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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 회사 종업원 2000명 가운데 90% 이상이 스마트폰을 사용합니다. 17년 전만 해도 상상도 못한 일이죠.” 의류제조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김한용 주베트남 한국상공인연합회 회장이 자신이 처음 베트남에 온 2002년과 비교할 때 지금 베트남은 완전히 다른 나라라 해도 될 정도라고 했다. 2011년 베트남에 온 김강욱 DB손해보험 베트남 법인장은 이 나라의 발전상을 건물 높이로 체감하고 있었다. 2011년 처음 호찌민에 왔을 때 최고층 아파트가 8층이었지만 지금은 50층, 60층짜리 마천루가 시내 곳곳에 들어서 있다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응우옌푸쫑 베트남 국가주석을 만나 “베트남은 (북한에) 일어날 수 있는 좋은 본보기”라고 말했다. 40여 년 전만 해도 적국으로 전쟁을 치렀던 베트남을 새로운 경제발전의 모델로 제시한 셈이다. 28일 북-미 정상회담이 합의 없이 끝났지만 앞으로도 북-미가 베트남식 경제개발 모델을 카드로 협상을 이어갈 가능성이 여전히 높다. ○ 개혁·개방으로 해외투자 유치한 베트남 1985년 베트남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약 230달러에 불과했다. 1975년 베트남전이 끝난 뒤 사회주의 계획경제를 시도한 베트남은 주민 반발에다 가뭄이 겹치면서 고통을 받았다. 결국 베트남은 1986년 베트남어로 쇄신이라는 뜻인 ‘도이머이’ 정책을 앞세워 개혁·개방에 나섰다. 외국인 투자법을 제정해 외국 자본 유치에 팔을 걷어붙인 것. 1989년에는 전력, 교통 등 일부 품목을 제외한 대부분의 상품 가격이 시장에서 결정되도록 하고 배급제도 폐지했다. 경제 발전이 본격화한 것은 1994년 미국이 베트남 경제제재를 해제하고, 1995년 양국 국교가 정상화하면서부터다. 베트남이 싼 노동력으로 만든 제품을 수출하면서 해외 자본이 본격적으로 베트남에 투자를 하기 시작했다. 한국 기업들이 베트남에 적극 진출하기 시작한 것도 이 무렵이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지난해 베트남의 1인당 GDP는 2790달러로 개방 전의 12배 수준으로 늘었다.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7.1%에 이른다. 임강택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베트남의 경제 발전은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통해 국제시장 질서에 편입하면서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며 북한도 미국과의 적대적 관계를 청산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 “‘도이머이’는 북한이 참고할 모델 중 하나” 김강욱 법인장은 “베트남 현지인들은 ‘만약 북한이 개방되면 한국 기업들이 베트남 대신 북한으로 옮겨가는 것 아니냐’는 얘기를 종종 한다”고 전했다. 그만큼 베트남에서도 북한의 현재 경제 상황과 개방 전 베트남의 상황을 비슷하게 보고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베트남식 ‘도이머이’ 모델을 북한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을지는 단정하기 어렵다. 1980년대 베트남은 농업 종사자가 전체 국민의 80%에 이르고 산업 분야에서 농·어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40%인 농업 국가였다. 이 때문에 농업 부문에 시장경제를 도입하는 것만으로도 생산성이 크게 증대돼 또 다른 경제발전의 원동력이 될 수 있었다. 농민들이 도시로 유입돼 저렴한 노동력의 원천이 되기도 했다. 반면 북한은 농업 비중이 20∼30% 수준이다. 이미 상당히 산업화가 진행된 경제구조인 셈이다. 베트남이 전쟁이 끝난 지 불과 10년 뒤 개방을 시도했던 반면 북한은 사회주의 경제 시스템을 수십 년째 유지하고 있다. 최근 경제제재로 해외 무역이나 원조가 거의 끊기다시피 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의 현 경제 상황이 1980년대 붕괴 직전의 동유럽 공산국가와 유사하다고 보기도 한다. 다만 북한이 베트남과 중국의 개혁·개방 모델을 참고하고 있다는 흔적은 곳곳에 나타난다. 북한은 2016년 ‘우리식 경제관리 방법’을 시행하며 농업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농업 분야에서 자율성을 강조하는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했다. 국경과 해안 지역을 망라한 22개 경제개발구를 지정하기도 했다. 이해정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도 외자 유치가 경제 성장을 위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는 증거”라며 베트남과 중국의 개방 정책을 북한이 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 김정은 독재체제가 경협 걸림돌 향후 북한이 외자를 원활하게 유치할 수 있을지는 북한의 정치 안정에 달려 있다는 전망도 있다. 1인 독재체제로 권력을 세습해온 북한과 달리 베트남은 국가주석, 공산당 제1서기, 총리 등을 중심으로 하는 집단 지도체제다. 일단 개방하면 이를 되돌리기 쉽지 않은 베트남과 달리 북한은 김 위원장의 입지가 흔들릴 경우 정책 방향이 뒤집힐 수도 있다. 베트남 현지 법인에서 최근까지 근무한 기업 관계자는 “베트남 정부는 해외 기업의 노하우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점점 더 적극적인 개방 정책을 펴고 있다”며 북한이 경제 발전을 원한다면 이런 개방 정책을 지속적으로 펼쳐 해외투자자와 기업에 신뢰를 얻는 것이 우선이라고 했다. 이종규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김정은은 집권 이후 경제개발특구, 대외무역 다각화, 해외투자 유치 등을 추진했지만 핵개발을 포기하지 않으면서 성과를 낼 수 없었다”고 진단했다. 세종=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반도체 수출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9년 10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전체 수출도 3개월 연속 줄었다. 비상이 걸린 정부는 당장 4일에 수출 지원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월 수출 실적은 395억60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1.1% 감소했다. 지난해 12월(―1.2%), 올해 1월(―5.8%)에 이어 감소 폭이 점점 확대되고 있다. 수출이 3개월 이상 연속 감소한 것은 2015년 1월부터 2016년 7월까지 19개월 연속 수출이 감소한 후 처음이다. 2월 무역수지 흑자는 31억 달러로 85개월 연속 흑자를 이어갔지만 흑자 폭이 지난해 월평균(59억 달러)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품목별로는 반도체 수출이 24.8% 줄어 2009년 4월(―26.2%) 이후 감소 폭이 가장 컸다. 반도체 수출의 감소 폭 역시 지난해 12월(―8.3%), 올해 1월(―23.3%)에 이어 계속 확대되는 추세다. 반도체 수출이 급감한 것은 글로벌 시장의 공급 과잉으로 단가가 크게 하락했기 때문이다. 이달 D램 반도체 가격은 1년 전보다 37.6% 하락했고, 낸드플래시 메모리도 25.4% 떨어졌다. 수출 효자 품목이었던 석유화학(―14.3%), 석유제품(―14%)의 수출도 감소했다. 수요가 둔화하는 상황에서 미국 셰일가스 물량이 유입되는 등 공급이 증가함에 따라 수출 단가가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별로는 미중 무역분쟁과 글로벌 경기 악화 등으로 대(對)중국 수출이 17.4% 감소했다. 4개월 연속 감소세다. 