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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규 울산지법 부장판사(51·사법연수원 28기)가 23일 재판 개입 및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판사의 탄핵을 요구한 “전국법관대표회의(법관회의)를 탄핵해 달라”고 주장했다. 김 부장판사는 이날 법원 내부망인 코트넷에 올린 ‘법관회의의 탄핵을 요구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법관이 법관에 대한 탄핵을 의결한 2018년 11월 19일은 정의의 여신이 들고 있는 긴 칼로 자신의 목을 베어버린 날로 기억될 것”이라며 “법관회의 의결이야말로 우리 헌정사에서 가장 나쁜 사법파동이다”고 밝혔다. 김 부장판사는 “법관회의가 국회에 탄핵을 요구하는 것은 권력분립의 원칙에 대한 도전”이라며 “자신들의 동료를 탄핵한 법관회의를 탄핵해 달라”고 했다. 또 그는 “(법관회의 결정이) 과연 옳았던 것인지 아닌지 전국의 모든 법관이 의견을 표시해 달라. 탄핵의 필요성에 대해 전체 법관들을 대상으로 하는 직접 투표 내지는 설문조사를 실시할 것을 제안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한 반박도 곧바로 나왔다. 류영재 춘천지법 판사(35·40기)는 이날 코트넷에 올린 글에서 “(김 부장판사가) 지적하신 쟁점들은 이미 법관회의에서 충분히 논의됐다”며 “찬성 표결을 한 대표들도 논의 결과와 소속 법원 의견 수렴 결과를 종합한 결과 의안에 대한 찬성이 위헌·위법하지 않다고 결론을 내려 표결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 “표결을 한 대표들에게 모욕적인 언사”라고 비판했다. 앞서 법관회의는 19일 판사 탄핵을 요구하는 안건을 1표 차(찬성 53명 대 반대·기권 52명)로 가결했다. 당시 김 부장판사는 회의장을 뛰쳐나가 안건 가결에 불만을 드러냈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법관회의 결의 5일째인 23일까지 판사 탄핵에 대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여신도 8명을 수십 차례에 걸쳐 상습적으로 성폭행·성추행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재록 만민중앙성결교회 목사(75·사진)가 1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부장판사 정문성)는 22일 상습준강간 등 혐의로 기소된 이 목사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또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을 80시간 이수하고, 아동 청소년 관련 기관에 10년 동안 취업하지 못하게 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들은 어려서부터 만민중앙성결교회에 다니며 이 목사를 신적 존재로 여기고 복종하는 것이 천국에 갈 길이라 믿었다. 이 목사는 지시에 반항하거나 거부하지 못하는 피해자들의 처지를 악용해 장기간 상습적으로 추행하고 간음했다”고 밝혔다. 이른바 ‘그루밍(가해자에 의한 성적 길들이기) 성폭력’을 인정한 것이다. 재판부는 이어 “피해자들은 가장 행복하게 기억돼야 할 20대가 지우고 싶은 순간이 된 데 고통스러워하며 엄벌을 원하고 있다”며 “이 목사는 범행을 일체 부인하며 반성하지 않고 있고, 피해자들의 회개편지 내용 등 내밀한 사생활까지 들춰 비난해 더 큰 정신적 피해를 입혔다”고 덧붙였다. 법정에서 판결을 들은 만민중앙교회 신도들은 눈물을 흘리거나 탄식했다. 만민중앙교회 측은 “이 목사의 무고함을 믿는다. 진실을 밝히기 위해 항소하겠다”고 밝혔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마음이 너무 아픕니다. 판사님의 업무 부담이 과중해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저부터 다시 돌아보게 됩니다.” 21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주말 야근을 한 뒤 자택 화장실에서 19일 숨진 채 발견된 고 이승윤 서울고법 판사(42·여·사법연수원 32기)의 영결식에서 최완주 서울고등법원장이 영결사를 읽자 곳곳에서 울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 판사의 마지막 가는 길에는 서울대 법대 95학번·사법연수원 32기 동기, 선후배 법관 등 100여 명이 함께했다. 이들은 “이 판사가 힘든 것을 티내지 않아 이런 일이 생길지 몰랐다. 옆에서 챙겨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자책했다. 초등학생 1, 5학년 아들을 둔 이 판사가 일과 가정을 모두 챙기는 ‘슈퍼우먼’이라고 생각했을 뿐 과로로 쓰러질 줄은 상상을 못 했다고 했다. 곳곳에서 슬픔을 참지 못하고, 눈물을 펑펑 쏟거나 오열하는 모습이 목격됐다. 약 한 달 전 이 판사는 육아와 일을 함께하는 동료 판사들과의 인터넷 카페에 ‘예전엔 밤새는 것도 괜찮았는데 이제 새벽 3시가 넘어가면 몸이 힘들다. 이러다가 내가 쓰러지면 누가 날 발견할까라는 생각이 든다’는 글을 남긴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동료 법관들은 이 글에 추모 댓글을 달고 있다. 영결식엔 김명수 대법원장이 참석했다. 김 대법원장은 조의를 표하며 “너무 안타깝다”며 매우 슬퍼했다고 한다. 영결식에 다녀온 김 대법원장은 이날 오후 법원 내부망인 ‘코트넷’에 글을 올렸다. 김 대법원장은 이 글에서 “고인이 일요일 저녁에 출근해서 월요일 새벽까지 판결문을 작성한 후 비명에 가신 것은 우리 법원 가족 일상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 같아 대법원장으로서 참으로 안타깝고 애통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고 했다. 이어 “임신, 출산과 육아, 그 밖에도 여러 모습으로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하여 매 순간 애쓰는 법원 가족들의 삶을 살피고 지킬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함께 고민하고 필요한 조치를 하겠다”라고 약속했다. 이 판사의 빈소엔 전날 밤늦게 문무일 검찰총장과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 찾아와 조의를 표했다. 이 판사의 남편 박성욱 LIG넥스원 상무(43·연수원 34기)는 검사 출신 변호사다. 빈소에서 유족들과 10분 넘게 얘기를 나눈 문 총장은 조문을 마친 뒤 눈물을 흘렸다. 문 총장은 “이 판사와 개인적인 연은 없지만 같은 법조인으로서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 판사는 19일 오전 4시경 자택 안방 화장실의 한쪽 벽면에 비스듬히 기대 쓰러진 채 남편에게 발견됐다. 8일 시부상을 치른 이 판사는 그동안 밀린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토요일과 일요일 모두 법원 청사로 출근해 새벽까지 야근을 했다. 경찰 부검 결과 사인이 ‘뇌출혈’이라는 결과가 나와 과로사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이호재 hoho@donga.com·정성택 기자}

