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종엽

조종엽 차장

동아일보 문화부

구독 41

추천

안녕하세요. 조종엽 차장입니다.

jjj@donga.com

취재분야

2025-07-27~2025-08-26
문학/출판34%
역사17%
문화 일반13%
칼럼10%
사건·범죄7%
인사일반7%
요리/음식3%
미술3%
음악3%
기타3%
  • 조계종 총무원장 “문화재 관람료 전면 폐지 추진”

    “문화재 관람료 전면 폐지를 목표로 제도를 개선하겠습니다.”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사진)은 11일 서울 종로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국가가 관리해야 하는 국가지정문화재를 사찰이 신앙적 차원에서 관리·보존하면서 궁여지책으로 문화재 구역 입장료를 받아왔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정부가 올해 예산 421억 원을 확보해 5월부터 사찰 등이 문화재 관람료를 안 받거나 감면하면 해당액을 지원하기로 한 가운데 조계종이 관람료의 ‘궁극적 폐지’를 공식화한 것. 진우 스님은 “(정부 예산이) 종단 입장에서는 굉장히 부족하지만 양보하면서 국민 불편을 없애고 문화재 관리에 소홀함이 없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2023-01-12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책의 향기]‘지구온난화’와 ‘기후 변화’의 차이는

    한 해외 연구에 따르면 21세기 초 전 세계 질병으로 인한 사망과 고통의 20%는 말라리아와 결핵, 폐렴, 설사 등의 탓이었다고 한다. 모두 가난한 나라 국민이 많이 걸리는 질병이다. 그러나 이들 질병에 대한 연구비는 전체 생의학 연구비의 0.5%도 안 됐다. 신약 개발에 투입되는 비용을 회수하기 위해 민간 기업들이 부유한 나라 국민이 많이 걸리는 질병 연구에 더 많은 힘을 쏟기 때문이다. 일부 철학자들은 이 같은 현실을 개선하고자 ‘연구비의 공정 배분’ 원칙을 제안했다. “질병 연구에 배분되는 자원의 비율은 그 질병으로 인간이 겪는 고통의 비율과 일치해야 한다”는 것. 여러 반론도 가능한 주장이지만 확실한 건 ‘무엇을 연구할 것인가’ 하는 문제부터 과학은 ‘가치’와 직결돼 있다는 것이다. 흔히 과학은 가치중립적이라고 생각한다. 과학은 별까지의 거리를 계산하고, 세포의 성분을 분석하며, 깊은 땅속 구성 물질을 알아낸다. 사실을 탐구하는 과학이 ‘윤리적으로 옳다, 그르다’ 하는 문제와 무슨 상관이 있을까? 과학철학자로 미국 미시간주립대 교수인 저자는 “과학적 추론은 가치 판단과 태피스트리(직물)처럼 서로 얽혀 있다”고 말한다. 저자에 따르면 과학 정보에 완전히 가치중립적 프레임을 부여하는 것은 오히려 불가능에 가깝다. 과학 연구 역시 사회적 맥락 속에서 의미를 갖기에 용어와 프레임은 특정 가치와 관련된 미묘한 함의를 가지게 된다. 과거 많이 사용한 ‘지구 온난화’라는 용어는 ‘지구가 따뜻해져 좋은 것’으로 오해될 수 있다는 지적에 ‘기후 변화’라는 말로 바꿔 쓰고 있다. 요즘에는 이 말 역시 문제를 덜 심각한 것으로 여기게 만든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홍성욱 서울대 과학학과 교수는 추천사에서 “우리는 사실의 진위를 가늠할 때 거의 항상 가치의 도움을 받는다”며 “과학 활동의 모든 단계에 가치가 영향을 미친다는 걸 실증적으로 보여주는 책”이라고 했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2023-01-07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광화문에서/조종엽]100년 콘텐츠 무기로 펼치는 글로벌 OTT ‘왕좌의 게임’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체 간의 전쟁은 곧 콘텐츠 전쟁이기도 하다. 넷플릭스와 디즈니플러스, 아마존 프라임, HBO MAX 등은 가입자를 확보하고 유지하기 위해 흥미로운 콘텐츠를 확보하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 지난해 이들의 콘텐츠 전쟁에서 특히 눈에 띄었던 건 고전의 반열에 오른 드라마, 영화 등의 후속작이다. 글로벌 1위 넷플릭스가 최근 내놓은 오리지널 시리즈 ‘웬즈데이’는 1930년대 신문 만화를 원작으로 1960년대 드라마로 만들어졌고, 1990년대 여러 차례 영화화된 ‘아담스 패밀리’의 스핀오프(원작의 캐릭터나 상황에 기초해 만든 파생 작품)다. 넷플릭스에서 최초로 6주 연속 시청시간 1위에 올랐다. 후발 주자인 HBO MAX와 아마존 프라임은 판타지 대전을 치렀다. 선공은 세계적 인기를 모은 ‘왕좌의 게임’ 후속작 ‘하우스 오브 드래곤’이었다. HBO MAX에서 지난해 8월 첫 방송 직후 나흘 만에 2000만 명이 봤다. 잘 알려져 있듯 원작은 1990년대 출간되기 시작해 세계에서 수천만 부가 팔린 조지 R R 마틴의 대하소설 ‘얼음과 불의 노래’다. 아마존 프라임은 9월 ‘판타지의 아버지’ J R R 톨킨의 레전다리움(미출간 자료 포함 톨킨의 창작물을 아울러 가리키는 이름)을 바탕으로 만든 ‘반지의 제왕: 힘의 반지’로 반격에 나섰다. 1, 2화는 나흘 만에 미국에서만 1300만 명이 봤다. 드라마 제작을 위한 판권은 넷플릭스도 노렸다. 하지만 캐릭터 중심의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처럼 만들겠다는 제안에 화들짝 놀란 톨킨재단이 거부했고, 오히려 적은 돈을 써내면서 작업에 재단의 참여를 보장한 아마존이 판권을 가져간 것으로 알려져 있다. 레전다리움 역시 1937년 출간된 ‘호빗’이 시작이다. 마블과 수많은 고전 애니메이션을 자랑하는 디즈니 역시 비장의 무기가 있다. 2012년 루커스필름을 인수하면서 확보한 ‘스타워즈’다. 1977년 처음 개봉돼 오리지널과 프리퀄, 시퀄만 9편의 영화로 제작된 이 시리즈는 ‘미국의 건국 신화’에 비유되기도 한다. 디즈니플러스는 ‘만달로리안’ ‘배드 배치’ ‘북 오브 보바펫’ ‘오비완 케노비’ 등의 스핀오프 시리즈를 만들어 재미를 보고 있다. 최근작 ‘안도르’는 시리즈의 다소 낡은 듯한 느낌까지 걷어낸 수작이라고 본다. 이처럼 흥행이 검증된 콘텐츠의 후속작은 연령대가 높은 오랜 팬덤을 신규 시청자로 끌어들이는 효과를 낸다. 이를 통해 글로벌 후발 OTT도 안착하는 모양새다. 지난해 K컬처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올해도 드라마 ‘더 글로리’가 넷플릭스에서 방영돼 해외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지금은 우리 콘텐츠가 글로벌 OTT에 실려 해외로 뻗어나가지만, 토종 OTT가 오리지널 시리즈로 대박을 치고 다시 수십 년 뒤 후속작으로 이를 ‘우려먹으며’ 오랜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때가 올 것이라고 본다. 저들에게 100년 콘텐츠가 있다면 우리에겐 삼국유사 같은 1000년 콘텐츠의 저력이 있다. 조종엽 문화부 차장 jjj@donga.com}

    • 2023-01-07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광화문에서/조종엽]탁상에 뒷북, 시대에 뒤떨어진 대한민국 행정 서비스

