재의식 속에 강하게 남아 있었다. 박 대표가 낸 아이디어를 개발자들은 누구나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앱으로 구현했다. 박 이사도 두 달된 딸을 업고 여러 스타트업 지원 기관을 찾아다니며 자금을 모았다. 지난해 KBS의 벤처경진 프로그램 ‘천지창조’에 콜라보를 들고 출연해 결승 라운드까지 진출했다. 창업진흥원 등 국내 기관뿐만 아니라 페이스북의 글로벌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에도 선정됐다. 지난해 10월엔 KT-벤처스퀘어 노마드 2014에 선정돼 인턴직원 강정인 씨(디자이너), 김태형 씨(크리에이티브 디렉터)까지 모두 6명이 미국 실리콘밸리를 찾기도 했다. 스타트업 업계에선 창업 후 3년을 고비로 본다. 마그나랩도 이제 막 3년이 지났고 지난해 출시한 콜라보는 조금씩 매출을 내고 있다. 박 대표는 “이제 3년을 버텼고 ‘요만큼’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라면서도 “포털에 콜라보라고 검색했을 때 우리 앱이 제일 먼저 나오도록 검색어를 독점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2015-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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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의 작가상, 공모제 탈피 기출간 소설에 시상

    민음사와 계간 ‘세계의 문학’이 주관하는 ‘오늘의 작가상’이 38년 만에 대대적으로 개편된다. 민음사는 3일 ‘오늘의 작가상’ 개편안을 발표했다. 상 이름을 유지하되 기존 공모제가 아닌 한 해 출간된 한국소설을 대상으로 상을 주기로 했다. 심사도 소수의 심사위원이 아닌 독자 등에게 문호를 개방하고 인터넷 서점을 통해 심사과정을 실시간 중계한다. 한국 문학의 위상 저하와 독자의 외면이라는 위기를 인식해 개편을 통해 독자의 관심을 다시 모으겠다는 것이다. 오늘의 작가상은 전년 6월부터 당년 5월까지 출간된 한국소설 단행본과 그 작가를 대상으로 하며 SF(공상과학), 추리소설 같은 장르문학도 포함시키기로 했다. 기존에 심사위원을 맡았던 문학평론가뿐 아니라 작가, 기자, 서점 관계자, 출판편집자, 문화예술인, 독자로 구성된 추천위원단의 추천을 받아 수상 후보작을 선정하게 된다. 상금은 창작 지원금 명목으로 2000만 원을 지급한다. 박맹호 민음사 회장(81)은 “영화 ‘국제시장’이 온 국민의 사랑을 받은 것처럼 한국 문학도 사랑받게 하고 싶어 상을 개편했다”며 “여든이 넘으니 인생은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임을 알고 가급적 민음사가 아닌 다른 출판사에 상을 줘서 한국 문학 전체 발전을 꾀하겠다”고 밝혔다. 1977년 시작된 오늘의 작가상은 새로운 거장과 신인을 발굴하는 중요한 기능을 했다. 한수산(부초), 이문열(사람의 아들)을 시작으로 이만교(결혼은, 미친 짓이다), 최민석(능력자) 등 수상자 41명을 배출했다. 하지만 문학시장의 불황이 거듭된 데다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품도 최근 들어 시장의 반향을 크게 얻지 못하자 신인 등용문 기능에 대한 고민도 컸던 것으로 보인다. 한 평론가는 “문학시장이 쇠락하고 민음사도 오늘의 작가상이 과거의 영광이나 기대한 바에 비해 성과가 줄어드니 혁신을 택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민음사는 신인 발굴 기능 축소에 대해 “문학상이 남발되는 수준으로 포화돼 이제는 독자와 거리를 줄이는 작업이 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간담회에선 오디션 프로그램인 SBS ‘K팝스타4’에 출연 중인 박 회장 손녀 윤하 양(17)도 화제에 올랐다. 손녀가 인기를 모으면서 민음사가 검색어 1위에 올라 홍보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박 회장은 “요즘엔 나보다 손녀가 더 유명하니 이젠 윤하 할아버지 행세를 해야겠다”며 웃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2015-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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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지연 첫 소설 ‘물구나무’ 출간

    “첫 소설이 출간됐습니다. 설레기도 하고 떨리기도 하고…. 늘 ‘팩트’를 다루는 세계에서 일하던 제가 허구의 글을 쓰며 많이 배우고 느꼈습니다. 때로, 허구가 더 깊은 진실을 담는다는 것을.”(백지연 트위터) 방송인 백지연 씨(51)가 첫 소설 ‘물구나무’(북폴리오·사진)를 출간했다. 그는 ‘뜨거운 침묵’ ‘자기설득파워’ ‘나는 나를 경영한다’ 등을 출간한 바 있다. 소설은 전문 인터뷰어인 민수가 27년 만에 여고 시절 단짝 수경에게 친구 하정이 의문의 죽음을 맞았다는 소식을 들으며 시작된다. 민수는 물구나무서기를 못 해 친해진 친구들을 다시 만나 그들의 인생을 깊이 들여다본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2015-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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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 한 권에 벽돌 한 장… 2월의 ‘기적의 책’ 발표

