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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집회 1주년을 기념하는 대규모 집회와 행진이 28일 서울에서 열렸다. 1년 전 첫 집회 때와 달리 다양한 요구가 봇물처럼 쏟아졌지만 그때처럼 폭력이나 물리적 충돌 없이 평화롭게 진행됐다. 집회는 광화문광장과 여의도 국회 일대 두 곳에 나뉘어 열렸다. 광화문에서는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 기록기념위원회(퇴진행동)가 주최한 ‘촛불은 계속된다’ 집회가 진행됐다. 현장에서는 ‘국회의원 국민소환제’ ‘개헌’ 등 정치개혁을 촉구하는 의견 사이로 ‘성폭행범 공소시효를 늘려 달라’ 같은 요구도 나왔다. 특히 이명박 전 대통령의 다스 실소유주 의혹 수사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광화문광장에는 약 6만 명(주최 측 추산)이 모였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단일 집회로는 가장 많은 숫자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 박원순 서울시장, 이재명 경기 성남시장 등 정치인도 참석했다. 같은 시간, 여의도 국회 주변에서는 ‘촛불파티 2017’이 열렸다. 주최 측 추산 7000여 명이 모였다. 광화문광장과 마찬가지로 ‘적폐청산’을 촉구하는 구호가 이어졌다. 이들은 자유한국당 당사 방향으로 행진했다. 참가자들은 국민체조 리듬에 맞춘 ‘다스 체조’ 등 각종 패러디를 선보이며 이 전 대통령 수사를 요구했다. 촛불집회가 둘로 쪼개져 열린 이유는 퇴진행동의 ‘청와대 행진’ 계획 때문이다. 이를 두고 진보단체 내에서 찬반 의견이 엇갈렸다. 퇴진행동 측은 1년 전 모습을 재현하는 데 무게를 뒀다. 반대 측은 전 정부 인사들이 청와대에 없으니 행진은 과도하다고 주장했다. 논란이 일자 퇴진행동 측은 “공식 행진은 없다”며 논란을 진화했다. 하지만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회원 2500명은 광화문 집회가 끝난 뒤 청운효자동주민센터 방향으로 행진했다. 여의도에서 만난 한 참가자는 “청와대 행진과 반미 구호 등은 촛불 1주년과 맞지 않는다고 생각해 광화문광장 대신 이곳을 찾았다”고 말했다. 7만 명 가까운 인파가 몰렸지만 광화문과 여의도 모두 이렇다 할 불법 행위는 없었다. 같은 날 오후 서울 덕수궁 대한문과 서울역 등지에서 친박(친박근혜) 단체가 주최한 태극기 집회가 열렸지만 별다른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다.김예윤 yeah@donga.com·최지선·김배중 기자}

지난해 10월 29일 서울 광화문광장에 촛불 3만 개가 켜졌다. 5주 뒤 촛불은 232만 개로 늘어났다. 23차에 걸친 촛불집회는 올 4월 말 마무리됐다. 한 건의 폭력 사태도 없었다. 광장에 모인 1684만8000명(연인원)은 제자리로 돌아갔다. 촛불 1년, 그들은 한국 사회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촛불의 과거보다 미래가 중요 본보는 20∼60대 ‘촛불 시민’ 10명을 만났다. 이들은 지난겨울 평균 5, 6회 광화문광장을 찾았다. 이들은 촛불집회를 ‘일생일대의 경험’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최기원 알바노조 대변인(33)은 “세상이 바뀌었다는 생각은 들지만 아직 ‘최저임금을 준수하라’는 구호는 계속되고 있다”며 “힘없는 사람만 희생하지 않는 나라가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프리랜서 디자이너 이민주 씨(25·여)는 “정치적 이슈보다 중요한 건 약자를 살리고 돕는 일”이라며 “장애인과 노인, 갑을 문제 등을 해결할 수 있는 사회적 안전망이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급격한 변화나 소통 없는 일방통행식 정치에 대한 거리감도 나타냈다. 영화감독 김재수 씨(59)는 경남 거창과 서울을 오가며 4차례 촛불집회에 참석했다. 그는 오랜 기간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의 피해를 현장에서 느꼈다. 촛불이 제기한 문제에 누구보다 공감했다. 하지만 “(적폐 청산을) 자칫 지나치게 서두르거나 보복성으로 흘러서는 안 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박헌수 시니어노조 위원장(67)도 “한꺼번에 많이 하려다 보면 실수하기 마련”이라며 “국민 전체가 이익을 보는 방향으로 신중히 생각하고, 상식적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촛불 통해 성숙해진 한국 사회 지난해 이맘때 최주영 씨(28·여·변호사)는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재학생이었다. 첫 촛불집회는 마침 중간고사 기간이었다. 그는 주말마다 거의 빠짐없이 집회에 참석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이 남다르게 다가왔던 이유다. 최 씨는 “법을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탄핵안 인용’은 법조문에만 있는 줄 알았다”며 “현실이 되는 걸 보니 ‘민주주의란 이런 것이구나’라고 실감했다”고 말했다. 촛불시민들은 헌법재판소가 박 전 대통령 탄핵을 결정한 3월 10일을 가장 기억에 남는 날로 꼽았다. 대구에 사는 주부 신은자 씨(47)는 “대통령 탄핵을 보면서 우리나라에서도 바뀌지 않는 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렇게 우리가 지적한 문제들이 앞으로 하나둘 고쳐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간호사 이보람 씨(26·여)는 “병원 내 비정규직 문제를 더 적극적으로 이야기하게 됐다”며 활발해진 ‘소통’을 강조했다. 학원 강사 도민익 씨(41)는 “신고리 5, 6호기 공론화위원회가 숙의 끝에 공사 재개 결정을 내리고, 이를 국민들이 수용한 것이 우리 사회가 지난해보다 소통한다는 가장 큰 근거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실제 촛불집회는 시민들의 관용, 신뢰, 참여의식, 공동체의식 증진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도묘연 영남대 통일문제연구소 연구원이 전국 20∼60대 남녀 151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도 연구원은 “집회에 참가하지 않은 사람도 간접적으로 시민성이 증진됐다는 결과가 나왔다”며 “촛불집회가 ‘민주주의 실천교육 프로그램’ 역할을 한 것”이라고 분석했다.김동혁 hack@donga.com·구특교·김예윤 기자}

‘어금니 아빠’ 이영학 사건 피해자 김모 양(14)의 실종 신고를 접수한 서울 중랑경찰서는 당시 ‘출동하겠다’고 상부에 보고는 했지만 이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긴급성을 요하는 ‘코드1’으로 분류된 사건인데도 신고한 김 양 어머니에게 김 양의 최종 행적조차 물어보지 않았다. 그때 김 양은 이영학 자택 안방에서 수면제에 취해 잠들어 있었다. 서울지방경찰청 청문감사담당관실은 25일 이영학 사건 부실 수사 책임을 물어 조희련 중랑서장을 문책성 전보 조치하고 최민호 중랑서 여성청소년과장 등 8명에 대한 징계 절차에 착수했다. 중랑서 여성청소년수사팀은 지난달 30일 오후 11시 20분경 김 양 어머니가 112 신고를 해 출동 지시가 내려졌지만 무전으로 ‘알겠다’고만 답하고 사무실에 계속 앉아 있었다. 중랑서 망우지구대 순찰팀장 등 3명은 김 양 어머니가 딸의 최종 행적을 말했는데도 사실상 무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실종수사팀은 사건 접수 당시 5명이 근무했고 다른 긴급 현안도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수사팀은 이날 4건의 실종 신고를 받았지만 단 한 번도 현장에 출동하지 않았다. 김 양 어머니가 신고한 지 2시간 반 뒤 김모 씨(54·여) 가족이 실종신고를 했지만 역시 수수방관했다. 김 씨는 약 11시간 뒤 강동구 천호대교 남단에서 투신한 시신으로 발견됐다. 서울의 실종 수사 담당 경찰 A 씨는 “실종신고 10건 중 7건은 현장에 가지 않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실종 신고자의 90%가 24시간 안에 귀가하는 모습을 수년간 반복적으로 봤기 때문에 ‘실종=단순 가출’이라는 사고가 굳어졌다는 얘기다. 다른 경찰 B 씨는 “미성년자나 여성이 실종됐다는 신고는 상황 판단을 하지 않고 일제히 ‘코드1’으로 분류하다 보니 ‘출동하겠다’고 답하고는 잘 나가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실종 사건이 가정폭력과 성폭력을 전담하는 여청수사팀 업무로 분류된 시스템도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서울 관내 31개 경찰서 중 실종수사전담팀을 둔 곳은 8개 서뿐이다. 일선 여청수사팀 경찰 C 씨는 “성폭력 사건을 처리하기도 빠듯한데 언제 귀가할지도 모르는 사람을 찾기 위해 일일이 수색하는 게 우선순위는 아닐 수밖에 없다”며 “실종신고는 24시간 동안 기다려 보고 그때도 귀가하지 않으면 수사를 시작하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영학 모친의 사실혼 관계인 배모 씨(59)는 이날 강원 영월군 자택 인근 비닐하우스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배 씨는 이날 며느리이자 이영학 아내 최모 씨(32)를 수년간 성폭행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을 예정이었다. 배 씨 옷 주머니에서는 A4 용지에 ‘얼굴을 들고 다닐 수가 없다. 형사들께 부탁드리는데 누명을 벗겨 달라. 지금까지 도와주신 분들께 죄송하고 형님한테 미안하다’고 적은 자필 유서가 발견됐다. 이영학을 도와 김 양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는 딸 이모 양(14)은 이날 사체 유기 혐의 등으로 서울북부지검에 의해 구속영장이 재청구됐다.김예윤 yeah@donga.com·이지훈 / 영월=이인모 기자}

