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최근 독일 연방 대법원이 배출가스를 조작한 폭스바겐에 고객의 차를 다시 매입하라는 판결을 내리자 한국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해당 차를 산 고객들의 정신적 손해뿐만 아니라 재산상 손해를 인정한 첫 대법원 판결이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수천 명이 참여한 관련 소송이 진행 중이라 한국 법원이 독일처럼 ‘재산상의 손해’를 인정할지 주목하고 있다. 그동안에는 정신적 손해는 인정됐지만 재산상 손해에 대해선 엇갈린 판결이 나왔다. 재산상 손해를 인정하는지에 따라 교환·환불 등의 조치가 달라진다. 1일 법조계와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한국 법원은 디젤 배출가스 수치를 낮추기 위해 소프트웨어를 조작한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를 상대로 한 3건의 민사소송에서 정신적 피해를 인정해 소비자들에게 100만 원씩을 지급하라는 등의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재산상 피해에 관해서는 법원의 일관된 판결이 없었다. 지난해 7월 서울중앙지법 민사16부만 유일하게 재산상 손해를 인정해 “자동차 매매대금의 10%를 차주들에게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문제의 차량들은 제대로 품질을 갖추지 못한 하자 차량이며, 사용 가치가 훼손됐기에 재산상 손해에 대한 배상을 해야 한다는 게 판결의 이유였다. 하지만 다른 2건의 재판에서는 차량 성능과 운행, 소유에 지장이 있거나 문제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재산상 피해를 인정하지 않았다. 현재 재판은 모두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법조계에서는 재산상의 손해를 인정한 독일 연방 대법원 판결이 국내 재판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독일 연방 대법원은 지난달 25일 폭스바겐 미니밴 소유주 헤르베르트 길베르트 씨에게 차량 구입 대금(3만1500유로)에서 감가상각분을 공제한 2만6000유로(약 3500만 원)를 배상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폭스바겐의 행동은 불법적이고 비윤리적이었으며, 배출가스 관련 리콜 조치만으로는 차량 소유주의 손해가 치유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독일도 하급심 법원에서는 재산상 손해에 대해 엇갈린 판결이 나왔는데 이번 대법원 판결로 교통정리가 된 셈이다. 한국에서 폭스바겐 소송에 참여했던 하종선 변호사는 “독일의 판례는 한국 법조계에서 연구논문이나 판결에 많이 인용된다”며 “한국은 환경부가 차량 인증 취소까지 했고, 대기환경보전법에는 인증 조작의 경우 자동차 환불을 해줘야 한다는 규정까지 있다”고 말했다. 폭스바겐은 독일 연방 대법원 판결로 인해 또 다른 6만 건의 개별 소송에서 패소가 예상되자 합의금을 제시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폭스바겐코리아 측은 “한국 정부와의 합의안에 따라 리콜 조치를 진행하고 있다. 추후 보상 등은 법원의 판결에 따를 것”이란 입장이다. 폭스바겐은 지금까지 미국과 유럽 등에서 40조 원 이상의 벌금과 소비자 보상금을 지급했다. 한국에서는 27만여 명의 소비자에게 100만 원씩의 정비쿠폰을 지급해 2700억 원을 보상한 바 있다. 현재 한국 법원에서 진행되는 폭스바겐 관련 소송에는 약 4000명이 참여하고 있다.변종국 기자 bjk@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창궐로 세계적인 수요 급감과 판매 부진에 허덕이는 우리 산업계가 300조 원대 투자 계획을 내놓으며 ‘코로나 이후의 재도약’ 의지를 다졌다. 하지만 이를 뒷받침하려면 정부와 정치권의 세제혜택, 유연한 노사관계 정립 등 법적,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29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자동차산업연합회 등 산업계 26개 단체가 ‘포스트-코로나19 글로벌경쟁산업 비전과 과제’를 주제로 공동 개최한 제3회 산업발전포럼에서는 국내 10개 주력 산업(기계 디스플레이 바이오 반도체 석유화학 섬유 자동차 전자통신 조선 철강)의 상황 진단과 코로나19 이후의 산업 주도권 확보 방안이 논의됐다. 정만기 자동차산업연합회장은 “코로나19로 인한 생산 차질로 중간재부터 최종 생산품까지 산업 업황이 대폭 악화했다”며 “하지만 코로나19 종식 후에는 업종별로 차별화된 수요 회복이 벌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산업계 관계자들의 단기 전망은 한결같이 불투명했다. 김종기 산업연구원 신산업실장은 “당초 올해는 4차 산업혁명 확산과 올림픽 등에 힘입어 세계 경기가 회복될 것으로 기대했으나 코로나19로 인한 이동 제한, 비대면 조치, 매장 폐쇄로 판매가 감소해 세계시장 규모가 지난해보다 4%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주홍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정책기획실장도 “4월 세계 자동차 판매가 1년 전보다 44.8% 줄었다”며 “2022년까지는 업계 부진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올해 3, 4월 수출 실적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적게는 8.6%(반도체)에서 많게는 48.1%(조선)까지 수출이 줄었다. 기계 석유화학 섬유 자동차 전자통신 분야에서만 105조3000억 원의 긴급 유동성이 필요하다는 조사결과도 나왔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발생할 산업구조 재편은 한국의 주력 산업이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기회라는 점도 강조됐다. 오기환 한국바이오협회 전무는 “코로나19 진단키트의 4월 수출이 한 달 전보다 8배나 증가하며 바이오 분야 수출의 증가세를 이끌고 있다”며 “세계적으로 상위 10개 기업이 세계시장의 절반(47%)을 차지하는 분야지만, 최근 한국 바이오의 가능성이 나타나고 있다”고 소개했다. 10대 산업 관계자들은 올해부터 2025년까지 설비 221조 원과 연구개발(R&D) 90조 원 등 모두 311조 원 투자계획도 내놓았다. 비대면 판촉의 확산, 급격한 수요 회복 등 코로나19 이후를 대비하기 위한 포석이다. 이를 통해 자동차산업은 2025년 생산 1000만 대와 생산량 순위 5위를, 디스플레이도 2025년까지 차세대 디스플레이 개발에 집중해 세계시장 점유율 70% 달성을 이룬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다만, 산업계는 “투자가 차질 없이 이뤄지려면 정부와 정치권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특히 R&D 효율화와 혁신 촉진을 위한 세제혜택 및 조세제도 재검토, 경직적인 노사관계 개선, 노동시간 규제의 유연화, 새 기술 도입을 위한 규제 혁파 등이 우선적으로 해결돼야 할 과제로 꼽혔다. 예컨대 원격의료가 전통산업과 신산업 간의 대표적인 갈등 사례로 지적되는데 정부와 정치권이 신속하게 이를 해소하면서 투자를 촉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이날 영상 축사에서 “코로나19로 비대면 활동이 새로운 일상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는 상황에서 세계적 수준의 정보기술(IT)을 보유하고 있는 우리는 디지털 전환을 선도해야 한다”며 “정부는 ‘한국판 디지털 뉴딜 사업’을 통해 기업들의 노력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화답했다.서형석 skytree08@donga.com·변종국 기자}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심각해지면 홍콩을 중계무역 기지로 활용하던 우리 수출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왔다. 29일 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에 따르면 홍콩은 우리 기업들이 중국으로 재수출을 하기 위해 이용하는 중계무역의 요충지다. 