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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갈등으로 글로벌 공급망이 재편되는 과정에서 인도가 ‘포스트 차이나’로 부상하며 수혜를 볼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올해 세계 1위 인구대국으로 올라서는 등 글로벌 생산기지로서 입지가 커지면서 중장기적으로 고성장할 것이란 분석이다. 한국은행은 5일 발표한 ‘인도 경제 현황과 성장잠재력 및 리스크 평가’ 보고서에서 “인도는 1991년 경제개혁 이후 성장을 지속하며 경제규모 6위 국가로 부상한 가운데 최근 중국을 대체할 생산기지로서 수혜 가능성이 부각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최근 서방 국가와 중국·러시아 사이 갈등으로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 역할이 축소되면서 인도가 반사 효과를 볼 것이라는 얘기다. 실제로 중국의 봉쇄조치로 생산에 차질을 빚은 애플의 위탁생산업체 폭스콘은 2년 내에 인도 아이폰 공장 인력을 1만7000명에서 7만 명으로 4배 가량으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무엇보다 인도는 올해 중국을 추월해 세계 1위 인구대국이 된다. 지난해 유엔이 발표한 ‘세계 인구 전망 2022’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인도 인구는 14억2800만 명으로 중국(14억250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한은에 따르면 인도는 1991년 개방 시장경제 체제로 전환한 이후로는 약 30년간 연평균 5.7%의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인도 국내총생산(GDP)이 독일, 일본 등을 제치고 2027년이면 세계 3위에 올라설 것으로 내다봤다. 한은은 “인구 변화와 생산기지 역할 확대 등을 고려할 때 중장기적으로는 고성장을 지속할 것”이라면서도 환경오염, 인프라 부족, 규제 비용, 무역환경 변화 등을 리스크 요인으로 꼽았다. 최근 인도 주식시장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바에 따르면 인도를 대표하는 50개 종목을 담은 니프티50지수는 1991년 이후 30년간 연평균 14.0% 올라 같은 기간 미국 S&P500지수(8.0%), 중국 상하이종합지수(10.8%), 한국 코스피(4.4%) 상승률을 웃돌았다. 정우창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인도 기업들은 중국, 미국 기업들보다 더 높은 성장률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저출산 고령화 추세가 이어진다면 한국 경제성장률이 2050년 이후 연평균 1% 미만으로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인구 감소로 인한 노동력 부족을 자본투자나 기술혁신 등으로 극복하지 못하면 한국 경제가 장기 저성장의 늪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다. 한국경제학회장인 이종화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2일 서울 고려대 국제관에서 열린 ‘2023 경제학 공동학술대회’ 기조연설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이 교수가 이날 발표한 ‘인구가 감소하는 성장모형과 한국 경제에의 적용’ 논문에 따르면 2050∼2060년 한국의 연평균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0.9%, 1인당 GDP 증가율은 2.3%로 추정됐다. 통계청 장래인구추계를 가정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예측한 결과다. 인구구조 변화는 노동력뿐만 아니라 자본 투입과 기술 진보에도 영향을 미친다. 기술 진보율과 인적자본 증가율이 현재 수준을 유지한다고 가정한 모형에서는 2050∼2060년 GDP 증가율이 1.5%, 1인당 GDP 증가율이 2.9%로 나타났다. 반면 물적자본 투자율이 점진적으로 낮아질 경우 GDP 증가율이 0.2%, 1인당 GDP 증가율이 1.5%까지 떨어졌다. 이 교수는 “한국 경제가 기술 진보, 노동력의 질적 향상, 물적자본 투자율을 높게 유지하고 부족한 노동을 자본과 기술로 대체할 수 있으면 높은 성장 경로를 따라 지속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경제학회가 주관하는 ‘2023 경제학 공동학술대회’는 3일까지 이틀간 열린다. 둘째 날에는 김흥종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원장이 ‘경제 안보, 세계 경제 패러다임을 바꿀 것인가’를 주제로 기조연설에 나선다. 이번 학술대회에는 총 58개 경제학 관련 학회에서 1500여 명의 연구자가 참여하며 450여 편의 논문이 발표된다.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긴축 속도를 늦추면서 시장의 시선은 이달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동결 여부에 쏠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은이 연준의 속도 조절로 추가 금리 인상에 대한 부담을 덜게 된 데다 최근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며 긴축 고삐를 더 죄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관측한다. 이달 23일로 예정된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한은이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에 더 무게를 싣는 것이다. 국내 물가가 5%대로 여전히 높기는 하지만 점차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고, 원-달러 환율도 1200원대 초반으로 낮아지면서 외환시장도 안정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난해 4분기(10∼12월) 성장률(―0.4%)이 뒷걸음치는 등 민간 소비와 수출 동반 부진이 이어지는 점도 추가 금리 인상을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꼽힌다. 최근 한은이 공개한 지난달 금통위 의사록을 보면 이창용 총재를 제외한 금통위원 6명 중 2명만 추가 금리 인상에 찬성했다. 변수는 중국의 리오프닝(경제 활동 재개)에 따른 물가 경로다. 이환석 한은 부총재보는 “2월에도 소비자물가는 5% 내외의 상승률을 나타낼 것”이라며 “리오프닝의 영향으로 글로벌 경기 상황이 예상보다 빠르게 개선될 경우 수요 증대로 인해 국제 원자재 가격에 대한 상방 압력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추경호 부총리도 이날 비상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최근 수출 부진 지속 등 실물 부문의 어려움이 확대되는 가운데 물가도 당분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아 한시도 긴장의 끈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연내 금리 인하 가능성 등 향후 금리 경로에 대한 연준과 시장의 인식 차가 당분간 지속될 경우 앞으로 국제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 세계 주요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상향한 반면 한국의 성장률은 지난해 10월 전망치에 비해 0.3%포인트 낮춘 1.7%로 제시했다. 지난해 7월 올해 한국 성장률을 2.9%에서 2.1%로 낮췄고 같은 해 10월 2.0%로 내렸으며 이번에 1%대로 낮췄다. 세 차례 연속 성장률을 낮춘 것이다. IMF는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세계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올해와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을 각각 1.7%, 2.6%로 예상했다. 