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

김민 기자

동아일보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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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속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국제부 기자입니다. 예술가의 이야기를 따로 모아 뉴스레터 '영감 한 스푼'으로 전하고 있습니다.

kimmin@donga.com

취재분야

2025-11-26~2025-12-26
미술36%
연극21%
문학/출판14%
칼럼7%
인사일반7%
언론3%
문화 일반3%
사고3%
사회일반3%
사건·범죄3%
  • 눈에 보이는 것이 진실일까 착시일까

    멀리서 보면 패턴 가득한 평면이던 벽이 자세히 보면 볼록 튀어나와 있다. 고요한 바다가 펼쳐진 평화로운 풍경 사진 속으로 문을 열고 나가면 스마트폰, 담배, 묘비가 확대된 사진이 반대편에 등장한다. 머리를 혼란스럽게 하는 이미지들의 향연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눈으로 본다는 것은 정말 순수하게 보는 것일까. 오히려 그것은 인식에 끊임없이 좌우되는 것 아닐까. 18일부터 서울 용산구 갤러리바톤에서 열리는 독일 출신 작가 토비아스 레베르거(54)의 개인전은 이런 개념적 질문에서 출발한다. ‘Truths that would be maddening without love’라는 제목으로, 가벽을 세우고 시트지를 바른 뒤 문을 달거나, 방을 만들어 선반을 설치하는 등 전시 공간 전체를 활용한 설치 프로젝트다. 제목에서 진리(truth)가 이성을 의미한다면, 사랑(love)은 감정을 뜻한다. 이성을 맹신하고 감정을 도외시했던 지성사의 맥락에 반기를 드는 작업들이다. 흔히 개념미술이라고 하면 무미건조한 풍경, 난해한 언어를 상상한다. 그런데 레베르거의 작품은 화려한 형광색이나 공간 전체를 채우는 체험적 요소를 가미한 것이 특징이다. 착시 효과를 통해 관객은 작게나마 깨달음의 경험을 얻는다. 유희가 더해져 누구나 쉽게 즐기는 개념미술인 셈이다. 2009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선보인 ‘Was du liebst, bringt dich auch zum Weinen’(네가 사랑하는 것이 너를 울게도 한다)가 대표적이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 전함의 위장 무늬로 뒤덮인 카페를 만든 설치 작업. 어디가 의자이고, 테이블인지 한눈에 구분되지 않는 공간으로 ‘보는 행위’에 의문을 제기한다. 당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이 작품의 유사한 버전을 부산현대미술관 카페에서 만날 수 있다. 그는 2004년 아트선재센터 개인전을 시작으로 한국 미술계와도 여러 차례 함께한 경험이 있다. 이번 전시 제목은 이성과 감정이 뒤섞인 듯한 한국 사람들의 모습에서 강한 인상을 받아 정했다고 한다. 5월 13일까지.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0-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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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한국의 현대미술은 1957년 시작됐다?

    서울대 고고미술사학과 명예교수이자 2011∼2016년 국립중앙박물관장을 지낸 미술사학자인 저자가 1945년부터 2010년대까지 한국 현대미술의 흐름을 정리했다. 국제 미술계가 아시아 중남미 아랍 아프리카를 주목하는 가운데 한국의 현대미술을 소개하는 자료는 그동안 부족했다. 이 책은 이런 요구에 부응한다. 한국 현대미술사를 국제적 기준에 맞춰 개별 미술가의 활동과 작품 중심으로 서술했다. 기존 미술사가 한국 현대미술의 시작을 추상미술 전환기인 1957년으로 본 반면 이 책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1945년으로 설정했다. 이는 분단과 6·25전쟁, 제3공화국, 군사정권, 북한과의 대립 등 격동의 한국 현대사를 좀 더 적극적으로 반영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역사의 주요 시기와 북한 미술, 장르별 변화상도 담았다. 균형을 갖춘 시각으로 미술사를 보고 싶은 독자에게 권한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0-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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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삶은 ‘살덩어리’에서부터

    책장을 넘기며 간간이 내 몸을 들여다보게 된다. 우리가 사랑과 공포, 경이로움을 느끼는 부위는 어디인가. 등을 지탱하는 수많은 근육들은 어떻게 자리하고 있나. 신체에 가장 뼈가 많다는 손은 어떻게 움직이나. 무심코 움직였던 몸의 구조를 차근차근 훑어본다. 복잡하고도 두려운 해부의 과정을 이토록 감각적으로 풀어낼 수 있을까. 이 책은 의학도의 필수 교재인 ‘그레이 아나토미’의 저자를 추적하며 시작한다. ‘그레이 아나토미’의 유려한 그림에 매료된 저자는 미스터리에 휩싸인 ‘그레이’의 흔적을 찾아 나간다. 그러다 삽화를 그린 미지의 인물 ‘헨리 카터’의 일기를 발견하며 본격적인 이야기가 전개된다. 카터를 이해하기 위해 저자가 해부학 수업에 직접 참관하면서, 책은 단순한 전기를 벗어나 몸에 관한 생생한 이야기로 변신한다. 메스로 피부를 벗겨내고 드러나는 근육과 힘줄, 그리고 기계처럼 얽혀 있는 장기, 혈관과 뼈까지. 해부 과정의 섬세한 표현과 카터에 대한 추적, 여기에 몸에 얽힌 다양한 이야기를 종횡무진하는 서술이 돋보인다. 글을 따라가며 무언가를 느끼고 이해하는 삶이란 결국 이 살덩어리들에서 시작한다는 걸 느낀다. 이 책은 미국에서 2008년 발간됐다. 이를 우연히 접한 올리버 색스가 편지를 보냈고 얼마 후 색스의 파트너가 된 저자는 그의 죽음을 곁에서 지켰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0-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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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네 세잔 마티스도… 한국에선 ‘격리’ 신세