유럽연합(EU) 국가들에 대한 수출도 8.5%나 줄었다. 지난달 EU 집행위원회가 역내 성장률 전망치를 1.9%에서 1.3%로 크게 내리는 등 최근 유럽도 경기 둔화 조짐이 뚜렷하다. 정부의 움직임은 바빠지고 있다. 산업부는 지난달부터 ‘수출활력촉진단’ ‘수출통상대응반’을 구성해 현장 방문 등에 나서고 있다. 또 4일에는 수출 채권의 조기 현금화, 수출 계약을 기반으로 한 특별보증 등 각종 금융 지원을 골자로 한 수출활력 제고 대책도 발표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최근 수출 악화가 중국의 경제 둔화, 반도체 단가 하락 등 외부 요인이 절대적이기 때문에 이 같은 정부 대책이 당장 큰 효과를 발휘하진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한국을 포함한 중국 미국 독일 등 세계 수출 상위 10개국의 수출 실적은 일제히 감소했다. 보호무역주의 확대와 글로벌 경기 하강 등의 요인으로 국가 간 교역 자체가 줄어들고 있다는 뜻이다. 내수 시장이 크지 않은 한국으로서는 위기 상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소영 서울대 교수는 “정부 대책은 수년간 계속돼 온 보호무역 흐름과 글로벌 교역량 감소세에 대응하기엔 역부족”이라며 “새로운 주력 산업 발굴 등 경제 체질 개선을 위한 장기 대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세종=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제 2차 북미정상회담 일정이 시작되면서 세계 언론의 주목을 일제히 받은 베트남 유치원이 있다. 바로 ‘베트남-북한 우정유치원’이다. 이 유치원에는 김일성 북한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이름을 딴 ‘김일성반’ ‘김정일반’이 있다. 1978년 북한의 지원으로 설립된 이 유치원은 한때 ‘혈맹’으로 불렸던 북한과 베트남의 관계를 보여주는 장소다. 양측은 1950년 국교를 수립했다. 호치민 주석과 김일성 주석이 상대국을 교환방문하는 등 당과 국가 차원의 연대 외교를 했다. 공산주의자이면서 민족주의자인 호치민과 김일성의 정치적 입장이나 성향이 비슷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두 나라가 ‘혈맹’ 관계가 된 것은 1960년부터 1975년까지 미국과 베트남이 치른 베트남전을 통해서다. 외교부에 따르면 당시 북한은 북베트남에 대포 등 무기와 차량은 물론 현금까지 지원했다. 1966~1972년에는 204비행대를 필두로 직접 참전했다. 당시 사망자 14명은 베트남이 마련한 북한열사묘지에 안장됐다가 2002년 북한으로 유해가 송환됐다. 돈독했던 양국 관계가 변하기 시작한 것은 1978년 베트남이 캄보디아를 공격해 점령하면서다. 당시 북한은 베트남을 비난하며 캄보디아 시아누크 당시 국왕이 북한으로 망명해 머무를 수 있도록 하기도 했다. 1980년대 베트남이 본격적으로 개혁·개방 정책을 펼치고, 여기에 남한과 베트남이 1992년 공식 수교를 하며 북한과 베트남의 관계는 더욱 소원해졌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집권한 뒤 2000년 대 들어 두 나라 관계는 다시 정상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2007년 농 득 마잉 당시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이 북한을 방문했는데, 당시 한 홍콩 언론에 따르면 김정일 위원장이 “베트남의 도이모이 정책의 성취를 높이 평가한다”며 베트남의 경험에서 배우고 싶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집권한 뒤에도 두 나라는 돈독한 관계를 유지했다. 김 위원장은 2015년 창건 85돌을 맞는 베트남 공산당에 보낸 축전에서 “두 당, 두 나라 인민들 사이의 전통적인 친선협조관계가 사회주의 위업의 승리를 위한 한길에서 더욱 강화, 발전되리라는 확신”을 표명하기도 했다. 세종=이새샘기자iamsam@donga.com}

“지금 우리 회사 종업원 2000명 가운데 90% 이상이 스마트폰을 사용합니다. 17년 전만 해도 상상도 못한 일이죠.” 의류제조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김한용 주 베트남 한국 상공인연합회 회장이 자신이 처음 베트남에 온 2002년과 비교할 때 지금 베트남은 완전히 다른 나라라 해도 될 정도라고 했다. 2011년 베트남에 온 김강욱 DB손해보험 베트남 법인장은 이 나라의 발전상을 건물 높이로 체감하고 있었다. 2011년 처음 호치민에 왔을 때 가장 고층 아파트가 8층이었지만 지금은 50층, 60층 짜리 마천루가 시내 곳곳에 들어서 있다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7일 응우옌 푸 쫑 베트남 국가주석을 만나 “베트남은 (북한에) 일어날 수 있는 좋은 본보기”라고 말했다. 40여 년 전만 해도 적국으로 전쟁했던 베트남을 새로운 경제발전의 모델로 제시한 셈이다. 28일 북미정상회담이 합의없이 끝났지만 향후에도 북미가 베트남식 경제개발 모델을 카드로 두고 협상을 이어갈 가능성이 여전히 높다. ●개혁 개방으로 해외투자 유치한 베트남 1985년 베트남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약 230달러에 불과했다. 1975년 베트남전이 끝난 뒤 사회주의 계획경제를 시도한 베트남은 주민 반발에다 가뭄이 겹치면서 고통을 받았다. 결국 베트남은 1986년 베트남어로 쇄신이라는 뜻인 ‘도이머이’ 정책을 앞세워 개혁 개방에 나섰다. 외국인 투자법을 제정해 외국 자본 유치에 팔을 걷어붙인 것. 1989년에는 전력, 교통 등 일부 품목을 제외한 대부분의 상품 가격이 시장에서 결정되도록 하고 배급제도 폐지했다. 경제 발전이 본격화한 것은 1994년 미국이 베트남 경제제재를 해제하고, 1995년 양국 국교가 정상화하면서부터다. 베트남의 싼 노동력으로 만든 제품을 수출하면서 해외 자본이 본격적으로 베트남에 투자를 하기 시작했다. 한국 기업들이 베트남에 적극 진출하기 시작한 것도 이 무렵이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지난해 베트남의 1인당 GDP는 2790달러로 개방 전의 12배 수준으로 늘었다. 지난해 경제 성장률은 7.1%에 이른다. 임강택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베트남의 경제 발전은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통해 국제시장 질서에 편입하면서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며 북한도 미국과의 적대적 관계를 청산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 “‘도이머이’는 북한이 참고할 모델 중 하나” 김강욱 법인장은 “베트남 현지인들은 ‘만약 북한이 개방되면 한국 기업들이 베트남 대신 북한으로 옮겨가는 것 아니냐’는 얘기를 종종 한다”고 전했다. 그만큼 베트남에서도 북한의 현재 경제 상황과 개방 전 베트남의 상황을 비슷하게 보고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베트남 식 ‘도이머이’ 모델을 북한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을 지는 단정하기 어렵다. 1980년대 베트남은 농업 종사자가 전체 국민의 80%에 이르고 산업 분야에서 농·어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40%인 농업 국가였다. 이 때문에 농업 부문에 시장경제를 도입하는 것만으로도 생산성이 크게 증대돼 또 다른 경제발전의 원동력이 될 수 있었다. 농민들이 도시로 유입돼 저렴한 노동력의 원천이 되기도 했다. 반면 북한은 농업 비중이 20~30% 수준이다. 이미 상당히 산업화가 진행된 경제구조인 셈이다. 베트남이 전쟁이 끝난 지 불과 10년 뒤 개방을 시도했던 반면 북한은 사회주의 경제 시스템을 수십 년 째 유지하고 있다. 최근 경제제재로 해외 무역이나 원조가 거의 끊기다시피 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의 현 경제 상황이 1980년대 붕괴 직전의 동유럽 공산국가와 유사하다고 보기도 한다. 