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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후 3시 25분경 서울중앙지법 311호 중법정. 피고인석에 서서 공책에 직접 쓴 최후 진술을 읽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구속 기소)의 목소리가 잦아들더니 끝내 눈물을 보였다. 잠시 호흡을 가다듬은 이 부회장은 “오늘의 삼성이 있기까지 모든 임직원들, 많은 선배님들의 피땀 어린 노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며 “창업자이신 저희 선대 회장님 그리고 삼성을 글로벌 기업으로 키우신 회장님의 뒤를 이어받아 삼성이 잘못되면 안 된다는 중압감에 저도 나름대로 노심초사하며 회사 일에 매진해 왔다”고 말했다. 또 이 부회장은 “성취가 커질수록 국민과 우리 사회가 삼성에 건 기대가 더 엄격하고 더 커졌다. 이번 사건 수사와 재판 과정을 통해 그런 부분이 많이 드러났다. 모든 게 제 부덕의 소치다”라고 안타까운 심정을 나타냈다. 앞서 이날 오후 2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 심리로 열린 이 부회장 등의 결심 공판 시작 직후 박영수 특검(65)은 14분간 논고문을 읽은 뒤 이 부회장에게 징역 12년을 구형했다. 이어 삼성 측 변호인 송우철 변호사(55)가 1시간 동안 최종 변론을 했다. 양측이 팽팽히 맞선 핵심 쟁점은 △이 부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65·구속 기소)을 3차례 독대하며 부정한 청탁을 했는지 △삼성의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과 최순실 씨(61·구속 기소)의 딸 정유라 씨(21) 승마 지원이 청탁의 대가였는지 △이 부회장이 승마 지원에 개입했는지 등이었다. ○ 이재용, 결백 호소하며 “부덕의 소치” 이 부회장은 약 5분간 최후 진술을 하며 감정에 북받쳐 여러 차례 헛기침을 하고 물을 마셨다. “구속 수감된 6개월간 답답하고 억울한 마음이 없지 않지만 돌이켜 보니 제가 부족한 점이 많았고 챙겨야 할 것을 챙기지 못했다”면서 재판부를 향해 결백을 호소했다. 이 부회장은 “제가 제 사익을 위해서나 저 개인을 위해서 박 전 대통령에게 뭘 부탁한다든지 대통령에게 그런 기대를 한 적이 결코 없다”며 “제가 아무리 부족하고 못난 놈이라도 우리 국민들의, 우리 서민들의 노후자금인 국민연금에 손해를 끼치고 욕심을 내겠느냐”고 강조했다. 삼성물산의 대주주인 국민연금이 손해를 볼 것을 알면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밀어붙였다는 특검 측 공소사실을 부인한 것이다. 이 부회장은 이어 “너무나 심한 오해다. 정말 억울하다. 이런 오해와 불신이 풀리지 않으면 저는 삼성을 대표하는 경영인이 될 수 없다. 이 오해만은 꼭 풀어 달라”고 호소했다. ○ “박근혜, 정유라 지원 요청” vs “특검, 거짓 인정” 박 특검은 5600자 분량의 논고문에서 “대통령으로부터 정유라 승마 지원 등을 요구받은 피고인이 대통령의 직무상 도움에 대한 대가로 거액의 계열사 자금을 횡령해 300억 원에 이르는 뇌물을 공여했다”고 주장했다. 이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와 삼성 계열사 지배력 확보를 목적으로 박 전 대통령에게 청탁을 하고 그 대가로 승마 지원과 재단 출연을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삼성 측 송 변호사는 2만5400자 분량의 최종 변론을 통해 이 부회장이 2014년 9월과 2015년 7월, 그리고 2016년 2월 박 전 대통령을 3차례 독대한 자리에서 단 한 차례도 경영권 승계 등의 도움을 요청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특히 송 변호사는 특검이 확인되지 않은 독대 상황을 추측해 범죄 정황으로 내세웠다고 공격했다. 특검이 당초 공소장에 2016년 2월 세 번째 독대 당시 박 전 대통령이 이 부회장에게 “정유라를 잘 지원해 줘 고맙고 앞으로도 계속 잘 지원해 달라”고 말한 것으로 기재했다가 이달 4일 공판에서 “정확한 워딩(말)에 대한 증거는 없고 취지를 그렇게 표시한 것”이라고 해 거짓을 스스로 인정했다는 것이다. 송 변호사는 “정 씨에 대한 승마 지원은 박 전 대통령의 요청 때문이 아니라 최 씨의 강요 내지 공갈에 의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5분 만에 대통령 도움 요청… 말 안 돼” 박 특검은 박 전 대통령이 2014년 9월 첫 번째 독대 때부터 경영권 승계를 고리로 최 씨가 요청한 재단 설립과 정 씨의 승마 훈련 등을 이 부회장에게 요청했다고 주장했다. 2014년 5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쓰러진 뒤 이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에 몰두했다는 게 특검의 시각이다. 하지만 삼성 측은 “특검이 이 사건 재판의 출발점인 ‘승계 작업’이란 것이 존재한다는 아무런 증거도 재판부에 제출하지 못했다”며 “그러한 사실 자체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또 송 변호사는 1차 독대에 대해 “대구창조경제센터 개소식에서 사전 예고도 없이 대통령의 일방적 요구에 따라 불과 5분도 안 될 정도의 짧은 시간에 이뤄졌다”고 말했다. 이어 “승계 작업에 대한 도움을 대통령에게 요청하면서 아무런 계획도 없이 5분도 안 되는 시간에 해치웠다는 것이 도대체 상식적으로 말이 되는 주장이냐”고 반문했다. 또 송 변호사는 첫 번째 독대에서 경영권 승계 청탁과 뇌물수수의 합의가 있었다면 그 직후 삼성엔지니어링과 삼성중공업의 합병이 무산된 사실이 합리적으로 설명이 안 된다고 반박했다. 만약 25일 1심 선고에서 재판부가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 혐의를 인정하지 않고 이 부회장이 승마 지원에 직접 개입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할 경우 이 부회장은 무죄 또는 가벼운 형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반면 뇌물과 횡령, 재산 국외도피, 위증 등 5가지 혐의가 모두 인정되면 징역 5년 이상의 중형이 선고될 수 있다.권오혁 hyuk@donga.com·김윤수 기자}
박영수 특별검사팀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구속 기소) 측이 4일 법정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65·구속 기소)의 이 부회장에 대한 ‘승마 지원’ 요구가 어떤 의미인지를 놓고 치열한 공방전을 벌였다. 법원은 이날 이 부회장의 52차 공판을 끝으로 모든 심리를 마치고 7일 오후 2시 결심공판을 열기로 했다. 이 부회장 선고공판은 1심 구속 만기일인 27일 이전에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특검과 이 부회장 측은 박 전 대통령이 자신을 독대한 이 부회장에게 요구한 ‘승마 지원’이 최순실 씨(61·구속 기소)의 딸 정유라 씨(21)를 지원하라는 뜻임을 이 부회장이 알고 있었는지를 놓고 완전히 상반된 주장을 폈다. 특검은 “삼성 측이 2014년 9월 1차 독대 때부터 박 전 대통령의 승마 지원 지시를 정 씨 지원 지시로 인식했다”고 주장했다. 특검은 2014년 4월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정 씨의 ‘공주 승마’ 의혹을 제기했고, 같은 해 12월 터진 ‘정윤회 문건’ 유출 사건으로 정 씨가 승마 선수라는 사실이 알려진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이에 이 부회장의 변호인단은 “1차 독대와 2015년 7월 2차 독대에서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 간에 정 씨 지원 문제가 한 번도 언급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또 “특검은 공소장에서 2016년 2월 3차 독대 당시 박 전 대통령이 정 씨를 언급했다고 했지만 이 부분은 이 부회장과 박 전 대통령 모두 부인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부회장 측은 “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58·구속 기소)의 수첩에도 정 씨의 이름이 적혀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양측은 박 전 대통령과 최 씨를 ‘공모 관계’로 볼 수 있는지를 놓고도 뜨거운 설전을 벌였다. 