    모네, 세잔, 밀레, 드가, 마티스…. 미국 뉴욕 브루클린미술관의 인상파 소장품 59점이 국내에서 오도 가도 못한 채 묶여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때문이다. 이 작품들은 ‘프렌치모던: 모네에서 마티스까지, 1850-1950’전을 위해 경기 고양아람누리 아람미술관을 찾았다. 전시는 지난달 21일 개막했지만 코로나19 확산이 거세지며 나흘 만에 문을 닫았다. 미술관은 3월 31일까지 잠정 휴관하지만 4월 개최 여부는 미지수다. ‘프렌치모던’전은 2017년부터 미국과 캐나다, 지난해 제주도립미술관에 이어 고양시를 찾은 국제 순회전이다. 노르망디 해안을 그린 클로드 모네의 ‘밀물’, 감각적 드로잉이 돋보이는 에드가르 드가의 ‘몸을 닦는 여성’ 등을 볼 수 있다. 인상파의 저평가된 여성 작가 베르트 모리조 작품도 포함된, 작지만 알찬 컬렉션이다. 어렵게 가져온 작품이 ‘격리’ 신세에 처하며 미술관도 난감해졌다. 전시는 6월 29일까지 100일간 관객 7만 명을 목표로 기획됐다. 통상 상업 기획사와 공동 주최하던 관행을 깨고 지방자치단체 예산을 편성해 개최했다. 지역주민에게 저렴한 가격(입장료 5000원)에 좋은 작품을 보여준다는 취지였다. 게다가 차기 개최지인 중국 상하이도 코로나19로 개최 여부가 불투명하다. 브루클린미술관은 한국에서 다른 전시 개최지를 물색하고 있지만 갑작스러운 예산 편성 문제로 기관들이 쉽게 나서지 못하고 있다. 결국 작품들의 다음 행선지도 코로나19의 추세에 달려 있는 셈이다. 22일까지 휴관을 연장한 국립현대미술관(MMCA)은 해외 작가 입국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4월 말에 예정된 아시아 기획전 ‘2020 또 다른 가족을 찾아서’는 중국 일본 대만 등 아시아 작가가 참여한다. 4월 중순에는 작가들이 입국해야 하는데 일본에 대한 입국 제한 조치가 문제다. 윤승연 MMCA 홍보관은 “아직 준비에 차질은 없으나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개관 시기가 불투명한 만큼 미술관들은 온라인 콘텐츠라도 강화해 공백을 메우려 하고 있다. MMCA는 설치가 완료된 ‘미술관에 書’전의 유튜브 영상을 먼저 준비 중이다. 서울시립미술관(SeMA)도 3월 8일까지 열릴 예정이었던 ‘강박²’전의 못다 한 이야기를 영상으로 대신했다. 일각에서는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온라인 전시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온라인 미술품 감상은 이전에도 가능했다. 피렌체 우피치미술관,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미술관 등의 소장품을 소개하는 구글 ‘아트 앤드 컬처’ 프로젝트가 시작한 것이 2011년이다. 각국 공공 미술관도 소장품을 온라인에 고화질로 공개하고 있다. 결국 온라인은 작품을 눈에 익히는 ‘사전 관람’ 혹은 ‘관심 유도’용으로 보는 것이 정확하다는 의견이 많다. 윤승연 홍보관은 “올 하반기 가상현실(VR) 콘텐츠를 준비 중이다. 이들은 관객의 미술관 방문을 독려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0-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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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양시에 발묶인 인상파 컬렉션…코로나19가 바꿔놓은 미술계 풍경

    모네, 세잔, 밀레, 드가, 마티스…. 미국 뉴욕 브루클린미술관의 인상파 소장품 59점이 국내에서 오도 가도 못한 채 발이 묶여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때문이다. 해외 작가가 참여하는 국제 기획전도 각국의 입국 금지 조치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무기한 휴관에 돌입한 공공 미술관들은 공백을 메우기 위해 온라인 컨텐츠를 강화하고 있다. 미술계가 코로나19에 대처하는 풍경들이다.●중국 가려던 순회전 발 묶여 브루클린미술관의 인상파 컬렉션은 ‘프렌치모던: 모네에서 마티스까지, 1850-1950’전을 위해 경기 고양아람누리 아람미술관을 찾았다. 지난달 21일 개막한 전시는 코로나19가 본격 확산되자 나흘 만에 문을 닫았다. 6월 29일까지 100일간 관객 7만 명을 목표로 기획된 이번 전시는 31일까지 잠정 휴관하지만 4월 개최 여부는 미지수다. ‘프렌치모던’전은 2017년부터 미국, 캐나다, 제주도립미술관(지난해)에 이어 고양시를 찾은 국제 순회전이다. 세잔을 연상케 하는 앙리 마티스(1869~1954년) 초기 풍경화 ‘말라브리의 십자로’, 파도가 들이치는 노르망디 해안을 그린 클로드 모네(1840~1926년)의 ‘밀물’, 감각적 드로잉이 돋보이는 에드가 드가의 ‘몸을 닦는 여성’ 등을 볼 수 있다. 저평가된 여성 작가 베르트 모리조(1841~1995년) 작품도 포함된, 작지만 알찬 컬렉션이다. 어렵게 가져온 작품이 ‘격리’ 신세에 처하며 미술관도 난감해졌다. 통상 상업 기획사와 공동 주최하던 관행을 깨고 지방자치단체 예산으로 개최했다. 지역 주민에게 입장료 50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좋은 작품을 보여준다는 취지였다. 차기 개최지인 중국 상하이도 코로나19로 개최 여부가 불투명하다. 브루클린미술관은 한국에서 다른 개최지를 물색하고 있지만 갑작스럽게 새 예산을 편성해야 하는 등의 문제로 기관들이 쉽게 나서지 못하고 있다. 작품들의 다음 행선지도 코로나19의 추세에 달려있는 셈이다. 유희경 고양문화재단 교육전시팀장은 “취소된 단체 관람 등을 감안하면 약 2만2400명이 관람을 못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며 “코로나19 사태가 조속히 마무리돼 그 후라도 많은 시민이 찾아주길 바라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온라인 강화’ 나서는 공공 미술관 22일까지 휴관을 연장한 국립현대미술관(MMCA)은 해외 작가 입국에 온 신경을 쓰고 있다. 다음 달 말 예정된 아시아 기획전 ‘2020 또 다른 가족을 찾아서’는 중국 일본 대만 등 아시아 작가가 참여한다. 다음 달 중순에는 작가들이 입국해야 하는데 일본에 대한 입국 제한 조치가 문제다. 윤승연 MMCA 홍보관은 “아직 준비에 차질은 없지만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개관 시기가 불투명한 만큼 미술관들은 온라인 컨텐츠를 강화해 공백을 메우려 하고 있다. MMCA는 설치는 완료했으나 개막이 미뤄진 ‘미술관에 書: 한국 근현대 서예’전의 유튜브 영상을 준비하고 있다. 서울시립미술관(SeMA)도 지난달 25일 무기한 휴관을 결정하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게시물을 1.5배로 늘렸다. 특히 8일까지 열릴 예정이던 ‘강박²’전의 못 다한 이야기를 온라인 전시 투어로 대신해 호응을 얻었다. 12일 SeMA에 따르면 페이스북 페이지는 최근 7일 새 조회수는 350% 증가했고, 인스타그램 팔로워도 700여 명 늘었다. ‘강박²’전의 온라인 전시 투어 게시물은 인스타그램 계정 최다 조회수(1만3000회)를 기록했다. 장세희 홍보담당 큐레이터는 “온라인 반응이 좋아 시민의 질문에 큐레이터가 답하고 소장품을 소개하는 ‘SeMA 링크’를 기획해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일각에서는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온라인 전시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온라인 미술품 감상은 이전에도 가능했다. 피렌체 우피치미술관,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미술관 등의 소장품을 소개하는 구글 ‘아트 앤 컬처’ 프로젝트가 시작한 것이 2011년이다. 각 국 공공 미술관도 소장품을 온라인에 고화질로 공개하고 있다.결국 온라인은 작품을 눈에 익히는 ‘사전 관람’, 혹은 ‘관심 유도’ 용으로 보는 것이 정확하다. 윤승연 홍보관은 “올 하반기에는 가상현실(VR) 컨텐츠를 준비 중이다. 이들은 관객의 미술관 방문을 독려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김민기자 kimmin@donga.com}

