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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38)가 21일(현지 시간) 첫딸을 낳았다. 현직 국가 정상이 재임 중 출산한 것은 1990년 37세였던 베나지르 부토 당시 파키스탄 총리가 둘째인 딸을 출산한 이후 28년 만이다. CNN 등에 따르면 아던 총리는 이날 오후 4시 45분경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몸무게 3.31kg인 건강한 아기를 낳게 돼 정말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여러분이 우리가 출산을 잘하길 빌어주고 친절을 베풀어줘 매우 감사하다”고 직접 출산 사실을 알렸다. 그러면서 “오클랜드시티병원의 훌륭한 팀 덕분에 우리 모두는 정말 잘 있다”며 아기와 자신 모두 건강하게 잘 있다고 밝혔다. 아던 총리는 사실혼 관계로 아이의 아빠인 방송인 클라크 게이퍼드 씨와 함께 신생아를 안고 있는 사진도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사진 속 아던 총리는 얼굴에 부기 없이 환한 표정이다. 아던 총리는 출산과 함께 6주간 출산 휴가에 들어갔다. 그동안 총리직은 윈스턴 피터스 부총리 겸 외교장관이 맡는다. 지난해 10월 총리로 선출된 그는 올해 1월 인스타그램을 통해 자신의 임신 소식을 전했다. 당초 출산 예정일은 17일이었으나 4일 뒤 세상에 나왔다. 그는 자택에서 진통이 시작되자 게이퍼드 씨가 운전하는 개인 차를 타고 오클랜드시티병원으로 이동했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독일에 대한 해외 투자가 줄고 있어 큰 걱정입니다.” 유럽의 ‘경제 우등생’ 독일도 미래 경제를 심각하게 고민하면서 해법을 마련하고 있었다. 경제연구소 ‘DIW 베를린’의 마르첼 프라처 회장(사진)은 지난달 28일 베를린의 사무실에서 기자와 만나 독일 경제의 고민을 이같이 소개했다. 그는 “오늘의 투자는 내일의 국가 생산력을 뜻하는데, 투자가 줄고 있으니 독일 경제의 경쟁력이 떨어질까 우려스럽다”고 덧붙였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독일에 대한 외국인직접투자 유입액은 2006년 약 874억 달러(약 97조 원)에서 2016년 약 581억 달러로 감소했다. 이에 대해 프라처 회장이 제시한 해법은 외국 스타트업을 적극 유치하는 것이다. 그는 “현재 베를린시가 스타트업 유치에 매우 공을 들이고 있다. 기존 산업의 디지털화에 투자를 많이 하는 이유도 이 분야 스타트업과 협업을 많이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프라처 회장은 기존 제조업에 디지털 기술을 결합하는 독일 정부의 ‘인더스트리 4.0’ 정책을 소개하며 “우리는 기존 제조업에 너무 치중하고 있는데 앞으로 자동화 기술 등 소프트웨어가 중시될 것이기 때문에 지금처럼 제조업에만 치중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독일은 ‘제조업 강국’으로 꼽히지만 정작 그는 제조업에 치중된 경제 구조를 독일의 리스크로 보고 있는 셈이다. 그는 “스타트업 육성을 통해 정보통신기술(ICT)이 미래 독일 경제를 강하게 만들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프라처 회장은 해외로부터의 투자를 늘리는 또 다른 해법으로 “규제를 개선하고 산업경쟁력을 강화하는 정책을 보완하면서 조세 인센티브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특히 법조계, 약사계로 대표되는 서비스업에서 더욱 적극적으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독일 경제의 또 다른 고민은 인구 고령화다. 프라처 회장은 “앞으로 2, 3년간 근로자 수가 줄기 시작해 우리가 사회보장연금 재원을 마련하기 어려워진다”며 “인구 감소 문제를 해결하려면 새로운 이민정책을 마련해 숙련된 인재일 경우 유럽연합(EU) 회원국 국민이 아닌 사람들도 쉽게 이민을 올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고 말했다.베를린=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유럽에서는 4차 산업혁명 전환기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계기로 경제 강국을 차지하려는 ‘창업 대전(大戰)’이 한창이다. 18세기 중반 산업혁명 초기 영국에 뒤졌던 독일과 프랑스는 이번엔 밀릴 수 없다는 듯 주력 신산업을 앞세운 창업단지를 키우고 해외 스타트업을 끌어들이고 있다. 특히 독일의 창업 붐이 두드러진다. 독일 외교부 협력 포털 도이치랜드에 따르면 2017년 상반기(1~6월) 베를린의 스타트업들이 유치한 투자금은 15억 유로(약 1조9300억 원)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77%나 증가했다. 이로써 베를린은 파리를 제치고 런던에 이어 유럽 제2의 스타트업 도시로 부상했다. 독일의 디지털화 수준이 비교적 낮은 편임을 고려하면 놀랍다는 평가가 나온다. 프랑스는 최근 독일에 비해 저조했던 경제를 부활시키려 창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미래 광(光)산업은 독일이 선점” 지난달 29일 독일 베를린 외곽의 과학기술단지 아들러스호프. 1990년 독일 통일 뒤 동독 연구자들과 서독 자본가들이 신산업을 일으켜 통일 독일 경제에 동력을 보탰던 이곳은 이제 미래 산업의 요람이 됐다. 이곳의 특징은 독일 통일 초기 시절부터 입주한 탄탄한 중견기업과 이제 막 사업을 시작한 신생기업들이 뒤섞여 사업 시너지를 낸다는 점이다. 단지에서 만난 기업가들은 “한국이나 중국은 반도체에 강하지만 우리는 광(光)산업의 강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술단지 중앙에 자리 잡은 중견기업 ‘LLA 인스트루먼츠’ 실험실에선 약 2m 길이의 컨베이어벨트 기기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돌아가고 있었다. 기계 윗부분에서 밝은 빛이 나와 벨트 중앙을 비추고 있었다. 한 직원이 각종 재활용 쓰레기를 벨트 위에 놓자 벨트 끝까지 흘러간 쓰레기 중 빈 플라스틱만 튕겨 나가 박스에 담기고 나머지 쓰레기는 아래로 떨어졌다. 플라스틱을 자동으로 분류하는 빛의 기술이다. 기계에서 나오는 빛이 플라스틱 표면에 반사돼 플라스틱 고윳값을 기기에 보내면 기기가 벨트의 속도를 늦춰 플라스틱 병이 자연스럽게 튕겨 나가게 만든다. 이 회사의 리잔 지몬 매니저는 “재활용 분야에서 우리 같은 기술을 보유한 기업은 유럽에 4곳밖에 없다. 쓰레기 분류 사업비용의 약 40%를 이런 기계 구입비용이 차지할 정도이기 때문에 재활용 시장에서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1993년 설립된 이 기업은 당초 레이저 장비를 생산하다 미래 수익성이 불확실해지자 최근 아들러스호프 연구진과 협업해 이런 신기술을 개발했다. 이 연구단지에서 만난 신생기업 ‘시코야’도 광산업에 쓰이는 칩을 설계하는 회사다. 지난해 1월 이 단지에 입주한 시코야는 급성장해 사무실을 기존의 2배로 늘리는 공사가 한창이었다. 대학 동료를 중심으로 5명이 세운 이 기업 직원은 현재 40여 명. 한조 리 시코야 공동 설립자는 “우리가 보유한 빛을 데이터로 바꾸는 칩 설계 기술은 세계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정보기술(IT) 산업의 발달로 데이터 사용이 늘어날수록 효율적이고 경제적으로 데이터를 전송하는 우리 칩에 대한 수요가 늘 수밖에 없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 대기업을 스타트업으로 변신시키는 프랑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개혁 바람이 한창인 프랑스는 ‘창업 국가’를 자처하며 대기업까지 스타트업 체질로 바꾸려고 독려 중이다. 기존 산업 구조로는 산업 경쟁력을 키우는 데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1일 파리의 민간 창업 플랫폼 ‘스쿨랩’에는 우정국 ‘라포스트’, 금융사 ‘BNP파리바’ 등 대기업들이 스타트업들과 뒤섞여 있었다. 3층에 위치한 ‘라포스트’의 ‘팝랩’은 관성에 길들여진 대기업 문화를 바꾸기 위한 혁신 조직이다. 