2016년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옛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공천에 불법 관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근혜 전 대통령(66·수감 중)이 21일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이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공천 불법 관여’를 포함해 국정농단과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상납 등 지금까지 박 전 대통령에게 선고된 사건 3개의 형량을 모두 합치면 징역 33년이다. 이 형량이 확정되고, 감형이나 사면 없이 복역한다면 박 전 대통령은 만 98세에 만기 출소하게 된다.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김인겸)는 이날 박 전 대통령의 공천 불법 관여 혐의에 대한 항소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지난해 10월 ‘재판 보이콧’을 선언한 박 전 대통령은 이날 선고 공판에 참석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2016년 총선 때 청와대가 친박(친박근혜)계를 공천하기 위해 실시한 여론조사를 박 전 대통령이 승인한 것으로 판단했다. 또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이 현기환 당시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을 통해 새누리당 내 비박(비박근혜)계 현역 의원들을 배제하고, 그 대신 친박계 인사들을 원내에 진입시키려 했다고 판단했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20일 오전 9시 8분경 김명수 대법원장은 출근길에 “법관 탄핵 의견이 모아졌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는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김 대법원장은 평소보다 1시간가량 이른 오후 5시경 퇴근했다. 전날 전국법관대표회의(법관회의)가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대법원 법원행정처의 재판 개입 의혹에 대해 “탄핵소추 절차까지 함께 검토돼야 할 중대한 헌법 위반 행위”라고 밝혔지만 하루 종일 침묵한 것이다. 법관회의의 결의안은 이날 전자문서 형태로 김 대법원장에게 전달됐다. 김 대법원장은 전날 법관대표들과의 비공개 만찬에서도 법관 탄핵 절차에 대한 언급이 일절 없었다고 한다. 다만 “1년 동안 법관회의에서 여러 사안에 대해 논의하시느라 고생이 많으셨다”는 취지로 법관회의에 고마움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관 탄핵소추 절차가 국회와 헌법재판소에서 진행된다는 점을 의식해 사법부 수장으로서 김 대법원장이 언행을 자제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달 30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등이 요구한 탄핵 명단에 현직 대법관 1명이 포함돼 김 대법원장이 의견을 표명하는 데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시각이 있다. 일각에선 김 대법원장이 이번 주 내로 입장을 표명하지 않겠냐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올 6월 법관회의가 “검찰 수사를 받자”고 결의하자 김 대법원장은 나흘 만에 “(검찰) 수사에 협조한다”고 밝혔다. 당시 법관회의 결의(6월 11일)→대법관 긴급간담회(6월 12일)→대법원장 입장 발표(6월 15일)가 이뤄졌는데, 이번에도 비슷한 절차를 밟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다만 큰 표차로 결정된 검찰 수사 협조와는 달리 이번 탄핵 절차 검토에 대한 법관회의 투표는 1표 차(찬성 53명 대 반대·기권 52명)로 결정되는 등 절대 다수의 지지를 받은 결과가 아니라는 점은 변수다. 이런 가운데 고위법관과 소장법관은 판사 탄핵 검토를 요구하는 법관회의 결과를 김 대법원장이 수용해야 할지를 놓고 의견이 크게 엇갈렸다. A고법 부장판사는 “법관회의에 부재자투표가 없었기 때문에 참석하지 못한 사람들이 반대표를 못 던져 가결된 것일 뿐이다. 사법행정에 대해 자문·건의하는 기구인 법관회의의 결의안을 김 대법원장이 따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B고법 판사는 “소장법관들이 많은 법관회의에서 결정된 사안은 법원을 대표할 수 없다”고 했다. 반면 서울지역의 C 판사는 “법관회의 결의안은 법관 내부 자성의 목소리를 국민들에게 드러낸 것이다. 법관회의 결의안을 김 대법원장이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법 D 판사는 “법관회의가 다수결로 이미 결정한 사안을 다시 반박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전날 11시간 동안 조사한 박병대 전 대법관(61)을 20일 비공개로 다시 불러 조사했다. 박 전 대법관은 검찰에서 “사후보고를 받고 알았다”는 식으로 혐의를 대부분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고영한 전 대법관(63)을 23일 오전 9시 30분 피의자 신분으로 공개 소환할 예정이다.이호재 hoho@donga.com·정성택·허동준 기자}
