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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삼 전 대통령이 1994년 북한의 영변 핵시설을 공격하려는 미국의 계획을 말린 것을 후회하며 “미국의 공격을 허락했더라면 지금 한반도는 비핵화가 돼 있을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밝혀졌다.폭로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가 최근 공개한 2008년 4월 29일자 주한 미대사관 전문에 따르면 김 전 대통령은 알렉산더 버시바우 당시 주한 미 대사와의 오찬에서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윌리엄 페리 전 국방장관이 1994년 북한 영변의 핵시설에 대한 공격을 원했는데 내가 말리지 않았다면 미국이 공격했을 것이다. 돌아보면 미국의 공격을 허락하는 것이 더 나을 뻔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대통령은 또 6자 회담에 대해서도 북한의 의미 있는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며 회의적인 시각을 밝혔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그룹섹스 요청을 거부한 룸메이트 여대생을 살해한 혐의로 1심에서 26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던 미국인 여대생 어맨다 녹스 씨(24)가 3일 이탈리아 페루자에서 열린 항소심에서 극적으로 무죄판결을 받았다. 녹스는 판결 2시간 만에 교도소를 떠났으며 4일 아침 곧바로 가족과 함께 여객기를 타고 영국 런던을 경유해 미국으로 돌아갔다. 이탈리아 검찰은 대법원에 상고하겠다고 밝혔지만 녹스가 이탈리아에 돌아올 가능성은 낮다고 현지 언론은 전망했다.항소심에서 1심 판결이 뒤바뀐 결정적 이유는 재조사를 벌인 외부 전문가들이 “경찰이 사건 발생 40여 일 만에야 증거물에서 DNA를 채취했기 때문에 샘플이 오염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평가를 내놓았기 때문이다. 판결이 뒤집히면서 이번 살인은 일단 코트디부아르 출신 마약거래상 헤르만 궤드 씨(25)의 단독범행으로 가닥이 잡히고 있다. 현재 16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궤드는 앞선 재판에서 녹스와 그의 남자친구인 라파엘레 솔레치토 씨를 공범으로 지목했다. 솔레치토도 이날 무죄 판결을 받았다.녹스는 페루자에서 유학 중이던 2007년 11월 룸메이트인 영국인 메레디스 커처(살해 당시 22세)에게 자신의 이탈리아 남자친구인 솔레치토 및 궤드와 함께 그룹섹스 게임을 할 것을 제안했다가 거절당하자 홧김에 살해했다는 혐의를 받아 1심에서 유죄가 선고됐다.녹스가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살인사건을 둘러싼 각종 미스터리는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어 앞으로 ‘O J 심슨 사건’과 비교되며 계속 논란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이탈리아 검찰은 결정적인 증거를 제시하지는 못했지만 녹스가 진범일 가능성이 높은 정황 증거를 상당수 제출했다. 검찰은 녹스를 푸른 눈을 가진 천사 같은 외모와는 달리 파티에서 마약을 즐기고 난잡한 성생활을 한 ‘악마적 영혼’을 가진 여성이라고 묘사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녹스의 가족은 그가 정이 많고 활동적일 뿐 아니라 희생자와도 친하게 지냈다면서 미디어가 이미지를 왜곡했다고 주장했다.한편 이탈리아 현지에서는 해외 미디어의 과도한 관심으로 법적 절차와 정의가 훼손됐다는 불만 가득한 여론과 사법당국의 실수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미스터리가 풀리지 않고 대중의 시선을 끌수록 혜택을 보는 것은 녹스 측이다. 미모의 여성이 얽힌 미스터리 섹스 살인사건은 상업주의적인 대중 산업계가 군침을 흘릴 만한 주제이기 때문.벌써 녹스에게 저술과 출연 계약이 몰려들고 있어 그가 돈방석에 앉을 가능성이 크다. 미국 방송사 3곳은 최초 인터뷰를 대가로 녹스에게 100만 달러(약 11억9300만 원)를 주겠다고 제안했다. 또 단독 인터뷰를 따내기 위해 방송사의 간판 앵커들까지 접촉을 시도할 정도라고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이 전했다. 출판사들도 자서전 출판권을 따내기 위해 물밑 경쟁을 벌이고 있으며 이번 사건은 영화로도 제작될 예정이다. 녹스는 홍보대행업체까지 두고 자신의 상품성을 극대화하고 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줄여라 줄여.” 고임금과 복지 등 화려한 근무여건을 자랑했던 미국의 투자은행들이 한 푼이라도 아끼기 위해 허리띠를 최대한 졸라매고 있다. 3일 뉴욕포스트 등에 따르면 조만간 최악의 3분기 실적을 발표할 계획인 미국 골드만삭스는 ‘커피 브레이크’로 불리는 근무 중 휴식 시간을 줄이도록 독려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2012년 중반까지 14억5000만 달러의 운영비용을 줄이기 위한 계획을 발표했다. 