    지난달 23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의 26m²(약 8평)짜리 원룸에서 월세를 살던 60대 어머니와 30대 딸이 숨진 채 발견됐다. 부채와 생활고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으로 삶을 마감한 것으로 보인다. 기초생활수급자가 아니었던 모녀가 긴급 복지 지원 등에서 누락된 과정은 전형적인 탁상 행정을 보여준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모녀가 주민등록상 주소지를 서울 광진구에서 옮기지 않았기 때문에 사는 줄 몰랐다고 했다. 그러나 모녀는 올 5∼10월 전기요금 9만2430원 등을 못 냈다. 요금 납부자 명의는 과거 세입자였지만 명의가 누구든 해당 원룸에 위기 가구가 산다는 건 파악됐어야 했다. 그러나 한국전력공사는 보건복지부에 모녀가 아닌 예전 세입자의 이름을 넘겼고, 구청은 서류상 해당 원룸에 거주자가 없는 것으로 봤다. 이사한 뒤 명의를 변경하지 않고 공과금을 납부하는 세입자는 흔하다. 그래도 납부에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경우 현 시스템에서는 요금 체납 시 엉뚱한 이전 세입자가 위기 가구로 포착된다. 정부의 위기 가구 발굴 시스템에 구조적 허점이 있는 것이다. 정부는 모녀의 사망 소식이 알려지기 전날 ‘그물망’을 촘촘히 하겠다며 위기 가구 발굴에 활용하는 정보를 34종에서 44종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숫자를 늘리기에 앞서 공과금이 체납된 집 주소를 기준으로 위기 가구를 발굴, 지원하는 방안부터 검토했어야 했다. 서울 강남구청이 7일 뒤늦게 강남구 언북초교 앞 이면도로의 차도와 보도를 분리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힌 건 전형적인 ‘뒷북 행정’이다. 2일 이 학교 후문 앞 이면도로에선 하교하던 3학년 어린이가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숨졌다. 이 도로는 2019년에도 보행로 구분 및 과속방지턱 설치의 필요성이 제기됐지만 바뀌지 않았다. 올 2월 서울시가 내놓은 ‘어린이보호구역 종합관리대책’에까지 포함됐지만 제한속도가 낮아졌을 뿐이었다. 그나마 단속 카메라도, 과속 방지턱도 설치되지 않아 실효성은 크지 않았다. 서울시교육청은 뒤늦게 시내 초등학교 주변 교통 환경을 전수 조사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했다. 시대에 뒤떨어진 행정 사례도 많다. 요즘 50만 명 가까운 주택임대사업자들은 부기 등기 의무 유예 종료일(9일) 전 부랴부랴 등기를 하느라 난리다. 법원 인터넷 등기소에서 전자 등기를 신청하는 이도 많은데, 시스템이 마이크로소프트(MS)도 이미 지원을 종료한 인터넷 익스플로러(IE)에 ‘최적화’돼 있다. 말이 최적화지 크롬 등 보편화된 브라우저로는 안 되는 거나 매한가지다. 그나마 익스플로러로도 평범한 사용자에게는 어려운 보안 설정 조정 등을 거쳐야 해 작성 및 제출 과정에서 ‘키보드를 부숴 버리고 싶었다’는 이가 적지 않다. 이 때문에 일부에선 이전 정부가 부기 등기 의무화로 임대사업자를 거추장스럽게 하는 게 목적이었다면 제대로 성공한 것이란 시니컬한 반응도 나온다. 최근 행정 서비스 수준을 보면 정말 대한민국이 선진국의 문턱에 선 나라가 맞나 싶을 정도다. 다른 부문과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라도 행정 서비스의 신속한 업그레이드가 절실한 시점이다.조종엽 사회부 차장 jjj@donga.com}

    • 2022-12-09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광화문에서/조종엽]공복의 노심초사가 국민 안전 지킨다

    ‘몹시 마음을 쓰며 애를 태운다’는 뜻의 노심초사(勞心焦思)라는 사자성어는 고대 중국 우 임금의 고사에서 나왔다. 우 임금은 황하를 다스리는 13년 동안 밖에서 지내면서 자신의 집 앞을 3번 지나갔지만 모두 집에 들르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우 임금은 노심초사하며 치수에 전념하느라 가정도 돌보지 않았고, 건강은 만신창이가 됐다. 그러나 그 덕분에 백성들은 범람하는 황하의 공포에서 벗어나게 됐다. 이태원 핼러윈 참사 다음 날 기사를 준비하는 내내 안타까움에 손이 떨렸다. 생때같은 목숨이 150명 넘게 순식간에 길에서 스러졌다니…. 그저 참담할 따름이었다. 참사가 커진 원인과 관련해 경찰과 구청 등의 부실 대응 문제가 연일 드러나고 있다. 여러 잘못이 있겠지만 특히 ‘공복(公僕)’들이 있어야 할 때 제자리에 없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사고 당일 서울에 대규모 집회 시위가 예정돼 있었는데도 충북 제천에 내려가 등산을 하고 저녁으로 반주를 한 뒤 잠들었다가 보고 문자와 전화를 놓쳤다. 김광호 서울경찰청장도 보고 전화를 놓쳤다. 서울청 112상황실을 지켰어야 할 당직 상황관리관 류미진 총경은 자신의 사무실에 머물렀다. 이임재 용산경찰서장은 당일 집회 현장 대응 후 저녁식사를 하고 차량 이용을 고집하다가 뒤늦게 현장에 도착했다.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지방에서 돌아온 뒤 현장에서 멀지 않은 집에서 나오지 않았다. 한 명의 생활인으로 보면 이들의 행동이 전혀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다. 국정감사 등으로 지친 윤 청장으로서는 간만의 휴일을 맞아 재충전이 필요했을 수 있다. 김 청장은 3차례 전화를 못 받았지만 2분 후 4번째 걸려 온 보고 전화를 받았다. 서울청에선 상황관리관이 112상황실을 상황팀장에게 맡기고 자신의 사무실에서 일하는 게 관행이었다고 한다. 용산서장이 관내 집회 시위 대응을 마친 후 늦은 시간에 저녁식사를 한 것도 이해 못할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들은 평범한 회사원이 아니다. 국민의 안전과 직결되는 자리에 있는 공무원은 필요한 시점에 제자리를 지키고, 언제든 긴급한 연락을 받아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공무원 모두에게 우 임금 같은 희생을 강요할 순 없지만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공무는 그만큼 엄중한 일이다. 그런데 경찰 등의 대응을 보면 ‘설마 큰일이 생기겠어’라는 방심이 곳곳에서 엿보인다. 현장에선 사고 전부터 위험 신고가 이어졌고, 사고 후엔 아비규환이 펼쳐졌지만 보고는 늦었다. 당국이 우왕좌왕하는 사이 구조도 지체됐다. 구청이 사전에 인파를 통제하는 인력을 적절하게 배치했거나, 경찰이 112 신고에 적절하게 대응해 참사를 막았더라도 공무원들에겐 별다른 칭찬이나 보상이 주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잘한 일은 표 나지 않는 것이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공무원의 숙명이니, 그 역시 억울해할 일은 아니다. 이 글을 쓰는 동안 내부보고서 삭제 지시 및 회유 혐의로 수사를 받던 용산서 정보계장이 숨진 채 발견됐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잘잘못을 떠나 아까운 목숨이 비명에 가는 일은 더 이상 없었으면 한다.조종엽 사회부 차장 jjj@donga.com}

    • 2022-11-12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정부 서버 ‘먹통’ 대비한 대응 시나리오 필요하다 [광화문에서/조종엽]

    15일 오후 일이 있어 낯선 동네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이었다. 집에 가는 대중교통편이 카카오맵에서 검색되지 않았다. 카카오T로 택시를 부르려는데 마찬가지로 ‘먹통’이었다. 커피를 사려 했지만 카카오톡으로 선물 받은 모바일 커피 상품권을 쓸 수 없었다. 카카오톡으로 내려진 회사 업무 지시는 16일 점심 무렵에야 전달됐다.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을 비롯한 카카오 서비스 중단 사태로 기자가 겪은 소소한 불편들이다. 데이터센터 화재가 낳은 이번 사태는 국민들의 일상이 디지털 서비스에 얼마나 의존하고 있는지 새삼 느끼게 했다. 만에 하나 이 같은 일이 정부 서버에서 일어난다면 어떤 사태가 벌어질까. 대한민국 전자정부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유엔이 발표한 2022년도 유엔 전자정부평가에서 우리나라는 193개 회원국 가운데 3위를 차지했다. 개별 항목 중 ‘온라인서비스 수준’과 ‘통신 기반 환경’은 1, 2위 국가와 비슷하거나 더 좋은 평가를 받았다. 각종 공문서 발급과 복지 서비스 신청 등 예전에는 주민센터 등에 방문해 처리해야 했던 일 대부분을 요즘은 인터넷으로 할 수 있다. 그러나 편리성이 고도화될수록 위험도 고도화된다. 재정과 법무, 교육, 보건복지, 고용노동을 비롯해 중앙부처 등 50여 곳의 디지털정부 시스템 1460여 개가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이 운영하는 정부 서버와 스토리지에 담겨 있다. 정부 포털 ‘정부24’에 따르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인터넷 홈페이지만 1만7327개에 달한다. 정부 서버가 모두 먹통이 되면 이들 시스템과 홈페이지도 쓸 수 없게 된다. 물론 대비는 하고 있다. 정부는 대전과 광주에 정부 서버 백업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중요도가 1등급으로 분류된 외교부와 국세청, 경찰청, 특허청 등의 국가시스템은 두 곳의 서버에 구축돼 있고, 실시간으로 같은 자료가 저장된다. 한 서버에서 문제가 생기면 자동으로 다른 서버가 운영하는 재해복구 시스템도 구축돼 있다. 정부는 두 곳의 서버가 동시에 먹통이 돼도 시스템이 복구될 수 있도록 충남 공주에 세 번째 센터를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비용 문제 때문에 기관 내부의 업무 시스템과 각종 홈페이지는 대부분 중요도 3, 4등급으로 분류돼 주기적인 백업만 이뤄진다. 추후 복구는 될 수 있지만 문제가 발생하면 일시적으로 먹통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최악의 상황은 전쟁이나 초대형 재난이 정부 서버 먹통 사태와 동시에 발생하는 것이다. 정부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전자정부 시스템이 모두 먹통이 되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위기 대응 시나리오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북한의 핵무기와 사이버공격 능력이 날로 고도화되는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일례로 긴급재난 문자는 이동통신사 통신망을 통해 발송된다. 그런데 정부 시스템이 먹통이 된 후에도 문자 발송 여부와 내용에 대한 승인이 전자결재로 이뤄질 수 있을까? 유사시 정부의 피해복구 지원과 각종 자원 배분은 전자정부 없이도 가능할까? 그런 사태가 벌어지지 않는 게 가장 좋겠지만 변화하는 상황에 맞게 ‘만의 하나’를 대비하는 건 언제나 필요하다. 조종엽 사회부 차장 jjj@donga.com}

