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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경제·경영학 교수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제적 충격이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 때보다 더 크다고 본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24일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전국 4년제 대학 경제·경영학과 교수 22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경제적 충격을 100이라고 한다면 코로나19 사태는 149.5로 나타났다. 1997년 외환위기는 130.2였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제적 충격 체감도가 외환위기보다는 약 15%, 금융위기보다는 약 50% 크다는 의미다. 또 우리 경제 여건이 코로나19 사태 이전으로 회복되기까지 걸리는 기간은 ‘1∼2년’이라는 응답이 41.9%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어 ‘6개월∼1년’(26.2%)이 뒤를 이었고 ‘얼마나 걸릴지 가늠하기 어렵다(장기침체)’고 한 응답도 18.5% 수준이었다. 6개월 안에 회복될 것이란 응답은 10.4%에 그쳤다. 설문에 응답한 교수들은 이 같은 상황에서 21대 국회의 최우선 경제 정책 과제로 ‘진입규제 폐지 및 신산업 규제 완화 같은 규제혁신’(73.4%)과 ‘노동시장 유연화 같은 노동시장 개혁’(57.2%)을 꼽았다. 또 노사관계에 대해서는 △쟁위행위 시 대체근로 허용(45.9%) △부당노동행위제도 개선(41.4%) △단체교섭 대상 명확화(21.6%) 순으로 입법해야 한다는 의견이 높았다. 노동시장 입법 과제로는 ‘유연근무제 제한 완화’(45.0%), ‘직무 성과 중심의 임금체계 개편 촉진’(44.6%)이 가장 높게 나왔다. 주 52시간 근로제 시행, 언택트 근무 확산 속에 유연근무제와 임금체계 변화가 필요하다는 인식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SK그룹이 지난 한 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한 200여 개 기업에 총 106억 원의 ‘사회성과인센티브’를 지급했다고 24일 밝혔다. 불가사리 추출물로 제설물을 만드는 친환경 스타트업 스타스테크 등 200여 개 기업이 만들어낸 연간 사회적 가치는 약 589억 원 상당인 것으로 파악됐다. 사회성과인센티브는 기업들의 ‘착한 일’(사회성과)을 화폐 단위로 측정한 뒤 이에 비례해 현금으로 각 기업에 인센티브를 직접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2015년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착한 일을 하는 기업에 보상을 부여하면 기업은 재무안정성을 꾀할 수 있고, 더 많은 사회성과를 창출할 수 있다’며 아이디어를 냈다. SK는 사회성과인센티브가 실질적인 효과로 이어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사회성과인센티브가 출범한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참여 기업들은 총 1682억 원의 사회성과를 창출했고, 인센티브 339억 원을 받았다. 참여 기업당 연평균 매출액은 2015년 16억1000만 원에서 2019년 17억 원으로 늘었고, 연평균 사회성과도 참여 기업당 2015년 2억4000만 원에서 2019년 3억 원까지 늘어났다. 최 회장은 25일 0시에 공개된 사회성과인센티브 온라인 행사를 위한 영상 메시지에서 “초기에는 사회성과를 화폐가치로 측정하는 것에 대한 외부 우려도 많았지만 이제 국내 공공기관들과 중국 정부기관, 글로벌 기업들까지 화폐가치 측정을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 회장은 “지금까지 5년간은 측정체계를 만들고 측정과 보상 시스템의 작동 여부를 살펴봤다면, 앞으로 5년간은 사회성과인센티브의 정책화 방안을 연구하고 해외에 확산하는 노력을 기울이겠다”며 “더 많은 참여를 유도함으로써 우리 사회의 안전망을 더 촘촘하고 튼튼하게 키워 나가자”고 강조했다.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국내 경제·경영학 교수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제적 충격이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는 조사가 나왔다. 24일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전국 4년제 대학 경제·경영학과 교수 22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경제적 충격을 100이라고 한다면 코로나19 사태는 149.5로 나타났다. 1997년 외환위기는 130.2였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제적 충격 체감도가 외환위기보다는 약 15%, 금융위기보다는 약 50% 가량 크다는 의미다. 또 우리 경제 여건이 코로나19 사태 이전으로 회복되기까지 걸리는 기간에 대해 ‘1~2년 걸린다’는 응답이 41.9%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어 ‘6개월~1년’(26.2%)이 뒤를 이었고 ‘얼마나 걸리지 가늠하기 어렵다(장기침체)’고 한 응답율도 18.5% 수준이었다. 6개월 안에 회복될 것이란 응답율은 10.4%에 그쳤다. 설문에 응답한 교수들은 이 같은 상황에서 21대 국회의 최우선 경제 정책 과제로 ‘진입규제 폐지 및 신산업 규제 완화 같은 규제혁신’(73.4%)과 ‘노동시장 유연화 같은 노동시장 개혁’(57.2%)을 꼽았다. 또 노사관계에 대해서는 △쟁위행위 시 대체근로 허용(45.9%) △부당노동행위제도 개선(41.4%) △단체교섭 대상 명확화(21.6%) 순으로 입법해야 한다는 의견이 높았다. 노동시장 입법과제로는 ‘유연근무제 제한 완화’(45.0%), ‘직무 성과 중심의 임금체계 개편 촉진’(44.6%)가 가장 높게 나왔다. 주52시간 시행, 언택트 근무 확산 속에 유연근무제와 임금체계 변화가 필요하다는 인식 때문인 것이란 분석이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따뜻하고 소탈한 리더십을 존경합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고 구본무 전 LG그룹 회장(사진)의 별세 2주기를 맞은 20일부터 LG 사내게시판에 추모 열기가 이어지고 있다. LG측이 올린 3분 분량의 추모 영상에는 고인을 그리워하는 임직원들의 댓글이 끊이지 않았다. 한 직원은 “백 년을 넘어 영속하는 LG를 만들기 위해 기반을 다져주신 것에 감사하다”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영상에는 고인이 1995년 회장에 취임한 후 23년 동안 일군 주요 사업과 리더십을 조명하는 내용이 담겼다. 구 회장은 전기·전자와 화학, 통신서비스 등 핵심 사업군을 구축하고 국내 최초로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해 LG그룹 도약의 기틀을 닦았다. 특히 1990년대부터 이어져 온 투자에도 적자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던 2차전지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사업을 포기하지 않고 지원과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결국 2차전지와 OLED는 그룹의 핵심 사업이자 세계 1위 수준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고인은 과거 “우리 이웃의 의로운 행동들이 더 많이 알려진다면 우리 사회가 좀 더 좋아질 것”이라며 ‘LG 의인상’을 제정해 숨겨진 의인들을 발굴하는 데 애써왔다. 