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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오전 11시경. 한 70대 여성이 주름이 자글자글한 손으로 책상 위 전화기 버튼을 눌렀다. “저 박숙희 상담사예요. 잘 지내세요?” 전화기 너머 남성은 알코올의존증을 앓는 부인의 상습 폭행에 시달리는 ‘매 맞는 남편’이었다. 수화기를 목과 어깨 사이에 끼우고 양손으로 컴퓨터 자판을 두들기는 이 여성은 7년 경력의 베테랑 상담사 박숙희 씨(70)다. 박 씨는 서울 강북경찰서가 강북구 번동에 따로 두고 있는 ‘가족 간 범죄 통합예방지원센터’에서 활동하고 있다. 박 씨가 이 남성을 처음 만난 건 지난달 말이었다. 당시 남성은 무더운 날씨에도 긴팔 티셔츠를 입고 모자를 쓰고 있었다. 아내에게 맞아 팔과 이마에 든 피멍을 가리기 위해서였다. 28일 남성은 “다섯 번의 상담 후 부인의 폭행 횟수는 많이 줄었지만 여전히 술을 많이 마셔 힘들다”고 호소했다. 박 씨의 책상 한쪽엔 ‘가정폭력 사건 처리 결과’라고 적힌 보고서가 잔뜩 쌓여 있었다. 가족 간 범죄 통합예방지원센터가 생긴 건 2016년 5월이다. 강북경찰서는 이전부터 가정폭력 사건으로 골머리를 앓았다. 관내 인구 대비 가정폭력 신고 건수가 서울의 31개 경찰서 중 가장 많았지만 이를 줄일 묘책이 보이지 않았다. 대부분의 가정폭력 피해자는 처음 보는 경찰관 앞에서 마음을 쉽게 열지 않았다. 경찰서로 달려왔던 피해자들은 조사 중 마음을 바꿔 ‘신고는 없던 일로 하자’며 다시 집으로 돌아가기 일쑤였다. 이들은 대개 더 심한 폭행을 당하고서 다시 경찰서를 찾았다. 가정폭력 피해자들의 상처를 어떻게 어루만질지 몰랐던 경찰은 2016년 초 ‘아예 전문 상담사들과 손을 잡아보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한 지붕 아래서 살아온 이들이 피해자와 가해자가 되는 가정폭력의 특성상 처벌이나 격리만으론 해결이 어려우니 가정 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 주자는 취지였다. 그렇게 센터가 설립된다는 소식을 듣고 자원봉사 상담사 40여 명이 팔을 걷어붙였다. 대부분 박 씨처럼 느지막이 공부를 시작해 제2의 인생을 사는 50, 60대 상담사들이었다.○ 평일엔 구급대원, 주말엔 상담사 박 씨는 평범한 주부로 살다가 7년 전부터 상담사로 변신했다. 지금은 손꼽히는 베테랑이지만 본인도 가정폭력 피해의 아픔이 있다. 신혼이었던 30세 때부터 30년 넘게 남편의 폭언과 폭행에 시달렸다. 하지만 양가 부모와 친척들은 박 씨에게 참으라고만 했다. 박 씨는 폭행의 탓을 자신에게 돌리며 자괴감과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혈액암까지 앓았다. 지금은 완치됐다. 박 씨를 지켜보던 딸이 9년 전 “사회복지 공부를 시작해 보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 평소 주변을 살뜰히 챙기고 남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던 엄마가 사회복지 분야에 잘 어울릴 것 같았기 때문이다. 박 씨는 62세의 나이에 서울의 한 사립대 평생교육원에서 공부를 시작했고 상담 관련 자격증 3개를 땄다. ‘한국여성의전화’에서 상담사 교육도 받았다. 지금은 센터 상담자 중 최고령으로 든든한 기둥 역할을 하고 있다. 장민수 씨(51)는 서울 은평소방서 소속 119구급대원이다. 고된 근무를 마치고 금요일이 되면 어김없이 센터를 찾아 상담사로 변신한다. 5년 전 여름 구급 현장에서 겪은 일이 ‘이중생활’의 계기가 됐다. 당시 장 씨는 “학교에 다녀왔는데 엄마가 숨을 쉬지 않는다”는 초등학생의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현장에 도착해 보니 아이의 엄마는 이미 심장이 멎어 있었다. 현장을 떠나는 발걸음이 어느 때보다도 무거웠다. 장 씨가 아이에게 “아빠는 어디 계시니?”라고 묻자 아이는 고개를 떨어뜨렸다. “아빠는 교도소에 있어요….” 이날 장 씨는 형편이 어렵고 기댈 곳 없는 아이들을 돕기로 결심했다. 2년 후 가을 한성대 대학원 사회복지학과에 진학해 상담 공부를 시작했다. 장 씨는 야간 근무를 하는 날엔 가족 간 범죄 통합예방지원센터에서 상담 봉사활동을 한 뒤 소방서로 출근한다. 경기 파주시의 자택에서 서울 강북구 센터로, 다시 은평구의 소방서로 이동하다 보면 피로가 쌓일 수밖에 없다. 그래도 장 씨는 상담 활동을 멈출 생각이 없다고 한다. 장 씨는 “(가정폭력) 피해자에겐 자기 얘기를 들어줄 사람이 단 한 명이라도 있다는 사실 자체가 큰 힘이 된다”며 “피해자가 설사 나쁜 마음을 먹더라도 상담사를 떠올리면 다시 일어나야겠다고 마음을 다잡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상담사들은 보수를 단 한 푼도 받지 않는다. 그런데도 ‘오히려 얻어가는 게 더 많다’고 입을 모은다. 공인중개사 사무소를 운영하면서 2년째 센터에서 봉사하는 유해숙 씨(58·여)는 남편의 폭력에 시달리면서 지적장애가 있는 자녀 2명을 키우는 한 50대 여성과 상담하던 중 “살면서 이런 위로를 처음 들어본다”는 감사 인사를 받았다. 유 씨는 “다른 일을 할 때도 그 여성의 얼굴이 아른거린다”며 “내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는 생각에 내가 더 감사하다”고 말했다.○ “선생님 덕분에 제 인생이 달라졌어요” 50, 60대 상담사들의 활약은 가정폭력 피해자의 일상에도 큰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25년간 남편의 폭력에 시달려 온 40대 여성 A 씨가 그랬다. A 씨는 “죽여버리겠다”고 협박하며 흉기와 주먹을 휘두르는 남편의 올가미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A 씨는 세 자녀를 데리고 집을 나와도 생활고와 빚 때문에 남편에게 다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보복이 두려워 이혼을 요구하지도 못했다. 가족 간 범죄 통합예방지원센터의 상담사는 A 씨와 세 자녀를 2년 동안 총 32차례나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아픈 기억을 끄집어내는 건 피해자들에게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상담을 받는 자녀들은 아버지에게 맞았던 기억이 동영상처럼 재생된다고 했다. 상담사는 포기하지 않았고, A 씨는 결국 용기를 내 남편과 이혼할 수 있었다. A 씨는 상담사를 찾아 “선생님 덕분에 제 인생이 변했다”며 고마워했다고 한다. 이모 씨(51) 부부도 상담을 통해 사이를 조금씩 회복하고 있다. 심한 의부증을 앓던 이 씨의 부인은 상담을 받기 전 하루에도 10통씩 남편에게 영상전화를 걸어 누구와 함께 있는지를 확인했다. 부부싸움을 하다가 흥분하면 칼과 가위를 들었고 결혼사진도 찢었다. 정신병원도 찾았지만 나아지지 않았다. 하지만 올 3월 “부부가 서로 바라는 게 뭔지 적고 일주일에 딱 하나씩만 지키자”고 상담사와 약속한 뒤 이를 지키려고 노력하면서 이 씨 부인의 의부증 증세가 나아지기 시작했다. 강북경찰서 오미애 여성청소년과장은 “가정폭력 피해자가 혼자가 아니라 ‘함께’라고 느낄 수 있게끔 상담사들이 애쓰고 있다”며 “눈길을 한 번씩 더 주면 느릴지언정 반드시 변화할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강북경찰서 사례를 모델로 삼아 지난해 9월 서울시와 협약을 맺고 서울 서대문경찰서 등 10개 경찰서에 ‘위기가정 통합지원센터’를 만들었다. 이곳에서 서울시와 자치구 소속 상담사가 피해자를 지원하고 있다. 내년엔 25개 경찰서로 확대할 예정이다. 28일 오후 중년의 남성이 가족 간 범죄 통합예방지원센터를 찾아왔다. 상담을 받으러 온 가정폭력 가해자였다. 초조하고 불안한 표정이었다. 이 남성과 2시간 가까이 얘기를 나눈 상담사(55·여)는 그를 배웅한 뒤 이렇게 말했다. “여기 오는 사람 대부분은 저분처럼 상처가 곪다 못해 터진 상태입니다. 저는 늘 제 자신이 ‘빈 쓰레기통’이라고 생각해요. 어떤 선입견도 없이 얘기를 들을 준비를 하고 있어요.” 김소영 기자 ksy@donga.com}

