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특교

구특교 기자

동아일보 경영전략실 경영총괄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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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어린 따뜻함으로 사람과 세상을 바라보겠습니다. 일이 안 될 때는 현장으로 가 직접 두 발로 뛰겠습니다.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고 끈질기게 취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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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분야

2025-11-21~2025-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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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19 빨리”만 외치지 말고, 또박또박 위치 말하세요

    12일 오후 3시 서울 중구 서울종합방재센터 종합상황실. 119상황접수요원 유정춘 소방장(44)에게 한 통의 신고 전화가 걸려 왔다. 60대 A 씨가 “다리가 너무 아프다. 죽고 싶다”고 말했다. 모니터에는 구로구의 한 지점을 중심으로 반경 100m의 원이 표시됐다. 정확한 위치를 알기 어려웠다. “침착하세요. 조금 더 정확한 주소를 알려주세요.” 거듭된 요청에도 A 씨는 자신의 말만 계속했다. 일단 유 소방장은 관할 지역 소방대원에게 출동 지령을 내리고 관련 기관에 정확한 위치정보 파악을 요청했다. 그는 “60초 이내 출동 지령을 내리는 게 목표인데 정확한 주소 파악이 어려워 늦어졌다. 통신 기지국 위치 정보는 50∼100m 오차가 있어 정확한 주소 확인이 정말 중요하다”고 말했다. 누구나 긴급 상황이 발생하면 119에 신고해야 한다는 걸 안다. 그러나 대부분 당황한다. 그때 몇 가지 요령을 알면 정확한 정보를 전달해 골든타임을 아낄 수 있다. 119신고의 핵심은 ‘발생 주소’와 ‘사고 정보’다. 정확한 주소를 알려주는 게 가장 좋다. 모른다면 주변 큰 건물의 명칭이나 상가 건물에 적힌 전화번호를 알려주는 것도 방법이다. 어떤 상황인지, 건물 용도와 층수, 상주 인원 같은 정보도 중요하다. 해당 상황에 가장 적합한 인력과 장비가 출동할 수 있다. 양천소방서 이예지 소방교(30·여)는 “‘불이 났으니 빨리 오라’는 내용보다 ‘A아파트에서 불이 났다. 10여 명이 연기를 마시고 쓰러졌다’는 신고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리 쉽지는 않다. 질문에 답하지 않고 “빨리 오라”고만 소리치는 경우가 많다. 도로명 주소와 지번주소를 섞어 말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유 소방장은 “신고자가 너무 흥분한 경우 큰 소리를 쳐 정신을 차리게 하는 경우도 있다. 당황스러워도 심호흡을 하고 최대한 천천히, 또박또박 말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대원들은 현장으로 출동하며 신고자와 다시 한번 통화한다. 신고 후 변동 상황을 파악하는 것이다. 도착 즉시 정확한 진압 및 구조 작전을 펼치기 위해서다. 하지만 신고자 중에는 “왜 빨리 안 오고 반복해서 물어보냐”고 화를 내며 아예 전화를 끊어버리는 경우도 있다. 양천소방서 구급대원 윤영진 소방교(33)는 “최초 신고 후 가족 등 지인과 통화하느라 소방대원 연결이 어려울 때가 많다. 계속 통화 상태를 유지해야 빠른 시간 내 적절하게 조치할 수 있다”고 말했다.구특교 kootg@donga.com·정현우 기자119 신고 요령1. 정확한 주소 말하기. 모를 땐 근처의 건물 이름을 말해도 좋다.2. 구체적인 정보 말하기. 적절한 차량 및 소방장비 투입이 가능하다.3. 또박또박 천천히 말하기. 최대한 침착하게 말해야 정확한 정보가 전달된다.4. 계속 통화 상태 유지하기. 출동하면서 적절한 상황 판단에 도움이 된다.5. 건물 밖에서 안내하기. 가능하면 현장 근처 도로변에 나와 정확한 지점을 알려주면 좋다.}

    • 2018-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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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퇴근길 안전] “빨리 오라” 흥분은 금물…’골든 타임’ 아끼는 119 신고요령

    12일 오후 3시 서울 중구 서울종합방재센터 종합상황실. 헤드셋을 끼고 대기 중이던 119상황접수요원 유정춘 소방장(44)에게 한 통의 신고 전화가 걸려왔다. “다리가 너무 아프다. 죽고 싶다”는 A 씨(61)의 목소리가 들렸다. 모니터에 서울 구로구의 한 지점을 중심으로 반경 100m의 원이 표시됐다. 신고자의 정확한 위치를 알 수 없었다. 유 소방장이 “침착하세요. 조금 더 정확한 주소를 알려주세요”라고 거듭 요청했다. 그러나 A 씨는 계속 다른 말을 이어갔다. 일단 유 소방장은 관할 지역의 소방대원에게 출동 지령을 내렸다. 그리고 관련 기관에 정확한 위치정보 파악을 요청했다. 그는 “60초 이내 출동 지령을 내리는 게 목표인데 정확한 주소 파악이 어려워 늦어졌다. 통신 기지국 위치 정보는 50~100m 오차가 있어 정확한 주소를 확인하는 게 정말 중요하다”고 말했다. 누구나 긴급 상황이 발생하면 119에 신고해야 한다는 걸 안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 신고전화를 걸면 대부분 당황한다. 그때 몇 가지 신고요령을 알아두면 조금 더 정확한 정보를 전달해 골든타임을 아낄 수 있다. 119신고의 핵심은 ‘발생 주소’와 ‘사고 정보’다. 정확한 주소를 알려주는 게 가장 좋다. 모른다면 주변 큰 건물의 명칭이나 상가 건물에 적힌 전화번호를 알려주는 것도 방법이다. 어떤 상황인지, 건물 용도와 층수, 상주 인원 같은 정보도 중요하다. 해당 상황에 가장 적합한 인력과 장비가 출동할 수 있다. 양천소방서 이예지 소방교(30·여)는 “‘불이 났으니 빨리 오라’는 내용보다 ‘A아파트에서 불이 났다. 10여 명이 연기를 마시고 쓰러졌다’는 신고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사실 말은 간단하지만 그리 쉽지만은 않다. 처음 겪는 상황에선 누구나 당황한다. 그래서 상황접수요원의 질문에 답하지 않고 “빨리 오라”고만 소리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속사포’식으로 말하면 신고 내용을 알아듣기 어렵다. 도로명주소와 지번주소를 섞어 말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유 소방장은 “신고자가 너무 흥분한 경우 큰 소리를 쳐 정신을 차리게 하는 경우도 있다. 당황스러워도 심호흡을 하고 최대한 천천히, 또박또박 말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첫 신고 전화가 끝이 아니다. 대원들은 현장으로 출동하며 신고자와 다시 한 번 통화한다. 신고 후 변동 상황을 파악하는 것이다. 도착 즉시 정확한 진압 및 구조 작전을 펼치기 위해서다. 하지만 신고자 중에는 “왜 빨리 안 오고 반복해서 물어보냐”고 화를 내며 아예 전화를 끊어버리는 경우도 있다. 양천소방서 구급대원 윤영진 소방교(33)는 “최초 신고 후 가족 등 지인과 통화하느라 소방대원 연결이 어려울 때가 많다. 계속 통화 상태를 유지해야 빠른 시간 내 적절하게 조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동이 자유로운 사람이 있다면 현장 근처의 도로 쪽으로 나와 출동대원에게 정확한 위치를 안내하면 좋다. 이는 주택 밀집 지역에서 특히 중요하다. 13일 오전 본보 기자가 양천소방서 소방대원과 함께 응급환자 신고가 접수된 한 빌라로 이동했다. 적정시간에 도착했지만 빌라 내 출입구가 여러 곳이라 일부 시간이 지체됐다. 고명관 소방사(29)는 “환자 가족이나 이웃이 빌라 앞에서 안내했다면 시간이 조금 단축됐을 것이다. 심정지 환자나 화재 발생 상황이라면 매우 중요한 시간이다”라고 말했다.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정현우 기자 edge@donga.com}

