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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가락 통증을 이유로 3차례 연속 재판에 불출석했던 박근혜 전 대통령(65·구속 기소)에 대해 법원이 강제구인을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박 전 대통령은 재판부의 경고 직후 14일 오후 재판에 출석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는 13일 오전 박 전 대통령 등의 공판에서 서울구치소가 제출한 박 전 대통령의 건강상태 보고서 검토 결과를 토대로 “박근혜 피고인의 현재 상태가 재판에 출석하지 않을 사유가 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박 피고인이 왼발 발가락을 구치소 내에서 부딪혀 통증이 있다며 10일부터 치료를 받았다. 하지만 계속 부종과 압통(누르면 아픈 증상)이 남아서 걸을 때 통증을 호소한다고 한다”고 박 전 대통령의 상태를 설명했다. 이어 “피고인이 출석을 계속 거부하면 관련 법령에 따라 출석 조치하고 재판을 진행할 수밖에 없다”며 구인장을 발부해 강제로 출석시킬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이에 박 전 대통령 측 변호인 유영하 변호사는 이날 오후 구치소에 다녀온 뒤 재판부에 “박 전 대통령이 14일 오후 법정에 나올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14일까지 재판 출석이 어렵다’며 불출석 사유서를 냈던 데서 물러나 재판부의 뜻에 따르기로 한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의 동생 박근령 전 육영재단 이사장(63)은 이날 박 전 대통령에 대해 “참담하고 힘이 못 돼 가슴이 아프다”며 “(동생으로서) 죽지 못해 살고 있다는 정도의 표현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정부가 지난해 4월 서울 시내 면세점 4곳을 추가 선정한 배경에 “면세점 수를 늘리라”는 청와대의 지시가 있었다는 기획재정부 관계자의 법정 증언이 나왔다. 1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박근혜 전 대통령(65·구속 기소) 등의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이모 전 기재부 관세제도과장은 “2015년 11월 롯데와 SK가 탈락하자, 청와대가 기재부에 ‘면세점 수를 늘리라’고 지시했느냐”는 검찰 측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이 전 과장은 서울시내 면세점 추가 선정 과정에 참여한 기재부 측 실무자다. 이 전 과장은 “롯데와 SK면세점의 영업 중단 문제가 아니었다면 청와대가 (시내 면세점 선정을) 서두를 필요가 없었다”는 뜻을 밝혔다. 청와대 지시대로 시내 면세점 추가 허가를 내줄 경우, 면세점 분야 경쟁력이 가장 높은 롯데가 추가 특허를 받을 가능성도 제일 높았다는 취지다. 청와대가 기존 면세점 특허권제를 신고등록제로 바꾸라는 지시를 했다는 증언도 했다. 이 전 과장은 전임자로부터 “신고제를 검토하라고 지시한 취지에 맞게 특허 수를 최대한 늘려야 한다. 청와대가 롯데 등에 기회를 주기를 원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밝혔다. 이 전 과장의 법정 증언은 앞서 검찰 특별수사본부(특수본)의 수사 결과와도 맞아떨어진다. 특수본은 국정 농단 수사 과정에서 박 전 대통령이 2015년 11월 기획재정부와 관세청 등에 “면세점 제도 개선 방안을 강구하라”고 지시한 사실을 밝혀낸 바 있다. 당시는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이 관세청의 특허사업자 선정에서 탈락한 직후였다. 기재부는 박 전 대통령의 지시가 있은 직후 “개선안을 마련해 종합대책을 2016년 7월 발표하겠다”고 청와대에 보고했다. 박 전 대통령은 2016년 1월 다시 기재부에 “면세점 신규 특허를 늘리는 방안을 포함한 대책을 3월까지 신속하게 발표하라”고 독촉했다. 박 전 대통령은 이후 같은 해 3월 14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비밀리에 독대하며 “면세점 제도 개선 방안을 이달 말 발표할 방침”이라고 알려줬다. 이처럼 서울 시내 면세점 허가가 빠르게 진행된 덕분에,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은 지난해 12월 다시 특허사업자로 선정될 수 있었다. 관세청의 면세점 사업자 선정 비리 의혹 사건을 넘겨받아 수사 중인 검찰은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이 심사에서 탈락했다가 다시 선정된 과정에 박 전 대통령 등 청와대의 개입을 밝히는 데 수사력을 모을 방침이다. 권오혁 hyuk@donga.com·강경석 기자}
최순실 씨(61·구속 기소)의 딸 정유라 씨(21)가 12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구속 기소)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경위를 두고 박영수 특별검사팀과 정 씨 측 변호인이 법정 밖에서 날선 장외 공방을 벌였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 심리로 열린 이 부회장 등의 공판에 증인으로 나온 정 씨는 “여기 나오는 데 여러 만류가 있었던 건 사실”이라며 “일단 검사님들이 신청하고 판사님이 받아들였으니 나와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정 씨는 앞서 변호인 이경재 변호사를 통해 불출석 신고서를 제출했지만 이날 돌연 증언대에 서겠다며 마음을 바꿨다. 정 씨의 출석은 정 씨의 변호인조차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이 변호사는 “특검이 부당한 압력을 행사해 정 씨를 증인으로 나서게 했다”고 주장했다. 취재진에 배포한 ‘입장 자료’에서 이 변호사는 “정 씨가 오늘 새벽 5시 이전 혼자 집을 나가 빌딩 앞에 대기 중인 승합차에 승차한 후 종적을 감췄다”고 밝혔다. 또 “심야에 21세의 여자 증인을 이 같은 방법으로 인치해 5시간 이상 사실상 구인·신병확보를 한 후 변호인과의 접견을 봉쇄하고 증언대에 세운 행위는 위법이며 범죄적 수법”이라고 비난했다. 특검은 이 변호사의 주장을 즉각 반박했다. 특검은 “정 씨가 이른 아침 연락을 해 와서 ‘고민 끝에 법원에 증인 출석하는 게 옳다고 생각했다’는 뜻을 밝혀왔다”며 “이동하는 걸 지원해달라고 해서, 정 씨가 법원에 나가도록 도움을 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정 씨 본인의 자의적 판단으로 출석했으며 불법적인 출석 강요는 없었다”고 덧붙였다. 정 씨는 이날 법정에서 독일 승마 훈련 과정에서 삼성 측의 지원을 받은 일과 관련해 어머니 최 씨에게서 들은 이야기 등을 증언했다. 