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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에서 반(反)세계화의 목소리가 유행이다. “지역 내 산업을 보호하지 않는 유럽연합(EU)은 지구촌 멍청이”라고 말하는 아르노 몽트부르 산업장관부터 이민에 반대하는 극우정당 국민전선(FN) 대표 마린 르펜, 급진적 재지역화를 주장하는 좌파당 대표 장뤼크 멜랑숑까지 스펙트럼이 다양하다. 쿠바에서 체 게바라의 혁명동지로 활약했던 레지 드브레도 최근 ‘국경에 대한 찬가’(갈리마르)란 책을 펴내기도 했다. 프랑스의 경제 전문가인 프랑수아 랑글레가 펴낸 ‘세계화의 종말’(파야르)은 자유무역의 신화는 끝났으며 이제는 보호주의를 세워야 할 때라고 강조한다. 저자는 2000년대 초반 정점에 도달한 현재의 세계화는 곧 종말을 맞을 것이라고 진단한다. 그러나 이는 전혀 놀랄 일이 아니다. 그에 따르면 세계경제는 70∼80년 주기로 개방과 보호주의의 사이클을 반복해 왔기 때문이다. “모든 사이클은 스스로의 부패와 타락으로 죽음을 맞는다. 1969년 히피 문화의 거대한 결집이던 ‘우드스톡’이 2008년 리먼 브러더스의 파산으로 끝난 것이다.” 세계화의 탄생과 죽음에는 경제적 요인보다는 늘 사회적 충동이 더 크게 작용해 왔다. 예를 들어 1945년 이후 영국에서는 규제와 보호주의, 복지국가가 전성기를 맞았다. 이는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졌으며, 노조와 공공부문을 거대하게 만들었다. 결국 재정적자와 투자 감소로 인한 경제위기는 자유주의자인 ‘철의 여인’ 대처의 시대를 불러왔다. 반면 1980년대 말 동유럽의 몰락과 인터넷 혁명이 불러온 현재의 세계화는 지구촌을 단일 경제권으로 통합했지만 부의 불평등을 확대시키고 경제위기의 상시화를 낳았다. 저자는 이를 “부자들에게 주어진 과도한 자유가 중산층을 붕괴시키면서 벌어진 대혼란”이라고 진단한다. 그는 “유럽의 경우 세계화로 인한 사회 불평등을 최저임금제와 사회복지시스템으로 감춰 왔지만, 더는 재정적자를 감당할 수 없어 폭발하고 말았다”고 분석했다. 그는 세계화의 종말이 “꼭 나쁜 뉴스만은 아니다”고 말한다. 더 중요한 것은 다음 단계로의 이행 과정이다. 역사적으로 세계화의 몰락 이후에는 두 가지 시나리오가 있었다. 첫 번째는 전쟁이다. 20세기 초반의 세계화 황금시대는 1913년에 끝났다. 그러나 국경을 인위적으로 없애려 했던 극단적인 폭력은 두 차례의 세계대전으로 이어졌다. 반면 19세기 철도 건설 붐에 따른 세계화의 붕괴 때는 달랐다. 1873년 주식시장의 대폭락 이후 독일 미국 등은 국경을 복원하고 보호주의를 세웠다. 저자가 말하는 두 번째 시나리오다. 그는 “당시 현재처럼 장기간의 제로 성장을 겪어야 했지만, 몇 년 후 빚을 청산하고 다시 황금시대로 향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저자는 “현재의 위기는 몇 가지 온건한 보호주의 처방만으로도 극복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결국 자유무역이든 보호주의든 하나의 도그마에 빠지기보다는 역사의 변동 사이클에 맞춰 균형을 찾아 가야 한다는 논리다. 그의 반세계화, 보호주의 주장을 전부 받아들일 수는 없지만 위기 앞에 고민하는 프랑스 지식인들의 속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는 책이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영국의 열혈 주차 단속원이 ‘세상에서 가장 힘이 센 여성’으로 꼽히는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의 차량에 불법 주차 스티커를 발급했다고 15일 영국 데일리메일이 보도했다. 민주당의 유력한 차기 대선 주자인 클린턴 전 장관은 12일 은색 메르세데스벤츠 차량을 타고 런던 메이페어 지역에 있는 영국 채텀하우스(왕립국제문제연구소) 앞에서 내렸다. 국제외교에 기여한 공로로 올해 채텀하우스상을 받기 위해서였다. 시상식이 진행되는 45분 동안 힐러리 전 장관의 차량은 인근 세인트제임스 스퀘어 주차장에 세워졌다. 문제는 이곳이 시간당 3.3파운드(5640원)의 주차요금을 내야 하는 구역인데도 요금을 내지 않고 무단으로 자리를 차지했다는 점이다. 주차 단속원이 다가와 스티커를 끊으려 하자 주변에 주차된 밴에 타고 있던 경호원 5명이 튀어나와 실랑이를 벌였다. 당시 현장을 촬영한 사진가 그레그 브레넌 씨는 “경호원들이 배지를 들이대고 고성과 삿대질까지 하며 항의했지만 단속원은 흔들림이 없었다”고 전했다. 결국 클린턴 전 장관에게 과태료 80파운드(약 13만6500원)가 부과됐다. 데일리메일은 “런던 주재 미국대사관과 뉴욕의 클린턴재단에 과태료 납부 여부를 문의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런던시 교통국에 따르면 런던에 주재하는 외교관들의 교통 관련 벌금 미납 액수가 60만 건에 7000만 파운드(약 1196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클린턴 전 장관은 15일 뉴욕 맨해튼에서 에이즈(AIDS·후천성면역결핍증) 감염자들을 위해 헌신한 공로로 팝스타 엘턴 존이 운영하는 에이즈재단의 ‘설립자상’을 수상했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 10일 오후 7시 요르단 북부 시리아 국경에서 15km 떨어진 자타리 캠프에 어둠이 몰려오자 거리에서 이야기를 나누던 난민들이 서둘러 텐트로 돌아갔다. 한 야채 가게 주인은 “밤이 되면 강도가 날뛴다”고 말했다. 야음을 틈탄 성폭행도 많아 처녀들은 “화장실 가기도 두렵다”며 울상을 지었다. 해가 뜨면 밤과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 된다. 다음 날 오전 난민촌 중간쯤에 들어가자 붉은 모래 먼지를 뒤집어쓴 텐트 사이로 활기찬 거리가 나타났다. 》 약 3km의 거리에 300여 개의 점포가 들어선 이곳은 ‘난민촌의 샹젤리제’로, 자타리 캠프의 최고 명물 거리다. 점포엔 여느 도시처럼 솜사탕 팝콘 담배는 물론 라디오나 텔레비전 같은 전자 제품이 진열돼 있다. 의자와 거울을 놓고 머리를 깎을 수 있는 이발소도 있다. ‘카운터 스트라이크(Counter Strike)’라는 게임이 최고 인기를 끌고 있는 전자오락실에는 아이들이 북적거렸다. 전갈과 도마뱀밖에 살지 않던 사막에 들어선 자타리 캠프촌은 시리아 내전이 3년째 장기화되면서 어느덧 도시의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다. 약 15만 명의 난민이 수용된 자타리 난민촌은 케냐 다다브의 소말리아 난민 캠프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크다. ○ 식량 바우처 제도가 앞당긴 도시화 9일 오전 국제아동구호단체인 세이브더칠드런 직원과 함께 자타리 캠프의 유엔 세계식량계획(WFP) 창고를 찾았다. 세이브더칠드런 직원은 아침 6시부터 빵을 나눠 주기 시작했다. 