홍콩은 중국 본토로의 접근성이 좋고 부가가치세 환급, 낮은 법인세, 각종 비과세 등의 세제 혜택, 뛰어난 무역 인프라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한국→홍콩→중국으로의 물류 이동이 활발한 상태다. 지난해에만 한국에서 홍콩으로 간 수출의 90% 이상이 다시 중국으로 들어갔을 정도다. 특히 미국은 1992년부터 홍콩에 대해 비자 발급과 투자 유치, 법 집행 등에서 특별무역지위를 부여해 대우를 해왔다. 이는 홍콩이 아시아의 대표 금융 물류 요충지로 성장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러나 미국의 대(對)홍콩 제재가 강화되면 각종 혜택이 사라지는 것은 물론이고 외국계 자본의 대거 이탈도 예상된다. 금융과 물류 허브로서의 각종 이점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무역협회는 “이런 사태가 발생하면 중국으로 직접 수출을 할 수밖에 없어 각종 물류비가 증가하고 중국 직수출을 위한 항공편 확보 등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전망했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홍콩은 우리나라의 네 번째 수요 수출 국가로 중계무역 기지로서 가치가 높았는데 홍콩의 금융, 서비스, 물류 기능이 약화되면 수출에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15일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귀국한 A 씨(36). 30일 0시가 되면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자가 격리에서 해제된다. 2주에 걸친 자가 격리도 답답했지만 더 힘든 경험은 귀국 중 하늘에서 겪었다. 베이징발 비행기를 타고 한국 땅을 밟기까지 A 씨는 마치 공포영화 속 주인공처럼 긴장의 끈을 놓지 못했다.○ 기내 감염 공포… 물도 마시지 않았다 A 씨는 15일 베이징 서우두(首都) 공항에서 인천행 비행기를 탔다. 국내선 이용자로 북적이는 터미널을 보자 신경이 더욱 날카로워졌다. 출국검역은 생각보다 간단했다. 건물에 들어갈 때 열화상카메라 모니터링이 전부였다. 공항 직원이 입구에 서 있으라고 한 뒤 카메라를 비춰 체크하는 방식이다. 대기할 때나 비행기 탑승 때도 별도의 발열 체크는 없었다. A 씨는 편하다는 생각보다 허술한 검역 탓에 무증상 감염자가 옆자리에 앉을 수 있다는 걱정이 들었다. 베이징발 인천행 여객기는 하루 한 대. 이날 비행기는 거의 만석이었다. 예상대로 거리 두기는 불가능한 상황. 그 대신 승무원들은 전원 마스크와 일회용 장갑을 착용했다. 승객들도 모두 마스크를 끼고 있었다. 오전 8시 30분에 비행기가 이륙했다. 일찍 일어난 탓에 피곤했지만 A 씨는 팽팽한 긴장감 탓에 잠이 오지 않았다. 옆 좌석 중국인 탑승객이 질문할 때는 자신도 모르게 움찔했다. 평소에는 옆 사람에게 펜을 빌려 입국서류를 작성했지만 이날은 귀찮아도 가방에서 직접 펜을 꺼냈다. 2시간 동안 기내식은 없었다. 탑승 전 300mL 생수 1병만 제공됐다. 목이 탔지만 A 씨는 생수병 뚜껑을 열지도 않았다. “기내 감염이 우려돼 내부 좌석 모니터도 켜지 않았어요. 생수병은 건드리지도 않았고요. 화장실을 안 가려고….”○ 공기보다 접촉이 위험하다 29일 전 세계 코로나19 확진자는 약 590만 명. 그러나 현재까지 비행 중인 항공기 내에서 탑승객이나 승무원 사이에 코로나바이러스가 전파된 사례는 알려진 것이 없다. 코로나19 사태 초기 국내외에서 의심 사례가 있었으나 모두 비행 전 감염으로 결론 내려졌다. 올 3월 미국 로스앤젤레스를 다녀온 비행기 승무원이 국내에서 확진 판정을 받았지만 추가 감염은 나오지 않았다. 물론 각국의 봉쇄로 비행기 이동 수요가 줄어든 탓도 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비행기 구조의 영향이 크다. 비행기 내 공기 순환 장치가 비말(침방울) 확산에 따른 감염을 최소화하기 때문이다. 비행기는 운항 중 엔진을 통해 새로운 공기를 공급받는다. 영하 50도 안팎의 차가운 공기는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살균 처리된 뒤 적정 온도로 맞춰져 내부에 공급된다. 이렇게 공급된 공기 중 절반가량은 헤파필터(HEPA filter) 같은 여과장치를 거쳐 재공급된다. 헤파필터는 공기 중 바이러스를 100% 가까이 여과한다. 주로 공기청정기에 쓰이고 마스크 필터로도 사용된다. 기내에 있던 공기 중 나머지 절반은 외부로 배출된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서 거의 2, 3분 간격으로 빠르게 기내 환기가 이뤄진다. 방역당국이 시설 내 방역수칙 중 첫손가락에 꼽는 것이 바로 ‘환기’. 비행기는 이 수칙을 가장 충실히 지키는 밀폐 공간인 셈이다. 기내 송풍 방식도 감염을 막는 데 도움이 된다. 흔히 좌석 위 송풍구를 에어컨으로만 생각한다. 틀린 건 아니다. 하지만 깨끗한 공기를 내보내는 공조(공기 조절) 기능이 더 중요하다. 머리 위 송풍구에서 나온 바람이 아래로 향하는 구조다. 마치 바람이 앞뒤 좌석 사이에 보이지 않는 ‘에어커튼’을 만드는 형식이다. 적어도 바이러스 확산 측면에서 볼 때 기내 공기가 수평으로 흐르는 것보다 안전하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기내 좌석의 송풍구를 열어 놓으라고 권고한다. 질병관리본부는 “코로나19보다 전파력이 훨씬 강한 홍역이나 결핵도 기내에서는 전파가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고 설명하고 있다. 물론 공기 중 전파 가능성이 낮다고 기내에서 100% 안전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거리 두기가 불가능한 상황이기 때문에 마스크 없이 가까운 사람과의 대화 중 언제든지 감염될 수 있다. 마스크를 쓰고 대화를 자제해도 안심할 수 없다. 영화나 드라마를 보기 위해 손가락을 접촉하는 모니터를 비롯해 헤드폰과 팔걸이, 그리고 화장실 손잡이 등도 충분히 감염의 경로가 될 수 있다. 최근에는 항공사마다 접촉 감염 위험을 줄이기 위해 소독을 강화하고 있다. 기내식이나 잡지 제공을 중단한 곳도 있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는 “승객 사이의 접촉으로 감염될 가능성이 있다”며 “화장실을 같이 쓰고 좌석 손잡이를 잡는 과정에서 바이러스를 옮길 수 있다”고 말했다.○사스 때 기내 감염… 방심은 금물 드물지만 기내에서 호흡기 질환이 전파된 경우가 있다. 바로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유행 때다. 2003년 12월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슨(NEJM)지’에 실린 ‘사스의 기내 감염’ 논문에 따르면 그해 3월 15일 120명이 탑승한 홍콩발 베이징행 비행기에서 총 22명의 사스 감염자가 나왔다. 이들은 72세 남성으로부터 감염됐을 것으로 추정됐다. 이 남성은 베이징에 도착하자마자 입원한 뒤 비정형 폐렴 진단을 받고 3월 20일 사망했다. 당시 이 비행기는 3-3 배열로 좌석은 88%가 채워졌다. 감염 위험은 확진자와의 근접성과 연관이 있었다. 이 확진자와 같은 줄 혹은 앞줄 3열 이내 앉았던 승객 23명 중 8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승객들의 마스크 착용 여부는 조사되지 않았다. 이 논문은 “확진자와 같은 열이나 앞줄에 있는 사람들의 감염 위험이 확진자보다 뒤에 앉은 사람보다 크다”고 지적했다. 한국은 27일 0시부터 모든 국제·국내선 탑승객의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했다. 이미 일부 항공사는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자체 검역도 진행 중이다. 모든 노선의 탑승 게이트에선 37.5도 이상 고열이 나면 탑승이 거부된다. 기내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한국행 장거리 노선 승무원들은 필수적으로 방호복을 입도록 했다. 