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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가 7일 오전 발표할 검찰 고위 간부 인사에서는 대검찰청 내 주요 보직 부장 중 이정수 기조부장을 제외한 모든 검사장급 이상 부장을 전보 조치하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른바 ‘1·8대학살’ 인사에 이어 다시 대검 참모진을 대거 교체함에 따라 윤석열 검찰총장이 더 고립될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는 조남관 현 법무부 검찰국장(사법연수원 24기)을 고검장급인 대검 차장 검사에 보임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 구본선 대검 차장검사(23기)는 광주고검장으로 자리를 옮긴다. 또 심재철 대검 반부패강력부장(27기)은 법무부 검찰국장으로, 김관정 대검 형사부장은 서울동부지검장(26기)으로 자리를 옮긴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23기)은 유임된다.장관석기자 jks@donga.com황성호기자 hsh0330@donga.com}

“검찰의 정치적 중립은 검찰총장을 비롯한 모든 검사가 ‘확고한 소신’ 아래 구체적 사건 처리에 ‘공정성’을 잃지 않음으로써 확보될 수 있다.”(97헌마26 전원재판부) 헌법재판소는 1997년 7월 검찰청법 조항에 대한 위헌 확인 사건에서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확보와 관련해 소신과 공정성이라는 키워드를 제시했다. 헌재는 당시 검찰총장 퇴임 후 공직 임명을 전면 제한한 조항이 위헌이라고 판정하면서 검사가 현직에 있는 동안 소신과 공정성을 지킬 수 있도록 제도적 환경을 만드는 게 보다 근본적인 해법이라고 판단했다. 당시 헌재는 ‘법무부 장관은 구체적 사건에 대해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할 수 있다’는 검찰청법 8조에 대해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위한 제도적 장치”라며 필요성을 인정했다. 검찰의 중립성을 위해 검사의 소신과 공정성이 어떤 기술적 장치보다 더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판례로 해석되어 왔다. 그로부터 23년이 흐른 지난달 27일, 법무부 산하 법무·검찰개혁위원회는 검찰청법 전면 개정을 권고했다. 검찰총장의 구체적 수사지휘권을 폐지하고 법무부 장관이 각급 고등검사장을 서면으로 지휘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개혁위 안이 검찰의 중립성을 강화할 것인지 아니면 총장을 껍데기만 남겨 두는 ‘총장 무력화’ 방안인지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검찰주의’ 타파 vs ‘방파제’ 총장 무력화개혁위 발표에는 검찰총장의 권한을 분산시켜야 한다며 ‘검찰주의’와 ‘제왕적 검찰총장’이라고 표현한 대목이 눈에 띈다. 개혁위는 “내부 비위와 부패는 눈감고 조직 이익을 최우선시하는 검찰주의가 조직 내 깊숙이 자리했다”며 “구체적 수사지휘권이 제왕적 검찰총장의 발단이며 선택, 표적, 과잉, 별건수사 폐해 논란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수사 등 지난해 단행된 일련의 검찰 수사가 범죄 척결이 아닌 검찰 조직을 보호하기 위해 착수됐으며 검찰권도 과잉 행사됐다는 여권의 정서에 기반해 있다. 검찰청법 8조는 장관의 지휘감독권을 일정 부분 제약하지만 1949년 제정 이래 단 한 번도 빠진 적이 없는 핵심 조항이다. 법무부 장관이 지휘계통상 검찰의 최고 감독권자라는 점을 인정하되 검찰 중립성 훼손을 우려해 구체적 사건은 검찰총장만 지휘하도록 한 이중의 보호 장치다. 입법부는 이 조항이 검찰권 행사의 독립성 확보에 방점이 찍혀 있다고 해석해 왔다. 강정구 동국대 교수 불구속 수사 파동 이듬해인 2006년 9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임인규 수석전문위원)가 작성한 보고서에는 “검찰총장은 법무부 장관의 부당한 간섭이나 압력에 대한 방파제 역할을 하고, 법무부 장관도 검찰총장에게 저지를 받을 수 있는 수사지휘를 스스로 자제하라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정상명 전 검찰총장은 2005년 11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법무부 장관이 구체적 사건의 지휘를 할 때는 상당히 신중하고 자제했다. 원만한 논의로 (장관의) 서면 지시 이전에 해결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천정배 전 법무부 장관이 2005년 강 교수의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에 대해 불구속 수사 지휘를 내린 게 헌정 사상 첫 수사지휘권 발동이었다. 권고안이 검찰총장의 권한 분산에 치중한 나머지 어렵게 쌓아 온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의 긴장과 존중 관계를 허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차장검사 출신인 형사법 전문가 이완규 변호사는 “검찰총장의 권한을 분산한다면서 법무부 장관이 총장의 권한을 가져가는 건 총장을 허수아비로 만들고 제왕적 장관을 만들겠다는 뜻”이라고 비판했다. 대한변호사협회도 “검찰총장 권한 분산의 취지는 공감하지만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도 추구해야 할 이상(理想)”이라고 지적했다.○ 한때 검찰총장 중 절반 법무부 장관에 임명개혁위는 검찰총장을 제왕적 인물로 상정했지만 현대사를 돌이켜보면 검찰총장이 정치적 외풍에 휩쓸렸던 사례가 적지 않다. 검찰이 ‘정권의 시녀’로 기능하며 정적 제거의 수단으로 악용되는 일도 많았다. 권승렬 초대 검찰총장과 김태정 28대 검찰총장을 비롯해 1948년 5월부터 1999년 12월까지 역임한 역대 검찰총장 29명 중 거의 절반인 14명이 퇴직 후 법무부 장관에 임명됐다. “역대 총장들이 집권자와 ‘여당 편들기’에 급급했다”(조승형 전 헌법재판관)는 지적이 나올 정도였다. 총장 임기제도는 1986년 부천서 권인숙 성고문 사건, 1987년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거치며 검찰의 독립성을 보장하라는 목소리가 거세진 1988년 12월에야 명문화됐다. “검찰총장이 권력의 외압 없이 실체적 진실을 규명할 수 있게 해주자”는 논리였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의원 시절 공동 발의했던 검찰청법에도 총장 임기제가 반영돼 있다. 그 당시 검찰총장의 행정부 예속은 노골적이었다. 1981년 12월 전두환 대통령이 이른바 ‘저질 연탄 사건’ 수사를 문제 삼으며 새로 임명한 정치근 검찰총장의 취임사에는 “위로는 대통령 각하의 뜻을 받들고 장관님을 정점으로 일한다”는 표현까지 나왔다. 총장 임기제 도입 후에도 검찰의 독립성이 담보된 것은 아니었다. 임기제 후 임명된 총장 22명 중 사임 형식으로 하차한 총장이 13명에 이른다. 첫 임기제 총장인 김기춘 전 검찰총장은 문익환 목사의 방북을 계기로 공안정국을 만들며 당시 노태우 정부의 눈치를 봤다는 비판을 받았다. 김 전 총장은 임기를 마치고 5개월 뒤 법무부 장관으로 기용됐다. 검찰총장이 정권에 흔들려 왔던 ‘흑역사’를 고려하면 법무부 장관이 직접 고검장을 지휘하도록 한 개혁위 권고안은 검찰의 중립성을 확보하려 했던 그동안의 입법적 노력과 역행하는 측면이 있다. 한 전직 총장은 “총장은 여기가 ‘마지막 자리’라는 마음으로 일하지만 매년 한두 번씩 장관의 인사 명령을 받아야 하는 고검장이 장관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수사한다는 건 어불성설에 가깝다”고 했다. ○ 검사 인사 ‘총장-장관-청와대’ 균형 깨지나권고안에서 검찰총장이 검사 보직에 대한 의견을 법무부 장관이 아닌 검찰인사위원회에 서면으로 제출하라고 한 대목도 강금실 법무부 장관과 송광수 검찰총장 간 충돌 후 제정된 검찰청법 34조를 후퇴시킨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조항은 검찰 인사를 대통령이 하되 권한을 제한하고자 장관이 제청하도록 하고, 장관은 총장 의견을 듣게끔 해 장관 권한도 견제한 규정이다. 