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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한국산 제품에 가장 많은 수입규제 조치를 내린 국가는 미국이었다. 다른 국가들은 한국산 제품에 대한 규제를 줄여가고 있지만 미국만큼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오히려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9일 한국무역협회는 지난해 전 세계가 한국을 대상으로 새로이 조사에 착수한 수입규제 현황을 분석해 발표했다. 2017년 한 해 조사 개시된 수입규제는 총 27건으로 2016년(44건)보다 17건 줄었다. 국가별로는 미국이 8건(30%)으로 가장 많았고 터키(4건), 중국(3건), 아르헨티나와 호주(각각 2건) 순이었다. 말레이시아, 베트남, 브라질, 인도, 멕시코, 사우디아라비아, 일본, 캐나다는 1건씩 있었다. 규제 형태는 반덤핑이 21건으로 가장 많았고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가 6건이었다. 세이프가드는 미국이 2건(태양전지, 세탁기), 터키가 2건(타이어, 칫솔), 베트남(비료)과 사우디아라비아(시멘트용 가공첨가제)가 1건씩이었다. 문제는 미국이었다. 미국은 한국에 대한 수입규제조치(조사개시 포함)를 2016년 5건에서 지난해 8건으로 늘렸다. 그 이전의 수입규제조치까지 다 합하면 한국산 제품에 대한 전 세계 수입규제조치 총 191건(지난해 말 기준) 중 31건이 미국이다. 단일국가 중 가장 많다. 협회에 따르면 한국에 대한 미국의 수입규제조치는 스테인리스스틸, 섬유, 철강후판, 송유관, 고무 등 다양한 제품에 걸쳐 발동 중이다. 총 31개 품목이 규제가 발동 중이거나 조사 중인 가운데 스탠더드 강판과 스테인리스 용접강관은 무려 1991년부터 반덤핑 규제가 풀리지 않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최종 결정만 남겨둔 한국산 세탁기, 태양전지에 대한 세이프가드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태양전지는 12일, 세탁기는 내달 1일 세이프가드 발동 여부가 최종 결론난다. 미국에 매년 수십만 대의 세탁기를 수출하고 있는 삼성전자, LG전자는 불안한 마음으로 최종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양사가 세이프가드 적용을 받는 수출물량은 약 108만 대(삼성전자 72만 대, LG전자 36만 대) 정도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관세와 물량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세이프가드가 현실화되면 제품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고 가격경쟁력이 약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이러한 보호무역주의 기조가 다른 국가나 지역으로 확산될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미국이 연이어 한국산 제품에 불이익을 가할수록 다른 국가들에도 한국산 제품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안근배 한국무역협회 무역정책지원본부장은 “미국은 세이프가드를 포함해 지난해 새로 조사를 개시한 수입규제 결과를 올초부터 연이어 발표할 예정이다”고 했다. 안 본부장은 “이러한 미국의 수입규제 포화가 유럽연합(EU) 등 다른 나라로 확산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이은택 nabi@donga.com·서동일 기자}
한국GM 노동조합이 2017년 임금교섭 잠정합의안을 9일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가결 통과시켰다. 한국GM은 전체 조합원 중 1만2340명이 투표해 8534명(찬성률 69.2%)이 찬성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7월 임협 교섭이 결렬된 뒤 갈등과 파업을 이어온 한국GM은 7개월 만에 해를 넘겨 간신히 임협을 마무리 지었다. 이번에 통과된 합의안은 △기본급 5만 원 인상 △격려금 600만 원(2월 14일 지급) △성과급 450만 원(4월 6일 지급)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한국GM의 지난해 내수 판매는 총 13만2377대로 2016년보다 26.6%나 줄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회사가 부진으로 실적 악화를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에서 노조가 무리한 인상을 요구한다”는 비판이 일기도 했다. 한국GM 노사는 조만간 2018년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도 시작하기로 했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2018년 연초부터 중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시장이 달아오르고 있다. 최근 3, 4년 전부터 급성장한 SUV 시장은 한국 자동차 시장의 대세로 자리 잡았다. 그간 한국 자동차 시장은 중형 세단 위주였지만 안전성과 편의성을 중시하는 소비자들이 SUV로 옮겨가면서 각 완성차 업체들의 경쟁에 불이 붙었다. 지난해 상품성을 개선한 쏘렌토를 내세운 기아자동차는 SUV 시장을 주도했고, 현대자동차는 주력 모델인 투싼, 싼타페, 맥스크루즈의 노후화로 큰 재미를 못 봤다. 문제는 올해다. ‘절치부심(切齒腐心·이를 갈고 분하게 여기다)’의 심정으로 지난해를 보낸 현대차가 대거 신차를 출시한다. ‘물량공세’로 판을 뒤집겠다는 전략이다. 이제 맞서 한국GM, 쌍용자동차, 수입차 업체들도 경쟁에 가세했다. 쏘렌토로 기존 시장을 주도하던 기아차의 판매 전략에도 관심이 쏠린다. 관심이 집중되는 모델은 역시 신형 싼타페다. 2월경 출시될 신형 싼타페는 4세대 모델로 최첨단 스마트 장비들이 대거 적용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차체는 더욱 커지고 최근 현대차가 패밀리룩으로 적용 중인 ‘캐스케이딩 그릴’이 장착될 예정이다. 이미 온라인상에 예상 디자인이 속속 올라오는 가운데 누리꾼들의 관심도 집중되고 있다. 2.0L, 2.2L 디젤 엔진에 8단 자동변속기가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준중형인 투싼 페이스리프트(FL·부분변경) 모델과 대형인 신형 맥스크루즈에도 관심이 쏠린다. 투싼은 한 체급 아래인 코나의 디자인을 상당 부분 이어받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그간 기아차 모하비에 밀려 존재감을 제대로 보이지 못했던 맥스크루즈는 하반기(7∼12월) 중 길이와 휠베이스를 늘려 새로 태어날 예정이다. 기존 모델은 다소 애매한 크기 때문에 ‘대형 SUV’로 분류되기에 부족한 감이 있었다. 신모델은 길이가 약 75mm, 휠베이스는 100mm가량 길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GM은 미국에서 인기를 끈 쉐보레 에퀴녹스를 들여온다. 지난해 미국에서 총 250만 대 이상 팔린 에퀴녹스는 신형 싼타페, 쏘렌토와 정면승부를 벌일 예정이다. 가솔린 1.5L 터보, 2.0 터보 엔진과 디젤 1.6L 엔진이 장착됐다. 국산 경쟁모델보다 휠베이스가 다소 긴 편으로 넉넉한 실내공간이 장점으로 꼽힌다. 또 미국 환경청에서 L당 16.6km 연비를 인증받아 효율성도 뛰어난 편이다. 변수는 가격이다. 한국GM은 지난해 신형 크루즈가 출시 초기부터 가격 논란에 휘말리며 초반 신차 효과를 보지 못했다. 하지만 상품성만 놓고 보면 신형 크루즈는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때문에 에퀴녹스의 가격이 싼타페, 쏘렌토와 비교해 어느 수준에서 책정될지가 최대 관심사다. 쌍용차는 SUV형 픽업트럭 렉스턴 스포츠로 틈새시장을 노린다. 이미 외관이 공개된 가운데 자동기어잠금장치(LD), 오픈형 덱 등이 특징이다. 가격은 2350만∼3090만 원으로 책정됐다. 9일 공식 출시 예정인 가운데 초반 판매 성적에 관심이 쏠린다. 픽업트럭은 미국 시장에서 인기가 많은 모델이지만 한국에서는 해치백과 더불어 아직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는 차종이다. 수입차 중에서는 폴크스바겐 신형 티구안이 최대 변수다. 2세대 모델인 신형 티구안은 폴크스바겐그룹 내에서 엔진을 전면부에 가로 배치하는 ‘MQB 플래폼’을 적용한 첫 SUV다. 