    • 2022-10-17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경찰마저 제대로 조사 안 하면 고의 교통사고 근절 어렵다[광화문에서/조종엽]

    최근 상습 ‘손목치기’범이 경찰에 구속됐다는 뉴스가 운전자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 서울 용산경찰서가 지난달 말 붙잡은 이 범인은 지나는 차량에 손목과 팔 등을 슬쩍 부딪친 뒤 차를 멈춰 세우고 치료비를 요구했다. 이 같은 수법으로 지난해 4월부터 최근까지 서울, 경기 일대에서 보험금과 합의금 등으로 약 3300만 원을 챙겼다. 밝혀진 것만 50여 건이니 드러나지 않은 범죄는 더 많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사실을 보도한 본보 기사에는 ‘비슷한 일을 겪었다’는 댓글이 줄을 이었다. 범인을 비판하는 댓글이 대부분이었지만 상당수는 경찰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경찰이 보통 차주의 결백 주장은 귀담아듣지 않고 합의를 종용한다. 이번에는 어쩌다 잡았지만 현실은 운전자가 (무조건) 죄인이다” “(고의 사고가) 의심스러워도 원칙대로 조사하는 경찰은 별로 없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최근 기자의 지인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고 했다. 도로에서 운전하다 차선을 변경했는데, 진입한 차선에서 뒤에 있던 차가 바짝 따라오더니 차를 세우라고 했다는 것이다. 뒤차 운전자는 “갑자기 끼어들어 급브레이크를 밟은 탓에 동승자가 다쳤다”며 “그냥 갔으니 뺑소니”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찰은 “뺑소니는 아니지만 사고가 정식으로 접수되면 출석 조사를 받아야 한다”며 “보험 처리 의사는 없느냐”고 물었다. 지인은 “경찰이 치료비를 물어주는 게 낫다고 은근히 권하는 것 같았다”고 기억했다. 지인이 “그래도 제대로 조사를 받겠다”고 고집하자 길길이 날뛰던 상대 차주가 “사고 신고를 안 하겠다”고 물러나며 일이 마무리됐다. 지인이 정말 교통법규를 위반한 건지, 조금이라도 다친 사람이 정말 있었던 건지는 지금까지도 확실하지 않다. 경찰 관계자는 취재진이 “손목치기 피해를 어떻게 막을 수 있느냐”고 묻자 “사고가 나면 대부분 당황해 현장 상황부터 마무리하느라 범행을 의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일단 경찰에 신고해야 사기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현실에선 신고했더니 잘잘못을 따지기보다 “서로 좋게 하시라”며 합의를 유도하는 경찰을 만났다는 경험담이 인터넷 자동차 커뮤니티 등에 넘쳐난다. 용산경찰서에 잡힌 손목치기범 같은 사기꾼들이 그 틈을 파고든다. 경찰에 정식으로 사고가 접수될 경우 적당한 이유를 대고 물러나면 된다고 보고 범행을 이어가는 것이다. 합의를 종용한 경찰이 있다면 아마도 처리할 사건이 너무 많아서일 것이라고 믿고 싶다. 그런데 경찰관 수는 최근까지 꾸준히 증가했다. 경찰관 수는 2010년 처음 10만 명을 넘었는데 올해 7월 말 기준으로는 약 13만2400명에 이른다.(참고로 e-나라지표에 따르면 범죄 발생건수 대비 검거율은 2017년 85.0%에서 2020년 81.2%로 오히려 하락했다.) 이제는 “경찰이 제대로 조사해 억울한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는 운전자들의 경험담이 넘쳐나는 게시판을 보고 싶다.조종엽 사회부 차장 jjj@donga.com}

    • 2022-09-1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도와달라”며 유인해 11명 성폭행…김근식 내달 출소

    인천과 경기 서부 일대에서 미성년자 11명을 연쇄 성폭행한 혐의로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던 김근식(54)이 다음달 형기를 마치고 출소할 예정이어서 지역 주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1일 여성가족부 등에 따르면 2006년 미성년자 강간 등의 혐의로 징역 15년을 선고받고 대전교도소에서 복역 중인 김근식이 다음 달 출소한다. 김근식은 미성년자를 성폭행해 복역하다 2006년 5월 8일 출소한 후 16일 만에 다시 같은 범죄를 저질렀다. 이어 그해 9월 경찰에 붙잡히기 전까지 인천 서구와 계양구, 경기 고양·시흥·파주시 등에서 초중고 여학생(9~17세) 총 11명을 성폭행했다. “무거운 짐을 드는 것을 도와 달라”는 등의 말로 유인한 뒤 자신의 승합차에 태웠고, 인적이 드문 곳으로 이동해 범행을 저질렀다. 2006년 11월 1심 재판부는 “교화 가능성이 거의 없어 보인다”며 그에게 징역 15년형을 선고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출소할 예정이었으나 2013, 2014년 동료 재소자를 폭행한 혐의로 2차례 재판에 넘겨져 형기가 늘었다. 1일 인천주민이 모인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는 ‘출소 뒤 다시 범행을 저지를까 걱정된다’는 내용의 글이 이어졌다. 여가부 관계자는 “출소 후 거주지가 확정되면 바로 주소 등 개인정보를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찰청은 “관할 경찰서 내 특별대응팀을 운영해 재방을 방지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2022-09-01
    • 좋아요
    • 코멘트
  • 10년 뒤 어느 날 반지하 거주가 불법화된다면[광화문에서/조종엽]

    “여기서 살면 안 되는 거 알죠? 전입신고 하면 안 돼요. 그러니까 이 가격인 거예요.” 2032년 8월 어느 날. 빌라 반지하의 ‘창고’를 임차하러 온 나에게 집주인은 이렇게 당부했다. 내가 이곳에서 먹고 자려고 하는 것은 나도 알고 그도 안다. 주인의 말이 무색하게 창고에는 싱크대와 화장실이 설치돼 있고, 전에 살던 세입자가 놓고 간 낡은 옷장은 여전히 쓸 만했다. 반지하 주거가 ‘불법’이라 가스가 연결되지 않는 게 흠이라면 흠이다. 주인이 보증금을 500만 원이나 달라는 건 영 꺼림칙했다. 만에 하나 건물이 경매에라도 넘어간다면 전입신고를 하지 않은 나는 전 재산인 보증금을 건지지 못하게 된다. 하지만 창문이 없고, 비좁은 고시원에서 나온 것이 어딘가. 어쨌든 이곳은 확실히 싸다. 반지하가 불법이 되니 요즘은 옥탑방 임차료도 올랐다. 공공임대주택도 알아봤지만 일터와 거리가 너무 멀었다. 직장과 가까운 곳은 보증금이 만만찮았다. 무엇보다 요즘 입주 대기자가 너무 많다. 거주가 불법화된 서울 반지하 가구의 이주 수요를 임대주택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는 탓이다. 세입자가 떠나고 빈 옆집 반지하에는 밤에 이상한 사람들이 모여드는 것 같다. 마약이라도 하는 건 아닌지 무섭다. 오늘은 비가 많이 온다. 설마 잠기는 것은 아니겠지…. 이상은 지금부터 10년 뒤 반지하에 사는 것이 법으로 금지됐다고 가정하고, 서울의 한 반지하 세입자의 사연을 가상으로 적어 본 것이다. 최근 기록적 폭우로 반지하 주민 4명이 잇따라 아까운 목숨을 잃자 서울시가 대책을 내놨다. 정부와 협의해 지하·반지하는 주거용으로 신축을 불허하도록 건축법을 개정하겠다는 것이었다. 또 기존 지하·반지하 주택은 ‘유예기간’을 두고 비주거용으로 전환하도록 유도해 사실상 퇴출하겠다고 했다. 볕이 잘 들지 않아 습하고, 안전마저 위협당하는 반지하를 줄여나가면서 시민들의 주거 환경을 개선하겠다는 데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퇴출’은 다른 문제다. 조금이라도 임차료가 싼 집을 찾는 수요는 언제나 있다. 모아 둔 목돈이 없는 흙수저 청년, 자녀가 있어 넓은 공간이 필요한 부모, 소득이 없거나 적은 노인 등이 거주비용 대비 입지가 좋거나 공간이 넓은 반지하를 찾는다. 반지하 거주를 불법화했다가는 거주자들이 오히려 법의 각종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이주 대책도 정말 실현될지 모르겠다. 서울시는 공공임대주택 23만 채를 신규 공급해 20만 가구에 이르는 반지하 주민이 입주할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서울 시내에 공급된 공공임대주택은 24만 채 수준이다. 이를 2배 가까이로 늘리겠다는 것이다. ‘20년 동안’이라는 토를 달았지만 만만한 목표가 아니다. 이미 서울주택도시공사(SH) 부채는 17조 원이 넘어 전국 도시개발공사 가운데 가장 많다. 게다가 반지하 외에도 주거취약계층이 많은데, 이들은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논란이 확산되자 오세훈 서울시장은 18일 “반지하 퇴출이 아니라 감축”이라고 물러섰다. 혹시 시장으로서 선명한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의욕만 앞섰던 것은 아닌지 지금이라도 돌아봤으면 한다.조종엽 사회부 차장 jjj@donga.com}