다만 북한이 베트남과 중국의 개혁·개방 모델을 참고하고 있다는 흔적은 곳곳에 나타난다. 북한은 2016년 ‘우리식 경제관리 방법’을 시행하며 농업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농업 분야에서 자율성을 강조하는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했다. 국경과 해안 지역을 망라한 22개 경제개발구를 지정하기도 했다. 이해정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도 외자 유치가 경제 성장을 위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는 증거”라며 베트남과 중국의 개방 정책을 북한이 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정은 독재체제가 경협 걸림돌 향후 북한이 외자를 원활하게 유치할 수 있을 지는 북한의 정치 안정에 달려 있다는 전망도 있다. 1인 독재 체제로 권력을 세습해온 북한과 달리 베트남은 국민의회 주석, 공산당 제1서기, 총리 등 3인을 중심으로 하는 집단 지도 체제다. 일단 개방하면 이를 되돌리기 쉽지 않은 베트남과 달리 북한은 김 위원장의 입지가 흔들릴 경우 정책 방향이 뒤집힐 수도 있다. 베트남 현지 법인에서 최근까지 근무한 기업 관계자는 “베트남 정부는 해외 기업의 노하우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점점 더 적극적인 개방 정책을 펴고 있다”며 북한이 경제 발전을 원한다면 이런 개방 정책을 지속적으로 펼쳐 해외 투자자와 기업에 신뢰를 얻는 것이 우선이라고 했다. 이종규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김정은은 집권 이후 경제개발특구, 대외무역 다각화, 해외투자 유치 등을 추진했지만 핵개발을 포기하지 않으면서 성과를 낼 수 없었다”고 진단했다. 세종=이새샘기자 iamsam@donga.com}
내년부터 대구 광주 등 지방 1주택 보유자도 양도소득세를 내지 않으려면 해당 주택에 실제로 살아야 하도록 세법을 개정하라고 대통령직속 재정개혁특별위원회가 정부에 권고했다. 지금은 서울 전역과 세종 등 집값이 많이 오른 43개 조정대상지역을 뺀 지방에서는 1주택자가 2년 보유기간만 채우면 양도세를 내지 않는다. 재정특위는 26일 서울 종로구 사무실에서 이 같은 내용의 재정개혁 보고서를 내놓고 해산했다. 보고서에서 특위는 1주택자의 비과세 요건에 지역과 관계없이 2년 이상 실거주 요건을 추가하라고 했다. 9억 원이 넘는 고가(高價) 1주택자가 장기보유특별공제를 받기 위해 실제 거주토록 한 기간을 현행 2년보다 늘리는 방안도 권고했다. 아울러 고가 1주택자에게 적용되는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을 줄이도록 해 세 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난해 9·13부동산대책에서 고가 1주택자의 경우 2년 이상 실거주해야 연간 8%씩 최대 80%(10년 이상 보유)까지 양도차익을 공제해주기로 했다. 특위는 이 연간 공제율을 4, 5% 안팎으로 줄여 최대 공제율(80%)을 적용하는 보유기간을 16∼20년으로 늘리라고 했다. 기획재정부는 이 같은 부동산세제 권고안을 검토해 올 세법 개정안에 반영할 예정이다. 특위는 이날 상속세 과세 기준을 전체 상속금액에서 상속인별 취득금액으로 바꿔야 한다는 권고도 내놨다. 재정특위는 지난해 4월 ‘100년 갈 조세개혁’을 명분으로 출범했지만 부동산 과세를 강화한 것 말고는 성과가 미미해 ‘집값 잡기용 임시조직’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나온다.세종=송충현 balgun@donga.com·이새샘·김준일 기자}

해외 소비자들이 국내 온라인몰에서 상품을 구입하는 ‘역직구’가 크게 늘고 있다. 제조업 분야의 수출 부진을 만회할 수 있는 새로운 판로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5일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역직구를 통한 전자상거래 수출은 961만 건, 32억5000만 달러(약 3조6400억 원)로 집계됐다. 이는 건수 기준으로 2017년보다 36% 늘어난 것이고, 액수 기준으로는 25% 증가한 것이다. 국가별 역직구 비중은 건수를 기준으로 할 때 일본이 35.3%로 가장 높았다. 일본의 역직구 비중은 금액 기준으로도 2016년 16.6%에서 2018년 31.5%로 급증했다. 지난해 금액 기준 역직구 비중은 중국이 32.8%로 최대였지만 증가폭을 감안할 때 일본이 한국의 주요 역직구 파트너로 부상한 셈이다. 품목별 역직구 비중은 의류와 화장품이 전체의 69%(건수 기준)를 차지하며 전체 시장을 주도했다. 화장품의 경우 2017년에는 대(對)중국 수출 감소의 영향으로 거래 건수가 전년 대비 28.1% 감소했지만 지난해 43% 증가하며 평년 수준을 회복했다. 화장품 중 역직구로 가장 많이 팔린 제품은 마스크팩이었다. 관세청은 “한류 열풍으로 소비재를 중심으로 국내 브랜드 및 제품에 대한 외국인들의 관심과 수요가 높아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쇼핑몰들이 해외 마케팅을 강화하고 결제 및 배송 서비스를 개선하면서 역직구 성장세가 가팔라진 것이다. 예를 들어 대표적인 한류 아이돌 그룹인 방탄소년단이 지난해 정규 3집 앨범을 발매하자 외국인들은 자국 내에서 발매될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역직구를 활용해 한국에서 앨범을 구매했다. 이에 따라 국내 최대 해외 전자상거래 쇼핑몰의 도서·음반 분야 매출이 전년 대비 62% 성장했다. 지난해 국내 소비자가 외국 제품을 온라인으로 수입한 직구 규모도 2017년보다 37% 증가한 3226만 건(27억5000만 달러)이었다. 국가별로는 미국에서 들여온 제품 비중이 50%로 가장 높았고 이어 중국 제품(26%) 순이었다. 미국 직구 비중은 매년 감소하는 반면 중국 비중은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지난해 중국산 전자제품 직구 규모는 215만 건으로 전년 대비 143% 증가했다. 관세청 관계자는 “기업과 기업 간 거래가 중심인 수출입 시장에서 전자상거래 비중이 빠르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세종=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음 달 1일로 예정된 중국과의 무역전쟁 휴전 시한을 연기하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갖기로 했다. 지난해 12월 미중 무역전쟁에 대한 90일 휴전에 합의한 양국 정상이 조만간 ‘최종 담판’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24일(현지 시간) 2개의 트윗을 잇달아 보내면서 “미국이 중국과 지식재산권 보호, 기술 이전, 농업, 서비스, 통화 등 중요 사안에서 상당한 진전을 이뤘다”며 “매우 생산적인 대화의 결과 3월 1일로 예정된 미국의 관세 인상을 연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조만간 나와 시 주석이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만나 정상회담을 열 것”이라고 했다. 그가 회담 시점을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다음 달 안에 회담이 열릴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도 최근 “3월 말 정상회담을 잠정 계획하고 있다”고 했다. 양국 정상은 2017년 4월에도 마러라고에서 양자 회담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윗 직후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미 50개 주지사들과의 만찬에서 “무역협상이 잘 진행되면 다음 주나 2주 안에 ‘아주 큰 뉴스(very big news)’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과 중국은 21일부터 워싱턴에서 고위급 무역협상을 벌여 왔다. 