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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울주군 대곡리의 ‘반구대 암각화’가 12일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지 일주일 만에 집중호우로 불어난 강물에 잠겼다. 한국수자원공사에 따르면 울주군 사연댐 수위는 19일 오전 5시 53m를 넘었고, 오후 1시경 57m에 이르렀다. 20일엔 59m에 육박했다. 가로세로 8X4.5m 크기인 반구대 암각화는 사연댐 수위가 53m를 넘으면 침수가 시작된다. 57m 이상 되면 거의 물에 잠긴다.반구대 암각화가 침수된 건 2023년 8월 이후 약 2년 만이나, 2014년부터 10년 간을 따져보면 해마다 평균 38일은 물에 잠기고 있다. 이에 댐 수위 조절을 위해 수문 3개를 설치할 방침이지만 예상 완공 시점은 2029년 말이다.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이번 폭우와 산사태 등으로 20일 오전까지 전국에서 국가유산 8건이 피해를 입었다. 경남 산청군에 있는 국가 유산 보물 ‘산청 율곡사 대웅전’은 건물 일부가 파손되기도 했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오늘 챗GPT를 출시합니다. 다음 주소에서 채팅해 보세요. chat.openai.com.” 2022년 11월 30일 오픈AI 최고경영자(CEO) 샘 올트먼이 트위터에 남긴 이 짧은 문장이 이후 세계를 뒤흔드는 광풍이 될 줄 누가 알았을까. 챗GPT의 등장은 본격적인 생성형 인공지능(AI) 시대의 막을 여는 열쇠였다. 출시 3개월 만에 이용자 1억 명을 확보했고, 순식간에 사람들의 일상을 깊숙이 파고들었다. 동시에 AI 윤리 및 과의존 문제 등 그동안 체감하지 못했던 고민도 수면 위로 떠올랐다. 올트먼은 단숨에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중 하나가 됐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기자가 오늘날 빅테크 업계의 중심 인물이 된 올트먼을 파헤친 책이다. 저자는 챗GPT4가 공개된 2023년 3월 올트먼을 처음 만나 오픈AI 본사에서 인터뷰했다. 이후 올트먼의 삶을 다각도로 조명하기 위해 가족과 친구, 멘토, 경쟁자, 투자자 등 250명 이상을 인터뷰했다. 저자는 올트먼을 “속도를 중시하고 위험을 좋아하는 영리한 거래 해결사”로 묘사한다. 올트먼은 마냥 코딩 개발에만 몰두하는 ‘너드남’과도, 어느 타이밍에 기행을 저지를지 몰라 마음을 졸이게 하는 ‘괴팍한 천재’와도 거리가 멀다. 그러면서 올트먼을 전폭적으로 지지한 유명 투자자 폴 그레이엄이 그에 대해 남긴 말을 인용한다. “그 친구를 식인종이 우글거리는 섬에 낙하산으로 투하하고 5년 만에 가보면 왕 노릇을 하고 있을 게다.” 책은 올트먼의 어린 시절과 불우한 가족사, 실패한 첫 창업기와 오픈AI의 설립 과정 등을 시간 순서대로 다룬다. 올트먼은 어려서부터 비범함을 보였다. 초등학교 컴퓨터실에서 코딩을 하면서 “컴퓨터 언어로 프로그래밍할 필요 없이 컴퓨터가 ‘생각하는 법’을 배우게 하면 어떨까”라고 상상했다. 대학생 땐 ‘AI’와 ‘원자력’ ‘교육’을 삶의 목표로 적어뒀다. 부동산 개발업자였던 아버지로부턴 창의적인 거래 성사에 대한 열정을, 피부과 의사였던 어머니로부턴 치열한 노동 윤리를 물려받았다고 한다. 스탠퍼드대 재학 중 창업한 첫 스타트업 ‘루프트’는 실패로 끝났지만, 대신 실리콘밸리에서 빠르게 이름을 알렸다. 책은 올트먼을 순수한 이상주의자로만 묘사하진 않는다. 올트먼은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Y콤비네이터를 이끌고 수천 개의 회사를 길러내며 협상에 능숙해졌다. 2015년 비영리 법인으로 출범한 오픈AI를 나중에 영리 법인으로 전환하려다 반대에 부딪히기도 했다. AI의 윤리와 안전을 외치면서도 경쟁을 위해선 공격적으로 움직인 것이다. 2023년 11월 올트먼이 오픈AI 이사회에 의해 일시적으로 해임됐던 사태도 꼼꼼한 취재를 바탕으로 자세하게 담았다. 올트먼은 “지속적으로 소통에 솔직하지 않았다”며 해임됐지만, 직원 770명 가운데 700명이 올트먼을 지지하면서 불과 닷새 만에 복귀했다. 많이 알려진 내용이지만 오픈AI의 공동창업자이자 2018년 올트먼과 갈라선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와의 대립도 흥미롭다. AI를 ‘악령을 불러내는 일’로 표현한 머스크와 달리, 올트먼은 기술주의를 낙관하며 미래의 AI가 인간의 의지를 확장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견해를 견지했다. 인류의 미래를 바꾼 기술 개발자의 탄생 과정을 잘 묘사했지만, 올트먼과의 교감이 강했던 때문인지 날카로운 비판보단 너그러운 이해가 더 두드러지는 듯한 느낌도 든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사랑하는 이들에게 ‘누적된 시간’이란 깊어가는 마음을 위한 필수조건이지 않을까. 함께 데이트하며 추억을 쌓고, 그 기억을 되새기는 시간. 아무런 관계도 아니었던 두 사람은 점차 특별한 존재가 되어간다. 하지만 그중 한 사람의 기억이 매일 초기화된다면? 자고 일어나면 모든 기억이 사라진다 해도, 그 사랑은 이어질 수 있을까. 지난달 서울 강남구 코엑스 신한카드 아티움에서 개막한 뮤지컬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는 바로 이 시간과 사랑에 대한 질문으로 극을 이끌어간다. 일본 소설가 이치조 미사키(一条岬)의 동명 베스트셀러가 원작으로, 순행성 기억상실증을 앓는 여고생 ‘히노 마오리’와 괴롭힘을 당하는 친구를 도우려 거짓 고백을 한 소년 ‘가미야 도루’가 주인공. 가미야 역은 이준 윤소호 김인성이, 히노 역은 장민제 솔빈이 맡았다. 소설은 영화로도 제작돼 2022년 국내 개봉해 121만 명의 관객을 모았다. 최근 10년 동안 한국에서 선보인 일본 실사 영화의 최고 성적이다. 이런 인기에 힘입어 한국 제작사 라이브러리컴퍼니와 유니버설라이브가 뮤지컬로 공동 제작해 이번에 처음으로 선보였다. 황정은 작가와 이상훈 작곡가, 이대웅 연출이 제작에 참여했다. 가미야의 고백을 받아준 히노는 세 가지 조건을 내건다. ‘학교에서 말 걸지 않기’, ‘연락은 최소한으로 하기’, ‘진심으로 좋아하지 않기’. 그렇게 시작된 가짜 연애는 시간이 흐르면서 서서히 진짜 사랑으로 변해 간다. 순행성 기억상실증은 로맨스 장르에서 익숙한 설정이다. 그래서 너무 뻔하지만 더 쉽게 공감할 장점도 된다. 풋풋한 가미야의 엉뚱하고 귀여운 매력은 웃음을 자아내고, 매일 사진 찍고 일기 쓰며 그를 기억하려 애쓰는 히노를 보면 마음이 뭉클하다. 기억이 없기에 오히려 새롭게 사랑을 시작할 수 있는 소년과 소녀. 공연을 보는 내내 웃었다 울었다 하며 몸에 변화가 생길까 봐 걱정하게 된다. 주변 ‘친구’들의 존재는 극을 더욱 풍성하게 하는 요소. 가미야가 사라진 뒤 히노를 지키기 위해 기억을 지우려는 ‘와타야 이즈미’는 이야기의 몰입도를 높인다. 가미야를 괴롭히다 그의 진심에 감화된 ‘사에구사 겐토’ 역시 매력적이다. 낭만적이고 상큼한 넘버들도 하이틴 로맨스 정서와 잘 어울린다. 1부 마지막 곡 ‘너에게 달려가’는 가미야와 히노뿐 아니라 모든 등장인물이 각자의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벅차고 애틋한 감정을 잘 담아냈다. 모던 록과 포크, 발라드, 신스팝까지 다양한 장르가 어우러져 듣는 재미를 더한다. 발광다이오드(LED)를 활용해 구현한 봄날의 벚꽃, 여름날 불꽃놀이, 푸른 수족관 등 무대 세트도 섬세하고 완성도가 높다. 다만 1부(85분)에 비해 러닝타임이 짧은 2부(45분)는 감정선이 섬세하지 않아 아쉽다. 황 작가는 “청소년이 극의 주축이지만, 사랑과 상실을 경험한 모든 이들이 즐길 수 있는 작품”이라고 했다. 정말 이 뮤지컬처럼 결핍에서 시작된 사랑이 더 큰 행복으로 다가올 수 있을까. 꿈은 꾸는 자의 몫일 뿐. 다음 달 24일까지.사지원 기자 4g1@donga.com}