이 중 회사가 직원에게 무료로 제공하는 커피 잔 크기를 350mL에서 290mL로 바꾸는 것은 이미 시행에 들어갔다. 골드만삭스는 현금운송차량 운영에 들어가는 비용도 더 줄이겠다는 구상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규모가 크고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대형 회의들을 취소했다. 바클레이스 은행은 직원들의 전화 사용을 엄격하게 감독할 계획이다. 연말 상여금도 축소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씨티그룹, JP모건,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BoA는 올 상반기에 660억 달러의 보너스용 자금을 비축했지만 4분기 실적이 나온 후에야 보너스 지급과 규모에 대한 구체적인 결정을 내릴 계획이다. 이뿐만 아니라 골드만삭스는 구조조정 차원에서 전체 인력의 3%(1000명)를 해고할 계획이었지만 5%로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언론들이 전망했다. BoA는 3만 명, JP모건체이스는 3000명을 해고할 것으로 전망된다. 제임스 고먼 모건스탠리 회장은 “아낀 돈은 회사의 성장을 위해 쓰일 것”이라고 말했다.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두 얼굴의 악녀인가 아니면 누명을 쓴 청순한 여인인가.’이탈리아에서 살인죄로 26년 형을 선고받고 항소심이 진행되고 있는 미국 여대생 어맨다 녹스(24)에게 서방 언론들이 비상한 관심을 쏟고 있다. 녹스의 항소심 결심공판이 열린 3일 페루자 법원에는 전 세계 수백 개의 언론사 기자들이 몰려와 북새통을 이루었고 세계 유수의 방송사들이 재판 과정을 상세히 생중계했다.녹스는 페루자에서 유학 중이던 2007년 11월 룸메이트인 영국인 여자 유학생 메레디스 커처(살해 당시 22세)를 칼로 40여 차례나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녹스가 피해자에게 자신의 이탈리아 남자친구 라파엘레 솔레치토(27), 코트디부아르 출신 마약거래상 헤르만 궤드(25)와 함께 그룹섹스 게임을 할 것을 제안했다 거절당하자 홧김에 살해했다고 주장한다. 솔레치토와 궤드는 녹스가 잔인하게 칼을 휘두르는 동안 커처가 반항하지 못하게 붙들고 있었고 숨져가는 와중에 성폭행까지 한 혐의를 받고 있다. 1심에서는 녹스에게 26년 형, 솔레치토에게 25년 형, 궤드에게 30년 형이 선고됐다. 궤드는 이후 항소심을 통해 16년형을 판결받고 수감 중이다. 녹스와 솔레치토는 자신들은 사건 현장에 없었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반면 검찰은 녹스에게 사형이 언도돼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녹스가 살해했다는 결정적 증거는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그 대신 검찰은 녹스가 늘 술을 마셨고 마리화나를 피웠으며 낯선 남자와 성관계를 즐겼던 ‘방탕하고 냉혹한 악녀’였다고 강조한다.이 사건은 미녀, 살인, 섹스, 미스터리, 법정 다툼 등 드라마적 요소를 두루 갖춰 전 세계적인 관심을 끌었다. 언론의 상업성과 선정성 때문에 크게 부각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3일에도 “나는 살해 현장에 없었어요. 집에 가서 내 삶을 되찾고 싶어요”라고 울먹이는 녹스의 연약해 보이는 모습이 그대로 전파를 탔다. 이런 모습에 이탈리아 사법체계를 불신하는 일부 미국인은 녹스를 억울하게 짓밟히고 있는 ‘청순가련형의 미녀’로 간주하면서 구명운동에 적극 나섰고 책과 영화도 나올 예정이다. 한 언론이 이탈리아 대학생 6130명을 대상으로 긴급 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48%가 유죄, 44%는 무죄라고 생각할 정도로 녹스의 유죄 인정을 둘러싼 판단은 팽팽하게 맞섰다. 하지만 성별을 달리해 질문한 결과 남성의 21%만이 녹스가 유죄라고 답했지만 여성은 68%가 유죄라고 판단했다. 항소심 판결은 한국 시간으로 4일 오전에 나온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마이클 멀린 미국 합참의장은 22일 상원 군사위원회에 출석해 “(파키스탄 테러단체) 하카니는 파키스탄 정보부(ISI)의 실질적 조직”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ISI의 지원하에 하카니는 우리 대사관에 대한 공격이나 다름없는 차량폭탄테러를 계획 집행했다”면서 “6월 13일 카불 호텔 테러와 그 외 여러 공격의 배후에 ISI가 있다는 믿을 만한 증거가 있다”고 말했다. ISI를 대놓고 미국의 실질적 ‘적’으로 규정한 것이다. 미 상원도 21일 파키스탄이 하카니 소탕에 적극 나서지 않는 데 대한 보복으로 내년도 경제예산안 중 파키스탄에 대한 경제 원조액을 공란으로 남겨뒀다. 파키스탄이 하는 것을 봐가며 행정부가 지원액을 결정하라는 것이다. 