이곳에서는 등록된 난민에게 하루 28t(1인당 4개)의 빵을 배급하고, 한 달에 2번씩 쌀, 국수 같은 식량을 배급한다. 처음에는 일부 난민이 구호 요원들을 공격하고 식량 창고를 약탈하는 사고도 빈번했다. 세이브더칠드런의 식량 배급 담당자인 에마드 올완 씨는 “1년 내내 똑같은 배급 음식을 먹어야 하는 자타리 캠프와 난민들에게 최근 ‘식량 바우처’를 나눠 주기 시작한 뒤로 큰 변화가 생겼다”고 말했다. 난민들이 ‘식량 바우처’를 통해 상점에서 야채와 통조림 등 먹고 싶은 음식을 골라 사먹게 되면서 난민촌의 경제 활동에 활기가 돌고 있다. 이곳에서 웨딩드레스 숍을 운영하는 아테프 씨는 “1년 전부터 2벌의 웨딩드레스를 구입해 5∼10디나르(약 7500∼1만5000원)에 빌려 준다”며 “이익은 많지 않지만 시리아의 일상으로 복귀한 느낌이라 좋다”고 말했다. 난민촌에는 축구장 병원 학교가 차례로 세워지고 텐트 가옥 대신 컨테이너가 들어서고 있다. 그러나 도시로 성장하기에는 치안이 열악해 폭력 사태가 끊이지 않고, 갱들의 마약 밀수 문제도 고질적이다. 특히 밤중에 성폭행을 당하는 사건도 계속 일어나 소녀들을 일찍 결혼시키기도 한다. 아난 양(15)은 “여아들이 사우디나 카타르 등 부유한 국가에서 온 사람들에게 팔려 가기도 한다”고 말했다. ○ 시리아 내전 7년 이상 장기화될 수도 유엔난민기구(UNHCR) 등 구호 단체들은 자타리 캠프가 앞으로도 최소 7년 이상 존속할 것으로 내다봤다. 요르단 내에 있는 14곳의 팔레스타인 난민 캠프가 세워진 지 60년이 가까이 없어지지 않고 있는 것처럼 자타리 캠프도 비슷한 전철을 밟게 되리라는 예상이다. 요르단에 있는 등록된 시리아 난민 중 4분의 1정도만 난민 캠프에 수용돼 있을 뿐 대부분은 마프라끄, 이르비드와 같은 국경지대 마을의 아파트나 창고, 주차장 등을 빌린 ‘호스트 커뮤니티’에서 생활하고 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난민캠프뿐 아니라 호스트커뮤니티에 머물고 있는 난민 23만 명에게 구호 식량을 지원하고 있고, 어린이들을 위한 아동 친화 공간 35곳과 청소년을 위한 직업교육센터 4곳을 운영해 아동들이 스스로를 지키고 자존감을 회복하도록 하는 프로그램(긴급구호아동기금 후원전화 1577-9448)을 진행하고 있다. UNHCR는 “요르단의 시리아 난민을 위해 올해 9억7657만 달러(약 1조421억 원)가 필요하지만 후원금은 4억6100만 달러나 부족한 실정”이라고 밝혔다. 사바 모바슬라트 세이브더칠드런 요르단 사무소장은 “레바논이나 요르단 등 난민을 받아들인 주변 국가의 식량 부족 사태가 심각하다”고 말했다. ―마프라끄(요르단)에서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
유럽과 아프리카의 중간에 있는 지중해가 ‘난민들의 무덤’으로 변하고 있다. 이달 3일 이탈리아 남부 람페두사 섬 근해에서 소말리아와 에리트레아인 500여 명을 태운 난민선이 침몰해 350여 명이 사망한 데 이어 11일에도 난민선 사고가 잇따라 일어났다. 11일 오후 람페두사 섬 동남쪽 약 96km 떨어진 해상에서 배에 탄 난민 500여 명이 조난당해 몰타와 이탈리아 구조대가 시신 34구를 인양했다. 이날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에서도 시리아와 팔레스타인 국적의 난민들이 탄 배가 가라앉아 최소 12명이 숨지고 116명이 구조됐다. 지중해 섬나라 몰타의 조지프 무스카트 총리는 11일 “아프리카와 가까운 남유럽 국가의 영해가 무덤으로 변해 가고 있다”며 “유럽연합(EU) 차원의 이민법 개정 노력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12일 트위터를 통해 바다에서 죽음을 맞는 이민자들의 어려운 처지를 외면하는 국제사회의 무관심을 비판했다. 교황은 “주님, 자비를 베푸소서. 너무 자주 안락한 삶에 눈이 멀어 우리 집 문 앞에서 죽어가는 이들을 목도하기를 거부하고 있습니다”라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유엔난민기구(UNHCR)에 따르면 2011년 이후 지중해를 건너 유럽으로 향하던 난민 가운데 2000명 이상이 익사 또는 실종됐다. EU가 해안 감시를 강화하자 난민선들이 경찰 감시를 피하기 위해 이동 수단을 소형 보트로 바꾸고, 국경 근처에서 표류한 것처럼 위장하기 위해 배의 엔진을 일부러 망가뜨리면서 익사 사고가 급증했다는 것이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미국 출신의 세계적인 스타 디자이너 마크 제이컵스(50·사진)가 16년간 몸담아온 프랑스 명품 브랜드 루이뷔통과 작별한다. 제이컵스는 2일 파리 루브르 박물관에서 열린 루이뷔통 2014년 봄여름 기성복 컬렉션 패션쇼를 마친 뒤 “루이뷔통모에에네시(LVMH)그룹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에서 물러난다”고 발표했다. 제이컵스는 루이뷔통과 결별 후 자신의 이름을 딴 ‘마크제이컵스’ 브랜드를 3년 안에 주식시장에 상장하는 데 주력하기로 했다. 마크제이컵스의 연간 매출액은 약 10억 달러(약 1조745억 원)에 이르며, LVMH는 이 회사 주식의 75%를 보유하고 있다. 루이뷔통의 디자인을 이끌 제이컵스의 후계자로는 발렌시아가의 수석 디자이너였던 니콜라 게스키에르(42)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모스크바가 유럽연합(EU)의 동진(東進) 정책에 제동을 걸고 있다. EU로 기울고 있는 옛 소련 위성국가(CIS·독립국가연합)들을 다시 러시아의 영향력 아래로 끌어모으기 위한 크렘린의 역습이 거세다. EU는 2009년 5월부터 우크라이나 아르메니아 아제르바이잔 몰도바 벨라루스 조지아(옛 그루지야) 등 옛 소련에서 분리된 6개 국가와 자유무역, 비자 면제, 경제 협력을 토대로 하는 ‘EU 동부 파트너십’ 프로그램을 추진해 왔다. EU는 11월 리투아니아에서 열리는 EU 정상회의에서 이 국가들과 자유무역협정(FTA) 성격의 동맹협정을 체결할 계획이디. 이러한 유럽의 동진은 러시아의 지정학적 패권주의를 자극했다. 러시아는 2010년 카자흐스탄, 벨라루스와 함께 출범시킨 ‘3국 관세동맹’의 확대를 밀어붙이고 있다. 2015년 옛 소련 국가들을 정치 경제적으로 통합하는 ‘유라시안 연합(EEU)’을 결성해 EU에 대항하겠다는 것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꿈이다. 러시아는 탈(脫)러시아를 꿈꿨던 옛 소련 국가들을 상대로 군사, 에너지, 무역 보복을 통한 전방위 압박을 가하고 있다. 아르메니아의 세르지 사르키샨 대통령은 지난달 3일 모스크바를 방문했다. 11월 EU와의 FTA 체결 발표를 앞둔 시점에서 그는 “EU와의 관계를 끊고 러시아가 추진하는 관세동맹에 가입하고 유라시안 연합에 참여하겠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올해 6월부터 아르메니아와 영토 분쟁을 벌이는 아제르바이잔에 10억 달러어치의 군사무기를 제공하겠다며 아르메니아에 압력을 넣었다. 