사랑하는 이들에게 ‘누적된 시간’이란 깊어가는 마음을 위한 필수조건이지 않을까. 함께 데이트하며 추억을 쌓고, 그 기억을 되새기는 시간. 아무런 관계도 아니었던 두 사람은 점차 특별한 존재가 되어간다. 하지만 그 중 한 사람의 기억이 매일 초기화된다면? 자고 일어나면 모든 기억이 사라진다 해도, 그 사랑은 이어질 수 있을까.지난달 서울 강남구 코엑스 신한카드 아티움에서 개막한 뮤지컬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는 바로 이 시간과 사랑에 대한 질문으로 극을 이끌어간다. 일본 소설가 이치조 미사키(一条岬) 의 동명 베스트셀러가 원작으로, 순행성 기억상실증을 앓는 여고생 ‘히노 마오리’와 괴롭힘을 당하는 친구를 도우려 거짓 고백을 한 소년 ‘가미야 도루’가 주인공. 도루 역은 이준·윤소호·김인성이, 마오리 역은 장민제·솔빈이 맡았다.소설은 영화로도 제작돼 2022년 국내 개봉해 121만 명의 관객을 모았다. 최근 10년 동안 한국에서 선보인 일본 실사영화의 최고 성적이다. 이런 인기에 힘입어 한국제작사 라이브러리컴퍼니와 유니버설라이브가 뮤지컬로 공동제작했다. 황정은 작가와 이상훈 작곡가, 이대웅 연출의 초연작.도루의 고백을 받아준 마오리는 세 가지 조건을 내건다. ‘학교에서 말 걸지 않기’, ‘연락은 최소한으로 하기’, ‘진심으로 좋아하지 않기’. 그렇게 시작된 가짜 연애는 시간이 흐르면서 서서히 진짜 사랑으로 변해간다.순행성 기억상실증은 로맨스 장르에서 익숙한 설정이다. 그래서 너무 뻔하지만 더 쉽게 공감할 장점도 된다. 풋풋한 도루의 엉뚱하고 귀여운 매력은 웃음을 자아내고, 매일 사진 찍고 일기 쓰며 그를 기억하려 애쓰는 마오리는 마음이 뭉클하다. 기억이 없기에 오히려 새롭게 사랑을 시작할 수 있는 소년과 소녀. 공연을 보는 내내, 웃었다 울었다 하며 몸에 변화가 생길까봐 걱정하게 된다.주변 ‘친구’들의 존재는 극을 더욱 풍성하게 하는 요소. 도루가 사라진 뒤 마오리를 지키기 위해 기억을 지우려는 ‘와타야 이즈미’는 이야기의 몰입도를 높인다. 도루를 괴롭히다 그의 진심에 감화된 ‘사에구사 겐토’ 역시 매력적이다.낭만적이고 상큼한 넘버들도 하이틴 로맨스 정서와 잘 어울린다. 1부 마지막 곡 ‘너에게 달려가’는 도루와 마오리뿐 아니라 모든 등장인물이 각자의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벅차고 애틋한 감정을 잘 담아냈다. 모던 록과 포크, 발라드, 신스팝까지 다양한 장르가 어우러져 듣는 재미를 더한다. 발광다이오드(LED)를 활용해 구현한 봄날의 벚꽃, 여름날 불꽃놀이, 푸른 수족관 등 무대 세트도 섬세하고 완성도가 높다. 다만 1부(85분)에 비해 러닝타임이 짧은 2부(45분)는 감정선이 섬세하지 않아 아쉽다.황 작가는 “청소년이 극의 주축이지만, 사랑과 상실을 경험한 모든 이들이 즐길 수 있는 작품”이라고 했다. 정말 이 뮤지컬처럼 결핍에서 시작된 사랑이 더 큰 행복으로 다가올 수 있을까. 꿈은 꾸는 자의 몫일뿐. 다음 달 24일까지.사지원 기자 4g1@donga.com}

“서쪽의 나쁜 마녀가 죽었다. 애도(哀悼) 따윈 필요 없어.” 환호하는 에메랄드 시티 주민들 사이로, 착한 마녀 ‘글린다’가 거대한 버블머신을 타고 내려온다. 한 아이가 묻는다. “서쪽 마녀와 친구였다는 게 사실인가요?” 글린다는 잠시 표정을 굳히며 과거를 떠올린다. “그에게도 어린 시절이 있었어요….” 12일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에서 막을 올린 뮤지컬 ‘위키드’는 국내 팬들에게 친숙하면서도 여전히 신선한 매력을 지닌 작품이다. 2013년과 2016년, 2021년 국내 제작진이 선보인 라이선스 공연으로 세 차례 무대에 올랐으며, 지난해 11월 개봉한 동명의 영화는 20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모았다. 이번 공연은 2012년 이후 13년 만에 돌아온 오리지널 영어 버전. 2003년 브로드웨이 초연 20주년을 기념해 시작됐던 순회 공연의 일환이다. 위키드는 고전 동화 ‘오즈의 마법사’(1900년) 속 마녀들을 재해석한 그레고리 매과이어의 동명 소설(1995년)을 원작으로 한다. 마법 재능을 지녔지만 초록빛 피부 탓에 따돌림당하는 서쪽 마녀 ‘엘파바’와 똑똑하고 야심 찬 금발 마녀 글린다의 우정을 그린다. 처음엔 상극이던 두 사람은 갈등을 극복하며 친해진다. 하지만 어느 순간 세상은 엘파바를 ‘사악한(Wicked)’ 마녀로, 글린다를 ‘착한’ 마녀로 규정한다. 관객들은 이를 통해 무조건적인 선과 악의 이분법이 과연 옳은 것인지 스스로 물어보게 된다. 뮤지컬은 블록버스터 작품다운 화려한 무대가 압도적이다. 무대 상단에서 12.4m 길이의 기계 용(龍) ‘타임 드래건’이 연기를 뿜어내고, 글린다의 버블머신이 수천 개의 비눗방울을 흩뿌리며 하늘을 누빈다. 날아다니는 원숭이와 거대한 시계 톱니바퀴 등 세밀하게 꾸며진 무대 장치는 오즈의 세계를 생생하게 펼쳐낸다. 영화와 비교하며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영화가 1막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화려한 컴퓨터그래픽(CG)을 통해 동화 속 세상을 구현했다면, 뮤지컬은 배우들의 생생한 라이브를 관객들이 함께 호흡하며 공연만의 감동을 전한다. 글린다가 엘파바를 변신시키며 부르는 넘버인 ‘파퓰러(Popular)’는 글린다 캐릭터 특유의 유쾌하고 과장된 연기로 웃음을 자아냈다. 1부 마지막 장면의 엘파바가 ‘디파잉 그래비티(Defying Gravity)’를 부르며 공중으로 솟구치는 장면에선 객석에서 기립박수가 쏟아지기도 했다. 영화가 차별받는 동물들의 이야기 등 주변 인물들의 서사를 보다 세밀하게 다뤘다면, 뮤지컬은 엘파바의 성장과 내면에 초점을 맞춰 간결하고 힘 있게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점도 다르다. 서울 공연은 10월 26일까지. 이후 부산과 대구에서 순차적으로 공연한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서쪽의 나쁜 마녀가 죽었다. 애도(哀悼) 따윈 필요 없어.”환호하는 에메랄드 시티 주민들 사이로, 착한 마녀 ‘글린다’가 거대한 버블머신을 타고 내려온다. 한 아이가 묻는다. “서쪽 마녀와 친구였다는 게 사실인가요?” 