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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년 같으면 연초에 해외 미술관의 주요 전시 일정을 훑어보며 여행 계획을 세우는 미술 애호가가 많았을 것이다. 하지만 올해는 사정이 다르다. 코로나19가 언제 끝날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망할 필요는 없다. 자체 기획력을 키우고 있는 국내 미술관과 박물관에서 한국 예술을 돌아볼 수 있는 전시들이 예정돼 있다. 2021년 꼭 봐야 할 국내 전시 5선을 소개한다. 이불―시작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 2월 2일∼4월 18일 2018년 영국 런던 헤이워드 갤러리와 독일 베를린 그로피우스 바우에서 개인전을 연 예술가 이불(57)은 이제 세계적인 작가다. 하지만 초기부터 순탄했던 건 아니다. 그녀가 서울 동숭아트센터 천장에 매달려 ‘낙태’(1989년) 퍼포먼스를 할 무렵부터 미국 뉴욕 현대미술관(MoMA) 개인전에 썩은 생선 ‘화엄’(1997년)을 설치했다가 악취 민원으로 철거하기까지, 처절하게 작업했던 초기 작품들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 퍼포먼스를 기록한 영상 작품 20여 점과 조각, 오브제, 드로잉 50여 점을 선보인다. 이불 작가의 초기 작업을 이 정도 규모로 소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표작인 ‘낙태’와 ‘수난유감’은 물론이고 ‘물고기의 노래’ 등 미공개 초기 작품도 나온다. 30년 전엔 외롭게 외쳤지만 이제는 시대적 언어가 된 그녀의 목소리가 새로운 관객을 만날 차례다. 한국 미술의 전통과 현대(가제)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 7∼9월우리가 무심코 받아들였던 ‘달항아리’는 과연 한국의 전통이 맞을까? 과거에는 생활용품이었던 달항아리가 오히려 근·현대 미술에 차용되며 ‘만들어진 전통’이 된 것은 아닐까. 문화재도 과거에는 예술 작품이었고, 지금의 예술 작품도 미래에는 문화재가 된다. 국립중앙박물관의 유물과 국립현대미술관의 소장품이 만나 ‘한국미’의 원형은 무엇인지 출발부터 따져보는 새로운 형태의 전시다. 박물관을 벗어난 문화재를 현대 미술이 맹목적으로 찬양하고 신화화하기보다, 미술관의 맥락에서 좀 더 자유롭게 해석하며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기를 시도한다. 과거로부터의 계보와 흐름을 강조했던 기존의 미술사와 달리, 일상에서 시각 문화를 중시하게 된 학제적 흐름과도 맞닿은 기획이다. 배원정 학예연구사는 “우리 미술사가 축적된 만큼 이제는 한국미를 정확히 알 때가 됐다”며 “책이 아닌 작품으로 한국미를 돌아보는 전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퍼포먼스 주제전(가제) 경기도미술관, 3월 지난해 경기도미술관은 국내 최초로 퍼포먼스 작품을 구입했다. 통상 퍼포먼스 작품의 영상이나 사진을 소장하는 형태가 아닌, 퍼포먼스 행위의 매뉴얼을 소장하고 작가의 동의를 얻어 언제든 재현이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성능경의 ‘신문읽기’, 홍명섭의 ‘면벽’에 이어 지난해 12월 김구림의 ‘도’까지, 작가를 통해 당시 상황을 구술 기록하는 과정을 거쳐 미술관 컬렉션에 들어왔다. 원로 작가 세 명의 당시 퍼포먼스 재현을 시작으로 ‘행위’를 어떻게 전시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를 실험적 형태로 구현한다. 한국 미술사에서 퍼포먼스의 의미를 짚어볼 수 있다. 교육 전시의 형태로 일반인도 쉽게 퍼포먼스 예술을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할 예정이다. 부산미술조명전―부산, 형상미술(가제) 부산시립미술관, 3월 24일∼8월 22일 1980년대를 전후한 부산 미술은 한국 미술사에서 독특한 위치를 점유하고 있다. 남도 미술이 탄탄한 계보로 전해 내려왔다면, 부산 미술은 ‘네가 하면 나는 안 한다!’는 기질로 각 작가가 개별적 개성을 추구했다. 