일요일 밤 근무를 마치고 집에 돌아온 40대 여성 판사가 화장실에서 쓰러진 채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다. 서울 서초경찰서에 따르면 19일 오전 4시경 서울고등법원 소속 이승윤 판사(42·여·사법연수원 32기)가 자택 안방 화장실의 한쪽 벽면에 비스듬히 기대 쓰러져 있는 것을 남편이 발견하고 119에 신고했다. 119구급대가 도착했을 때 이 판사의 숨은 멎어 있었다고 한다. 경찰 조사 결과 이 판사는 전날인 일요일 오후 9시경 남편에게 “출근해야 한다”며 집을 나섰다. 7시간 뒤인 이날 오전 4시경 잠에서 깬 남편이 화장실에 불이 켜져 있는 것을 보고 잠긴 화장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이 판사가 쓰러져 있었다고 한다. 당시 이 판사의 복장은 출근 때와 똑같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법원 관계자는 “이 판사가 쓰러지기 이틀 전인 토요일에도 근무를 했다. 올 2월 서울동부지법에서 서울고법으로 옮기고 나서 늘어난 업무량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 판사는 슬하에 초등학교 1, 5학년 두 아들을 두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외관상 별다른 외상이 발견되지 않은 점 등으로 미뤄 볼 때 타살이나 자살 정황은 없다. 정확한 사망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부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판사는 이동훈 세무법인 하나 부회장(71)의 장녀다. 이 판사의 두 남동생인 승기(40·36기), 욱기 씨(38·38기) 모두 변호사다. 이 판사의 남편 박성욱 LIG넥스원 상무(43·34기)는 검사 출신 변호사다. 박 상무의 부친은 박경상 전 국세청 차장으로 8일 향년 80세로 별세했다. 이 판사는 18일 오후 10시 30분경 동료 판사들에게 ‘시부상에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란 내용의 e메일을 보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판사들은 19일 오전 이 판사가 숨진 소식을 모르고 e메일을 확인했고, 뒤늦게 안타까운 소식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이 판사의 빈소는 삼성서울병원, 발인은 21일 오전 8시 반. 02-3410-6912이호재 hoho@donga.com·전주영·구특교 기자}

전국법관대표회의(법관회의)가 19일 법원행정처의 재판 개입 및 사법행정권 남용에 관여한 판사들을 탄핵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기까지 회의에선 법관대표들 간에 여러 차례 고성이 오가는 등 심각한 갈등이 빚어졌다. 결국 “탄핵소추 절차까지 검토돼야 할 중대한 헌법위반 행위”라는 법관회의 의견은 찬반 표결을 거쳐 1표 차로 간신히 의결됐다. ○ 법관 105명 중 53명 찬성…‘1표 차’ 가결 이날 경기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 열린 비공개 법관회의에서 법관 탄핵 관련 회의는 오후 1시 10분부터 4시 10분까지 약 3시간 동안 이어졌다. 법관대표들은 두 가지 쟁점을 놓고 격론을 벌였다. 첫 번째 쟁점은 이번 사태가 ‘법관을 탄핵소추할 만큼 중대한 반헌법적 행위인가’였다. 찬반이 일부 갈렸지만 ‘징계 이상’의 중대한 사안이라는 쪽으로 의견이 모였다고 한다. 두 번째 쟁점인 ‘국회의 권한인 법관 탄핵소추를 법관회의가 촉구할 수 있는가’에선 찬반 양론이 첨예하게 대립했다. 찬성하는 법관들은 “사법부 불신에 대해 국민을 설득할 진정성 있는 행동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탄핵소추는 정치적 행위다. 국회가 정하는 사안에 사법부가 관여하면 정치적 소용돌이에 휘말릴 수 있다”고 반발하는 판사도 적지 않았다. 회의장 밖까지 수차례 고성이 들렸다. 최한돈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등이 발의한 결의안에는 ‘탄핵소추’가 포함되지 않았다. 하지만 수정안이 발의됐고 논의가 이어지면서 ‘탄핵소추’가 포함됐다. ‘탄핵소추 촉구’ 문안을 놓고 찬반 대립이 이어지면서 절충안으로 ‘촉구’가 빠지고 ‘검토’가 들어갔다. 결국 ‘탄핵소추 검토’ 최종 수정안은 105명 표결에 53명(50.5%)이 찬성해 의결됐다. 43명은 반대, 9명은 기권했다. 만약 찬성이 1표만 부족했다면 과반에 모자라는 부결이었다. 앞서 안동지원 소속 판사 6명이 13일 “법관회의에서 판사 탄핵 촉구를 안건으로 논의해 달라”고 제안한 지 6일 만에 결의안이 채택된 것이다. ○ “검찰 수사 협조”처럼 金 대법원장 수용할까 법관회의는 일선 판사대표들이 사법행정 등을 논의해 김명수 대법원장에게 건의하는 상설화 기구다. 김 대법원장은 이날 법관회의를 마친 법관대표들과 저녁 식사를 하기 전과 후 취재진을 만났지만 ‘탄핵소추 검토’ 의결과 관련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김 대법원장은 공식적으로 20일 전자문서 형태로 결의 내용을 전달받는다. 올 6월 김 대법원장은 ‘검찰 수사는 받되 대법원장의 고발 조치엔 반대한다’는 법관회의 의견이 나온 지 나흘 만에 “(검찰) 수사에 협조한다”고 밝혀 검찰 수사가 시작됐다. 김 대법원장이 어떤 형태로든 조만간 입장을 밝히지 않겠느냐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법관회의는 탄핵소추 대상 법관 명단은 논의하지 않았다. 이에 앞서 지난달 30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등은 현직 대법관 1명을 포함한 판사 6명의 탄핵을 요구했다.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공소장에 나오는 현직 판사 70여 명 중 일부가 추가로 탄핵소추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국회에서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의 동의로 탄핵소추안이 발의될 경우 탄핵 판사의 이름과 직위, 구체적인 사유를 적시하도록 돼 있다. 이 때문에 검찰이 판사들에 대한 기소 여부를 결정한 뒤 본격적인 국회의 탄핵 절차가 시작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고양=정성택 neone@donga.com·이호재 기자}