글린다는 잠시 표정을 굳히며 과거를 떠올린다. “그에게도 어린 시절이 있었어요….”12일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에서 막을 올린 뮤지컬 ‘위키드’는 국내 팬들에게 친숙하면서도 여전히 신선한 매력을 지닌 작품이다. 2013년과 2016년, 2021년 국내 제작진이 선보인 라이선스 공연으로 세 차례 무대에 올랐으며, 지난해 11월 개봉한 동명의 영화는 20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모았다. 이번 공연은 2012년 이후 13년 만에 돌아온 오리지널 영어 버전. 2003년 브로드웨이 초연 20주년을 기념해 시작됐던 순회 공연의 일환이다.위키드는 고전 동화 ‘오즈의 마법사’(1900년) 속 마녀들을 재해석한 그레고리 맥과이어의 동명 소설(1995년)을 원작으로 한다. 마법 재능을 지녔지만 초록빛 피부 탓에 따돌림당하는 서쪽 마녀 ‘엘파바’와 똑똑하고 야심찬 금발 마녀 글린다의 우정을 그린다. 처음엔 상극이던 두 사람은 갈등을 극복하며 친해진다. 하지만 어느 순간 세상은 엘파바를 ‘사악한(Wicked)’ 마녀로, 글린다를 ‘착한’ 마녀로 규정한다. 관객들은 이를 통해 무조건적인 선과 악의 이분법이 과연 옳은 것인지 스스로 물어보게 된다. 뮤지컬은 블록버스터 작품다운 화려한 무대가 압도적이다. 무대 상단에서 12.4m 길이의 기계 용(龍) ‘타임 드래곤’이 연기를 뿜어내고, 글린다의 버블머신이 수천 개의 비누방울을 흩뿌리며 하늘을 누빈다. 날아다니는 원숭이와 거대한 시계 톱니바퀴 등 세밀하게 꾸며진 무대 장치는 오즈의 세계를 생생하게 펼쳐낸다.영화와 비교하며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영화가 1막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화려한 컴퓨터그래픽(CG)을 통해 동화 속 세상을 구현했다면, 뮤지컬은 배우들의 생생한 라이브를 관객들이 함께 호흡하며 공연만의 감동을 전한다. 글린다가 엘파바를 변신시키며 부르는 넘버인 ‘파퓰러(Popular)’는 글린다 캐릭터 특유의 유쾌하고 과장된 연기로 웃음을 자아냈다. 1부 마지막 장면에서 엘파바가 ‘디파잉 그래비티(Defying Gravity)’를 부르며 공중으로 솟구치는 장면에선 객석에서 기립박수가 쏟아지기도 했다.영화가 차별받는 동물들의 이야기 등 주변 인물들의 서사를 보다 세밀하게 다뤘다면, 뮤지컬은 엘파바의 성장과 내면에 초점을 맞춰 간결하고 힘 있게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점도 다르다다. 서울 공연은 10월 26일까지. 이후 부산과 대구에서 순차적으로 공연한다. 사지원 기자 4g1@donga.com}

“미국 브로드웨이와 영국 웨스트엔드가 ‘긴장된 설렘’이었다면, 한국 공연은 ‘긴장된 두려움’입니다.” 다음 달 서울 강남구 GS아트센터에서 국내 첫선을 보이는 한국 창작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의 프로듀서 신춘수 오디컴퍼니 대표는 15일 서울 서초구에서 열린 론칭 행사에서 이렇게 말했다. F 스콧 피츠제럴드(1896∼1940)의 동명 소설을 무대에 옮긴 이 작품은 신 대표가 아시아 최초로 브로드웨이에서 리드 프로듀서를 맡아 주목을 받았다. 2024년 4월 브로드웨이 개막 뒤 관객 60만 명 이상을 모았고, 올 4월 웨스트엔드에 진출해 1130만 파운드(약 211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지난해엔 제77회 미국 토니상 시상식에서 의상상을 받기도 했다. 신 대표는 “서울 공연만을 위해 미국에서 따로 선발한 개성 있는 배우들과 준비를 완벽하게 했다”며 “무대와 의상도 새로 제작하는 등 기존 공연을 더욱 발전시켰다”고 강조했다. 주연 배우로는 뮤지컬 ‘컴퍼니’로 2022년 토니상 남우조연상 등을 수상한 맷 도일(제이 개츠비 역), 뮤지컬 ‘알라딘’ 북미 투어에서 자스민으로 열연한 센젤 아마디(데이지 뷰캐넌 역) 등이 출연한다. 이 작품은 192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사랑하는 여인 뷰캐넌을 되찾기 위해 인생을 건 백만장자 개츠비의 일생을 그렸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도일은 “20년간 뉴욕에서 다양한 경험을 했지만 세계관이 좁아진다고 느껴 새로운 커뮤니티(서울)에서 일해 보고 싶었다”며 “사랑을 위해 열정을 다하는 개츠비에게 공감됐다”고 말했다. 아마디는 “고등학생 때부터 동경하던 데이지를 연기하게 돼 흥분된다”며 “사랑과 현실 사이에서 갈등하는 데이지의 복잡한 내면을 잘 보여주겠다”고 했다. 신 대표는 “이번 공연을 위해 한국, 미국, 영국 스태프들이 함께 움직이고 있다”며 “유기적으로 좋은 화학적 결합을 보여줄 것”이라고 했다. 서울 공연은 다음 달 1∼7일 프리뷰를 하고 난 뒤, 8월 8일부터 11월 9일까지 열린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미국 브로드웨이와 영국 웨스트엔드가 ‘긴장된 설렘’이었다면, 한국 공연은 ‘긴장된 두려움’입니다.”다음 달 서울 강남구 GS아트센터에서 국내 첫선을 보이는 한국 창작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의 프로듀서 신춘수 오디컴퍼니 대표는 15일 서울 서초구에서 열린 론칭 행사에서 이렇게 말했다. F 스콧 피츠제럴드(1986~1940)의 동명 소설을 무대에 옮긴 이 작품은 신 대표가 아시아 최초로 브로드웨이에서 리드 프로듀서를 맡아 주목을 받았다. 2024년 4월 브로드웨이 개막 뒤 관객 60만 명 이상을 모았고, 올 4월 웨스트엔드에 진출해 1130만 파운드(약 211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지난해엔 제77회 미국 토니상 시상식에서 의상상을 받기도 했다.신 대표는 “서울 공연만을 위해 미국에서 따로 선발한 개성 있는 배우들과 준비를 완벽하게 했다”며 “무대와 의상도 새로 제작하는 등 기존 공연을 더욱 발전시켰다”고 강조했다. 주연 배우로는 뮤지컬 ‘컴퍼니’로 2022년 토니상 남우조연상 등을 수상한 매트 도일(제이 개츠비 역), 뮤지컬 ‘알라딘’ 북미 투어에서 자스민으로 열연한 센젤 아마디(데이지 뷰캐넌 역) 등이 출연한다.이 작품은 192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사랑하는 여인 뷰캐넌을 되찾기 위해 인생을 건 백만장자 개츠비의 일생을 그렸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도일은 “20년간 뉴욕에서 다양한 경험을 했지만 세계관이 좁아진다고 느껴 새로운 커뮤니티(서울)에서 일해보고 싶었다”며 “사랑을 위해 열정을 다하는 개츠비에게 공감됐다”고 말했다. 아마디는 “고등학생 때부터 동경하던 데이지를 연기하게 돼 흥분된다”며 “사랑과 현실 사이에서 갈등하는 데이지의 복잡한 내면을 잘 보여주겠다”고 했다.신 대표는 “이번 공연을 위해 한국, 미국, 영국 스태프들이 함께 움직이고 있다”며 “유기적으로 좋은 화학적 결합을 보여줄 것”이라고 했다. 