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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3, 4일(현지 시간) 양일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어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AP통신은 연준이 이번 FOMC에서 일반적인 0.25%포인트 인상이 아닌 이른바 ‘빅스텝(Big step)’이라 불리는 0.50%포인트 인상을 단행할 것이 확실하다고 보도했다. 연준이 마지막으로 금리를 0.5%포인트 올린 시점은 정보기술(IT) 기업의 거품이 한창이던 2000년 5월이다.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1년 만에 최고치인 8.5%를 기록하는 등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22년 만에 공격적인 긴축이 불가피하다는 공감대가 널리 퍼진 상태다. 연준은 이번 FOMC에서 보유자산의 축소(양적 긴축) 계획도 발표하기로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경기 부양을 위해 매입했던 채권 등을 다시 팔아 시중 유동성을 조인다는 의미다. ○ 6월 FOMC서 0.75%포인트 인상 전망도연준이 22년 만에 0.50%포인트 인상에 나서는 이유는 지난해 초 1%대에 불과했던 미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8%대로 치솟은 데다 향후에도 추가 상승 압력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사태, 중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봉쇄 정책에 따른 공급망 교란 등으로 전 세계 주요국에서 인플레이션이 심각해지고 있다. 미 언론들은 연준이 이달은 물론 다음 달 FOMC에서도 0.5%포인트 인상을 단행해 두 달 연속 공격적인 긴축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시장에서는 6월 FOMC에서 빅스텝을 넘어선 ‘자이언트 스텝(Giant step)’, 즉 0.75%포인트 인상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기준금리를 예측하는 시카고상품거래소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 선물 시장에서는 연준이 6월에 금리를 0.75% 올릴 확률이 90%에 근접한다고 보고 있다. 일본 노무라홀딩스 역시 최근 보고서에서 연준이 6, 7월에 모두 금리를 0.75%포인트 올릴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0.75%포인트 인상에 대해서는 연준 내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긴축 선호(매파)로 유명한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연준은행 총재는 “물가를 잡기 위해 0.75%포인트를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연준은행 총재는 “연준의 0.75%포인트 인상은 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어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 미 국채금리도 3년 반 만에 최고연준의 긴축 강화에 따라 금융시장도 요동치고 있다. 금리 인상 여파로 미국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2일 장중 한때 2018년 11월 이후 3년 반 만에 3% 선을 넘었다.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지난해 말 1.5%가 채 안 됐지만 불과 넉 달여 만에 두 배 이상으로 뛰었다. 급격한 긴축에 따른 경기 침체 우려도 고조되고 있다. 연준이 인플레를 잡기 위해 금리를 공격적으로 올렸다가 경기 경착륙이 나타난 사례가 드물지 않기 때문이다. 로저 퍼거슨 전 연준 부의장은 22일 CNBC 방송에서 “지금 단계에서 경기 침체가 불가피하다. 내년에 침체가 올 것”으로 우려했다. 블룸버그는 유럽중앙은행(ECB), 영국 중앙은행 등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잇따라 긴축정책을 강화할 것이라며 경기 부양을 위해 풀렸던 ‘쉬운 돈(이지 머니·easy money)’의 시대가 끝났다고 진단했다.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미국을 강타한 살인적인 인플레이션과 공급망 위기 등의 요인으로 미국 저소득층이 주로 이용하는 무료급식소(푸드뱅크)에 대한 수요도 크게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물가 상승 등으로 비롯된 경제난이 가장 가난한 사람들부터 타격을 주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2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미국 내에서 지역 주민들에게 식료품을 무상으로 나눠주는 푸드뱅크에 이전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 디트로이트 시내에서 푸드뱅크를 운영하는 단체 ‘포가튼 하비스트’는 작년 12월 이후 푸드뱅크에 대한 수요가 25~45% 급증했다고 밝혔다. 특히 3월 한 달 동안만 수요가 전달에 비해 30% 가량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이 단체의 크리스토퍼 아이비 대변인은 “연료비와 생필품 가격이 계속해서 오르고 있다”면서 “이 때문에 푸드뱅크에 대한 수요도 빠르게 늘었다”고 밝혔다. 물가상승률이 40년 만에 최고치로 오르면서 저소득층의 경우 생활비가 빠르게 바닥이 난다는 뜻이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3월 식료품 가격은 1년 전에 비해 10% 급등했고, 레스토랑에서 음식 가격도 같은 기간 6.9% 상승했다. 미 전역에서 푸드뱅크를 운영하는 비영리단체 피딩아메리카에 따르면, 올 2월 85%에 이르는 푸드뱅크가 전달에 비해 식료품에 대한 수요가 비슷하거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푸드뱅크에 대한 의존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터진 2020년초부터 높아졌다. 팬데믹으로 갑자기 경기가 침체되면서 직장을 잃은 실업자들마저 대거 급식소로 쏟아져 나왔기 때문이다. 비록 이후 백신이 보급되면서 경제가 재가동에 들어갔지만, 공급망 교란과 구인난 등의 여파로 저소득층의 식량위기는 지속됐다고 WSJ는 분석했다.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남부 도시 곳곳에서 화폐, 행정체계, 상징물이 러시아 것으로 교체되는 등 ‘우크라이나 민족성 말살’이 벌어지고 있다고 1일(현지 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CNN방송 등이 전했다. 점령지에는 러시아혁명을 일으킨 레닌 동상이 다시 등장했다. 미국은 국방·국무장관, 하원의장에 이어 조 바이든 대통령까지 우크라이나를 방문할 가능성을 열어놓으며 러시아를 압박했다. ○ “루블 쓰게 하고 러 사상교육”WSJ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지난달 남부 헤르손 중심부에 레닌 동상을 설치하고 옛 소련 국기를 게양했다. 주민들은 “당신들은 침략군이고 파시스트”라고 항의했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러시아와 관계가 좋았을 때 우크라이나 전역에는 레닌 동상이 약 2500개 있었으나 2014년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강제 병합하자 반(反)러시아 여론이 고조돼 대부분 철거됐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소련 시대로 돌아간 것 같다”고 했다. 