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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잔재 청산도, 외교도 미래 지향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1일 3·1절 100주년 기념식 기념사에서 삐걱거리고 있는 한일 관계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을 두고 양국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상황에서 갈등을 딛고 미래로 나아가자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문 대통령이 주일 대사의 교체를 결정한 것도 이런 흐름의 연장선상으로 보인다.○ “미래로 가자”며 한일 갈등 거론 피한 文 문 대통령은 ‘친일잔재 청산’ 의지를 분명히 했다. 문 대통령은 “친일잔재 청산은 너무나 오래 미뤄둔 숙제”라며 “잘못된 과거를 성찰할 때 우리는 함께 미래를 향해 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도 우리 사회에서 정치적 경쟁 세력을 비방하고 공격하는 도구로 ‘빨갱이’란 말이 사용되고 있고, 변형된 ‘색깔론’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며 “우리가 하루빨리 청산해야 할 대표적인 친일 잔재”라고 말했다. 극우 보수 진영 등에서 제기되는 5·18민주화운동 폄훼 발언 등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한일 관계에 대해선 “이제 와서 과거의 상처를 헤집어 분열을 일으키거나 이웃 나라와의 외교에서 갈등 요인을 만들자는 것이 아니다. 모두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갈등을 확산시키기보다는 한일이 함께 미래로 나아갈 수 있는 방향에 대해 논의하자는 의미다. 문 대통령은 이날 기념사에서 위안부 문제 등 한일 간 첨예한 이슈를 직접 거론하지 않았다. 노가미 고타로(野上浩太郞) 관방부(副)장관은 브리핑에서 “대일관계, 한일 협력의 중요성을 언급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논평했다. 일본 언론들은 기념사 내용을 속보로 전하며 문 대통령이 일본에 대한 직접적 비판을 삼갔다는 점에 초점을 맞췄다. 마이니치신문은 “한국 내 ‘친일 잔재 청산’ 필요성을 지적하면서도 북한 핵문제와 남북관계 개선 등을 염두에 두고 일본과의 협력을 강화하는 미래지향적인 자세를 강조했다”고 분석했다.○ 비핵화·평화경제 의지 재천명 문 대통령은 하노이 담판 결렬에도 불구하고 “이제 우리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며 적극적인 중재 노력을 해 나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합의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북-미가 가진 각자의 지향점이 분명해졌다”며 “문 대통령은 최대한 빨리 남북, 한미 간 접촉을 서두르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두 정상 사이에 연락사무소 설치까지 논의가 이뤄진 것은 양국 관계 정상화를 위한 중요한 성과”라고 덧붙였다. 또 냉전 종식을 통한 ‘신한반도 체제’를 다시 꺼내든 문 대통령은 남북 경협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비핵화가 진전되면 남북 간에 경제공동위원회를 구성해 남북 모두가 혜택을 누리는 경제적 성과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처음으로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3·1절 기념식에는 정치권, 시민사회단체 인사 등 1만5000여 명이 참석했다. 청와대는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미래 100년’을 상징하는 첨단 기술을 기념식에 접목시키는 데 주력했다. ‘국민과 함께 읽는 독립선언서’의 첫 낭독자로 나선 박유철 광복회장은 무대 바닥에서 서서히 떠오른 LG전자의 롤러블 TV에 나타난 원고를 보며 독립선언문을 읽었다. 마지막 낭독자인 경기고, 중앙고, 보성중 학생들은 삼성전자가 최근 선보인 폴더블 스마트폰 ‘갤럭시 폴드’ 화면을 보며 민족대표 33인의 이름을 낭독했다. 또 광화문광장과 독도 백록담 독립기념관 등 전국 각지 행사장이 5세대(5G) 통신으로 연결됐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 도쿄=박형준 특파원}

특별열차를 타고 베트남으로 향하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6일 새벽 중국 남부의 한 역에서 하차한 뒤 주변을 의식하지 않고 흡연하는 모습 등이 포착됐다. 김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두 손으로 공손히 재떨이를 들고 서 있는 모습도 공개됐다. 일본 민영방송 TBS 계열의 JNN은 “26일 오전 3시 반(한국 시간) 김 위원장이 탑승한 특별열차가 중국 남부 난닝(南寧)역에 정차했다”며 김 위원장 일행의 모습을 담은 영상을 공개했다. 김 위원장은 외투 상의에 손을 넣고 천천히 걸었고, 직접 담배에 불을 붙여 피우기도 했다. 김 부부장은 커다란 재떨이를 들고 옆에서 기다리다가 김 위원장이 담배를 다 피우자 재떨이를 내밀었다. 김여정이 직접 김 위원장의 담배꽁초를 챙긴 것은 김 위원장의 타액 등 생체정보가 외부로 공개되는 것에 대비하려는 조치로 보인다. 이어 김 위원장은 장거리 열차 여행에 피곤한 듯 두 눈에 양손을 대고 2, 3초 동안 누르는 등 멀리서 보기엔 머리를 감싸는 듯한 모습도 남겼다. 리용호 외무상, 최선희 외무성 부상 등 수행단과 얘기하는 등 북-미 정상회담을 위해 고심하는 흔적이 고스란히 드러나기도 했다. 북한 삼지연관현악단 단장 현송월도 열차에서 내려 여성 두 명과 이야기를 나눴다. 김 위원장 일행은 약 30분 후 베트남을 향해 출발했다. 열차는 계속 남하해 26일 오전 8시 14분(이하 현지 시간) 중국과 베트남 접경지인 베트남 동당역에 도착했다. 객차 문이 열리자마자 먼저 내린 뒤 김 위원장을 밀착 수행한 것도 김여정이었다. 김 위원장이 보반트엉 베트남 선전국장과 인사하기 위해 다가서자 김여정은 김 위원장 뒤에 서 있던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을 밀치고 이동해 환영 꽃다발을 받아들었다. 김 위원장이 동당역사를 걸어 나와 전용차량으로 향할 때는 검은색 하이힐을 신고 이리저리 뛰어다니기도 했다.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특별열차를 타고 베트남으로 향하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6일 새벽 중국 남부의 한 역에서 하차한 뒤 주변을 의식하지 않은 가운데 흡연하는 모습 등이 포착됐다. 