서울 공연은 다음달 1~7일 프리뷰를 하고 난 뒤, 8월 8일부터 11월 9일까지 열린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방탄소년단(BTS) 멤버 제이홉(사진)이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세계적인 음악 축제 ‘롤라팔루자 베를린’에서 헤드라이너(간판 출연자)로 무대에 오른다. 소속사 빅히트뮤직에 따르면 제이홉은 13일(현지 시간) 독일 올림피아스타디움 베를린에서 롤라팔루자 베를린의 헤드라이너로 출연한다. 그는 페스티벌의 마지막 무대를 맡아 90분간 퍼포먼스를 펼칠 예정이다. 제이홉은 2022년 7월 한국 가수 최초로 ‘롤라팔루자 시카고’ 헤드라이너로서 관객 10만5000여 명 앞에 섰다. 당시 미국 음악매체 컨시퀀스 오브 사운드는 “음악 역사책에서 눈에 띄는 한 페이지를 장식할 공연”이라고 호평했다. 제이홉은 소속사를 통해 “3년 전 롤라팔루자 시카고는 뭔가를 보여드려야겠다는 목표 의식이 가득했다면, 이번엔 여유롭게 즐기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는 소감을 밝혔다. 걸그룹 아이브는 제이홉보다 하루 빠른 12일 롤라팔루자 베를린 무대에 올랐다. 55분 동안 펼친 라이브 공연에서 ‘레블 하트(REBEL HEART)’와 ‘아이엠(I AM)’, ‘애프터 라이크(After Like)’ 등의 히트곡을 선보였다. 신곡 ‘티케이오(TKO)’를 처음으로 공개하기도 했다. 아이브는 소속사를 통해 “빗속에서도 끝까지 함께해 주신 다이브(공식 팬클럽)와 관객분의 응원과 떼창 덕에 정말 행복하고 벅찬 시간이었다”고 전했다. 아이브는 20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 롱샹 경마장에서 열리는 ‘롤라팔루자 파리’ 무대에도 오를 예정이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한국 보이그룹 방탄소년단(BTS) 멤버 제이홉과 걸그룹 아이브가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음악 축제 ‘롤라팔루자 베를린’에 나란히 선다.소속사 빅히트뮤직에 따르면 제이홉은 13일 오후(현지 시간) 독일 올림피아스타디움 베를린에서 열리는 음악 축제 ‘롤라팔루자 베를린’의 헤드라이너로 출연한다. 그는 이틀간(독일 시간 12, 13일) 열리는 페스티벌의 마지막 무대를 맡아 90분간 퍼포먼스를 펼칠 예정이다. 제이홉은 2022년 7월 한국 가수 최초로 ‘롤라팔루자 시카고’ 헤드라이너로서 관객 10만5000여명 앞에서 18곡을 완창한 바 있다. 공연을 관람한 외신들은 “음악 역사책에서 눈에 띄는 한 페이지를 장식할 공연”(컨시퀀스 오브 사운드) 등의 호평을 했다. 베를린 공연을 앞둔 제이홉은 소속사를 통해 “3년 전 ‘롤라팔루자 시카고’ 무대에 올랐을 땐 무언가를 보여드려야겠다는 목표 의식이 가득했다면 이번엔 페스티벌을 여유롭게 즐기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는 소감을 밝혔다. 걸그룹 아이브도 제이홉보다 하루 빠른 12일 오후(현지 시간) ‘롤라팔루자 베를린’에 올라 55분 간 라이브를 펼쳤다. 한국에서 선보인 ‘레블 하트(REBEL HEART)’로 포문을 열고, ‘아이엠(I AM)’, ‘배디(Baddie)’ 등의 히트곡을 선보였다. 이날 처음 공개된 신곡 ‘티케이오(TKO)’에선 파워풀한 퍼포먼스로 인상을 남겼다. 마지막 곡 ‘애프터 라이크(After Like)’ 무대에서는 전 구간에 걸친 관객들의 한국어 떼창이 이어졌다. 아이브는 소속사를 통해 “빗속에서도 끝까지 함께해 주신 다이브(공식 팬클럽)와 관객분들의 응원과 떼창 덕에 정말 행복하고 벅찬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아이브는 20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 롱샴 경마장에서 열리는 ‘롤라팔루자 파리’에도 오를 예정이다. 사지원 기자 4g1@donga.com}

독일 드레스덴의 막스플랑크 분자세포생물학 및 유전학 연구소에서는 최근 ‘오가노이드(장기 유사체)’를 활용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오가노이드는 사람의 줄기세포를 배양해 만든 소형 인공 장기. 실험용 동물을 사용하지 않고도 장기의 기능과 재생 과정을 연구할 수 있어 주목받고 있다. 연구원들은 이를 이용해 간 조직의 재생 조건을 탐구하고 있다. 막스플랑크협회장인 저자는 “이런 연구를 통해 언젠가 각 장기가 잘 재생되거나 재생되지 못하는 이유가 밝혀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 책은 저자가 막스플랑크협회장으로 취임하기 전 1년 동안 세계 연구소 84곳을 직접 방문하며 경험한 이야기를 엮은 것이다. 100여 개국에서 온 연구자 2만4000여 명이 이끄는 현장의 열정을 생생히 담아낸 덕분에 단순한 연구소 방문기로 느껴지지 않는다. 천문학과 기후 연구, 생물의학, 인공지능 등 폭넓은 분야의 최신 연구 동향을 현장감 있게 전달하는 르포에 가깝다. 특히 어려운 이론적 설명은 최소화하고, 대중이 흥미를 느낄 만한 실생활과 연결된 주제를 다양하게 다뤘다는 게 장점이다. 책에는 지구 온난화 연구로 잘 알려진 클라우스 하셀만의 사례도 소개된다. 함부르크에 있는 막스플랑크 기상학연구소의 하셀만은 1993년 지구 온난화의 주범이 온실가스이며, 그 증가의 책임 95%가 인간에게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이 인과관계는 2015년 파리협약이 제정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그리고 그는 이 공로로 2021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이 밖에도 ‘대체 에너지가 기후 재앙을 막을 가능성’, ‘고령화 사회에 적절한 의료 서비스’ 등 현대 인류가 직면한 거대한 문제들에 대해 과학이 던지는 통찰이 이 책엔 촘촘히 묻어난다. 저자가 직접 만난 생존 노벨상 수상자들과의 대화가 수록돼 현장감도 더한다. 다만 저자의 특성을 고려할 때 막스플랑크협회의 연구가 중심이 되는 구성은 당연한 일이겠지만, 다른 기관의 연구까지 종합적으로 다뤄지길 기대한 독자라면 다소 아쉬울 수 있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열흘. 지난달 23일 데뷔한 5인조 혼성그룹 ‘올데이프로젝트(ALLDAY PROJECT)’가 3일 음악방송 1위를 거머쥐기까지 걸린 기간이다. 데뷔곡 ‘페이머스(Famous)’는 공개 4일 만에 멜론 ‘톱 100’ 1위에 올랐다. 심지어 5일 미국 빌보드 ‘글로벌 200’에도 94위로 진입하더니 한 주 뒤 43위로 무려 51계단을 뛰어올랐다. 이례적이란 표현도 무색한, 충격적인 기록이다. 언젠가부터 “혼성그룹은 필패(必敗)”라던 K팝 시장에서, 이들은 오래 묵은 장벽을 어떻게 깨뜨릴 수 있었던 걸까.● 성별에 얽매이지 않는 퍼포먼스 따지고 보면, 올데이프로젝트는 데뷔 전부터 관심을 끌 만한 요소들이 풍성했다. YG엔터테인먼트에서 빅뱅과 블랙핑크 탄생에 핵심 역할을 했던 프로듀서 테디가 설립한 ‘더블랙레이블’이 선보이는 첫 혼성그룹이기 때문이다. 