결국 아르메니아는 러시아로부터 군사적 보호를 받기 위해 관세동맹에 합류하겠다고 굴복했다. 하지만 유럽 경제권과의 통합을 원하는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압박에도 버티고 있다. 7월 말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를 방문해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에게 옛 소련권 관세동맹에 가입할 것을 촉구했으나 거절당했다. 러시아는 바로 다음 날부터 무역 보복에 나섰다. 우크라이나의 대표적 제과업체인 로셴의 초콜릿, 사탕, 과자에 대해 ‘위생상의 이유’를 들어 수입 금지 조치를 내렸다. 세르게이 이바노프 크렘린 행정실장은 1일 “우크라이나가 EU로 기울 경우 러시아와의 항공우주 산업, 조선, 원자력 분야 협력이 중단돼 러시아와의 교역에서 최소 120억 달러를 잃게 될 것”이라고 재차 경고했다. 6월 EU와 FTA 협상을 마친 몰도바도 러시아의 보복을 받고 있다. 지난달 2일 드미트리 로고진 러시아 부총리는 EU에 접근하는 몰도바에 대해 “영토 분쟁을 겪고 있는 지역인 트란스니스트리아의 통제를 상실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러시아는 지난달 11일에 몰도바산 와인에 대해서도 수입을 금지시켰다. 친EU 행보를 보여온 조지아도 주력 상품인 포도주와 광천수의 러시아 수출 길이 막혔다. 러시아의 전방위 압력은 역효과를 불러오기도 했다. 러시아의 맹방인 벨라루스도 러시아의 보호무역주의에 불만을 터뜨렸고 러시아는 보복 조치로 벨라루스산 돼지고기 수입을 금지하고 9월 석유 수출분의 25%를 줄였다. 프랑스의 일간 르몽드는 “러시아는 지정학적 패권을 경제적 이익보다 우선시하는 나라”라며 “옛 소련 국가를 놓고 EU와 러시아 간의 거대한 게임이 시작됐다”고 보도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유럽 재정위기의 여파 속에서 치러진 각국 선거에서 ‘반(反)유로화’를 내건 포퓰리스트 극우정당이 약진을 거듭하고 있다. 이들 정당은 유로존 재정위기 탈출 정책에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달 29일 치러진 오스트리아 총선에서는 반(反)이민 정책을 내세우고 유로존 구제금융에 반대하는 자유민주당(FPO)이 21.4%의 득표율로 제3당을 차지했다. 유로화 반대를 기치로 내건 억만장자 기업인 프랑크 슈트로나흐(81)가 이끄는 ‘팀 슈트로나흐’도 5.8%를 득표해 원내 진출에 성공했다. 이번 총선에서 가장 큰 이목을 끈 하인츠크리스티안 슈트라헤 자민당 당수(44)는 ‘네 이웃을 사랑하라. 그 이웃이 오스트리아인이라면’이라는 구호로 민족주의 정서를 자극했다. 그는 “모든 것이 유럽연합(EU)에 집중되고 있다. 우리만의 국가와 문화, 정체성을 원한다”며 반EU 슬로건을 활용했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오스트리아 유권자 중 거의 3분의 1이 반유로 정당에 투표한 것은 유로존에 대한 경고”라고 보도했다. 반면 현 집권 대연정인 중도좌파 성향의 사회민주당(27.1%)과 중도우파 인민당(23.8%)의 합계 득표율은 50.9%로 간신히 과반을 얻었다. 두 당이 집권 연정을 처음 시작한 1945년 이후 최악의 성적이다. 사민당 당수인 베르너 파이만 총리는 인민당과 대연정을 이어갈 계획이지만 협상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유로존 위기 이후 민족주의를 자극하면서 유럽 통합에 반대하는 극우정당 대다수는 선거를 통해 소수파에서 벗어나 원내 제3당의 위치로 뛰어올랐다. 프랑스의 국민전선(FN), 영국독립당(UKIP), 네덜란드의 자유당(PVV), 핀란드의 진짜핀란드인당(TF), 그리스 황금새벽당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지난달 22일 독일 총선에서 유로존 해체를 주장한 ‘독일을 위한 대안(AfD)’은 득표율 4.8%를 얻어 원내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단기간에 급성장하는 저력을 발휘했다. 이들이 내년 유럽의회 선거에서 20% 이상을 차지한다면 유로존 추가 구제금융과 EU의 각종 통합정책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크다. 영국에서는 “내년 유럽의회 선거에서 극우당인 영국독립당이 보수당, 노동당을 제치고 영국을 대표하는 제1당이 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프랑스의 집권 사회당(PS)과 제1야당 대중운동연합(UMP)도 “내년 3월 지방선거, 5월 유럽의회 선거에서 극우정당 FN에 제1, 2당 자리를 내줄 수도 있다”며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구제금융이 필요한 국가 중 좌파 정당이 약진한 곳도 있다. 지난달 29일 치러진 포르투갈 지방선거에서는 중도우파 성향의 집권당이 참패했다. 이날 개표 결과 페드루 파수스 코엘류 총리가 이끄는 집권 사회민주당은 22%를 득표하는 데 그쳐 제1 야당인 사회당의 득표율 38%에도 못 미쳤다. 이번 선거는 포르투갈이 2011년 780억 유로(약 113조626억 원)의 구제금융을 받은 이후 처음으로 치러진 지방선거로, 집권당의 긴축정책에 대한 유권자들의 불만이 그대로 드러났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영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구직 활동이나 공공근로를 하지 않는 장기 실업자에게는 복지 혜택을 주지 않기로 했다. 조지 오즈번 영국 재무장관은 30일 맨체스터에서 열린 보수당 연례회의에서 ‘조건부 실업급여 지급 프로그램’을 포함한 복지체제 개편안을 발표했다. 구직에 나서지 않고 정부가 주는 돈에 기대어 실업 생활을 이어 가는 이들이 더는 없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일할 수 있게 돕기’로 이름 붙여진 이 개편안에 따라 내년 4월부터 장기 실업자들은 일주일에 30시간의 공공근로를 하거나 매일 구직센터를 찾거나 직업훈련을 받아야만 실업급여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장기 실업자들은 이 규칙을 한 차례 어기면 4주 치에 해당하는 230파운드(약 40만 원)의 복지 혜택을 받을 수 없다. 두 차례 위반하면 3개월 치를 받지 못하게 된다. 공공근로에는 쓰레기를 치우고 노인들에게 제공할 음식을 만들거나 자선단체에서 봉사하는 활동 등이 포함된다. 문맹, 알코올의존증, 정신적인 문제로 노동이 불가능한 사람은 교육훈련이나 약물 중독 치료 센터에 다녀야 한다. 오즈번 장관은 “실업자들이 어떤 일이든 하지 않으면 복지 혜택을 받을 수 없을 것”이라며 “사람들이 일자리로 돌아가게 만들기 위한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집권 보수당은 최근 야당인 노동당에 밑돌던 지지율을 따라잡기 시작했으나 반(反)이민 우파 세력과 극우파인 영국독립당(UKIP)의 ‘우향우’ 압력을 강하게 받고 있다. 