감염이 의심되는 승객은 마스크와 보호구를 쓰도록 하고 있다. 의심 증상자는 다른 승객들과 최대한 분리된 공간으로 옮기고 가급적 전용 화장실을 쓰도록 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최근 국내선을 중심으로 각국의 항공 수요가 조금씩 늘어나자 세계 양대 항공기 제조사인 보잉과 에어버스는 기내 감염 예방을 위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기내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한 공조 장치 개선, 화장실 등 공용 공간 내 비접촉 장치 확대 등을 위해서다.○인천공항에서도 확진자 ‘0’지금까지 인천국제공항 근무자 7만7000여 명 중 확진자가 한 명도 나오지 않은 것도 눈길을 끈다. 김상희 국립인천공항검역소장은 “매일 소독을 수시로 하면서 승객들을 유증상자와 무증상자로 분류해 동선이 섞이지 않도록 하고 있다”며 “유증상자를 만나는 검역관들은 마스크, 장갑, 가운을 반드시 착용하고 페이스실드까지 착용한다”고 말했다. 각국 정부는 인천공항의 방역 노하우를 알려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콜롬비아 정부는 인천공항에 자문을 요청했다. 국경 봉쇄로 사실상 운항이 중지된 콜롬비아 보고타의 엘도라도 국제공항을 재개하기 위해서다. 이 나라 대통령실 국가안보보좌관 등 정부 당국자 70여 명이 인천공항 관계자와 화상회의를 가졌다. 지난달 중순 영국 히스로 공항에서 국내로 입국한 B 씨(37·여)는 “히스로 공항 직원들은 아무도 마스크를 쓰고 있지 않았다. 발열 체크도 하지 않았고 손소독제도 없었다”며 “인천공항에선 직원들이 모두 마스크를 쓰고 승객들을 일일이 안내하는 모습이 낯설고 인상적이었다”고 했다.전주영 aimhigh@donga.com·이소정·변종국 기자}

홍콩보안법 제정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심각해지면 홍콩을 중계무역 기지로 활용하던 우리 수출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왔다. 29일 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에 따르면 홍콩은 우리 기업들이 중국으로 재수출을 하기 위해 이용하는 중계무역의 요충지다. 홍콩은 중국 본토로의 접근성이 좋고 부가가치세 환급, 낮은 법인세, 각종 비과세 등의 세제 혜택, 뛰어난 무역 인프라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한국→홍콩→중국으로의 물류 이동이 활발한 상태다. 지난해에만 한국에서 홍콩으로 간 수출의 90% 이상이 다시 중국으로 들어갔을 정도다. 특히 미국은 1992년부터 홍콩에 대해 비자 발급과 투자유치, 법 집행 등에서 특별무역지위를 부여해 대우를 해왔다. 이는 홍콩이 아시아의 대표 금융 물류 요충지로 성장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러나 미국의 대 홍콩 제재가 강화되면 각종 혜택이 사라지는 것은 물론 외국계 자본의 대거 이탈도 예상 된다. 금융과 물류 허브로서의 각종 이점이 사려지기 때문이다. 무역협회는 “이런 사태가 발생하면 중국으로 직접 수출을 할 수 밖에 없어 각종 물류비가 증가하게 되고, 중국 직수출을 위한 항공편 확보 등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미국의 대 홍콩 특별무역지위 철회시 미국이 중국에 적용 중인 보복관세가 홍콩에도 적용된다. 1.6%의 관세가 최대 25%까지 늘어날 수 있어 홍콩을 거치는 대미수출에도 문제가 생긴다. 다만 중국→홍콩→미국으로 가는 수출길도 문제가 생기는 셈이어서, 우리기업의 대미 직접 수출이 반사이익을 볼 가능성도 있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홍콩은 우리나라의 4번째 수요 수출 국가로 중계무역 기지로 가치가 높았는데, 홍콩의 금융, 서비스, 물류 기능이 약화되면 수출에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변종국기자 bjk@donga.com}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경영권 분쟁 중인 사모펀드 KCGI,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반도건설 등 ‘3자 연합’이 3월에 열린 한진칼의 정기 주주총회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주총을 앞둔 시점에 의결권 인정 논란이 있었던 각종 지분에 대해 제대로 따져보겠다는 것으로 사실상 경영권 분쟁 2라운드에 돌입한 것이다. 28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3자 연합은 3월 27일 열린 한진칼 정기 주주총회 결의를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26일 제기했다. 이는 3월 24일 3자 연합이 주총 의결권 행사와 관련해 낸 가처분 신청이 모두 기각된 데 따른 본안 소송이다. 당시 법원은 대한항공 자가보험 및 대한항공사우회가 보유한 3.7% 지분의 의결권은 인정하고 반도건설이 보유한 지분 3.2%의 의결권은 제한하는 내용의 가처분 결정을 내린 바 있다.김도형 dodo@donga.com·변종국 기자}
서울시가 종로구 송현동 옛 주한 미국대사관 직원 숙소 터를 ‘문화공원’으로 만드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28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전날 도시·건축공동위원회를 열고 ‘송현동 대한항공 부지 공원 결정안’ 자문을 상정한 결과 공원 조성 찬성 입장을 받았다. 결정안에는 현재 북촌 지구단위계획 내 특별계획구역으로 지정된 해당 부지를 문화공원으로 바꾸는 내용이 담겼다. 서울시는 대한항공 소유인 이 부지를 매입해 문화공원으로 만들 계획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위원회가 부지의 공적 활용을 위해 빠른 시일 안에 공원 결정 및 매입을 적극 찬성한다는 입장이었다”며 “다만 많은 시민들과 함께 충분히 논의해 결정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른바 ‘송현동 부지’로 불리는 경복궁 옆 옛 주한 미국대사관 숙소 터는 면적 약 3만7000m²로 18년째 공터로 방치돼 있다. 대한항공이 2008년 삼성생명으로부터 2900억 원에 사들인 뒤 한옥호텔 등을 조성할 계획을 세웠으나 학교가 인접해 있는 등 호텔 신축이 어려워 계획이 무산됐다. 서울시는 자문 의견을 반영해 다음 달 열람공고 등 관련 절차를 추진해 올해 안에 부지를 문화공원으로 지정할 계획이다. 송현동 부지 매각을 추진 중인 대한항공은 저가 매각, 대금 납부 지연 등을 우려하고 있다. 서울시가 부지를 매입하면 대금 납부 기한이 최소 2년가량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기자들에게 “(제값에 팔지 못하면) 가지고 있어야죠”라고 말했다.홍석호 will@donga.com·변종국 기자}

올해로 창립 66주년을 맞은 동국제강은 노사 화합과 상생의 문화를 바탕으로 위기 극복의 바람직한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1994년 산업계 최초 ‘항구적 무파업 선언’으로 노사 화합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운 동국제강은 무교섭 임금협상 및 무분규 노사 관계를 26년째 유지하고 있다. 노조는 무파업 선언으로 회사에 힘을 보태주고, 동국제강은 노조원들에게 사원 아파트를 건립해주면서 복지 향상으로 보답하기도 했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노조가 자발적 임금 동결을 선언하기도 했다. 또한 글로벌 경기 침체로 산업계 전반에 걸친 불황을 겪었던 2013년 동국제강 노조는 그해 철강업계 최초로 임금협상을 회사에 위임했다. 특히 2014년에는 철강업계 최초 통상임금 관련 임금체계 개편에 합의했고, 동국제강이 유니온스틸을 흡수합병하며 노조 통합이 이뤄진 2015년엔 위기 극복과 재도약을 위해 임금 및 특별 단체협약을 회사에 위임했다 . 동국제강은 협력사와의 상생에도 노력하고 있다. 동국제강은 4월 총 28개 협력사와 2020년도 공정거래협약을 체결했다. 협력사의 경영활동 지원을 위해 현금 결제 비율을 확대하고 대금 지급 일수를 개선하는 등 결제 조건을 개선하기로 했다. 