이런 분위기의 작가가 바로 정복수(66)와 안창홍(68)이다. 2007년 이 시기 미술을 종합적으로 다룬 적은 있지만, ‘형상미술’에 집중한 전시는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의 대표적 중견 작가를 배출한 부산 미술의 면모를 살펴볼 수 있는 기회다. 호모사피엔스: 진화∞ 관계& 미래? 국립중앙박물관, 3월 30일∼6월 13일국립중앙박물관에서 인류의 진화 과정을 돌아보는 전시를 최초로 기획했다. 종의 기원, 고인류 화석 및 예술품의 복제품, 석기 등 500여 점을 선보이는 대규모 전시다. 철학자와 신경인류학자, 뇌과학자, 언어학자 등 각 분야 전문가가 참여해 인류 진화에 관한 다양한 시각을 소개한다.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변동 가능성도 있지만, 빌렌도르프의 비너스, 사자인간 등 고고학의 ‘명품’ 유물도 국내로 가져와 전시하는 일정을 추진 중이다. 위기를 앞둔 인류는 모두 ‘호모사피엔스’라는 단일종이다. 인류도 미래에 멸종할 수 있고, 공생으로 이를 대비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1970년대 초 프랑스 파리 근교. 형편이 어려워 마구간에서 생활하던 한국인 작가는 어느 날 아침 세수를 하려고 대야에 물을 받았다. 그때 옆에 뒤집어 둔 캔버스에 물방울이 튀었다. 뽀얀 캔버스에 알알이 뿌려진 물방울에 햇살이 비치자 그림이 됐다. 이날 이후 ‘물방울 화가’로 대중의 큰 사랑을 받아온 김창열 화백이 5일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2세. 김 화백은 1972년 파리에서 열린 ‘살롱 드 메’에 처음 물방울이 등장한 작품을 선보였다. 이후 그의 작업은 하나의 물방울이 캔버스 위에 점처럼 놓여 있는 것부터 전면을 물방울이 메운 것까지 다양한 형태로 변해갔다. 1990년대부터는 천자문이 배경으로 놓인 물방울 작품이 등장하기도 했다. 일본의 미술평론가 주니치 쇼다는 “김창열이 알파벳이 아니라 한자를 선택한 것은 한자문화권에서는 단순한 조형적 요소를 넘어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다”고 평했다. 실제 물이 묻은 것처럼 사실적으로 묘사된 물방울은 프랑스 화단에서도 주목을 받았다. 2004년 프랑스 국립 죄드폼 미술관에서 한국인 작가로는 드물게 화업 30년을 결산하는 회고전을 열었다. 또 파리 퐁피두센터와 일본 도쿄국립미술관, 미국 보스턴현대미술관, 독일 보훔미술관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삼성미술관 리움 등에 고인의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 김 화백의 작품은 한국은 물론 프랑스와 미국 시장에서도 거래되며 상업적 인기를 얻었다. 2016년 3월 케이옥션 홍콩 경매에서는 1973년 작품인 ‘물방울’이 340만 홍콩달러(당시 약 5억1282만 원)에 낙찰되기도 했다. 프랑스와 한국을 오가며 양국 문화 교류에 기여한 바를 인정받아 2017년 프랑스 문화예술공로훈장 오피시에를 받았다. 파리 바뱅에 거주할 때는 한국에서 유학 온 작가들의 정신적 지주 역할도 했다. 권순철 화백은 “1980년대 파리로 이주했을 때 댁에 초대를 해주셨고, 한국 작가 전시가 열릴 때면 꼭 개막 한두 시간 전에 와서 찬찬히 작품을 보고 격려해 주셨다”며 “정이 많아 후배들을 많이 챙겨 주셨다”고 전했다. 1929년 평안남도 맹산에서 태어난 고인은 16세 때 월남해 이쾌대가 운영하던 성북회화연구소에서 그림을 배웠다. 대학 은사인 김환기의 주선으로 1965년부터는 4년간 미국 뉴욕에 머물며 판화를 배웠다. 1969년에는 백남준의 도움으로 제7회 아방가르드 페스티벌에 참가하고, 이를 계기로 파리에 정착했다. 유족으로 부인 마르틴 질롱 씨와 아들 김시몽 고려대 불어불문학과 교수, 김오안 사진작가가 있다. 빈소는 서울 고려대안암병원, 발인은 7일 오전 11시 50분. 02-923-4442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1970년대 초 프랑스 파리 근교. 형편이 어려워 마구간에서 생활하던 한국인 작가는 어느날 아침 세수를 하려고 대야에 물을 받았다. 그 때 옆에 뒤집어 둔 캔버스에 물방울이 튀었다. 뽀얀 캔버스에 알알이 뿌려진 물방울에 햇살이 비추자 그림이 됐다. 이날 이후 ‘물방울 화가’로 대중의 큰 사랑을 받아온 김창열 화백이 5일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2세. 