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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다음달 말 미국과 한국, 일본, 대만이 참여하는 반도체 동맹인 이른바 ‘칩4(Chip4)’를 위한 반도체 공급망 실무회의를 열겠다고 한국에 통보했다. 중국과 반도체 교역 비중이 높은 한국이 아직 미국 주도의 반도체 동맹 참여에 주저하고 있는 가운데 바이든 행정부의 중국 ‘반도체 굴기’ 견제 움직임이 본격화된 것. 이에 따라 정부도 조만간 반도체 동맹 참여 여부에 대해 결단을 내릴 것으로 알려졌다.● 대만 참여 ‘반도체 동맹’ 구상 속도내는 美 13일(현지시간) 워싱턴 한미관계 소식통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최근 ‘반도체 공급망 네트워크’ 회의 개최 계획을 한국 정부에 전달하고 8월까지 참석 여부를 알려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든 행정부는 3월 미국과 한국, 일본, 대만 정부에 반도체 공급망 네트워크 결정을 제안한 바 있다. 이 구상을 구체화하기 위한 실무회의를 갖자는 것. 미국에선 이 회의에 국무부와 상무부의 국장 또는 과장급 실무자들이 참여할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이 추진하고 있는 반도체 공급망 네트워크는 반도체 설계기술 1위인 미국과 메모리 반도체 분야 최강자인 한국, 소재·부품·장비 분야 선두인 일본, 비(非) 메모리 반도체 강자 대만이 모여 반도체 투자 방안과 연구개발(R&D), 인력 육성 등을 논의하는 협의체다. 미국은 이를 통해 반도체 수급 전망에 따른 생산량을 조정해 공급망을 안정시키는 것은 물론 향후 투자 및 기술 개발 방향을 결정해 중국의 도전을 따돌리고 반도체 패권을 유지하겠다는 구상이다. 문제는 일본과 대만이 반도체 공급망 네트워크 참여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가운데 한국은 아직 최종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한국 반도체 수출의 62% 가량이 중국에 집중돼 있는데다 한미가 이미 산업통상자원부와 미 상무부간 ‘반도체 파트너십 대화’ 등 협력 채널을 구축하고 있는 만큼 경제적 측면에선 실익이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대만이 대부분의 반도체를 미국으로 수출하고 있는 가운데 자칫 한국이 중국의 집중 타깃이 될 수 있다는 것. 특히 대만이 포함되지 않은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와 달리 미국 주도의 반도체 공급망 네트워크에는 대만이 공식 파트너로 참여하는 만큼 중국이 더욱 민감하게 반응할 가능성이 크다. 중국 외교부는 미국과 대만이 추진하고 있는 ‘21세기 무역 이니셔티브’ 협상에 대해서도 “중국 수교국이 대만과 공식적인 성격을 가진 협정을 체결하는 것은 물론 어떤 형태로든 당국간 왕래를 하는 것을 결연히 반대한다”고 강하게 반발하기도 했다.● 정부 “조만간 참여 여부 판단” 미국의 반도체 동맹에 본격적인 속도를 내고 있는 것은 반도체 공급난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선 미국 주도의 공급망 재편에 서둘러야 한다는 위기의식 때문이다. 특히 11월 중간 선거를 앞둔 바이든 행정부는 이달 말까지 520억 달러(약 68조 원) 규모의 반도체 산업 지원 내용이 포함된 ‘혁신경쟁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의회를 압박하고 있다.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은 13일 에이브릴 헤인즈 국가정보국장, 캐서린 힉스 미 국방부 부장관 등과 미 상원에서 반도체가 미 국가 안보에 미칠 영향에 대한 비공개 브리핑을 갖기도 했다. 러몬도 장관은 로이터통신에 “(미 의회가 휴회하는) 다음달 4일까지 혁신법이 통과되지 못하면 미국 경제와 군사 작전에 돌이킬 수 없는 피해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미 의회는 법인세 인상 등을 제외하고 반도체 지원 분야만 별도 법안으로 통과시키는데 의견 접근을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반도체 공급망 재편 움직임이 가속화되면서 그동안 반도체 동맹에 거리를 뒀던 한국도 최종 결정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아직 입장이 조율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조만간 판단을 내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월 6일 ‘미 의사당 난입 사태’ 관련 청문회 증인을 접촉하려 했다는 폭로가 나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의회 증인과 사전 공모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기소돼 재판에 넘겨질 수 있다. 1·6 의사당 난입 사태 특별위원회 부의장인 리즈 체니 공화당 하원의원은 12일 청문회에서 “지난달 28일 청문회 이후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한 증인과 통화를 시도했다”며 “특위는 법무부에 이에 대한 정보를 제공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청문회 증인과 접촉을 시도한 것이 공개된 것은 처음이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핵심 측근인 캐시디 허친슨은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하기 전 트럼프 전 대통령 측으로부터 협박 메시지를 받았다고 공개하기도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청문회 증인을 접촉해 증언에 영향을 미친 것이 확인되면 기소 대상이 될 수 있다. 2019년 러시아 정보기관이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이메일을 해킹한 사건을 조사한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팀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참모였던 로저 스톤을 증인과 사전 공모한 혐의로 기소한 바 있다. 이날 청문회에선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해 1월 6일 의사당 난입 사태에 앞서 “6일 오전 10시 백악관에서 연설을 할 것이다. 그 후 의사당으로 행진할 것”이라는 글을 작성했다는 폭로도 나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 글을 트위터에 올리진 않았지만 시위대 핵심 관계자들에게 알렸다고 증인들은 밝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난입 사태를 조장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또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20년 12월 18일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 등과 함께 선거조작 관련 증거를 찾기 위해 대선 개표기를 압수하는 데 군(軍)을 동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 정치매체 폴리티코와 여론조사기관 모닝컨설트의 조사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4년 대선에 출마해선 안 된다’는 의견이 61%인 것으로 나타났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출마해선 안 된다’는 응답도 64%였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2일(현지 시간) 한국계 미국인 신디 정 펜실베이니아 서부연방검찰청 검사장(47·사진)을 연방항소법원 판사 후보자로 지명했다. 