또한 협력사 분쟁 조정 절차를 마련해 상호 소통을 강화하고, 하도급 계약 표준계약서 확대 적용 및 주기적인 하도급 계약 모니터링을 수행하기로 했다. 아울러 협력사 임직원을 대상으로 경영 및 기술교육을 진행하여 협력사의 역량 강화를 지속적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이런 노력을 인정받아 동국제강은 2018년 공정거래위원회 주관 ‘2018년 공정거래협약 이행 평가’에서 ‘최우수’ 등급을 받았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현대모비스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부품 대리점을 위해 긴급 경영 지원 방안을 내놓고, 임직원들이 아이디어를 내 성금을 모아 기부하는 등 상생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4월 한 달간 전국의 1134개 대리점을 대상으로 부품 공급가격을 할인해서 제공했고, 각 대리점별로 필요 기간을 신청 받아 어음 만기를 최대 3개월까지 연장했다. 실질적으로 필요한 유동성을 지원한 것이다. 이와 함께 현대모비스는 임직원들의 자발적인 기부로 성금을 모아 코로나19 의료진을 지원했다. 성금 모금은 임직원들의 자발적 기부 금액만큼 회사도 1:1로 동참하는 방식이다. 3월에 2주 동안 진행된 모금에서 임직원들은 약 7500만 원을 모았고, 회사도 동일한 금액을 적립해 총 1억5000만 원의 기부금을 조성했다. 여기에 현대모비스는 ‘안전하고 건강한 일터’ 구현이라는 안전경영 비전 아래 국내외 사업장과 임직원들의 안전한 근무 환경을 최우선으로 고려하고 있다. 최근에는 코로나19 예방 차원에서 집단근무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예방하고자 본사와 연구소를 대상으로 업무 성격을 고려해 격일제 재택근무를 시행하고 있다. 임산부 직원들은 그 이전부터 재택근무를 시행하고 있었고, 초등학생 이하 자녀를 둔 학부모 직원들에겐 가족돌봄휴가 사용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코로나19로 인한 협력사들의 대내외 경영환경 악화에 대비하고자 안전환경을 비롯해 통상환경, 신흥국 잠재요소, 기준금리 변동 등 대내외 경제 환경 리스크를 관리하고 있다. 또한 원자재를 비롯한 자동차 부품생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와 컴플라이언스 리스크 등도 전사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코오롱그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어려움을 겪는 어린이들 지원에 나섰다. 코오롱사회봉사단은 최근 취약계층 아동을 위한 위생용품과 심리지원 물품이 담긴 ‘마음 드림팩’을 제작해 40개 지역아동센터에 전달했다. 이 팩은 지역아동센터 운영 중단으로 돌봄사각지대에 놓인 전국 초등학생 700명에게 전해지게 된다. 마음 드림팩에는 마스크와 휴대용 손세정제 등 위생용품과 간식, 놀이용품 등 10가지 물품을 담았다. 특히 코오롱그룹이 운영하는 친환경 에너지 학교 ‘에코 롱롱’이 한국과학창의재단의 지원을 받아 제작한 과학키트도 들어있다. 온라인 콘텐츠와 함께 제공돼 가정에서도 학습이 가능하도록 했다. 이번 행사는 특히 코오롱그룹이 코로나19 피해 이웃을 돕고자 지난달부터 전사적으로 진행 중인 ‘더하고 곱하고 나누기’ 캠페인의 하나다. 코오롱 임직원들은 ‘마음 더하기’ 성금으로 이번 물품마련 재원을 보탰으며, ‘1만2438개 손길 곱하기’ 소상공인 홍보, ‘체온 나누기’ 헌혈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왔다. 코오롱사회봉사단은 소외 청소년들의 꿈을 찾고 키워주는 사회공헌 캠페인 ‘헬로 드림(Hello Dream)’ 프로그램도 2012년부터 꾸준히 진행해왔다. 매년 모든 신입사원이 신학기 용품으로 드림팩을 제작해 소외 아동들에 전달하는 것이다. 코오롱그룹은 코로나19 극복을 지원하기 위한 대외 기부활동도 펼치고 있다. 경북 문경에 있는 서울대병원 인재원에 24병상 규모 모듈형 음압병실 건립을 무상 지원한 것을 비롯해 마스크용 핵심 부자재인 MB(Melt Blown)필터 무상 제공, 지역 소상공인 지원을 위한 온누리상품권 기부, 의료진을 위한 의류와 건강보조식품 제공, 안병덕 부회장의 화훼농가 돕기 릴레이 동참 등 지원활동을 했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효성은 협력업체의 경쟁력을 키워야 효성 자체도 성장한다고 믿고 있다. 이에 협력사 기술개발 지원 등을 통해 안정적인 제품 공급이 이뤄질 수 있도록 기술력 제고에 힘쓰고 있다. 구체적으로 효성은 △기술 컨설팅과 설비개선 지원 △상호 협력적인 제품개발 △전시회 동반 참가를 통한 글로벌 판로 개척 프로그램 등을 실시하고 있다. 효성은 협력사의 핵심 경쟁력을 육성할 수 있도록 기술 개발 컨설팅 및 설비 개선을 지원해 왔다. 효성중공업은 초고압 전력기기 부문의 글로벌 시장 개척을 위해 협력사에 조작기 등 핵심부품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협력사가 안정적인 공급 기술력과 시스템을 갖춰, 원가절감과 매출확대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한 것이다. 품질 개선을 위한 생산 관리 시스템과 검수 시스템 등의 설비도 지원한다. 또한 매년 우수협력업체를 선정해 해외 연수도 실시하고 있다. 효성중공업은 2018년 협력업체 15곳을 선정해 일본 기업 연수를 지원했다. 효성중공업은 매년 두 차례 상생 간담회를 통해 협력업체와의 소통을 강화해 왔다. 지난해 5월에는 초고압 변압기, 차단기 등에 부품 및 원자재를 공급하는 19개 협력사를 초청해 상생 간담회를 열었다. 특히 효성은 협력사들의 글로벌 판로 개척 지원에도 적극적이다. 효성티앤씨는 원단 생산 협력업체들과 함께 대구 국제섬유박람회, 상하이 인터텍스타일, 프랑스 파리 모드 시티를 비롯한 글로벌 섬유전시회에 동반참가하고 있다. 부스공간을 공동으로 운영하면서 해외 바이어와의 접촉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 3년간 21개 해외 전시회에 198개 업체가 전시회에 동반 참가했다. 상하이에서 열린 인터텍스타일 2018 전시회에는 조현준 회장이 직접 참석해 협력업체의 애로사항을 듣고 마케팅을 지원하기도 했다.변종국 기자 bjk@donga.com}

포스코는 1990년대 후반부터 동반성장활동을 시작한 기업이다. 2005년부터 동반성장 전담 조직까지 만들어 현재 총 33개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포스코의 동반성장 프로그램 가운데 가장 돋보이는 건 대·중소기업 간 양극화를 줄이기 위한 ‘포스코형 생산성 혁신’ 프로그램이다. 중소기업에 포스코 고유의 제조혁신기법인 QSS(Quick Six Sigma)와 포스코가 성공적으로 구축한 스마트 공장 기술을 전수하는 활동이다. 포스코가 5년간 200억 원을 출연하고, 정부가 100억 원을 보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포스코는 ‘고기를 잡아주기보다는 잡는 법을 함께 고민하자’는 철학으로 중소기업에 스마트화를 위한 역량 강화 컨설팅부터 해준다. 단순히 돈과 기술만 전달해 주는 것이 아니다. 이후 포스코는 스마트 공장을 구축해 시너지를 낼 만큼 회사 문화가 혁신됐다고 판단된 기업에 한해 스마트 공장 구축을 지원한다. 포스코는 지난해 108개 중소기업에 역량 강화 컨설팅을 실시했고, 올해는 110개 회사에 컨설팅을 지원할 예정이다. 2013년부터 현재까지 약 780개 기업이 컨설팅을 받았다. 포스코는 스마트 공장 구축을 지원하면서도 단순히 시스템 설치만 해주고 끝내지 않는다. 스마트 공장은 사람과 설비가 함께 융합돼야 하기에 스마트 공장을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리까지 제공한다. 포스코는 지난해 110개 기업에 스마트 공장을 지원했다. 올해는 120개 기업을 지원할 예정이다. 포스코와 거래가 없는 회사도 포함된다. 포스코 관계자는 “중소기업과 현장에서 노하우를 나누다 보면 포스코도 배우는 것이 많다. 경쟁력도 나눌수록 커진다는 것이 우리의 철학”이라고 말했다.변종국 기자 bjk@donga.com}