한 전직 검찰총장은 “검찰총장이 정치적 외풍에서 조직을 보호할 수 있는 장치를 모두 빼앗아 버리는 격”이라고 말했다. 검찰총장의 검찰 인사 의견 제시권은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 검찰총장, 법무부 장관의 친소 및 역학관계나 당시 정치적 맥락에 따라 관철되는 정도가 각기 달랐다. 법무부 장관과 민정수석이 모두 검찰 출신인 때는 자장면으로 끼니를 때우며 허심탄회하게 인사를 논의하기도 했다. 윤석열 총장도 여권의 절대적 지지를 받던 지난해는 검사장 인사와 중간간부 인사에서 자기 의사를 거의 관철시켰다. 측근 대부분이 대검과 서울중앙지검 핵심 보직에 올랐다. 하지만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 등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 이후 단행된 이른바 ‘1·8대학살’ 인사를 기점으로 윤 총장은 검사 인사판에서 철저히 배제됐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윤 총장의 반발에 “(윤 총장이) 내 명(命)을 거역한 것”이라는 말을 남겼다. 여당은 검찰총장의 인사 의견 제시권을 삭제하는 검찰청법 개정안까지 발의했다. 검찰총장과 정부의 관계가 최근 드라마틱하게 변화한 것은 지난 1년 사이에 생긴 일이다. 검찰은 보수 정부 적폐 사건 수사를 할 때만 해도 법무부와 청와대의 절대적 지원을 받았다. 지금처럼 ‘검찰총장’의 제왕적 권한을 비판하고 손보는 움직임도 없었다. 찬사가 쏟아졌다. 그러나 검찰이 현 집권세력을 겨누자 검찰총장의 위상과 권한을 약화시키는 조치가 일사불란하게 가동됐다. 개혁위 권고도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강조보다는 검찰총장을 무력화하는 추가 방편에 불과하다는 시선이 나오는 건 이런 사정에서다. 장관급 예우를 받는 검찰총장을 차관급으로 격하하는 법안까지 발의됐다. 한 검찰 관계자는 “일반적인 상황이었다면 윤 총장이 100번도 더 사표를 썼을 것”이라며 “그나마 더 노골적으로 검찰을 무력화하지 못하게 그가 버티는 것 같다”고 했다. 윤 총장의 지난해 7월 제43대 검찰총장 취임사에는 “저는 국민과 함께하는 자세로 힘차게 걸어가는 여러분의 ‘정당한 소신’을 끝까지 지켜드릴 것을 약속합니다”라는 대목이 있다. 이 정당한 소신은 훗날 23년 전 헌재가 말한 검사의 ‘확고한 소신’으로 기록될까, 아니면 권고위 말처럼 ‘검찰주의’로 치부될까. 검찰에선 “검찰이 정권의 충견이길 거부하자 돌아온 건 가혹한 철퇴뿐”이라는 불만이 감돈다. 검찰청법 개정을 둘러싼 여권과 윤 총장의 행보에 관심이 계속될 듯하다. 장관석 사회부 기자 jks@donga.com}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사건과 관련해 검찰의 위증교사 의혹에 대한 검찰 내부 조사가 일단락됐다. 검찰은 당시 수사팀이 금품 공여자였던 고 한만호 씨의 동료 재소자들에게 한 전 총리에게 불리한 증언을 하도록 강요했다는 의혹을 조사해왔다. 서울중앙지검은 21일 “인권감독관실 조사팀이 10일 ‘한 전 총리 사건 관련 의혹 조사 경과’를 대검찰청에 보고하고 활동을 종료했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검은 한 씨 동료 재소자들의 주장에 신빙성이 없거나 떨어진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한 씨의 동료 수감자였던 최모 씨는 올 4월 “검찰 수사 과정에서 허위 증언을 암기시키고 증거를 조작하는 등 부조리가 있었다”며 재조사를 요구하는 진정을 법무부에 냈다. 대검은 지난달 1일 서울중앙지검에 사건을 배당했다. 인권감독관실은 최 씨와 김모 씨 등 동료 재소자를 직접 조사했다. 한 전 총리 사건 수사와 재판을 맡은 검사, 수사관들도 출석 또는 서면 조사했다. 검사들은 재소자 진술을 듣고 당시 작성했던 수사보고서 원본을 증거 자료로 제출했다. 대검은 판사 출신인 한동수 감찰부장을 비롯한 감찰부 차원의 조사 결과를 종합해 결론을 내릴 계획이다. 한만호 씨의 또 다른 동료 수감자인 한모 씨가 감찰을 요청했던 사건은 대검 감찰부가 조사를 벌이고 있다. 황성호 hsh0330@donga.com·장관석 기자}
프랑스 브랜드인 에르메스 가방 디자인을 차용해 눈알 모양의 장식을 추가했더라도 에르메스의 성과를 도용한 부정경쟁이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9일 에르메스코리아 등이 “이른바 ‘눈알 가방’으로 불리는 플레이노모어 제품이 에르메스의 ‘버킨백’, ‘켈리백’ 디자인을 모방했다”며 낸 부정경쟁행위 금지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패소한 2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앞서 에르메스 한국지사와 프랑스 본사는 2017년 “플레이노모어 가방이 켈리백, 버킨백과 유사하게 만들어 혼동을 유발해 경제적 이익을 침해당했다”며 소송을 냈다. 대법원 관계자는 “유명 브랜드 디자인을 그대로 이용한 후 창작적 도안을 더한 행위도 성과물 도용의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사례”라고 설명했다.장관석 기자 jks@donga.com}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기소의 타당성을 판단해 달라며 소집을 요청한 대검찰청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26일 수사 중단과 불기소 의견을 검찰 수사팀에 권고했다. 검찰이 19개월 동안 삼성바이오로직스 관련 의혹을 수사했지만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된 데 이어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수사심의위가 기소 사안이 아니라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수사심의위는 이날 오전 10시 30분경 회의를 시작해 약 9시간 만인 오후 7시 40분경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의혹과 관련해 이 부회장 등에 대한 수사를 멈추고, 기소하지 말라는 심의의견서를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부장검사 이복현)에 보냈다. 위원장인 양창수 전 대법관의 회피 신청으로 위원장 권한대행을 맡은 김재봉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장을 제외한 심의위원 13명이 표결에 참여했고, 10명가량이 수사 중단과 불기소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교수와 변호사, 회계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심의위원들이 전현직 검찰 특수통들이 주장한 법리 중 이 부회장 측의 손을 들어준 것은 약 19개월 동안 수사에도 불구하고 이 부회장의 혐의가 충분히 소명되지 않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삼성그룹 입장에선 2016년 ‘국정농단’ 사건 특검 이후 5년째 이어진 검찰 수사가 사실상 마무리되게 됐다. 이 부회장의 변호인단은 “심의위원들의 결정을 존중한다. 삼성과 이 부회장에게 기업활동에 전념해 현재의 위기 상황을 극복할 기회를 주신 데 대하여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검찰은 “지금까지의 수사 결과와 수사심의위 의견을 종합해 최종 처분을 검토할 예정”이라는 입장문을 내놨다. 수사심의위가 큰 표차로 불기소를 결정한 만큼 수사팀이 이 부회장 등에 대한 기소를 강행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수사심의위의 결론은 강제력이 없이 수사팀에서 ‘존중’하도록 돼 있지만 검찰은 앞서 열린 총 8차례의 수사심의위의 결과를 모두 받아들였다.황성호 hsh0330@donga.com·장관석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검찰 수사를 두고 대검찰청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26일 수사 중단과 불기소 처분을 의결한 것은 1년 7개월간 진행된 검찰 수사가 균형감과 적정성을 잃었다고 판단했다는 의미다. 