러시아는 또 헤르손주와 자포리자주 등에 민군합동정부를 설치하고 일방적으로 화폐, 공문서 양식 등을 교체했다. 헤르손과 멜리토폴에서는 이달부터 법정화폐가 우크라이나 화폐 흐리우냐에서 러시아 루블화로 바뀌었다. 항구도시 베르s스크 결혼식장에서는 신혼부부에게 ‘러시아연방 결혼증명서’가 발급됐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2일 점령지 학교들에 휴교령을 내렸지만 러시아군은 러시아 교육프로그램을 도입해 강제로 사상교육을 할 예정이라고 외신은 전했다. 러시아군은 점령지 통신 케이블을 자르고 통신기지국을 폐쇄해 휴대전화와 인터넷 서비스를 차단했다. 전쟁 관련 뉴스나 정보 접근을 막으려는 것이다. WSJ는 “성인 남성은 러시아군에 강제 징집돼 동족과 싸워야 하는 상황에 내몰릴까 두려워하고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군은 농기계, 곡물, 건축자재 등을 조직적으로 약탈해가고 있다고 CNN이 1일 전했다. 멜리토폴 농기계 판매점은 러시아군에 수확기, 트랙터, 파종기를 비롯한 농기계 27대, 총 500만 달러(약 63억 원)어치를 강탈당했다. 다만 이 농기계들에는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과 원격 잠금장치가 달려 있어 러시아군이 시동을 걸지 못해 전문가를 수소문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후 항전지 대피소, 산소마저 부족”우크라이나 남부 마리우폴 아조우스탈 제철소에서 간신히 빠져나온 민간인들은 2일 참혹한 현장 상황을 증언했다. 두 달 넘게 러시아군에게 포위된 채 공격당하는 제철소 안에서는 우크라이나 병사와 민간인 등 2500명 이상이 최후 항전을 벌이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제철소에서 탈출한 나탈리야 우스마노바 씨는 “러시아군이 폭격할 때마다 벙커가 무너질까 봐 무서웠다”며 “지하 대피소에는 산소가 부족하다. 피란민들은 상상도 못 할 공포에 질려 있다”고 말했다. 제철소에 있는 부상자 600여 명은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해 다친 부위에 괴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직접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방문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달 30일 키이우를 방문한 민주당 소속 애덤 시프 하원 정보위원장은 “바이든 대통령의 방문이 검토되고 있다. 시간문제일 뿐”이라고 CNN에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가서 군사·재정 지원을 재확인한다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상당한 부담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미 하원은 1일 바이든 대통령에게 ‘무력사용권한(AUMF)’을 부여하는 결의안을 상정했다. 푸틴 대통령이 핵무기나 생화학무기를 사용할 경우 미군을 우크라이나에 파병할 수 있도록 전권을 부여하는 결의안이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러시아 군대가 우크라이나 점령 지역에서 농기계와 곡물을 대량으로 수탈하고 있다. 침공 초기 일부 병사가 편의점에서 먹을 것을 훔치거나 가정집 학교에서 고가 물품을 빼앗은 러시아군이 군 차원에서 약탈하는 정황이 포착된 것이다. 1일(현지 시간) 미국 CNN방송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남부 멜리토폴시 농기계 판매점에서 한 대 30만 달러(약 3억8000만 원)짜리 콤바인 수확기를 포함해 모두 500만 달러(약 63억2500만 원) 상당의 농기계를 훔쳐갔다. 러시아군은 전쟁 초기인 3월초부터 이 도시를 점령 중이다. 익명의 소식통은 CNN에 러시아군이 이 판매점에서 수확기 두 대, 트랙터 및 파종기 한 대씩을 가져간 뒤, 몇 주에 걸쳐 남은 농기계 27대마저 모두 빼앗았다고 전했다. 농기계 수탈에는 화물칸이 평평한 트럭이 동원됐다. 이 트럭에는 하얀 페인트로 알파벳 ‘Z’가 적혀 있었다. Z는 러시아 군용차와 탱크, 장갑차에 자주 등장하는 러시아군 식별 표식이다. 러시아 내부에서는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지하는 상징으로도 쓰인다. 한 그룹만이 아니라 여러 그룹이 아침저녁으로 이런 도둑질을 저지른다고 이 소식통은 밝혔다. 훔쳐간 기계는 보통 인근 마을로 가져가지만 일부는 1100km 이상 떨어진 체첸 자치공화국까지 이동시킨다고 한다. 이들 농기계에는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이 부착돼 있어서 어디로 이동하는지 추적할 수 있고 원격으로 조종이 가능하다. 또 러시아군이 체첸으로 가져간 수확기는 원격으로 잠금 장치가 돼 있어서 시동조차 걸 수가 없었고, 러시아군은 이를 풀기 위해 전문가들을 찾아다닌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비록 수확기 시동을 못 걸어도) 부품으로 팔면 그들은 돈을 벌 수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군이 멜리토폴 지역에서 사일로(곡식 저장소)에 보관된 곡물을 훔친 정황도 나왔다. 한 소식통은 “러시아군이 현지 농민에게 이익을 반반으로 나누자고 제안하지만, 곡물용 엘리베이터나 항구가 어느 곳도 제대로 가동되지 않아서 곡물을 운반하지 못 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주 멜리토폴 시장은 곡물을 가득 싣고 멜리토폴을 떠나는 트럭 호송단 동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CNN방송은 “지난 몇 주간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주거 지역 약탈을 넘어서 농기계와 곡물, 건축자재들까지 빼앗아가고 있다는 보고가 늘고 있다”며 “러시아군의 운송망이 절도에 활용되는 등 점점 조직화되고 있다”고 전했다.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미국이 러시아의 동남부 총공세에 맞서 ‘최후 항전’ 중인 우크라이나에 총력 지원 태세를 갖췄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28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 지원용으로 330억 달러(약 42조 원)의 추가 예산을 의회에 요청했다. 이 금액은 전쟁 전 우크라이나 연간 국내총생산(GDP)의 5분의 1 규모이고, 개전 이후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34억 달러의 약 10배다. 파병하지 않았을 뿐 사실상 참전 수준 지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핵전쟁’을 언급하며 서방 개입을 경고한 러시아와 미국의 ‘대리전쟁’ 양상이 짙어지고 있다.○ 美 “공격에 굴복하는 대가 더 비싸”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연설에서 “자유를 위한 우크라이나의 싸움을 지원하는 데 이 예산안이 필요하다”며 “싸움 비용이 싸지는 않지만, 공격에 굴복하는 대가는 더 비쌀 것”이라고 말했다. 330억 달러는 무기와 탄약 등 군사 지원 200억 달러(약 25조 원), 경제 원조 85억 달러(약 10조7000억 원), 인도적 지원 30억 달러(약 3조8000억 원) 등으로 구성됐다. AP통신은 “이번 지원 방안은 미국 무기 지원 등이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는 점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보여주려는 의도”라고 풀이했다. 바이든 대통령도 “공격과 잔학성이 계속되는 한, 계속 군사적 지원을 할 것”이라고 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미국인과 바이든 대통령에게 감사하다. 