세계 금융위기 다음 해인 2009년 이후 IMF가 한국 성장률을 1%대로 제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한창이던 2020년(―0.7%)에만 마이너스 성장을 예상했고 그 외에는 모두 2%대 이상을 제시했다. 이번 전망치는 한국 정부 예상치(1.6%)보다 높고 한국은행(1.7%)과는 같다. 반면 세계 경제성장률은 2.9%로 0.2%포인트 상향했다. 각국 인플레이션 둔화 조짐, 미국 유럽 중국 등 세계 3대 경제권의 예상 밖 회복세 덕으로 풀이된다. 미국(1.0%→1.4%), 중국(4.4%→5.2%), 독일(―0.3%→0.1%), 일본(1.6%→1.8%) 등 주요국 성장률도 줄줄이 올렸다. 한국 성장률을 일본보다도 낮게 제시한 것과 관련해 수출 비중이 큰 아시아 국가가 세계 무역 둔화의 타격을 입고 있다고 진단했다. 피에르올리비에 구랭샤스 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경제의 재개장에도 불구하고 무역에 의존적인 아시아 경제에 무역 둔화에 따른 타격이 예상된다”고 했다.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은 올해 들어 지난달 20일까지 전년 동기 대비 2.7% 감소해 4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반도체 등 수출이 많이 줄고 있는 데다 부동산 침체 등 국내 요인이 반영됐다”고 분석했다. 이 여파로 한국은행 또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이달 낮춰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을 방문 중인 기타 고피나트 IMF 수석부총재는 31일 한국 언론과 인터뷰를 갖고 “무역 수지가 악화하고 대외 쪽 수요가 줄어든 점, 주택 부문의 둔화 등에서 취약성이 있다”고 성장률 하향 이유를 설명했다. 전반적인 금융 여건의 긴축, 특히 계속 금리가 오르면서 올해 말까지 소비 부문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IMF “韓 수출부진-고금리 타격”… 25년만에 성장률 日에 역전 전망 10대 경제국중 韓-英만 하향 조정 반도체 한파-내수위축 등 악재 겹쳐올 성장률 韓 1.7% -日 1.8% 전망IMF 부총재 “韓, 인구변화 대응 필요부동산 위기 번질 가능성은 낮아” 국제통화기금(IMF)이 유독 한국 경제에 박한 점수를 준 것은 반도체 한파, 글로벌 무역 둔화, 각국의 고강도 금리 인상 여파 등이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 경제에 큰 타격을 줄 것이라는 점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싱가포르, 아세안 등 한국과 마찬가지로 대외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주요 국가 또한 IMF의 성장률 하향 대상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주요 2개국(G2)인 미국과 중국, G2와 마찬가지로 내수 시장이 강한 인도, 일본 등의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는 것과 대조적이다.● 외환위기 이후 처음 日에 성장률 뒤질 듯IMF는 세계 10대 경제대국 중 한국(1.7%)과 영국(―0.6%)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해 10월보다 각각 0.3%포인트, 0.9%포인트 낮췄다. 아울러 한국 싱가포르 홍콩 대만이 포함된 ‘기타 선진국’ 그룹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0%로, 지난해 10월 예상 대비 0.3%포인트 내려 잡았다. 수출 중심의 경제 구조를 가진 나라일수록 세계 경기 변동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내수 시장이 비교적 큰 일본의 올해 성장률은 앞선 전망보다 0.2%포인트 오른 1.8%로 관측했다. 한국보다 0.1%포인트 높다. 한국의 성장률이 일본에 뒤처지는 것은 1998년 외환위기 이후 25년 만에 처음이다. 반도체 스마트폰 등 정보기술(IT) 제품의 수요 둔화, 가계부채 등에 한국 경제가 유독 취약한 점도 성장률 하향의 이유로 꼽힌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한국은 가계부채를 국내총생산(GDP)으로 나눈 비중이 다른 선진국에 비해 상당히 높다. 고금리로 인해 내수가 위축될 가능성을 IMF가 크게 본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일각에선 한국 경제가 올해 1%대 성장조차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 보고서에서 반도체 수출 둔화 여파가 예상보다 커지면 올해 성장률이 1%대 초반까지 떨어질 것으로 분석했다. 한국씨티은행과 ING은행 또한 이미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0.7%, 0.6%로 제시했다. 일본 노무라증권은 아예 마이너스 성장을 예상했다. 노무라의 전망치는 ―0.6%다. 31일 방한한 기타 고피나트 IMF 수석부총재는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만나 고령화, 저출산 등에 따른 인구 변화에 대응하는 것이 한국의 중장기 과제라고 지적했다. 여성의 노동 참여를 포함한 노동, 연금, 교육개혁이 필요하다고도 권고했다. 그는 한국 언론과의 별도 인터뷰에서 향후 몇 달간 부동산 가격이 추가 하락할 수 있지만 시장 정상화를 위한 유용한 조정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부동산 약세가 전반적인 위기로 번질 가능성 또한 낮다고 진단했다.● “인플레 둔화 불구 긴축 지속” 권고IMF는 올해 세계 경제에 대해선 성장률 전망치(2.9%)를 기존보다 0.2%포인트 올렸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둔화, 유럽의 따뜻한 겨울 덕에 전반적인 회복력이 강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국(1.4%)과 중국(5.2%) 성장률 전망치 또한 각각 0.4%포인트, 0.8%포인트 높였다. 피에르올리비에 구랭샤스 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세계 경제가 바닥을 치고 물가가 하락하는 ‘터닝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미국이 경기 침체를 피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낮은 확률이지만 ‘연착륙’이 가능해졌다”고 기대했다. 중국 경제의 재개방이 세계 경제에 0.3%포인트의 상승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본다고도 덧붙였다. 다만 올해 경제 둔화는 여전히 우려스러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2000∼2019년 세계 경제 평균 성장률이 3.8%인 데 반해 2022년 3.4%, 2023년 2.9%, 2024년 3.1% 등 상당 기간 저성장이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방역 완화에 따른 중국 경제의 회복이 오히려 원자재 부족 등을 심화시켜 인플레이션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IMF는 “세계가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에서 승리를 선언하긴 멀었다”고 밝혔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세종=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지난해 초 2215억 원이라는 사상 초유의 횡령 사건으로 도마에 올랐던 연 매출 1조 원의 임플란트 기업 ‘오스템임플란트’가 이번엔 경영권을 둘러싼 사모펀드들의 격전지가 됐다. KCGI(강성부펀드)가 공개 주주서한을 통해 오스템임플란트의 내부통제와 지배구조 문제를 지적하며 경영권을 위협하자 최대주주인 최규옥 회장이 우호적인 사모펀드에 지분을 넘기는 강수를 둔 것이다. ● 개미 ‘흑기사’ vs 최대주주 ‘백기사’ 3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CGI는 1월 27일 기준 오스템임플란트 보유 지분을 6.92%까지 확대했다. KCGI는 지분 100%를 보유한 투자목적회사 에프리컷홀딩스를 통해 지난해 12월부터 오스템임플란트 지분을 공격적으로 매집하고 있다. 특히 KCGI는 1월 19일 오스템임플란트에 공개 주주서한을 보내 “후진적인 거버넌스 탓에 기업가치가 저평가됐다”며 최 회장의 퇴진과 함께 독립적인 이사회를 구성하라고 요구했다. 