양측은 이번 협상을 통해 100쪽에 이르는 무역협정 작성에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에 진출한 미국 기업들이 지방정부의 기술 이전 강요 문제를 당국에 보고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중국 정부가 제안했다”며 “미국 측은 더 광범위한 변화를 압박하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을 통해 두 나라가 무역전쟁 재개 고비를 넘긴 것으로 보이지만 아직 샴페인을 터뜨리기에는 이르다는 평가가 많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진전을 과시했지만 중국은 대통령이 트윗에서 언급한 핵심 사안 중 어느 하나에 대해서도 서면 약속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중국이 약속을 지키지 않을 때 미국이 관세를 자동 부과하는 ‘스냅 백(snap back·관세철폐 환원)’ 같은 이행 조치에 합의했는지도 불확실하다. 미국은 구조적 변화에 대한 중국의 약속을 믿지 못하고 있고, 산업 및 경제 전략에 근본 변화를 주지 않으려는 중국의 태도도 여전하다는 의미다. 각각 지지율 하락 및 경제성장 둔화란 과제를 안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이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상징적 합의를 하고 실무진이 추가 협상을 이어갈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부는 일단 미중 화해 무드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 리스크 자체가 해소되면 중국의 대미 수출이 회복되고, 그 과정에서 중국에 중간재를 많이 수출하는 한국도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제현정 한국무역협회 통상지원단장은 “미국이 원하는 것은 중국의 근본적인 구조 개혁이다. 중국의 이행 여부에 따라 긴장은 다시 높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 세종=이새샘 기자}
‘21억9000만 달러(약 2조4650억 원).’ 이는 2017년 전국 7개 경제자유구역에서 유치한 외국인 직접투자 규모다. 2016년 23억 달러에서 소폭 감소했다. 외국 기업에 소득·법인세를 감면해 주는 등 전폭적인 지원을 하는데도 전체 외국인 직접투자(270억 달러)의 10%에도 못 미친다. 경제자유구역은 2003년 인천을 시작으로 부산·진해, 광양만권, 황해, 대구·경북, 동해안권, 충북에 들어섰다. 경제자유구역이 ‘지역 나눠먹기’ 식으로 지정됐다는 지적이 잇따르면서 정부는 2013년 1차 기본계획을 통해 면적을 281km²까지 줄였다. 면적이 줄면서 전체 면적 대비 개발률은 78.4%(2018년 기준)까지 높아졌지만 경제자유구역에 대한 외국인 투자는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특별히 매력적인 투자처가 아니라는 뜻이다. 경제자유구역에 외국인 투자가 부진한 것은 규제 완화의 폭이나 기업에 주는 인센티브가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투자를 유인하려면 병원과 외국인 학교를 입주시켜 외국 기업과 우수 인재가 정주할 만한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2017년 말 기준 경제자유구역이 유치한 외국 학교 및 연구소는 12곳에 불과하다. 정부는 2002년부터 16년 동안 인천에 외국계 영리병원을 유치하려 했지만 이익단체와 시민단체 등의 반대로 해법을 찾지 못했다. ‘경제자유구역에 자유가 없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영리병원을 둘러싼 보이지 않는 족쇄 때문이다. 정부는 결국 지난해 해당 부지에 국내 종합병원을 설립하기로 방향을 선회했다. 정부는 지난해 2차 경제자유구역 기본계획(2018∼2027년)을 수립하고 외국 자본 유치 중심이던 경제자유구역 운영 목표를 바이오헬스, 미래자동차 등 신산업 및 서비스업 투자 유치 중심으로 바꿨다. 이를 위해 외국 기업에만 제공됐던 임대산업용지를 국내 기업에도 제공하고, 시설투자 세액공제 혜택을 국내외 기업에 차별 없이 적용하기로 했다. 그동안 경제자유구역이 국내 기업을 역차별하는 부작용이 있는 데다 외국 기업을 유치하려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국내 우수 기업이 구역 내로 들어와야 한다는 지적을 수용한 것이다. 정부는 2차 계획을 통해 2027년까지 80조 원의 투자를 유치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하지만 획기적인 규제 완화 없이는 과거의 실패를 답습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세종=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SK하이닉스가 120조 원 규모의 반도체 클러스터 부지로 경기 용인시를 낙점한 건 수도권이 갖고 있는 입지상의 장점 때문이다. 정부 기류는 일단 긍정적이다. 한국 경제의 ‘원톱’인 반도체 산업을 지키기 위해 2006년 이후 처음이자 문재인 정부 들어 최초로 수도권 규제를 완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균형발전 논리를 앞세운 지방과 시민단체들의 반발이 거셀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는 5개 지방자치단체가 클러스터 유치 경쟁을 벌일 때부터 ‘서울과 가까운 경기 남부’를 염두에 둬 왔다. 기존 설비와의 시너지 효과, 우수 인재 확보 측면에서 경기 남부를 대체할 곳이 없다는 논리였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에 따르면 회원사 244개사 중 약 85%가 서울·경기권에 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경기 남부는 이미 기업과 인재가 몰려 있는 거대한 반도체 클러스터”라고 했다. 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중국에서 초고액 연봉을 내걸고 인력을 빼가고 있기 때문에 핵심 인재를 확보하려면 자녀 교육, 주거 여건이 좋은 곳을 택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미국 마이크론, 인텔 등 경쟁사들의 신규 투자도 대부분 대도시 인접 지역에서 이뤄지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정부 허가가 떨어져 2022년 부지 조성 공사가 끝나면 120조 원을 들여 반도체 생산 공장 4기를 건설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D램과 차세대 메모리 생산, 반도체 상생 생태계 거점으로서 용인 클러스터와 기존 경기 이천시 본사, 충북 청주시 낸드플래시 공장이 ‘3각 축’을 이룬다. 또 협력업체와의 시너지 효과를 위해 인공지능(AI) 기반의 상생프로그램 추진에 6380억 원, 공동 연구개발(R&D)에 2800억 원 등 10년간 총 1조2200억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투자 시기는 시황에 따라 유동적일 수 있다”면서도 “국내외 50개 이상의 장비 및 소재, 부품 분야 협력업체들이 이 단지에 입주해 반도체 생태계 강화를 위한 시너지 효과가 창출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투자의향서 제출이라는 첫발을 뗐지만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용인 일대는 수도권정비계획상 성장관리권역으로 지정돼 있어 매년 허용되는 신규 공장 부지가 제한돼 있다. SK하이닉스가 계획대로 공장을 건축하기 위해서는 정부로부터 특별물량을 배정받아야 한다. 수도권정비계획법은 특별물량 허가 조건으로 ‘국가적 필요성’이 있는지를 심사하도록 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해당 사업이 요건에 맞는지를 최대한 신속히 판단해 정비위원회에 안건으로 올릴 예정”이라고 했다. 물량을 배정받은 뒤에도 산업단지 지정, 토지 수용 절차 등 행정절차를 거쳐야 해 착공까지는 최소 3년 이상 걸릴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산업단지 특별물량을 배정받은 삼성전자 평택공장도 2006년 평택고덕국제화계획지구가 지정된 뒤 9년 만인 2015년에야 첫 삽을 떴다. 클러스터 유치전에 뛰어들었던 충북 청주, 경북 구미 등 타 지역 반발을 어떻게 무마할지도 관건이다. 경북도와 구미시는 이날 “정부가 지방균형발전 원칙을 어겼다”며 비판하고 나섰다. SK는 지역 민심을 달래기 위해 청주(10년간 35조 원), 구미(2년간 9000억 원), 이천(10년간 20조 원) 등에도 현지 실정에 맞는 신규 투자를 할 예정이다.황태호 taeho@donga.com / 세종=이새샘 기자}

