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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의 질긴 인연은 28년 전부터 시작됐다. 7일 북한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여자 아시안컵 예선 맞대결을 펼친 윤덕여 한국 감독(56)과 김광민 북한 감독(55)은 현역 시절에 이어 사령탑이 된 지금까지도 양보 없는 경쟁을 펼치고 있다. 나란히 수비수 출신인 두 감독이 대표팀에서 현역 선수로 맞붙었을 때는 윤 감독이 웃을 때가 더 많았다. 윤 감독은 북한을 처음 상대한 이탈리아 월드컵 최종예선(1989년·한국 1-0 승)을 포함해 4번의 남북 대결에서 3승 1패를 기록했다. 윤 감독의 1패는 1990년 남북통일축구 평양 방문 경기에서 1-2로 진 것이다. 윤 감독은 “김(광민) 감독은 오른쪽 풀백이었는데 아주 빨랐고 투지도 강했다”고 회상했다. 감독으로서의 대결에서는 김 감독이 앞섰다. 윤 감독은 2012년 12월 여자 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았다. 김 감독이 사령탑으로 한국과 처음 맞붙은 것은 2003년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친선경기(한국 0-4 패)다. 윤 감독 부임 이후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7위 한국은 FIFA 랭킹 10위 북한을 상대로 한 번도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 7일 무승부를 거둔 것을 포함해 윤 감독의 북한전 성적은 2무 3패다. 한국의 안방에서 열린 2014 인천 아시아경기 준결승에서도 한국은 북한에 1-2로 패했다. 27년 전 윤 감독이 평양에 입성할 때 북한은 수천 명의 환영 인파가 나와 선수들을 일일이 무동 태우며 환영했다. 경기장에서는 박종환 한국 감독과 명동찬 북한 감독을 비롯해 남북 선수들이 서로 손을 잡고 입장했다. 하지만 이번 대회 분위기는 그때보다 치열했다. 윤 감독은 북한 팬들의 일방적 응원 속에서도 무승부를 거둔 선수들을 칭찬했다. 그는 “선수들이 주눅 들지 않고 좋은 경기를 했다. 우리 선수들을 믿었기 때문에 패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경기 초반 페널티킥을 실축하면서 선수들이 심리적인 영향을 받았다. 이후 공격과 수비 모두에서 좋지 않은 상황이 됐다”고 아쉬워했다.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평양=공동취재단}

‘골프 명인의 열전’인 마스터스는 출전만으로도 선수들에게 큰 영광인 대회다. 6일 미국 조지아 주 오거스타의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개막하는 올해 대회는 까다로운 출전 자격을 통과한 94명만이 그린을 밟는다. 4대 메이저대회 중 가장 먼저 열리는 마스터스의 초청장을 받으려면 역대 이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적이 있거나, 세계랭킹 50위 이내에 진입해야 하는 등의 19가지 조건 중 하나를 만족시켜야 한다. 미국 언론 등에 따르면 이번 대회는 세 명의 우승 후보가 치열할 경쟁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 1위 더스틴 존슨(33·미국)은 2월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제네시스 오픈 우승을 시작으로 최근 출전한 3개 대회에서 정상에 올랐다. 존슨이 ‘그린재킷’을 입게 되면 2002년 타이거 우즈(미국) 이후 15년 만에 세계 1위가 마스터스 우승을 차지하게 된다. 로리 매킬로이(28·북아일랜드·세계 2위)는 마스터스를 제패하면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완성한다. 매킬로이는 “내 골프 인생의 마지막 퍼즐 조각을 이번에는 반드시 맞추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마스터스의 사나이’로 불리는 조던 스피스(24·미국·세계 6위)는 그동안 마스터스에서 우승 1번과 준우승 2번을 차지했다. 그는 올해 대회에서 지난해 대회 최종 4라운드에서 선두를 달리다가 12번홀(파3)에서 쿼드러플 보기를 범하며 대니 윌릿(잉글랜드)에게 역전패했던 아픔을 씻어내겠다는 각오다. 스피스는 5일 연습라운드 12번홀을 탭인 버디로 가볍게 홀아웃했다. 그는 “1년 전에도 이런 결과가 나왔어야 했는데 아쉽다”면서 “지난해 실수에 따른 패배는 잊겠다”고 말했다. 미국 CBS스포츠는 “라스베이거스 도박사들이 예측한 우승 확률에서 존슨이 1위를, 스피스와 매킬로이가 각각 2, 3위를 차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최근 경기력 등으로 보면 ‘3파전’이 예상되지만 오거스타의 거센 바람과 유리판으로 불릴 정도로 빠른 그린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CBS스포츠에 따르면 대회 1라운드에는 최대 풍속이 초속 13m에 이르는 강풍이 예보돼 있다. 로이터통신은 “나쁜 날씨는 경험이 많은 노장 필 미컬슨(47·미국·세계 18위)에게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번 대회가 25번째 마스터스 출전인 미컬슨은 세 번의 우승(2004년, 2006년, 2010년)을 차지한 바 있다. 미컬슨은 “경험이 적은 선수들은 악천후에 고전할 수 있다. 하지만 내겐 오랜 골프 지식과 기술이 있기 때문에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역사적인 남북 대결을 경기장에서 보고 싶지만 경기 시간 때문에 걱정이네요.” 직장인 박근호 씨(30)는 6일(목요일) 강원 강릉하키센터에서 열리는 한국과 북한의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여자세계선수권대회 디비전2 그룹A(4부 리그) 경기 관람을 망설이고 있다. 오후 9시에 시작하는 경기는 오후 11시가 넘어 끝나기 때문에 다음 날 출근을 해야 하는 그에게는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2018 평창 겨울올림픽 테스트 이벤트인 이번 대회는 올림픽과 같은 시간에 경기가 열린다. 하루에 3경기 중 가장 늦은 시간에 배정된 경기는 시작 시간이 오후 9시다. 2일 정오에 열린 북한과 호주의 경기는 2000명이 경기장을 찾았지만 오후 9시에 열린 한국과 슬로베니아의 경기는 관중 수가 1128명으로 줄었다. 경기 시간 배정은 중계 방송사의 입김이 작용했다. 