차체 무게는 이전보다 50kg 줄고 전장 전폭은 커진 대신 높이는 낮아졌다. 주행 시 공기저항을 줄여 가볍고 날렵한 차가 됐다. 엔진도 가솔린 4종, 디젤 4종 등 총 8종을 탑재해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넓혔다. 구형 모델보다 연료소비효율은 24% 높였고, 유로엔캡(Euro NCAP) 충돌테스트에서도 별 5개를 받아 최고등급을 획득했다. 변수는 하나다. 2016년과 지난해에 걸쳐 디젤게이트, 인증서류 조작 사건으로 마음이 떠난 소비자들을 어떻게 되돌리느냐 하는 것이다. 국내 한 완성차 업체 관계자는 “신형 싼타페가 선전할 것으로 보이지만 최근 소비자들이 다양성을 추구하는 추세라 다른 경쟁 모델이 예상외의 인기를 끌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삼성물산이 2017∼2019년 주주배당을 이전의 3.6배 수준으로 높인다. 삼성물산은 8일 이사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배당정책을 결정해 발표했다. 배당규모는 주당 2000원으로 결정됐다. 이는 이전 배당규모(주당 550원)와 비교했을 때 큰 폭으로 뛴 것이다. 삼성물산은 “주주환원 확대를 바라는 기대에 적극 부응하기 위한 것으로 3년 치 배당규모를 미리 제시해 예측성을 높였다”고 밝혔다. 삼성물산이 한꺼번에 3개년 배당정책을 확정해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따라 2017년 총 배당규모는 33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물산은 이번 배당 확대가 주가 흐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제일모직과의 합병 이후 삼성물산 주가는 다소 부진한 흐름을 이어왔다. 이날 삼성물산은 “이사회의 전문성과 다양성을 제고하는 차원에서 글로벌 기업 출신으로 전문성과 경험을 갖춘 외국인 사외이사 영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연초부터 비행기 티켓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국내 1위 저비용항공사(LCC) 제주항공은 5일 오후 5시에 시작한 할인 항공권 판매행사 ‘찜(JJim) 항공권’에서 시작 30분 만에 동시 접속자 70만 명이 몰렸다고 8일 밝혔다. 김포∼제주, 부산∼제주, 인천∼괌 노선에 가장 많은 사람이 몰렸다. 12일 오후 5시까지 진행되는 이번 행사에서는 총 30만 장을 파는데 5일부터 8일 오후 3시까지 판매된 항공권은 총 14만여 장이다. 제주항공은 매년 1, 7월에 항공권 할인 판매를 하는데 지난해 1월 진행한 같은 행사에서는 동시 접속자가 54만6000명이었다. 이번에 15만4000명이나 더 몰린 셈이다. 2년 전 같은 행사에서는 접속자가 몰려 한때 홈페이지가 다운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갈수록 항공 여행이 늘어나는 추세라 예매 시스템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대규모 정보기술(IT) 투자도 단행했다”고 했다. 분위기가 달아오르자 최근 2년 연속 항공여객 1억 명을 돌파한 국내 항공업계에서는 “올해도 기록 경신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에 부풀어 있다. 특히 7, 8월 휴가철 해외로 나가는 여행객은 사상 최대 규모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항공업계는 올해 여객 수송 실적이 지난해보다 7%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른 항공사들도 연초 탑승객을 잡기 위해 발 빠르게 나섰다. 에어서울은 이날 일본 항공권 특가 판매와 현지 호텔 할인권 제공 행사를 시작했다. 이스타항공도 일본 항공권 특가 판매를 시작했다. 말레이시아 저비용항공사 에어아시아는 항공권 300만 장을 특가에 내놨다. 항공여객은 해마다 가파르게 늘고 있다. 2008년만 해도 우리나라 국내선 항공여객은 1699만360명, 국제선은 3534만1410명으로 총 5233만여 명이었지만 2016년 1억 명을 돌파했고 지난해 1억936만1974명을 기록했다. 10년 만에 2배 이상으로 늘어난 것이다. 한 항공사 관계자는 “국민 소득 수준이 해외여행을 폭넓게 즐길 만큼 높아졌고 항공 이용 시스템과 노선이 다양해진 때문이다”고 분석했다. 항공사들은 올해 시장이 더욱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대한항공은 올해 경영계획 자료에서 “세계, 국내 경제가 성장률 회복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돼 항공여객, 화물 수요도 견조한 성장세를 지속할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과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 봉합도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은 올해도 CS300(10대), B787-9(4대), B777-300ER(4대) 등 항공기 추가 도입에 나섰다. 한국인이 선호하는 해외여행지로는 일본이 여전히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진에어가 지난해 자사 국제선 여객 493만 명을 분석한 결과 오사카를 방문한 여행객이 67만 명으로 노선 중 가장 많았다. 2위도 일본 후쿠오카(45만 명)였다. 베트남 다낭(45만 명), 필리핀 세부(39만 명)가 뒤를 이었다. 항공사 관계자는 “사드 갈등 이후 중국에 대한 반감이 일본행을 늘리는 풍선효과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이은택 nabi@donga.com·변종국 기자}

권오준 포스코 회장(사진)이 국내 철강사 수장 중에서는 처음으로 국제가전전시회(CES)에 참석한다. 4차 산업과 스마트 팩토리를 미래 먹거리로 키우고 있는 포스코의 청사진을 위한 행보다. 8일 포스코는 권 회장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정보기술(IT) 전시회인 CES 2018에 참석하기 위해 이날 출국했다고 밝혔다. 권 회장은 GE그룹에서 디지털 솔루션 사업을 총괄하는 하일만 마티아스 베이커휴스 제너럴일렉트릭(BHGE) 최고디지털책임자(CDO)와 만나 포스코의 IT사업 플랫폼 발전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또 세계 1위 스마트 컨스트럭션(건축) 기업인 DPR 컨스트럭션과 스마트 사업 공동추진 양해각서(MOU)를 체결한다. 포스코의 CES행은 포스코가 전통적인 철강, 무역 기업에서 인공지능,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기업으로 진화하려는 신호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1∼3분기(1∼9월) 포스코그룹에서 매출 비중이 가장 큰 포스코의 영업이익률은 9.8%, 두 번째로 큰 포스코대우는 1.7%에 불과했다. 그룹 내부에서도 “기술개발로 이익률을 높일 수 있는 분야에 투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포스코 관계자는 “권 회장이 CES에서 스마트시티, 스마트홈, 전기차 배터리 전시관 등을 면밀히 둘러볼 것”이라고 말했다.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연초부터 비행기 티켓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국내 1위 저비용항공사(LCC) 제주항공은 5일 오후 5시에 시작한 할인항공권 판매행사 ‘찜(JJim) 항공권’에서 시작 30분 만에 동시접속자 70만 명이 몰렸다고 8일 밝혔다. 김포~제주, 부산~제주, 인천~괌 노선에 가장 많은 사람이 몰렸다. 12일 오후 5시까지 진행되는 이번 행사에서는 총 30만 장을 파는데 5일부터 8일 오후 3시까지 판매된 항공권은 총 14만여 장이다. 제주항공은 매년 1, 7월에 항공권 할인판매를 하는데 지난해 1월 진행한 같은 행사에서는 동시접속자가 54만6000명이었다. 이번에 15만4000명이나 더 몰린 셈이다. 2년 전 같은 행사에서는 접속자가 몰려 한때 홈페이지가 다운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갈수록 항공여행이 늘어나는 추세라 예매 시스템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대규모 IT(정보통신) 투자도 단행했다”고 했다. 