한국계 여성이 연방항소법원 판사로 지명된 것은 두 번째다. 백악관은 이날 보도자료에서 “정 후보자는 제3연방항소법원 최초의 아시아계 미국인 판사”라고 강조했다. 한국 고등법원 격인 제3연방항소법원은 펜실베이니아 델라웨어 뉴저지 버진아일랜드주를 관할한다. 새뮤얼 얼리토 연방대법관이 제3연방항소법원 판사를 지냈다. 네브래스카 오마하에서 태어난 정 후보자는 컬럼비아대 로스쿨을 졸업하고 뉴욕주 검사 등을 거쳐 2014년부터 펜실베이니아주 서부연방검찰청 검사로 일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그를 검사장으로 발탁한 데 이어 8개월 만에 다시 고등법원 판사로 지명했다. 정 후보자는 미 상원 인준을 거치면 한국계 여성으로는 두 번째로 연방항소법원 판사가 된다. 첫 한국계 여성 연방항소법원 판사는 캘리포니아 애리조나주 등을 관할하는 제9연방항소법원 루시 고 판사로 지난해 9월 지명됐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11일(현지 시간) 남중국해에 대한 중국의 영유권 주장을 무효로 판결했던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 판결 6주년을 맞아 발표한 성명에서 중국이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필리핀을 공격하면 미국이 방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런 가운데 중국의 최신 항공모함이 6~8년 이내에 전투태세를 갖출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다. 미국의 강경한 움직임에 맞서 중국 측 움직임도 빨라지는 모양새다. 블링컨 장관은 “남중국해에서 필리핀 군대, 선박 또는 항공기에 대한 무력 공격이 있으면 1951년 미국과 필리핀 상호 방위 조약에 따라 필리핀에 대한 방위 약속을 지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중국이 국제법에 따른 의무를 준수하고 도발적인 행동을 중단하길 촉구한다”며 “미국은 동맹,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등 역내 기구와 함께 규칙에 기반한 질서를 보호하기 위해 계속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은 남중국해에 U자 형태로 9단선(9개 영역선)을 그어 남중국해의 90% 가량이 자국 영해라고 주장하면서 필리핀 배타적경제수역(EEZ) 내의 암초에 인공섬을 만들었다. 이에 따라 필리핀은 2013년 PCA에 제소했으며 2016년 중국의 영유권 주장은 국제법상 근거가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미국이 중국과 필리핀의 영유권 분쟁 문제를 부각한 것은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6일 필리핀을 방문해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 등을 만나 “대화와 소통을 통해 민감한 문제를 처리하자”고 손을 내민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은 군사적 준비 태세를 빠르게 강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13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난달 17일 진수된 중국 세 번째 항공모함 푸젠함이 6~8년 이내 전투태세를 갖추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이는 2013년 진수된 미국의 최신 제럴드 포드함이 전투태세를 갖추기까지 9년 걸린 것과 비교해 1~3년 짧은 것이다. 대만해협, 남중국해,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등에서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과 갈등이 커지자 중국이 전술적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항공모함을 최대한 빨리 실전에 투입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SCMP는 중국 전문가들을 인용해 중국이 항공모함의 전투태세 돌입 시기를 앞당길 수 있는 것은 미국과 러시아의 항공모함 운용을 지켜보며 여러 가지 교훈을 얻은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미국의 제럴드 포드함이 최신 기술을 활용한 장비를 탑재하면서 준비 기간이 길어진 반면 중국의 푸젠함은 이보다 뒤쳐진 기술을 사용했기 때문에 준비 기간이 짧아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SCMP는 “푸젠함의 전투태세가 갖춰지면 대만 유사시 미국과 서방의 개입을 차단하는 것이 핵심 역할이 될 것”이라며 “또 중국군이 대만에 상륙을 시도할 때 공중지원과 엄호 역할도 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이 반짝임 속에 ‘우주 태초의 빛’이 담겨 있을까. 허블 우주망원경을 뛰어넘는 성능을 갖추고 지난해 12월 25일 발사된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WST)이 관측한 영상이 11일(현지 시간) 처음 공개됐다. 현재까지 인류가 촬영한 우주 천체 사진 중 가장 해상도가 높은 사진이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JWST로 본 이 총천연색 영상은 지구로부터 46억 광년(1광년은 9조4607억 km) 떨어져 있는 ‘SMACS 0723’ 은하단의 모습이다. 가운데 강한 빛의 가장자리에 보이는 휘어진 빛은 ‘SMACS 0723’ 은하단보다 훨씬 더 멀리 떨어진 초기 우주에서 온 빛으로 추정된다. 약 135억 년 전의 빛일 가능성이 있다. 은하단의 강한 중력으로 빛이 증폭되고 휘어져 보이는 ‘중력 렌즈’ 현상이 나타났다. 138억 년 전 빅뱅으로 태어난 우주에선 그로부터 약 3억 년 후 은하들이 생겨났다고 한다. 하지만 인류는 135억 년 전으로 추정되는 ‘태초의 빛’ 생성 과정을 아직 밝혀내지 못했다. 사진에 담긴 휘어지고 희미한 빛들에는 우리가 간절히 알고 싶어 하던 우주 탄생의 비밀이 있다.NASA, 제임스 웹 망원경사진 공개13조원 들여 제작… 작년 12월 발사, 지구서 150만km 떨어진 곳서 관측46억 광년 거리 은하 고해상도 포착중력-원심력 상쇄 ‘빛의 왜곡’ 없고 중력 렌즈 현상, 멀리서 온 빛 보여바이든 “인류에게 역사적인 순간” 인류 역사상 가장 규모가 크고 강력한 차세대 우주망원경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WST)’의 첫 총천연색 관측 이미지가 공개됐다. 지금껏 가장 해상도가 높은 우주 천체 이미지다. 11일(현지 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JWST가 관측한 ‘SMACS 0723’ 은하단 이미지를 공개했다. 이 은하단은 지구에서 약 46억 광년(1광년은 빛이 1년 가는 거리로 약 9조4600억 km) 떨어져 있다. ○ “휘어진 빛은 태초의 빛일 가능성 높다”JWST는 과거 허블 우주망원경이 관측했던 천체를 촬영해 공개했다. 그런데 기존 허블의 관측 이미지에서 볼 수 없었던 휘어진 은하들이 드러났다. SMACS 0723 은하단보다 훨씬 더 멀리서 온 천체의 빛이다. SMACS 0723 은하단의 강한 중력이 이 빛을 확대해 휘어짐을 일으키는 ‘중력 렌즈’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미 항공우주국(NASA) 측은 “이미지에서 중력 렌즈 현상을 보이는 천체나 흐릿한 천체는 SMACS 0723 은하단보다 훨씬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이라며 “우주 초창기에서 온 빛일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과학과 기술, 우주 탐험과 인류 모두에게 역사적인 순간”이라고 말했다. 13조 원을 투입해 제작한 최첨단 적외선 우주망원경인 JWST는 1960년대 미국의 유인 달 탐사 프로그램인 ‘아폴로 프로젝트’를 이끈 제임스 웹 NASA 2대 국장(1906∼1992)의 이름에서 따왔다. 