김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두 손으로 공손히 재떨이를 들고 서있는 모습도 공개됐다. 일본 민영방송 TBS 계열의 JNN은 “26일 오전 3시반(한국 시간) 김정은 위원장이 탑승한 특별열차가 중국 남부 난닝(南寧)역에 정차했다”며 김 위원장 일행의 모습을 담은 영상을 공개했다. 김 위원장은 외투 상의에 손을 넣고 천천히 걸었고, 직접 담배에 불을 붙여 피우기도 했다. 김 부부장은 커다란 재떨이를 들고 옆에서 기다리다가 김 위원장이 담배를 다 피우자 재떨이를 내밀었다. 김여정이 직접 김 위원장의 담배꽁초를 챙긴 것은 김 위원장의 타액 등 생체정보가 외부로 공개되는 것에 대비하려는 조치로 보인다. 이어 김 위원장은 장거리 열차 여행에 피곤한 듯 두 눈에 양손을 대고 2, 3초 동안 누르는 등 멀리서 보기엔 머리를 감싸는 듯한 모습도 남겼다. 리용호 외무상, 최선희 외무성 부상 등 수행단과 얘기하는 등 북-미 정상회담을 위해 고심하는 흔적이 고스란히 드러나기도 했다. 북한 삼지연관현악단 단장 현송월도 열차에서 내려 여성 두 명과 이야기를 나눴다. 김 위원장 일행은 약 30분 후 베트남을 향해 출발했다. 열차는 계속 남하해 26일 오전 8시 14분(이하 현지시간) 중국과 베트남 접경지인 베트남 동당역에 도착했다. 김 위원장이 탑승한 객차는 평양에서 출발한 전용열차 그대로였으며, 짙은 녹색에 창문 아래로는 노란색 가는 줄이 가로로 칠해져 있었다. 8시20분 객차 문이 열리자 가장 먼저 모습을 드러낸 사람은 김여정이었다. 뛰어나오듯 급한 걸음으로 급히 문밖으로 나왔다. 이 때문에 대기하고 있던 베트남 의장대가 트럼펫을 불었지만 곧 멈췄다. 김 제1부부장이 미리 자리를 살피러 나온 것을 김 위원장이 내린 것으로 착각했다가 곧바로 상황을 이해한 것이다. 닫혔던 객차 문이 다시 열린 것은 약 2분 뒤. 김 위원장의 ‘집사’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이 문을 열자 김 위원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김 위원장은 검은색 벤츠 차량으로 갈아타고 오전 8시 30분경 베트남 하노이로 출발했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25일로 평창 겨울올림픽이 막을 내린 지 꼭 1년이 됐다. 하지만 경기장으로 쓰였던 강원 정선군 가리왕산 알파인경기장은 갈등의 현장이다. 복원을 추진하는 산림청과 존치를 주장하는 군민들 간의 팽팽한 의견 대립으로 ‘올림픽 유산’으로서의 앞날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반면 1964년 도쿄 올림픽 때 승마 종목이, 1998년 나가노 겨울올림픽 때 컬링 종목이 열렸던 인구 2만 명의 작은 도시 일본 가루이자와(輕井澤)는 2017년 854만 명이 찾은 관광도시로 자리매김했다. 가루이자와가 대중적 관광지가 되기까지는 편리한 교통이 기폭제가 됐다. 가루이자와는 나가노 겨울올림픽을 1년 앞둔 1997년 고속철도 호쿠리쿠(北陸) 신칸센 개통으로 도쿄역과 1시간 10분 만에 연결됐다. 평일 하루 31회, 주말과 휴일 35회 운행한다. 자치단체는 관광객 유치를 위해 신칸센 개통에 맞춰 역 바로 뒤에 200개가 넘는 점포가 입점한 아웃렛 쇼핑몰을 유치했다. 도보와 버스로 지역 내 목적지에 쉽게 이를 수 있도록 동선을 짠 덕분에 버스로 50km 거리인 일본 3대 온천 구사쓰(草津) 온천 주변 지역도 관광특수를 누린다. 하지만 평창 올림픽 개·폐회식장과 가장 가까운 역인 고속철도(KTX) 진부역(평창군)은 자가용과 택시 없이는 10km 남짓 떨어진 리조트와 스키장을 오가는 것도 불편하다. 철도회사 JR히가시니혼(東日本)이 외국인에게 내놓은 1만 엔(약 10만 원)짜리 무제한 3일 탑승권은 2008년 2877명이던 하루 평균 가루이자와역 신칸센 승객을 2017년 3796명으로 늘렸다. 하지만 KTX 개통에 따른 효과는 관광 기반이 상대적으로 좋은 강릉이 독식하는 상황이고 평창은 별 효과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 평창은 “신칸센 개통은 주변 지방자치단체와 다양한 관광자원을 발굴하는 계기가 됐다”고 한 구도 아사미(工藤朝美) 가루이자와정 관광경제과장의 말에서 힌트를 얻을 만하다. 볼거리뿐 아니라 ‘이야기’도 중요한 자원이다. 가루이자와는 1957년 아키히토(明仁) 일왕과 미치코(美智子) 왕비가 처음 만난 곳이자 세계적인 그룹 비틀스의 존 레넌이 생전 5번이나 방문한 곳이라는 사실을 ‘스토리 콘텐츠’로 활용해 이들의 흔적을 찾는 ‘성지 순례객’들을 끌어들인다. 존 레넌이 가족과 묵으며 로열 밀크티 조리법을 남긴 ‘만페이(萬平)호텔’에는 세계에서 오는 팬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 가루이자와는 1만1300개 숙박업소 객실을 활용한 마이스(MICE·기업회의 포상관광 컨벤션 전시회) 산업으로 ‘지속 가능한 발전’을 준비한다. 2016년 주요 7개국(G7) 교통장관회의에 이어 올 6월에는 주요 20개국(G20) 환경·에너지 관계 각료회의가 열린다. 1964년과 1998년 올림픽 경기가 열렸던 곳은 골프장, 수영장, 스케이트장이 어우러진 스포츠 공원으로 개발돼 지역 주민은 물론이고 해외 스포츠팀 전지 훈련지로 연중 개방되고 있다. 지난해 평창 올림픽을 앞두고 노르웨이, 영국, 캐나다 팀이 이곳에서 훈련했다. 평창의 슬라이딩센터를 포함한 올림픽 경기 시설의 사후 활용 방안 및 주체도 정하지 못한 우리와는 대조적이다. 자연환경과 교통, 볼거리를 전략적으로 활용한 덕분에 가루이자와 인구의 80%는 서비스업에 종사한다. 인구는 올해 2만 명을 넘겼고, 2016년 90억 엔(약 911억 원)의 세수를 기록하며 10년 연속 흑자 재정 행진을 이어갔다. 구도 과장은 “가루이자와를 관광지를 넘어 세계인의 ‘숙박형 리조트’로 키우는 것이 목표다”라고 말했다. 가루이자와는 20세기 초부터 온천 관광지로 떠올랐다. 1951년 ‘국제관광문화도시’로 지정돼 리조트와 골프 코스가 들어섰다. 평창과 비슷한 해발 1000m 고원지대로 7, 8월 평균 기온은 도쿄보다 5도 낮은 섭씨 25도에 그치며 피서지로 각광받았다. 전직 총리 등 정재계 실력자들의 별장 1만5882채가 있다.가루이자와=서형석 기자 skytree08@donga.com / 도쿄=박형준 특파원}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거센 주민 반대에도 불구하고 오키나와현 기노완시의 후텐마(普天間) 미군 비행장을 인근 헤노코(邊野古)로 이전할 뜻을 밝혔다. 기지 건설을 강행하는 아베 정권과 이를 거부하는 오키나와 주민 간 대립이 한층 격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아베 총리는 25일 “전일 오키나와 주민투표 결과를 진지하게 받아들이지만 기지 이전을 더 늦출 수 없다”고 밝혔다. 이와야 다케시(巖屋毅) 방위상도 “흙 투입 등 기초공사 준비를 마치는 대로 기지 건설을 진행하겠다”고 했다. 