법조계에서는 이날 정 씨가 갑자기 마음을 바꿔 출석하게 된 경위를 놓고 다양한 해석이 나왔다. 또 검찰이 정 씨의 증인 출석에 도움을 준 일이 적법한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엇갈렸다. 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박근혜 전 대통령(65·구속 기소)이 왼발을 다쳤다는 이유로 이틀 연속 재판에 불출석했다. 1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재판에서 박 전 대통령 측 유영하 변호사는 “10일 늦게 구치소 측으로부터 ‘박 전 대통령 진료 결과 (발가락) 인대 쪽 손상이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불출석 이유를 설명했다. 유 변호사는 “12일 접견을 가서 정확한 상태를 파악하겠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10일에도 같은 이유로 법정에 불출석했다. 검찰은 “구치소에서 확인한 바로는 피고인이 왼발 네 번째 발가락이 평소 안 좋았는데 문지방에 몇 번 부딪혀 통증이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최순실 씨(61·구속 기소)의 딸 정유라 씨(21)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구속 기소) 사건을 심리 중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에 증인 불출석 신고서를 제출했다. 정 씨는 12일 이 부회장 등의 재판에 증인으로 채택된 상태다. 정 씨의 변호인은 “이 부회장 재판이 정 씨가 수사를 받고 있는 형사사건과 관련이 있고, 정 씨의 건강 상태도 좋지 않아 불출석 신고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권오혁 hyuk@donga.com·이호재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65·구속 기소)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구속 기소)의 법정 대면이 10일 또다시 무산됐다. 박 전 대통령이 왼발을 다쳤다며 재판에 불출석한 데다 이 부회장은 법정에는 출석했지만 증언을 거부했다. 두 사람의 법정대면이 무산된 것은 5일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박 전 대통령은 5일 이 부회장 재판에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건강 문제를 이유로 들어 불출석했다. 1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 심리로 열린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61·구속 기소) 등의 공판에서 박 전 대통령 측 채명성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이 왼발을 다쳐서 거동 자체가 불편한 상황”이라며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채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이 7일 왼발등을 심하게 찧어 통증이 있는 상태에서 재판에 나왔었다. 8일 구치소 접견을 가보니 상태가 더 심해져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재판에 나오면 상처가 악화돼 부작용이 있을까 우려돼 오늘은 불출석하고 내일부터 출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발가락 통증”이라고 설명했다. 박 전 대통령이 불출석한 가운데 진행된 이날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이 부회장 등 삼성 관계자들은 모두 증언을 거부했다. 가장 먼저 증언대에 선 이 부회장은 “증인이 수사 과정에서 작성한 조서가 진술한 대로 기재됐는지 여부에 대해 증언 거부권을 행사하냐”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질문에 “네”라고 답변했다. 특검은 “진술조서가 사실대로 기재됐는지 여부조차 확인을 거부한 것은 정당한 증언거부 권한을 넘어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 부회장이) 관련 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으므로 증언 거부 권한이 인정된다”며 특검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특검은 이어 “지난해 2월 15일부터 17일까지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19차례에 걸쳐 문자를 주고받거나 통화한 기억이 나느냐”고 물었다. 이에 이 부회장은 “죄송합니다, 증언을 거부하겠습니다”라고 답한 뒤 “오늘 이 재판정에서 진실 규명을 위해 모든 질문에 성실히 답변드리고 싶은 게 제 본심”이라며 “(하지만) 변호인들의 강력한 조언에 따라 그렇게 못할 것 같다. 재판 운영에 도움을 못 드려 대단히 송구스럽다”고 말했다.권오혁 hyuk@donga.com·이호재 기자}

이명박 정부 당시 여권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이용해 총선과 대선에 승리할 수 있는 방안을 담았던 국가정보원의 청와대 보고 문건이 10일 공개돼 파문이 일고 있다. 그 여파로 이날 예정됐던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국정원 댓글 사건’ 파기환송심 결심공판이 24일로 미뤄졌다. ○ 국정원, SNS 대응책 문건 청와대 보고 세계일보는 10일 국정원이 18대 대통령선거를 1년여 앞둔 2011년 11월 ‘SNS 선거 영향력 진단 및 고려사항’이라는 제목의 A4용지 5쪽 분량의 문건을 청와대 정무수석실에 보고했다고 보도했다. 당시 국정원장은 원 전 원장이었다. 또 이 문건 작성 시점은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야권 단일 후보로 나선 무소속 박원순 서울시장이 한나라당(현 자유한국당) 나경원 후보를 꺾은 직후다. 당시 정치권에서는 “20∼40대 SNS 이용자들이 선거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나왔다. 문건에는 이듬해인 2012년 치러질 예정인 19대 총선과 18대 대선에서 여권이 SNS 대응을 어떻게 할지에 대한 단기 및 중장기 대책이 담겨있다. 문건에서 국정원은 “SNS가 선거 쟁점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는 ‘후보 선택 판단 창구’로서 역할이 강화되고 있으나, 여당의 ‘절대 불리’ 여건이 지속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야권이) 주요 선거 때마다 SNS 주 이용층인 20∼40대 불만 자극과 사실 왜곡에 앞장서며 정부·여당 이미지 흐리기 도구로 악용하고 있다”고 썼다. 