지난해 12월 25일 발사돼 올해 1월 지구에서 150만 km 떨어진 임무 지역인 라그랑주 L2 지점에 안착했다. 이 지점은 중력과 원심력이 상쇄돼 빛의 왜곡이 없기 때문에 우주 관측에 유리하다. JWST가 등장하기 전 우주망원경의 강자는 허블 우주망원경이었다. NASA가 1990년 4월 고도 547km의 지구 저궤도에 쏘아 올려 30년 이상 관측해 왔다. JWST는 가시광선과 근적외선만 관측할 수 있었던 허블과 달리 중적외선 영역의 빛 파장까지 관측할 수 있다. 해상도도 100배 이상 높다. ○ “우주 탐색의 가능성 넓혔다”NASA는 5년 전부터 JWST의 관측 성능을 가장 잘 알릴 수 있는 천체를 논의하고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SMACS 0723 은하단 외에도 4개의 천체를 추가로 관측해 12일 공개했다. 600광년 떨어져 있는 ‘용골자리 성운’과 1150광년 떨어진 외계 행성 ‘WASP-96b’, 2000광년 떨어진 ‘남쪽꼬리 성운’, 2억9000만 광년 거리의 ‘스테팡 5중 은하’다. JWST는 앞으로 우주 생성 초창기의 비밀을 풀고 외계 행성과 생명체 발견 등을 주제로 관측을 진행한다. 빌 넬슨 NASA 국장은 이번 관측 이미지에 대해 “지금까지 찍은 우주의 모습 중 가장 깊은 곳”이라면서도 “사진 속의 우주는 쭉 뻗은 팔 끝에 쥐고 있는 하나의 모래알 크기에 불과한 작은 영역”이라고 했다. 양성철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은 “135억 년 전 우주에서 처음으로 은하들이 생성되기 시작한 초창기 천체들의 구조를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게 돼 우주 탐색의 가능성을 넓힌 게 이번 관측의 가장 중요한 의미”라고 설명했다.김민수 동아사이언스 기자 reborn@donga.com고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jawon1212@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한국과 일본, 동남아시아에 동시에 대표단을 보내 동남아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중국을 견제하고 나섰다. 미 국무부는 11일(현지 시간) 데릭 숄레이 국무부 자문관이 12일까지 한국을 방문해 북한 문제와 미얀마 사태 등을 논의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발생한 쿠데타로 미국의 경제 제재를 받고 있는 미얀마는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이달 3일 쿠데타 이후 처음으로 방문해 협력 강화에 나서면서 미중 경쟁의 새 격전지가 되고 있다. 중국은 미얀마를 남중국해와 인도양을 잇는 전략 요충지로 삼아 군사기지 건설 등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니얼 크리튼브링크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도 11일 일본을 거쳐 15일 캄보디아를 방문해 프라크 소콘 캄보디아 부총리 겸 외교장관과 만날 예정이다. 중국은 지난달 캄보디아에 비밀 해군기지를 착공했다. 카멀라 해리스 미 부통령은 12일 태평양도서국포럼(PIF)에서 화상 연설을 할 예정이다. PIF는 호주 뉴질랜드는 물론이고 중국과 안보협정을 맺은 솔로몬제도 등 남태평양 군도가 참여하는 지역 협력체다. 백악관 ‘실세’ 론 클레인 비서실장의 아내 모니카 메디나 국무부 해양·환경담당 차관보도 PIF에 파견됐다. 또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솔로몬제도와 바누아투, 파푸아뉴기니 담당 특명전권대사로 앤 마리 야스티쇼크 미 국제개발처(USAID) 선임 부처장을 지명했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물가 급등과 무차별 총격 사건 등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 대해 미국인 10명 중 6명 이상은 2024년 대선에 후보로 나서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 뉴욕타임스(NYT)와 시에나칼리지가 이달 5~7일 조사해 11일(현지 시간) 공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64%는 바이든 대통령이 2024년 대선에서 재선 도전을 하면 안 된다고 응답했다. ‘재선 도전을 지지한다’는 26%에 그쳤다. 특히 30세 미만의 94%가 재선 출마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민주당 지지층 61%, 흑인 응답자 47%도 재선 출마를 지지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인종과 연령, 이념 성향에 무관하게 재선 도전 불가론이 높게 나타났다. 재선 불가론의 가장 큰 이유는 나이였다. 현재 79세로 역대 최고령 대통령인 바이든 대통령은 재선에 도전할 경우 81세가 된다. 응답자 33%가 그의 나이를 대선 도전 반대 이유로 꼽았고 ‘국정운영에 문제가 있다’가 32%로 뒤를 이었다. 또 바이든 대통령이 공을 들이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국 견제에 대한 관심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미국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응답자 20%는 경제, 15%는 물가 상승을 꼽았다. 이어 정치적 양극화(11%) 총기 정책(10%) 낙태(5%) 순이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2%, ‘중국’은 0%였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4년 대선에서 다시 맞붙는다면 누구를 지지하겠느냐는 질문에는 ‘바이든 대통령 지지’가 44%로 ‘트럼프 전 대통령’(41%)보다 오차범위 안에서 높았다.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 추락에도 민주당 지지층과 고학력자, 흑인을 중심으로 ‘반(反)트럼프 정서’는 여전한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76세인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서비스(SNS)에 “인생은 80세부터 시작”이라며 “유능하고 영민한 80대, 심지어 90대도 많다”고 주장했다. 그는 “바이든은 그런 사람이 아니다”라며 “(바이든이 영민하지 않은 것은) 그의 나이와는 거의 상관없다”고 말했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1일(현지 시간) “미국 거리가 전쟁터로 변했다”며 고성능 소총 등에 대한 추가 규제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29년 만에 초당적 총기 규제 법안이 통과됐지만 총기 난사 사건이 잇따르면서 정부의 늑장 대응 비판이 쏟아지자 다시 한번 총기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총기안전법 통과를 기념하는 행사에서 “공격용 무기는 금지돼야 한다”며 “공격용 무기와 몇 분 만에 30발 이상 쏠 수 있는 탄창 판매를 금지하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를 해낼 수 있을 때까지 멈추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미 상·하원을 통과한 총기규제법에 서명했다. 