검찰이 이 부회장에 대해 청구한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됐고, 외부전문가로부터 구성된 수사심의위의 불기소 권고까지 받았다. 검찰은 결국 수사를 중단하고, 이 부회장을 기소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10명가량 수사 중단과 불기소 의견에 동의 26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 15층 회의실에는 이 부회장에 대한 수사심의위원으로 위촉된 각계 전문가 15명 중 14명의 위원이 참석해 9시간 동안 검찰 수사의 적절성과 기소 타당성을 논의했다. 수사심의위원들은 양측이 제출한 기록 검토와 프레젠테이션을 듣고, 이 부회장에 대한 수사 계속 여부와 기소 여부를 놓고 표결을 했다. 표결에는 위원장 권한대행을 맡은 김재봉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장을 제외한 13명이 참여했는데, 수사 중단과 불기소 의견에 10명가량의 심의위원이 동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양측 의견이 팽팽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수사 중단과 불기소 의견이 절반을 훌쩍 넘긴 것이다. 수사심의위는 예정된 시간을 넘긴 오후 7시 50분경 불기소 권고 보도자료를 통해 “과반수 찬성으로 이 부회장, 김종중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전략팀장, 피의자 삼성물산 주식회사에 대한 수사 중단 및 불기소 의견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중대범죄 뒷받침할 법리와 사실관계 불명확”수사심의위의 최대 쟁점은 이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를 위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을 불법적으로 합병하고,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를 부풀렸다는 검찰의 수사 내용이 근거가 있는지였다. 수사심의위원들은 이 부회장과 검찰 측 50쪽 분량의 의견서를 자세히 검토한 뒤 양측으로부터 각각 30분가량의 프레젠테이션(PT)을 받았다. 주임 검사인 이복현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장(48·사법연수원 32기), 이 부회장 대면조사를 담당한 최재훈 부부장검사(45·34기), 수사팀에 파견된 의정부지검 김영철 부장(47·33기) 등이 심의위원들 앞에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당시 부정한 행위들이 있었고, 여기에 이 부회장이 깊숙이 관여했다”고 주장했지만 설득에 실패했다. 이 부회장 측은 김기동 전 부산지검장(21기)과 이동열 전 서울서부지검장(22기)을 비롯한 대표적 특수통들이 변호인으로 출석했다. 이 부회장 측은 “검찰은 이 부회장이 시세 조종과 사기적 부정거래 등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라는 중대 범죄를 적용했다”면서 “하지만 법리와 사실 관계가 명확하지 않다. 만약 법원에서 무죄를 받게 되면 국가 사회적으로 누가 책임질 수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이에 법학 교수와 회계 전문가, 변호사, 시민단체 등으로 구성된 심의위원들 다수는 검찰 측 주장보다는 이 부회장 측 주장이 더 설득력이 있다고 판단했다. 한 심의위원은 “이 부회장이 지시하거나 보고받지 않았을 개연성이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옛 미래전략실 보고서 등을 통해 이 부회장이 관여했다고 주장했지만 심의위원들이 그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이 때문에 “19개월 동안 삼성을 향한 검찰 수사에 외부전문가들이 사실상 경고 카드를 던진 것”이라는 말이 법조계에서 나왔다. 검찰 수사의 적정성을 놓고 검찰 안팎에서 책임론이 불거질 수 있다.○ 충격받은 檢, 기소 여부 일정 일단 연기9일 구속영장이 기각된 검찰은 26일 사활을 걸고 수사심의위를 준비한 만큼 큰 충격을 받은 분위기다. 검찰은 수사심의위가 끝나고 2시간 뒤에야 “지금까지의 수사 결과와 수사심의위 의견을 종합해 최종 처분을 검토할 예정”이라는 짤막한 입장문을 공개했다. 이 부회장 등의 기소 여부를 놓고 검찰로선 셈법이 한층 더 복잡해졌다. 검찰은 수사심의위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 강제조항이 아니기 때문에 검찰이 수사심의위의 권고사항을 반드시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검찰이 불기소 권고를 외면하고 기소를 강행했다가 자칫 무죄가 선고될 경우 검찰 조직이 안게 되는 부담과 후폭풍은 상상하기 어렵다. 검찰이 과거 8차례나 수사심의위 권고를 100% 따랐는데, 이 부회장에 대한 권고만 거부하는 것도 부담스럽다. 만약 기소를 밀어붙이면 ‘검찰 스스로 만든 수사심의위 제도를 무력화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당초 이 부회장을 기소하는 방침으로 이 사건의 처분 방향을 굳히고 있던 검찰은 예정했던 기소 여부 결정 시점을 연기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황성호 hsh0330@donga.com·장관석 기자}
검찰이 5000억 원대 ‘환매 중단’ 가능성이 제기된 옵티머스자산운용 본사와 펀드 판매사인 NH투자증권 등 총 18곳을 압수수색하며 강제 수사에 착수했다. 25일 검찰과 금융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조사1부(부장검사 오현철)는 이날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있는 옵티머스자산운용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펀드 관련 서류와 하드디스크 등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옵티머스자산운용 측이 공공기관 매출 채권에 투자한다며 수천억 원을 투자받은 뒤 실제로는 자신들과 관련이 있는 회사나 사모사채에 투자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사문서 위조 등) 등을 적용했다. 검찰은 특히 옵티머스 펀드를 판매한 증권회사와 감독기관이 관리 감독 의무를 다했는지 살펴보려는 차원에서 이날 펀드 판매사인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도 압수수색해 펀드 판매 계약서 등을 압수했다. 검찰은 압수수색영장을 토대로 금융감독원과 한국예탁결제원에서도 관련 자료를 넘겨받았다. 검찰 관계자는 “펀드 판매사의 주의 의무, 감독 기관의 책임 여부도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장관석 기자 jks@donga.com}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 인보사케이주(인보사)의 상장 사기 의혹 등을 수사 중인 검찰이 이웅열 전 코오롱그룹 회장(63)에 대해 구속영장을 25일 청구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부장검사 이창수)는 이 전 회장에 대해 약사법 위반,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와 시세조종, 사기, 배임증재 등의 혐의로 이날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앞서 검찰은 이 전 회장을 18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16시간가량 조사한 뒤 이튿날 새벽 돌려보냈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이 전 회장은 코오롱생명과학이 2017년 11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인보사에 대한 임상 시험 중단 명령(Clinical Hold Letter)을 받은 사실을 숨긴 채 증권 신고서를 작성해 2000억 원 상당의 청약대금을 납입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2017년 7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은 인보사는 지난해 3월 주성분 중 하나가 종양을 유발할 우려가 있는 세포라는 의혹이 제기돼 유통·판매가 중지됐다. 이 전 회장 측은 “국민께 심려를 끼쳐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 일련의 상황은 오해에서 비롯됐다”며 “오해는 반드시 해소될 것이라 믿는다. 법원의 현명한 판단을 기다리겠다”고 했다.황성호 hsh0330@donga.com·장관석 기자}