    2월 ‘기적의 책 캠페인’ 선정 도서가 발표됐다. 1억 원 모금 프로젝트 ‘기적의 책 캠페인’은 ‘책 한 권, 벽돌 한 장, 책으로 이루는 꿈’이라는 모토로 푸르메재단(이사장 김성수)과 교보문고(대표 허정도), 동아일보가 펼치고 있다. 매달 선정한 ‘기적의 책’ 20종을 교보문고 오프라인 14개 점포에서 구매할 때마다 권당 1000원이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짓고 있는 어린이재활병원에 자동으로 기부된다. 기적의 책 캠페인엔 이 취지에 공감하고 나눔에 참여하길 원하는 출판사들이 참여한다. 남녀노소 다양한 독자들이 캠페인에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문학 인문 경제·경영 교육 동화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을 선정하고 있다. 이번 달 기적의 책 캠페인에는 ‘타임매직’(다산북스) ‘상실 그리고 치유’(문예출판사) ‘브리프’(더난출판) 등이 선정됐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2015-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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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도 사고 기부도 하고’ 2월 기적의 책 캠페인…선정도서는?

    2월 ‘기적의 책 캠페인’ 선정도서가 발표됐다. 1억 원 모금 프로젝트 ‘기적의 책 캠페인’은 ‘책 한 권, 벽돌 한 장, 책으로 이루는 꿈’이라는 모토로 푸르메재단(이사장 김성수)과 교보문고(대표 허정도), 동아일보가 펼치고 있다. 매달 선정한 ‘기적의 책’ 20종을 교보문고 오프라인 14개 점포에서 구매할 때마다 권당 1000원이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짓고 있는 어린이재활병원에 자동으로 기부된다. 기적의 책 캠페인엔 이 취지에 공감하고 나눔에 참여하길 원하는 출판사들이 참여한다. 남녀노소 다양한 독자들이 캠페인에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문학 인문 경제·경영 교육 동화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을 선정하고 있다. 이번 달 기적의 책 캠페인에는 ‘타임매직’(다산북스) ‘상실 그리고 치유’(문예출판사) ‘브리프’(더난출판) 등이 선정됐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2015-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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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담배 끊으려니 감성이 화석화될 것 같아…

    ‘담배는 문학 작품의 원자재?’ 올해 담뱃값이 2000원이나 오르자 상당수 문인이 ‘원자재’ 가격이 올랐다며 뿔을 내고 있다. 그만큼 문단에선 오래전부터 담배를 창작의 ‘필수품’처럼 여겨왔기 때문이다. 근대소설가 김동인(1900∼1951)은 “생각이 막혔을 때에 한 모금의 연초가 막힌 생각을 트게 하는 것은 흡연가가 다 아는 바”라며 ‘연초의 효용’을 강조했다. 2004년 담뱃값이 갑당 500원씩 올랐을 때, 한국문인협회는 “창작 아이디어의 유일한 벗인 담배 가격 인상은 매우 유감스럽다”고 성명을 냈을 정도다. 지금의 문인들 역시 고충을 호소한다. ‘차남들의 세계사’를 쓴 소설가 이기호 씨는 원고지 한 장을 쓸 때 담배 1, 2개비를 피우는 애연가다. 그는 “담배를 끊으면 소설을 쓰는 데 필요한 머리, 감성이 화석화될 것 같아 끊을 수 없다”며 “원자재 가격이 올랐으니 앞으로는 많이 피우고 더욱더 많이 쓰겠다”고 말했다. 올해 담뱃값 인상에 반대하는 문인단체의 성명은 발표되지 않았지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문인들의 항의가 이어지고 있다. 소설가 박범신 씨는 지난달 6일 트위터에 담배를 빌려 달라는 청년 이야기를 올리며 “차라리 세금 더 걷지 건강 명분으로 빈자들 주머니 털어 불안감 키우는 나라”라고 썼다. 시인 김경주 씨도 같은 날 페이스북에 “간접세를 내고도 죄인 취급 받는 흡연자들에게 개비담배 파는 담배천국이 생긴다면 김밥천국보단 호응 좀 있으려나”라고 올렸다. 시인 김은경 씨는 ‘한국작가회의 통신’에 “담뱃값 4500원이면 서민에게 한 끼 밥값보다 많을 수도 있는 돈이다. 그러니 이제 씁쓸한 세상살이에 담배 한 개비 피워 물 여유조차 우리에겐 쉽게 허락되지 않을 터이다”라고 썼다. 인상에 대한 항의 표시로 금연한 경우도 있다. 문학평론가인 황현산 고려대 명예교수는 최근 트위터에 “(금연 후) 시도 때도 없이 졸음이 오고, 식욕이 떨어지고, 배변 습관이 바뀌고, 눈이 침침한 것만 같고, 모든 것이 엉망이다”라고 글을 올렸다. 그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글 쓰는 사람은 담배 힘으로 글을 쓰지만 우리에게 담배 한 개비만큼의 기쁨도 주지 못하면서 담뱃값을 올린 정부가 괘씸해 끊었다”고 일갈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2015-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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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치’가 디자인하고 ‘방아깨비’가 그렸다