분위기가 달아오르자 최근 2년 연속 항공여객 1억 명(누적)을 돌파한 국내 항공업계에서는 “올해도 기록 경신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에 부풀어 있다. 특히 7, 8월 휴가철 해외로 나가는 여행객은 사상 최대 규모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항공업계는 올해 여객수송실적이 지난해보다 약 7%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른 항공사들도 연초 탑승객을 잡기 위해 발 빠르게 나섰다. 에어서울은 이날 일본 항공권 특가판매와 현지 호텔 할인권 제공행사를 시작했다. 이스타항공도 일본 항공권 특가판매를 시작했다. 말레이시아 저비용 항공사 에어아시아는 항공권 300만 개를 특가에 내놨다. 항공여객 수요는 해마다 가파르게 늘고 있다. 2008년만 해도 우리나라 국내선 항공여객은 1699만360명, 국제선은 3534만1410명으로 총 5233만여 명이었지만 2016년 1억 명을 돌파했고 지난해 1억936만1974명을 기록했다. 10년 만에 2배 이상으로 늘어난 것이다. 한 항공사 관계자는 “국민 소득수준이 해외여행을 폭넓게 즐길 만큼 높아졌고 항공 이용 시스템과 노선이 다양해진 때문이다”고 분석했다. 항공사들은 올해 시장이 더욱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대한항공은 올해 경영계획 자료에서 “세계, 국내 경제가 성장률 회복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돼 항공여객, 화물 수요도 견조한 성장세를 지속할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과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 봉합도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대한항공은 올해도 CS300(10대), B787-9(4대), B777-300ER(4대) 등 항공기 추가도입에 나섰다. 한국인이 선호하는 해외 여행지로는 일본이 여전히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진에어가 지난해 자사 국제선 여객 493만 명을 분석한 결과 오사카를 방문한 여행객이 67만 명으로 노선 중 가장 많았다. 2위도 일본 후쿠오카(45만 명)였다. 베트남 다낭(45만 명), 필리핀 세부(39만 명)가 뒤를 이었다. 항공사 관계자는 “사드 갈등 이후 중국에 대한 반감이 일본행을 늘리는 풍선효과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변종국 기자 bjk@donga.com}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정문 앞. 현대식 건물과는 어울리지 않는 하얀 천막이 한편에 세워져 있다. 안에는 큼지막한 3인용 의자 2개와 대형 난로가 놓여 있다. 들어가 보면 제법 따뜻하다. 사람들이 잘 눈여겨보지 않는 이 천막은 오토바이 택배기사, 퀵서비스 기사들을 위한 ‘겨울 쉼터’. 한파가 유난히 지독했던 올겨울 많은 기사가 대기시간 동안 이곳에서 몸을 녹였다. 천막을 만든 사연은 2015년 1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한상의 총무팀에 어느 날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의 지시가 내려온다. “날이 추워지는데 회사 앞에 택배기사님들이 추위에 떨며 모여 있다. 따뜻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을 하나 마련하라.” 중구와 서소문 일대를 담당하는 퀵서비스 기사들은 대한상의 앞 도로변에 오토바이를 세워놓고 대기시간을 보내곤 했는데 박 회장이 출퇴근 때 이를 본 것이다. 박 회장의 지시는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다. 총무팀은 자체 예산으로 쉼터를 만들어 매년 11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운영하기 시작했다. 2년이 지난 지난해 11월, 박 회장의 추가 지시가 내려왔다. “배달 때문에 상의에 오시는 기사님들께 점심 식권을 무료로 드리고 구내식당에서 식사를 하도록 안내하라.” 식권은 정가 6000원. 박봉의 퀵서비스 기사들은 식대를 아끼려고 쉼터에서 빵과 우유로 자주 끼니를 때웠는데 박 회장이 이를 본 것이다. 요즘 대한상의 지하 구내식당에서는 점심을 해결하는 기사들을 자주 볼 수 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옛날 포목점인 박승직상점(두산의 모태·박용만 회장은 두산그룹 창업주의 손자)이 종로4가에서 문을 열었는데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종로 일대에는 오토바이 배달 기사가 많다. 박 회장이 어렸을 때 이런 종로 풍경을 보면서 커 기사들에 대한 마음이 남다르다”고 전했다. 새해가 시작됐지만 팍팍한 경제난 속에 시민들의 마음도 얼어붙고 있다. 대한상의의 미담 사례가 우리 사회를 데우는 작은 온기가 되길 희망해본다.이은택·산업1부 nabi@donga.com}

한화는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의 성공을 기원하기 위해 경기 입장권 1400여 장을 구입한 뒤 사회 각계각층에 기증한다고 4일 밝혔다. 한화는 우선 입장권 300장을 이날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국내에 체류 중인 외국군 장교 80여 명에게 전달하는 행사를 열었다(사진). 이 자리에는 이희범 평창올림픽조직위원회 위원장, 이태종 ㈜한화 대표이사, 한국에 거주 중인 외국군 장교 대표단 등이 참석했다. 이 대표는 “27개 국가에서 모인 외국군 장교들이 가족, 친구, 지인들과 평창 겨울올림픽을 함께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입장권을 기증했다”고 말했다. 한화는 나머지 입장권 1100여 장을 계열사 임직원 등과 나누거나 한화가 후원 중인 사회복지기관과 임직원을 매칭해 함께 관람하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김승연 한화 회장은 2일 신년사에서 “평창 올림픽에 우리도 적극 동참해 힘을 보태야 한다”고 말했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경제계 최대 신년 행사인 ‘2018년 신년 인사회’가 주요 그룹 총수가 불참한 가운데 열렸다. 빠듯한 연초 일정 탓에 문재인 대통령이 불참하자 주요 그룹에서 대부분 전문 경영인이 대신 참석해 다소 김이 빠졌다. 3일 대한상공회의소가 주최해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경제계 신년 인사회엔 정치, 경제, 노동, 외교 등 각계 주요 인사 1300여 명이 참석했다. 삼성, 현대자동차, SK, LG, 롯데 5대 그룹 중 총수가 참석한 곳은 한 곳도 없었다. 오너 일가 중에선 구본준 부회장이 LG그룹을 대표해 참석했다. 삼성은 윤부근 삼성전자 부회장, 현대차는 정진행 사장, SK는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 롯데는 황각규 롯데지주 대표가 참석했다. 전날(2일) 청와대에서 열린 신년회에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과 최태원 SK 회장 모두 참석했었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인사말에서 기업이 새로운 일을 벌일 수 있도록 정부가 규제 개혁에 적극 나서줄 것을 요청했다. 그는 “미래를 위해 반드시 해야 하는 과제들이 이해관계라는 허들에 막혀 안타깝다. 최근 (김동연) 부총리께서 개선할 수 있는 규제들을 찾아 바꿔 주신다는 말씀을 듣고 반갑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노동계 대표도 2015년 이후 3년 만에 참석했다.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은 인사말에서 “노동자들을 옛날 방식으로 하인이나 머슴으로 보지 않고 민주화 시대에 걸맞은 노사 관계가 정립됐으면 좋겠다”면서도 “(노동자가) 경제인과 동반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발언 중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쪽을 쳐다보며 “홍 대표님께서 도와 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대통령 대신 참석한 이낙연 국무총리는 “최저임금 인상과 노동시간 단축, 비정규직 전환 정책에 따라 기업의 경영 부담이 늘어날 것을 정부도 알고 있다”면서도 “경제인들이 일자리를 늘리고 노동자들의 삶을 개선하는 데 함께해 달라. 