평창겨울올림픽조직위원회 관계자는 “올림픽 주관 방송사인 미국 NBC에서 아이스하키 인기가 많은 북미 지역 등의 시청자를 위해 한국 시간으로 밤 경기를 원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오후 9시에 한국은 밤이지만 미국 동부 뉴욕 기준으로는 오전 8시다. NBC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가장 많은 올림픽 중계권료를 내는 방송사로 그동안 경기 시간 배정 등에 영향력을 행사했다. NBC는 2014년에 2032년 올림픽까지의 중계권을 사들이면서 8조 원이 넘는 돈을 지불했다. NBC는 여름 올림픽에도 자국 시청자들이 저녁 시간에 수영 등 주요 경기를 시청할 수 있도록 일정을 조정했다. 오후 9시 경기가 한국 아이스하키 대표팀 선수들의 경기력에는 어떤 영향을 줄까. 대한아이스하키협회 관계자는 “학생 선수가 있는 여자 대표팀은 오래전부터 ‘방과 후 훈련’을 해야 했기 때문에 통상 오후 8∼10시에 훈련을 해왔다. 이 때문에 경기 시간이 늦어도 경기력에 영향이 없다”고 말했다. 현재 여자 대표팀 23명 가운데 6명이 고교생이다. 남자 대표팀은 올림픽 본선을 앞두고 경기 시간에 맞춰 생체 리듬을 조절하는 훈련을 할 예정이다. 강릉=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혼 좀 나야겠다.” 2일 강원 강릉하키센터에서 열린 호주와의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세계선수권대회 디비전2 그룹A(4부 리그) 경기에서 1-2로 패한 북한 여자아이스하키 대표팀 선수들은 숙소로 돌아가는 버스에서 자국 대표팀 관계자에게 이런 말을 들었다고 한다. 북한 대표팀을 지켜본 한국 측 관계자는 “슈팅 수 등 경기 내용에서 호주를 압도하고도 골 결정력이 부족했던 것에 대해 북한 관계자가 농담조로 선수들에게 쓴소리를 했다”고 전했다. 숙소로 가는 동안 풀이 죽어 있던 북한 선수들은 같은 날 저녁 강릉 관동하키센터에서 열린 대회 개막식에서는 생기를 찾았다. 한국과 슬로베니아의 경기를 2피리어드까지 관람석에서 본 이들은 ‘코카콜라’를 마시거나, 서로 얘기를 나누며 활짝 웃는 등 자유분방한 모습이었다. 3일 북한과 네덜란드의 맞대결을 앞두고 관동하키센터에서 만난 북한 대표팀 관계자는 “한국이 슬로베니아를 5-1로 이기는 것을 봤느냐”는 질문에 “같은 민족끼리 서로 잘하면 좋지 뭐. 밤에 잠도 잘 잤으니 오늘은 이겨야지”라고 답했다. 이날 경기에 앞서 북한 선수들은 숙소 인근 경포 해변을 거닐며 긴장을 풀었다. 관동하키센터에 도착해서는 경기장 앞에서 축구공을 서로 주고받으며 자유롭게 몸을 풀었다. 일부 시민들이 이 모습을 휴대전화 카메라에 담기도 했지만 북한 선수들은 개의치 않았다. 한국 측 관계자는 “경기장으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도 선수들이 북한 노래를 부르는 등 기분이 많이 좋아진 모습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 선수들의 밝은 모습은 오래가지 못했다. 이날 북한(세계 26위)은 네덜란드(세계 19위)에 2-4로 패하면서 2연패에 빠졌다. 2피리어드 한때 2-1로 앞섰던 북한이지만 탄탄한 체격을 지닌 네덜란드 선수들과의 몸싸움에 고전하면서 연달아 3골을 내줬다. 경기 후 북한 선수들은 전날 호주에 졌을 때처럼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빠져나갔다. 한 선수는 인터뷰를 사양한다는 의미로 손을 흔들기도 했다. 강릉=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경기에서 패한 직후에는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하지만 경기 내내 자신들을 목청껏 응원하던 관중석을 향해 고마움을 전할 때만은 밝은 표정이었다. 북한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선수들은 역전패의 아쉬움 속에서도 한국 응원단을 향해 일렬로 서서 고개 숙여 인사를 하거나 스틱을 흔들어 보였다. 여자 아이스하키 세계 26위 북한은 2일 강원 강릉하키센터에서 열린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세계선수권대회 디비전2 그룹A 호주(세계 28위)와의 경기에서 1-2로 졌다. 호주는 이번 대회 참가국 중에서 세계 랭킹이 가장 낮다. 북한은 1피리어드 7분 52초에 김은향이 선제골을 넣었지만 1피리어드 16분 17초에 호주에 동점을 허용한 데 이어 3피리어드에 결승골을 내주며 패했다. 북한은 슈팅 수에서 32-19로 크게 앞섰지만 골 결정력이 부족했다. 이날 경기장에는 6·15공동선언실천남측위원회와 6·15 강원본부 등이 주도해 만든 ‘남북공동응원단’ 270여 명이 북한 대표팀을 일방적으로 응원해 북한 선수들은 마치 안방과 같은 분위기에서 경기를 치렀다. 전국에서 온 대학생, 실향민 등으로 구성된 응원단은 한반도기를 흔들면서 “우리는 하나다” “통일 조국”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아리랑’이나 ‘반갑습니다’ 등의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이선경 남북공동응원단 운영위원장은 “북한에서 온 선수들에게 동포애를 느끼게 해 주고 싶었다. 뜨거운 응원이 스포츠를 넘어 남북한의 긴장을 해소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창복 남북공동응원단 단장은 “2월 중국에서 6·15공동선언실천북측위원회 위원장인 박명철 전 체육상과 만나 남북 체육 교류 시에 공동응원을 펼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여자 축구대표팀도 평양에서 열리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아시안컵 예선에서 북측의 응원을 받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경기는 북한 아이스하키 대표팀이 최초로 한국에서 펼친 경기다. 한국 빙판에 첫선을 보인 경기에서 패배한 북한 선수들은 풀이 죽은 얼굴로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을 빠져나갔다. 경기 소감을 묻는 질문에 대부분의 선수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북한 대표팀 관계자들은 경기 후 함께 모여 북한산 담배를 피우며 경기 내용을 복기하고 있었다. 이들은 “나도 어릴 적 골목 축구에서 많이 져 보기도 하면서 실력이 늘었다” “첫 경기에서 졌을 뿐이다. 남은 경기를 잘 치르면 된다” 등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듯한 반응을 보였다. 북한은 3일 세계 19위 네덜란드와 2차전을 치른다. 강릉=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우리는 아이스하키를 ‘빙상 호케이’로 부릅니다. 스틱은 ‘호케이 채’로 부르죠.” 사상 처음으로 한국에서 경기를 하기 위해 한국 땅을 밟은 북한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관계자는 남북한의 용어 차이에 대해 설명했다. ‘호케이’는 ‘하키(hockey)’의 러시아식 발음과 비슷하다.