    • 2018-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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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평창 티켓’ 온라인 암거래 판친다

    “경기장 근처 숙박권에 피겨스케이팅 티켓 2장요. 패키지로 팝니다.” 13일 오전 직장인 A 씨는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에 글을 올렸다. 평창 겨울올림픽 인기 종목인 피겨스케이팅 경기 입장권과 리조트 숙박권을 한꺼번에 되팔려는 것이다. 21일 평창에 가려고 낸 휴가가 회사 일로 취소된 탓이다. 이날까지 판매하지 못하면 평창행을 위해 지불한 110만 원을 몽땅 날릴 처지다. 평창 올림픽 입장권은 공식 사이트 ‘팬투팬(Fan-To-Fan)’에서만 거래할 수 있다. 구입한 가격 그대로 사고팔아야 한다. A 씨도 공식 사이트에 피겨스케이팅 입장권 2장(80만 원)의 판매 글을 올렸지만 구매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결국 2박 3일 리조트 숙박권(30만 원)까지 얹어서 중고거래 사이트를 찾은 것이다. 그리고 총액을 30만 원이나 깎았다. A 씨는 “공식 사이트에서는 아무도 입장권을 사려고 하지 않는다. 웃돈을 얹는 것이 아니라 싸게 파는 건 허용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올림픽 경기가 진행되면서 중고거래 사이트를 통해 입장권을 팔려는 사람이 늘고 있다. 일부는 암표 판매를 목적으로 대량 구입한 사람이지만 상당수는 어렵게 예매했다가 개인 사정 때문에 관람을 포기한 사람들이다. A 씨 경우처럼 공식 사이트인 팬투팬에서는 입장권 재판매가 쉽지 않다. 매진 경기가 아닌데 굳이 직거래를 통해 정가 입장권을 구입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입장권 거래는 기존 온라인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활발하다. 대부분 정가보다 싼값에 입장권을 내놓고 있다. 여행사를 운영하는 B 씨도 온라인 사이트를 찾았다. 그는 25일 열리는 피겨스케이팅 경기 입장권 15장을 구매했다. 중국인 단체 여행객이 요청한 것이다. 그러나 이들이 갑자기 관광을 취소하면서 장당 50만 원짜리 입장권을 30% 할인해서 팔고 있다. 그는 “못 팔면 수백만 원의 피해를 입으니 어떻게든 빨리 파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공식 사이트 대신 온라인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입장권 거래가 활발하다 보니 사기 행각도 극성이다. 경찰은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올림픽 경기 입장권 등을 판매한다고 속여 여행사를 상대로 5100만 원을 가로챈 손모 씨(34)를 이날 구속했다. 평창올림픽특별법에 따르면 웃돈을 얹어 입장권을 판매하는 암표 거래는 법적 제재 대상이다. 하지만 입장권을 정가나 정가보다 저렴한 금액에 되파는 경우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만 팬투팬 사이트가 아닌 곳에서 양도받은 티켓을 소지하면 입장이 제한될 가능성이 있다.구특교 kootg@donga.com·정현우·이형주 기자}

    • 2018-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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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환대는커녕… 승차거부-바가지 택시에 뿔난 올림픽 손님들

    9일 오후 11시경 서울 중구 지하철 4호선 명동역 8번 출구 앞. 필리핀 관광객 체리 씨(31·여)가 발을 동동 구르며 서 있었다. 옆에는 그의 어머니와 오빠가 양손에 쇼핑가방을 들고 있었다. 지친 표정이 역력했다. 체리 씨 가족은 이날 한국에 왔다. 겨울 관광지로 평창 올림픽이 열리는 한국을 선택한 것이다. 중구 만리동에 숙소를 잡은 체리 씨 가족은 늦은 밤까지 명동에서 식사와 쇼핑을 즐겼다. 그리고 차량으로 10분 정도 걸리는 숙소로 가기 위해 택시 잡기에 나섰다. 하지만 길 위에서 15분가량 시간이 흘렀다. 체리 씨가 열심히 손을 흔들었지만 10대가 넘는 택시가 그냥 지나쳤다. “택시, 택시.” 아무리 외쳐도 소용이 없었다. 그때 택시 한 대가 천천히 다가오더니 창문을 내렸다. 한국말이 서툰 체리 씨는 창문 너머로 휴대전화를 보여줬다. 숙소 이름과 위치가 적힌 지도 화면이었다. 그러자 택시 운전기사는 갑자기 손을 크게 저었다. 이어 곧바로 창문을 올린 뒤 출발하려 했다. 그 순간 한 남성이 뛰어가 택시 앞을 가로막았다. 외국인 대상 바가지요금을 적발하는 서울시 교통지도과 소속 단속관 이성열 씨(67)다. 이 씨는 승차거부를 확인하고 20만 원짜리 과태료 고지서를 발부했다. 택시 운전사는 승차거부를 부인했다. “몸이 아파 집에 가려 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운전사는 20분 넘게 화를 내다가 자리를 떴다. 체리 씨는 “올림픽이 시작해 택시 타는 게 어렵지 않을 걸로 생각했었는데,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평창 겨울올림픽을 맞아 요즘 서울에서는 ‘택시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서울시가 외국인을 상대로 한 일부 택시의 불법행위에 대해 대대적인 단속에 나선 것이다. 1일부터 다음 달 말까지 사복을 입은 서울시 직원들이 ‘잠복 단속’을 벌인다. 승차거부나 부당요금 등 위법 행위를 현장에서 적발한다. 동아일보 취재진이 동행 취재한 9일 오후 8시부터 다음 날 오전 1시까지 명동과 동대문 등지에서 19건이 적발됐다. 부당요금 3건, 승차거부 8건, 택시표시등 위반 8건이다. 정기적인 단속과 외국인 인식 개선 덕분에 과거 있었던 수십만 원짜리 바가지요금은 이제 찾기 힘들다. 그 대신 승객이 부당요금을 쉽게 알 수 없도록 수법이 더욱 교묘해지고 있다. 이때 활용하는 수단이 할증제도다. 이날 오후 11시 50분경 50대 일본인 부부는 인천공항에서 명동까지 택시를 타고 오면서 7만 원을 냈다. 정상 요금보다 1만3000원가량 많다. 할증을 적용한 것이다. 하지만 공항은 할증 구간이 아니다. ‘지연 운전’ 사례도 있다. 공항으로 가는 외국인 승객이 대상이다. 이때 일부러 느리게 운전한다. 출국시간이 임박해 다급해진 승객이 돈을 더 건네면 그제야 정상 속도로 운전한다. 단속이 강화되면 호텔 정문 앞 하차를 꺼리는 경우도 있다. 보통 하차 지점에서 단속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그 대신 호텔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승객을 내려준 뒤 요금을 받고 이동한다. 단속관 장연화 씨(36·여)는 “일부 권역별로 택시들이 연계해 단속정보를 공유하는 움직임도 있어 현장에서 위법행위를 적발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단속 현장마다 서울시 직원과 택시운전사의 실랑이가 발생한다. 대부분의 택시운전사는 순순히 위법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다. 몸싸움이 벌어지는 경우도 많다. 도망가는 택시를 막아 세우다 단속관이 치일 뻔한 상황도 흔하다. 10일 오전 1시경 명동에서 외국인 승객을 골라 태우다 적발된 한 택시운전사는 입고 입던 점퍼를 바닥에 팽개치고 단속관에게 10분가량 심한 욕설을 퍼부었다. 고광림 서울시 교통지도과 팀장(55)은 “일부 택시의 위법행위에 피해를 입은 외국인 관광객은 돈보다 즐거웠던 여행 분위기를 망친 걸 더 안타까워한다. 올림픽 기간 많은 외국인이 한국을 찾는 만큼 더 엄격히 단속하겠다”고 말했다.구특교 kootg@donga.com·김정훈·정현우 기자}