다비드 랑크리 스쿨랩 매니저는 “우체국 사업이 사양 산업이 되자 ‘라포스트’가 새로운 산업을 키우기 위해 일종의 사내 스타트업을 만들어 창업가들이 많은 스쿨랩에 입주시켰다. 젊은 감각과 도전적인 분위기에서 일해야 혁신이 나온다고 믿기 때문”이라고 소개했다. 이곳에선 심사를 통해 입주한 청년들이 간단한 사업 아이디어만 갖고 있어도 대기업 관계자들과 자유롭게 의논할 수 있다. 스쿨랩에 입주한 패션 스타트업 르스틸리스트의 사무엘 사도앵 최고경영자(CEO)는 “대기업과 협업하는 워크숍이 마련돼 함께 작업하며 경영 노하우를 묻고 네트워크를 형성한다”고 전했다. 프랑스의 스타트업은 낙후된 구도심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었다. 이날 창업 플랫폼 ‘르카르고’가 들어선 파리 외곽의 막도날드가 주변엔 마침 경찰들이 노숙하던 빈곤층 이민자들을 퇴거시킨 뒤 감독하고 있었다. 빈곤층이 장기 노숙을 할 정도로 노후했던 이 지역에 창업 시설이 들어서고 트램 철로가 들어오자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르카르고를 관리하는 파리앤코의 멜라니 놀로 매니저는 “르카르고는 도시재생 사업으로 구도심에 활력을 주기 위해 못 쓰게 된 공장을 개조한 시설이다. 국내외 스타트업들이 입주하면서 주변에 식당이 많이 들어서고 주택 가격도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 마르셀 프라처 회장 “제조업 강국 독일도 디지털 전화 총력” ▼“독일에 대한 해외 투자가 줄고 있어 큰 걱정입니다.” 유럽의 ‘경제 우등생’ 독일도 미래 경제를 심각하게 고민하면서 해법을 마련하고 있었다. 경제연구소 ‘DIW 베를린’의 마르첼 프라처 회장은 지난달 28일 베를린의 사무실에서 기자와 만나 독일 경제의 고민을 이같이 소개했다. 그는 “오늘의 투자는 내일의 국가 생산력을 뜻하는데, 투자가 줄고 있으니 독일 경제의 경쟁력이 떨어질까 우려스럽다”고 덧붙였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독일에 대한 외국인 직접투자 유입액은 2006년 약 874억 달러(약 97조 원)에서 2016년 약 581억 달러로 감소했다. 이에 대해 프라처 회장이 제시한 해법은 외국 스타트업을 적극 유치하는 것이다. 그는 “현재 베를린시가 스타트업 유치에 매우 공을 들이고 있다. 기존 산업의 디지털화에 투자를 많이 하는 이유도 이 분야 스타트업과 협업을 많이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프라처 회장은 기존 제조업에 디지털 기술을 결합하는 독일 정부의 ‘인더스트리 4.0’ 정책을 소개하며 “우리는 기존 제조업에 너무 치중하고 있는데 앞으로 자동화 기술 등 소프트웨어가 중시될 것이기 때문에 지금처럼 제조업에만 치중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독일은 ‘제조업 강국’으로 꼽히지만 정작 그는 제조업에 치중된 경제 구조를 독일의 리스크로 보고 있는 셈이다. 그는 “스타트업 육성을 통해 정보통신기술(ICT)이 미래 독일 경제를 강하게 만들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프라처 회장은 해외로부터의 투자를 늘리는 또 다른 해법으로 “규제를 개선하고 산업경쟁력을 강화하는 정책을 보완하면서 조세 인센티브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특히 법조계, 약사계로 대표되는 서비스업에서 더욱 적극적으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독일 경제의 또 다른 고민은 인구 고령화다. 프라처 회장은 “앞으로 2, 3년간 근로자 수가 줄기 시작해 우리가 사회보장연금 재원을 마련하기 어려워진다”며 “인구 감소 문제를 해결하려면 새로운 이민정책을 마련해 숙련된 인재일 경우 유럽연합(EU) 회원국 국민이 아닌 사람들도 쉽게 이민을 올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고 말했다.베를린·파리=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자, 터빈에 볼트를 제대로 끼워 봅시다.” 얼굴에 대형 고글을 낀 한 남성이 한 손으로 TV 리모컨 크기의 전자기기를 허공에 움직이며 직원들에게 말했다. 강의실에는 터빈도, 볼트도 없었다. 그 대신 강사가 기기 버튼을 눌러 ‘클릭’ 소리를 낼 때마다 강의실 앞쪽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에 가상 이미지로 나타난 터빈과 볼트가 움직였다. 마치 강사가 화면 속에서 투명인간이 돼 볼트를 조이고 있는 듯 보였다. 지난달 28일(현지 시간) 독일 베를린 도심에서 11km가량 떨어진 지멘스타운. 이 기업도시 중앙에 자리한 ‘지멘스 트레이닝 센터’는 170년 역사의 글로벌 발전설비기업 지멘스의 경쟁력이 잉태되는 곳이다. 센터만 보면 제조기업이 아닌 정보통신기술(ICT) 기업 같다. 전통 제조기업 지멘스는 지난해 낡은 공장에 디지털 기기를 들여와 ‘디지털 트레이닝 센터’를 신설하고 가상현실(VR) 기술로 고유 기술을 전파하고 있다. 미하엘 하인즈 재정담당 이사는 “VR를 이용하면 직원들에게 기술을 더 흥미롭고 쉽게 가르칠 수 있다. 해외 지사의 직원들은 본사로 출장 오지 않고도 원격으로 교육받을 수 있어 비용이 절감된다”고 말했다. 이 센터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녀 이방카 백악관 보좌관이 직업교육 제도에 참고하기 위해 방문했던 곳이기도 하다. 지멘스는 이런 센터를 세계 20개국에 열고 ‘지멘스 기술 DNA’를 전파하고 있다.○ 독일 제조업의 힘은 대학과 기업 간 ‘낮은 울타리’ 트레이닝 센터는 공대로 착각될 정도로 학생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대학에서 이론을 배우는 동시에 기업에서 실습하는 독일의 일·학습 병행제도 덕분이다. 주로 고교생이 참여했던 이 제도는 최근 대학가에서도 인기가 많다. 대학생들은 재학 중 희망하는 기업에 지원해 온라인 테스트, 면접 등을 거쳐 인턴으로 선발된다. 학생들은 미리 기업이 원하는 기술을 익혀 ‘취업준비생’ 기간을 단축시키고, 기업은 우수 인재를 일찍이 영입하고 있다. 센터 근처 베를린 보이트 기술대에 다니는 막시밀리안 티스 씨는 “교육을 받으며 진로가 뚜렷해지고 현장을 잘 알게 되니 학교 수업에 더욱 집중하게 됐다”고 말했다. 지멘스는 주변 대학과 협력해 기술을 더욱 발전시키고 있다. 이 센터에서 교육받은 한 학생은 최근 가스터빈을 운반하는 로봇을 처음으로 발명했다. 당시 준비하던 논문 주제를 산업 현장에서 실험해 살아있는 직무교육의 결실을 맺은 셈이다. 크리스티안 다처 커뮤니케이션 총괄은 “베를린에 있는 대학을 비롯해 크고 작은 교육기관 8곳과 협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프랑스 경제연구소 렉세코드의 미셸 디디에 회장은 저서 ‘프랑스와 독일의 경쟁력 격차’에서 독일의 비결로 이러한 산학협력을 꼽았다. “프랑스의 아카데미 교육도 독일에 뒤떨어지지는 않지만 프랑스의 과학자나 연구자들은 생산 공정에는 무관심해서 연구개발(R&D)의 성과를 산업 과정에 통합시키는 능력이 떨어진다”는 설명이다. 반면 독일은 산업 생산지와 교육 중심지가 가까워 산학협력이 자연스럽다. 디디에 회장은 “프랑스는 ‘(실무 엔지니어가 아닌) 이론적인 엔지니어가 되라’고 가르치는 편이고, 그래서 공학 분야 그랑제콜 학생들도 금융 및 서비스 분야를 선호한다. 하지만 독일 공학도들은 산업 분야에서 일하는 것을 자랑스러워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경영 악재를 뛰어넘는 ‘품질 경쟁력’ 실용적인 직무교육과 산학협력으로 다져진 독일 제조업은 해외 시장에서 경영 악재도 뛰어넘는다.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 에펠탑이 한눈에 보이는 번화가 ‘아브뉘 드 쉬프랑’에 들어선 독일차 폴크스바겐 전시장. 평일 근무시간에도 쇼룸, 수리센터, 중고차 매장 등을 갖춘 6층 건물에 다양한 연령대의 고객들이 수시로 드나들었다. 폴크스바겐 차를 4번째 구입하려고 이곳을 찾았다는 크리스틴 루비옹 씨는 “프랑스인들은 자국 브랜드에 대한 애착이 강한데 젊은층은 수입 브랜드를 많이 선호한다”고 전했다. 사실 폴크스바겐은 2015년 배기가스 배출량을 조작해 소비자의 불만을 산 ‘디젤 스캔들’로 홍역을 치렀다. 당시 ‘기술의 독일차’란 신뢰가 무너졌다는 평가가 많았다. 하지만 폴크스바겐그룹은 깐깐한 소비자가 많기로 유명한 프랑스 자동차 시장에서 올해 1분기(1∼3월) 6만2821대를 팔아 수입차 시장 1위를 차지했다. 이 딜러숍의 쥘리앵 니콜 지점장은 “20여 년 전 우리 모델을 샀던 고객을 찾아가 당시 추억 속 차를 재단장해 선물하는 마케팅을 펼쳐 긴 세월 동안 품질로 신뢰를 받았던 우리 브랜드의 기억을 고객들에게 되살려주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어 “‘독일차는 품질’이란 오랜 인식이 위기 극복에 큰 도움이 됐다”고 강조했다.베를린·파리=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이 기획시리즈는 삼성언론재단 취재지원 사업 선정작입니다.}