    • 2020-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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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네덜란드서 ‘백남준 대규모 회고전’ 열린다

    백남준(1932∼2006)의 50여 년간 예술 세계를 담은 작품들이 영국에 이어 네덜란드에서 관객을 만난다. 네덜란드 스테델레이크 미술관은 14일부터 백남준 회고전 ‘The Future is Now’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스테델레이크는 1895년 암스테르담에 지자체의 주도와 개인 후원으로 지어졌으며, 근현대미술과 디자인 작품을 소장하고 전시를 개최하고 있다. 스테델레이크는 암스테르담의 레이크스 박물관과 반고흐 미술관이 있는 ‘박물관 광장’에 위치해 매년 60만여 명이 찾는다. 이번 전시는 네덜란드에서 열린 백남준 개인전 중 최대 규모다. 스테델레이크 미술관은 백남준과 오래전부터 인연을 맺어왔다고 강조했다. 미술관에 따르면 백남준은 1977년 이곳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전시 1년 뒤에는 미술관이 백남준의 작품 ‘TV 부처’를 소장했으며, 미술관은 “이 작품이 스테델레이크의 시간 기반(time-based) 미디어 예술 작품 컬렉션의 주춧돌이 됐다”고 평가했다. 또 1984년 스테델레이크에서 열린 그룹전 ‘The Luminous Image’에 백남준이 참가했다는 사실도 소개했다. 미술관은 “백남준으로 대표되는 새로운 예술에 전시 공간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작품을 구매하고 후원했다”며 “미디어 아트를 초기부터 인정한 몇 안 되는 미술관”이라고 자부했다. 이번 전시는 지난해 10월 17일부터 올해 2월 9일까지 영국 런던 테이트모던에서 열렸던 동명 전시의 순회전이다. 테이트모던과 달리 19세기에 지어져 여러 개의 작은 방으로 구성된 미술관에 맞춰 16개 전시실에 작품이 배치된다. 스테델레이크 미술관 전시는 8월 23일까지 열리며 이후 2년에 걸쳐 싱가포르와 미국을 순회할 예정이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0-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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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종문화회관 계단에 등장한 거대 모자를 쓴 여인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중앙계단 위에 거대한 모자를 쓴 여인 두상이 나타났다. 세종문화회관은 한국과 스페인 수교 70주년을 기념해 스페인 출신 작가 마놀로 발데스(78)의 조각 작품 ‘La Pamela’를 9일 설치했다. 알루미늄을 재료로 높이 3.85m, 가로세로 6.8m에 이르는 대형 작품이다. 발렌시아에서 태어난 발데스는 1964년부터 스페인의 팝아트 그룹 ‘에키포 크로니카’로 활동했다. 그룹이 해체된 1982년부터 개인으로 활동하며 벨라스케스, 수르바란, 마티스 등 미술의 역사를 차용한 회화, 조각 작품을 만들었다. 사람의 얼굴을 유머러스하게 표현한 조각이 주를 이룬다. La Pamela는 2015년 제작돼 이듬해 영국 말보로 갤러리의 주최로 프랑스 파리 방돔 광장에 전시됐다. 이번 전시는 세종문화회관이 매년 진행하는 ‘야외 공간 큐레이팅’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공모를 통해 선정한 작가전 ‘산려소요(散慮逍遙)’, 하반기에는 ‘상상유희’를 선보였다. ‘La Pamela’는 6월 28일까지 전시되며, 야외에 있기 때문에 무료로 볼 수 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0-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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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어떻게든 살아내면 ‘봄’은 온다

    ‘일본 미스터리계의 여왕’이자 사회파 추리소설로 국내에도 마니아층이 두꺼운 ‘미미 여사’, 미야베 미유키가 등단 30주년을 맞아 소설을 내놨다. 그녀가 즐겨 쓰는 소재 중 하나인 에도시대가 배경이다. 가상의 지역 기타미번(藩)의 6대 번주 기타미 시게오키가 갑작스레 연금을 당하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22세 다키는 유폐된 시게오키의 요양을 돕지만, 그는 정신착란으로 유폐된 상태다. 앳된 소년에서 중년 여인으로, 또 상스러운 사내처럼 행동하며 좀처럼 종잡을 수 없는 모습. 그러다 창밖의 고요한 진쿄 호수에 정체 모를 소년의 백골이 떠오른다. 16년 전 발생한 어린이 연쇄 실종 사건과 5대 번주의 죽음이 얽히면서 미스터리는 커져간다. 현대 추리물에서 자주 다뤄지는 ‘다중 인격 장애’와 연쇄살인이 시대극에 적용되어 이야기를 끌고 나간다. 원고지 3000장이 넘는 방대한 양이지만, 낯선 시대적 배경에만 익숙해진다면 대화체로 전개돼 막힘없이 읽힌다. 희생자인지, 살인범인지 알 수 없는 시게오키와 기타미번의 알려지지 않았던 비극이 시선을 붙든다. 여기에 시게오키를 향한 주변 사람들의 애틋한 마음, 특히 다키의 연정이 이야기에 따뜻함을 불어넣는다. 시게오키가 어두운 과거를 딛고 정신질환을 극복하는 과정은 제목처럼 “어떻게든 살아내면 봄은 꼭 찾아온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0-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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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관객 콘서트 어떻게? 온라인 생중계가 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되면서 무(無)관객 콘서트의 온라인 생중계가 공연계 새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판소리와 레게를 접목한 국악 퓨전 그룹 ‘소울소스 meets 김율희’는 14일 신곡 발표회를 유료 온라인 쇼케이스로 진행한다. 소속사 ‘동양표준음향사’ 오정석 대표는 5일 “쇼케이스를 유튜브로 생중계하고, 원하는 시청자가 페이팔 등 온라인 결제로 기부한 금액을 모두 코로나19 피해자들에게 전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동양표준음향사 유튜브 공식 채널은 14일 오전 11시부터 이 팀이 서울 마포구 공연장에서 신곡 ‘Swallow Knows’ 등을 부르고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을 전 세계에 생중계한다. 오 대표는 “요즘 음악 공연이 잇따라 취소되고, 팬들은 집에서 문화생활을 즐기는 데 착안했다. 힘들어하는 분들과 함께하자는 의미에서 수익을 기부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서울돈화문국악당(예술감독 강은일)은 19∼29일 여는 ‘운당여관 음악회’의 온라인 생중계를 검토 중이다. 고 박귀희 명창이 서울 종로에서 예술인의 아지트처럼 운영한 운당여관을 소재로 한 토크 콘서트. 국악당 관계자는 “코로나 경보가 현재 ‘심각’ 단계에서 내려가지 않으면 생중계로 전환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곳은 지난달 29일 공연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를 온라인으로 생중계했다. 관객을 받지 않고 출연진 구성도 축소했다. 가수 선우정아도 무관객 공연 생중계를 고려하고 있다. 앞서 선우정아는 지난달 말 온라인 생중계한 ‘재즈 박스’ 공연을 4일 유튜브 공식채널에 업로드해 누구나 볼 수 있게 했다. 소속사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 관계자는 “선우정아는 물론 다른 음악가의 공연도 온라인 생중계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코로나19 여파로 팬과 음악가가 소통할 무대가 사라진 데 대한 대안”이라고 밝혔다. 한편 코로나19가 유럽에서 확산되면서 2020년 베니스비엔날레 건축전이 8월로 연기됐다. 베니스비엔날레 측은 4일(현지 시간) 당초 5월 23일이던 개막일을 8월 29일로 연기해 11월 29일까지 개최한다고 밝혔다. 올 베니스비엔날레 건축전은 하심 사르키스가 감독을 맡아 ‘어떻게 함께 살 것인가(How will we live together)’를 주제로 열릴 예정이었다. 임희윤 imi@donga.com·김민 기자}