    • 2018-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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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옷 타는 줄도 모르고…배송하다 골목길 불 끈 ‘슈퍼영웅’ 택배기사

    “물건을 배송하며 늘 마주치는 이웃들이어서 소방대가 올 때까지 기다릴 수만은 없었습니다.” 7일 낮 12시 경기 하남시 CJ대한통운 물류터미널에서 만난 택배기사 신재하 씨(37)는 쏟아져 나오는 물품을 쉴 새 없이 지역별로 분류하고 있었다. 신 씨는 5일 택배물품을 배송하다 주택가에서 불이 난 것으로 보고 연탄재와 빗자루로 껐다. 그의 옷이 타고 신발 밑창이 녹아내릴 만큼 급박한 상황이었다. 불은 5일 오후 2시경 서울 강동구 천호동 주택가 골목에서 났다. 신 씨는 우연히 약 30m 떨어진 곳에서 검은 연기가 솟아오르는 것을 봤다. 택배물품을 일단 놓고 달려갔다. 공중화장실 만한 한 집의 외부 보일러실에서 뻘건 불덩어리가 솟아올랐다. 보일러실 옆에는 석유가 가득한 20L들이 철제 기름통이 있었다. 신 씨는 “기름통에 옮겨 붙으면 터져버릴 것 같아 기름통부터 치우고 119에 신고했다. 그리고 불을 끄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보일러실 입구를 막은 자전거는 열기 때문에 손을 댈 수 없었다. 보일러실 옆에 놓인 걸레와 빗자루를 이용해 자전거를 치웠다. 소화기를 찾았지만 어디에도 없었다. 전봇대 밑에 누군가 내다버린 연탄재가 봉투에 담겨 있었다. 봉투를 들어 보일러실 가까이 다가가 연탄재를 뿌렸다. 플라스틱 빗자루로 불씨를 때려 껐다. 그의 신발과 점퍼 팔 부분이 열기에 녹아내렸다. 때마침 인근에 사는 노인 두 명이 세숫대야에서 물을 받아와 뿌렸다. 불길이 크게 번지지 않았다. 10분 뒤 출동한 소방대원들은 좁은 골목길을 어렵사리 뚫고 현장에 와서 불을 완전히 껐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다. 소방 당국은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 중이다. 물류터미널에서 만난 신 씨 동료들은 그를 ‘슈퍼영웅’ ‘불조심 영웅’이라고 불렀다. 동료 택배기사는 “택배일로 정신이 없었을 텐데 그 와중에 불까지 끈 게 대단하다. 택배기사로서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신 씨는 겸연쩍게 웃으며 “같은 상황이 닥치면 동료들도 고민 없이 나서서 불을 껐을 겁니다. 내 이웃들이 큰 피해를 입지 않아 정말 다행입니다”라고 말했다.정현우 기자 edge@donga.com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 2018-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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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택배 인증샷’ 믿고 돈 보냈더니…평창 개막 코앞, 사기 수법도 가지가지

    지난달 30일 회사원 김모 씨(37)는 이달 22일 열리는 평창 겨울올림픽 쇼트트랙 결승전 경기 티켓을 구입하려다 낭패를 당했다. 공식 티켓 예매처에서 판매하는 티켓은 매진된 상태. 온라인 중고거래 사이트에 티켓 구매 의사를 남기자 곧이어 판매자 유모 씨(27)의 연락이 왔다. 그는 상냥한 목소리로 거래 방법을 설명하며 김 씨의 이름과 송장번호가 적힌 ‘택배 인증샷’을 찍어 보냈다. 인증샷을 보고 안심한 김 씨는 티켓 4장 가격인 60만 원을 유 씨에게 송금했다. 하지만 돈을 보낸 직후 유 씨의 태도는 돌변했다. 사정이 있다며 티켓 발송을 계속 미뤘다. 어느 순간 답장도 오지 않았다. 뒤늦게 검색한 송장번호는 없는 번호였다. 김 씨는 “국내에서 올림픽을 볼 날이 앞으로는 없을 것 같아 거금을 들여 돈을 지불했었다”며 분통이 터트렸다. 그는 다른 피해자들과 함께 집단 소송까지 준비 중이다. 충남 공주경찰서는 유 씨에게 사기를 당한 피해자가 10명이 넘는 것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 중이라고 6일 밝혔다. 평창올림픽 개막이 코 앞에 다가오면서 이른바 ‘평창 사기’가 기승이다. 경기 티켓을 판매한다거나 평창 인근 숙소를 값싸게 예약할 수 있다며 온라인에서 돈을 받은 뒤 돌려주지 않는 방식이다. 사기 판매자는 올림픽 개막이 다가오면서 관련 상품의 구매 수요가 높아진 점을 악용하고 있다. 피해자 대다수는 간절한 마음에 별다른 확인 절차 없이 상품을 구매하다 사기를 당했다. 피해 금액은 10만~100만 원 이상까지 다양하다. 하루에 두 번 사기를 당한 피해자도 있다. 1일 회사원 정모 씨(33)는 온라인 중고거래 사이트에 올림픽 아이스하키 경기 티켓을 구한다는 글을 올렸다. 한국에 머무는 캐나다 친구가 경기를 꼭 보고 싶어 했기 때문이다. 정 씨는 판매자에게 티켓 2장에 20만 원을 보냈지만 판매자는 연락을 끊었다. 곧이어 또 다른 판매자와 연락이 닿았다. 수화기 너머 “티켓을 사려는 사람들의 전화가 계속 온다”는 대화가 들렸다. 당장 구매하지 않으면 표를 못 구한다는 생각에 덥석 30만 원을 보냈다. 하지만 그의 대화는 ‘연기’였다. 티켓은 오지 않았다. 정 씨는 “경기를 고대하는 캐나다 친구에게 뭐라고 말할지 부끄럽다”고 말했다. 평창의 숙박업소를 예약하거나 올림픽 관련 상품을 구매할 때도 비슷한 피해가 발생했다. 지난해 이모 씨(26·여)는 저렴하고 시설 좋은 평창의 숙소를 예약해준다는 A 씨의 홍보 글을 보고 돈을 보냈다. 하지만 알고 보니 A 씨는 해당 숙소와 전혀 관계가 없는 인물이었다. 지난달 7일 신고를 접수받은 경찰은 사기 등의 혐의로 A 씨를 수사 중이다. 지난해 충남 당진과 대전 일대에서는 평창 패딩을 판매한다고 속여 돈을 편취한 판매자들이 경찰에 붙잡혔다. 올림픽 캐릭터와 상표를 도용한 제품들을 판매해 수익을 챙긴 업자들도 적발됐다. 5일 특허청에 따르면 인형과 의류 등 평창올림픽 ‘짝퉁 제품’을 주문받아 판매한 업체 5곳을 상표법 위반 혐의 등으로 형사 입건해 조사 중이다. 인기 이모티콘인 ‘오버액션토끼’에 평창 패딩을 입혀 불법 판매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지난해에는 평창 패딩을 본 뜬 ‘팽창 패딩’이 판매됐다. SK텔레콤은 올림픽 공식후원사가 아니지만 공식후원사처럼 보이게 만든 광고 ‘앰부시(Ambush) 마케팅’을 해 특허청으로부터 시정 권고를 받았다. 경찰은 온라인 사기 피해를 예방하려면 직접 판매자를 대면한 뒤 실물을 확인하고 거래하는 게 안전하다고 조언했다. 부득이 온라인 거래를 할 경우 경찰청 ‘사이버 캅’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판매자의 계좌 이력을 확인하는 게 바람직하다. 또 소액의 수수료가 들더라도 ‘안전결제 서비스’를 이용해야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 경찰청 사이버안전국 이성일 경정은 “올림픽이 며칠 남지 않은 시점에서 올림픽 상품 거래는 사기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귀찮더라도 확인 절차를 꼼꼼하게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 2018-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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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월호 특조위 방해 혐의’ 박근혜 정부 해수부 장-차관 구속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업무를 정부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방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해양수산부 김영석 전 장관과 윤학배 전 차관이 1일 구속됐다. 서울동부지법 양철한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범죄 혐의가 소명되고 도망 및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두 사람의 영장을 발부했다.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박진원)에 따르면 김 전 장관과 윤 전 차관은 박근혜 정부 당시 해수부 직원과 세월호특조위 파견 공무원에게 특조위 내부 상황 및 동향 등을 보고하도록 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를 받고 있다. 검찰은 두 사람이 해수부 직원들에게 특조위 활동을 방해할 방안을 마련해 실행토록 지시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12월 22일 해수부와 김 전 장관의 주거지 등 4곳을 압수수색했다. 이어 윤 전 차관과 김 전 장관을 지난달 28일과 29일 각각 소환해 조사했다.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 2018-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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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500억대 가상통화 사기 총책 국내 송환