프랑스는 이웃 나라 독일과의 경제력 격차가 벌어지자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개혁은 그 불안감에 기초한다. 2007년부터 10년 넘게 ‘프랑스와 독일의 역전’을 연구한 프랑스 경제연구소 렉세코드의 미셸 디디에 회장(78)을 지난달 31일 파리 사무실에서 만났다. 그는 2007년 니콜라 사르코지 당시 대통령의 지시로 프랑스 경제가 왜 경쟁력을 상실하게 됐는지 분석했고 2011년 ‘프랑스와 독일의 경쟁력 격차’란 책을 내 화제가 됐다. ―프랑스와 독일의 경쟁력은 왜 차이가 났을까. “본질적으로 근로기준법에 큰 차이가 있었다. 프랑스는 2000년대 주당 근로시간을 35시간으로 줄였다. 독일은 임금 상승을 억제하면서 근로조건의 유연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바꿨다. 완전히 방향이 달랐다. 또 1999년 유로화가 출범됐다. 그 전에는 프랑화의 통화가치가 평가절하돼 프랑스는 무역조건을 개선할 수 있었으나 유로화 통합으로 통화가 같아지니 생산비가 늘어 경쟁력 하락이 두드러져 보이게 됐다. 프랑스는 아직도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 ―저서에서 독일경제의 경쟁력은 연구개발 투자, 산학연의 활발한 협력이라고 언급했다. “프랑스도 연구개발은 하지만 이는 연구를 위한 연구다. (독일처럼) 생산을 위한 연구가 프랑스에는 없다. 중요한 건 생산비가 변하고 있다는 점이다. 독일은 생산비가 높은 나라다. 그런데 추세적으로 생산비 중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독일에서 내려가고 있다. 하지만 프랑스에선 주당 근로시간이 35시간으로 바뀌며 상대적으로 인건비가 비싸졌다.” ―노동시장의 경직성으로 인한 문제는 뭐고, 어떻게 풀어야 하나. “마뉘엘 발스 전 총리(2014∼2016년 재임)가 전문가들을 모아 어떻게 유연성을 높일까 연구했다. 이들은 회사 내부에서 (근로 여건을) 더 협의할 필요가 있다는 결론을 냈다. 법에 최저임금과 시간외수당의 가산금 비율이 지정된 상태에서 아무리 노조, 기업이 협의해 임금을 내리는 결정을 해도 법에 저촉될 수밖에 없었다. 또 사람들을 해고하기가 어려웠다. 그런데 이제 각사 이해관계자가 협의해 규정을 바꾸면 해고가 간편해진다. 이런 변화는 혁명적 수준은 아니다.” ―주당 35시간 근무 규정이 어떻게 생겨났나. “1995년 자크 시라크 대통령 때 알랭 쥐페 총리가 경제개혁을 하려 했더니 노조가 파업으로 난리를 쳤다. 대통령은 국회를 해산시켰다. 총선에서 좌파 사회당은 ‘35시간 일하자’는 슬로건을 내놨다. 같은 월급을 받으며 적게 일하는 정책으로 사회당이 1997년 총선에서 승리했다. 좌파 국회는 큰 콘퍼런스를 열어 회사들을 모았다. 리오넬 조스팽 당시 총리는 이 자리에서 ‘이제 35시간만 일하고 월급은 기존과 같게 준다’는 식으로 선언했다. 조합원들은 물론 좋다고 했고 회사 측은 다 나가 버렸다.” ―한국 정부는 근로 최장시간을 52시간으로 줄이려 한다. 그런데 유연성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신생 기업들이 있다. “시간뿐 아니라 월급 휴가 등도 유연성을 높여야 한다. 조세도 물론이다. 과거에는 스타트업을 세운 뒤 팔 때 매도가와 당초 가격의 차액 중 60%를 조세로 냈다. 이렇게 하면 누가 스타트업을 프랑스에서 세우겠나. 그래서 마크롱 대통령이 이 조세 비율을 30%로 내렸다. (마크롱 대통령의 노동개혁으로) 이제 해고가 쉬워졌고 근무 시간이 유연하게 조정된다. 이해관계자들이 모여 만든 합의 안에서 조정할 수 있게 됐다.” ―저서에서 독일 제조업의 강점을 설명했다. “독일은 제조업에 큰 중점을 두고 있기 때문에 제조업이 발전했다. 프랑스는 산업 사양화로 인한 지역불균형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지방에서 제조 기반이 없어지니 사람들은 금융업, 스타트업 등 일자리가 있는 대도시로 이동한다. 사회가 골고루 발전하지 않으니 지방이 비어가고 있다. 지역 기반 제조업이 생겨야 한다.” ―요즘 프랑스 경제의 고민은 무엇인가. “이민 문제가 굉장히 중요한 경제 문제가 됐다. 이민자가 있는 것 자체는 나쁘지 않으나 보수적인 이들은 이민 유입을 꺼린다. 이민자들이 프랑스 제조업 종사자들의 경쟁자가 되기 때문이다. 이민자가 오면 바로 일할 수 없으니 교육시키는 데 돈이 든다. 이민자들이 살 곳도 마련해줘야 한다. 보안에도 돈이 든다. 단기적으로는 문제인데 장기적으로는 경제에 기여할 것이다.”:: 미셸 디디에 렉세코드 회장 ::△1962년 프랑스 에콜 폴리테크닉 졸업△1965년 국립통계경제대학원(ENSAE) 졸업△1990∼2008년 렉세코드 소장△1997∼2012년 총리 산하 경제분석위원회위원△2011년 제릴리-마리모상 정신과학·정치학 아카데미 부문 수상△2008년∼현재 렉세코드 회장△2015년∼현재 단체협약 위원회 위원파리=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 이 기획시리즈는 삼성언론재단 취재지원 사업 선정작입니다.}
싱가포르가 역사적인 북-미 정상회담(12일)에 쏟은 비용의 38배가 넘는 막대한 홍보 효과를 누린 것으로 조사됐다. 글로벌 미디어 정보 분석기업 멜트워터는 14일 싱가포르가 지난달 북-미 회담 장소로 결정되고 회담을 준비하며 언론에 노출된 효과 등을 모두 고려하면 그 값어치가 7억6700만 싱가포르달러(약 6216억 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싱가포르가 부담한 북한 대표단의 숙박비, 경호 비용 등 개최비 총 2000만 싱가포르달러(약 162억 원)의 38.4배다. 멜트워터는 “세계 매체들이 온라인에서 싱가포르와 관련된 내용을 언급한 건수와 한 사람이 기사 한 건을 읽을 때의 경제 효과 등을 산출하는 광고업계 공식을 참고로 이렇게 분석했다”고 밝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싱가포르에 머문 2박 3일(10∼12일)간의 홍보 효과만도 최소 2억7000만 싱가포르달러(약 2188억 원)로 추산된다. 북-미 정상이 머문 싱가포르 호텔들이 가장 큰 광고 효과를 얻었다. 12일 하루 동안 회담 관련 온라인 보도의 절반 이상인 2만여 개 기사에서 회담장 ‘카펠라 호텔’이 언급됐다. 두 정상의 숙소였던 ‘샹그릴라 호텔’과 ‘세인트레지스 호텔’도 같은 날 온라인 기사의 5분의 1가량에서 각각 등장했다.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인종차별을 ‘백인의 질병’이라고 공개 비판해 인도주의자로 알려졌던 천재 물리학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1879∼1955·사진)이 정작 자신의 일기에서는 중국인 일본인 등 동양인을 비하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12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가디언은 미국 프린스턴대가 최근 출간한 아인슈타인의 1922∼1923년 일기를 분석해 이렇게 밝혔다. 아인슈타인은 당시 중국, 일본, 스리랑카 등을 여행하며 느낀 생각을 가감 없이 일기에 남겼다. 아인슈타인의 일기가 단독 서적으로 나온 것은 처음이다. 일기에는 중국인들을 비하하는 내용이 두드러진다. 아인슈타인은 중국인들에 대해 “근면하지만 더럽고 우둔하다”며 “중국 어린이들조차 생기가 없고 둔해 보인다”고 적었다. 또 “중국인들은 의자에 앉아 식사하지 않고, 숲에서 용변을 보듯이 쭈그리고 앉아 밥을 먹는다”고 적었다. 그는 “나는 중국인 남자와 여자의 차이를 거의 모르겠다”고 하거나 “중국 여성에게 도대체 무슨 치명적인 매력이 있어서 아이들을 많이 낳는지 모르겠다”고도 했다. 