이른바 ‘최대주주 리스크’에 피해를 보고 있는 개인투자자들의 ‘흑기사’를 자처한 셈이다. 그러자 최 회장 측도 곧바로 사모펀드 유니슨캐피탈코리아(UCK)와 MBK파트너스를 ‘백기사’로 끌어들여 대응에 나섰다. UCK와 MBK파트너스는 공동 설립한 특수목적법인 ‘덴티스트리인베스트먼트’를 통해 경영권 인수를 목적으로 오스템임플란트 주식을 공개 매수한다고 1월 25일 밝혔다. 장외 시장에서 239만∼1117만 주(지분 15.4∼71.8%)를 주당 19만 원에 이달 24일까지 공개 매수한다는 계획이다. 덴티스트리인베스트먼트는 최 회장 보유 지분(19.62%) 가운데 144만여 주(9.61%)를 주당 19만 원에 매수하는 계약도 별도로 체결했다. 공개 매수에 성공해 최소 지분(15.4%)만 추가로 확보해도 덴티스트리인베스트먼트는 지분 25%로 최대주주가 되고, 최 회장은 2대주주로 물러나게 된다. 엄태관 오스템임플란트 대표는 1월 25일 담화문에서 “경영활동에는 크게 변동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공개 매수 성공할까덴티스트리인베스트먼트의 공개 매수 발표 이후 오스템임플란트 주가는 급등세다. 당일에만 14.65% 급등하는 등 31일 현재 18만6200원으로 공개 매수가에 근접한 상황이다. 경영권 분쟁이 격화한 최근 두 달 새에는 무려 67.4% 치솟았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공개 매수 발표 후 닷새 동안 오스템임플란트 주식 거래량은 313만여 주로 공개매수 최소 목표치인 239만여 주를 넘어섰다. 이 기간 개인이 106만여 주를 순매도했는데 이를 기관이 대부분 떠안았다. 개인은 공개 매수에 응하면 양도소득세 22%를 별도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장내 매도하고 이를 떠안은 기관이 공개 매수에 응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특히 이번 공개 매수는 소액주주에게도 최대주주와 동일한 경영권 프리미엄을 나눠주는 것이 특징으로 개인투자자들의 관심이 뜨겁다. 공개 매수가 성사되면 내년도 ‘의무공개매수제도’ 시행에 앞서 최대주주와 소액주주가 ‘윈윈’하는 첫 번째 인수합병(M&A) 사례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이렇듯 거래 흐름은 공개 매수 성사 가능성을 키우고 있지만 변수는 여전히 남아 있다. 이미 공개 매수가 수준으로 올라선 주가가 우선 걸림돌이다. 주가 상승 전망 때문에 공개 매수에 응하지 않고 관망하는 이들이 늘어날수록 실패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KCGI 역시 이번 공개 매수에 환영의 뜻을 밝혔지만 최 회장의 거취에 대한 생각이 다른 데다 기업가치에 대한 평가도 상이하다. KCGI가 제시한 오스템임플란트의 기업가치는 3조9000억∼10조 원으로 최소 공개 매수가는 26만 원 수준이다.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최근 기대여명이 늘고 퇴직 후 ‘제2의 인생’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지면서 삼성생명 기업재무컨설턴트(GFC)가 주목받고 있다. 삼성생명 GFC는 기업경영에서 발생하는 각종 위험에 대비한 컨설팅을 수행하는 영업조직이다. 근로 종업원의 복리후생과 산업재해 리스크를 대비하는 단체보험과 함께 전문 금융지식을 토대로 가업승계, 법인명의 보험설계, 퇴직연금 등 기업과 관련된 폭넓은 서비스를 제공한다. 일반적으로 보험 컨설턴트를 생각하면 40, 50대 여성을 떠올리기 쉽다. 실제로 삼성생명 개인보험 금융컨설턴트(FC) 채널은 여성 76%, 남성 24%로 구성돼 있다. 반면 GFC 채널의 경우 남성 88%, 여성 12%로 남성 비중이 높은 것이 특징이다. 현재 전국 76개 지점에서 총 3200여 명의 컨설턴트가 기업재무상담 전문가로 활동 중이다. 삼성생명 GFC의 평균 연령은 58세로 퇴직 후 인생 2막을 준비하는 베이비부머 세대가 주축을 이루고 있다. 전직도 일반 직장인부터 자영업자, 기업의 의사결정을 맡았던 중소기업의 CEO 등 각양각색이다. 금융 관련 분야에 종사한 경험이 없어도 기업컨설팅에 대한 비전을 품고 GFC에 지원하는 퇴직자가 많아지고 있다. 삼성생명은 기업재무컨설팅 분야에 첫발을 내딛는 이들이 빠르게 전문성을 갖출 수 있도록 다양한 교육프로그램과 마케팅 프로그램, 협업체계를 갖추고 있다. 삼성생명 GFC는 등록 시점부터 한 달 동안 기본적인 자질을 갖추기 위한 컨설팅 교육을 받는다. 이후 7개월에 걸쳐 기업 컨설팅 기법과 재무제표 분석 등 심화교육을 수료하고 나면 가업승계 및 세무 컨설팅에 대한 교육에 참여함으로써 역량을 더욱 높일 수 있다. 삼성생명은 FP센터와 패밀리오피스 등 다양한 조직을 통해 GFC를 지원하고 있다. FP센터는 부유층 고객을 대상으로 상속, 증여, 세무 등 재무와 관련된 제반 서비스를 제공한다. 초(超)부유층을 대상으로 하는 패밀리오피스는 한 차원 더 높은 개념인 ‘종합 가문관리서비스’에 특화된 조직으로 금융자산은 물론 눈에 보이지 않는 가문의 무형적 자산까지 포괄하는 만큼 ‘고객이 원하는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 외에도 현직 세무사와 노무사 총 67명이 삼성생명 GFC 사업부와 협약되어 기업 컨설팅과 실무를 지원하고 있다. 삼성생명의 자산 규모는 314조 원으로 보험업계 1위다. 보험금 지급 능력을 가늠하는 지표인 지급여력비율(RBC 비율)은 236%로 견고한 재무구조를 유지 중이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기업컨설팅 경험이 없더라도 뜻이 있다면 누구나 GFC에 도전해 기업재무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로 삼길 바란다”고 말했다.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지난해 인플레이션과 미국발 긴축,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등 각종 악재가 이어지며 글로벌 경기가 침체됐지만 미래에셋의 글로벌 비즈니스는 위기 속에서 더욱 강한 모습을 보였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국내외 총 운용자산(AUM)은 지난해 말 248조 원 규모로 이 가운데 40%에 달하는 103조 원이 해외에서 운용되고 있다. 글로벌 경제 위기 속에도 해외 운용자산은 2021년 말(102조 원)보다 늘어난 것이다. 미래에셋운용은 올해 글로벌 진출 20주년을 맞기도 했다. 미래에셋은 2003년 국내 운용사 최초로 홍콩법인을 설립하면서 해외 시장에 첫발을 내디뎠다. 당시 국내에선 골드만삭스, 메릴린치와 같은 글로벌 기업들과의 경쟁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지만 20년이 지난 지금 미래에셋은 해외에서 벌어들인 수익으로 해외 상장지수펀드(ETF) 운용사를 인수할 만큼 독보적인 글로벌 금융그룹으로 성장했다. 미래에셋의 글로벌 비즈니스는 미국과 캐나다, 홍콩 등 전 세계 곳곳에서 활약하는 ETF가 견인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미국 ETF 운용 자회사 글로벌엑스(Global X)가 있다. 미래에셋운용은 2018년 전 세계 ETF 시장의 약 70%를 차지하는 미국 시장에서 ‘라이징 스타’로 주목받는 ETF 운용사인 글로벌엑스를 인수했다. 인수 당시 8조 원에 불과했던 Global X ETF의 운용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45조 원으로 약 6배로 불어났다. 미래에셋운용이 2011년 인수한 캐나다 ETF 운용 자회사 호라이즌스 ETFs(Horizons ETFs) 역시 현재 21조 원 규모를 운용하며 활발한 비즈니스를 펼치고 있다.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한 미래에셋운용은 수익 측면에서도 남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3분기(7∼9월) 말 누적 기준 미래에셋운용 해외법인의 당기순이익은 747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연결기준 미래에셋운용 당기순이익(2388억 원)의 30%에 달하는 수치로 수익의 약 3분의 1을 해외에서 벌어들인다는 의미다. 국내 다른 운용사들의 수익 대부분이 국내 시장에 국한되는 것과 달리 미래에셋운용은 국내외 시장에서 모두 성장하는 글로벌 금융그룹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 미래에셋운용과 글로벌엑스는 호주 7위 ETF 운용사 ETF 시큐리티스(ETF Securities)를 인수했다. 