첫 수상자인 고 정연승 특전사 상사는 2015년 9월 교통사고를 당한 여성을 구하려다 신호 위반 차량에 치여 안타깝게 목숨을 잃었다. 수많은 군인과 경찰관, 소방관뿐만 아니라 따뜻한 마음을 보인 평범한 이웃들이 의인상을 받았다. 구 회장은 임직원들에게 “기업이 국가와 사회 정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 의인들에게 감사하고 보답에 나서면 사회적 관심이 그만큼 높아질 것”이라며 의인들을 찾아내 반드시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김현수 kimhs@donga.com·허동준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박 3일 일정의 중국 시안(西安) 출장을 위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단감사를 3차례 받아 화제다. 이 부회장은 중국 시안 반도체 사업장 현지에서 코로나19 대책회의 등을 마치고 19일 오후 2시 김포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이 부회장은 안내 요원의 지시에 따라 버스를 타고 임시생활시설인 경기 김포시 마리나베이로 이동했다. 이곳에서 진단검사를 받은 뒤 각자 배정된 방에서 검사 결과가 나오기까지 7시간 이상 대기하다 오후 9시 30분쯤 음성 결과를 받고 퇴소했다. 이 부회장과 진교영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장(사장) 등 중국 출장단이 귀국 후 곧장 귀가해 자가 격리를 시작하지 않은 것은 한국과 중국 외교당국이 기업인 등에 한해 ‘신속 통로’(입국절차 간소화 방안) 제도를 이달부터 도입했기 때문이다. 이 제도에 따라 이 부회장도 출국 전과 시안 도착 후 현지에서 코로나19 검사를 받았다. 한국 귀국 후 받은 검사에서 ‘음성’ 판정이 나면 업무 복귀가 가능하지만 14일간 이른바 ‘능동 감시’ 대상이 된다. 한편 중국 산시(陝西)일보는 19일자 1면 기사로 이 부회장이 18일 산시성 후허핑(胡和平) 당 서기와 류궈중(劉國中) 성장을 만났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후 서기는 “반도체, 동력 배터리, 바이오의약 등의 협력을 강화해 양측의 공동 발전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박3일 중국 시안(西安) 출장을 위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단감사를 3번 받아 화제다. 이 부회장은 중국 시안 반도체사업장 현지에서 코로나19 대책회의 등을 마치고 19일 오후 2시 김포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이 부회장은 안내 요원의 지시에 따라 버스를 타고 임시생활시설인 경기 김포시 마리나베이로 이동했다. 이 곳에서 진단검사를 받은 뒤 각자 배정된 방에서 검사 결과가 나오기까지 6시간가량 대기했다. 이 부회장과 진교영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장(사장) 등 중국 출장단이 귀국 후 곧장 귀가해 자가격리를 시작하지 않은 것은 한국과 중국 외교당국이 기업인 등에 한해 ‘신속 통로(입국절차 간소화 방안)’ 제도를 이달부터 도입했기 때문이다. 이 제도에 따라 이 부회장도 출국 전, 시안 도착 후 현지에서 코로나19 검사를 받았다. 한국 귀국 후 받은 검사에서 ‘음성’을 받으면 업무 복귀가 가능하지만 14일간 이른바 ‘능동감시’ 대상이 된다. 한편 중국 산시(陝西)일보는 19일자 1면 기사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후허핑(胡和平) 산시(陝西)성 당 서기와 류궈중(劉國中) 성장을 만났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후 서기는 “반도체, 동력 배터리, 바이오의약 등 협력을 강화해 양측의 공동 발전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과거에 발목 잡히거나 현재에 안주하면 미래는 없다. 때를 놓치면 안 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첫 해외 현장경영에 나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이같이 말하며 또다시 ‘미래’와 ‘위기’를 강조했다. 끊임없이 미래로 나아가야 변화에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18일 중국 시안(西安)에 있는 삼성 반도체 사업장을 찾은 이 부회장은 시안 제2공장 증설 현장을 살펴봤다. 방진복을 입고 가동 라인을 둘러본 뒤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영향 및 대책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는 진교영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장 사장, 박학규 반도체(DS)부문 경영지원실장 사장, 황득규 중국삼성 사장 등이 참석했다. 현장경영 때마다 “미래로 가야 한다”고 강조하며 임직원을 격려했던 이 부회장은 시안 사업장에서도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기 위해서는 다가오는 거대한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간이 없다. 때를 놓치면 안 된다”며 임직원 모두 위기감과 절박감을 가져야 한다는 뜻도 내비쳤다. 시안은 삼성의 유일한 해외 메모리 반도체 공장으로 중국 내 전략적 생산기지로 꼽힌다. 삼성은 2017년 총 150억 달러(약 18조5025억 원) 규모의 대규모 투자를 발표하고 2공장 증설을 진행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2월에도 시안 사업장을 찾았다. 이 부회장의 중국 방문은 코로나19 사태 속 해외 현장 경영이라 더욱 화제를 모았다. 지금은 글로벌 항공망이 마비됐고, 각국마다 자가 격리 기준이 높아 기업인의 해외 출장에 제동이 걸린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19 사태 발생 이후 중국을 방문한 글로벌 기업인은 이 부회장이 처음이다. 이 부회장 역시 올해 1월 삼성전자 브라질 마나우스 사업장을 방문한 뒤 발이 묶였기 때문에 이번 중국 방문은 100여 일 만의 첫 해외 현장경영 행보였다. 이번 출장은 ‘한중 기업인 신속통로(입국절차간소화)’ 제도를 이용했기에 가능했다. 양국 외교당국의 합의에 따라 이달부터 중국을 찾는 기업인은 출국 전후 코로나19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으면 중국 내 14일간 의무격리가 면제된다. 이 부회장뿐 아니라 시안을 찾은 진 사장, 박 사장 모두 출국 전에 코로나19 검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현지에서도, 귀국 후에도 코로나19 ‘음성’이어야 국내 자가 격리도 면할 수 있다. 이 부회장이 쉽지 않은 출장 환경 속에서 시안을 찾은 것은 글로벌 산업 생태계의 패러다임 변화와 코로나19 사태가 겹치며 위기감이 높아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929년 대공황 이후 100년 만의 위기’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삼성뿐 아니라 글로벌 기업 모두가 비상상황이다. 이 부회장은 이런 환경에서 가동 중단 없이 업무에 매진한 시안 반도체 임직원들, 어려움 속에서 시안 제2공장 증설을 위해 중국행을 자처한 엔지니어들을 격려했다. 이번 행보는 동시에 글로벌 임직원 모두에게 ‘생존과 도약을 위해서는 잠시도 머뭇거려선 안 된다’는 메시지를 던진 셈이다.