미 의회가 빨리 승인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미 하원도 이날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연합국 지원을 위해 적용한 무기대여법 개정안을 초당적 지지로 통과시켰다. 이 법은 미국이 외국에 무기를 원조할 때 필요한 행정절차 등을 간소화해 사실상 실시간, 무제한 무기를 지원할 수 있게 한다. 바이든 대통령 서명 즉시 발효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가 루마니아와 폴란드에 천연가스 공급을 중단한 것과 관련해 “그들이 침략의 결과를 회피하기 위해 원유나 가스를 사용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겠다”며 “유럽 동맹국을 돕기 위해 한국 일본 카타르 등과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총력 지원은 ‘우크라이나 전쟁 승리’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26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방문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같은 일을 다시 하지 못할 만큼 약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실상 대신 전쟁을 치르는 것 아니냐’는 시각에는 조심스러운 반응이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도 “우리는 러시아를 공격하는 게 아니라 러시아의 침략에 맞서 스스로를 지키려는 우크라이나를 돕고 있다”고 말했다.○ 러軍, 유엔 사무총장 방문한 키이우 공격이날 키이우를 방문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과 젤렌스키 대통령의 회담이 끝난 직후 러시아군이 키이우의 셰우첸키우스키 지역에 미사일 5발을 발사했다. 구테흐스 총장이 묵고 있는 호텔 근처에도 한 발이 떨어졌다. 인근 25층짜리 건물 1, 2층이 일부 파괴됐고 10명이 다친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BBC에 따르면 구테흐스 총장은 “큰 충격을 받았다. 이 전쟁을 반드시 끝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회담에서 구테흐스 총장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이 전쟁을 막고 끝내기 위해 모든 것을 하는 데 실패했다. 이 실패는 거대한 실망과 좌절, 분노의 원천이 됐다”며 유엔의 한계를 자책했다.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카이로=황성호 특파원 hsh0330@donga.com}

미국이 러시아의 동남부 총공세에 맞서 ‘최후 항전’ 중인 우크라이나에 총력 지원 태세를 갖췄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28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 지원용 330억 달러(약 42조 원) 추가 예산을 의회에 요청했다. 이 금액은 전쟁 전 우크라이나 연간 국내총생산(GDP)의 5분의 1 규모이고, 개전 이후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34억 달러의 약 10배다. 파병하지 않았을 뿐 사실상 참전 수준 지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핵전쟁’을 언급하며 서방 개입을 경고한 러시아와 미국의 ‘대리전쟁’ 양상이 짙어지고 있다.美 “공격에 굴복하는 대가 더 비싸”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연설에서 “자유를 위한 우크라이나의 싸움 지원을 위해 이 예산안이 필요하다”며 “싸움 비용이 싸지는 않지만, 공격에 굴복하는 대가는 더 비쌀 것”이라고 말했다. 330억 달러는 무기와 탄약 등 군사 지원 200억 달러(약 25조 원), 경제 원조 85억(약 10조7000억 원) 달러, 인도적 지원 30억 달러(약 3조8000억 원) 등으로 구성됐다. AP통신은 “이번 지원 방안은 미국 무기 지원 등이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는 점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보여주려는 의도”라고 풀이했다. 바이든 대통령도 “공격과 잔학성이 계속되는 한, 계속 군사적 지원을 할 것”이라고 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미국인과 바이든 대통령에게 감사하다. 미 의회가 빨리 승인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미 하원도 이날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연합국 지원을 위해 적용한 무기대여법 개정안을 초당적 지지로 통과시켰다. 이 법은 미국이 외국에 무기를 원조할 때 필요한 행정절차 등을 간소화해 사실상 실시간, 무제한 무기를 지원할 수 있게 한다. 바이든 대통령 서명 즉시 발효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가 루마니아 폴란드에 천연가스 공급을 중단한 것과 관련해 “그들이 침략의 결과를 회피하기 위해 원유나 가스를 사용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겠다”며 “유럽 동맹국을 돕기 위해 한국 일본 카타르 등과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총력 지원은 ‘우크라이나 전쟁 승리’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26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방문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같은 일을 다시 하지 못할 만큼 약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실상 대신 전쟁을 치르는 것 아니냐’는 시각에는 조심스러운 반응이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도 “우리는 러시아를 공격하는 게 아니라 러시아 침략에 맞서 스스로를 지키려는 우크라이나를 돕고 있다”고 말했다. 러軍, 유엔 사무총장 방문 키이우 공격이날 키이우를 방문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과 젤렌스키 대통령의 회담이 끝난 직후 러시아군이 키이우 셰브첸키프스키 지역에 미사일 5발을 발사했다. 구테흐스 총장이 묵고 있는 호텔 근처에도 한 발이 떨어졌다. 인근 25층짜리 건물 1, 2층이 일부 파괴됐고 10명이 다친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BBC에 따르면 구테흐스 총장은 “큰 충격을 받았다. 이 전쟁을 반드시 끝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회담에서 구테흐스 총장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이 전쟁을 막고 끝내기 위해 모든 것을 하는 데 실패했다. 이 실패는 거대한 실망과 좌절, 분노의 원천이 됐다”며 유엔의 한계를 자책했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카이로=황성호 특파원 hsh0330@donga.com}