    여치가 디자인하고, 방아깨비가 그렸다. 최근 출간된 미국 소설가 존 윌리엄스의 장편소설 ‘스토너’(알에이치코리아·사진)의 첫 장을 넘기면 ‘디자인 여치, 일러스트 방아깨비’라고 적혀 있다. 들판을 누비던 여치와 방아깨비가 책을 만들었단 소리일까. 소소한 웃음을 준다. 소설 리뷰 사이트 ‘소설리스트(Sosullist)’는 이 책을 ‘표지 갑’으로 뽑으며 “본문 디자인은 귀뚜라미 씨가 하면 좋겠습니다”라고 쓰기도 했다. 여치의 정체는 10년 차 북디자이너 김여진 씨(34). 그는 베스트셀러 ‘인문학은 밥이다’, ‘메이커스’ 표지 등을 ‘여치’라는 이름으로 디자인했다. 주변에서 여진이라는 이름을 빨리 부르다 보니 ‘여치’가 된 게 예명의 시작이다. ‘방아깨비’는 북 디자인 작업을 처음으로 해본다는 김 씨의 남편이다. 김 씨는 “여치와 방아깨비가 나란히 적혀 있으니 정체를 많이들 궁금해한다”며 “남편은 여러 곤충 이름을 놓고 고민하다가 부르기 쉽고 듣기 좋은 방아깨비를 골랐다”고 했다. 소설 ‘스토너’에도 사연이 숨어 있다. 문학을 사랑한 주인공 윌리엄 스토너의 일생을 그린 이 소설은 1965년 미국에서 발표됐지만 조명받지 못하고 절판됐다. 근 50년 만인 2013년에야 눈 밝은 출판사 편집자와 작가의 눈에 들어 프랑스에서 새롭게 출판됐다. 이 책은 ‘지난 세기에 잊힌 위대한 소설 중 하나’로 불리며 유럽 각지에서 베스트셀러에 올랐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2015-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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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치 부인, 방아깨비 남편 “귀뚜라미 씨 찾아요”…무슨 사연?

    여치가 디자인하고, 방아깨비가 그렸다. 최근 출간된 미국 소설가 존 윌리엄스의 장편소설 ‘스토너’(알에이치코리아)의 첫 장을 넘기면 ‘디자인 여치, 일러스트 방아깨비’라고 적혀 있다. 들판을 누비던 여치와 방아깨비가 책을 만들었단 소리일까. 소소한 웃음을 준다. 소설 리뷰 사이트 ‘소설리스트(Sosullist)’는 이 책을 ‘표지 갑’으로 뽑으며 “본문 디자인은 귀뚜라미 씨가 하면 좋겠습니다”라고 쓰기도 했다. 여치의 정체는 10년차 북디자이너 김여진 씨(34). 그는 베스트셀러 ‘인문학은 밥이다’, ‘메이커스’ 표지 등을 ‘여치’라는 이름으로 디자인했다. 주변에서 여진이라는 이름을 빨리 부르다 보니 ‘여치’가 된 게 예명의 시작이다. ‘방아깨비’는 북 디자인 작업을 처음으로 해본다는 김 씨의 남편이다. 김 씨는 “여치와 방아깨비가 나란히 적혀 있으니 정체를 많이들 궁금해 한다”며 “남편은 여러 곤충 이름을 놓고 고민하다가 부르기 쉽고 듣기 좋은 방아깨비를 골랐다”고 했다. 소설 ‘스토너’에도 사연이 숨어 있다. 문학을 사랑한 주인공 윌리엄 스토너의 일생을 그린 이 소설은 1965년 미국에서 발표됐지만 조명 받지 못하고 절판됐다. 근 50년 만인 2013년에야 눈 밝은 출판사 편집자와 작가의 눈에 들어 프랑스에서 새롭게 출판됐다. 이 책은 ‘지난 세기에 잊힌 위대한 소설 중 하나’로 불리며 유럽 각지에서 베스트셀러에 올랐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2015-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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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이 책, 이 저자]겨울 해수욕장 작은 파출소… 그곳에서 ‘마술같은 희망’을 엿봅니다

