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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차기 당권레이스가 본격화한 가운데 재선인 박광온 의원이 10일 최고위원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박 의원은 이날 국회 정론관 기자회견에서 “문재인의 대변인인 제가 국민과 당원과 함께 문재인 대통령을 반드시 성공한 대통령으로 만들겠다”며 출사표를 던졌다. 민주당 의원 가운데 공식적으로 최고위원 출마선언을 한 사람은 박 의원이 처음이다. 2012년과 2017년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의 대변인을 맡았던 박 의원은 ‘당원들의 대변인’을 캐치프레이즈로 내걸었다. 그는 “혁신은 사랑방에서 나올 수 없다. 나라의 주인은 국민으로 바뀌고 있지만, 여전히 민주당의 주인은 당원이 아니다”라며 권리당원 전원투표제 등을 제1공약으로 내걸었다. 박 의원은 “스웨덴 상생정치의 상징인 ‘목요 모임’처럼 매주 목요일 저녁 당·정·청은 물론 노조와 기업, 야당까지 참여하는 모임을 갖겠다. 이를 통해 일자리와 규제 혁신, 자영업 대책 등의 난제를 풀겠다”며 ‘유능한 정책정당’을 만들 것을 약속했다. 박 의원은 문재인 정부 출범 과정에서 인수위원회 역할을 한 국정기획자문위원회의 경제 분과 위원을 역임했다. 민주당 최고위원 선거에는 박 의원 외에도 안민석(4선) 유승희(3선) 박홍근 유은혜 전현희(이상 재선) 김해영 김현권 박주민 의원(이상 초선) 등이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다. 민주당은 26일 예비경선(컷오프)을 치러 8명의 최종 후보를 압축한 뒤 여성 한 명을 포함한 최고위원 5명을 8월 25일 전당대회에서 선출할 예정이다. 유근형 기자noel@donga.com}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 등 지도부가 11일 경기 안산 한양대 에리카 캠퍼스를 찾아가 ‘혁신성장 현장투어’에 나선다. 4차산업 관련 산·학·연 협력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이를 정책에 반영해 문재인 정부의 혁신성장 기조를 뒷받침하기 위해서다. 민주당 관계자는 “당 혁신성장추진특별위원장을 직접 맡고 있는 추 대표를 비롯해 김태년 정책위 의장 등 지도부가 총출동할 계획이다. 당 지도부가 혁신성장 투어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번 현장투어는 당청의 역할분담 차원에서 기획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7일 혁신성장점검회의를 전격 취소하며 공직사회를 독려한 일과 보조를 맞추기 위해 당이 현장 보듬기에 나선 것이다. 20대 국회 하반기 원구성이 늦어지며 국회가 수개월째 공전하는 상황에서 현장을 챙기는 정책행보로 야당과 차별화를 시도하는 측면도 있다. 추 대표 측 관계자는 “민주당 차기 당권레이스가 시작됐지만, 대표 임기가 끝나는 날까지 민생을 챙기며 굳건한 당청 관계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유근형 기자noel@donga.com}
소득주도 성장 정책을 보완하기 위해 저소득층에 한해 기초연금을 당초 2021년이 아니라 2년 앞당긴 내년부터 월 30만 원으로 올리는 방안이 추진된다. 1분위(소득 하위 20%) 소득지표 악화로 소득주도 성장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정부가 돈을 풀어서라도 논란을 돌파하겠다는 것이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5월 재정전략회의에서 “1분위 소득이 많이 감소한 것은 아픈 대목”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8일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 등에 따르면 정부는 이르면 12일 경제관계 장관회의를 열어 기초연금 인상 등 저소득층의 실질소득을 늘리는 내용의 ‘저소득층 종합대책’을 확정할 예정이다. 당초 만 65세 이상 소득 하위 70% 노인에게 지급하는 기초연금은 올해 9월 20만 원에서 25만 원으로, 2021년 4월부터 30만 원으로 인상될 예정이었다. 정부가 빈곤층의 약 40%를 차지하는 저소득층 노인의 생계를 실질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추가 인상 시기를 2년 앞당기기로 한 것. 여권 관계자는 “소득 수준이 아니라 연령을 기준으로 연금 인상을 하자는 의견도 있다. 구체적인 안은 경제장관회의에서 조율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대책에는 기초생활보장제의 부양의무자 제도를 폐지해 서류상 가족 때문에 정부 지원을 못 받는 빈곤층 약 90만 명을 구제하는 안도 포함될 것으로 전해졌다. 여권은 9월 정기국회에서 이번 대책을 뒷받침할 관련 입법을 추진할 계획이다. 하지만 재정 확대에 대한 야당의 반대가 거센 만큼 진통이 예상된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의 한 대학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65세 이상 소득 하위 70%에 대한 기초연금을 월 20만 원에서 30만 원으로 올리면 약 5조5000억 원의 추가 재원이 필요하다”고 전망했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문재인 대통령을 상징하는 달(Moon)을 밤낮으로 지키겠다며 친문(친문재인) 의원들이 만든 ‘부엉이 모임’이 5일 전격 해산하기로 했다. 2012년 대선 무렵부터 비공개로 꾸려온 모임의 존재가 동아일보와 채널A 보도로 세상에 알려진 지 나흘 만이다. 더불어민주당 안팎에서 ‘뼈문’(뼛속까지 친문)이라는 표현과 함께 ‘친문 패권주의 부활’이라는 비판이 쏟아지자 서둘러 진화에 나선 것이다. 부엉이 모임의 좌장 격인 전해철 의원은 5일 국회에서 당 의원총회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모임 소속) 의원들이 해산하자고 의견을 모아서 공감했다. 문제 제기가 계속 있다면 확실하게 해야 한다. (앞으로 부엉이 모임 회원들과) 밥도 안 먹겠다”고 말했다. 모임에서 간사 역할을 했던 황희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 “(부엉이 모임은) 뭔가 의도되고 목적이 있는 모임이 아닌 관계로, 이렇게 오해를 무릅쓰고 모임을 계속할 이유가 없어졌다”고 했다. 앞서 부엉이 모임 소속 의원들은 전날 밤 보안 메신저인 텔레그램의 단체채팅방에서 모임을 끝내기로 뜻을 모았다. 한 친문 의원은 “부엉이 모임의 존재 자체가 문 대통령에게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의견이 다수였다”고 전했다. 부엉이 모임의 전격 해체 결정은 과거, 특히 친노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는 인식에서 비롯됐다는 게 중론이다. 노무현 정부 시절 더불어민주당의 전신인 열린우리당은 친노(친노무현)와 비노(비노무현)의 계파 싸움으로 몰락을 거듭했다. 더불어민주당도 문 대통령이 당 대표일 때 친문과 비문(비문재인) 진영의 갈등으로 결국 국민의당이 떨어져나가는 분당 사태를 겪었다. 박근혜 정부가 ‘진박(진짜 친박)’ 논란으로 결국 탄핵까지 내몰린 일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모임 해산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한 재선 의원은 “계파 정치와 세불리기 정치가 역풍을 맞으면 친문도 친박처럼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부엉이 모임이 해산해도 친문 세력의 당내 위상 및 영향력에는 별 영향이 없을 듯하다. 한 비주류 의원은 “부엉이라는 이름만 없어진 것이지 친문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부엉이 논란’이 이어지면 친문 당권 주자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까 봐 서둘러 해산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부엉이 모임 해체로 당권 레이스는 극심한 ‘눈치 싸움‘ 양상으로 흘러갈 것으로 보인다. 