    1500억 원 규모의 ‘가짜 가상통화 사기단’ 총책이 필리핀에서 검거돼 국내로 송환됐다. 경찰청은 필리핀 현지에서 피라미드형 다단계 사기조직을 만든 뒤 가짜 가상통화인 ‘헤지 비트코인’을 판매해 1552억 원을 챙긴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사기)로 총책 마모 씨(46)를 국내로 송환했다고 31일 밝혔다. 마 씨는 이날 오전 9시 55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송환됐다. 지난해 3월 필리핀 현지에서 체포돼 외국인수용소에 구금된 지 10개월 만이다. 경찰에 따르면 마 씨는 2003년부터 3년간 국내에서 3200억 원 규모의 통신 다단계 사기를 벌인 뒤 2006년 필리핀으로 도피했다. 2015년 10월 마 씨는 필리핀 마닐라를 근거지로 한 대규모 가상통화 사기단을 꾸렸다. 필리핀 현지와 국내에서 공범 30명을 모집했다. 이어 마닐라에 온라인 거래소를 차리고 서울 강남구 등 22곳에 투자센터를 열었다. 이들은 ‘6개월 만에 원금의 2배 이상 고수익을 보장한다’며 투자자를 속였다. 다른 투자자를 데려오면 투자금의 15∼35%를 준다고 속이는 다단계 방식으로 투자자를 모집했다. 하지만 이들이 홍보한 ‘헤지 비트코인’은 시중에서 사용이 불가능한 가짜 가상통화였다. 약 1년간 투자자 3만5974명이 피해를 입었다. 경찰은 그가 마닐라에 머문다는 첩보를 입수한 후 수사팀을 현지에 보냈다. 한국 경찰과 필리핀 경찰이 참여한 공동 조사팀을 꾸렸다. 그러나 마 씨는 총기를 소지한 무장 경호원을 고용해 경찰의 추적을 번번이 따돌렸다. 경찰은 필리핀 대형 호텔에서 총기 소지가 금지되는 점을 활용했다. 지난해 3월 현지 호텔 입구에 잠복했다가 안으로 들어서는 마 씨를 검거했다. 마 씨 송환은 최근 필리핀을 방문한 한국 경찰청 고위 간부의 요청에 따라 성사됐다.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 2018-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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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종철 고문치사 보도 동아일보 기자 기려… 연세대 ‘윤상삼 언론상’ 만든다

    1987년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취재한 고(故) 윤상삼 동아일보 기자를 기리는 언론상이 제정된다.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옛 신문방송학과) 총동문회는 올해 안에 ‘윤상삼 언론상’(가칭)을 제정해 1회 수상자를 선정할 계획이라고 31일 밝혔다. 앞서 총동문회는 1월 초 ‘윤상삼 추모사업 분과위원회’를 만들었다. 정확한 언론상 명칭과 수상 기준 등 구체적인 내용은 논의를 거쳐 추후 확정된다. 윤 기자는 1975년 연세대 신문방송학과에 입학했다. 동아일보 사회부와 국제부 등에서 근무했다. 언론상 제정은 동문 선후배의 뜻이 모여 추진됐다. 올바른 언론인의 모습을 보여준 윤 기자의 정신을 이어받자는 취지다. 최근 개봉한 영화 ‘1987’이 흥행하면서 언론상 제정 움직임은 더욱 활기를 띠었다.  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 2018-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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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종로 골목서 개고기 삶던 노숙인, 제지하던 공공근로자 흉기로 찔러