    2004년 겨울, 서울 신촌로터리 홍익문고 앞 건널목에 당시 대학생이던 김경주 시인(39·사진)이 있었다. 파란불이 켜지자 하반신에 검은색 고무 튜브를 단 사내가 바닥을 기며 건너는 모습이 시인의 눈에 들어왔다. 사내가 절반쯤 건넜을 때 신호등이 빨간불로 바뀌었다. 사람들은 사내의 손을 밟고 서둘러 건넜다. 홀로 남은 사내는 움직이는 차를 피해 중앙선 위에 몸을 엎드렸다. 순간 하늘에서 눈이 내렸고 사내는 멍하니 그 눈을 보았다. 고무 튜브 아래로 검은 물이 흘렀다. 겁을 먹은 탓일까. 소변이었다. 김 시인은 11년 전 목격한 사내의 이야기를 시극(詩劇) ‘내가 가장 아름다울 때 내 곁엔 사랑하는 이가 없었다’로 풀어냈다. 제목은 왕자웨이 감독의 영화 ‘동사서독’ 중 배우 장만위의 마지막 대사에서 따왔다. 왕 감독의 이별, 어긋남의 정서가 시인의 시극에도 담겼다. 시극을 출간한 김 시인을 28일 서울 국립현대미술관 지하 멀티프로젝트홀 무대에서 만났다. 그는 래퍼 엠씨 메타, 김봉현과 함께 결성한 ‘포에틱 저스티스’의 포에트리 슬램(Poetry Slam·낭독용 시를 래핑으로 낭독) 공연 준비로 분주했다. “도대체 누가 사내를 인도로 데려다 줄까 궁금했어요. 사회의 어두운 면에만 주목했다면 앵벌이 조직이 떠올랐겠지만 전 ‘아내’를 떠올렸습니다. 사내에게 아내가 있어 그 아내가 업어주었다면…. 그런데 그런 아내를 업어주지 못하는 사내 마음은 어떨까. ‘업힌다’는 행위가 갖고 있는 곰살맞고 살가운 느낌을 풀어내고 싶었습니다.” 시극의 공간은 겨울이 돼 문을 닫은 해수욕장의 작은 파출소다. 검은 지느러미 같은 고무튜브를 단 ‘김 씨’가 죽기 위해 눈이 쏟아지는 바다로 기어가고 있다. 김 씨를 목격한 파출소 직원이 김 씨를 업고 파출소로 온다. 경찰은 김 씨를 살리려 애쓰고 김 씨는 죽으려 애쓴다. 시적인 대화가 오가며 서로의 상처가 보듬어진다. 경찰에겐 자폐아인 아들을 잃은 슬픔, 김 씨에겐 아내에게 버림받은 아픔이 있었다. “사랑이 뭐라고 생각해?”(파출소 직원) “어둠 속에서 손을 꼭 잡고 이렇게 조금만 있자… 하는 거요.”(김 씨) 극은 환상적인 결말로 맺어진다. 파출소 직원의 숨진 아들과 김 씨의 가출한 아내가 파출소에 찾아온다. 이런 ‘마술적 사실주의’의 형식을 택한 데 대해 김 시인은 “리얼리티로 풀어내면 소외된 자에 대한 동정으로 읽히기 쉬울 것 같았다”고 밝혔다. 낮은 자에 대한 측은한 마음이 아닌, 같은 눈높이에서 서로의 마음을 공감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것이다. 이 시극은 오세혁 씨가 연출을 맡아 5월 무대에 오른다. 공연 제목은 그가 초고 제목으로 정했던, 대사 속에 여러 번 등장하는 ‘그런 말 말어’다. 시인은 “상대를 무장해제시키는 말이다. ‘알고 있는 게 다가 아니야, 희망이 남아 있어’를 일러주는 말”이라고 설명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2015-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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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문학은 위기때 더 꽃피워…만년의 첫문은 연애소설로 열것”

    “우리 시대 한국문학에 바치는 헌사입니다. 우리 문학을 많이 사랑해주세요.” 29일 오전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열린 ‘황석영의 한국 명단편 101’(전 10권·문학동네) 출간 간담회에서 문단의 원로인 황석영 작가(72·사진)는 우리 문학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호소했다. 그는 2011년 11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3년간 1925년 작 염상섭의 ‘전화’부터 2011년 작 김애란의 ‘서른’까지 101편을 골라 그만의 해설을 썼다. 한국문학과 독자를 이어주는 ‘현대식 교량’이 되겠다는 길잡이의 마음으로 썼다. 책에는 황 작가의 리뷰와 단편소설 전문, 신수정 문학평론가의 시대별 해설이 함께 수록됐다. 신 평론가는 “황 작가의 작품에 대한 객관적 평가와 본능적 애정이 겹쳐 읽는 재미가 있다”고 했다. 황 작가는 기존의 근대문학 선집과 차별화를 강조하며 근대문학의 출발점을 이광수나 김동인이 아닌 염상섭으로 삼았다. 그는 “지금까지 단편선은 계몽주의 작품에서 출발해 적당한 데 멈추고 젊은 작가 몇몇 끼워 넣는 식”이었다며 “염상섭의 작품들에서 애매한 계몽주의에서 벗어난 근대 자아가 보여 그를 출발점으로 봤다”고 설명했다. 책에는 1962년 등단해 문단 선후배들과 끈끈한 유대관계를 맺고 1989년 정부 허가 없이 북한을 방문해 큰 파문을 일으켰던 그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라이벌로 부를 정도로 좋아했지만 사는 공간이 달랐던 이문구 작가와의 애틋한 사연, 북한 체류 당시 취재한 월북작가들의 이후 행적 등에 눈길이 간다. 그는 첫 부인인 홍희담의 ‘깃발’도 소개한다. 그는 홍희담을 ‘그이’라고 부르며 “환갑이 넘어서도 여전한 소녀 같은 열정과 살아남은 자의 부채의식이 어느 5월 그를 벌떡 일어나게 했다”고 썼다. 황 작가는 10권 중 3권을 현재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김연수 박민규 황정은 등 젊은 작가에게 할애했다. 그는 “1989년 이후 잃어버린 10년을 보내고 뒤늦게 후배들을 재발견했다”며 “그들의 만개한 서사를 읽으며 젊은 피를 수혈했다”고 극찬했다. 한국문학의 위기에 대해선 “우리 문학은 늘 위기였고 이를 뚫고 극복하면서 꽃을 피웠다. 자국 문학을 읽는 건 자기 삶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시대의 초상이 무엇인지 확인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차기작 계획도 밝혔다. “화장실에 똥 누러 다녀왔더니 어느새 칠십이 넘었습니다. 올봄에 회한이 담긴 연애를 다룬 경장편 소설을 하나 발표할 예정입니다. 장편 두어 편 쓰면 인생이 끝날 텐데…. 죽음이 다가오기 시작했으니 만년문학의 첫 문을 힘차게 열 것입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2015-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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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가 황석영이 직접 쓴 우리 문학 리뷰, “차기작 계획은…”