이해찬 김진표 최재성 윤호중 전해철 의원 등 친문 후보들을 주목하는 시선이 늘면서 단일화 협상이 예전보다 더 조심스러워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당권 후보로 거론되는 인사는 20여 명에 달하지만 전당대회 룰이 확정된 5일 현재 공식 출마 선언을 한 사람은 박범계 의원 한 명뿐이다. 당 안팎에서는 이 같은 상황이 다음 주 초·중반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친문 주자들은 부엉이 모임 해산 여파로 당장 출마 선언을 하기가 조심스럽다는 분위기이고, 비주류 후보도 지금 출마를 선언하면 비문의 대표주자로 이미지가 각인될 수 있다. 축구로 치면 후방에서 공을 돌리는 ‘수비축구’가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친문 후보 단일화가 결국 실패해 27일 치러지는 예비경선(컷오프)을 통해 정리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편 민주당 초선 의원들은 이날 의원회관에서 ‘초선, 민주당의 내일을 말한다’ 토론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는 부엉이 모임으로 상징되는 당내 계파주의를 극복하자는 의견이 쏟아졌다. 이날 토론회에는 자유한국당 강효상 의원이 방청석에서 논의를 지켜봐 눈길을 끌었다. 강 의원은 토론회를 지켜본 뒤 “민주당이 지방선거 대승에 도취돼 자만하지 않는 점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한국당도 여당의 실패에 기대 다음 총선을 치르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유근형 noel@donga.com·박성진·박효목 기자}
“여학생들이 교복을 (고치는) ‘수술’까지 해서 입더라.” 문재인 대통령은 3일 열린 국무회의 도중 갑자기 이렇게 말했다. 교육부가 교복 완전자율화 등 개선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무늬만 자율화’로 운영되는 교복 의무화 관행으로 학교에서부터 ‘남자는 바지, 여자는 치마’ 등 성 역할을 정형화하는 문제를 지적한 것. 국무회의에서 교복 문제가 도마에 오른 것은 양성평등주간을 맞아 여성 인권 문제를 논의하던 중 문 대통령이 “여성 인권에 대해 너무 무심하다”고 말하면서다.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불편한 여학생 교복을 개선해 달라는 청원이 계속되고 있다. 문 대통령은 “(학교 자율로 교복을 정하지만) 이런 게 자율이냐”며 “교육부가 이 문제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 달라”고 주문했다. 이낙연 국무총리 역시 ‘탈(脫)코르셋(여성에게 강요된 미적 기준을 벗어나자는 운동)’이 여성계에서 확산되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우리는 역행하고 있는 것 아닌가”라고 거들었다. 갑자기 대통령과 총리가 교복 문제로 질문을 퍼붓자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새로운 교육감들과 협의해 점검해보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또 문 대통령은 ‘홍익대 몰카 사건’이 여성에 대한 편파 수사라는 여성계 일각의 비판에 대해 “편파 수사라는 말이 맞는 것은 아니지만 여성들의 문제의식은 몰래카메라 범죄나 유포에 대한 사회적 처벌이 너무 가볍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외국은 명예훼손 하나만 가지고도 한 신문사가 문을 닫는 정도의 엄중한 벌을 내린다”며 “여성들의 성과 관련된 수치심, 명예심에 대해서 특별히 존중한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도록 해줘야 원한 같은 것이 풀리지, 이대로 가다가는 정말 큰일 날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최근 시행령 개정으로 순직자에서 전사자로 예우가 바뀐 제2연평해전 전사자 문제와 관련해 “국가가 이제야 도리를 다하는 셈”이라며 “국방부 장관이 유족들을 특별히 초청해 국가의 예우가 늦어진 데 대해서 사과 말씀도 드리고, 이제 우리 정부가 책임을 다하게 되었다는 뜻도 꼭 전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상준 alwaysj@donga.com·유근형 기자}
“이력서를 20장 넘게 검토했는데 적당한 사람이 없네요.” 더불어민주당의 한 초선 의원은 최근 보좌관(5급) 채용에 애를 먹고 있다. 6·13지방선거 직전 공석이 된 보좌관 자리에 경제 부처 관련 경력을 갖춘 인물을 찾고 있지만 한 달째 적임자를 발견하지 못했다. 이 의원은 “지원자는 적지 않지만 당장 일을 맡길 경험 있는 보좌진은 찾기 어렵다”며 한숨을 쉬었다. 최근 여의도에선 구인난에 시달리는 여당 국회의원들이 적지 않다. 일찌감치 압승이 예상됐던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 민주당 보좌진 출신들이 대거 출사표를 내 당선되면서 생긴 현상이다. 민주당보좌관협의회(민보협)에 따르면 이번 지방선거에서 민보협 출신 출마자 가운데 36명이 국회의원이나 기초단체장, 지방의회 의원으로 당선됐다.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는 충북 제천-단양 지역구에 출마한 이후삼 의원이 승리했고, 기초단체장 당선자 중에서는 채현일 영등포구청장 등 5명이 민주당 보좌진 출신이다. 민주당 보좌관 출신 광역의원 20명과 기초의원 10명도 탄생했다. 여기에 재·보궐선거 승리로 새로 생긴 보좌진 자리만 해도 약 100명(의원 1명당 최대 9명)에 이른다. 재·보궐선거로 국회에 새로 입성한 민주당 의원 상당수가 국회 경력이 있는 보좌관 없이 의정활동을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지난해 대선 직후 상당수 보좌관이 청와대로 옮긴 데다 지방선거로 인한 인력 유출까지 겹치면서 인력난이 생겼다”며 “여당이 된 것을 실감하는 요즘”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보좌관 스카우트전(戰)이 치열해지고 있다. 국회 출신으로 기업으로 이직한 인사들을 수소문해 영입 제의를 하거나, 2016년 민주당과 국민의당 분당 때 국민의당으로 옮겼던 보좌진을 물색하는 경우도 있다. 한 여권 보좌관은 “의원이 이직 의사를 밝힌 보좌관을 붙잡으려고 직접 나서는 일이 늘었다. 과거에는 볼 수 없던 풍경”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보좌관은 “성추행, 비리 등으로 여의도에서 퇴출됐던 이들이 구인난을 틈타 돌아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여당으로 이동하는 보수 야당 출신 보좌진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친문 진영의 한 보좌관은 “공개 채용을 냈는데 지원자의 40%가 자유한국당 출신이다. 민주당 국회 경력자는 한 명도 없어 고민”이라고 말했다. 야권 출신 한 보좌관은 “보좌관 경력을 살려 기업, 공공기관, 공기업으로 진출하려면 야당 경력을 세탁해야 한다. 진보 진영으로 넘어가는 보좌관들이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양심적 병역거부자 대체복무제 마련에 대한 공을 넘겨받은 여야가 대체복무 기간 등을 놓고 이견을 보이면서 입법 과정에서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국방부는 올해 안에 정부안을 내놓는 등 대체복무제 도입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여당은 이미 발의된 대체복무제 관련 병역법 개정안을 기초로 최대한 빨리 대체복무제 입법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9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다음주 원 구성 협상 전까지는 (대체복무제에 대한) 논의를 못할 것”이라면서도 “국회가 정상화되면 관련 입법 논의를 곧바로 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병역법 개정안은 모두 3건. 