군사원조로 책정된 10억 달러 역시 행정부가 파키스탄의 협조 여부에 따라 집행하도록 했다. 미국은 지난 10년간 파키스탄에 200억 달러를 원조했다. 지금까지 동맹관계를 유지해주던 든든한 끈인 원조가 삭감되고 미국의 직접적인 비난이 쏟아지자 파키스탄도 직설적인 경고로 맞받아쳤다. 히나 라바니 카르 파키스탄 외교장관은 23일 “미국은 파키스탄과 국민을 소원하게 할 여유가 없다”며 “계속 그렇게 나오면 그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파키스탄은 지난주 미국과 새 군사협정을 맺고 자국에 주둔하던 미군을 절반 수준으로 줄이기로 했다. 양국 간의 갈등은 5월 오사마 빈라덴 사살 이후 지속적으로 고조돼 왔다. 파키스탄은 아프간에서 탈레반이 다시 집권하기를 바란다. 현 아프간 정부는 인도와 가깝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파키스탄에 대한 원조를 끊으면 파키스탄으로서도 더는 탈레반과 싸우지 않아도 된다. 이런 가운데 중국은 22일 파키스탄 남부 홍수 피해 복구를 위해 사상 처음으로 3000만 위안(약 55억8000만 원)의 긴급 지원을 한다고 발표했다. 파키스탄은 빈라덴 사살 작전 때 추락한 미군의 스텔스 헬리콥터 잔해를 중국에 넘겨줬고 이에 중국은 최근 차세대 전투기를 파키스탄에 넘겨주기로 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중국 옌볜(延邊) 조선족자치주 전역에서 최근 탈북자 단속이 대폭 강화돼 23일 하루에만도 20여 명이 체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갑작스러운 탈북자 단속 강화가 탈북자 취재를 하던 한국의 한 종합편성채널 소속 기자 등 일행 5명이 공안당국에 일시 억류된 것과 관련이 있다는 관측이 나와 주목된다.옌지(延吉)에서 탈북자들을 돕는 선교사 A 씨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오늘 오전에만 시내 탈북자 은신처 3, 4곳에 공안이 들이닥쳐 탈북자 22명이 체포됐고 종일 수색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유를 모르겠고 한국 기자들이 체포됐다는 소문이 옌지 시내에 퍼진 뒤에 일어나서 아마 이 사건과 연관되지 않았을까 하는 소문이 돌고 있다”고 말했다.중국 공안은 평소 탈북자의 은신처를 파악했다가 계기가 있을 때 체포하는 행태를 반복해 왔다. 특히 국경 일대에서 탈북자로 인한 범죄가 발생하거나 베이징(北京)에서 탈북자들이 외국 공관에 기습적으로 진입하면 이번과 같은 집단검거 소동을 벌였다. 이는 상부에서 탈북자 문제에 대해 추궁하기 전에 체포 실적을 내세우기 위한 고육지책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2009년 미국 여기자들이 옌볜에서 북-중 접경지대를 취재하다 북한에 억류됐을 때도 탈북자 검거 바람이 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한편 현지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이들은 종합지의 취재 및 사진기자 각 1명, 종편의 촬영 담당자, 국책연구기관의 연구원, 현지 안내원 등 5명으로 지난주부터 단둥(丹東)에서 압록강과 두만강을 따라 북-중 접경지대를 취재하다가 공안에 적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 소식통은 “취재비자가 아닌 관광비자로 입국해 취재 활동을 한 것이 문제이고 중국이 민감하게 보는 군사지역도 촬영한 것으로 안다”며 “현재 여권과 카메라 등을 압류당해 현지 호텔에 머물고 있고 곧 귀국 조치될 것”이라고 말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베이징=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 }

중년의 재미동포 부부가 미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22일 발표한 ‘2011년 미국 400대 부자’에서 역대 재미동포로서는 가장 높은 88위에 올랐다. 주인공은 트렌드에 민감한 의류를 제작, 유통하는 ‘패스트패션계’의 선두주자 기업인 ‘포에버21’의 공동창업주 장도원(56) 장진숙 씨(48) 부부로 재산은 36억 달러(약 4조1580억 원)로 집계됐다. 1981년 미국에 이주한 장 씨 부부는 1984년 로스앤젤레스의 한인타운에 첫 매장을 차린 뒤 빠른 속도로 사업을 확장해 현재 전 세계에 480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포브스가 발표한 부자 순위에서 가장 높은 순위에 올랐던 재미동포는 2000년 94위를 차지했던 김주진 앰코테크놀로지 회장이었다. 미국 부자 순위 1위는 590억 달러(약 68조1450억 원)를 보유한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55)로 1994년부터 18년째 미국 내 최고 부호 자리를 지켰다.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81)은 390억 달러로 지난해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버핏 회장의 자산은 지난해보다 60억 달러 줄었다. 