저임금과 노동은 이대로 둘 수 없는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해 기업인들이 필사항전의 각오로 노력해주신 덕분에 수출 기록을 경신했다”며 기업인들을 치켜세웠다. 홍 대표는 “한국 사회가 가진 자에 대한 증오와 분노를 쏟아내는 사회로 변해 가는 것이 유감”이라고 말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일자리는 정부 주도가 아니라 기업과 민간 주도로 만들어야 한다”며 현 정부의 일자리 정책을 비판했다. 인사회에 참석한 기업인들은 새해 경기 전망에 대해 “나아지기 바란다”며 기대를 내비쳤다. 그러나 김영주 한국무역협회장의 마지막 인사말 등 공식 행사가 끝나자마자 참석자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면서 썰렁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한 참석 기업인은 “대통령이 불참한 탓에 총수들이 많이 참석했던 예년보다 분위기가 가라앉은 것 같다”고 말했다.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전 세계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시장에서 한국 기업이 점유율을 늘리며 톱3로 뛰어올랐다. 국내 업체들은 해외 생산기지 가동, 신제품 개발 등 잇단 투자로 ‘미래 먹거리’를 선점하고 있다. 3일 시장조사 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LG화학과 삼성SDI가 전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일본 파나소닉에 이어 각각 출하량 2, 3위에 올랐다. 국내 배터리 1위인 LG화학은 조사 기간 4.1GWh(기가와트시)를 출하해 2016년 같은 기간보다 2.7배 성장했다. 글로벌 순위는 4위에서 2위로 두 계단 올랐다. 원통형과 각형 배터리를 주력으로 생산하는 삼성SDI도 2016년보다 87.5% 성장한 2.2GWh 출하를 기록했다. 순위도 5위에서 3위로 두 계단 올랐다. SNE리서치는 “두 업체 모두 하위 업체들과의 격차가 최소 0.5GWh 이상이어서 1∼11월 순위가 12월까지 그대로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두 업체의 성장을 이끈 것은 전기차의 판매 호조다. LG화학 배터리가 장착되는 현대자동차 아이오닉 일렉트릭, 쉐보레 볼트(Bolt), 르노 Zoe는 세계적으로 전기차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삼성SDI도 인기 모델인 BMW i3, 330e, 530e와 폴크스바겐 e-골프 등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 중국에 출시된 전기차에 탑재된 중국산 배터리 출하량은 제외됐다. 중국은 세계 최대의 전기차 시장이지만 자국 배터리 산업을 키우기 위해 외국산 배터리 장착에 까다로운 규제를 적용하고 있다. 한국산 배터리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 이후 판매 불가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당분간 한국 기업들의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LG화학은 올해부터 유럽 생산기지인 폴란드 공장을 본격 가동해 제품 양산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LG화학의 폴란드 전기차 배터리 공장은 현존 유럽 배터리 공장 중 최대 규모다. 삼성SDI도 신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한 배터리 업체 관계자는 “삼성SDI가 조만간 기존 배터리들의 장점을 결합한 새 제품을 내놓을 것 같다”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은 아직 글로벌 점유율이 미미하지만 헝가리 공장 건설을 계기로 전환점을 모색할 예정이다. 지난해 말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분야에 총 1조 원가량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국내 업체들이 이같이 전기차 배터리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것은 ‘잠재력이 무궁무진한’ 미래 시장이기 때문이다. 각국이 환경 보호와 대기 관련 규제를 이유로 내연기관 자동차를 줄이기 위한 정책을 펴는 가운데 전기차 시장은 아직도 발전 초기 단계다. 게다가 전기차 가격에서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는 부분이 바로 배터리다. 이 때문에 자동차 업계에서는 “배터리를 지배하는 업체가 결국 미래 자동차 시장을 지배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SNE리서치는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한국산 배터리의 지배력이 갈수록 강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불확실성’ ‘4차 산업혁명’ ‘책임경영’. 2일 국내 주요 그룹이 발표한 2018년 신년사에 공통적으로 담긴 키워드다. 기업 신년사는 올 한 해 재계 주요 화두와 기업별 생존 방식을 들여다볼 수 있는 핵심 메시지다. 처한 상황은 다르지만 각 그룹의 새해 신년사에는 불확실한 글로벌 경제와 4차 산업혁명 파고 속에서 혁신을 통해 생존해야 한다는 주문이 담겨 있었다. ○ “불확실성 극복하고 4차 산업혁명 주도”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SK LG 롯데 등 국내 5대 그룹 신년사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단어는 ‘혁신’(23회)이었다. 그 어느 해보다 혁신에 대한 강한 주문이 이어진 건 국내외 불확실한 경제 상황에 대한 우려가 크기 때문으로 보인다. 김기남 삼성전자 사장은 “올해 세계 경제는 자국 우선주의, 보호무역주의 확산, 지정학적 리스크 등 불확실성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며 사상 최대 실적을 냈던 지난해의 성과에 안주해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구본준 LG그룹 부회장 역시 “보호무역의 거센 파고와 글로벌 경기 악화 가능성 등 정치·경제 환경은 시간이 지날수록 예측 자체가 어려울 정도”라며 “근본적인 혁신”을 주문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지정학적인 정세는 여전히 불안하며 유가와 금리 상승은 원가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했다. 손경식 CJ 회장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기업들의 비용 부담 증가와 금리 인상에 따른 가계 이자 부담 증가가 내수 회복에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4차 산업혁명의 가속화에 따른 글로벌 기술 경쟁도 기업들이 올 한 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큰 숙제다. 업종에 관계없이 대부분의 기업이 ‘기술’(12회)과 ‘연구개발(R&D)’(3회)을 통한 근본적인 체질 ‘변화’(19회)를 해답으로 꼽았다. 김기남 사장은 “인공지능 자율주행 빅데이터 등 정보기술(IT) 산업의 급격한 패러다임 변화는 새로운 도전을 요구하고 있다”며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기술 개발 문화를 사내에 정착시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주도해야 한다”고 했다. 정몽구 현대차 회장은 자율주행 등 미래 핵심 기술에 대한 투자 확대를 주문했다. 신동빈 롯데 회장은 “그룹 전반에 디지털 전환을 이뤄 달라”며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가상현실 등 첨단 기술을 모든 사업 프로세스에 적용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글로벌 경쟁 우위를 확보해야 한다”고 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기존의 시장 경쟁 구도를 파괴하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은 더 강력한 변혁을 촉구하고 있다”고 진단하고 그룹의 소프트파워 경쟁력을 일류 수준으로 혁신해줄 것과 이를 위한 인재 확보를 주문했다. 