북한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 복구 작업이 순조로우며 북한 7차 핵실험 시행 시기는 김정은 국방위원장 결심에 달려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운영하는 북한 전문 사이트 ‘분단을 넘어서(Beyond Parallel)’는 28일(현지 시간) 풍계리 일대 위성사진을 분석한 내용의 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는 “25일 찍은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 3번 갱도 입구 앞에 새로운 구조물이 건설되고 목재가 이동하며 장비와 물자가 늘어났다”면서 “이는 복구 작업이 3번 갱도 안팎에서 모두 진행되고 있음을 뜻한다”고 분석했다. 최근 북한이 복구에 가장 힘을 쏟는 3번 갱도는 다음 핵실험이 진행될 가장 유력한 장소로 분석된다. 보고서는 또 “3번 갱도 입구에서 150m 북쪽 행정·지원구역에서는 목재가 쌓여 있고 새 건물이 지어지고 있었다”며 “마당에서 건설 노동자들이 배구를 하는 모습도 관찰됐다”고 전했다. 다만 “2번 갱도에서는 (복구) 활동이 아주 적었고 4번 갱도에서는 아무런 활동이 관찰되지 않았다”며 “2006년 첫 번째 핵실험에 사용된 1번 갱도는 입구가 붕괴된 채 방치돼 있었다”고 적었다. 북한은 2018년 5월 한국 및 외신 기자들을 풍계리 현장에 불러 2, 3, 4번 갱도 일부를 폭파하는 장면을 보여줬다. 보고서는 “일부 소식통은 북한 7차 핵실험이 5월에서 9월 사이 일어날 수 있다고 보지만 정확한 핵실험 날짜는 의심할 여지없이 전적으로 김정은 개인 결정에 달려 있다”며 “현재 위성사진들을 보면 준비 작업이 잘 진행되고 있어 이를 의미 없는 활동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미국 당국과 대북 전문가들은 최근 3번 갱도 복구가 상당히 진행됐다는 분석을 쏟아내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위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상업용 위성사진 분석 결과 3번 갱도 새 입구 주변 지반이 평평해지고 도로를 닦는 정황이 포착됐다”고 밝혔다. 한미 군 당국도 북한이 한 달 이내 갱도를 복구하고 본격적인 핵실험 준비에 나설 것으로 분석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핵실험 시기로는 윤석열 대통령 취임(5월 10일)을 전후한 다음달 초·중순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은 올 초 핵실험·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유예(모라토리엄) 파기를 선언하고 지난달 ICBM을 전격 발사했다.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에 대한 견제 장치가 26일(현지 시간) 처음 마련됐다. 이날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 총회에서는 이 같은 내용의 결의안이 표결 대신 컨센서스(합의)로 채택됐다. 유럽 소국 리히텐슈타인이 주도하고 미국 영국을 비롯한 83개국이 공동 제안한 이 결의안은 안보리에서 거부권이 행사되면 열흘 이내에 총회를 열고 해당 상임이사국 대표가 첫 발언자로 나와 그 이유를 설명하도록 했다. 회원국은 이에 대해 토론할 수 있다. 이 결의안은 상임이사국 거부권을 원천 차단하지는 않지만 총회에서 논의하도록 함으로써 거부권 행사를 외교적으로 압박하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 결의안은 즉각 효력을 발휘한다. 결의안을 주도한 크리스티안 베나베저 유엔 주재 리히텐슈타인 대사는 “이 결의안은 국제 평화와 안보 문제에서 거부권이 없는 국가들의 목소리를 더 반영하려는 목적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대사도 이날 트윗을 통해 결의안 통과에 대해 “좋은 소식이 있다”고 알렸다. 이번 결의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견제하려는 포석이다.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가 자국을 향한 제재나 규탄 결의안에 ‘셀프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유엔을 무기력한 존재로 만들었다는 비판이 나왔다. 특히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유엔에 “문을 닫으라”로 강하게 비판했다. 이 때문에 최근 유엔에서는 안보리 시스템을 전면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엔 총회 차원에서 러시아 규탄 결의안이 두 번 통과됐지만 안보리 결의와 달리 법적 구속력은 없다. AP통신은 “안보리 개혁 시도는 40년간 이어졌지만 번번이 실패했다”면서 “이번에 유엔 총회가 상임이사국 거부권 행사에 국제사회 주의를 환기시키는 첫걸음을 내디뎠다”고 평가했다. 이번 결의는 향후 북한에 대한 안보리 논의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이나 러시아가 북한 핵실험 또는 미사일 발사에 대한 안보리 제재에 거부권을 행사할 때마다 총회가 소집될 수밖에 없다. 자연스럽게 북한 문제가 유엔 무대에서 자주 논의되면 중국과 러시아는 거부권 행사에 부담을 느끼게 될 수 있다.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세계 최고의 명문 사립인 미국 하버드대가 과거 노예제와 연루됐던 역사를 반성하면서 1억 달러(약 1260억 원)의 기금을 조성하기로 했다. 로런스 배카우 하버드대 총장은 26일 교수와 교직원, 재학생들에게 보낸 e메일에서 “노예제와 그 유산은 지난 400년 이상 미국인의 삶의 한 부분이었다”며 “하버드대는 매우 부도덕하고 영속적인 관행으로부터 일정 부분 혜택을 입어 왔다”고 말했다. 배카우 총장은 “이에 따라 우리는 이런 역사적 관행이 개인과 사회에 지속적으로 미치는 영향을 다루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할 도덕적인 책임이 있다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이에 하버드대는 1억 달러의 기금을 조성해 이를 노예제와 인종차별에 따라 발생한 교육·사회·경제적 격차를 메우는 데 쓰겠다고 밝혔다. 하버드대는 이날 공개한 ‘하버드와 노예제의 유산 위원회’의 100쪽 분량 보고서에서 매사추세츠주에서 노예제가 금지된 1783년 이후에도 하버드대가 노예 무역과 관련 산업에서 이득을 취해 왔다면서, 학교가 흑인 학생들을 배제하고 학자들은 인종차별을 옹호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이어 하버드대가 흑인 및 원주민의 후손들을 위해 교육 기회를 개선하고, 당시 노예 생활을 했던 사람들을 기념물이나 관련 연구 등을 통해 기억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밖에 브라운대, 조지타운대 등 다른 미국 대학들도 노예제를 반성하면서 관련 연구 활동에 나서고 있다.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에 대한 견제 장치가 26일(현지 시간) 마련됐다. 상임이사국이 어떤 사안에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그 이유를 총회에서 반드시 설명하도록 하는 규정이 생겼다. 유엔 총회는 이날 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결의안을 투표 없이 컨센서스(합의)로 채택했다. 유럽 소국 리히텐슈타인이 주도하고 미국 영국을 비롯한 83개국이 공동 제안한 이 결의안은 안보리에서 거부권이 행사되면 열흘 이내 총회를 열고 해당 상임이사국 대표가 첫 발언자로 나와 그 이유를 설명하도록 규정했다. 회원국은 총회에서 이에 대해 토론할 수 있다. 이 결의안은 상임이사국 거부권을 원천 차단한 것은 아니지만 총회에서 논의하게 함으로써 거부권 행사를 외교적으로 압박하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 이 결의안은 즉각 효력을 발휘한다. 결의안을 주도한 크리스티안 베나베저 유엔 주재 리히텐슈타인 대사는 “이 결의안은 우리 모두에 영향을 미치는 국제 평화와 안보 문제에서 거부권이 없는 국가들 목소리를 더 반영하려는 목적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 대사도 이날 트윗을 통해 “좋은 소식이 있다”면서 결의안 통과 사실을 알렸다. 