민주당 전해철, 박주민, 이철희 의원이 각각 발의한 병역법 개정안에는 종교적 신념이나 양심적 확신을 이유로 집총을 거부하는 사람에 대해 일정한 심사를 거쳐 대체복무를 인정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대체복무 심사기구를 국무총리 또는 국방부로 할지, 복무 기간을 현역의 1.5배 또는 2배로 할 것인지 등 세부내용은 약간 다르지만 단일안을 마련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21개월인 육군 장병 복무 기간을 국방부가 18개월로 단축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걸 감안하면 대체복무 기간은 30∼36개월가량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야당인 자유한국당은 남북 분단 상황에 중점을 둬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체복무가 병역 회피의 수단이 되거나 병력 손실로 이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데 방점을 찍은 것이다. 국회 국방위원장을 지낸 한국당 김학용 의원은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한 병역거부자만 대체복무 대상으로 인정하고 대체복무 형태도 군(軍)과 관련된 업무로 제한하는 내용의 병역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할 예정이다. 대체복무 기간은 40개월로 할 계획이다. 김 의원 측은 “문재인 정부가 18개월까지 복무 기간을 줄인다고 가정할 때 대체복무 기간이 여당안보다 더 길다”고 설명했다. 국방부는 대체복무제도를 올해 안에 마련할 방침이라고 이날 밝혔다. 군 고위 관계자는 “헌법재판소가 (대체복무제 마련에) 1년 반이라는 시간을 줬지만 (이 기간을) 다 쓰진 않겠다”면서 “외국 사례를 참고하고, 공청회 등을 열어 연내에 병역의무의 형평성을 유지하면서 사회적으로 유익하고 합리적인 대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군은 대체복무제가 병역기피의 수단으로 악용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른 관계자는 “현역 복무보다 힘들고, 양심의 자유에 따른 선택이 아니라면 상식적으로 현역 복무를 기피할 수 없을 정도의 대체복무제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대체복무 기간이 최소한 병역 기피를 차단할 수 있는 수준이 돼야 한다는 원칙을 세우고 각계의 여론 수렴을 거쳐 적정한 기간을 결정할 것이라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일각에선 대체복무 기간이 현역 복무의 2배가량은 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군은 또 양심적 병역거부 여부를 판정하는 절차와 기구를 만드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설명했다. 군 당국자는 “(양심적 병역거부자) 대부분이 종교와 관련돼 확인서나 자술서를 받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군은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뜻하는 ‘입영 및 집총거부자’라는 용어를 계속 사용할 방침이라고 전했다.유근형 noel@donga.com·홍정수 기자·윤상호 군사전문기자}

“이대로는 안 되겠는데….” 26일 오후 청와대. 다음 날 예정된 규제혁신 점검회의 주요 자료를 국무총리실로부터 미리 전달받은 청와대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반응이었다. 한 참모는 “대통령 기대치에 미치지 못할 것 같았다”고 했다. 27일 오전, 참모들의 예감은 현실이 됐다. 이날 오전 11시경, 문재인 대통령은 규제혁신 점검회의 취소를 지시했다. 이낙연 국무총리,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 등 당정청 인사들이 총출동하는 회의가 개최 직전 취소된 것은 이 정부 들어 처음이다. ○ 李 총리 “이대로는 미흡하다”고 취소 건의 각 부처로부터 회의 자료를 전달받아 취합하는 총리실 분위기도 비슷했다. 주초부터 규제혁신 회의 자료를 점검하던 이 총리의 표정도 날이 갈수록 굳어졌다고 한다. 이날 오전 한 행사 참석을 위해 제주에 도착한 이 총리는 문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 정도 내용은 민간의 눈높이에서 봤을 때 미흡합니다. 일정을 연기하시는 게 좋겠습니다.” 문 대통령은 즉각 수용했다. 참모들은 “이미 대통령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대통령이 화가 많이 난 듯했다”고도 했다. 이어 임 실장 등을 불러 회의를 소집한 문 대통령은 “나도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문 대통령은 “좀 끈질기게 달라붙어서 해결해 달라”고도 했다. 대통령이 나서 그렇게 규제개혁을 강조했는데 각 부처의 대응이 너무 안일하다는 것이다. 회의 취소가 총리실을 통해 각 부처에 전달된 것은 오전 11시 50분경. 회의 시작 3시간여 전이었다. 각 부처는 갑작스러운 날벼락에 취소 배경을 파악하느라 분주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정부 부처들이 법 개정 지연을 이유로 대며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이 회의 취소의 결정적인 이유”라고 말했다.○ 사전 징후는 ‘5월 마지막 주’부터 문 대통령이 이날 회의 취소라는 문 대통령답지 않은 ‘충격 처방’을 결정한 것은 공직 사회에 대해 누적된 불만이 폭발한 데 따른 것이다. 문 대통령은 29일로 예정됐던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전원회의 참석도 이번 주초 전격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성과가 없는 형식적인 행사는 참석하지 않겠다는 질책 차원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징후는 5월 마지막 주부터 읽혔다. 지난달 28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홍장표 당시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이 소득격차 악화의 이유로 통계의 오류, 인구 구조 문제 등을 들자 문 대통령은 “그렇게 말하면 국민들이 납득을 하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흘 뒤엔 내각이 질책을 받았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1년이 지나도록 혁신성장에서는 아직 뚜렷한 성과와 비전이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사흘 간격으로 청와대, 내각 모두에 경고를 날린 것. 청와대에서는 “그로부터 3주가 넘게 지났지만 대통령이 이번 회의 자료를 보고 아직 달라지지 않았다고 봤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공직사회 전체에 대한 경고 이날 회의 취소가 장하성 대통령정책실장과 대립 각을 세웠던 김 부총리에 대한 질책이라는 관측도 나왔지만 청와대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일축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규제개혁은) 여러 부처가 같이 해소를 해야 하는 사안이 많다”고 했다. 정부 부처 전체가 각성해서 규제개혁에 제대로 나서 달라는 주문이라는 것이다. 청와대와 총리실은 이날 집중 토론이 예정됐지만 준비가 미흡한 인터넷뱅킹과 개인정보 보호 규제 완화를 그 예로 들었다. 청와대는 “두 이슈는 기재부 외에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행정안전부, 금융위원회, 방송통신위원회 등 사실상 전 부처에 해당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특정 부처를 지적한 것이 아니라 공직사회 전체에 대한 경고라는 의미다. 여권에서는 이날 회의 취소를 두고 “이제 시작”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한 친문(친문재인) 인사는 “사람을 잘 바꾸지 않고, 좀처럼 질책하지 않는 문 대통령이지만 한번 결심하면 그 누구도 말리기 어렵다”고 전했다. 당분간 “속도감 있게, 체감할 수 있는 성과”라는 문재인 정부 2기 국정 운영 기조에 대한 대대적인 드라이브가 이어질 것이란 설명이다. 한상준 alwaysj@donga.com·유근형 / 세종=이건혁 기자}