조현준 효성 회장은 “4차 산업혁명 확산으로 모든 산업에서 데이터 축적 및 분석과 이를 기반으로 한 전략이 실행되고 있는데 효성은 시장과 고객, 기술 분야의 데이터 축적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며 “변화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허창수 GS 회장은 ‘절차탁마(切磋琢磨·칼로 다듬고 줄로 쓸며 망치로 쪼고 숫돌로 간다)’의 자세로 지속적으로 역량을 쌓아 경쟁력을 확보해 달라고 주문했다. 구자열 LS 회장은 ‘변화에 한발 앞서 대응하고 미래를 주도적으로 개척한다’는 ‘응변창신(應變創新)’의 마음가짐을 당부했다. ▼ ‘고객’ 21회 언급… 국민신뢰 회복 의지 담겨 ▼○ “사회로부터 신뢰 회복해야” 올해 신년사에는 ‘고객’(21회), ‘사랑·신뢰·존경’(4회), ‘투명성’(3회) 등의 표현이 유독 여러 차례 등장했다. 삼성전자는 법규를 준수하고 상생을 통한 기여로 고객과 사회로부터 사랑받는 회사가 되는 것을 올 한 해 3대 과제 중 하나로 꼽았다. 구본준 부회장 역시 “정도경영을 바탕으로 경영의 투명성을 높이고 국민과 사회로부터 더 신뢰받는 기업이 되자”고 했다. 최태원 SK 회장은 “경제적 가치뿐 아니라 사회적 가치를 함께 추구하는 새로운 SK의 원년으로 만들자”고 제안했다. 신동빈 회장은 “주변과 항상 나누고 함께 성장하는 존경받는 기업이 되기 위해 노력하자”며 “경영 투명성을 갖추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며, 사회적 가치 창출을 기반으로 경영 활동을 해나가겠다”고 했다. 황창규 KT 회장도 새로운 일자리 창출과 우수 중소기업 지원 등을 통해 국민들이 기대하는 기업의 역할을 해내자고 당부했다.○ “일하는 방식부터 바꾸자” 산업 패러다임 변화에 맞춰 일하는 방식부터 근본적으로 바꿔보자는 주문도 담겼다. 최태원 회장은 조직 전반의 ‘딥체인지(Deep Change)’를 위한 한 가지 방법으로 사무 공간의 변화에서 시작되는 일하는 방식의 혁신을 꼽았다. 같은 조직과 공간에서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 일하는 것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프로젝트 중심의 공간에서 협업과 공유를 활성화하는 환경으로 업무 공간을 바꾸겠다는 뜻이다. 최근 대기업 최초로 주 35시간 근무제를 적용한 신세계그룹의 정용진 부회장은 “주 35시간 근무제는 국내 대기업 중 최초로 시행하는 것으로, 성공적인 사례로 잘 정착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차세대 융복합 사업과 성장 사업을 발굴하기 위해 개방과 협업(Open & Collaboration)을 통해 사업 추진의 유연성을 높여야 한다”며 “창의문화에 기반을 둔 일하는 방식을 정착시키고 산업생태계 내 관련 회사들과의 동반 성장을 강화하자”고 제안했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은 “변화와 혁신을 실행하는 것은 사람이고, 이를 지속적으로 추진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바로 조직문화”라며 “일에 대해 가치와 보람을 느낄 수 있는 공동의 정서와 업무 환경을 만들자”고 했다. ○ 틀 깬 시무식 눈길 올해 주요 그룹의 시무식은 형식에서도 ‘변화와 혁신’을 엿볼 수 있었다. 총수가 연단에서 딱딱하게 원고를 낭독하는 형식에서 탈피해 변화를 추구한 기업들이 눈에 띄었다. 2일 최태원 SK 회장은 ‘노타이’ 캐주얼 정장 차림으로 임직원 앞에 나섰다. 최 회장이 준비한 신년사는 지식나눔 강의로 유명한 테드(TED) 방식으로 진행됐다. 귀에 꽂는 이어마이크를 착용한 최 회장은 약 30분간 파워포인트(PPT) 화면을 띄워 가며 시무식을 진행했다. LG전자는 입사 10년 이하 젊은 사원 2명이 사회를 맡아 ‘틀을 깨고 새로운 LG전자로 도약하는 원년’이라는 플래카드를 펼친 뒤 조성진 LG전자 부회장과 배상호 노조위원장의 목에 머플러를 직접 둘러줬다. 삼성전기는 혼성 아카펠라 그룹 메이트리의 노래 공연으로 즐거운 분위기에서 시무식을 시작했다.김지현 jhk85@donga.com·이은택 기자}

“세계 시장을 내다보면 눈앞이 깜깜하고 여기서 느끼는 무력감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사진)이 출입기자단과 가진 새해 인터뷰에서 ‘규제 공화국’으로 치닫는 국내 현실을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재계 수장 역할을 맡고 있는 박 회장의 위기감은 새해 경영계 전체의 분위기를 반영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박 회장은 지난해 12월 29일 서울상의 회관 집무실에서 인터뷰 시간의 상당 부분을 할애해 우리 사회의 규제개혁이 지지부진한 데 대한 답답함을 호소했다. 그는 우리 사회의 규제 수준에 대해 ‘사회주의 국가보다 규제가 더 많아 불편한 대한민국’이라고 진단을 내렸다. 이어 “중국에서 가능한 일이 우리나라에서 (규제 때문에) 불가능하다면 그게 과연 옳은 일이냐”며 강하게 비판했다. 박 회장은 “규제개혁이라는 단어가 오랫동안 언급이 돼 둔감해진 것 같지만 정말로 심각한 얘기”라며 중국의 사례를 들었다. “정말 신경 써야 될 게 많은 (중국 같은) 사회주의 국가에서 가하는 규제보다 우리가 더 규제가 많아 불편하다. 특히 새로 생기는 산업이나 중대한 변화에 대해 규제의 벽이 더 많다고 하면 이해가 되겠나.” 드론(무인항공기) 산업이 실례로 거론됐다. 중국은 정부가 나서 드론 산업을 지원하고 키우려는 추세지만 한국은 무게, 안전성 인증, 비행신고 등 각종 규제가 가로막고 있다는 것이다. 빅데이터 분야도 중국은 정부가 기업과 손잡고 공공정보 공유 플랫폼 구축을 추진 중이지만 한국은 개인정보 보호 규제 때문에 활용이 제한적이라고 했다. 박 회장은 “지난해 매사추세츠공대(MIT) 테크놀로지 리뷰가 발표한 세계적인 혁신 기업에 한국 기업은 1개도 없었고 중국은 7개나 있었다”며 “낡은 규제들은 이제 좀 정말 없앨 때가 됐다”고 말했다. 규제 개혁이 진전되지 않는 현실에 대해서는 “규제를 바꾸면 수혜자와 피해자가 생기기 때문에 담당자가 조사나 처벌, 불이익을 우려해 규제를 바꾸는 데 앞장서지 않고 입법부는 논쟁만 거듭한다”고 비판했다. 특히 규제를 양산하는 국회에 대해선 “20대 국회 들어 기업관련 법안 1000여 건 중 690여 건이 규제 법안”이라며 “진짜 거꾸로 가고 있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그는 “세월이 가니까 규제 개혁 목소리가 이제 별로 자극도 안 된다”며 무력감을 호소했다. 박 회장은 현 정부가 출범한 지 얼마 안 됐다는 점을 고려해 다른 정책은 정부와 보조를 맞추려 노력했지만 규제만큼은 시급히 해결해 달라고 거듭 당부했다. 새해 정부 정책에 대해선 “지금까지는 불확실성을 줄이는 시기였다”며 “지금까지 나온 정책 방향을 운용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갈등을 막기 위해 완급을 조절하고 갈등을 푸는 것을 동시에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근로시간 단축과 조세제도에 대해선 “인력난을 겪는 중소기업과 지방기업을 위해 (기업) 규모에 맞춰 좀 탄력적으로 적용하고 사안에 따라 완급을 조절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일각에서 제기된 새 정부의 ‘기업 패싱(passing)’ 논란에 대해선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못 박았다. 그러면서도 그는 “(문재인 정부의) 2년 차 성적표를 가름하는 가장 중요한 항목은 결국 기업 실적”이라며 “(규제 등의) 조치가 기업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정부도 고민하고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내년 경제 전망에 대해선 신중한 의견을 내놓았다. 박 회장은 “지난해 회복의 온기가 돌기 시작했지만 반도체 호황에 편중이 심했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경제 리스크 요소로 △통상마찰 △미국 금리 인상으로 인한 글로벌 긴축 △중동과 북핵 등 지정학적 리스크 등 3개를 꼽았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문재인 정부 들어 한국 노동시장과 기업 경영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이 일자리 감소와 중소기업 경영 악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새해를 앞두고 동아일보는 28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김승택 한국노동연구원 원장직무대행, 조준모 성균관대 교수, 윤장혁 화일전자 대표이사와 국내 고용노동 문제의 현주소를 짚어봤다. ―큰 폭으로 인상된 최저임금이 새해부터 반영된다. 