“변한 게 없네요.” 23일 경기 고양시의 대형 복합쇼핑몰 스타필드에서 만난 주부 이모 씨(34)가 불쾌한 듯 말했다. 이 씨의 시선은 쇼핑몰을 돌아다니는 반려견과 주인을 향해 있었다. 스타필드는 반려견 동반이 가능하다. 이날 반려견 대부분은 목줄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노골적으로 불편해하는 쇼핑객이 많았다. 이 씨는 “목줄만 한다고 능사는 아니다”라며 “개가 아이한테 가까이 다가와 깜짝 놀랐는데, 정작 주인은 ‘물지 않는다’고 말하면서 바라만 봤다”고 말했다. 평일 낮 시간이지만 이곳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반려견을 볼 수 있었다. 대부분 목줄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반려견의 목줄을 풀어놓는 모습도 쉽게 눈에 띄었다. 한 중년 남성은 에스컬레이터에서 내리자마자 안고 있던 갈색 푸들 한 마리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목줄은 풀어져 있었다. 푸들은 곧바로 근처 반려견 출입금지 매장으로 달려갔다. 스타필드는 반려견 동반이 가능하지만 매장에 따라 출입을 제한한 곳도 있다. 푸들이 들어가자 매장에 있던 손님들은 “당장 데리고 나가라”며 개 주인에게 목소리를 높였다. 반려견을 데리고 온 황모 씨(58)는 간이판매대에서 옷을 고르다 잠시 바닥에 목줄을 내려놓았다. 개가 목줄을 끌고 돌아다니자 곧바로 이곳저곳에서 “목줄 잡아라”는 외침이 들렸다. 유명 한식당 ‘한일관’ 대표가 ‘슈퍼주니어’ 멤버 최시원 씨의 프렌치불도그에게 물린 뒤 사망한 사건 후 공공장소에서 반려견을 둘러싼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곳곳에서 일반인과 개 주인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지고 있다. 주부들이 주로 찾는 인터넷 카페에는 “쇼핑몰 복도에서 ‘영역 표시’를 하는 모습을 봤다” “끈을 짧게 해달라고 요구했다가 개 주인으로부터 ‘레이저 눈빛’을 받았다” 등 일부 개 주인의 안일한 모습을 비판하는 내용이 이어지고 있다. 주부 윤모 씨(36)는 사건 이후 외출 때 아들에게 두꺼운 양말을 신게 한다. 공원 등지에서 만나는 반려견이 아들에게 다가와 발을 핥는 경우가 많아서다. 윤 씨는 “지금껏 물릴 수 있다는 생각을 못 하고 지켜만 봤는데 사건 후 생각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정부는 내년 3월부터 ‘개파라치’ 제도를 도입한다. 공공장소에서 목줄을 채우지 않은 반려견과 그 주인을 신고하면 포상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신고를 하려면 개 주인의 이름 등 인적사항도 파악해야 한다. 이웃이 아닌 경우 정보를 알기 어렵다. 벌써부터 유명무실할 것이라고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신고포상금제 시행에 앞서 반려견 인식표 부착이 하루빨리 뿌리내려야 한다는 의견이다. 인식표에는 주인의 이름과 전화번호, 동물등록번호 등이 명시돼 있다. 이형석 우송대 동물보호학과 교수는 “인식표가 없으면 주인을 알기 어렵다”며 “지금도 인식표 미부착 시 주인에게 과태료 20만 원을 부과하지만 이 역시 단속이 안 돼 지키지 않는 주인이 많다”고 말했다. 이웅종 연암대 동물보호계열 교수는 “개파라치 제도가 정착하려면 주인을 쉽게 특정할 수 있도록 외출 시 반드시 인식표를 부착하도록 해야 한다”며 “동물병원이나 지방자치단체에서 반려견 관련 교육 및 홍보를 확대해 인식표 부착에 대한 의식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고양=신규진 newjin@donga.com / 최지선·김예윤 기자}

“디지털 도어록을 물어뜯고 나갈 줄은 상상도 못했어요.” 23일 오전 경기 김포시의 한 반려견 훈련소. 자신의 반려견 ‘망고’를 만난 김모 씨(38)는 여전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4개월 전 상황을 설명했다. 망고는 몸무게 약 50kg인 대형견 ‘카네코르소’. 이탈리아 원산으로 대표적인 사냥견 중 하나다. 망고는 문을 부수고 나간 후 이웃 할머니에게 달려들어 상처를 입혀 훈련소에 들어왔다. 사냥견이나 경비견은 반려견이 돼도 특유의 공격성 때문에 낯선 사람을 공격하는 일이 종종 있다. 주인들은 예상치 못한 돌발행위에 당황할 수밖에 없다.○ 사고 수습보다 예방이 중요 32개월 된 망고는 김 씨의 눈에 ‘아기’였다. 하지만 망고는 김 씨가 잠시 외출한 사이 도어록을 물어뜯고 나가 사고를 쳤다. 피해 할머니는 2주 동안 치료를 받았다. 치료비를 내고 이사를 가겠다고 했지만 합의가 안 됐다. 김 씨가 “개를 훈련시설로 보내겠다”고 약속하고서야 마무리됐다. 망고는 훈련소 입소 후 산책 훈련, 경계심을 낮추는 훈련, 입마개에 익숙해지는 훈련 등을 받았다. 김 씨는 “(사람을 물까 봐) 불안했지만 망고가 입마개를 싫어할 것 같아 안 했다. 내가 현명했으면 사고도, 도망치듯 이사 갈 일도 없었을 것”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곳의 개들은 망고처럼 사고 전력이 있는 ‘문제견’이다. 사람을 물어 주인이 재판에 넘어갈 뻔한 개도 있다. 하지만 “내 개도 위험할 수 있다”고 생각해 사고 전에 훈련소를 찾은 주인은 드물다. 윤재하 리더스독 훈련소장(36)은 “한번 사람을 공격해 상해를 입힌 개는 또 사람을 물 가능성이 높다. 여기 개들도 대부분 한 번 이상 사람을 물었다”고 말했다. 소형견도 안심하면 안 된다. 경기 고양시의 한 반려견 훈련소에는 약 20마리가 문제 행동을 고치기 위해 들어와 있다. 이 중 80%가 몰티즈 같은 소형견이다. 훈련사는 “소형견일수록 오히려 주인이 잘못 가르친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수개월에 걸친 훈련 막바지에는 개 주인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도 준비돼 있다. 자신의 개를 정확히 알아야 제대로 관리할 수 있어서다. 하지만 대부분의 개 주인은 “바쁘다”는 이유로 참여하지 않는다. 윤 소장은 “산책 중 타인을 향해 공격적 성향을 보인다면 행동 교정이 반드시 필요한데 가볍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꼭 훈련소를 올 필요는 없지만 집에서라도 반드시 훈련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개파라치’ 뜨면 사고 줄어들까 ‘펫테러’를 일으킨 반려견은 평소 무는 행동을 주인이 대수롭지 않게 여겼을 가능성이 높다. 한일관 대표의 정강이를 문 프렌치불도그의 주인인 가수 겸 배우 최시원 씨는 서울지방경찰청 경찰홍보단에서 의무경찰 복무 당시 개에게 얼굴을 물려 한 달가량 홍보단 무대에 오르지 못했다. 윤 소장은 “문제의 개는 승강기가 열리자마자 달려들었다. 이전에도 공격적 성향을 보였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목줄과 입마개를 반드시 착용해야 하는 5종 맹견의 범위를 넓히기로 했다. 또 안전조치를 하지 않은 반려견과 개 주인을 사진으로 찍어 신고하면 포상금을 지급하는 ‘개파라치’ 제도도 내년 3월 도입된다. 개 주인이 부과해야 하는 과태료의 40% 수준을 받을 수 있다. 우송대 애완동물학부 이형석 교수는 “사람을 무는 개의 행동은 일종의 범죄인 교화처럼 전문가로부터 교정을 받아야 한다. 과태료 부과와 함께 교정 교육 이수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말했다.김포=김단비 kubee08@donga.com / 고양=김예윤 / 최지선 기자}