후텐마 비행장은 사방이 민가로 둘러싸여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비행장’으로 불린다. 오키나와 최대 도시 나하와도 가깝다. 일본 정부는 상대적으로 외진 북부 헤노코로의 이전을 추진해 왔지만 주민들은 생활 불편 등을 우려해 “새 기지를 오키나와 밖에 건설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에 전일 헤노코 기지 매립공사에 대한 찬반을 묻는 주민투표도 실시됐다. 투표권을 가진 주민 약 115만 명 중 절반이 조금 넘는 약 60만 명이 참여했다. 그 결과 투표 참여자의 72.2%(43만4149표)가 헤노코 기지 건설을 반대했다. 찬성은 19.1%(11만4908표)에 불과했다. 아사히신문은 “민심이 기지 건설에 강한 ‘노(No)’를 표시했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이 투표 결과가 법적 구속력이 없다는 점. 또 일본 전체 면적의 0.6%에 불과한 오키나와에 일본 내 미군 시설의 약 70%가 몰려 있을 정도로 미군에 전략적 요충 지역이다. 미국과 강력한 동맹을 원하는 일본 정부로서는 기지 건설을 포기할 수 없는 입장. 아베 정권이 투표 결과에 상관없이 강행을 밀어붙이는 이유다. 하지만 지난해 9월 지사 선거에서 ‘기지 반대’를 주창한 다마키 데니(玉城デニ―) 현 지사가 역대 최고 득표율로 당선되는 등 민심 이반이 심상치 않다. 여당 자민당 일각에서도 “주민투표 결과를 무시하면 4월 지방선거와 7월 참의원 선거에서 타격이 예상된다”는 우려가 나온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아키히토(明仁·86·사진) 일왕이 24일 자신의 마지막 재위 기념식에서 “(일본은) 성의를 갖고 타국과의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교도통신 등 일본 언론이 전했다. 그는 이날 도쿄(東京) 시내 국립극장에서 개최된 재위 30주년 기념식에서 “우리나라(일본)는 섬나라로서 비교적 풍족한 형태로 독자적 문화를 키워왔지만 지금은 글로벌화한 세계 속에서 밖을 향해 열려 있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아키히토 일왕은 자신의 퇴위로 막을 내리는 헤이세이(平成·1989∼2019년) 시대에 대해 “근·현대에서 처음으로 전쟁을 경험하지 않은 시대”라며 “헌법에 정해진 상징으로서의 천황(일왕)상을 모색하는 길이 한없이 멀다”고 말했다. 아키히토의 뒤를 이어 5월 1일 제126대 일왕으로 즉위하는 나루히토(德仁·59) 왕세자는 23일 일본 언론과 인터뷰를 갖고 “국민 곁으로 항상 다가가 기쁨과 슬픔을 함께하면서 상징(일왕)의 역할을 다하고 싶다”고 말했다. 일본 헌법 제1조는 일왕 지위를 ‘국민 통합의 상징’으로 규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부친에 이어 이 역할을 충실히 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아키히토 일왕은 2016년 8월 사후(死後) 승계 관례를 깨고 생전 퇴위 의사를 밝혔다. 일왕의 생전 퇴위는 제119대 고카쿠(光格) 일왕 이후 202년 만이다. 당시 그는 “몸이 쇠약해져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날 아키히토 일왕 재위 기념식에 맞춰 도쿄 도심에서는 ‘천황제 폐지‘를 촉구하는 거리 집회가 열렸다. 집회에 참석한 시민 150명은 “신분 차별의 상징인 천황제를 헤이세이에서 끝내자” 등 구호를 외쳤다.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한국 대법원이 21일 일할 수 있는 나이(가동연한·稼動年限)를 기존보다 5년 더 올린 만 65세로 결정하면서 정년(현재 만 60세) 연장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정답은 없다. 세계 각국은 정년 연장을 놓고 정부와 국민 사이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정년 연장 갈등은 ‘스트롱맨’의 정점에 있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마저 휘청거리게 만들 정도로 민감한 사안이기도 하다.○ 정년 연장하는 일본, 정년 없는 미국 현재 일본의 법정 정년은 60세이지만 일본 정부는 2013년 ‘고연령자 고용안정법’을 개정해 종업원이 희망할 경우 모두 65세까지 고용하도록 기업들에 의무를 지웠다. 모든 근로자가 마음먹기에 따라 65세까지 일할 수 있는 것이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지난해 9월 자민당 총재 선거를 앞두고 “현재 65세까지로 돼 있는 고용 지속 연령을 더 올려 평생 현역 시대를 열겠다”고까지 말했다. 실제 일본 정부는 ‘70세 정년’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개인, 회사, 정부 등 3주체의 이해관계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면서 사회적 갈등 없이 정년 연장을 이뤄내고 있다. 일본인들은 거의 이직하지 않고 한 회사를 꾸준히 다닌다. 회사가 근로자의 울타리 역할을 해주기 때문에 근로자들은 장기 근로를 환영한다. 일손이 부족하기 때문에 기업들도 정년 연장에 긍정적이다. 일본의 현역 세대인 생산연령(15∼64세) 인구는 1995년 약 8700만 명을 정점으로 점차 줄어들고 있다. 국내총생산(GDP)의 200%가 넘는 국가부채 부담으로 일본 정부 역시 연금 지급 시기를 늦출 수 있는 정년 연장을 반긴다. 독일도 상황은 비슷하다. 현재 65세인 정년을 2029년까지 67세로 연장하기로 돼 있다. 연금 등 국가 부담을 줄이기 위한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숙련공 부족이 워낙 심각해 시니어들의 노하우를 계속 활용하자는 목적이 크다. 미국이나 영국은 아예 정년이 없다. 미국 의회는 연령에 따른 고용 차별을 막기 위해 1986년 65세로 규정된 법적 의무 정년을 없앴다. 영국도 같은 이유로 65세 정년이었던 것을 2011년에 아예 없앴다. 다만 양국 모두 재정 건전성을 위해 연금 수급 시기는 지속적으로 늦추고 있다. ○ 정년 둘러싼 사회 갈등도 커져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해 6월 은퇴와 연금수급 연령을 2028년까지 순차적으로 남성은 현행 60세에서 65세로, 여성은 현행 55세에서 63세로 늦추는 안을 추진했다가 거센 역풍을 맞았다. 전국에서 시위가 벌어졌고 80%가 넘는 지지율은 60%대로 급락했다. 푸틴 대통령은 여성의 은퇴 연령을 당초 63세에서 60세로 5년만 늦추고 3명 이상의 자녀를 둔 여성의 경우 일찍 은퇴할 수 있도록 예외 조항을 두는 등 보완책을 마련해 수정 발표했다. 지난해 6월 취임한 이탈리아의 극좌-극우 포퓰리즘 정권은 정년 연령을 낮췄다. 38년 이상 연금을 납부한 사람의 경우 은퇴 연령을 67세에서 62세로 낮추는 법안을 지난해 말 통과시킨 것이다. 하지만 국제통화기금(IMF)은 6일 “정년을 낮추는 이탈리아의 계획이 국가 잠재 성장률을 낮추고 연금의 재정 지출을 늘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재정 건전성을 중시하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2017년 대선에서 62세로 정해져 있는 은퇴 연령을 유지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는 정년 연장의 파괴력을 알기 때문이다. 모든 노조는 62세 은퇴 연령을 건드리는 순간 거리로 뛰쳐나갈 것이라는 경고를 해 왔다. 실제 10년 전 니콜라 사르코지 정부가 정년 연장을 추진했을 때 수백만 명이 거리로 뛰쳐나오는 걸 경험한 적이 있다.도쿄=박형준 lovesong@donga.com / 파리=동정민 / 뉴욕=박용 특파원}