반면 아인슈타인은 일본인에 대해서는 비판 수위를 낮췄다. 그는 일본인을 “겸손하고 품위 있으며 매우 매력적”이라고 밝혔다. 근대 서양 문물을 비교적 적극 수용한 일본인에게 우호적인 감정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나라의 지적 욕구는 예술적 욕구에 비해서는 약한 것 같다. 타고난 기질인가”라고 자문하며 은근히 무시하는 태도를 보였다. 아인슈타인은 스리랑카 여행 중 현지인에 대해 “거대한 쓰레기 속에서 살아간다. 적게 일하고 적게 필요로 하는 것이 단순한 삶의 경제적 사이클”이라고 묘사했다. 유대인인 아인슈타인은 1933년 모국 독일에서 아돌프 히틀러와 나치당이 부상하자 미국으로 이민 갔다. 그 후 나치의 인종차별주의 등을 공개적으로 강하게 비판해 ‘인도주의의 아이콘’으로 평가됐다. 그는 1946년 미 펜실베이니아 링컨대에서의 연설에서 “인종차별은 백인의 질병이다”라고 발언해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또 “나 자신이 유대인이기 때문에 흑인들이 차별 때문에 희생당하며 어떻게 느낄지를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히기도 했다. 아인슈타인 일기 출판 작업을 맡은 지브 로렌크란츠 미 캘리포니아공대 교수는 “아인슈타인의 일기 중 상당한 내용이 불쾌했다. 특히 중국 관련 내용이 그랬다. 이는 위대한 인도주의자로 비쳤던 그의 이미지와 상반된다”고 비판했다. 가디언도 사설에서 “아인슈타인은 공감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과학자였다”고 비판했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청나라 건륭제(乾隆帝·재위 1735∼1795년) 때 제작된 도자기 화병(사진)이 다락방에 수십 년간 방치되다 12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소더비 경매에서 1620만 유로(약 206억300만 원)에 낙찰됐다. 예상 낙찰가 50만 유로(약 6억4000만 원)의 30배가 넘는 값에 팔린 것이다. 영국 BBC에 따르면 화병 낙찰가는 프랑스 지역 소더비에서 경매된 단일 품목 중 최고가였다. 소더비는 낙찰자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으나 아시아계가 화병을 손에 넣은 것으로 알려졌다. 화병은 청나라 도자기 중 보기 드물게 보존이 잘된 작품으로 평가됐다. 18세기 건륭제를 위해 특별 공방에서 제작됐다. 화병 주인의 조부모는 오래전 친척에게서 이 화병을 받았는데 가족 누구도 화병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다. 결국 조부모는 화병을 빈 구두 상자에 담아 파리의 자택 다락방에 보관해 왔다. 그 뒤 후손이 화병을 희귀한 물건일 것으로 여기고 올 3월 소더비에 내놓게 된 것이다. 소더비의 아시아 미술 전문가 올리비에 발미에 씨는 BBC에 “가족 중 한 분이 신문에 싸인 화병을 구두 상자에 넣은 채 기차와 지하철을 타고 우리 사무실로 찾아왔다. 상자를 열어 화병을 보고 너무 아름다워 감동을 받았다”고 전했다. 화병은 30cm 길이로 아랫부분이 볼록한 전구 형태다. 표면은 초록, 파랑, 노랑, 보라 등으로 색칠돼 있다. 숲속의 사슴, 새 등 동물들이 그려져 있다. 화병에는 건륭제 시대 작품임을 증명하는 특징적 표시가 있다.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한미 연합 군사훈련 전격 중단 발표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요청을 수용한 데 따른 것이라고 북한이 13일 밝혔다. 싱가포르 공동성명에 포함되지 않은 한미 연합 군사훈련 중단이 북-미 정상 간 합의에 따른 것이라는 점을 못 박은 것.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전날인 11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훈련 중단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연합훈련 중단을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내놔 한동안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쌍중단 요구 수용한 트럼프 북한 노동신문은 이날 북-미 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이 “상대방을 자극하고 적대시하는 군사행동들을 중지하는 용단부터 내려야 한다”며 한미 연합훈련 중단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이어 “미합중국 대통령은 조-미 사이에 선의의 대화가 진행되는 동안 조선 측이 도발로 간주하는 합동군사연습을 중지하는 의향을 표명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연합훈련 중단 발표가 북-미 정상 간 약속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 트럼프 대통령도 12일(현지 시간)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북한과 선의로 협상을 진행하는 한 한미 연합훈련을 하지 않겠다”며 훈련 중단을 재차 확인했다. 심지어 표현도 노동신문 보도와 비슷했다. 북한이 김정은의 연합훈련 중단 요구를 트럼프 대통령이 수용한 사실을 밝힌 것은 북한이 요구해 왔던 ‘쌍중단(핵·미사일 도발과 한미 연합훈련 동시 중단)’을 미국이 받아들였다는 점을 부각하려는 것이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연합훈련 중단의 전제조건이 ‘선의(good faith)’의 협상임을 강조했다. 연합훈련 중단을 양보하는 대신 북한의 비핵화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상회담에서 김정은이 핵무기 자진 신고와 핵무기 반출 준비 등 한미 연합훈련 중단에 대응하는 후속 조치를 구두로 약속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13일(현지 시간) 미국에 도착한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막 귀국했다”면서 “더 이상 북한으로부터의 핵 위협은 없다. 김정은과의 만남은 흥미로웠고 매우 긍정적인 경험이었다”고 적었다.○ 북-미 빅딜로 한국 안보 패싱 우려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을 갖기 전 이미 연합훈련 중단 카드를 검토하고 이를 한국과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 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 직전 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북한의 한미 연합훈련 중단 요구에 대해 상의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진지한 대화가 진행되는 기간에는 대화를 더욱 원활히 진전시킬 여러 가지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며 사실상 연합훈련 중단 수용 입장을 밝혔다. 8월로 예정된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 등이 당장 중단되거나 예년에 비해 크게 축소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연합훈련 중단 이유로 훈련 비용을 내세운 데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연합훈련을 ‘값비싼 워게임(War-game)’으로 규정하면서 북-미 간 이해가 맞아떨어지기만 하면 핵우산이나 주한미군 등을 놓고서도 ‘빅딜’이 가능하다는 잘못된 신호를 줬다는 지적이다. 미국 조야에서도 연합훈련 중단에 대한 우려가 쏟아졌다. 알렉산더 버시바우 전 주한 미국대사는 “북한으로부터 반대급부로 아무것도 얻지 못하고 중대한 양보를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보니 글레이저 선임연구원은 “중국이 요구한 쌍중단에 동의하는 모양새가 됐다. 결과적으로 중국이 승리했다”고 평가했다. 