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세계선수권대회 디비전2 그룹A(4부 리그)에 참가하기 위해 1일 한국에 온 북한 대표팀은 인천국제공항에서 강원 강릉으로 이동한 뒤 첫 경기가 열리는 강릉하키센터에서 1시간 동안 야간 훈련을 했다. 그러나 2일 오전 8시로 예정된 공식 훈련에는 나타나지 않았다. 북한의 숙소인 강릉 라카이샌드파인리조트를 찾아가 보니 선수들은 단체로 리조트 주위를 둘러보며 식사를 하러 가는 길이었다. 북한 대표팀 관계자에게 “훈련을 쉬어도 괜찮으냐”고 묻자 “직접 경기장에 가서 경기하는 것을 보면 알 것”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는 “우리는 투혼 넘치는 경기를 펼치라고 선수들에게 강조한다”고 덧붙였다. 북한 여자 아이스하키는 한때 세계 13위까지 올랐지만 현재는 26위까지 추락했다. 남북한의 하키 용어 차이에 대해 말하던 그는 “우리도 이제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야 할 텐데…”라며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북한의 핵 실험 등으로 남북 관계가 경색된 가운데 한국을 찾은 북한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선수들이었지만 긴장된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선수들은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할 때 취재진을 향해 단체로 손을 흔들어 보였다. 베이지색 코트를 단복으로 맞춰 입은 이들은 버스에 올라탄 뒤에는 “반갑습니다”라고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북한 대표팀을 지켜본 한국 측 관계자는 “어제는 북한 선수들이 지친 듯 조용했지만 오늘은 ‘강릉은 (아이스하키) 시설과 풍경이 참 좋다’고 말하는 등 활력을 찾은 모습이었다”고 말했다. 북한 측은 2018 평창 겨울올림픽 참가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날 북한 관계자와 함께 경기를 본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북한 관계자가 수차례 ‘평창에 오겠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남북 체육 교류 실무단의 책임자급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남북 대결’은 6일 오후 9시 강릉하키센터에서 열린다. 한국은 북한과의 역대 전적에서 1승 4패로 열세다. 첫 대결이었던 2003년 아오모리 겨울아시아경기에서 북한에 0-10으로 패한 것을 포함해 4연패를 당하던 한국은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4-1로 첫 승을 챙겼다. 한국과 북한의 맞대결 분위기는 ‘냉온탕’을 오갔다. 2003년 첫 대결 때 북한 선수들은 한국의 ‘탈북 선수’ 황보영(은퇴)을 작심한 듯 거칠게 다뤘고 욕을 하기도 했다. 경기 후에도 북한 선수들은 황보영의 악수를 거절했다. 당시 황보영은 “난 친구를 배신한 것은 아닌데 아쉽다”고 말했다. 대한아이스하키협회 관계자는 “북한이 우리보다 월등히 전력이 강할 때는 우리 골문 앞까지 와 놓고도 퍽을 빙빙 돌리면서 농락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양측이 대결을 거듭하고 서로의 얼굴을 익히면서 ‘빙판 위의 우정’을 나눈 적도 있다. 북한과 세 차례 맞대결을 펼쳐 본 골리 신소정은 “북한 골리와 ‘잘 있어라. 앞으로도 잘해라’라고 서로 격려하며 기념사진을 찍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양측이 선물을 교환하기도 했다. 신소정은 “2011년 카자흐스탄에서 겨울아시아경기가 끝난 뒤에 우리는 스틱과 골리 패드 등 최신 장비를 북한에 선물로 주고 북한 측은 북한산 소주 등을 답례로 건넸다”고 말했다. 인천·강릉=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엄마, 우리가 금메달을 땄어요.”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이 열렸던 지난해 8월.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딸의 들뜬 목소리를 듣고 어머니가 물었다. “오늘 캐나다가 메달을 땄다고?” 한참을 웃던 딸은 엄마에게 답했다. “캐나다가 아니고 한국요!” 리우 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들의 선전을 응원했던 금발의 외국인. 그는 2018 평창 겨울올림픽에서는 한국 팀을 이끌고 직접 대회에 참가한다. 여자 아이스하키대표팀 선수들이 ‘쌤(선생님)’으로 부르는 세라 머리 감독(29·캐나다)이다. 스위스 리그에서 선수 겸 코치로 뛰던 머리 감독은 2014년 9월 백지선 남자 아이스하키대표팀 감독의 추천으로 여자 대표팀 사령탑에 올랐다. 세계 랭킹이 23위(총 38개 국가)인 한국 대표팀과 관련한 기사를 찾아보던 그는 패배 기록이 많다는 것을 발견했다. 또한 선수 구성도 피아노 전공자, 전직 쇼트트랙 선수, 의대 대학원생 등이 모인 ‘외인군단’이다 보니 경기 경험 등이 적다는 약점이 있다. 아시아 국가인 일본은 세계 7위, 중국은 16위다. 이 때문에 머리 감독은 부임 초기부터 선수들의 ‘패배 의식 떨치기’에 집중했다. 27일 강원 강릉의 관동하키센터에서 만난 그는 “선수들의 기술은 우려했던 것보다는 좋았다. 하지만 큰 점수 차로 지지 않은 것에도 좋아하는 등 패배에 익숙한 것이 문제였다”고 말했다. 정신력 관리를 위해 명상 프로그램 등을 도입한 머리 감독은 “아무리 점수 차가 적어도 패배라는 결과가 바뀌는 것은 아니다.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생각을 가져라”라고 강조했다. 미네소타 덜루스대에서 수비수로 활약했던 그는 단신(약 157cm)이지만 투지 넘치는 플레이로 2차례 우승을 경험했다. 그는 장신 선수들과의 경쟁을 이겨내기 위해 항상 주문을 외웠고 이를 한국 선수들에게도 전수했다. 머리 감독은 “‘빙판 위에서는 내가 가장 큰 선수다. 작다고 생각하면 지는 것이다’라는 생각을 가지라고 주문한다”고 말했다. 정신력과 기술 전수에 주력한 머리 감독은 대표팀 내 위계질서에 따른 문제점도 과감히 뜯어고쳤다. 머리 감독은 “과거에는 고참 선수가 팀 내 핵심 포지션을 선점하고, 어린 선수들은 고참을 보조하는 역할을 했다. 하지만 내가 팀을 이끈 후부터는 오직 기량과 훈련 성적 등에 따라 팀을 구성한다. 덕분에 모든 선수의 실력이 고르게 향상됐다”고 말했다. 머리 감독의 노력 속에 대표팀은 성장했다. 올해 초 독일(세계 8위)과의 평가전에서 2-4로 아쉽게 지는 등 전력이 좋아진 대표팀은 지난달 열린 삿포로 겨울아시아경기에서 7전 전패를 기록 중이던 중국을 상대로 3-2로 승리했다. 