국정원은 이어 “범여권 및 보수권 인사의 트위터 이해도를 높이고 팔로어 확보를 통한 범여권의 트워터 내 영향력 및 점유율 확대에 주력해야 한다”, “페이스북 장악력 확대 및 차세대 SNS 매체를 선점해야 한다”고 보고했다. 이와 비슷한 시기에 국정원이 작성한 또 다른 문건에는 당시 민주당 우상호 의원의 동향과 야당 의원들의 선거법 위반 수사 상황, 당시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에 대한 여론조사기관의 컨설팅 결과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 재판부, ‘국정원 문건 증거’ 신청 기각 검찰은 서울고법 형사7부(부장판사 김대웅) 심리로 열린 원 전 원장 재판에서 이날 공개된 국정원 문건을 증거로 신청했다. 검찰은 “해당 문건의 내용과 작성 경위, 보고 대상, 그리고 그에 따른 조치 등을 확인하는 일은 원 전 원장이 본인의 혐의 내용이 선거운동임을 부인하는 이 사건에서 의미가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그동안 제출된 방대한 증거로 판단이 가능하므로 추가 증거 채택은 불필요하다”며 검찰의 증거 신청을 기각했다. 이날 재판 피고인 신문에서 검찰은 국정원 문건에 나오는 ‘여권이 야당과 좌파에 점령당한 SNS 여론 주도권 확보 작업에 매진해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허위정보 유통과 선동으로 민심이 왜곡되는 일을 차단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을 청와대에 보고한 적 있는지 물었고 원 전 원장은 “전혀 기억이 없다”고 부인했다. 황형준 constant25@donga.com·권오혁 기자}

8일자로 구속 수감 100일을 채운 박근혜 전 대통령(65·사진)이 감방에서 선풍기와 찬물로 무더위와 싸우며 구치소 의사에게 극심한 피로감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9일 교정당국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은 재판이 없는 날에는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 독방에서 벽에 고정된 선풍기에 의지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달 들어 무덥고 습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박 전 대통령은 독방 내 화장실 세숫대야와 물통에 물을 받아 몸에 끼얹은 뒤 선풍기 바람을 쐬는 식으로 더위를 식히고 있다고 한다. 서울구치소를 비롯한 국내의 모든 교정시설은 중앙냉방시설이 없다. 이 때문에 수용자들은 박 전 대통령처럼 각 방에 비치된 벽걸이형 선풍기와 세숫대야, 물통으로 여름을 견뎌야 한다. 박 전 대통령은 앞서 검찰 조사를 받았던 여자 사동 내 사무실에서 매주 한 차례, 30분가량 구치소 소속 의사에게 진료를 받고 있다. 구치소 의사들은 통상 각 사동을 돌며 수용자의 건강을 살핀다. 최근 상담에서 박 전 대통령은 의사에게 “일주일에 재판을 4번씩 나가느라 피로가 극심하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건강에 심각한 이상은 없으며,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와 상담을 한 적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통령은 잠을 깊게, 오래 자지 못해 새벽에 일어나 1∼2시간가량 독서를 한 뒤 다시 잠을 청한다고 한다. 오후 10시경 잠자리에 들었다가 오전 3, 4시쯤 잠이 깨면 책을 읽으며 다시 잠을 청하는 식이다. 박 전 대통령은 새벽에는 주로 영한사전을 읽는다고 한다. 일과 중에는 소설가 박경리 선생(1926∼2008)의 대하소설 ‘토지’를 읽으며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루 일과는 다른 수용자들과 마찬가지로 오전 6시 30분부터 시작된다. 박 전 대통령은 하루 세 끼 식사를 꼬박꼬박 챙겨 먹지만 식사량은 매번 제공량의 3분의 1 정도에 불과하다고 한다. 한 교도관이 ‘피곤하실 텐데 왜 이렇게 적게 드시냐’고 묻자, 박 전 대통령은 담담하게 “원래 식사량이 적습니다”라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통령은 다른 수용자들과 마찬가지로 구치소에서 판매하는 ‘아로나민 골드’와 비타민C 등을 구입해 복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대통령은 10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구속 기소)과 국정 농단 사건이 터진 이후 처음으로 법정에서 대면할 예정이다. 이 부회장은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리는 박 전 대통령 등의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다. 두 사람의 만남은 지난해 2월 청와대 안가에서의 독대 이후 1년 5개월 만이다. 박 전 대통령은 5일 이 부회장 등의 공판에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건강상 문제를 이유로 출석하지 않았다. 전주영 aimhigh@donga.com·권오혁 기자}
사법·행정·입법고시를 모두 합격한 엘리트 공무원이었던 A 씨(35). 2013년 5월 서울 영등포구의 한 건물 여자화장실에서 휴대전화로 10대 여성의 용변 장면을 몰래 찍다 붙잡혔다. A 씨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성폭력처벌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2015년 6월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의 형이 확정됐다. 같은 해 7월 A 씨는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의 신체’를 당사자 동의 없이 촬영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성폭력처벌법이 표현의 자유, 예술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냈다. 헌법재판소는 A 씨 사건에 대해 재판관 6(합헌) 대 2(위헌)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했다고 9일 밝혔다. 헌재는 “촬영 행위가 예술 활동인 경우도 있지만 해당 조항은 그런 경우를 염두에 둔 조항이 아니다”며 “또 해당 조항으로 제약받는 자유권보다 피해자의 ‘함부로 촬영당하지 않을 권리’ 등 보호해야 할 공익이 더 크다”고 판시했다. 