한명숙 전 국무총리 사건의 참고인 조사 배당을 둘러싼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범여권 인사들이 연일 윤 총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보수야권과 검찰은 여권의 윤 총장 찍어내기가 본격화됐다고 보고 ‘윤 총장 지키기’ 모드로 각을 세우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비례연합정당인 더불어시민당 공동대표를 지낸 우희종 서울대 교수는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윤 총장을 윤석열 씨라고 지칭하며 “이번 총선에서 집권당이 과반을 넘는 일방적 결과는 윤 씨에게 빨리 거취를 정하라는 국민 목소리”라며 사퇴를 압박했다. 우 교수는 “눈치가 없는 것인지, 불필요한 자존심인지 뻔한 상황”이라며 “이제 어찌할 거냐”고 물었다. 전날(19일) 설훈 민주당 최고위원은 “나라면 물러나겠다”며 “임기 보장과 상관없이 (법무부 장관과의) 갈등이 이렇게 일어나면 물러나는 것이 상책”이라고 했다. 황희석 열린민주당 최고위원도 20일 페이스북에 한 전 총리 사건에 대해 “검사들의 모의 위증교사 사건”이라며 “(재소자들이) 위증을 하도록 검사들이 교사하고 집체훈련을 실시해 유죄 판결을 이끌어냈다”고 주장했다. 그는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에 대한 검찰의 수사를 “울산시장 선거 개입 ‘조작 시도’ 사건”이라고 명명한 뒤 사건 담당 검사의 실명을 거론하며 “선거 개입을 억지로 끼워 맞추려고 지금도 애쓰는 중으로 검사에 대한 감찰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여야 간 검찰청법 개정안 발의 경쟁도 이어질 예정이다. 신동근 민주당 의원은 검찰총장 업무권한에서 감찰업무를 제외시키는 내용을 담은 ‘검찰청법 개정안’을 발의한다고 밝혔다. 신 의원은 19일 라디오에서 “감찰부가 독립적으로 업무수행을 하도록 한 대검 훈령과 검찰총장에게 지휘감독권을 준 검찰청법이 충돌하는 문제가 개선되지 않으면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가 계속 반복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맞서 미래통합당은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하는 내용의 검찰청법 개정안을 22일 발의하기로 했다. 법무부 장관이 구체적 사건에 관여할 수 없도록 하겠다는 취지로, 통합당 의원 50여 명이 개정안에 서명했다. 통합당은 20일 논평에서 “‘권력의 눈치를 보지 말라’고 임명한 윤 총장에게 정부 여당은 ‘권력의 눈치를 보라’고 노골적으로 요구하고 있다”며 “177석, 감당할 수 없는 권력에 도취돼 있다”고 주장했다. 원희룡 제주지사도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윤석열 제거 시나리오가 가시화되고 있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윤 총장을 신임하든지 해임하든지 결정하라”고 주장했다. 원 지사는 “대통령의 침묵은 시나리오의 묵인인가, 지시인가”라며 “내 편 아니면 모두 적이라는 잔인한 공격성으로 국가의 공공성을 유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검찰은 여권의 압박에 대해 정면 대응은 삼가면서도 “임기가 정해져 있는 검찰총장을 거대 여당이 흔들고 있다”며 부글부글하는 분위기다. 한 검찰 관계자는 “여당에서 총장의 거취를 거론하는 건 ‘살아있는 권력’도 비리가 있으면 수사하라던 대통령의 말과도 배치된다”고 지적했다.김지현 jhk85@donga.com·장관석·김준일 기자}

한명숙 전 총리 사건의 참고인 조사 배당을 둘러싼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범여권 인사들이 연일 윤 총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보수야권과 검찰은 여권의 윤 총장 찍어내기가 본격화됐다고 보고 ‘윤 총장 지키기’ 모드로 각을 세우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비례연합정당인 더불어시민당 공동대표를 지낸 우희종 서울대 교수는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윤 총장을 윤석열 씨라고 지칭하며 “이번 총선에서 집권당이 과반을 넘는 일방적 결과는 윤 씨에게 빨리 거취를 정하라는 국민 목소리”라며 사퇴를 압박했다. 우 교수는 “눈치가 없는 것인지, 불필요한 자존심인지 뻔한 상황”이라며 “이제 어찌할 거냐”고 물었다. 전날(19일) 설훈 민주당 최고위원은 “나라면 물러나겠다”며 “임기 보장과 상관없이 (법무부 장관과의) 갈등이 이렇게 일어나면 물러나는 것이 상책”이라고 했다. 황희석 열린민주당 최고위원도 20일 페이스북에 한 전 총리 사건에 대해 “검사들의 모의 위증교사 사건”이라며 “(재소자들이) 위증을 하도록 검사들이 교사하고 집체훈련을 실시해 유죄판결을 이끌어냈다”고 주장했다. 그는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에 대한 검찰의 수사를 “울산시장 선거 개입 ‘조작 시도’ 사건”이라고 명명한 뒤 사건 담당 검사의 실명을 거론하며 “선거개입을 억지로 끼워 맞추려고 지금도 애쓰는 중으로 검사에 대한 감찰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여야 간 검찰청법 개정안 발의 경쟁도 이어질 예정이다. 신동근 민주당 의원은 검찰총장 업무권한에서 감찰업무를 제외시키는 내용을 담은 ‘검찰청법 개정안’을 발의한다고 밝혔다. 신 의원은 19일 라디오에서 “감찰부가 독립적으로 업무수행을 하도록 한 대검 훈령과 검찰총장에 지휘감독권을 준 검찰청법이 충돌하는 문제가 개선되지 않으면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가 계속 반복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맞서 미래통합당은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하는 내용의 검찰청법 개정안을 22일 발의하기로 했다. 법무부 장관이 구체적 사건에 관여할 수 없도록 하겠다는 취지로, 통합당 의원 50여 명이 개정안에 서명했다. 통합당은 20일 논평에서 “‘권력의 눈치를 보지 말라’고 임명한 윤 총장에게 정부 여당은 ‘권력의 눈치를 보라’고 노골적으로 요구하고 있다”며 “177석, 감당할 수 없는 권력에 도취돼 있다”고 주장했다. 원희룡 제주지사도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윤석열 제거 시나리오가 가시화되고 있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윤 총장을 신임하든지 해임하든지 결정하라”고 주장했다. 원 지사는 “대통령의 침묵은 시나리오의 묵인인가, 지시인가”라며 “내편 아니면 모두 적이라는 잔인한 공격성으로 국가의 공공성을 유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검찰은 여권의 압박에 대해 정면대응은 삼가면서도 “임기가 정해져 있는 검찰총장을 거대 여당이 흔들고 있다”며 부글부글하는 분위기다. 한 검찰 관계자는 “여당에서 총장의 거취를 거론하는 건 ‘살아있는 권력’도 비리가 있으면 수사하라던 대통령의 말과도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장관석 기자 jks@donga.com}