오러클의 래리 엘리슨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보다 60억 달러 늘어난 330억 달러로 3위에 이름을 올렸다. 세계 최대 슈퍼마켓 체인 월마트를 창업한 미국의 월턴가(家)는 10위권 내 부자를 3명이나 배출했다. 창업자 샘 월턴의 둘째 며느리로, 사고로 숨진 남편의 재산을 물려받은 크리스티 월턴(56)이 245억 달러로 6위, 샘의 아들과 딸인 짐(63)과 앨리스(61)는 각각 211억 달러와 209억 달러로 9위와 10위를 차지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유럽 은행에 이어 미국의 대형 은행까지 잇따라 신용등급이 강등되면서 미국과 유럽의 재정위기가 실물경제 침체에 이어 금융위기로까지 번지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세계 금융시스템이 2008년 이후 최악의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21일 미국 은행인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신용등급을 ‘A2’에서 ‘Baa1’으로 한꺼번에 두 단계를 낮췄다. 씨티그룹과 웰스파고의 신용등급도 강등하면서 향후 등급전망을 부정적으로 유지해 추가 강등 여지를 남겨뒀다. 무디스는 등급 강등 배경으로 “미국 정부가 2008년 금융위기 때에 비해 대형 은행들을 지원해 줄 가능성이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재정 긴축으로 2008년 리먼브러더스 파산 때처럼 공적자금을 투입할 여지가 줄어들었으며 금융규제 강화에 따라 ‘대마불사(大馬不死)’의 신화도 사라지고 있다는 것. 미 은행들은 유럽 은행에 대한 대출이 크지 않아 유로존 금융위기에는 한발 떨어져 있다고 평가받아 왔다. 하지만 이번 신용등급 강등으로 유로존 위기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어갈 것으로 시장 관계자들은 분석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도 이날 인테사산파올로, 메디오방카 등 이탈리아 은행 7곳의 신용등급을 한 단계씩 내렸다. 또 이탈리아 최대 은행인 우니크레디트 등 은행 8곳의 등급전망을 부정적으로 낮춰 향후 추가 강등 가능성을 열어뒀다. 한편 IMF는 21일 내놓은 ‘글로벌 금융안정 보고서’에서 유럽 은행의 부실이 최대 3000억 유로(약 482조 원)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 이날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열린 글로벌파이낸셜리더스포럼의 기조연설자로 나선 신현송 프린스턴대 경제학과 교수는 “공적자금을 투입해서라도 3000억 유로가량의 자본을 유럽은행에 긴급 수혈하는 것이 위기 확산을 막는 최선책”이라고 밝혔다. 뉴욕=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
유럽의 채무 위기로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유럽 은행들이 새로운 ‘돈줄’로 아시아와 중동의 자금을 주목하고 있다. 프랑스 최대은행인 BNP파리바는 최근 카타르와 아부다비로부터 20억 유로(약 4조 원) 상당의 자금을 조달하는 계획을 진행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1일 보도했다. FT는 BNP 경영진이 아직은 보유 현금과 유동성이 위기 상황에 이르지 않았지만 지금 행동에 나서지 않으면 앞으로 시장 상황에 따라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달 중순 무디스가 신용 등급을 강등했던 프랑스의 2위 은행인 소시에테제네랄(SG)의 직원들도 홍콩에서 에너지기업 등 장기 기업고객을 상대로 상당한 예금을 끌어 모았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22일 전했다. 한 이탈리아 은행의 홍콩지점 관계자도 “회사 지시는 당장 나가서 현금을 가능한 한 많이 확보하라는 것이며 아시아에서 자금을 많이 끌어오는 직원들은 칭찬을 받는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을 감안해 일본 투자은행 노무라홀딩스는 최근 영국 소매은행인 로이즈뱅킹그룹 등 유럽 은행들과 아시아지역 투자자 124명이 만날 수 있도록 투자설명회를 열었다. 노무라홀딩스 관계자는 “유럽 은행 대부분이 아시아지역의 부자 기업들을 목표로 삼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럽 은행들은 그동안 미국 머니마켓펀드(MMF)로부터 단기자금을 주로 조달해 왔다. 그러나 유럽 채무위기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가 커지자 미국 MMF는 올봄 이후 유럽 채권 비중을 20%까지 줄였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북한 주민이라면 누구나 ‘민생단’ 사건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교육받는다. 