하지만 민주당과 공화당이 합의 처리한 법안은 반자동 소총 AR-15 등의 판매를 금지하는 내용은 포함되지 않아 무차별 총격 사건을 막기에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4일 독립기념일에 일리노이주 하일랜드파크에서 AR-15를 사용한 총기 난사로 7명이 숨지자 공격용 무기 금지 규제를 다시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또 총기를 안전하게 보관하지 않은 소유주를 처벌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나도 산탄총(shotgun) 4자루가 있지만 자물쇠로 잠가 보관돼 있다”며 “무기를 갖고 있다면 안전하게 보관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미국에서 총기 사고는 어린이 사망률 1위로 자동차 사고나 암보다 많다”며 “지난 20년간 총에 맞아 숨진 고등학생은 경찰과 현역 군인 총기 사망자보다 많았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서 2018년 총기 난사 사건으로 아들을 잃은 마누엘 올리버 씨는 바이든 대통령이 총기안전법을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말하자 “더 많은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외치며 항의했다. 이후 올리버 씨는 경호원 제지를 받고 행사장에서 퇴장 당했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미국 국방부와 계약한 방산(防産)기업이 휴대전화 해킹 스파이웨어 ‘페가수스’를 개발한 이스라엘 NSO그룹 인수를 추진하다 무산됐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0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NYT는 이번 인수 추진에 정통한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미 방산기업 L3해리스가 연방수사국(FBI)과 중앙정보국(CIA)의 은밀한 지원을 받아 보안업체 NSO그룹 인수 협상에 나섰으나 백악관 반대로 무산됐다고 전했다. NSO그룹은 초강력 스파이웨어 페가수스를 개발한 업체다. 페가수스는 컴퓨터나 휴대전화에 침입하면 악성링크를 클릭하지 않아도 사진과 영상, 문자메시지와 통화 목록 같은 데이터를 빼낼 수 있는 것은 물론 휴대전화 위치 추적과 도·감청을 할 수 있다. 2015년 캘리포니아주 샌버나디노 총기 테러 당시 애플이 테러범 부부의 휴대전화 비밀번호 해제에 협조하지 않자 미 정부가 페가수스를 활용해 비밀번호를 해제해 주목 받은 뒤 세계 수십여 개국 정보기관에 수출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워싱턴포스트(WP)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비롯해 각국 정상 14명과 세계 34개국 600명 넘는 정치인 전화번호가 페가수스 프로그램에 올라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미 상무부는 지난해 11월 “스파이웨어가 외국 정부에 공급돼 정부 관리와 언론인 기업인 활동가 학계 및 대사관 직원을 악의적으로 표적 삼았다”며 NSO그룹을 무역 거래 블랙리스트에 올렸다. L3해리스의 NSO그룹 인수 추진은 상무부 제재 이후 추진됐고 이스라엘 국방부도 협상에 참여했다고 NYT는 전했다. L3해리스는 협상 과정에서 NSO그룹 휴대전화 버전 페가수스 프로그램인 ‘제로 데이즈(Zero Days)’의 미국 정보 공유 동맹 ‘파이브아이즈’ 국가 판매를 전제 조건으로 미 정부 기관들이 인수를 지원한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파이브아이즈는 미국과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가 참여하고 있다. 하지만 이스라엘 국방부는 미국 이외 파이브아이즈 국가에 대한 페가수스 판매 승인 권한을 이스라엘 정부가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백악관이 “미 정부의 방첩, 안보에 심각한 우려를 미칠 수 있다”고 반대하면서 인수 협상이 무산됐다는 것이다. CIA와 FBI가 2018, 2019년 페가수스를 구입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미국이 파이브아이즈 국가에 이 프로그램 판매를 전제로 인수를 추진한 것은 사이버전(戰)을 대비하기 위해서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스라엘은 지난해 우크라이나의 페가수스 구입 요청에 대해 러시아와의 관계 악화를 우려해 거절한 바 있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윤석열 대통령이 주한 일본대사관 측이 마련할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일본 총리의 분향소를 직접 찾아 조문한다. 한덕수 국무총리와 정진석 국회부의장, 중진 의원 등으로 구성된 고위급 사절단은 조문을 위해 일본을 방문한다. 재임 시절 한일 관계에 대한 평가를 떠나 정계 거물이자 우리와 인연도 깊었던 인물이 충격적으로 사망한 만큼 조문 과정에서 예를 갖추겠다는 것. 한일 양국이 슬픔을 나누는 과정에서 꼬일 대로 꼬인 양국 관계가 복원될 계기가 마련될 가능성까지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10일 대통령실 관계자는 “현재 윤 대통령의 방일(訪日) 계획은 없다”면서 그 대신 일본대사관이 마련할 분향소 조문 일정을 예고했다. 11일에는 우선 한 총리와 박진 외교부 장관, 김성한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 등이 분향소를 찾는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한 총리 등이 조문 사절단에 포함된 것과 관련해선 “애도하는 (윤 대통령의) 마음을 잘 표현할 수 있는 이들을 보내기로 한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했다. 정 부의장의 경우 앞서 4월 한일정책협의대표단장 자격으로 일본에 다녀오기도 했다. 사절단이 일본을 방문하는 시점은 아베 전 총리의 가족장이 끝나는 12일 이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가운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8일(현지 시간) 아베 전 총리의 피격 사망과 관련해 빈소가 마련된 주미 일본대사관저를 찾아 조문하고 미 공공기관에 조기 게양을 지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조문록에는 “바이든 가족과 모든 미국인을 대신해 아베 가족과 일본 국민에게 진심 어린 조의를 표한다”고 적었다. 같은 날 오후엔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와 전화통화를 갖고 “우리는 평화롭고 번영하는 아시아태평양을 위한 노력을 배가해 아베 전 총리를 기릴 것”이라고 밝혔다. 주요 20개국(G20) 회의를 위해 아시아 순방에 나섰던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귀국을 미루고 11일 아베 전 총리 조문을 위해 직접 일본을 방문한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도 9일 아베 전 총리의 친동생인 기시 노부오(岸信夫) 일본 방위상과 전화통화를 갖고 “아베 전 총리가 지지해온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을 현실화하기 위해 전념하겠다”고 말했다고 미 국방부는 밝혔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괴짜 억만장자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사진)가 440억 달러(약 57조 원) 규모의 트위터 인수 계약 파기를 선언했다. 트위터는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혀 두 달 넘게 계속된 트위터 인수 관련 신경전은 지루한 법적 공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머스크 측은 8일(현지 시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트위터 인수 계약을 종료하겠다는 서한을 보냈다. 머스크가 4월 대표적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업체 트위터 인수 계약을 체결한 지 두 달여 만이다. 