    • 2020-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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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베니스비엔날레 건축전 8월로 연기…박물관 등도 22일까지 휴관 연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유럽 확산의 여파로 2020년 베니스비엔날레 건축전이 8월로 연기됐다. 베니스비엔날레 측은 4일(현지시간) 당초 5월 23일부터 11월 29일까지 열릴 예정이었던 건축전의 개막일을 8월 29일로 연기해 11월 29일까지 개최한다고 밝혔다. 올해 베니스비엔날레 건축전은 하심 사르키스가 감독을 맡아 ‘어떻게 함께 살 것인가’(How will we live together)를 주제로 열릴 예정이었다. 이 결정에 대해 “최근 코로나19 확산 예방을 위해 입국 제한 등 조치가 세계 각국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섬세한 준비가 필요한 향후 몇 주 동안 입국 제한 조치가 도미노 현상을 야기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주최 측은 밝혔다. 또 “하심 사르키스 감독과 초청 건축가, 참가국의 의견을 청취하고 더 완벽한 전시를 선보이기 위해 연기를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비엔날레 측은 또 건축전이 개막하고 한 주 뒤인 9월 2일이 77회 베니스영화제 개막일이어서 더 많은 문화계 관객이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계기로 활용할 것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3일(현지시간) 2020아트 두바이(25~28일 개최 예정)도 개막 연기를 결정했다. 앞서 2020 아트바젤 홍콩은 올해 행사를 취소했으며, 같은 시기 열릴 예정이었던 소더비 모던·컨템포러리 미술 경매는 홍콩에서 뉴욕으로 장소를 옮겼다. 4~8일 열리는 미국 뉴욕 아모리쇼는 예정대로 열리고 있다. 한편 문을 닫았던 이탈리아 밀라노의 일부 미술관은 조심스럽게 재개관하고 있다. 미국 예술 전문 매체 아트뉴스에 따르면 지난달 23일부터 휴관했던 밀라노 현대미술관, 프라다미술관은 월요일부터 일부 전시관을 개방했다. 다만 사람들이 모이는 그룹투어나 시네마, 워크숍은 열지 않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등 문화체육관광부 소속 24개 박물관과 미술관, 도서관은 22일까지 휴관을 연장한다. 문체부는 당초 8일까지였던 휴관을 2주 연장했다. 관련 기관은 국립중앙박물관, 지방박물관 13곳(경주 광주 전주 대구 부여 공주 진주 청주 김해 제주 춘천 나주 익산), 국립민속박물관, 대한민국역사박물관, 국립한글박물관, 국립현대미술관 4곳(과천 서울청주 덕수궁), 국립중앙도서관 3곳(서울 세종 어린이청소년)이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0-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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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TS 새 앨범 ‘맵 오브 더 솔: 7’ 빌보드200 정상

    방탄소년단(사진) 새 앨범 ‘맵 오브 더 솔: 7’(Map of the Soul: 7)이 미국 빌보드에서 네 번째로 1위에 올랐다. 2일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방탄소년단 정규 4집이 메인 앨범 차트인 ‘빌보드 200’ 최신 차트(3월 7일자)에서 1위에 올랐다고 밝혔다. 빌보드에 따르면 지난달 21일 발매된 ‘맵 오브 더 솔: 7’은 27일까지 42만2000장이 팔렸다. 앨범 4장이 연이어 빌보드 정상에 오른 것은 한국 가수로서는 처음이다. 또 1년 9개월 만에 4번 연속 1위를 달성해, 그룹 중에서는 비틀스 이래 최단 기간이다. 비틀스는 ‘예스터데이 앤드 투데이’부터 ‘매지컬 미스터리 투어’까지 1년 5개월 만에 이 기록을 달성했다. 역대 정상에 오른 비영어권 앨범 10장 중 4장이 방탄소년단의 앨범이기도 하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0-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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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0년의 시간, 반짝이며 흘러내리다