이번 결의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견제하려는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전쟁 당사국인 러시아가 자국을 향한 제재나 규탄 결의안에 모두 ‘셀프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유엔을 무기력한 존재로 만들었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로 인해 최근 유엔에서는 1945년 제2차 세계대전 후 탄생한 현 안보리 시스템을 전면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엔 총회 차원에서 러시아를 규탄하는 결의안이 두 번 통과됐지만 안보리 결의와 달리 법적 구속력이 없다. AP통신은 “안보리를 개혁하자는 시도는 지난 40년간 이어졌지만 번번이 실패로 돌아갔다”면서 “이번에 유엔 총회가 상임이사국 거부권 행사에 국제사회 주의를 환기시키는 첫걸음을 내디뎠다”고 평가했다. 비록 우크라이나 사태가 계기가 돼 통과되긴 했지만 이번 결의는 향후 북한에 대한 안보리 논의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중국이나 러시아가 북한 핵실험 또는 미사일 발사에 대한 안보리 제재에 거부권을 행사할 때마다 총회가 소집될 수밖에 없다. 자연스럽게 북한 문제가 유엔 무대에서 자주 논의되면 중국과 러시아는 거부권 행사에 부담을 느끼게 될 수 있다.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북한에 가상화폐 기술을 불법 전수한 유럽 친북 인사 2명을 미국 연방검찰이 기소했다. 미 법무부는 25일(현지 시간) 뉴욕 남부지검이 스페인 국적 알레한드로 카오 데 베노스(47)와 영국인 크리스토퍼 엠스(30)를 이 같은 혐의로 기소했다고 밝혔다. 다만 두 사람의 신병은 확보하지 못했다. 유럽 친북단체 조선친선협회 창립자 베노스와 가상화폐 사업가 엠스는 2019년 4월 평양에서 가상화폐 콘퍼런스를 개최했다. 법원 기록에 따르면 이들은 콘퍼런스에서 북한에 돈세탁과 국제사회 제재 회피를 위한 블록체인 및 가상화폐 기술 사용법을 가르쳤다. 엠스는 참석자들에게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하면 (북한에 대한) 어떤 제재나 처벌에도 관계없이 세계 어느 나라에나 돈을 보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칠판에 도표 등을 그려가며 가상화폐 거래가 어떻게 제재를 피해 갈 수 있는지를 상세히 설명했고 참석자들과 개별 질의응답도 진행했다. 두 사람은 미국인 가상화폐 전문가 버질 그리피스를 콘퍼런스에 섭외해 그의 북한 입국도 도운 것으로 밝혀졌다. 베노스는 그리피스의 콘퍼런스 참여에 대한 북한 당국의 동의를 끌어냈고, 엠스는 그리피스에게 “(미 당국이 입국 사실을 모르도록) 북한에서 여권에 입국 도장을 찍지 않을 것”이라고 안심시켰다. 콘퍼런스 후에도 이 둘은 그리피스와 공모해 가상화폐 추가 기술을 북한에 제공하고 다른 전문가들을 북한에 소개하려 했다고 미 법무부는 밝혔다. 이들은 2020년 북한에서 두 번째 콘퍼런스를 개최하려 했지만 2019년 11월 그리피스가 미 당국에 체포되면서 수포로 돌아갔다. 그리피스는 이달 12일 북한을 비롯한 테러지원국에 상품이나 기술 수출을 금지하는 국제비상경제권법(IEEPA) 위반 혐의로 징역 5년 3개월, 벌금 10만 달러를 선고받았다. 매슈 올슨 법무부 국가안보국장은 “미국은 국제사회 제재를 피하기 위한 북한 정권의 가상화폐 사용을 허용하지 않겠다”며 “이번 기소는 북한과 공모해 미국 제재를 위반하는 것에 대해 누구든, 어디에 있든 책임을 묻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탄도미사일 개발을 위한 북한의 가상화폐 해킹 등에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여러 차례 밝혔다. 호주의 한 물류기업이 북한 이란 시리아 등에 대한 미국 독자 제재를 위반한 혐의로 거액의 벌금을 납부하게 됐다고 미국의소리(VOA)가 이날 보도했다.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실(OFAC)은 호주 ‘톨 홀딩스’가 2013년 1월부터 2019년 2월까지 제재 대상자와 2958건을 거래한 혐의에 대해 벌금 613만 달러를 납부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세계 최대 부자이자 괴짜 억만장자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업체 트위터 인수에 성공했다. ‘표현의 자유’를 강조하던 머스크 성향을 감안하면 향후 트위터 게시물 관리 정책과 글로벌 여론 지형에 지각변동이 예고된다.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은 25일(현지 시간) 머스크가 트위터를 주당 54.20달러, 총 440억 달러(약 55조 원)에 인수하는 데 양측이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트위터 현 주가에 경영권 프리미엄 38%를 추가한 것으로, 트위터 이사회는 합의 내용을 만장일치로 승인했다. 이후 주주 표결과 규제당국 승인을 거쳐 올해 안에 인수 작업이 마무리될 것으로 전망된다. 머스크는 트위터 지분 전체를 인수한 뒤 비상장 기업으로 전환할 예정이다. 이달 초 트위터 지분 9.2%를 획득해 최대주주가 된 사실이 공개된 머스크는 14일 트위터 인수를 공식 선언했다. 이에 반대하며 경영권 보호 장치를 가동하겠다고 밝힌 트위터 이사회는 머스크가 이후 구체적인 자금 조달계획을 밝히자 25일 최종 합의에 이르렀다. 팔로어 8300만 명을 거느린 머스크는 트위터를 애용하면서 ‘표현의 자유’를 줄곧 강조해왔다. 이에 따라 트위터 게시물 정책 등에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머스크는 이날 성명과 트윗을 통해 “나에 대한 최악의 비판자들도 트위터에 남아 있기를 바란다”며 “그게 표현의 자유가 의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트위터는 그동안 혐오·폭력을 선동하는 콘텐츠나 가짜뉴스를 강력하게 규제해왔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포함한 러시아 정부계정 300여 개의 노출을 제한했다. 지난달 국내 대선 기간에는 왜곡된 선거 정보를 담은 수백 개의 라벨에 ‘오해의 소지가 있다’는 내용의 주석을 달아 공유나 댓글을 달 수 없도록 하기도 했다. 하지만 머스크는 트위터의 허위정보 차단 정책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견지하며 트위터를 변화시키겠다고 밝혀 왔다. 특히 트윗 삭제, 계정 영구 금지 등의 조치에 신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정치 지도자나 유명 인사의 ‘여론몰이’ 주장들이 트위터에 범람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미국 정치권은 특히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트위터 복귀에 주목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1월 의사당 폭동을 부추긴 뒤 트위터 이용이 금지된 상태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트위터 운영자가 누구든 조 바이든 대통령은 대형 소셜미디어 플랫폼이 일상에 미치는 영향력을 우려해 왔다”고 밝혔다. 국제 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의 데버라 브라운 연구원은 “표현의 자유는 절대적 권리가 아니며, 트위터는 가장 취약한 사용자들을 플랫폼에서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계 최고 부호가 여론을 쥐락펴락하는 ‘소셜미디어 패권’을 확보하면서 머스크의 정치·사회적 영향력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25일 미국 블룸버그통신은 “미디어 재벌 루퍼트 머독이 과거 미 뉴욕포스트와 월스트리트저널(WSJ)을 인수한 것과 같다. 