    • 2022-08-19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시민이 경찰을 존중해야 경찰이 시민을 보호할 수 있다[광화문에서/조종엽]

    18일 제주경찰청이 공개한 영상이 누리꾼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 16일 오전 1시경 제주시 한림읍의 한 주점 앞에서 경찰관이 장봉으로 남성 피의자를 제압하는 영상이었다. 영상 속 경찰관은 장봉을 세차게 휘두르며 나아갔고, 흉기를 든 피의자는 주춤거리며 뒤로 물러섰다. 경찰관은 장봉으로 피의자의 오른 손목과 팔을 내리쳐 흉기를 내려놓게 했고, 그 틈을 타 나머지 경찰 3명이 달려들어 제압에 성공했다. 경찰이 흉기를 든 범인을 몰아세우는 모습에 누리꾼들은 박수를 보냈다. 영상 속 주인공은 1996년 경찰에 입직한 26년 경력의 한림파출소 순찰2팀장 박정현 경감(49)이다. 방검복을 입었다지만 피의자가 손에 든 길이 23cm의 회칼을 휘둘렀다면 위험할 수도 있었던 상황이었다. 박 경감에게 전화로 “두렵지 않았느냐”고 묻자 “그런 상황을 많이 경험했고, 무도를 오래 수련해 충분히 제압할 자신이 있었다”는 답이 돌아왔다. 영상을 본 일부 누리꾼은 경찰이 테이저건을 쐈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에 관해 박 경감은 “그러면 피의자가 쓰러지면서 자기 칼에 찔려 다치거나 사망할 수도 있다”며 “더 위험한 상황이었다면 그랬겠지만 장봉으로도 제압할 수 있다고 봤다. 여차하면 테이저건을 쏠 준비가 된 동료 3명도 있었다”고 했다. 다행히 박 경감은 다치지 않고 무사히 범인을 제압했다. 그러나 매일 수많은 경찰이 치안 현장에서 다치거나 폭행을 당하는 것이 현실이다. 학술지 ‘치안정책연구’ 2021년 12월호에 실린 논문 ‘경찰공무원의 폭력 피해 과정과 영향에 관한 연구’(저자 이재영 세한대 교수)에 따르면 2015∼2019년 경찰 2470명이 범인의 공격을 받아 다쳤고 3명이 순직했다. 경찰 폭행 등 공무집행방해 사건도 2020년에만 1만789건에 달한다. 동료 업무 가중 등을 이유로 경찰이 사법 처리를 꺼리는 경향이 있기에 실제 공무집행방해 사건은 더 많을 것이다. 지구대, 파출소에 근무하는 경찰들은 취객으로부터 욕설을 듣는 것이 다반사고, 폭행을 당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 논문 인터뷰에 응한 경찰들은 얼굴이나 가슴을 주취자의 주먹이나 발로 가격당하거나, 할큄을 당하거나, 머리채를 잡힌 경험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난동을 부리던 주취자에게 물린 경찰도 있었다. 폭력 피해를 겪은 경찰은 심각한 정신적 고통을 겪었다. 경찰들은 “경악했고, 심적 충격이 대단했다” “그때만 생각하면 피가 거꾸로 솟는 기분이 든다” “내가 부족해 폭행을 당했다는 생각에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대민 활동에 소극적으로 변했다는 경찰도 적지 않았다. 한 경찰은 “예전에는 출동하면 적극적으로 들어주고 현장에서 해결해주려고 노력했지만, 요즘은 그렇지 않다”고 했다. 다른 경찰은 “폭력 피해 트라우마가 있기에 다가가는 대민 서비스는 어렵다”고 했다. 밤길에 칼 든 범인을 만났을 때 경찰이 대신 나서 장봉이나 테이저건으로 맞서주길 바란다면 먼저 경찰부터 존중해야 한다. 시민이 경찰을 존중해야 경찰이 시민을 보호할 수 있다. 조종엽 사회부 차장 jjj@donga.com}

    • 2022-07-23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인하대 성폭행 사망사건’ 이후…대학들 학내 성범죄 예방 고심

    “술자리를 마친 뒤 집 방향이 비슷한 학생들끼리 함께 귀가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잘 모르는 남학생과는 절대 그러면 안 되겠단 생각이 들었어요.” 18일 서울의 한 사립대 캠퍼스에서 만난 여학생 김모 씨(21)는 최근 인천 인하대 캠퍼스에서 발생한 성폭행 사망 사건 이후 남학생들과의 술자리를 경계하게 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씨는 “같이 술을 마신 동기생이 혹시 이상한 짓을 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들어 불안하다”라고 했다. 15일 인하대 캠퍼스에선 이 대학 1학년 학생이 같은 동아리 1학년생으로부터 성폭행 당한 후 3층에서 추락해 사망했다.●거리두기 해제 후 대학가 성범죄 잇따라4월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해제된 이후 대면수업이 재개되면서 최근 대학 캠퍼스 내 성범죄도 이어지고 있다. 4일 서울 연세대에선 의대생 A 씨(21)가 교내 여자화장실에서 휴대전화로 옆 칸 학생을 촬영하다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지난달 고려대에서는 축제가 벌어지던 중 30대 남성 B 씨가 캠코더 등으로 다수 여성의 신체를 몰래 촬영하다 붙잡혔다. 5월에도 성균관대 축제에서 성추행 신고가 접수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대면수업과 함께 3년 만에 대학 축제가 부활하고 동아리 모임 등으로 술자리가 늘어난 것도 성범죄 증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 소재 대학 재학 중인 장모 씨(22)는 “거리두기 해제 이후 술자리가 잦아졌는데, 동기나 선후배 학생이 술에 취해 스킨십을 해 불쾌할 때가 종종 있다”고 했다.●“캠퍼스 내 폐쇄회로(CC)TV 늘릴 것”대학 및 교육 당국은 캠퍼스 성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인하대 측은 18일 회의를 열고 캠퍼스 보안 강화 방안을 검토했다. 학교 측은 교내 건물에 사전 승인받은 학생만 출입할 수 있도록 하거나, 출입 시간을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교내 폐쇄회로(CC)TV를 추가 설치하고 보안 인력을 확충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인하대 관계자는 “전교생을 대상으로 성폭력 예방 특별 교육을 실시할 예정”이라며 “가해자는 수사결과가 나오는 대로 학칙에 따라 퇴학 등 조치하겠다”라고 했다. 다른 대학들도 고심 중이다. 한 서울 소재 대학본부 관계자는 “우리 학교에서 (인하대와) 비슷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경각심을 갖자는 얘기가 나왔다”며 “야간 캠퍼스 내 순찰 강화 등의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교육부는 인하대생 성폭행 사망 사건과 관련 앞으로 대학 캠퍼스 내 야간 출입 관리를 강화하고 방범시설을 늘리는 등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18일 밝혔다. 이와 함께 현재 운영 중인 대학생 대상 성폭력 예방교육의 실효성을 점검하고, 별도의 특별교육도 추진하기로 했다. 한편 인하대에선 연일 학생과 시민들의 피해자 추모가 이어지고 있다. 학생들의 요구로 캠퍼스에 마련된 추모공간을 찾은 시민 함준우 씨(25)는 “어린 나이에 세상을 떠나게 된 피해자가 너무 안타깝다”라며 “성범죄 처벌이 강화되길 바란다”라고 했다. 인하대 측은 유족 요청에 따라 추모공간 운영을 이날 오후 중단했다. 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조종엽 기자 jjj@donga.com인천=공승배 기자 ksb@donga.com}

    • 2022-07-18
    • 좋아요
    • 코멘트
  • 치안감 인사 번복 논란과 ‘경찰 독립’의 민망함[광화문에서/조종엽]