테디는 현재 난리난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와 음악 협업을 한 사실이 알려지며 또 한 번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멤버들의 면면도 화려했다. 정유경 신세계 회장의 장녀인 애니를 필두로 걸그룹 아일릿의 데뷔조였던 영서, 유명 안무가 베일리, 모델 겸 무용가 타잔, ‘쇼미더머니6’ 최연소 본선 진출자였던 우찬. 모두 각자의 분야에서 이미 존재감을 드러내던 인물이었다. 여기서 그쳤다면 바람은 ‘찻잔 속 태풍’이었을 터. 데뷔 뒤엔 세련된 음악과 노련한 퍼포먼스가 더 주목받았다. 더블 타이틀곡 ‘페이머스’는 “유명하진 않지만 이미 주목받고 있다”는 메시지를 플라멩코풍 기타 리프와 중독적인 훅에 세련되게 담아냈다. 퍼포먼스도 신인답지 않게 강렬하고 완성도가 높다는 평이 많다. 이전 혼성그룹과 다른 전략을 펼친 게 주효했다는 의견도 나온다. 남녀가 각자 입장에서 가사를 주고받으며 이야기를 풀어가던 전통적인 서사를 탈피했다. 그 대신 성별에 얽매이지 않는 퍼포먼스를 소화하며 팀 매력을 극대화했다. 정민재 대중음악평론가는 “남성 멤버가 나올 땐 보이그룹, 여성 멤버들은 걸그룹처럼 보이면서도 한팀으로 어우러진다”며 “남녀가 함께 있지만 각각 멋있게 보이도록 한 역발상이 통한 것 같다”고 했다.● “다양한 형태의 아티스트 공존해야” K팝 시장에서 혼성그룹이 돌풍을 일으킨 건 정말 드문 일이다. 1990∼2000년대엔 쿨, 코요태, 거북이, 샵 등이 많은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가요 시장이 아이돌 중심으로 재편되며 팬덤을 단단히 구축할 수 있는 보이그룹과 걸그룹이 주류가 됐다. 심지어 ‘유사 연애’가 팬덤의 주요 동력으로 자리 잡으며 혼성그룹은 더 불리해졌다. 합숙과 트레이닝이 기본인 K팝 시스템에서 관리적인 측면에서도 리스크가 컸다. 그 때문에 2017년 DSP미디어에서 데뷔한 4인조 혼성그룹 ‘카드(KARD)’가 라틴팝을 앞세워 국내외에서 인기를 얻은 게 거의 유일한 성공 사례다.하지만 올데이프로젝트의 성공으로 혼성그룹들도 다시 기지개를 펼 계기가 마련됐다는 전망이 나온다. 카드는 2일 미니 8집 ‘드리프트’를 발표하고 19일부터 월드투어에 돌입한다. 이들은 최근 인터뷰에서 “처음엔 혼성그룹이 거의 없어 우리가 길을 잘 개척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더 많은 분이 혼성그룹의 매력을 알아주시면 좋겠다”고 했다. 2006년 데뷔한 타이푼도 11일 신곡 ‘퐁당! 푹’으로 돌아온다. 시원한 브라스와 일렉 기타가 어우러진 뉴트로 감성의 여름 곡이다. 다만 한 사례만 두고 ‘혼성그룹 붐’의 도래를 내다보긴 어렵다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임희윤 대중음악평론가는 “올데이프로젝트는 여러모로 특이한 현상이어서 시장의 확장으로 곧장 이어지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 대신 “K팝 시장이 재편되며 기존 보이그룹과 걸그룹 구도의 한계를 넘어서는 다양한 형태의 아티스트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분위기”라며 “혼성그룹이 한 축을 차지할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내다봤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열흘.지난달 23일 데뷔한 5인조 혼성그룹 ‘올데이프로젝트(ALLDAY PROJECT)’가 3일 음악방송 1위를 거머쥐기까지 걸린 기간이다. 데뷔곡 ‘페이머스(Famous)’는 공개 4일 만에 멜론 ‘톱 100’ 1위에 올랐다. 심지어 5일 미국 빌보드 ‘글로벌 200’에도 94위로 진입하더니 한 주 뒤 43위로 무려 51계단을 뛰어올랐다. 이례적이란 표현도 무색한, 충격적인 기록이다. 언젠가부터 “혼성그룹은 필패(必敗)”라던 K팝 시장에서, 이들은 오래묵은 장벽을 어떻게 깨뜨릴 수 있었던 걸까.● 테디가 만든 실력파 혼성그룹따지고 보면, 올데이프로젝트는 데뷔 전부터 관심을 끌만한 요소들이 풍성했다. YG엔터테인먼트에서 빅뱅과 블랙핑크 탄생에 핵심 역할을 했던 프로듀서 테디가 설립한 ‘더블랙레이블’이 선보이는 첫 혼성그룹이기 때문이다. 테디는 현재 난리난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와 음악 협업을 한 사실이 알려지며 또 한번 세계적인 유명세를 탔다.멤버들 면면도 화려했다. 정유경 신세계 회장의 장녀인 애니를 필두로 걸그룹 아일릿의 데뷔조였던 영서, 유명 안무가 베일리, 모델 겸 무용가 타잔, ‘쇼미더머니6’ 최연소 본선 진출자였던 우찬. 모두 각자의 분야에서 이미 존재감을 드러내던 인물이었다.여기서 그쳤다면 바람은 ‘찻잔 속 태풍’이었을 터. 데뷔 뒤엔 세련된 음악과 노련한 퍼포먼스가 더 주목받았다. 더블 타이틀곡 ‘페이머스’는 “유명하진 않지만 이미 주목받고 있다”는 메시지를 플라멩코풍 기타 리프와 중독적인 훅에 세련되게 담아냈다. 퍼포먼스도 신인답지 않게 강렬하고 완성도가 높다는 평이 많다.이전 혼성그룹과 다른 전략을 펼친 게 주효했다는 의견도 나온다. 남녀가 각자 입장에서 가사를 주고받으며 이야기를 풀어가던 전통적인 서사를 탈피했다. 대신 성별에 얽매이지 않는 퍼포먼스를 소화하며 팀 매력을 극대화했다. 정민재 대중음악평론가는 “남성 멤버가 나올 땐 보이그룹, 여성 멤버들은 걸그룹처럼 보이면서도 한 팀으로 어우러진다”며 “남녀가 함께 있지만, 각각 멋있게 보이도록 한 역발상이 통한 것 같다”고 했다.● “다양한 형태의 아티스트 공존해야”K팝 시장에서 혼성그룹이 돌풍을 일으킨 건 정말 드문 일이다. 1990~2000년대엔 쿨, 코요태, 거북이, 샵 등이 많은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가요 시장이 아이돌 중심으로 재편되며 팬덤을 단단히 구축할 수 있는 보이그룹과 걸그룹이 주류가 됐다. 심지어 ‘유사 연애’가 팬덤의 주요 동력으로 자리 잡으며 혼성그룹은 더 불리해졌다. 합숙과 트레이닝이 기본인 K팝 시스템에서 관리적인 측면에서도 리스크도 컸다. 때문에 2017년 DSP미디어에서 데뷔한 4인조 혼성그룹 ‘카드(KARD)’가 라틴팝을 앞세워 국내외에서 인기를 얻은 게 거의 유일한 성공 사례다.하지만 올데이프로젝트의 성공으로 혼성그룹들도 다시 기지개를 펼 계기가 마련됐다는 전망이 나온다. 카드는 2일 미니 8집 ‘드리프트’를 발표하고 19일부터 월드투어에 돌입한다. 이들은 최근 인터뷰에서 “처음엔 혼성그룹이 거의 없어서 우리가 길을 잘 개척해나가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더 많은 분들이 혼성그룹의 매력을 알아주시면 좋겠다”고 했다. 2006년 데뷔한 타이푼도 11일 신곡 ‘퐁당! 푹’으로 돌아온다. 시원한 브라스와 일렉 기타가 어우러진 뉴트로 감성의 여름 곡이다.다만 한 사례만 두고 ‘혼성그룹 붐’의 도래를 내다보긴 어렵다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임희윤 대중음악평론가는 “올데이프로젝트는 여러모로 특이한 현상이어서 시장의 확장으로 곧장 이어지진 않을 것”고 했다. 