김 화백은 1972년 파리에서 열린 ‘살롱 드 메’에 처음 물방울이 등장한 작품을 선보였다. 이후 그의 작업은 하나의 물방울이 캔버스 위에 점처럼 놓여있는 것부터 전면을 물방울이 메운 것까지 다양한 형태로 변해갔다. 1990년대부터는 천자문이 배경으로 놓인 물방울 작품이 등장하기도 했다. 일본의 미술평론가 주니치 쇼다는 “김창열이 알파벳이 아니라 한자를 선택한 것은 한자문화권에서는 단순한 조형적 요소를 넘어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다”고 평했다. 실제 물이 묻은 것처럼 사실적으로 묘사된 물방울은 프랑스 화단에서도 주목을 받았다. 2004년 프랑스 국립 쥬드폼 미술관에서 한국인 작가로는 드물게 화업 30년을 결산하는 회고전을 열었다. 또 파리 퐁피두센터와 일본 도쿄국립미술관, 미국 보스턴현대미술관, 독일 보훔미술관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삼성미술관 리움 등에 고인의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 김 화백의 작품은 한국은 물론 프랑스와 미국 시장에서도 거래가 되며 상업적 인기를 얻었다. 2016년 3월 케이옥션 홍콩 경매에서는 1973년 작품인 ‘물방울’이 340만 홍콩달러(당시 5억1282만 원)에 낙찰되기도 했다. 프랑스와 한국을 오가며 양국 문화교류에 기여한 바를 인정받아 2017년 프랑스 문화예술공로훈장 오피시에를 받았다. 파리 바뱅에 거주할 때는 한국에서 유학 온 작가들의 정신적 지주 역할도 했다. 권순철 화백은 “1980년대 파리로 이주했을 때 댁에 초대를 해주셨고, 한국 작가 전시가 열릴 때면꼭 개막 한두 시간 전에 와서 찬찬히 작품을 보고 격려해주셨다”며 “정이 많아 후배들을 많이 챙겨주셨다”고 전했다. 1929년 평안남도 맹산에서 태어난 고인은 16살 때 월남해 이쾌대가 운영하던 성북회화연구소에서 그림을 배웠다. 대학 은사인 김환기의 주선으로 1965년부터는 4년 간 뉴욕에 머물며 판화를 배웠다. 1969년에는 백남준의 도움으로 제7회 아방가르드 페스티벌에 참가하고, 이를 계기로 파리에 정착했다. 유족으로 부인 마르틴 질롱 씨와 아들 김시몽 고려대 불어불문학과 교수, 김오안 사진 작가가 있다. 빈소는 서울 고려대 안암병원. 발인은 7일 오전 11시 50분.김민기자 kimmin@donga.com}

‘이우환 위작 논란’의 중심에 섰던 케이옥션이 또 다른 유명 작가의 위작 추정작을 경매에 출품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케이옥션은 지난해 12월 경매에 변시지 화백(1926∼2013)의 위작으로 의심되는 그림을 내놓았다가 경매일 하루 전인 7일 철회했다. 4일 변 화백 작품의 수집가인 사업가 이윤관 씨(57)와 변 화백의 아들인 변정훈 아트시지 이사장(58)에 따르면 케이옥션은 ‘무제’(1984년) 작품을 변시지의 회화로 표기해 지난해 12월 8일 열린 경매 대상 목록에 올렸다. 경매 진행 전인 11월 27일 해당 작품을 발견한 이 씨는 케이옥션에 위작 가능성을 제기했으나 “내부 검토를 거쳐 출품됐다”는 답변만 받았다. 그런데 케이옥션이 자체 홈페이지에 첨부한 변시지 작가 소개 영상에는 해당 작품이 위작 사례로 나온다. 이 씨는 “케이옥션이 게시한 영상은 2007년 KBS의 ‘TV문화지대’로, 영상 속 변시지 작가 홈페이지를 보면 해당 작품이 위작이라는 안내가 나온다”고 말했다. 변 이사장도 케이옥션이 출품한 작품은 위작이 확실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홈페이지를 제작할 당시에도 해당 작품이 경매에 나왔고, 아버지께서 ‘이것은 위작’이라고 해 컬렉터에게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게재했다”며 “초가집의 모양이나 새끼줄을 엮은 형태를 봐도 작가가 직접 그린 그림과는 매우 다르다”고 했다. 객관적 정황이 있고, 수집가의 이의 제기가 있었는데도 케이옥션은 해당 작품을 경매 하루 전에야 목록에서 삭제했다. 이미 한 차례 응찰까지 이뤄진 뒤였다. 손이천 케이옥션 이사는 “회사 차원에서 진위에 대한 의견은 내기 어렵다”며 “다만 위탁자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재검증을 요청했더니 위탁자가 출품을 취소했다”고 말했다. 