특검은 “승마 지원 지시는 박 전 대통령이 하고, 구체적인 요구는 최 씨가 했기 때문에 공모 관계가 성립한다”며 “삼성도 박 전 대통령과 최 씨가 공범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 부회장 측은 “단순수뢰죄에서 공범 관계가 인정되려면, 박 전 대통령과 최 씨가 ‘경제적 공동체’라는 사실을 인식했어야 한다”며 “경제적 공동체가 아니었다는 점은 더 말하지 않겠다”고 반박했다. 또 “박 전 대통령이 금품을 수수하지 않았고, 박 전 대통령에게 금품이 귀속되지도 않았는데 뇌물수수를 위해 공모했다고 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타당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 측은 재판부에 “왜 아무런 청탁도 하지 않은 (이 부회장 등) 피고인들이 처벌을 받아야 하는지 상식적으로 판단해 달라”고 호소했다.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구속 기소)이 3일 법정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65·구속 기소)을 독대했을 때 경영권 승계 청탁을 대가로 최순실 씨(61·구속 기소), 정유라 씨(21) 모녀에 대한 승마 지원을 약속한 적이 없다고 진술했다. 또 박 전 대통령이 경영권 승계를 돕겠다는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이 부회장은 변호인 측 신문에 답하며 2014년 9월과 2015년 7월, 2016년 2월 3차례에 걸쳐 박 전 대통령을 독대했을 당시 상황을 상세하게 밝혔다. 요지는 경영권 승계와 관련한 대화가 전혀 없었다는 것. 전날 박영수 특검팀 측 신문에 이어 이날도 부정한 청탁의 대가로 뇌물을 준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청탁할 분위기 아니었다” 특검은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을 처음 독대했을 때부터 (박 전 대통령이) 정 씨에 대한 승마 지원을 요구했고 이 부회장이 이를 수락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부회장은 “1차 독대에서 정 씨에 대한 언급 자체가 없었다”며 “대통령의 승마 지원 요청을 공익적 차원에서 한 것으로 이해했지, 사익을 위한 것으로 생각 안 했다”고 강조했다. 또 “당시 독대가 5분도 안 되는 짧은 시간 동안 이뤄져 무슨 말을 할 겨를도 없이 듣기만 하다 끝났다”고 설명했다. 특검이 공소장에서 본격적인 청탁과 뇌물 요구가 오갔다고 적시한 2, 3차 독대에 대해서도 이 부회장은 “경영권 승계 작업이나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관련 언급은 없었다”고 진술했다. 2차 독대에 대해 이 부회장은 “제가 아버님께 야단맞은 것 빼고는 야단맞은 기억이 없는데 여자분한테 그렇게 싫은 소리 들은 게 처음이었다”고 회상했다. 삼성의 승마협회 지원이 부실하다고 박 전 대통령이 질책한 상황을 묘사한 것이다. 또 3차 독대에 대해서는 박 전 대통령이 홍석현 전 중앙일보 회장 등에 대한 비난을 쏟아낸 상황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며 “분위기가 2차 독대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무거웠다. (경영권 승계) 이야기를 꺼낼 분위기가 아니었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은 “(특검에서) 검사님이 ‘부회장님은 정말 모르시네요. 시간이 부족하니까 자세한 내용은 모른다거나 잘 모르지만 그랬을 것 같다 등 두 가지 답을 조서에 써줄 테니 변호사와 확인하시라’고 했다”고 말했다. 특검 조서가 충실한 문답을 거쳐 작성된 것이 아니라는 의미였다. 이에 특검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피고인 신문 막바지에는 재판부가 직접 이 부회장에게 질문을 했다.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전 승마협회장)에게 승마협회 문제를 신경 쓰지 않게 해 달라며 협회를 지원하라는 취지로 말한 이유가 무엇이었냐”고 재판부가 묻자 이 부회장은 “스포츠 지원을 1년에 천 몇백억 원을 하는 것으로 아는데 조금 더 한다고 문제가 될까 싶었다. 웬만하면 해주는 게 어떻겠느냐. 방법 등은 알아서 해달라고 했던 것 같다”고 답했다. 또 재판부가 “대통령의 승마 지원 요청에 신경을 안 쓸 수 없는 상황으로 보인다”고 묻자 이 부회장은 “저나 회장님(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께서도 그런 건에 대해 일일이 챙기거나 보고받으려 하질 않는다.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께서 알아서 챙겨주실 거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부정한 청탁 있었다” vs “청탁할 이유 근거 없다” 이 부회장에 대한 신문이 끝난 뒤 특검과 이 부회장 변호인단은 재판 주요 쟁점을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특검은 “3차례 독대에서 박 전 대통령은 이 부회장 승계를, 이 부회장은 박 전 대통령의 권한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특히 2차 독대에 대해선 “청와대 ‘안가(安家) 독대’라는 부적절한 방법으로 돈을 요구하고 도와주고 싶다는 의사가 있었음이 확인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이 부회장 측은 “특검은 1차 독대 때 두 사람 사이에 이미 (부정한 청탁과 대가성 지원에 대한) 인식 공유가 있었다고 주장하지만 실제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 밝혀진 게 없다”며 “어떻게 부정한 청탁이 성립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공박했다. 또 “특검은 ‘승계 작업’이라는 실재하지도 않는 가공의 프레임으로 두 사람 사이에 합의가 있었다고 억지로 주장한다”며 “이 부회장은 명시적이든 묵시적이든 청탁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고 강조했다. 이 부회장의 피고인 신문에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되면서 이날 서울중앙지법 2층에는 오전 6시경부터 방청 행렬이 늘어섰다. 50여 명의 일반 시민과 취재진은 제한된 방청권을 얻기 위해 4시간가량 기다렸다.권오혁 hyuk@donga.com·이호재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구속 기소)이 2일 법정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65·구속 기소)과 독대한 자리에서 경영권 승계 청탁을 한 일이 없다고 진술했다. 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개입하지 않았으며 삼성이 최순실 씨(61·구속 기소) 모녀 승마훈련을 지원한 일도 자신의 경영권 승계와 무관하다고 말했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 심리로 열린 이 부회장과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66)에 대한 공판에서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이 부회장을 삼성의 최종 결정권자로 지목했다. 하지만 이 부회장 측은 “최 전 실장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과 최 씨 모녀 승마 지원 등을 결정했다”고 맞섰다. 이 부회장이 올 2월 특검에 의해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뇌물 공여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뒤 법정에서 자신의 혐의에 대해 구체적으로 진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달 10일 박 전 대통령 재판에서 증언대에 섰지만 증언을 거부했다. ○ “박근혜, 홍석현 맹비난…부탁할 분위기 아냐” 흰색 와이셔츠에 정장 차림을 한 이 부회장은 이날 오후 4시 35분경 최 전 실장에 이어 피고인 신문을 받기 시작했다. 