지난해부터 추진되는 보수당 정권의 ‘복지 수술’에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전통적 지지층을 붙잡아 두려는 정치적 목적도 깔려 있다. 영국 정부의 공식 실업 통계에 따르면 1년 전보다 2만7000명 증가한 46만9000명이 2년여간 실업 상태에 있다. 영국은 심각한 경기 후퇴 국면을 벗어나 서서히 회복되고, 실업률도 최근 7.7%로까지 낮아졌지만 장기적인 실업률은 여전히 높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어린이가 살아 있다면 데리고 나가도 좋다.” 21일 케냐 나이로비 웨스트게이트 쇼핑몰. 테러범들이 쇼핑몰 내 슈퍼마켓에 모인 인질들을 향해 이렇게 말한 순간 한 엄마가 용기를 내 손을 들었다. 영국 버크셔 출신으로 나이로비에 거주하는 영화감독 앰버 프라이어 씨(35)였다. 그녀는 딸(6) 아들(4)과 함께 쇼핑몰을 찾았다가 테러범이 쏜 총알에 다리를 다쳐 인질로 붙잡혔다. 그녀가 인질범으로부터 탈출 허가를 받고 몸을 추스르던 찰나 아들이 박차고 일어났다. 네 살배기 꼬마 엘리어트는 테러범을 향해 “당신은 나쁜 사람이야, 우리를 풀어줘”라고 외쳤다. 그러자 복면을 쓴 테러범은 엘리어트와 누나에게 초콜릿을 건네며 “우리를 용서해줘, 우린 괴물이 아니야”라고 말했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24일 나이로비 쇼핑몰 테러 현장에서 무장괴한에 맞서 사과까지 받아내고 탈출한 용감한 영국 꼬마 이야기를 보도했다. 당시 테러범은 프라이어 씨에게 케냐인과 미국인들을 공격하려던 것일 뿐 영국인은 공격 대상이 아니었다고 양해를 구하더니 이슬람으로 개종을 권유하기도 했다고 한다. 이 사건이 보도된 뒤 인터넷에서는 엘리어트 가족의 사진이 화제를 모았다. 사진 속 초록색 티셔츠를 입고 있는 엘리어트의 손에는 테러범에게 받은 초콜릿 봉투가 들려 있다. 한편 우후루 케냐타 케냐 대통령은 24일 “테러 인질극이 끝났다”고 밝혔다. 이번 테러로 사태를 진압하던 군경 6명을 포함해 67명이 사망하고 170여 명이 다쳤다. 외국인은 한국인 여성 강모 씨(38·여)와 영국인 6명, 프랑스 캐나다 네덜란드인 등 18명이 숨졌다. 케냐 군경은 테러범 5명을 사살하고 11명을 체포했다. 케냐 적십자사는 현재까지 집계된 사망자 외에도 50여 명이 실종 상태라고 밝혔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프랑스 파리 샹젤리제 거리에 있는 화장품 향수 전문판매 매장인 '세포라'는 늦은 밤까지 환하게 불을 켜고 손님을 맞는다. 이곳을 찾는 손님은 연간 600만 명으로, 한해 에펠탑 관광객 숫자와 맞먹을 정도다. 그런데 파리 지방법원이 23일 '세포라'에 대해 밤 9시 이후 심야 영업을 금지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매일 8만 유로(1억1600만 원)의 벌금을 내야 한다. 유럽 경제위기 속에서 프랑스 정부가 경기 활성화와 실업 대책에 필사적인 노력을 하는 상황에서 내려진 '심야영업' 금지 판결에 르피가로, 월스트리트저널 등 국내외 언론이 주목했다. 이번 소송은 프랑스의 노동조합총연맹(CGT) 등 노조 단체들이 18개월 전부터 심야 영업을 하던 대형 소매업체들을 상대로 낸 본보기 소송 중의 하나다. 대형 노조단체의 파리지부로 구성된 '클릭P'는 법정에서 애플, 유니클로, 모노프리, 카지노, 갤러리 라파예트 등 굴지의 제조업체 및 유통업체와 맞붙여 잇달아 승소했다. 프랑스의 대표적인 럭셔리 브랜드인 루이뷔통 그룹(LVMH) 소유인 '세포라'의 샹젤리제 본점은 평일에는 자정까지, 금요일과 토요일에는 새벽 1시까지 영업을 한다. 23일 파리 지방법원의 재판정에는 이 회사의 직원 50명이 증인으로 출두했다. 이들은 "밤에도 일하고 싶다"며 "회사와의 동의 하에 50%의 야근 수당과 100%의 휴가 보상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세포라 측은 보도 자료를 내고 "오후 9시 이후에 20%의 매출이 발생하며, 58명의 직원들이 야근조에서 근무하고 있다"며 "심야 영업이 금지되면 45명 이상의 직원을 해고할 수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2001년 개정된 프랑스 노동법에 따르면 오후 9시부터 오전 6시까지의 야간 근무는 "경제적 활동의 연속성과 사회적 필요가 있을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허용된다"고 규정돼 있다. 에릭 쉬레르 프랑스기독교노총(CFTC) 관계자는 "야근은 노동자들이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을 줄여 노동자들의 권익을 침해한다"며 "심야 영업은 법원의 판결대로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세포라 측은 "어쩔 수 없이 1주일 뒤부터는 밤 9시에 문을 닫아야 하겠지만, 이 사건에 대해 고등법원에 항소하겠다"고 밝혔다.파리=전승훈 특파원raphy@donga.com}
22일 실시된 독일 총선에서 집권 여당인 기독민주당(CDU)-기독사회당(CSU)이 압승을 거둬 앙겔라 메르켈 총리(59)가 3선 연임에 성공했다. 옛 동독 출신으로 2005년 독일 최초의 여성 총리, 최연소 총리에 올랐던 메르켈 총리는 2017년까지 총리직을 수행하면 유럽에서 최장수 여성 총리(12년 재임)가 된다. 지금까지 유럽에서 가장 오랫동안 집권한 여성 최고위 지도자는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11년 재임)다. 독일 집권 여당의 압승에도 불구하고 연정 파트너인 친(親)기업 성향의 자유민주당(FDP)이 득표율 4.8%에 그쳐 원내 의석 배정 기준인 5%에 미달했다. 과반 확보에 실패한 현재의 보수 연정은 해체되고, 메르켈 총리는 사회민주당(SPD)을 포함한 야당과 대연정 협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발표된 개표 예비 결과에 따르면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집권 기민-기사당 연합은 41.5%를 얻어 311석의 의석을 확보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독일 통일 직후인 1990년 실시된 총선 이후 집권당이 확보한 가장 높은 득표율이다. 이번에 기민-기사당이 얻은 의석은 전체 630석 중 과반인 316석에서 5석이 부족했다. 야당인 사민당의 득표율은 25.7%, 좌파당은 8.6%, 녹색당은 8.4%로 집계돼 각각 192석, 64석, 63석의 의석을 차지했다. 총선 막판 변수였던 반(反)유로화 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은 4.7% 득표로 의석 배정 기준을 넘지 못했다. 