28일 오전 11시경. 한 70대 여성이 주름이 자글자글한 손으로 책상 위 전화기 버튼을 눌렀다. “저 박숙희 상담사예요. 잘 지내세요?” 전화기 너머 남성은 알코올 의존증을 앓는 부인의 상습 폭행에 시달리는 ‘매 맞는 남편’이었다. 수화기를 목과 어깨 사이에 끼우고 양 손으로 컴퓨터 키보드를 두드리는 이 여성은 7년 경력의 베테랑 상담사 박숙희 씨(70·여)다. 박 씨는 서울 강북경찰서가 강북구 번동에 따로 두고 있는 ‘가족 간 범죄 통합예방지원센터’에서 활동하고 있다. 박 씨가 이 남성을 처음 만난 건 지난달 말이었다. 당시 남성은 무더운 날씨에도 긴팔 티셔츠를 입고 모자를 쓰고 있었다. 아내에게 맞아 팔과 이마에 든 피멍을 가리기 위해서였다. 28일 남성은 “다섯 번의 상담 후 부인의 폭행 횟수는 많이 줄었지만 여전히 술을 많이 마셔 힘들다”고 호소했다. 박 씨의 책상 한 쪽엔 ‘가정폭력 사건 처리 결과’라고 적힌 보고서가 잔뜩 쌓여있었다. 가족 간 범죄 통합예방지원센터가 생긴 건 2016년 5월이다. 강북경찰서는 이전부터 가정폭력 사건으로 골머리를 앓았다. 관내 인구 대비 가정폭력 신고 건수가 서울의 31개 경찰서 중 가장 많았지만 이를 줄일 묘책이 보이지 않았다. 대부분의 가정폭력 피해자는 처음 보는 경찰관 앞에서 마음을 쉽게 열지 않았다. 경찰서로 달려왔던 피해자들은 조사 중 마음을 바꿔 ‘신고는 없던 일로 하자’며 다시 집으로 돌아가기 일쑤였다. 이들은 대개 더 심한 폭행을 당하고서 다시 경찰서를 찾았다. 가정폭력 피해자들의 상처를 어떻게 어루만질지 몰랐던 경찰은 2016년 초 ‘아예 전문 상담사들과 손을 잡아보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한 지붕 아래서 살아온 이들이 피해자와 가해자가 되는 가정폭력의 특성상 처벌이나 격리만으론 해결이 어려우니 가정 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주자는 취지였다. 그렇게 센터가 설립된다는 소식을 듣고 자원봉사 상담사 40여 명이 팔을 걷어붙였다. 대부분 박 씨처럼 느지막이 공부를 시작해 제2의 인생을 사는 50, 60대 상담사들이었다.● 평일엔 구급대원, 주말엔 상담사 박 씨는 평범한 주부로 살다가 7년 전부터 상담사로 변신했다. 지금은 손꼽히는 베테랑이지만 본인도 가정폭력 피해의 아픔이 있다. 신혼이었던 30세 때부터 30년 넘게 남편의 폭언과 폭행에 시달렸다. 하지만 양가 부모와 친척들은 박 씨에게 참으라고만 했다. 박 씨는 폭행의 탓을 자신에게 돌리며 자괴감과 스트레스에 시달리다가 혈액암까지 앓았다. 지금은 완치됐다. 박 씨를 지켜보던 딸이 9년 전 “사회복지 공부를 시작해보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평소 주변을 살뜰히 챙기고 남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던 엄마가 사회복지 분야에 잘 어울릴 것 같았기 때문이다. 박 씨는 62세의 나이에 서울의 한 사립대 평생교육원에서 공부를 시작했고 상담 관련 자격증 3개를 땄다. ‘한국여성의전화’에서 상담사 교육도 받았다. 지금은 센터 상담자 중 최고령으로 든든한 기둥 역할을 하고 있다. 장민수 씨(51)는 서울 은평소방서 소속 119구급대원이다. 고된 근무를 마치고 금요일이 되면 어김없이 센터를 찾아 상담사로 변신한다. 5년 전 여름 구급 현장에서 겪은 일이 ‘이중생활’의 계기가 됐다. 당시 장 씨는 “학교에 다녀왔는데 엄마가 숨을 쉬지 않는다”는 초등학생의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현장에 도착해보니 아이의 엄마는 이미 심장이 멎어있었다. 현장을 떠나는 발걸음이 어느 때보다도 무거웠다. 장 씨가 아이에게 “아빠는 어디 계시니?”라고 묻자 아이는 고개를 떨어뜨렸다. “아빠는 교도소에 있어요….” 이날 장 씨는 형편이 어렵고 기댈 곳 없는 아이들을 돕기로 결심했다. 2년 후 가을 한성대 대학원 사회복지상담학과에 진학해 상담 공부를 시작했다. 장 씨는 야간 근무를 하는 날엔 가족 간 범죄 통합예방지원센터에서 상담 봉사활동을 한 뒤 소방서로 출근한다. 경기 파주시의 자택에서 서울 강북구 센터로, 다시 은평구의 소방서로 이동하다보면 피로가 쌓일 수밖에 없다. 그래도 장 씨는 상담 활동을 멈출 생각이 없다고 한다. 장 씨는 “(가정폭력) 피해자에겐 자기 얘기를 들어줄 사람이 단 한 명이라도 있다는 사실 자체가 큰 힘이 된다”며 “피해자가 설사 나쁜 마음을 먹더라도 상담사를 떠올리면 다시 일어나야겠다고 마음을 다잡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상담사들은 보수를 단 한 푼도 받지 않는다. 그런데도 ‘오히려 얻어가는 게 더 많다’고 입을 모은다. 공인중개사 사무소를 운영하면서 2년 째 센터에서 봉사하는 유해숙 씨(58·여)는 남편의 폭력에 시달리면서 지적장애가 있는 자녀 2명을 키우는 한 50대 여성과 상담하던 중 “살면서 이런 위로를 처음 들어본다”는 감사 인사를 받았다. 유 씨는 “다른 일을 할 때도 그 여성의 얼굴이 아른거린다”며 “내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는 생각에 내가 더 감사하다”고 말했다.● “선생님 덕분에 제 인생이 달라졌어요” 50, 60대 상담사들의 활약은 가정폭력 피해자의 일상에도 큰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25년간 남편의 폭력에 시달려온 40대 여성 A 씨가 그랬다. A 씨는 “죽여버리겠다”고 협박하며 흉기와 주먹을 휘두르는 남편의 올가미를 빠져나오지 못했다. A 씨는 세 자녀를 데리고 집을 나와도 생활고와 빚 때문에 남편에게 다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보복이 두려워 이혼을 요구하지도 못했다. 가족 간 범죄 통합예방지원센터의 상담사는 A 씨와 세 자녀를 2년 동안 총 32차례나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아픈 기억을 끄집어내는 건 피해자들에게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상담을 받는 자녀들은 아버지에게 맞았던 기억이 동영상처럼 재생된다고 했다. 상담사는 포기하지 않았고, A 씨는 결국 용기를 내 남편과 이혼할 수 있었다. A 씨는 상담사를 찾아 “선생님 덕분에 제 인생이 변했다”며 고마워했다고 한다. 이모 씨(51) 부부도 상담을 통해 사이를 조금씩 회복하고 있다. 심한 의부증을 앓던 이 씨의 부인은 상담을 받기 전 하루에도 10통씩 남편에게 영상전화를 걸어 누구와 함께 있는지를 확인했다. 부부싸움을 하다가 흥분하면 칼과 가위를 들었고 결혼사진도 찢었다. 정신병원도 찾았지만 나아지지 않았다. 하지만 올 3월 “부부가 서로 바라는 게 뭔지 적고 일주일에 딱 하나씩만 지키자”고 상담사와 약속한 뒤 이를 지키려고 노력하면서 이 씨 부인의 의부증 증세가 나아지기 시작했다. 강북경찰서 오미애 여성청소년과장은 “가정폭력 피해자가 혼자가 아니라 ‘함께’라고 느낄 수 있게끔 상담사들이 애쓰고 있다”며 “눈길을 한 번씩 더 주면 느릴지언정 반드시 변화할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강북경찰서 사례를 모델로 삼아 지난해 9월 서울시와 협약을 맺고 서울 서대문경찰서 등 10개 경찰서에 ‘위기가정 통합지원센터’를 만들었다. 이곳에서 서울시와 자치구 소속 상담사가 피해자를 지원하고 있다. 내년엔 25개 경찰서로 확대할 예정이다. 28일 오후 중년의 남성이 가족 간 범죄 통합예방지원센터를 찾아왔다. 상담을 받으러 온 가정폭력 가해자였다. 초조하고 불안한 표정이었다. 이 남성과 2시간 가까이 얘기를 나눈 상담사(55·여)는 그를 배웅한 뒤 이렇게 말했다. “여기 오는 분들 대부분은 저 분처럼 상처가 곪다 못해 터진 상태입니다. 저는 늘 제 자신이 ‘빈 쓰레기통’이라고 생각해요. 어떤 선입견도 없이 얘기를 들을 준비를 하고 있어요.” 김소영 기자 ksy@donga.com}