답변을 신중하게 하면서도 필요할 때는 손짓을 하면서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2월 15일 독대한 박 전 대통령에게 삼성생명의 금융지주 전환에 대한 얘기를 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경영권 승계를 위한 청탁이 없었다는 의미다. 또 최 씨 모녀에 대한 승마 지원 대화도 나누지 않았다고 말했다. 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58·구속 기소)의 수첩에 적힌 ‘금융지주회사, 글로벌금융, 은산분리’ 메모에 대해서도 “그런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 부회장에 따르면 당시 박 전 대통령은 이 부회장에게 “중앙일보의 자회사 JTBC가, 뉴스 프로그램이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 나라를 생각하면 그럴 수 있느냐”며 ‘이적단체’라는 말을 했다. 또 박 전 대통령은 이 부회장에게 “중앙이 삼성 계열사였으니 얘기 좀 하라”고 요구했다. 이 부회장이 “독립 언론사고 (홍석현 전 중앙일보 회장이) 손위 어른이어서 어렵다”고 답하자 박 전 대통령은 “어머니(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홍 전 회장 누나)에게 말씀드리라”며 짜증을 냈다고 한다. 이 부회장은 “(박 전 대통령이) 굉장히 흥분해 얼굴이 빨개졌다”고 설명했다. 이 부회장은 또 “박 전 대통령이 정치인 두 명의 실명을 거론하며 ‘(홍 전 회장이) 누구랑 내 얘기 어떻게 하는지 모르느냐’, ‘모 국회의원이랑 모의하고 다니는 거 모르느냐’ ‘정치 야망이 있는 것 같은데 삼성이 줄 대는 거냐’고 말했다”고 밝혔다. 또 “그날 분위기는 제가 얘기를 하고 (경영권 승계) 부탁을 하고 그럴 분위기가 전혀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이 부회장은 “(독대 당일) 오후에 홍 전 회장에게 그대로 전달했다”며 “그 뒤로 (홍 전 회장이) 대통령을 몇 번 만났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정유라, 누구인지…승마선수인 줄 몰랐다” 이 부회장은 2015년 7월 박 전 대통령 독대 당시 최 씨의 딸 정유라 씨(21)가 누구인지, 승마선수인지 몰랐다고 진술했다. 이 부회장은 “국내 정치에 관심이 없다. 정윤회 씨(정 씨의 아버지) 이름은 들어본 것 같은데 그의 딸의 ‘공주 승마’ 의혹은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경영권 승계에 도움을 받기 위해 정 씨의 승마 지원을 한 사실이 없다는 의미다. 또 당시 자신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별다른 역할을 한 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 부회장은 “논란이 된 건 알았는데 두 회사의 업무에 대해 잘 몰랐다. 합병도 두 회사 사장님들과 삼성 미래전략실(미전실)에서 알아서 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최 전 실장에게)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을 제로베이스(원점)에서 다시 검토해 보는 게 좋지 않겠느냐’고 건의한 적이 있다”며 “회사의 미래를 위해 경쟁력을 쌓아야 하는데 시간이 아깝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합병에 반대한 미국의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를 상대로 합병을 밀어붙이는 게 효율적이지 않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이 부회장은 또 “나는 미전실에 소속되거나 근무한 적이 없다. 처음부터 삼성전자 소속으로 업무의 90∼95%가 전자 및 전자 계열사에 관한 것”이라며 삼성그룹의 의사결정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업무에 매진하느라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에 개입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최지성 “승마 지원, 이 부회장에게 보고 안 해” 최 전 실장은 피고인 신문에서 “(미전실장으로) 재직하는 동안 그룹 내 최종 의사결정은 제 책임하에 했다”며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등 실무는 잘 모른다”고 강조했다. 최 전 실장은 또 이 부회장은 최 씨 모녀 승마 지원과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승마지원은 대통령이 요청한 내용이지만 정 씨 지원이라고는 (이 부회장에게) 말한 적 없다. 최 씨가 뒤에서 장난질을 친 것 같은데 이걸 확인할 수도 없고 자칫 유언비어 같은 내용을 이 부회장에게 옮기는 것이 적절한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또 “나중에 곤란하면 내가 물러나면 된다고 생각해 이 부회장에게 (승마 지원 문제를) 얘기하지 않는 걸로 했다”고 설명했다.권오혁 hyuk@donga.com·이호재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65·구속 기소)과 최순실 씨(61·구속 기소)에 대한 뇌물 공여 혐의로 기소된 삼성 전직 임원들이 법정에서 박 전 대통령의 지시나 강요가 아니라 최 씨의 겁박으로 최 씨의 딸 정유라 씨(21)에 대한 승마 지원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 심리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구속 기소) 등의 공판에서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64)은 피고인 신문에서 “원래 올림픽 선수단을 지원할 예정이었는데 최 씨의 겁박으로 정 씨만 지원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박 전 사장은 “(지원을 해주지 않으면) 최 씨가 박 전 대통령에게 (삼성에 대한) 안 좋은 이야기를 하지 않을까 우려됐다”고 설명했다. 장충기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차장(사장·63)도 피고인 신문에서 “최 씨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최 씨가 어떤 형태로든 저희를 비난하고 험담하고 해코지할 우려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장 전 차장은 박영수 특별검사팀에서 수사를 받을 당시 했던 진술을 뒤집었다. “‘박 전 대통령의 강요로 정 씨 승마 훈련을 지원했다’고 진술했던 것은 뇌물 공여 책임을 피하려고 한 추측성 발언이었다”며 “사실 대통령이 지시했는지 안 했는지 그 여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장 전 차장은 또 박 전 대통령이 2015년 7월 독대한 이 부회장을 질책한 내용에 대해 “특정 선수(정 씨)를 지원하라고 이야기한 건 아닌 것 같고 (승마 종목) 올림픽 지원을 제대로 준비 안 한다고 질책한 것 같다”고 말했다. 장 전 차장은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 계획안을 이 부회장에게서 받았다”고 했던 특검 진술도 번복했다. “(영재센터 지원 계획안을) 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이 건네준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공판에 증인으로 나온 최원영 전 대통령고용복지수석비서관(59)은 “박 전 대통령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관련해 구체적인 지시를 한 바 없다”며 박 전 대통령의 합병 개입을 부인했다.권오혁 hyuk@donga.com·이호재 기자}