서울시가 종로구 송현동 옛 주한 미국대사관 직원숙소 터를 ‘문화공원’으로 만드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28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전날 도시·건축공동위원회를 열고 ‘송현동 대한항공 부지 공원 결정안’ 자문을 상정한 결과 공원 조성 찬성 입장을 받았다. 결정안에는 현재 북촌 지구단위계획 내 특별계획구역으로 지정된 해당 부지를 문화공원으로 바꾸는 내용이 담겼다. 서울시는 대한항공 소유인 이 부지를 매입해 문화공원으로 만들 계획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위원회가 부지의 공적 활용을 위해 빠른 시일에 공원 결정 및 매입을 적극 찬성한다는 입장이었다”며 “다만 많은 시민들과 함께 충분히 논의해 결정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른바 ‘송현동 부지’로 불리는 경복궁 옆 옛 주한 미국대사관 숙소 터는 면적 약 3만7000㎡로 18년째 공터로 방치돼 있다. 대한항공이 2008년 삼성생명으로부터 2900억 원에 사들인 뒤 한옥호텔 등을 조성할 계획을 세웠으나 학교가 인접해 있는 등 호텔 신축이 어려워 계획이 무산됐다. 서울시는 자문 의견을 반영해 다음 달 열람공고 등 관련 절차를 추진해 올해 안에 부지를 문화공원으로 지정할 계획이다. 송현동 부지 매각을 추진 중인 대한항공은 저가 매각, 대금 납부 지연 등 우려하고 있다. 서울시가 부지를 매입하면 대금 납부 기한이 최소 2년가량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기자들에게 “(제 값에 팔지 못하면) 가지고 있어야죠”라고 말했다.홍석호기자 will@donga.com변종국기자 bjk@donga.com}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경영권 분쟁 중인 KCGI,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반도건설의 ‘3자 연합’이 지난 3월에 열린 한진칼의 정기 주주총회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주총을 앞둔 시점에 의결권 인정 논란이 있었던 각종 지분에 대해 제대로 따져보겠다는 것으로 사실상의 경영권 분쟁 2라운드에 돌입한 것이다. 28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3자 연합은 3월 27일에 열렸던 한진칼 정기 주주총회 결의 취소를 내용으로 하는 본안소송을 26일 제기했다. 대한항공 자가보험 및 대한항공사우회가 보유한 3.7% 지분은 의결권이 제한돼야 하고 반도건설이 보유한 지분 3.2%의 의결권이 주총에서 인정받지 못했던 것이 잘못됐다는 것이 3자 연합 측의 주장이다. 앞서 조 회장 측과 3자 연합 측은 주총을 약 2주 앞둔 시점부터 상대방의 일부 지분에 문제가 있다며 의결권 제한 소송전을 벌였다. 3자연합은 대한항공의 자가보험 및 사우회가 보유한 지분 3.7%가 조 회장과 특수관계에 있는 지분이지만 조회장은 이를 공시하지 않았다며 위법성을 문제 삼았다. 반면, 조 회장 측은 반도건설이 경영 참여 목적의 지분 보유임에도 불구하고 단순 투자로 공시한 것은 문제라고 주장했다. 결국 법원은 반도건설 지분 3.2%는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으며 대한항공 자가보험 등의 지분 3.7%는 의결권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법원의 이 2가지 가처분 결정으로 치열했던 양측의 지분 싸움은 조 회장의 승리로 끝났다. 3자 연합이 소송을 제기한 건 주총을 약 2주 앞두고 긴박하게 가처분 소송을 준비하면서 제대로 된 입증과 심리를 하지 못했기 때문에 본안 소송에서 의결권 인정 여부 등에 대해 제대로 따져보겠다는 것이다. 3자 연합 측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대한항공의 경영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소를 제기해야 하는지 많은 고민을 했다”면서도 “경영권만 방어할 목적이었던 주총이 문제가 있고 주총 2개월 안에 소를 제기해야 하기에 기한 만료를 앞두고 소송을 제기했다”고 말했다. 이어 “본안 소송을 제기했지만 대한항공 위기 극복을 위한 한진그룹의 제안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협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3자 연합 측은 한진칼이 대한항공의 유상증자에 참여하면서 기존의 경영권 분쟁에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상증자에 참여하면서 필요한 3000억 원의 자금을 마련하면서 자산매각 등이 여의치 않다는 이유로 3자 배정 유상증자를 시도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금융투자(IB) 업계 등에 따르면 조원태 회장 측은 최근 백기사 역할을 할 수 있는 투자자를 물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번 소송은 3자 연합 전체의 한진칼 주식 의결권을 보유한 그레이스홀딩스의 김남규 대표가 법무법인 대륙아주와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일절 외부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김 대표는 사법시험 44회 출신으로 삼성전자 법무실 등에서 일했던 경력이 있으며 3자연합의 전략을 총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KCGI 소속의 유한회사인 그레이스홀딩스는 공동보유 약정을 통해 조현아 전 부사장과 반도건설의 주식에 대한 의결권을 함께 행사할 권리를 갖고 있다. 이에 따라 3자 연합은 지난 1월 말부터 주식대량보유상황보고서를 통해 30%대의 주식 보유를 신고하기 시작해 42.74% 공시 후 현재까지 45% 가까운 지분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변종국 기자 bjk@donga.com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자동차의 ‘소리’는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 작은 엔진음을 원하는 고객이 있는가 하면, 빵빵한 배기음을 추구하는 운전자들도 있다. 하지만 모터로 달려 엔진 소음이 없는 전기자동차는 보행자 안전에 위협적일 수 있다. 차량을 인지하지 못해 사고가 나는 일도 최근 늘고 있다. 이에 자동차 업체들은 운전의 ‘재미’와 ‘안전’을 잡기 위한 가상의 배기음 만들기에 주력하고 있다. 가상의 엔진·배기음은 크게 두 종류로 나뉜다. 전기차의 접근을 보행자가 파악할 수 있도록 차량 외부로 소리를 내는 장치인 AVAS(Acoustic Vehicle Alert Sound)와 운전의 재미를 위해 차량 내부에서 가상의 배기음을 내도록 하는 시스템인 ASD(Active Sound Design)가 있다. 현대모비스는 6일 AVAS인 ‘친환경차 가상엔진 사운드’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밝혔다. 보통의 가상 배기음이 스피커 형태로 차량 내부에 장착된 것과는 달리, 현대모비스는 전기차의 전면부 디자인(그릴)을 스피커로 활용했다. 전기차의 그릴이 완전히 막힌 형태라는 점에 착안해 소리를 발생시키는 장치(액추에이터)를 그릴 커버에 붙이고, 그릴 커버를 음향 진동판으로 활용했다. 그릴에서 소리가 나는 셈이다. 차량 앞부분에 스피커가 달려 있는 셈이어서 캠핑을 할 때 음악을 재생하는 용도로 쓸 수 있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차량의 진행 방향이나 운행 여부 등을 보행자들에게 전달할 수 있고, 차량 안팎에서 다양한 소리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과 유럽은 지난해 9월부터 생산하는 모든 친환경 차량에 일정 속도마다 일정 수준의 배기음을 내야 한다는 규정을 발표했다. 한국도 7월부터는 저소음 자동차의 경고음 발생 장치 장착을 의무화해야 한다. 보행자들의 안전을 위해서다. 프랑스 르노와 일본 닛산, 아우디, 푸조·시트로엥 등 주요 완성차 업체들도 보행자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음향 시스템을 강화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도 국산 최초의 가솔린 하이브리드 모델인 6세대 쏘나타(YF)를 시작으로 쏘울 EV 등 전기차와 수소차 넥쏘에도 가상 배기음 시스템을 장착했다. 운전의 재미를 더하는 가상 배기음(ASD)을 강화하는 곳도 있다. BMW코리아는 25일 가상 엔진음인 ‘BMW 아이코닉 사운드 스포츠’를 출시했다. 운전자에게 가상 엔진음을 전달하는 소프트웨어다. 운전자가 주행 모드를 ‘스포츠’ ‘컴포트’ ‘에코 프로’ 등으로 선택하면 각 모드에 맞는 엔진음을 선사한다. 현재는 BMW 뉴 X5, 뉴 X6, 뉴 X7 xDrive40i 모델에만 적용되지만 적용 차종을 계속 확대할 예정이다. ASD 기술이 적용된 국내 대표 차량은 현대차 벨로스터 N이다. 엔진음을 조용한 소리부터 고성능 경주차 소리까지 3가지 종류로 구현할 수 있다. 기아차 스팅어, 제네시스 G70, G80, GV80, G90 등에도 ASD가 들어 있다. 완성차 업체 관계자는 “전 세계 가상 배기음 시장은 2016년 31조 원 규모에서 매년 10%씩 증가하고 있다”며 “소비자의 선호에 맞는 사운드를 만들어내는 것이 업체들의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변종국 기자 bjk@donga.com}