전국법관대표회의(법관회의)가 19일 법원행정처의 재판 개입 및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대해 “징계 절차 외에 탄핵소추 절차까지 함께 검토돼야 할 중대한 헌법 위반 행위”라고 밝혔다. 사실상 재판 개입과 사법행정권 남용에 관여한 판사들을 탄핵해야 한다는 의미여서 파장이 일고 있다. 전국의 고등법원과 지방법원을 대표하는 판사 105명은 이날 경기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 ‘재판독립침해 등 행위에 대한 우리의 의견’이라는 안건을 놓고 3시간가량 토론을 벌인 뒤 찬성 53명, 반대 43명, 기권 9명으로 ‘탄핵소추 검토’를 의결했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이날 사법연수원 구내식당에서 법관회의에 참석했던 판사들과 저녁 식사를 하며 의결 내용을 전해 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국회에서 실제 법관 탄핵 절차가 진행될지는 불투명하다. 여당인 민주당과 야당인 민주평화당, 정의당은 법관회의 의결에 “환영한다”고 밝혔지만,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수사 중인 사안”이라며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법관 탄핵소추안은 국회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의 동의로 발의되고, 재적의원 과반수가 찬성해야 통과된다. 국회가 본회의에서 탄핵소추안을 가결하면 헌법재판소가 탄핵 여부를 심판하게 된다. 재판 개입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이날 법원행정처장을 지낸 박병대 전 대법관(61)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했다. 박 전 대법관은 검찰청 포토라인에서 “법원행정처장으로 있는 동안 사심 없이 일했다. 많은 법관이 자존심에 손상을 입고 조사를 받게 된 것에 대해 대단히 가슴 아프게 생각하고 거듭 송구하다”고 말했다. 고양=이호재 hoho@donga.com·정성택 기자}
‘혜경궁 김씨’ 트위터 계정의 소유주가 부인 김혜경 씨라는 경찰의 수사 결과를 반박하기 위해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8일 트위터에서 누리꾼을 대상으로 투표를 진행한 결과 84%가 경찰 주장에 공감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 지사가 의도한 것과는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이 지사는 이날 오후 2시 40분경 ‘트위터에 공유한 사진을 캡처해 카카오스토리에 공유했다면 계정주는 동일인일까요?’라는 제목의 글을 자신의 트위터에 올렸다. 이 지사는 ‘김혜경 주장에 공감’, ‘경찰 주장에 공감’이라는 설문조사 항목을 추가한 뒤 누리꾼의 투표 참여를 요청했다. 이날 오후 10시 30분 현재 기준으로 2만6779명이 투표해 응답자의 84%(2만2494명)가 ‘경찰 주장에 공감’을 선택했다. ‘정의를 위하여’라는 닉네임의 트위터 계정(@08__hkkim) 소유주가 이 지사 부인 김혜경 씨라는 의혹은 누리꾼이 처음 제기했다. 올 4월 3일 해당 계정에는 “트위터에 있는 인간들이 민심은 아냐 그치? ㅋㅋㅋ”라는 글이 올라왔다. 6·13지방선거 더불어민주당 경기지사 예비후보 경선에서 전현희 의원이 전해철 의원을 지지하자 이를 비꼬는 내용의 글이 게재된 것이다. 한 누리꾼이 “이분? 늘 궁금했는데 혹시 김혜경 씨세요?”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해당 계정에는 같은 날 바로 “내가 이재명이다!”라는 글이 게재됐다. 누리꾼들은 곧 해당 계정에 등록된 휴대전화 번호가 김 씨의 휴대전화와 같이 ‘44’로 끝난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또 계정에 게시된 글을 분석해 계정 소유자가 ‘성남 분당 거주’, ‘여성’, ‘아들을 군대 보낸’, ‘음악 전공자’라고 추정했다. 그러면서 이 정보가 김 씨의 이력과 유사하다면서 트위터 계정을 ‘혜경궁 김씨’라는 별명으로 부르기 시작했다. 김 씨를 경찰에 고발한 이정렬 변호사(49·사법연수원 23기)는 17일 자신의 트위터에 “스모킹건(결정적 증거)은 따로 있다. 차분하게 기다려 달라”고 썼다. 수원=이경진 lkj@donga.com·이호재 기자}

검찰이 14일 병보석으로 불구속 재판을 받으며 자택이나 병원이 아닌 곳에서 술을 마신 것으로 알려진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56·사진)의 병보석 취소 검토를 법원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 전 회장은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 등으로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간암 진단을 받고 구속집행정지와 병보석으로 7년 8개월 동안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아왔다. 그러나 이미 2년 2개월 전부터 언론과 정치권 등에서 이 전 회장이 아프지 않은 사람처럼 집 밖에서 활동한다는 의혹이 여러 차례 제기됐다. 법조계에선 검찰의 보석 취소 검토 요청이 늑장 대응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검찰 “이호진 건강 나쁘지 않아 보여” 서울고검은 13일 이 전 회장의 재파기환송심 재판부인 서울고법 형사6부(부장판사 오영준)에 ‘보석 취소 검토 요청서’를 제출했다. 서울고검 관계자는 “대법원이 유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고, 언론 보도 등을 종합하면 이 전 회장의 건강 상태가 나쁘진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또 “요청서에는 재판부가 조속히 재파기환송 재판을 심리해 달라는 내용이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전 회장이 환자가 아닌 것처럼 생활하고 있다는 의혹이 처음 제기된 시점은 2016년 9월이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이 전 회장이 집과 병원이 아닌 사찰 등에 있는 사진을 공개하며 “간암 3기 환자로 보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또 검찰에 보석 취소를 요청하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검찰은 이 진정서를 그대로 법원에 전달했다. 