지난달 27일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 및 실행을 주도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78)에게 1심에서 실형을 선고한 재판부가 박근혜 전 대통령(65·구속 기속)을 김 전 실장의 공범이 아니라고 판단한 이유는 뭘까. 앞서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이 김 전 실장과 공모해 문화예술인 등에 대한 지원을 배제한 것으로 보고 박 전 대통령을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31일 확인된 김 전 실장 등의 판결문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부장판사 황병헌)는 “문화예술계가 좌편향돼 있어 이에 대한 시정이 필요하다는 대통령의 인식에 따라 청와대 내에 ‘좌파 배제, 우파 지원’의 기조가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김 전 실장 등이 문화예술계 개인 및 단체에 대한 지원 배제 범행을 실행하기 전 또는 실행할 당시 관련 내용을 직간접적으로 보고받고 관련 지시를 내렸을 개연성이 매우 크다”면서도 “제출된 증거들을 종합해도 대통령을 공범 관계로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박 전 대통령이 ‘좌파 배제, 우파 지원’이라는 문화예술계 정책 기조를 세운 게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또 특정 단체에 대한 지원 배제 행위는 범죄이지만 이를 실행한 김 전 실장과 공모했다고 보기에는 구체적인 실행 증거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이 블랙리스트 범행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어떤 보고를 받고 지시를 내렸는지 알 수 없다”고 밝혔다. 박 전 대통령이 문예지나 건전영화 지원 문제 등에 대해 지시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이를 특정인이나 단체에 대해 지원을 배제하라는 범행 지시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또 재판부는 최순실 씨(61·구속 기소)에 대해서도 김 전 실장 등과 공모해 문화예술계 지원 배제 범행을 저질렀다고 보지 않았다. 김 전 실장을 기소한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이러한 법원 판단을 수긍하기 어렵다는 자세다. 문화예술계 지원 배제 범행은 박 전 대통령이 세운 문화예술계 정책 기조에 따른 지시로 구체화됐고 그 과정이 모두 박 전 대통령에게 보고됐다는 것이다. 또 박 전 대통령이 이를 독려해 시스템으로 정착됐다는 게 특검의 시각이다. 특검팀 관계자는 “판결문을 면밀히 검토해 1일 재판부에 항소장을 제출할 예정”이라며 “항소장에는 박 전 대통령과 최 씨의 공모 관계를 입증하는 내용이 포함될 예정”이라고 밝혔다.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박근혜 전 대통령(65)이 발가락 통증 치료를 위해 28일 외부 병원을 찾았다. 박 전 대통령이 구치소 밖으로 외출한 것은 3월 31일 구속 수감된 이후 처음이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재판에 출석했다. 법정에 들어서는 박 전 대통령의 걸음걸이는 거동이 크게 불편한 모습은 아니었다. 발가락 통증이 생긴 이후 처음 법정에 모습을 드러냈던 14일 왼쪽 다리를 살짝 절던 것과 비교하면 꽤 호전된 듯했다. 그러나 연일 이어진 재판에 지친 탓인지 최모 전 청와대 행정관에 대한 증인신문 내내 박 전 대통령은 피고인석에서 고개를 숙인 채 졸음을 참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점심식사 시간을 따로 갖지 않고 진행된 재판은 평소보다 이른 오후 1시 15분 마무리됐다. 박 전 대통령과 함께 재판을 받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62)의 외부 일정 때문이었다. 신 회장 측이 이날 오후 6시부터 문재인 대통령 주최 기업인 간담회가 예정돼 있다며 오후 4시 이전에 재판을 끝내달라고 요청했고, 이를 재판부가 받아들인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은 그로부터 한 시간 뒤인 오후 2시 17분경 법무부 호송차량을 타고 법원 인근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을 찾았다. 박 전 대통령은 병원에서 발가락 부위 엑스레이, 자기공명영상(MRI) 촬영 등 정밀검사를 받았다. 병원 안팎에는 경찰 1개 중대 병력과 병원 직원 50여 명이 배치돼 박 전 대통령과 외부인의 접촉을 차단했다. 병원 측은 천으로 이동경로에 장막을 치고, 박 전 대통령이 누운 침대를 흰 이불로 완전히 덮어 ‘비밀작전’을 벌이듯 박 전 대통령을 호송했다. 박 전 대통령은 병원 도착 약 3시간 만인 오후 5시 13분경 호송차를 타고 병원을 떠났다. 교정당국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은 서울구치소 독방에서 화장실 문지방에 여러 차례 발가락을 찧었다. 왼발 셋째, 넷째 발가락이 빨갛게 부어올라 구치소 내에서 엑스레이 촬영도 했지만 별다른 이상은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다친 발가락에서 발톱의 양끝이 살 속으로 파고들며 자라 통증을 유발하는 내성 발톱(내향성 발톱) 증상이 나타났다. 내성 발톱은 발가락이 꽉 조이는 뾰족한 구두나 하이힐을 즐겨 신는 젊은 여성들에게 자주 발생한다. 간혹 박 전 대통령처럼 발가락에 충격을 받은 경우에도 생긴다. 박 전 대통령은 통증 때문에 10일과 11일, 13일 열린 재판에 연거푸 출석하지 못했다. 이후에도 박 전 대통령이 계속 통증을 호소하자 구치소장은 구치소 의무과장의 건의를 받아들여 이날 외부 병원 진료를 허용했다.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구치소장은 수용자가 외부 의료시설에서 치료받기를 원하면, 구치소에 근무하는 의사의 의견을 고려해 이를 허가할 수 있다. 외부 진료에 드는 비용은 수용자 본인이 내야 한다. 전국 구치소에서 수용자가 이처럼 허가를 얻어 외부 진료를 받는 건수는 매년 1만5000여 건에 달한다.권오혁 hyuk@donga.com·전주영·권기범 기자}

“피고인 김기춘을 징역 3년에 처한다. 피고인 조윤선은 징역 1년에 처하되 2년간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 1월 구속돼 약 5개월간 같은 법정에서 함께 재판을 받아온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78)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51)의 운명은 27일 1심 선고공판에서 극적으로 엇갈렸다. 재판장이 1시간가량 판결문을 읽어 내려가는 동안 환자복 수의를 입은 김 전 실장은 시종일관 굳은 표정이었다. 반면 조 전 장관은 두 눈을 지그시 감은 채 차분한 표정으로 판결문 내용을 경청했다.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조 전 장관은 약 6개월간의 수감 생활을 마치고 이날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석방됐다.○ 조윤선, ‘문화계 블랙리스트’ 관여 혐의 무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부장판사 황병헌)는 조 전 장관이 박근혜 전 대통령(65·구속 기소), 김 전 실장과 공모해 한국문화예술위원회(예술위)의 문예기금 지원 심의, 영화진흥위원회의 예산지원 사업 심사 등에 부당하게 개입한 혐의(직권남용)를 모두 무죄로 판단했다. 조 전 장관이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으로 근무할 때 이 같은 일들을 지시하거나 보고받는 등 역할을 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조 전 장관이 영화 ‘다이빙 벨’ 상영 때, 영화의 (여론에 대한) 파장을 줄일 방안을 검토한 사실 등은 인정된다”면서도 “이와 관련해 ‘다이빙 벨’을 상영한 극장에 대해 불이익을 주는 등의 위법한 조치를 취했다는 증거는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조 전 장관이 지난해 10월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증인으로 출석해 “(블랙리스트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고받았다”고 허위 증언한 혐의는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조 전 장관은 이미 문화예술계 지원 배제의 실상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고 판시했다. 