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최대시장 빗장 풀린다”… 글로벌기업 이란行 러시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1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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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르면 12월부터 경제제재 완화
자동차-항공기서 선박보험까지 시장진출위한 무한경쟁 막올라
오바마 국내외 비판에 적극 항변 “核합의로 美리더십 새시대 열어”

이란의 핵협상 타결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중동 최대 소비시장인 이란에 뛰어들기 위한 글로벌 기업들의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로랑 파비위스 프랑스 외교장관은 25일 “이르면 12월부터 이란에 대한 일부 경제제재가 완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맞춰 프랑스의 자동차회사, 인도의 정유회사, 런던의 선박보험회사, 미국과 유럽의 항공사, 터키의 금 무역상까지 이란 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무한 경쟁’을 시작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25일 전했다.

이란은 세계 4위의 석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으며 전체 약 8000만 명의 인구 중 25세 이하가 44%를 차지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수십 년간 식량, 의약품밖에 교역하지 못했던 미국 기업은 물론이고 재정위기 탈출을 노리는 유럽 국가들도 이란 시장 개방에 주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27일부터 테헤란에서 열리는 제8회 국제자동차부품전시회에 참가하려는 서방 기업인들의 비자 신청 행렬이 길어지고 있다고 르몽드가 25일 보도했다. 자동차 시장 개방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프랑스. 푸조 시트로엥과 르노는 2012년 이란 제재가 강화되기 전까지 이란에서 60만 대 이상의 자동차를 팔았다. 영국의 컨설팅회사인 에른스트&영의 피터 퍼스 컨설턴트는 “이번 핵 협상 타결로 푸조와 한국의 기아자동차가 가장 큰 혜택을 볼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럽의 에어버스, 미국의 보잉사에서 구입한 비행기 150여 대를 보유하고 있는 이란의 항공기 시장도 주목받고 있다. 평균 20년 이상인 낡은 기종이 대부분이어서 부품과 신모델 항공기 수요가 커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란의 원유수송 선박보험에 대한 제재 완화로 국제선주상호보험(P&I) 클럽과 영국의 로이드, 독일과 스위스의 재보험 회사들이 이란과의 사업 재개를 준비하고 있다. 이란은 자국 화폐가치 하락에 대비해 터키에서 한 달 평균 15억 달러씩 금을 수입해왔다. 제재가 풀리면 국제 금시장도 다시 활기를 띨 것으로 예상된다.

이란은 미국의 제재가 본격화된 2012년 이후 원유 수출량의 60%가 줄었다. 이란과 유전 개발 프로젝트를 추진했던 프랑스 석유 기업 토탈사를 비롯해 이탈리아의 ENI, 노르웨이의 스타트오일 등 유럽의 다국적 에너지 기업들은 “이란으로 돌아가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블룸버그가 보도했다. 프랑스 재무부는 최근 이란과의 무역을 활성화하기 위한 위원회도 만들었다.

한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5일 공개연설에서 이란과의 핵협상 합의에 대한 국내외의 비판에 적극 항변하고 나섰다. 그는 캘리포니아 주 샌프란시스코 시 차이나타운을 방문해 “명민하고 원칙에 의거한 외교가 이란의 핵개발을 막는 합의를 낳았다”고 자평했다. 그는 “이란이 이번 기회를 잡아 국제사회에 합류한다면 불신을 조금씩 무너뜨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이번 합의는 이라크전쟁 종식과 오사마 빈라덴 사살, 아프가니스탄 철군에 이어 10년 이상 이어진 전쟁의 시기를 넘어 ‘미국 리더십의 새로운 시대’를 열겠다는 2008년 대통령 선거 공약을 이행하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워싱턴포스트의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이그네이셔스는 이번 협상이 국내외의 반대를 돌파하고 적성국과의 외교를 복원했고 비밀특사를 활용했다는 점에서 1970년대 초 리처드 닉슨 당시 대통령의 중국 외교와 흡사하다고 지적했다.

파리=전승훈 raphy@donga.com   

워싱턴=신석호 특파원
#중동#이란#글로벌기업#핵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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