국내 운용사가 해외에서 벌어들인 수익으로 해외 ETF 운용사를 인수한 최초의 사례다. 순자산 약 4조 원 규모로 다양한 혁신성장 테마 ETF를 보유한 ETF 시큐리티스는 현재 글로벌엑스 오스트레일리아(Global X Australia)로 사명을 변경하고 글로벌엑스와의 시너지를 발휘해 호주 ETF 시장과 급성장하는 연금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또한 미래에셋운용은 호주 현지 포시즌스 시드니 호텔과 호주법인 운영 경험을 토대로 향후 호주 시장에서의 투자 확대를 도모하고 있다. 미래에셋운용은 신흥시장 개척에도 힘쓰고 있다. 2006년 설립한 인도법인은 현재 유일한 독립 외국자본 운용사로 활약하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대부분의 글로벌 자산운용사가 인도 시장에서 철수하거나 합작법인으로 전환했지만 미래에셋은 인도의 성장성을 바탕으로 투자를 지속했다. 지난해에는 지리적으로 인도와 가깝고 인도인 비중이 높아 인도 현지 펀드에 대한 관심이 높은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 지점을 설립하며 국내 운용사 최초로 중동에 진출하기도 했다. 글로벌엑스는 최근 브라질 최대 운용사 BB애셋(BB Asset)과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신규 펀드를 출시했다. 브라질 현지 법인은 2018년 9월 현지 진출 10년을 맞아 브라질 증권거래소(BM&F Bovespa)에 브라질 최초로 채권 기반의 ETF를 상장했다. 지난해에는 글로벌엑스 브라질(Global X Brazil)로 사명을 변경하고 더욱 공격적인 비즈니스를 펼치고 있다.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증시에 대한 불안감이 이어지면서 채권에 투자하는 개인 투자자가 크게 늘고 있다. 올해 5대 증권사가 개인에게 판매한 채권 규모가 벌써 5조 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달 26일까지 미래에셋증권·삼성증권·한국투자증권·KB증권·NH투자증권 등 5대 증권사의 개인 상대 리테일 채권 판매액은 5조123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3조243억 원)보다 2조 원가량 늘어난 수치다. 금융투자협회가 장외 채권시장에서 집계하는 개인 투자자의 채권 순매수액은 지난해부터 크게 늘었다. 2018년 이후 2021년까지 4조 원 안팎이던 순매수액은 지난해 20조6113억 원으로 급증했다. 올해 개인 순매수액은 더 늘어나는 추세다. 이달 2∼26일 개인 채권 순매수액은 2조3173억 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2033억 원)의 10배 수준으로 늘었다. 반면 주식시장에서는 개인 투자자가 대거 이탈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27일까지 개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6조4316억 원어치 주식을 순매도했다. 특히 26, 27일 이틀간 2조2000억 원 넘게 주식을 팔아치웠다. 위험자산인 주식을 팔아 상대적으로 안전한 채권과 예금 등에 투자하는 ‘역머니무브’ 현상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지속되는 모습이다.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최근 지난해 4분기(10∼12월) 실적을 발표한 기업 10곳 중 7곳은 ‘어닝쇼크’에 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27일까지 작년 4분기 실적을 발표한 유가증권시장·코스닥시장 상장사 27곳 가운데 19곳이 시장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보다 10% 이상 낮은 실적을 냈다. 통상 시장 전망치보다 10% 이상 낮으면 ‘어닝쇼크’, 10% 이상 높으면 ‘어닝서프라이즈’로 표현한다. 국내 증시 대장주인 삼성전자가 이달 6일 공시한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시장 전망치보다 36.1% 낮은 4조3000억 원이었다. 반도체 경기 부진에 직격탄을 맞은 어닝쇼크였다. 2021년 4분기와 비교하면 69.0% 급감했다. LG전자의 영업이익도 전망치 대비 83.7% 낮은 693억 원으로 집계됐다. LG이노텍과 LG에너지솔루션의 영업이익도 전망치보다 각각 59.0%, 47.4% 낮게 나오는 등 주요 기업들이 줄줄이 어닝쇼크를 내고 있다. 현재 실적 발표를 마친 27개 상장사의 지난해 4분기 합산 영업이익은 11조1004억 원으로 전년 동기(22조4824억 원)의 반 토막 수준이다. 상장사들의 잇단 어닝쇼크에도 국내 증시와 주요 개별 종목은 1월 들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는 올해 상반기(1∼6월) 반도체 경기가 바닥을 치고 반등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외국인 매수세가 몰려 이달에만 16.8% 올랐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난해 10월부터 수출 역성장이 시작됐다”며 “작년 4분기뿐 아니라 올해 상반기까지 기업 실적 부진이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지난해 4분기(10∼12월) 한국 경제가 0.4% 역성장하며 뒷걸음쳤다. 고물가, 고금리로 민간소비가 크게 위축된 데다 글로벌 수요 둔화로 인한 수출 부진이 이어진 탓이다. 지난해 연간 성장률은 한국은행 전망치인 2.6%를 지켰지만 올해는 1%대 성장도 담보하기 어렵단 우려가 나온다. 26일 한은에 따르면 2022년 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0.4%로 집계됐다. 분기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가 된 건 한국 경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직격탄을 맞았던 2020년 2분기(―3.0%) 이후 10분기(2년 6개월)만이다. 2000년대 들어 분기 성장률이 지난해 4분기보다 낮았던 건 카드사태(2003년 1분기), 글로벌 금융위기(2008년 3분기), 코로나19 사태(2020년 1·2분기) 등 4개 분기뿐이다. 경제 성장의 양대 축인 내수와 수출이 동반 부진했던 점이 역성장의 주요인이 됐다. 지난해 2분기(2.9%)와 3분기(1.7%) 살아나는 모습을 보였던 민간소비가 4분기(―0.4%) 감소세로 돌아섰다. 황상필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지난해 4월 사회적 거리 두기 해제 이후 펜트업 수요(억눌렸던 소비 폭발 현상)로 2, 3분기 민간소비가 회복됐다가 조정을 받고 있다”며 “부동산 거래 위축으로 이사 수요가 줄면서 가전 등 내구재 소비도 줄었다”고 설명했다. 수출도 반도체, 화학제품 등을 중심으로 5.8% 줄었는데 감소 폭이 2020년 2분기(―14.5%) 이후 가장 컸다. 그나마 정부소비가 3.2% 늘었다. 소비 부진과 수출 한파를 정부가 재정지출로 방어한 셈이다. 지난해 4분기 역성장에도 연간 경제성장률은 2.6%로 한은 전망치에 부합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올해 1분기의 경우 기저효과와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등에 힘입어 플러스(+) 성장 전환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국내외 기관들의 전망은 밝지 않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 보고서에서 반도체 수출 둔화가 예상보다 커질 경우 올해 성장률이 1% 초반까지 떨어질 것으로 우려했다. 이달 초 기준 글로벌 주요 투자은행(IB) 9곳의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평균 1.1%에 그쳤다. 한국씨티은행, 노무라증권 등은 1%를 밑돌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한국 경제가 1.7% 성장할 것으로 봤던 한은은 다음 달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지난해 4분기(10~12월) 한국 경제가 0.4% 역성장하며 뒷걸음쳤다. 고물가, 고금리로 민간소비가 크게 위축된 데다 글로벌 수요 둔화로 인한 수출 부진이 이어진 탓이다. 