일본 역시 한미 연합훈련 중단이 미일 안보협력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오노데라 이쓰노리(小野寺五典) 일본 방위상은 “한미 연합훈련과 주한미군은 동아시아 안전 보장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며 “적어도 아직 동아시아에는 갖가지 불안정 요소가 있다”고 말했다.싱가포르=문병기 weappon@donga.com / 조은아 기자}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인처럼 자란 나이지리아계 청년에게 법적으로 미등록(불법체류) 신분이라는 이유로 추방을 명령했던 정부가 법원의 추방 취소 판결에 대한 항소를 포기했다. 미등록자란 이유로 아동에게조차 엄격한 법의 잣대를 적용했던 정부가 인도적 가치를 고려해 법원의 판단을 받아들인 것이다. 이를 계기로 추방의 두려움을 안고 국내에 숨어 사는 이른바 ‘그림자 아이들’에 대한 구제 방안이 마련될지 기대된다. 법무부는 지난해 4월 출입국관리법에 따라 강제퇴거 및 구금을 명령했던 미등록 청소년 페버 씨(19) 사건에 대해 항소를 하지 않기로 결정해 페버 씨에 대한 추방 취소가 확정됐다고 11일 밝혔다. 페버 씨는 추방의 우려 없이 한국에 살게 됐다. 법무부는 페버 씨에게 어떤 체류자격을 부여할지 검토 중이다. 법무부는 항소 포기 사유 중 하나로 “한국 사회 구성원으로서 충분히 역할을 할 수 있게 성장한 아이를 사회에 보탬이 되도록 하는 접근이 필요하다는 법원의 판단을 경청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이러한 정부의 결정으로 성실하게 성장해온 미등록 아동들이 한국 사회 구성원으로 인정받는 사례가 늘 것으로 기대했다. 그간 정부는 아이들이 ‘미등록’ 신분인 이유가 부모의 불법체류여도 추방을 명령했다. 법률사무소 메리츠의 김봉직 변호사는 “법무부가 법을 일률적으로 적용하던 관행에서 벗어나 당사자의 개인적 사정과 인권을 고려해 판단했다. 아동이 스스로 한국에서 형성한 정체성, 교육의 가치 등을 인정한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페버 씨는 어릴 적 아버지가 비자를 연장받지 못해 추방당하자 어머니, 4남매와 함께 불법 체류자 신세가 됐다.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없어 가정 형편이 넉넉지 않았지만 수돗물로 배를 채우며 초중고교를 졸업했다. 이에 대해 법무부는 “페버 씨는 초등학교 때 장학생으로 선정되고 중학교 때 표창장을 받은 데 이어 고교 재학 중 3개의 국가기술자격증을 취득할 정도로 매우 성실하게 살아왔다”고 평가했다. 추방을 면한 페버 씨는 아직 적절한 체류자격을 주는 비자를 받지 못해 기부금에 의지해 가족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미국의 스타 셰프 앤서니 보데인이 8일(현지 시간)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고 CNN이 이날 보도했다. 향년 62세. 보데인은 2016년 5월 당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베트남을 방문했을 때 하노이의 한 서민식당에서 소박한 식사를 하는 모습이 알려지면서 화제를 모았던 인물이다. CNN에 따르면 이날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서 CNN 요리 프로그램 ‘파츠 언논(Parts Unknown)’ 촬영에 참여 중이던 보데인은 한 호텔 방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진 채 동료 셰프에게 발견됐다. 뉴욕 출신인 보데인은 대학을 중퇴한 뒤 조리전문학교 ‘미국요리기관(CIA)’을 졸업했다. 2000년 세계 12개국에 출간된 ‘셰프’(Kitchen Confidential: Adventures in the Culinary Underbelly)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뒤 작가 겸 방송인으로 활동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그의 죽음에 대해 “그는 상당한 기인이었는데 슬프다. 조의를 표한다”고 답했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6·25전쟁 종군 사진작가였던 미국 출신 데이비드 더글러스 덩컨(사진)이 7일(현지 시간) 프랑스에서 사망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이날 보도했다. 향년 102세. 1916년 미국 미주리주 캔자스시티에서 태어난 덩컨은 애리조나대에서 고고학을 공부하던 중 멕시코와 중앙아메리카를 탐험하기 위해 중퇴했다. 그는 제2차 세계대전 때 종군 작가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미군이 태평양에서 일본군을 격퇴하며 오키나와로 진출하는 모습을 사진으로 남겼다. 세계대전이 끝난 뒤 사진 잡지 ‘라이프’에서 활동한 덩컨은 1950년 6월 일본에 머물다 6·25전쟁 소식을 듣자마자 비행기에 올라 전쟁 발발 3일 뒤인 6월 28일 경기 수원 지역에 도착했다. 덩컨의 사진은 참전 군인을 영웅처럼 그린 당시 다른 사진들과는 달리 장병들의 현실적인 모습을 담은 것으로 평가된다. 6·25전쟁 때 사진으로는 낙동강 전선 사수 작전을 펼치던 한 미국 해병대원이 탄약이 떨어진 사실을 깨닫고 좌절하며 눈물을 흘리는 모습, 부상당한 군인이 동료의 사망 소식을 듣고 울부짖는 모습을 담은 것 등이 유명하다. 그는 6·25전쟁 사진 모음집 ‘이것이 전쟁이다’(1990년), 파블로 피카소의 사진집 ‘파블로 피카소의 사적 세상’(1958년)을 펴내기도 했다.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영국 카디프에 사는 25세 여성 리베카 파커 씨는 올봄 스웨덴 의류 브랜드 ‘H&M’ 매장 탈의실에서 깊은 절망에 빠졌다. 반짝이는 진주가 화려하게 달린 밝은 색 청바지가 마음에 쏙 들어 입어 봤는데 바지가 허벅지 위로 올라가지 않았다. 바지는 분명 평소 다른 브랜드에서 즐겨 입던 ‘14’(라지·L) 사이즈였기에 파커 씨는 몹시 당황했다. 그는 ‘내가 살이 쪘나 보다’라며 자책했다. 하지만 이내 H&M이 다른 브랜드와 달리 옷을 지나치게 작게 제작하고 있음을 깨닫게 됐다. 분노한 그는 올 3월 페이스북에 H&M을 향한 공개 편지를 올려 사이즈를 현실에 맞게 수정할 것을 요구했다. “H&M이 ‘여성 자주권’과 ‘여성의 연대’를 지지하는 슬로건을 내세워 옷을 판매하는데, 우리가 이런 잘못된 사이즈의 옷을 입고 어떻게 여성으로서 당당함을 느끼겠는가. 내가 13세(사춘기 소녀)였다면 H&M 옷을 입고 스스로를 뚱뚱하다고 여기며 슬퍼했을 것이다.” 파커 씨의 편지를 본 영국 여성들은 참아왔던 울분을 터뜨렸다. 뚱뚱하지 않은 몸매에도 잘 들어가지 않는 H&M 옷의 사진을 찍어 소셜미디어에 올렸다. 다른 경쟁사의 같은 사이즈 옷을 덧대 규격 차이를 확연히 보여주는 사진도 공유했다. 결국 H&M은 4일(현지 시간) 허프포스트(옛 허핑턴포스트) 영국판과의 인터뷰에서 “여성 의류 사이즈를 영국 규격에 알맞게 변경하는 절차를 밟겠다”고 발표했다. 이젠 H&M에서 ‘10’ 사이즈 옷은 현재 ‘12’ 사이즈만큼 넉넉하게 제작돼 판매된다. 다른 브랜드의 규격과 비슷하게 맞춘 것이다. 영국 여성들의 ‘사이즈 바로잡기 대첩’은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라 의류산업에 대한 여성들의 불만을 보여준 일례다.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현재 대다수 영국 의류 규격은 1950년대 ‘W F F 켐슬리’라는 남성이 만든 신체 측정 조사를 따르고 있다. 1950년대 이후 한동안 맞춤형 옷을 제작해 입었던 여성들은 사이즈에 크게 얽매이지 않고 지내다가 기업의 대형화와 함께 대량 생산이 시작되며 사이즈의 지배를 받게 됐다. 의류 기업들은 드문드문 의류 사이즈 규격 표준화를 시도했지만 번번이 흐지부지됐다. 정부도 필요성은 알았지만 표준화에 성공하지 못했다. 소비자들이 이런 해묵은 관행을 제대로 깬 것이다. 영국 더타임스는 “H&M 소비자들의 거대한 승리”라고 평했다. 영국에서 지난달 터진 ‘지방세(fat tax)’ 논란도 날씬하지 않은 여성을 차별하는 패션산업에 대한 불만에서 비롯됐다. 패션 브랜드 ‘뉴룩’은 지난달 큰 사이즈 옷을 더 비싸게 판매해 혼쭐이 났다. 