이번 최저임금 인상 결정 과정과 결과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윤장혁=2020년 최저임금 1만 원을 목표로 빠르게 올리고 있는데 그 목표의 근거가 뭔지 묻고 싶다. 2007년과 비교하면 내년 최저임금(7530원)은 116% 올랐다. 최근 10년간 세계적인 경제 위기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렇게 올릴 수 있는 합리적인 근거가 불명확하다. 지방 중소기업은 외국인 근로자에게 기숙사를 제공하느라 추가 비용이 드는데 이 비용은 최저임금에 반영이 안 된다. 중소기업 관계자들을 만나 보면 내년, 후년에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아 해외로 생산기지를 옮기려는 곳이 많다. 그나마 여력이 없는 곳은 문 닫아야 하는 절망적인 상황이다. ▽조준모=올리는 방향성은 타당하다. 그러나 이렇게 많이 올릴 줄은 몰랐다. 자영업 비중 등 우리나라 특성을 고려해 전문가들이 인상 폭이나 산입 범위에 대해 과학적 논의를 하고 가이드라인을 줘야 했다. 정치적 프로세스를 객관화하는 과정이 있어야 했다는 것이다. 최근 최저임금위원회 전문가 태스크포스(TF)가 매달 주는 상여금만 최저임금에 산입하자는 안을 냈는데 같은 내용의 대법원 판례가 이미 있다. TF안은 그 판례를 담은 것에 불과하지 산입 범위를 새로 늘린 게 아니다. ▽김승택=5월 대통령선거 당시 주요 후보가 모두 최저임금 인상을 공약했다. 그 방향성은 타당하다고 본다. 다만 문제는 속도와 규모다. 성장률 3%대를 이룬 시점이라고 보면 지금이 적기라고 할 수도 있다. 다만 우려는 중소기업, 자영업자인데 사업을 접을 정도로 어렵다는 게 사실이라면 지금 정부의 지원 대책으로는 부족하다. 모니터링(관찰) 결과 악영향이 크다면 대책이 나와야 한다. ―내년에 논의될 후년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의견은 어떤가. ▽김=시장 사정을 잘 관찰하고 완급 조절을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 ▽조=데이터 분석은 없지만 직관적으로 봤을 때 16.4% 인상은 고용 파괴가 두드러지게 나타날 우려가 있어 심각하다. 인상에 반대하는 게 아니라 1만 원 인상 목표 시점을 3년 뒤가 아니라 5년 뒤로 해 연착륙을 주문하고 싶다. ▽윤=당연히 매년 인상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 2, 3년 모니터링하면서 이번 인상의 영향을 평가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본다. ▽조=최저임금을 올려 한계 자영업을 구조조정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업주가 우리 가족이라고 생각해 보면 너무 가혹한 얘기다. 고용 파괴는 소득 주도 성장 목적에도 위배된다. ―근로시간 단축도 뜨거운 화두다. 기업 현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는가. ▽윤=최저임금 인상보다 더 타격이 큰 게 근로시간 단축이다. 최근 신세계가 근로시간 단축 계획을 발표했는데 대기업이니까 가능한 이야기다. 업종상 24시간 돌려야 하는 공장이나 당장 2교대를 3교대로 바꿔야 할 공장은 치명타를 입는다. 근로시간이 줄어들면 임금이 줄어드니까 근로자도 이를 바라지 않는다. ▽김=근로시간을 줄여야 한다는 총론에 대해서는 사회적 합의가 있다.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의 근로시간 단축이 어려운 이유는 ‘사람을 못 구해서’가 맞다. 그렇다면 이 부분을 정부가 어떻게 할 건지, 외국인 근로자를 늘려주거나 구직 알선을 시켜줄 것인지 여러 방안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입법부는 연착륙 법안을 추진해야 한다. ▽조=2015년에도 근로시간 단축을 논의했는데 이제 와서 다시 논의하고 있다. 2년 전 논의를 성숙시켜 국회가 법안으로 만들었다면 훨씬 더 나은 안이 나올 수 있었다. 근로시간 단축의 중요한 화두는 ‘일하는 방식’의 개혁이다. ▽윤=최저임금이나 근로시간 단축 이후 중소기업 연착륙을 위해 돈을 지급하기보다는 자동화 설비를 지원한다든지, 스마트 공장으로 생산성을 늘리는 방법 등 시스템 도입을 지원해줘야 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격차 등 노동시장 이중 구조 문제의 해법은…. ▽김=정말 개선해야 할 문제다. 급격한 노동정책이 나온 것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문제가 크니까 이런 이중 구조에 대한 반작용으로 나온 것으로 본다. 이중 구조를 어떻게 해소해 나가느냐에 따라 전체적인 고용정책의 기조를 부드럽게 가져갈 수 있다. ▽윤=노동계를 대표하는 양대 노총의 지지 기반은 대다수가 대기업 노조다. 근로자의 85%는 중소기업 노동자들인데 이들의 목소리는 아무도 대변해 주지 않는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격차가 너무 커진 데는 대기업 노조 같은 상위의 이기주의가 원인 아닌가. ▽조=지금 시대에 ‘노동자는 다 약자’라는 관점은 곤란하다. 노동을 보호하려는 현 정부의 정책이 자칫하면 대기업 고임금 정규직 등 이른바 ‘노동1’을 배불리고 중소기업, 자영업, 비정규직 등 ‘노동2’를 희생시키는 ‘노동 부익부 빈익빈’으로 이어지면서 정부 의도와 달리 갈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 진행=김용석 산업부 차장·정리=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경제계를 대표하는 경제단체 수장들이 28일 새해 신년사를 통해 강한 수준의 규제개혁을 주문했다. 문재인 정부 2년 차를 맞아 일자리 창출, 글로벌 경쟁 등 과제가 산적해 있지만 각종 규제에 발목이 잡혀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기업들의 위기감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신년사에서 “정부의 최우선 과제인 일자리 창출 면에서 개선의 조짐이 없다”며 “과거 모든 정부가 규제 혁파를 약속했지만 성공하지 못한 데 대해 치열하게 반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 회장은 우리나라의 경쟁력이 떨어져 이미 여러 산업 분야에서 중국에 뒤처져 있다고 지적하며 “모두 우리가 스스로 자승자박하는 과잉 규제 때문이다. 규제 혁파 없이는 (새 정부 최우선 국정과제인) 일자리 창출도 없다”고 했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도 “세계 100대 비즈니스 모델 중 한국에서 사업을 한다면 절반 이상이 시작조차 어렵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며 “정해진 것 빼고 다 할 수 있게 하는 개방형 체제로 규제 시스템을 전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허창수 전경련 회장도 “국회, 정부에서 불합리한 규제를 개선하고 혁신을 촉진하는 정책을 펼쳐주길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최저임금 인상, 노동시간 단축,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산적한 노동 현안에 대해 느끼는 부담감도 털어놓았다.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은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 경영 환경의 변화가 당장은 우리 중소기업계에 적지 않은 어려움으로 다가올 것”이라고 말했다. 대기업보다 변화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영세기업의 현실적 한계를 고려해 정책 추진의 속도와 폭을 조절해 달라는 주문이다. 실제로 전경련중소기업협력센터가 이달 중소기업 1000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내년 경영 환경 전망 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 10곳 중 4곳은 ‘인건비 상승 및 우수 인재 확보 어려움’(37.2%)을 최대 위협 요인으로 꼽으며 내년 경영 환경이 악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충남 아산에서 중소기업을 경영하는 A 대표는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등이 겹치면서 더 이상 버티기 어렵다는 기업이 공단 내에서도 속출하고 있다”며 “영세한 기업들은 해외 이전마저 어려워 폐업을 고민해야 할 처지”라고 전했다.서동일 dong@donga.com·이은택 기자}