지난해 연간 성장률은 한국은행 전망치인 2.6%를 지켰지만 올해는 1%대 성장도 담보하기 어렵단 우려가 나온다.26일 한은에 따르면 2022년 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0.4%로 집계됐다. 분기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가 된 건 한국 경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직격탄을 맞았던 2020년 2분기(―3.0%) 이후 10분기(2년 6개월)만이다. 2000년대 들어 분기 성장률이 지난해 4분기보다 낮았던 건 카드사태(2003년 1분기), 글로벌 금융위기(2008년 3분기), 코로나19 사태(2020년 1·2분기) 등 4개 분기뿐이다.경제 성장의 양대 축인 내수와 수출이 동반 부진했던 점이 역성장의 주요인이 됐다. 지난해 2분기(2.9%)와 3분기(1.7%) 살아나는 모습을 보였던 민간소비가 4분기(―0.4%) 감소세로 돌아섰다. 황상필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지난해 4월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이후 펜트업 수요(억눌렸던 소비 폭발 현상)로 2, 3분기 민간소비가 회복됐다가 조정을 받고 있다”며 “부동산 거래 위축으로 이사수요가 줄면서 가전 등 내구재 소비도 줄었다”고 설명했다. 수출도 반도체, 화학제품 등을 중심으로 5.8% 줄었는데 감소 폭이 2020년 2분기(―14.5%) 이후 가장 컸다. 그나마 정부소비가 3.2% 늘었다. 소비 부진과 수출 한파를 정부가 재정지출로 방어한 셈이다. 지난해 4분기 역성장에도 연간 경제성장률은 2.6%로 한은 전망치에 부합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올해 1분기의 경우 기저효과와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등에 힘입어 플러스(+) 성장 전환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국내외 기관들의 전망은 밝지 않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 보고서에서 반도체 수출 둔화가 예상보다 커질 경우 올해 성장률이 1%초반까지 떨어질 것으로 우려했다. 이달 초 기준 글로벌 주요 투자은행(IB) 9곳의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평균 1.1%에 그쳤다. 한국씨티은행, 노무라증권 등은 1%를 밑돌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한국 경제가 1.7% 성장할 것으로 봤던 한은은 다음달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국내 외화예금이 4개월 연속 늘며 지난해 12월 처음으로 1100억 달러를 넘어섰다. 기업들이 대내외 불확실성에 대비해 달러를 쌓아두고 있는 것이다. 2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2년 12월 중 거주자 외화예금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현재 국내 거주자 외화예금은 1109억8000만 달러로 전월 대비 35억9000만 달러 늘며 넉 달 연속 증가했다. 2012년 6월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역대 최대 수준으로, 지난해 11월에 이어 역대 최대 기록을 두 달째 갈아 치웠다. 외화예금에는 내국인과 6개월 이상 거주한 외국인, 국내 기업, 국내 진출 외국 기업 등의 국내 외화예금이 모두 포함된다. 외화예금 가운데 달러화예금과 유로화예금이 각각 18억6000만 달러, 9억9000만 달러 늘었다. 특히 외화예금의 85.9%를 차지하는 달러화 예금은 953억8000만 달러로 역대 최대 규모였다. 지난해 10월 한때 1400원 넘게 치솟았던 원-달러 환율이 1200원대로 떨어지자 달러를 사들이는 개인투자자들도 늘어나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달러화예금의 경우 경상거래 대금 예치, 해외직접투자 자금 일시 예치 등 기업을 중심으로 증가했다”며 “외화예금 금리가 4%대이고 원-달러 환율이 1200원대로 떨어졌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는 수출 대금을 환전하는 것보다 잠깐이라도 예치하는 게 더 유리하다”고 설명했다.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직장인 이모 씨(39)는 다섯 살 아들이 이번 설 명절에 받은 세뱃돈으로 테슬라 주식을 사주기로 했다. 그는 “작년 설 때는 세뱃돈으로 테슬라 1주를 사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는데 주식 액면분할에 이어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올해는 2주를 사줄 수 있게 됐다”며 “앞으로도 세뱃돈이나 용돈이 들어오면 장기적인 관점에서 해외 유망주를 사줄 생각”이라고 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개인 투자자들이 급증한 가운데 세뱃돈 대신 ‘세뱃주식’을 선물하는 부모는 물론이고 직접 세뱃돈으로 주식을 굴리는 미성년 투자자가 늘고 있다. 투자 종목도 삼성전자와 같은 국내 우량주에서 테슬라, 애플 등 해외 빅테크로 확대되는 등 이른바 ‘소년개미’들의 투자 포트폴리오가 다변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 세뱃주식, 1인당 평균 57만 원 24일 미래에셋증권이 19세 미만 미성년자 주식 계좌를 분석한 결과 소년개미들은 지난해 설 명절이 낀 2월 세뱃주식으로 1인당 평균 2개 종목, 57만 원어치를 순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세뱃주식 가운데 41%가 코스피200에 속했고, 24%는 해외 주식이었다. 국내 주식 중에선 삼성전자가 가장 많았고, 해외 주식은 테슬라의 인기가 가장 높았다. 지난해 말 기준 미래에셋증권에 개설된 미성년자 주식 계좌는 총 10만8000개로 3년 전인 2019년(1만5000개)과 비교하면 7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이른바 ‘동학개미운동’으로 불린 주식투자 열풍으로 일찌감치 투자에 눈뜬 10대가 늘어난 데다 어린 자녀 명의로 계좌를 개설해 세뱃주식을 증여하거나 조기 재테크 교육에 나선 부모가 늘었기 때문이다. 글로벌 긴축에 따른 증시 부진이 이어지고 있지만 소년개미들은 여전히 세뱃돈으로 주식에 투자하길 원했다. 삼성증권은 최근 고객 9629명과 17∼19세 청소년 30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청소년 응답자 58%는 주식, 41%는 예금성 자산에 투자하는 것을 선택하겠다고 밝혔다. 또 청소년 응답자의 43%는 이미 본인 명의의 주식 계좌를 보유하고 있었다. 청소년 응답자들이 세뱃돈으로 투자하고 싶은 해외 주식으로는 애플(35%), 구글(23%) 등이 꼽혔다. 반면 부모가 자녀에게 가장 선물해 주고 싶은 해외 주식은 테슬라(40%)였다. 미성년 투자자들이다 보니 직접 운전할 수 없는 차량보다 ‘아이폰’, ‘에어팟’ 등으로 친숙한 애플이나 구글을 눈여겨본 것으로 풀이된다. ○ “세뱃주식, 장기투자로 접근해야” 그렇다면 세뱃돈 투자 성적은 어떨까. 지난해 받은 세뱃돈을 전부 주식에 투자했다면 손해를 봤을 가능성이 높다. 작년 설 명절 이후 코스피는 11.5% 떨어졌고,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과 나스닥지수도 각각 10.2%, 18.1% 하락했다. 만약 테슬라를 샀다면 주가가 51.6% 폭락해 원금이 반 토막 났을 것이다. 하지만 올해는 주가가 1년 전보다 크게 내린 만큼 저점 매수의 기회로 삼을 수 있다는 조언이 나온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미 주가가 조정을 많이 받았다”며 “주식시장의 추가 조정 가능성을 감안하더라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예금보다는 분산된 주식 포트폴리오에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편득현 NH투자증권 WM마스터즈 전문위원은 “테슬라와 같은 성장주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불투명해진 상황에서 장기 투자처를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1년 정도 단기적으로 본다면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수혜를 볼 본토나 홍콩 주식,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하는 것을 추천한다”고 전했다.