8월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전대)를 앞두고 예비주자들의 물밑 접촉과 출마 선언이 줄을 잇고 있다. 2년 뒤 국회의원 총선거 때 공천권을 행사하고 문재인 정부 중반기 정책 공약을 뒷받침하는 300여 개 입법 과제를 책임지는 막강한 자리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당 대표 후보가 난립하면 3명으로 컷오프한 뒤 전대를 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당 안팎에선 벌써부터 세 가지 변수가 전대를 좌우할 것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과연 누가 ‘뼈문’(뼛속까지 친문)인가” 민주당 전대 득표율에서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차지하는 비중(85%)은 국민과 일반당원으로 구성된 선거인단(15%)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다. 그만큼 당내 최대 계파인 친문(친문재인) 성향 당원들의 향배가 결정적이다. 현재까지 출마를 선언하거나 저울질하고 있는 친문계 후보는 4선의 최재성, 3선의 윤호중, 재선의 전해철 박범계 의원 등이다. 이 중에서도 친문 핵심 중의 핵심, 이른바 ‘뼈문’으로 통하는 최재성 전해철 두 후보의 단일화 논의가 변수다. 최 의원은 “두 사람이 모두 전대에 나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전 의원은 후보 단일화보다는 차기 당 대표 이미지를 제시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그는 24일 페이스북을 통해 “강력한 당정 협력으로 국정 구심력을 확고하게 만들어야 한다”며 책임총리를 연상케 하는 ‘책임대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 친문 성향 의원은 “친문이 당권을 잡는 과정에서 후보 간 갈등이 표면화되면 안 된다는 공감대가 있다”고 했다. 여기에 범(汎)친문으로 분류되는 4선의 김진표 의원도 최근 두 의원을 따로 만나 후보 단일화를 논의한 걸로 알려졌다. 김 의원은 26일 “친문 전체가 한 후보로 모아지면 전국 대의원이나 권리당원을 확보하는 데 훨씬 유리해진다”고 말했다. 7월 초 출마 선언을 검토 중인 김 의원은 노무현 정부에서 경제부총리를 지낸 ‘성과 창출형’ 당 대표 이미지를 내걸 예정이다. 최근 경제 위기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경제를 잘 아는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부각하겠다는 것. 그러나 친문 주자 간 교통정리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노무현 정부 청와대 법무비서관 출신으로 25일 친문 인사 중 처음으로 출마를 선언한 박범계 수석대변인은 “당 대표를 뽑는 과정이 단일화이며 후보 간 단일화라는 (정치) 공학은 우리가 나아갈 길이 아니다”라고 했다.○ 다크호스 행보와 비주류 결집 다크호스인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과 7선 이해찬 의원의 출마 여부도 중대 변수다. 민주당 불모지였던 대구에서 20대 국회의원에 당선된 김 장관은 중도보수를 껴안을 수 있는 표 확장성과 특유의 친화력이 최대 강점이다. 그러나 개각 전 장관직 사퇴가 이른바 문심(文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는 점에서 출마가 쉽지 않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특히 당내에서 대권과 당권을 분리해야 한다는 여론이 조성되면 대선주자로 꼽히는 김 장관의 당권 행보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당 관계자는 “전대에 나서려면 지금쯤 캠프가 구성돼야 한다. 개각 시점이 다음 달로 넘어가면 설사 김 장관의 사표가 수리되더라도 물리적으로 출마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김 장관 본인은 아직 전대 출마 카드를 완전히 접지 않은 걸로 알려졌다. 친노 좌장이자 당내 최다선인 이해찬 의원은 당을 일사불란하게 끌고 갈 수 있는 ‘힘 있는’ 리더십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국무총리와 장관 등의 경륜을 갖춘 이 의원이 직접 나설 정도로 당이 비상 상황이 아니라는 반론도 있다. 스스로도 출마 여부를 함구하고 있다. 원내대표에 이어 당 대표까지 친문이 차지하는 데 대한 당내 비주류들의 집단 반발 가능성이 마지막 변수다. 지난달 원내대표 선거에서 비주류 노웅래 의원이 예상 밖으로 선전한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당 관계자는 “친문 단일화든 비주류 결집이든 이번 지방선거를 압승으로 이끈 문심의 향방이 전대에서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김상운 sukim@donga.com·유근형 기자}

이낙연 국무총리(사진)가 25일 제68주년 6·25전쟁 기념식에서 “북한 장사정포의 후방 이전이 논의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총리의 발언은 “14일 남북 군사회담에서 북한 장사정포 후방 배치가 논의된 적 없다”는 정부의 기존 설명과는 다른 것이다. 실제로 한미 연합 군사훈련 유예 등과 맞물려 장사정포 후방 배치가 논의됐을 가능성에 힘을 싣고 있다. 이 총리는 이날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6·25전쟁 기념사를 통해 남북 평화무드를 설명하면서 “미군 유해의 송환 절차가 진행되고 있고, 휴전선 비무장지대에서 남북 상호 비방이 중단됐고 확성기도 철거됐다. 또 장사정포의 후방 이전이 논의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미 양국은 연합 군사훈련의 유예를 결정했고, 남북한 100명씩의 이산가족이 8월 하순 금강산에서 재회한다”고 강조했다. 북한 장사정포 후방 배치 논의에 대해 국방부는 최근까지 부인해왔다. 일부 언론은 군 당국이 14일 남북 장성급 회담에서 북한 장사정포를 군사분계선(MDL)에서 30∼40km 후방으로 철수하는 안을 북측에 제시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국방부는 17일 두 차례나 공식 입장을 내고 보도 내용을 부인했다. 장사정포는 ‘서울 불바다’ 협박의 근거인 북한판 ‘전략 자산’으로 우리로서는 후방 배치나 해체를 얻어내야 할 대상이다. 그럼에도 정부가 관련 언급에 신중을 기하는 것은 북한이 장사정포 후방 이전의 반대급부로 한미의 대응전력인 주한미군 ‘210화력여단’의 후방 배치를 요구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 여단은 MLRS(다연장로켓), M109A6 자주포에 대포병 레이더까지 갖춰 남북이 동시에 전력을 뺀다면 우리 손실이 더 크다는 지적이 있다. 또 북한이 장사정포 후방 배치를 핑계로 MDL 인근 정찰 제한을 다시 한 번 요구할 수도 있다. 이런 까닭에 국방부는 총리 기념사 내용이 알려진 25일 오후에도 기존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군 관계자는 “이 총리가 앞으로 실행됐으면 하는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 완화 방안 중 하나인 장사정포 후방 배치 문제를 현재형으로 잘못 표현한 게 아닌가 싶다”고 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총리실도 이날 오후 “장사정포 후방 이전 문제는 향후 남북 군사회담에서 논의될 만한 과제 중 하나로 우리 내부에서 검토했지만 남북 장성급 회담에서는 아직 공식 논의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총리실 고위 관계자는 “청와대와 총리실, 그리고 국방부까지 장사정포 문제를 의제화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고 말했다.유근형 noel@donga.com·손효주 기자}