손 이사는 “케이옥션은 내·외부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하고 이견이 있는 작품은 출품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이 씨는 “내가 문제 제기를 하지 않았다면 위작 의심 작품이 아무런 검증 없이 거래됐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매에 위작이 나오는 것이 특히 문제가 되는 이유는 많은 컬렉터들이 경매에 나오는 작품은 검증이 됐다고 보고 더 신뢰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수년 전부터 한국화를 수집하기 시작한 컬렉터 A 씨는 “경매는 기록이 남기 때문에 위험이 덜하다고 생각했는데 최근 이우환의 작품도 중복 번호가 나왔다고 하니 불안하다”고 말했다. 변 이사장은 “경매에 나오는 작품의 출처나 감정 내용, 작품 상태가 상세히 제공되어야 구매자도 판단을 할 수 있는데, 출품 사실만으로 100% 검증됐다고 하는 것은 원시적인 시스템”이라고 지적했다. 예술법 전문가인 박주희 법률사무소 제이 변호사는 “미술 작품은 구매자가 매번 공부하고 진위를 알아보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며 “갤러리나 옥션 하우스에 작품의 프로비넌스(거래 및 전시 기록)를 제공하도록 하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아시아인들은 생각할 수 있는가(Can Asians Think)?’ 이 도발적인 문장은 1993년 키쇼어 마부바니가 쓴 책의 제목이다. 싱가포르 리콴유공공정책대학원장인 마부바니는 당시 책을 통해 세계의 흐름이 변하고 있으며, 아시아가 서양에 가르칠 것이 더 많다고 경고했다. 아시아인이 생각할 수 있느냐는 식민주의적 사고가 아닌, 아시아인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를 연구할 시점이라면서 말이다. 20여 년이 지나 달라진 아시아의 위상은 경제 수치로도 입증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한중일과 호주 등 15개국이 서명한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은 인구 22억 명, 국내총생산(GDP) 규모 총 26조2000억 달러로 ‘세계 최대의 자유무역협정(FTA)’이라고 불렸다. 저자는 앞으로 세계 지형도는 ‘아메리카 퍼스트’가 아닌 ‘아시아 퍼스트’가 될 것이라 단언한다. 그러면서 잘 알려지지 않은 아시아의 여러 단면을 자세히 소개한다. 첫 출발은 고대 아시아 문명이다. 그리스 문명 등 서구 중심으로 쓰인 세계사의 그늘에 가려진 인도와 서아시아, 동아시아 문명을 간략하게 정리한다. 그 뒤 아시아의 주요 정치, 경제, 사회, 문화에 관한 기본적인 지식과 사건을 제시한다. 호주와 러시아는 왜 일찍부터 ‘아시아화’에 뛰어들었는지, 미국은 왜 중국의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경계하는지 등 시의성 있는 주제도 다룬다. ‘아시아의 관점에서 지난 20년은 조지 W 부시의 무능력, 버락 오바마의 무성의, 도널드 트럼프의 예측 불가능성의 시대’라거나, ‘서양의 오해와 달리 아시아는 중국 중심을 향해 움직이고 있지 않다’는 관점이 흥미롭다. 동아시아를 넘어 인도와 동남아시아 등 광활한 아시아의 현주소를 훑어볼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다만 아시아에 무지한 서구인을 독자로 설정하고 있다는 한계도 느껴진다. 인도에서 태어난 저자는 미국과 유럽에서 국제 관계 전문가로 활동하고 현재는 싱가포르에 정착했다. 원제는 ‘The Future is Asian’.김민 기자 kimmin@donga.com}

40여 년 전 국내 최초로 도입된 소방헬기 ‘까치 2호’가 등록문화재가 된다. 문화재청과 소방청은 지난해 12월 31일 근현대 소방유물인 까치 2호와 ‘국산 소방 완용 펌프’를 문화재로 등록 예고했다고 밝혔다. 문화재청은 이 2건에 관해 30일간의 예고 기간을 거쳐 의견을 수렴한 후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 최종 등록할 예정이다. 까치 2호는 우리나라 최초 소방항공대인 서울소방항공대가 1979년 12월 처음 도입한 소방헬기 2대 중 지금까지 남아 있는 유일한 헬기다. 1980년부터 본격 구조 활동을 시작한 까치 2호는 2005년 6월 퇴역하기까지 3000회 이상 출동해 2983시간 45분 비행 기록을 세웠다. 