하지만 검찰 스스로 재판부에 보석 취소 검토 요청을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최근 이 전 회장의 전 수행비서가 언론을 통해 “이 전 회장이 올해 초 서울 마포와 강남, 이태원 일대 술집에 자주 들렀다”고 폭로하면서 보석 취소가 불가피하다는 여론이 거세지자 검찰이 뒤늦게 직접 나선 것이다. ○ 법원, 건강 상태·동선(動線) 검토 예정 법원은 이 전 회장의 ‘건강 상태’와 ‘동선’을 심리한 뒤 보석 취소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2012년 6월 29일 이 전 회장 2심 재판부는 이 전 회장의 간암, 대동맥류 질환 등 건강상의 이상을 인정해 보석을 허가하며 집과 병원만 오가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당시 이 전 회장의 담당 의사가 직접 법정에 출석해 보석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형사소송법상 재판부는 이 전 회장이 보석 조건을 위반하는 경우 보석을 즉각 취소할 수 있다. 이 전 회장 재파기환송심 재판부는 첫 재판인 다음 달 12일 이 전 회장을 법정에서 직접 대면한 뒤 보석 취소 여부를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 이 전 회장은 2011년 5월 간암 절제술을 받은 뒤 질병관리본부 장기이식관리센터(KONOS)에 간 이식을 위한 등록을 했다고 한다. 또 당뇨병 등 다른 질병을 앓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회장이 과거 입원 치료를 받았던 서울아산병원 측은 “간암은 재발이 잦기 때문에 이 전 회장은 현재도 치료와 관리를 받고 있는 상태”라고 밝혔다.이호재 hoho@donga.com·전주영 기자·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독립운동가 손병희 씨 등 민족대표들을 비하했다는 이유로 손해배상 소송을 당한 한국사 강사 설민석 씨(48)에게 배상하라고 법원이 판결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5부(부장판사 이동욱)는 14일 민족대표 33인 유족회 정모 씨 등 21명이 설 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1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 판결이 확정되면 설 씨는 유족들에게 위자료 1400만 원을 지급해야 한다. 재판부는 “당시 상황을 기술한 일부 역사서 중에는 ‘소요 사태’ 등을 우려해 가급적 만세 시위가 과격하게 일어나지 않도록 하려고 독립선언서 낭독 장소를 변경한 민족대표들의 처신을 비판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는 시각도 일부 나타나고 있다”며 “새롭게 건설한 대한민국에서 건국훈장까지 받은 역사 속 인물에 대한 심히 모욕적인 언사이자 필요 이상으로 경멸, 비하 내지 조롱하는 것으로서 역사에 대한 정당한 비평의 범위를 일탈해 그 후손들이 선조에게 품고 있는 합당한 경외와 추모의 감정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밝혔다. 설 씨는 대학입시학원, 공무원시험 준비학원 등에서 수험생을 대상으로 역사 강의를 하다가 방송에 출연하면서 유명해졌다. 유족들은 설 씨가 2014년 발간한 교양서 ‘설민석의 무도 한국사 특강’ 등에서 민족대표들의 3·1운동 당일 행적과 관련해 민족대표들이 룸살롱에 있거나 일본 경찰에 자수했다고 하는 등 명예를 훼손했다고 반발했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제가 왜 개혁을 억지로 밀어붙이겠나. 구성원들이 반대하는 개혁을 할 생각은 없다. 저를 의심하지 말고 좀 믿어 달라.” 김명수 대법원장은 자신보다 기수가 높은 고위 법관들에게 이렇게 호소한 것으로 13일 알려졌다. 김 대법원장은 12일 오후 6시 30분부터 오후 8시 30분까지 약 2시간 동안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법원장 공관에서 고위 법관 12명과 저녁 식사를 함께했다. 지난해 9월 취임한 김 대법원장은 취임 1주년을 전후한 약 2개월 전부터 법관들을 기수별로 초대해 공관 만찬을 진행해 왔다. 이날은 고위 법관들과의 마지막 만찬이었다. 참석자들은 대부분 사법연수원 15기인 김 대법원장보다 기수가 높은 13, 14기의 고위 법관이었다. 이전 만찬에 참석하지 못했던 사법연수원 15, 16기 법관도 일부 참석했다. 이들은 현재 법원장이나 고법 부장판사로 재직하고 있다. 김 대법원장은 식사를 시작하며 “저도 몇 년 전까지 고법 부장판사였다. 동료들끼리 모이는 기분으로 편하게 식사하자”고 했다. 참석자들이 대부분 대법원장보다 기수가 높은 만큼 자신을 ‘사법부 수장’으로 대하기보다 동료로 봐달라는 취지였다고 한다. 김 대법원장은 2010∼2016년 서울고법 부장판사로 재직했고 춘천지법원장이던 2017년 9월 대법원장이 됐다. 분위기가 무르익자 김 대법원장은 참석자들을 향해 “제가 왜 개혁을 억지로 밀어붙이겠나. 구성원들이 반대하는 개혁을 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어 “저를 의심하지 말고 좀 믿어 달라”고 호소했다고 전해졌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이 불거진 이후 김 대법원장이 추진하는 법원 개혁을 고위 법관들이 불신하고 있는 상황을 의식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앞서 올 6월 서울고법 부장판사들은 판사회의를 열고 “법원이 직접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면 법관 독립이 침해될 수 있다”고 했다. 각급 법원장도 “사법부에서 고발이나 수사 의뢰 등의 조치를 취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김 대법원장은 “(검찰에) 필요한 협조를 마다하지 않겠다”고 말했고, 이를 계기로 검찰의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됐다. 한 참석자는 “김 대법원장이 취임한 지 1년 2개월이 지났지만 아직도 대법원장이라는 직책을 너무 무거워하는 것 같았다”고 전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서울 시내에 있는 재활용품 수거용기에 ‘재활용 쓰레기’ 대신 ‘재활용품’이라는 용어를 쓰자는 시민 제안은 판례상 받아들일 순 없지만 제안 자체는 합리적이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부장판사 박형순)는 시민 A 씨가 “재활용품 수거용기에 부적절한 용어를 사용하지 말라”며 서울시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각하 판결했다고 12일 밝혔다. 