회사 측은 큰 옷을 제작할 때 천이나 시간이 더 들어가 가격을 비싸게 책정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분노한 소비자들은 “뉴룩이 살찐 고객에게 가격을 더 부과하는 ‘지방세’를 요구한다”고 비난했다. 논란이 일파만파 퍼지자 뉴룩은 성명을 통해 “큰 사이즈 여성 의류의 가격 책정을 재고하겠다”며 수습에 나섰다. 기업들로서는 여성들의 이런 요구가 리스크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역발상을 꾀해 소비자의 까다로운 요구를 ‘틈새시장’ 개척의 기회로 활용하는 패션 스타트업들도 생겨나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기성복이 잘 내놓지 않는 대형 사이즈는 의류시장 전체 매출의 약 10%를 차지한다. ‘레인 브라이언트’ ‘엘로퀴’ 등 신생 기업들은 기존 의류 브랜드가 거들떠보지도 않는 대형 사이즈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영국 블로거들에게 ‘멋쟁이 왕언니’로 통하는 조지애나 혼 씨는 볼록한 배와 굵은 허벅지를 드러낸 채 갖가지 화려한 ‘빅 사이즈’ 옷을 입은 사진을 홈페이지에 올려 이 시장에서 영향력 있는 스타가 됐다. 빅 사이즈 의류기업의 협찬 1순위다. 그의 페이스북 계정 팔로어는 22만 명이 넘는다. 빅 사이즈 시장에 대한 관심과 성장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다. 여성들이 성폭력을 고발하는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운동 이후 패션과 같은 일상 곳곳에서 여성 권익을 위한 목소리와 행동이 좀 더 구체적으로 나오고 있다. 성 평등 정책은 거창한 구호나 일부 여성단체만의 운동에서 나오지 않는다. 평범한 우리가 탈의실과 같은 일상에서 마주하는 분노가 그 시작일 수 있음을 H&M 사례가 일깨워준다. 조은아 국제부 기자 achim@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싱가포르 정상회담을 돌연 취소한 것은 유리한 결과를 이끌어내려는 자신만의 협상 기술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미 의회 전문매체 ‘더힐’은 24일(현지 시간) ‘트럼프의 정상회담 취소 결정에 나타난 5가지 함의’라는 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다음 달 12일로 예정됐던 북-미 정상회담을 취소하면서도 “김정은이 건설적 행동을 취한다면 난 기다릴 것”이라고 여지를 남겨둔 데 주목하며 이같이 밝혔다. 더힐은 미 공화당 상원의원들의 분석을 인용해 “트럼프는 ‘거래의 기술(The Art of the Deal)’이란 저서에서 밝힌 ‘(협상) 테이블에서 기꺼이 퇴장하기’라는 협상 기술을 그대로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짐 인호프 미 공화당 상원의원은 성명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을 취소했어도) 힘든 협상을 계속하고 있다고 본다. 확실히 북한에 대해 기대를 하고 있다. (나는) 북한 정권이 경제적, 외교적으로 고립되는 한 북한은 다시 테이블로 나올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은 대북 정책은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거래 기술’로는 해결될 수 없다고 비판한다. 밥 메넨데스 민주당 상원의원은 “‘외교의 기술’은 ‘거래의 기술’보다 훨씬 더 어렵다”고 지적했다. 한편 북-미 정상회담이 취소되자 백악관이 정상회담 기념주화(사진) 가격을 인하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24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백악관 기념품 매장 온라인 사이트에 따르면 이 기념주화는 이날 ‘오늘의 상품’으로 지정돼 19.95달러(약 2만1500원)에 판매됐다. 기존 24.95달러(약 2만7000원)에서 떨어진 가격이다. 가디언은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되는 주화는 기존 가격에 판매된 주화와 똑같지는 않다”라고 설명했다. 사이트의 상품 설명에는 ‘이 기념주화는 정상회담 결과와 무관하게 제작된다’고 적혀 있다. 또 ‘정상회담이 개최되지 않으면 환불이 가능하다’는 내용이 추가됐다. 백악관 방문객 센터의 한 직원은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많은 사람이 환불받을 방법을 전화로 문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싱가포르 정상회담을 돌연 취소한 것은 유리한 결과를 이끌어내려는 자신만의 협상 기술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미 의회 전문매체 ‘더힐’은 24일(현지 시간) ‘트럼프의 정상회담 취소 결정에 나타난 5가지 함의’라는 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다음달 12일로 예정됐던 북-미 정상회담을 취소하면서도 “김정은이 건설적 행동을 취한다면 난 기다릴 것”이라고 여지를 남겨둔 데 주목하며 이 같이 밝혔다. 더힐은 미 공화당 상원의원들의 분석을 인용해 “트럼프는 ‘거래의 기술(The Art of the Deal)’이란 저서에서 밝힌 ‘(협상) 테이블에서 기꺼이 퇴장하기’라는 협상 기술을 그대로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짐 인호프 미 공화당 상원의원은 성명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을 취소했어도) 힘든 협상을 계속하고 있다고 본다. 확실히 북한에 대해 기대를 하고 있다. (나는) 북한 정권이 경제적, 외교적으로 고립되는 한 북한은 다시 테이블로 나올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은 대북 정책은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거래 기술’로는 해결될 수 없다고 비판한다. 봅 메넨데스 민주당 상원의원은 “‘외교의 기술’은 ‘거래의 기술’보다 훨씬 더 어렵다”고 지적했다.북-미 회담 취소되기 까지●북한 담화△5월 16일/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비난하며 북-미 정상회담을 재고려하겠다고 발표△5월 24일/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 “북-미 정상회담 재고 최고지도부에 건의하겠다” 담화 발표△5월 24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정상회담 취소 발표●다롄 회동△5월 7~8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2차 중국 방문. 다롄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 회동.△5월 17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 “시 주석이 김정은에게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며 중국 배후설 제기△5월 22일/ 트럼프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두 번째 중국을 방문 이후 북한 태도에 변화가 있었다”며 재차 중국 배후설 제기●비핵화 조건△5월 8일/ 김정은, 시 주석과 회동 후 “단계적이고 동시적인 조치를 통해 궁극적으로 한반도 비핵화를 바란다”고 발표△5월 13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북 핵무기 미국 테네시로 가져갈 것, 대량살상무기와 핵능력 폐기” 등 ‘리비아식 핵 폐기’ 공식화조은아 기자achim@donga.com}