자동차의 ‘소리’는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 작은 엔진음을 원하는 고객이 있는가 하면, 빵빵한 배기음을 추구하는 운전자들도 있다. 하지만 모터로 달려 엔진 소음이 없는 전기차는 보행자 안전에 위협적일 수 있다. 차량을 인지하지 못해 사고가 나는 일도 최근 늘고 있다. 이에 자동차 업체들은 운전의 ‘재미’와 ‘안전’을 잡기 위한 가상의 배기음 만들기에 주력하고 있다. 가상의 엔진·배기음은 크게 두 종류로 나뉜다. 전기차의 접근을 보행자가 파악할 수 있도록 차량 외부로 소리를 내는 장치인 AVAS(Acoustic Vehicle Alert Sound)와 운전의 재미를 위해 차량 내부에서 가상의 배기음을 내도록 하는 시스템인 ASD(Active Sound Design)가 있다. 현대모비스는 6일 AVAS인 ‘친환경차 가상엔진 사운드’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밝혔다. 보통의 가상 배기음이 스피커 형태로 차량 내부에 장착된 것과는 달리, 현대모비스는 전기차의 전면부 디자인(그릴)을 스피커로 활용했다. 전기차의 그릴이 완전히 막힌 형태라는 점에 착안해 소리를 발생시키는 장치(엑츄에이터)를 크릴 커버에 붙이고, 그릴 커버를 음향 진동판으로 활용했다. 그릴에서 소리가 나는 셈이다. 차량 앞부분에 스피커가 달려 있는 셈이어서 캠핑을 할 때 사운드를 즐길 수도 있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차량의 진행 방향이나 운행 여부 등을 보행자들에게 전달 할 수 있고, 차량 안팎에서 다양한 소리 컨텐츠를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과 유럽은 지난해 9월부터 생산하는 모든 친환경 차량에 일정 속도 마다 일정 수준의 배기음을 내야 한다는 규정을 발표했다. 한국도 7월부터는 저소음자동차의 경고음 발생 장치 장착을 의무화해야 한다. 보행자들의 안전을 위해서다. 프랑스 르노와 일본 닛산, 아우디, 푸조·시트로엥 등 주요 완성차 업체들도 보행자 사고 예방을 위한 음향 시스템을 강화하고 있다. 현대 기아차도 국산 최초의 가솔린 하이브리드 모델인 6세대 쏘나타(YF)를 시작으로 쏘울 EV 등 전기차와 수소차 넥쏘에도 가상 배기음 시스템을 장착했다. 운전의 재미를 더하는 가상 배기음(ASD)을 강화하는 곳도 있다. BMW 코리아는 25일 가상 엔진음인 ‘BMW 아이코닉 사운드 스포츠’ 출시했다. 운전자에게 가상 엔진음을 전달하는 소프트웨어다. 운전자가 주행 모드를 ‘스포츠’ ‘컴포트’ ‘에코 프로’ 등으로 선택하면 각 모드에 맞는 엔진음을 선사한다. 현재는 BMW 뉴 X5, 뉴 X6, 뉴X7 xDrive40i 모델에만 적용 되지만 적용 차종을 계속 확대할 예정이다. ASD 기술이 적용된 국내 대표 차량은 현대차 벨로스터 N 이다. 엔진음을 조용한 소리부터 고성능 경주차 소리 까지 3가지 종류로 구현할 수 있다. 기아차 스팅어, 제네시스 G70, G80, GV80, G90 등에도 ASD 가 들어있다. 완성차 업체 관계자는 “전 세계 가상 배기음 시장은 2016년 31조 원 규모에서 매년 10% 씩 증가하고 있다”며 “소비자의 선호에 맞는 사운드를 만들어내는 것이 업체들의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변종국 기자 bjk@donga.com}

“비행기에 새가 둥지를 틀었다?”거짓말 같은 일이 실제로 벌어졌습니다. 말레이시아 항공사인 에어아시아 소속 정비사들은 주기(주차)돼 있는 A330 항공기를 정비하다 깜짝 놀랐습니다. 새들이 항공기의 날개 아래쪽에 둥지를 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국경이 막히고 여행수요가 급감하자 항공사들은 보유 중인 항공기 대부분을 주기장(주차장)에 보관해 놓고 있습니다. 오랜 기간 비행하지 못하고 있다보니 새들이 둥지를 트는 일까지 벌어진 겁니다. 그렇다면 주기된 항공기는 그냥 그대로 세워두기만 하면 되는 것일까요? 아닙니다. 항공기 제작사들이 제공하는 매뉴얼에는 주차 기간에 따라 정기 점검을 반드시 하게 하도록 돼있습니다. 곧 바로 이륙을 해도 좋을 만큼 최상의 상태로 유지 관리를 할 것을 요구하고 있죠. 반야트 한사쿨 에어아시아 엔지니어팀 최고 책임자는 “운휴 중이더라도 최첨단 기술이 집약된 항공기를 유지하기 데는 많은 손길이 필요하다”고 말한바 있습니다. 항공사들이 운휴 결정을 하면서 가장 고민을 하는 것은 수 십~수백 대에 이르는 항공기를 어디에 보관할 것이냐 하는 문제입니다. 국내 항공사들은 김포나 인천공항에 주기를 하고 있습니다. 항공기는 일단 습한 곳보다는 건조한 곳에 주기하는 것이 좋습니다. 항공기의 각종 장비와 부품, 동체 등이 부식이나 습기 등에 민감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는 너무 습한 날씨는 아니어서 김포 또는 인천공항에 주기를 해도 큰 문제가 없다고 합니다. 그러나 기후가 습한 나라들의 경우엔 항공기를 국외로 옮기는 경우도 있습니다. 한 예로 싱가포르 항공은 A380 항공기 일부를 호주 사막지대인 앨리스 스프링스에 보관하고 있습니다. 싱가포르 항공은 약 200여 대의 항공기를 보유 중인데, 이 중 여객기와 화물기 약 20대 정도를 제외하고는 나머지 항공기를 운항하지 않고 있습니다. 비운항 항공기 대다수는 싱가포르 창이공항에 멈춰 있지만, 일부 항공기는 호주 등 해외에서 보관 중입니다. 호주 사막지대에 보관하는 건 건조한 기후 때문입니다. 고온다습한 싱가포르에서 항공기를 장기간 보관하면 동체 부식 및 첨단 장비의 고장 위험이 높아진다고 합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항공기가 보관돼있는 곳은 미국 뉴멕시코의 ‘로즈웰 국제항공센터’라고 합니다. 약 350여대가 보관돼 있는데요. 이 곳은 은퇴한 항공기들이 새 주인을 맞이하기 전에 보관되는 곳으로도 유명합니다. 그만큼 항공기를 주기해 놓는데 최적의 곳이라는 의미일 겁니다. 주기된 항공기의 정비는 주기 기간이 얼마나 되느냐에 따라 조금씩 다릅니다. 그러나 기간에 관계없이 공통적으로 멈춰있는 항공기의 구멍이란 구멍은 다 막아 놔야 합니다. 예를 들어 거대한 엔진은 천으로 막아두고 있습니다. 먼지나 모래 등이 쌓이는 것을 막아야 하고, 가끔 새들이나 벌레들이 들어와 둥지를 틀고 알을 까는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보조 동력장치의 입구 및 출구는 물론이고, 각종 비행 데이터 수집하는 기능을 하는 장비 등도 덮개를 씌워서 보호해야 합니다. 동체 내 외관에 불필요한 잔여물이 쌓이지 않도록 주기적인 청소도 해야 합니다항공기 엔진 오일도 주기적으로 관리를 해야 합니다. 엔진 오일이 누출 되지 않았는지를 우선 점검해야 합니다. 항공기 기종 마다 다르긴 하지만, 항공기 운용 시간에 따라 오일을 얼마나 교환을 해야 하는지 매뉴얼로 정해져 있습니다. 오일에 함유된 각종 금속량을 측정해서 수치가 정상 범위를 벗어나면 오일을 교환해야 한다고 합니다. 항공기 타이어도 마찬가지입니다. 항공기 타이어는 위치를 주기적으로 바꿔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항공기 바퀴가 한 상태로 오랫동안 있으면 타이어에 변형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항공기 타이어가 평평해지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견인기기를 이용해 임의로 항공기를 앞뒤로 움직이거나, 항공기 타이어에 가해지는 압력을 해제하는 작업 등을 합니다. 