또 “‘성적 욕망 또는 성적 수치심을 유발’한다는 표현은 가해자 또는 제3자에게 단순 호기심을 넘어 성욕을 일으키거나 피해자에게 수치심, 모욕감을 느끼게 한다는 뜻”이라며 “건전한 상식을 가진 일반인은 그 의미를 충분히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주가연계증권(ELS)에 투자했다가 도이치은행의 시세조종으로 피해를 본 투자자들이 집단소송에서 최종 승소해 배상을 받게 됐다. 이번 판결은 2005년 증권 집단소송제도가 국내에 도입된 지 12년 만에 내려진 첫 확정 판결이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도이치은행 측 소송대리인은 이날 항소심을 맡고 있는 서울고법 민사10부(부장판사 윤성근)에 항소 취하서를 제출했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이 승소한 1심 판결이 그대로 확정됐다. 도이치은행의 항소 취하로 ‘한국투자증권 부자아빠 ELS 제289회’(한투289 ELS) 상품에 투자했다가 약 25%의 손실을 본 투자자 464명은 모두 배상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소송에 직접 참여한 투자자는 6명뿐이지만 증권 집단소송의 경우 직접 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사람에게도 자동으로 판결의 효력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2007년 8월 출시된 한투289 ELS는 국민은행과 삼성전자 보통주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 상품으로 총 198억 원어치가 팔렸다. 투자자들은 도이치은행이 ELS 만기일인 2009년 8월 장 종료 직전 국민은행 보통주를 저가에 대량 매도해 국민은행의 주가가 ELS 만기상환 기준가보다 낮아져 손실을 보자 집단소송을 냈다. 올 1월 1심 재판부는 “도이치은행이 자신들이 운용하는 ELS의 수익 만기상환 조건이 충족되는 것을 막기 위해 시세조종을 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1991년 공안정국의 시발점이 된 일명 ‘유서 대필 사건’으로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가 재심 끝에 2015년 무죄 확정 판결을 받은 강기훈 씨(53·사진)가 정부 등으로부터 6억 원대 배상금을 받게 됐다. 사건이 일어난 지 26년 만이다. 강 씨는 1991년 당시 분신자살한 전국민족민주연합(전민련) 사회부장 김기설 씨의 유서를 대필한 혐의(자살방조)로 기소됐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7부(부장판사 김춘호)는 6일 강 씨와 강 씨 가족 등 6명이 정부와 당시 수사에 관여한 이들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정부와 전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문서분석실장 김형영 씨는 강 씨 등에게 6억8600여만 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정부와 김 씨가 강 씨에게 7억 원, 강 씨의 부인에게 1억 원, 두 동생에게 각각 1000만 원, 강 씨의 두 자녀에게는 각각 2000만 원 등 총 8억6000만 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형사보상법에 따라 이미 지급한 형사보상금만큼의 금액은 빼도록 해 실제 지급액은 6억 원가량이다. 재판부는 “강 씨는 허위 (필적) 감정 결과가 결정적 증거가 돼 유죄 판결을 받았고 석방 후에도 후유증으로 많은 고통을 겪었다”며 “또 유서를 대신 써서 자살을 강요했다는 오명을 썼고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당했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당시 서울지검 강력부장으로 강 씨를 수사했던 강신욱 전 대법관(73) 등 검사들의 배상 책임은 인정하지 않았다. 이들이 강압 수사를 한 점은 일부 인정되지만 손해배상 시효가 이미 지났다는 이유에서다. 필적을 감정한 김 전 실장에 대해서는 재심 무죄 판결 이후부터 시효가 시작됐다고 본 반면 검찰의 불법 수사는 사건 당시부터 시효를 따져야 한다는 논리다. 강 씨의 법률대리인 송상교 변호사는 “이 사건의 가장 중요한 가해자이자 몸통인, 유서 대필 사건 조작을 지휘했던 이들에 대해 책임을 부정한 점은 매우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또 “김 씨와 검사들의 위법을 달리 취급할 아무런 이유가 없는데도 유독 검사들만 다른 판단을 한 것은 면죄부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강 씨와 가족은 이날 법정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강 씨는 2008년 사건의 핵심 증거인 필적 감정서 등이 위조된 사실이 밝혀지자 재심을 청구했고 2015년 5월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같은 해 11월 강 씨는 자신과 가족이 입은 정신적 피해에 따른 위자료 등 총 31억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삼성 측이 박근혜 전 대통령(65·구속 기소)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기소된 사건 담당 재판부가 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58·구속 기소)의 업무 수첩, 이른바 ‘안종범 수첩’을 직접 증거가 아닌 정황 증거로 채택했다. 박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구속 기소)이 2015년 7월 독대 당시 나눈 대화 내용이 적혀 있다는 수첩의 내용만으로는 사실 관계를 파악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는 6일 이 부회장 등이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기소된 사건 공판에서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이 수첩에 기재된 바와 같은 내용의 대화를 했다는 점을 입증하는 진술증거로서 증거능력은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안종범 수첩’의 내용이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주장처럼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 사이에 부정한 청탁이 있었다는 것을 직접 뒷받침하는 증거가 되지 못한다는 의미다. 