김종필(JP) 전 국무총리는 40년 넘는 정치 인생만큼이나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말을 유독 많이 남겼다. 평소 쌓은 문학적인 소양을 바탕으로 한 은유적인 표현으로 각박한 정치 현실을 누그러뜨렸고 촌철살인의 한마디로 현실 정치의 정곡을 찔렀다.○ “춘래불사춘” 좌절된 민주화 예고 “이번 여행은 나의 희망 반, 외부의 권유 반으로 떠나게 되는 것이오.” 1963년 민주공화당 창당을 둘러싸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2선 후퇴를 놓고 내분이 끊이지 않자 JP는 모든 공직에서 물러났다. 공항에서 외유를 떠나는 이유에 대해 기자들에게 이같이 말했고 동아일보가 이 말을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보도하면서 JP의 대표 어록이 됐다. 초대 중앙정보부장으로서 1961년부터 진행된 한일 국교정상화 회담 때 오히라 마사요시 일본 외상과 대일 청구권 협상을 했다. JP는 당시 “제2의 이완용이 되더라도 한일 국교를 정상화시키겠다”고 말했다. 1980년 2월 김상만 당시 동아일보 회장이 주최한 인촌 김성수 선생 추도 행사에 참석한 JP는 기자들에게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봄은 왔으나 봄 같지 않다)이라는 말을 아십니까”라고 말했다. “봄이 우리에게 왔다”는 취지로 먼저 얘기한 김영삼(YS) 김대중(DJ) 당시 야당 지도자에게 ‘대권이 눈앞에 왔다는 것은 허튼소리’라는 메시지를 던진 셈이다. 신군부의 쿠데타로 민주화의 좌절을 예언한 말처럼 돼 버렸다.○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며 2인자론 강조 JP는 2인자로서의 자신의 처지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이를 표현했다. 노태우 정권 시절 2인자의 처신을 강조하며 “나는 대통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는 말을 남겼다. 문민정부 시절에는 “여자는 사랑하는 남자를 위해 화장하고, 선비는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 목숨을 바친다”고 했다. 1997년 대선을 앞두고 마지막 승부를 벼르면서 신년 휘호로 ‘줄탁동기((초+ㅐ,줄)啄同機·병아리가 알을 깨려면 어미 닭도 때를 맞춰 껍데기를 깨줘야 한다)’라고 썼다. 대선에 직접 출마하기보다 DJP 연합으로 헌정 사상 첫 평화적 정권 교체의 기틀을 다진 것이다. JP는 처사촌 동생인 박근혜 전 대통령과는 끝내 불편한 관계를 해소하지 못했다. 2007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때 JP는 박 전 대통령 대신 이명박 후보를 지지했고 2012년 박 전 대통령의 대권 도전 전에는 새누리당을 탈당했다. 최순실 사태 등으로 박 전 대통령의 퇴진 압박이 거센 2016년 11월 JP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의 나쁜 점만 물려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5000만 국민이 달려들어 내려오라고 해도 거기 앉아 있을 것이다. 그 고집을 꺾을 사람은 하나도 없다”고 했다.○ “핫바지”로 지역감정 자극…“정치는 허업”으로 마무리 “우리(충청도민)가 핫바지유?” 충청 맹주로 JP는 1995년 지방선거를 석 달 앞둔 자민련 전당대회장에서 이 말로 충청 민심을 자극했다. 김윤환 당시 정무장관이 “충청당이 생기면 보수적 정서로 볼 때 TK(대구경북)와도 통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TK가 핫바지냐”라며 받아넘긴 것을 교묘하게 활용해 지역감정을 자극한 것. JP는 2000년 4·13총선에서 패한 뒤 민주당 이인제 의원으로부터 “지는 해”라는 모욕적인 말을 듣자 “마무리할 때 서쪽 하늘이 황혼으로 벌겋게 물들어 갔으면 하는 과욕이 남았을 뿐”이라고 응수했다. 2004년 JP는 “노병은 죽진 않지만 조용히 사라지는 것이다. 43년간 정계에 몸담으면서 나름대로 재가 됐다”는 말을 남기고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은퇴 뒤인 2011년 그는 자택을 찾아온 정치인에게 “정치는 허업(虛業)이다”라고 했다. 2015년 부인인 고 박영옥 여사의 장례식장에서는 “정치인이 열매를 따먹겠다고 그러면 교도소밖에 갈 일이 없다”고 쓴소리를 했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정부와 여당은 최근까지 표면적으로는 “노동시간 단축 처벌 유예가 불가능하다”고 밝혀 왔다. 하지만 “이대로 시행되면 모두 범법자가 된다”는 재계의 요청에 다양한 시나리오를 고심해 왔다고 한다. 특히 국토교통부, 중소벤처기업부 등 경제 부처를 중심으로 유예 요구가 강했다. 단적으로 버스업계에선 주 52시간 제도가 도입되면 버스 운전사를 대폭 늘려야 하는데, 면허 취득 등 최소한의 준비 시간이 필요하다는 논리였다.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는 20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처벌 유예는 당정청이 경영계의 요구를 수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논란에 이어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한 혼란이 겹치면 자칫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론’ 전반에 대한 회의론으로 번질 수 있다는 점도 고민거리였다. 민주당 고위 관계자는 “북-미 대화로 가려져 있지만 경제 문제가 문재인 정부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말을 자주 접하면서 (처벌 유예를) 6·13지방선거 후부터 본격적으로 고민해 왔다”고 말했다. 이에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는 근로감독관 집무규정을 개정해 최대 14일인 근로시간 위반 사건 시정 기간을 늘리는 방식으로 처벌 유예를 검토했고, 20일 고위 당정청 회의에서 이를 대외비 문건 형식으로 보고했다. 여권 관계자는 “하루 이틀 전까지는 3개월로 유예 기간을 두는 것을 검토하다 고위 당정청 회의를 앞두고 막판에 6개월로 조율됐다”고 전했다. 처벌 유예에 대한 정부와 여당의 사전 공감대가 있었지만 발표는 이낙연 국무총리가 한국경영자총협회 제안을 수용하는 모양새로 이뤄졌다. 여권 관계자는 “이 총리는 대학수학능력시험 개편 연기 결정 때도 현장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걸 중시했다. 이번에도 이 총리가 총대를 멘 것으로 보면 된다”고 전했다.유근형 noel@donga.com·박효목 기자}