“우리 딸 전화기가 꺼져 있어요. 여태 집에 안 들어왔는데 이런 적은 처음이거든요.” 지난달 30일 오후 11시 15분 여중생 김모 양(14)의 어머니는 112에 딸의 ‘미귀가’를 신고하며 이렇게 말했다. 김 양이 ‘어금니 아빠’ 이영학(35)의 집에 있을 때다. 당시 김 양은 수면제 탓에 잠들었지만 아직 살아있었다. 신고를 접수한 서울지방경찰청 112종합상황실은 처리 내역서에 ‘코드1’로 분류했다. 실종자의 생명과 신체에 위험이 닥칠 가능성이 있어 긴급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될 때 코드1을 부여한다. 이 경우 최단시간에 출동해 수색해야 한다. 112상황실에서는 해당 사안이 긴박하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경찰의 조치와 움직임은 코드1과는 거리가 멀었다. 경찰 매뉴얼에 따르면 실종신고 접수 후 최우선 조치는 실종자의 ‘최종 행적’ 확인이다. 실종 직전 머물렀던 장소와 함께 있었던 인물이 특정돼야 수색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같은 기본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김 양의 어머니는 112에 신고하고 약 30분 후 서울 중랑구 망우지구대를 찾았다. 김 양 어머니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당시 경찰관에게 딸이 마지막으로 만난 게 이모 양(이영학의 딸)이라고 말했다. 내가 ‘얘한테 전화해서 물어보겠다’고 말한 뒤 이 양과 직접 2분 18초 동안 통화했다”고 주장했다. 사실이라면 경찰은 김 양 최종 행적의 핵심 단서를 놓친 셈이다. 이에 경찰은 “당시 지구대 주변이 시끄러워 이 양의 이름을 들었다는 사람이 없다. 신고자가 이 양에 대해 경찰에게 말한 시간은 1일 오후 9시경”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17일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의원이 공개한 당시 지구대 폐쇄회로(CC)TV 화면을 살펴보면 경찰 해명과 거리가 있다. 김 양 어머니가 지구대에 머물렀던 약 50분 동안 크게 어수선한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김 양 어머니는 담당 경찰관과 구석진 곳에서 대화를 나눠 다른 민원인과 가까이 있지도 않았다. 이후에도 김 양의 최종 행적 파악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민주당 박남춘 의원에 따르면 실종자 기초 조사를 위한 프로파일링 조서에는 최종 행적을 적는 부분이 비어 있다. 발생 개요란에 ‘미귀가자는 평소 가출 경력이 없는 자로 친구들을 만나러 나간 후 귀가하지 않은 것으로, 현재 휴대전화 전원이 꺼져 있는 상태’라고 기록하고도 적극적으로 행적을 파악하지 않은 것이다. 서울 중랑경찰서 관계자는 “추석 연휴에 친구 집에서 자고 올 수도 있기 때문에 단순 가출 사건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김 양의 통신기록도 확인하지 않았다. 김 양의 통화기록 확인은 사망 후 하루가 더 지난 2일에야 가족 협조로 이뤄졌다. 김 양의 최종 행적 파악이 늦어지면서 결과적으로 김 양은 부모의 실종신고 후 13시간가량 살아 있다가 이영학에게 살해됐다. 17일 서울지방경찰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위원들은 경찰의 부실수사를 질타했다. 김정훈 서울지방경찰청장은 “초동 수사 부실과 인수인계 미흡, 공조체제 미비 등으로 이런 결과가 나와 송구스럽다”며 “진상조사를 통해 책임을 가리고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이지훈 easyhoon@donga.com·김예윤 기자}
“다 사정이 있을 거예요. 우리 아버지 그런 사람 아니에요.” 이영학의 딸 이모 양(14)의 얼굴에 ‘어이없다’는 기색이 엿보였다. 12일 경찰에서 “아빠가 친구를 죽이려고 데려온 것 알고 있느냐”는 프로파일러 질문에 대답하는 순간이었다. 이어 “아빠에게 맞은 적 있느냐”는 질문을 받자 싫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프로파일러가 아버지 범행을 추궁하자 딸은 “그런 적 없고 굉장히 좋은 사람”이라고 잘라 말했다. 13일 경찰이 밝힌 이 양의 조사 결과 중 일부다. 이번 조사에 투입된 프로파일러 6명이 분석한 결과 이 씨와 이 양의 관계는 상식을 뛰어넘었다. 이 양은 친구 김모 양을 유인해 수면제를 먹이고 시신 유기에 가담하는 등 아버지의 범행을 적극적으로 도왔다. 경찰은 “이 양은 아버지가 없으면 ‘내가 죽는다’고 생각할 정도로 강력한 심리적 종속 관계에 있다”고 설명했다. 이 양은 “○○이를 불러라”는 이 씨의 지시를 충실히 따랐다. 이 씨는 수면제를 넣은 음료 두 병을 딸에게 건넸다. “한 병을 ○○이에게 먹여라”는 새로운 지시가 이어졌다. 이 양의 마음에 ‘아빠랑 잘하기로 약속했는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시키지도 않은 수면제 음료 반 병과 ‘감기약’ 2알을 챙겨 친구에게 건넸다. ‘감기약’은 사실 신경안정제였다. 또 친구의 시신을 아버지와 함께 야산에 버리는 걸 도우면서 김 양을 애타게 찾는 가족과 친구에게 태연히 거짓말을 했다. 딸이 아버지를 두려워해 범행에 가담한 건 아니라는 게 경찰의 분석이다. 경찰 관계자는 “(이 양은) 아버지를 정말 좋은 사람으로 생각하고 있었다”며 “아버지에 대한 어떤 나쁜 이야기도 하는 걸 싫어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 양이 이영학의 공범이 된 원인으로 세 가지를 꼽았다. △아버지의 유전병을 물려받았고 △친구 대신 같은 질병을 앓는 아버지에게 의지했으며 △아버지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한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이 양에게) 지능적 장애가 있는 건 아니나 기본적으로 사고가 왜곡된 상태”라며 “아버지가 하는 일이라면 비상식적이어도 의심 없이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김예윤 yeah@donga.com·이지훈 기자}
‘어금니 아빠’ 이영학(35)의 여중생 살인사건을 둘러싼 경찰의 초동수사 부실 논란도 계속되고 있다. 피해자 김모 양(14)이 이영학의 딸과 만난 사실을 경찰이 뒤늦게 알게 되면서 결과적으로 범행 장소 파악이 늦어진 탓이다. 관할 경찰서장 보고 시점을 놓고도 논란이 일고 있다. 경찰이 김 양 어머니로부터 “딸이 이 양과 만났다”라는 말을 들은 건 1일 오후 9시. 하지만 경찰은 2일 오전 11시경 이 양 집을 찾았다. 집은 비어 있었다. 경찰은 주변 탐문을 벌였다. 김 양이 이 양 집을 찾았고 지난달 이 양 어머니 최모 씨(32)가 투신한 사실 등을 파악했다. 경찰은 같은 날 오후 9시 사다리차를 동원해 이영학의 집에 진입했다. 하지만 김 양은 이미 살해돼 시신이 옮겨진 뒤였다. 이때까지도 경찰은 김 양이 강력범죄의 희생자가 됐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관할 중랑경찰서장은 김 양의 실종 사실을 4일 오전에야 보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합동수사팀이 꾸려진 날이다. 예규에 따르면 실종아동 신고를 접수하면 경찰서장이 현장출동 경찰관을 지정해야 한다. 실종신고 직후 경찰의 움직임도 아쉬움이 크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30일 오후 11시 20분경 실종신고 후 경찰은 “오후 11시 30분부터 1일 오전 2시까지 망우 사거리 일대 PC방과 노래방 찜질방 등을 집중 수색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본보가 12일 0시를 전후해 망우 사거리 인근 PC방과 노래방 등 40곳을 직접 확인한 결과 “경찰이 김 양을 찾으러 방문했다”고 답한 곳은 5곳에 그쳤다. 30곳은 경찰이 찾아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나머지 5곳은 “모른다”고 답했다. 이영학의 집에서 400m가량 떨어진 한 편의점 직원은 “경찰이 온 적은 없지만 ‘김 양을 찾는다’는 친구들이 왔다”고 말했다. 김 양 친구들은 편의점 직원에게 “담당 수사관이 배정이 안 돼 우리가 나섰다”고 말했다. 실제 김 양을 찾아 나섰던 친구 A 양(14)은 1일 오전 10시경 이 양으로부터 “김 양을 만났다”는 말을 들었다. 경찰보다 약 11시간가량 앞선 것이다.김예윤 yeah@donga.com·권기범 기자}