소방청 기록에 따르면 까치 2호는 1983년 12월 서울 중구 다동 롯데빌딩 화재 현장에서 5명을, 1984년 9월 강동구 풍납동·성내동 수해 때 630명을 구조했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등 대형 참사 때도 활약하며 총 942명의 목숨을 구했다. 함께 도입된 까치 1호는 1996년 추락해 폐기됐다. 국산 소방 완용 펌프는 1950년대 국내 생산된 수동식 소방펌프다. 수레에 싣고 사람이 직접 옮겨서 사용하는 형태다. 소방차나 분말소화기 같은 화재 진압기구가 보급되기 전에는 전국에서 보편적으로 사용한 유일한 소방기구다. 문화재청은 “두 유물은 핵심적인 인명구조 역할을 했다는 의미뿐 아니라 우리나라 소방기구 역사를 보여주는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설명했다. 건축 공사에 관한 기록인 ‘군산 둔율동 성당 성당신축기 및 건축허가신청서’, 조선시대부터 전해 내려온 나전칠기 공예 현장인 ‘경상남도립 나전칠기 기술원 양성소’, 근대 건축물인 ‘전남대학교 용봉관’도 문화재로 등록했다.김민 kimmin@donga.com·이지훈 기자}

“아니, 이 불황에 빨간딱지(판매된 그림에 붙이는 빨간 스티커)가 이렇게 많아?” 10일 서울 중구의 갤러리 스페이스mm을 찾은 한 관객이 이렇게 말했다. 이곳에서 열리는 소규모 전시 ‘숨, 그림 한 잔’의 풍경이다. 7일 개막한 전시는 알음알음 찾아온 관객에게 작품 22점 중 절반 이상을 판매했다. 유명 작가 개인전도, 대형 갤러리 기획전도 아닌 전시에서 이례적 풍경이다. ‘숨, 그림 한 잔’은 독립 큐레이터 허유림 씨가 기획했다. 그가 최근 수년간 유럽 로컬 갤러리 및 경매를 통해 수집한 20세기 회화 작품을 전시한다. 강지수 미술교사, 이세라 임상심리학 박사, 차우진 음악평론가의 감상평도 곁들여 이해를 도왔다. 그러나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저렴한 가격과 그림의 탄탄한 기본기다. 기획 취지를 묻자 허 큐레이터는 이렇게 설명했다. “미술 시장이 발달한 국가에서는 손재주나 기교만으로 가격이 월등히 높아지지 않습니다. 작품의 미학적, 미술사적 가치가 더 중요하죠. 그 덕분에 일반인과 중산층 컬렉터도 1년에 한 번 정도는 마음먹고 자신의 취향에 맞는 그림을 살 수 있습니다.” 허 큐레이터는 그간 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 발행하는 ‘미술 시장 리포트’를 통해 미술 시장 양극화를 지적해 왔다. 국내 미술 시장은 상위 10개 화랑의 시장 점유율이 75.8%에 달하고, 경매는 총 10개 중 2개 회사가 시장의 85.6%를 차지해 심한 쏠림 현상을 보였다. 여러 단계로 세분되기보다 비싼 작품만 과하게 많은 까닭에 초보 컬렉터가 도전할 수 있는 영역이 턱없이 부족했다. 8월 발간된 ‘신진작가 문제와 한국 미술 시장의 편향성’에 따르면 ‘향후 미술작품 구매 의향이 없는 이유’를 묻는 조사에서 소비자들은 ‘비싼 가격’을 1위로 꼽았다. 허 큐레이터는 “리포트로만 말하기보다 전시로 직접 보여주자는 생각이었는데 예상외로 호응이 높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전시장에 걸린 그림 중에는 작가나 작품명이 미상인 것도 있다. 전시장을 찾은 일반인들은 작품의 외적 요소보다 자신의 눈으로 직접 보고 스스로 구매를 결정했다. 허 큐레이터는 “컬렉터가 자신의 취향을 발전시켜야 시장도 다양해지는데, 그간 국내는 작품 외적 요소인 학력이나 인맥, 수상 경력 등이 과하게 작용했다”며 “이 때문에 1970년대 아파트 한 채 값으로 팔린 작품들이 지금은 1000만 원대에 거래되는 광경도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내에서도 소비자를 염두에 둔 시장용 작품과 미술관용 작품을 구분하는 등 다양화가 이뤄지면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시는 31일까지.김민 기자 kimmin@donga.com}