각하는 소송이나 청구 요건을 갖추지 못한 사건을 심리 없이 종결하는 절차다. 재판부는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행정청(서울시)에 적극적으로 일정한 행위를 할 것을 명하는 이른바 ‘의무이행소송’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나 “악취, 오물을 떠올리게 하는 ‘쓰레기’란 낱말을 재활용과 함께 표기하게 되면 사람들이 일반 쓰레기를 버리는 행위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A 씨의 제안은 합리적이고 타당성이 있어 보인다. 충분히 경청할 만한 의견”이라고 했다. A 씨는 지난해 12월 서울 시내에 비치된 재활용품 수거용기에 쓰인 용어를 개선해 달라고 서울시에 민원을 제기했다. 서울시는 국립국어원의 참여형 국어사전 ‘우리말샘’에 ‘재활용 쓰레기’라는 용어가 수록돼 있어 문제가 없다며 민원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A 씨는 이에 불복해 올 5월 소송을 제기했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임금과 주휴수당을 합산한 금액으로 최저임금 위반 여부를 따져봐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최저임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자동차부품 제조업체 대표 A 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고 11일 밝혔다. 재판부는 최저임금법 위반 여부를 따질 때 주휴수당까지 포함해 시급을 계산해야 한다고 봤다. 주휴수당은 근로기준법상 일주일에 15시간 이상을 일할 경우 일하지 않는 유급휴일(8시간)에 대해 지급하는 수당이다. 쉬는 날에도 최소한의 생계를 보장한다는 취지로 1953년 법제화됐다. 검찰은 2015년 A 씨가 당시 최저임금인 시간당 5580원에 못 미치는 5455∼5543원을 직원들에게 지급한 혐의로 기소했다. 재판부는 “기본급에 포함돼 있는 주휴수당 부분은 1주의 소정근로를 개근한 근로자에게 지급되는 것이므로 비교대상임금에 포함된다”고 판결했다. 이렇게 계산할 경우 A 씨가 지급한 시급은 5618∼5955원으로 최저임금을 넘어선다. 이 업체의 경우 토요일 4시간에 해당하는 약정유급휴무수당도 주고 있는데 재판부는 “약정유급휴무수당은 소정근로시간과 무관하게 지급되므로 최저임금 계산 대상이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대법원 판결은 고용노동부 입장과 차이가 난다. 재판부는 이 사건에서 노동자가 일한 월 소정근로시간을 174시간으로 봤다. 하루 8시간씩 주 40시간을 일했다고 계산한 것이다. 하지만 고용부는 주휴수당분의 근로시간 35시간을 더해 209시간을 월 소정근로시간으로 친다. 고용부는 이 내용을 담은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을 8월 입법 예고했다. 같은 월급을 두고도 근로시간을 적게 보느냐 많게 보느냐에 따라 분모가 달라지기 때문에 최저임금 위반 여부도 달라질 수 있다.박은서 clue@donga.com·이호재 기자}
‘룸살롱 황제’ 이경백 씨(46)를 수사했던 경찰관이 성매매업소에서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으나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김태업)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전직 경찰 박모 씨(47)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5일 밝혔다. 박 씨는 서울 강남경찰서에서 성매매업소 단속을 담당하던 2007~2008년 동료 경찰 A 씨를 통해 성매매업소 10곳으로부터 300만 원씩 12회에 걸쳐 3600만 원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박 씨가 사용하던 차명계좌에 2억3000여만 원이 입금된 사실 등을 근거로 들었지만 재판부는 이 증거만으론 박 씨가 금품을 정기적으로 상납 받은 근거로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이 씨가 평소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던 A 씨를 회유해 박 씨를 궁지에 몰아넣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이 씨가 자신을 수사한 박 씨를 회유하고 겁박하기 위해서 꾸민 일이라는 것이다. 재판부는 “당시 많은 경찰관이 이 씨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었다. A 씨가 불이익을 피하고자 박 씨에게 돈을 줬다고 허위로 진술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A 씨는 법정에서 ‘박 씨에게 뇌물을 공여한 사실이 없고, 내가 빠져나가기 위한 허위진술이었다’고 검찰에서의 진술을 뒤집기도 했다. 재판부는 또 “이 씨는 박 씨가 소속된 경찰 수사팀의 수사로 자신이 구속됐고 생각했다. 자신에게 유흥업소 권리금 명목으로 거액을 받아간 사람의 배후에 박 씨가 있었다고 생각해 박 씨를 상당히 원망하고 있었던 것으로 짐작 된다”고 밝혔다. 이 씨는 2010년 7월 성매매 알선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뒤 1심에서 징역 3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 받았다. 그러나 2심은 징역 3년·집행유예 5년을 선고해 석방됐고, 이후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됐다. 이 씨는 공범에게 위증을 시킨 혐의도 벌금 500만 원 형을 확정 받았다.이호재기자 hoho@donga.com}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창원지법 합의부에 환송한다.” 1일 오전 11시 33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 김명수 대법원장이 ‘여호와의 증인’ 신도 오승헌 씨(34)의 양심적 병역거부 사건을 무죄 취지로 파기 환송한다는 주문(主文)을 읽자 오 씨가 환하게 웃었다. 대법정을 나온 오 씨는 기자들과 만나 “앞으로 대체복무 도입 등이 남았는데, 이것이 병역기피의 수단으로 오·남용될 수 있다는 국민의 우려가 있는 것을 안다. 우려를 없앨 수 있도록 성실히 (대체)복무를 하겠다”고 말했다.