    ‘할 말은 많지만 하지 않겠다.’ 최근 초유의 ‘치안감 7명 인사 번복 발표’ 논란에 대한 경찰의 입장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요즘 줄임말로 ‘할많하않’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본보 기자가 진상조사 계획을 묻자 “사건 관련 경찰청 인사는 인사담당관뿐인데, 이미 사실관계 파악을 마쳤다. 더 조사할 게 없다”고 했다. ‘우리 쪽 잘못이 아니다’라는 은근한 항의가 행간에서 느껴진다. 경찰청이 “앞으론 인사를 대통령 결재 후 발표하겠다”라고 밝힌 것도 사실 ‘지금까진 결재 전 발표해 왔고, 문제가 없었다’라는 항변에 가까워 보인다. 해명대로라면 경찰은 21일 오후 6시경 행정안전부로부터 받은 인사안(편의상 ‘초안’이라고 지칭)이 ‘관행’대로 행안부와 대통령실이 재가한 안이라고 믿었던 것으로 보인다. 반면 행안부 측은 최종안이 아닌 초안을 경찰에 보낸 건 절차를 밟기 위해 기안을 마련하라는 취지였고, 대통령실과 조율해 실제 인사발령 내용을 반영하라고 했는데 경찰이 조율 없이 공개했다는 입장이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대통령실 결재도 안 된 상태에서 기안 단계(의 인사안)를 (경찰) 인사담당자가 확인하지 않고 내부 공지해버려 문제가 됐다”라고 못 박았다. 엄밀히 말하면 정정된 인사발표(21일 오후 9시 34분) 역시 대통령 결재(21일 오후 10시) 전 발표됐다. 문제의 핵심은 형식적으로 대통령 결재 전이냐 후냐가 아닌 셈이다. 왜 행안부가 경찰에 처음부터 최종안을 보내지 않았는지도 의문이다. 사태의 진상은 조사를 통해 밝혀질 것이다. 확실한 건 최근 행안부 경찰제도개선자문위원회의 경찰 통제 권고안을 두고 일던 논란이 묻히고, 단숨에 경찰의 ‘국기 문란’ 사태로 국면이 전환됐다는 것이다. 세간에는 경찰 통제 권고안뿐 아니라 이번 인사 번복 발표 논란에서도 권한이 커진 경찰의 기선을 제압하겠다는 정권의 의도가 비친다는 시각이 많다. 선출된 권력의 경찰 통제가 그 자체로 비민주적이라고 하긴 어렵다. 하지만 권력의 경찰 통제는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는 것이 고문과 사찰, 선거 개입 등 경찰의 ‘흑(黑)역사’를 겪고 난 뒤 우리 사회가 만들어낸 ‘87년 체제’의 합의였다고 본다. 그러나 김창룡 청장이 최근 ‘행안부 경찰국 신설’ 등 논란에서 독립성과 중립성을 여러 차례 강조한 것은 다소 아이러니하게 보였다. 김 청장은 지난 정부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지방자치단체장들의 비위 문제 등을 밝히는 데 소극적이었다는 지적을 여러 차례 받았기 때문이다. 김 청장만의 문제는 아니다. 경찰을 민주적으로 통제해야 할 경찰위원회는 사실상 껍데기만 남았고, 경찰이 국민보다 정권에 충성하는 모습은 민주화 이후에도 반복됐다는 평가가 많다. 국민 중에서 경찰청이 1991년 내무부 산하에서 외청으로 독립한 이후 취지에 걸맞은 발자취를 남겼다고 보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독립성과 중립성을 주장하지만 근거로 내세울 만한 ‘30여 년 독립의 성과’가 마땅치 않은 경찰의 모습이 민망해 보인다. 조종엽 사회부 차장 jjj@donga.com}

    • 2022-06-27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광화문에서/조종엽]“역량 폄훼 유감”이라는 경찰, 정말 유감스러워야 할 것은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이 3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이 법을 두고 문재인 정권이 새 정부 출범 후 자신들에 대한 검찰 수사를 막기 위해 만든 ‘방탄법’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그렇다고 경찰이 검찰보다 더 독립적이고, 정권의 눈치를 보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해 더불어민주당이 법안을 강행 처리했을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현 정권 초기인 2018년 ‘드루킹’ 사건 당시를 돌이켜보면 알 수 있다. 경찰은 ‘드루킹’ 김동원 씨를 체포한 뒤에도 한 달 가까이 증거 확보에 필요한 추가 강제 수사를 거의 하지 않았다. 그러다 언론 보도로 사건 내용이 알려지고, 검찰의 보완 지시를 받고서야 드루킹 통신기록 영장을 법원에 신청했다. 문재인 대선 캠프의 핵심이자 정권 실세로 꼽히는 김경수 당시 민주당 의원이 드루킹과 관련됐을지 모르는 정황을, 경찰은 들여다보고 싶지 않았던 것 아닐까.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는 지난달 언론 인터뷰에서 검수완박 입법을 두고 “사법시험에 합격해 변호사 신분을 가진 검찰에 비해 경찰이 권력을 훨씬 잘 따르지 않겠는가”라고 했다. 검찰은 권력의 눈 밖에 나서 옷을 벗어도 변호사로 먹고살 수 있지만, 경찰은 그렇지 못하니 권력의 눈치를 더 많이 본다는 뜻이다. 검수완박이 현 정권 방탄용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권력이 가리키면 달려가 물어 오는 게 경찰인데, 무슨 걱정이냐’는 취지의 얘기를 대놓고 하는 걸 보면 여당 중진들이 경찰을 어떤 시선으로 보는지 알 수 있다. 3일 검수완박 법안 국무회의 의결 직후 김창룡 경찰청장은 내부 전산망을 통해 전국 경찰에게 서한을 보냈다. 한동안 침묵했던 김 청장은 뒤늦게 “지난 몇 주간 경찰의 수사 역량을 폄훼하는 주장이 이어져 답답하고 언짢으셨을 것이다. 저 또한 경찰의 한 사람으로서 매우 유감스럽다”고 했다. 검찰이 검수완박 반대 근거로 경찰의 부실 수사를 연이어 언급한 것이 부적절하다는 취지다. 하지만 경찰이 정말 유감스러워해야 할 대목은 따로 있는 것 아닐까. 예를 들면 경찰을 두고 ‘권력의 개’라고 부른 것이나 다름없는 여당 실세의 모욕, 권력형 비리 수사 경험이 많은 검찰에 비해 경찰의 칼은 무디고 무섭지 않다는 권력자들의 기대 같은 것들 말이다. 민생 범죄 수사도 문제다. 민생 사건을 주로 맡는 변호사들 사이에선 지난해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의 부실 수사와 수사 지연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지적이 많다. 이번 검수완박 법안 통과로 경찰의 수사 총량이 더 늘면 사건 적체도 더 심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경찰이 국민의 신뢰를 확보하는 길은 하나뿐이다. 죽은 권력이든 산 권력이든 민생 범죄든 법과 원칙에 따라 제대로 수사하는 것이다. 드루킹 사건 당시 경찰 수뇌부가 검경 수사권 조정 국면에서 자신들의 편을 드는 청와대 눈치를 봤다는 이야기가 파다했다. 정권에 코드를 맞춘 대가로 가져온 수사권이라면 자랑스러울 수 없다. ‘수사 역량 부족’ 주장이 폄훼인지 아닌지, 경찰 스스로 증명해야 할 ‘운명의 시간’이 찾아왔다. 조종엽 사회부 차장 jjj@donga.com}

    • 2022-05-05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광화문에서/조종엽]일상화된 보이스피싱, 외교적 접근으로 근절해야