머스크 측은 인수 계약 파기 사유로 트위터 측이 가짜 계정 비율을 비롯한 회사 실적 관련 중요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는 점을 들었다. 트위터는 전체 계정 중 가짜 계정 비율이 5% 미만이라고 밝혔지만 머스크는 가짜 계정이 20% 이상일 가능성을 지적하며 트위터에 구체적인 입증 자료를 제시할 것을 요구해왔다. 머스크 측은 SEC에 보낸 서한에서 “두 달간 머스크가 트위터의 가짜 계정 현황을 독립적으로 평가하기 위한 자료와 정보를 찾았다”며 “그러나 트위터는 정보 제공을 거부했으며 머스크의 요구를 때로 묵살했다”고 주장했다. 트위터는 머스크가 강제로 인수 계약을 이행하도록 법적 소송을 제기하겠다며 맞불을 놨다. 브렛 테일러 트위터 이사회 의장은 “이사회는 머스크가 합의한 가격과 조건으로 거래를 종료할 것을 약속한다”며 “인수 합의를 강제하기 위한 법적 조치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머스크와 트위터가 4월 체결한 인수 계약서에 따르면 어느 쪽이든 계약을 위반할 경우 위약금으로 10억 달러(약 1조3000억 원)를 내게 돼 있다. 테크(기술)업계 일각에선 트위터 인수 계약 파기가 테슬라 주가 하락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테슬라 주가가 올 들어 35% 이상 하락하면서 트위터 인수의 부담이 커졌다는 것. 인수 계약 파기 공방으로 트위터 주가도 하락한 데다 법적 공방이 길어지면 트위터 주가의 추가 하락이 예상되는 만큼 머스크와 트위터가 인수 가격을 낮추는 방식으로 재합의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세계 각국에서 물가 고공행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미국 6월 물가상승률이 9%에 육박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8.6%로 40년 만의 최고 수준을 기록한 데 이어 6월 물가상승률은 더 높아질 것으로 분석한 것이다. 6월 CPI는 13일 발표 예정이다. 이에 따라 미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지난달에 이어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경기 침체 우려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세계 각국의 경제고통지수(misery index)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을 넘어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미국 블룸버그통신은 9일(현지 시간) “5월 신규 고용 증가 폭이 38만4000명으로 여전히 견고한 것으로 나타난 뒤 지난달 휘발유 가격이 급등하면서 (6월) CPI는 최고치를 경신할 것”이라며 CPI가 9%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물가 급등세는 지속되는 가운데 고용 지표가 예상을 넘는 호조여서 연준의 공격적인 기준금리 인상 기조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미 노동부는 8일 비(非)농업부문 일자리가 37만2000개 늘었다고 발표했다. 이는 당초 예상했던 26만8000명을 훨씬 뛰어넘은 것. 경기 침체 우려에도 일자리 증가세는 지속돼 연준이 기준금리를 큰 폭으로 인상할 가능성은 더 커졌다. 지난달 이미 자이언트 스텝에 나선 연준이 물가를 잡기 위해 26, 27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다시 한 번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릴 수 있다는 얘기다.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는 7일 전미실물경제협회(NABE) 행사에서 “7월에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리고 9월에 0.5%포인트 인상하는 방안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세인트루이스 연방은행 제임스 불러드 총재도 “7월 FOMC에서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리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경제성장률이 장기적으로 2% 수준까지 떨어지겠지만 실업 급증 같은 큰 부작용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산업구조가 서비스업 중심으로 전환되면서 기준금리 인상에도 실업률 급등 같은 부작용이 예상보다 낮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만큼 파격적인 금리인상 기조를 이어갈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물가 폭등 현상이 전 세계로 퍼져 나라마다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가면서 각국 경제고통지수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경제고통지수는 소비자물가상승률과 실업률을 더해 체감 경기를 나타내는 지표다. 미국의 자이언트 스텝과 뒤이은 각국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대폭 인상으로 실업률이 상승하는 등 경기 경착륙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한국의 지난달 경제고통지수는 8.8로 5월 8.4보다 0.4포인트 높아졌다. 국민이 피부로 느끼는 경기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8년 8월 경제고통지수 9.0에 육박했다. 미국 경제고통지수는 5월 12.2에 이르면서 2008년 8월에 나타났던 지수인 11.5를 넘어섰다. 유럽연합(EU) 경제고통지수도 14.9로 글로벌 금융위기는 물론이고 유럽 재정위기 때인 2012년 11월 수준인 14.2를 넘어 최고치를 기록했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지지율은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대통령은 미국인에게 필요한 것을 내놓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지난달 12일 유가 폭등으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지지율이 최저치로 떨어진 데 대한 질문에 이같이 말했다. 하지만 한 달이 지나고 치솟던 미국 유가는 떨어지는 중이지만 바이든 대통령 지지율 하락세는 좀처럼 반등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 지지율 하락을 두고 전문가들은 아프가니스탄 철군, 물가 급등 등을 이유로 꼽는다. 하지만 지지율 하락 원인을 바이든 대통령 리더십에서 찾아보면 크게 세 가지를 꼽아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갈수록 심해지는 ‘남 탓’이다. 물가가 급등해 미국인 10명 중 6명이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산다’고 답할 만큼 미국인의 삶이 팍팍해졌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는 엄청난 경제적 진보를 이뤄냈다”며 연일 자화자찬이다. 그런 경제 성과를 왜 보통 미국인은 체감할 수 없느냐고 물으면 바이든 대통령은 “전(前)정권을 보라”고 답한다. 그는 6일(현지 시간) 연설에서도 “전 정권은 대공황을 맞은 허버트 후버 정권 때보다도 많은 일자리를 잃었다”고 했다. 전 정권을 탓하기 어려운 물가 급등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때문”이고 진척이 없는 대선 공약은 “공화당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도 낮은 지지율에 대한 대답이 궁색해지면 “팬데믹으로 미국인이 우울해졌기 때문”이라고 답한다. ‘내 눈의 들보’는 못 본 체하며 전 정권 탓, 러시아 탓만 거듭하면서 바이든 대통령의 메시지는 공감은커녕 비호감을 부르고 있다. 