27일 오전 9시경 충남 천안시의 단국대 의과대학 건물 2층은 소란스러웠다. 건물 앞에 차를 세운 검찰 수사관 5명은 단국대 장모 교수의 사무실에 들이닥쳤다. 병원 소아과중환자실에 있던 장 교수는 검찰의 압수수색 소식을 듣고는 흰색 가운을 입은 채 사무실로 급히 달려왔다. 검찰 수사관은 장 교수에게 “업무방해 혐의의 피의자로 신분이 바뀌었다”는 취지의 설명을 한 뒤 건물 입구를 통제했다. 이 소식을 듣고 주변에 모인 단국대 관계자들 사이에선 “검찰이 이렇게까지 빨리 올 줄 몰랐다”는 탄식이 터져 나왔다. 장 교수는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54)의 딸 조모 씨(28)가 고교 재학 때인 2008년 조 씨를 대한병리학회 논문의 제1저자로 등재한 책임저자다. 특히 단국대 의대에선 오후 5시 20분경까지 압수수색이 이뤄졌다. 통상 검찰은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할 때 범죄 혐의 소명을 위한 대상 장소 등을 빠짐없이 써넣는다. 검찰은 장 교수의 사무실과 함께 공동저자인 이 대학 A 교수가 소속된 해부학교실 등을 압수수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압수수색을 끝내고 나가는 수사관들의 손엔 서류박스가 있었다. 검찰은 이를 바탕으로 조 씨의 논문 제1저자 등재의 적절성 여부 등을 따질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조 후보자의 장관 지명 이후 딸의 논문 제1저자 등재와 입시 부정, 장학금 특혜 의혹 등이 잇따라 불거지자 고소 고발 사건을 분석하면서 내사를 진행해 왔다. 검찰은 △딸의 의학 논문 제1저자 등재 및 입시 부정과 장학금 특혜 △가족 사모펀드 투자로 인한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가족 소유 웅동학원의 채무 면탈 등 크게 3갈래 의혹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26일 법원으로부터 발부받았다. 검찰이 발부받은 압수수색 장소는 천안과 용인, 부산, 창원, 고양, 서울 등 30여 곳이었다. 의학 논문 제1저자 등재 및 이에 따른 입시와 장학금 문제만 하더라도 천안과 서울, 부산 등 압수수색 장소가 전국에 흩어져 있다. 조 씨는 한영외고를 졸업한 뒤 고려대를 졸업했다. 이후 서울대 환경대학원을 다니다가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에 진학해 재학 중이다. 그뿐만 아니라 대학 내에서도 압수수색을 할 장소가 한두 군데가 아니었다. 27일 새벽 압수수색에 투입될 수사관 등은 압수수색 장소별로 나눠 움직였고, 압수수색할 구체적인 대상 등도 통지됐다. 이때 수사관들에게는 보안을 위해 압수수색 장소나 수사 대상을 사전에 알려주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전국 30여 곳으로 흩어진 검찰 수사팀 70여 명은 출근시간에 맞춰 동시다발적으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검찰은 고려대 인재발굴처와 서울대 환경대학원에서도 각각 8시간과 3시간 동안 압수수색을 벌였다. 이들 장소에서 압수수색을 마치고 떠나는 수사관들의 손에선 별도의 서류상자 없이 가방만 눈에 띄었다. 고려대 인재발굴처는 “입학 자료 보관 기간을 5년으로 하라는 당시 교육부 지침에 따라 조 씨의 입학 관련 서류는 남아있지 않다”고 밝힌 바 있다. 조 후보자 일가가 투자한 사모펀드 운용사인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PE)와 관련된 장소에서도 압수수색을 단행했다. 조 후보자의 처남이자 회사의 주주인 정모 씨(56)의 경기 고양시 자택과 코링크PE가 투자한 업체들이다. 조 후보자의 아내와 자녀는 2017년 이 회사가 운용하는 사모펀드에 총 10억5000만 원을 투자했다. 이 사모펀드의 나머지 자금도 정 씨와 두 자녀 명의다. 검찰은 정 씨와 조 후보자의 아내가 이 같은 투자자 구성을 바탕으로 펀드 운용에 개입한 혐의(자본시장법 위반)를 수사하고 있다. 조 후보자 가족이 투자한 펀드가 인수한 웰스씨앤티는 관급공사 수주를 통해 매출이 급증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조 후보자 일가가 소유한 웅동학원에서도 압수수색을 벌였다. 또 조 후보자의 어머니이자 학원 이사장인 박모 씨, 동생인 조모 씨의 자택에서도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천안=황성호 hsh0330@donga.com / 부산=강성명 / 구리=김소영 기자}

“공정과 평등을 부르짖더니…. 이중적인 모습에 배신감이 들어요.” 취업준비생 김여진 씨(23·여)는 26일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의 ‘황금 스펙’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말하며 목소리를 떨었다. 특히 조 후보자의 딸이 고교 시절 2주가량 인턴을 한 후 확장 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SCIE)급 논문에 제1저자로 등재된 것을 두고는 “취업을 위해 스펙 하나하나에 목맬 수밖에 없는 처지에 누군가는 아버지 ‘빽’으로 유리한 위치에 섰다는 게 참을 수 없다”고 말했다.○ 딸 논문 보도 후 20대 ‘부정’ 여론 6.1%P 올라 이날 20대 청년들은 조 후보자에 대한 비판을 넘어 문재인 정부에 대한 배신감과 박탈감을 드러냈다. ‘금수저’와 ‘흙수저’로 상징되는 신분사회에서 마지막 희망이었던 절차적 공정성에 대한 믿음마저 무너지자 ‘공정한 사회’를 내세웠던 현 정부에마저 실망을 느낀다는 얘기다. 회사원 김모 씨(27)는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의 특혜 입학 파문 땐 화가 났는데, 이번엔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라는 생각과 함께 힘이 쭉 빠진다”고 말했다. 20대가 느끼는 이 같은 배신감은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에서도 나타났다. 여론조사기관인 리얼미터에 따르면 ‘조 후보자 딸의 논문 관련 보도’(20일) 전후로 시행된 이달 3주 차(19∼23일) 정례조사에서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20대 응답자의 부정 평가는 52.7%로 전주(46.6%)보다 6.1%포인트 상승했다. 전 연령대에선 부정 평가가 46.3%에서 50.4%로 올랐다.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부정 평가가 50%를 넘은 것은 취임 이후 처음이다. 같은 기간 부모 세대인 50대에서도 문 대통령에 대한 부정 평가는 45%에서 51.6%로 증가했다. 슬하에 19세와 23세 자매를 둔 신현우 씨(50·여)는 “우리 아이가 밤을 새워 공부하는 동안 권력을 지닌 누군가는 손쉽게 대학에 진학했다고 생각하니 분노가 생기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20대 자녀 2명을 둔 이모 씨(54·여)도 “나는 왜 (조 후보자처럼) 아이들에게 스펙을 선물해주지 못했을까. 우리 아이들에게 미안했다”고 말했다. 서울대생 온라인 커뮤니티 ‘스누라이프’에 25일 게재된 ‘조 후보자 적합 여부’ 설문조사엔 26일 오후 10시까지 2305명이 참여해 2248명(97.5%)이 부적합 의견을 냈다. 청년들은 특히 조 후보자가 20대의 멘토 역할을 자처해 왔다는 점에서 실망이 더 컸다고 토로했다. 취업준비생 권모 씨(23·여)는 “조 후보자가 (2012년 3월 트위터에서) ‘개천에서 (용이 아닌) 가재나 붕어로 살아도 행복한 세상을 만들자’고 했을 땐 서민의 입장을 대변해준다고 느꼈는데, 지금 보면 다 거짓말 같다”고 말했다. ○ “‘불공정 경쟁’ 비판을 진영 논리로 물타기 말라” 조 후보자에 대한 청년들의 비판 여론을 일각에서 ‘수꼴(수구꼴통)’로 폄하하자 20대 사이에선 실망을 넘어 분노의 목소리까지 나온다. 그간 문 대통령이 강조했던 정의와 평등의 원칙이 무너지는 걸 보면서 자연스럽게 분출되는 비판을 진영 논리로 몰고 가려는 모습 자체가 구태로 느껴진다는 얘기다. 취업준비생 고은희 씨(26·여)는 “나는 문 정부의 지지자이지만 조 후보자는 정의를 최우선 가치로 삼아야 할 법무부 장관 자리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특히 대입 수시전형이나 의학전문대학원 등 새로운 입시제도가 기득권의 ‘내 자녀 챙기기’에 동원됐다는 데 대한 비난이 거셌다. 회사원 김모 씨(26·여)는 “지금까지 밝혀지지 않았을 뿐 이런 일이 얼마나 비일비재했을지 생각하면 소름이 돋는다. 사회 전반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대 총학생회는 26일 입장서를 내고 “(조 후보자는) 여러 의혹에 대해 ‘법적인 문제는 없다’는 후안무치의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며 “원칙과 상식이 지켜지는 나라, 정의가 살아 있는 사회를 위해 사퇴를 강력하게 촉구한다”고 밝혔다. 총학생회는 23일 제1차 촛불집회에 이어 28일 오후 7시 반에도 촛불집회를 열 계획이다. 주최 측은 첫 집회 이후 총학생회로 들어온 동문 후원금이 1300만 원이 넘었다고 밝혔다. 고려대도 23일에 이어 촛불집회를 다시 열기로 했다. 부산대에선 일부 학생들이 총학생회와 별개로 28일 오후 6시에 촛불집회를 열 계획이다.서형석 skytree08@donga.com·김소영·황형준 기자}