    “우리 시대 한국 문학에 바치는 헌사입니다. 우리 문학을 많이 사랑해주세요.” 29일 오전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열린 ‘황석영의 한국 명단편 101’(전 10권·문학동네) 출간 간담회에서 문단의 원로인 황석영 작가(72)는 우리 문학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호소했다. 그는 2011년 11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3년간 1925년 작 염상섭의 ‘전화’부터 2011년작 김애란의 ‘서른’까지 101편을 골라 그만의 해설을 썼다. 한국 문학과 독자를 이어주는 ‘현대식 교량’이 되겠다는 길잡이의 마음으로 썼다. 책에는 황 작가의 리뷰와 단편소설 전문, 신수정 문학평론가의 시대별 해설이 함께 수록됐다. 신 평론가는 “황 작가의 작품에 대한 객관적 평가와 본능적 애정이 겹쳐 읽는 재미가 있다”고 했다. 황 작가는 기존의 근대문학 선집과 차별화를 강조하며 근대문학의 출발점을 이광수나 김동인이 아닌 염상섭으로 삼았다. 그는 “지금까지 단편선은 계몽주의 작품에서 출발해 적당한데 멈추고 젊은 작가 몇몇 끼워 넣는 식”이었다며 “염상섭의 작품들에서 애매모호한 계몽주의에서 벗어난 근대 자아가 보여 그를 출발점으로 봤다”고 설명했다. 책에는 1962년 등단해 문단 선후배들과 끈끈한 유대관계를 맺고 1989년 정부 허가 없이 북한을 방문해 큰 파문을 일으켰던 그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라이벌로 부를 정도로 좋아했지만 사는 공간이 달랐던 이문구 작가와의 애틋한 사연, 북한 체류 당시 취재한 월북 작가들의 이후 행적 등에 눈길이 간다. 그는 첫 부인인 홍희담의 ‘깃발’도 소개한다. 그는 홍희담을 ‘그이’라고 부르며 “환갑이 넘어서도 여전한 소녀 같은 열정과 살아남은 자의 부채의식이 어느 5월 그를 벌떡 일어나게 했다”고 썼다. 황 작가는 10권 중 3권을 현재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김연수 박민규 황정은 등 젊은 작가에게 할애했다. 그는 “1989년 이후 잃어버린 10년을 보내고 뒤늦게 후배들을 재발견했다”며 “그들의 만개한 서사를 읽으며 젊은 피를 수혈했다”고 극찬했다. 한국문학의 위기에 대해선 “우리 문학은 늘 위기였고 이를 뚫고 극복하면서 꽃을 피웠다. 자국 문학을 읽는 건 자기 삶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시대의 초상이 무엇인지 확인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차기작 계획도 밝혔다. “화장실에 똥 누러 다녀왔더니 어느새 칠십이 넘었습니다. 올 봄에 회한이 담긴 연애를 다룬 경장편 소설을 하나 발표할 예정입니다. 장편 두어 편 쓰면 인생이 끝날텐데…. 죽음이 다가오기 시작했으니 만년문학의 첫 문을 힘차게 열 것입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2015-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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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好통]불멸의 문인? 2세에 달렸다

    소설가 박완서(1931∼2011)의 딸들이 나섰다. 최근 작고 4주기를 맞아 박완서 선생이 1977년부터 1990년까지 출간한 산문집 개정판 7권이 한꺼번에 출간됐다. 교정 작업에는 맏딸 호원숙 씨를 비롯해 원순 원경 원균 씨까지 네 자매가 참여했다. 지금까지는 가족 대표 격인 수필가 원숙 씨가 어머니의 소설 전집 출간 작업을 주도했지만 이번엔 분량이 방대해 함께 교정을 봤다. 네 자매의 전공은 각각 국어교육, 수학, 의학, 미술로 다양하다. 원숙 씨는 “자매가 함께 어머니의 문학을 지키고 있다”며 “각자 어머니에게 받은 사랑과 지혜가 있는데 이를 함께 나눌 수 있어 좋다”고 했다. 얼마 전 ‘2015 탄생 100주년 문학인 기념문학제’(대산문화재단·한국작가회의 주최)를 준비하기 위한 회의가 열렸다. 누구를 기념할지를 선정하기 위한 자리였다. 여기에서는 2세들의 중요성에 대한 이야기도 오갔다. 후대에서 챙겨주지 않아 업적이 통째로 사라진 몇몇 문인에 대한 아쉬움도 나왔다. 대중적 지명도가 떨어지거나 타계한 지 오래된 문인들은 2세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말 만난 장만영 시인(1914∼1975)의 아들 석훈 씨(77)는 인상 깊었다. 그는 팔순을 앞둔 나이에도 시 ‘달, 포도, 잎사귀’로 유명한 아버지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자비로 아버지 전집 4권을 출간했다. 그는 신문사 교열기자로 일한 경험을 살려 홀로 아버지의 자료를 정리하고 교정, 편집까지 마쳐 책을 만들었다. 방대한 전집을 읽어보니 “죽을 똥을 쌀 뻔했다”는 그의 말은 엄살이 아니었다. 아동문학가 강소천(1915∼1963)의 아들 현구 씨(56)도 자영업으로 바쁜 와중에 아버지 홈페이지를 만들고 평전과 논문집 발간 등에 힘써왔다. ‘꼬마눈사람’ ‘금강산’ 같은 우리 귀에 익숙한 동요, 동시를 만든 아버지의 업적을 더 오래 기리기 위한 노력이다. 한국 문학사에서 점점 잊혀지는 문인이 늘고 있다. 문단에서는 부모를 기억하고 지키려는 2세들의 모습에 박수를 보내고 있다. 이는 부모에 대한 사랑을 넘어 문학 유산을 지키려는 노력이 되기 때문이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2015-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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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모에게 받은 사랑을 문학 사랑으로…유산 지켜나가는 문인 2세들