재판부는 이어 “수첩이 존재한다는 자체와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 사이에 대화가 있었다는 점은 진정성과 관계없이 간접사실로서 정황증거로는 채택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최순실 씨(61·구속 기소)와 안 전 수석 등의 직권남용 사건을 심리 중인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도 ‘안종범 수첩’을 직접 증거가 아닌 정황 증거로 채택했다. 이에 특검 측은 “안 전 수석의 조서를 보면 박 전 대통령 말씀 자료와 관련해 정호성 전 비서관이 ‘박 전 대통령이 복사기같이 기억력이 좋다’ ‘복사기라는 별명이 있다’고 말한 것으로 나와 있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이 뛰어난 기억력으로 이 부회장과의 대화 내용을 안 전 수석에게 얘기했고, 안 전 수석이 이를 수첩에 적은 것이기 때문에 수첩이 직접 증거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에 이 부회장 측 변호인은 “수첩은 독대 자리에 없었던 안 전 수석이 작성한 것”이라며 “박 전 대통령이 독대 상황을 안 전 수석에게 전달하면서 필연적으로 오류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또 “박 전 대통령은 독대 전 작성한 메모 내용을 실제 언급하지 않은 경우에도 안 전 수석에게 언급한 것으로 할 수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수첩의 내용이 부정한 청탁을 입증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결국 재판부는 수첩이 직접 증거가 못 된다는 판단을 굽히지 않았다. 안 전 수석은 이날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박 전 대통령에게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대한 지시를 받은 적이 없다고 증언했다. 앞서 4일 재판에서 했던 증언과 차이가 없었다. 또 삼성 측 변호인의 “만약 대통령에게서 합병 관련 지시를 받았거나 청와대 회의에서 합병이 언급됐다면 수첩에 최소한 한 번이라도 합병이라고 썼겠죠”라는 질문에 안 전 수석은 “그렇다. 지시를 들었다면 썼을 텐데 기재된 것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최상목 대통령경제금융비서관 등에게 합병에 대한 찬성 반대 등 방향성 있는 지시를 한 적 없느냐”는 질문에 “없다”고 답했다.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제가 연예인의) 한낱 장난질에 사용될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리고 싶었습니다.” 4일 오후 11시 45분경 서울중앙지법 311호 법정. 가수 겸 배우 박유천 씨(31)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고소했다가 오히려 무고와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여성 송모 씨(24)는 울음 섞인 목소리로 최후진술을 이어갔다. 송 씨는 “(박 씨 때문에) 저의 20대 삶은 망가졌다. 제가 죽어야만 사람들이 내 억울함을 알아줄까 하는 생각도 했다”고 국민참여재판 배심원들에게 호소했다. 박 씨 측 변호인은 “박 씨는 이 사건으로 재기가 불가능할 정도로 타격을 받았다”고 맞섰다. 이날 오전 9시 반부터 다음 날 오전 2시 40분까지 이어진 재판에서 배심원단 7명은 만장일치로 송 씨를 무죄라고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1부(부장판사 나상용)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송 씨가 허위사실을 신고하거나 (박 씨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배심원단의 판단과 같이 송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송 씨보다 앞서 ‘박 씨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며 경찰에 신고를 했다가 무고 혐의로 기소됐던 여성 이모 씨(25)가 1월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은 것과 비교하면 정반대의 결과가 나온 셈이다. 송 씨와 이 씨는 모두 유흥업소 종업원이다. 두 사람은 모두 박 씨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고, 성폭행을 당했다는 장소도 업소 화장실로 같았다. 그러나 두 사람이 사건 직후 보인 행적은 큰 차이가 있었고 이는 정반대의 재판 결과로 이어졌다. 이 씨는 사건 당일 박 씨의 매니저 차를 타고 귀가하는가 하면, 그 직후 지인들과 만나 클럽에 놀러가는 등 성폭행 피해자라고 믿기 어려운 행동을 했다. 반면 송 씨는 사건 직후 지인에게 피해 사실을 알리며 조언을 구했고 112에도 신고했다. 박 씨를 고소한 과정도 크게 달랐다. 이 씨는 조직폭력배 등 남성 2명을 동원해 사건 발생 다음 날인 2016년 6월 5일부터 박 씨 측에 거액의 합의금을 요구했다. 이후 협상이 결렬되자 같은 달 10일 서울 강남경찰서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반면 송 씨는 사건 이후 박 씨 측과 일절 연락을 하지 않았고 돈을 요구하지도 않았다. 앞서 배우 이진욱 씨(36)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고소했다가 무고 혐의로 기소됐던 오모 씨(33)도 지난달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오 씨가 송 씨처럼 무죄를 선고받은 이유는 진술의 신빙성 덕분이었다. 사건 직후부터 법정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성폭행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해 진술 내용을 믿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송 씨와 오 씨가 무죄를 받았다고 해서 두 사람이 가해자로 지목한 연예인들이 성폭행을 했다고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무고죄 재판은 피고인이 자신이 신고 또는 고소한 내용이 거짓이라는 점을 알고도 그러한 행동을 했는지만 판단하기 때문이다.권오혁 기자 hyuk@donga.com·전진영 인턴기자 이화여대 언론정보학과 4학년}