대신 “K팝 시장이 재편되며 기존 보이그룹과 걸그룹 구도의 한계를 넘어서는 다양한 형태의 아티스트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분위기”라며 “혼성그룹이 한 축을 차지할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내다봤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K팝을 소재로 한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인기가 뜨거운 가운데, 오리지널사운드트랙(OST·영화음악) 7곡이 미국 빌보드 싱글 차트에 한꺼번에 이름을 올렸다. 미 현지에선 영화는 내년 아카데미상(오스카) 장편 애니메이션 부문, OST는 주제가 부문상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8일(현지 시간) 공개된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 100’에서 영화 속에서 걸그룹 ‘헌트릭스’가 부른 ‘골든(Golden)’은 23위를 기록했다. 지난주 81위로 처음 진입한 뒤 1주 만에 순위가 58계단이나 올랐다. 보이그룹 ‘사자 보이즈’가 부른 ‘유어 아이돌(Your Idol)’은 전주보다 46계단이 올라 31위가 됐다. 이번 주엔 또 다른 OST 5곡도 새롭게 싱글 차트에 진입했다. 헌트릭스의 ‘하우 잇츠 던(How It’s Done·42위)’과 ‘왓 잇 사운즈 라이크(What It Sounds Like·49위)’ ‘테이크다운(Takedown·64위)’이 100위 안에 들었으며, 사자 보이즈의 ‘소다 팝(Soda Pop·42위)’도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 헌트릭스 멤버 루미와 사자 보이즈 진우의 듀엣곡 ‘프리(Free·58위)’ 역시 이름을 올렸다. 빌보드 메인 앨범 차트 ‘빌보드 200’에선 OST 앨범이 전주보다 5계단 오른 3위를 기록했다. 애니메이션 영화의 여러 OST가 동시에 빌보드 차트에 오른 건 2022년 디즈니 ‘엔칸토’ 이후 처음이다. 당시 ‘위 돈 토크 어바웃 브루노(We Don’t Talk About Bruno)’를 포함해 8곡이 ‘핫 100’에 들었다. OST가 인기를 끌며 노래를 부른 가수에게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루미의 노래를 담당한 이재는 SM엔터테인먼트 연습생 출신으로, 걸그룹 레드벨벳 노래 ‘사이코’의 작곡가이기도 하다. 진우의 목소리를 연기한 배우 안효섭은 직접 듀엣곡 ‘프리’를 불렀다. 한편 미 영화전문매체 버라이어티는 최근 해당 작품을 “2025 애니메이션 장편 부문 유력 후보작”이라며 “애니메이션 미학과 K팝 요소가 결합된 축제 같은 작품”이라고 평했다. 빌보드도 “넷플릭스가 ‘골든’을 주제가상 후보로 공식 출품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아카데미의 공식 X 계정엔 “헌트릭스는 세상만 구한 게 아니라 스포티파이도 구했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K팝 걸그룹 헌트릭스가 악령 사냥꾼으로 활약한다는 내용이다. 호랑이와 까치, 한의원과 남산타워 등 한국 문화가 작품에 잘 녹아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아이돌 그룹 땐 팀이 지향하는 음악이 있었어요. 하지만 솔로 활동을 하면서 저만의 음악적 정체성을 찾고 싶어졌죠.” 9인조 보이그룹 ‘펜타곤’의 메인 래퍼인 정우석(27)이 최근 솔로 가수로 다시 출발선에 섰다. 훤칠한 외모로 팬들에게 ‘자이언트 막내’라고 불렸던 그가 이제 솔직한 자신의 목소리로 무대에 서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3일 서울 마포구 CJ아지트에서 만난 정우석은 “내가 뭘 해도 사람들은 다 처음 듣는 것처럼 새로울 테니, ‘하고 싶은 걸 하자’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솔로로 내놓은 그의 음악은 록과 밴드 사운드를 중심으로, 경쾌하고 부담 없이 들을 수 있는 멜로디와 서정적 가사를 갖추고 있다. 지난해 중순부터 공연과 녹음에 함께할 밴드도 꾸렸다고 한다.“밴드 음악은 어떤 기분일 때 듣더라도 각기 다른 느낌으로 좋아요. 악기 고유의 색을 뚜렷하게 느낄 수도 있죠. 아이돌 때는 ‘기승전결’이 명확했는데, 밴드 음악은 더 자유롭죠.” 정우석은 아이돌로서 큰 무대와 팬덤을 누렸다. 하지만 솔로로선 아직 ‘빈 종이’나 마찬가지다. 아이돌과 솔로의 차이를 묻자 “우선 파트가 많아졌다”며 웃었다. 처음엔 홀로 무대에 서는 게 너무 어색하기도 했다. 그래서 연습을 거듭했고, 30분도 채우기 힘들었던 공연 시간을 3시간까지 늘릴 수 있었다.“개인적으로 기준이 높고 완벽주의자라 부담이 컸습니다. 무대에서 부끄러운 건 정말 싫거든요.” 2016년 데뷔한 펜타곤은 ‘빛나리’ 등 히트곡을 손수 쓰는 ‘자체 제작돌’로 사랑받았다. 정우석 역시 데뷔 초부터 작사·작곡에 참여하며 꾸준히 곡을 썼다. 그는 “펜타곤에서 직접 곡을 만들고, 랩 가사를 고민하던 것이 솔로 활동에도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그의 ‘고향’인 펜타곤이 내년 데뷔 10주년을 맞는 것에 대해선 “멤버들과 함께할 수 있는 순간이 있길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정우석은 최근 CJ문화재단의 인디 뮤지션 지원 프로그램 ‘튠업’ 26기에도 선정됐다. 2010년부터 운영된 이 프로그램은 공모를 통해 선정된 뮤지션들에게 2년 동안 앨범 2장의 제작비(최대 2500만 원)와 성장 단계에 맞춘 공연 제작 등을 지원한다. 올해 심사에는 791팀이 지원해 131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정우석과 공원, 김승주, 밀레나, 송소희, 오월오일 등 6팀이 선정됐다. 정우석은 “튠업이 내 음악적 정체성을 찾고, 음악으로 인정받을 기회를 준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이제 홀로 서기에 나선 정우석에게 뮤지션으로서 품고 있는 화두는 뭘까. 그는 “진화”라고 답했다. 실제로 올 5월 발매한 미니 앨범 ‘Ender To Ander’의 타이틀곡 ‘직선’을 들어보면 스스로의 성장을 고심한 대목이 역력하다. “지금 제 음악을 좋아해 주시는 분들은 제 최저점을 보고 계신 거예요. 앞으로 더 나아갈 테니 지켜봐 달라는 의미입니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미국 브로드웨이에 진출해 토니상을 수상한 한국 창작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의 창작진 중 한 명인 윌 애런슨과 영유아 영어교육 브랜드 잉글리시에그의 남다른 인연이 알려져서 화제다.9일 교육계에 따르면 애런슨은 2010년부터 잉글리시에그 프로젝트에 참여해 300곡이 넘는 노래를 만들었다. 