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삼성의 모든 역량을 결집해도 현재의 위기를 이겨내기 쉽지 않은 현실에 대한 답답한 심경을 내비쳤다는 해석도 나온다. 한 재계 관계자는 “삼성은 현재 내우외환 상황이다. 반도체 사업마저 경고등이 켜진 가운데 검찰 수사 등으로 인한 부담이 커 미래 비전을 구체화하는 데 한계를 느낄 것”이라고 했다.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아시아가 미래자동차의 ‘심장’을 차지하는 걸 미국 유럽이 가만히 보고만 있을 것 같나요?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지난해 미래차 취재를 하던 중 한 자동차부품 기업 최고경영자(CEO)가 이런 말을 꺼냈다. 내연기관차의 심장인 엔진이 전기차에서는 리튬이온배터리다. 현재 리튬이온배터리 시장은 한국, 일본, 중국이 90% 이상 차지하고 있다. 이 CEO는 “전통의 자동차 강국들은 리튬이온배터리를 넘어선 차세대 기술에 투자하고 있다. 자존심을 지키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의 단독 회동을 지켜보며 이 대화가 떠올랐다. 한국 재계 1, 2위 기업의 수장이 만나 차세대 배터리 기술로 꼽히는 전고체배터리 연구 현황에 대해 약 3시간 동안 대화를 나눴기 때문이다. 삼성이나 현대차나 오찬 시간을 포함한 3시간 만남에 지나친 의미 부여는 어렵다며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좀처럼 사업적으로 협력하지 않던 한국의 양대 대표 대기업들이 협력에 대해 논의를 시작한 만큼 한국판 ‘미래차 어벤져스’를 만들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모으기에 충분했다. 개인적으로 기업의 ‘국적’을 따지는 게 의미 없다고 생각해왔다. 기업의 주인이 주주라면 삼성SDI나 현대차나 외국인 보유 지분이 각각 42.4%, 33.7% 수준이니 명실상부한 글로벌 기업이다. 하지만 세상이 달라져버렸다. 산업 패러다임이 변화하면서 첨단 산업이 국가 간 대항전이 된 것이다. 미래 산업을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따라 일자리가 휘둘리니 나라마다 자국 산업 육성에 팔을 걷어붙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중국이 ‘제조 2025’ 전략으로 첨단 산업 육성에 나섰고,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중심 산업 정책을 펴는 것이 대표적이다. 첨단 기술 주도권을 가진 나라가 힘과 부와 일자리를 모두 가질 수 있게 됐다. 삼성과 현대차가 논의를 시작한 배터리 시장만 봐도 국가 간 치열한 접전이 벌어지고 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지난해 말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벨기에, 폴란드, 핀란드, 스웨덴 등 7개국 배터리 연구를 위해 32억 유로(약 4조2707억 원)에 달하는 보조금을 승인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유럽은 자체적으로 반도체와 자동차 배터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근 영국 배터리 연구기관 패러데이 인스티튜트도 “미래에는 배터리 공장이 있는 곳으로 자동차 산업이 옮겨갈 것이다. 손놓고 있다간 최악의 경우 영국 내 일자리 17만 개가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 테슬라는 ‘절친’이던 일본 배터리 업체 파나소닉으로부터 독립하기 위해 자체 기술을 연구 중이고, 일본은 도요타와 파나소닉 연합이라는 막강한 팀을 탄생시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불붙은 첨단 산업 국가 대항전에 부채질까지 하고 있다. 올해 실업률 25%라는 최악의 경제 전망 속에서 대선을 치러야 하는 미국은 반도체 자급 정책을 내놓고, 중국 화웨이에 연일 공격을 퍼붓고 있다. 총칼만 안 들었지 모두가 전쟁 속에 있다. 한국 재계 1, 2위 기업의 만남 소식이 반갑게 들렸던 이유다. 김현수 산업1부 차장 kimhs@donga.com}

“과거에 발목 잡히거나 현재에 안주하면 미래는 없다. 때를 놓치면 안 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첫 해외 현장경영에 나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이같이 말하며 또다시 ‘미래’와 ‘위기’를 강조했다. 끊임없이 미래로 나아가야 변화에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18일 중국 시안(西安)에 있는 삼성 반도체 사업장을 찾은 이 부회장은 시안 제2공장 증설 현장을 살펴봤다. 방진복을 입고 가동 라인을 둘러본 뒤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영향 및 대책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는 진교영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장 사장, 박학규 반도체(DS)부문 경영지원실장 사장, 황득규 중국삼성 사장 등이 참석했다. 현장경영 때마다 “미래로 가야 한다”고 강조하며 임직원을 격려했던 이 부회장은 시안 사업장에서도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기 위해서는 다가오는 거대한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간이 없다. 때를 놓치면 안 된다”며 임직원 모두 위기감과 절박감을 가져야 한다는 뜻도 내비쳤다. 시안은 삼성의 유일한 해외 메모리 반도체 공장으로 중국 내 전략적 생산기지로 꼽힌다. 삼성은 2017년 총 150억 달러(약 18조5025억 원) 규모의 대규모 투자를 발표하고 2공장 증설을 진행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2월에도 시안 사업장을 찾기도 했다. 이 부회장의 중국 방문은 코로나19 사태 속 해외 현장 경영이라 더욱 화제를 모았다. 지금은 글로벌 항공망이 마비됐고, 각국마다 자가 격리 기준이 높아 기업인의 해외 출장에 제동이 걸린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19 사태 발생 이후 중국을 방문한 글로벌 기업인은 이 부회장이 처음이다. 이 부회장 역시 올해 2월 삼성전자 브라질 마나우스 사업장을 방문한 뒤 발이 묶였기 때문에 이번 중국 방문은 100여 일 만의 첫 해외 현장경영 행보였다. 이번 출장은 ‘한중 기업인 신속통로(입국절차간소화)’ 제도를 이용했기에 가능했다. 양국 외교당국의 합의에 따라 이달부터 중국을 찾는 기업인은 출국 전후 코로나19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으면 중국 내 14일간 의무격리가 면제된다. 이 부회장뿐 아니라 시안을 찾은 진 사장, 박 사장 모두 출국 전에 코로나19 검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현지에서도, 귀국 후에도 코로나19 ‘음성’이어야 국내 자가 격리도 면할 수 있다. 이 부회장이 쉽지 않은 출장 환경 속에서 시안을 찾은 것은 글로벌 산업 생태계의 패러다임 변화와 코로나19 사태가 겹치며 위기감이 높아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929년 대공황 이후 100년 만의 위기’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삼성뿐 아니라 글로벌 기업 모두가 비상상황이다. 이 부회장은 이런 환경에서 가동중단 없이 업무에 매진한 시안 반도체 임직원들, 어려움 속에서 시안 제2공장 증설을 위해 중국행을 자처한 엔지니어들을 격려했다. 