    보이스피싱 범죄가 우리 사회에 본격 출현한 건 2006년이다. 그 무렵 인터넷 국제전화가 널리 보급된 것과 관계가 있다. 피싱범들은 발신지를 숨기기 용이하고 사용료도 저렴한 인터넷전화로 ‘안전한’ 중국에서 맘 놓고 사기를 치기 시작했다. 당시 동아일보 기사는 그해 6월 경찰에 접수된 전화 사기 피해가 73건이었다고 전했다. 하루 2건이 조금 넘었던 것이다. 16년이 지난 지금 보이스피싱은 근절되기는커녕 우리 사회의 일부로 자리 잡았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해 보이스피싱 피해는 3만982건이었고, 피해액은 7744억 원으로 웬만한 시군의 1년 예산과 맞먹었다. 17분마다 1명이 보이스피싱에 속아 약 2500만 원을 날린다. 이제 보이스피싱은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일상적 재난에 가깝다. 어르신이나 사회 경험이 부족한 젊은이가 잘 속아 넘어간다는 것도 오해다. 50대 피해자가 가장 많고, 다음이 40대다. 피해 건수는 2018년 이후 3만 건 아래로 내려간 적이 없다. 집안이 풍비박산 나거나 극단적 선택을 하는 피해자들이 끊이지 않는다. 범행 수법이 끊임없이 진화하는 탓이다. 사기범들은 사람들이 ‘070’ 전화에 걸려들지 않자 ‘010’ 등으로 발신자 전화번호를 바꿔주는 ‘중계기’를 쓰기 시작했다. 경찰이 모텔 등에 설치된 중계기를 단속하자 차량에 싣고 다니거나, 아예 중고 스마트폰을 중계기 대용으로 쓰는 수법이 나왔다. 통장 발급 절차를 강화하고, 인출을 지연시켜 수거 통로인 금융계좌를 옥좼더니 전달책이 피해자를 직접 만나 돈을 가로채는 방식으로 수법을 변경했다. 지난해의 경우 피해자의 3분의 2가 이 방식에 당했다. 일자리를 준다는 꼬임에 넘어가 전달책으로 활동하다가 중벌을 받는 젊은이도 적지 않다. 가족 전화번호로 발신한 것처럼 보이게끔 전화를 걸어 납치를 가장하는 수법도 등장했다. 경찰이 ‘공공기관은 전화로 금융정보를 요구하지 않는다’고 백날 홍보해도 소용없다. 역학조사관 사칭 보이스피싱이 활개를 치는데, 실제로 서울 일부 보건소가 ‘재택치료자 물품지원비’를 지급한다며 문자로 통장 사본 등을 보내라고 요구한 사실이 본보 취재로 드러나기도 했다. 경찰은 범정부 합동 ‘전기통신금융사기 통합 신고·대응센터’를 설립해 보이스피싱에 원스톱 대응할 방침이라고 최근 밝혔다. 필요한 일이다. 불편함을 감수하고 고액 이체나 인출을 더 번거롭게 만들 필요도 있다. 그러나 근본적 해법은 되기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 중국, 필리핀 등에 있는 보이스피싱 상부 조직이 건재한 상태에서는 피해가 끊이지 않을 것이다. 경찰이 현지 당국과 공조 속에 해외에서 조직 총책을 검거했다는 소식이 가끔 전해지지만 전체 피해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현지 치안당국이 적극 나서도록 외교적으로 설득하는 수밖에 없다. 물론 쉽지 않을 것이다. 조직원 상당수가 한국인이라는 것도 약점이다. 그러나 조직 총책은 중국 국적이 다수라고 한다. 사기범들이 한국에 머물면서 해마다 수천억 원을 중국인으로부터 가로챈다고 치자. 중국은 진작 ‘다 때려잡으라’고 한국 정부를 압박하지 않았을까. 조종엽 사회부 차장 jjj@donga.com}

    • 2022-04-08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사학자-도시공학자-건축가가 본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0일 대통령 집무실을 청와대에서 서울 용산구 국방부 신청사로 옮기겠다면서 ‘용산 집무실 이전’을 선언했다. 이에 따라 조선 경복궁 창건 이후 600여 년, 고려 남경(南京) 행궁(行宮) 시절부터 치면 1000년 가까이 지속된 ‘광화문 권력’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 사학자인 홍순민 명지대 기록정보대학원 초빙교수, 도시공학자인 이희정 서울시립대 교수, 건축가인 김원 광장건축환경연구소 대표 등 전문가 3명에게 용산 집무실 이전의 타당성과 역사적 사회적 의미를 물었다.》‘사학자’ 홍순민 명지대 교수“靑은 접근 어려운 곳… 용산도 소통 어려워”“청와대는 애초 여러모로 따져 대통령 집무실이 된 곳이 아니어서 이전 필요성이 있습니다. 그러나 용산 국방부 신청사는 좋은 자리가 아닙니다.” 조선 궁궐, 도성 연구의 권위자로 꼽히는 홍순민 명지대 초빙교수(66)는 “청와대는 백성과 소통할 필요가 전혀 없던 조선 총독이 관저로 쓰던 자리”라면서도 “집무실 이전 예정지 역시 국민과의 접촉면이 넓어진다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20일 전화로 만난 홍 교수는 “경복궁은 왕조국가의 궁으로 최적의 장소였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강과 북한산까지 고려해 한양의 터를 잡고 종묘와 사직을 좌우로 배치한 후 뒤로 백악산이 막아주고 앞으로 평지가 열리는 완벽한 장소에 경복궁을 지었다”고 설명했다. 홍 교수는 저서 ‘한양읽기 궁궐’에서도 500년을 지속한 조선의 수도 한양의 뛰어난 입지를 강조했다. 하지만 청와대 자리는 출발부터 국민과의 소통과는 거리가 멀었다는 게 홍 교수의 지적이다. 경복궁 후원이던 경무대가 권력의 심장이 된 건 일제강점기 총독 관저가 들어서면서부터다. 홍 교수는 “일제는 총독부 청사를 지어 경복궁의 상징성과 통치의 이점을 앗아갔고, 별도로 보안과 경호에 유리한 경무대 자리에 최고 식민통치자의 집을 지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승만 대통령이 경무대를 관저 겸 집무실로 사용하면서 이후 대통령들은 경복궁 뒤에 숨는 모양새가 됐다. 홍 교수는 “4·19 당시 학생들이 경무대로 진출하려다 총에 맞아 희생됐다. 이처럼 청와대 자리는 제왕적 독재자에게 맞는 외진 장소로, 국민과의 소통과는 거리가 멀다”고 평가했다. 민주화 이후 이에 관한 반성이 나오면서 단골 대선 공약으로 ‘광화문 집무실’이 등장했지만 실현되지 않았다. 홍 교수는 용산 국방부 신청사에 대해 “청와대와 마찬가지로 국민이 접근하기 어렵고, 대통령이 국민과 접촉하기도 어려운 장소라고 본다”라며 “윤 당선인이 취임 전까지 집무실을 옮기려다 당초 취지를 잃은 채 무리수를 둔 것 같다”라고 평가했다. 그 대신 용산으로 온다면 “현 용산구청 건너편 주한미군 사령관저가 있던 자리가 적당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어 조선 태조의 한양 천도 추진 당시 일화를 언급하며 의견수렴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태조는 자신이 고른 새 도읍지에 대해 신료들의 의견이 엇갈리자 무학대사의 의견을 청합니다. 무학은 ‘여러 사람의 뜻을 좇으라’고 하지요. 왕이 정치적 부담을 홀로 감당하지 말라는 뜻입니다. 결국 천도는 이후 고위 관료들의 건의로 이뤄지게 됩니다.”(홍 교수)‘도시공학자’ 이희정 서울시립대 교수“서울의 남북 잇는 용산 선택 긍정적”“용산은 그동안 서울 한가운데에서 동서남북을 차단하며 교통망 연결 및 통합 발전을 저해해 왔습니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은 ‘용산 시대’의 모멘텀을 마련할 수 있는 좋은 선택이라고 봅니다.” 21일 서울 동대문구 서울시립대에서 만난 이희정 도시공학과 교수(58)는 윤석열 당선인의 집무실 용산 이전 계획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국내 도시설계 및 도시정비 분야의 손꼽히는 전문가다. 이 교수는 “미군기지 부지가 서울의 동서와 남북을 가르고, 경부선 철도가 다시 동서를 차단하면서 용산은 하나의 거대한 벽과 같았다. 시민 대부분이 접근할 수 없는, 한마디로 ‘잊혀진 땅’이었다”고 했다. 이 교수는 “집무실 이전을 계기로 미군기지 부지 반환이 가속화되면 시민들의 새 휴식공간이 생길 수 있을 것”이라며 “오랜 기간 지체됐던 개발도 탄력을 받아 용산이 서울의 중심이 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당선인이 내건 ‘국민과의 소통’을 위해서도 용산 집무실은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고 했다. 현재 청와대는 시민 접근성이 떨어지지만 용산 집무실의 경우 주변 공원화와 맞물리며 대통령과 시민 사이의 접점을 넓힐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집무실과 가까운 공간이 시민의 품으로 돌아온다면 자연스럽게 접점이 늘어날 것”이라며 “미국 백악관 모델이 불가능한 얘기만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교통 정체나 시민 불편을 야기한 집회·시위의 양상도 변할 수 있다고 봤다. 그는 “백악관 앞에선 매일 집회가 열리는데 평화적 방식으로 충분히 의사를 표시한다”며 “집무실 앞 공원 설치를 통해 시민과 집무실이 가까워지고 접촉면이 넓어지면 한국에서도 일상적이고 평화로운 집회 문화가 정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 교수는 집무실 이전이 중장기적으로 경복궁, 광화문 일대 구도심과 용산을 모두 살리는 방향이라고 평가했다. 역사 및 문화가 깃든 구도심과 새 개발지인 신도심을 분리하고 구도심을 보행자 중심의 ‘역사 도심’으로 바꾸는 것이 도시 개발의 세계적 추세라는 것이다. 이 교수는 “기존 구도심을 역사적 문화적 명소로 활성화하고 문화재적 가치를 보호한다는 차원에서도 집무실 이전은 긍정적”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이 교수는 집무실 이전 비용과 용산 일대 교통체증 심화가 걱정스럽다고 했다. 이 교수는 “우려를 해소하고 주민을 설득할 청사진이 필요하다”며 “현재 추산되는 이전 비용을 뛰어넘는, 용산 개발과 개방이 가져올 실익과 비전이 제시돼야 한다”고 했다.김원 광장건축환경硏 대표“시간 들여 공론화… 의견 모을 문제”“우격다짐으로 밀어붙일 게 아니라 시간을 들여 공론화하고 의견을 모을 문제입니다.” 21일 서울 대학로 광장건축환경연구소에서 만난 건축가 김원 대표(79)는 “집무실 이전은 국민적 공감대가 가장 중요하다”면서 “중론을 모으는 게 먼저”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1960년대 김수근건축연구소에서 일할 당시 국회의사당 터를 포함해 여의도 개발 마스터플랜을 짰다. 천안 독립기념관과 과천 국립현대미술관 등의 터를 잡은 것도 김 대표다. 최근에는 광화문시민위원장으로 광화문광장 조성 의견 수렴을 이끌어왔다. 김 대표는 “당선인이 일단 청와대에 들어가 필요한 부분은 고치고 지내면서 집무실 이전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게 옳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지금의 청와대에 문제가 있다는 것에는 김 대표도 동의한다. 그는 “청와대는 본관의 (거대한) 규모, 좌우대칭 디자인 등에서 볼 수 있듯 대통령의 권위를 내세우는 데 초점이 맞춰진 건축물”이라며 “비서실과의 소통, 외빈 접대 등을 비롯해 기능 면에서 불편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반면 국방부 신청사는 대통령 집무실로서의 품격이 떨어진다고 평가했다. 김 대표는 “국방부 청사는 100% 기능 위주로 설계된 건물”이라며 “윤석열 당선인의 발표처럼 집무실과 비서실, 기자실 등이 가까이 배치되면 대통령 역시 기능적으로는 일을 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건물의 예술성, 상징성은 매우 떨어져 국가원수의 집무실로서는 “문화적으로 촌스럽다”는 게 김 대표의 의견이다. 그는 “태극기와 같은 국가의 심벌(상징)로서의 인상을 국민들에게 주기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 대표는 지형과 건물, 도로와 광장 등이 어우러져 만드는 도시의 상징성 측면에서도 용산이 대통령 집무실 터로는 부족하다고 봤다. 그는 “한양의 주산으로 북쪽에서 보호하는 북악산과 같은 강력한 상징적 지형이 없는 것도 용산의 약점”이라며 “땅의 역사를 봐도 안정되고 차분한 곳이라기보다 요동치는 곳”이라고 했다. 김 대표는 미군기지 반환 후 용산을 미술관과 박물관, 도서관 등 문화복합시설이 들어선 공원으로 만드는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김 대표는 앞으로도 사회적 논의를 계속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민들 사이에 대통령 집무실은 곧 청와대라는 인식이 뿌리 깊은 것이 현실입니다. 물론 선출된 대통령이 원하는 곳에서 기분 좋게 일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도 필요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러나 사회적 합의가 만들어지지 않으면 다음에 또다시 재이전 문제가 거론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했으면 합니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2-03-22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김원 “용산 집무실, 시간 들여 공론화… 의견 모을 문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0일 대통령 집무실을 청와대에서 서울 용산구 국방부 신청사로 옮기겠다면서 ‘용산 집무실 이전’을 선언했다. 이에 따라 조선 경복궁 창건 이후 600여 년, 고려 남경(南京) 행궁(行宮) 시절부터 치면 1000년 가까이 지속된 ‘광화문 권력’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 사학자인 홍순민 명지대 기록정보대학원 초빙교수, 도시공학자인 이희정 서울시립대 교수, 건축가인 김원 광장건축환경연구소 대표 등 전문가 3명에게 용산 집무실 이전의 타당성과 역사적 사회적 의미를 물었다.》 “우격다짐으로 밀어붙일 게 아니라 시간을 들여 공론화하고 의견을 모을 문제입니다.” 21일 서울 대학로 광장건축환경연구소에서 만난 건축가 김원 대표(79)는 “집무실 이전은 국민적 공감대가 가장 중요하다”면서 “중론을 모으는 게 먼저”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1960년대 김수근건축연구소에서 일할 당시 국회의사당 터를 포함해 여의도 개발 마스터플랜을 짰다. 천안 독립기념관과 과천 국립현대미술관 등의 터를 잡은 것도 김 대표다. 최근에는 광화문시민위원장으로 광화문광장 조성 의견 수렴을 이끌어왔다. 김 대표는 “당선인이 일단 청와대에 들어가 필요한 부분은 고치고 지내면서 집무실 이전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게 옳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지금의 청와대에 문제가 있다는 것에는 김 대표도 동의한다. 그는 “청와대는 본관의 (거대한) 규모, 좌우대칭 디자인 등에서 볼 수 있듯 대통령의 권위를 내세우는 데 초점이 맞춰진 건축물”이라며 “비서실과의 소통, 외빈 접대 등을 비롯해 기능 면에서 불편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반면 국방부 신청사는 대통령 집무실로서의 품격이 떨어진다고 평가했다. 김 대표는 “국방부 청사는 100% 기능 위주로 설계된 건물”이라며 “윤석열 당선인의 발표처럼 집무실과 비서실, 기자실 등이 가까이 배치되면 대통령 역시 기능적으로는 일을 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건물의 예술성, 상징성은 매우 떨어져 국가원수의 집무실로서는 “문화적으로 촌스럽다”는 게 김 대표의 의견이다. 그는 “태극기와 같은 국가의 심벌(상징)로서의 인상을 국민들에게 주기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 대표는 지형과 건물, 도로와 광장 등이 어우러져 만드는 도시의 상징성 측면에서도 용산이 대통령 집무실 터로는 부족하다고 봤다. 그는 “한양의 주산으로 북쪽에서 보호하는 북악산과 같은 강력한 상징적 지형이 없는 것도 용산의 약점”이라며 “땅의 역사를 봐도 안정되고 차분한 곳이라기보다 요동치는 곳”이라고 했다. 김 대표는 미군기지 반환 후 용산을 미술관과 박물관, 도서관 등 문화복합시설이 들어선 공원으로 만드는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김 대표는 앞으로도 사회적 논의를 계속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민들 사이에 대통령 집무실은 곧 청와대라는 인식이 뿌리 깊은 것이 현실입니다. 물론 선출된 대통령이 원하는 곳에서 기분 좋게 일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도 필요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러나 사회적 합의가 만들어지지 않으면 다음에 또다시 재이전 문제가 거론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했으면 합니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2022-03-22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광화문에서/조종엽]야산 담배꽁초 투기, 실수 아니라 방화다