머리 감독은 “중국전은 우리 팀의 전환점이 됐다. 어떤 상대와도 당당히 맞설 수 있는 팀이 됐다”고 말했다. 대표팀은 내달 2∼8일 관동하키센터와 강릉하키센터에서 열리는 2017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세계선수권대회 디비전2 그룹A에서 평창 올림픽 리허설을 치른다. 한국, 북한, 네덜란드, 영국, 슬로베니아, 호주 등 6개 팀이 참가한다. 머리 감독은 내달 6일 열리는 북한(세계 26위)과의 대결에 대한 기대감도 드러냈다. 머리 감독은 지난해 슬로베니아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한국의 북한전 첫 승을 안겼다. 그는 “북한 선수들은 우리 팀과 공통점이 있다. 날아오는 퍽을 온몸으로 막아내는 강한 투혼이 있다는 것이다”라면서도 “기술 측면에서 우리 팀이 앞서기 때문에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강릉=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위기의 사령탑’ 울리 슈틸리케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사진)은 안방에서도 환영받지 못했다. 28일 시리아와의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7차전을 앞두고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는 출전 선수와 감독이 전광판을 통해 소개됐다. 장내 아나운서가 “대한민국 슈퍼 히어로 손흥민”이라고 소개할 때 가장 소리가 컸던 관중의 함성은 슈틸리케 감독이 소개되자 잠잠해졌다. 아이만 알하킴 시리아 감독이 소수의 시리아 방문 팬들에게 큰 박수를 받은 것과 대조적이었다. 최종예선 내내 답답한 전술로 일관해 온 슈틸리케 감독이 중국과의 6차전 방문경기에서도 졸전 끝에 패하자 그를 ‘갓틸리케’로 부르던 팬들의 반응이 차가워진 것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안방 팬들의 응원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가 경기장에 도착해서 가장 먼저 대한축구협회 관계자에게 묻는 말이 “팬이 얼마나 왔나”다. 이날 경기장을 찾은 3만352명의 팬은 선수들에게는 여전히 뜨거운 응원을 보냈지만 슈틸리케 감독에게는 큰 박수를 보내지 않았다. 관중 수도 최종예선 안방경기 중 최소를 기록해 흥행도 타격을 입었다. 팬들은 시리아전 승리에도 여전히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이른 시간에 골이 터지면서 완승도 예상됐던 경기였으나 이후 답답한 공격력으로 한 골 차의 신승을 거두는 데 그쳤다. 이기기는 했지만 중국과의 경기에서 졸전으로 돌아선 축구 팬들의 마음을 돌려놓기에는 부족한 승리였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이 2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 예선 7차전 시리아와의 경기에서 전반 4분 터진 중앙 수비수 홍정호(장쑤 쑤닝)의 선제 결승골에 힘입어 1-0으로 승리했다. 이로써 한국은 4승 1무 2패로 승점 13점이 되면서 이란에 이어 A조 2위를 유지했다. 아시아 최종 예선에서는 A, B조의 각 1, 2위가 월드컵 본선에 직행한다. 이날 홍정호의 선취골은 한국이 아시아 최종 예선을 치르는 동안 가장 이른 시간에 만든 득점이었다. 홍정호는 코너킥 상황에서 상대 수비가 걷어낸 공을 페널티킥 지점 부근에서 강한 왼발 슛으로 연결해 골망을 흔들었다. 2013년 11월 스위스와의 친선경기 이후 4년 만에 터진 홍정호의 A매치(국가대표팀 간의 경기) 두 번째 골이다. 한국은 중국과의 6차전까지 모두 8골을 넣었다. 이 중 전반에 나온 골은 2골뿐일 정도로 팬들의 가슴을 졸이게 하는 경기를 여러 차례 해 왔다. 전반에 나온 한국의 2골 중 한 골은 상대 자책골이기도 했다. 한국이 5분이 채 안 돼 상대 골문을 열어젖히면서 최종 예선에서 처음으로 2골 차 이상의 낙승 분위기가 만들어지는 듯했다. 그러나 이후로 한국은 상대에 위협이 될 만한 공격 장면을 거의 만들어내지 못했다. 최전방 공격수로 선발 출전한 대표팀 막내 황희찬(21·잘츠부르크)은 부지런한 움직임으로 많은 활동량을 보여주기는 했지만 아직 원톱으로서의 무게감은 많이 떨어졌다. 경고 누적으로 23일 중국과의 경기에 결장했던 손흥민(토트넘)도 의욕이 앞선 탓인지 평소와 달리 슈팅과 패스에서 모두 세밀함이 떨어진 모습을 보였다. 한국은 결정적인 실점 위기를 여러 차례 맞는 등 최종 예선 들어 줄곧 지적돼 온 수비 불안을 이날도 털어내지 못했다. 수비라인이 우왕좌왕하면서 상대 선수를 놓치는 장면이 자주 나왔다. 골키퍼 권순태(가시마 앤틀러스)의 슈퍼 세이브가 없었다면 실점으로 연결됐을 위기도 있었다. 후반 추가 시간에는 크로스바를 때리는 슈팅을 상대에게 내주면서 다 잡은 경기를 놓칠 뻔하기도 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40위인 한국은 한참 아래인 시리아(95위)를 상대로 안방에서 팬들의 기대에 크게 못 미치는 경기력을 보였다. 아이만 알하킴 시리아 감독이 “경기 내용면에서는 무승부라고 생각한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슈틸리케 감독은 “전반 4분 만에 선제골을 넣으면서 안정적인 경기를 운영할 것으로 기대했는데 패스 연결 등에서 원하는 플레이가 살아나지 않았다. 마지막에 상대 슛이 골대를 맞는 등 행운이 따른 승리였다. 중요한 것은 승점 3점을 따내 러시아 월드컵 본선 자력 진출 순위와 희망을 이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고 말했다. 한국은 6월 13일 카타르와 최종 예선 방문 8차전을 치른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정윤철 기자}
“거취 문제에 신경을 쓰기보다는 월드컵 본선 진출 방안을 고민하겠다. 그 생각만으로도 바쁘다.” 중국과의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 예선 6차전에서 졸전 끝에 패한 울리 슈틸리케 축구대표팀 감독(사진)은 24일 경기 파주시 축구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서 자신을 둘러싼 경질 논란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중국전 패배로 승점 10점에 머문 한국은 A조 2위를 기록 중이지만 우즈베키스탄(3위·승점 9), 시리아(4위·승점 8)와의 승점 차가 각각 1, 2점에 불과해 월드컵 본선 직행 티켓(각조 1, 2위) 확보에 비상이 걸린 상태다. 2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시리아와의 최종 예선 7차전은 슈틸리케 감독의 운명을 결정지을 경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대표팀의 단조로운 전술은 상대 팀들에 위협을 주지 못하고 있다. 