그의 대표곡은 2010년 처음 만든 ‘It’s mine” ‘Who is it?’ ‘I want a baby panda’부터 최근에 작곡한 ‘Have you seen my mommy’, ‘There she goes’ ‘That’s not fair’ 등이 있다. 잉글리시에그 송민우 대표가 애런슨의 음악을 듣고 프로젝트 참여를 제안했고, 아이들 교육에 관심이 많았던 애런슨도 흔쾌히 수락했다는 후문이다. 이후 애런슨은 회사와 전속 계약을 맺어 약 15년간 매년 30곡이 넘는 노래를 만들었다. 잉글리시에그의 교육 프로그램에는 스토리북과 시트콤, 애니메이션, 노래 등 다양한 콘텐츠가 활용된다. 애런슨의 노래는 예술성과 가사의 서사가 잘 어우러진 견고한 구성이 특징이다. 잉글리시 에그 관계자는 “이런 특징이 아이들의 감수성을 자극하고, 동시에 영어가 가진 특성을 잘 전달해 영어를 한국어처럼 자연스럽게 습득하도록 돕는다”며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도 부담 없이 들을 수 있는 좋은 곡들이 많다”고 말했다. 실제로 잉글리시에그 노래를 듣고 자란 10살 어린이가 뮤지컬 배우로 데뷔하기도 했다.잉글리시에그는 애런슨을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가 20여 명과 협업해 노래를 만든다. 모든 노래 녹음도 미국 뉴욕에서 한다. 연출진 30여 명, 브로드웨이에서 활동 중인 배우 300여 명도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잉글리시에그 관계자는 “단순한 암기식 영어가 아닌 언어와 감정이 살아있는 이야기를 뮤지컬 노래로 자연스럽게 체득할 수 있다”고 했다. 잉글리시에그의 여러 영어 교육 프로그램 중 2022년 출시된 ‘에그 스쿨’은 미국의 정규학교 두 곳에서 정기 커리큘럼으로 채택되기도 했다. 만 4~6세를 위한 미국 유치원 커리큘럼으로, 브로드웨이 스타일 뮤지컬 영상과 스토리북 등으로 구성됐다. 잉글리시에그 측은 “영어가 모국어인 미국 교육 현장에 비영어권 국가인 한국 콘텐츠가 역진출한 사례”라며 “일본, 캐나다, 호주 등 해외 진출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잉글리시에그는 10~13일 서울 서초구 코엑스에서 열리는 ‘서울국제유아교육전&키즈페어’에 참가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한편 윌 애런슨과 한국인 작가 박천휴가 공동 창작한 ‘어쩌면 해피엔딩’은 올 10월 국내 공연으로 돌아온다. 2028년을 목표로 브로드웨이 버전의 국내 공연도 추진될 예정이다. 사지원 기자 4g1@donga.com}

화려한 무대에서 팬들의 환호를 받던 9인조 보이그룹 펜타곤의 메인 래퍼이자 ‘자이언트’ 막내. 솔로 가수 정우석(27)의 예전 수식어다. 그러나 그는 이 화려함을 잠시 내려놓고, 보다 솔직한 목소리로 무대에 서기 위해 다시 출발선에 섰다. 밀착된 무대와 자유로운 밴드 사운드, 그리고 오롯이 자신만의 색으로 두 번째 이야기를 써 내려가는 것이다. 최근 CJ문화재단의 인디 뮤지션 지원사업 ‘튠업’ 26기에 선정된 그를 3일 서울 마포구 CJ아지트에서 만났다.“아이돌 그룹 땐 팀이 지향하는 음악이 있었어요. 하지만 솔로 활동을 하면서 저만의 음악적 정체성을 찾고 싶어졌죠. 튠업은 그런 기회를 줄 수 있는 프로그램이자, 음악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수단이라 생각했어요.”그는 지원 이유를 이렇게 밝히며 “경쟁률이 높아 긴장했지만, 선정돼 행복하다”고 말했다.튠업은 2010년부터 CJ문화재단이 운영해 온 인디 뮤지션 지원 프로그램이다. 공모를 통해 선정된 뮤지션들에게 2년 동안 앨범 2장의 제작비(최대 2500만 원)와 성장 단계에 맞춘 공연 제작 등을 지원한다. 올해 심사에는 총 791팀이 지원해 131대 1의 경쟁률을 뚫고 경쟁률이 우석 포함 △공원 △김승주 △밀레나 △송소희 △오월오일 등 6팀이 선정됐다. 2016년 데뷔한 펜타곤은 ‘빛나리’ 등 히트곡을 직접 만드는 ‘자체 제작돌’로 사랑받았다. 정우석도 데뷔 초부터 작사·작곡에 참여하며 꾸준히 곡을 써왔다. 그는 “펜타곤에서 직접 곡을 만들고, 랩 가사를 고민하던 것이 현재 활동에 큰 도움이 된다”고 했다. 그의 ‘고향’ 펜타곤은 내년이면 데뷔 10주년을 맞는다. “멤버들과 함께할 수 있는 순간이 있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아이돌로서는 큰 무대와 팬덤을 누렸지만, 솔로로선 아직 ‘빈 종이’인 셈. “내가 뭘 해도 사람들은 다 처음 듣는 것처럼 새로울 테니, ‘하고 싶은 걸 하자’고 생각했다”고 했다.그의 음악은 록과 밴드 사운드가 중심이다. 경쾌하고 부담 없이 들을 수 있는 멜로디에, 서정적인 가사가 특징이다. “밴드 음악은 어떤 기분일 때 들어도 다르게 좋고, 악기 고유의 색을 뚜렷하게 느낄 수 있어요. 아이돌 때는 ‘기승전결’이 명확했는데, 밴드 음악은 더 자유롭죠.”그는 지난해 중순부터 공연과 녹음에 함께 할 밴드도 꾸렸다. 처음엔 단기적으로 도움을 받기로 했지만, 그의 목소리를 들은 멤버들이 “네가 무대에서 프런트맨으로 선다면, 전에 이루지 못한 밴드의 꿈을 이룰 수 있겠다”라며 기꺼이 합류했다.아이돌과 솔로의 차이를 묻자, 그는 웃으며 “우선 파트가 많아졌다”고 했다. 하지만 홀로 무대에 서는 경험은 낯설었다. “기준이 높고 완벽주의라 부담이 컸죠. 무대에서 부끄러운 건 정말 싫거든요.” 연습을 거듭했고, 처음엔 30분도 채우기 힘들었던 공연 시간을 3시간까지 늘릴 수 있었다.그는 최근 자신의 음악적 키워드를 ‘진화’라 정했다. 올 5월 발매한 미니 앨범 ‘Ender To Ander’에도 타이틀곡 ‘직선’ 등 스스로의 성장을 고심한 노래들이 담겼다. “지금 제 음악을 좋아해 주시는 분들은 제 최저점을 보고 계신 거예요. 앞으로 더 나아갈 테니 지켜봐 달라는 의미입니다.” 그는 “먼 미래에 돌아봤을 때, 스스로 부끄럽지 않은 음악을 해왔다고 말할 수 있으면 좋겠다. 누군가 내 무대를 보고 ‘나도 좋아하는 걸 해봐야겠다’고 생각해 준다면 기쁠 것 같다”라며 “앞으로 튠업과 협업하며 공연 연출에도 보다 깊이 관여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사지원 기자 4g1@donga.com}