    31일 오전 11시 25분경 서울 종로구 한 골목에서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노숙인 민모 씨(66)가 휴대용 버너로 드럼통에 담긴 고기를 삶고 있었다. 원래 크기의 3분의 1가량으로 잘린 드럼통에는 성인 손바닥만한 고기 예닐곱 덩어리가 들어 있었다. 버너 주변에는 된장과 풋고추 등이 놓여 있었다. 버너용 부탄가스통도 10개 정도 보였다. 인근을 청소하던 공공근로자 노모 씨(49)가 이를 보고 민 씨에게 “취사하면 안 되는 곳이다. 요리하지 말라”고 말했다. 하지만 민 씨는 “참견하지 말라”며 계속 고기를 삶았다. 노 씨가 재차 고기 삶는 것을 뭐라 하자 민 씨는 길이 30㎝ 식칼을 갑자기 꺼내 휘둘렀다. 노 씨는 복부와 손목을 모두 네 차례 찔렸다. 같이 청소하던 이모 씨(52)가 민 씨의 팔을 꺾어 칼을 빼앗은 뒤 경찰에 신고했다. 노 씨는 병원으로 옮겨져 수술을 받았다.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에도 민 씨가 오후 3시경부터 같은 자리에서 고기를 삶자 노 씨가 7번 넘게 제지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민 씨는 듣지 않고 4시간 동안 고기를 삶았다고 한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이날 살인미수 혐의로 민 씨를 체포했다. 민 씨가 삶던 고기는 개고기로 확인됐다. 경찰은 민 씨가 개고기를 어디서 구했는지도 확인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야외에서, 그것도 도심 한복판에서 개고기를 삶는 일은 매우 특이한 사례”라고 말했다. 도심 골목에서 요리를 한 것 자체는 법에 저촉되지 않는다. 서울시 관계자는 “공공장소에서 고기를 요리해 판매할 경우에는 위생법상 경범죄로 처벌 대상이 될 수 있지만 본인이 직접 요리를 해먹는 경우에는 별다른 처벌 규정이 없다”고 말했다.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 2018-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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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前 해수부장차관 구속영장… 세월호 특조위 방해 혐의

    검찰이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업무를 정부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방해한 혐의로 해양수산부 김영석 전 장관과 윤학배 전 차관에 대해 30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박진원)에 따르면 김 전 장관과 윤 전 차관은 해수부 직원들과 세월호 특조위에 파견된 공무원들로 하여금 특조위 내부 상황 및 활동 동향 등을 확인해 보고하도록 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를 받고 있다. 검찰은 또 김 전 장관과 윤 전 차관이 해수부 직원들에게 특조위 활동을 방해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실행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해수부는 지난해 12월 자체 감사를 실시한 결과 10명 안팎의 해수부 공무원들이 세월호 특조위의 정상적인 조사 활동을 방해한 사실이 확인됐다며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세월호 인양추진단의 한 실무자는 감사 과정에서 윤 전 차관 재임 시절 상부의 지시로 ‘세월호 특조위 관련 현안 대응 방안’ 문건을 만들었고 이 과정에서 청와대와 협의했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22일 해수부와 김 전 장관의 주거지 등 4곳을 압수수색했으며 윤 전 차관과 김 전 장관을 이달 28일과 29일 연이어 소환 조사했다.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 2018-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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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동 유명 음식점 하동관 화재…“인명피해 없어”

    서울 중구 명동의 유명한 곰탕 전문 식당 ‘하동관’에 불이 났다.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불을 끈 뒤 4시간 만에 옆 건물로 불길이 옮겨 붙었다. 30일 서울 중부소방서에 따르면 29일 오후 10시 반경 명동 하동관 건물 2층 지붕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당시 식당에는 영업을 마친 직원 2명이 있었다. 다행히 불이 난 것을 알고 식당에서 뛰쳐나와 다치지는 않았다. 출동한 소방대는 함석지붕을 깨고 불길을 잡느라 애를 먹었다. 지붕 아래에 있던 불이 잘 붙는 샌드위치패널도 화재 진압을 어렵게 했다. 30일 오전 1시가 돼서야 완전히 불을 껐다. 소방관들은 오전 4시 40분 잔불 정리까지 마치고 철수했다. 그러나 철수 20분이 채 되지 않아 옆 건물에서 불길이 솟았다. 소방관들은 오전 5시경 다시 출동해 오전 7시 10분 완전히 불길을 잡았다. 소방 관계자는 “하동관 건물 2층 지붕에 남은 불씨가 옆 건물로 튀거나 벽을 타고 올라가 불이 붙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소방 및 경찰 당국은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 중이다. 이날 불로 하동관과 옆 건물 가게들은 이날 하루 영업을 중단했다. 하동관은 1939년 서울 중구 수하동에 문을 열었다. 2007년 재개발에 따라 지금의 명동으로 자리를 옮겼다.구특교기자 kootg@donga.com조유라기자 jyr0101@donga.com화성=조유라기자 jyr0101@donga.com}

    • 2018-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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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화문 자동으로 닫혀야 하는데…장치 없거나 고장난채 방치

    39명의 목숨을 앗아간 경남 밀양시 세종병원 화재는 병원 건물 1층에 방화문이 제대로 설치돼 있었더라면 막을 수 있는 참사였다. 경찰은 29일 “1층에서 차단이 안 돼 열기와 연기가 위층으로 올라갔다”며 “당시 엄청난 열기 탓에 위층 방화문 일부가 찌그러졌고 그 틈으로 유독가스가 퍼져나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방화문은 열기와 유독가스로부터 인명을 구하는 ‘생명의 문’이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날 동아일보 취재팀이 과거 화재로 인한 유독가스로 대규모 사상자를 낸 수도권 3곳을 점검한 결과 방화문 관리가 여전히 부실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경기 고양종합터미널 6층에 있는 영화관. 매표소 맞은편 비상구 표시등 아래 철문 두 짝은 90도로 열린 채 양쪽 벽에 거의 닿아 있었다. 영화관에 온 사람들은 야외 공원으로 가기 위해 열린 문 사이를 수시로 오갔다. 이 문은 항상 닫혀 있어야 되는 방화문이다. 2014년 5월 26일 터미널에 불이 났을 때 이 문 사이로 검은 연기가 퍼져 올라갔다. 당시 터미널 건물에 있던 사람 9명이 유독가스에 질식돼 숨졌다. 참사의 교훈이 다시 잊힌 것이다. 2015년 1월 경기 의정부시 한 아파트 화재로 4명이 숨졌다. 이 화재로 발생한 유독가스가 바로 옆 ‘쌍둥이 건물’인 A아파트까지 번져 추가 부상자가 속출했다. 29일 취재팀이 A아파트를 찾았을 때 1층에 방화문은 아예 없었다. 연기가 밖으로 나갈 수 있는 복도식과 달리 계단식 아파트는 방화문을 설치해야 한다. 화재 시 방화문을 이용해 연기 유입을 막아야 계단을 통한 대피가 가능하다. 주민 서모 씨(25·여)는 “불이 났던 건물이라 해서 늘 걱정이 많이 된다. 사고 이후에도 방화문을 닫고 다녀야 한다는 공지를 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밀양 세종병원과 비슷한 규모인 5층 건물의 서울 강남구 한 빌딩은 2층을 제외하고 모든 방화문이 열려 있었다. 방화문을 열고 들어가면 사무실들이 있는 복도가 나온다. 방화문이 열린 채 불이 나면 유독가스에 속수무책 당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2013년 11월 서울 송파구의 46층짜리 아파트 12층에서 불이 났을 때 한 명의 인명 피해도 생기지 않은 것은 방화문 덕분이다. 피난계단과 연결된 모든 층의 방화문이 닫혀 있어 주민 140명이 연기를 거의 들이마시지 않고 무사히 대피할 수 있었다. 화재로 인한 유독가스는 작은 문틈이라도 비집고 들어가 안에 있는 생명을 위협한다. 이 때문에 방화문과 문틀 사이에 틈이 없도록 설치되어야 한다. 하지만 고양종합터미널 각 층 방화문을 확인한 결과 아귀가 맞지 않아 문틈이 벌어진 곳이 적지 않았다. 건물 1층 주차장으로 통하는 방화문은 2cm가량 벌어져 있었다. 2층 방화문도 마찬가지였다. 의정부 A아파트에는 층마다 야외공간에 완강기가 있다. 그 앞에 방화문이 있었지만 자동개폐 장치는 설치되어 있지 않았다. 이 때문에 한 번 문을 열면 다시 닫히지 않는 구조였다. 방화문은 항상 닫아놓고 누군가 열면 자동으로 닫히도록 설치돼야 한다. 고양종합터미널 방화문은 자동개폐 장치가 달려 있긴 했지만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일부 방화문은 다시 닫히는 데 2분 가까이 걸렸다. 터미널 관계자는 “문이 닫히는 데 시간이 걸리는 건 문 안팎 온도차로 생기는 풍압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계속 보수하고 있다”고 말했다.전문가들은 안전을 위해 모든 방화문은 어떠한 경우에도 스스로 닫히는 구조여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창우 숭실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사용자들이 채광, 환기, 열고 닫아야 하는 불편함 때문에 열고 사는 경우가 많다. 결국 자동개폐 장치가 필수적”이라고 조언했다.고양=황성호 hsh0330@donga.com / 의정부=구특교}