민생단은 1930년대 초 일제가 동만주 지역에서 조중(朝中) 연합 항일세력을 와해하기 위해 만들어낸 조직이다. 당시 일제가 침투시킨 ‘민생단’ 소속 첩자 몇 명이 체포되자 항일운동 대열에는 불신이 팽배해졌다. 급기야 중국인들은 조선인들을 민생단원으로 몰아 총살하기 시작했다. 조선인 간부들도 자신들이 살아남기 위해 무고한 동료들을 민생단원으로 고발했다. 일제가 만든 민생단 조직은 5개월 만에 사라졌지만 항일세력 내 공산주의자 사이에서 자기편끼리 죽고 죽이는 전쟁은 무려 3년이나 계속됐다. 특히 이 과정에서 핵심 간부가 많이 희생돼 동만주 항일투쟁은 한때 와해 직전까지 갔다. 일제의 공작이 성공한 것이다. 김일성은 회고록에 “불과 8, 9명 정도의 민생단 혐의자 때문에 2000명 이상의 공산주의자가 자기편에게 학살됐다. 후대들은 절대 이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적었다. 며칠 전 북한에 포섭된 탈북자가 같은 탈북자인 대북인권 운동가를 독침으로 암살하려 했다는 소식을 듣고 제일 먼저 북한에서 교육받았던 민생단 사건이 떠올랐다. ‘원정화 사건’ ‘황장엽 암살단’에 이어 이번 사건까지 연관지어 보면 북한은 자신들의 가장 아픈 기억 중 하나인 민생단 사건을 남쪽에서 재연하려는 것 같다. 북한은 북에 가족을 둔 탈북자에게 접근해 가족을 볼모로 삼아 임무를 내린다. 말을 듣지 않으면 가족을 죽이겠다는 협박에 굴복하지 않는 것은 쉽지 않다. 탈북자로 위장한 간첩을 직접 파견하기도 한다. 북한에 이들은 임무를 성공하지 못해도 상관없는 소모품일 뿐이다. 남한 내 반김정일 활동을 위축시키는 동시에 눈엣가시 같은 탈북자들의 단결을 막고 한국 사회에 “탈북자는 잠재적 간첩”이라는 이미지를 심어 남남갈등을 유발하기만 하면 충분하다. 차가운 의심의 시선 속에서 탈북자들이 결백을 입증하기 위해 자기들끼리 마녀사냥을 벌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북한은 앞으로도 끊임없이 불신을 확산시킬 것이다. 지금까지는 시작에 불과하다. 민생단 사건을 되돌아볼 때 북한은 불신을 고조시킨 뒤 허위정보를 지속적으로 흘릴 것이다. “누구는 북한 편이더라”는 식의 음해 공작을 통해 의심으로 눈이 어두워진 사람들끼리 마녀사냥을 벌이도록 하는 것이다. 이 단계는 아직 본격적으로 시작되지 않았다. 북한이 바라는 대로 서로 의심하며 싸우느냐 마느냐는 전적으로 우리에게 달렸다.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북한의 간계를 꿰뚫고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의연히 대처하기를 기대한다.주성하 국제부 zsh75@donga.com}

얼굴을 마주하고 포옹한 자세로 발견돼 전 세계를 감동시켰던 6000여 년 전 연인의 유골이 새로운 안식처를 찾았다. 미국 주간지 ‘타임’은 4년 전 이탈리아 북부 만투아 인근 발다로 마을에서 발견된 신석기 시대의 청춘남녀의 유골이 지난 주말 만투아 고고학박물관에 옮겨져 일반에 공개됐다고 보도했다. 발굴팀은 두 연인의 포옹 모습이 흐트러지지 않게 하기 위해 유골이 발견된 주변 흙을 통째로 떠서 박물관에 옮겨온 것으로 알려졌다. 발견된 장소의 이름을 따 ‘발다로의 연인’(사진)으로 명명된 이 유골은 조사결과 18∼20세 사이의 남녀로 밝혀졌다. 유골이 발견된 만투아는 셰익스피어의 대표작 ‘로미오와 줄리엣’의 배경 도시이다. 로미오가 결투 도중 줄리엣의 사촌을 죽이고 피신한 곳으로 이곳에서 줄리엣이 죽었다는 소식을 전해 듣는다. 사랑과 죽음을 주제로 한 19세기 이탈리아 최고의 오페라 작곡가 주세페 베르디의 명작 ‘리골레토’의 배경도 만투아다. 이 때문에 발다로의 연인은 발굴되자마자 비극적 사랑의 색채가 강하게 부각되면서 화제가 됐다. 하지만 이들이 왜 껴안고 죽음을 맞았는지는 아직도 밝혀지지 않았다. 발굴팀은 유골에 외상이 없는 것으로 미루어 타살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둘이 부둥켜안고 얼어 죽었다는 설, 남자가 죽자 여성이 순장됐다는 설, 죽은 다음에 둘을 껴안은 자세로 매장시켰다는 설 등이 제기되지만 정확한 사인은 영원한 미스터리로 남을 수 있다고 타임은 전했다. 현재 이탈리아에는 ‘발다로의 연인 연대’라는 단체가 결성돼 유골이 둘만의 공간에서 영면할 수 있게해주라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박물관 입구가 아닌 독방 형태의 특별전시실을 마련하라는 것이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매년 발표하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50대 유망기업 순위에 한국 기업 8개가 선정됐다. 조사가 시작된 2005년에 한국 기업 8개가 명단에 올라간 것을 포함하면 8개 이상 기업이 선정된 것은 두 번째다. 선정된 기업은 CJ제일제당, 동부화재, 한라건설, 현대글로비스, 현대모비스, LG생활건강, NHN, 삼성엔지니어링 등이다. 한편 중국 기업이 23개나 선정됐으며 인도 7개, 호주 3개, 인도네시아와 태국이 각 2개, 대만 싱가포르 필리핀 홍콩 말레이시아가 1개씩 선정됐다. 그러나 2005년 조사에서 무려 13개 기업을 명단에 올렸으며 지난해에는 닌텐도와 라쿠텐 등 2개 기업을 명단에 올린 일본은 이번에는 단 1개도 뽑히지 못했다. 