    백두대간 근방이 불타고 있다. 4일 경북 울진군 북면 두천리 야산에서 시작된 산불은 강원 삼척시까지 번지면서 여의도 면적의 60배가 넘는 산림을 집어삼켰다. 산림청과 소방당국이 진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8일까지 주요 불길을 잡지 못했다. 산불 장기화 우려까지 나온다. 강원 강릉·동해와 영월 지역에서도 최근 잇달아 산불이 발생했다. 피해는 ‘막심하다’는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수천 명이 불길을 피해 집을 떠났고 수백 채의 주택과 비닐하우스, 축사, 공장, 창고가 불탔다. 수령이 200년 넘는 소나무 8만여 그루가 자생하는 금강송 군락지도 피해를 입었다. 연일 비상근무를 하던 40대 소방관은 안타깝게 6일 오전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수사당국은 울진·삼척 산불이 담뱃불로 인한 ‘실화(失火)’일 가능성이 유력하다고 보고 있다. 경찰은 최초 발화 직전 발화지점을 지나간 차량 4대를 파악했다. 차량 탑승자가 불이 채 꺼지지 않은 담배꽁초를 창문 밖으로 던져 산불이 났을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정확한 화재 원인은 수사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 하지만 ‘특별재난지역’ 선포까지 부른 역대급 산불의 원인이 고작 담배꽁초 하나일 수 있다는 추정은 허탈하기까지 하다. 정부는 최근 10년간 발생한 산불의 76%가 실화·소각 등 ‘사소한 부주의’로 발생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부주의에는 입산자 실화(34%), 논·밭두렁 소각(15%), 쓰레기 소각(14%), 담뱃불 실화(5%) 등이 포함된다. 그러나 피우던 담배꽁초를 야산에 버리는 걸 실수로 볼 수 있을지 의문이다. 버리는 사람이 산불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걸 모를까. 요즘처럼 건조한 날씨에는 불이 안 날 거라고 생각하는 게 더 이상하다. 달리는 차량에서 버리는 행동은 더 악질이다. 불이 꺼졌는지, 혹시 마른 낙엽 등에 옮겨붙는 건 아닌지 지켜보지도 않고 현장을 떠났기 때문이다. 이는 ‘산불로 이어져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다고 봐야 한다. 과실이라기보다 고의에 가깝다. 더구나 차량 대부분에는 재떨이가 있다. 차에서 냄새가 나는 건 싫고 재떨이를 비우기는 귀찮지만 산불이 나는 것은 상관없다는 것인가. 산불은 점차 대형화되는 추세다. 2000년 4월에도 삼척 등에서 일어난 동해안 산불이 축구장 3만3000여 개 넓이와 맞먹는 2만3800ha를 태웠다. 대형화된 산불은 조림사업이 성공해 산에 수목이 빽빽이 들어선 결과라는 분석이 있다. 지난해 세계 각지에서 초대형 산불이 잇따른 것처럼 기후 변화의 영향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원인이 무엇이든 산불 규모가 앞으로 더 커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에는 큰 이견이 없다. 재난 환경이 바뀌면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 산불로 이어지는 야산의 담배꽁초 투기 행위를 더 이상 과실로 치부할 계제가 아니다. 음주운전도 과거에는 ‘어쩌다 한 번은 봐줄 수 있다’는 인식이 있었지만 이제는 ‘살인미수와 비슷하다’고 보는 이들이 많다. ‘담뱃불 실화’라는 말부터 바꾸자. 담뱃불에 의한 ‘방화’다. 이제 막 연간 산불의 60%가 발생하는 봄에 들어섰다. 조종엽 사회부 차장 jjj@donga.com}