이날 총선 투표율은 73%로 4년 전 총선(70.8%) 때보다 2%포인트 이상 올라갔다. 메르켈 총리는 “앞으로 4년을 독일을 위한 성공적인 기간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영국의 마거릿 대처 전 총리를 뛰어넘는 유럽 최고 여성 지도자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 이달 9일 노르웨이 총선에서 승리한 보수당의 에르나 솔베르그 대표도 다음 달 노르웨이 여성으로서는 두 번째로 총리에 취임할 예정이다. ‘노르웨이의 메르켈’로 불리는 솔베르그 대표는 자신이 이끌던 보수 야당을 집권당으로 올려놓았다. 유럽에서 여성 정치인들의 득세는 1980년대 초 이후 30여 년 만에 재현되고 있다. 1979년 영국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 총리에 오른 ‘철의 여인’ 대처 전 총리는 민주적으로 선출된 유럽 최초의 여성 수반이었다. 노르웨이의 그로 할렘 브룬틀란 전 총리도 1981년부터 10년간 총리를 지냈다. 영국의 가디언은 식료품점 딸(대처)과 목사의 딸(메르켈)로 태어난 두 여성이 이공계 과학도 출신이라는 점, 우파 여성 정치인으로 남성 중심의 정계에서 뛰어난 지도력을 발휘했다는 점에서 닮았다고 보도했다. 강경 보수 노선을 유지했던 대처 전 총리와 달리 메르켈 총리는 ‘따뜻한 보수주의자’로 평가받고 있다. 또 대처 전 총리는 유럽 통합에 강력히 반대했으나 메르켈 총리는 유럽연합(EU)의 조정자 역할을 맡아 왔다. 타르야 할로넨 전 핀란드 대통령도 2000년부터 2012년까지 핀란드를 이끌었던 여성 지도자다. 덴마크에서도 2011년 9월 총선에서 헬레 토르닝슈미트 총리가 좌파연정의 승리를 이끌며 덴마크 첫 여성 총리로 취임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이번 총선에서 압승을 거둔 것은 유럽연합(EU)에서 능숙한 조정자 역할을 하면서 안방인 독일에서도 경제 안정과 복지정책을 선도했기 때문이다. 이번 독일 총선은 유럽 최악의 재정위기 속에서 실시됐다. 유럽의 재정위기에서 재정 분담 비율이 가장 높았던 나라가 독일이다. 그렇지만 독일의 실업률은 현재 통일 이후 최저 수준인 6.8%를 기록하고 있고 무역수지도 사상 최대 규모의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메르켈 총리는 총선 전부터 “독일 경제와 유럽을 동시에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메르켈 총리는 2005년 첫 집권 당시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60년 만의 최악의 경기침체 속에서 사회민주당(SPD)과의 대연정으로 독일 경제를 살려내 강한 신뢰감을 얻었다. 두 번째로 집권했던 2010년에는 유로존 재정위기가 닥쳤다. 메르켈은 그리스 스페인 등에 긴축재정을 압박할 때 너무 단호한 태도를 보여 ‘나치’에 비유되기도 했다. 남유럽 재정 부실 국가의 분담액 증액 요구에 맞서 독일 납세자들에게 큰 부담을 지우지 않은 것이 총선에서 압도적 지지로 이어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바이에른 주 파사우대의 하인리히 오베르로이터 교수(정치학)는 “메르켈의 성공은 유럽의 위기 속에서 총리가 독일의 이익을 위해 일하고 있다는 인상을 강력하게 심어준 데 있다”고 평가했다. 독일에서 메르켈 총리의 별명은 ‘엄마’의 애칭인 ‘무티(mutti)’다. 어떤 상황에서도 냉철하고 침착하게 실타래를 풀어나가는 리더십을 뜻한다. 메르켈은 이번 총선에서 ‘원전 폐기’ ‘어머니연금제’ 같은 야당이 추진할 법한 정책들을 재빠르게 수용해 이슈를 선점하기도 했다. 2011년 3월 일본 원전 사고 직후 28%까지 치솟았던 녹색당의 지지율이 총선에서 8%대로 추락한 것은 정부의 원전 폐기 결정으로 녹색당의 존재감이 무력해졌기 때문이다. 이제 메르켈은 명실상부한 유럽 ‘여제(女帝)’의 자리에 올랐다. 전후 독일 총리 중 3선에 성공한 사람은 콘라트 아데나워, 헬무트 콜 전 총리와 메르켈 등 3명뿐이다. 독일 시사주간 슈피겔은 “이번 총선의 압승으로 메르켈은 단순한 독일의 지도자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메르켈은 총선 기간에 유권자의 눈치를 보느라 유로존 지원 대책에 대해서는 극도로 말을 아꼈다. EU의 주요 현안 논의가 독일 총선 기간에 ‘올 스톱’될 정도였다. 유럽 각국의 국민들은 유럽 제1의 경제대국 독일의 총선 결과를 마치 자국의 총선처럼 목매고 기다렸다. 투표 결과가 나오자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 엔리코 레타 이탈리아 총리도 “유럽의 승리”라며 일제히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1949년 창당 이후 매번 ‘킹메이커’ 역할을 맡아 정부에 참여했던 집권연정 파트너 자민당(FDP)은 처음으로 5% 미만 득표로 원내 진출에 실패했다. 이에 따라 메르켈 총리는 사민당 등과 새로운 집권 연정 협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메르켈 총리는 이날 “이미 사민당 당수와 접촉했다”며 대연정 협상이 시작됐음을 확인했다. 메르켈 총리는 우선 유럽중앙은행(ECB)이 주도하는 ‘은행동맹’을 완성해 유동성 위기를 근절하는 대책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독일 정부는 그동안 독일의 재정 부담이 큰 유로본드, 부채상환기금 창설 등은 불가하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사민당은 유로화 지역의 부채 해소에도 긍정적 태도를 보이는 등 ‘친(親)유럽통합’ 정책을 표방하고 있다. 23일 유럽 증시가 일제히 상승세로 출발한 것은 독일이 총선 후 유로존 위기 탈출을 위한 정책을 내놓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23일 “긴축을 요구해왔던 보수 연정이 자민당의 추락으로 해체된 투표 결과를 보며 유럽인들은 독일이 적극적인 경기부양과 실업 해소 대책 마련에 나설 ‘대연정’ 구성에 대한 기대를 보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독일은 총선을 통해 지역구 299석, 주별 정당명부식 비례대표 299석 등 총 598석의 연방하원 의원을 선출한다. 22일 총선에서 뽑힌 의원 수가 원래 의석보다 32명이 많은 630명으로 늘어난 것은 독일의 독특한 의석 배정 방식 때문이다. 유권자들은 총선에서 두 장의 투표용지에 투표한다. 제1투표는 지역구 의원, 제2투표는 정당에 투표한다. 제2투표에서 5% 이상 또는 지역구 의석 3석 이상을 차지한 정당에 대해 득표율에 따라 배분하기 때문에 의석 변화가 생긴다. 각 정당의 득표율에 따라 배분받는 의석 수는 16개 주에 다시 배분된 뒤 각 주에서의 정당 득표율에 따라 다시 나눠진다. 