이번 행보는 동시에 글로벌 임직원 모두에게 ‘생존과 도약을 위해서는 잠시도 머뭇거려선 안 된다’는 메시지를 던진 셈이다.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삼성의 모든 역량을 결집해도 현재의 위기를 이겨내기 쉽지 않은 현실에 대한 답답한 심경을 내비쳤다는 해석도 나온다. 한 재계 관계자는 “삼성은 현재 내우외환 상황이다. 반도체 사업마저 경고등이 켜진 가운데 검찰 수사 등으로 인한 부담이 커 미래 비전을 구체화하는 데 한계를 느낄 것”이라고 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이 중국 시안(西安) 삼성 반도체 사업장을 찾는 것으로 확인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멈췄던 해외 현장경영 행보를 재개한 것이다. 17일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첫 출장지로 삼성전자의 유일한 해외 메모리반도체 생산 공장이 있는 시안을 택했다. 이 부회장은 이날 출국해 18일 삼성 반도체 공장을 둘러볼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이 해외 출장에 나선 것은 올해 1월 설 연휴를 이용해 삼성전자 브라질 마나우스 사업장을 방문한 이후 처음이다. 코로나19 사태로 글로벌 항공망이 마비됐고, 각국의 자가 격리 기준이 높아 기업인의 해외 출장에 제동이 걸린 상태였기 때문이다. ▼ 코로나 쇼크속 ‘해외시장 지키기’… 中 삼성 반도체공장 증설 점검 ▼하지만 한중 외교당국이 기업인 ‘신속통로(입국 절차 간소화)’ 도입에 합의해, 이달부터 중국을 찾는 기업인은 출국 전후 코로나19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으면 중국 내 14일간 의무격리가 면제될 수 있게 됐다. 이 부회장도 코로나19 검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은 시안에서 총 150억 달러(약 18조4950억 원) 규모의 대규모 투자를 발표하고 2017년부터 2공장 증설을 진행하고 있다. 1단계는 올해 3월 완료해 일부 가동을 시작했고, 2단계는 내년 하반기(7∼12월) 준공될 예정이다. 시안은 메모리반도체인 낸드플래시를 만드는 유일한 삼성의 해외 생산기지로 중국 시장 공략의 전초기지로 통한다. 이 부회장이 코로나19 속 해외 출장의 적지 않은 어려움에도 시안을 찾는 것은 최근 요동치는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중국 시장 지키기에 나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2월에도 설 연휴에 시안 공장 증설 현장을 찾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낸드플래시 시장의 압도적 1위 기업이지만 최근 중국 정부의 반도체 굴기가 만만치 않다. 영국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삼성의 낸드플래시 세계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말 기준 39.5% 수준이고, 중국 업체들은 아직 그렇다 할 양산 실적조차 내놓고 있지 못하지만 꾸준히 도전장을 내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곳이 중국 칭화유니그룹 계열사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다. YMTC는 지난달 128단 3차원(3D) 낸드플래시 개발에 성공했고, 이르면 올해 말 양산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삼성은 이미 지난해 8월 양산에 들어간 기술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자국 중심의 공급망이 확대되는 추세라면 안심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라고 반도체 업계는 보고 있다. YMTC는 올해 낸드플래시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5%로 확대하겠다고 공공연히 밝힌 상태다. 이 때문에 삼성은 코로나19 사태로 시안 제2공장 증설이 지연될까 우려해 왔다. 중국이 외국인 입국 금지 조치를 내린 지난달에도 중국 정부와 협의해 삼성 엔지니어 200여 명을 전세기로 시안 2공장 증설에 투입해 증설에 속도를 냈다. 최근 미중 무역갈등이 최고조에 이른 상태에서 이 부회장의 시안 방문은 미국뿐 아니라 중국도 중요한 파트너라는 메시지를 줄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외신에 따르면 삼성은 최근 미 행정부의 반도체 자급 정책에 따라 미국 현지 공장 증설 압박을 받는 상황이다. 대만 파운드리(위탁생산) 업체 TSMC는 발 빠르게 미국에 120억 달러를 들여 공장을 세우겠다고 밝혔다. 삼성도 사실상 미국의 요청을 거절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게 반도체 업계의 관측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코로나19 사태 속 그나마 기업인 출장이 용이해 먼저 현장경영지가 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삼성은 꾸준히 미국, 중국 모두가 중요한 시장임을 강조하는 전략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김현수 kimhs@donga.com·서동일·서형석 기자}

삼성과 현대가는 1960년대부터 한국의 재계 순위 1, 2위를 다퉜지만 사업적으로 긴밀한 협력은 보기 드물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의 13일 만남이 화제가 되는 것은 삼성과 현대의 이 같은 역사 때문이기도 하다. 재계는 이병철 삼성 창업회장과 정주영 현대 창업회장 간 서먹한 관계가 불거지기 시작한 시점을 1977년으로 보고 있다. 정 회장이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에 취임한 해다. 이 회장이 중심이 됐던 전경련에 오일머니를 바탕으로 급부상한 현대그룹의 정 회장이 등장하면서 서로 껄끄러워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1980년에는 양사의 갈등이 표면화되기도 했다. 현대그룹이 당시 삼성 산하였던 ‘중앙매스컴’의 현대건설 관련 보도를 해명하겠다며 주요 일간지 1면에 대대적인 광고를 낸 것이다. 이런 갈등은 두 회장이 여러 사업에서 경쟁관계였고, 스타일이 서로 달라서 불거졌다는 해석도 나왔다. 치밀한 전략가였던 이 회장과 저돌적인 불도저 스타일이었던 정 회장의 경영 스타일이 서로 맞지 않았다는 것이다. 1985년 정 회장의 고희연에서 와병 중이던 이 회장이 백자를 선물하면서 불화설은 일단락됐다. 이후에도 삼성과 현대 각자 전략 사업인 반도체, 자동차에 서로 진출하면서 또다시 갈등이 불거지기도 했다. 삼성과 현대차의 사업적 교류는 최근까지 사실상 전무했고 2014년에는 서울 강남구 삼성동 옛 한국전력 사옥 터 입찰에서 경쟁을 벌이기도 했다. 2015년 현대산업개발(HDC) 정몽규 회장과 호텔신라 이부진 사장이 면세점 사업에 공동 진출하면서 범현대가와 삼성의 협력으로 해석된 적은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현대가의 본류인 현대차와 삼성이 차세대 배터리 개발 협력을 논의하면서 두 기업의 사업관계가 확실히 진전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초격차 기술을 갖춘 삼성, 글로벌 전기차 시장 점유율을 넓혀가고 있는 현대·기아자동차가 힘을 합치면 미래 모빌리티 분야의 확실한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 4대 그룹 한 고위 관계자는 13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의 회동을 두고 이같이 말했다. 