이에 대해 포브스는 “올 3월 대지진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포브스는 총수익 또는 시가총액 규모가 30억 달러 이상인 기업의 5년간 수익과 경영이익, 자본수익률 등을 분석해 유망기업을 선정해 왔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북한 함경북도 청진에서 탈출한 것으로 보이는 일가족 등 9명을 태운 목선이 13일 오전 일본 이시카와(石川) 현 노토(能登) 반도 앞바다에서 발견돼 가나자와(金澤) 항에서 일본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 이들은 조사 과정에서 “한국행을 희망한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일본 해상보안청은 이날 오전 7시 26분 낯선 배가 항해하고 있다는 어민의 신고를 받고 출동해 성인 남성과 여성 각각 3명, 어린이 3명이 타고 있는 목선을 발견했다. 책임자라고 밝힌 남성은 “우리는 가족 친척 사이로 한국으로 가기 위해 8일 오전 청진을 떠났으며 나는 군부 소속이다”고 밝혔다. 약 8m 길이의 목선 뱃머리 오른쪽에는 ‘ㅈ-동-’으로 시작되는 식별부호가 적혀 있었다. 북한은 과거 ㄱ ㄴ ㄷ 순으로 각 도의 차량 선박 등을 구별했는데 ‘ㅈ’은 함경북도를 나타낸다. 배에는 출력이 작은 엔진이 달려있고 출발당시 180L였던 것으로 추정되는 연료(경유)는 60L로 줄어든 상태였다.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이나 구명조끼는 없었다. 배 안에는 소량의 쌀과 김치가 있었고 30L짜리 물통은 빈 상태였다. 일본 전문가들은 “청진에서 노토 반도까지는 직선거리로 약 750km이며 가을 해류를 탈 경우 약 일주일이면 노토 반도로 흘러올 수 있다”고 분석했다.일본 정부는 13일 “과거의 예를 참고해 적절히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2007년 6월 아오모리(靑森) 현 후카우라(深浦) 항에 표류해온 탈북자 일가족 4명을 당사자들의 희망대로 2주 만에 한국에 보낸 예를 언급한 것으로 풀이된다.북한 주민이 배를 타고 동해를 거쳐 일본으로 탈출한 것은 1987년 김만철 씨 일가와 2007년 일가족 4명에 이어 세 번째다. 세 차례 모두 청진에서 출발했으며 일본까지 오는 데 김 씨 일가는 닷새, 일가족 4명은 엿새, 이번 경우는 닷새 걸렸다. 북한 동북단 지역인 청진에는 수천 척의 목선이 있는데 8∼10월은 오징어잡이철이라 모든 배들이 바다에 나가기 때문에 경비가 상대적으로 느슨하다. 도쿄=김창원 특파원 changkim@donga.com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미국의 한 농장에서 키우던 라마(낙타과에 속한 동물)가 목숨을 바쳐 양떼를 구해 감동을 주고 있다. 리틀맨으로 불렸던 이 라마는 2일 캘리포니아 주 북동부 카혼패스에 산불이 발생하자 30마리의 양을 한쪽으로 몬 뒤 자신의 몸으로 불길을 막았다는 것. 구조대가 도착했을 때 리틀맨은 털이 탄 채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당시 산불은 주민 1500명이 대피할 정도로 큰 규모였다. 5km²에 이르는 지역을 잿더미로 만들었다. 리틀맨의 주인도 집을 비롯해 자동차, 염소 100마리, 새, 토끼 등을 잃었다. 리틀맨은 치료를 받다 결국 숨을 거뒀다. 화재 연기를 너무 마셔 폐가 제 기능을 잃은 것이 원인이었다. 리틀맨의 주인은 “코요테의 습격으로 양을 38마리나 잃은 뒤 2년 전 양떼 보호 역할을 맡기려고 리틀맨을 사왔고 그 후 코요테의 습격이 끊겼다”며 “라마는 개만큼이나 헌신적인 동물이다”라고 회상했다. 이 사연이 로스앤젤레스타임스 등에 보도되고, 지역 방송에도 주인이 화상을 입고 헐떡이는 리틀맨을 껴안은 채 안타까워하는 모습이 방영됐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그녀는 어머니, 오빠들과 함께 사하라 사막을 건너 이 외딴 오아시스 마을에 도착해 딸을 낳은 뒤 다시 고급 승용차를 타고 사막 깊숙이 사라졌습니다.”알제리 수도 알제에서 1500km, 리비아 국경에서 60km 떨어진 알제리 오아시스 마을 자네트 주민들이 로이터 기자에게 털어놓은 무아마르 카다피의 딸 아이샤의 모습이다. 아이샤는 어머니와 첫째 오빠 무함마드, 다섯째 오빠 한니발과 함께 지난달 29일 알제리 국경을 통과해 이곳에 도착했다. 아이샤는 자네트 외곽의 간이의료시설인 에피리 병원에서 딸을 출산한 뒤 마을의 외딴 가옥에서 하루 더 묵고 이튿날 바로 떠났다.알제리가 이들의 망명을 허용한 가장 큰 이유는 아이샤가 임신을 했기 때문이다. 대다수 자네트 주민도 카다피가 무슨 죄를 저질렀든 그의 가족 일행을 환대하는 것이 사막 유목민 사이에서 전해 내려오는 전통이라고 입을 모았다. 주민들이 보고 들은 것은 10여 명을 태운 리비아 차량들이 병원과 철통같은 경호를 받는 한 가옥 사이를 오가는 모습, 아이샤가 병원에서 대우를 잘 받았다는 소문뿐이다. 카다피 가족이 사라진 알제리 동남부 일리지 사막 지역은 이탈리아와 맞먹는 거대한 면적이지만 인구는 불과 5만 명에 불과하다. 이곳에는 친카다피 지지자 수백 명이 피란을 와 있다. 