조 전 장관은 이날 재판이 끝난 뒤 서울구치소를 나서면서 기자들과 만나 “(항소심) 재판에 성실하게 임하겠다”며 “(재판부가) 저에 대한 오해를 풀어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조 전 장관은 재판에서 자신의 변호인이었던 남편 박성엽 변호사(56)의 차를 타고 귀가했다. 박 변호사도 “제가 (재판부에) 오해라는 말씀을 드렸는데, 너무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기춘이 블랙리스트 범행 ‘정점’” 조 전 장관과 달리 김 전 실장,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60·구속 기소), 김상률 전 대통령교육문화수석비서관(57) 등 블랙리스트 사건의 다른 공범들에게는 블랙리스트 관여 혐의로 유죄가 선고됐다.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아온 김 전 수석은 이날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재판부는 김 전 실장 등이 문화예술계 인사 및 단체에 대한 지원 배제 명단을 작성하고 이를 보조금 지급 등에 실제로 적용한 게 직권남용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블랙리스트 실행 과정에서 예술위 직원 등을 ‘협박’했다고 볼 행위는 없었다”며 강요 혐의는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대통령을 보좌하는 비서실장이나 장관 등으로서 자신들에게 주어진 막대한 권한을 남용해 문화예술계 지원 배제 범행을 저질렀다”고 비판했다. 특히 김 전 실장에 대해서는 “문화예술계 지원 배제 범행을 가장 정점에서 지시하고 실행 계획을 승인, 독려했음에도 발뺌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체부 공무원에 대한 사직 강요 혐의는 사안별로 유무죄 판단이 엇갈렸다. 재판부는 김 전 실장이 블랙리스트 실행에 소극적이었던 문체부 실장 3명에 대해 사직을 강요한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반면 박 전 대통령이 ‘나쁜 사람’으로 지목한 노태강 당시 문체부 체육국장(57·현 문체부 2차관)에 대해 김 전 장관과 김 전 수석이 사직을 강요한 것은 직권남용이라고 판단했다. 문체부 실장들은 1급 공무원이어서 신분 보장 대상이 아니지만, 당시 2급 공무원이던 노 전 국장은 공무원법상 신분이 보장돼야 한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권오혁 hyuk@donga.com·이호재 기자정성규 인턴기자 서강대 신문방송학·사회학 4학년}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의 작성과 실행을 주도한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된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78)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51) 등 7명 모두에게 1심에서 유죄가 선고됐다. 김 전 실장은 문예기금과 영화 관련 지원 배제 등의 혐의가 인정돼 징역 3년, 조 전 장관은 블랙리스트 관련 혐의는 모두 무죄이지만 국회 위증 혐의가 인정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형을 받고 서울구치소에서 풀려났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부장판사 황병헌)는 27일 김 전 실장 등의 블랙리스트 작성 및 실행에 대해 직권남용죄를 적용해 유죄를 선고했다. 강요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또 박근혜 전 대통령(65·구속 기소)이 김 전 실장에게 블랙리스트 작성 및 실행을 지시한 게 아니어서 박 전 대통령과 김 전 실장의 공모 혐의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날 재판에서 김 전 실장과 함께 구속 기소된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60)은 노태강 전 문체부 체육국장(57·현 문체부 2차관)에게 사직을 요구한 혐의 등이 인정돼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예술위 책임심의위원 선정에 부당 개입한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된 김소영 전 대통령교육문화수석실 문화체육비서관(51)은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또 노 전 국장 사직 요구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김상률 전 대통령교육문화수석비서관(57)은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정관주 전 문체부 1차관(53·구속 기소)과 신동철 전 대통령정무비서관(56·구속 기소)에게는 문예기금 등 지원 배제에 대한 직권남용죄가 적용돼 징역 1년 6개월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문화예술계 지원 배제 범행은 정치권력의 기호에 따라 지원금 지급을 차별해 헌법과 문화기본법이 보장하고 있는 문화 표현과 활동에서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했다”고 밝혔다.권오혁 hyuk@donga.com·이호재 기자}
수백 명의 사상자를 낸 가습기 살균제 제조업체 임직원들에게 항소심에서도 실형이 선고됐다. 다만 피해자에 대한 보상 현황 등이 참작돼 신현우 전 옥시레킷벤키저(현 RB코리아) 대표(69) 등의 형량은 일부 감형됐다. 신 전 대표에 이어 대표직을 맡았던 존 리 씨(49)에게는 1심과 같이 무죄가 선고됐다. 서울고법 형사11부(부장판사 이영진)는 26일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판매해 이를 사용한 피해자들을 폐 손상으로 죽게 하거나 다치게 한 혐의(업무상 과실치사상) 등으로 기소된 신 전 대표에게 징역 7년을 선고한 1심을 파기하고 징역 6년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옥시연구소 김모 전 소장(56), 조모 소장(53), 가습기 살균제 ‘세퓨’ 제조사 대표 오모 씨(41)에게도 각각 1심보다 줄어든 징역 5~6년씩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옥시 제품을 사용한 1, 2차 판정 피해자 중 대다수는 업체와 합의해 배상금을 받았고, 가습기 살균제 피해 구제를 위한 특별법이 제정돼 피해자들은 구제급여 등을 지급받을 수 있게 됐다”고 감형 이유를 설명했다. 이날 항소심 선고를 지켜본 피해자 가족과 지원 단체들은 재판 결과에 즉각 반발했다. 강찬호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모임 대표는 “터무니없고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판결”이라고 재판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실 캐비닛에서 발견된 삼성 관련 메모가 우병우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50)의 지시로 작성됐다는 법정 증언이 나왔다. 2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 심리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 등의 공판에 현직 부장검사인 이모 전 청와대 행정관(44)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 전 행정관은 청와대에서 발견된 삼성 관련 2장의 수기 메모에 대해 “2014년 7∼9월 무렵 (당시 민정비서관인) 우 전 수석으로부터 ‘삼성에 대해 검토하라’는 지시를 받고 보고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쓴 것”이라고 증언했다. 이 전 행정관은 2014년 6월∼2016년 1월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선임행정관으로 근무했다. 이 전 행정관은 “우 전 수석이 ‘삼성에 대해 검토하라’고 지시한 이유를 아느냐”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질문에 “모른다”고 답했다. 