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다피 사망]이송중 사망이냐 사살이냐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0월 21일 03시 00분


코멘트

로이터 “달아나려다 총맞고 숨져”… 빈라덴처럼 논란일수도

리비아 과도국가위원회(NTC)가 처음 무아마르 카다피의 생포를 주장하다 사망했다고 번복하면서 카다피의 사살 과정에 대해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NTC의 공식 발표는 카다피가 심한 부상을 입고 NTC 소속 병사들에게 체포된 뒤 이송 도중 사망했다는 것이다. NTC가 공개한 휴대전화 동영상에도 피투성이가 된 카다피가 병사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모습이 담겨 있다. 병사들이 카다피의 몸을 앞뒤로 이리저리 돌리면서 살펴보는 가운데서도 카다피는 축 늘어져 미동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를 통해 추정해보면 카다피는 체포 당시 이미 목숨을 잃었을 가능성이 크다. 로이터 통신도 NTC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카다피가 도주하려다 머리에 총상을 입고 숨졌다고 보도했다.

카다피가 공습을 피해 달아나다 치명상을 입은 것인지, NTC 병사의 총격을 받아 숨진 것인지에 대해서는 NTC의 구체적인 설명이 없다. 하지만 42년간 권력을 쥐고 있던 그가, 더구나 측근들과 지지자들이 가득한 고향에서 홀로 마지막 순간을 맞았다고 설명하기엔 석연찮은 점들도 있다.

이에 따라 그의 죽음이 의도된 사살인지에 대한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당초 NTC는 카다피를 생포해 법정에 내세우겠다고 공언했지만 이 경우 NTC가 걸머쥐게 될 부담도 만만치 않다. 카다피가 생존해 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아직 리비아 내에 만만치 않은 세를 유지하고 있는 그의 지지자들에게는 희망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최악의 경우 아직 지지기반이 허약한 NTC는 이라크처럼 카다피 지지자들의 극단적 테러에 직면할 수도 있는 것이다. 재판 과정을 통해 카다피의 최후 진술이 전파를 타고 전 세계에 퍼지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은 상황이다. 올해 5월 오사마 빈라덴이 사살됐을 때도 이 같은 이유 때문에 미국이 그를 생포하지 않고 사살하도록 명령을 내렸다는 설이 힘을 얻기도 했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