한 정당 소속의 출마자들이 A주에서 차지한 지역구 의석수가 득표율에 따른 배분 의석수보다 많다면 ‘지역구 당선자 우선’ 원칙에 따라 지역구 당선자 모두에게 의석이 주어진다. 이 같은 초과 의석이 전국적으로 1994년 16석, 1998년 13석, 2002년 5석, 2005년 16석, 2009년 24석이었다. 초과 의석은 대체로 다수 득표 당에 돌아간다. 이번 선거에서도 방송사 출구조사 결과 기민·기사당이 42% 이상을 득표할 것으로 예상되자 초과 의석까지 싹쓸이하면 56년 만의 단독 과반 정부가 탄생할 것으로 기대됐으나 현실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7월 “직접선거 원칙을 위배하는 것”이라며 다수당에 몰아주는 초과 의석수를 15석 이하로 줄이도록 명령했다. 한편 독일 연방의회 상원은 16개 주의 대표로 구성돼 있다. 상원의원은 투표로 선출하지 않고 각 주정부 각료나 파견 공무원으로 구성된다. 현재 연방 상원의원은 61명이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스코틀랜드의 독립을 쟁취할 일생일대의 기회입니다. 내년 9월 18일 투표에서 ‘예스’라고 말합시다!” (앨릭스 새먼드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수반) 21일 영국 스코틀랜드 자치정부의 주도(州都)인 에든버러에서 영국으로부터 분리독립을 요구하는 대규모 거리행진이 벌어졌다. 내년 9월 18일로 예정된 스코틀랜드 독립 여부를 묻는 주민투표를 1년 앞두고 벌인 시위였다. 스코틀랜드 분리독립 운동단체인 ‘예스 스코틀랜드’는 이날 거리행진에 2만 명가량이 참석했다고 주장했으나 경찰은 8300명으로 추산했다. 시위 참가자들은 스코틀랜드의 전통 의상인 킬트를 입고 전통 악기인 백파이프를 불며 “스코틀랜드의 재산을 스코틀랜드인에게로!” “웨스트민스터(영국) 정부는 이제 그만!” 등 구호를 외쳤다. 최근 유럽 각국이 분리독립 시위로 몸살을 앓고 있다. ○“우리 돈으로 가난한 지역 부양 그만” 11일에는 스페인에서 2014년 분리독립 투표를 주장하는 카탈루냐 주민 40만 명이 ‘인간사슬’ 시위를 벌였다. 2014년은 공교롭게도 스코틀랜드의 독립항쟁을 그린 영화 ‘브레이브하트’의 실제 주인공 윌리엄 월리스의 죽음에 자극받아 벌인 전투에서 잉글랜드에 대승을 거뒀던 배넉번 전투 700주년이 되는 해다. 또 카탈루냐가 1714년 스페인 국왕 펠리페 5세에게 항복한 지 300주년이 되는 해다. 벨기에 북부 플랑드르 지방의 정당인 ‘신(新)플랑드르 연대’는 2014년 5월 총선에서 승리하면 완전 분리독립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유럽의 재정위기가 이런 유럽의 분리독립 바람을 부채질했다. 스페인 카탈루냐, 벨기에 플랑드르, 이탈리아 북부 지방은 자신들이 번 돈으로 가난한 지방을 부양하는 현실을 타개하려고 ‘분리독립’을 외치고 있다. 스코틀랜드는 영국(잉글랜드)보다 경제력에서는 뒤지는 상태. 하지만 200억 배럴(약 3조1780억 L) 상당의 북해유전을 독자 개발한다면 지금보다 더 부유한 국가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부유한 벨기에 플랑드르-伊북부도 가세 실제로 이들이 분리독립을 쟁취하기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영국 정부는 특히 스코틀랜드가 독립하면 금융시스템의 리스크를 감당하지 못해 결국 은행권 붕괴로 위기에 처한 아이슬란드나 키프로스의 전철을 밟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뉴욕타임스도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와 뱅크오브스코틀랜드 등 주요은행이 영국 시스템에서 분리하는 건 어려운 작업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2008년 금융위기 때 영국 정부가 구제금융을 지원하는 대가로 두 은행의 지분을 각각 80%, 40% 보유했기 때문이다. 또한 독립 시 북해유전의 소유권과 스코틀랜드를 모항으로 하는 트라이던트 핵 잠수함 부대의 처리문제를 두고 영국 정부와 커다란 마찰을 빚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금융-軍운용 등 분리독립 ‘산 넘어 산’ 스페인 카탈루냐 주의 부채는 국내총생산(GDP)의 21%에 이르는 420억 유로로 스페인 전체 주 가운데 가장 많다. 지역 최대 언론인 엘파이스는 “카탈루냐 주가 독립한다면 당장 지불정지를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벨기에도 네덜란드어를 쓰는 북부 플랑드르와 프랑스어를 사용하는 남부 왈롱지역 간의 격차가 심각해 ‘국가해체’가 논의되고 있다. 하지만 GDP의 87%에 이르는 공공부채를 해결할 방안이 없어 ‘분리’보다는 ‘공존’을 통해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독일 주간 슈피겔은 분리주의 열풍에 대해 “유럽 재정위기 속에서 국내 책임은 피하고, 유럽연합(EU) 회원국의 혜택을 누리려는 ‘이기주의자의 시간’이 도래했다”고 분석했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2010년 유로존 부채위기 이후 처음으로 치러지는 22일 독일 총선을 하루 앞두고 유럽 각국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사진)의 3선 연임이 기정사실화된 가운데 최근 8년간 긴축으로 일관해왔던 독일 집권연정의 대(對)유럽 정책에도 변화가 올지 주목된다. 독일 일간지 빌트가 여론조사기관인 INSA에 의뢰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여당인 기민·기사당의 지지율은 38%, 연정 파트너인 자유민주당(FDP)은 지지율 6%를 얻는 것으로 나타났다. 집권연정의 지지율 합계 44%는 사민당(28%) 좌파당(9%) 녹색당(8%) 등 3개 야당의 지지율 합계 45%보다 1%포인트 낮지만 이 구도대로라면 정권이 바뀌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또 다른 여론조사기관인 포르자의 여론조사에서는 연립여당과 야권의 지지율이 45%의 박빙 승부로 예상됐다. 독일은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지역 총생산량의 30%를 차지하며 실질적으로 유럽연합(EU)을 이끌고 있는 국가. 그러나 메르켈 총리가 EU의 최대 현안인 청년실업 대책을 비롯해 EU의 은행동맹 결성, 자동차 배기가스 규제협상안, 세르비아와 터키의 EU 가입 협상안 등 주요 유럽현안 결정을 독일 유권자들의 눈치를 보느라 모두 총선 이후로 미뤘다. 또한 독일 헌법재판소도 총선 이후로 유럽중앙은행(ECB)의 무제한 국채매입(OMT)에 대한 결정을 연기한 상황이어서 독일 총선은 전 유럽 국가들로부터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현재 독일 총선에서 마지막 남은 변수는 기민·기사당의 연정 파트너인 자민당의 정당 득표율이 5%를 넘길지다. 