기성용(스완지시티)은 “선수와 코칭스태프가 모두 바뀌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월드컵에 나갈 수 없다”고 쓴소리를 했다. 4-2-3-1 전형을 고집하는 슈틸리케 감독은 중국전에서 단순한 측면 공격으로 일관했다. 측면 공격은 전력이 약한 상대가 중앙에서 밀집 수비를 펼칠 때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95위 시리아도 한국(40위)을 상대로 ‘선수비 후역습’ 전술을 구사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슈틸리케호’의 측면 공격은 위력적이지 않다. 중국전에서 각각 좌우 측면 공격수로 나선 남태희(레크위야SC)와 지동원(아우크스부르크)은 측면이 주 포지션이 아니다. 김대길 KBSN 해설위원은 “둘 다 측면을 돌파해 크로스를 올리기보다는 중앙으로 파고드는 데 익숙한 선수이기 때문에 측면 공격의 전문성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공격에 가담한 측면 수비수들도 부진하기는 마찬가지다. 축구 데이터 분석업체 팀트웰브에 따르면 중국전에서 한국 크로스의 정확도는 8.7%(23개 중 2개 성공)에 불과했다. 그러나 슈틸리케 감독은 전술보다는 선수들의 실행 능력을 강조했다. 그는 “전형 변화보다는 선수들의 전술 이해도를 높이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종 예선 방문경기에서의 부진(1무 2패·무득점)에 대해서는 “선수들이 정신적인 부분을 보완해야 된다”는 답변 외에 뚜렷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했다. ‘백패스 남발’도 문제다. 중국전에서 한국의 전체 패스(441개) 중 108개가 백패스였다. 특히 공격 지역 패스(181개) 중에는 백패스가 52개로 가장 많았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상대 측면까지 전진해도 선수들 간의 연계 플레이 등 부분 전술이 없기 때문에 위협적인 패스를 못 하고 우리 진영으로 볼을 돌리는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분석했다. 상대 수비를 붕괴시킬 수 있는 리턴 패스(공격지역 기준)는 중국전에서 6개밖에 나오지 않았다. 이는 슈틸리케 감독이 강조해 온 ‘점유율 축구’가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패스 플레이로 상대 골문을 향해 진격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진영에서 볼을 돌린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파주=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두 번의 눈물을 흘리게 한 대상은 같았지만 의미는 달랐다. 정상에 우뚝 섰을 때의 눈물이 어머니를 향한 고마움 때문이었다면, 대회를 중도 포기한 뒤 흘린 눈물에는 투병 중인 어머니에 대한 걱정이 담겨 있었다. 2015년 미국프로골프(PGA) 챔피언십에서 생애 첫 메이저 챔피언에 오른 뒤 고난을 함께 이겨낸 어머니 데닝을 떠올리며 눈물을 흘렸던 세계 3위 제이슨 데이(30·호주). 그는 23일 미국 텍사스 주 오스틴의 오스틴CC에서 열린 월드골프챔피언십(WGC) 델 테크놀로지스 매치플레이 첫날 팻 페레즈(미국)와의 경기에서 폐암에 걸린 어머니 때문에 기권했다. 6번홀까지 데이가 3홀을 지고 있던 상황이었다. 기자회견장에 들어선 데이는 굵은 눈물을 흘렸다. 이 대회 2연패에 실패한 아쉬움 때문이 아니었다. 데이는 “올해 초 어머니가 폐암으로 12개월 시한부를 선고받았다. 어머니가 이번 주 금요일에 수술을 받을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한동안 목이 메어 말을 잇지 못하던 데이는 여러 차례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고는 “어머니가 겪고 있는 고통이 떠올라 경기를 할 수가 없다. 내가 골프를 하는 이유인 어머니와 함께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데이는 어머니의 헌신 속에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했다. 그의 아버지는 아일랜드계 호주인인 앨빈이며 어머니는 필리핀 이민자였다. 3세 때 아버지 손에 이끌려 골프를 시작한 그는 어려운 형편에 다른 사람이 버린 골프채를 주워 썼고, 구세군 센터에서 구입한 옷을 입었다. 쓰레기 더미 속에서 찾아낸 낡은 3번 우드가 데이의 첫 골프 클럽이었다. 12세 때 아버지가 위암으로 세상을 떠난 뒤 삶은 더욱 곤궁해졌다. 데이는 방황에 빠져 학업을 멀리했지만 어머니는 살던 집까지 팔아가며 아들을 스포츠 프로그램이 있는 유명 국제학교에 보냈다. 어머니의 뒷바라지 속에 마음을 다잡은 데이는 학창 시절 3년 동안 매일 오전 5시 30분부터 훈련에 매달린 끝에 세계적인 선수가 됐다. 데이는 한 온라인 사이트에 올린 ‘12세 데이에게 보내는 편지’라는 글에서 어머니를 향한 깊은 애정을 드러낸 바 있다. “데이에게. 아버지를 떠나보낸 뒤에 인생이 산산조각 난 기분이겠지만 네겐 훌륭한 어머니가 있다는 것을 잊지 마. 아들을 위해 많은 희생을 한 어머니의 말을 항상 새겨듣고 그대로 행동한다면 네 인생은 성공적으로 변할 거야.”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두 번의 눈물을 흘리게 한 대상은 같았지만 의미는 달랐다. 세계 정상에 우뚝 섰을 때의 눈물이 어머니를 향한 고마움 때문이었다면, 대회를 중도 포기한 뒤 흘린 눈물에는 투병 중인 어머니에 대한 걱정이 담겨 있었다. 2015년 미국프로골프(PGA) 챔피언십에서 생애 첫 메이저 챔피언에 오른 뒤 고난을 함께 이겨낸 어머니 데닝을 떠올리며 눈물을 흘렸던 세계 3위 제이슨 데이(30·호주). 그는 23일 미국 텍사스 주 오스틴의 오스틴CC에서 열린 월드골프챔피언십(WGC) 델 테크놀로지스 매치플레이 첫날 팻 페레즈(미국)와의 경기에서 폐암에 걸린 어머니 때문에 기권했다. 6번 홀까지 데이가 3홀을 지고 있던 상황이었다. 기자회견장에 들어선 데이는 굵은 눈물을 흘렸다. 이 대회 2연패에 실패한 아쉬움 때문이 아니었다. 데이는 “올해 초 어머니가 폐암으로 12개월 시한부를 선고 받았다. 어머니가 이번 주 금요일에 수술을 받을 예정이다”고 말했다. 한동안 목이 메어 말을 잇지 못하던 데이는 여러 차례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고는 “어머니가 겪고 있는 고통이 떠올라 경기를 할 수가 없다. 내가 골프를 하는 이유인 어머니와 함께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데이는 어머니의 헌신 속에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했다. 