지난해 12월부터 시작된 수출 감소세가 올 2월까지 이어지고 있다. 수출 감소 폭이 점점 커지면서 글로벌 반도체 수요 감소에서 촉발된 수출 부진이 심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1일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20일 총수출액은 233억3100만 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11.7% 감소했다. 조업일수를 고려한 하루 평균 수출액 역시 18억7000만 달러로 1년 전보다 8.2% 줄었다. 올해 2월 1∼20일 조업일수는 12.5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0일)보다 0.5일 적다. 현 추세대로라면 지난해 12월 이후 3개월 연속 수출 감소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 2015년 1월부터 2016년 7월까지 19개월 연속 수출이 감소한 이후 처음 3개월 이상 수출 부진 추세가 이어지는 것이다. 품목별로 보면 이달 20일까지 반도체 수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27.1% 감소해 가장 큰 폭으로 실적이 악화했다. 이어 석유제품(―24.5%), 선박(―7.5%) 등의 수출 감소 폭이 컸다. 국가별로는 대(對)중국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13.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연합(EU)으로의 수출도 18.2% 감소했다. 반면 미국으로의 수출은 11.3% 늘었다. 지난해 12월 총수출액이 1.2% 감소한 이후 수출 감소 폭은 점점 커지고 있다. 1월 수출액은 전년 같은 달 대비 5.8% 감소했다. 반도체 수출 역시 12월 8.3% 감소한 뒤 1월 23.3% 감소해 부진이 심화하고 있다. 이처럼 수출이 부진한 것은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 등 대외 통상 여건이 악화하고 있는 데다 세계의 공장이자 시장인 중국의 경기가 둔화하고 있어서다. 여기에 반도체 가격과 국제유가가 하락하면서 반도체와 석유제품 분야에서 타격을 입은 것도 부진의 원인이다. 정부 관계자는 “반도체 가격과 유가가 하반기 회복될 것으로 예상돼 수출 실적도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정부는 무역금융 확대, 수출 마케팅 지원 강화 등을 골자로 한 ‘수출활력 제고대책’을 이달 내 발표할 예정이다.세종=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대기업과 중소중견기업의 투자를 유도하는 ‘상생형 일자리’ 모델을 만들어 투자액의 24%까지 정부 보조금을 주는 방안이 추진된다. 상생형 일자리는 최근 현대자동차와 광주시가 만든 ‘광주형 일자리’를 일반화한 모델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연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에서 “광주형 일자리와 같은 상생형 지역일자리는 경제의 새로운 돌파구”라며 이같이 밝혔다. 상생형 일자리 모델은 중소중견기업, 대기업, 제조업, 서비스업 분야의 기업에 적용된다. 사실상 규모나 업종에 제한이 없다. 지역균형발전 차원에서 수도권이 아닌 지역에만 적용된다. 정부는 상생형 지역일자리 사업이 추진될 경우 신설법인이더라도 지방투자촉진보조금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정부는 3월 중 ‘국가균형발전특별법’ 개정안을 발의해 상생형 일자리 기준을 명확히 하고 지방자치단체와 협업하는 과정을 거쳐 상반기(1∼6월) 내 2, 3곳을 발굴한다. 정부 관계자는 “다음 달부터 지자체 설명회를 열 것”이라고 했다. 지난달 말 광주형 일자리가 출범하면서 지방 도시들의 관심이 뜨겁다. 전북도와 군산시는 ‘군산형 일자리’ 모델로 조선 생태계를 부활시키거나 한국GM 군산공장을 활용해 자동차부품 또는 미래자동차를 생산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경북 구미시는 정보기술(IT), 전자업종을 중심으로 상생형 일자리 업종을 검토하고 있다.세종=이새샘 iamsam@donga.com / 군산=박영민 / 대구=박광일 기자}
SK하이닉스가 경기 용인시에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공장을 짓기로 했다. 균형발전에 초점을 맞춰온 문재인 정부가 성장과 일자리 확대를 위해 13년 만에 수도권 규제 완화를 단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SK하이닉스는 21일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을 위해 설립된 특수목적회사(SPC) ‘용인일반산업단지’가 전날 용인시에 총투자금 120조 원 규모의 투자의향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개발 대상 부지는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일대 448만 m²(약 135만 평)다. 현재 용인시는 수도권정비계획법에 따라 개발이 제한돼 있다. 새로 공장을 지으려면 정부 승인 절차를 거쳐 특별용지를 배정받아야 한다. 정부가 SK하이닉스에 신규 용지를 허용하면 2006년 삼성전자가 신청한 평택시 고덕산업단지가 국제화계획지구로 지정된 후 처음 수도권 규제를 풀어주는 것이다. 세종=이새샘 iamsam@donga.com / 황태호 기자}
주식을 팔 때 부과하는 증권거래세를 단계적으로 인하하는 방안을 정부가 추진한다. 증권거래세 인하로 줄어드는 세수를 보전하기 위해 주식 거래 때 매기는 양도소득세를 확대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할 예정이다. 20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해 단계적으로 증권거래세 세율을 인하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증권거래세 인하는 지난달 15일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증권사 및 자산운용사 사장단과 만나 “증권거래세 인하 또는 폐지 문제를 조속히 검토해 결론을 내리겠다”고 공언한 뒤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일각에서는 여당이 세법 개정에 적극성을 보이는 만큼 인하 조치가 올해 안에 시행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어 정부는 내년 중 증권거래세와 주식 양도소득세의 관계를 재정립하고 증권거래세를 폐지하는 문제에 대한 연구용역을 실시해 종합대책을 내놓을 계획이다. 현재 증권거래세는 손실 여부와 상관없이 농어촌특별세를 포함한 0.3% 세율로 모든 주식 거래 때 원천 징수된다. 반면 주식 양도세는 주식 보유액이 많은 일부에게만 부과된다. 2017년까지는 보유액이 100억 원 이상인 극소수에게만 부과되다가 지난해부터 15억 원 이상 주식 보유자로 과세 대상이 늘었다. 정부는 2020년에는 보유액 10억 원 이상, 2021년에는 보유액 3억 원 이상으로 대상을 늘릴 예정이었다. 증권거래세가 인하되거나 폐지되면 양도세 대상을 확대하는 시점도 앞당겨질 가능성이 있다.