○ “양심의 자유가 병역의 의무에 우선” 김 대법원장과 대법관 12명(안철상 법원행정처장 제외) 등 13명으로 구성된 전원합의체는 ‘9 대 4’의 다수 의견으로 “진정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는 병역법 제88조 제1항의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양심적 병역거부를 형사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앞서 2004년 7월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는 “처벌할 수 없다”는 소수 의견이 13명 중 1명뿐이었다. 14년이 지나 소수 의견이 다수로 역전된 것이다. 처벌할 수 없다는 다수 의견의 근거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뉘었다. 김 대법원장과 권순일 김재형 조재연 박정화 민유숙 김선수 노정희 대법관 등 8명은 “양심의 자유가 병역의 의무에 우선할 수 있다”고 봤다. ‘모든 국민은 양심의 자유를 가진다’는 헌법 제19조가 인간의 존엄성을 유지하는 기본조건이자 민주주의 존립의 불가결 전제로서 양심의 자유를 보장하므로 양심의 자유가 병역의 의무에 우선한다고 해석한 것이다. 또 양심의 자유는 외부로 표현하고 실현할 수 있는 자유에 해당한다고 봤다. 실현 과정에서 타인의 권리나 법질서와 충돌할 수 있지만 헌법적으로 침해할 수 없는 권리라는 것이다. 이는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자유를 내심(內心)에 한정한 2004년 7월 전원합의체 판결과 배치된다. 2004년 대법원이 ‘공동체와의 조화’를 우선했다면 2018년 대법원은 ‘개인의 내적 가치’에 더 큰 가치를 부여한 것이다. 반면 이동원 대법관은 “병역의 의무가 양심의 자유에 우선한다”면서도 대체복무제 도입을 예상하며 양심적 병역거부를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 대법관은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하는 병역거부자들에게 감당하기 어려운 부담을 지우는 것은 헌법상 기본권 제한”이라고 밝혔다.○ “‘진정한 양심’은 검사가 판단” 대법원은 다수 의견에서 양심적 병역거부 무죄의 조건을 ‘진정한 양심에 따른 거부’로 규정하고 진정한 양심은 전체 삶에 영향을 끼치고 좀처럼 바뀌지 않는 신념이라고 했다. 또 ‘진정한 양심’을 판단하는 기준을 제시했다. “양심적 병역거부를 주장하는 피고인이 소명자료를 제시하면 검사는 자료의 신빙성을 탄핵하는 방법으로 진정한 양심의 부(不)존재를 증명할 수 있다”는 게 다수 의견의 판단이다. 검사가 병역거부자의 가정환경, 성장과정, 학교생활, 사회경험 등 삶의 모습을 전반적으로 살핀 뒤 기소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소수 의견으로 ‘양심적 병역거부 유죄’ 판단을 한 김소영 조희대 박상옥 이기택 대법관은 “진정한 양심의 존재를 심사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다수 의견이 제시한 사정들은 형사소송법이 추구하는 실체적 진실 발견에 부합하는 기준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앞서 2002년 일선 지방법원 판사로서 ‘여호와의 증인’ 신도가 낸 위헌법률심판제청을 받아들여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를 수면 위로 끄집어냈던 박시환 전 대법관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너무 오래 걸렸다. 합리적, 인권적 측면에서 빨리 결정을 내렸어야 했는데 늦게나마 그런 길을 찾게 돼 다행”이라고 했다.이호재 hoho@donga.com·허동준 기자}
종교나 신념에 따라 군 복무를 거부하는 이른바 ‘양심적 병역거부’는 정당하므로 형사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첫 판결이 나왔다. 앞서 2004년 7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해 내린 유죄 확정 판결을 14년 4개월 만에 정반대로 뒤집은 것이다. 그동안 하급심인 지방법원이나 고등법원의 선고는 유무죄로 엇갈려 혼선을 빚어 왔다. 이에 따라 1949년 8월 병역법 시행 이후 69년 3개월 동안 2만여 명의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받아온 형사처벌은 중단됐다. 1일 대법원 전원합의체(재판장 김명수 대법원장)는 종교적인 이유로 현역병 입영을 거부한 혐의(병역법 위반)로 기소된 ‘여호와의 증인’ 신도 오승헌 씨(34) 사건 상고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창원지법 형사항소부에 돌려보냈다. 전원합의체의 김명수 대법원장과 대법관 12명 가운데 김 대법원장과 권순일 김재형 조재연 박정화 민유숙 김선수 노정희 이동원 대법관 등 9명은 양심적 병역거부가 무죄라고 판단했다. 이 대법관을 제외한 8명은 다수 의견에서 “양심적 병역거부를 병역 기피의 정당한 사유로 보지 않고 처벌하는 것은 헌법상 보장된 양심의 자유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라고 밝혔다. 이 대법관은 병역 의무가 양심의 자유에 우선한다면서도 대체복무제 도입을 예상하며 종교적 병역거부자에게 현역 입영을 강제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다수 의견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의 ‘양심’에 대해 “어떤 일의 옳고 그름을 판단할 때 그렇게 행동하지 않고서는 자신의 인격적 존재 가치가 파멸되고 말 것이라는 강력하고 진지한 마음의 소리”라고 정의했다. 이어 검사가 ‘진정한 양심’을 가려내야 한다고 밝혔다. 또 “대체복무제 도입 여부와 상관없이 정당한 사유가 인정된다면 양심적 병역거부를 처벌할 수 없다”며 “대체복무제는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였을 때 제기될 수 있는 병역 의무의 형평성 문제를 해소하는 방안”이라고 밝혔다. 헌법재판소는 올 6월 대체복무제를 병역의 종류로 규정하지 않은 병역법 5조 1항을 위헌으로 결정하고 국회에 2019년 12월 31일까지 대체복무제 입법안을 마련하도록 했다. 국방부는 다음 주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대체복무 방안을 담은 병역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할 계획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소수 의견을 낸 김소영 조희대 박상옥 이기택 대법관 등 4명은 “개인적 신념 등 주관적 사정은 병역거부의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양심적 병역거부를 유죄로 판단했다.김윤수 ys@donga.com·이호재 기자}