    ‘새로운 미래를 담는 그릇’ 한국의 상(床)을 채울 6번째 주인공은 모래시계와 엽서 속 1920년대 동아일보의 모습이다. 동아일보 창간 100주년 기념 ‘한국의 상―Time(시간)’전이 3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 로비 ‘한국의 상’에서 열린다. ‘한국의 상’은 올해 100주년을 맞은 동아일보의 브랜드 쇼룸이자 개방형 아트 플랫폼이다. 투명한 유리 용기 속으로 떨어지는 금색, 회색, 연분홍색 모래는 동아일보가 걸어온 100년의 시간을 상징한다. 모래시계와 함께 진열된 엽서에서는 1927년 4월 30일 촬영한 동아일보 옛 사옥(현 일민미술관)의 내·외부 모습을 생생하게 엿볼 수 있다. 반짝이며 흘러내리는 모래는 시간의 흐름을 성찰하게 만든다. 보통의 모래시계에서 볼 수 있는 손잡이도 생략된 단순한 디자인은 오로지 시간을 돋보이게 한다. ‘한국의 상―Time(시간)’의 메인 오브제로 선정된 모래시계 ‘HAY Time’은 덴마크 브랜드 HAY의 대표 상품이다. 2002년 설립된 HAY는 1930∼1960년대 초반 전성기를 누린 북유럽 디자인의 정신을 젊은 감각으로 승화시켰다. “더 좋은 디자인을 더 많은 사람들이 누리도록 한다”는 경영 철학을 바탕으로 한다. 모래시계 앞에는 엽서 5장이 전시됐다. 각각 동아일보 옛 사옥의 신축 당시 전경과 내부의 다양한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사장실부터 회의실, 편집국, 영업국, 인쇄장, 활자장(活字場), 사진실, 전화교환실, 안내데스크(객청·客廳) 모습을 담았다. 1920년대 동아일보 기자들이 나무 책상에 앉은 풍경, 사람이 빼곡히 들어찬 활자장, 고풍스러운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사장실의 모습이 흑백 영화를 보는 듯하다. 전화교환실 사진 속에는 수많은 전선이 연결된 거대한 전화기 앞에 앉은 교환수의 모습도 보인다. 이 사옥은 1926년 12월 10일 조선시대 우포도청이 있던 자리에 준공됐다. 준공식이 열린 1926년 12월 11일 동아일보는 ‘오늘부터 새집에서 일을 합니다’라는 제목의 사설을 실었다. 사설은 조선의 앞길에 등대 역할을 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오늘 서울의 한복판 경복궁 앞이요, 옛날 육조 앞인 황토마루 네거리에 하늘을 찌르듯이 높고 철근 콘크리트로 불에도 아니 타고 지진에도 아니 무너지고 바람비에도 아니 깎일 굉장한 새집으로 옮겨 갑니다.” 이들 엽서는 동아일보 창간호를 비롯해 주간동아, 신동아, 과학동아, 여성동아, 스포츠동아 등 주·월간지는 물론이고 동아방송 자료까지 보관하고 있는 경기 안산시 안산서고에서 찾아낸 것들이다. 동아미디어그룹의 역사 기록을 담은 안산서고는 허가 받은 사람만 출입할 수 있으며 항온항습 시설을 갖추고 있다. 전시는 15일까지.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0-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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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메가폰 잡은 미술가들

    영화 ‘작가 미상’을 위해 플로리안 헹켈 폰 도네르스마르크 감독은 게르하르트 리히터에게 직접 편지를 보내며 공을 들였다고 한다. 비록 영화가 개봉한 후 “나 자신이나 화가를 소재로 하지 않기로 했다”며 리히터가 등을 돌렸지만 말이다. 도네르스마르크 감독은 “예술이 가진 치유의 힘을 묘사하고 싶었다”고 했다. 최근에는 예술가들이 직접 메가폰을 잡는 사례도 종종 있다. 영국 출신 작가 스티브 매퀸(51)이 대표적이다. 매퀸은 런던예술대를 졸업하고 1999년 터너상을 받았다. 데이미언 허스트가 포함된 영 브리티시 아티스트(yBa) 중 한 명으로도 꼽혔지만 이제는 영화감독으로 더 유명하다. 매퀸이 연출한 영화 ‘노예 12년’(2013년)은 미국 아카데미와 영국 아카데미(BAFTA)에서 작품상을 받았다. 미국 출신 화가 줄리언 슈너벨(68)은 깨진 도자기 조각을 활용한 ‘플레이트 회화’로 이름을 알렸다. 1980년 베니스 비엔날레에 안젤름 키퍼, 게오르크 바젤리츠와 함께 참여하기도 했다. 슈너벨 역시 1996년 장미셸 바스키아의 자전 영화 ‘바스키아’를 연출하며 영화계에서 더 큰 입지를 다졌다. 메가폰을 잡은 아티스트 중 자신의 예술 세계를 가장 파급력 있게 보여준 사람은 얼굴 없는 화가로 널리 알려진 영국의 뱅크시다. 그가 연출한 다큐멘터리 영화 ‘선물 가게를 지나야 출구’(2010년)는 미술 시장의 허위를 신랄하게 드러냈다. 이 다큐멘터리는 빈티지 옷가게를 운영하는 티에리 게타가 ‘스트리트 예술 거장’이 되는 과정을 담는다. 게타는 그림을 그려본 적이 한 번도 없다. 그런데 뱅크시의 제안으로 ‘미스터 브레인워시’라는 필명으로 전시회를 연다. 뱅크시는 ‘미스터 브레인워시’를 극찬하는 언론 플레이를 펼친다. 첫 전시에서 ‘미스터 브레인워시’는 그림을 모두 팔아치운다. 그 뒤의 과정을 다큐멘터리로 담은 것이 바로 ‘선물 가게…’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0-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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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히터-보이스-키퍼… 獨 현대 미술의 초상