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58·구속 기소)이 박근혜 전 대통령(65·구속 기소)으로부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관련 국민연금공단의 의결권 행사 개입 지시를 받은 적이 없다고 법정에서 증언했다. 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 심리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구속 기소) 등의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안 전 수석은 박영수 특검팀의 질문에 이렇게 답변했다. 또 박 전 대통령이 최원영 전 대통령고용복지수석비서관(59)에게 “삼성 합병 문제를 챙겨보라”고 지시했는지에 대해 “특검 조사에서 처음 들었다. 당시 대통령께서 그 부분을 지시하거나 질문하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특검은 “안 전 수석으로부터 삼성물산 합병 건을 챙겨보라는 지시를 받았다”는 최상목 전 대통령경제금융비서관(54)의 증언을 제시했지만 안 전 수석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또 공정거래위원회가 삼성의 순환출자 고리 해소를 위해 삼성이 처분해야 할 주식 수를 결정하는 과정에도 압력을 행사한 적이 없다고 증언했다. 특검은 공정위가 삼성 합병 이후 삼성이 처분할 삼성물산 주식을 1000만 주가 아닌 500만 주로 줄여주는 데 청와대와 삼성 측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안 전 수석은 “평소 ‘개별 기업 사안에 개입하지 말라’고 항상 얘기했었다”며 “청와대가 뭘 하라고 지시하는 것 자체가 굉장히 문제가 되기 때문에 공정거래위원장과 부위원장이 빨리 결정하라고만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안 전 수석은 자신에게 최순실 씨(61·구속 기소) 모녀의 승마 지원 문제를 물어본 적이 있다는 장충기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차장(사장)의 특검 진술에 대해 “그런 얘기를 들은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 및 실행을 주도한 혐의(직권남용 등)로 구속 기소된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78)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51)에게 각각 징역 7년과 6년을 구형했다. 또 블랙리스트에 관여한 혐의로 기소된 김상률 전 대통령교육문화수석비서관(57)은 징역 6년,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60)과 정관주 전 문체부 1차관(53), 신동철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56)은 모두 징역 5년, 김소영 전 대통령교문수석실 문화체육비서관(51)은 징역 3년을 구형받았다. 이들 7명의 1심 선고는 27일로 예정돼 있다. 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부장판사 황병헌) 심리로 열린 블랙리스트 사건 결심 공판에서 특검은 “피고인들이 국가와 국민에게 끼친 해악이 너무나 중대하다”며 이같이 구형했다. 하지만 김 전 실장 측은 변호인 5명이 돌아가며 약 2시간 동안 혐의를 부인하는 변론을 했다. 조 전 장관의 변호인인 남편 박성엽 변호사(56)는 “조 전 장관이 구속된 후 텅 빈 방 안에서 제가 느낀 것은 결혼할 때 다짐한 ‘지켜주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한 무력감이었다”며 “이제 그저 하늘과 운명, 재판 시스템을 믿을 수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박 변호사는 손을 떨고 울먹이며 중간중간 말을 잇지 못했고, 조 전 장관은 흰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쳤다. 이어진 최후 진술에서 김 전 실장은 혐의 전체를 조목조목 부인하는 글을 또박또박 읽었다. 환자복을 입고 있었지만 목소리엔 힘이 있었다. 사과나 반성 한마디 안 한 김 전 실장과 달리 조 전 장관은 “블랙리스트로 인해 피해를 입은 문화인들이나 국민들께 진심으로 안타깝고 송구하다”고 운을 뗐다. 이어 울먹이면서 “구치소에 갇혀 하루하루 사는 게 어려웠지만 감당 못 할 일은 아니다”며 “힘든 것은 이 사건이 다 끝난 뒤에도 남을 블랙리스트 주범이라는 낙인”이라고 말했다.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박근혜 전 대통령(65·구속 기소)이 건강 문제를 이유로 현재 주 4회 열리는 재판을 주 3회로 줄여달라고 재판부에 또다시 요청했다. 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61·구속 기소) 등의 공판에서 박 전 대통령 측 이상철 변호사는 “주 4회 재판은 유례가 없고 인권 침해나 변론권 침해가 될 수 있다”며 “주 4회 재판을 계속 한다면 피고인들의 건강 상태가 어떨지 예측할 수 없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이 변호사는 “지금이라도 재판을 주 3회나 주 2회만 진행하는 안을 고려해 달라”고 요청했다. 박 전 대통령 측 유영하 변호사도 “재판을 연기하거나 꼼수를 부린다는 우려를 씻기 위해 개인 건강을 돌보지 않고 지금까지 참아왔다”고 말했다. 김 부장판사는 “박 전 대통령 측에서 건강 관련 자료를 제출하면 소송 관계인들과 협의해 향후 재판 진행 방식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30일 재판 도중 박 전 대통령이 갑자기 어지러움을 호소하며 피고인석에 엎드리자 김 부장판사는 재판을 일찍 끝냈다. 이날 재판 후반부에 한 방청객이 박 전 대통령을 ‘엄마’라고 부르다 퇴정당하는 소동이 빚어졌다. 30대 초반으로 추정되는 여성이 갑자기 “엄마! 엄마! 저 박근혜 대통령님 딸입니다”라고 외치자 방청석의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이 여성을 향해 욕설을 쏟아냈다. 박 전 대통령은 이 여성이 소리를 지르고 방호원들에게 끌려나가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황당하다는 듯 웃음을 터뜨렸다.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최순실 씨(61·구속 기소)가 K스포츠재단 운영에 개입한 정황이 담긴 박헌영 전 K스포츠재단 과장(39)의 업무수첩이 법정에서 처음 공개됐다. 3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박근혜 전 대통령(65·구속 기소)과 최 씨 등의 공판에서 검찰은 “박 전 과장이 3월 검찰에 업무수첩 2권과 외장 하드디스크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박 전 과장은 “수첩 내용은 지난해 1∼10월 최 씨로부터 지시받은 내용을 받아 적거나 K스포츠재단 더블루케이 등의 회의에서 나온 내용을 정리한 것”이라고 말했다. 최 씨 측은 수첩의 진위를 놓고 박 전 과장과 설전을 벌였다. 