치매를 앓고 있는 70대 남성이 달리는 버스에서 운전사를 폭행해 경찰에 붙잡혔다. 경기 남양주경찰서는 25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운행 중인 자동차 운전자에 대한 폭행) 혐의로 A 씨(79)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21일 오후 4시 20분경 남양주시 와부읍의 한 버스 정류장에서 혼자 마을버스에 탔다. A 씨가 사는 아파트 단지 바로 앞에 있는 정류장이다. 버스를 탄 뒤 창문 밖으로 자신이 사는 아파트가 보이자 A 씨는 버스 운전사 황모 씨(46)에게 “내려달라”고 요구했다. 경찰 관계자는 “치매를 앓고 있는 A 씨가 무심코 버스를 탔다가 창밖으로 집이 보이자 내려야겠다고 생각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버스 운전사 황 씨는 경찰 조사에서 “A 씨에게 ‘벨을 누르지 않아 정류장을 지나쳤으니 다음 정류장에서 내려 달라’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A 씨는 재차 내려달라고 요구하며 황 씨에게 다가가 주먹으로 황 씨의 얼굴 등을 여러 차례 때린 것으로 알려졌다. 황 씨가 몰던 마을버스 운전석에는 기사를 보호하는 보호벽이 설치돼 있지 않았다. A 씨가 소란을 피우는 바람에 황 씨는 운행을 멈춰야만 했다. A 씨는 승객 한 명이 휴대전화로 전화를 걸어 경찰에 신고하려고 하자 휴대전화를 빼앗아 바닥에 내던지기도 했다. 결국 다른 승객이 휴대전화를 주워 경찰에 신고했고 출동한 경찰은 A 씨를 버스 안에서 붙잡았다. 버스에 함께 타고 있던 50대 후반의 여성도 A 씨에게 얼굴을 맞았다고 주장했다. A 씨는 경찰 조사에서 범행을 인정하면서도 “운전사가 내게 욕을 해서 운전사의 입을 손으로 막다가 벌어진 일”이라고 진술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운행 중 운전자를 상대로 한 폭행은 2016년 3004건, 2017년 2720건, 지난해 2425건 발생했다. 지난해 기준 하루 평균 6, 7건 발생한 셈이다. 운행 중 운전자를 폭행하거나 협박하면 가중처벌 대상으로 현행법에 따르면 5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남양주=김소영 기자 ksy@donga.com}

“나는 남을 괴롭히지 않는다. 하지만 남이 나를 괴롭히면 배로 갚아준다.” 이른바 ‘한강 몸통 시신 살인사건’ 피의자 장대호(39·구속)는 경찰에 자수한 뒤 범죄심리분석관(프로파일러)들과의 면담 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먼저 남에게 해코지를 하지는 않지만 자신을 괴롭히는 사람한테는 반드시 보복하는 성격이라는 것이다. 서울 구로구의 한 모텔에서 종업원으로 일하던 장대호는 투숙객 A 씨(32)를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해 유기한 혐의로 18일 구속됐다. “나보다 어려 보이는 상대(A 씨)가 ‘모텔비 얼마야?’, ‘사장 어디 있어?’ 같은 반말을 했다. 나의 얼굴을 향해 담배 연기를 내뿜어 모멸감을 느꼈다.” 장대호는 경찰에서 A 씨를 살해한 이유에 대해 이렇게 얘기했다고 한다. 프로파일러들은 장대호가 면담과 조사 과정에서 한 진술을 토대로 ‘방어적인 측면이 있고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서는 절대로 굽히지 않는 성격의 소유자’로 판단했다. 또 사회성과 분노를 조절하는 능력이 정상인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는 것으로 보고 사이코패스 성향은 거의 없지만 분노 표출형 범죄자라고 결론을 내렸다. 실제로 장대호는 자신이 저지른 잔혹한 범죄에 대해 뉘우치는 기색이 조금도 없었다. 장대호는 자신의 얼굴이 언론에 공개된 21일 취재진을 앞에 두고 “유치장 안에서 많이 생각해 봤다. 아무리 생각해도 상대방이 죽을 짓을 했다. 유족에게 전혀 미안하지 않다”고 말했다. 장대호는 자수 후 경찰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도 반성하는 태도를 전혀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장대호는 말수가 적고 내성적인 성격으로 평소 주변 사람들과 마찰을 빚은 적은 거의 없었다고 한다. 장대호가 일했던 모텔 사장과 종업원에 따르면 장대호는 모텔 내 시설이 고장 나면 먼저 나서서 고치기도 하는 등 성실한 편이었다. 술, 담배도 하지 않았다. 경찰이 확인한 결과 장대호는 범죄 전력이 없고 정신과 치료를 받은 기록도 없다. 고교 졸업 후 잠시 회사를 다닌 적이 있었던 장대호는 2017년부터 구로구의 한 모텔에서 일했는데 평소 가족이나 친구들과의 교류는 없었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장대호는 근무시간이 아닐 때에는 대부분의 시간을 모텔 내 자신의 방에서 혼자 보냈는데 주로 인터넷을 사용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경찰은 23일 장대호를 검찰로 송치하고 아직 발견하지 못한 A 씨의 시신 훼손 부위를 찾기 위해 수색을 계속하기로 했다.고양=김소영 ksy@donga.com / 고도예 기자}

21일 얼굴이 공개된 ‘한강 몸통 시신 살인사건’ 피의자 장대호(39·구속)는 취재진의 카메라 앞에서 단 한 번도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 정면을 똑바로 쳐다보면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했다. “유치장에서 생각해봤다. 아무리 생각해도 상대방이 죽을 짓을 했다.” 장대호는 이날 오후 1시 40분 조사를 받기 위해 경기 고양경찰서로 들어가던 중 “반성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말했다. 이어 “이번 사건은 흉악범이 양아치를 죽인 사건”이라며 “유족에게 전혀 미안하지 않다”고도 했다. 장대호는 “고려시대 김부식의 아들이 정중부의 수염을 태웠는데 정중부는 잊지 않고 있다가 무신정변을 일으킨 당일 (김부식 아들을) 잡아 죽였다”며 “남들이 볼 때는 장난으로 수염을 태운 일이지만 당사자한테는 상대방을 죽일 만큼 큰 원한인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관이 조사실로 잡아끌자 장대호는 “왜 말을 못하게 하느냐”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경찰은 이날 장대호를 상대로 자수한 내용이 맞는지를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서울 구로구의 한 모텔 종업원이었던 장대호는 8일 투숙객 A 씨(32)의 객실에 몰래 들어가 망치로 때려 숨지게 한 뒤 시신을 훼손해 한강에 버린 혐의를 전부 인정했다고 한다. 경찰은 이 사건을 검찰로 넘길 때까지 아직 발견되지 않은 피해자의 두 다리와 왼쪽 팔을 찾기 위해 한강 일대를 수색할 예정이다. 경찰은 23일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 계획이다. 경찰은 정확한 범행 동기를 파악하기 위해 장대호가 2004년부터 2017년까지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올린 글을 전부 훑어봤다고 한다. 2007년 장대호는 ‘학교폭력을 당하고 있다’고 토로하는 한 누리꾼의 글에 ‘의자 다리 쇠모서리 쪽으로 아주 강하게 내리쳐서 머리가 찢어지게 해줘야 한다’고 댓글을 달아 폭력 성향을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장대호와 함께 일했던 모텔 관계자들은 경찰에서 “성실했고 조용했다”며 평소 폭력성을 보이지는 않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장대호에 대한 정신 감정을 신청하지는 않기로 했다. 장대호가 정신과 진료를 받은 기록이 없고, 장대호 본인도 “정신 병력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찰은 자수하겠다며 찾아온 장대호를 “다른 경찰서로 가라”며 돌려보낸 경찰관을 21일 대기발령 했다고 밝혔다. 서울지방경찰청은 21일부터 평일 야간에도 당직 근무를 할 때 총경급 경찰관을 상황관리관으로 두기로 했다. 그동안에는 주말에만 총경급이 상황관리관을 맡았고 평일에는 한 계급 아래인 경정급이 상황관리를 했다. 경찰 관계자는 “경험이 더 많은 총경급 경찰관을 상황관리관으로 두고 돌발 상황이 발생했을 때 부서 간에 유기적으로 협조할 수 있게 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도예 yea@donga.com / 고양=김소영 기자}