5월 즉위하는 차기 일왕이 처음 만날 해외 정상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으로 예상된다고 일본 언론들이 21일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6월 말 일본 오사카(大阪)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도 참석한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7월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미국과 강하게 연대하는 모습을 드러내는 것으로 국내외 난제를 돌파하려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베 총리는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20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했다. 아사히신문은 “전화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5월 26∼28일 일본을 국빈 방문하기로 했다”고 21일 보도했다. 올해 86세인 아키히토(明仁) 현 일왕은 고령을 이유로 4월 30일 물러나고 큰아들인 나루히토(德仁) 왕세자가 5월 1일 일왕으로 즉위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새 일왕 면담, 스모 경기 관람, 아베 총리와의 골프 회동 등으로 스케줄을 짜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6월 28, 29일 오사카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 기간에도 일본을 방문한다. 미 대통령이 한 달 간격으로 태평양을 두 번이나 건너 일본을 방문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당초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오사카 G20 정상회의 전후 새 일왕과 첫 공식 회견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새 일왕의 ‘1호 손님’으로 중국 정상이 적절한지를 두고 논란이 벌어지면서 생긴 일이다. 일본 측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5월 방일을 수차례 요청했다. 트럼프 대통령 초청은 미국을 우군 삼아 국내외 난제를 돌파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다만 아베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과도하게 의지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특히 아베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을 올해 노벨 평화상 후보로 추천한 사실이 최근 알려지면서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고노 다로(河野太郞·사진) 일본 외상이 20일 문희상 국회의장의 최근 ‘일왕 사죄’ 발언과 관련해 “한일의원연맹 회장까지 역임한 인간(人間)”이라고 지칭하며 격한 막말을 쏟아냈다. 고노 외상은 이날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이번(일왕 사죄) 발언은 극히 무례해서 (한국) 외교부에 사죄와 철회를 누차 요구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일본어에서 인간(人間·닌겐)이라는 표현은 사람(人·히토)보다는 낮춰 말할 때 쓰인다. 아주 비하하는 말은 아니라지만 정작 문제는 양국의 관계 개선을 염두에 둬야 할 일본 외교의 수장까지 나서서 막말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한일의원연맹은 한일 관계가 어려울 때 자국 내 여론을 향해 양국 관계의 중요함을 호소했다. (나도) 한국에서 한일의원연맹 선배들을 몇 번이나 뵈었지만, 정말 존경할 만한 훌륭한 분들이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원래대로라면 문제를(강제징용 판결 후속 대책을) 정리하고 있는 국무총리를 옆에서 지원해야 할 사람이 이런 상황은, 정말 한일 관계가 걱정이다”라고 덧붙였다. 지한파로 꼽히던 고노 외상이 한국 국회의장에 대해 ‘인간’이라고 표현한 것은 과도하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이런 움직임은 ‘포스트 아베’로 꼽히는 그가 일본 내 여론 동향을 의식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대해 이계성 국회 대변인은 “고노 외상이 이렇게까지 품위 없는 사람인 줄 몰랐다”며 “막말에 일일이 대응할 수 없는 만큼 신중하게 하겠다. 내일 오전 회의를 하고 공식적으로 입장을 정리해 발표하겠다”고 말했다.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일본 정부가 한국 해양조사선의 독도 해역 항해를 트집 잡고 나섰다. 지난해 10월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 이후 사사건건 한국과 대결 구도를 만들었던 일본이 독도 문제까지 다시 끌고 들어가는 전방위적 공세에 나선 셈이다. 우리 정부는 영토 문제는 일본 정부의 항의를 받을 성격이 아니라는 점에서 이런 주장을 일축했다. 일본 정부의 대변인 격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19일 정례 브리핑에서 “한국 해양조사선이 15일 다케시마(竹島·일본이 주장하는 독도의 명칭) 주변 일본 영해에 들어왔다”며 “일본의 동의 없는 조사 활동은 인정할 수 없다고 (한국 측에) 강하게 항의했다”고 주장했다. 