    “이런 예술은 너도 할 수 있어.” 1937년 독일 드레스덴의 한 미술관. ‘추상화의 개척자’ 바실리 칸딘스키(1866∼1944)의 그림 앞에서 나치당원이 소년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 전시는 나치에 의해 퇴행적이라 치부된 작품을 모은 ‘퇴폐미술전’이다. 나치당원은 이렇게 일갈한다. “이 예술가들이 시력에 문제가 있는지, 아니면 유전병에 걸렸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이는 지난달 20일 개봉한 영화 ‘작가 미상’의 첫 장면이다. 제2차 세계대전 전후의 독일을 배경으로 하는 ‘작가 미상’은 예술가인 쿠르트 바르너트(톰 실링)의 삶을 그렸다. 바르너트는 독일 미술가 게르하르트 리히터(88)를 연상케 한다. 리히터는 안젤름 키퍼(75), 게오르크 바젤리츠(82)와 함께 현대 회화를 주도한 독일 출신의 세계적 작가다.○ 20세기 후반 미술사의 중심, 독일 독일은 ‘퇴폐미술전’의 굴욕을 딛고 프랑스 파리, 미국 뉴욕에 이어 20세기 국제 미술사의 중심지로 발돋움했다. 여기에는 개인이 이데올로기에 희생된 역사가 한몫을 했다. 리히터, 키퍼, 바젤리츠는 모두 동독 출신이다. 나치와 전쟁의 끔찍한 역사를 유년기에 겪었다. 이후 서독으로 이주하지만, 아픈 역사를 잊지 않고 직시한 것도 공통점이다. ‘작가 미상’의 영어 제목이 ‘직시하라(Never Look Away)’인 것처럼 이들의 예술도 1차적으로는 사회를 증언했다. 리히터는 영화에서 묘사되듯, 사진을 회화로 옮겨 초점을 흐린 ‘포토 페인팅’ 시리즈가 대표적이다. 전쟁이나 ‘바더-마인호프 그룹’(1960, 70년대 활동한 극단적 테러 집단)도 소재가 됐지만 일상과 정물, 풍경도 그렸다. 이를 통해 작가는 이데올로기적 메시지를 떠나 불안하게 흔들릴 수밖에 없는 현대인의 조건을 보여준다. 더 나아가 추상 회화, 컬러 차트 등 다양한 시리즈로 자신의 예술 세계를 친절히 보여준 것도 특징이다. 영화에 등장하진 않지만 바젤리츠와 키퍼도 중요한 작가다. 바젤리츠는 위아래를 뒤집은 회화로, 키퍼는 매혹적 폐허를 회화와 설치로 보여줬다. ‘신표현주의’로도 일컬어지는 이들 작가는 하나의 소재에 집착하지 않는 끊임없는 변주와 뛰어난 기교로 세계인을 사로잡았다. 개념과 설치 위주였던 미술계의 흐름을 회화로 되돌린 것도 이들이다. 영화 속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한 가지는 중절모에 낚시 조끼를 입은 안토니우스 판 페르턴 교수(올리버 마수치)다. 그는 ‘20세기 다빈치’로 불리는 현대 미술가 요제프 보이스(1921∼1986)를 모델로 했다. 설치, 퍼포먼스, 사회 참여 등 예술을 다양한 형태로 확장하며 독일을 예술의 중심지로 바꿔 놓은 주인공이 바로 보이스다.○ 영화는 감독이 그린 픽션 영화 속 모든 인물은 가명이다. 픽션이라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어디까지가 사실일까? 바르너트의 이모인 엘리자베트의 죽음은 사실이다. 실제 리히터의 이모 마리안은 정신분열증으로 나치에 의해 불임수술을 당했고 수용시설에서 굶어 죽었다. 그러나 영화는 어디까지나 감독이 창조한 이야기다. 특히 리히터는 그림 속 인물에 대해 밝히기를 늘 꺼렸다. “작가보다 그림이 더 많은 이야기를 한다”면서 말이다. 그렇지만 영화는 재미를 위해 작품보다 개인사를 극적으로 그렸다. 이 때문에 리히터는 영화 개봉 후 슈피겔지에 “너무 선정적이고 과장됐다”고 말했다. 연출은 2006년 ‘타인의 삶’으로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을 받은 플로리안 헹켈 폰 도네르스마르크 감독이 맡았다. ‘작가 미상’도 2019년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올랐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0-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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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배곯는 가족을 위해 ‘민중의 영웅’이 되기로 했다

    2014년 9월. 영국 북부의 스코틀랜드 전역은 주민 투표에 돌입한다. 주제는 바로 이것. “스코틀랜드가 독립된 국가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비록 반대(55.3%)로 결론 났지만 찬성 목소리(44.7%)도 만만치 않았다. 영어로 ‘유나이티드 킹덤(연합왕국)’인 영국은 사실 잉글랜드와 웨일스, 스코틀랜드, 북아일랜드라는 각기 다른 성격의 지역을 묶어 놓은 곳. 스코틀랜드의 주민 투표는 이 연합왕국의 ‘불편한 동거’를 보여준 사건이었다. 책에서 이 불편한 동거의 ‘원죄’를 만났다. 호주에서 태어난 주인공은 찢어지게 가난해 15세까지 신발은커녕 양말도 신어본 적이 없다. 그의 아버지는 아일랜드 태생 전과자. 19세기 호주는 대영제국에서 추방된 죄수의 유형지였다. 이 중엔 아일랜드 독립을 주장했던 인물도 다수 있었다. 역사를 몰랐던 소년은 가난한 아버지를 원망하고, 배고픈 가족을 위해 12세에 소를 훔쳐 죽여 버린다. 소고기로 하룻밤의 성대한 만찬이 펼쳐지고, 다음 날 아버지는 감옥에 끌려갔다. 소년의 비극은 시작되고, 26세로 생을 마감할 때까지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 소년의 이름은 네드 켈리(1854∼1880)다. 켈리는 호주의 실존 인물이다. 당시 ‘갱(범죄조직)’의 리더로 두 번째 은행 강도를 벌인 뒤 붙잡혀 교수형에 처해졌다. 그러나 식민 지배하에 없던 죄도 만들어지고, 가진 재산도 빼앗기기 일쑤였던 민중에게 그는 영웅이었다. 그리고 지금은 제국주의에 저항한 호주의 국가적 아이콘으로 여겨진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 개막식에서 경찰에 맞서 싸우는 그의 모습이 퍼포먼스로 연출되기도 했다. ‘호주인이라면 누구나 네드 켈리의 이야기를 듣고 자란다’고 한다. 이미 수차례 책과 영화로 다뤄지기도 했다. 책은 영웅적 신화처럼 여겨졌던 켈리의 삶을 피비린내와 쓴맛 나는 실존 인물의 이야기로 재탄생시킨다. 켈리가 생전 정의를 부르짖으며 남긴 ‘제릴데리 편지’가 출발점이 됐다. 작가는 편지를 생애 전체로 확장시켜, 켈리가 미래에 태어날 딸을 위해 자신의 인생을 적어 내려가는 문서 꾸러미로 만들었다. 켈리의 거친 날것의 삶을 문체로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어 인상적이다. 문장 부호가 생략되었거나, 줄 바꿈이 제대로 되지 않은 부분이 곳곳에 있다. 이는 번역의 오류가 아닌 켈리의 캐릭터를 그대로 살린 문체다. ‘제릴데리 편지’에서 포착된 어색한 맞춤법을 작가가 섬세하게 되살렸다. 규칙에 어긋난 불편함에 점차 익숙해지는 과정이 마치 그의 삶을 이해하는 과정처럼 느껴진다. 호주 대자연의 냄새가 물씬 풍겨지는 표현도 눈에 띈다. 인간이 평화로울 때 자연은 아름답지만, 켈리에겐 매정하기만 하다. 사람이 사는 것은 결국 ‘인간애’임을 일깨워준다. 존 스타인벡의 ‘분노의 포도’가 메마른 사막을 배경으로 했다면, ‘켈리 갱’은 질척한 흙바닥과 말의 이야기다. 저자는 2000년 발표한 이 책으로 ‘오스카와 루신다’에 이어 두 번째 부커상을 수상했다. 올해에는 영국과 미국에서 영화 개봉을 앞두고 있다. 식민지 비극에서 우리 역사가 떠오르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제국의 영광 뒤 숨겨진 약탈과 핍박의 역사를 보면, 문제는 한국과 일본 간의 것만이 아니라는 생각도 든다. 약육강식의 제국주의가 또 다른 버전으로 세계 곳곳에서 되풀이되고 있기 때문이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0-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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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할망 신화’ 앞세우고… 3년만에 찾아오는 제주비엔날레