이는 정치적 인수”라며 머스크가 SNS 통제권 등 여론 형성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게 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황용석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트위터는 정치 체제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소셜미디어 중 하나”라며 “경영 방식의 변화 등을 통해 소통 도구로서 트위터가 변화할 것임은 분명해 보인다”고 말했다. 트위터 수익 모델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트위터 전체 수익의 90%는 광고 수익인데, 머스크는 트위터 광고를 점차 없애고 그 대신 이용자에게 사용료를 더 많이 받아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그는 25일 스팸과 사기 게시물을 자동으로 걸러내는 ‘스팸봇’을 없애고, 트위터 알고리즘을 공개해 기술을 더 투명하게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현재 알파벳 280자(한글 140자)인 게시물 길이 한도를 없애 더 긴 트윗도 허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 발표 후 트위터를 비롯한 SNS 플랫폼들의 주가도 동반 상승했다. 25일 트위터는 전일 대비 5.66% 오른 51.70달러에 거래를 마쳤고 메타(1.56%), 스냅챗(0.5%)도 주가가 상승했다. 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김성모 기자 mo@donga.com}

북한에 가상화폐 기술을 불법 전수한 유럽 친북 인사 2명을 미국 연방검찰이 기소했다. 미 법무부는 25일(현지 시간) 뉴욕 남부지검이 스페인 국적 알레한드로 카오 데 베노스(47)와 영국인 크리스토퍼 엠스(30)를 이런 혐의로 기소했다고 밝혔다. 다만 두 사람의 신병은 확보하지 못했다. 유럽 친북단체 조선친선협회 창립자 베노스와 가상화폐 사업가 엠스는 2019년 4월 평양에서 가상화폐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법원 기록에 따르면 이들은 컨퍼런스에서 북한이 돈세탁과 국제사회 제재 회피를 위한 블록체인 및 가상화폐 기술 사용법을 가르쳤다. 엠스는 참석자들에게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하면 (북한에 대한) 어떤 제재나 처벌에도 관계없이 세계 어느 나라에나 돈을 보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칠판에 도표 등을 그려가며 가상화폐 거래가 어떻게 제재를 피해갈 수 있는지를 상세히 설명했고 참석자들과 개별 질의응답도 진행했다. 두 사람은 미국인 가상화폐 전문가 버질 그리피스를 컨퍼런스에 섭외해 그의 북한 입국도 도운 것으로 밝혀졌다. 베노스는 그리피스의 컨퍼런스 참여에 대한 북한 당국의 동의를 끌어냈고, 엠스는 그리피스에게 “(미 당국이 입국 사실을 모르도록) 북한에서 여권에 입국 도장을 찍지 않을 것”이라고 안심시켰다. 컨퍼런스 후에도 이 둘은 그리피스와 공모해 가상화폐 추가 기술을 북한에 제공하고 다른 전문가들을 북한에 소개하려 했다고 미 법무부는 밝혔다. 이들은 2020년 북한에서 두 번째 컨퍼런스를 개최하려 했지만 2019년 11월 그리피스가 미 당국에 체포되면서 수포로 돌아갔다. 그리피스는 이달 12일 북한을 비롯한 테러지원국에 상품이나 기술 수출을 금지하는 국제비상경제권법(IEEPA) 위반 혐의로 징역 5년 3개월, 벌금 10만 달러를 선고받았다. 매슈 올슨 법무부 국가안보국장은 “미국은 국제사회 제재를 피하기 위한 북한 정권의 가상화폐 사용을 허용하지 않겠다”며 “이번 기소는 북한과 공모해 미국 제재를 위반하는 것에 대해 누구든, 어디에 있든 책임을 묻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탄도미사일 개발을 위한 북한의 가상화폐 해킹 등에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여러 차례 밝혔다. 호주 한 물류기업이 북한 이란 시리아 등에 대한 미국 독자 제재를 위반한 혐의로 거액의 벌금을 납부하게 됐다고 미국의소리(VOA)가 이날 보도했다.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실(OFAC)은 호주 ‘톨 홀딩스’가 2013년 1월부터 2019년 2월까지 제재 대상자와 2958건 거래한 혐의에 대해 벌금 613만 달러를 납부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미국 전기차업체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이자 괴짜 억만장자인 일론 머스크가 소셜미디어 트위터 인수에 성공했다. ‘표현의 자유’를 중시하는 머스크 성향을 감안하면 향후 트위터 정책과 글로벌 여론 지형에 일대 지각변동이 예고된다. 미 뉴욕타임스(NYT)를 비롯한 외신은 25일(현지 시간) 머스크가 트위터를 주당 54.20달러, 총 440억 달러(약 55조 원)에 인수하는 데 양측이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이 인수 가격은 트위터 주가에 38%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추가한 것이다. 트위터 이사회는 합의 내용을 만장일치로 승인했으며 트위터 주주 표결과 규제 당국 승인을 거쳐 올해 중 인수 작업이 마무리될 전망이다. 머스크는 지분 전체를 인수한 뒤 비상장 기업으로 전환할 예정이다. 머스크는 성명을 통해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기반이며 트위터는 인류의 미래에 필수적인 문제들이 논의되는 디지털 광장”이라고 말했다. 이어 “트위터는 엄청난 잠재력이 있으며 이를 드러내기 위해 트위터 및 이용자 공동체와 함께 일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브렛 테일러 트위터 이사회 의장은 성명에서 “이사회는 머스크의 인수 제안에 대한 사려 깊고 종합적인 절차를 거쳤다”면서 “이번 합의는 주주들에게 상당한 현금 프리미엄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NYT는 “세계 지도자와 유명인사 등이 자주 이용하는 영향력 있는 소셜미디어를 세계 최고 부호가 인수하는 데 승리했다”고 평했다. 이달 초 머스크는 트위터 지분 9.2%를 차지하며 최대주주가 됐다고 밝혔으며 14일에는 트위터를 인수하겠다고 공식 천명했다. 이에 반대한 트위터 이사회는 경영권 보호 장치를 가동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머스크가 이후 구체적인 자금조달 계획을 밝히자 인수 제안을 재검토해 이날 최종 합의에 이르렀다. 이번 인수 합의로 트위터의 향후 게시물 정책 등에 상당한 변화가 전망된다. 8300만 명의 팔로워를 거느린 머스크는 자신도 트위터를 자주 애용하면서 ‘표현의 자유’의 가치를 강조해 왔다. 머스크는 이날 성명과 트윗 등을 통해 “나는 나에 대한 최악의 비판가들도 트위터에 남아 있기를 바란다”며 “그것이 표현의 자유가 의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트위터는 혐오 콘텐츠나 가짜뉴스에 대한 강력한 규제를 집행해 왔지만 앞으로는 여러 형태의 게시물이 더 폭넓게 허용될 것으로 보인다. 트위터 계정이 정지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복귀 여부도 관심거리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해 트럼프 지지자들의 ‘1·6 의회 난입 사건’ 때 가짜뉴스를 퍼뜨리고 폭력 사태를 선동한다는 이유로 트위터 계정이 영구 정지당했다.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세금 관련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의 자료 제출 요구를 거부한 혐의(법정모독죄)로 거액의 벌금을 물게 됐다. 