19일 오후 경기 과천시에 있는 남서울화훼단지. A 씨(53)가 조금 전 장례식장에서 되가져온 화환에서 시든 꽃만 골라 빼낸 뒤 그 자리에 새 꽃을 끼워 넣고 있었다. A 씨는 재사용 화환 전문 업체 사장이다. 이날 단지 안에서 만난 다른 재사용 화환 전문 업체 직원 B 씨(62)는 “급할 땐 화환을 수거해온 트럭 안에서 꽃은 그대로 두고 리본만 바꿔 달아 다시 내보내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 업체가 작업장으로 사용하는 비닐하우스 앞에는 한 번 사용된 화환에서 떼어낸 리본이 가득 쌓여 있었다. ‘화훼산업 발전 및 화훼문화 진흥에 관한 법률’이 20일 공포됐다. 이 법은 2020년 8월 21일부터 시행에 들어간다. 이 법에 따라 1년 뒤부터는 판매를 목적으로 화환을 재사용할 때에는 반드시 ‘재사용 화환’이라는 것을 표시해야 한다. 이를 어기다 적발되면 최고 1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법이 시행되면 화환이 재사용되는 경우는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들은 결혼식이나 장례식 등 가까운 지인의 경조사에 재사용 화환을 보내는 사람들은 많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화훼산업발전진흥법 시행을 두고 화훼업계와 화환업계의 반응은 뚜렷하게 갈리고 있다. 화훼업계는 재사용 화환 감소에 따라 꽃 소비량 증가가 기대되기 때문에 법 시행을 반기고 있다. 박천호 고려대 생명과학대 교수 연구팀에 따르면 화환 재사용으로 인한 화훼농가 매출 피해는 연간 1100억∼16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현재 재사용 화환은 3단 화환 기준으로 새 화환의 절반 가격인 4만9000∼5만9000원에 판매되고 있다. 박 교수 연구팀은 국내에서 1년간 소비되는 화환 약 700만 개 중 20∼30%는 재사용 화환일 것으로 예상했다. 업계에서는 이보다 많은 50% 이상이 재사용 화환일 것으로 보고 있다. 화훼업계는 소비자의 알권리 차원에서도 재사용 화환 표시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소비자들은 새 화환과 재사용 화환을 구별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화훼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를 기만하는 재사용 화환 업자들은 진작에 시장에서 사라졌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화환을 재사용해 온 업자들은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한 재사용 화환 업체 관계자는 “꽃을 다시 사용하지 않고 새 꽃만으로 화환을 만들면 도저히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며 “재사용 화환 1개를 팔아 남는 돈은 많아야 3000원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재사용 화환 판매업자 C 씨(62)는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기 전에는 고위 공직자 경조사에 30만 원짜리 화환도 세웠지만 지금은 무조건 10만 원 이하의 화환만 써야 하니 시장이 많이 죽었다”고 말했다. 결혼식장과 장례식장 측도 재사용 화환 표시제를 반기지 않는 분위기다. 재사용 화환 전문 업체들은 장례식장이나 결혼식장 측에 대개 화환 1개당 5000∼7000원을 주고 사용된 화환을 되가져갔다. 장례식장이나 결혼식장 입장에서는 식장 내 화환을 직접 치우지 않아도 되는 데다 화환을 내주는 대가로 수입까지 챙기는 구조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11년 ‘신화환’을 개발했다. 가장 많이 사용되는 3단 화환보다 작고 간소한 형태로 행사가 끝난 뒤 행사 참석자들이 꽃을 한 송이씩 뽑아 가져갈 수 있도록 해 화환 재사용을 막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이미 화려하고 큰 화환을 보내는 문화에 익숙해진 소비자들로부터 호응을 얻지 못했다. 이영록 한국화원협동조합연합회 회장은 “화훼산업발전진흥법이 시행되기 전이라도 한번 사용한 화환은 꽃을 다 빼내거나 파쇄해 버리는 식으로 재사용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김소영 ksy@donga.com / 과천=한성희 기자}

21일 얼굴이 공개된 ‘한강 몸통 시신 살인사건’ 피의자 장대호(39·구속)는 취재진의 카메라 앞에서 단 한 번도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 정면을 똑바로 쳐다보면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했다.“유치장에서 생각해봤다. 아무리 생각해도 상대방이 죽을 짓을 했다.” 장대호는 이날 오후 1시 40분 조사를 받기 위해 경기 고양경찰서로 들어가던 중 “반성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말했다. 이어 “이번 사건은 흉악범이 양아치를 죽인 사건”이라며 “유족에게 전혀 미안하지 않다”고도 했다. 장대호는 “고려시대 김부식의 아들이 정중부의 수염을 태웠는데 정중부는 잊지 않고 있다가 무신정변을 일으킨 당일 (김부식 아들을) 잡아 죽였다”며 “남들이 볼 때는 장난으로 수염을 태운 일이지만 당사자한테는 상대방을 죽일 만큼 큰 원한인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관이 조사실로 잡아끌자 장대호는 “왜 말을 못하게 하느냐”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경찰은 이날 장대호를 상대로 자수한 내용이 맞는지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서울 구로구의 한 모텔 종업원이었던 장대호는 8일 투숙객 A 씨(32)의 객실에 몰래 들어가 망치로 때려 숨지게 한 뒤 시신을 훼손해 한강에 버린 혐의를 전부 인정했다고 한다. 경찰은 이 사건을 검찰로 넘길 때까지 아직 발견되지 않은 피해자의 두 다리와 왼쪽 팔을 찾기 위해 한강 일대를 수색할 예정이다. 경찰은 23일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 계획이다. 경찰은 정확한 범행 동기를 파악하기 위해 장대호가 2004년부터 2017년까지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올린 글을 전부 훑어봤다고 한다. 2007년 장대호는 ‘학교폭력을 당하고 있다’고 토로하는 한 누리꾼의 글에 ‘의자 다리 쇠모서리 쪽으로 아주 강하게 내리쳐서 머리가 찢어지게 해줘야 한다’고 답글을 달아 폭력 성향을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장대호와 함께 일했던 모텔 관계자들은 경찰에서 “성실했고 조용했다”며 평소 폭력성을 보이지는 않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장대호에 대한 정신 감정을 신청하지는 않기로 했다. 장대호가 정신과 진료를 받은 기록이 없고, 장대호 본인도 “정신 병력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찰은 자수하겠다며 찾아온 장대호를 “다른 경찰서로 가라”며 돌려보낸 경찰관을 21일 대기 발령했다고 밝혔다. 서울지방경찰청은 21일부터 평일 야간에도 당직 근무를 할 때 총경급 경찰관을 상황관리관으로 두기로 했다. 그동안에는 주말에만 총경급이 상황관리관을 맡았고 평일에는 한 계급 아래인 경정급이 상황관리를 했다. 경찰 관계자는 “경험이 더 많은 총경급 경찰관을 상황관리관으로 두고 돌발 상황이 발생했을 때 부서 간에 유기적으로 협조할 수 있게 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고도예 기자 yea@donga.com고양=김소영 기자 ksy@donga.com}