    소설가 박완서(1931~2011)의 딸들이 나섰다. 최근 작고 4주기를 맞아 박완서가 1977년부터 1990년까지 출간한 산문집 개정판 7권이 한꺼번에 출간됐다. 교정 작업에는 맏딸 호원숙 씨를 비롯해 원순 원경 원균까지 네 자매가 참여했다. 지금까지는 가족 대표 격인 수필가 원숙 씨가 어머니의 소설 전집 출간 작업을 주도했지만 이번엔 분량이 방대해 함께 교정을 봤다. 네 자매의 전공은 각각 국어교육, 수학, 의학, 미술로 다양하다. 원숙 씨는 “자매가 함께 어머니의 문학을 지키고 있다”며 “각자 어머니에게 받은 사랑과 지혜가 있는데 이를 함께 나눌 수 있어 좋다”고 했다. 얼마 전 ‘2015 탄생 100주년 문학인 기념문학제’(대산문화재단·한국작가회의 주최)를 준비하기 위한 회의가 열렸다. 누구를 기념할지를 선정하기 위한 자리였다. 여기에서는 2세들의 중요성에 대한 이야기도 오갔다. 후대에서 챙겨주지 않아 업적이 통째로 사라진 몇몇 문인에 대한 아쉬움도 나왔다. 대중적 지명도가 떨어지거나 타계한지 오래된 문인들은 2세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지난해 12월말 만난 장만영(1914~1975) 시인의 아들 석훈 씨(77)는 인상 깊었다. 그는 팔순을 앞둔 나이에도 시 ‘달, 포도, 잎사귀’로 유명한 아버지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자비로 아버지 전집 4권을 출간했다. 그는 신문사 교열기자로 일한 경험을 살려 홀로 아버지의 자료를 정리하고 교정, 편집까지 마쳐 책을 만들었다. 방대한 전집을 읽어보니 “죽을 똥을 쌀 뻔 했다”는 그의 말은 엄살이 아니었다. 아동문학가 강소천(1915~1963)의 아들 현구 씨(56)도 자영업으로 바쁜 와중에도 아버지 홈페이지를 만들고 평전과 논문집 발간 등에 힘써왔다. ‘꼬마눈사람’ ‘금강산’ 같은 우리 귀에 익숙한 동요, 동시를 만든 아버지의 업적을 더 오래 기리기 위한 노력이다. 한국 문학사에서 점점 잊혀지는 문인들이 늘고 있다. 문단에서는 부모를 기억하고 지키려는 2세들의 모습에 박수를 보내고 있다. 이는 부모에 대한 사랑을 넘어 문학 유산을 지키려는 노력이 되기 때문이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2015-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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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릴적 꿈꾸던 테무친 이야기… 내 인생 마지막 장편 될 것”