세종=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지난해 중국에서 배관용 자재를 생산하던 A사는 인건비 등 비용이 늘자 중국 현지 생산량을 60% 줄인 뒤 국내 사업장을 증설하려고 했다. 하지만 발주량이 증가해 중국 내 생산축소 규모가 당초 예상한 60%의 절반인 30%로 바뀌었다. 해외 생산량을 50% 이상 줄여야 유턴기업 혜택을 주도록 한 한국 규정상 국내로 돌아올 유인이 없어졌다. 결국 A사는 유턴 신청을 보류해야 했다. 20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해외 진출 기업을 국내로 복귀하도록 하는 ‘유턴기업 지원책’에 따라 2013년부터 올 2월까지 유턴한 기업은 54곳이었다. 2010~2016년 850여 개의 미국 기업이 자국으로 돌아간 것과는 대조적이다. 한국의 기업 유턴 실적이 부진한 것은 관련 기준을 충족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한국은 현재 해외 생산량을 줄이고 국내 사업장을 증설하는 제조업체에만 혜택을 주고 있다. 유선전화를 생산하던 기업이 국내로 복귀하며 휴대전화를 생산하는 등 생산품목을 바꾸더라도 지원을 받을 수 없다. 현재 생산량 축소 기준을 50%에서 25%로 낮추는 등 지원을 늘리는 법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돼 있지만 통과시기를 알기 어렵다. 이날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연구보고서에서 “지원 대상이 전자 주얼리 신발 등에 한정돼 있어 효과에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해외진출기업이 생산에 드는 중간재 등을 해외가 아닌 한국에서 조달해 국내 생산과 일자리 증가효과가 나는 경우에도 세제혜택 등을 줄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투자를 수반하지 않더라도 유턴기업으로 파악하는 등 지원 대상을 넓혀 2010년부터 6년 동안 850여 개 기업이 유턴했다. 대만은 중국에 진출해 있는 자국 기업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실시한 뒤 복귀 의사가 있는 약 10%의 기업을 위해 맞춤형 전략을 시행했다. 그 결과 2006~2009년 총 255개 기업이 유턴한 데 이어 2015, 2016년에는 85개 기업이 돌아왔다. 보고서는 “해외에 나간 한국 기업들은 국내 인건비가 높고 우수 인력 확보가 힘든 점 등을 애로사항으로 꼽았다”며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종=이새샘기자 iamsam@donga.com}
한국 정부 관료들은 규제의 비용보다 편익이 크다고 보는 경향이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국무회의에서 부처들의 소극적인 규제 행정을 질타한 데 이어 규제개혁이 실질적 성과를 내지 못하는 원인이 규제를 보는 공무원의 잘못된 인식에 있다는 것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8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영국 규제정책위원회(RPC)와 공동으로 ‘한국과 영국의 규제개혁정책’ 워크숍을 열었다. 이날 ‘한국의 규제개혁정책’을 발표한 김정욱 KDI 규제연구센터 소장은 “한국도 영국처럼 규제 도입 때마다 규제로 인한 비용을 분석하는 규제영향분석서를 도입했지만 정부가 규제의 편익은 크고 비용은 적게 산정하는 등의 문제 때문에 아직까지 내실화하지 못한 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필립 에이플러 RPC 유럽 및 국제협력국 과장은 영국 규제개혁의 핵심 원칙, 제도와 함께 2015년 도입된 기업영향목표(BIT·Business Impact Target) 제도를 소개했다. 정부 부처별로 의회 회기 내에 달성해야 하는 규제비용 감축 목표치를 제시하고 시행한 뒤 회기가 종료할 때마다 보고서를 제출하도록 하는 제도다. 에이플러 과장은 “규제 신설로 비용이 1파운드 늘었다면 기존 규제를 없애 1파운드가 상쇄되는 원칙으로 규제총량제가 운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한국규제학회 주최로 열린 ‘혁신성장과 규제개혁 대토론회’에서도 현 정부의 규제혁신 정책에 대한 지적이 쏟아졌다. 규제 샌드박스 제도와 관련해 곽노성 한양대 특임교수는 “임시허가제, 시범사업 등 유사한 제도를 운영했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며 여러 부처가 동일 제도를 운영하다 보니 책임 소재가 모호하고 사업자가 우호적인 부처를 찾아다녀야 하는 부작용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태윤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는 한국의 규제 환경 때문에 헬스케어, 클라우드 컴퓨팅 등 각종 신산업 진출 기회가 좌절되고 있다고 지적하며 영국처럼 규제총량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민간의 실험적 활동에 대해 보편적으로 자유를 보장해주고 국민들이 규제개혁의 효과를 체감할 수 있도록 하는 ‘통 큰 규제개혁이 시급하다”고 말했다.세종=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인천 중구 을왕동 왕산해수욕장 인근 ‘왕산마리나’에는 요트를 정박할 수 있는 ‘ㄷ’자형 수상 계류장이 있다. 최대 266척을 세울 수 있지만 14일 본보 기자가 방문했을 때는 불과 수십 척만 정박돼 있었다. 해안가와 가장 가까운 36척 규모 요트 대여업체 전용 계류장 요트는 4척뿐이었다. 요트 대여업은 요트 계류장을 빌려 요트 면허가 없는 일반인에게 1, 2시간씩 요트를 빌려주는 사업이다. 요트 계류장 대여가 뜸한 이유로 왕산마리나 측은 마리나항만법 규제를 꼽았다. 요트 대여업을 하려면 계류장을 최소 3년간 임차해야 한다. 하지만 업체 측은 “요트 한 척을 정박하는 데 3년간 약 4000만 원이 들고 보통 2, 3척을 운영하는 만큼 3년간 고정비용만 1억 원 안팎”이라고 설명했다. 마리나업계는 임차 기간을 정해둔 규정을 없애는 규제완화를 정부에 요구해왔다. 주무 부처인 해양수산부는 지난해 6월까지 마리나항만법을 개정하기로 했다. 하지만 법안 발의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실생활과 밀접하지 않다는 이유로 정부에서도 별 관심이 없는 것 같다”고 했다. ○ 현장 따로, 규제혁신 따로 지난해 1월부터 정부는 전기차 충전소에 옥외 광고를 허용하는 규제개혁을 추진했다. 전기차 보급률이 낮은 상태에서 충전소만으로는 사업성이 없으니 옥외광고로 업체들의 투자 부담을 줄여주려는 취지였다. 이 옥외광고 허용 목표시한은 당초 지난해 말이었다. 주무 부처는 산업통상자원부였지만 지자체 조례를 개정해야 한다는 이유로 중간에 행정안전부로 담당이 바뀌었다. 아직까지 지자체 표준조례안이 법제처 심사를 거치지도 못해 실제 시행일을 예측하기 어렵다. 규제개혁이 늦어지면서 업계에서는 시큰둥한 반응을 보인다. 한 충전소 업체 관계자는 “이미 충전소가 앱 기반으로 운영되고 있어 옥외 광고를 해봤자 효과가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정책이 급변하는 산업을 따라가지 못하다 보니 제도를 바꿨을 때는 무용지물이 되는 셈이다. 병원을 직접 방문하지 않고 진료기록 사본을 온라인으로 발급받을 수 있도록 하는 규제개혁안은 현장을 감안하지 않은 추진체계 때문에 제도만 덩그러니 있을 뿐 소비자 편익과는 거리가 멀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말 의료법 시행규칙을 개정했지만 정작 온라인 발급이 가능한 의료기관이 없기 때문이다.○ 시한 넘긴 과제 32% 국회서 발목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추진 중인 전자문서법 개정안은 영문 장애인증명서 온라인 발급, 진료기록 사본 온라인 발급 등 온라인 문서발급 체계에 일대 변화를 몰고 올 법안이다. 지금은 정부가 인정하는 전자문서를 61종으로 일일이 제한하는 방식이어서 나머지 문서는 온라인 발급이나 활용이 원천 봉쇄돼 있다. 정부는 일부를 뺀 모든 전자문서를 인정해주는 ‘네거티브 방식’으로 바꾸려 한다. 