    • 2018-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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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르포]활짝 열리거나, 꽁꽁 잠기거나…방화문 관리 여전히 부실

    39명의 목숨을 앗아간 경남 밀양시 세종병원 화재는 병원 건물 1층에 방화문이 제대로 설치돼 있었더라면 막을 수 있는 참사였다. 경찰은 29일 “1층에서 차단이 안 돼 열기와 연기가 위층으로 올라갔다”며 “당시 엄청난 열기 탓에 위층 방화문 일부가 찌그러졌고 그 틈으로 유독가스가 퍼져나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방화문은 열기와 유독가스로부터 인명을 구하는 ‘생명의 문’이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날 동아일보 취재팀이 과거 화재로 인한 유독가스로 대규모 사상자를 낸 수도권 3곳을 점검한 결과 방화문 관리가 여전히 부실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경기 고양종합터미널 6층에 있는 영화관. 매표소 맞은편 비상구 표시등 아래 철문 두 짝은 90도 열린 채 양쪽 벽에 거의 닿아있었다. 영화관에 온 사람들은 야외 공원으로 가기 위해 열린 문 사이를 수시로 오갔다. 이 문은 항상 닫혀야 있어야 되는 방화문이다. 2014년 5월 26일 터미널에 불이 났을 때 이 문 사이로 검은 연기가 퍼져 올라갔다. 당시 터미널 건물에 있던 사람 9명이 유독가스에 질식돼 숨졌다. 참사의 교훈이 다시 잊혀진 것이다. 2015년 1월 경기 의정부시 한 아파트 화재로 4명이 숨졌다. 이 화재로 발생한 유독가스가 바로 옆 ‘쌍둥이 건물’인 A 아파트까지 번져 추가 부상자가 속출했다. 29일 취재팀이 A아파트를 찾았을 때 1층에 방화문은 아예 없었다. 연기가 밖으로 나갈 수 있는 복도식과 달리 계단식 아파트는 방화문을 설치해야 한다. 화재 시 방화문을 통해 연기 유입을 막아야 계단을 통한 대피가 가능하다. 주민 서모 씨(25·여)는 “불이 났던 건물이라 해서 늘 걱정이 많이 된다. 사고 이후에도 방화문을 닫고 다녀야 한다는 공지를 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밀양 세종병원과 비슷한 규모인 5층 건물의 서울 강남구 한 빌딩은 2층을 제외하고 모든 방화문이 열려 있었다. 방화문을 열고 들어가면 사무실들이 있는 복도가 나온다. 방화문이 열린 채 불이 나면 유독가스에 속수무책 당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2013년 11월 서울 송파구의 46층짜리 아파트 12층에서 불이 났을 때 한 명의 인명피해도 생기지 않은 것은 방화문 덕분이다. 피난계단과 연결된 모든 층의 방화문이 닫혀있어 주민 140명이 연기를 거의 들이마시지 않고 무사히 대피할 수 있었다. 화재로 인한 유독가스는 작은 문틈이라도 비집고 들어가 안에 있는 생명을 위협한다. 이 때문에 방화문과 문틀 사이에 틈이 없도록 설치되어야 한다. 하지만 고양종합터미널 각층 방화문을 확인한 결과 아귀가 맞지 않아 문틈이 벌어진 곳이 적지 않았다. 건물 1층 주차장으로 통하는 방화문은 2㎝ 가량 벌어져 있었다. 2층 방화문도 마찬가지였다. 의정부 A 아파트 각층마다 방화문이 있었지만 자동개폐장치는 설치되어 있지 않았다. 이 때문에 한번 문을 열면 다시 닫히지 않는 구조였다. 방화문은 항상 닫아놓고 누군가 열면 자동으로 닫히도록 설치돼야 한다. 고양종합터미널 방화문은 자동개폐장치가 달려있긴 했지만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일부 방화문은 다시 닫히는 데 2분 가까이 걸렸다. 터미널 관계자는 “문이 닫히는데 시간이 걸리는 건 문 안팎 온도차로 생기는 풍압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계속 보수하고 있다”고 말했다.전문들은 안전을 위해 모든 방화문은 어떠한 경우에도 스스로 닫히는 구조여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창우 숭실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사용자들이 채광, 환기, 열고 닫아야 하는 불편함 때문에 열고 사는 경우가 많다. 결국 자동개폐 장치가 필수적”이라고 조언했다. 고양=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의정부=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 2018-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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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휴지통]“아내와 바람피운 남자 데려와” 골프채 난동

    “당장 불러와, 안 부르면 다 죽는다.” 지난해 8월 4일 오후 2시 50분경 김모 씨(47)는 서울 강서구의 한 골프연습장에 들어서자마자 이렇게 소리쳤다. 김 씨는 다짜고짜 이 연습장을 다니는 A 씨를 불러 달라고 요구했다. 그는 A 씨가 자신의 아내와 바람을 피운다며 “불러오지 않으면 여기 있는 사람들 다 죽는다”고 협박했다. 급기야 김 씨는 연습장에 있던 골프채를 집어 들었다. 그는 길이 1m 남짓한 골프채로 연습장에 있는 책상과 유리창, 정수기, 컴퓨터 모니터 등을 부쉈다. 그뿐만 아니라 연습장 주인 B 씨(55)의 얼굴과 몸을 여러 차례 때려 전치 2주의 부상을 입혔다. 또 자신을 비웃는 것 같다며 한 여성 이용객(58)에게 골프채를 휘둘렀다. 얼굴을 맞은 이 여성은 턱뼈 골절로 6주 동안이나 병원 치료를 받았다. 1시간 이상 이어진 김 씨의 난동으로 골프연습장은 915만 원 상당의 재산 피해를 입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9단독 류승우 판사는 특수상해 및 특수재물손괴 혐의로 기소된 김 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고 28일 밝혔다. 류 판사는 “아내 문제와는 무관한 사람들을 향해 골프채를 휘둘러 상처를 입히고 재물을 파손했다. 범죄의 수단과 방법, 결과 등을 고려할 때 가볍게 처벌할 수 없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 2018-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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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밀양 세종병원 화재 사망자 37명 잠정집계…의사·간호사 등 3명도 포함