자타 공인 외교전문가 바이든 대통령이 참모들의 거듭된 고언에도 우크라이나 전쟁 같은 유럽 문제에 집중하면서 정책 우선순위가 뒤죽박죽된 것도 지지율 하락의 또 다른 원인으로 꼽힌다. 상원 외교위원회 위원장, 부통령을 지내며 유럽 문제를 주로 다룬 바이든 대통령은 인플레이션 같은 산적한 국내 이슈보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우선순위에 두고 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기자회견에선 ‘미국인이 얼마나 고(高)유가를 견뎌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이기지 못할 때까지”라고 말했을 정도다. 민주당과 백악관에선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물가, 낙태, 총기 사고 같은 국내 이슈에 집중하라고 거듭 요청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여전히 자신의 강점인 외교에 치중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러다 보니 낙태권 강화에 대해서는 연방대법원 판결 검토 초안이 유출된 지 두 달이 지난 8일에야 첫 조치를 내놨을 정도다. 마지막으로 주변 관리 실패다. 차남 헌터 바이든은 중국 및 우크라이나 기업과의 불법 거래 의혹 조사를 받고 있다. 차남이 당시 바이든 대통령과 통화로 의견을 나눴다는 의혹에 이어 헌터 전 부인 폭로 등이 이어져 공화당의 표적이 되고 있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물론 백악관은 해명 대신 무시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백악관 참모 이탈도 심각하다. 러시아에 대한 제재가 한창 논의되던 때에 사임한 제재 담당 달리프 싱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을 신호탄으로 최근 워싱턴 외교가엔 NSC 중추들도 곧 그만둔다는 소문이 무성하다. 지지율은 국민 신뢰의 지표다. 한번 떨어진 신뢰를 끌어올리기는 지키기보다 어렵다. 취임 두 달 남짓 된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도 40% 선을 밑돌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 지지율 하락에서 반면교사 삼을 점은 없는지 되짚어 보길 바란다. 문병기 워싱턴 특파원 weappon@donga.com}

세계 각국에서 물가 고공행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미국 6월 물가상승률이 9%에 육박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5월 CPI가 8.6%로 40년만의 최고 수준을 기록한 데 이어 6월 물가상승률은 더 높아질 것으로 분석한 것이다. 6월 CPI는 13일 발표 예정이다. 이에 따라 미 중앙은행 연방준비위원회(Fed·연준)가 지난달에 이어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스텝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경기 침체 우려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세계 각국의 경제고통지수(misery index)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을 넘어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미국 블룸버그통신은 9일(현지 시간) “5월 신규 고용 증가폭이 38만4000명으로 여전히 견고한 것으로 나타난 뒤 지난달 휘발유 가격이 급등하면서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최고치를 경신할 것”이라며 CPI가 9%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물가급등세는 지속되는 가운데 고용 지표가 예상을 넘는 호조여서 연준의 공격적인 기준금리 인상 기조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미 노동부는 8일 비(非)농업부문 일자리가 37만2000개 늘었다고 발표했다. 이는 당초 예상 26만8000명을 훨씬 뛰어넘은 것. 경기 침체 우려에도 일자리 증가세는 지속돼 연준의 기준금리를 큰 폭으로 인상할 가능성은 더 커졌다. 지난달 이미 자이언트스텝에 나선 연준이 물가를 잡기 위해 26, 27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다시 한 번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릴 수 있다는 얘기다.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는 7일 전미실물경제협회(NABE) 행사에서 “7월에 기준금리를 0.75%p 올리고 9월에 0.5%p 인상하는 방안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세인트루이스 연방은행 제임스 불러드 총재도 “7월 FOMC에서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리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경제성장률이 장기적으로 2% 수준까지 떨어지겠지만 실업 급증 같은 큰 부작용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산업구조가 서비스업 중심으로 전환되면서 기준금리 인상에도 실업률 급등 같은 부작용이 예상보다 낮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만큼 파격적인 금리인상 기조를 이어갈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물가 폭등 현상이 전 세계로 퍼져 나라마다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가면서 각국 경제고통지수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경제고통지수는 소비자물가상승률과 실업률을 더해 체감 경기를 나타낸 지표다. 미국의 자이언트스텝과 뒤이은 각국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대폭 인상으로 실업률이 상승하는 등 경기 경착륙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한국의 지난달 경제고통지수는 8.8로 5월 8.4보다 0.4포인트 높아졌다. 국민이 피부로 느끼는 경기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8년 8월 경제고통지수 9.0에 육박했다. 미국 경제고통지수는 5월 12.2에 이르면서 2008년 8월에 나타났던 지수인 11.5를 넘어섰다. 유럽연합(EU) 경제고통지수도 14.9로 글로벌 금융위기는 물론 유럽 재정위기 때인 2012년 11월 수준인 14.2를 넘어 최고치를 기록했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니컬러스 번스 주중 미국대사는 6일 트위터에 “중국 정부가 지난주 백악관과 국무부의 위챗, 웨이보 계정에 올린 홍콩과 나토 정상회의 관련 글을 삭제했다”며 항의했다. 번스 대사는 “미국인이 중국 지도자 발언을 들을 수 있는 것처럼 중국인이 미국 지도자 발언을 볼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삭제된 글들은 중국을 ‘구조적 도전’으로 적시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신(新)전략개념 보도자료와 홍콩 반환 25주년 관련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의 성명이다. 크리스토퍼 레이 미 연방수사국(FBI) 국장은 이날 영국 런던에서 기업인 대상 연설을 통해 “중국 정부는 기술을 훔쳐 시장을 지배하려 한다”며 “중국은 (대만을 침공하면 받게 될) 잠재적 경제 제재에 맞서 경제를 단절시키는 (경제 요새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류펑위(劉鵬宇) 주미 중국대사관 대변인은 이날 성명을 내고 “해당 주장에 단호하게 반대한다”고 반박했다. 