그의 아버지는 아일랜드계 호주인인 앨빈이며 어머니는 필리핀 이민자였다. 3세 때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골프를 시작한 그는 어려운 형편에 다른 사람이 버린 골프채를 주워 썼고, 구세군 센터에서 구입한 옷을 입었다. 쓰레기더미 속에서 찾아낸 낡은 3번 우드가 데이의 첫 골프 클럽이다. 12세 때 아버지가 위암으로 세상을 떠난 뒤 삶은 더욱 곤궁해졌다. 데이는 방황에 빠져 학업을 멀리지했만 어머니는 살던 집까지 팔아가며 아들을 스포츠프로그램이 있는 유명 국제학교에 보냈다. 어머니의 뒷바라지 속에 마음을 다잡은 데이는 학창 시절 3년 동안 매일 오전 5시 30분부터 훈련에 매달린 끝에 세계적 선수가 됐다. 데이는 한 온라인 사이트에 올린 ‘12세 데이에게 보내는 편지’라는 글에서 어머니를 향한 깊은 애정을 드러낸 바 있다. “데이에게. 아버지를 떠나보낸 뒤에 인생이 산산조각난 기분이겠지만 네겐 훌륭한 어머니가 있다는 것을 잊지마. 아들을 위해 많은 희생을 한 어머니의 말을 항상 새겨듣고 그대로 행동한다면 네 인생은 성공적으로 변할거야.”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안선주(30)는 5일 끝난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투어 다이킨 오키드 대회에서 최종합계 6언더파 282타로 우승했다. JLPGA투어 시즌 개막전에서 정상에 오른 그는 투어 통산 23승을 기록했다. JLPGA투어를 주름잡고 있는 안선주의 강력한 무기는 요넥스의 ‘EZONE(이존) XPG HD드라이버’다. 그는 “EZONE XPG HD드라이버 등 요넥스 제품을 사용하면 내가 원하는 대로 샷을 구사할 수 있어 기분이 좋다. 내가 자신감을 갖고 스윙을 할 수 있는 비결이다”라고 말했다. 안선주처럼 자신 있는 스윙을 꿈꾸는 주말 골퍼들을 위한 희소식이 있다. 요넥스코리아는 세계 최고의 카본 파이버 기술을 활용해 최고의 비거리를 만들어내는 ‘로얄 EZONE 아이언’을 출시했다. 요넥스코리아는 “자체 기술로 제작된 로얄 EZONE 시리즈는 골퍼들의 품격과 가치를 높이는 데 핵심을 둔 프리미엄 클럽 라인이다”라고 설명했다. 로얄 EZONE 아이언은 헤드와 그립, 샤프트 모두 일본 요넥스 본사에서 생산과 조립 과정을 거쳤다. 이 제품은 메인 컬러로 세련된 ‘로얄 블랙’을 선택해 클럽의 품격을 높였다. 요넥스코리아에 따르면 드라이버에 맞먹는 비거리를 자랑하는 로얄 EZONE 아이언은 반발력이 뛰어난 고강도 소재를 사용해 블레이드, 페이스, 솔의 내구성을 높였다. 또한 기존 모델에 비해 페이스의 두께를 0.1mm 얇게 제작해 페이스의 반발력을 향상시켰다. 여기에 솔 부분에 약 90g의 텅스텐을 삽입해 헤드의 중심을 낮췄다. 요넥스코리아는 “로얄 EZONE 아이언은 임팩트 시의 불필요한 진동을 감소시켜 골퍼들이 편안한 스윙을 할 수 있도록 만든다”고 설명했다. 초경량(남성용 38g, 여성용 34g)을 자랑하는 로얄 EZONE 시리즈에 적용된 ‘셀라 포 로얄(XELA for Royal) 샤프트’는 카본의 탄성을 활용해 볼의 초속을 높여 비거리 향상 효과를 발생시킨다. 로얄 EZONE 아이언은 남성용, 여성용 아이언으로 출시되며 전국 요넥스 대리점에서 구매가 가능하다. 가격은 320만 원.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활약 중인 한국인 선수들이 ‘신구조화’를 앞세워 역대 시즌 최다승에 도전한다. 지난해 한국인 선수들은 9승을 합작해 3년 연속(2013∼2015년) 이어오던 시즌 10승 이상을 달성하는 데 실패해 아쉬움을 남겼다. 그러나 2017년에는 2015년에 기록한 역대 한국인 선수 최다승(15승)을 뛰어넘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이미 한국인 선수들은 20일 끝난 뱅크 오브 호프 파운더스컵까지 시즌 5개 대회에서 3승(장하나 양희영 박인비)을 휩쓸며 순조로운 출발을 했다. 이번 시즌 한국인 선수들의 활약이 기대되는 이유는 지난해 부상으로 인해 컨디션이 들쭉날쭉했던 ‘베테랑’ 박인비(29·KB금융그룹)가 기량을 회복한 데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를 정복하고 미국 무대 도전에 나선 ‘대형 신인’ 박성현(24·KEB하나은행)이 다승 사냥에 합세했기 때문이다. 박인비는 HSBC 위민스 챔피언스 우승을 통해 완벽한 부활을 알렸다. 지난해 8월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이후 왼 손가락 치료에 매달렸던 그는 2월 혼다 타일랜드(공동 25위)에서 6개월 만에 투어에 복귀했다. 복귀전에서 실전 감각을 끌어올린 박인비는 두 번째 참가한 대회인 HSBC 위민스 챔피언스에서 정상에 올랐다. 2015년 11월 로레나 오초아 인비테이셔널 이후 1년 4개월 만에 통산 18승째를 달성한 것이다. 이 대회 4라운드에서 박인비는 퍼팅 수를 27개까지 떨어뜨리고, 7.5m 이상의 버디 퍼팅도 세 차례나 성공시키는 등 ‘컴퓨터 퍼팅’ 능력을 과시했다. 미국 골프다이제스트는 “박인비가 부상 공백에도 2개 대회 만에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던 결정적 요인은 자신감 있는 퍼팅이었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12월 본격적으로 훈련을 재개한 박인비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주니어 시절 때처럼 강도 높은 훈련을 소화했다. 이 과정에서 몸에 무리를 주지 않는 맞춤형 스윙으로 샷이 왼쪽으로 밀리던 문제도 바로잡았다. 그는 운동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테니스, 배드민턴도 병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인비는 “집에 있는 우승 트로피에 얽힌 추억은 모두 지우고 초심으로 돌아가겠다”고 말했다. 박성현은 지난해 KLPGA투어에서 7승을 올린 여세를 몰아 이번 시즌 LPGA투어 정복에 나섰다. 박성현의 데뷔를 앞두고 LPGA투어는 공식 홈페이지에 박성현을 소개하는 동영상까지 게재하며 큰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박성현을 ‘2017년에 주목할 만한 남녀 골프 선수’ 가운데 한 명으로 선정한 미국 골프채널은 “박성현은 세계 랭킹 10위 이내 선수 가운데 지난해 유일하게 LPGA투어에서 꾸준히 활약하지 않은 선수다. 한국투어 상금왕 출신이다. LPGA투어에 7차례밖에 나오지 않았지만 상금 70만 달러(약 8억 원)를 벌어 2017시즌 출전권을 획득했다”고 설명했다. 박성현은 “내 꿈을 향해 다가간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설렌다.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고 멀리 보면 오히려 좋은 결과를 얻을 것 같다. 기본적인 목표는 시즌 1승과 신인왕이다”고 말했다. 