올해 7월 1일부터 주 52시간제가 도입되는 300인 이상 기업은 법정근로시간(주 40시간+연장근로 12시간)을 위반하더라도 연말까지는 처벌받지 않는다. 노선버스업 등 근로시간 특례가 폐지돼 ‘주 68시간’을 지켜야 하는 21개 업종도 6개월간 처벌을 유예받는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는 20일 국회에서 고위 당정청 회의를 열어 이같이 결정했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먼저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근로시간 단축에 대해 6개월 단속·처벌을 유예해 달라고 제안했는데, 충정의 제안이고 검토할 가치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에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장하성 대통령정책실장,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 등이 동의하면서 경총 요청을 전격적으로 수용했다. 이에 따라 고용부는 근로감독관 집무 규정(시행규칙)을 개정해 현행 최대 14일인 근로시간 위반 사건의 시정 기간을 3개월로 늘릴 방침이다. 특히 주 52시간 준수를 위해 신규 채용이나 교대제 개편, 설비 확장 등이 필요할 경우 시정 기간을 3개월 더 부여할 계획이다. 시정 기간을 최대 6개월로 늘려 근로시간 단축의 충격을 최소화하겠다는 의미다. 또 정부는 6개월 동안 근로시간 관련 고소, 고발이 들어오더라도 노동청과 검찰이 최대한 중재해 가급적 형사처벌을 하지 않을 예정이다. 경영계는 이를 환영하면서도 이 기간에 탄력적 근로시간제 확대 같은 근본적 해결책을 국회와 정부가 신속하게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탄력근로제 기간은 2003년 9월에 1개월에서 3개월로 한 차례 늘어난 뒤 15년째 그대로다. 경영계는 탄력근로제 기간을 3개월에서 1년으로 늘려 달라고 요구해 왔으나 반영되지 않고 있다. 당정청은 이날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 기조를 보완하는 조치도 속도감 있게 추진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먼저 소득하위 1분위 계층을 위한 맞춤형 일자리 및 소득 지원 대책을 다음 달 초 발표한다. 또 일정 기간 규제를 풀어주는 ‘규제 샌드박스’를 비롯한 규제혁신 5법을 조기 입법하고, 혁신성장 선도사업에 예산 및 세제 지원을 추진하기로 했다.유성열 ryu@donga.com·유근형 기자}

“2014년에 도입된 예산안 본회의 자동부의제는 예산안 처리 시한이라는 ‘납기일’ 문제를 해결한 큰 변화를 이뤘지만 ‘품질관리’의 문제를 남겼습니다.” 김춘순 국회예산정책처장(55)은 최근 ‘국가재정, 이론과 실제’ 개정판 발간을 계기로 가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매년 1월 1일 새벽에야 예산안을 처리하던 관행은 끝냈지만 여전히 예산안 자체에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국회의 대표적인 예산통 중 한 명인 김 처장은 개정판에서 개헌 논의 과정에서 거론됐던 예산법률주의 등을 강조하며 업그레이된 예산 심의를 거듭 강조했다. 김 처장은 “지금처럼 예산안에 사업명과 숫자만 나열하는 게 아니라 사업 내용까지 구체적으로 적시해 ‘법률’로서 본회의에서 처리하자는 취지”라며 “일본 스웨덴 외에 대부분의 나라에선 법률주의를 도입해 예산의 투명성, 책임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김 처장은 “힘 있는 사람이 그 힘을 쓰려고 하면 개인 이익을 우선으로 하게 되고, 탈이 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예산정책처 분석 보고서 중 유리한 분석만 떼서 인용될 때가 가장 난감하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지난해에도 공무원 증원 관련 예산 추계 등에선 예산정책처가 4, 5가지 시나리오와 장단점을 분석했지만, 특정 부분만 인용되면서 불필요한 오해를 받은 적이 있었다. 2003년 설립된 국회예산정책처는 의원들이 법안을 발의할 때 법안 시행 시 예산 추계를 검토하고 정부 예산안을 분석해 의정활동을 지원하는 기관이다. 미국 의회예산처(CBO)를 벤치마킹해 만들었다. 예산정책처는 미국 영국 등의 예산정책기구 관계자들이 참여하는 ‘10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독립재정기구 회의’(7월 2∼5일) 개최도 준비하고 있다.최우열 dnsp@donga.com·유근형 기자}
지방선거 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당권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청와대에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책임 대표론’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여당이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 속에 ‘책임 총리제’처럼 자율성과 책임성을 강화한 강한 여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취지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18일 “청와대와 각을 세우는 ‘대권주자형 대표’는 안 되겠지만, ‘책임 총리’에 비견되는 ‘책임 대표’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책임 대표는 당내 의견을 하나로 모아 청와대와 조율할 수 있는 강한 대표를 의미한다”고 말했다. ‘책임 대표론’은 문재인 정부 출범 후 계속된 ‘여당 실종’ 비판을 반영한 개념이다. 청와대 중심 국정운영만으로는 남북관계 후속작업, 최저임금 고용한파 등 경제 문제를 풀기 어렵다는 것이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문재인 정부 1년 동안 특별한 역할 없이 뒷짐만 지고 있던 여당 의원이 많았다. 차기 당권주자들이 이 점을 파고들면서 여당의 역할 확대를 명분으로 지지를 호소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책임 대표론’은 친문(친문재인) 성향 당 대표 주자들이 전당대회 출마를 위한 명분을 찾는 과정에서 만들어졌다는 시각이 많다. 문재인 정부를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친문 성향의 힘 있는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논리다. 민주당의 한 수도권 의원은 “책임 대표론은 친문 세력의 고심 끝에 나온 명분”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8월 25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실내체육관에서 전당대회를 열고 추미애 대표의 후임 대표와 최고위원 등 새 지도부를 선출하기로 이날 확정했다. 민주당은 22일 국회에서 당무위원회를 열고 전당대회 룰을 결정할 전당대회준비위원회(전준위)의 구성안을 의결한다. 현재까지 8·25전당대회에는 이해찬(7선), 이종걸(5선), 김진표 설훈 송영길 안민석 최재성(이상 4선), 우원식 윤호중 이인영(이상 3선), 박범계 전해철(이상 재선), 김두관 의원(초선) 등이 자천타천으로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다. 개각과 함께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 등이 당권 도전에 나설 가능성도 열려 있다. 전당대회 룰은 대표와 최고위원을 분리해 선출할 가능성이 더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최고 득표자가 대표가 되고 차순위 득표자가 최고위원이 되는 방식보다 대표 권한이 더 강할 수밖에 없다. 민주당 관계자는 “대표와 최고위원을 분리하는 방식은 대표에 출마했다가 떨어지면 최고위원조차 할 수 없는 ‘모 아니면 도’ 방식이라 일부 유력 주자들은 꺼린다. 전대 룰을 놓고 기 싸움이 치열하게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지방선거에서 유례없는 압승을 거둔 여당 더불어민주당은 “자만하지 말자”며 일단 몸을 최대한 낮추고 있다. 자만하다간 역풍이 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8월 말 임기가 끝나는 추미애 대표의 후임 선출을 앞두고 중진들을 중심으로 치열한 물밑 당권 경쟁이 벌써부터 시작되고 있다. 