두 부회장은 이날 관련 경영진과 함께 만나 차세대 전기차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 관련 기술 현황을 공유하고, 사업 협력 방안을 모색했다.○ 아찔한 합종연횡 벌어지는 미래차 시장 이날 삼성과 현대차는 전고체 배터리 기술 개발을 중점적으로 논의했다. 전고체 배터리는 현재 상용화된 리튬이온배터리와 비교해 안전성과 성능을 대폭 개선할 수 있는 ‘꿈의 배터리’로 불린다. 아직 양산에 성공한 기업은 없다. 글로벌 기업들은 2025년 이후 미래차의 주도권을 쥘 수 있는 기술로 전고체 배터리를 꼽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세계에서 전고체 배터리 관련 특허를 가장 많이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일본 도요타와 글로벌 1위 배터리 업체 파나소닉의 만남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지난달 자동차용 배터리 생산을 위한 합작사 ‘프라임 플래닛 에너지 앤드 솔루션스’를 설립했다. 17조 원을 투자해 2022년부터 전고체 배터리 양산에 돌입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독일 폭스바겐도 지난해 3월 전고체 배터리 개발업체 퀀텀스케이프 지분을 5% 인수한 뒤 2025년까지 양산 라인 구축을 목표로 내걸었다. 미국은 현대차, 삼성, 포드, BMW 등이 투자한 스타트업인 전고체 배터리 전문 기업 ‘솔리드 파워’ 등을 지원하며 기술기업의 덩치를 키워가고 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파나소닉은 도요타와 합작사 설립으로 강력한 협력 관계였던 미국 최대 전기차 업체 테슬라와도 멀어진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전고체 배터리를 누가 빨리 양산에 성공하느냐에 따라 미래 전기차 시장의 주도권이 뒤바뀔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정부는 ‘한국판 뉴딜’ 등을 통해 시스템반도체, 바이오헬스와 함께 미래차를 신성장동력으로 삼고 집중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삼성-현대차의 만남은 ‘반도체 이후 한국의 먹거리 찾기’ 발굴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이미 미래차, 반도체 등 첨단 산업은 국가 간 대결로 번지는 상황이다. ○ 재계 “과도한 기업 흔들기 우려” 두 부회장은 최근 “우리 사회가 보다 윤택해지게 하고 싶다”, “인류를 위한 진보를 이뤄내겠다”며 각자 미래산업 투자에 대한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특히 이 부회장은 이달 6일 ‘대국민 사과’를 발표하며 △노동3권 보장 △신사업 도전 △인재 영입 등 ‘한 차원 높게 도약하는 새로운 삼성’ 비전을 선포하기도 했다. 이날 50일 만에 공개적인 사업장 방문에 나선 것도 ‘뉴삼성 구축’을 위한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한국 기업을 둘러싼 불확실성은 여전해 자칫 미래로 나아가는 기업들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글로벌 소비 위축으로 판매가 급감하고 있는 현대차는 산업의 혈관이라 할 수 있는 부품산업이 무너질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삼성은 내우외환이 많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스마트폰이 먼저 타격을 입은 뒤 그간 굳건했던 반도체 사업조차 흔들리고 있다. 여기다 검찰 수사로 인한 경영 공백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수사를 1년 6개월 넘게 진행하는 동안 삼성의 주요 임원 100명 이상이 소환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2018년에 3년간 180조 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밝혔을 때, 2019년 시스템반도체 세계 1위 비전을 발표했을 때도 압수수색, 주요 경영진 소환 수사가 이어지기도 했다. 이 같은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고 경영진 공백이 이어지면서 삼성은 2016년 미국 전장업체인 하만 인수 이후 대규모 인수합병(M&A)이 끊긴 상태다. 한 재계 관계자는 “과거의 문제는 바로잡아야 하지만 과도한 기업 흔들기는 안 된다”며 “기업은 미래로 나아가려 하는데 계속해서 과거가 발목을 잡는다면 견딜 수 있는 기업이 별로 없다”고 말했다.김현수 kimhs@donga.com·서동일·지민구 기자}
고용노동부가 공개하려던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의 ‘작업환경 측정 결과 보고서’에 대해 법원이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삼성전자의 영업비밀이 노출될 수 있다며 일부 비공개 결정을 내렸다. 13일 수원고법 행정1부(부장판사 이광만)는 삼성전자가 “고용부의 정보 부분 공개 결정을 취소해 달라”며 중부지방고용노동청 경기지청장과 평택지청장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2018년 삼성전자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사업장에서 일하다 백혈병 등에 걸린 근로자와 근로자 유족 및 환경단체 등이 고용부에 작업환경 측정 결과 보고서를 공개해 달라고 요구했고, 고용부가 이를 받아들이면서 당시 국가 핵심 기술 노출 논란이 일었다. 삼성전자도 곧바로 비공개를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작업환경 측정 결과 보고서에는 작업장 노동자의 유해물질 노출 정도뿐 아니라 500여 개 반도체 공정의 장비 종류와 배치 등이 상세히 기술돼 있다. 삼성전자는 보고서에 영업기밀에 해당하는 핵심 공정 노하우가 들어 있고, 외부 유출 시 중국 등 후발 업체에는 큰 이익이 될 수 있다며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재판부는 “(보고서는) 공정·설비의 배치 정보, 생산 능력과 생산량 변경 추이, 공정 자동화 정도 등을 유추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어 원고의 경영·영업상 비밀사항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또 삼성전자가 근로자 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유해인자’ 등을 이미 공개하고 있다는 점도 판결의 근거로 들었다. 앞서 지난해 8월 1심 법원도 이 사건 쟁점 정보가 공개되면 삼성전자의 정당한 이익을 현저하게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재계 관계자는 “공정 배치 등은 전문가들이 오랫동안 연구해온 산물로 해외 기업에 노출돼선 안 되는 영업비밀인데 법원이 이를 인정한 것”이라고 했다.김예지 yeji@donga.com·김현수 기자}