“본 사안의 중대성, 지금까지 확보된 증거자료 등에 비추어 법원의 기각 결정을 아쉽게 받아들임. 다만, 영장 재판 결과와 무관하게 검찰은 법과 원칙에 따라 향후 수사에 만전을 기할 예정임.” 9일 오전 2시경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는 소식을 들은 검찰은 이 같은 내용으로 74자(字) 분량의 짤막한 반응을 내놨다. 검찰이 그동안 다른 주요 사건에서 피의자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됐을 때 썼던 ‘납득할 수 없는 결정’ ‘영장 재청구 검토’ 등의 표현은 담기지 않았다. 하지만 “법과 원칙에 따라 향후 수사에 만전을 기할 예정”이라고 밝혀 이 부회장에 대한 수사는 앞으로도 철저히 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검찰의 이 같은 반응 수위는 재계 1위 글로벌 기업 삼성을 상대로 한 1년 7개월간의 수사를 두고 검찰 안팎에서 제기된 비판을 수사팀이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두고서는 검찰 내부에서도 의견차가 있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검찰 내에서는 구속영장이 기각될 것이라는 의견이 비교적 우세했던것 같다”면서도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았다가는 세월이 지나 ‘봐주기 수사’나 ‘직무유기’ 논란에 휩싸일 수 있어 법원의 판단을 받아보려 한 것 같다”고 말했다.배석준 eulius@donga.com·장관석 기자}

“아쉽게 받아들인다.” 9일 오전 2시경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는 소식을 들은 검찰은 이런 내용이 포함된 74자(字) 분량의 짤막한 반응을 내놨다. 서울중앙지검은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에 대해 “본 사안의 중대성, 지금까지 확보된 증거자료 등에 비춰 법원의 기각 결정을 아쉽게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검찰이 그동안 다른 주요 사건에서 피의자 구속영장이 기각됐을 때 썼던 ‘납득할 수 없는 결정’, ‘영장 재청구 검토’ 등의 표현은 담기지 않았다. 하지만 “영장 재판 결과와 무관하게 검찰은 법과 원칙에 따라 향후 수사에 만전을 기할 예정”이라고 해 이 부회장에 대한 수사는 앞으로도 철저히 수사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검찰의 이같은 반응 수위는 재계 1위 글로벌 기업 삼성을 상대로 한 1년 7개월간의 수사를 두고 검찰 안팎에서 제기된 비판을 수사팀이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두고서는 검찰 내부에서도 의견 차이가 있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검찰 내에서는 구속영장이 기각될 거라는 의견이 비교적 우세했던 것 같다”면서도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았다가는 세월이 지나 ‘봐주기 수사’나 ‘직무유기’ 논란에 휩싸일 수 있어 법원의 판단을 받아보려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영장 기각 결정을 나쁘게 해석할 필요는 없다는 수사팀 기류도 감지된다. 서울중앙지법 원정숙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밝힌 기각 사유에 ‘기본적 사실관계는 소명됐다’, ‘피의자들의 책임 유무는 재판 과정에서 충분한 공방과 심리를 거쳐 결정하는 게 타당하다’는 내용이 포함된 만큼 격한 반응을 보일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배석준 기자 eulius@donga.com장관석 기자 jks@donga.com}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기소 여부를 학계와 시민단체 등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대검찰청의 검찰수사심의위원회(수사심의위)에 넘길지가 11일 결정된다. 서울중앙지검은 11일 부의심의위원회를 열어 이 부회장 사건의 수사심의위 부의 여부를 논의한다고 8일 밝혔다. 앞서 이 부회장과 김종중 전 미래전략실 사장 측 변호인이 2일 기소 타당성을 검찰 수사팀이 아닌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수사심의위에서 판단해 달라며 회의 소집 신청서를 낸 데 따른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심의에 필요한 의견서를 작성해 제출해 달라고 검찰 수사팀과 이 부회장 변호인 측에 요청했다”고 말했다. 수사심의위는 검찰 수사의 중립성과 객관성을 보장하고, 검찰 기소권 남용을 견제하려는 취지로 2018년 1월부터 검찰 자체 개혁 방안으로 도입된 제도다. 수사심의위 운영지침에 따르면 사건 관계인이 수사심의위 소집을 요청하면 관할 검찰시민위원 중 무작위로 15명을 뽑아 부의심의위원회를 꾸린다. 과반수 찬성으로 부의가 결정되면 대검 수사심의위는 안건을 심의해야 한다. 제도 도입 이후 수십 건의 신청 중 수사심의위의 최종 판단을 받은 사례는 기아자동차 노조의 파업 업무방해 피소 사건 등 8건뿐이었다. 다만 수사심의위가 내리는 기소 여부 판단은 ‘권고적 효력’만 있을 뿐 검찰 수사팀이 해당 결정을 반드시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이 부회장 측이 수사심의위 소집 요청 이틀 만에 검찰이 이 부회장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구속영장 발부 여부가 수사심의위 결정에도 영향을 끼치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법조계 관계자는 “수사심의위 소집 이틀 후 검찰이 곧바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수사심의 설치의 취지를 저해한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박상준 speakup@donga.com·장관석 기자}

“○○○ 검사님은 어디로 인사 발령이 나셨는지….”(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 “(한 전 대표를 외면하며) 인터넷 검색해 보면 다 나와요.”(검사)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사흘 뒤인 2011년 11월 3일 서울중앙지법의 엘리베이터 안에서는 검사의 냉랭함이 그대로 느껴졌다. 한 전 대표가 “저 때문에 한 전 총리가 누명을 썼다”며 검찰에서 했던 진술을 법정에서 번복하는 바람에 재판에서 완패한 충격이 채 가시지 않은 듯했다. 이들이 엘리베이터 안에서 마주친 건 한 전 대표의 위증 사건 재판 직후다. 검게 염색한 머리가 이날따라 반들거리던 한 전 대표는 재판 때 돋보기안경을 고쳐 쓰며 기록을 살폈다. 재판 후 검사에게 “A 검사님 인사 발령이 났던데”라며 말을 붙였다. 비좁은 엘리베이터를 함께 탄 뒤 검사 인사 소식을 재차 묻다가 급기야 면박을 당했다. 한 전 대표는 검사들에게 스스럼없이 말을 붙이고 반응을 살폈다. 이후 한 전 총리는 2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2015년 8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한 전 총리의 유죄를 확정했다. 세간의 관심에서 멀어진 한 전 대표는 2018년 세상을 떠났다. 그의 사망 사실도 뒤늦게 알려졌다. 그렇게 다 끝난 줄로만 알았다.○ 되살아난 9억 원 수수 사건 한 전 총리의 불법 정치자금 9억 원 수수 사건을 둘러싼 진상조사와 재심 여론의 파장이 만만치 않다. 177석 거대 여당 대표, 원내대표는 물론이고 검찰 사무의 감독권자인 추미애 법무부 장관까지 가세해 ‘친노(친노무현) 대모(代母)’ 격인 한 전 총리 사건의 진상조사와 재심 여론에 힘을 싣고 있다. 수감 중인 최모 씨 등이 “수사 검사가 한 전 총리에게 불리한 증언을 강요했다”며 제기한 진정 사건은 이미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에 배당됐다. 최 씨는 “검찰에 협조하자 검사들이 공판검사와 소통해 다른 사건의 구형량을 낮춰주는 등 각종 편의를 봐줬다”고 주장했다. 최 씨는 사기 사건으로 복역 중이던 한 전 대표의 감방 동료였다. 