효성은 27일 서울 중구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연말 이웃돕기 성금 10억 원을 기탁했다. 노재봉 효성 지원본부장(부사장)은 “기업은 사회의 일원으로 행복한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할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이르면 내년 초부터 대기업 및 중견기업이 중소기업에 “다른 회사와는 거래하지 말라”며 전속거래를 요구하면 처벌 대상이 된다. 하도급업체가 원청업체에 자사 기술을 빼앗기면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지 않고도 바로 검찰, 경찰 등 수사기관에 고소할 수 있다. 공정위는 28일 이런 내용을 담은 ‘하도급거래 공정화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가맹점 분야 대책, 유통업 분야 대책에 이은 ‘을(乙)의 눈물 닦기’ 세 번째 대책이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기울어진 운동장을 평평하게 바로잡고자 하는 것이지 대기업의 경쟁력을 무너뜨리려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공정위는 원청업체와 하도급업체 사이에서 관행적으로 이뤄지던 전속거래를 원칙적으로 금지할 방침이다. 전속거래란 하도급업체가 원청업체 1곳과만 거래하는 방식이다. 1975년 중소기업계열화촉진법이 생기면서 수출 대기업과 부품 중소기업의 하도급 거래가 도입된 게 시초다. 1990년대 글로벌 경쟁이 심화되자 정부는 원가 절감 및 공동 기술개발을 독려하기 위해 대·중소기업의 수직계열화를 독려하기도 했다. 하지만 전속거래는 부작용이 많았다. 무엇보다 원청업체가 ‘절대 갑’으로 군림하는 폐해가 심했다. 일부 대기업이 원가 부담 상승에 따른 비용을 전속거래 하도급업체에 떠넘긴 게 대표적이다. 기술을 탈취하거나 해외 진출을 막는 등의 사례도 있었다. 공정위는 정당한 사유 없이 전속거래를 한 대기업을 하도급법 위반으로 제재할 방침이다. 정당한 사유는 원청기업이 입증해야 한다. 예를 들어 대기업 고유 기술을 하청업체에 전수해 준 뒤 부품을 만들게 하는 등의 이유가 있어야 한다. 관련 법은 국회 본회의 통과만 남기고 있어 이르면 내년 1분기(1∼3월)에 시행될 가능성이 높다. 공정위는 또 기술유용 분야에서 전속고발권을 폐지하기로 했다. 경쟁법에 적용되는 사안을 두고 검찰이 기소를 하려면 반드시 공정위가 고발을 해야 한다. 그러나 기술유용에 한해 이런 전속고발권은 사라진다. 이에 따라 하도급업체가 대기업 등에 자사 기술을 빼앗기면 공정위에 신고할 필요 없이 바로 검찰, 경찰에 고소할 수 있다. 고소 고발 없이 수사기관이 자체적으로 인지해 수사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기술유용 손해배상액은 현행 3배 이내에서 10배 이내로 확대하기로 했다. 공정위는 대기업이 중소기업에 원가 정보를 요구하면 제재하기로 했다. 대기업이 중소기업에 원가 정보를 요구한 뒤 이를 빌미로 납품 가격을 깎는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공정위는 조만간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방침이다. 중소기업들은 적극 환영했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대·중소기업 간 불균형을 바로잡을 수 있는 기회”라고 밝혔다. 반면 대기업들은 전체적인 취지는 공감하지만 우려되는 부분도 많다는 반응이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전속고발권이 폐지되면 대기업이 온갖 송사에 시달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가령 A하청업체와 2, 3년 부품 공급 계약을 맺어 납품을 받다가 기간이 끝나 다시 공개입찰을 거쳐 B사가 선정되면 경쟁에서 밀린 A사는 기술을 탈취당했다며 우리를 고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A사가 부품을 납품하려면 제품에 관련된 정보를 해당 기업에 제공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른 대기업 관계자는 “대기업과 하청업체가 10년, 20년 노하우를 공유하면서 서로 제품 개발을 지원하는 경우가 많은데 기술 탈취에 대한 경계가 높아지면 이런 협력 관계가 약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세종=김준일 jikim@donga.com / 이은택 기자}

“‘법을 고치지 않고도 가능한 규제 완화라도 해보자’는 경제부총리의 말씀이 절규로 느껴지지만 그 정도로는 안 된다.”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신년사에 직접 쓴 이 문장은 현재 재계가 느끼는 ‘규제 완화의 필요성’이 얼마나 절실한지 고스란히 보여준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이후부터 줄곧 최우선 국정과제로 ‘일자리 창출’을 강조하고 있지만 정작 일자리를 만들어내야 하는 기업들은 규제에 가로막힌 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는 뜻이다. 박 회장은 “일자리는 모름지기 기업이 투자를 할 때 생긴다. 허용된 사업들은 대부분 공급과잉 상태에 빠져 있기 때문에 … 지금까지 하지 못했던 사업에서 투자를 일으켜야 고용창출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규제 혁파 없이는 일자리 창출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소득 주도 성장, 혁신 성장도 좋지만 투자를 하겠다는 사람이 있으면 다 가능하게 하는 ‘무차별 투자성장 전략’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그는 특히 “4차 산업혁명 전선에서 중국에 뒤지고 있다”고 진단하고 “적어도 중국에서 가능한 것은 무엇이든 한국에서도 가능하게 하겠다는 수준의 규제 혁파를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실제로 한국벤처창업학회 등이 7월 주최한 정책발표회에선 중국 핀테크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알리바바 자회사 안트파이낸셜의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한 금융 플랫폼 사업 등은 국내에서 사업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금융회사의 정보처리 업무 위탁에 관한 규정상 클라우드에 금융 정보를 올리는 행위가 위법이기 때문이다. 미국, 유럽 등 상당수 국가에서 보편적 서비스로 자리 잡은 차량 공유 서비스 ‘우버’도 한국 진출을 시도했다가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위반으로 사업을 접었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도 신년사에서 “후발주자였던 중국이 턱 밑까지 추격해 왔다”며 위기감을 드러냈다. 그는 정보통신기술(ICT) 발달로 산업 간 경계가 무너지고 융·복합 혁신이 잇따르는 현재 상황을 ‘가보지 못한 길 위에 서 있는 꼴’이라고 말했다. 그는 노자가 도덕경에 쓴 ‘공성이불거(功成而不居·공을 세웠으면 그 자리에 머물지 말라)’를 인용하며 “우리 경제가 과거에 일궈놓은 질서에 머물지 말고 새로운 도전과제를 극복하고 미래 성장의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박 회장의 지적대로 국내 경제가 성장기업을 배출하는 역량은 크게 떨어진 상태다. 현재 비상장이면서 기업 가치가 10억 달러(약 1조1350억 원)가 넘는 ‘유니콘’ 기업 중 상당수는 중국 기업이다. 미국 벤처캐피털 시장조사기관 CB인사이츠에 따르면 9월까지 유니콘 기업 215개 중 중국은 24개를 차지해 미국(51개)에 이어 2위다. 한국은 쿠팡과 옐로모바일 2개 기업에 불과하다. 경제단체들은 내년 경제계가 많은 변화와 도전에 직면할 것이라는 점을 들며 이에 대비하기 위해 규제 시스템의 변화를 주문했다. 