“초격차 기술을 갖춘 삼성, 글로벌 전기차 시장 점유율을 넓혀가고 있는 현대·기아자동차가 힘을 합치면 미래 모빌리티 분야의 확실한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 4대 그룹 한 고위 관계자는 13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의 회동을 두고 이같이 말했다. 두 부회장은 이날 관련 경영진과 함께 만나 차세대 전기차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 관련 기술 현황을 공유하고, 사업 협력 방안을 모색했다. 이 관계자는 “한국을 대표하는 두 기업이 미래 전기차의 핵심 기술 개발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전방위적 협력의 첫 발을 내딛은 셈”이라고 말했다. ● 아찔한 합종연횡 벌어지는 미래차 시장 이날 삼성과 현대차는 전고체 배터리 기술 개발을 중점적으로 논의했다. 전고체 배터리는 현재 상용화된 리튬이온배터리와 비교해 안전성과 성능을 대폭 개선할 수 있는 ‘꿈의 배터리’로 불린다. 아직 양산에 성공한 기업은 없다. 글로벌 기업들은 2025년 이후 미래차의 주도권을 쥘 수 있는 기술로 전고체 배터리를 꼽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세계에서 전고체 배터리관련 특허를 가장 많이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일본 도요타와 글로벌 1위 배터리 업체 파나소닉과의 만남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지난달 자동차용 배터리 생산을 위한 합작사 ‘프라임 플래닛 에너지 앤 솔루션즈’를 설립했다. 17조 원을 투자해 2022년부터 전고체 배터리 양산에 돌입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독일 폭스바겐도 지난해 3월 전고체 배터리 개발업체 퀀텀스케이프 지분을 5% 인수한 뒤 2025년까지 양산 라인 구축을 목표로 내걸었다. 미국은 현대차, 삼성, 포드, BMW 등이 투자한 스타트업인 전고체 배터리 전문기업 ‘솔리드 파워’ 등을 지원하며 기술기업의 덩치를 키워가고 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파나소닉은 도요타와 합작사 설립으로 강력한 협력 관계였던 미국 최대 전기차 업체 테슬라와도 멀어진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전고체 배터리를 누가 빨리 양산에 성공하느냐에 따라 미래 전기차 시장의 주도권이 뒤바뀔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정부는 ‘한국판 뉴딜’ 등을 통해 시스템반도체, 바이오헬스와 함께 미래차를 신성장동력으로 삼고 집중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삼성-현대차의 만남은 ‘반도체 이후 한국의 먹거리 찾기’ 발굴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이미 미래차, 반도체 등 첨단산업은 국가 간 대결로 번지는 상황이다. ● 재계 “과도한 기업 흔들기 우려” 두 부회장은 최근 “우리 사회가 보다 윤택해지게 하고 싶다”, “인류를 위한 진보를 이뤄내겠다”며 각자 미래 산업 투자에 대한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특히 이 부회장은 이달 6일 ‘대 국민사과’를 발표하며 △노동3권 보장 △신사업 도전 △인재 영입 등 ‘한 차원 높게 도약하는 새로운 삼성’ 비전을 선포하기도 했다. 이날 50일 만에 공개적인 사업장 방문에 나선 것도 ‘뉴삼성 구축’을 위한 행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한국 기업을 둘러싼 불확실성은 여전해 자칫 미래로 나아가는 기업들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글로벌 소비위축으로 판매가 급감하고 있는 현대차는 산업의 혈관이라 할 수 있는 부품산업이 무너질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삼성은 내우외환이 많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스마트폰이 먼저 타격을 입은 뒤 그간 굳건했던 반도체 사업조차 흔들리고 있다. 여기다 검찰수사로 인한 경영공백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수사가 1년 6개월 넘게 진행하는 동안 삼성의 주요 임원 100명 이상이 소환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2018년에 3년간 180조 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밝혔을 때, 2019년 시스템반도체 세계 1위 비전을 발표했을 때도 압수수색, 주요 경영진 소환 수사가 이어지기도 했다. 이같은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고 경영진 공백이 이어지면서 삼성은 2016년 미국 전장업체인 하만 인수 이후 대규모 인수합병(M&A)이 끊긴 상태다. 한 재계 관계자는 “과거의 문제는 바로 잡아야 하지만 과도한 기업 흔들기는 안된다. 장기간에 걸친 불확실성과 경영공백을 견딜 수 있는 기업은 별로 없다”고 말했다.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서동일 기자 dong@donga.com}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13일 충남 천안 삼성SDI 사업장에서 만난다. 차세대 전기차 배터리로 꼽히는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한국 재계 1, 2위인 삼성-현대차가 맞손을 잡는 셈이다. 이날 재계에 따르면 삼성 측에서는 이 부회장을 비롯해 전영현 삼성SDI 사장, 황성우 삼성종합기술원 사장 등이 삼성SDI 천안사업장을 찾는다. 현대차그룹에서는 정 부회장과 알버트 비어만 현대·기아차 연구개발본부 사장, 서보신 상품담당 사장 등이 현장을 찾을 삼성의 전고체 배터리 기술 현황을 둘러보고 협업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재계에서는 삼성과 현대차의 만남에 주목하고 있다. 양사는 오랫동안 사업 교류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져 왔기 때문이다. 기존 전기차 사업에서도 현대차가 그동안 LG화학, SK이노베 이션 등과 주로 협력해왔다. 이런 가운데 이 부회장과 정 부회장이 만난 것은 정부가 배터리 분야를 반도체에 이어 한국의 새로운 신성장동력으로 보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전기차는 정부가 ‘한국판 뉴딜’ 산업으로 꼽고 있는 분야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3주년 특별연설에서 시스템반도체, 바이오헬스, 미래차 등 3대 신성장 산업을 더욱 강력히 육성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재계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경제가 위기에 놓인 만큼 한국 재계 1, 2위가 손을 맞잡고 미래 사업 개발에 협력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고 말했다.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서울 용산구 이태원 클럽을 다녀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각 기관이나 단체마다 2차 감염 예방에 비상이 걸렸다. 최근 삼성, 현대자동차 등 주요 대기업은 기존에 공지한 코로나19 의심증상 신고 매뉴얼에 ‘이태원 지역 방문’이나 ‘클럽 방문’을 추가했다. 삼성전자는 전 직원이 일주일에 한 번씩 응답해야 하는 모바일 문진 항목에 이태원 방문 여부를 포함하고, 자진 신고를 권고했다. LG전자도 직원들에게 문자를 보내 지난달 29일 이후 이태원 지역 방문자는 즉시 기업 상황실로 알리도록 했다. 확진자가 방문한 클럽 및 주점뿐만 아니라 인근 카페나 식당 등을 방문해도 신고하도록 했다. 이태원 방문 직원들은 코로나19 검사에서 음성이 나와야 출근할 수 있다. 현대자동차도 이태원 클럽이나 주점 등 다중이용시설을 방문한 뒤 코로나19 의심증상이 있으면 출근하지 말고 보건소에서 검사를 받으라고 공지했다. 현역 군인들이 잇달아 확진됨에 따라 국방부도 자진신고를 권고하고 나섰다. 국방부에 따르면 10일까지 장병 49명이 이태원 일대 유흥시설을 방문한 사실을 신고했다. 군은 정해진 기간 내에 신고하지 않고 이태원 방문 사실이 추후 적발되는 장병에 대해 가중처벌할 방침이다. 학교 현장도 비상이다. 전남도교육청에 따르면 지난 연휴 때 원어민 교사 27명 등 총 41명이 이태원 지역을 방문했다. 41명 중 20명은 검사에서 음성이 나왔고, 21명은 검사가 진행 중이다. 강원도교육청은 연휴 기간 원어민 교사와 외국인 대학생으로 구성된 보조교사 55명이 이태원을 찾은 것으로 파악했다. 이들은 모두 클럽에는 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강원도교육청은 이들을 격리 조치하고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방역당국도 무료 검사 범위를 이태원 유흥시설 방문자 전원으로 확대했다. 이미지 image@donga.com·김현수 / 무안=이형주 기자}