‘어금니 아빠’ 이모 씨(35)에게 살해된 김모 양(14)이 실종신고 후 12시간 넘게 생존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 양이 살아 있을 당시 경찰은 이 씨 집에서 불과 120m 떨어진 곳 주변까지 탐문했지만 이 씨의 집까지 확인하진 못했다. 경찰이 더 적극적으로 수색했다면 김 양을 살릴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은 김 양이 1일 오전 11시 53분에서 오후 1시 44분 사이 살해된 것으로 조사됐다고 10일 밝혔다. 당초 김 양이 살해된 시점은 지난달 30일 오후 3시 40분에서 오후 7시 46분 사이로 추정됐다. 이 씨의 딸 이모 양(14)의 진술이 근거였다. 그러나 이 씨는 추가 조사에서 “1일 오전 11시 53분 딸을 집 밖으로 내보낸 뒤 김 양을 살해했다”고 진술했다. 김 양의 어머니는 지난달 30일 오후 11시 20분 “딸이 친구를 만나고 멀티방에 간다고 한 뒤 돌아오지 않고 있다”고 경찰에 실종신고를 했다. 결과적으로 김 양을 구할 수 있는 ‘골든타임’이 적어도 12시간 있었던 셈이다. 경찰은 신고 접수 후 김 양 가족의 동의를 받아 휴대전화 위치추적을 했다. 하지만 김 양의 전화는 꺼져 있었다. 마지막으로 확인된 위치는 서울 중랑구 망우사거리. 경찰은 1일 새벽까지 2, 3시간가량 주변을 수색했다. 하지만 김 양의 흔적을 찾지 못했다. 망우사거리에서 직선으로 120m 거리에 있는 이 씨의 집에 김 양이 갇혀 있었지만 확인하지 못했다. 경찰은 다음 날도 서두르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야간 근무로 밤을 새웠기 때문에 오전에 쉬고 오후 4시경부터 김 양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뒤져봤다”고 말했다. 경찰은 1일 오후 9시가 돼서야 김 양 어머니에게 연락해 “딸이 이 양 집에 갔었다”는 말을 들었다. 그러고도 하루가 더 지난 2일 오전 11시에야 경찰은 이 씨의 집을 찾아갔다. 인기척이 없어 다시 돌아간 경찰은 이날 오후 9시에야 집에 있던 이 씨의 형을 설득해 집 내부를 살펴볼 수 있었다. 그때는 이 씨 부녀가 김 양의 시신을 이미 강원 영월군의 야산에 유기한 뒤였다. 김 양 가족들은 실종신고 당일인 지난달 30일 동네 곳곳에서 김 양을 찾아 헤맸다. 한 주민은 “김 양의 어머니가 ‘딸이 가출할 애가 절대 아닌데 이상하다’며 걱정 가득한 얼굴이었다”고 전했다. 김 양의 친구는 “너무 착하고 순한 성격이라 연락 없이 집에 안 들어올 아이가 절대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 양의 어머니가 실종신고 후 이 양에게 전화해 딸의 행방을 물었을 때 이 양은 “모른다. 저 위로 올라간 것 같다”며 거짓말을 했다. 이 씨는 10일 오전 서울 중랑구 자택에서 진행된 현장검증에서 김 양에게 수면제를 먹인 뒤 딸과 함께 잠든 김 양을 옮기는 모습을 태연하게 재연했다. 이 씨는 김 양의 목을 조르는 시늉을 하며 장롱에서 끈 모양의 의류를 꺼내 목을 졸랐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양은 김 양이 수면제를 먹고 안방에서 잠들어 있는 사실을 알면서도 아버지 이 씨에게 김 양의 상태를 전혀 묻지 않았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안방에서 이 씨와 김 양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확인하기 싫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씨의 범행 동기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경찰은 “이 씨가 일부 언급한 내용이 있지만 도저히 신뢰하기 어려울 정도의 수준이어서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찰은 또 “이 씨가 자신의 온라인 대용량 저장공간에 성관계 동영상을 다수 보관하고 있는 정황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영상에는 지난달 6일 투신자살한 아내 최모 씨(32)의 성관계 모습도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씨가 인터넷에서 1인 성인 마사지숍을 운영했다는 흔적도 새로 발견됐다. 경찰은 이 씨가 최 씨를 이용해 성매매를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수사 중이다.권기범 kaki@donga.com·김예윤·구특교 기자}

“제가 죽였습니다. 딸에게 미안합니다.” ‘어금니 아빠’ 이모 씨(35)가 여중생 딸의 친구인 김모 양(14)을 살해했다고 10일 자백했다. 경찰에 붙잡힌 지 5일 만이다. 이날 이 씨는 경찰의 3차 조사를 받으며 범행을 시인했다. 이 씨는 자백 내내 흐느끼며 여러 번 “딸에게 미안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살해 동기를 말하진 않았다. 숨진 김 양과 유족에게도 사죄하지 않았다. 경찰은 “김 양이 목 졸려 살해된 사실을 이 씨가 시인했다”고 밝혔다. 이 씨의 딸 이모 양(14)이 알려진 것보다 더 적극적으로 범행에 가담한 사실도 드러났다. 이 양은 김 양을 집으로 유인한 뒤 직접 수면제를 먹였다. 경찰은 “오래전부터 같은 병을 앓으며 아버지에게 크게 의지한 이 양이 이날도 시키는 대로 따른 것 같다”고 말했다. 경찰은 사체유기 공범으로 이 양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특히 이 씨는 김 양을 특정해 서울 중랑구 자신의 집으로 끌어들였다. 경찰 조사 결과 이 씨는 딸에게 “친하게 지내던 김 양에게 전화해 보라”고 지시했다. 경찰은 “김 양이 초등학교 시절 이 양의 옛날 집에 몇 번 놀러온 적이 있다”며 “이 씨는 과거 김 양이 자신의 아내와도 가까웠던 사이라 쉽게 유인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양을 부르기 전에 이 씨가 범행 대상을 물색한 정황도 포착됐다. 본보 취재 결과 범행 하루 전인 지난달 29일 이 양은 초등학교 6학년 동창과 중학교 같은 반 친구 등 수십 명에게 ‘만나서 놀자’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하지만 친구들은 평소 연락이 없었던 이 양의 갑작스러운 요청에 대부분 회신하지 않았다. 이후 이 양은 김 양에게 전화를 걸어 “집에서 영화를 보며 놀자”고 제안했다. 이 양은 다음 날 낮 12시 17분 김 양을 집에 데려갔다. 이 양은 집에 온 김 양에게 드링크 음료를 건넸다. 이 양은 음료에 수면제가 들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 씨 지시에 따라 김 양에게 음료를 전했다. 오후 3시 40분 이 씨가 “나가서 놀다 오라”고 말하자 이 양은 혼자 외출한 뒤 다른 친구 2명과 분식집 등을 갔다. 이때 누군가와 여러 차례 통화했다고 한다. 이 양은 오후 8시 14분 데리러 온 이 씨와 함께 귀가했다. 집에 온 직후 이 씨는 “내가 김 양을 죽였다”고 딸에게 말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양은 경찰 조사에서 “김 양이 죽어 있는 모습을 직접 보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오후 11시경 김 양의 어머니가 실종신고 후 전화를 걸어 행방을 묻자 “모른다. 저 위쪽으로 올라갔다”고 말했다. 이 씨 부녀는 이튿날 김 양의 시신이 든 여행가방을 BMW 차량에 싣고 강원 영월군으로 향했다. 이 양이 다녔던 학교 관계자는 “이 양이 지난달 6일 어머니의 자살 사건을 겪은 뒤에도 학교에서 너무 담담히 지내 교사들이 놀라워했다”고 전했다. 이 양은 지난달 27∼29일 진행된 중간고사 때 첫날만 시험을 치르고, 이후 “감기에 걸렸다”며 결석했다. 이 양은 시험까지 거르며 김 양을 전화로 유인한 것이다. 경찰은 부검 결과 김 양의 혈액에서 수면제 성분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성폭행 정황은 나오지 않았지만 이 씨가 흔적을 없앴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 씨가 지난해 11월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트위터 계정에는 10대 여성에 대한 성적 관심이 노골적으로 드러나 있다. 이 씨는 여성 신체를 빗댄 표현을 담아 “함께 지낼 동생을 구한다”는 글을 여러 차례 올렸다. “나이 14세부터 20세 아래까지 개인룸과 샤워실을 제공한다”며 “독립할 수 있을 때까지 식대와 생활비를 주고, 부분 모델을 겸한 연수를 해주겠다”고 꼬드기는 내용이었다. 이 씨는 10대 여성의 것으로 보이는 계정 60여 개를 팔로잉하며 수시로 동향을 살피기도 했다. 경찰은 이 씨가 개인적 욕구를 해소하는 과정에서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을 집중 수사하고 있다.권기범 kaki@donga.com·김예윤 기자}