미 국무부와 재무부는 이날 이란 석유를 중국 등에 수출한 아랍에미리트(UAE) 기업 등에 제재를 가했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4일 독립기념일에 7명이 숨진 무차별 총격 사건이 일어난 미국 일리노이주 하일랜드파크시(市)는 대표적인 총기 규제 도시였다고 시사 매체 뉴스위크가 5일 보도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해 온 총기 규제를 앞서 도입하고도 참극이 벌어지자 지난달 미 의회를 통과한 총기 규제에 대해서도 무용론이 나온다. 뉴스위크 등에 따르면 하일랜드파크시는 2013년 반자동총기와 10발 이상의 대용량 탄창 거래를 금지하는 총기 규제법을 제정했다. 총기 옹호론자들은 이 법이 총기 소유 권리를 보장한 수정헌법 2조를 위반했다며 소송을 제기했으나 연방대법원은 2015년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하일랜드파크시의 총기 규제는 뉴욕주 버펄로와 텍사스주 유밸디 총기 난사 사건 이후 바이든 대통령이 도입 필요성을 강조했던 내용을 담았다. 그럼에도 무차별 총격 참사를 피하지 못한 것이다. 하일랜드파크 시민들에게 마구 총을 쏴댄 용의자 로버트 크리모 3세(22) 집안은 이 도시와 인연이 깊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그의 아버지 로버트 크리모 주니어(57)는 2019년 시장 선거에 출마해 민주당 후보 경선에서 낸시 로터링 현 시장(59)에게 졌다. 당시 로터링 시장은 지금의 총기 규제 도입을 주도했다. 민주당에서는 대법원의 낙태할 권리 판례 뒤집기와 잇따르는 총격 사건에도 정부가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한다며 바이든 대통령의 리더십을 거세게 비판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하일랜드파크 총격 사건 직후 독립기념일 연설에서 이 사건을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 이후 논란이 일자 2시간 뒤 다시 무대에 올라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더 많이 남아 있다”고 밝혀 느슨한 대응이라며 비판받고 있다. 민주당 자문역 애덤 젠틀슨은 워싱턴포스트(WP)에 “리더십 진공 상태를 맞고 있다”고 말했다. 5일 미 몬머스대 여론조사 결과 바이든 대통령 지지율은 36%로 취임 후 제일 낮았다. ‘미국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응답은 88%로 2013년 해당 문항 조사가 실시된 이후 가장 높았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중국과 러시아가 ‘게임 체인저’로 불리는 극초음속 미사일 실전 배치에 나서면서 다급해진 미국이 고고도 열기구 개발을 본격화하고 있다고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가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미 국방부는 2023 회계연도(올 10월~내년 9월말) 고고도 열기구 개발 프로젝트에 2710만 달러(약 354억 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이는 지난해와 올해 이 프로젝트를 위해 투자한 380만 달러(약 50억 원)의 6배 이상이다. 미 국방부가 개발하는 고고도 열기구는 지상 18~27km 위를 비행하며 지상 본부와 통신을 주고받으면서 미사일을 추적하고 전자파 신호를 차단하는 기능을 하게 될 것으로 알려졌다. 값비싼 인공위성을 대신해 극초음속 미사일 등 중국과 러시아의 신무기를 추적하는 임무를 맡게 되는 셈이다. 미국이 고고도 열기구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은 중국과 러시아가 이미 극초음속 미사일 실험에 성공했거나 실전배치에 나섰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극초음속 미사일 ‘킨잘’을 사용했다고 밝힌 바 있으며 중국은 지난해 이미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 발사에 사실상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미국은 지난달 실시한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 발사에 또 다시 실패한 바 있다. 마크 밀리 미 합참의장은 지난해 중국의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 발사에 러시아가 세계 최초의 인공위성인 스푸트니크를 발사한 것에 빗대 ‘스푸트니크 순간’이라고 언급하며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극초음속 미사일은 최대 속도가 마하 5(음속의 5배)가 넘는 미사일로 저고도로 경로를 바꿔 비행하기 때문에 사실상 요격이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은 극초음속 미사일 요격과 탐지 체계 강화에 전력을 쏟고 있는 상황이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올 1월 열린 미일 외교·국방 2+2 회담에서도 극초음속 미사일 요격 체계를 공동 개발하기로 한 바 있다. 이에 앞서 일본은 금속 탄을 전자기력으로 가속해 연속 발사해 극초음속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레일건’을 개발해 2029년 전 실전 배치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폭죽, 소고기, 기름값 등이 모두 올랐습니다. 독립기념일 연휴를 즐길 엄두가 안 나요.” 미국 뉴욕시 브루클린에 사는 코리 자팟카 씨(32)는 4일(현지 시간) 역대급 인플레이션 때문에 미국의 최대 연휴인 독립기념일을 조용히 보내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기자에게 “과거처럼 1주일 내내 폭죽을 터뜨리기엔 폭죽값이 너무 올랐다”며 “소고기값이 너무 비싸져 함께 바비큐 파티를 할 수도 없고 기름값이 올라 멀리 갈 엄두도 못 낸다. 그저 조용히 있는 게 답”이라고 토로했다.○ “월세 낼 돈도 없는데 파티는 사치”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3월부터 5월까지 연이어 41년 만에 최고치인 8%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로 인해 독립기념일 연휴 모습도 완전히 바뀌었다. 우선 폭죽값이 전년 대비 30% 이상 올라 어지간한 시민들은 불꽃놀이를 포기했다. 음식값 상승세도 가파르다. 미 농민연맹(AFBF)에 따르면 다진 소고기(36%), 햄버거 빵(16%), 바닐라 아이스크림(10%) 등 가격이 모두 뛰었다. AFBF는 “바비큐 만찬 비용이 지난해 독립기념일 때보다 17%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때문에 전통적으로 바비큐 때 즐겨온 소고기를 닭고기로 대신하는 사람들도 생겼다. 인플레이션 여파로 취약계층은 물론이고 중산층까지도 식료품 지출을 줄이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식으로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뉴욕 맨해튼에 거주하는 지모티 씨(29)는 “집주인이 월 임차료를 40% 올렸다”며 임차료가 비싼 맨해튼을 강제로 떠나 퀸스 등 좀 더 저렴한 지역으로 옮겨야 할 처지라고 밝혔다. 그는 “월세를 낼 돈도 없는데 파티는 사치”라며 “간식값도 줄이고 있다”고 했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5월 휘발유 가격이 전년 같은 기간 대비 48.7%나 올랐다. 항공 요금은 37.8%, 대중교통 요금은 26.3% 상승했다. 가구당 에너지 소비 가격도 19.1%, 전년 같은 기간 대비 밥상 물가는 11.9%나 올라 부담이 커지고 있다. 저소득층이 체감하는 고통은 더욱 극심하다. 