“저는 제 아이들에게 회사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을 것입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일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며 깜짝 선언했다. 이어 그는 “대한민국 국격에 어울리는 새로운 삼성을 만들겠다”고도 했다. 이날 오후 3시 짙은 남색 정장 차림으로 등장한 이 부회장은 단호한 표정으로 기자 80여 명이 기다리고 있는 서울 서초구 삼성 사옥 다목적홀 앞에 섰다. 그는 “오늘의 삼성은 글로벌 일류 기업으로 성장했다. 국민의 사랑과 관심 덕분”이라면서도 “기술과 제품은 일류라는 평가를 받지만 삼성을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히 따갑다. 시대의 변화에 둔감했다. 저의 잘못으로, 사과드린다”며 단상 옆으로 나와 고개를 숙였다. 이 부회장이 직접 대국민 사과에 나선 것은 3월 10일 삼성 준법감시위원회가 △경영권 승계 △노조 와해 논란 △준법감시위 활동과 재판 논란 등 세 가지와 관련해 이 부회장의 사과를 권고하면서다. 이 부회장은 각각의 항목에 대해 사과 말을 전하며 고개도 세 번 숙였다. 경영권 승계 논란과 관련해 이 부회장은 “더 이상 논란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며 자녀에게 경영권을 승계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어 이 부회장은 “훌륭한 인재를 모시는 것이 나에게 부여된 책임이자 사명”이라면서 “오로지 회사의 가치를 올리는 일에만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재계는 이 부회장이 준법위 권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승계 세습의 고리를 끊겠다고 선언한 것에 주목하고 있다. 무노조 경영과 관련해 이 부회장은 “삼성에서 무노조 경영이란 평가가 더 이상 나오지 않도록 노동 3권을 철저히 보장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시민사회 소통 및 준법감시위와 관련해 “외부 질책과 조언을 열린 자세로 경청하겠다. 재판이 끝나도 준법위는 독립적 위치에서 계속 활동할 것”이라고도 했다. 이 부회장은 “삼성의 오늘은 과거에는 불가능해 보이던 미래였다”며 “최근 2, 3개월 동안 전례 없는 위기 상황에서 진정한 국격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절실히 느꼈다. 기업인의 한 사람으로서 국격에 맞는 새로운 삼성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주식시장에서 삼성그룹주는 전반적으로 강세를 보였다. 지주사 역할을 하는 삼성물산이 이 부회장의 대국민 사과가 나온 직후 장중 10% 넘게 뛴 끝에 전 거래일 대비 6.61% 상승으로 마감했다. 삼성전자는 1.44% 올랐다. ▼ “성별 국적 불문하고 인재 영입… 국격 어울리는 새 삼성 만들것” ▼에버랜드 전환사채 등 거론하며 작심한듯 ‘경영 세습 불가’ 강조오너 있는 10대 그룹 중 처음… “경영권 승계 관련 새역사 열릴것”형식은 사과였지만 실질 내용은 삼성의 비전 제시였다. 6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대국민 사과문’ 발표 자리에서 승계, 노사문화, 준법경영 등 굵직한 주제에 대한 생각을 풀어낸 후 결국 ‘새로운 삼성’으로 끝을 맺었다. “최근 2, 3개월 전례 없는 위기 상황에서 진정한 국격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절실히 느꼈습니다. 목숨을 걸고 나선 의료진과 공동체를 위한 자원봉사자들, 시민들…. 기업인의 한 사람으로서 많은 것을 되돌아보게 되었고 제 어깨는 더욱 무거워졌습니다. 대한민국의 국격에 어울리는 새로운 삼성을 만들겠습니다.” 재계에서는 삼성의 반도체 시장 진출을 알린 1983년 고 이병철 회장의 ‘도쿄 선언’, 양에서 질로의 전환을 선언한 1993년 이건희 회장의 ‘신경영 선언’에 이은 이 부회장의 미래 비전 선포라는 분석도 나온다. 최고 인재가 이끄는 ‘명품 기업’을 추구하겠다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한국 기업사에서 삼성이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할 때 향후 승계, 노사문화, 준법경영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 삼성, 경영권 세습 고리 끊는다 이날 이 부회장이 작심하고 많은 시간을 할애한 것은 경영권 승계와 관련된 내용이었다. “반성하는 마음으로 삼성의 현안에 대해 솔직한 입장을 말하겠다”고 운을 뗀 이 부회장은 “그동안 저와 삼성은 승계 문제와 관련해서 많은 질책을 받았다”며 “특히 삼성에버랜드(전환사채 저가 배정·무죄 판결)와 삼성SDS(신주인수권부사채 저가발행·유죄 판결) 건에 대해 비난을 받았다. 최근에는 승계와 관련한 뇌물 혐의로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매우 강한 어조로 “분명하게 약속드린다. 이제는 경영권 승계 문제로 더 이상 논란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며 “오랫동안 생각해 왔지만 외부에 밝히는 것을 주저해 왔다. 저는 제 아이들에게 회사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을 것이다”고 선언했다. 이번 선언이 실천될 경우 삼성은 창립 82년 만에 이병철 창업회장-이건희 회장-이재용 부회장으로 이어지던 가족경영을 뒤로하고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된다. 이 부회장은 슬하에 1남(20) 1녀(16)를 두고 있다.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17.08%), 삼성SDS(9.2%), 삼성전자(0.7%), 삼성생명(0.09%) 등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이 같은 ‘파격 선언’ 배경에 대해 최고 수준의 경영만이 미래 생존을 담보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의 주업인 정보기술(IT) 시장의 룰이 급변하고, 미래를 예측할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그는 “2014년 회장님(이건희 회장)이 쓰러지고 난 뒤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며 깨닫고 배운 것이 적지 않다. 한 차원 높게 도약하는 새로운 삼성을 꿈꾸고 있다”며 “삼성은 전문성과 통찰력을 가진 최고 수준의 경영진이 필요하다. 이게 제가 가지고 있는 절박한 위기의식”이라고 강조했다. 이 부회장은 “성별, 국적을 불문하고 인재를 모셔 와야 한다. 