그러면 종이문서 보관 등에 소요되는 비용이 연간 1조1000억 원 절감될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정부는 이런 전자문서법 개정안을 2017년 12월 국회에 냈다. 하지만 개정안은 보안 관련 논란에 파묻혀 1년이 넘도록 공전 중이다. 실제로 정부가 정한 규제혁신 완료 시점이 지난 과제 225건 중 32.8%(74건)는 현재 국회에서 대기 중이다. 신체 이식이 가능한 장기, 조직의 종류를 손과 팔, 폐 등으로 확대하려는 장기이식법은 지난해 6월 국회에 제출됐지만 감감무소식이다. ‘재(再)제조 제품’ 관련 규제도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 재제조란 이미 사용한 제품을 다시 조립해 예전 성능을 회복시키는 것이다. 자원을 재활용하고 환경을 보호하는 효과가 있어 2010년경부터 중소기업 위주로 재제조 제품 품질인증 품목을 늘려달라고 요구해왔지만 10년 가까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끊기 힘든 ‘그림자 규제’가 된 행정규칙 규제를 풀어야 하는 정부 당국이 규제 혁신에 가장 소극적이라는 데 문제의 근본 원인이 있다. 정부는 12개 규제혁신과제 분야를 분류하고 있다. 이 가운데 행정규칙 정비를 뼈대로 하는 ‘행정조사 혁신방안 과제’는 192건으로 전 분야 가운데 가장 많다. 일례로 복지부는 지난해 3월까지 요양기관 현장조사 전 해당 기관이 준비할 수 있는 기간을 기존 3일에서 7일로 늘리겠다고 했다. 단순한 일정 조정 작업인데도 ‘요양기관이 조사를 방해할 수 있다’는 논란이 제기되자 개편작업이 중단됐고 현재는 연구용역이 진행 중이다. 정부는 유해화학물질 취급 연구실을 과기정통부와 환경부가 모두 점검하는 중복 규제를 지난해 6월까지 풀기로 했다. 하지만 정부는 개정안을 국회에 내지도 못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앞서 12일 1만6000여 개에 이르는 행정규칙 정비를 지시했다.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장병규 위원장은 17일 청와대가 페이스북에 게시한 인터뷰 영상에서 “장차관들이 신경 쓰는 규제들은 개선되지만 실제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게 되는 원인은 더 자잘한 규제들”이라며 깨알 같은 규제가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 현 정부의 규제개혁 방식인 규제샌드박스와 관련해 “지금 신청된 개수 대비 통과된 개수가 미흡하다”며 일단 다 통과시켜주는 것이 기조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이새샘 iamsam@donga.com / 인천=송충현 / 세종=김준일 기자}
민간 기업의 해외 인프라 사업 수주 작업을 돕기 위해 정부가 6조2000억 원에 이르는 자금을 조성해 저리 대출 등의 형태로 지원하기로 했다. 공공기관이 해외 수주에 나설 때 예비타당성 조사 절차를 간소화하고 사업에 문제가 생겨도 담당 직원에게 책임을 묻지 않는 면책 범위를 폭넓게 적용하기로 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대외경제장관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해외수주 활력 제고 방안’을 내놓았다. 이 방안에 따르면 한국수출입은행은 국내 기업이 이라크 등 초고위험국(신용등급 B+ 이하)에서도 인프라 사업을 수주할 수 있도록 상반기(1∼6월)에 1조 원 규모의 특별계정을 신설한다. 또 재정과 공공기관 자금 등을 동원해 3조 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해 중위험 국가의 인프라 사업 수주에 지원한다. 아울러 공공기관이 해외 투자 개발형 사업에 적극 뛰어들도록 공공기관 경영평가 시 해외수주 실적을 반영하고, 제때 수주 경쟁에 참여할 수 있도록 사전협의 절차를 간소화한다. 공공기관 직원들이 개인적 비위가 없는 등 조건을 충족하면 수주 결과에 대해 면책하는 제도도 신설한다. 필요 시 대외경제장관회의 의결을 거쳐 공공기관 해외투자 손실에 대해 면책해주는 방안도 검토할 예정이다. 홍 부총리는 이날 “해외 수주는 우리 일자리와 물품에 대한 수요를 해외에서 창출하는 경제효과가 대단히 큰 수출산업 분야”라며 민간기업, 공공기관, 정부가 일체가 돼 지원 체계를 본격적으로 가동하겠다고 했다. 지난해 한국의 건설·플랜트 등 해외 수주액은 321억 달러로 2013, 2014년 650억 달러의 절반 수준이다. 세종=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제조업과 건설업 일자리가 줄어드는 반면 농림어업 분야 일자리가 늘어나는 것은 기업 투자와 생산을 늘려 신규 취업을 확대하는 고용의 선순환 구조가 무너지고 있다는 의미다. 민간 기업의 활력이 떨어진 상황에서 재정 투입으로 보건복지 분야 일자리를 늘리는 등의 임시방편으로는 고용난을 타개하기 힘들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17개 산업군 중 10개 산업서 일자리 줄어 일자리 부진은 제조업 전반이 부진에 빠지면서 신규 채용 여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김영훈 기획재정부 정책기획과장은 “반도체 업황이 좋아 지난해 1월에는 반도체 관련 일자리가 과거보다 많이 늘었다”며 “최근 업황이 둔화하면서 작년에 비해 일자리 증가 폭이 많이 감소한 것으로 보이는 ‘기저효과’가 나타났다”고 말했다. 건설업 일자리도 투자 부진 때문에 직격탄을 맞았다. 통계청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건설경기동향조사에 따르면 건설 수주액은 19조1000억 원으로 전년 같은 달보다 7% 감소했다. 종합건설사 중심으로 실적이 나빠지면서 신규 취업이 줄었다는 것이 정부의 분석이다. 이런 취업자 수 감소는 제조업 이외의 산업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정부가 분류한 17개 산업 가운데 10개 산업에서 1월 취업자 수가 모두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감소했다. 사업시설관리, 사업지원 및 임대서비스업(―7만6000명), 도·소매업(―6만7000명), 숙박 및 음식점업(―4만 명) 등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을 받는 업종에서 일자리 감소 폭이 특히 컸다. ○ 정부도 의아한 새 농림 일자리 10만 개 취업자가 10만 명 이상 늘어난 산업은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17만9000명), 농림어업(10만7000명)뿐이었다. 두 분야 모두 관련 통계가 현행 기준대로 집계되기 시작한 2013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났다. 이 중 농림어업 분야 일자리가 급증한 것은 이해하기 힘들 정도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정부는 귀농 인구가 늘어났기 때문으로 설명하지만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계청 관계자는 “귀농 인구가 늘어나면서 비경제활동 인구였던 사람들이 점차 숙련노동자, 자영업자 등으로 전환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2017년 1월만 해도 농림어업 취업자 수는 9000명 감소했다. 전체 농림어업 취업자 수가 100만 명대 정도인 상황에서 지난해 1월 9만4000명 증가한 데 이어 올 1월에도 다시 10만7000명 증가한 현상을 설명하기는 부족하다. 농림축산식품부도 증가 이유를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의 경우 다른 공공 서비스업에 비해 비정규직 비중이 높은 편이다. 지난해 8월 기준 업종별 비정규직 비중은 보건복지가 41.9%인 반면 공공행정은 29.2%였다. 정부가 재정을 들여 보건복지 분야 신규 일자리를 17만9000개나 늘렸지만 1월 취업자 수 증가폭은 작년 8월 이후 최소 수준(1만9000명)에 머물렀다. 올해 정부의 일자리 목표치인 15만 명에 한참 못 미친다. 