    • 2022-03-09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광화문에서/조종엽]가족 구조 기다리는 이들에게 마음의 만두 한 판 보내길

    설은 만두의 명절이다. 해묵은 김장 김치와 두부, 당면을 버무린 고향집 만두는 쪄도 맛있지만 기름을 두른 팬에 튀기듯 구우면 그만한 별미가 없다. 이름난 음식점 만두라도 몇 번 먹으면 감흥이 사라지는 데 비해 끼니를 대신해 계속 먹어도 물리지 않는다. 어릴 적 식구들이 함께 둘러앉아 만들어 배가 터지도록 나눠 먹던 추억 때문일 것이다. 장성해 충청과 서울, 경기에 흩어진 식구들은 설의 고향집 만두를 기다리며, 또 그렇게 함께 먹은 만두의 힘으로 한 해를 살아간다. 올해 설에는 많은 이들처럼 기자도 만두를 먹지 못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의 급속한 확산 탓이다. 귀성 여부를 고민하던 차에 ‘내려오지 말라’는 부모님의 전화를 받고 단념했다. 명절을 느긋한 심정으로 보낸 것도 사실이지만 가족들이 모두 모이지 못한 지가 오래되다 보니 아쉬움이 크다. 기자만의 심정이 아닐 것이다. 집 떠난 이들이 돌아와 만두 같은 음식을 함께 먹어야 설답다. 차례와 성묘가 중심 의례이던 설은 산업화를 거치며 돈 벌러 도시로 떠난 가족들이 재회한다는 의미가 커졌다. 휴대전화가 없던 시절, 소식조차 잘 닿지 않던 식구들도 설에는 불쑥 나타나 서로의 무사함을 확인했다. 그러나 최근 유난히 잦은 산업 현장의 각종 사고로 아까운 목숨을 잃은 이들과 실종된 이들은 집에 돌아가지 못했다.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아파트 붕괴 사고의 피해자들도 그렇다. 지난달 11일 사고가 발생한 지 3주가 넘었지만 실종된 6명 가운데 4명만 발견됐고(사망 확인 2명 포함), 2명은 여전히 수색 중이다. 일거리를 찾아 전국의 공사 현장을 다니던 한 실종자 역시 설에는 가족과 함께했었다. 그의 아들은 본보 기자와 만나 “작년 설에 아버지를 뵌 뒤로 거의 뵙지 못했다”며 발만 동동 굴렀다. 사고만 없었다면 올해 설에도 가족들이 함께 명절 음식을 나눴으리라. 돌아오지 않는 자식, 아버지, 동생이 기적처럼 생환하기를, 적어도 발견되기를 가족들은 간절히 바라고 있다. 한파 특보에도 사고 현장 앞 가설 텐트를 떠나지 못하던 한 가족은 “어제 꿈에서 (실종자가) 산을 타고 내려왔다”며 애끊는 심정을 전했다. 실종자를 생각하면 “먹는 것도, 앉아 있는 것도, 잠을 자는 것도 다 미안하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가족들은 “무리한 구조 작전으로 또 다른 희생자가 생기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한데 이런 이들에게도 ‘악플’로 가슴에 비수를 꽂는 이들이 있다. 만두는 원래 제사 음식이다. 고대 중국에서 천자가 제사를 지낼 때 제물로 올렸다고 한다. 삼국시대 촉의 제갈공명이 남만을 칠 때 죽은 이들의 원혼 탓에 강에 풍랑이 일자 만두를 빚어 던져 달랬다는 이야기도 널리 알려져 있다. 만두의 기원은 누군가에 대한 죄책감 또는 미안함과도 맞닿아 있다. 사고의 책임자들은 벌을 받겠지만 무참한 사고는 되풀이되고 있고, 어느 누구라도 사고를 겪지 말란 법은 없다. 명절에 먹지 못한 만두가 떠오른다면 마음으로라도 실종자의 구조를 함께 빌고 그 가족들을 응원해 주자.조종엽 사회부 차장 jjj@donga.com}

    • 2022-02-04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으로 풀려나…당분간 치료에 전념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을 하루 앞둔 30일 저녁 박 전 대통령이 입원해 있는 서울 강남구 일원동 삼성서울병원 앞에서 지지자들이 사면을 환영하고 쾌유를 기원하는 집회를 열었다. ‘구국총연맹’을 비롯한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 70여 명(오후 8시 기준)은 이날 집회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늘 국민 곁에서 응원, 격려해 준 것을 너무 잘 알고 있다”며 “박근혜 대통령을 열렬히 환영한다”고 말했다. 이날 삼성서울병원 앞에는 인도 양측 500m가량을 따라 박 전 대통령의 사면을 축하하고 쾌유를 빈다는 내용의 화환 수백 개가 놓여졌다. 사면 환영 플래카드도 10개가량 내걸렸다. 우리공화당은 “박근혜 대통령 쾌유 기원”이라고 쓰인 대형 풍선을 띄웠다. 일부 행인이 사면 축하 화환을 발로 차 집회 참가자가 항의하는 소동이 벌어졌지만 경찰이 말려 몸싸움으로 번지지는 않았다. 한편, 일부 진보단체는 오후 7시부터 서울 중구 서울파이낸스센터 앞에서 박 전 대통령의 사면을 규탄하는 촛불시위를 열고 “사면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한편 박 전 대통령은 이날 출간된 옥중 서간집 ‘그리움은 아무에게나 생기지 않습니다’에서 “제가 대한민국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제 분노를 거두고 자유 대한민국을 다시 살리는 일에 힘을 실어 지도해달라’는 지지자들의 편지에 “여러분들이 주신 말씀을 무겁게 받아들이겠다”며 이 같은 내용의 답장을 보낸 것. 박 전 대통령은 “저는 아직도 대한민국을 사랑하고 있고, 앞으로도 우리 국민을 사랑할 것”이라고도 했다. 이날 박 전 대통령 사면을 앞두고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는 “크게 환영하는 입장이고 조금 더 일찍 나오셨어야 하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빠른 쾌유를 바라고 있다”고 밝혔다. 또 윤 후보는 “박 전 대통령 건강이 회복되면 뵙고 싶다. 조금 더 기다려보겠다”고 했다. 이날 더불어민주당은 별도의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31일 0시에 석방되는 박 전 대통령은 앞으로도 최소 한 달은 병원에서 치료에 전념할 것으로 보인다. 측근들은 박 전 대통령이 머물 거처나 병원비 등을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윤이 기자 yunik@donga.com조종엽 기자 jjj@donga.com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 2021-12-31
    • 좋아요
    • 코멘트
  • 美연구진 “기존 백신으로 오미크론 막기는 역부족”

    현존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은 추가 접종(부스터샷)을 해도 오미크론 변이 감염을 막기에는 역부족일 수 있다는 예측이 나왔다. 외신에 따르면 화이자,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 얀센 등 백신을 2회 접종한 이들에게 생긴 항체가 오미크론 변이를 중화시키는 효과가 원래의 코로나19 바이러스 대비 현저히 떨어진다는 논문이 23일(현지 시간) 과학 저널 ‘네이처’에 게재됐다. 백신 접종이 아니라 코로나19에 걸렸다 회복된 사람의 항체는 오미크론 변이 중화 능력이 더 떨어졌다. 코로나19에 감염됐다가 회복한 사람이나 백신 접종을 마친 사람도 오미크론 변이 감염 위험에 여전히 노출돼 있다는 뜻이다. 연구진은 이 결과를 바탕으로 부스터샷을 맞아도 오미크론 변이에는 효과가 부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구팀을 이끈 미국 컬럼비아대 의대의 데이비드 호 교수는 “부스터샷이 면역력을 어느 정도는 보강하기 때문에 맞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오미크론 변이 감염을 막기엔 충분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러스의 항원에만 결합하도록 분리해낸 ‘단일 클론 항체 치료제’도 오미크론 변이에는 거의 듣지 않았다. 연구팀은 또 오미크론 변이의 스파이크 단백질에서 항체를 회피하는 돌연변이를 추가로 찾아냈다면서 “오미크론은 지금까지 본 코로나19 변이 가운데 중화 항체를 가장 잘 회피한다”고 밝혔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2021-12-27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