“법령에서는 공직자와 가족의 직접투자(주식)에 대한 규제를 하고 있을 뿐 간접투자(펀드)에 대한 규정은 없다. 적법하게 주식을 처분한 뒤 펀드에 투자했다.” 16일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측은 조 후보자가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에 취임한 지 2개월 만에 조 후보자 가족이 한 사모펀드에 10억5000만 원을 투자한 것을 두고 의혹이 커지자 이렇게 해명했다. 이 때문에 조 후보자 측이 고위 공직자 신분으로 사모펀드 투자를 규제하는 법령 자체가 없는 현행 공직자윤리법의 빈틈을 악용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공직자윤리법상 주식 보유는 엄격하게 제한받는다. 3000만 원 이상 주식을 보유한 경우 매각하거나 백지신탁해야 하고 보유를 원할 경우 주식백지신탁 심사위원회에 직무 관련성 여부를 판단 받아야 한다. 직무 관련성이 있을 경우 팔거나 백지신탁해야 한다. 공직자가 주식백지신탁 계약을 맺으면 새로운 주식을 취득할 수 없다. 계약을 맺지 않았어도 주식을 취득하면 직무 관련성 심사를 받아야 보유할 수 있다. 조 후보자는 민정수석 재직 시절인 2017년 배우자 명의로 총 8억5026만 원어치의 주식을 신고했지만 이후 전량 매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조 후보자 부인이 보유한 주식은 삼성전자와 LG하우시스, CJ제일제당 등 대기업이 다수였다. 반면 사모펀드는 예금으로 분류된다. 주식과 달리 어떤 종류의 사모펀드를 투자할 수 있는지 등을 규제하는 법령은 없는 셈이다. 인사혁신처 관계자는 “사모펀드 투자는 투자자가 펀드에 투자한 후에는 운용을 사모펀드 운용사가 하기 때문에 간접투자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사모펀드 투자의 경우 공직자윤리위원회가 등록된 재산을 심사하는 과정에서 직무상 알게 된 비밀이나 정보를 이용해 수익을 올린 것으로 확인되면 법무부에 조사 의뢰를 할 수 있다. 하지만 투자 과정이 비공개여서 공직자의 사모펀드 소유를 원천 봉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모펀드 업계 관계자들은 “고위 공직자들이 공직에서 얻은 정보를 투자자에 알려주고, 특정 종목 투자를 통해 부당 수익을 거둘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했다. 김소영 ksy@donga.com·홍석호 기자}

광복절인 15일 오전 11시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 빗줄기가 쏟아지는 가운데 ‘일제 강제동원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대회’가 열린 이곳에서 머리가 희끗한 한 남성이 비옷을 입은 채 성명서를 나눠주고 있었다. A4용지 2장은 한국어로, 2장은 일본어로 된 성명서였는데 ‘아베 정권의 한국 적대 정책 중단을 촉구한다’는 내용 등이 담겨 있었다. 성명서 배포자는 일본인 무라야마 도시오 씨(66)였다. 3년 전부터 한국에 거주하며 회사를 다니고 있다는 그는 일본인 일행 3명과 함께 한국에 대한 일본의 경제 보복 중단을 촉구하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고 했다. 무라야마 씨는 “광복절은 일본이 다시는 범죄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다짐하는 날이라 생각해 집회에 참가했다”며 “일본 정부가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가해 사실을 인정하고 진심을 담아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서울 도심 곳곳에서는 일본 정부를 규탄하는 집회가 열렸다. 집회에서는 일본인 참가자들의 모습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일제 강제동원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대회’에 참가한 오다가와 요시카스 일본 전국노동조합총연합 의장은 “한국 정부와의 대화를 거부하고 무역 문제를 끌어들여 강경 자세를 취하는 일본 정부는 비상식적 행동을 중단해야 한다”고 했다. 이날 오후 종로구 옛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8·15 평화 손잡기 시민대행진’에도 일본인들이 동참했다. 광복절을 맞아 옛 일본대사관 건너편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열린 집회 현장에서는 외국인 관광객들도 눈에 띄었다. 아일랜드인 제임스 씨(30)는 “아일랜드도 영국에 지배를 당한 역사가 있다”며 “한국에서 광복절이 어떤 의미인지 한국인 친구에게 듣고 여기를 찾아왔다”고 말했다. 오후 2시 반부터 서울시청 인근에서는 보수단체의 ‘8·15 태극기 연합집회’가 열렸다. 이 집회에는 우리공화당과 천만인무죄석방운동본부, 태극기혁명국민운동본부 등이 참가했다. 참가자들은 태극기와 성조기를 함께 흔들며 ‘문재인은 퇴진하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무효’ 등의 구호를 외쳤다. 오후 6시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8·15 아베 규탄 범국민 촛불대회’ 참가자들은 ‘No 아베’와 ‘한일군사협정 폐기하자’라고 적힌 피켓을 들었다. 참가자들은 집회가 끝나고 종로구 일본대사관 방향으로 행진한 뒤 대사관 외벽에 ‘NO ABE(노 아베)’ ‘강제동원 사죄하라’라고 적힌 초록색 레이저빔을 10여 분간 쐈다.구특교 kootg@donga.com·김소영·이소연 기자}

광복절인 15일 오전 11시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 빗줄기가 쏟아지는 가운데 ‘일제 강제동원 문제해결을 위한 시민대회’가 열린 이곳에서 머리가 희끗한 한 남성이 비옷을 입은 채 성명서를 나눠주고 있었다. A4 용지 2장은 한국어로, 2장은 일본어로 된 성명서였는데 ‘아베 정권의 한국 적대정책 중단을 촉구한다’는 내용 등이 담겨 있었다. 성명서 배포자는 일본인 무라야마 도시오 씨(66)였다. 3년 전부터 한국에 거주하며 회사를 다니고 있다는 그는 일본인 일행 3명과 함께 한국에 대한 일본의 경제보복 중단을 촉구하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고 했다. 무라야마 씨는 또 “광복절은 일본이 다시는 범죄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다짐하는 날이라 생각해 집회에 참가했다”며 “일본정부가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가해 사실을 인정하고 진심을 담아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서울 도심 곳곳에서는 일본정부를 규탄하는 집회가 열렸다. 집회에서는 일본인 참가자들의 모습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일제 강제동원 문제해결을 위한 시민대회’에 참가한 오다가와 요시카스 일본 전국노동조합총연합 의장은 “한국정부와의 대화를 거부하고 무역문제를 끌어들여 강경 자세를 취하는 일본정부는 비상식적 행동을 중단해야 한다”고 했다. 이날 오후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8·15 평화 손잡기 시민대행진’에도 일본인들이 동참했다. 광복절을 맞아 옛 일본대사관 건너편 ‘평화의 소녀상’ 앞 집회 현장에서는 외국인 관광객들도 눈에 띄었다. 아일랜드인 제임스 씨(30)는 “아일랜드도 영국에 지배를 당한 역사가 있다”며 “한국에서 광복절이 어떤 의미인지 한국인 친구에게 듣고 여기를 찾아왔다”고 말했다. 오후 2시 반부터 서울시청 인근에서는 보수단체의 ‘8·15 태극기 연합집회’가 열렸다. 이 집회에는 우리공화당과 천만인무죄석방운동본부, 태극기혁명국민운동본부 등이 참가했다. 참가자들은 태극기와 성조기를 함께 흔들며 ‘문재인은 퇴진하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무효’ 등의 구호를 외쳤다. 오후 6시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8·15 아베규탄 범국민 촛불대회’ 참가자들은 ‘No 아베’와 ‘한일군사협정 폐기하자’라고 적힌 피켓을 들었다. ‘8·15 태극기 연합집회’ 참가자들이 광화문광장 쪽으로 행진하면서 양측이 2차로를 사이에 두고 서로 소리를 지르며 맞서기도 했다. 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김소영 기자 ksy@donga.com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한강에서 몸통만 남은 시신이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13일 경기 고양경찰서에 따르면 전날 오전 9시 15분경 고양시 덕양구 마곡대교 남단 인근에서 머리와 팔다리가 없는 시신이 발견됐다. 순찰을 돌던 한강사업본부 직원이 수면 위로 떠오른 시신을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시신은 발견 당시 알몸 상태였다. 경찰은 시신의 부패 상태로 미뤄 발견된 날로부터 일주일 이내에 사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은 곧바로 시신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 보내 부검을 맡겼다. 국과수는 내부 조직 상태 등으로 볼 때 20, 30대 남성의 시신일 것으로 판단했다. 아직 정확한 사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경찰은 훼손된 시신의 나머지 부분을 찾기 위해서 2개 중대 병력과 드론, 경찰견 등을 투입해 주변을 수색 중이다. 경찰은 시신의 신원을 파악하기 위해 주변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와 인근에서 들어온 실종신고 내용을 확인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시신이 심하게 훼손된 것으로 볼 때 범죄 피해를 당한 뒤 유기됐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김소영 기자 ksy@donga.com}