또 “메모 작성 당시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75)의 와병이 장기화하던 때”라며 “언론 등에서 경영권 승계 문제가 현안으로 많이 거론돼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문제를 위주로 검토 보고서를 작성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우 전 수석에게서 경영권 승계 관련 보고서를 쓰라는 지시를 받은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이 전 행정관은 “우 전 수석이 최종적으로 (보고서) 기조를 결정하고 승인했다”고 설명했다. 삼성 측 변호인은 이 전 행정관의 증언에 대해 “당시 이 회장의 와병으로 경영권 승계 문제가 화두가 돼 자연스럽게 보고서를 작성한 것이지 대통령이 관심을 갖고 지시한 일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 준다”고 말했다. 또 “청와대가 생각한 지원이란 것도 합법적 틀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었으므로 이를 뇌물의 대가로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66)이 2012년 19대 총선과 18대 대선을 앞두고 국정원 직원들의 선거 개입을 지시한 정황이 담긴 녹취록이 24일 법정에서 공개됐다. 법원은 이날 원 전 원장의 무죄 취지 파기환송심 결심 공판에서 검찰이 제출한 원 전 원장의 녹취록 등 추가 증거를 모두 증거로 채택했다. 검찰은 원 전 원장에게 징역 4년과 자격정지 4년을 구형했다. ○ 원세훈, 총선-지방선거 공천 개입 정황 서울고법 형사7부(부장판사 김대웅) 심리로 열린 원 전 원장의 재판에서 검찰은 원 전 원장이 2009∼2012년 국정원에서 주재한 ‘전(全) 부서장 회의 녹취록’을 증거로 제출했다. 이는 2013년 검찰의 ‘댓글 사건’ 수사 당시, 국정원이 보안을 이유로 일부 내용을 삭제하고 제출했던 회의록에서 삭제됐던 부분을 복구한 원본이다. 검찰이 공개한 녹취록에 따르면 원 전 원장은 2012년 4월 총선 직후 열린 회의에서 “심리전이란 게 대북 심리전도 중요하지만, 중요한 것은 우리 국민에 대한 심리전”이라고 강조했다. 사실상 국내 정치 개입을 요구한 것이다. 녹취록에는 2012년 4월 총선과 2010년 6월 지방선거 공천에 개입한 정황도 담겨 있다. 원 전 원장은 2011년 11월 18일자 녹취록에서 “12월부터 (2012년 총선) 예비등록 시작하지요? 지부장들은 현장에서 교통정리가 잘 되도록 챙겨보라. 꼬리가 잡히지 않도록 하는 것이 정보기관이다”라고 말했다. 원 전 원장은 2009년 6월 19일 회의에서도 “내년(2010년) 지방선거가 11개월 남았는데 우리 (국정원) 지부에서 후보들 있잖아요. 그런 사람들 잘 검증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에 대해 “후보 공천과 관련해 지부장들이 사람(후보자)을 추려서 추천하도록 지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원 전 원장의 발언이 담긴 녹취록 외에 ‘SNS 선거 영향력 진단 및 고려사항’ 등 국정원의 선거 개입 정황이 담긴 청와대 문건을 유출했다가 형사처벌을 받은 전직 청와대 행정관에 대한 수사기록 등도 함께 증거로 제출했다. 재판부는 검찰이 제출한 녹취록 등을 모두 증거로 채택했다.○ 검찰 “불법정치 근절 위해 엄벌 필요” 검찰은 원 전 원장에게 징역 4년을 구형하면서 “원 전 원장의 범죄는 민주주의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반(反)헌법 행위”라며 “소중한 안보 자원이 특정 세력에 사유화되는 것을 막고 불법 정치·선거 관행을 근절하려면 엄벌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원 전 원장은 최후진술에서 새로 공개된 녹취록에 대해 “한 달에 한 번 우리 간부들과 나라 걱정하면서 나눈 대화들이 범죄로 보이는 게 안타까운 심정”이라고 주장했다. 원 전 원장은 국정원 심리정보전단을 동원해 2012년 대선에 개입한 혐의(공직선거법, 국가정보원법 위반)로 기소됐다. 법원은 1심에서 국정원법 위반 혐의만 유죄로 보고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하지만 항소심은 선거법 위반도 유죄로 판단해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하고 원 전 원장을 법정 구속했다. 그러나 2015년 7월 대법원은 증거 능력이 부족하다며 선거법 위반 혐의를 무죄 취지로 파기 환송했다. 원 전 원장은 파기환송심이 진행 중이던 2015년 10월 보석 허가를 받아 풀려났다. 원 전 원장은 검찰 구형량대로 징역 4년형이 확정되면 3년 4개월을 더 복역해야 한다. 원 전 원장 등에 대한 선고 공판은 8월 30일 오후 2시 열린다. 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검찰이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66)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입증하겠다며 국정원 내부 회의 내용이 담긴 녹취록을 법원에 추가 증거로 제출했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이른바 ‘국정원 댓글 사건’으로 불리는 원 전 원장의 선거법 위반 사건 무죄 취지 파기환송심을 심리 중인 서울고법 형사7부(부장판사 김대웅)에 21일 원 전 원장의 녹취록 등 10여 건의 추가 증거를 제출했다. 검찰이 제출한 녹취록은 2009∼2012년 원 전 원장이 국정원에서 주재한 전(全) 부서장 회의를 기록한 것이다. 국정원은 앞서 2013년 검찰 수사 당시 보안 문제를 거론하며 주요 부분을 삭제한 녹취록을 검찰에 제출한 바 있다. 이번에 새로 제출된 녹취록은 삭제됐던 부분이 복구된 원본이다. 녹취록에는 원 전 원장의 선거 관련 발언과 국정원 심리정보전단의 정치 개입 관련 발언 내용이 담겨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녹취록에는 원 전 원장의 선거법 위반 혐의를 입증할 결정적 내용이 포함돼 있다. 자세한 내용은 24일 재판에서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원 전 원장이 녹취록의 증거 채택에 동의하지 않으면 녹취록 작성자 등 국정원 관계자들을 법정에 증인으로 세울 방침이다. 앞서 법원은 24일 원 전 원장에 대해 결심공판을 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어서 검찰이 새로 제출한 녹취록이 증거로 채택될지는 불투명하다. 검찰은 이 밖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선거 영향력 진단 및 고려사항’이라는 제목의 국정원 보고서를 법원이 증거로 채택하지 않은 데 대한 이의신청서도 함께 제출했다. 세계일보가 공개한 국정원 보고서에는 2012년 19대 총선과 18대 대선에서 여권이 SNS 대응을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단기 및 중장기 대책이 담겨 있다. 재판부는 “그동안 방대한 양의 증거조사가 진행된 만큼 제출된 증거로도 판단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며 해당 보고서를 증거로 채택하지 않았다. 그 대신 24일 결심공판에서 검찰이 증거 기각과 관련한 의견을 낼 기회를 주기로 했다.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진경준 전 검사장(50)이 ‘30년 지기’ 김정주 NXC 대표(49)에게서 받은 넥슨 주식 매입 자금과 차량 리스 비용 등이 ‘보험성 뇌물’로 인정돼 항소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법원이 “넥슨 주식 구입 기회를 제공받은 것은 뇌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면서 주식 시세차익 120억여 원은 지킬 수 있게 됐다. 서울고법 형사4부(부장판사 김문석)는 21일 김 대표에게서 넥슨 주식 매입 자금 등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등으로 기소된 진 전 검사장에게 징역 4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7년, 벌금 6억 원과 추징금 5억219만5800원을 선고했다. 또 1심에서 뇌물공여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았던 김 대표에게는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진 전 검사장이 검사의 직무와 관련해 김 대표에게 금전과 경제적 이익을 제공받았다면 개별적 직무와 대가 관계가 인정되지 않더라도 뇌물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했다. “진 전 검사장과 김 대표는 일반적인 친구 사이를 넘어선 ‘지음(知音)’”이라며 뇌물죄를 무죄로 본 원심의 판단을 뒤집은 것이다. 