교도통신은 이와 관련해 “22일 ‘다케시마의 날’을 앞두고 한국 측이 해양조사선의 독도 주변 해역 항해를 통해 독도에 대한 실효지배를 과시하려 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일본 정부는 한국 해양조사선의 독도 주변 조사는 물론이고 한국 국회의원들의 독도 방문이나 해군·해경의 독도 방어훈련 등 관련 사안이 있을 때마다 외교 경로로 항의하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 외교부는 이 문제가 일본이 거론할 문제가 아니라고 분명히 밝혔다. 외교부 관계자는 “국제법으로나 역사적으로 독도는 한국 영토라는 점이 분명하다”며 “자국 영해에서 해양 조사는 당연히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일본이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 제도 도입 15주년을 맞아 법학부 입학부터 사법시험 합격까지 걸리는 기간을 줄이는 제도 개혁에 나섰다. 이를 통해 지속적으로 인기가 떨어지고 있는 법률 서비스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겠다는 것이다. 아사히신문은 19일 일본 정부가 법학부 입학부터 로스쿨 졸업까지 5년에 마치고, 로스쿨 재학 중 사법고시에 응시할 수 있는 ‘법조코스’를 추진한다고 보도했다. 이번 정기국회 때 관련법을 개정해 내년 4월부터 실행한다는 계획이다. 일본은 2004년에 로스쿨을 도입했다. 이전 사법고시가 ‘시험 기술자’만 양성한다는 비판을 받으면서 로스쿨을 졸업해야 사법시험을 볼 수 있게 했다. 첫해 74개교에서 모집했으며 7만2800명이 몰렸다. 하지만 매년 지원자가 줄어들고 있다. 지난해 지원자는 8058명에 그쳤다. 지원자가 줄어드니 법학전문대학원을 개설한 학교도 매년 줄어 지난해 36개교만 신입생을 뽑았다. 일본에서 로스쿨 지원자가 급격히 줄어든 이유는 크게 3가지다. 법학부 4년, 로스쿨 2년, 사법시험 도전 1년, 합격 후 연수 1년 등 합계 8년이 걸린다는 점이 예비 법조인의 어깨를 무겁게 했다. 8년은 로스쿨 졸업 후 곧바로 사법시험에 합격한다는 가정 아래서 걸리는 시간이다. 시험에 떨어지면, 9년, 10년이 걸릴 수도 있다. 로스쿨 졸업생의 합격률도 신통치 않다. 애초 로스쿨을 만들 때 졸업자 70~80%는 합격할 것으로 기대했는데, 첫해 합격률이 48%에 그쳤다. 최근에는 20%대에 머문다. 무엇보다 ‘예비시험’ 제도가 2011년에 생기면서 로스쿨 지망생이 대거 줄었다. 정부는 경제적 약자를 배려해 로스쿨을 다니지 않더라도 예비시험을 통과하면 사법고시에 응시할 수 있는 기회를 줬다. 그러자 우수한 인재들이 대거 예비시험으로 몰린 것이다. 예비시험을 통해 사법고시에 응시한 이들의 합격률은 70% 내외로 로스쿨 졸업생보다 훨씬 높다. 로스쿨 인기가 급락하자 정부가 나섰다. 법조인이 되기까지 기간을 단축시키는 ‘법조코스’를 만들기로 한 것. 우선 법학부 기간을 기존 4년에서 3년으로 줄인다. 또 로스쿨 재학 중에 사법시험을 볼 수 있도록 한다. 이 경우 법학부 입학부터 사법시험 합격 후 연수까지 6년만에 끝낼 수 있다. 현행 제도보다 2년을 단축시킬 수 있다. 예비 법조인은 대체로 반기는 분위기다. 하지만 반대 목소리도 있다. 반대자들은 학부도 로스쿨도 사법고시 학원으로 전락해 로스쿨 제도 자체가 붕괴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문정인 대통령통일외교안보특보(사진)가 18일 “(북한) 핵무기의 안전한 폐기는 이를 설계한 북한 기술자밖에 할 수 없다. 북한의 협력을 얻기 위해선 보상이 필수”라고 말했다. 문 특보는 이날 보도된 일본 요미우리신문 인터뷰에서 “북한에 일방적인 압력을 가해 (핵시설에 대한) 신고, 사찰, 검증을 달성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북한에 제시할 보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미국이 보상책으로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진 평양 연락사무소 설치나 법적 구속력이 약한 종전선언에 대해 북한이 만족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 대신 “북한에 외화 수입을 안겨주는 개성 공업단지와 금강산 관광 등 남북협력 사업을 유엔 제재의 예외조치로 인정한다면 북한이 비핵화에 적극적으로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비핵화를 유도하기 위해 대북제재 기조를 바꿀 필요성을 촉구한 것으로 보인다. 문 특보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북한이 요구하는 대북제재 해제를 위해선 비핵화에 대한 ‘매우 명확한 증거’가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영변과 그 외 장소의 우라늄 농축시설 신고, 사찰, 검증이 명확한 증거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북한은 미국과의 신뢰가 구축될 때까지 적국에 공격 대상을 알려주는 것과 같은 핵시설 신고, 사찰, 검증에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제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합의할 목표 수준에 대해 문 특보는 “최저선은 북한이 지난해 9월 평양에서의 2차 남북 정상회담 후에 표명한 영변 핵시설과 동창리 미사일시설 폐기를 행동으로 옮기고 사찰과 검증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이에 더해 비핵화 일정표를 만드는 실무전문그룹(워킹그룹)을 발족시키면 성공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 특보는 과거 6자 회담에서 2007년 2월 합의에 기초해 5개 실무전문그룹을 출범시킨 사례를 언급하며 “이번에는 지난해 6월의 북-미 싱가포르 정상회담 공동선언에 따라 △북-미 관계 개선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비핵화 등 3개 실무전문그룹을 상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일본 중심주의’를 외치며 해외에 무관심하던 일본이 요즘 달라지고 있다. 외국 인재를 적극 받아들이는 방향으로 사회 시스템을 뜯어고치고 있다. 일자리가 늘어나고 인력 부족이 심화되면서 일본이 폐쇄성에서 벗어나고 있는 모습이다. 18일 아사히시문에 따르면 일본 법무성은 접객업 등 일본어를 주로 사용하는 직무에 대해 1년마다 경신할 수 있는 체류 자격인 ‘특정활동’을 부여하기로 했다. 회수에 제한이 없기에 일본 유학생들이 졸업 후 계속 일본에서 일할 수 있다. 다만, 4년제 대학 혹은 대학원을 졸업(수료 포함)하고, 일본어능력시험에서 최고 등급인 1급을 딴 인재가 대상이다. 법무성은 고시를 개정해 올해 4월에 새 제도를 도입할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금까지 일본 유학생들이 졸업 후 일본에서 일할 때 체류 자격을 ‘기술, 인문지식, 국제업무’로 바꾸는 게 일반적이었다. 