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지난해 ‘연간 3.0% 성장’이라는 낙제 수준의 경제성적표를 받아 든 중국이 올해 대대적인 경기 부양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무엇보다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은 국제유가 상승을 부추길 물가상승 요인으로 인식되면서 글로벌 경제의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에서도 매파(강경파)를 중심으로 “중국 재개방에 대비해 기준금리 대폭 인상을 유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등 긴축 공포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리오프닝 나선 중국 지난해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3.0%로 팬데믹 원년인 2020년(2.2%)보다 높았지만 문화대혁명 마지막 해였던 1976년(―1.6%) 이후 두 번째로 낮았다. 중국 정부가 제시했던 목표치인 5.5%에도 한참 못 미쳤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3연임에 성공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3기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올해 대대적인 경기부양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세계 2위 경제대국인 중국이 본격적인 리오프닝에 나설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시 주석의 과감한 ‘피벗’(방역정책 방향 전환) 이후 예상보다 빨리 호전되는 중국의 방역 상황에 중국의 본격적인 경기 회복이 시작될 것이란 낙관론이다. 실제로 19일(현지 시간) 미 블룸버그통신은 경제학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집계된 올해 중국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5.1%로 지난해 12월 조사(4.8%)보다 상향 조정됐다고 밝혔다. 기타 고피나트 국제통화기금(IMF) 부총재는 18일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중국이 2분기(4∼6월)부터 가파르게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종규 삼성증권 연구원도 “춘제를 분기점으로 코로나 대유행이 정점을 통과하고 1분기(1∼3월) 중에 리오프닝이 완성될 것”이라며 “중국의 경제 정상화 속도와 강도는 중국은 물론이고 글로벌 공급망과 한국 경제에 중대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중국 경제 회복세가 인플레이션 키워”, 긴축 사이클 길어지나문제는 중국의 리오프닝 결과가 세계 경제에 미칠 영향이다. ‘세계의 공장’ 중국의 대대적인 경기부양이 국제유가 등을 끌어올려 물가 상승세를 다시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만만치 않다. 세계 최대 석유기업인 사우디 아람코의 아민 나세르 최고경영자(CEO)는 18일 CNBC와의 인터뷰에서 “중국발 수요 및 항공산업 회복 등으로 향후 세계 원유 공급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18일 보고서에서 “올해 전 세계 석유 수요가 하루 평균 1억170만 배럴로 사상 최고를 기록할 것”이라며 “올해 석유 수요 증가분의 절반 가까이는 중국에서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고공행진을 벌이던 물가 상승세가 뚜렷한 둔화 조짐을 보이고 있는 미국에서도 매파를 중심으로 “중국 재개방에 대비해 기준금리 대폭 인상을 유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연준 내 대표적인 매파인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18일 월스트리트저널(WSJ) 행사에서 “중국이 제로 코로나를 폐기하고 경제 활동을 재개함에 따라 인플레이션이 다시 가속화할 수 있다”며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다음 달 다시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밟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15일 사설에서 “중국의 수요 반등으로 에너지 가격이 상승하면 각국 중앙은행들은 통화정책을 더욱 긴축할 것”이라며 “이는 글로벌 경제성장에 또 다른 타격이 될 수 있으며 세계를 경기 침체로 몰아넣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지난해에는 5% 이상의 고물가 상황이 지속되면서 물가에 중점을 뒀다면 올해는 물가에 중점을 두면서도 경기 및 금융 안정과의 트레이드오프(상충관계)도 면밀하게 고려해야 하는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사진)는 18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통화정책 커뮤니케이션의 어려움이 가중되는 한 해가 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통화정책 결정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가계부채를 꼽았으며 부동산 관련 부문에서 어려움이 나타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우려를 전하기도 했다. 이 총재는 올해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이 국가별로 차별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초 5% 안팎의 물가 상승률이 연말 3% 수준까지 둔화하겠지만 한국의 물가 상승률 둔화 속도는 주요국보다 더딜 것이라는 분석이다. 지난해 유로 지역의 전기·가스요금 등 에너지요금 상승률은 40%를 넘었지만 한국은 13%에 그쳤다. 그간 누적된 비용 인상 압력이 올해부터 전기·가스요금 등에 뒤늦게 반영될 수밖에 없다. 경기 및 금융 안정과 관련해 이 총재는 특히 한국의 가계부채 수준과 구조를 우려했다. 그는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중은 105%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으로 저금리 및 팬데믹 환경에서 빠르게 증가했다”며 “만기가 1년 이하인 가계부채 비중이 전체의 3분의 1 수준이며, 가계부채의 80% 정도가 변동금리 대출로 이루어져 있다”고 지적했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이나 주택가격 하락에 가계 소비가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고, 결국 성장이 큰 폭으로 제약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이 총재는 올해 한국 경제의 세 가지 리스크 요인으로 △중국 리오프닝과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 △글로벌 파편화로 인한 수출 부진 △부동산시장 경착륙 등을 꼽았다. 그는 “한국은 가계부채 비율이 높고 부동산 의존도가 높은 구조적 약점이 있다”며 “한은이 정부와 함께 부동산 연착륙을 위한 정책에 기여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한국은행이 경기 침체 우려를 반영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현재 1.7%에서 또다시 낮추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사실상 1%대 초중반의 성장률을 전망한다는 뜻으로, 고물가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성장 전망은 점점 더 악화되는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에 대한 우려도 더욱 커지고 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13일 오전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3.25%에서 3.50%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지난해 4·5·7·8·10·11월에 이어 7차례 연속으로 금리를 올린 것이다. 