박성현은 LPGA투어 정회원 데뷔전이었던 HSBC 위민스 챔피언스에서 3위를 차지하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특히 그는 모든 라운드에서 68타를 치는 등 안정적인 경기력을 선보였다. 박성현은 “15위 이내 입상을 목표로 했던 데뷔전에서 성공적인 결과를 얻었다. 멀리까지 방문 응원을 와주는 팬들을 위해서라도 더 좋은 결과로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박성현이 이번 시즌 신인왕의 목표를 달성할 경우 한국인 선수들은 2015년 김세영, 2016년 전인지에 이어 3년 연속 신인왕을 석권하게 된다. 지난해 신인왕과 함께 베어트로피(최저타수상)까지 거머쥐며 성공적으로 LPGA투어에 연착륙 한 전인지는 이번 시즌 개막을 앞두고 체력 강화와 함께 쇼트게임 위주로 경기 감각 회복에 집중했다. 그는 이번 시즌 첫 출전 대회인 혼다 타일랜드 대회를 공동 4위로 마치며 성공적으로 시즌을 출발했다. 전인지는 “천천히 페이스를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삼았는데 운 좋게 기대 이상의 결과가 나왔다. 비시즌 동안 훈련 기간은 짧았지만 몸이 잘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KLPGA투어 2017시즌 개막전인 현대차 중국여자오픈에서 우승한 김효주(롯데)와 허리 부상으로 1년 넘도록 무관에 그친 최나연(SK텔레콤)도 올해 LPGA투어에서 승전보를 울리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지난해 한국 선수 중 최다인 3승을 올린 장하나(BC카드)와 2승을 거둔 김세영(미래에셋), 유소연 등도 안정된 페이스를 앞세워 승수 쌓기에 나선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KGC가 2016∼2017시즌 정규리그 정상에 오른 것은 ‘국내선수 원투펀치’ 오세근(30)과 이정현(30)의 맹활약이 있었기 때문이다. 센터 오세근은 오랜 부상을 떨치고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프로에 데뷔한 2011∼2012시즌에 KGC를 챔피언결정전 정상에 올려놓으며 신인왕과 챔프전 최우수선수(MVP)를 석권한 그는 다음 시즌부터 발목과 무릎 부상 등에 시달려 제 기량을 펼치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시즌에는 철저한 몸 관리 속에 부활에 성공했다. 그는 22일까지 전 경기(52경기)에 출전해 평균 14.12득점(국내선수 3위), 8.38리바운드(국내선수 1위)를 기록 중이다. 이러한 활약 속에 그는 올해 1월 데뷔 시즌 이후 5시즌 만에 라운드 MVP에 선정됐다. 오세근은 “주변에서 재기하지 못할 것이라는 말도 들었지만 남모를 노력을 많이 해서 뜻깊은 상을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태어난 쌍둥이와 아내의 응원도 큰 힘이 됐다. 오세근은 “아이가 생기면서 책임감이 더 커졌다. 쌍둥이에게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오세근이 KGC의 골밑을 지켰다면 외곽에서는 이정현이 펄펄 날았다. 평균 15.38득점으로 국내선수 득점 1위인 그는 전체 득점 순위에서는 12위를 기록하며 토종 슈터의 자존심을 지켰다. 3점 슛은 경기당 평균 2.3개를 성공시켜 3위에 올라 있다. 이정현은 “오세근 등 센터들이 골밑에서 든든히 버텨주기 때문에 외곽 찬스가 많이 생겨 좋은 결과를 얻은 것 같다”면서 “언젠가는 ‘슈터’ 하면 팬들이 내 이름을 떠올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꿈이다”고 말했다. 오세근과 이정현은 정규리그 MVP를 놓고 경쟁 중이다. 김승기 KGC 감독은 “노련미를 갖춘 선수로 성장한 오세근과 승부욕과 근성이 뛰어난 이정현 모두 최고의 활약을 보여줬다”면서 “둘이 MVP 경쟁을 해야 한다니 참 안타깝다. 내게는 모두가 MVP다”고 말했다.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한국프로축구연맹이 K리그 클래식 FC 서울과 광주 경기(19일)에서 오심을 한 심판들에게 중징계를 내렸다. 연맹 심판위원회는 “해당 경기 후반 18분에 나온 핸드볼 반칙에 따른 페널티킥 판정은 오심으로 확인됐다”고 21일 밝혔다. 이에 따라 연맹은 반칙을 선언한 주심은 무기한 경기 배정을 정지하고, 무선 교신으로 주심에게 반칙 의견을 내고도 경기 후 판정 분석 과정에서 이를 부인해 심판으로서의 신뢰 의무를 위반한 부심은 퇴출시켰다. 경기 당일 주심은 이상호(서울)가 페널티 지역 오른쪽 측면에서 올린 크로스가 광주 선수의 등에 맞았지만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선제골을 넣고 앞서 가던 광주는 이날 페널티킥으로만 2골을 내주며 1-2로 역전패했다. 심판위원회에 따르면 주심은 핸드볼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운 위치에 있었기 때문에 광주 진영 측면에 있던 부심이 전달한 반칙 의견을 토대로 판정을 내렸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한국프로축구연맹이 K리그 클래식 FC 서울과 광주 경기(19일)에서 오심을 한 심판들에게 중징계를 내렸다. 연맹 심판위원회는 “해당 경기 후반 18분에 나온 핸드볼 반칙에 따른 페널티킥 판정은 오심으로 확인됐다”고 21일 밝혔다. 이에 따라 연맹은 반칙을 선언한 주심은 무기한 경기 배정을 정지하고, 무선 교신으로 주심에게 반칙 의견을 내고도 경기 후 판정 분석과정에서 이를 부인해 심판으로서의 신뢰 의무를 위반한 부심은 퇴출시켰다. 경기 당일 주심은 이상호(서울)가 페널티지역 오른쪽 측면에서 올린 크로스가 광주 선수의 등에 맞았지만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선제골을 넣고 앞서가던 광주는 이날 페널티킥으로만 2골을 내주며 1-2로 역전패했다. 심판위원회에 따르면 주심은 핸드볼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운 위치에 있었기 때문에 광주 진영 측면에 있던 부심이 전달한 반칙 의견을 토대로 판정을 내렸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우리은행을 5시즌 연속 통합 우승으로 이끈 최고참 임영희(37)와 에이스 박혜진(27)은 서로를 최우수선수(MVP)로 불렀다. 임영희는 박혜진의 성장이, 박혜진은 임영희의 리더십이 팀을 정상에 올려놨다고 치켜세웠다. 20일 용인체육관에서 열린 삼성생명 2016∼2017 여자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5전 3승제) 우리은행과 삼성생명의 3차전은 박혜진이 팀을 위기에서 구해내고, 임영희가 우승에 쐐기를 박은 경기였다. 이날 우리은행은 득점력이 살아난 삼성생명에 고전하면서 4쿼터까지 68-68 동점을 기록했다. 