‘어금니 아빠’ 이모 씨(35)는 이웃들에게 자신의 정체를 꽁꽁 숨겼다. 만남이나 대화를 피하진 않았다. 하지만 “무슨 일 하냐”고 묻는 이웃들에게 매번 다른 직업을 내세웠다. 자신의 이중생활을 드러내지 않으려는 이 씨의 의도된 행동이라는 분석이다. 9일 동아일보 취재진이 만난 서울 중랑구 이 씨 자택 주변 주민들은 이 씨의 직업을 작가, 학원장, 자동차 튜닝업자 등 제각각 다르게 알고 있었다. 지난해 10월 이 씨와 집 월세 계약을 맺었던 건물 관리인 정모 씨는 당시 이 씨와 마주 앉아 나눈 대화를 정확히 기억했다. 정 씨는 “그때 이 씨가 자기를 방송사에 원고 보내는 작가라고 말했다”며 “입주 직후 이 씨가 현관 앞에 직접 폐쇄회로(CC)TV를 설치했다”고 말했다. 가게를 운영하는 김모 씨(64)는 “이 씨가 딸과 또래 여학생 2명을 데리고 일주일에 한 번씩 라면 음료수 등을 사러 왔다”며 “믹스커피 큰 통을 자주 사가면서 학원을 운영한다고 했다”고 말했다. 주민 박모 씨(57)는 “이 씨가 자신이 살던 건물 옆 차고에서 외제차 튜닝을 자주 해서 물었더니 ‘이걸로 먹고산다’고 해 정비업자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 씨는 또 피해자 김모 양(14)의 시신을 야산에 유기한 직후인 3일 서울 도봉구의 한 은신처를 계약하면서 공인중개사에게 자신을 중식당 주방장이라고 소개했다. 여러 직업을 소개했지만 이 씨는 일정한 직업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입원에 대해서는 정확히 파악되지 않고 있다. 경찰은 “이 씨가 별다른 직업 없이 후원금으로 생계를 유지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 씨와 아내 최모 씨(32)의 관계도 ‘비정상적’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주민 박 씨는 “두 부부가 젊은데도 늘 멀리 떨어져 걷고 서로 말도 안 했다”며 “평소 동네 사람들과 인사도 안 하고 지내던 이 씨가 아내가 죽은 뒤 갑자기 인사성이 밝아지고 친근하게 말을 붙여와 황당했다”고 말했다. 박 씨는 “이 씨가 아내가 숨지기 며칠 전 뜬금없이 ‘아내가 성폭행을 당해 DNA 검사 중’이란 민감한 얘기를 해 당혹스러웠다”고 말했다. 아내 최 씨는 지난달 6일 자택 건물 5층에서 투신자살했다. 앞서 같은 달 1일 최 씨는 이 씨의 어머니와 사실혼 관계인 A 씨(60)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며 강원 영월경찰서에 고소했다. 사흘 후 이 씨와 함께 A 씨 집을 찾은 최 씨는 다음 날 2차 신고를 했다. 경찰 관계자는 “남편 이 씨가 최 씨에게 성폭행 증거를 확보해야 한다며 A 씨와 성관계를 가지라고 요구해 4일 성관계가 이뤄졌고 이 문제로 부부싸움을 한 뒤 최 씨가 자살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 씨가 최 씨의 자살을 방조한 혐의에 대해 수사 중이다. 또 A 씨를 10일 성폭행 피의자로 소환해 조사할 계획이다. 본보 기자가 9일 강원 영월군 A 씨 자택을 찾았을 때 그는 밭에서 일하고 있었다. 최 씨 사건에 대해 묻자 A 씨는 강하게 답변을 거부하며 자리를 떴다. A 씨는 이날 채널A와의 전화 통화에서 “성폭행을 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 씨는 이날 경찰의 2차 조사를 받았다. 그는 취재진에게 “들어가서 조사받겠다”고 말했지만 막상 경찰 앞에선 제대로 진술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조사 내내 이 씨는 의자를 잡거나 머리를 긁적이며 시선을 피했다. 횡설수설하다 뜬금없이 2, 3일 시간을 달라고 말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날 처음 조사를 받은 딸 이모 양(14)은 “피곤하다” “자고 싶다”는 말만 반복했다.김예윤 yeah@donga.com / 영월=이지훈 기자}

딸의 친구인 여중생 김모 양(14)을 살해해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는 ‘어금니 아빠’ 이모 씨(35)가 범행 당시 끈으로 목을 졸라 살해한 정황이 8일 확인됐다. 이 씨가 1일 딸과 함께 김 양의 시신을 강원도 영월의 야산에 유기한 뒤 서울 도봉구 한 빌라로 도피할 때 지인의 차를 얻어 탄 사실도 드러났다.○ 살인 혐의 등 불리한 질문 땐 무반응 이날 서울 중랑경찰서는 피해자 김 양의 시신을 부검한 결과 끈으로 목을 강하게 조를 때 생기는 상처가 다수 발견된 점 등을 근거로 경부압박 질식사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김 양이 야산에서 나체 상태로 발견됐지만 성폭행당한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날 휠체어를 타고 경찰에 출석한 이 씨는 범죄 혐의와 수법, 동기 등을 묻는 질문에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이 씨는 개인 신상 관련 질문에 대해서만 고개를 끄덕이거나 가로젓는 식으로 답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 씨가 자신에게 불리한 질문이 나오면 고개를 숙이거나 가만히 쳐다보면서 답변을 회피했다”고 전했다. 이 씨는 이날 서울북부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서도 시신 유기에 대해선 고개를 끄덕이며 시인했지만 살인 혐의 관련 질문에는 의사 표시를 하지 않았다. 이 씨와 딸 이모 양(14)은 5일 서울 도봉구 은신처에서 검거될 당시 수면제를 과다 복용해 쓰러진 채 발견됐다. 경찰 관계자는 “이 씨가 범행 직후 유튜브에 ‘김 양이 약을 잘못 먹고 숨졌다’고 주장했는데 그런 상황이라면 바로 병원에 알리는 게 당연한데도 시신을 감췄다”며 살인 혐의가 의심된다고 밝혔다. 김 양이 지난달 30일 이 씨의 서울 중랑구 자택에 딸 이 양과 함께 들어가 이튿날 시신으로 나오기까지 집을 오간 사람이 이 씨뿐이었다는 사실도 폐쇄회로(CC)TV 확인 결과 드러났다. 경찰은 이날 이 씨와 이 씨의 도주를 도운 혐의로 박모 씨(35)를 모두 구속했다. 박 씨는 3일 오후 3시경 영월에 시신을 버린 뒤 서울에 도착한 이 씨 부녀를 도봉구 은신처까지 차로 태워다 준 혐의다. 박 씨는 이 씨가 자주 가던 카센터 직원이며 동갑내기 친구로 지내던 사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생활고’라더니…외제차 몰며 ‘이중생활’ 딸의 난치병을 치유하겠다며 모금 활동을 벌인 이 씨는 생활고에 시달린다는 말과는 다른 행적을 보였다. 이 씨는 그동안 인터넷 등을 통해 “딸을 살리려면 수술을 받아야 한다. 월세와 공과금이 밀려 걱정이다”라며 도움을 호소하는 글을 다수 올렸다. 하지만 경찰 조사 결과 이 씨는 미국 포드 토러스(신차 기준 4000만 원대) 승용차를 소유하며 직접 몰고 다녔다. 누나 명의의 현대 에쿠스 차량과 형의 지인 명의로 된 BMW 차량도 자기 것처럼 이용했다. 김 양 시신을 유기할 때는 이 BMW 차량을 썼다. 이 씨는 지난해 7월 토러스로 차를 바꾸기 전 시가 6000만 원가량인 유명 스포츠카 머스탱을 몰았다. 이 씨는 지난해 말 수백만 원대 반려동물을 분양 받았다는 글을 인터넷에 올리기도 했다. 반려동물 직거래 사이트에 닥스훈트 강아지를 분양하고 싶다는 글을 올리며 “지난해 닥스훈트 암컷을 300만 원에 분양 받았다. 지금은 1000만 원이 넘는다”고 썼다. 경찰은 지난달 5일 서울 중랑구 5층 자택에서 투신자살한 이 씨 부인 최모 씨(32)가 평소 이 씨에게서 학대를 받은 정황이 있는지도 조사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최 씨는 팔꿈치과 무릎 아래를 제외한 전신에 문신이 있었으며 허벅지 안쪽에 여성을 성적으로 비하하는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최 씨 몸에 이 씨와 비슷한 문양의 문신이 있었다”며 “문신이 반강제로 새겨졌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김예윤 yeah@donga.com·권기범·최지선 기자}

추석 연휴가 마무리되고 있다. 그러나 열흘간 쉰다는 게 먼 나라 이야기인 사람도 많았다. 특히 59개 공공기관의 첫 합동채용을 앞둔 취업준비생에게 이번 연휴는 휴식이 아니라 마지막 담금질 시간이었다. 이번 합동채용으로 3000∼4000명이 취업한다. 동아일보 취재팀은 연휴를 잊은 이들의 얘기를 들어봤다. 추석을 하루 앞둔 3일 오전 8시경 서울 동작구 노량진동 학원가. 청년들은 공시생(공무원 시험 준비생)을 상징하는 트레이닝복에 슬리퍼를 신고 학원으로 걸음을 재촉했다. 임용시험을 준비하는 김모 씨(24·여)도 머리카락을 질끈 묶고 학원에 있었다. 강의실은 이미 공시생으로 가득했다. 김 씨는 시험이 50일가량 남아 긴장이 가시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내일은 오전 7시부터 나와서 자리를 잡아야겠다”며 “저녁에는 학원이 문을 닫아 근처 대학 도서관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정오 무렵 노량진 명물인 ‘컵밥’ 가게들은 공시생들로 북새통이었다. 한 가게 사장은 “역대 최장 연휴라지만 시험 준비생들이 줄어든 것 같지는 않다”며 이마의 땀방울을 닦아냈다. 사법시험은 폐지됐지만 서울 관악구 신림동 고시촌도 연휴와는 거리가 멀었다. 카페마다 두꺼운 책을 탁자에 놓고 공부하는 사람들이 들어찼다. 10년째 법무사 시험을 준비하는 오모 씨(48) 역시 신림동에서 연휴를 보냈다. 고향은 경남이지만 명절에 언제 내려갔는지 까마득하다. 오 씨는 “나이도 많은 데다 직장도, 아내도 없어 고향에 가면 부모님과 친척 눈치만 봐야 한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 대신 추석 당일 저녁에 친한 고시생들과 맥주 한 모금 함께 하며 향수를 달랬다. 