미국(4.25∼4.50%)과의 기준금리 격차는 1.00%포인트로 좁혀졌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물가 오름세가 여전히 높은 수준을 나타내고 앞으로도 상당 기간 목표 수준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0%로 지난해 7월(6.3%)을 기점으로 떨어지고 있지만 한은의 물가목표치(2.0%)를 여전히 크게 웃돌고 있다. 한은은 또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총재는 “지난해 11월에는 1.7%로 봤는데, 그 사이 지표를 볼 때 성장률이 그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클 것 같다”고 말했다. 한은은 2월 발표하는 경제전망보고서에 구체적인 수정 전망치를 내놓을 예정이다. 이 총재는 현재 한국 경제가 경기 침체 ‘보더라인’(경계선)에 있다며 지난해 4분기(10∼12월) 역성장도 기정사실화했다. 이창용 “작년 4분기 역성장 가능성”… 시장선 향후 금리동결 기대한은 “올해 성장률 1.7% 밑돌 듯”… 수출-소비-투자 부진 ‘침체 그림자’ “금리 더 올릴지 놓고 3 : 3 팽팽”동결 전망에 국고채 금리 하락 한국은행이 기존에 전망한 1.7%보다도 낮은 경제성장률을 예상하면서 한국 경제에 침체의 그림자가 짙어지고 있다. 세계 주요국의 경기 부진으로 수출이 상당한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민간소비와 투자 등 내수마저 얼어붙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외 기관들이 올해 1%대 중반의 성장률을 예상하는 가운데 해외 투자은행(IB)들은 0%대, 심지어 마이너스 성장의 가능성마저 열어놓고 있다. 이제 시장의 관심은 한은이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 속에서도 금리를 추가로 인상할지에 쏠려 있다. 5%대 고물가를 생각하면 금리를 더 올려야겠지만 최근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진정되고 환율도 안정을 되찾으면서 상황은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각에서는 올 연말부터 한은이 기준금리를 내릴 수 있다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올해 성장률 1% 초중반 가능성이창용 한은 총재는 13일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성장률 하향 조정을 시사한 이유에 대해 “중국에서 코로나19 환자 수가 늘면서 경제 상황이 생각보다 더 나빠졌다”면서 “선진국에 대한 수출이 줄고 국내에서도 소비 감소가 예상보다 컸다. 상반기는 어려운 시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작년 4분기(10∼12월) 성장률에 대해 “중국 코로나19 확산, 반도체 경기 하락, 핼러윈 참사 등으로 지표가 나쁘게 나와 음(―)의 성장 가능성이 커졌다”고 했다. 한은은 지난해 2월만 해도 올해 성장률을 2.5%로 내다봤지만 이를 계속 낮춰 왔다. 한은이 기존 전망치(1.7%)에서 추가 하향을 사실상 공식화한 만큼 2월에 발표될 수정 전망치는 1%대 중반 이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와 글로벌 각국의 긴축 등 대외 악재에 화물연대 파업 같은 내부 요인이 중첩된 결과다. 정부의 경기 인식도 악화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발표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에서 “물가가 높은 수준을 지속하는 가운데 내수 회복 속도가 완만해지고 수출 감소와 경제 심리 부진이 이어지는 등 경기 둔화 우려가 확대됐다”고 진단했다. 8개월째 지속된 ‘둔화 우려’ 표현이 이달에는 ‘둔화 우려 확대’로 더 심각해졌다. 자영업자들의 체감 경기도 나빠졌다. 소상공인연합회의 설문에 따르면 응답자의 73.8%가 올해 경영 여건이 악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시장에선 “앞으로 동결” 기대감 이제 시장의 관심은 금리 종점과 인하 시점에 쏠려 있다. 지난 회의까지는 고물가 대응이 우선이었는데 이번 금통위에서는 경기침체 우려도 그에 못지않게 위원들 사이에서 쏟아져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총재는 이날 “금통위원 중 3명은 최종 금리를 3.50%로 보고, 나머지 3명은 상황에 따라 3.75% 가능성도 열어두자는 의견이었다”고 전했다. 앞으로 추가로 금리를 올릴지, 일단 현 수준에서 지켜볼지 금통위 내부에서도 입장이 팽팽히 갈린다는 뜻이다. 금통위원 만장일치로 금리 인상이 결정됐던 지난 회의와 달리 이번엔 동결을 주장하는 소수의견도 두 명(주상영 신성환)이나 나왔다. 시장에서는 한은이 오랜 금리 인상을 마치고 이제 동결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는 해석이 많았다. 이런 기대감을 반영해 이날 국고채 금리는 일제히 하락했다. JP모건도 이날 보고서에서 “한은이 추가 인상 없이 기준금리 3.5%를 유지할 것”이라며 올해 한국 성장률을 한은 전망치보다 낮은 1.1%로 제시했다. 금리 인하 시점도 관심이다. 이 총재는 “연내 금리 인하 가능성을 논의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면서도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 앞서 금리 인하를 결정할 가능성은 열어뒀다. 그는 “미국 금리가 굉장히 빠르게 올라갈 때 우리가 반대 방향으로 가기는 어렵지만 지금은 미국이 페이스를 조절하기 시작했다”며 “국내 상황을 보면서 금리 결정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고 했다. 신관호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하반기(7∼12월)에 물가 상승 압력이 둔화되고 환율 안정세가 유지된다면 한은이 연준에 앞서 선제적으로 피벗(통화정책 방향 전환)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세종=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정서영 기자 cero@donga.com}
한국은행이 기존에 전망한 1.7%보다도 낮은 경제성장률을 예상하면서 한국 경제에 침체의 그림자가 짙어지고 있다. 세계 주요국의 경기 부진으로 수출이 상당한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민간소비와 기업투자 등 내수마저 얼어붙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외 기관들이 올해 1%대 중반의 성장률을 예상하는 가운데 해외 투자은행(IB)들은 0%대, 심지어 마이너스 성장의 가능성마저 열어놓고 있다. 이제 시장의 관심은 한은이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 속에서도 금리를 추가로 인상할지에 쏠려 있다. 5%대 고물가를 생각하면 금리를 더 올려야겠지만 최근 들어 국제유가 등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진정되고 환율도 안정을 되찾으면서 상황은 다소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각에서는 올 연말부터 한은이 기준금리를 내릴 수 있다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 올해 성장률 1% 초중반 가능성이창용 한은 총재는 13일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성장률 하향 조정을 시사한 이유에 대해 “중국에서 코로나19 환자 숫자가 늘면서 경제 상황이 생각보다 더 나빠졌다”면서 “선진국에 대한 수출이 줄고 국내에서도 소비 감소가 예상보다 컸다. 아무래도 상반기는 어려운 시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작년 4분기(10~12월) 성장률에 대해 “중국 코로나19 확산, 반도체 경기 하락, 핼러윈 참사 등으로 지표가 나쁘게 나와 음(―)의 성장 가능성이 커졌다”고 했다. 