그 경우 연장에 제한이 많았다. 특히 현장에서 맡은 업무가 유학 때 공부했던 내용과 다르면 체류 자격 경신을 할 수 없었다. 이런 제재 때문에 2016년 기준 일본에서 대학, 대학원 졸업 후 일본 내 취업하는 비율은 약 36%에 그쳤다. 법무부는 특정활동 체류 자격을 통해 유학생의 일본 내 취업 비율을 50%까지 올린다는 계획이다. 일본 정부가 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은 일본 내 일손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특히 외국인 관광객이 대거 늘어나면서 접객업 현장에서는 외국어를 사용할 수 있는 인재가 크게 부족한 상황이다. 일본 지방도 상시적으로 일손이 부족하다. ‘기술, 인문지식, 국제업무’ 체류 자격을 가진 유학생이 지방에서 근무하더라도 자신의 전공과 맞는 업무가 없어 1년 만에 떠나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따라서 이번 조치로 유학생들의 지방 취업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지난해 6월 말 현재 일본 내 외국인 수는 263만7000명으로 과거 최다 기록을 경신했다. 요미우리신문이 최근 일본 내 1741개 지자체를 대상으로 외국인 비율을 설문조사한 결과, 외국인 비율이 5%를 넘는 지자체는 43개로 조사 됐다. 7개 지자체는 외국인 비율이 10%를 넘었다. 도쿄는 4.02%였다. 1980년대 전반까지 일본 내 외국인은 2차 세계대전 전에 한반도에서 일본으로 이주한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일본 경제가 버블경기에 돌입한 1980년대 후반, 브라질의 일본계 2, 3세가 다수 일본으로 이주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외국인 수가 크게 줄었지만 2013년 이후 유학생, 기능실습생 등 방일 외국인은 꾸준히 늘고 있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1460년경 일본 지방영주 ‘다이묘(大名)’들은 천하를 얻기 위해 매일같이 싸웠다. 무사정권 ‘막부(幕府)’는 해결을 위해 겐카료세이바이(喧화兩成敗)법을 만들었다. 원인과 잘잘못을 가리지 않고 싸우면 양측 모두를 똑같이 벌주는 것이었다. 이 법은 에도(江戶)시대(1603∼1867년) 때 관습법으로 바뀌었다가 근대에 사라졌다.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법이지만 약 400년간 유지됐다. ‘법을 만들면 꼭 지켜야 한다’는 일본 문화의 단면을 보여준다. 한국에는 법이 있어도 부당하다고 생각하면 이를 지키지 않고 참지 않아도 된다는 정서가 없지 않다. 그게 정의라고 믿는 생각 때문이기도 하다. 4·19혁명, 6월 민주항쟁 등 민주화를 쟁취하기 위한 정권과의 대결도 이어졌다. 문재인 정부도 촛불을 앞세운 사회 변혁의 흐름을 타고 등장했다. 한국인에게 싸움은 상대방의 잘못을 바로잡기 위한 행동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고 할 수도 있다. 다른 문화를 가진 사람끼리 만나면 충돌하기 쉽다. 요즘의 한일 갈등 뒤에도 달라도 너무 다른 양국의 문화적 차이가 있다. 위안부 문제를 보자. 일본 정부는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를 통해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으로 해결했다’고 본다. 즉 ‘합의’에 방점을 찍은 것이다. 한국 정부는 다르다. 법적으론 끝났을지 몰라도 위안부 할머니들이 마음으로 받아들여야만 해결된다고 본다. 지속적으로 ‘진심 어린 사과’를 요구하는 이유다. 일본 측이 한국 문화를 무시하고 “끝난 문제를 왜 다시 꺼내느냐”고 한다면 갈등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 ‘상생(相生)’의 의미도 완전히 다르다. 일본은 교섭을 잘 이뤄내기 위해 반드시 사전조율을 거친다. 바로 ‘네마와시(根回し)’다. 미리 상의해 공감대를 만들기에 당사자들끼리 목소리를 높여 싸울 일이 적다. 양측 의견충돌이 꾸준히 일어나면 어떨까. 일본인은 “모이이(もう良い·이제 됐어)”라며 관계를 포기한다. 현재 일본 정부의 한국에 대한 인식은 ‘모이이’ 단계로 접어든 것 같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연두교서, 일본 정부의 방위백서 등에선 한국의 중요성을 의도적으로 낮추는 모습까지 보였다. 한국에선 다투는 양측이 모두 밑바닥까지 떨어진 후에야 상생을 도모하는 기질이 있다. 화섬업계의 단골 분규업장에서 노사 상생의 표본으로 바뀐 코오롱 구미공장을 보자. 2008년 이웅열 당시 코오롱 회장과 김홍열 노조위원장을 취재했을 때 둘은 똑같은 말을 했다. “노사 모두 ‘이렇게 싸우다 공장 문 닫고 죽겠구나’ 싶어야 힘을 모은다.” 하지만 지금처럼 일본 정부가 문제의 본질을 회피하고 우회적으로 한국 때리기에만 몰두한다면 앞으로도 상황은 달라지기 어렵다. 일본 외무성은 최근 미국, 유럽연합(EU) 등에서 “북한 비핵화는 믿을 수 없다”며 한국 정부의 북핵 해결 노력을 깎아내리고 있다. 그런 점에서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전 일본 총리가 16일 도쿄(東京) 분쿄(文京)구민센터에서 ‘지금 왜 탈(脫)대일본주의인가’를 주제로 한 강연을 일본 정부가 유념해서 봤으면 좋겠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일본은 상대방에 대한 존중, 타국에 대한 존중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 10월 부산대에서 명예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으며 “상처받은 분들이 ‘더 이상 사죄는 하지 않아도 돼’라고 말할 때까지 사죄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한국 문화를 이해하고, 한국 국민의 감정을 읽을 줄 알았던 그의 마음이 바로 이 시점 한일관계에 가장 필요한 덕목인 것 같다. 박형준 도쿄 특파원 lovesong@donga.com}