총선을 불과 1주일 앞두고 15일 남동부 바이에른 주에서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자민당은 3.3%를 득표해 의회 입성에 실패했다. 독일 선거법에서는 정당 득표율 5% 미만의 정당에는 의석 배정을 금지한다. 반면에 유로존 탈퇴를 주장하는 신생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의 막판 돌풍이 거세다. 올해 4월 창당 이후 줄곧 2∼3%에 머물렀던 AfD는 18일 INSA의 여론조사에서 처음으로 5%를 얻어 의석 확보 기준을 통과했다. 우파 포퓰리즘에 영합하는 AfD의 약진은 지지층이 겹치는 보수 집권연정의 과반 의석 확보를 위태롭게 하고 있다. 여론조사기관인 포르자의 만프레트 귈너 대표는 “AfD가 단순한 반(反)유로를 넘어 극우 표심을 끌어 모아 득표율 5%를 넘길 수 있다”고 말했다. AfD가 의석을 확보하면 독일 내부에서 반유로 정서가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만일 자민당이 이번 총선에서도 득표율이 5% 밑으로 떨어진다면 메르켈 총리는 AfD와 연정을 꾀하기보다 2005∼2009년 집권 1기 때처럼 제1야당인 사민당과 대연정 협상을 벌일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대연정이 탄생할 경우 볼프강 쇼이블레 재무장관을 포함한 메르켈 내각의 변화가 불가피하며, 유로존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메르켈이 주도해왔던 긴축정책에 변화가 올 것”이라고도 예상했다. 다니엘라 슈바르처 독일국제안보협회 유럽연구센터장은 “독일이 총선 이후 긴축정책에서 벗어나 사회간접자본 교육 복지 연구사업 등에 투자를 활성화한다면 독일뿐 아니라 유럽 전체 경기에도 큰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미국과 이란의 대통령이 30여 년 만에 처음으로 대면할 가능성이 제기돼 시리아 화학무기에 이어 이란 핵문제도 외교 협상으로 해결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다음 주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 총회에서 만날 가능성이 있다고 15일 보도했다. 양국 정상이 대면하는 것은 1979년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과 무하마드 리자 팔레비 이란 국왕이 만난 이후 처음이다. 이란 전문가이자 전미 이란계 미국인협회 트리타 파르시 회장은 “양국 지도자의 만남은 시리아 화학무기 해법을 담은 ‘제네바 합의’ 이행에 커다란 정치적 압박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파르시 회장은 “양국 정상이 만나더라도 ‘양측에 진술 거부권을 주기 위해’ 정식 회담 형식이 아닌, 복도에서 우연히 만나는 쪽으로 조율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미국 ABC방송의 시사 프로그램 ‘디스 위크’에 출연해 로하니 대통령과 최근 서한을 교환하고 핵 문제에 관한 의견을 나눴다고 밝혔다. 두 정상이 어떤 형태로든 대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이란이 교훈으로 삼아야 하는 것은 이런 문제를 외교적으로 해결할 여지가 있다는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영국 외교부도 15일 윌리엄 헤이그 외교장관과 무함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교장관이 이달 유엔총회 기간에 만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시리아 내전에서 화학무기가 사용돼 수백 명의 목숨을 앗아갔다는 유엔 조사단의 보고서가 16일 발표됐다. 안보리의 한 관계자는 “매우 광범위한 증거를 확보했다. 보고서 상세 내용을 보면 화학무기 공격 주체가 어느 세력인지 누구나 짐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15일 프랑스 TF1 TV에 출연해 이번 시리아 화학무기 폐기에 대한 합의는 “중요한 진전”이라고 평가하면서도 “군사력을 동원한 해법도 남겨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랑드 대통령은 16일 파리에서 로랑 파비위스 프랑스 외교장관, 존 케리 미 국무장관, 헤이그 영국 외교장관과 함께 시리아 화학무기 폐기에 대한 유엔 결의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파리=전승훈·워싱턴=정미경 특파원 raphy@donga.com}

해군사관학교 생도와 해군 장병으로 구성된 ‘2013년 해군 순항훈련전단’이 14일(현지 시간) 프랑스 셰르부르 항에 들러 6·25전쟁에 참전한 프랑스인들을 초청해 보은 행사를 열었다. 한국형 구축함 대조영함(5500t급)과 군수지원함 화천함으로 구성된 훈련전단은 생도 140여 명을 포함해 승조원 630여 명을 태우고 훈련에 들어간 후 여섯 번째 항구인 셰르부르 항에 입항했다. 훈련전단은 4일간 방문 일정 중 첫날인 이날 밤 셰르부르 항 입항 기념식에서 6·25 참전 용사와 가족들을 초청해 감사와 존경을 표시하는 행사를 개최했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시리아 화학무기 참사 해결 방안을 논의해온 미국과 러시아는 내년 중반까지 시리아 화학무기를 완전히 제거하기로 14일 합의했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은 12∼14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회담을 열고 ‘시리아의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은 일주일 내 화학무기 보유 현황을 완전히 공개하는 한편 11월까지 국제 사찰단을 입국시키고 내년 중반까지 해체를 완료한다’는 내용의 ‘시리아 화학무기 제거 프레임워크(기본틀)’를 발표했다. 양국은 이날 공개한 4쪽 분량의 합의문에서 “시리아 보유 화학무기의 규모와 위치 등에 대한 합의에 이르렀다”며 “화학무기금지기구(OPCW)의 정해진 절차에 따라 폐기와 검증 과정을 밟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제거 대상에는 화학무기의 재료가 되는 화학약품, 생산 및 혼합 공정, 화학무기 발사 시스템, 연구개발(R&D) 공장 등이 모두 포함된다. 올해 11월까지 사찰단의 초기 현장조사를 마치고 생산 및 혼합기기를 폐기하며 내년 상반기까지는 공장 폐쇄 등 제거 절차를 완료한다. 또 화학무기 해체는 OPCW의 감독 아래 시리아가 아닌 외부에서 처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데 합의했다. 