    “제주도의 콘텐츠를 최대한 끌어내고 관객 참여 프로그램을 활발히 진행하려고 한다. 누구보다 제주도민이 즐겨주시길 바란다.”(김인선 예술감독) 올해로 2회를 맞는 제주비엔날레가 6월 17일부터 9월 13일까지 제주시 원도심, 제주도립미술관, 저지리 제주현대미술관 등에서 열린다. 주제는 ‘할망, 크고 많고 세다’. 제주의 ‘할망 신화’를 전면에 내세웠다. 이를 토대로 ‘여성 서사’, 제주의 독특한 공동체와 지역성, 구전 역사에 관한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국내 작가로는 제주를 대표하는 강요배와 백광익 등 24명이 참여한다. 미국의 퍼포먼스, 비디오 아트 원로 작가인 조앤 조나스와 개념 미술가 에이드리언 파이퍼의 작품도 만날 수 있다. 조나스의 1989년 영상 작품 ‘볼케이노 사가’가 전시된다. 이 작품과 연관된 드로잉이 세계 최초로 공개된다. 프랑스 출신 로르 프루보스트가 2018년 팔레 드 도쿄에서 선보인 설치 작품 1점도 전시된다. 비엔날레 측은 본 전시에서 국내외 작가 비율을 50%로 배치한다고 설명했다. 1차 공개된 작가 리스트에 따르면 20여 개국 70여 명(팀)이 참여한다. 2017년 시작한 제주비엔날레는 첫 개최 후 예산 집행을 두고 논란이 일기도 했다. 당시 제주도립미술관장이었던 김준기 씨가 배임 의혹을 받았지만 지난해 9월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이 문제로 1년 늦은 2020년 열릴 비엔날레가 안착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최정주 제주도립미술관장은 “1회 때 서둘러 진행된 부분이 있고, 지역 작가 안배 문제도 있었다. 문제가 반복되지 않도록 지난해부터 전문위원들의 자문과 조례 제정 과정을 거쳤다”고 설명했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0-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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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 타격으로 문화계 올스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사태가 심각해지면서 영화 공연 전시 등 문화계 행사가 취소되거나 줄줄이 연기되고 있다. 극장가에서는 26일로 예정됐던 ‘기생충’ 흑백판 개봉이 잠정 연기됐다. 같은 날 열릴 계획이었던 디즈니 애니메이션 ‘온워드’의 시사가 취소됐고 개봉은 무기한 연기됐다. 감염을 우려해 한국인의 입국을 제한하는 나라가 늘면서 영화계의 해외 촬영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현빈과 황정민이 주연을 맡은 ‘교섭’ 관계자는 “촬영팀 선발대 일부가 주요 촬영지인 요르단에 이미 들어갔다. 다음 달 본진이 출국할 예정이었지만 요르단의 한국인 입국 금지 조치로 인해 예정했던 촬영이 불가능해졌다”고 밝혔다. 서울 예술의전당은 24일부터 일단 한 주 동안 모든 공연과 전시를 중단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기획전 ‘추사 김정희와 청조 문인의 대화’ ‘조선근대서화전’이 중단됐다. 대관 공연은 취소를 권고할 방침이다. 세종문화회관도 다음 달 말까지 한 달간 자체 기획 공연을 연기 또는 취소할 계획이다. 국립 박물관 미술관 도서관 등 24개 기관은 24일부터 휴관한다.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 국립대구박물관, 국립세종도서관은 이미 휴관에 들어간 상태다. 최진 문화체육관광부 문화기반과장은 “언제까지 휴관할지는 정하지 않았다. 사태 추이를 지켜보며 추후 공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성남문화재단도 공연과 전시를 모두 중단하고 무기한 휴관에 들어갔다. 휴관 중에는 방문객 출입이 제한되며 아카데미 교육 프로그램도 중단된다. 서울시립미술관과 백남준아트센터 역시 “별도 안내가 있을 때까지 휴관한다”고 밝혔다.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는 입주 작가가 아닌 외부 관람객의 출입을 제한한다. 유명 뮤지션들의 공연도 취소되고 있다. 4년 만에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던 영국 출신의 팝 스타 미카가 다음 달 4, 5일 서울 송파구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기로 한 공연이 기약 없이 연기됐다. 이 공연을 기획한 프라이빗커브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판매한 티켓은 전액 환불할 것”이라고 밝혔다. 걸그룹 트와이스는 다음 달 7, 8일 서울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열 예정이던 월드투어 피날레 공연을 취소했다. 가수 칼리드(미국), 스톰지(영국), 루엘(호주)도 이미 내한 공연을 취소했다. 다음 달 10년 만에 한국을 찾을 예정인 미국 록밴드 그린데이의 일정에도 변동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 마시모 자네티 음악감독이 이끄는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다음 주까지 열릴 예정이던 ‘앤솔러지 시리즈’를 취소했다. 이에 따라 피아니스트 백건우와의 협주곡 공연도 취소됐다. KBS교향악단도 28일 열기로 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정기연주회를 취소했다. 서울 정동극장은 ‘오페라 데이트’ 프로그램을 연기하고 레퍼토리 공연 ‘적벽’을 3월 8일까지 중단한다. 뮤지컬 ‘보디가드’는 3월 14, 15일로 예정했던 부산 공연을 취소했다. 3월 22일까지 공연하기로 했던 뮤지컬 ‘줄리앤폴’은 이미 티켓을 판매한 3월 2일까지만 공연한다. 김준수 옥주현 규현 등 톱스타들이 출연하는 대형 뮤지컬 공연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이 주연을 맡은 ‘드라큘라’ ‘레베카’ ‘웃는 남자’의 티켓을 어렵게 구해 공연장을 채운 관객들은 대부분 마스크를 쓴 채 관람하고 있다.손택균 sohn@donga.com·김민·김기윤 기자}

    • 2020-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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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천지 “우리도 코로나 피해자” 입장문 발표