미국이 일본 측에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일 대립을 자제하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아사히신문은 16일 일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시점에서 미국 측이 ‘중요한 시기에 한일 간 대립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을 일본 측에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북-미 정상회담이 끝날 때까지는 (강제징용 문제와 관련해 한일 기본협정에 따른) 중재 절차에는 들어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이 신문은 덧붙였다. 다만 강제징용 피해자 유족들과 변호인들이 15일 “신일철주금의 압류 자산을 이달 안에 매각 절차에 들어가고, 미쓰비시(三菱)중공업에 대해 3월 1일 한국 자산 압류를 법원에 신청할 것”이라고 밝힌 것을 두고 일본 측은 대응 조치를 고민하고 있다. 자민당 내부에선 주한 일본대사의 소환, 방위 관련 물품의 한국 수출규제 등 의견이 나오고 있다. 반도체 제조에 필수적인 불화수소 등 소재 부품 수출을 금지하자는 주장도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일본 정치, 행정 뿐 아니라 미디어도 모두 이상해졌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바로잡을 수 있을지 모를 지경이다.”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전 일본 총리는 16일 도쿄(東京) 분쿄(文京)구민센터에서 ‘지금 왜 탈(脫)대일본주의인가’를 주제로 강연을 하면서 쓴소리를 쏟아냈다. 특히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일본을 더 위험한 국가로 이끌고 있다”며 비판했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강의를 시작하며 아베 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한 점을 언급하며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그때 청중들도 웃으면서 동의했다. 그는 “남북평화를 위해 문재인 대통령도 노력했고, 김정은도 결단을 내렸다.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민을 막기 위해 국경에 장벽을 짓고자 한다. 그런 사람에게 노벨평화상을 주자는 아베 총리의 말에 너무나 놀랐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일본주의’를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이 아시아 제국을 침략하며 내건 구호라고 설명한 뒤 아베 정권이 두 가지 점에서 대일본주의로 회귀하고자 하는 야욕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우선 원전 고수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아베 정권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도 불구하고 원자력 발전을 고수하고 있다”며 “이는 결국 언젠가 핵무기를 갖고자 하는 야욕”이라고 설명했다. 또 하나는 UN 상임이사국에 진출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는 “동남아시아 여러 목소리를 들어보면 일본이 UN 상임이사국이 되면 미국 표가 하나 늘어나는 것 뿐이라고 말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베 총리가 UN 상임이사국 진출을 통해 일본의 발언권을 키우려 한다는 것이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아베 정권이 군사대국으로 나아가고 있는 점에 대해서도 경고했다. “아베 총리가 국회연설에서 중국, 북한과 관계가 개선됐다고 말하면서 왜 군비는 늘리는지 의문”이라며 “가장 중요한 점은 외교력을 통해 상대국이 일본을 공격하고자 하는 의도를 없애는 것이다. 그럼 일본에 대한 위협은 자연히 줄어든다”고 말했다. 이어 “이게 일본이 유일하게 나아가야 하는 길”이라고 강조하자 청중들이 박수를 보냈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또 “일본은 상대방에 대한 존중, 타국에 대한 존중을 해야 한다. 그럼 전쟁 위협도 자연히 줄어든다”며 “그렇게 되게끔 만들기 위해 ‘탈대일본주의’를 실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본의 케네디가(家)’로 불리는 정치 명문 하토야마 집안의 장남으로 1947년 2월 도쿄에서 출생했다. 1981년 일본 센슈(專修)대 경영학부 조교수를 지내다 정계에 입문해 1986년 자민당 후보로 중의원 선거에 처음 당선했다. 2009년 민주당으로 정권을 교체해 총리에 올랐다. 총리에서 물러난 이후 서울 서대문형무소역사관, 경남 합천군 원폭 피해자 복지회관 등을 찾아 피해자들에게 사죄했다. 또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피해자가 받아들일 때까지 지속적으로 사죄해야 한다”고 말했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일본이 아동 교육 시스템을 손보기 위한 대책 마련에 돌입했다. 지바(千葉)현에 살던 초등학교 4학년 여아(10)가 아버지의 상습 폭력에 시달리다 지난달 숨진 사건이 계기가 됐다. 이 사건은 학생이 생전에 응답했던 학교 설문조사에서 “아버지에게 폭행을 당하고 있다” “선생님, 어떻게 안 될까요” 등 구조 메시지를 보냈지만 학교 당국이 무시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14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일본 문부과학성은 장기 결석한 아동에 대해 학교 측이 상황을 확인하고 아동상담소에 정보를 제공하는 적극적 대응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장기 결석’ 기준으로는 30일 이상이 고려되고 있다. 지금까지는 장기 결석한 아동이 명확하게 학대받고 있다고 의심될 때만 학교가 상황 확인에 나설 수 있었다. 또 학교가 조사할 때 강경하게 저항하는 보호자에 대응하기 위해 민간 기업의 고객 불만 처리 방법을 활용할 방침이다. 도쿄(東京)도는 47개 광역자치단체(도도부현) 중 처음으로 자녀에 대한 체벌과 폭언을 금지하는 조례안을 마련해 4월부터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새 조례안은 자녀에게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주는 보호자 행위를 ‘자녀 품위에 상처를 주는 벌’로 규정해 전면 금지토록 했다.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정보기술(IT) 기업을 운영하는 다카다 마리(高田眞理·49·여) 씨는 현재 11세 딸과 둘이 살고 있다. 31세에 기업을 차려 일만 하다가 30대 중반에 이르렀던 시절. 사귀던 남성과 결혼하려는 생각도 해봤다. 하지만 그는 장남이었다. 시부모 모시고, 남편 뒷바라지한다는 생각에 한숨만 나왔다. 다카다 씨는 일 욕심이 많았다. 아이도 갖고 싶었다. 궁리 끝에 ‘결혼과 출산은 세트가 아니다’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는 아이를 낳았지만, 결혼하지 않고 혼자서 키우고 있다. 