다음 달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앞두고 대표 학원가인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일대는 연휴 내내 불야성이었다. 학원들은 각종 ‘추석 특강’을 내세우며 쉼 없이 움직였다. 학원 앞은 여느 때처럼 자녀들을 태우러 온 학부모 차로 정체를 빚었다. 박모 양(18·고3)은 명절이면 부모님 고향인 대전에 갔지만 올해는 가족 모두 가지 않았다. 대전의 할아버지는 “명절보다는 손녀 대학 진학이 우선”이라고 선언했다. 박 양은 “친구들과 ‘코인 노래방’에 잠시 들르는 걸로 스트레스를 날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고향에 갈 생각을 미룬 채 아르바이트에 열중하는 청년들도 적지 않았다. 4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에서 만난 임모 씨(25)도 연휴를 아르바이트로 보냈다. 연휴에는 시급을 평소의 1.5배로 준다. 부산이 고향인 임 씨는 “정규직 공채를 준비하며 아르바이트도 하는데 시급을 이만큼 주는 때도 드물어 자원했다”면서 “나 같은 사람에게는 반가운 연휴”라며 웃었다. 상당수 근로자 역시 긴 휴식은 꿈같은 얘기였다. 지하철 근로자가 그랬다. 서울 강남구 서울교통공사 수서차량기지 기관사 218명 가운데 이번 연휴에 92명이 일했다. 5일 만난 22년 경력 최병진 차장(50)은 ‘징검다리 근무’로 연휴 기간에 6일을 일한다. 이날도 오전 근무를 한 최 차장의 옷은 땀으로 젖어 있었다. 충남에 있는 아버지 산소 벌초도 못했다. 그는 열차 운전을 하며 “추석 때 쉬지는 못해도 추석 연휴를 즐기는 시민들에게 기쁨을 주고 싶었다”는 안내 방송을 틈틈이 했다. 이날 오전 그의 코멘트는 “가을볕에 알곡이 익어가듯 풍요로운 추석에 가족과 함께 웃음 풍년 맞이하시기 바랍니다”였다.구특교 kootg@donga.com·김예윤·최지선 기자}

“한번 물어봐봐. 명절 없어지면 좋겠다는 운전사가 99%야.” 박모 씨(47)의 말에 빙 둘러선 3, 4명이 “맞다, 맞다”고 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박 씨는 경력 9년 차의 고속버스 운전사다. 27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속버스터미널 승차장에서 만난 박 씨는 출발을 앞두고 동료들과 쉬고 있었다. 추석이 다가오면서 고속버스 운전사에게도 최장 열흘간의 연휴가 화제다. 하지만 이들은 즐거움보다 걱정과 두려움이 더 커 보였다. 명절 때마다 벌어지는 ‘피로와의 사투’ 탓이다. 보통 명절 연휴 때는 같은 목적지도 평소보다 짧게는 1시간, 길게는 3시간까지 더 걸린다. 물론 연휴가 길면 차량이 분산되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이번처럼 긴 연휴는 고속버스 운전사들도 경험한 적이 없어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서울과 경북을 오가는 경력 7년 차의 임모 씨(47)는 “긴 휴일에 고속도로 통행료도 공짜라 놀러가는 차량이 쏟아져 나올까 하는 걱정과 통행량이 분산될지 모른다는 기대가 반반”이라고 말했다. 귀성·귀경 차량 때문에 도로가 막혀 운행시간이 늘어나도 휴식시간까지 늘어나는 건 아니다. 좁은 운전석 안에서 오래 있을수록 정해진 휴식시간은 줄어든다. 이날 승차장에서 만난 운전사 3명은 “명절에 고속도로가 막힌다고 정해진 배차 간격이 달라지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이들은 모두 다른 버스회사 소속이다. 전주, 익산 등 전북지역을 운행하는 박 씨는 “평소 전주 가려면 3시간 운전해 2시간 쉬고 다시 올라오는 스케줄인데 명절 때는 내려가는 데만 4, 5시간 걸린다”며 “배차간격은 바뀌지 않기 때문에 제대로 못 쉬고 올라와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이나 전남 여수 등 장거리 노선 운전사들은 명절 때 6, 7시간 정도는 각오하고 운전대를 잡는다. 앞선 구간에서 사고라도 나면 8, 9시간 채우는 건 자주 있는 일이다. 단거리 노선도 예외는 아니다. 운행 횟수가 많기 때문이다. 보통 3시간 30분 이상 걸리는 장거리 노선은 하루 1, 2회 운행하지만 단거리 노선은 4, 5회다. 최모 씨(43)는 “장거리 목적지는 가는 시간이 길어 고생하는 대신에 상대적으로 숨 돌릴 틈이 더 있는 편이다”라며 “단거리 노선은 운행 사이사이 휴식시간이 짧아 못 쉬고 운전할 때도 자주 있다”고 말했다. 도로가 막히고 운행시간이 길어지면 피로가 쌓일 수밖에 없다. 이때 승객들의 돌발행동은 자칫 대형 사고를 일으킬 수 있다. 특히 명절 때는 술 취한 승객이 많아 고속버스 운전사들을 당황하게 한다. 장모 씨(54) 역시 명절 때마다 곤욕을 치른다. 술에 취한 채 버스에 탄 뒤 길이 막히자 “다른 길로 돌아가라”며 소리치고 짜증 내는 귀성객을 명절 때마다 1, 2명씩 겪는다. 장 씨는 “고향에 빨리 가고 싶은 마음이야 이해하지만 고속도로를 달리는 버스 안에서는 조금 자제해야 한다”며 “말을 섞으면 싸움으로 번질까봐 항상 대답 없이 꾹 참는다”고 말했다. 피로가 쌓이면 찾아오는 것이 졸음이다. 지난해 7월과 올 5월 영동고속도로, 이달 초 천안∼논산고속도로에서 각각 발생한 버스 추돌사고가 운전사들에게는 남의 일로 여겨지지 않았다. 이날 만난 운전사들은 “길이 막혀 운행 시간이 길어지면 승객들은 대부분 잠이 들어 버스 안이 조용하다”며 “한자리에 앉아 아무 말 없이 운전하다가 어느 순간 잠이 온다”고 입을 모았다. 운전사 김모 씨(51)는 “고속버스 운전사는 그래도 졸음을 참는 데 베테랑이지만 요새 사고 나는 걸 보면 한순간인 것 같다”고 말끝을 흐렸다. 졸음을 참고 운전해 고속도로를 벗어나도 끝이 아니다. 터미널 승차장에 들어서기까지 도시마다 차량 정체가 심각한 탓이다. 김 씨는 “버스가 30분 넘게 터미널 주변을 돌 때도 있다. 규모가 작은 터미널은 더 힘들다”고 말했다. 평소에는 주차와 청소를 마친 뒤 귀가한다. 하지만 명절 때는 무조건 집으로 갈 수 없다. 이른바 ‘임시 대기’ 탓이다. 수요가 급증해 정해진 버스가 승객을 다 태우지 못할 경우 상황에 따라 각 버스회사에 차례로 운행이 추가로 편성된다. 김 씨는 “보통 다음 날 쉬는 운전사들이 퇴근하지 못하고 회사 요청에 따라 기다린다”며 “너무 피곤하면 거절해도 상관없지만 회사 부탁을 대놓고 거절하는 직원이 어디 있겠느냐”고 말했다.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재개발 사업은 주민과 지방자치단체 사이에 긴밀한 협의가 필요하다. 조합장은 수시로 담당 공무원을 만날 수밖에 없다. 수도권의 한 재개발지구 조합장 A 씨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지자체 공무원 B 씨를 알게 됐다. 올 1월 A 씨는 B 씨에게 10만 원짜리 상품권을 건넸다. “아이 운동화 한 켤레나 사줘.” B 씨가 한사코 거절하자 이렇게 말하며 점퍼 호주머니에 억지로 찔러 넣고 돌아섰다. 얼마 지나지 않아 지자체 암행감찰에 이 사실이 적발됐다. 두 사람 모두 법원에서 20만 원의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 위반이었다. 자진신고하지 않은 B 씨는 감봉 2개월 징계까지 받았다. A 씨는 “호의가 독이 됐다. 내 잘못된 행동으로 공무원 앞길까지 막은 것 같아 미안할 뿐”이라고 말했다.○ “실수 되풀이 않겠지만…청탁은 아냐” 청탁금지법 시행이 28일로 1년을 맞는다. 27일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올 7월까지 각종 신고 4052건이 접수됐다. 이 중 121건(307명)이 과태료 부과 요청 또는 수사 의뢰로 처리됐다. 실제로 과태료 부과와 기소가 결정된 건 40건(94명)이다. 본보는 청탁금지법 위반으로 과태료 부과 처분을 받은 사람을 수소문해 7명을 직접 또는 전화 인터뷰했다. 적게는 1만5000원, 많게는 30만 원 상당의 금품을 건넸다가 적발됐다. 대부분 직무연관성을 인식하지 못한 결과였다. 인허가, 지도 및 단속, 인사·평가 같은 직무와 관련이 있으면 한 푼도 주고받아선 안 된다. 단, 이런 경우를 제외하면 직무연관성이 있어도 원활한 직무수행 차원에서 식사 3만 원, 선물 5만 원, 축의금 10만 원까지 허용된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3·5·10’을 지켜도 인정받기가 쉽지 않다. 회사원 C 씨는 세무서 공무원에게 5만 원짜리 우편환을 보냈다. 과세자료 공개를 요청하는 민원 때문에 알게 된 공무원이다. 결혼 휴가를 떠나 자리에 없다는 소식을 듣고 축의금을 보낸 것이다. 해당 공무원은 자진 신고했다. 법원은 C 씨가 이전에도 민원을 신청한 걸 이유로 직무 관계자의 청탁으로 판단하고 과태료 10만 원을 결정했다. C 씨는 “수차례 민원을 넣으며 얼굴을 익혔는데 (결혼을) 모른 척할 수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지방의 한 마을 이장인 D 씨는 관내 공무원이 영전해 열린 송별회 자리에서 전별금 명목으로 30만 원을 건넸다 지자체 감사에 적발됐다. 그는 “수십 명이 모인 자리의 회식비에 보태라고 준 거지 개인에게 준 돈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또 “평소 술도 잘 안 마시고 경각심도 있었는데 오해 탓에 과태료까지 물어 정말 억울하다”고 말했다. 