박혜진은 66-68로 뒤진 경기 종료 5초 전에 얻은 자유투를 모두 성공시켜 승부를 연장으로 몰고 갔다. 그는 삼성생명 팬들의 함성 등 방해를 이겨내며 승부사다운 기질을 보였다. 박혜진은 “상대 팬들의 함성을 날 위한 응원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연장전에서 가장 빛난 선수는 임영희였다. 이날 미들 슛 난조를 보인 임영희는 4쿼터까지 10득점에 그쳤다. 하지만 연장전에서 우리은행이 72-70으로 근소하게 앞선 상황에서 과감한 돌파에 이은 골밑 슛으로 연달아 득점하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임영희는 1, 2차전에서는 모두 팀 내 최다 득점을 기록했다. 연장 접전 끝에 83-72로 승리한 우리은행은 시리즈 전적 3승으로 정상에 올랐다. 우리은행은 자신들이 보유한 여자프로농구 최다 챔프전 우승, 통합 우승 기록을 각각 9회, 8회로 늘렸다. 19득점, 11어시스트를 기록한 박혜진은 3년 연속 챔프전 MVP(기자단 투표)에 선정됐다. 그는 포인트가드로 변신한 이번 시즌에 정규리그와 챔프전 MVP를 모두 석권했다. 임영희는 “우승은 포지션 변화에 완벽히 적응하며 성장을 이뤄낸 혜진이 덕분이다”라고 칭찬했다. 반면 박혜진은 맏언니에게 공을 돌렸다. 그는 “시즌 초반 주장인 양지희 언니가 부상 중일 때 영희 언니가 코트 위에서 중심을 잡아줬다. 그때 위기를 잘 넘겼기에 우승을 했다”면서 “나와 감독님 마음속 MVP는 언제나 영희 언니다”라고 말했다. 임영희는 시련을 이겨내고 뒤늦게 꽃을 피운 선수다. 1999년 신세계에 입단한 뒤 10년 동안은 주로 후보로 뛰었다. 2009년에 우리은행 유니폼을 입었지만 팀은 2011∼2012시즌까지 매년 꼴찌를 맴돌았다. 그런 그의 인생이 바뀌기 시작한 것은 2012년 4월부터다. 2012년 4월 우리은행은 신한은행의 6연속 통합 우승을 도운 위성우 코치를 사령탑으로 영입했다. 선수들 사이에서 “훈련장 옆을 지나가는 개가 부러울 정도”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혹독한 훈련을 실시한 위 감독이지만 임영희는 이를 참아내며 체력과 기술을 키웠다. 그 덕분에 임영희는 프로 입단 동기인 신정자, 변연하 등 스타들이 대거 은퇴한 가운데 꿋꿋하게 코트를 누비고 있다. 위 감독을 만난 시기에 임영희는 또 다른 전환점을 맞았다. 5년 연애 끝에 유재선 씨(38)와 결혼하면서 ‘주부 선수’가 됐다. 유 씨는 주말 경기마다 경기장에 찾아와 아내를 응원하는 지원군이 돼 주고 있다. 이날 용인체육관에서 만난 유 씨는 “우승도 차지했으니 올해 아내 생일에는 돼지고기 김치찌개 등 아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만들어 주겠다”고 말했다. 용인=정윤철 trigger@donga.com·임보미 기자}

오리온이 2016∼2017 KCC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PO) 직행 티켓을 손에 넣었다. 프로농구 2위 오리온은 19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SK와의 방문경기에서 71-62로 이겼다. 오리온은 애런 헤인즈(18득점 8리바운드) 이승현 문태종(이상 13득점) 등 주전들의 고른 득점을 바탕으로 승리를 낚았다. 5연승을 달리며 35승 17패를 기록한 오리온은 남은 정규리그 2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최소 2위를 확보했다. 이날 kt(9위)를 73-65로 꺾은 삼성(3위·33승 19패)이 남은 2경기를 모두 이기고, 오리온이 모두 패해 양 팀 성적이 동률을 이루더라도 이번 시즌 상대 전적에서 오리온이 4승 2패로 앞서기 때문이다. 삼성의 리카르도 라틀리프는 이날 13득점 14리바운드를 기록해 프로농구 역대 최다 경기 연속 더블더블 기록(33경기)을 세웠다. 오리온은 이날 승리로 1위 KGC(36승 15패)와의 승차를 1.5경기로 좁히면서 정규리그 우승을 향한 희망을 이어가게 됐다. 추일승 오리온 감독은 “자력으로 1위를 차지하기는 어렵지만 매 경기 최선을 다해 정규리그를 잘 마무리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모비스(4위)는 19득점을 기록한 네이트 밀러의 활약에 힘입어 동부(5위)를 81-73으로 꺾었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눈앞에 뒀던 메달이 사라지자 차준환(16·휘문고)은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경기 후 키스앤드크라이존에서 점수를 기다릴 때도 전날 쇼트프로그램이 끝났을 때처럼 활짝 웃거나 박수를 치지 못했다. 차준환은 16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 세계주니어선수권 남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160.11점을 기록하며 총점 242.45점으로 5위를 기록했다. 그는 자신의 ISU 공인대회 개인 최고점(총점 기준)을 경신하며 선전했지만 쿼드러플(4회전) 점프 실수가 아쉬웠다. 쇼트프로그램에서 ISU 공인대회 개인 최고점인 82.34점으로 2위에 올랐던 차준환은 프리스케이팅에서 난도 높은 두 차례 4회전 점프를 앞세워 우승을 노렸다. 2번째 점프로 시도한 4회전 살코-2회전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는 실수가 없었다. 그러나 4번째 점프였던 4회전 살코 단독 점프에서 착지를 하다가 넘어지면서 감점을 받았다. 한국 남자 선수 최초의 세계주니어선수권 메달 획득에 실패한 차준환은 이 대회 한국 남자 역대 최고 성적에 만족해야 했다. 기존 남자 최고 순위는 정성일이 1987년 호주 대회에서 기록한 6위다. 이번 대회 우승은 세 차례 4회전 점프를 앞세워 주니어 역대 최고 점수인 258.11점을 기록한 빈센트 저우(미국)가 차지했다. 이번 시즌 마지막 대회에서 시상대에 오르지는 못했지만 한 시즌 동안 차준환이 보여준 성장세는 놀랍다. 그는 지난해 12월 ISU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한국 남자 선수 최초로 동메달을 땄다. 그랑프리 3, 7차 대회에서도 우승을 차지해 김연아 이후 11년 만에 한 시즌에 그랑프리 두 개 대회 우승을 달성했다. 그가 4회전 점프의 종류를 다양화하고 완성도를 높인다면 2018 평창 겨울올림픽과 시니어 무대에서도 좋은 성적을 기대해 볼 수 있다. 차준환의 지도자인 브라이언 오서 코치는 2월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차준환은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까지 멀리 내다봐야 하는 선수다. 다음 시즌에 평창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그는 더 많은 성장을 이뤄낼 것이다”라고 말했다.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