    《 1980, 90년대 출판 만화 시절 액션 만화 ‘나간다! 용호취’ ‘스카이 레슬러’ 등으로 사나이 만화 팬들의 심장을 뜨겁게 달궜던 만화가 장태산 씨(62)가 올 초 네이버 웹툰 ‘몽홀’로 돌아왔다. 아들, 손자뻘 후배 웹툰 작가들은 까마득한 선배의 도전에 박수를 보내며 딱 하나 당부를 했다. “댓글 읽지 마세요.” 괜한 악성 댓글에 상처를 받을까 미리 걱정한 것. 장 씨는 후배들의 만류에도 ‘옛날로 치면 독자의 편지’라며 8000개에 달하는 댓글을 하나하나 읽었다. “돌아가신 아버지가 보던 작가의 만화를 웹툰으로 보니 감동”이라는 글에 뭉클하기도 했고 “늙은 ××”라는 욕설에 잠깐 울컥하기도 했다. 그래도 껄껄 웃었다. “나이 운운하는 글을 보며 딱 드는 생각이 이거였어요. 늙었다고 할 일 안 하느냐!” 》23일 경기 부천시 원미구 한국만화영상진흥원 내 만화비즈니스센터에서 그를 만났다. 짧은 백발과 부리부리한 눈, 굵고 우렁찬 목소리…. 원로 액션 배우처럼 남성적인 카리스마가 철철 넘쳤다. 과거 젊은작가모임 회장을 맡아 정부의 만화 탄압에 맞서 싸운 그였다. ―웹툰 프롤로그에 후배 작가들 이름을 일일이 열거하며 고마워했다. “후배들 없었으면 웹툰 시작도 못 했다. 같은 건물의 후배들에게 새벽 2, 3시에도 컴퓨터 작업에 대해 도움을 요청하면 한달음에 달려와 도와준다. 작업할 때 앉는 허리가 편한 의자도 후배 10여 명이 돈을 모아 사 줬다. 이건 그냥 의자가 아니라 후배들의 정이다, 정.” ―만화 속 주인공 근육이 살아서 움직이는 듯 굵고 강한, 그러면서도 섬세한 데생이 매력적이다. 웹툰 환경이 낯설지 않나. “돋보기를 끼고 컴퓨터로 작업하는데, 유리판이 종이와 달라 손이 계속 미끄러지고 단축키 다루기도 어려웠다. 하루 10시간씩 더듬더듬 꾸준히 그리니까 나중에 원하는 대로 선이 그려졌다. 적응하는 데 1년 넘게 걸렸다. 단, 디지털로 그려도 컴퓨터 효과는 빌리지 않고 손으로 일일이 그리고 채색한다. 붓의 질감을 최대한 살려야 감정 표현이 살더라.” ―새로운 도전에 출판 만화 시절 선후배 반응은 어땠나. “40년 친구 이현세가 프롤로그를 보더니 ‘할 말 많지, 잘 봤다’고 하더라. 주변에서 다들 ‘미련퉁이 너답다’고 한다. 40, 50대 후배들에게 말하고 싶다. 옛날이 좋았다고 가만히 있으면 뒷방 늙은이밖에 더 되겠나. 나도 그림 그리다가 죽겠다고 했는데 발표할 장이 사라지고, 변한 세태 속에 굴욕감을 느낄 때도 있었다. 그래도 숙명이니까 그려야 하지 않겠나.” 장 작가는 10세 때 일본 애니메이션 ‘요술소년’을 보고 만화가의 꿈을 키웠다. 구두닦이, 신문 배달로 집안 살림을 보태다 1968년 기성 작가의 문하생으로 들어가 1982년 ‘불꽃’으로 뒤늦게 데뷔했다. 그는 어릴 적 존 웨인 주연의 영화 ‘칭기즈칸’을 보고 테무친을 꼭 그리겠다고 꿈을 키웠다. 그는 환갑이 지나서야 만난 꿈에 대한 애착이 컸다. “‘몽홀’은 칭기즈칸 전 시대 유목민 이야기다. 칭기즈칸 일대기를 먼저 그렸던 허영만 형은 그리기 힘든 소재인데 왜 그리려고 하느냐며 만류했다. 난 어려서부터 꿈꿨던 거라 마냥 재밌다. 6, 7년 그릴 텐데 남들이 필요 없다고 해도 혼자서라도 그릴 거다. 내 인생 마지막 장편이라 생각하니 더 애착이 간다.” 생애 마지막이라곤 했지만 그는 활기가 넘쳤다. 벽에는 마라톤 하프코스를 완주한 사진이 걸려 있고 지금도 매일 헬스장에 나가 무거운 역기와 씨름한다. 거구인 기자도 팔씨름하는 자세로 그의 손을 꽉 잡았는데 도저히 넘길 자신이 없었다. 벤치프레스를 100kg 이상 든다는 그는 남자들의 영원한 우상이다.부천=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2015-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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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툰도전’ 원로만화가 장태산 “환갑? 늙었다고 할 일 안하냐!”