“2019년 프랑스 퐁피두 메스 센터의 이우환 개인전을 가보니 이현숙 국제갤러리 회장, 최윤정 파라다이스재단 이사장 말고는 한국인이 한 명도 없었어요. 르코르뷔지에가 건축한 라투레트 수도원에서 전시가 열릴 때도 한국인은 르코르뷔지에의 작품을 보러 온 건축학도뿐이었습니다.” 미술평론가인 김복기 경기대 교수는 최근 이우환 작가(84)의 예술세계를 살펴보는 책을 발간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2011년 미국 뉴욕 구겐하임 개인전을 비롯해 다양한 곳에서 활동하며 국제 미술사로 편입한 손꼽히는 동시대 한국인 작가지만, 늘 가격 이야기만 앞설 뿐 ‘비평’은 절대적으로 빈약했다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출간된 책 ‘Lee Ufan―무한의 예술’(에이엠아트)은 국내외 필자들의 평론과 해외 전시의 현장 리뷰, 작가의 육성 인터뷰를 묶었다. 특히 구겐하임, 베르사유 개인전에 비해 덜 알려진 퐁피두 메스 센터(2019년), 디아비컨(2019년), 허시혼미술관(2020년) 등의 미공개 전시 화보가 풍부하게 실렸다. 김 교수는 “이우환의 작품이 시장에서 상한가를 치고 있다지만 실제로 그의 작품을 사는 사람들은 ‘이름만 높다’는 정도만 알지 자세한 내용은 모른다”며 “지난해 뉴욕 디아비컨 미술관에 이우환 코너가 생기는 등 의미 있는 일이 많았지만 근 10년간 그의 활동을 다룬 새로운 저서가 나온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우환의 해외 전시 현장을 직접 찾았던 김 교수는 그의 작품이 최근 10년간 좀 더 ‘수다스러워졌다’고 했다. “일본에서 활동할 적에는 축소 지향적인 사회 분위기를 닮았다가, 베르사유부터 야외 공간을 과감하게 활용하면서 이야기를 자꾸 만드는 경향이 돋보입니다. 이우환 선생도 최근 유럽의 전시에서 더 재미를 느낀다고 이야기하더군요.” 100쪽 분량인 책에는 김 교수는 물론이고 독일의 미술사학자 질케 폰 베르스보르트발라베, 미국의 미술사학자 바바라 로즈, 프랑스 퐁피두 메스 큐레이터인 장마리 갈레, 구겐하임 미술관 큐레이터 알렉산드라 먼로, 한국의 미술사학자 심은록 씨의 작품론이 실렸다. 이우환의 인터뷰와 작가 에세이도 만날 수 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프랑스 왕들은 침대에서 국정을 지휘했다. 루이 9세(1214∼1270) 때 법전에는 ‘왕이 국정을 수행하는 곳에 언제나 군주의 침대를 두어야 한다’고 지정했다. 군주의 침대는 7단 계단이 연결된 높은 단상에 있었고 왕은 그곳에 앉아 있거나 누워 있었다. 아래의 관리들은 앉거나 무릎을 꿇고 왕을 바라봤다. 누워서 나라를 다스리다니, 지금이라면 당장 몰매 맞을 일이지만 당시에는 권위의 표현이었다고 한다. 놀랍게도 100년 전도 아닌 제2차 세계대전 때도 윈스턴 처칠 영국 총리는 침실에서 영국군을 지휘했다. 당시 영국 육군참모총장 앨런 브룩 경의 일기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수상의 침실은 언제나 똑같았다. 중국 고관처럼 보이는 빨간색과 황금빛의 드레싱 가운은 윈스턴만이 입을 생각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침대에는 서류와 공문이 걸려 있고, 이따금 아침식사를 끝낸 테이블이 그대로 있었다. 화가에게 그 광경을 그려 보라고 주문하고 싶을 지경이었다.” 처칠이 침대에서 회의를 주재해 공무를 망쳤다는 기록은 역사에 없다. 저자는 다만 처칠이 루이 14세 같은 절대군주처럼 자신을 연출하고 싶었을지도 모른다고 꼬집는다. 미국의 두 고고학자가 쓴 이 책은 ‘침대의 역사’를 다룬다. 매일 밤 이루는 잠뿐 아니라 탄생과 휴식, 섹스와 죽음까지 많은 일이 벌어지는 침대. 그런데도 매우 사적인 영역으로 생각되기 때문에 제대로 다뤄지지 않았다고 저자들은 본다. 이런 관점에서 책은 시간 순서대로 침대에 관한 역사 이야기를 나열한다. 침대가 처음 등장한 것은 언제인지, 그 형태가 갖춰진 과정은 어떻게 되는지 다소 건조하게 서술돼 있다. 지금은 침실이 개인적인 공간이지만 과거에는 부의 상징이자 권력과 신분을 나타내는 징표였음이 드러나는 대목은 흥미롭다. 이를테면 고대 그리스에서는 정찬(正餐)용 카우치 침대인 클리네에 기대 함께 식사하는 것을 세련된 사교 활동으로 여겼다. 자신을 뽐내려는 욕망에 갈수록 화려해진 클리네는 시간이 지나자 시신을 매장하는 데 사용되기도 했다. 기원전 2000년에 만들어진 무덤, 기원전 5세기에 제작된 장례용 화병에 등장하는 클리네 이야기가 뒷받침된다. 