그는 법정에서 “그러신 분이 한 전 총리에게 대놓고 욕을 했느냐, ‘나이 먹고 돈만 밝히는 사람’이라고 내게 그러지 않았느냐”며 진술을 번복한 한 전 대표를 몰아세우기도 했었다. 검찰은 그때와는 달라진 최 씨의 진술을 듣고 당시 수사 라인을 조사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한 전 총리에게 불리한 법정 증언을 강요하고 그 대가로 수감 중인 이들에게 편익을 제공해 준 의혹(모해위증교사, 직권남용)을 살펴보게 된다. 진상조사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한 전 총리 사건 수사 가능성을 저울질해 보는 점검용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그런데 이미 2015년 8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한 전 총리가 17대 대선후보 경선 비용 명목으로 2007년 3차례에 걸쳐 9억 원을 받은 혐의 중 3억 원(1차 수수)은 전원일치로 유죄로 확정했다. 6억 원(2, 3차 수수)은 다수 의견과 반대 의견으로 나뉘었지만 역시 유죄가 확정됐다. 한 전 대표의 위증 사건도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인 2017년 5월 17일 유죄와 징역 2년이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한 전 대표의 위증 사건은 최강욱 변호사(현 열린민주당 대표)가 변호를 맡았었다.○ 진술 회유 의혹 재수사 단초 될까 검찰 수사 과정에 대한 의심은 대법관 5명(이인복, 이상훈, 김용덕, 박보영, 김소영)의 반대 의견에서도 엿보인다. 이들은 “한 전 대표는 2010년 3월 31일 서울구치소 이감, 4월 1일 조사 후 증인신문 기일(2010년 12월 20일)까지 70회 이상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검사가 한 전 대표의 진술이 번복되지 않도록 부적절하게 애쓴 흔적이 역력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한 전 대표가 직접 “검사님들이 강압적이지 않고 자유스러운 분위기에서 조사받게 해준 것에 대해 더욱 죄송하다”고 한 법정 진술이 있어 강압 회유 논란은 입증이 쉽지 않다. 한 전 대표가 작성한 ‘비망록’은 검찰이 압수해 재판의 증거로 제출했고 이미 법원 판단을 받았다. 최 씨의 폭로 배경이나 무고 전력도 논란이다. 이미 당시 수사팀은 “재소자들의 터무니없는 일방적 주장”이라고 일축한 상태다. 수사팀에선 수감 중이던 한 전 대표가 검찰 수사가 시작되기 5개월도 전인 2009년 11월 27일 구치소 접견에서 모친에게 “한 전 총리에게 3억 원을 줬다”고 한 사실이 이 사건의 ‘스모킹 건’ 역할을 했다고 본다. 실체적 진실이 수사와 판결로 규명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것이다. 한 전 대표는 진술을 번복하면서 9억 원의 용처를 최초와 다르게 진술했는데, 이에 대해선 검찰과 법원이 모두 허위 사실을 진술했다고 결론을 냈다. 더욱이 한 전 총리의 7급 비서 김모 씨는 한 전 대표 측에서 법인카드, 그랜저 승용차, 사무실 운영비 명목으로 매달 1000만 원, 지방 유세용 버스 등을 지원받았다. 녹취록에서 한 전 대표의 모친은 “김 씨하고 총리 그런 ○ 같은 ○들 만나서 얘기 확고하게 해. 아주. 뭐 뒤돌아볼 것도 없어. 그냥 자를 것 잘라야지”라고 말했다. 이어 “왜 한 달에 1000만 원씩 주고서 우리가 고통을 당해”라고도 했다. 모친이 “김 씨에게는 어떻게 해야 될까”라고 묻자 한 전 대표는 “제가 나가서 잡아야 돼요. 여기서는 안 돼”라고 했다. 한 전 대표 측이 발행한 수표 1억 원을 한 전 총리의 여동생이 전세자금으로 사용한 금융기록도 결정적인 증거가 됐다. 여동생 한모 씨 등은 “김 씨에게 빌린 뒤 수표 4장으로 갚았다”고 주장했으나 대법원은 “종전까지 아무런 거래도 없던 사이로 보인다. 진술의 신빙성이 없다”며 기각했다. 한신건영 경리부장 정모 씨가 작성한 이른바 ‘B장부’, 채권 회수 목록 세부 자료에는 한 전 총리를 뜻하는 ‘한’, ‘의원’ 등이 기재됐다. 정 씨는 “‘은팔찌 차고 안 차고는 너 하기 나름이다’라며 한 전 대표가 주의를 줬다”고 증언했다. 채권 회수 목록에 기재된 하나은행 지점장이 대출 알선 명목으로 2억 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돼 징역 1년이 확정될 정도로 장부에 기재된 내용의 신뢰도는 높다고 평가받았다.○ 확정 판결 재심 거론…“재심 어려울 듯” 일선 법관들은 “현재 상태로는 재심 사유로 보기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 형사소송법 제420조는 ‘원판결에서 증거로 쓰인 증언, 감정 등이 확정 판결에 의해 허위인 것이 증명된 때’, ‘유죄 선고를 받은 자의 무죄를 인정할 명백한 증거가 새로 발견됐을 때’, ‘원판결에 관여한 판검사들이 직무와 관련해 죄를 범해 유죄가 확정된 경우’ 등을 재심 사유로 정해 놓았다. 확정 판결에 대한 여권의 비판이 던진 파장은 커지고 있다. 분쟁과 갈등의 최종 해결장이라 불리는 전원합의체 판결을 불신하는 분위기가 조성된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조재연 법원행정처장은 “의혹 제기만으로 과거의 재판이 잘못됐다는 식으로 비칠까 염려된다”고 했다. 검찰은 유죄가 확정된 사건 기록에서 검사의 위법 과실을 확인하는 작업에 나서야 할 형편이다. 검찰 관계자는 “금품 공여자 진술을 객관적 증거와 비교, 대조하는 수사 기법은 경찰이나 앞으로 출범할 공수처도 비슷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라며 “강압 수사 주장만 하면 모두 ‘실패한 수사’라는 낙인이 찍히는 것이냐”고 말했다.○ “검찰 개혁 연장선” 과거의 검찰 특별수사 관행을 되돌아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 사건 수사가 한 전 총리가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에게서 5만 달러를 받은 혐의로 기소된 사건의 무죄가 유력해진 상황에서 시작된 점을 두고 검찰의 ‘표적 수사’, ‘오기 수사’라는 논란이 제기됐었기 때문이다. 여권에선 “검찰의 수사 관행을 되돌아볼 필요는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 전 총리는 2015년 8월 20일 유죄 확정 판결 직후 “지난 6년간 검찰의 표적·기획 수사와 정치적 기소로 죄 없는 피고인으로 살아야만 했다”며 “검찰은 (대한통운 사장 관련) 1차 사건의 1심 무죄 판결이 선고되기 하루 전날 또다시 별건을 조작해 (한 전 대표 관련) 2차 정치적 기소를 자행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한 전 대표는 “검찰이 변호사 질문 피하는 법, 자금 제공 횟수, 통화 횟수 관련 증언을 훈련시켰다. 자신이 없으니 계속 그렇게 시킨 것 아니냐”, “옛날처럼 쥐어박고 때리고 하는 것만 강압 수사냐”고 주장했다. 여권의 거듭된 강공 드라이브를 검찰 개혁의 연장선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갓 개원한 21대 국회에서도 각종 검찰 개혁 법안 통과에 필요한 동력을 유지하기 위해 여권이 한 전 총리 사건의 재조사 카드를 꺼내들었다는 것이다.장관석 jks@donga.com·황성호 기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올 7월 15일 출범을 앞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수사 대상에 대해 “검찰이 권력과 유착해 제대로 수사하지 못했다거나 제 식구 감싸기식의 축소 수사를 한 사건이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선 검찰과 달리 독립기관인 공수처를 지휘할 아무런 권한이 없는 법무부 장관이 공수처 수사 대상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한 것이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추 장관은 29일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검사가 권력에 유착해 사법 정의를 세우지 못했거나, 조직 내부의 큰 사건을 감추고 축소한 것들에 대한 반성적 입장에서 공수처가 탄생한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공수처 1호 사건’의 수사 대상에 대해 “특정 개인의 문제로만 하면 (공수처) 출발부터 취지가 논란에 빠질 수 있어 바람직하지 않다”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윤석열 검찰총장 (가족) 관련 의혹이 1호 사건이 될 수 있느냐’는 진행자의 물음에 “성역은 없다고 생각하시면 된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이어 “(누군가가 수사 대상으로) 적합지 않다는 말은 제가 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라면서 “모든 공직자는 퇴직 후에도 (공수처 수사 대상의) 적용을 받아 부패를 예방하는 효과도 있다”고 했다. 