기계는 계속 돌려야 한다는 말이 있지요. 항공기도 마찬가지입니다. 항공기 엔진과 보조 동력장치에 전원을 공급하고, 장기 주차에 대비해 항공기 설정을 바꾸는 작업도 필요합니다. 공기 밸브를 비롯해서 동체 곳곳에 있는 공기 유입구를 닫아서 기내로 공기가 유입되지 않도록 해주는 것도 중요합니다. 기내 습기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물먹는 ○○’ 등 제습제를 다량으로 가져다 놓는 경우도 있습니다. 기내 청소와 카펫과 커튼 세탁, 내부 소독 작업도 기본적으로 진행해야 하는 관리 사항입니다. 항공기를 주기해 놔도 관리 유지비는 계속 들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항공기가 날지 못하는 중에도 많은 비용을 바닥에 뿌리고 있는 셈입니다. 주기료도 내야 하는데요. 한달에 수천~수억 원의 주기료가 발생합니다. 이에 정부는 코로나19 사태로 주기 기간이 길어지자 일시적으로 주기료를 면제 또는 유예해 주기로 했습니다. 항공기는 쉬고 있지만, 정비사들은 항공기를 최상의 상태로 관리하고 있습니다. 하루 빨리 하늘길이 항공기들로 북적였으면 좋겠습니다.변종국기자 bjk@donga.com}

항공업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초토화된 가운데 항공업계 근로자들은 고용 불안을 많이 토로하고 있습니다. 국내 모든 항공사들이 유급 또는 무급 형태의 휴직을 실시하고 있고, 급여 반납과 희망퇴직, 정리해고 등의 조치를 취하는 곳도 있기 때문입니다. 코로나19가 장기화 될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코로나19가 끝나도 여행 및 항공 수요가 예전 수준을 회복하기 힘들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면서 고용 불안은 더 커져만 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동료들의 고용 유지를 위한 직원들의 ‘희생’과 ‘배려’가 빛나는 곳이 있습니다. 저비용항공사(LCC) 이스타항공은 강력한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습니다. 이스타항공은 3월까지만 해도 직원 1600명 중에서 약 700명 정도를 줄이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이는 너무나도 큰 조정이어서, 직원들은 인력 조정 규모를 줄이는 대신 급여 일부를 반납해 고통을 분담하기로 했습니다. 이에 따라 인력 감축 규모는 당초 700명 정도에서 350명 수준으로 줄었습니다. 이스타항공은 보유하고 있는 B737-800 리스 항공기 10대를 조기 반납까지 하기로 했습니다. 자동차 회사로 치면 구조조정을 위해 공장 라인 몇 개를 사실상 없애는 것입니다. 항공업계에서는 항공기 1대당 80~100명 정도 고용이 창출되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10대를 줄인다는 건 사실상 수백 명의 인력을 줄여야 한다는 의미일 수도 있습니다. 이스타항공 직원들은 2월엔 임금의 약 40%만 받았습니다. 3월부터는 아예 입금을 못 받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직원들은 최근 한 번 더 출혈을 감내하기로 했습니다. 기존 임금 반납 비율을 더 높이는 대신 구조조정 인력을 더 줄이려고 한 것입니다. 당초 10~20% 수준이었던 임금 반납 비율을 일반직은 약 25%로, 조종사들은 약 36%로 조정하기로 했습니다. 이에 350명 정도를 줄이기로 한 당초 계획에서 200명 초반 정도로 조정 인력을 줄일 수 있게 됐습니다. 이스타항공의 한 직원은 “나도 지금 월급이 안 들어오고 또 줄어들어서 힘들다. 그런데 내가 좀 희생해서 같이 동고동락한 동료들이 한 명이라도 더 다닐 수 있으면 마음은 편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이스타항공의 또 다른 직원도 “은퇴를 앞둔 한 선배가 ‘지금은 힘들지만 서로 조금씩 양보하고 버티면서 오래 회사를 다녔으면 좋겠다. 나는 이제 집에 가려고. 그래야 후배들 앞길이 열리지’라며 희망퇴직을 한다고 했을 때 가슴이 먹먹했다”고 말했습니다. 티웨이항공은 코로나19 속에서도 지난해 입사한 인턴승무원 51명 전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로 했습니다. 국내외 많은 항공사들이 인턴 승무원들의 정규직 전환이나 신입 직원의 입사를 미루거나 또는 계약 해지를 하는 것에 비춰보면 이례적인 결정입니다. 티웨이항공도 많이 어렵습니다. 유동성 위기로 유상증자까지도 고민을 하고 있을 정도입니다. 티웨이항공의 이런 결정 뒤에는 직원들의 묵묵한 자기희생이 있었습니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티웨이항공 직원들은 일정 기간 휴직과 단축 근무를 포함해 기본급의 70% 정도만 받는 비상 경영에도 큰 이견 없이 동참을 했습니다. 모든 항공사들은 뼈를 깎는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일부 인력을 조정하는 곳도 있지만 아직까지는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이어지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다만 항공 조업사들의 경우엔 인력 구조조정이 진행 중이어서 착잡한 심정입니다. 최근 한국경제연구원이 종업원 300명 이상 매출액 기준 500대 기업 120곳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기업 구조조정 현황’을 조사한 결과, 경영 위기 극복 방안으로 △금융자금 조달 등 유동성 확보(22.5%) △휴업·휴직(19.4%) △급여 삭감(17.5%) 등 순으로 응답했다고 밝혔습니다. 당장 인력 감축을 계획 또는 진행 중이라고 대답한 기업은 8.8%에 불과 했습니다. 현 시점에서 일단은 인력감축 대신 고통분담을 선택한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계속 된다면 고통 분담도 한계가 올 수 있습니다. 올해 4분기(10~12월)에 접어들면 거의 모든 항공사가 자본잠식 상태에 빠져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그런데 항공업은 인력을 갑자기 줄일 순 있어도 다시 호황기가 왔을 땐 인력을 갑자기 늘리긴 어렵다고 합니다. 항공업 직군들 대부분이 오랜 기간 경험과 경력을 쌓아야 하는 전문·특수직인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허희영 항공대 경영학부 교수는 “항공사들이 경영이 악화되면서 인력이나 각종 항공 인프라를 정리하려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나중에 인력과 인프라가 부족해져 항공사의 경쟁력이 약화되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내부적으로는 허리띠를 졸라매고 정부도 적시 적소에 항공사에 대한 지원을 해 버틸 만큼 버티는 것이 현재로선 가장 최선의 방법이라는 의미입니다. 요즘 항공업계는 “정말 답이 없다”는 말이 모든 걸 대변해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자고 일어나면 전 세계의 코로나19가 모두 사라지는 기적이라도 일어나길 바라게 되는 요즘입니다.변종국 기자 bjk@donga.com}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 것으로 확인됐다. 제주항공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경영 악화를 이유로 이스타항공의 체불 임금 등을 부담하지 못하겠다고 언급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일부 이스타항공 조종사들의 상급 노동조합 가입 이슈까지 떠오르면서 협상이 매듭지어지지 못하고 있다. 21일 국토교통부와 항공업계 등에 따르면 애경그룹의 지주사인 AK홀딩스 대표이사로 자리를 옮긴 이석주 전 제주항공 사장이 최근 이스타항공 측에 “이스타항공이 직원들에게 주지 못하고 있는 임금과 조업사 등에 줘야 할 각종 비용들을 지불하지 못하겠다”는 취지의 의사를 전달했다. 