재판부는 김 대표가 진 전 검사장에게 건넨 돈을 나중에 도움을 받기 위한 ‘보험성 뇌물’이라고 봤다. 재판부는 “우리 사회에서 검사는 힘이 있다. 도움을 받을 수도 있고, 사건을 알아봐 줄 수도 있어서 진 검사장과 좋은 관계를 맺고 싶었다”는 김 대표의 진술 등을 유죄 판단의 근거로 들었다. 재판부는 김 대표가 진 전 검사장에게 준 △넥슨 비상장 주식 매수 대금 4억2500만 원 △리스차량 명의 이전 비용 3000만 원 △여행 경비 4719만5800원을 뇌물로 인정했다. 또 진 전 검사장이 대한항공 서모 전 부사장에게 자신의 처남이 세운 청소용역업체에 일감을 몰아주게 한 혐의(제3자 뇌물수수)도 1심과 마찬가지로 유죄로 판단했다. 그러나 김 대표가 진 전 검사장에게 넥슨과 넥슨 재팬의 주식을 구입할 기회를 준 부분은 뇌물이 아니라고 봤다. 이번 판결이 확정되면 진 전 검사장은 2015년 주식 매각에서 얻은 120억여 원의 시세차익에 대한 추징은 피할 수 있게 된다. 진 전 검사장과 김 대표의 금전거래를 뇌물로 보고 유죄를 선고한 김문석 서울고법 부장판사(58·사법연수원 13기)는 대법관 출신인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61·11기)의 친동생이다. 김 전 위원장은 공직자의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를 금지한 일명 ‘김영란법’ 입법을 추진한 인물이다.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최순실 씨(61·구속 기소)의 전 남편 정윤회 씨(62)와 친분이 있는 역술인 이모 씨(60)가 사기 혐의로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이 씨는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당일 자신의 서울 평창동 집에서 정 씨와 만났다. 서울고법 형사3부(부장판사 조영철)는 20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기소된 이 씨에게 1심과 마찬가지로 징역 2년·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원심의 판단은 증거법칙에 따라 합리적 조치로 보이고 결론도 충분히 수긍할 만하다”며 “원심의 양형 또한 재량 범위 내에서 적절했다”고 밝혔다. 이 씨는 2014년 9월부터 2015년 3월까지 지인 A 씨에게 “대우조선해양의 협력업체로 선정되는데 도움을 주겠다”며 72차례에 걸쳐 총 9억여 원을 가로챈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됐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이 씨가 정관계 유력 인사와의 친분을 내세우며 큰 돈을 벌 것처럼 피해자를 속이고 돈을 가로챈 잘못이 크다”고 밝혔다. 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롯데 계열사에 자녀들을 임직원으로 허위 등재해 ‘공짜 월급’을 받은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으로 구속 기소돼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던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75)이 항소심에서 감형됐다. 서울고법 형사4부(부장판사 김문석)는 19일 신 이사장에게 징역 3년, 추징금 14억4000여 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신 이사장이 자녀를 롯데 계열사에 임직원으로 이름을 올려놓고 출근도 하지 않은 채 월급 명목으로 회삿돈 47억 원을 받아간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고교 동창에게 롯데백화점에 식당을 내도록 도와주고 뒷돈을 받은 혐의(배임수재)는 무죄로 판단했다. 또 신 이사장이 롯데면세점에서 매장 위치를 좋은 곳으로 옮겨 달라는 청탁 명목으로 네이처리퍼블릭으로부터 8억4700여만 원을 받은 혐의도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신 이사장은 백화점 운영권을 오너 일가가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생각을 버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신 이사장은 2006년 아버지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95)에게서 일본 롯데홀딩스 주식 3%를 증여받으면서 증여세 560억여 원을 내지 않은 혐의로도 기소돼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신 이사장과 함께 기소된 신 총괄회장은 이날 탈세 혐의 공판에 직접 출석했다.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박근혜 전 대통령(65·구속 기소)이 19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구속 기소) 재판의 증인 출석을 끝내 거부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 심리로 열린 이 부회장 등의 공판에서 “박 전 대통령 증인 신문을 위해 오전 서울구치소에서 구인영장 집행을 시도했다”며 “박 전 대통령이 건강상 이유로 자필로 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며, 영장 집행에 불응해 결국 집행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다만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증인 신청은 그대로 유지하겠다”며 “증인 신문 방식이나 시기에 대해서는 내부적으로 검토한 뒤 차후에 의견을 밝히겠다”고 덧붙였다. 이로써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법정 대면은 이날까지 3차례 연속 무산됐다. 박 전 대통령은 5일 이 부회장 재판에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건강상 이유 등을 들어 출석하지 않았다. 10일 박 전 대통령 재판에 이 부회장이 증인으로 나섰지만 박 전 대통령은 왼쪽 발가락을 다쳤다며 불출석했다. 박 전 대통령이 구인영장 집행에도 불응하면서 막바지로 접어든 이 부회장 재판에서 박 전 대통령 증인 신문이 이뤄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26일 최순실 씨(61·구속 기소) 증인 신문, 27, 28일 피고인 신문을 한 뒤 8월 4일 결심을 진행할 예정이다.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1998년 일어난 ‘대구 여대생 성폭행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된 스리랑카인 K 씨(51)의 무죄가 확정됐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18일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특수강도강간) 혐의로 기소된 K 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참고인 및 증인 진술이 사건 당시 상황이나 진술이 이뤄진 경위 등에 비춰 볼 때 진실하다고 믿기 어렵다”며 “일부 믿을 만한 내용이 있다고 하더라도 해당 진술과 DNA 감정서만으로 K 씨가 피해자를 강간하고 소지품을 강취했다는 사실을 증명하기는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K 씨는 스리랑카인 공범 2명과 함께 1998년 10월 17일 새벽 귀가하던 계명대 1학년생 정은희 씨(당시 18세)를 대구 달서구 옛 구마고속도로(현 중부내륙고속도로) 아래 굴다리로 끌고 가 성폭행하고 금품을 빼앗은 혐의(특수강도강간)로 재판을 받아왔다. 정 씨는 사건 당시 고속도로에서 25t 트럭에 치여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사고 현장에서 30여 m 떨어진 곳에서 정 씨의 속옷이 발견되자 성폭행을 의심했다. 하지만 추가 단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미제가 될 뻔했던 사건은 K 씨가 2011년 미성년자 성매매 사건으로 입건되면서 실마리가 풀렸다. K 씨에게서 채취한 DNA가 정 씨의 속옷에서 발견된 DNA와 일치한다는 감정결과가 나오며 수사가 재개된 것이다. 