    신도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집단 감염된 신천지예수교(신천지)가 “신도들은 코로나19의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23일 김시몬 신천지 대변인은 홈페이지와 유튜브를 통해 발표한 입장문에서 “성도들은 당국의 방역 조치를 믿고 일상생활을 해온 국민이자 피해자”라며 “성도에 대한 혐오와 근거 없는 비난 자제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또 “대구교회 성도 전체 명단을 보건당국에 넘겼지만, 이것이 유출돼 지역사회에서 강제 휴직이나 차별, 모욕, 심지어 퇴직 압박까지 벌어지고 있다”고 했다. 신천지는 “대구교회 성도 중 연락이 닿지 않았던 670명 중 417명은 검사를 받도록 했고, 장기간 교회에 출석하지 않아 연락이 되지 않는 253명은 연락 시도 중”이라며 “사태 조기 종식을 위해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 협조하겠고, 당국의 모든 조치에 협력할 것을 성도 여러분께 당부드린다”고 덧붙였다. 신천지는 앞서 22일 전국 교회와 부속기관 1100곳의 주소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신천지 총회 산하 12지파에는 본부·지교회 74곳, 부속기관 1026곳이 있다. 지역별로는 경기가 242곳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서울 170곳, 전라와 경상이 각각 128곳이었다. 신천지 측은 주소를 공개한 교회 및 부속기관에 18∼21일 방역작업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또 대구교회 성도 9000여 명과 이곳을 찾은 다른 지역 신도 201명, 확진자 접촉자에 대해 자가격리시켰다고 덧붙였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23일 페이스북을 통해 신천지가 공개한 자료에 대해 “경기도에서 확보한 자료와 일부 차이가 있다”며 “경기도민 중 16일 대구 집회에 참석한 신도를 파악할 수 있도록 세부적 자료를 공유해 달라”고 요청했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0-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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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사냥의 시간’ ‘결백’ 개봉 무기 연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는 가운데 영화 개봉 연기와 기자간담회 취소 등이 잇따르고 있다. 26일 개봉할 예정이던 영화 ‘사냥의 시간’은 개봉일을 무기한 연기하고, 25일 예정됐던 언론·배급 시사회와 감독 윤성현, 배우 최우식 등의 인터뷰 일정을 취소했다. 영화 ‘결백’도 24일로 예정된 언론·배급 시사회와 배우 신혜선, 배종옥의 라운드 인터뷰 일정을 취소했다. 다음 달 5일로 예정된 개봉일도 무기한 연기했다. 2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릴 예정이던 ‘방탄소년단 글로벌 기자간담회’도 유튜브로 진행하기로 했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현장 간담회를 취소하고, 유튜브 생중계로만 진행하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방탄소년단은 22일 정규 4집 ‘MAP OF THE SOUL: 7’을 발매했다. 발매 첫날 265만 장을 판매했고, 타이틀곡 ‘ON’은 국내 5대 음원사이트에서 모두 1위를 기록했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0-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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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형 갤러리 ‘작가 싹쓸이’ 득일까 독일까

    미국 출신 화가 조지 콘도(62)는 현재 미술 시장에서 가장 ‘핫한’ 작가 중 한 명이다. 1984년 ‘가짜 거장(fake Old Masters)’ 시리즈를 선보인 뒤 꾸준히 상승세를 탔다. 2018년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는 작품이 616만 달러(약 74억 원)에 팔렸다. 미술사가 사이먼 베이커가 “램브란트가 그린 벅스 버니”라고 묘사했듯, 콘도의 작품은 대중적 소재를 피카소와 같은 거장의 필치로 그린 것으로 유명하다. 국내에서는 지드래곤이 작품을 소장해 알려지기도 했다. 지난달 세계 3대 갤러리 가운데 하나인 하우저&워스가 콘도를 영입한다고 밝혀 미술계에 화제가 됐다. 1992년 스위스에서 출발한 하우저&워스는 미국, 영국, 홍콩에 지점을 두고 있으며 소속 작가만 91명에 달한다. 특히 미술계를 뜨겁게 달군 건 하우저&워스가 콘도뿐 아니라 헨리 테일러(62), 사이먼 리(53) 등 주목받는 작가를 대거 영입했다는 소식이었다. 며칠 새 비슷한 소식이 이어지자 뉴욕타임스의 평론가 로버타 스미스는 트위터에 “돈으로 원하는 작가를 다 영입한다면 그것이 예술 갤러리일까? 작가 에이전시일까?”라고 비판했다. 하우저&워스의 성장세는 무섭다. 2010년 소속 작가가 50명이 채 안 되던 이곳은 미술사를 강조하며 세력을 확장했다. 2014년 문을 연 영국 서머싯 지점은 농장을 개조해 정원과 레스토랑, 카페를 갖췄다. 사람들이 미술관을 찾듯, 바람도 쐬면서 작품을 감상하도록 전략을 짠 것이다. 그 결과 2018년에는 15만2000명이 이곳을 찾았다. 2018년부터는 무크지 ‘Ursula’를 발간해 갤러리스트는 물론 영화감독, 시민운동가의 인터뷰도 소개한다. 미술품을 대놓고 판매하기보다는 ‘아트센터’의 역할을 모방하고 있는 것이다. 갤러리는 예술 작품의 가치를 판매한다는 점에서 일반 상점과 성격이 다르다. 작가가 표방하는 가치를 갤러리가 알아보고 지원하며 함께 성장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19세기 인상파를 지원했던 딜러 뒤랑 뤼엘이 잘 알려진 예다. “제가 초기에 알아본 작가가 잘 성장해서 국제적 대형 화랑으로 간다면, 쿨하게 보내고 남몰래 자축하는 게 제 꿈이에요.” 국제 미술전에 작가를 참여시킨 한 국내 갤러리 오너 A 씨는 이렇게 말했다. A 씨의 말처럼 주목받는 작가가 대형 갤러리로 소속을 옮기는 현상을 최근 자주 볼 수 있다. 과거에는 팝 아트, 미니멀리즘처럼 각기 다른 사조와 특정 갤러리가 함께 성장한 반면, 지금은 초대형 갤러리 쏠림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특히 하우저&워스 같은 초대형 갤러리는 영입 소식만으로도 작품 가격이 뛴다. 여기에 작품이 알려질 더 많은 기회, 작가들과의 교류, 새로운 컬렉터 확보뿐 아니라 연구·출판이 늘어나는 등 여러 이유로 대형 갤러리가 작가들을 빨아들이고 있다.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2014년 대형 갤러리에 영입돼 가격이 치솟았던 ‘좀비 포멀리스트 작가’(토바 아우어바흐, 루시언 스미스, 오스카르 무리요)들은 몇 년 새 가격이 원점으로 떨어졌다. 컬렉터들이 작품의 가치보다는 갤러리의 이름을 보고 투자하듯 일시적으로 작품을 사들여 높은 가격이 계속 유지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자본과 시스템이 갖춰진 곳에 좋은 작가가 몰리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다. 그러나 미술 관계자들은 “장기적으로 꾸준히 성장하려면 작가들은 갤러리를 선택할 때 부수적인 기회를 얼마나 제공하는지가 아니라 갤러리가 작품의 가치를 어떻게 인식하는지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0-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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