최 씨 측은 “증인은 지난해 11월부터 조사를 받았는데 4, 5개월 뒤인 3월 28일에야 검찰에 수첩을 낸 이유가 무엇인가”라며 조작된 자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박 전 과장은 “나를 보호할 최후의 수단이라고 생각해서 보관해 왔다. 죽을까 봐 (수첩을) 바로 공개하지 못하고 4개월 동안 땅속에 묻어 숨겼다”고 주장했다. 이날 재판은 박 전 대통령이 피로와 어지럼을 호소하면서 잠시 중단됐다. 박 전 과장에 대한 증인신문이 진행되던 오후 6시 25분경 박 전 대통령은 피고인석에서 얼굴을 손으로 감싼 채 책상에 엎드렸다. 재판장은 박 전 대통령의 몸 상태로 재판을 진행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조기에 마무리했다. 박 전 대통령 측 변호인은 “(박 전 대통령이) 어지럼을 호소했다. 오랜 재판으로 피로가 많이 누적된 것 같다”고 말했다. 재판 후 일부 박 전 대통령 지지자는 공판 검사를 향해 “우리 대통령님 죽으면 알아서 하라”며 소동을 피웠다. 한편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부장판사 황병헌) 심리로 열린 ‘문화계 블랙리스트’ 관련 공판에서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51)은 “제가 이 사건에 대해 가장 안타까운 건 만약 (블랙리스트 관련해) 당시 알았으면 당장 중단하고, 이 문제를 이렇게 처리하면 안 된다고 설득했을 것”이라고 말하며 울먹였다. 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최순실 씨(61·구속 기소)의 조카 장시호 씨(38)가 검찰 조사에서 우병우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50)이 박근혜 전 대통령(65·구속 기소)과 최 씨의 관계를 알고 있어서 박 전 대통령이 우 전 수석을 경질하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29일 우 전 수석 재판에서 장 씨의 진술을 공개했다. 우 전 수석은 이를 부인하며 증인으로 출석한 장 씨와 치열한 설전을 벌였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이영훈) 심리로 열린 재판에서 장 씨는 최 씨가 “박 전 대통령의 약점을 많이 알고 있기 때문에 VIP(박 전 대통령)가 나에게 함부로 하지 않는 것”이라고 얘기했다고 증언했다. 또 2016년 말 국정농단 사건이 불거진 뒤 최 씨가 박 전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민정 때문에 다 이렇게 된 것”이라고 탓하는 것을 들었다고 증언했다. 검찰 측은 법정에서 장 씨가 검찰에서 “우 전 수석이 비선실세 최 씨의 존재를 알고 있는 게 박 전 대통령의 약점이라 (박 전 대통령이) 우 전 수석을 경질하지 않은 것”이라고 진술한 내용을 공개했다. 이에 대해 장 씨는 “(박 전 대통령과) 이모가 20년 전 신사동팀 때부터 (함께) 일하던 걸 알고 있었고, 수석님께서 (박 전 대통령과) 오래됐다고 해서 서로 오래되신 분들이라 (박 전 대통령의 약점을) 알겠다고 생각했다”고 증언했다. 이에 우 전 수석이 재판부의 허락을 받지 않고 장 씨를 직접 신문했다. “수석님이 오래됐다는 건 무슨 말이냐”고 따지자 장 씨는 “언론에서 알았기 때문”이라고 답했고, 다시 우 전 수석이 “뭘 오래됐다는 거예요”라고 묻자 장 씨는 “대통령님과 일한 게 오래됐다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에 검찰은 우 전 수석에게 “피고인이 직접 신문할 때는 재판장님께 말을 하고 해야 한다”고 제지했다. 이에 우 전 수석 측 변호인이 나서 장 씨에게 반격을 했다. “특검으로부터 아이스크림을 제공받았다고 했느냐”고 물었고 방청석을 채운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장 씨를 향해 야유를 보냈다. 재판부는 “오해할 소지가 있는 질문”이라며 변호인 측 신문을 제지했지만 장 씨는 방청석 반응에 위축된 듯 흐느끼며 답변을 이어갔다. 우 전 수석은 턱을 괸 채 증언을 하는 장 씨를 노려봤다. 이어 재판부가 박 전 대통령과 우 전 수석의 관계를 정리하려는 듯 장 씨에게 질문을 던졌다. “대통령이 최 씨에게 함부로 할 수 없는 입장이었고 우 전 수석도 대통령과 최 씨 관계처럼 함부로 하지 못하는 이유가 있겠다고 생각한 것인데 이유가 어떤 건지는 모른다는 것이냐”고 묻자 장 씨는 “네”라고 답했다. 우 전 수석은 재판부의 신문 허가를 받은 뒤 장 씨에게 “재판장님이 맞다는 말씀이죠. 근데 저 아세요?”라고 물었고 장 씨는 “아니요. 모릅니다”라고 답했다. 장 씨가 증인 신문을 마친 직후 방청석의 박 전 대통령 측 여성 지지자 2명이 장 씨에게 “죽으려고…똑바로 살아라”라고 소리를 질렀다. 재판부는 이들을 강제 퇴정시켰다. 또 이날 재판에서 장 씨는 “이모(최순실 씨)가 아침마다 청와대에서 봉투에 밀봉된 서류를 받았다”며 “그중 일부는 ‘민정(민정수석실)’의 인사검증 자료로 인사 대상자에 대한 세평이 기재돼 있었다”고 밝혔다. 최 씨가 박 전 대통령에게 추천한 여러 인사에 대해 민정수석실이 인사 검증을 한 자료를 최 씨가 받아봤다는 것이다. 장 씨는 “(이모가) 아리랑TV 사장 자리에 앉힐 사람을 추천하라고 해서 제가 소개한 SBS에 다니던 분이 이모와 술자리를 했다. (이모가) 민정수석실 검증 결과 땅을 투기성 구매해 안 된다고 해서 그분에게 ‘민정에서 안 된다고 하더라’란 설명을 전화로 전달했다”고 증언했다. 또 자신이 운영한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삼성이 후원한다는 소문이 돌자 최 씨가 “VIP(박 전 대통령) 민정수석실에서 관리를 하는 것인데 너희가 개인적으로 소문을 내고 다니면 안 되는 일”이라고 꾸짖었다고 밝혔다. 이날 최 씨는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서울 구로구 남부구치소로 이감된 지 3개월 만에 다시 서울 송파구 동부구치소(옛 성동구치소)로 옮겼다. 앞서 최 씨 측은 남부구치소가 재판을 받는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거리가 멀다며 이감을 요청했다. 권오혁 hyuk@donga.com·김민 기자}