역대급 임차료 상승을 감당하지 못해 집을 잃고 모텔이나 트레일러파크를 전전하는 이들이 급증하고 있다. 특히 고정된 연금에 의지하고 있는 은퇴 노인 노숙자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폭스뉴스는 2030년까지 노인 노숙자가 현재의 3배 수준인 10만 명으로 급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남부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의 노숙자 구호단체 ‘트래블러즈에이드소사이어티’ 측은 노인 노숙자가 사실상 ‘정규 손님’이 돼 버렸다며 “노인 노숙자 급증은 굉장히 우려되는 현상”이라고 밝혔다.○ 美, 中 관세인하 등 물가 잡기 안간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빠르면 이번 주 안에 의류, 학용품 등 3000억 달러의 중국산 수입품에 부과한 고율관세 인하를 발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치솟는 물가 상승에 대중국 강경책을 일부 포기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류허(劉鶴) 중국 경제담당 부총리와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이날 화상으로 이 문제를 포함한 경제 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13∼16일 예정된 중동 방문에서도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를 찾아 원유 증산 등을 촉구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국제유가 급등세를 진정시켜 상승률이 가장 높은 미 휘발유 가격 인하를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올해 독립기념일은 도저히 기념할 수 없습니다. 더 이상 미국 여성은 자유와 독립을 빼앗길 수 없어요.” 4일 낮 12시 미국 워싱턴 연방대법원 앞. 친구와 함께 검은색 옷을 입고 낙태할 권리(낙태권) 보장 시위에 참여한 애슈턴 씨(24)는 기자에게 “미국 민주주의의 죽음을 애도하기 위해 검은 옷을 입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독립기념일은 미 전역에서 다양한 축제와 불꽃놀이 같은 대규모 행사를 치르며 애국심을 고취하는 미국의 대표적인 국경일이다. 하지만 올해 독립기념일은 대법원의 낙태권 보장 판례 폐지 판결 및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시위가 50여 개 도시에서 벌어져 미국 사회 분열상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이날 대법원 앞에는 검은색 옷을 입은 시위대 수백 명이 모였다. 여성들에게 무료로 피임약을 나눠주던 마이클 씨(31)는 “(만약 대법원이) 임신에 대한 선택권을 빼앗아 간다면 그건 강제노동과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날 오후 백악관 앞에서도 시위를 벌였다. 낙태권 옹호 단체에 따르면 이날 워싱턴뿐만 아니라 텍사스 미시간 등 50여 곳에서 수만 명이 시위에 동참했다.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시위도 확산됐다. 지난달 27일 차량 단속을 피해 달아나다 경찰이 쏜 총탄 60여 발을 맞고 숨진 흑인 남성 제일랜드 워커(25) 사건을 규탄하는 시위가 4일에도 이어진 오하이오주 애크런시에서는 50여 명이 경찰에 체포됐다. 전날 애크런 경찰이 워커가 숨지는 순간을 담은 보디캠(경찰 몸에 부착된 카메라) 영상을 공개하자 일부 시위대가 방화와 기물 파손 등 폭력 시위에 나섰다. 애크런 경찰은 최루탄을 쏴서 이들을 해산시켰다. 애크런시는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독립기념일 불꽃놀이 행사를 취소한 것은 물론이고 5일 오전까지 통행금지 명령을 내렸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미국 독립기념일인 4일 미 일리노이주 시카고 교외 하일랜드파크에서 22세 백인 남성 로버트 크리모 3세(사진)가 축제 퍼레이드 관람객을 향해 총기를 난사해 현재까지 최소 6명이 숨지고 40명이 부상을 입었다. 지난달 25일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21세 미만 총기 구매자의 범죄기록 조사 등을 포함한 총기규제 강화법안에 서명한 지 불과 9일 만에 최대 국경일 행사가 피로 얼룩져 미 전역이 충격에 휩싸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사건 직후 긴급 성명을 내고 “총기폭력과의 싸움을 멈추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강도 높은 추가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미 비영리단체 ‘총기폭력 아카이브’에 따르면 올 들어 미 전역에서 발생한 총기 사건 사고는 총 309건이고, 올해까지 누적 사망자는 1만60명에 달한다. ○ 축제 20분 만에 아이·노인에게 무차별 총격이날 참사는 독립기념일 퍼레이드가 시작된 지 약 20분이 흐른 오전 10시 20분쯤 발생했다. 유대계가 많은 부촌 하일랜드파크에 사는 크리모는 동네 한 상가 건물 옥상에 올라 건너편 관람객을 향해 소총을 무차별로 쏘기 시작했다. 성조기를 흔들며 축제를 즐기던 관람객들은 처음 총성을 들었을 때 퍼레이드를 위한 축포 혹은 불꽃놀이로 여겼다. 그러다 주변 사람들이 피를 흘리며 쓰러지자 대피하기 시작했고 현장은 아비규환이 됐다. 참사를 촬영한 일부 영상에서는 60번 이상의 총성이 들렸다. 경찰은 이날 사상자의 연령이 8세부터 85세까지 다양했다고 밝혔다. 부상자 중 신체 곳곳에 여러 발의 총격을 맞고 위중한 사람도 있어 사망자가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중상자 중 1명은 어린이다. 크리모는 사건 발생 7시간이 흐른 이날 오후 한 차량 검문소에서 붙잡혔다. 그는 고등학생이던 2016년부터 ‘어웨이크 더 래퍼’라는 이름으로 활동했으며 당시 뮤직비디오 등에 대량 살상, 경찰에 의해 살해되는 총격범을 연상시키는 이미지 등을 사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는 소셜미디어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 행사에 참여한 영상도 올렸다. 1987년 뇌물수수 의혹으로 기자회견장에서 권총으로 극단적 선택을 한 버드 드와이어 전 공화당 상원의원의 영상과 ‘정치인은 이렇게 연설해야 한다’는 글도 게재했다. 그의 부친은 2019년 하일랜드파크 시장에 도전할 정도로 지역 유명 인사다.○ 미국의 일상이 된 총기 난사올 들어 미국에서는 유례없을 정도로 자주 총기 참사가 발생하고 있다. 앞서 5월에는 텍사스주 유밸디 롭초등학교에서 히스패닉 남성이 총기를 난사해 학생 19명, 교사 2명 등 총 21명이 희생됐다. 같은 달 뉴욕주 버펄로 슈퍼마켓에서도 백인 남성의 난사로 10명이 숨졌다. 롭초등학교 참사 후 미 전역에서 총기 규제 여론이 높아져 지난달 25일 1993년 이후 29년 만에 총기규제 법안이 통과됐지만 총기 구매 연령 상향, 돌격소총 및 대용량 탄창 판매 금지 같은 강도 높은 규제가 빠져 ‘반쪽짜리 입법’이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추가 규제에 나설 뜻을 밝혔지만 대법관 9명 중 6명이 보수 성향인 연방대법원의 구성, 야당 공화당 및 미 최대 이익단체로 꼽히는 전미총기협회(NRA)의 반대 등으로 추가 규제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대법원은 총기 보유의 자유를 언급한 수정헌법 2조를 내세워 추가 규제에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집권 민주당 소속인 제이 프리츠커 일리노이 주지사는 “무고한 생명을 총으로 앗아간 ‘악(evil)’은 형언할 수 없다. 총기 난사가 매주 벌어지는 미국의 전통이 되고 있다”며 추가 규제를 촉구했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