    경남 밀양시 세종병원 화재 사망자가 37명으로 잠정 집계됐다. 소당방국은 26일 오후 2시 반경 브리핑을 열어 확인된 사망자가 37명이라고 발표했다. 앞서 39명으로 집계했으나 2명의 신원이 중복된 것으로 확인돼 정정했다. 부상자는 131명이다. 중상자가 많아 사망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사망자 대부분은 세종병원 1, 2층에서 주로 발생했다. 5층에서도 일부 사망자가 나왔다. 현장에서 14명이 숨진 채 발견됐고 25명은 다른 병원 이송 후 숨졌다. 현장에서 숨진 사망자 중 일부는 승강기 내에서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망자 중에는 의사와 간호사 간호조무사 등 의료진 3명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부상자들은 인근 8개 병원으로 이송됐다. 발화지점은 세종병원 1층 응급실로 추정되고 있다. 큰 불길은 화재가 발생한지 2시간 뒤인 오전 9시 반경 잡혔다. 오전 10시 26분경 완전히 꺼졌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현재 정확한 화재 원인을 파악 중이다. 영상출처 : 동아일보 독자 제공 화재 당시 세종병원 본관에는 100명, 본관에 맞붙어 있는 별관인 세종요양병원에는 94명이 있었다. 요양병원에는 불길이 번지지 않았다. 2008년 3월 병원 허가가 난 세종병원은 요양 98병상, 일반 95병상 등 총 193병상을 갖췄다.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이날 오전 11시경 현장을 찾아 수습 작업을 지휘하고 있다. 김 장관은 “제천 화재에 이어 또 다시 밀양에서 화재로 인해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한 데 대해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밀양=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 2018-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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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냉동실보다 추운 최강 한파… 6만가구 온수-난방 공급 차질

    올겨울 최강 한파가 연이틀 한반도를 덮쳤다. 출근길 시민들은 내복을 2, 3개씩 껴입고 두꺼운 점퍼와 모자 장갑 목도리 핫팩 등 동원 가능한 모든 ‘방한 장비’로 무장했다. 그러나 강추위는 한낮에도 맹위를 떨쳤다. 24일 오후 1시 서울의 기온은 영하 12도. 초속 6m의 칼바람이 불면서 체감온도는 영하 20.7도까지 급락했다. 일반 가정 냉장고의 냉동실 온도가 영하 18도 안팎이다. 이날 서울의 최저기온은 영하 16.3도까지 떨어졌고 체감온도는 한때 영하 23.1도까지 내려갔다. 특히 체감온도는 23일 오전 4시 영하 16.2도를 기록한 뒤 약 40시간 동안 영하 15도를 밑돌았다. 강원 대관령의 체감온도는 24일 오전 8시 영하 36.4도까지 내려갔다. 한파 속에 아파트 수만 채의 온수와 난방 공급이 중단되는 사고가 일어났다. 24일 오후 7시 반경 서울 중랑천 남쪽에 있는 지름 600mm의 온수 배관이 파손됐다. 이 때문에 노원구 일대 아파트 약 6만 가구가 온수와 난방 이용에 큰 불편을 겪었다. 서울에너지공사 관계자는 “일단 한파로 인해 내외부의 온도 차이가 생겨 배관이 파손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공사 측은 25일 오전에 복구될 것으로 내다봤다. 또 이날 오후 경기 용인시 실내체육관이 정전돼 여자 프로농구 경기가 차질을 빚었다. 한파로 인한 전력 과부하가 원인이었다. 이날 전력거래소는 1700여 개 기업을 대상으로 전력 수요 감축을 요청했다. 11, 12일에 이어 올해 들어 세 번째다. 전남 고흥군 도양읍의 한 양식장에서는 돌돔 12만 마리 중 3만 마리가 폐사했다. 이날 고흥의 아침 최저기온은 영하 10도. 이달 중 고흥지역의 최저기온이 영상이었던 날은 이틀에 불과했다. ‘따뜻한 남쪽 바다’이지만 계속되는 영하권 추위를 견디지 못했다. 폐사한 돌돔은 길이 27∼28cm, 무게 250∼300g으로 피해액은 1억6000만 원으로 추산됐다. 서울에서는 지하철이 말썽이었다. 이날 오전 6시 40분경 서울지하철 1호선 구로역, 오전 8시 15분경 금천구청역에서 출입문이 고장 나 열차 운행이 잠시 중단됐다. 추위 탓에 출입문 센서가 오작동한 것으로 보인다. 열차에서 내린 승객들은 실외 승강장에서 추위에 떨어야 했다. 코레일 관계자는 “기온이 떨어지면 종종 출입문이 오작동하는 현상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일반 가정집에서도 출입문이 고장 나고 보일러가 동파하는 사고가 이어졌다. 23일 오후 9시경 서울 종로구의 한 70대 노인이 “현관 잠금장치가 얼어 열리지 않는다. 집에 들어갈 수가 없다”며 119에 신고했다. 서대문소방서 백승민 반장은 “혼자 사는 노인들은 거동이 불편하고 한파에 대처하는 방법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아 피해가 많다”고 말했다. 한파가 원인으로 보이는 교통사고도 발생했다. 23일 오후 3시 15분경 서울 성동구 한 레미콘공장 근처 내리막길에 서 있던 윤모 씨(72)의 레미콘 차량이 갑자기 미끄러져 내려가 유모 씨(59)를 덮쳤다. 유 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당시 사고 차량의 주차브레이크는 채워져 있지 않았지만 기어는 ‘파킹(P)’에 있었다. 경찰은 “날씨 탓에 부품이 얼었다가 녹는 것이 반복되면 파킹에 둔 기어가 풀릴 수 있다고 한다”고 말했다. 서울역에서는 사회복무요원과 노숙인 간에 실랑이가 곳곳에서 벌어졌다. 사회복무요원들은 지하철역 근처의 노숙인을 찾아다니며 “실내에 들어가라”고 권했다. 이들은 “왜 감시하느냐”며 거부하는 노숙인을 설득하느라 애를 먹었다. 사회복무요원 김모 씨는 “오늘 같은 날씨에 혹시 동사 사고가 발생할까 봐 더 신경 쓰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는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1319차 정기 수요시위’가 열렸다. 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은 최강 한파 속에서도 한일 위안부 합의 폐기와 10억 엔 반환 등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쳤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관계자들은 참가자들에게 핫팩을 나눠주기도 했다.구특교 kootg@donga.com / 고흥=이형주 / 김예윤 기자}

    • 2018-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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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텔 난동객 제압중 질식사시켜 과잉대응 보안요원들에 실형