나랏돈을 아무리 들여도 민간 분야 일자리가 늘지 않는 한 고용을 정상 궤도로 올려놓기 힘들다는 뜻이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이례적으로 10% 가까이 취업자가 늘고 있는 농림어업 분야를 제외하면 사실상 취업자는 감소하고 있는 것”이라며 “정부 재정으로 취업자 수를 떠받치는 것은 임시방편”이라고 했다.○ 실업률 금융위기 이후 최고…고용의 질도 악화 실업률은 4.5%로 전년 동월 대비 0.8%포인트 상승해 금융위기 직후인 2010년 이후 가장 높았다. 실업자는 50, 60대에서 주로 늘면서 1월 기준으로 2000년 이후 가장 많은 122만4000명을 나타냈다. 정부 관계자는 “통상 2월에 이뤄지던 노인 일자리 사업 신청이 1월에 조기 진행되면서 구직자 수가 늘어나 실업자 수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고용의 질이 좋아지고 있다는 정부 주장과 달리 1월 고용동향에서는 고용의 질이 악화하고 있다는 징후도 곳곳에서 드러났다. 통계상 취업 상태지만 일을 더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은 67만1000명으로 2015년 통계 집계 이래 가장 많았다. 지금의 일자리에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이 그만큼 많은 셈이다. 당장은 구직 활동을 하지 않지만 향후 취업 의사가 있는 잠재구직자 수도 186만9000명으로 최대였다. 이런 사람들을 포함한 사실상의 실업률은 13%로 역대 최고였다. 통계청 고용동향 조사에서 ‘그냥 쉬었다’고 답한 사람은 총 214만1000명으로 작년 1월보다 13만3000명 늘어났다. 안정적인 일자리로 통하는 36시간 이상 취업자는 지난해보다 33만8000명 감소해 지난해 12월(―33만4000명)에 비해 감소폭이 커졌다.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부 교수는 “제조업 업황 부진의 타격이 고용에도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정부가 공공 일자리보다는 민간 활력을 높이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종=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논란만 반복해서는 한 걸음도 나갈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12일 국무회의에서 규제개혁에 대한 우리 사회 일각의 반발에 이같이 말했다. 일부 시민단체와 이익단체들의 반발이 계속되는 가운데 규제 샌드박스 도입을 계기로 규제혁신 성과를 내기 위한 속도전을 강조한 것. 특히 문 대통령은 소극적인 규제행정을 질타하며 각 부처 장관들에게 “일선 공무원들이 적극 행정에 나설 수 있도록 직접 챙기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 1만6000여 건의 행정규칙 속에 숨어 있는 규제를 전면 재정비하도록 지시했다.○ 文 “장관들 책임지고 규제행정 챙겨라” 문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솔직히 이번 규제 샌드박스 승인 사례들을 보면서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이런 정도의 사업이나 제품조차 허용되지 않아서 규제 샌드박스라는 특별한 제도가 필요했던 것인지 안타깝게 여겨졌다”고 토로했다. 전날 산업통상자원부가 규제 샌드박스 적용 1호 사업들로 승인한 도심지역 수소충전소 4곳 설치와 유전자 분석 맞춤형 질병검사 등은 공무원들이 적극적으로 규제를 풀어주려고만 했다면 규제 샌드박스와 같은 제도가 없어도 충분히 가능했던 사업이라는 얘기다. 문 대통령은 “심지어 우리 기업이 수년 전에 시제품을 만들었는데, 규제에 묶여 있는 사이에 외국기업이 먼저 제품을 출시한 사례도 있다고 들었다”며 “정부는 문제 해결자가 돼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각 부처 장관 책임 하에 소극 행정이나 부작위 행정을 문책한다는 점까지 분명히 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관계자는 “역대 정부에서 모두 규제 혁신을 얘기해왔지만 소극 행정 때문에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더 이상 말로만 그쳐선 안 된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규제 샌드박스 활용에 대해선 “기업의 신청만 기다릴 것이 아니라 정부가 먼저 규제 샌드박스 사업을 적극적으로 발굴하는 것도 필요하다”며 “적극적으로 기업의 신청을 독려해 활동할 수 있도록 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신청 기업에 한해 건건이 심사해 사업을 허용하는 방식 대신 정부가 먼저 규제 샌드박스 적용 사업을 정해 규제를 풀어주라는 얘기다.○ 숨은 규제 행정규칙도 전면 재정비 이와 함께 문 대통령은 “1만6000여 개에 달하는 각 부처의 훈령, 예규, 고시, 지침 등 행정규칙에 대해서도 규제의 측면에서 정비할 부분이 없는지 전반적인 검토를 당부한다”고 말했다. 각 부처들의 숨은 ‘규제 밥그릇’으로 꼽히는 행정규칙에 대해 전면 재정비를 지시한 것. 이는 지난달 15일 기업인과의 대화에서 이종태 퍼시스 회장이 “규제혁신의 가시적 성과를 위해 행정명령을 대상으로 파격적인 규제개혁을 단행해달라”고 요청한 것을 감안한 반응이라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행정규칙 재정비는 과거 정부에서도 추진했지만 오히려 1만여 건(이명박 정부)에서 1만4000여 건(박근혜 정부), 1만6000여 건으로 날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훈령, 예규, 고시, 지침 등을 통해 수시로 법률 시행 방안을 정하고 있어 행정규칙을 건별로 개선하는 것으로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안 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공무원들의 자의적 재량권이 큰 게 더 큰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태윤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는 “행정규칙을 모두 정비하기보다 공무원들이 행정규칙을 민간이 원하는 방향으로 해석하면 규제 개선의 효과가 있다”고 제안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국제투명성기구가 발표한 부패인식지수(CPI)에서 한국이 전년보다 6계단 상승한 45위로 나타난 것에 대해 “역대 최고 점수로 적폐청산 노력에 대해 국제사회가 평가한 것”이라며 “이 추세가 지속될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고 말했다.문병기 weappon@donga.com / 세종=이새샘 기자}
향후 경기 전망을 보여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경기선행지수(CLI·Composite Leading Indicator)가 역대 최장인 21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종전 기록은 외환위기 때인 1999년 9월∼2001년 4월 20개월 연속 하락이었다. 12일 OECD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한국의 CLI는 전달보다 0.01포인트 내린 99.19였다. OECD CLI는 6∼9개월 뒤의 경기 흐름을 예측해 보여주는 지표다. 한국은행과 통계청의 제조업 재고순환지표, 장단기 금리 차, 수출입물가비율, 제조업 경기전망지수, 자본재 재고지수, 코스피 등 6개 지수를 통해 산출한다. 100을 기준으로 그 이상이면 경기가 상승 흐름을 보이고, 그 이하면 경기가 하강 흐름을 보인다고 해석한다. 2017년 4월 101.1이었던 한국 CLI는 지난해 5월 99.9를 나타낸 이래 8개월 연속 100 이하다. OECD 회원국 전체 CLI는 지난해 12월 기준 99.20으로 전월보다 0.13포인트 떨어졌다. 세종=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