한은은 지난해 2월만 해도 올해 성장률을 2.5%로 내다봤지만 이를 계속 낮춰 왔다. 한은이 기존 전망치(1.7%)에서 추가 하향을 사실상 공식화한 만큼 2월에 발표될 수정 전망치는 1%대 중반 이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와 글로벌 각국의 긴축, 중국의 코로나19 확산 등 대외 악재에 화물연대 파업, 핼러윈 참사 같은 내부 요인이 중첩된 결과다. 정부의 경기 인식도 더 악화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발표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1월호에서 “물가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지속하는 가운데 내수 회복 속도가 완만해지고 수출 감소와 경제 심리 부진이 이어지는 등 경기 둔화 우려가 확대됐다”고 진단했다. 그린북의 ‘경기 둔화 우려’ 언급은 지난해 6월 이후 8개월째 지속되고 있는데 이달에는 ‘둔화 우려 확대’로 표현이 더 심각해졌다. 자영업자들의 체감 경기도 나빠지는 추세다. 소상공인연합회의 설문에 따르면 응답자의 73.8%가 올해 경영 여건이 나빠질 것으로 내다봤다. ● 침체 우려에 추가 인상 주저하는 한은이제 시장의 관심은 금리 종점과 인하 시점에 쏠려 있다. 지난 회의까지는 고물가 대응이 우선이었는데 이번 금통위에서는 경기침체 우려도 그에 못지않게 위원들 사이에서 쏟아져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총재는 이날 “금통위원 중 3명은 최종금리를 3.50%로 보고, 나머지 3명은 상황에 따라 3.75% 가능성도 열어두자는 의견이었다”고 전했다. 앞으로 추가로 금리를 올릴지, 일단 현 수준에서 지켜볼지 금통위 내부에서도 입장이 팽팽히 갈린다는 뜻이다. 금통위원 만장일치로 금리 인상이 결정됐던 지난 회의와 달리 이번엔 동결을 주장하는 소수의견도 두 명(주상영 신성환)이나 나왔다. JP모건도 이날 보고서에서 “한은이 추가 인상 없이 기준금리 3.5%를 유지할 것”이라며 올해 한국 성장률을 한은 전망치보다 낮은 1.1%로 제시했다. 금리 인하 시점도 관심이다. 이 총재는 “연내 금리 인하 가능성을 논의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면서도 미국 연방준비제도에 앞서 금리 인하를 결정할 가능성은 열어뒀다. 그는 “미국 금리가 굉장히 빠르게 올라갈 때 우리가 반대 방향으로 가기는 어렵지만 지금은 미국이 페이스를 조절하기 시작했다”며 “국내 상황을 보면서 금리 결정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고 했다. 신관호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하반기(7~12월)에 물가 상승 압력이 둔화되고 환율 안정세가 유지된다면 한은이 연준에 앞서 선제적으로 피벗(통화정책 방향 전환)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세종=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
한국은행이 경기침체 우려를 반영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현재 1.7%에서 또다시 낮추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사실상 1%대 초중반의 성장률을 전망한다는 뜻으로, 고물가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성장 전망은 점점 더 악화되는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상승)에 대한 우려도 더욱 커지고 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13일 오전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3.25%에서 3.50%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지난해 4·5·7·8·10·11월에 이어 7차례 연속으로 금리를 올린 것이다. 미국(4.25~4.50%)과 기준금리 격차는 1.00%포인트로 좁혀졌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물가 오름세가 여전히 높은 수준을 나타내고 앞으로도 상당기간 목표 수준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0%로 지난해 7월(6.3%)을 기점으로 떨어지고 있지만 한은의 물가목표치(2.0%)를 여전히 크게 웃돌고 있다. 한은은 또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겠다는 견해도 밝혔다. 이 총재는 “지난해 11월에는 (올해 성장률을) 1.7%로 봤는데, 그 사이 지표를 볼 때 성장률이 그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클 것 같다”고 말했다. 한은은 2월 발표하는 경제전망보고서에 구체적인 수정 전망치를 반영할 예정이다. 이 총재는 현재 한국 경제가 경기 침체 ‘보더라인’(경계선)에 있다며 지난해 4분기(10~12월) 역성장도 기정사실화했다. 이 총재는 “2주 뒤에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을 발표하는데 그 동안 중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고 반도체 경기 하락, 핼러윈 참사 등으로 지표가 나쁘게 나와 음(―)의 성장 가능성이 커졌다”고 했다.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지난해 시중금리가 가파르게 치솟으면서 가계대출이 18년 만에 처음으로 뒷걸음질쳤다. 1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1058조1000억 원으로 1년 전보다 2조6000억 원 줄었다. 연간 가계대출이 감소한 건 관련 통계 집계를 시작한 2004년 이후 처음이다. 한은 관계자는 “금리가 높아진 데다 가계대출 관련 규제도 지속되면서 가계대출이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은 20조 원 늘었지만 전년(56조9000억 원) 대비 증가 폭이 크게 축소됐다. 여기에 기타대출이 신용대출(―18조8000억 원)을 중심으로 22조8000억 원 줄면서 가계대출이 감소세를 보인 것이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집계한 지난해 전체 금융권 가계대출도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15년 이후 처음으로 줄었다. 상호저축은행과 신용협동조합 등 제2금융권에서 5조9000억 원 감소하면서 전체 가계대출은 1년 새 8조7000억 원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지난해 시중금리가 가파르게 치솟으면서 가계대출이 18년만에 처음으로 뒷걸음질 쳤다. 1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1058조1000억 원으로 1년 전보다 2조6000억 원 줄었다. 연간 가계대출이 감소한 건 관련 통계 집계를 시작한 2004년 이후 처음이다. 한은 관계자는 “금리가 높아진 데다 가계대출 관련 규제도 지속되면서 가계대출이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은 20조 원 늘었지만 전년(56조9000억 원) 대비 증가폭이 크게 축소됐다. 여기에 기타대출이 신용대출(―18조8000억 원)을 중심으로 22조8000억 원 줄면서 가계대출이 감소세를 보인 것이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집계한 지난해 전체 금융권 가계대출도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15년 이후 처음으로 줄었다. 상호저축은행과 신용협동조합 등 제2금융권에서 5조9000억 원 감소하면서 전체 가계대출은 1년 새 8조7000억 원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지난해 말 기준 예금은행 수신 잔액은 2243조5000억 원으로 1년 전보다 107조4000억 원 늘었다. 특히 정기예금에 역대 가장 많은 200조1000억 원이 몰렸다.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은 수시입출식예금에서는 104조9000억 원이 빠져나갔다.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