양국은 시리아가 100t 분량의 화학무기를 보유하고 있으며 시리아 내 45곳에 화학무기 시설이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미 국무부 관리는 밝혔다. 그러나 가장 큰 관심사였던 시리아의 화학무기 해체 불이행 시 제재에 관한 구체적 합의가 없어 ‘반쪽짜리 합의’라는 비판이 나온다. 양국은 “시리아가 화학무기 해체를 거부하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평화 파괴 행위에 대한 군사제재를 명시한 유엔헌장 7장에 따라 조치를 취한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조치인지는 합의문에 담겨 있지 않다. 라브로프 장관은 “회담에서 군사력 사용이나 자동 제재에 대한 논의는 없었다. 불이행은 차후 유엔 안보리가 다룰 문제”라며 미국의 군사행동에 반대 의사를 밝혔다. 미국의 군사 개입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14일 발표한 성명에서 “시리아 화학무기 처리에 관한 제네바 합의를 환영한다”며 “그렇지만 아사드 정권에 계속 압력을 주고자 미국은 군사태세를 유지할 방침이다”라고 밝혔다. 조지 리틀 국방부 대변인도 “미 해군 함정들이 공격준비 태세를 해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적어도 내년 중반까지 화학무기 폐기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미국이 무력행동에 나설 가능성은 희박하고 의회의 반대 기류도 강하다는 점에서 사실상 공습 계획은 물 건너갔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외교적 해법을 줄곧 강조해온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이번 합의로 시리아의 화학무기 추가 사용을 막고 내전을 끝낼 정치적 해법의 길을 열었다”며 합의안을 환영했다. 알리 하이다르 시리아 국민화해부 장관은 15일 “ 러시아 친구들 덕에 시리아가 전쟁을 피하게 됐다”며 “시리아의 승리”라고 자평했다. 영국 프랑스 독일도 지지 의사를 밝혔다. 반면 시리아 반군의 주축인 자유시리아군 셀림 이드리스 사령관은 “합의안의 어느 부분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시리아 정권의 화학무기 사용에 대한 응징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협상을 통해 러시아는 중동에서 새로운 중재자로 떠올랐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13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이란 핵 문제를 둘러싼 국제사회의 대(對)이란 제재가 풀릴 수 있도록 러시아가 나서줄 것을 요청했다. 워싱턴=정미경·파리=전승훈 특파원 mickey@donga.com}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은 12일 러시아가 제안한 중재안에 따라 화학무기를 포기하겠다고 밝혔다. 아사드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 국영방송 러시아24의 다마스쿠스 특파원과 인터뷰에서 “시리아는 화학무기를 국제사회 통제 아래에 두겠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의 위협은 이번 화학무기 포기 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으며 러시아가 제안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 등은 러시아24를 통해 나온 소식을 전하며 “시리아와 러시아는 시리아군이 화학무기 공격에 책임이 있다는 것을 부인했다”라고 덧붙였다. 러시아가 시리아로 하여금 4단계에 걸쳐 화학무기를 폐기할 것을 제안하는 중재안 세부 계획을 만들어 미국 측에 전달했다고 12일 러시아 일간지 코메르산트가 보도했다. 러시아는 △시리아가 먼저 화학무기금지기구(OPCW)에 가입하고 △화학무기 저장고 및 생산 시설에 대해 공표하며 △이 시설들에 대한 OPCW 전문가 사찰을 허용하는 한편 △전문가들과 언제 어떻게 화학무기를 폐기할지 협의하는 절차를 밟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시리아 화학무기 참사를 조사했던 유엔 조사단은 화학무기 사용 세력이 아사드 정권이라고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예상된다. 미국 외교 전문지 포린폴리시(FP)는 11일 이번 조사 내용에 정통한 유엔 관리 3명을 인용해 “조사단은 아사드 정권이 독가스 참사에 책임이 있음을 보여주는 풍부한 증거들을 확보했다”고 보도했다. 조사단은 16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게 조사 결과 보고서를 제출한다. 보고서는 아사드 정권이 독가스로 국민을 살해했다고 직접 지목하진 않았지만 로켓 부품, 토양 및 혈액 샘플 등의 조사 결과를 근거로 시리아 정부에 책임을 묻기에 충분한 정황 증거를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러시아는 시리아에 첨단 군사무기를 공급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고정밀복합체 지주회사의 알렉산드르 데니소프 사장은 소규모 군사·산업시설 등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공중방어 시스템인 판치르-S1(나토명 SA-22) 24대를 시리아에 공급할 것이라고 12일 이타르타스통신에 밝혔다. 군사행동 이전에 외교적 해결 노력을 우선하겠다고 밝힌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11일 “외교 협상에 걸리는 시간, 외교 실패 시 군사행동에 나서는 시기 등에 대한 구체적인 시간표는 없다”고 밝혔다. 미국 상하원도 시리아 군사개입에 대한 표결을 다음 주 이후로 미루고 스위스 제네바에서 12, 13일 열리는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의 회동 결과 등을 지켜보기로 했다. 한편 시리아 사태 중재에 나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노벨평화상을 수여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프라우다 등 러시아 언론은 12일 세르게이 콤코프 러시아교육재단 이사장이 노르웨이 노벨평화상위원회에 푸틴 대통령을 후보로 추천하는 서한을 보냈다고 보도했다. 최근 프랑스에서도 푸틴을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대하기 위한 서명 운동이 시작됐다고 덧붙였다.워싱턴=정미경·파리=전승훈 특파원 mick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