알제리 정부는 최근 가족과는 달리 카다피 본인의 망명은 허용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정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지난달 31일 리비아 트리폴리 인근 ‘카미스 여단’의 군부대. 한때 무아마르 카다피 원수의 최고 정예부대의 기지였던 이곳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거듭된 폭격과 반카다피군의 공격으로 이미 초토화돼 있었다. 기자가 이곳을 찾았을 때 경찰은커녕 반군 병사 한 명도 지키고 있지 않았다. 심지어 가족 단위의 방문객까지 아무 제지 없이 초소를 통과했다. 카미스 부대 안에는 각종 탄피들과 총기 부품 등 군수용품이 널려있었다. 심지어 카다피군이 버리고 간 탱크들과 각종 무기 매뉴얼(사용설명서), 초소 당직근무기록표 등도 많이 발견됐다. 이곳에 들어온 한 리비아인은 군수용품을 담는 상자 하나를 자기 트럭에 싣고 갔지만 누구도 제지하지 않았다. 리비아 독재 정권의 한 상징이자 최고의 전투력을 보유했던 이곳이 흡사 관광지처럼 방치된 상황은 내전을 거친 리비아의 불안한 미래를 보여주는 듯했다. 트리폴리에서 동남쪽으로 25km 정도 떨어진 농지에는 옛 소련의 스커드미사일이 경비병도 없는 상태에서 방치돼 있다. 사거리가 300km인 이 미사일은 이동식 발사대로 쓰이는 트럭에 장착된 채 있어 알카에다 같은 이슬람 테러 조직의 탈취 가능성이 우려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5일 전했다. 트리폴리 시내는 아직도 실탄이 든 총으로 무장한 반군이 거리를 활보하고 있다. 시내 민간인 가정도 상당수가 무기를 소지하고 있다. 리비아에 거주하는 한 교민은 “일부 반군 청년들이 나중에 다시 사회 불만 세력으로 바뀌면 이들이 가진 총기가 더욱 위험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게다가 내전 과정에서 트리폴리의 아부슬림 교도소 등 여러 감옥을 탈출한 죄수들 손에 무기가 들어갔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불법 총기 확산의 우려를 더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리비아가 보유했던 재래식 무기의 행방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 정보당국자들은 “휴대용 미사일(MANPADS)의 위치를 추적해 수거하려는 노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한 정보관계자는 AP통신에 “중동 지역에서 휴대용 미사일 가격이 떨어지고 있다”며 “이미 카다피군이 보유했던 재고 중 일부가 시장에 나왔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최대 3만 기로 추정되는 휴대용 미사일은 개인 휴대가 가능하며 1발로도 항공기를 격추할 수 있다. 서방 세계는 1990년대 초 소련의 붕괴 과정을 떠올리며 리비아 내 무기 방치 상태를 심각하게 보고 있다. 소련 붕괴 당시 제대로 관리 통제되지 못한 각종 재래식 무기는 러시아의 군 권력층과 마피아를 통해 중동의 테러단체에까지 팔려나가 지금까지도 러시아는 물론이고 서방 세계의 안전을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이언 마틴 자문관은 4일 “리비아의 새 지도자들은 현재 도로를 순찰하고 있는 수백 개의 무장그룹을 대체할 국가 경찰과 군 조직을 창설해야 한다”며 “무기 확산 문제가 심히 걱정된다”고 말했다.트리폴리=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지난달 이라크 주둔 미군 사망자가 2003년 3월 이라크전쟁 발발 후 처음으로 ‘0’명을 기록했다. 개전 이후 올 7월까지 101개월 동안 미군은 4474명의 전사자를 냈다. 이라크 주둔 미군 대변인 앤절라 푸나로 소령은 AFP통신과의 e메일 인터뷰에서 “지난달 처음으로 교전으로 인한 사망자와 사고나 질병으로 인한 비전투 사망자가 모두 발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현재 이라크에는 이라크군 교육훈련과 대테러전을 담당하는 미군 4만7000명이 주둔하고 있다. 2008년 미국과 이라크 정부 사이에 체결된 안보협정에 따르면 이라크 주둔 미군은 올해 말까지 전부 철수해야 한다. 하지만 양국은 현재 미군 철수 시한을 연장하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 이라크 주둔 미군과 달리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은 지난달 최악의 한 달을 보냈다. 지난달 6일 미군 특수부대 네이비실 팀의 헬기가 탈레반의 공격을 받아 30명이 희생된 것을 포함해 지난달 아프간 주둔 미군 사망자는 66명으로 2001년 개전 이래 가장 많았다.이라크 자살폭탄 희생 민간인… WP “7년간 1만2284명 사망” 한편 2003년 3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7년간 자살폭탄 공격으로 사망한 이라크 민간인은 1만2284명에 이른다고 영국 킹스칼리지 보건·인구조사학과 연구진이 밝혔다고 워싱턴포스트가 3일 보도했다. 이 기간 자살폭탄 공격은 모두 1003번 있었으며 건당 평균 12명이 사망했다. 같은 기간 미군이 주축이 된 연합군은 79번의 자살폭탄 테러를 당해 200명이 사망했다. 연구진은 자살폭탄 테러로 “연합군보다 이라크 민간인이 훨씬 더 많이 사망했으며 특히 어린이는 어른보다 부상을 당했을 때 숨지는 비율이 높았다”고 말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일본 신임 총리는 1일 내각의 2인자인 관방장관에 최측근인 후지무라 오사무(藤村修·62·사진) 전 민주당 간사장 대리를 내정했다. 후지무라 전 간사장 대리는 오사카 출신의 6선 중의원 의원으로 노다 신임 총리를 지지하는 의원 그룹의 회장을 맡고 있다. 노다 신임 총리는 2일 조각을 마치고 새 내각을 출범할 예정이다.도쿄=김창원 특파원 changkim@donga.com}