접을 수 있는 파라오의 침대, 기네스북에 오를 정도로 크게 만들어진 15세기 부르고뉴의 필립 선공(善公)과 포르투갈 이사벨라의 혼인 침대, 군대의 접이식 야전침대와 외교 행사용 침대에 관한 이야기도 흥미롭다. 1430년 제작된 필립과 이사벨라의 혼인 침대는 길이 5.79m, 너비 3.80m에 달했다고 한다. 침대를 중심으로 고대부터 미래까지,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이야기도 등장한다. 다만 ‘세계사’라는 제목과 달리 대부분의 이야기는 유럽사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역사에 관한 새로운 관점이나 통찰을 찾기보다 역사 속 시시콜콜하지만 씩 웃을 수 있는 이야기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흥미롭게 읽을 만하다. 원제는 ‘What We Did in Bed’.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에르메스 재단이 운영하는 서울 강남구 아뜰리에 에르메스가 프랑스 출신 예술가 시프리앙 가이야르(40)의 개인전을 열고 있다. 베를린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신진 작가인 가이야르는 프랑스 파리 근교부터 미국 로스앤젤레스, 멕시코 칸쿤 등 여러 지역의 도시적 풍경을 소재로 작업했다. 이번 전시에선 폴라로이드 사진 23점, 조각 2점, 영상 작품 2점을 선보인다. 전시장의 주축이 되는 폴라로이드 사진 중 일부는 올해 2월 초 로스앤젤레스에서 촬영한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이동 금지가 내려지기 직전에 떠난 마지막 여행이었다. 작품들은 한 번 촬영한 화면에 또 다른 화면을 겹치는 ‘이중 노출’ 기법을 활용했다. 그중 하나인 ‘Everything but Spirits’(정신을 제외한 모든 것)는 슈퍼마켓의 맥주 냉장고 위에 식물의 사진을 겹쳤다. 로스앤젤레스에서 소비되는 맥주 중 실제로 남부 캘리포니아에서 양조된 것이 없으며, 식물 또한 수많은 외래종으로 구성돼 있다. 뿌리 없는 도시의 풍경을 은유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영상 작품 ‘황금과 거울의 도시’에서도 비슷한 모습이 등장한다. 멕시코의 유명 휴양지이자 유적지인 칸쿤을 배경으로 한다. 칸쿤은 수천 년 전 마야 제국의 흔적을 담고 있지만, 1970년대 이후 관광지로 개발되며 유적 위로 호텔과 나이트클럽, 골프 코스와 고속도로가 지어졌다. 16mm 필름으로 촬영된 작품은 미국의 단체 관광객들이 비키니를 입고, 독한 술을 자랑 삼아 마시는 모습을 보여준다. 지역의 역사나 문화에는 무관심한 채 유흥에 탐닉하는 것이다.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인 영상 작품 ‘호수 아치’(2007년)는 친구들과의 여름 물놀이를 핸디캠으로 촬영했다. 파리 외곽의 건축물과 인공 호수를 배경으로 두 명의 청년이 여름을 즐기는 모습이다. 그러다 한 명이 호수로 뛰어드는데, 얕은 물에 코가 깨져 얼굴이 피범벅이 된다. 연출 없이 우연히 기록하게 된 이 영상은 신도시 계획의 일환으로 만들어진 풍경의 이중성을 지적한다. 전시는 내년 1월 17일까지.김민 기자 kimmin@donga.com}

빨강, 초록, 검정의 비단 위에 반짝이는 금사·은사가 아낌없이 수놓아졌다. 멀리서 보면 탐스럽게 얽히고설킨 식물 덩굴 같지만, 가까이서 보면 아랍의 문자다. 전시장 가운데 놓인 캐노피 모양의 화려한 천막, 메카 순례에 사용됐던 장식 가마 ‘마흐말’이다. 순례에 직접 참여할 수 없는 오스만 제국 술탄의 상징물이 서울 종로구 바라캇 서울 갤러리에 놓였다. 지난달 25일부터 시작한 바라캇 서울의 ‘1002번째 밤의 이야기: 바라캇 오리엔탈 카펫 컬렉션’전은 오스만 황실을 위한 수공예품인 터키 헤레케 카펫과 페르시아 카펫, 성지를 장식한 키스와 등 수 세기에 걸친 호화로운 직조 예술의 세계를 보여준다. 전시장에 펼쳐진 화려한 카펫과 장식물들은 파예즈 바라캇 회장이 수집한 소장품들이다. 전시장 1층에는 황실과 메카 성지에 사용됐던 작품들이 전시됐다. 메카로 떠나는 ‘하지’ 기간에 의례용 가마로 사용된 ‘마흐말’이 이곳에 있다. 마흐말을 사용한 풍습은 아랍권에서 13세기부터 이어져 왔다. 마흐말은 낙타의 등에 올려진 채 술탄을 대신해 성지로 향했다. 그리고 이 행렬 속에 메카 신전을 감싸는 장막인 ‘키스와’가 운반됐다. 키스와도 전시장 안쪽 벽에 함께 전시됐다. 