1980년대 초 공안당국이 조작한 일명 ‘김제 가족 고정 간첩단(이하 김제 간첩단)’ 사건으로 억울하게 사형을 당하거나 옥살이를 하다 숨진 이들에게 34년 만에 열린 재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과거사 재심사건에서 무죄가 선고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김태업)는 29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유죄가 확정돼 사형을 당한 고 최을호 씨와 징역 15년을 선고받고 복역한 고 최낙전 씨에 대해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김제 간첩단 사건은 1982년 8월 전북 김제시에서 농사를 짓던 최을호 씨와 최 씨의 조카 최낙전 씨가 간첩활동을 한 혐의로 기소된 사건이다. 당시 정부는 “최을호 씨가 1959년 납북돼 북한에 포섭됐으며, 조카 최낙전 씨와 최낙교 씨를 끌어들여 국가기밀을 수집·보고하는 등 간첩 활동을 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 사건은 날조된 사건이었다. 최 씨 등은 당시 서울 용산구 남영동 대공분실에 끌려가 40여 일간 고문기술자 이근안 씨(79) 등으로부터 고문을 당했다. 특히 최낙교 씨는 서울지검 공안부 검사였던 정형근 씨(72·뉴라이트전국연합 상임의장) 등에게서 조사를 받던 중 구치소에서 사망했다. 검찰은 최낙교 씨의 사인을 자살이라고 발표했지만 유족은 여전히 이를 믿지 않고 있다. 재판에 넘겨진 최을호 씨와 최낙전 씨는 1심에서 각각 사형과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이들의 항소와 상고는 모두 기각돼 원심 그대로 유죄가 확정됐다. 최을호 씨에 대한 사형은 1985년 10월 집행됐다. 최 씨는 사형장에 끌려가면서도 “나는 간첩이 아니다”라고 울부짖었다고 한다. 조카 최낙전 씨는 9년간 복역하고 석방됐지만 4개월 만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유족들은 “경찰의 보안관찰이 최 씨를 죽음으로 내몰았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최 씨 등이 법원의 영장 없이 불법 체포돼 구금된 상태에서 각종 고문과 가혹행위를 당해 허위자백을 했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장은 유족들에게 “국가가 범한 과오에 대해 용서를 구한다”고 말했다. 앞서 결심 법정에서는 피고인의 아들들이 세상을 떠난 아버지를 대신해 최후진술을 했다. 최을호 씨의 아들 최봉준 씨는 “우리 집안은 멸문지화(滅門之禍)를 당했다. 집안 어른 세 분이 한꺼번에 다 사라지셨고 자녀들은 뿔뿔이 흩어졌으며 고향 마을에서는 따가운 눈초리 속에 살아야 했다”고 그간의 고통을 털어놨다. 유족을 도와 무죄판결을 이끌어낸 시민단체 ‘진실의 힘’은 선고 직후 “재심에서 여러 피해자가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고문 조작 수사관, 검사는 처벌 받은 일이 없다. 새 정부의 관심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박근혜 전 대통령(65·구속 기소)에 대한 ‘비선 진료’를 방조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영선 전 청와대 경호관(38·사진)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김선일)는 28일 의료법 위반 방조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 전 경호관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충성심은 국민을 향한 것이어야 함에도 대통령과 그 주변 사람들의 그릇된 일탈을 향해 그 충성심을 다해 결국 국민을 배신하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이 전 경호관을 꾸짖었다. 또 “대통령에 대한 충성심이 지나쳐 최순실 씨 등의 국정 농단 및 비선 진료 등 현 사태를 초래해 죄질이 결코 가볍지 않다”고 실형 선고 이유를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 경호관이 이른바 ‘주사 아줌마’ ‘기 치료 아주머니’ 등 무면허 의료인을 청와대 외부에서 차량에 태워 정식 검문과 출입 절차를 거치지 않고 대통령 관저에 출입하도록 한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전 경호관이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에 세 차례 불출석하고 헌법재판소의 박 전 대통령 탄핵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위증한 혐의도 유죄로 인정했다. 평소 꼿꼿하고 당당한 모습을 보여 온 이 전 경호관은 이날 법정에서는 종종 옷매무새를 가다듬거나 침을 삼키며 긴장한 모습이었다. 실형이 선고되자 심호흡을 하며 자세를 흐트러뜨리지 않으려 노력했지만 얼굴 표정에서는 짙은 당혹감이 묻어났다. 재판장이 구속 전 마지막 발언 기회를 주자 이 전 경호관은 “재판부의 판정을 무겁게 받아들인다. 이유를 막론하고 국민에게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일부 방청객은 “다 잡아 가둬라” “털어서 먼지 안 나오는 사람이 어디 있나”라고 고함을 치며 실형 선고에 항의하는 모습도 보였다. 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비위에 연루되는 등 재직 중 문제를 일으킨 판검사들의 변호사 등록을 막는 법 개정이 추진된다. 대한변호사협회(회장 김현)는 모든 판검사 출신 법조인이 변호사 등록을 신청할 때 퇴직 이전 5년간 비위사실 관련 자료를 의무적으로 내도록 하는 내용의 변호사법 개정을 추진 중이라고 26일 밝혔다. 대한변협은 판검사들이 변호사 등록 신청을 할 때 견책이나 감봉, 정직 등 공식 징계 기록은 물론이고 내부 감찰이나 경고를 받은 내용까지 모두 적어내도록 요구할 방침이다. 또 변호사 등록 신청을 하는 본인은 물론이고 법원과 검찰 등 원래 소속 기관에서도 관련 자료를 제출받아 허위기재나 누락이 드러날 경우 불이익을 주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이번 법 개정 추진은 문모 전 부산지법 부장판사가 재직 중 비위를 저지르고도 아무런 제약 없이 변호사 등록을 마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 된 데 따른 것이다. 문 전 부장판사는 재직 중 지역 건설업자에게서 여러 차례 골프와 유흥업소 접대를 받은 사실이 검찰 수사에서 드러났다. 법원행정처는 2015년 9월 대검찰청으로부터 이 같은 내용을 통보받았지만 징계에 회부하지 않고 당사자에게 구두 경고조치만 했다. 문 전 부장판사는 올해 초 사직해 현재 변호사로 활동 중이다. 현행법상 공무원 재직 중 위법행위를 저질러서 형사소추를 당하거나 징계처분을 받은 경우 또는 그로 인해 퇴직한 경우에는 변호사 직무수행이 현저하게 부적당하다고 판단되면 변호사 등록을 거부할 수 있도록 돼 있다. 하지만 법원, 검찰이 비위 판검사를 공식 징계하지 않고 사표를 수리할 경우 변호사 등록을 막기는 사실상 어렵다. 재직 중 비위로 논란이 됐던 판검사 출신은 대한변협이 등록심사위원회를 열어 심사를 하지만, 등록 거부 여부를 결정하는 데 필요한 증거자료가 부족해 제대로 된 심사를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변호사 등록 결격 사유가 확실치 않으면 대부분 변호사 등록을 받아줄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권오혁 기자 hyu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