대법원 전원합의체(재판장 김명수 대법원장)는 1일 현역병 입영을 거부했다가 병역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여호와의 증인’ 신도 오모 씨(34)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하고, 사건을 파기 환송했다. 전원합의체 13명 중 다수의견을 낸 김 대법원장 등 9명은 병역법의 병역거부에 대한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이로써 종교나 신념에 따라 군 복무를 거부하는 이른바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2004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례가 14년 만에 유죄에서 무죄로 바뀌게 됐다. 전원합의체 다수의견은 “양심적 병역 거부자들을 일률적으로 강제하고 형사처벌로 제재하는 것은 소수자에 대한 관용이라는 자유민주주의 정신에 위배된다”면서 “병역법 88조 1항의 병역거부에 대한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다수의견에는 김 대법원장과 권순일 김재형 박정화 조재연 노정희 민유숙 김선수 이동원 대법관 등 9명이 참여했다. 반면 김소영 조희대 박상옥 이기택 대법관 등 4명은 반대의견을 냈다. 오 씨는 2013년 7월 육군 현역병으로 입영하라는 통지서를 받고도 입영일인 2013년 9월 24일부터 3일이 지나도록 입영하지 않은 혐의로 기소됐다. 1·2심은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가 처벌 예외사유인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2004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근거로 오 씨에게 징역 1년 6개월 선고했다. 대법원은 올해 6월 18일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가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는지에 대해 다시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했다. 이에 앞서 올해 6월 28일 헌법재판소는 병역의 종류를 규정한 병역법 5조 1항의 위헌 여부를 판단해 달라며 병역거부자들과 일선 법원이 낸 헌법소원과 위헌법률심판 제청 사건에서 재판관 6(헌법불합치) 대 3(각하)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법불합치는 법조항이 위헌이지만 즉각 무효화할 경우 일어날 수 있는 사회적 혼란을 감안해 특정 시점까지만 효력을 유지하는 결정이다. 헌재는 국회에 2019년 12월 31일까지 대체복무제 입법안을 마련하라고 명시했다.이호재기자 hoho@donga.com}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에게 일본 기업의 배상 책임이 있다는 역사적인 판결을 확정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심리 과정에서 국제 분쟁을 어느 정도 대비한 것으로 31일 알려졌다. 49쪽 분량의 전원합의체 판결문에는 일본 기업의 배상 책임을 처음 인정했던 2012년 5월 대법원 소부(小部) 판결문에는 언급되지 않았던 ‘정신적’ ‘위자료’라는 단어가 각각 11번, 32번 등장한다. 법조계에선 전원합의체가 일본과의 국제 소송전이 벌어졌을 때를 대비해 이 단어들을 포함시켰다는 분석이 나온다. 강제징용에 대한 직접적 피해뿐만 아니라 ‘정신적 피해에 대한 위자료’ 명목으로 일본 기업이 배상해야 한다는 논리를 펼쳐 일본 측 주장을 깨기 위한 포석이라는 것이다. 또 김명수 대법원장과 대법관 12명(안철상 법원행정처장 제외)으로 구성된 전원합의체는 상고심 선고에 앞서 재판연구관들이 작성한 해외 자료 관련 보고서를 검토하며 갑론을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고서에는 국가 간 외교 갈등, 국제 협정에 따른 개인의 청구권과 관련된 사례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재판장님.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우리의 소원을 들어주세요.” 31일 오후 2시 광주고법 민사2부(부장판사 최인규) 심리로 열린 항소심 1회 공판에서 김재림 할머니(89)가 휠체어에 앉아 울먹이며 말했다. 김 할머니는 1944년 “공부를 시켜주고 돈도 벌게 해주겠다”는 일제의 거짓말에 속아 일본 미쓰비시중공업에서 강제노역을 했다. 김 씨처럼 일제강점기 당시 13∼14세 소녀들이 1년여 동안 일제의 혹독한 노동과 폭행에 시달린 피해자를 근로정신대라고 한다. 근로정신대는 강제징용 사례 중 가장 심각한 인권침해가 자행됐던 사례로 꼽힌다. 김 할머니 등 4명이 참여한 소송은 미쓰비시중공업 측의 소송 지연으로 4년이 걸렸다. 이 사건은 2014년 2월 27일 처음 제기됐다. 시민단체에 따르면 미쓰비시중공업 측은 “소송 서류에 법원 주차장이 좁으니 가급적 버스를 타고 법정에 오라는 안내가 일본어로 번역되지 않았다 등의 황당한 핑계를 들어 재판을 지연시켰다”고 한다. 재판부는 당초 예정된 선고 기일을 2주 앞당겨 12월 5일 오후 2시 이 사건 항소심을 선고하기로 했다. 근로정신대 피해자들이 2012년부터 2015년까지 세 차례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 중에 아직 확정된 사건은 없다. 현재 국내 법원에 계류 중인 일본 기업 상대 소송은 14건이다. 양금덕 할머니(87) 등 5명이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낸 사건은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단을 앞두고 있다. 고(故) 박창환 할아버지의 장남 박재훈 씨 등 23명이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낸 사건은 대법원 소부(小部)에 계류 중이다. 이 사건들은 지난달 30일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취지대로 피해자들이 곧 승소할 것으로 보인다.광주=이형주 peneye09@donga.com / 이호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