10년이라는 세월이 치유하기엔 너무나 큰 상처였다. 태양마저 검은 연기 속에서 피같이 타버린 그날. 허리 부러져 서서히 주저앉던 미국 뉴욕 맨해튼 쌍둥이 빌딩과 한순간 먼지 속에서 티끌처럼 날아가 버린 2977명의 목숨. 그 경악할 장면을 미국도, 세계도 생생히 보았다. 그날의 허망함, 비통함과 분노의 감정을 미국인들은 지금도 간직하고 있다. 그날 이후 미국은 변했다. 세계도 달라졌다. 그리고 10년이 흘렀다.지금 미국 전역은 ‘9·11 모드’로 접어들고 있다. 추모식과 사회변화상을 조명하는 행사가 잇따라 열리고 있다. 슬픔과 분노를 이겨내고 희망과 화합의 시대를 열자는 목소리는 여전하지만 이성만으로 가슴속에 새겨진 상처를 지우기엔 아직 역부족인 듯 보인다. 미국인들은 지금 스스로에게 이렇게 묻고 있다. ‘우리는 어떻게 변했나(How we've changed).’ 전 세계가 그 대답을 기다리고 있다.▼ 11일 오전 8시46분 그 시간… 2983명이 호명된다 ▼미국이 ‘9·11 모드’로 접어들었다. 미국 주요 언론은 추모기사를 쏟아내고 있으며 9·11테러가 남긴 과제를 진단하는 학술행사와 행사가 줄을 잇고 있다. 당국은 알카에다가 9·11테러 10주년인 9월 11일 전후를 테러 공격 시점으로 삼을 가능성에 대비해 삼엄한 경비 태세에 들어갔다. 미 전역의 주요 공중시설물에 대한 경계수위가 높아졌다. 미연방수사국(FBI)과 국토안보부는 각 주 정부의 치안당국을 대상으로 테러 가능성과 보안 강화 방안에 대한 상황 브리핑을 집중적으로 하고 있다. 뉴욕경찰이 ‘그라운드 제로’ 주변에 경찰을 대거 늘린 데 이어 로스앤젤레스경찰도 환승객들로 붐비는 유니언 역 주변 노점상들에게 앞으로 몇 주간 의심스러운 행동을 주의 깊게 살피도록 협조를 요청했다. 9·11테러 10주년의 대표적인 행사는 11일 오전 8시 46분 미국 뉴욕 맨해튼 세계무역센터(WTC) 그라운드 제로에서 열리는 추모식.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유가족들이 참석하는 추모식에서는 9·11 희생자 2977명과 1983년 WTC 지하주차장 폭탄테러 사망자 6명을 포함한 2983명의 이름을 모두 호명하는 ‘롤콜(roll call)’ 행사가 진행된다. WTC 붕괴 당시 일어났던 여섯 번의 충돌과 폭발을 상징하는 의미에서 여섯 번의 침묵행사도 이어진다. 테러범들에게 납치된 첫 번째 항공기가 WTC에 충돌한 시간인 오전 8시 46분에는 인근 지역 교회에서 일제히 추모의 종소리가 울린다.이에 앞서 8일에는 9·11테러로 어려움을 겪어야 했던 미국 내 아랍인들의 모습을 풍자한 ‘아랍아메리칸 코미디’가 맨해튼 24번가 극장에서 막을 올린다. 10일에는 그라운드 제로 인근의 로 맨해튼에서 시민들이 참여해 서로 손 잡고 인간띠를 만들어 화합과 연대를 노래할 계획이다.추모행사는 워싱턴 보스턴 필라델피아 등 미 전역 주요 도시에서 벌어진다. 워싱턴에서는 6일 당시 뉴욕 주지사였던 루디 줄리아니 씨가 내셔널프레스클럽에서 강연을 통해 그날을 회고하는 행사를 갖는다. 뉴욕=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

리비아 반군이 미국 팬암기 폭파범 압델바세트 알메그라히(사진)를 다시 서방으로 인도해야 한다는 주장에 거부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리비아 과도국가위원회(NTC)의 무함마드 알알라기 법무장관은 28일 “리비아 국민 누구도 서방에 넘기지 않을 것”이라며 “(더구나) 알메그라히는 이미 한 번 법의 심판을 받았기 때문에 다시 심판받을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이는 영국과 미국에서 최근 알메그라히를 다시 돌려보내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데 대한 답변이다. 정보요원 알메그라히는 1988년 팬암기를 폭파시켜 미국인 189명을 포함한 270명을 숨지게 했다. 미국 CNN은 28일 트리폴리 시내 부촌에서 가족과 함께 살고 있는 알메그라히의 집을 찾아내고 그가 현재 혼수상태에 빠져 산소호흡기에 의존하고 있으며 죽음이 임박해 보인다고 전했다. 한편 반카다피군은 28일 현재 카다피 원수의 고향인 수르트 서쪽 30km, 동쪽 100km까지 진격해갔다. 승기가 반군 쪽으로 기우는 가운데 양측 간 ‘피의 보복’도 커지고 있다. 인권단체들은 카다피군이 트리폴리 함락 직전에 군사기지 격납고에서 구금자 120명에게 수류탄을 마구 던져 살해하는 등 각종 학살을 자행했다고 밝혔다. 반군도 카다피 측 포로들을 살해하고 있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