    《 1980, 90년대 출판 만화 시절 액션 만화 ‘나간다! 용호취’ ‘스카이 레슬러’ 등으로 사나이 만화 팬들의 심장을 뜨겁게 달궜던 만화가 장태산 씨(62)가 올 초 네이버 웹툰 ‘몽홀’로 돌아왔다. 아들, 손자뻘 후배 웹툰 작가들은 까마득한 선배의 도전에 박수를 보내며 딱 하나 당부를 했다. “댓글 읽지 마세요.” 괜한 악성 댓글에 상처를 받을까 미리 걱정한 것. 장 씨는 후배들의 만류에도 ‘옛날로 치면 독자의 편지’라며 8000개에 달하는 댓글을 하나하나 읽었다. “돌아가신 아버지가 보던 작가의 만화를 웹툰으로 보니 감동”이라는 글에 뭉클하기도 했고 “늙은 ××”라는 욕설에 잠깐 울컥하기도 했다. 그래도 껄껄 웃었다. “나이 운운하는 글을 보며 딱 드는 생각이 이거였어요. 늙었다고 할 일 안 하느냐!” 》23일 경기 부천시 원미구 한국만화영상진흥원 내 만화비즈니스센터에서 그를 만났다. 짧은 백발과 부리부리한 눈, 굵고 우렁찬 목소리…. 원로 액션 배우처럼 남성적인 카리스마가 철철 넘쳤다. 과거 젊은작가모임 회장을 맡아 정부의 만화 탄압에 맞서 싸운 그였다. ―웹툰 프롤로그에 후배 작가들 이름을 일일이 열거하며 고마워했다.“후배들 없었으면 웹툰 시작도 못 했다. 같은 건물의 후배들에게 새벽 2, 3시에도 컴퓨터 작업에 대해 도움을 요청하면 한달음에 달려와 도와준다. 작업할 때 앉는 허리가 편한 의자도 후배 10여 명이 돈을 모아 사 줬다. 이건 그냥 의자가 아니라 후배들의 정이다, 정.”―만화 속 주인공 근육이 살아서 움직이는 듯 굵고 강한, 그러면서도 섬세한 데생이 매력적이다. 웹툰 환경이 낯설지 않나.“돋보기를 끼고 컴퓨터로 작업하는데, 유리판이 종이와 달라 손이 계속 미끄러지고 단축키 다루기도 어려웠다. 하루 10시간씩 더듬더듬 꾸준히 그리니까 나중에 원하는 대로 선이 그려졌다. 적응하는 데 1년 넘게 걸렸다. 단, 디지털로 그려도 컴퓨터 효과는 빌리지 않고 손으로 일일이 그리고 채색한다. 붓의 질감을 최대한 살려야 감정 표현이 살더라.”―새로운 도전에 출판 만화 시절 선후배 반응은 어땠나.“40년 친구 이현세가 프롤로그를 보더니 ‘할 말 많지, 잘 봤다’고 하더라. 주변에서 다들 ‘미련퉁이 너답다’고 한다. 40, 50대 후배들에게 말하고 싶다. 옛날이 좋았다고 가만히 있으면 뒷방 늙은이밖에 더 되겠나. 나도 그림 그리다가 죽겠다고 했는데 발표할 장이 사라지고, 변한 세태 속에 굴욕감을 느낄 때도 있었다. 그래도 숙명이니까 그려야 하지 않겠나.”장 작가는 10세 때 일본 애니메이션 ‘요술소년’을 보고 만화가의 꿈을 키웠다. 구두닦이, 신문 배달로 집안 살림을 보태다 1968년 기성 작가의 문하생으로 들어가 1982년 ‘불꽃’으로 뒤늦게 데뷔했다. 그는 어릴 적 존 웨인 주연의 영화 ‘칭기즈칸’을 보고 테무친을 꼭 그리겠다고 꿈을 키웠다.그는 환갑이 지나서야 만난 꿈에 대한 애착이 컸다. “‘몽홀’은 칭기즈칸 전 시대 유목민 이야기다. 칭기즈칸 일대기를 먼저 그렸던 허영만 형은 그리기 힘든 소재인데 왜 그리려고 하느냐며 만류했다. 난 어려서부터 꿈꿨던 거라 마냥 재밌다. 6, 7년 그릴 텐데 남들이 필요 없다고 해도 혼자서라도 그릴 거다. 내 인생 마지막 장편이라 생각하니 더 애착이 간다.”생애 마지막이라곤 했지만 그는 활기가 넘쳤다. 벽에는 마라톤 하프코스를 완주한 사진이 걸려 있고 지금도 매일 헬스장에 나가 무거운 역기와 씨름한다. 거구인 기자도 팔씨름하는 자세로 그의 손을 꽉 잡았는데 도저히 넘길 자신이 없었다. 벤치프레스를 100kg 이상 든다는 그는 남자들의 영원한 우상이다.부천=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2015-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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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제강점기 계급문학운동은 문학예술의 탈식민운동”

    한국 계급문학 운동의 역사적 전개 양상을 분석한 연구서가 출간됐다. 권영민 단국대 석좌교수(서울대 명예교수)가 일제강점기의 계급문학 운동이 민족 사회 운동과 어떠한 조직적 연관성을 지니고 전개됐는가를 탈(脫)식민주의적 관점에서 검토한 ‘한국계급문학운동연구’(서울대 출판문화원·사진)를 최근 출간했다. 권 교수는 책에서 “계급문학 운동은 문학의 성쇠와 그 운명이 사회적 현실과 직결된다고 하는 소박한 ‘경향성의 문학’에서부터 출발했다”며 “이는 민족운동의 사상적 기반의 하나가 됐던 사회주의 이념과 결합하면서 계급투쟁 의식을 강조하는 행동 실천의 문학으로 변화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계급문학 운동가들이 계급투쟁의 효과를 문학을 통해 직간접으로 보여 주면서 독자에게 현실 투쟁에 자신이 참여하고 있다고 느낄 수 있는 작품을 작업했다는 것이다. 책은 계급문학 운동의 실천적 주체였던 조선프로예맹에 주목한다. 1925년 8월 조선프로예맹의 준비 모임에 가담한 문인의 신상과 조직 강령, 규약 등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권 교수는 “계급문학 운동은 식민지 상황에 대응한 문학예술의 조직적인 탈식민 운동”이라며 “문학예술의 사회적 가치와 그 기능에 대한 적극적 확대, 실천이 계급문학 운동이 획득한 성과중 하나”라고 평가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2015-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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