이런 추 장관의 발언은 28일 공수처 설치 목적에 대해 “(공수처가) 검찰 견제 수단으로만 부각되고 있다”, “원래 뜻은 대통령 주변 측근의 권력형 비리를 막자는 취지”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과도 결이 다르다. 검찰에서는 “추 장관 발언에 여권의 본심이 녹아 들어있는 것 같다”는 말이 나왔다. 법조계에는 대검찰청 감찰 라인 일각에서 7월 공수처 출범 후 이첩할 검사 비위 의혹 첩보를 수집·가공 중이라는 얘기가 계속 나오고 있다. 추 장관은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유죄를 확정한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9억 원 수수 사건에 대해 재조사가 필요하다는 기존 방침을 재확인했다. 그는 “사건이 기획되고, 이를 위해 증인을 불러내어 말을 맞추었다는 고백이 담긴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의) 비망록이 1200쪽에 달한다”며 “적어도 이런 문제가 제기됐다면 검찰 조직을 지휘하는 제 입장에서는 예외 없이 조사는 해봐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1조6000억 원대의 환매 중단 사태를 일으킨 뒤 도피했다가 붙잡힌 라임자산운용(라임) 이종필 전 부사장(42·수감 중)이 ‘라임에 대한 금융감독원 검사, 라임의 펀드상품 판매와 관련해 정관계 인사와 연락한 적이 있다’는 취지로 언급한 정황이 포착됐다. 여권 인사와 야당 국회의원을 통해 금융권 고위 인사의 힘을 빌리려 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18일 동아일보가 라임과 금융권 관계자 여러 명을 접촉한 결과 도피 중이던 이 전 부사장은 “라임 사태가 불거진 뒤 금감원 검사와 관련한 부탁을 하기 위해 여당 소속 한 자치단체장의 정무 라인인 A 씨에게 연락한 적이 있다”고 측근들에게 말했다. 여권 인맥이 두꺼운 A 씨의 힘을 빌려 사태 수습을 시도한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검찰도 도피 중이던 이 전 부사장과 측근을 추적할 당시 이들의 휴대전화 착·발신 기록 등을 통해 이 같은 단서를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부사장은 또 라임의 펀드상품 판매를 늘리는 과정에서 야당 소속 B 의원에게 부탁한 일도 언급했다고 한다. B 의원을 통해 우리금융지주 고위 관계자에게 라임 펀드 매출을 높일 수 있게 편의를 봐달라고 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라임으로부터 투자를 받은 회사가 검찰 간부 출신 변호사 C 씨와 계약한 뒤 C 씨에게 돈을 보낸 일도 있다고 한다. 당시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는 이 회사와 C 씨 간 계약에 대해 “(계약의 실제 목적은) 라임 펀드 판매 증진을 위해 힘을 써달라는 취지였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환매가 중단된 라임 펀드를 판매한 은행과 증권사 19곳 중 판매액(3577억 원)이 가장 많았던 곳이다. 라임과 관련된 로비 의혹을 추적할 단서가 드러남에 따라 검찰이 이 전 부사장, 라임의 ‘뒷배’로 불리는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46·수감 중)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할 가능성도 있다.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조상원)는 이 전 부사장을 코스닥 상장사 리드로부터 펀드 자금 투자에 대한 리베이트 명목으로 명품 시계 등을 받은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수재)로 먼저 기소한 상태다.고도예 yea@donga.com·배석준·장관석 기자}
항암 치료제 개발 업체인 신라젠에 대규모 투자를 했던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의 이철 전 대표(55)가 신라젠에서 빌린 50억 원을 VIK의 수익금으로 돌려막기 한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은 신라젠과 VIK의 자금 거래 전반을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10일 이 전 대표의 판결문 등에 따르면 VIK 직원 김모 씨는 “2014년 11월 VIK 6호(관광에이전트) 투자자에게 140억 원대 수익금을 지급했는데, 이는 다른 종목의 투자금으로 들어온 돈을 전용한 것”이라고 진술했다. VIK의 또 다른 직원 이모 씨는 “신라젠으로부터 차용한 50억 원과 블루사이드 2차, 로커스 등의 투자 명목으로 모은 투자금이 VIK 6호의 수익금 지급에 사용됐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고수익을 보장한다면서 투자자 3만 명으로부터 7000억 원가량을 불법 모금한 혐의(자본시장법 위반) 등으로 징역 12년이 확정됐다. VIK는 2013년부터 신라젠에 450억여 원을 투자하고 매각해 수백억 원대 차익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VIK는 2014년 1월 관광을 목적으로 방문하는 중국 VIP 고객관리 사업에 투자하면 9개월 뒤 18% 확정 수익을 지급하는 조건으로 총 124억 원을 끌어모았다. 하지만 수익금 지급 시기가 도래하자 다른 후속 투자 종목을 만들어 투자금을 모집한 뒤 이를 마치 실현 수익인 것처럼 속인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돌려막기를 하지 않으면 사업을 지속할 수 없음에도 거의 모든 투자 종목에서 원금과 목표수익을 반환받을 수 있다는 거짓 믿음을 유발 내지 강화한 전형적 금융 사기”라고 비판했다. VIK의 공격적 영업 방식으로 개미투자자들의 손실은 더 커졌다. VIK는 영업사원 95% 이상을 보험사 출신으로 채운 뒤 유치한 투자금의 최대 8.5%를 수당으로 지급했다. 투자자들에게는 원금 보장을 언급하면서 18∼35%의 높은 목표수익률을 제시했다. 신라젠의 미공개 정보 이용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1부(부장검사 서정식)는 신라젠의 이용한 전 대표이사(56), 곽병학 전 감사(56)에 대해 9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 전 대표 등은 항암 치료제인 ‘펙사벡’의 임상 실험이 중단된다는 사실을 미리 알고 보유 주식을 팔아 손실을 최소화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고도예 yea@donga.com·장관석 기자}