추 대표는 15일 오거돈 부산시장 등 민주당 소속 광역단체장 당선자들과 함께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의 김대중, 김영삼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했다. 일종의 승리 성과 보고대회였다. 추 대표는 “지방선거 승리는 낡은 지역주의와 색깔론에 맞서 싸운 두 분 대통령이 뿌린 민주주의와 평화의 씨앗이 열매를 맺은 것”이라고 말했다. 방명록에는 “평화와 민생을 완수하겠습니다”라고 적었다. 이어 민주당은 국회에서 ‘나라다운 나라, 든든한 지방정부 실현을 위한 국민과의 약속 선포식’을 열고 당선자들과 승리의 기쁨을 나눴다. 박원순 서울시장 당선자는 “겸허하고 낮은 자세로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온 마음을 바치겠다”고 말했다. 최문순 강원도지사 당선자도 “명실상부한 머슴임을 뼈에 새기고 심장에 새겨야 한다”고 말했다. 김경수 경남도지사 당선자는 서부경남 지역의 당선 인사 때문에 광역단체장 당선자 중 유일하게 중앙당 행사에 불참했다. 이런 분위기와는 별도로 중진들은 벌써부터 8월 말 이후를 바라보고 있다. 추 대표의 임기가 끝나는 8월 27일경 선출될 신임 대표는 2020년 총선 공천권을 행사할 수 있다. “3선 이상 중진 중 대표를 노리지 않으면 정치인도 아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과열 양상이다. 현재까진 이해찬(7선), 이종걸(5선), 김진표 설훈 송영길 최재성(이상 4선), 우원식 윤호중 이인영(이상 3선), 전해철 박범계(이상 재선), 김두관(초선) 등 10여 명의 이름이 자천타천으로 오르내리고 있다.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의 출마 가능성도 언급된다. 상당수 의원들은 이미 지방선거 유세 현장을 돌며 당 대표 출마 준비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분리해서 선출하는 전당대회 방식을 놓고 이미 후보 간 유불리를 따지는 신경전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6·13지방선거에서 차기 대선 주자그룹이 대거 당선되면서 대권 구도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경남도지사 당선자, 이재명 경기도지사 당선자가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이탈로 다소 헐거워진 차기 여권 대선 주자군을 두껍게 했다는 것이다. 반면 보수 야당은 자유한국당 남경필 경기도지사 후보, 바른미래당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가 타격을 입으면서 인물 기근이 상대적으로 더 심해질 수밖에 없게 됐다. 여권에서 선거 후 가장 위상이 달라진 주자는 아무래도 김경수 당선자와 박원순 서울시장을 꼽는다. 김 당선자는 민주당 간판으로 첫 경남도지사를 따내면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오랜 염원이던 지역주의 타파를 이뤄냈다는 타이틀을 갖게 됐다. 김 당선자는 14일 오전 김해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승리한 김정호 전 대통령기록관리비서관, 재선에 성공한 허성곤 김해시장과 김해 봉하마을의 노 전 대통령 묘역을 찾았다. 김 당선자는 “노 전 대통령이 그토록 원했던 것처럼 지역주의를 뛰어넘은 국가 균형발전과 한반도 평화를 위한 역사의 페이지로 만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 당선자는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 등과 본격적으로 친문 그룹 내 차기 주자 경쟁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선거 후 시작되는 ‘드루킹 특검’은 김 당선자에게 적지 않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여권 관계자는 “김 당선자가 특검 수사를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차후 대선 주자로 도약할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장 3선에 성공한 박원순 당선자도 유력 주자그룹에 발을 들이게 됐다. 특히 서울시장을 거치며 쌓은 행정능력은 다른 주자들과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하지만 김경수 당선자, 임종석 실장 등 친문 그룹과는 정치적 배경이 다른 만큼, 민주당 친문 핵심 당원들에게 얼마나 다가설 수 있느냐가 핵심 변수가 될 듯하다. 이재명 당선자는 배우 김부선 씨와의 스캔들 의혹에도 불구하고 승리하면서 차기 주자로서 가능성을 열었다. 야권이 최근 16년 동안 승리하지 못했던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56.4%의 높은 득표율을 기록해 충성 지지층을 확인했다는 평가다. 민주당이 경기도의원 129석 중 128석을 석권해 ‘여대야소’로 바뀐 것도 이 당선자의 정책 행보에 큰 힘이 될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하지만 이 당선자가 스캔들 의혹에 대처하는 방식과 자세와 관련해선 여전히 말이 나오고 있어 한동안 부담이 될 수밖에 없을 듯하다. 특유의 거친 이미지가 부담이 될 것이라는 말도 많다. 당선자는 14일 방송 인터뷰 중 여배우 스캔들과 관련된 질문이 이어지자 인터뷰를 중단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그는 이후 페이스북 라이브 방송을 통해 “(과거 질문을) 안 하겠다고 약속하고 또 그랬다. 그래도 제가 좀 지나쳤다는 생각이 든다”고 사과했다. 유성구청장을 거쳐 대전시장에 오른 허태정 당선자(53)의 잠재력을 거론하는 인사들도 있다. 한 충청권 의원은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후 충청 민심을 달래줄 인물이 없었는데 허 당선자가 이번 선거에서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야권에서는 민주당 바람 속에서 거의 유일하게 살아남은 무소속 원희룡 제주도지사 당선자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향후 보수 재편 과정에선 더 강력한 존재감을 드러낼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원 당선자는 14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탄핵 국면에서 탈당했던 한국당에 복당하거나 민주당에 갈 일은 없다. 나의 길을 가겠다”고 밝혔다. 권영진 대구시장 당선자도 보수가 궤멸되면서 자의 반 타의 반 차기 주자군에 이름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8전 9기.’ 더불어민주당 송철호 후보가 울산에서만 8번 선거에서 패한 끝에 9수 만에 도전에 성공했다. 송 당선자는 현직인 자유한국당 김기현 후보의 연임을 저지하고, 민주당 간판 첫 울산시장에 오르게 됐다. 1987년 부산에서 울산으로 변호사 활동 무대를 옮긴 송 당선자는 현대중공업과 현대자동차 노동조합 등의 고문 변호사로 활동하며 노동운동에 투신했다. 1980년대 노무현 전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영남 인권변호사 3인방으로 불렸다. 노무현 정부 시절에는 국민고충처리위원장을 지냈다. 송 당선자는 이번 선거 과정에서도 “문심(문재인의 마음)이 송심(송철호의 마음)”이라는 친문(친문재인) 마케팅을 앞세워 선거전을 치렀다. 송철호의 정치 역정에는 굴곡이 적지 않았다. ‘지역주의 타파’를 명분으로 1992년 14대 총선에서 울산 중구에 민주당 후보로 출마했지만 고배를 마셨고, 이후 2016년 무소속까지 총선에서만 6차례 낙선했다. 노 전 대통령처럼 지역구도 타파에 도전장을 내밀어 ‘울산의 노무현’으로 불리기도 했다. 울산시장 선거에는 1998년 무소속, 2002년에는 민주노총의 지지를 받아 민주노동당 간판으로 출마했지만 그 역시 실패했다. 송 후보의 아홉 번째 도전은 달랐다. 여당 프리미엄을 업고 ‘지방권력 교체를 통한 울산 경제 부활’을 외치며 초반부터 여론조사에서 앞서 나갔다. 