서울 강북구 수유동에 사는 김윤선 씨(52·여)는 폭우가 쏟아지던 지난해 6월 초순경 밤의 일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당시 김 씨는 자신이 운영하던 지하 라이브카페 바닥에서 물이 새어나오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 직원 2명과 함께 물을 퍼냈지만 역부족이었다. 빗줄기가 굵어지면서 더 많은 양의 물이 바닥에서 솟아올랐다. 김 씨는 물에 잠긴 전기피아노를 포함해 1800만 원 상당의 음향기기와 가구를 모두 버려야 했다. 지난해 6월 본보는 폭우로 침수 피해를 본 수유동 주민들에 대해 보도했다. 우이경전철 4·19민주묘지역과 가오리역 사이에 거주하는 이들은 당시 우이경전철 건설 공사가 침수 피해를 불렀다고 주장했다. 우이경전철 공사를 하면서 판 터널 등의 시설물이 지하수의 물길을 막아 물이 동네 쪽으로 역류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시행사 우이경전철㈜은 당시 공사와 침수 피해는 관련이 없다고 주장하면서 주민 피해를 보상할 계획이 없다고 맞섰다. 본보 보도 이후 서울시는 ‘우이선 주변 건축물 침수 원인 규명 및 대책을 위한 합동회의’를 열었다. 서울시와 우이경전철 관계자, 피해 주민 등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들은 침수 피해 원인을 밝히기 위해 한국지반공학회에 연구용역을 맡기고 그 결과에 모두 승복하기로 합의했다. 지반공학회 연구팀은 침수 피해를 본 17개 건물 주변의 지반, 지하수 흐름 등을 조사했다. 경전철 건설공사 설계보고서 등을 검토해 설계와 시공 과정에 문제가 있었는지도 살펴봤다. 학회 조사 결과 경전철 공사가 주변 지역의 침수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팀은 우이경전철 구조물이 지하수의 흐름을 방해해 구조물 주변 지하수 수위를 0.6∼1.6m 정도 상승시킨 것으로 봤다. 설계 당시 지하수 수위 상승을 예상한 내용이 설계보고서에 담겼는데도 이에 대한 대책은 제시되지 않았다. 연구팀은 주민들이 살던 건물이 노후한 점도 피해를 키웠다고 지적했다. 지반공학회는 이런 내용을 담은 연구용역 보고서를 올해 2월 내놨다. 침수 피해를 본 17개 건물을 보수하는 데 드는 총비용으로는 1억9700여만 원이 산정됐다. 하지만 피해 주민 중 일부는 지반공학회가 보고서를 내놓은 지 6개월이 지났는데도 우이경전철로부터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불만을 나타냈다. 우이경전철 측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 중인 주민도 있다. 우이경전철 측은 “아직 보상받지 못한 주민들과 합의가 마무리되면 보상금을 지급할 계획”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연구용역 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지반공학회 연구팀 관계자는 “또다시 폭우가 쏟아지면 언제든 같은 피해가 반복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삶의 터전이 망가진 주민들은 지금도 힘들어하고 있다. 경전철 건설 공사가 주변 지역의 침수에 영향을 미쳤다는 결과가 나온 만큼 주민들이 겪은 정신적, 경제적 피해에 대한 보상이 하루빨리 이뤄져야 할 것이다. 김소영 사회부 기자 ksy@donga.com}

경찰이 27명 사상피해를 낸 광주 C클럽 붕괴사고가 총체적 부실공사로 인한 인재(人災)이라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2차 현장감식을 실시하기로 했다. 4일 광주클럽안전사고수사본부 등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오전 2시 39분 손님 2명 숨지고 25명이 다친 광주C클럽 복층구조물의 붕괴된 면적은 30㎡다. 불법 증축된 철재 복층구조물이 77㎡인 것을 감안하면 40%정도가 붕괴된 것이다. 경찰은 무너진 2.5m높이 복층구조물을 받치고 있는 사각형 기둥 4개가 천장과 연결된 것을 확인했다. 나머지 2.5m높이 1층 부분에는 복층구조물을 받치고 있는 기둥이 없었다. 특히 복층구조물을 연결하는 기둥 4개과 철재바닥, 철재바닥과 밑 받침대 10여개는 용접이 띄엄띄엄 된 것을 확인했다. 반면 불법 복층구조물 옆 정상적 구조물은 1~2층과 바닥에 H빔이 촘촘히 설치돼 안전했다. 경찰은 무자격 시공업자이자 C클럽 업주인 A 씨와 그의 지인이 2015년 6~8월, 2017년 12월 불법 증축한 복층구조물 77㎡는 구조적으로 허술한데다 안전관리마저 소홀히 한 인재라고 보고 있다. A 씨는 2015년 6월 이전에는 인테리어 공사를 했지만 구조물을 시공한 경험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A 씨에게는 C클럽이 불법 구조물 첫 공사였다. A 씨는 C클럽 복층구조물을 어설픈 불법공사를 “괜찮겠지”라고 안일한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르면 6~7일 C클럽 2차 현장감식을 통해 부실공사로 인해 붕괴사고가 일어난 인재였다는 입증할 방침이다. 또 C클럽이 춤추는 음식점으로 특혜성 조례혜택을 받았다는 의혹을 밝혀내기 위해 수사력을 모우고 있다. 경찰은 C클럽 붕괴사고가 인재였다는 입증한 뒤 A 씨 등 업무상과실치사상혐의 입건자 8명의 처벌수위를 결정할 예정이다. 광주=이형주 기자peneye09@donga.com김소영 기자 ksy@donga.com}
경찰이 27명의 사상 피해를 낸 광주 C클럽이 ‘춤추는 음식점’으로 지정을 받는 과정에서 관할 구청, 구의원과 유착한 의혹을 살피고 자금 흐름을 분석하는 등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1일 광주클럽안전사고수사본부 등에 따르면 경찰은 광주 서구로부터 위생지도 업무 관련 컴퓨터 4대와 서류를 넘겨받았고 C클럽 전현 업주 5명과 서구 공무원, 구의원 등 10여 명의 휴대전화 통화 내용과 금융계좌를 분석하고 있다. 경찰은 2016년 7월 C클럽이 객석에서 춤을 출 수 있는 일반음식점으로 허가를 받는 과정에서 구청, 구의원 등과 유착했을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경찰은 또 C클럽이 매출액을 실제보다 줄여 세무당국에 신고한 의혹 등도 살펴보고 있으며 금융계좌를 조사하면 C클럽의 자금 흐름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인허가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점과 조직폭력배 연루 의혹 등 현재 제기된 의혹도 수사할 방침이다. C클럽은 소유주 3명이 각각 60%와 20%, 20%의 지분을 나눠 갖고 있다. 지분 20%를 가진 A 씨는 무자격 시공업자로 2015년 6∼8월 C클럽 복층구조물을 불법으로 증축했으나 공사비를 제대로 받지 못하자 경영에 참여했다. 다른 업주는 처음에는 경영을 맡다 2016년 지분까지 인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A 씨는 C클럽에서 상당한 수익이 발생하자 동업자 2명과 함께 인근의 G클럽을 개점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C클럽 붕괴 사고가 발생한 지난달 27일부터 1일까지 ‘춤추는 음식점’ 조례를 대표 발의한 기초의원 등 모두 63명을 조사하고 C클럽 업주 A 씨와 회계책임자 등 8명을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했다. 경찰은 이르면 5일 A 씨 등 관련자 8명의 신병처리를 결정한다.광주=이형주 peneye09@donga.com / 김소영 기자}