    새벽 시간 호텔 객실을 돌며 초인종을 누르는 등 난동을 부린 남성을 제압하다가 숨지게 한 보안요원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서울동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조성필)는 폭행치사 혐의로 기소된 서울 송파구 A호텔 보안요원 이모 씨(31)와 강모 씨(34)에게 각각 징역 2년을, 보안주임 홍모 씨(58)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22일 밝혔다. 재판부에 따르면 지난해 8월 11일 오전 3시경 B 씨는 A호텔 7∼31층을 오가며 무작위로 객실 초인종을 눌렀다. 보안실 폐쇄회로(CC)TV로 이 장면을 본 홍 씨는 이 씨와 강 씨에게 B 씨를 제지하라고 지시했다. 두 사람은 B 씨를 찾아낸 뒤 밖으로 나가도록 요청했다. B 씨는 이를 거절했다. 이 씨 등이 승강기로 데려가려 하자 B 씨는 강하게 저항했다. 그러자 이 씨 등은 일명 ‘헤드록’을 걸었다. 또 몸과 팔로 B 씨의 가슴과 목 부위를 압박했다. 잠시 후 호흡이 어려워진 B 씨는 숨졌다.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 2018-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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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식인이 불의에 눈감으면 희망 없어”

    “불의에 맞서 싸우신 선배와 권력에 순응한 선배가 모두 영화에 등장했습니다. 내가 비슷한 상황에 놓인다면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다시 생각하게 됐습니다.”19일 서울대 역사교육과 2학년 이성준 씨(20)가 상기된 표정으로 말했다. 이날 오후 7시 이 씨는 서울 종로구 서울극장을 찾았다. 서울대 총학생회와 박종철기념사업회, 서울대 민주동문회 등이 마련한 영화 ‘1987’ 단체 관람이 열린 곳이다. 참가자는 서울대 재학생과 동문들이다. 1987년 경찰의 물고문을 받다 숨진 박종철 씨(당시 22세·서울대 언어학과 84학번)의 선후배들이다.처음에는 재학생 80명 정도 참석이 예상돼 작은 극장을 빌렸다. 그러나 3시간 만에 매진될 정도로 신청자가 몰려 더 큰 극장으로 바꿨다. 이날 상영관에는 재학생과 동문 200여 명이 자리를 채웠다. 참석자들은 영화 상영 내내 스크린에서 한시도 눈을 떼지 못했다. 눈물을 흘리는 학생도 여럿 있었다. 한 학생은 “‘탁’ 하고 치니 ‘억’ 하고 (죽었다)”는 경찰의 박종철 사망 원인 발표 장면에서 탄식을 내뱉기도 했다.이 씨는 “수업을 마친 뒤 시간 맞춰 오느라 택시를 타고 겨우 극장에 도착했다. 택시비가 아깝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영화 속 박종철 선배를 본 뒤 이런 생각을 한 나 자신이 부끄러웠다”고 말했다. 서울대 산업공학부 대학원생 문지형 씨(27·여)는 대형 가방을 끌고 영화관을 찾았다. 이날 영화 관람 후 해외 출국이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영화가 끝난 뒤 눈물을 감추지 못하던 그는 “학교에 박종철 열사 추모비가 있다는 정도만 알고 있었다. 이번 영화를 보며 선배께서 죽음의 공포를 버텨가며 무엇을 위해 싸웠는지 배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영화 상영 후 이부영 전 의원(서울대 정치학과 61학번)과 한재동 교도관 등이 학생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눴다. 이 전 의원은 학생들에게 영화에 등장하는 본인과 최환 검사, 재야인사 김정남 씨 모두 서울대 정치학과 61학번 출신이라는 등의 사실을 알려줬다. 학생들에게 ‘따끔한 충고’도 잊지 않았다. 이 전 의원은 “서울대생이 예전부터 사회 참여에 인색한 측면이 있다. 지식인과 엘리트가 책임지지 않는 나라는 희망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대 출신 대표로 김기춘 우병우 원세훈이 꼽히는 걸 여러분은 심각하게 생각해야 한다. 과거 전두환 정권 떠받친 걸 육법당이라고 했다. 육사와 서울법대를 말한다. 앞으로 이런 것이 우리 역사에서 지워지도록 하자”고 당부했다.서울대 간호학과 17학번 최수지 씨(21·여)는 “‘스스로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이 있다면 용기를 낼 수 있어야 한다’는 이 전 의원의 마지막 말이 가슴을 울렸다. 졸업 후 양심에 따라 행동하는 간호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 2018-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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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가 비슷한 상황이라면…” 1987 영화 관람한 서울대 선후배들

    “불의에 맞서 싸우신 선배와 권력에 순응한 선배가 모두 영화에 등장했습니다. 내가 비슷한 상황에 놓인다면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다시 생각하게 됐습니다.” 19일 서울대 역사교육과 2학년 이성준 씨(20)가 상기된 표정으로 말했다. 이날 오후 7시 이 씨는 서울 종로구 서울극장을 찾았다. 서울대 총학생회와 박종철기념사업회, 서울대 민주동문회 등이 마련한 영화 ‘1987’ 단체 관람이 열린 곳이다. 참가자는 서울대 재학생과 동문들이다. 1987년 경찰의 물고문을 받다 숨진 박종철 씨(당시 22세·서울대 언어학과 84학번)의 선후배들이다. 처음에는 재학생 80명 정도 참석이 예상돼 작은 극장을 빌렸다. 그러나 3시간 만에 매진될 정도로 신청자가 몰려 더 큰 극장으로 바꿨다. 이날 상영관에는 재학생과 동문 200여 명이 자리를 채웠다. 참석자들은 영화 상영 내내 스크린에서 한시도 눈을 떼지 못했다. 눈물을 흘리는 학생도 여럿 있었다. 한 학생은 “‘탁’ 하고 치니 ‘억’ 하고 (죽었다)”는 경찰의 박종철 사망 원인 발표 장면에서 탄식을 내뱉기도 했다. 이 씨는 “수업을 마친 뒤 시간 맞춰 오느라 택시를 타고 겨우 극장에 도착했다. 택시비가 아깝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영화 속 박종철 선배를 본 뒤 이런 생각을 한 나 자신이 부끄러웠다”고 말했다. 서울대 산업공학부 대학원생 문지형 씨(27·여)는 대형 가방을 끌고 영화관을 찾았다. 이날 영화 관람 후 해외 출국이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영화가 끝난 뒤 눈물을 감추지 못하던 그는 “학교에 박종철 열사 추모비가 있다는 정도만 알고 있었다. 이번 영화를 보며 선배께서 죽음의 공포를 버텨가며 무엇을 위해 싸웠는지 배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영화 상영 후 이부영 전 의원(서울대 정치학과 61학번)과 한재동 교도관 등이 학생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눴다. 이 전 의원은 학생들에게 영화에 등장하는 본인과 최환 검사, 재야인사 김정남 씨 모두 서울대 정치학과 61학번 출신이라는 등의 사실을 알려줬다. 학생들에게 ‘따끔한 충고’도 잊지 않았다. 이 전 의원은 “서울대생이 예전부터 사회 참여에 인색한 측면이 있다. 지식인과 엘리트가 책임지지 않는 나라는 희망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대 출신 대표로 김기춘 우병우 원세훈이 꼽히는 걸 여러분은 심각하게 생각해야 한다. 과거 전두환 정권 떠받친 걸 육법당이라고 했다. 육사와 서울법대를 말한다. 앞으로 이런 것이 우리 역사에서 지워지도록 하자”고 당부했다. 서울대 간호학과 17학번 최수지 씨(21·여)는 “‘스스로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이 있다면 용기를 낼 수 있어야 한다’는 이 전 의원의 마지막 말이 가슴을 울렸다. 졸업 후 양심에 따라 행동하는 간호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구특교기자 kootg@donga.com}

    • 2018-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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