허창수 전경련 회장은 “우리 경제의 혁신은 이제 피할 수 없는 숙명이 됐다”고 진단했다. 그는 “미국 유럽 등 주요 선진국의 통화긴축 기조 때문에 불확실성이 우려되고 내수시장도 장담할 수 없다”고 했다. 여기에 “생산가능 인구의 본격적인 감소, 유가 금리 원화가 모두 강세를 보이는 ‘신(新) 3고(高)’가 복병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허 회장은 “변화는 위기일 수도 있지만 기회이기도 하다”며 현 상황이 반드시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라고 역설했다. 김영주 한국무역협회장은 “‘초불확실성 시대(The Age of Hyper-Uncertainty)’라고 불릴 만큼 최근 세계 경제의 변동성과 위험이 커지고 있다”며 “성장잠재력이 높은 서비스산업 수출경쟁력을 높이고 전기차, 로봇, 바이오헬스 등 신산업 수출을 확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은 신년사에서 “중소기업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할 수 있도록 산업은행·수출입은행의 중소기업 전담 은행화, 투자 중심 금융시장 조성, 현장 중심형 규제개혁 과제를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대기업 기술 탈취를 근절시키고 공정원가제 도입 같은 정책 대안을 제시하는 한편 생계형 적합 업종 등을 위해 정부 국회와 긴밀하게 소통하겠다”고 덧붙였다. 서동일 dong@donga.com·이은택 기자}

내년 한국의 법인세율이 미국보다 높아지면 연평균 29조4000억 원의 국내총생산(GDP) 감소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일자리도 매년 10만5000명씩 줄어들 것으로 예상돼 고용시장에 한파가 몰아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27일 한국경제연구원은 ‘한미(韓美) 법인세율 역전에 따른 경제적 영향’ 보고서를 냈다. 내년 미국은 법인세 최고세율을 35%에서 21%로 낮추고 한국은 최고세율을 22%에서 25%로 올릴 계획이다. 양국의 법인세율 역전은 국내 기업의 경쟁력 약화와 가계소득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됐다. 연구원은 가장 먼저 GDP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법인세율이 높아지면 기업이 부담하는 비용이 늘고 투자가 줄어든다. 이는 자본의 해외 유출로 이어진다. 연구원은 “향후 10년간 한국 GDP는 연평균 1.7% 감소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법인세율 인상이 민간투자 감소로 이어지면서 국내 투자는 연평균 4.9%씩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재인 정부의 역점 사업인 ‘일자리’에도 빙하기가 올 가능성이 제기됐다. 연구원은 법인세율 인상 영향으로 내년부터 연간 10만5000개씩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는 가계소득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어 현 정부의 ‘소득주도 경제성장’ 정책에 타격이 예상된다. 여파는 저소득 계층과 일용직 노동자 등 사회적 약자 계층이 가장 먼저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연구원은 “경제위기 때마다 성장이 둔화되면 비숙련 노동자의 임금 삭감과 해고가 가장 많았다”고 경고했다. 수출도 연간 0.5%씩 줄고, 수입은 1.1%씩 줄어 수치상으로는 무역수지 적자가 8.9% 개선되는 효과가 있지만 결국 전체 무역 규모가 줄어드는 상황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세율이 낮은 미국으로의 ‘자본 쏠림’ 현상도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연구원은 앞으로 10년간 미국의 국내 투자는 연평균 13.6% 늘고, 고용은 매년 81만8000명씩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GDP도 연평균 2.7%씩 성장할 것으로 분석했다. 법인세율 인하는 기업의 자본 성장과 근로자 1인당 자본비율 증가로 이어져 결국 임금 상승 효과도 불러올 것으로 내다봤다. 또 임금 상승은 가계소득 증가, 소득 재분배 등 긍정적인 경제적 효과를 불러올 것으로 분석됐다. 미국의 이번 세제 개편은 ‘세원은 넓히고 세율은 낮추는’ 방식으로 세금제도를 단순하게 바꿨다. 미국은 법인세를 낮추는 동시에 비과세 감면 혜택 축소, 최저한세율(기업이 최소한으로 부담해야 하는 세율) 폐지, 영토주의 과세 체계로의 전환 등을 함께 추진 중이다. ‘일부가 많이 내는’ 구조에서 ‘모두가 조금씩 내는’ 구조로 바꾼 것이다. 반면 한국은 세금을 내지 않는 면세자는 그대로 두고 일부 대기업만 세율을 더 높이는 식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저소득 계층이나 매출이 적은 기업도 최소한의 세금을 내도록 하는 구조로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온다. 한국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연구개발 투자세액 공제를 늘리고 최저한세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온다. 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법인세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세제 개편을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했다.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조선업이 지역 경제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울산 동구는 지난해부터 불어 닥친 ‘조선업 불황’의 직격탄을 맞았다. 올 한 해 난관을 이겨내기 위해 동구는 분주하게 뛰었다. 3월에는 정부에 조선업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과 조선업희망센터 운영 기간에 대한 연장을 건의했다. 이달 초에는 현대중공업 사내협력회사협의회와 권명호 울산 동구청장이 간담회를 열었고 14일 개최한 조선업채용박람회에는 구직자 2000여 명이 몰렸다. 지방자치단체가 지역 경제와 기업을 살리기 위해 뛰는 모습은 기업들에도 좋은 인상을 남겼다. 이에 힘입어 울산 동구는 전국 지자체 가운데 기업들의 만족도가 가장 높은 곳으로 꼽혔다. 규제 완화 등 기업 하기 가장 좋은 여건을 갖춘 곳은 전북 완주군이 선정됐다. 27일 대한상공회의소는 전국 228개 지자체와 지역기업 8700여 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2017 전국 기업환경지도’를 발표했다. 지난해까지는 ‘전국 규제지도’였지만 올해부터 이름을 바꿨다. 이 조사는 각 지자체의 기업 경영여건을 5개 등급(S, A, B, C, D)으로 나눠 평가한다. 기업의 주관적 만족도를 조사한 ‘기업체감도’에서는 울산 동구를 비롯해 경북 칠곡군, 전남 나주시, 경북 청도군, 충남 금산군이 ‘톱 5’에 올랐다. 전국 평균 기업체감도 점수는 지난해보다 0.4점 오른 70.5점이었다. 지자체에 대한 기업들의 평가도 갈수록 긍정적으로 변했다. S와 A 등 상위 등급을 받은 지자체가 지난해는 81곳이었으나 올해 107곳으로 처음으로 100곳을 넘어섰다. 하위 등급(C, D)을 받은 지자체는 지난해 35곳에서 올해 30곳으로 줄었다. 경북 영덕군은 지난해 142위에서 올해 26위로 올라 순위가 가장 많이 뛰었다. 1위 울산 동구는 조선업 위기에 지자체가 효과적으로 대응한 점을 높게 평가받았다. 지자체의 기업 관련 조례와 지원제도를 분석한 경제활동 친화성 부문에서는 전북 완주군, 전북 남원시, 경남 산청군, 경남 하동군, 경기 양주시가 ‘톱 5’에 들었다. 완주군은 테크노밸리 2단계 사업을 추진하고 중소기업 전용 농공단지를 새로 만드는 등 기업 유치에 공을 들였다. 완주군 관계자는 “기업형 농촌형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기업지원 제도를 운영했다”고 말했다. 경기 성남시는 지난해 155위에서 올해 20위로 뛰었다. 박재근 대한상의 기업환경조사본부장은 “기업환경지도가 추진된 뒤 지자체가 서로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려 경쟁하고 우수 지역은 벤치마킹하는 등의 효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