27명의 사상 피해를 낸 광주 C클럽이 관할 구청에 ‘춤추는 음식점’ 지정을 신청하면서 불법 증축한 건물의 도면을 제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구청은 지정 과정에서 현장 실사를 했지만 C클럽의 불법 증축 사실을 적발하지는 못했다. 31일 광주클럽안전사고수사본부 등에 따르면 C클럽은 2016년 7월 15일 ‘객석에서 춤을 추는 행위가 허용되는 일반음식점의 운영에 관한 조례’ 적용 업소로 신청하면서 광주 서구에 관련 서류를 제출했다. 서류에는 1층 구조물과 불법 증축된 복층(2층) 구조물 도면이 포함됐다. 같은 해 8월 C클럽에 현장 실사를 다녀온 광주 서구 공무원들은 이 같은 사실을 알아채지 못했고 나흘 뒤 C클럽은 ‘춤추는 음식점’으로 지정됐다. 앞서 C클럽이 최초 영업 신고를 할 때도 공무원들이 현장에 다녀왔지만 불법 증축 사실을 적발하지 못했다. C클럽은 2015년 6, 7월 ‘ㅡ’자형 복층 구조물을 ‘11’자형으로 바꾸면서 면적 70m²가량을 불법 증축했다. 같은 해 8월 관할 구청 공무원들이 현장 실사를 했지만 불법 증축을 알아채지 못했다. C클럽은 2016년 불법 증축 구조물에 칸막이를 설치했고 2017년 12월 ‘11’자형 구조물의 10∼20m²를 추가로 불법 증축했다. 2차례 불법 증축에는 무자격 건축업자 2명이 참여했다. 광주 서구 관계자는 “실사를 나간 공무원들은 위생 점검업무를 담당했다. 불법 건축물과 구조물을 확인할 권한이나 능력이 없다”고 말했다. 광주 서구의회는 1일 ‘춤추는 음식점’ 관련 조례 폐지 여부 등을 논의하기로 했다.광주=이형주 peneye09@donga.com /김소영 기자}
윤소하 정의당 의원실에 협박 메시지가 담긴 메모지와 죽은 새, 커터 칼이 든 소포를 보낸 진보 성향 단체인 서울대학생진보연합 운영위원장 유모 씨(35)가 31일 구속 수감됐다. 유 씨의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담당한 서울남부지법 문성관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증거 인멸과 도주 우려가 있다”며 유 씨에 대한 영장을 발부했다. 경찰은 유 씨를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수감했다 경찰에 따르면 유 씨는 6월 23일 오후 11시경 집에서 1시간가량 떨어진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한 편의점에서 윤 의원실 앞으로 협박 메시지가 담긴 소포를 발송한 혐의다. 유 씨는 신림동 편의점에서 서울 강북구 지하철 4호선 수유역 인근에 있는 집까지 가는 동안 버스와 택시를 7번이나 갈아탔다. 소포를 부칠 때는 마스크와 선글라스, 모자로 얼굴을 완전히 가렸다. 소포를 부친 뒤 집에 가는 동안 옷을 갈아입은 사실도 폐쇄회로(CC)TV에 찍혔다. 유 씨가 소포를 부친 당일 경찰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치밀하게 계획한 점 등이 법원의 영장 발부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대학생진보연합은 유 씨의 구속 직후 논평을 내고 “고작 CCTV 하나 가지고 와서 범죄자라고 체포해 간 것도 모자라 구속이라니”라며 “검경, 언론, 법원까지 한통속이 돼 서울대학생진보연합을 탄압하는 것이 이렇게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고도예 yea@donga.com·김소영 기자}

윤소하 정의당 의원실에 협박 메시지가 담긴 메모지와 죽은 새, 커터칼이 든 소포를 보낸 진보성향 단체인 서울대학생진보연합 운영위원장 유모 씨(35)가 31일 구속 수감됐다. 유 씨의 구속영장 영장실질 심사를 담당한 서울남부지법 문성관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증거 인멸과 도주 우려가 있다”며 유 씨에 대한 영장을 발부했다. 경찰은 유 씨를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수감했다 경찰에 따르면 유 씨는 지난달 23일 오후 11시경 집에서 1시간가량 떨어진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한 편의점에서 윤 의원실 앞으로 협박 메시지가 담긴 소포를 발송한 혐의다. 유 씨는 신림동 편의점에서 강북구의 지하철 4호선 수유역 인근에 있는 집까지 가는 동안 버스와 택시를 7번이나 갈아탔다. 소포를 부칠 때는 마스크와 선글라스, 모자로 얼굴을 완전히 가렸다. 소포를 부친 뒤 집에 가는 동안 옷을 갈아입은 사실도 폐쇄회로(CC)TV에 찍혔다. 유 씨가 소포를 부친 당일 경찰의 추적을 위해 치밀한 수법을 쓴 점 등이 법원의 영장 발부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대학생진보연합은 유 씨의 구속 직후 논평을 내고 “고작 CCTV 하나 가지고 와서 범죄자라고 체포해간 것도 모자라 구속이라니”라며 “검경, 언론, 법원까지 한통속이 돼 서울대학생진보연합을 탄압하는 것이 이렇게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고도예기자 yea@donga.com김소영기자 ksy@donga.com}

경찰이 27명의 사상자를 낸 광주 C클럽의 운영에 혜택을 준 조례의 제정 과정을 수사하는 가운데 해당 조례를 대표 발의한 전직 기초의원은 “구청 공무원이 조례 제정을 제안했다”고 주장했다. 광주 서부경찰서는 30일 광주 서구의회 전 의원 A 씨를 참고인 자격으로 불러 조사했다. A 씨는 2016년 6월 일반음식점인 C클럽 등에서 손님이 춤을 출 수 있게 허용하는 ‘객석에서 춤을 추는 행위가 허용되는 일반음식점의 운영에 관한 조례’를 대표 발의했고 같은 해 7월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이 조례는 사실상 C클럽 등 감성주점 2곳만 혜택을 받아 논란이 일었다. C클럽은 조례 제정 1주일 만에 혜택 대상으로 지정됐다. A 씨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2016년 2, 3월 광주 서구 공무원 B 씨 등이 먼저 찾아와 해당 조례의 필요성을 설명한 뒤 ‘살펴봐 달라’며 조례 제정을 제안하는 취지의 말을 했다”며 “그 전에는 관련 조례에 대해 몰랐다”고 했다. 그는 “B 씨 등은 일반음식점에서 춤을 추는 것을 일부 허용한 식품위생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챙겨 와 조례가 없으면 지역 7080 라이브 카페 59곳이 문을 닫을 우려가 있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후 구의회 전문위원 등과 논의를 거쳐 조례를 발의했다. 반면 공무원 B 씨는 “서구의회에서 의원입법을 먼저 추진하자 영세 자영업자들이 폐업하거나 범법자로 전락하는 것은 막아야 한다는 조례 취지를 설명했다”며 “의원입법이 추진돼 법률을 검토했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또 “집행부도 조례를 제정할 수 있는데 굳이 의원들에게 제안을 하겠느냐. 제안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다. 양측 주장이 엇갈리는 가운데 경찰은 A 씨 이외에 조례 제정에 관여했던 당시 서구의회 의원들을 참고인 자격으로 추가로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또 B 씨 등 광주 서구 공무원 4명도 참고인 자격으로 불러 조사를 마쳤다. 경찰은 춤추는 음식점 조례 제정 및 신청, 지정 등 관련 자료를 확보해 분석하고 관련 수사 인력을 20여 명으로 늘리기로 했다. 경찰은 C클럽의 실질 소유주 K 씨 등 3명이 공동 운영하는 G클럽도 시설 일부가 불법 증축된 것으로 확인하고 수사 중이다. 27일 C클럽에서 붕괴 사고가 발생했지만 같은 날 G클럽은 영업하며 손님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경찰은 K 씨 등 실질 및 명의상 소유주 등 4명과 불법으로 증축한 복층 구조물을 허술하게 용접한 무자격 시공업자 등 6명을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했다.광주=이형주 peneye09@donga.com·김소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