지난해 7월 21일 세상을 떠난 가수 고 김민기(사진)의 1주기를 맞아 그의 데뷔 앨범 ‘김민기’가 54년 만에 LP로 재발매된다. 올해 안에 고인을 기리는 ‘학전김민기재단’도 탄생한다. 학전은 8일 “고인의 1주기를 맞아 데뷔 앨범을 LP로 복원해 발매한다”고 밝혔다. 21일부터 다음 달 10일까지 3주 동안 주요 온라인 음반 사이트에서 예약 주문을 받을 예정이다. 앨범은 제작이 마무리되는 11월부터 예약 발송한다.앨범 ‘김민기’는 1971년 초판과 이듬해 2월 재판까지 모두 500장이 제작됐다. 학전이 2004년 이 앨범을 다른 앨범과 묶어 CD 패키지로 선보인 적은 있으나, LP로 정식 재발매하는 건 처음이다. 학전 측은 “1971년 오리지널 음반을 수집해 최신 기술로 음원을 복원하는 작업을 거쳤다”며 “절판된 정규 앨범의 복원으로 그의 음악적 유산을 재정리하는 아카이브 작업이 시작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고인은 ‘아침이슬’의 원작자이자 서울 대학로 소극장 ‘학전’ 대표로 평생 공연 문화를 일구는 데 헌신했다. 해당 앨범에는 ‘아침이슬’을 비롯해 한국 모던 포크에 한 획을 그은 ‘그날’ 등 10곡이 수록된다. 이 앨범은 한국 현대사를 관통하며 숱한 우여곡절을 겪었다. 1972년 고인이 서울대 문리대 신입생 환영회에서 민중가요를 가르쳤다는 이유로 당국은 판매를 금지시켰다. 당시 동판 프레스까지 압수·폐기돼 제작이 불가능해지자 고가에 암거래가 이뤄지기도 했다. 1987년 6월 민주항쟁 이후 ‘아침이슬’이 해금된 뒤 한 음반사가 고인의 허락 없이 복원 음반을 무단 발매했다가 중단되는 일도 있었다. 1990년 고인과 동일 음반사가 합의해 오리지널 앨범이 한시적으로 판매된 적도 있다. 복각되는 LP에는 1971년 심의에 걸려 ‘종이연’으로 제목이 바뀌었던 ‘혼혈아’가 원제대로 수록된다. 앨범 커버는 원본 디자인을 계승하되 시대 감각에 맞게 다듬었다. 친필 악보와 메모, 사진 등을 담은 40쪽 책자도 실릴 예정이다. 학전은 올해 안에 고인의 유지를 잇는 ‘학전김민기재단’도 설립할 계획이다. 학전은 “고인의 작품과 작업을 기록·보존하는 작업을 통해 그의 정신과 문화적 유산을 후대에 전할 것”이라며 “고인의 뜻에 따라 1주기 추모 행사나 공연은 하지 않는다”고 했다. 학전과 별개로, 고인을 기억하는 예술가들은 18∼20일 서울 강동구 소극장 스페이스 거북이에서 추모 콘서트 ‘김민기 뒤풀이’를 개최한다. 재즈 싱어송라이터 말로, 조용미 시인 등 고인을 존경하는 후배 음악인과 작가 등이 참여한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방탄소년단(BTS)과 블랙핑크 등 K팝 아이돌이 세계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가운데, K팝 최초로 북한이탈주민(탈북민)들이 아이돌로 잇따라 데뷔하고 있다. 7일 가요계에 따르면 지난달 18일 데뷔한 6인조 보이그룹 ‘비보이즈’의 멤버인 학성(21·본명 김학성)은 탈북민 출신이다. 탈북민이 포함된 K팝 아이돌 그룹은 비보이즈가 사상 처음이다. 학성은 지난해 한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해 “(만 13세였던) 2017년 북한에서 넘어왔다”고 밝힌 바 있다. 학성은 최근 데뷔 행사에서 “한때는 꿈도 없이 우울한 시기를 보냈지만, 지금은 무대에 설 수 있어 정말 행복하다”는 소감을 밝혔다.이달 18일 데뷔하는 다국적 5인조 보이그룹 ‘유니버스’에는 탈북민 출신 멤버가 2명이나 있다. 혁(25·유혁)과 석(25·김석)은 각각 2013년, 2019년 탈북했다. 유니버스는 SM엔터테인먼트 출신인 조미쉘 씽잉비틀 대표가 앨범을 제작했다. 함북 경성 출신인 혁은 ‘꽃제비’로 유년 시절을 보내다가 탈북했다. 고교 음악 동아리에서 랩을 접한 그는 가사를 쓰며 가수의 꿈을 키웠다. 한 방송에 출연했는데 영상을 본 소속사의 제안으로 연습생이 됐다. 혁은 최근 한 언론 인터뷰에서 “북한에서 하루살이처럼 먹고살기 바빴던 제가 누군가에게 용기를 주는 음악을 만들고 있다는 게 놀랍다”고 했다. 석은 중국 접경 지역인 양강도에서 살다가 탈북했다. 원래 축구 선수가 꿈이었던 그는 한국에 와서 K3리그에서 활동하기도 했다. 새로운 진로를 고민하던 차에 현재의 소속사를 만났다. 탈북 전부터 밀수된 CD 등을 통해 K팝을 접했다고 한다. 북한에서 넘어와 새로운 진로를 선택한 두 사람의 이야기는 다른 멤버들에게도 큰 감동을 줬다. 혁과 석의 사연은 영국 BBC방송 등을 통해 알려지며 해외에서도 관심이 커지고 있다. 유니버스는 라오스·태국계 미국인인 네이슨, 중국계 미국인 케니, 일본인 아이토까지 국적이 다양하다. 유니버스는 18일 앨범 ‘더 퍼스트 벌스’(THE 1ST VERSE)를 발표하고 정식으로 가요계에 데뷔할 예정이다. 씽잉비틀 측은 “유니버스 멤버들은 데뷔 전부터 소셜미디어를 통해 보컬과 댄스 실력을 뽐내며 100만 명에 가까운 팔로어를 이미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뛰어!” 걸그룹 블랙핑크가 5, 6일 경기 고양시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월드투어 공연 ‘데드라인(DEADLINE)’의 첫발을 내디뎠다. 이번 공연에서 완전체의 신곡 ‘뛰어(JUMP)’를 공개하자, 중독성 강한 훅(반복되는 짧은 후렴구)에 이끌린 관객들은 ‘뛰어’라는 가사에 맞춰 마치 클럽이라도 온 듯 방방 뛰었다. 팬덤 ‘블링크(BLINK)’를 상징하는 뿅망치 응원봉이 일제히 빛나며 흔들렸다. 블랙핑크가 2022년 발매한 정규 2집 이후 그룹으로선 2년 8개월 만에 공개한 ‘뛰어’는 허를 찌르는 한 방이었다. 데뷔곡 ‘휘파람’과 ‘붐바야’ 같은 세련된 힙합 베이스도, K팝 특유의 ‘칼각 군무’가 돋보이는 ‘핑크 베놈(Pink Venom)’ 같은 노래도, ‘마지막처럼’ 같은 발랄한 곡도 아니었다. 서부 카우보이를 떠올리게 하는 비트로 시작한 이 노래는 점점 강렬한 EDM(일렉트로닉 댄스 뮤직) 사운드가 더해지며 독특한 매력을 드러냈다. 블랙핑크가 늘 대중의 예상을 깨며 다채로운 모습을 선보여온 것처럼, 앞으로도 새로운 색깔을 보여주겠다는 그들만의 ‘출사표’처럼 느껴졌다. 블랙핑크는 2023년 12월 YG엔터테인먼트와 팀 활동만 재계약하고 각자 소속사를 찾아 솔로 활동에 집중해 왔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완전체로 신곡을 선보이기 어렵지 않겠냐”는 우려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블랙핑크는 이번 공연을 통해 ‘따로 또 같이’의 매력을 제대로 보여주며 이런 걱정을 불식시켰다. 이번 공연에서 블랙핑크는 K팝 걸그룹 최초로 고양종합운동장에 입성했으며, 공연장 역사상 최다인 7만8000명의 관객을 이틀간 동원했다. 앞으로 이뤄질 월드투어에서도 ‘K팝 간판 걸그룹’이란 위상을 공고히 다질 것으로 보인다. 이날 “와츠 업, 코리아!” 우렁찬 외침과 함께 멤버들은 ‘킬 디스 러브(Kill This Love)’, ‘하우 유 라이크 댓(How You Like That)’, ‘불장난’ 등 메가 히트곡 메들리를 쉼 없이 이어가며 현장의 열기를 끌어올렸다. 강렬한 밴드 사운드에 맞춰 숨소리까지 들릴 정도의 라이브를 펼치자 관객들의 함성도 최고조에 달했다. 각각 준비한 솔로 무대는 멤버들이 가고자 하는 음악적 지향을 잘 보여줬다. 지수는 꽃가루가 터지는 가운데 ‘어스퀘이크(Earthquake)’와 ‘유어 러브(Your Love)’로 몽환적인 아름다움을 선보였고, 리사는 ‘뉴 우먼(New Woman)’과 ‘록스타(Rockstar)’로 강렬한 퍼포먼스를 뽐냈다. 제니는 ‘만트라(Mantra)’와 ‘라이크 제니(like JENNIE)’를 빠른 랩에도 여유롭게 소화했고, 로제는 싱어송라이터의 콘셉트를 강조하듯 기타 연주에 맞춰 ‘3AM’을 부르다가 히트곡 ‘아파트(APT.)’로 현장을 ‘노래방’처럼 달궜다. 블랙핑크는 이번 한국 공연을 시작으로 미국 로스앤젤레스·시카고, 캐나다 토론토, 프랑스 파리 등 16개 도시에서 31회에 걸친 월드투어에 돌입한다.고양=사지원 기자 4g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