사귀던 남성과의 합의에 따른 것이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최근 다카다 씨 사례를 전하며 “스스로의 의지로 결혼하지 않고 아이를 낳아 기르는 ‘선택적 싱글마더’가 일본에서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수적 분위기가 강한 일본에서 선택적 싱글마더가 늘고, 동성혼을 인정하라는 목소리가 나타나는 새로운 결혼 풍속도가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만화가인 나나오 유즈(七尾ゆず·46·여) 씨는 38세가 되던 해 ‘40세가 되기까지 아이를 낳자’고 결심했다. 부친에 대해 좋은 기억이 없어 애초부터 결혼 생각은 없었다. ‘혼자서 아이를 키울 수 있을까’ 고민하던 중 동일본 대지진이 터졌다. 생명에 대한 소중함이 커졌다. 그래서 당시 교제하던 남성과 협의해 출산했다. 나나오 씨는 2013년부터 월간지에 만화 ‘혼자서 출산’을 연재하고 있다. 최근에는 ‘혼자서 엄마’로 제목을 바꿔 연재 중이다. 그는 “결혼생활에 구속되지 않고 마음 편하게 아이를 기를 수 있다”고 말했다. 일본 총무성에 따르면 일본 내 미혼인 싱글마더는 2000년 6만3000여 명에서 2015년 17만7000여 명으로 크게 늘었다. 그중 상당수는 선택적 싱글마더로 추정된다. 경제적으로 자립한 여성이 많아지고, 너무 늦은 나이가 되기 전에 출산을 희망하는 여성이 늘면서 새로 생긴 사회현상이다. 동성혼도 공론화되고 있다. 8개 광역자치단체(도도부현)의 20∼50대 동성 커플 13쌍은 14일 도쿄(東京) 나고야(名古屋) 오사카(大阪) 삿포로(札幌) 등 4개 지방법원에 일제히 동성혼 금지에 대한 위헌 소송을 낼 계획이다. 이들은 “동성혼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결혼의 자유’와 ‘법 아래 평등’ 원칙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1인당 100만 엔(약 1015만 원)씩 손해배상도 청구하기로 했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외교부가 문희상 국회의장의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왕 사과’ 발언으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등이 반발한 것에 대해 발언 철회를 권고할 뜻이 없다고 일축했다. 노규덕 외교부 대변인은 12일 정례브리핑에서 “정부는 앞으로도 과거사 문제는 과거사 문제대로 지혜롭게 해결해 나가면서 미래지향적 한일 양국관계 발전을 위한 노력을 기울여 나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갈 길이 먼 한일관계 속에서 일본이 또 하나의 걸림돌을 만들어내는 움직임에 말려들지 않겠다는 뜻을 나타낸 것이다. 이에 앞서 아베 총리는 이날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문 의장 발언에 대한 생각을 묻는 야당 의원의 질의에 “이건, 정말로 놀랐다. 너무나 부적절한 발언으로 극히 유감”이라고 답했다. 이어 “한국에 외교 루트를 통해 엄중하게 항의했고, 사죄와 철회를 요구했다”고 덧붙였다.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상도 이날 예산위원회에 이어 정례 기자회견에서도 “극히 무례하고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재차 강조했다. 일본 정부 차원에서 문 의장의 발언을 새로운 갈등의 소재로 삼기 위해 집중적인 공세에 나선 모습이다. 문 의장은 앞서 8일 공개된 블룸버그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일본을 대표하는 총리, 혹은 나로서는 곧 퇴위하는 일왕이 (사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현 아키히토(明仁) 일왕에 대해 “전쟁 범죄 주범의 아들 아니냐. 그분이 한번 할머니들의 손을 잡고 ‘정말 미안하다’라고 한마디 하면 (문제가) 깨끗하게 해소될 것”이라고 했다. 문 의장은 11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의 한 호텔에서 한국 기자들과 만나 “책임 있는 지도자의 진정성 있는 사과가 (중요하다는) 취지였다. 한일 양국 간 불필요한 논쟁을 원하지도 않고, 일어나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지난해 9월 일본 오사카(大阪)부 히가시오사카(東大阪) 시내의 한 주택가. 늦은 밤 흰 마스크를 쓴 남성이 주택 벽에 바짝 붙어 있다. 그는 안테나가 부착된 기계를 들고 있었다. 갑자기 약 10m 떨어진 곳에 주차된 렉서스LS500 차량의 신호등이 깜빡이더니 문이 열렸다. 차 옆에는 공범으로 보이는 또 다른 남성이 있었다. 그는 차에 올라타 시동 버튼을 두 차례 눌렀다. 시동이 걸리지 않자 곧바로 차에서 내렸고 둘 다 급히 도망쳤다. 이들이 기계를 꺼내들고 차 문을 열 때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5초. 당시 이 모습이 담긴 폐쇄회로(CC)TV를 분석한 일본 경시청은 이 2인조가 차량을 훔치기 위해 ‘릴레이 공격’을 한 것으로 결론 내렸다. 릴레이 공격은 2인조가 스마트키 전파를 증폭시켜 차량을 훔치는 신종 범죄수법. 한 사람은 스마트키 소유자 옆에서 스마트키 전파를 증폭시켜 공범에게 전달하고, 공범은 증폭된 전파를 수신해 차량을 여는 식이다. 두 절도범이 릴레이하듯 전파를 주고받는다는 뜻에서 이 이름이 붙었다. 일반적인 차 스마트키는 반경 1.0∼1.5m 안에서만 작동된다. 릴레이 공격을 받으면 스마트키가 차에서 10m 이상 떨어져 있어도 해당 차량을 움직일 수 있음을 노렸다. 또 창문을 부수지 않아도 돼 범죄 흔적이 잘 남지 않고 검거도 어렵다. 2010년대 유럽 각국에서 등장한 이 릴레이 공격은 최근 일본에서도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최근 이바라키(茨木)시에서 유사 사건이 일어났고 지난해 5월 모리구치(守口)시에서도 발생했다. 수법의 특성을 감안할 때 지금까지 파악된 수보다 훨씬 많은 범죄 시도가 있었을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일본 경시청은 주요 자동차 제조사들에 ‘릴레이 공격’에 대한 대책을 세워달라고 요청했다. 일부 제조사는 스마트키에 절전기능을 넣어, 운전하지 않을 때 아예 전파가 나오지 않게끔 키를 만들고 있다. 시중에는 전파 차단용 스마트키 지갑도 판매되고 있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스마트키를 보관할 때 알루미늄이나 철로 된 통에 넣어두라”고 조언했다. 알루미늄이나 철은 전파를 차단하는 특징이 있다.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