민주당 중앙당이 울산을 부산-경남과 함께 ‘낙동강 벨트’ 전략지로 총력 지원했다. 송 당선자는 “울산은 너무 오랫동안 특정 세력에 의해 좌우됐다. 공장과 젊은이가 울산을 떠난 이유다. 오늘부터 공정한 기회가 주어지는 시스템으로 바꾸겠다”며 시민신문고 설치 등을 약속했다. 울산의 5개 구청장 선거에서도 14일 오전 1시 현재 정천석 동구청장 후보 등 3개 지역에서 민주당 후보의 당선이 유력하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13일 오후 6시 정각. 방송 3사 출구조사 결과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후보가 자유한국당 김태호 후보(40.1%)를 16.7%포인트 차이로 크게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경남 창원의 캠프 사무실에 앉아있던 김경수 후보가 주먹을 불끈 쥐고 치켜들었다. ‘해냈다’는 듯 입술을 꽉 깨물었다. 김경수 후보의 부인 김정순 씨는 환하게 웃으며 박수를 쳤다. 지지자들은 ‘김경수, 김경수’를 환호했다. 같은 시간 김태호 후보 캠프는 침묵에 빠졌다. 그러나 오후 7시 30분 개표가 시작된 직후 이번에는 김경수 후보 캠프에서 웃음이 사라졌다. 한때 김경수 후보는 김태호 후보에게 10%포인트 이상 뒤졌다. 김경수 캠프에선 “젊은층이 많이 거주하는 창원 지역 투표함이 아직 열리지 않았다”면서도 긴장감과 불안감이 뒤섞였다. 김태호 캠프에선 “자체 조사 결과 소폭 이길 것으로 예상됐다. 이대로만 간다면…”이라는 기대의 목소리가 나왔다. 오후 10시 30분 개표율이 15% 선을 넘어서고, 김경수 후보 지지층이 모인 김해, 창원 지역 개표가 시작되자 김경수 후보가 3%포인트 이내로 김태호 후보를 맹추격했다. 20분 뒤 1%포인트 이내로 좁혀진 뒤 처음으로 김경수 후보가 앞서기 시작했다. 긴장감이 감돌던 김경수 캠프에서 다시 박수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 뒤에도 50표 안팎에서 엎치락뒤치락하는 초접전 양상이 이어졌다. 피 말리는 접전은 14일 0시 반을 지나면서 김경수 후보의 당선 쪽으로 기울었다. 보수 정당은 이번 선거에서 PK(부산울산경남) 지역 권력을 처음으로 민주당에 넘겼다. PK 지역에선 2010년 지방선거 당시 무소속 김두관 후보의 경남도지사 당선을 제외하면 한국당 계열 정당이 권력을 잡아왔다. 다른 사람도 아닌 지역주의 타파를 외쳤던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서관 출신 김경수 후보가 경남도지사를 차지하며 PK 정권 교체의 물꼬를 튼 것이다. 김경수 후보는 당선이 유력해지자 입장문을 내고 당선자로서의 포부를 밝혔다. 김 당선자는 “경남의 선택은 한국 정치에 주는 새로운 메시지이고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도민들에게 “여러분의 거대한 열망이 미래팀이 과거팀을 이기게 해주었다. 새로움이 낡음을 넘어서게 해주었다”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김 당선자는 6번의 선거에서 한 번도 진 적이 없는 김태호 후보와 공식 선거운동 전부터 치열한 접전을 벌였다. 줄곧 여론조사에서 앞서 갔지만 쉽지 않은 선거전을 치렀다. 경남도지사 선거가 문재인 정부 1년 평가 성격을 갖게 되면서 야당의 파상 공세가 집중됐기 때문이다. 특히 야당은 이른바 드루킹 댓글 여론조작 사건을 끝까지 파고들어 특별검사법까지 통과시켰다. 김 당선자는 한국당의 파상 공세를 정면 돌파하는 승부수를 택했다. 그는 야당의 드루킹 공세가 이어지자 “특검보다 더한 조사도 받겠다” “야당이 드루킹 공세를 펼수록 제 인지도만 올리고 있다”고 맞받아쳤다. 동시에 ‘홍준표-김태호’를 과거팀으로 규정하고, ‘문재인-김경수’를 미래팀이라고 주장했다. 김 당선자는 이번 승리로 친문(친문재인)계의 차기 대선주자 반열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동시에 적지 않은 과제도 놓여 있다. 당장 드루킹 특검 조사가 시작되면 소환이 불가피할 수 있어 도정에 적지 않은 부담이 될 수 있다. 한편 김 당선자가 이끈 경남 지역 선거에서 민주당은 14일 오전 1시 현재 18개 기초단체장 중 창원 김해 양산 등 7곳에서 우위를 점했다. 2014년 선거에선 김해 1곳만 이겼다.박훈상 tigermask@donga.com·유근형 기자}

6.13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꼽혔던 경남지사 선거가 초접전 끝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승리로 굳어지는 분위기다. 14일 오전 1시 현재 김경수 후보는 득표율 50.0%로 김태호 자유한국당 후보(45.9%)를 앞서고 있다. 개표율은 43.9%다. 김 후보는 당선이 유력해진 이날 오전 0시 55분경 선거 캠프에 등장했고 “경남의 변화를 지지하고 성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한다. ‘이젠 바꿔야 한다’는 경남 민심이 반영됐다. 경남 경제 살리기에 앞장서겠다”는 사실상의 당선 소감을 밝혔다. 그는 6번의 선거에서 단 한 번도 진적이 없는 김태호 후보에게 첫 패배를 안기고, 민주당 간판의 첫 경남도지사에 오를 전망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 중의 복심’으로 평가받는 김 후보는 20대 국회의원에 이어 광역단체장까지 연달아 뽑히며 친(親)문재인 계의 대표 차기 대선주자가 됐다. 당초 13일 오후 6시 방송 3사 출구조사 결과에서는 그가 김태호 후보를 여유있게 따돌릴 것으로 예상됐다. 개표 초반에는 김태호 후보에게 10%포인트 가까이 뒤지기도 했지만 조금씩 격차를 좁혔고 김해, 창원 등에서 많은 득표를 하며 김태호 후보를 앞질렀다. 1994년 국회의원 정책비서로 여의도 생활을 시작한 그는 2002년 대선 때 노무현 당시 후보와 연을 맺은 뒤 청와대 국정상황실 행정관, 연설기획비서관을 지냈다. 노 전 대통령 퇴임 후엔 경남 봉하마을로 내려가 마지막까지 곁을 지켰다. 2012년 총선에서 ‘노무현의 길을 계승하겠다’며 김해을에 출마해 김태호 후보와 맞섰으나 근소한 차이로 패한 뒤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김 후보는 저서 ‘사람이 있었네’에서 “대통령도 지키지 못했는데, 대통령의 고향마저 지켜내지 못했다는 자책감에 얼굴을 들 수 없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2012년 대선 때부터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으로 통했다. 문 대통령은 기자들의 질문공세가 쏟아질 때 “내 영혼까지 아는 김경수에게 물어봐달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선거에서도 줄곧 여론조사에서 앞서면서도 쉽지 않은 선거전을 치렀다. 경남지사 선거가 ‘문재인 정부의 중간평가’ 성격을 띠면서 야당이 파상 공세를 했기 때문. 야당은 이른바 드루킹 댓글 여론조작 사건을 거론하며 특별검사법까지 통과시켰다. 그의 선친 이력과 병역 면제 논란 등을 제기하기도 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도 “경남지사 선거에 대표직을 걸겠다”며 배수진을 쳤다. 그는 이런 공세를 정면돌파했다. 우선 드루킹 공세가 이어지자 “특검보다 더 한 조사도 받겠다”, “야당이 드루킹 공세를 펼수록 제 인지도만 올리고 있다”고 맞받아쳤다. 한 편에서는 ‘홍준표-김태호’를 과거 팀으로 규정하고, ‘문재인-김경수’를 미래 팀이라고 프레이밍하며 ‘힘 있는 여당도지사’, ‘경제도지사’라는 점을 부각시켰다. 김 당선인은 “경남 위기극복과 변화에 대한 욕구가 선거 결과로 나왔다. 대한민국 새로운 역사를 쓰는 중요한 지역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앞에는 적지 않은 과제들도 놓여 있다. 당장 드루킹 특검 조사가 시작되면 소환이 불가피할 수 있어 도정에 적지 않은 부담이 될 전망이다. 조선업 등 경남경제 살리기가 4년 임기 안에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라는 점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