하지만 당시는 이미 특수강간죄의 공소시효(10년)가 지난 상태였다. 고심하던 검찰은 2013년 6월 K 씨에게 숨진 정 씨의 학생증과 책 3권, 현금 3000원가량을 훔친 특수강도죄를 추가해 특수강도강간 혐의(공소시효 15년)로 기소했다. 1심 법원은 증거가 부족하다며 K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특수강도강간죄는 강간을 전후해 강도 행위가 일어나야 혐의가 성립되는데 이에 대한 입증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항소를 하면서 K 씨의 범행 사실을 공범으로부터 전해 들었다는 스리랑카인 A 씨를 찾아내 항소심 법정에 세웠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도 “공범이 한 얘기를 들었다는 A 씨의 진술은 증거능력이 없고, 그 내용도 모순이 많아 믿기 힘들다”며 또다시 무죄를 선고했다. K 씨는 이 사건과 별개로 2013년 또 다른 여성을 성추행한 혐의와 2008∼2009년 무면허 운전을 한 혐의로 징역 1년 6개월, 집행유예 3년이 확정된 상태다. K 씨는 곧 스리랑카로 강제 추방될 예정이다. K 씨의 공범 2명은 여대생 정 씨를 성폭행한 사실이 발각되기 이전인 2001년과 2005년 불법체류 사실이 드러나 추방됐다. 검찰은 대법원 판결을 검토한 뒤 K 씨의 DNA가 발견된 정액 등 물증을 스리랑카에 보내 현지 법원에서 형사처벌을 받도록 추진할 예정이다. 스리랑카는 강간죄 공소시효가 20년이어서 아직까지 처벌이 가능하다. 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대한 특검 논리의 전제 두 가지에 대해 저는 근본적으로 생각이 다릅니다.” 신장섭 싱가포르국립대 경제학과 교수(55·사진)는 1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 심리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구속 기소) 등의 공판에 증인으로 나와 국민연금공단이 합병에 찬성한 게 불합리했다는 특검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앞서 14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55)이 법정에 나와 특검의 논리를 뒷받침한 증언에 정면으로 맞대응한 것이다. 우선 합병이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불리한 게 아니라 좋았다는 것. 그는 합병을 반대했던 미국의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를 거론하며 “‘알박기 펀드’로서 더 큰 이익을 누리고 싶었는데 작은 이익을 누리게 되니까 적극 개입하게 된 것이지 엘리엇까지도 이익을 보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또 특검의 주장처럼 국민연금공단이 불리한 걸 알면서도 삼성의 로비로 합병에 찬성해 공단에 큰 손해를 끼쳤다고 볼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신 교수는 “합병에 반대표를 던진 외국인투자가들이 실제 지분을 줄이지 않았다. 합병이 수익률에 나쁘다고 판단했으면 팔았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당시 수익률과 국익 두 가지 측면에서 엘리엇 손이 아니라 삼성 손을 들어 준 것은 국민연금공단의 합리적 판단이었다”고 평가했다. 신 교수는 또 삼성이 경영권 승계 목적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65·구속 기소)과 최순실 씨(61·구속 기소)에게 뇌물 로비를 벌였다는 특검의 판단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는 “삼성의 경영권 승계를 자꾸 문제 삼는데 이는 반(反)재벌 정서가 너무 강하기 때문이며 냉철한 이성적 판단이 필요하다”며 “최순실 사태 이후 합병 건이 (반재벌) 정서에 의해 논의된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이날 법정에서 삼성 측은 “신 교수의 증언을 통해 볼 때 ‘합병이 국민연금에 막대한 손실을 일으키는 불합리한 조치였지만 경영권 승계 계획 때문에 합병이 무리하게 추진됐다’는 특검의 전제는 한쪽 견해를 너무 차용한 게 아닌가 생각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특검 측은 “신 교수는 친(親)재벌 성향의 경제학자”라며 “삼성경제연구소 객원연구원 등으로 활동한 과거 경력으로 인해 증언은 탄핵됐다고 생각한다”고 반론을 제기했다.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질문 취지 파악하고 잘 모르는 우리가 쉽게 이해하도록 해주면 감사하겠다.” 14일 오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 심리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구속 기소) 등의 공판에서 재판장은 증인으로 참석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55)에게 이렇게 당부했다. 삼성 측 변호인단의 신문에 김 위원장의 답변이 길어지면서 ‘난상토론’이 되자 재판장이 나선 것이다. 하지만 김 위원장과 변호인단 간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당시 주식 가치 평가 문제를 놓고 공방이 이어지자 다시 재판장이 “이미 조사가 끝난 것을 염두에 둬 달라. 지금 논쟁을 시작하면 끝이 없다”고 제지했다. 앞서 김 위원장은 재판 전 기자들과 만나 “공정거래위원장으로서의 증언에 따른 부담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그 시민이 수행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해 증인으로 참석하게 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재계와 법조계에선 대기업에 확실한 ‘갑’인 현직 공정거래위원장이 특정 대기업의 지배구조에 대해 법정에서 증언을 하는 게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날 법정엔 박영수 특별검사(65)가 직접 나왔다. 현직 장관급인 김 위원장에 대한 예우를 고려한 것이다. 박 특검이 이 부회장 재판에 나온 것은 4월 7일 첫 재판 이후 두 번째다. 하지만 박 특검이 김 위원장을 상대로 증인 신문을 하지는 않았다. 김 위원장의 증언은 이 부회장의 혐의를 입증할 구체적인 사실보다는 삼성의 지배구조 문제에 대한 견해를 밝히는 데 집중됐다. 이미 폐지된 삼성 미래전략실에 대해 김 위원장은 “미래전략실에서 하는 것에 대해 증거를 대라면 댈 수가 없다”며 “(삼성 비자금을 폭로했던) 김용철 변호사도 제시 못 했고 특검도 못 했지만 이건 국민 모두가 아는 팩트”라는 식이었다. 이에 재판장은 “(증거를 대는 것이) 어려운 일이고 그 어려운 부분을 재판하고 있는 것”이라며 “증인이 직접 경험한 것 중에 알고 있는 근거를 말해 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뾰족한 답변을 하지 못했다. 또 특검 측은 김 위원장에게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이 부회장에게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에 대한 승마 지원을 요구하고 이 부회장이 이를 들어줬기 때문에 이 부회장은 자신에게 박 전 대통령이 빚을 졌다는 생각에 마음 놓고 승계 작업을 진행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이지 않느냐”고 물었다. 김 위원장은 “그 부분에 대해 제 개인적 의견을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답했다. 김 위원장 증언에 대한 특검과 삼성 측 판단은 확연히 갈렸다. 특검 측은 “김 위원장의 증언에 따르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이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무관하다는 주장이 허구로 밝혀졌다”고 주장했다. 반면 삼성 측은 “김 위원장의 증언은 직접 경험한 내용이 없고 정확한 사실관계를 모르면서 한 추측과 단정으로 증거 가치가 없다”고 지적했다. 권오혁 기자 hyu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