미 뉴욕주 아서 엔고런 판사는 25일(현지 시간) 트럼프 전 대통령이 법정에 서류를 제출할 때까지 하루 1만 달러(약 1250만 원) 벌금을 부과한다고 판결했다. 엔고런 판사는 “트럼프 씨, 당신이 본인 사업을 중하게 여긴다는 점을 알고 있지만 내 업무도 중요하다”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법정모독죄를 적용했다. 뉴욕주 검찰은 트럼프그룹이 자산 가치를 의도적으로 조작해 세금 및 금융 혜택을 받았다는 의혹을 조사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 변호인 하바 변호사는 “소환장에 따른 모든 서류는 몇 달 전 검찰총장에게 제공됐다”면서 “이는 법정모독 기준에 턱없이 못 미친다”고 반박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검찰 수사에 정치적 동기가 있다면서 ‘마녀사냥’이라고 주장해 왔다. 민주당 소속 레티샤 제임스 뉴욕주 검찰총장은 이날 성명에서 “지난 몇 년 동안 도널드 트럼프는 법을 회피하고 자신 및 회사의 금융거래에 대한 합법적인 수사를 막으려 했다”며 “오늘 판결은 ‘누구도 법 위에 있지 않다’는 점을 분명히 해준다”고 말했다.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미국에서 직장을 옮기는 근로자들의 상당수가 임금이 큰 폭으로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의 구인난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반증으로, 임금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장기화가 우려된다. 24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구인·구직사이트 집리크루터가 최근 6개월 이내에 직장을 옮긴 미국 근로자 206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64%가 이전 직장보다 보수가 올랐다고 답했다. 이 중 거의 절반에 가까운 근로자가 임금이 11% 이상 올랐다고 답했고, 약 9%는 임금이 50% 이상 급등했다고 답했다. 직장을 옮기면서 연봉을 올리려는 사람들은 갈수록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25∼54세 핵심 연령 근로자 가운데 20%는 앞으로 1년 안에 직장을 옮길 것 같다고 답했다. 또 지금 직장에 1∼2년 정도만 다니겠다는 답변도 26%나 됐다. 반면 3∼5년 정도 현 직장에 머무르겠다는 응답은 19%에 그쳤다. 일반적으로 미국에서 근로자의 한 직장 평균 근무 기간이 4년 정도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지금은 이직 수요가 상당히 많은 것으로 해석된다. 이 같은 이직 행렬은 근로자 임금의 전반적인 상승으로 이어져 미국 경제의 인플레이션을 더 심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WSJ는 분석했다. 근로자들은 직장을 옮기면서 새 직장에 더 많은 보수를 요구하게 되고, 기업들은 기존 근로자를 지키기 위해 임금을 올려줄 수밖에 없다. 근로자들의 임금이 오르면 시장에 상품 수요가 늘어나 기업들은 인건비 부담을 소비자에게 전가할 가능성이 높다. WSJ의 최근 설문 결과 경제학자 중 27%는 올해 가장 큰 인플레이션 위협으로 ‘임금 상승’을 꼽았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나 ‘공급망 붕괴’보다 더 큰 위협으로 평가한 것이다.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최근 미국에선 ‘런치플레이션(lunch+inflation)’이라는 신조어가 유행이다. 점심 외식 가격이 많이 올랐다는 뜻이다. 직장인들은 밥값이 무서워 출근이 꺼려질 정도라고 한다. 뉴욕은 원래 물가가 상당히 높았지만 요즘은 정말 살인적인 수준이다. 유명 레스토랑 체인 ‘스위트그린’에서 한 뼘 남짓 너비의 그릇에 담긴 샐러드를 주문하면 팁을 빼고도 16달러(약 2만 원) 이상을 내야 한다. 햄버거 등 주요 품목 가격상승률은 지난 1년 10%를 웃돌았다. 기름값도 천정부지로 오르면서 미국인들은 차를 집에 놓고 다니기 시작했다. 대중교통망이 한국만큼 촘촘하지 않은 미국에선 차로 20분이면 갈 거리를 버스나 지하철로 이동하면 1시간 반 이상 걸리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그런데도 이들이 차를 포기하는 것은 그만큼 주유소 가기가 겁난다는 얘기다. 맨해튼 아파트 월세도 30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평균 500만 원에 육박할 기세다. 지난해 이후 한국 언론에서는 미국 기업의 구인난이 자주 보도됐다. 일자리는 널려 있는데 사람은 구하기 힘들어지자 회사는 직원들 월급과 보너스를 대폭 올려줬다. 근로자에겐 천국일 것 같지만 정작 이들은 그리 행복하지 않다. 월급보다 물가가 더 빨리 오르다 보니 생활이 오히려 궁핍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해 1월 조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선 이후 미국인 주당 실질 임금은 18달러가량 쪼그라들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런 물가 폭등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때문이라며 ‘푸틴의 물가’라는 딱지를 붙였다. 무리한 침략 전쟁과 그에 대한 국제사회 제재가 원자재와 농산물 가격을 더욱 끌어올린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모두가 알다시피 인플레이션은 그보다 훨씬 전부터 진행되고 있었다. 전쟁이 시작되기 전인 올 1월 미국 물가상승률은 1년 전의 5배 이상으로 용수철처럼 튀어 올랐다. 이 기간 생존에 필수적인 식료품값 기름값 주거비 등이 전체 인플레이션을 주도했다. 점심 도시락을 싸갖고 다니며, 자신의 차로 출퇴근하기를 포기하는 미국인도 이때부터 늘기 시작했다. 그 결과는 때 이른 정권 위기로 나타났다. 집권 2년 차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은 고작 30%대를 맴돌고 있다. 비슷한 시기 도널드 트럼프를 제외한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낮고, 퇴임을 2주 앞둔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에마저 밑돈다. 이런 예외적인 현상을 설명할 수 있는 하나의 요인을 꼽으라면 단연 경제정책 실패일 것이다. 지난해부터 인플레이션에 대한 경고음이 꾸준히 나왔지만 그때마다 당국은 “일시적 현상”이라고 묵살하면서 바가지요금 단속 같은 실효성 없는 대책만 내놨다. 팬데믹 충격을 극복하겠다며 전·현직 행정부가 단행한 천문학적 재정 지출과 ‘돈 풀기’는 당장엔 인기를 끌었을지 몰라도 40년 만의 물가 폭등이라는 부메랑으로 다가오고 말았다. 지난달 인수위원회 워크숍에서 한 전문가는 “경제 성장은 못 해도 국민이 용서하지만 인플레이션을 못 잡으면 용서하지 않는다”고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앞에서 경고했다고 한다. 실제로 물가나 세금을 잘못 다뤘다가 정권이 흔들린 사례는 세계사에 매우 흔하다. 미국의 전설적 투자자 찰스 멍거는 고대 로마제국 멸망의 주된 이유로 물가 관리 실패를 꼽는다. 새 정부는 그 반면교사를 그리 멀리까지 돌아볼 것도 없이 지금 미국에서 찾으면 된다. 유재동 뉴욕 특파원 jarrett@donga.com}