“우리의 투쟁을 살아나게 해준 당신과 우리에게 영감을 주는 당신 친구들에게 정말 감사드립니다.” 미국에 사는 한 50대 남성은 최근 트위터에 감사의 글을 남겼다. 중년 남성의 진심 어린 응원을 받은 상대는 아직 10대인 에마 곤살레스 양. 1999년생인 그는 2월 플로리다주 파크랜드 ‘마저리 스톤맨 더글러스’ 고교에서 일어난 총기 참사의 생존자다. 그는 3월 총기 규제 강화를 요구하는 ‘우리 생명을 위한 행진’ 워싱턴 집회에서 삭발한 채 결의에 찬 표정으로 연단에 올라 주목받았다. 그는 총기 사고로 희생된 친구 이름을 하나씩 부른 뒤 잠시 침묵했다. 몇 분이나 지났을까. 그는 “내가 이곳에 올라온 지 6분 20초가 지났다. (총기 참사 당시) 이 정도의 시간에 17명의 친구가 사라졌고 15명은 다쳤다”고 말해 어른들의 마음을 울렸다. 그는 여러 언론 인터뷰에서 목소리를 높이고 온라인에서 총기규제 운동을 이끌고 있다. 곤살레스의 트위터 팔로어는 162만 명. 총기 소유를 옹호하는 전미총기협회(NRA) 트위터 회원 수(67만5000명)를 훌쩍 뛰어넘었다. 이 같은 ‘앵그리 10대’의 부상은 미국만의 얘기가 아니다. 세계 곳곳에서 10대들이 광장으로 나오고 있다. 어른들이 뭉그적거리는 바람에 사회 문제가 끊이지 않자 아이들은 답답함을 참지 못해 나선다. 영국 ‘옵서버’가 최근 소개한 런던의 18세 고교생 아미카 조지 양도 마찬가지다. ‘여성평등 운동가’인 조지 양의 고교 앞에서는 방송국 차량 기사가 종종 대기한다. 학교 수업을 듣던 그를 빨리 태워 출연 시간에 늦지 않게 방송사로 모시기 위해서다. 조지 양은 지난해 자기 또래 소녀들이 가난 탓에 생리대조차 사지 못한다는 뉴스를 접하고 충격을 받았다. 그를 더욱 분노하게 한 건 문제를 알고도 대책을 내놓지 못한 정부였다. 그는 ‘어른들이 해결 못하니 내가 하겠다’며 온라인에서 이들을 돕는 국민청원을 시작해 한순간에 여성운동가가 됐다. 10대들에겐 소셜미디어가 캠페인의 동반자다. 인도 동부 비하르주에서는 1월 여학생들이 조혼에 항의하는 뜻으로, 어른들과 함께 인간 띠를 만들고 이를 소셜미디어에 공유해 화제가 됐다. 방글라데시에서도 10대 소녀 수천 명이 최근 아동 결혼을 막자는 ‘결혼을 막는 사람들’ 운동을 이끌었다. 이들은 온라인으로 접한 ‘소녀는 신부가 아니다’ 캠페인을 벤치마킹했다. ‘앵그리 10대’는 벌써 정치 지형을 바꿀 조짐을 보인다.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10대들이 수도 워싱턴에서 18세부터 보장되는 선거권을 16세로 낮추라고 요구하고 있고 시의회 의원 절반 이상이 이미 16세부터 선거권을 보장하는 개정안에 찬성했다”고 20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뉴욕타임스(NYT)도 같은 날 “정치적으로 중요한 지역에서 젊은이들의 신규 유권자 등록이 급증하고 있다. 10대와 20대 등록이 예년보다 늘면 이번 11월 중간선거에서 애리조나주, 플로리다주 등 경합 지역이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선거권 연령 낮추기에 대한 찬반 논란도 뜨겁다. 찬성하는 이들은 많은 10대가 민주주의를 일찍 배우고 자신이 누구인지, 사회를 바꾸기 위해 미래에 어떤 직업을 택할지를 고민하는 좋은 기회라고 말한다. 반면 10대의 정치 활동을 여전히 회의적으로 보는 어른도 많다. 곤살레스 양을 비롯한 10대 활동가들의 트위터에는 ‘네가 뭘 알기는 하냐’는 뉘앙스의 댓글이 붙는다. 워싱턴 지역 라디오 방송 ‘WMAL’의 프로그램 진행자 크리스 코어 씨는 VOA와의 인터뷰에서 “16세는 신용카드를 소유할 수 없는 나이인데, 이 나이 아이들은 아직 성숙하지 못해서다. 18세가 돼야만 사고가 잘 형성돼 투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분명한 점은 요즘 10대가 과거와는 달라졌다는 사실이다. 아이들은 소셜미디어로 더 많이 경험하고 사고한다. 최근 유럽에서 부쩍 늘어난 30대 정치인들이 기성 정치인보다 생활 밀착형 정책을 더 잘 내놓고 혁신을 실천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앵그리 10대’들도 이들처럼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 이들이 일찍이 터득한 민주주의를 숙성시켜 우리 사회의 정치인, 또는 자기 일상의 정치인으로 크길 기대해 본다. 조은아 국제부 기자 achim@donga.com}
세계 최대 증권거래소인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226년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 수장이 나왔다. 남성 중심적이라는 비판을 받던 월가가 변화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온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NYSE의 모기업인 인터콘티넨털익스체인지(ICE)가 스테이시 커닝햄 NYSE 최고운용책임자(COO·43)를 NYSE의 최고경영자(CEO)로 임명했다고 21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여성이 NYSE 수장을 맡은 것은 1792년 NYSE 출범 이후 처음이다. WSJ는 “이로써 세계적인 증권거래소 2곳을 모두 여성이 이끌게 됐다”고 밝혔다. 나스닥은 지난해 1월 어디나 프리드먼을 여성 수장으로 임명했다. 미 펜실베이니아주 리하이대에서 산업공학을 공부한 커닝햄은 19세였던 1994년 여름 인턴으로 NYSE에 첫발을 들였다. 그는 지난해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NYSE에 들어선 순간 이게 내가 원하는 일이라는 느낌이 왔고 객장과 사랑에 빠져버렸다”고 회고했다. 그는 인턴으로 2년을 일한 뒤 1996년 객장 운용팀 등을 거쳤다. 당시 NYSE에서 일하는 남자 직원은 1000명을 넘었는데 여성은 고작 20여 명이었다. 남성 화장실은 고급 소파와 각종 편의시설에 전담 직원을 둘 정도로 화려했지만 여성 화장실은 오래된 전화 부스를 활용해 만들었을 정도였다. 그는 올해 초 한 연설에서 1967년 NYSE 객장 업무에 여성으로선 처음 진출해 NYSE에 제대로 된 여성 화장실을 마련하는 데 기여한 뮤리얼 시버트가 영감을 줬다고 밝힌 바 있다. NYSE에서 고군분투하며 커리어를 쌓던 그는 10년 차를 넘어선 2005년경 업무에 회의를 느끼고 돌연 휴직을 했다. 맨해튼의 한 요리학교에 등록했고 실제 레스토랑 주방에서도 일했다. 그는 FT에 “주방에서 여러 동료들과 긴장감과 스트레스 속에 열심히 일하고 일이 다 끝나면 맥주 한잔하러 가는 분위기가 객장과 비슷했다”고 전했다. 커닝햄 신임 CEO는 2년의 공백 뒤 2007년 나스닥으로 직장을 옮겼다. 그는 경력 단절 경험에 대해 “경력은 직선처럼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난 휴직 기간에도 많이 배웠고, 능력은 (잠시 쉰다고) 없어지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나스닥에서 일하던 그는 2012년 다시 친정인 NYSE로 돌아왔고 2015년 COO로 승진했다. 그는 토머스 팔리 CEO의 뒤를 이어 25일 임기를 시작한다. 그는 WSJ와의 인터뷰에서 “한 조직을 운영하는 일은 매우 흥미롭고 개인적으로 많은 의미가 있다”고 소감을 말했다.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미국과 중국이 정점으로 치닫던 무역전쟁을 멈추며 ‘협상 타결’을 선언했지만 미국이 중국에 밀렸다는 비판이 미국 내에서 나오고 있다. 두 국가 간에 다시 무역전쟁이 촉발되면 중국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17, 18일(현지 시간) 워싱턴에서 열린 미중 2차 무역협상에 대해 “중국 협상팀이 의미심장한 승리를 안고 떠났다”고 21일 보도했다. NYT는 이렇게 판단한 근거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 부과를 보류하기로 했지만, 중국은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 축소와 관련된 구체적 수치 합의는 거부했다. 미국이 지원 중단을 압박한 중국의 최첨단 산업진흥책 ‘중국제조 2025’와 관련해서도 성과가 없다”고 설명했다. 미국 참모들의 내분도 지적됐다. NYT는 “종종 일치되지 않는 요구를 내놓는 분열된 미국 관리들은 확신에 찬 중국 협상팀의 상대가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미국 협상팀은 요구사항이 자꾸 바뀌고 일관된 메시지를 내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미중 2차 협상이 종료된 뒤인 20일에도 협상팀 내에서 분열이 노출됐다”고 덧붙였다. 