미성년자 성착취 동영상 제작물을 유포한 혐의로 구속된 텔레그램 ‘박사방’의 운영자 조주빈(25)이 텔레그램으로 손석희 JTBC 대표이사에게 접촉한 뒤 “가족을 살해할 수 있다”고 협박해 1000만 원가량을 뜯어낸 사실이 확인됐다. 조주빈은 또 윤장현 전 광주시장에게도 “항소심이 억울하게 진행되는 것 같다. 억울함을 풀어주겠다”며 접근한 것으로 알려졌다. ‘N번방’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 등에 따르면 조주빈은 지난해 손 대표에게 텔레그램으로 연락해 “김웅 전 기자로부터 사주를 받았다. 김웅이 ‘손 대표 가족에게 린치를 가해 달라’고 부탁해왔다”는 취지로 손 대표를 협박했다. 협박은 주로 손 대표의 가족을 향했다고 한다. 당시 김 전 기자는 손 대표와 분쟁을 빚고 있던 사이였다. 조주빈은 손 대표에게 자신을 흥신소 사장이라고 소개하면서 텔레그램을 통해 접근했다. 이어 “김 전 기자가 손 대표와 가족들을 상대로 위해를 가하기 위해 행동책을 찾고 있고 이를 위해 나에게 접근했다”고 손 대표를 속였다. 손 대표 측은 수 차례에 걸쳐 총 1000만 원가량을 조주빈 측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김 전 기자는 손 대표의 가족을 협박하기 위해 조주빈에게 사주한 일이 없는 것으로 경찰 조사결과 드러났다. 조주빈은 또 윤 전 시장을 상대로 “억울함을 풀어주겠다”고 접근했다. 윤 전 시장 측 관계자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조주빈이 윤 전 시장에게 방송에 출연해 누명을 벗을 수 있도록 해주겠다고 사기를 쳤다”고 했다. 윤 전 시장은 2018년 6·13지방선거를 앞두고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를 사칭한 50대 여성에게 속아 4억5000만 원을 건넨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기소돼 항소심 재판을 받고 있었다. 25일 조주빈은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기 전 “손석희 사장, 윤장현 시장, 김웅 기자 등 저에게 피해를 입은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 멈출 수 없었던 악마의 삶을 멈춰주셔서 정말 감사하다”고 했다. 조주빈 사건을 넘겨받은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은 검사 9명 등 21명 규모의 ‘디지털 성범죄 특별수사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대대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최근 “이번 사건과 같은 인권유린 범죄는 우리 모두에 대한 반문명적, 반사회적 범죄라는 인식을 갖고 검찰의 모든 역량을 집중해 다각적이고 근본적인 대응 방안을 강구하라”고 지시했다.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장관석 기자 jks@donga.com}

헤지펀드 운용사 라임자산운용(라임)의 펀드운용 및 판매 사기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투자 받은 기업에서 20억 원 이상의 리베이트를 수수한 혐의로 이종필 전 라임 부사장(42·수배 중)을 수사 중인 것으로 18일 확인됐다. 검찰은 이 전 부사장이 기업으로부터 받은 금품을 라임이 운용하는 자산 규모를 키우기 위한 로비에 썼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사용처를 수사 중이다. ○ “고급 핸드백에 현금 담아 전달”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코스닥 상장사 리드는 2017년 3월부터 2018년 5월까지 라임으로부터 537억여 원, 라임 펀드 판매사인 KB증권과 신한금융투자로부터 각각 57억여 원, 50억여 원 등 모두 644억 원가량을 투자받았다. 리드 부회장인 박모 씨(43·수감 중)는 검찰에서 투자를 받는 대가로 이 전 부사장 등에게20억∼30억 원의 금품을 건넸다고 진술했다. 박 씨는 회사에 투자금이 들어올 때마다 이 전 부사장 측에 수수료 명목으로 금품을 건넸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씨는 차명계좌를 통해 돈을 전달하기도 했지만 현금 1억 원을 쇼핑백에 담아 직접 전달한 적도 있다고 검찰에 진술했다. 박 씨는 검찰에서 “‘이 전 부사장과 (또 다른 기관투자가인) 신한금융투자 과장 심모 씨(수배 중)가 돈을 일정 비율로 나눠 갖는다’고 들었다”며 “돈을 건넨 뒤 한번은 술자리에서 이 전 부사장을 만났는데 ‘고맙다’고 하더라”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씨는 이 전 부사장과 심 씨에게 고가의 여성 핸드백과 고급 시계도 직접 건넸다고 한다. 백화점에서 샤넬 가방 4개와 IWC 시계 2개를 사서 이 전 부사장과 심 씨에게 줬다는 것이다. 시계 구입에 7200만 원가량을 썼다는 게 박 씨의 주장이다. 이 전 부사장과 심 씨는 자신들이 원하는 브랜드를 사진으로 찍어 박 씨 측에 전달하기도 했다. 박 씨는 “이 전 부사장이 ‘직원들과 함께 쓴다’고 했는데 실제로 현금이나 핸드백, 시계 등을 어디에 사용했는지는 알지 못한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리드 측이 임차한 벤츠 차량을 이 전 부사장이 타고 다닌 사실도 확인했다. 지난해 11월 15일 자신에 대한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하루 앞두고 잠적한 이 전 부사장은 현재까지 행방이 확인되지 않고 있다. 라임은 지난해 10월 고객 투자금을 돌려주지 못하게 됐다며 펀드환매 연기를 발표해 개인투자자들이 이 전 부사장을 사기 혐의 등으로 고소한 상태다.○ 다른 상장사 5, 6곳도 라임 측에 금품 제공 검찰은 이 전 부사장 등의 금품수수 정황을 박 씨의 횡령 혐의를 수사하던 과정에서 포착했다. 박 씨는 회삿돈 830억 원을 빼돌린 혐의로 지난해 10월 구속 기소돼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검찰은 횡령 자금 중 상당액이 이 전 부사장 등에게 흘러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투자를 받는 대가로 이 전 부사장 등에게 금품을 건넸다’고 하는 코스닥 상장사가 5, 6곳 더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이 같은 진술을 라임에서 투자를 받은 상장사 관계자들로부터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기관 임직원이 투자를 대가로 투자를 받는 기업에서 1억 원 이상의 금품을 받으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수재)에 따라 최대 무기징역형까지 처해질 수 있다. 디스플레이 장비 전문업체인 리드는 새 경영진이 취임하고 약 세 달 뒤인 2017년 1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주식과 전환사채 1200억 원어치를 발행했는데 이는 자본금의 17배가 넘는 액수다. 자본금이 70억 원 규모이던 이 회사는 새 경영진이 들어서기 전까지는 기관투자를 받은 적이 거의 없다. 검찰은 라임이 리드에 거액을 투자해 주는 대가로 이 전 부사장이 금품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고도예 yea@donga.com·배석준·장관석 기자}

“국장님, 말씀하신 대로 자료 만들어 보냅니다. 출력물은 어떻게 드릴까요.” 2018년 1월 울산시 A 과장이 당시 송철호 울산시장 후보 캠프에 있던 송병기 전 울산시 경제부시장에게 내부 문서를 촬영해 전송하며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다. 공소장에 따르면 송 전 부시장은 과거 울산시 교통건설국장 시절 부하 직원으로 함께 근무했던 후배들과 만든 ‘9인회’ 모임을 통해 2017년 8월경부터 지방선거 직전까지 울산시 내부 문건을 빼내 선거 공약 수립, 후보자 토론회 준비 자료, 공격 논리 마련 등에 활용했다. 송 전 부시장은 특히 ‘울산 길천 일반산업단지’와 ‘울산 하이테크밸리 일반산업단지’ 자료에서 김기현 전 울산시장 측과 유착 의혹이 있던 A 씨가 일부 필지를 분양받은 사실을 파악한 뒤 승려 등을 통해 특혜 분양과 환경 파괴 의혹을 제기하게 했다. 송 전 부시장은 울산시 공무원들을 통해 당시 현직이던 김 전 시장의 공약 이행 상황, 울산시 주요 사업 진행 경과 자료 등을 이메일로 넘겨받았다. 이를테면 후배에게 “이번 주부터 계속 시 주간·월간 업무보고 자료 좀 보내줄래. sbg○○○○5@naver.com” “시에서 부처별 대통령 업무보고서 종합한 것 있는가, 있으면 받아 보려고”라고 보내는 식이다. 그러면 후배들은 송 전 부시장에게 울산시 ‘100대 국정과제’ 연계 실행사업 발굴, 3차원(3D) 프린터 연구센터(ARMC) 유치 등 부서별 중점 계획을 이메일로 보냈다. 이는 2018년 4월 23일까지 총 8회에 걸쳐 이뤄졌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