지방에서 활동하는 변호사 E 씨는 한 식당에서 낯익은 지방법원 판사를 만났다. 판사는 가족과 식사 중이었다. E 씨는 식당을 나가며 판사 가족의 식사비 2만8000원을 몰래 계산했다. 판사는 자진 신고했다. E 씨는 “위반일 줄 알았다면 절대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연은 제각각이지만 이들은 “다시는 (선물을) 주지도, 받지도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 위반자는 “사소한 거라도 주고받지 말라는 뜻 아니냐. 앞으로 선물할 생각을 안 해도 돼 마음 편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청탁금지법이 취지에 맞게 시행 중인지 의문도 제기했다. C 씨는 “부정한 청탁을 막는 게 원래 목적인데 미풍양속까지 오해를 사는 경우가 너무 많은 것 같다”고 털어놨다. 상급자 여러 명에게 한과세트를 선물했다가 적발된 한 공공기관 직원은 “1만5000원짜리 명절 선물로 무슨 부정 청탁을 하냐”며 “청탁 없었다고 아무리 이야기해도 권익위 조사관은 들어주지도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예방주사’ 효과, ‘꼼수’도 여전 위반자들은 대체로 2, 3배 상당의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전과자로 남지 않는 가벼운 처벌이지만 주변에 미치는 효과는 작지 않다. 서울의 한 지구대에서 근무한 F 경위는 출동현장에서 신고자 등으로부터 음료수를 받았다가 적발됐다. 20만 원의 과태료를 내고 타 지구대로 전보됐다. F 경위의 한 동료는 “과거에 음료수 한잔 정도 받아 마시던 관행은 있었다”며 “요즘에는 민원인이 호의로 건네는 박카스만 봐도 손사래를 친다”고 말했다. 상품권을 받았던 공무원 B 씨의 동료도 마찬가지다. 자체 징계는 기록에 남아 포상, 승진 때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동료 공무원은 “내 주변에는 없겠지 하며 막연히 생각했는데 확실히 각인됐다”며 “사소한 지시도 없어지고 밖에서 사람 만나던 일도 확 줄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청탁금지법을 피하기 위한 꼼수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서울 종로구의 한 식당에서는 단골손님에게 “주류는 외부에서 반입해 달라”고 제안하고 있다. 식당 주인은 “메뉴가 대부분 3만 원 전후라 술값이 포함되면 금액을 쉽게 넘는다”며 “청탁금지법 위반 소지를 없애려 일부 손님을 대상으로 이야기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일부 음식점은 메뉴를 무시한 채 ‘1인당 3만 원’으로 맞춰 달라는 손님 탓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한 식당 관계자는 “단체 손님인 경우 매출 등을 고려해 거절하지 않는다”며 “가급적 저렴한 식재료를 이용해서 가격을 맞추려 노력한다”고 말했다. 한국행정연구원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음식점 업주들의 46.3%가 고객들이 3만 원을 맞추려 ‘편법을 쓴다’고 응답했다. 결혼식장에서는 일명 ‘축의금 쪼개기’가 성행이다. 동호회나 회사, 단체 단위로 축의금을 내는 경우 10만 원을 넘는 경우가 많아 구성원 개인 단위로 금액을 나누는 것이다. 올 4월 결혼한 G 씨는 평소 알고 지낸 특정 업체 대표를 포함해 일면식 없는 해당 업체 소속 직원 명의로 각각 10만 원씩 총 50만 원의 축의금이 들어온 사실을 확인하고 모두 돌려줬다. 그는 “법 위반 소지가 있고 상대도 잘못을 깨닫고 사과했다. 마음만 받기로 했다”고 말했다.김배중 wanted@donga.com·김예윤 / 대전=지명훈 기자}

전북 임실 소충·사선문화제 양영두 위원장(사진)은 24일 “소충·사선문화제는 나라 사랑과 고향 사랑의 축제”라고 말했다. 올해로 55회째인 문화제를 31년째 이끌고 있는 양 위원장은 이날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소충(昭忠)은 말 그대로 나라의 부름에 응한다는 뜻이고, 사선(四仙)은 네 선녀가 하늘에서 찾아 내려온 곳이 임실이라는 향토 전설을 담았다”며 문화제 이름을 풀이했다. 소충·사선문화제는 구한말 이석용 의병장과 28의사의 충절을 기리고 아름다운 4선녀 전설이 깃든 임실을 홍보하는 향토 문화행사다. 임실군이 주관한 ‘소충제 군민의 날’을 1999년 사선문화제와 합쳤다. 사선문화제는 1986년 지역 주민들이 임실군 홍보를 위해 만들었다. 양 위원장은 “관 주도 행사가 민간 행사로 흡수된 것은 이례적”이라며 “지역에 애정을 가진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만들어 온 행사라 명맥을 오래 유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문화제에서 수여하는 소충·사선문화상에 대해 양 위원장은 “비록 상금은 없지만 교육 언론 문화예술 발전에 기여한 분들에게 명예를 드리는 것”이라며 “지역 인물 대상에서 상의 의미를 살리기 위해 범위를 전국으로 넓혔다”고 말했다. 수상자는 문화제전위원들이 미담을 직접 발굴하거나 각 기관, 단체의 추천을 받은 후보자 가운데 공적심사위원회를 통해 선정한다. 올해 제26회 소충·사선문화상 대상에는 정대철 국민의당 상임고문(통일시대준비위원장)이, 특별상에는 황호택 동아일보 고문이 선정됐다. 나종우 전북문화원 연합회장(문화예술)을 비롯한 6명은 본상 수상자로 결정됐다. 시상식은 제55회 문화제 마지막 날인 다음 달 1일 임실군 사선대광장에서 열린다. 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술에 취한 외국인 관광객에게 수천만 원의 바가지를 씌운 술집 주인과 종업원 등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지방경찰청 관광경찰대는 술에 취해 정신을 잃은 외국인 관광객을 상대로 과다한 술값을 청구한 이모 씨(42)와 엄모 씨(55·여) 등 용산구 이태원 술집 3곳의 업주와 종업원 등 모두 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1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미국인 관광객 A 씨는 지난해 7월 이태원의 한 외국인 전용주점에 방문해 신용카드로 48만8400원을 3회에 나눠 결제한 뒤 의식을 잃었다. 그러나 A 씨는 미국으로 돌아가고 두 달 후 총 6회에 걸쳐 1700만 원이 결제된 신용카드 대금 청구서를 받았다. A 씨가 주점에 머무른 시간은 1시간 40분에 불과했다. A 씨는 같은 해 11월 한국 경찰에 e메일로 신고했다. 이태원의 또 다른 술집 주인 엄 씨 역시 올 1월 자신이 운영하는 주점에 1시간을 머물다 간 독일인 관광객 B 씨의 신용카드로 5회에 걸쳐 총 790만 원을 결제하게 하는 등 바가지를 씌웠다. 경찰은 업주들이 외국인 관광객이 혼자 술을 마시러 오는 경우 정신을 잃었을 때 챙겨줄 일행이 없다는 점을 노려 범죄를 저질렀다고 설명했다. 피해자들은 모두 짧은 시간에 의식을 잃었다. 특히 B 씨의 모발에서 수면제 성분인 졸피뎀이 검출됐다. 다만 경찰은 “현재까지 해당 주점들에서 졸피뎀이 발견되지 않았다”며 “같은 수법으로 외국인 관광객에게 술값 바가지를 씌운 사례가 더 있는지 수사를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예윤기자 yeah@donga.com}

장남의 마약 투약 혐의로 독일 방문 중 19일 오전 급히 귀국한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아버지로서 아들을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 저의 불찰”이라며 대국민 사과를 했다. 남 지사는 이날 오전 10시 경기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 아들이) 너무나 무거운 잘못을 저질렀다. 아버지로서 참담한 마음”이라면서 “많은 분께 심려 끼쳐 드린 점 다시 한 번 깊이 사과드린다”며 머리를 숙였다. 장남과 관련된 연이은 질문에 “아들의 잘못도 제 책임”이라고 강조하던 남 지사는 이내 말을 잇지 못하고 잠시 눈시울을 붉혔다. 남 지사는 이번 사태의 책임을 묻자 “최선을 다해 도정을 수행하겠다”며 일각의 지사직 사퇴설을 일축했다. 내년 지방선거 출마 여부에 대해선 “정치적 역할에 대해 지금은 말할 때가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17일 필로폰 투약 혐의로 경찰에 긴급 체포된 장남 남모 씨(26)는 이날 구속됐다. 서울중앙지법 오민석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영장실질심사 후 “범죄 혐의가 소명되고 도망의 염려가 있어 구속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남 씨는 혐의를 대체로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 지사는 이날 오후 7시경 장남이 수감된 서울 성북경찰서 유치장을 찾아 면회했다. 손에는 아들의 옷가지가 들려 있었다. 30분간 면회를 마친 남 지사는 장남의 구속영장이 발부된 데 대해 “아들로서 사랑하기 때문에 마음이 너무 아프고 힘들다. 안아주고 싶었는데 (쇠창살에) 가로막혀 못 안아줬다”며 “하지만 사회인으로서 지은 죄에 대해 (죗값은) 있는 대로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들이 ‘미안하다’고 해서 솔직하게 재판에 임하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남 지사는 “아들이 마약을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느냐”는 질문에는 “몰랐다”고 답했다.수원=남경현 bibulus@donga.com / 김예윤 기자}