협상단장인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과 협상팀원인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20일 각기 다른 톤으로 협상 결과를 설명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두 사람의 발언을 비교하며 “무역 전문가들은 두 사람의 발언 톤과 실체가 다르다고 평가한다”고 지적했다. WSJ에 따르면 ‘현상 캠프(status quo camp)’에 속하는 므누신 장관과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무역전쟁에 따른 시장 반응을 우려하고 있다. 강경파인 라이트하이저 대표와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장은 ‘중국을 약탈자로 보는 캠프(China-as-predator camp)’로 대중 제재에 적극적인 편이다. 마크 잔디 무디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미중 무역합의에 대해 “체면치레(face-saving)일 뿐이고 양쪽 모두 패했다(lose-lose)”며 “투자자의 지식재산권 보호를 논의했어야 했다”고 꼬집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 협상팀을 이끈 류허(劉鶴) 중국 국무원 부총리의 활약에 주목했다. FT는 “류 부총리는 미국과의 무역 담판에서 우위를 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북-미 정상회담을 취소할 듯 위협하는 것에 시진핑 주석의 영향이 있다고 봤는데, 그가 그렇게 믿는다면 시 주석과 류 부총리는 미 행정부의 공포를 무역 협상에서 이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길고 시원한 물잔 같다.” 해리 왕손의 신부 메건 마클이 19일 윈저성 세인트조지 성당에 깔끔하고 새하얀 드레스를 입고 나타나자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렇게 평가했다. 다른 해외 언론들도 마클의 드레스가 보석과 레이스로 화려함을 뽐내던 다른 왕실 드레스와 달리 단순함으로 ‘파격’을 선보였다고 호평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이 드레스의 아름다움은 ‘자신감에서 나오는 절제(confident restraint)’ 속에 있다”며 “현실 속 로맨스는 동화 같은 일이 아님을 드레스가 알려준다”고 설명했다. 단순해 보이는 마클의 드레스에는 깊은 의미들이 담겨 있다. 왕실의 드레스를 누가 디자인하게 될지에 관한 소문이 무성했는데 그동안 후보로 꼽히지도 않던 클레어 웨이트 켈러가 디자인을 맡았다는 사실이 공개됐다. 프랑스 명품 브랜드 ‘지방시’가 지난해 최초의 여성 디렉터로 발탁한 영국인 디자이너다. 마클이 페미니스트로서 독립적인 여성의 이미지를 부각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켈러는 마클의 주문에 따라 영국 왕실이 대표하는 영연방 국가들을 베일 속 꽃들로 표현했다. 탄자니아의 아프리칸 바이올렛, 솔로몬제도의 히비스커스와 함께 마클의 고향인 미국 캘리포니아주 양귀비꽃 등 55종의 식물이 베일에 담겼다. 마클이 쓴 작은 왕관은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할머니 메리 왕비(조지 5세 왕비)가 생전에 썼던 것이다. 가디언은 “메리 왕비의 왕관이 (할리우드 여걸로 꼽히는) 원더우먼의 느낌을 풍겨 왕자비임을 잘 표현하면서도 페미니스트의 아이콘다운 느낌을 줬다”고 설명했다. 마클이 손에 든 부케는 해리 왕손이 결혼식 하루 전날 커플이 머물던 집 정원에서 직접 선택한 흰 꽃들과 은방울꽃으로 만들었다. 해리 왕손도 면도를 하지 않고 평소의 덥수룩한 수염을 기른 채 결혼식을 올리는 파격을 보였다. 가디언은 “군복을 입을 땐 면도를 깨끗하게 하는 게 관례이지만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수염을 기른 채 결혼하는 것에 암묵적으로 동의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날 결혼식에는 다른 국가 정상이나 정치 지도자들은 물론이고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와 제러미 코빈 영국 노동당 대표도 초청되지 않았다. 그 대신 커플과 친분이 있는 인사들 중심으로 약 600명이 결혼식장을 찾았다. 잉글랜드 축구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스타 데이비드 베컴 부부와 미국 ‘토크쇼의 여왕’ 오프라 윈프리, 할리우드 배우 조지 클루니 부부, 테니스 스타 세리나 윌리엄스, 배우 이드리스 엘바 등이 결혼식에 함께했다. 해리 왕손의 옛 연인인 첼시 데이비와 크레시다 보너스도 결혼식을 찾아 눈길을 끌었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인처럼 자랐지만 미등록(불법 체류) 상태로 살고 있는 한 청년에 대한 추방 취소 판결이 나왔다. 미등록 청소년의 인권을 고려해 추방을 취소한 첫 판결이 나오면서 앞으로 추방 불안 속에 살아가는 ‘그림자 아이들’(본보 2017년 5월 17일자 A1·8면) 구제에 더욱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청주지방법원 행정부(부장판사 신우정)는 17일 미등록 청년인 페버 씨(19)가 법무부 산하 청주출입국관리사무소장(현 청주출입국·외국인사무소장)을 상대로 낸 강제퇴거 명령 및 보호 명령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원고와 같이 대한민국에서 적법하게 출생했다가 부모가 체류 자격을 상실함으로써 체류 자격을 잃게 된 사람에 대해 인권적·인도적·경제적 관점에서 전향적 접근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결정했다. 또 “원고처럼 대한민국에서 출생해 사실상 오직 대한민국만을 지역적·사회적 터전으로 삼아 살아온 사람을 무작정 다른 나라로 내쫓는 것은 인간의 존엄성을 수호하고 생존권을 보장해야 할 문명국가의 헌법정신에 어긋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강제퇴거 명령의 주된 취지가 ‘반사회성을 지닌 외국인으로부터 우리나라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공익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것’인데, 원고는 이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볼 여지가 크다”고 판단했다. 페버 씨는 자신이 아닌 부모의 잘못으로 불법 체류자가 된 것이고, 불법 체류 중 취업한 사실이 있으나 동기나 기간 등을 고려할 때 반사회성이 있다고 보기 힘들다는 설명이다. 이번 판결은 ‘불법’이란 꼬리표 탓에 언제든지 가족과 떨어져 추방될 공포 속에 사는 미등록 아동을 구제한 첫 판결이다. 이탁건 재단법인 동천 변호사는 “한국 청년으로 성장한 미등록 아이들을 위해 사회적 대책을 마련할 필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워 준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페버 씨는 1999년 한국에서 나이지리아계 부모 사이에서 태어났다. 어릴 적 아버지가 체류 기간을 연장받지 못해 강제 출국당하자 남은 가족이 모두 불법 체류자 신세가 됐다. 모국으로 돌아가면 배 속 막내까지 다섯 남매를 먹여 살릴 길이 막막했던 어머니는 출입국관리사무소로부터 일시 체류 허가를 받아 아이들을 키웠다. 페버 씨는 불우한 환경 속에서도 성실히 공부해 초중고교를 마쳤고, 지난해 4월 동생들을 먹여 살리려 취업했다가 당국에 붙잡혔다. 그가 추방 명령을 받고 구금돼 천식 고통과 자살 충동에 시달린다는 사연이 본보 보도로 알려지자 시민들은 “구금을 풀어달라”는 탄원서를 보냈고, 마침내 석방됐다. 가족의 품으로 돌아온 그는 법무부에 “추방하지 말아 달라”고 호소했지만, “불법은 불법이다”라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시민단체들도 그에 대한 특별 체류 허가를 요청했으나 명확한 답변을 받지 못했다. 결국 그는 근본적인 추방 위협에서 벗어나려 소송을 진행했다. 페버 씨는 추방은 면했지만 여전히 미등록자라 취업할 수가 없다. 국내 ‘그림자 아이들’은 2만 명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