이스타항공은 경영 악화로 2월부터 직원 임금과 각종 운영비를 지불하지 못하고 있는데, 이는 이스타항공이 해결해야 한다는 의미다.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 경영진들이 책임을 지거나 이스타항공의 최대 주주인 이스타홀딩스 오너가인 이상직 의원 등이 사재를 출연해서라도 임금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입장이다. 현재까지 이스타항공이 지급하지 못한 체불 임금 및 각종 비용은 200억 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이스타항공 측은 더 이상의 양보는 힘들다는 입장이다. 당초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 인수 협상을 하면서 체불 임금과 퇴직금, 각종 비용을 제주항공이 부담하는 것으로 협의를 해 왔다. 3월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과 주식 매매 계약을 체결할 때엔 당초 매각 예상가였던 695억 원보다 150억 원 줄인 545억 원에 계약을 체결했다. 이스타항공은 현재 제주항공과 협의를 하면서 인력 및 항공기 10대 반납 등의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으며, 인력 조정을 하는 바람에 정부에 고용유지지원금조차 신청하지 못했다. 이스타항공 측은 “한 차례 가격을 낮추면서 각종 채무를 떠안기로 했는데 이제 와서 말을 바꾸는 건 최종 인수 가격을 더 낮추자는 것 아니냐”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 가입 이슈도 막판 변수로 떠올랐다. 이스타항공 조종사 노조가 지난달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전국공공운수 노조에 가입했다. 제주항공은 인수가 마무리되면 상급 단체가 있는 노조를 맞이해야 한다는 점을 부담스러워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노사 이슈는 인수 및 합병 표준계약서상 인수 협상 논의를 원점으로 돌릴 수 있는 요건 중 하나”라고 말했다. 현재 양사가 해당 이슈에 대해 “절차대로 인수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밝히고 있는 가운데 국토부 관계자는 “임금 지급 및 사재 출연 등에 대해 양사 간 이견이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며 “양측 어느 편을 들 수 없기에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아시나항공을 인수하는 HDC현대산업개발도 최근 KDB산업은행 및 채권단 등에 아시아나항공의 각종 대출 연장 및 채무 상환 조건 완화 등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과 이스타항공 인수전에 잡음이 있지만, 파국으로 이어질 정도는 아니어서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변종국 기자 bjk@donga.com}

“자금 조달이 수월해지도록 기업 신용등급 기준을 완화해달라.” 21일 ‘위기 극복을 위한 주요 산업계 간담회’에 참석한 기업 대표들은 현실화되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경제 쇼크로 인한 자금난 우려를 언급하며 정부 지원 확대를 당부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정부는 기업이 유동성 위기를 잘 넘기도록 최선을 다해 지원할 것”이라며 고용 유지를 위한 사회적 대타협을 직접 제안했다. ○ 文, 추가 지원 내밀며 “사회적 대타협 도모하자”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17개 기업은 자동차 해운업을 비롯해 항공, 기계, 조선, 정유, 석유화학, 철강, 섬유 분야 대표 기업들이 총망라됐다. 이들은 코로나19로 위기를 맞고 있는 기간산업 기업들이다. 간담회에 참석한 기업 대표들은 공통적으로 위기 극복을 위한 유동성 공급이 적기에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 참석자는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아 자금 지원이 필요한 기업이 많다 보니 관련 언급이 많았다”며 “회사채 등을 통해 유동성을 마련할 수 있는 기업의 신용등급 기준을 현재 상황을 감안해 보다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제안도 나왔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 같은 고충을 들은 뒤 “유동성 위기를 지원하는 타이밍이 굉장히 중요하다. 신속하게 결정되고 집행돼야만 지원 효과가 제대로 발휘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기업들이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도록 신속한 금융 지원책을 지원하라고 주문한 것이다. 그 대신 문 대통령은 기업들을 향해 일자리 지키기를 위한 ‘사회적 대타협’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지금의 위기는 고통 분담을 통한 사회적 대타협을 이룰 수 있는 아주 중요한 기회”라며 “왜냐면 절박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사회적 대타협이 이뤄진다면 기업이 어려움을 극복해낼 때까지 기업의 어려움을 정부가 돕는 큰 동력이 될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이 직접 정부와 기업, 노동계가 해고 금지 등 고용 유지를 조건으로 불필요한 노동쟁의를 최소화하고 대신 정부가 기업에 대규모 재정을 투입하는 방식의 사회적 대타협을 제안한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코로나19) 위기가 더 길어질 때를 (대비해) 사회적 대타협이 이뤄진 상황에서 정부 지원이 있지 않겠냐는 취지”라고 했다.○ 기업들은 규제 혁신, 지원 확대 당부 이날 간담회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참석자들의 발언이 길어지면서 예정보다 30분 이상 늦게 끝났다. 한 참석자는 “정부가 기간산업안정기금을 투입하면서 제시한 차입금 기준과 근로자 숫자 기준이 다소 엄격해 그에 미치지 못하면 지원을 받지 못한다는 하소연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에 대해 탄력적으로 적용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종별 제안도 이어졌다. 섬유업계 대표로 참석한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은 “섬유업체들은 특히 자금력이 취약한 영세 기업이 많아 세금 감면 등 직접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며 “마스크나 방호복 등 국가재난 대비 필수품 확보가 큰 이슈인 만큼 국산 소재 사용을 적극 권장해 국내 관련 산업을 보호하고 내수를 진작하는 동시에 향후 국가재난 사태에도 대비할 수 있도록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원희 현대자동차 사장은 “기술력이 있으나 자금력이 부족한 우량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고, 우기홍 대한항공 사장은 “국가 간 교류중단 해소를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지원해주면 좋겠다”고 건의했다. 가삼현 현대중공업 사장은 여객선, 교육선, 실험선 등에 대한 공동발주를 제안했다.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 자제, 중견·중소기업에 대한 정책금융 지원 등의 제안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간담회에 삼성전자 등이 포함된 전자 업종 등은 제외됐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코로나19 피해가 발생하고 있는 업종, 대표 기업이 참석한 것”이라고 말했다.박효목 tree624@donga.com·변종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