미국에서 음주운전 사고로 숨진 피해자에게 미성년 자녀가 있을 경우 이들의 양육비를 가해자에게 부담시키는 법률이 추진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23일 음주운전 피해자 자녀들의 이름을 딴 ‘이선·헤일리·벤틀리 법’이 테네시주 상원을 20일 만장일치로 통과했다고 보도했다. 이 법안은 2월 주 하원에서도 만장일치로 통과해 빌 리 테네시 주지사의 서명만 거치면 발효된다. 의회와 여론의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어 주지사가 서명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이 법안은 음주운전 가해자로 하여금 피해자의 자녀가 18세가 되거나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양육비를 대신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구체적인 액수는 해당 자녀의 평소 생활 수준 등에 맞춰 법원이 정하기로 했다. 법안은 음주운전 사고로 아들 내외를 잃은 한 여성의 눈물겨운 노력에서 비롯됐다. 미주리주에 사는 세실리아 윌리엄스 씨의 아들과 약혼녀는 지난해 4월 음주운전 차량에 사고를 당해 숨졌다. 이 사고로 손자인 네 살 벤틀리와 두 살인 메이슨은 졸지에 고아 신세가 됐다. 재판이 시작되기 전 윌리엄스 씨는 많은 주에서 음주운전 범죄의 형량이 몇 년의 징역형에 그치고, 가해자가 가석방될 확률이 높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는 음주운전 가해자에게 오랫동안 경제적 책임을 지워야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을 갖게 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윌리엄스 씨는 고아가 된 손자들을 돌보면서 미국 내 17개주를 다니며 피해자 자녀에 대한 양육비를 가해자가 지급하도록 하는 입법의 필요성을 호소했다. 결국 테네시주가 미국 50개 주 가운데 처음으로 이 법안을 상·하원에서 모두 통과시켰다. 윌리엄스 씨는 한 인터뷰에서 “우리는 남겨진 어린이들을 키울 의지가 있지만, 문제는 모든 사람이 재정적으로 안정돼 있지는 않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법에 이름이 등장하는 이선과 헤일리 역시 테네시주에서 음주운전 사고로 희생된 경찰관의 자녀들 이름이다. 38세였던 이 경찰관은 2019년 2월 야간에 맨홀 범람 여부를 조사하던 중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숨졌다. NYT에 따르면 테네시주 외에도 펜실베이니아, 앨라배마, 일리노이, 오클라호마, 루이지애나 등 다른 주에서도 비슷한 취지의 입법이 추진되고 있다.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그는 (생전) 남북이 여전히 분단돼 있는 걸 가장 안타까워했다.” 미국 메릴랜드주의 한 지역 매체는 6·25전쟁에서 오른쪽 팔과 다리를 잃은 고(故) 윌리엄 웨버 미군 예비역 대령의 삶에 대해 이같이 보도했다. 22일(현지 시간) 메릴랜드주 프레더릭시 레스트헤이븐 추모공원에서는 9일 97세를 일기로 세상을 뜬 웨버 대령에 대한 추도식이 열렸다. 이날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각각 조전(弔電)을 보내 고인의 넋을 기렸다. 추도식에는 유족과 6·25전쟁 참전 용사, 황기철 국가보훈처장, 이수혁 주미 한국대사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문 대통령은 조전에서 “‘전쟁에서 팔다리를 잃었지만 하늘로 먼저 간 동료들을 위해 한국전쟁을 더 널리 알리고 싶다’며 대한민국의 자유와 평화를 위해 생의 마지막까지 힘써 주신 고인의 희생과 헌신에 경의를 표한다”고 했다. 이어 “고인을 포함한 미국 참전 용사의 피와 눈물로 맺어진 한미동맹이 굳건히 이어질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윤 당선인은 조전에서 “웨버 대령의 용기와 희생은 한국 영토와 자유 수호에 크게 기여했다. 전역 후에도 전 세계가 한국전쟁을 잊지 않도록 헌신했다”면서 “웨버 대령의 고귀한 용기와 희생은 한국민의 가슴에 영원히 살아있을 것이다. 이 토대 위에서 양국 국민의 강력한 연대와 우정으로 굳건해진 한미동맹은 계속 강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웨버 대령은 6·25전쟁 때 미군 공수부대 장교로 인천상륙작전, 서울수복작전을 비롯한 많은 전투에 참가했다. 1951년 강원 원주에서 싸우다 오른쪽 팔다리를 모두 잃었다. 이후 미국에서 1년 넘게 수술과 치료를 받고 현역에 복귀한 뒤 1980년 전역했다. 그는 퇴역 후에도 6·25전쟁 참상을 알리고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활동에 매진한 한미동맹의 산증인이었다. 1993년부터 한국전쟁참전용사기념재단(KWVMF) 회장을 맡아 워싱턴 한국전쟁참전용사비와 한국전쟁 ‘추모의 벽’ 건립 운동에 앞장섰다. 2015년 7월 정전(停戰)기념일에는 워싱턴 기념비 앞에서 6·25전쟁 미군 전사자 3만6574명의 이름을 일일이 부르는 호명식을 주도했다. 이어 애국가가 연주되자 그가 힘겹게 왼손을 올려 경례하는 모습은 큰 감동을 줬다. 웨버 대령의 손녀인 데인 웨버는 언론 인터뷰에서 “할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슬프다. 하지만 할아버지가 ‘추모의 벽’ 공사가 거의 끝나가는 걸 볼 수 있었던 것이 기쁘다. 할아버지는 한국을 정말 사랑했다. 참전 용사를 위해 헌신할 수 있어서 매우 행복해했다”고 말했다. 고인은 향후 버지니아주 알링턴 국립묘지에 안장된다.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6·25전쟁에서 오른쪽 팔과 다리를 잃은 고(故) 윌리엄 웨버 미군 예비역 대령의 추도식이 22일(현지 시간) 미국에서 열렸다.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각각 조전(弔電)을 보내 고인의 넋을 기렸다. 웨버 대령은 9일 97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미 메릴랜드주 프레데릭시 레스트헤이븐 추모공원에서 이날 열린 추도식에는 유족과 6·25전쟁 참전 용사, 황기철 국가보훈처장과 이수혁 주미 한국대사를 비롯해 100여 명이 참석했다. 문 대통령은 황 처장이 대독한 조전에서 “‘전쟁에서 팔다리를 잃었지만 하늘로 먼저 간 동료들을 위해 한국전쟁을 더 널리 알리고 싶다’며 대한민국 자유와 평화를 위해 생의 마지막까지 힘써 주신 고인의 희생과 헌신에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이어 “고인을 포함한 미국 참전 용사의 피와 눈물로 맺어진 한미동맹이 앞으로도 굳건히 이어질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윤 당선인은 조전에서 “웨버 대령의 용기와 희생은 한국 영토와 자유 수호에 크게 기여했다. 전역 후에도 전 세계가 한국전쟁을 잊지 않도록 헌신했다”면서 “이 토대 위에서 양국 국민의 강력한 연대와 우정으로 굳건해진 한미동맹은 계속 강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웨버 대령은 6·25전쟁 미군 공수부대 장교로 인천상륙작전 서울수복작전을 비롯한 많은 전투에 참여했다. 1951년 강원 원주에서 싸우다 오른쪽 팔다리를 모두 잃었다. 이후 미국에서 1년 넘게 수술과 치료를 받고 현역에 복귀한 뒤 1980년 전역했다. 퇴역 후에도 6·25전쟁 참상을 알리고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활동에 매진했다. 1993년부터 한국전쟁참전용사기념재단(KWVMF) 회장을 맡아 워싱턴 한국전쟁참전용사비와 한국전쟁 ‘추모의 벽’ 건립 운동에 앞장섰다. 2015년 7월 정전(停戰)기념일에는 워싱턴 기념비 앞에서 6·25전쟁 미군 전사자 3만6574명 이름을 일일이 부르는 호명식을 주도했다. 이어 애국가가 연주되자 그가 힘겹게 왼손을 올려 경례하는 모습은 큰 감동을 줬다. 웨버 대령은 생전 인터뷰 등을 통해 “미국은 많은 국가와 국민을 돕기 위해 여러 전쟁에 참전해왔지만 우리에게 가장 깊은 감사를 전한 분들은 한국인”이라며 “다시 젊은 시절로 돌아가도 기꺼이 참전할 것”이라고 밝혔다. 웨버 대령이 세상을 떠나기 4시간 전, 당시 미국을 방문한 윤 당선인 한미정책협의대표단 표세우 전 주미 한국대사관 국방무관이 그를 찾아가 위로하기도 했다.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