1930년대 일본 정부가 당시 군 위안부 모집과 조직에 개입한 증거가 될 수 있는 일본 행정부 문서가 공개됐다. 호사카 유지(保坂祐二) 세종대 교수는 19일 오전 서울 광진구 세종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1938년(쇼와·昭和 13년) 1월 내무성 경보국(警保局·현 경찰청) 문서 ‘상하이 파견군 내 육군위안소의 작부 모집에 관한 건’, ‘시국이용 부녀유괴 피의사건에 관한 건’과 같은 해 2월 18일 내무성 경보국장 지시가 담긴 ‘지나 도항 부녀 취급에 관한 건’의 내용을 우리말로 번역해 공개했다. 이날 호사카 교수가 소개한 경보국 문서 2건에 따르면 1938년 1월 일본 효고(兵庫)현과 와카야마(和歌山)현에서 부녀자 유괴 혐의로 경찰에 붙잡힌 성매매 업주들은 “군으로부터 중국 상하이(上海) 파견군위안소에 작부를 보내달라는 의뢰를 받았고, 간사이(關西) 지방에선 (우리에게) 편의를 제공해 줬다”고 진술했다. 이에 경찰은 간사이 지방 오사카(大阪)현과 나가사키(長崎)현에 해당 진술의 사실 여부를 조회했다. 이후 두 현으로부터 각각 내무성과 주상하이 일본총영사관의 의뢰를 받아 (성매매 업주들에게) 승선 등 편의를 제공했다는 회신을 받았다는 내용이다. 호사카 교수는 “경보국 문서 2건은 일본 정부가 군의 위안부 조직을 도왔다는 증거”라며 “1945년 패전하기 전까지 일왕 직속의 일본 육군은 황군(皇軍)이라 불릴 정도로 권력이 강해 행정부는 군 결정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또 같은 해 경보국장 지시를 담은 문서는 중국에 위안부로 보내는 여성들에 대해 “현지 상황을 볼 때 어쩔 수 없이 필요해 경찰도 특수하게 고려해줘야 한다”면서 “이 모집 및 주선이 제국(일본)의 위신에 상처를 입히고 황군의 명예를 더럽힐 수 있으니 ‘부녀매매에 관한 국제조약’의 취지와 어긋나지 않도록 주의하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호사카 교수는 “군 위안부 동원을 위해 부녀자를 납치하면 관련 국제조약을 맺은 일본의 체면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을 일본 정부가 인지했다는 것을 드러낸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문서는 해당 조약에 어긋나지 않도록 ‘추업(醜業·매매춘)을 목적으로 하는 여성은 매춘부이고 만 21세 이상인 자로 호적상 부모의 승인을 받을 것’이라는 내무성이 결정한 조건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호사카 교수는 “이 같은 조건은 당시 식민지에서는 거의 지켜지지 않았고 일본에 있는 조선인은 중국에 데려가기 더 쉬웠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문서 내용과 관련해 호사카 교수는 “1993년 일본군 위안부의 존재를 인정하고 동원의 강제성과 일본군의 책임을 인정한 고노 담화에서도 일본 정부의 책임은 빠졌다”며 “군에 편의를 제공한 행정부도 법적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날 공개된 문서들은 1997년 3월 ‘아시아여성기금’이 출간한 자료집 ‘정부조사 종군위안부 관계자료 집성’(전 5권)에 들어 있다. 1995년 일본 정부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사과금’을 모금해 만들어진 민간기금인 아시아여성기금은 해산될 때까지 일본 정부의 법적 책임을 모면하려는 시도라는 비판을 받았다. 호사카 교수는 “아시아여성기금이 출판한 자료라 큰 관심을 받지 못했지만 일본 정부 공문서임이 확실하다”며 “이 자료를 수집한 와다 하루키(和田春樹) 도쿄대 명예교수에게 공식 허가와 협력을 얻었다. 아직 한국에 정식으로 번역된 적이 없었던 자료”라고 말했다.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남경필 경기도지사(사진)의 아들이 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투자 유치 등을 위해 독일에 있던 남 지사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아들의 범죄 소식을 직접 밝히고 귀국길에 올랐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중국에서 필로폰을 들여와 흡입한 혐의(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로 18일 남모 씨(26)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남 씨는 남 지사의 두 아들 중 첫째다. 경찰에 따르면 남 씨는 즉석만남 목적의 채팅앱을 통해 필로폰을 함께 투약할 여성을 찾다가 덜미가 잡혔다. 경찰관이 여성을 가장해 만든 대화방에 남 씨가 “얼음(필로폰의 은어)을 같이 즐기자”며 접근해 왔다고 한다. 남 씨는 17일 오후 11시경 약속 장소에서 수사관에게 체포됐다. 남 씨는 “(마약 투약 제안이) 장난이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하지만 경찰은 남 씨가 혼자 살던 서울 강남구 오피스텔에서 사용하고 남은 필로폰 2g을 발견했다. 마약 투약 여부를 가리는 간이 소변검사 결과도 양성으로 나왔다. 남 씨는 경찰 조사에서 “집에서 혼자 필로폰을 흡입했다”고 진술했다. 서울의 한 의류회사 직원인 남 씨는 9일 중국 베이징(北京)에 갔다. 그곳에서 유학 시절 알게 된 중국인에게 약 40만 원을 주고 필로폰 4g을 구입했다. 한국 내 거래 가격의 약 10% 수준이다. 남 씨는 속옷에 필로폰을 숨기는 방법으로 16일 인천공항으로 입국했다. 경찰은 남 씨가 필로폰을 다른 사람에게 제공했는지 수사 중이다. 특히 남 씨가 중국 출국 전 채팅앱에서 비슷한 대화를 했던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남 씨는 혼자 수차례 투약했다고 진술했으나 입국 후 하루 사이에 구입한 필로폰의 절반인 2g이 사라졌다. 통상 주사를 사용할 경우 약 60명이 동시에 투약(1인당 0.03g)할 수 있는 분량이다. 남 씨가 진술한 흡입 방식으로는 6, 7회(1회 0.3g) 정도 가능하다. 경찰은 “자택 주변 폐쇄회로(CC)TV 등을 확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1차 조사를 마친 뒤 남 씨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 대답을 하지 않은 채 성북경찰서 유치장으로 이동했다. 남 씨가 체포될 당시 남 지사는 독일 베를린에 체류 중이었다. 그는 14일 출국해 핀란드와 독일을 방문 중이었고 19일 오후 귀국할 예정이었다. 큰아들의 체포 소식을 전해 들은 남 지사는 18일 오전 7시경 자신의 페이스북에 관련 소식을 알렸다. 그는 “군 복무 중 후임병을 폭행하는 죄를 지었던 제 큰아들이 또다시 범죄를 저지르고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며 “국민 여러분과 경기도민께 죄송하다.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남 지사는 일정을 앞당겨 19일 오전 7시경 인천공항에 도착할 예정이다. 이어 오전 10시 경기 수원시 경기도청 브리핑룸에서 사과 기자회견을 연다. 남 지사의 큰아들이 물의를 일으킨 건 처음이 아니다. 남 씨는 2014년 강원 철원군에서 군 복무 당시 후임병을 폭행하고 성추행한 혐의로 같은 해 9월 군사재판에서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당시에도 남 지사는 기자회견을 열어 사과했다. 그는 같은 해 8월 “아들이 조사 결과에 따라 법으로 정해진 처벌을 달게 받을 것”이라며 “아버지로서 벌을 같이 받는 마음으로 반성하고 뉘우치겠다”고 밝혔다. 남 씨는 전역 후 대학을 자퇴하고 모로코와 아랍에미리트 등에서 봉사활동을 한 뒤 직장을 다니고 있다. 바른정당은 당 소속 광역자치단체장인 남 지사의 악재에 당혹스러운 표정이다. 내년 지방선거가 10개월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재선을 노리는 남 지사에게 아들 문제가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김예윤 yeah@donga.com·김배중 / 수원=남경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