그들이 저보다 중요한 위치에서 사업을 이끌어 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제가 그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때, 삼성은 계속 삼성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 “가족 승계 안 하겠다” 재계로 확산되나 재계에 따르면 오너가 있는 10대 그룹 가운데 경영권 승계를 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은 삼성이 처음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SK그룹이 승계 과정에서 과도기적으로 전문경영인 체제를 유지한 적이 있었고, 지난해 코오롱그룹도 이웅열 회장이 비교적 젊은 나이에 은퇴를 발표하기도 했지만 자녀 승계를 하지 않겠다고 공개 선언한 건 이 부회장이 처음”이라고 했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한국식 오너 중심 경영에서 탈피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라며 “앞으로 재계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 새로운 역사가 열릴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오너 경영이 한국 산업화에 중추적 역할을 했다는 것을 부인하긴 어렵다”면서도 “삼성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선언을 한 건 진정한 글로벌 기업으로 가겠다는 다짐”이라고 풀이했다. 사실 삼성은 이미 2018년 이사회 중심 경영을 선언하며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한 데 이어 최근에는 이사회 의장에 최초로 외부 인사인 박재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을 선임하기도 했다. 애플, 구글과 경쟁하는 글로벌 IT 기업으로서 이사회 중심의 투명한 지배구조로 경영하겠다는 의지였다. 구글은 지난해 창업자가 경영 전면에서 물러나 전문경영인에게 전권을 맡겼고, 애플 역시 2011년 스티브 잡스 작고 이후 팀 쿡 최고경영자가 이끌고 있다.김현수 kimhs@donga.com·서동일·이건혁 기자}
‘파격적’으로 평가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대국민 사과까지 삼성 최고경영진은 두 달 동안 고심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자녀에게 경영권을 승계하지 않음을 선언하겠다는 이재용 부회장의 방침에 내부에서 격론이 벌어진 것으로 전해진다. 6일 삼성에 따르면 삼성 준법감시위원회가 3월 11일 대국민 사과 권고안을 발표했을 때부터 삼성 내부적으로는 곤혹스러운 분위기가 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비상경영이 시작되자 사업을 맡고 있는 경영진이 모이기도 쉽지 않았다고 한다. 이 때문에 첫 답변 기한은 지난달 10일까지였지만 삼성 측이 이달 11일까지 이행 기간을 연장했다. 논의 과정에 이 부회장이 자녀에게 승계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밝히자 아연실색한 경영진이 적지 않았다. 삼성 내부에서는 이병철 선대 회장의 ‘반도체 선언’, 이건희 회장의 ‘신경영 선언’처럼 오너의 비전이 삼성을 있게 했다는 굳은 믿음이 있었다는 것이다. “전문경영인 체제는 미래 비전을 제시하기 어렵다” “오너 경영이 삼성을 다른 기업과 구별하게 해주는 장점”이라며 반대했다. 자칫 다른 그룹에 적잖은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반론도 있었다. 결국 발표에는 진정성을 보이고 싶다는 이 부회장의 결단이 크게 작용했다. 실제 이 부회장은 이날 기자회견 직전까지 발표문을 직접 고쳐 썼다. 그래서 “이 기회를 빌려 그동안 가져온 소회를 말하고자 한다” “2014년 (이건희) 회장이 쓰러지고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지만 큰 성과 거뒀다고 자부하기에는 어렵다” 등 솔직한 심경이 발표문에 들어가기도 했다. 이 부회장이 공식 석상에서 삼성을 대표해 기자회견을 연 것은 2015년 삼성서울병원에서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가 확산된 것에 대해 사과한 뒤로 이번이 두 번째다. 삼성 역사 전체로 보면 네 번째다. 고 이병철 삼성 창업회장이 1966년 한국비료 사카린 밀수 사건으로, 2008년 이건희 삼성 회장이 차명계좌 의혹과 관련해 사과에 나선 적이 있었다.서동일 dong@donga.com·김현수 기자}
“다시는 무노조 경영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6일 삼성의 무노조 경영 폐기를 재확인했다. 지난해 말 삼성전자와 삼성물산이 공동 입장문 형식을 통해 노조 와해 논란을 사과하며 무노조 경영 원칙 폐기를 시사한 바 있는데 삼성의 최고 수장이 이를 명확히 선언한 것이다. 이날 이 부회장은 “삼성의 노조 문제로 상처 입은 사람들에게 사과드린다”며 고개 숙였다. 이어 “삼성 에버랜드, 전자서비스 건 등으로 구성원들이 재판을 받고 있는데, 책임을 통감한다”며 “노동 3권을 철저히 보장하고 노사의 상생, 건전한 노사 문화가 정착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말 삼성물산과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와해 관련 재판 1심 판결에서 이상훈 전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이 법정 구속되는 등 26명에게 유죄가 인정된 바 있다. 당시 삼성은 “미래 지향적이고 건강한 노사 문화를 정립하겠다”고 약속했다. 1938년 창립 이래 삼성은 노조가 없어도 될 정도로 임직원의 권익과 복리를 선제적으로 보장해 주겠다며 ‘비노조 경영’ 원칙을 인사노무 철학으로 내세웠다. 한편 노동계는 이 부회장의 발언에 대해 “결국 실천이 중요하다”며 후속 조치를 요구했다.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재취업을 준비하는 중장년 구직자 10명 중 6명은 6개월 이상 장기실업 상태에 놓여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5일 전국경제인연합회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는 40세 이상 중장년 구직자 268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한 결과 6개월 이상 장기 구직 중이라고 응답한 구직자가 57.8%로 나타났다며 이같이 밝혔다. 뒤이어 ‘3∼6개월’(26.5%), ‘3개월 미만’(15.7%) 순이었다. 또 재취업 시 ‘본인이 그간 경험한 주 직종을 유지하겠다’는 응답이 60.8%, ‘직종을 변경해서 재취업하겠다’는 응답이 39.2%로 나타났다. 직종을 변경하려는 이유로는 ‘연령제한 등으로 주 직종 취업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한 응답자가 43.7%로 가장 많았다. 중장년 구직자들의 재취업 희망 임금은 평균 월 244만 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이들의 퇴직 시 임금 월 315만 원의 77% 수준이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전인 작년 12월 조사된 희망임금 252만 원보다 8만 원 적은 액수다. 박철한 전경련중소기업협력센터 소장은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경기 불황으로 말미암아 장기 실업자 증가가 우려되고 있다”며 “중장년 구직자들은 직종 변경이나 임금에 대한 눈높이 조정으로 적극적으로 재취업 자구 노력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