전시장의 마흐말과 키스와는 새겨진 문자를 통해 19세기 말∼20세기 초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메카에 다녀온 행렬이 마을을 돌면 주민들은 마흐말의 성스러운 기운을 받으려고 주변으로 몰려들었다. 매년 치러지는 성지순례가 끝나면 왕족이나 가까운 사람의 소장품이 됐다. 이들 작품은 색채나 도상이 엄격하게 규정돼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 때문에 시기별 눈에 띄는 차이는 볼 수 없으며, 우상 숭배를 금했기에 문자의 비중이 큰 것도 독특하다. 그럼에도 문자를 최대한 화려하고 아름답게 표현해 장식적 요소를 더했던 것이 눈에 띈다. 지하 1층으로 가면 좀 더 다양한 도상과 스타일의 오리엔탈 카펫을 볼 수 있다. 온갖 종류의 꽃이 피는 ‘생명의 나무’, 물이 흐르는 이국의 정원, 술탄의 궁전과 전사들의 사냥터를 표현한 모습이 나타난다. 구체적인 인물이 등장하는 카펫에서는 유럽 문화의 영향도 감지할 수 있다. 터키에서 만들어진 ‘헤레케’ 카펫은 중동의 ‘에르메스’로 여겨지는 명품이다. 실크와 금사를 활용한 카펫은 벽을 장식하거나, 바닥에 놓고 기도하는 용도로 쓰였다. 내년 2월 28일까지.김민 기자 kimmin@donga.com}
20일 SBS의 메인 뉴스 프로그램인 ‘SBS 8 뉴스’가 예정 시각보다 10분 넘게 지연되는 방송 사고가 벌어졌다. SBS는 이날 오후 8시로 예정된 ‘SBS 8 뉴스’를 방송하지 못하고 10분간 코로나19, 산사태, 지진, 가을산행 주의점 등 재난 예방 공익 캠페인만 반복 송출했다. 뉴스가 지연되는 동안 자막을 통한 상황 안내도 나오지 않았다. 8시 10분에야 뉴스 전 원래 예정됐던 광고가 나왔고, 실제 뉴스는 8시 14분에 시작됐다. 김용태 주말 앵커는 도입부에 “뉴스 시스템에 이상이 생겨 뉴스를 조금 늦게 시작하게 됐다. 시청자 여러분께 사과의 말씀드린다”고만 밝혔다. 이후 SBS 측은 입장문을 통해 “오늘 ‘SBS 8 뉴스’가 네트워크 문제로 추정되는 이유로 예정 시간보다 10여 분 늦게 방송됐다. SBS는 현재 원인을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배우 김광규 씨(53·사진)가 TV 연예대상 시상식에서 수상 소감 도중 ‘집값’을 언급해 화제가 됐다. 김 씨는 19일 오후 서울 마포구 SBS 프리즘타워에서 열린 ‘2020 SBS 연예대상’ 시상식에서 리얼리티 부문 우수상을 받았다. 무대에 오른 그는 “밤늦게 끝나는 ‘불타는 청춘’을 시청해 준 전국의 시청자들과 해외 동포들에게 감사하다”고 했다. 제작진과 가족에게도 인사를 전한 김 씨는 “힘든 세상, 마지막으로 재석이 형. 아파트값 좀 잡아줘요”라며 소감을 마쳤다. 방송인 유재석 씨는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키며 당황한 기색을 비쳤다. 김 씨는 유 씨보다 실제로는 네 살이 많다. 김 씨는 10월 MBC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해 월세살이의 고통을 호소한 바 있다. 그는 “부동산 사장님이 집을 사라고 했는데 뉴스에서 집값이 내려간다고 해서 그 말을 믿고 기다렸다. 그런데 몇 년 전 6억 원이던 집이 13억 원이 돼 전세 사기 당할 때보다 상처가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수 육중완은 그때 집을 사서 부자가 됐고 나는 월세로 재산을 탕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8일에는 인스타그램에 “아파트에 또 다른 이름? 그때 살걸”이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1966년 5월 프랑스 베르됭 전투 50주년 기념식. 공연이 열리는 동안 꼿꼿하게 서 있던 샤를 드골 장군이 갑자기 자리를 떠난다. 제1차 세계대전 중 가장 참혹한 전투였던 베르됭 전투에 참여했던 드골도 당시 부상을 입고 포로가 됐다. 저자는 “얼음처럼 차가운 거인도 고통의 기억은 참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분석한다. 베르됭 전투는 프랑스 북동부의 요새 도시 베르됭에서 1916년 2월부터 12월까지 10개월 간 독일군과 프랑스군 사이에 벌어졌다. 한쪽이 나가떨어질 때까지 물량과 인원을 투입하는 ‘소모전’의 전형적인 형태였다. 프랑스의 공식 전쟁사나 독일군 명부, 윈스턴 처칠의 ‘세계 위기’(1929년) 등 저서를 참고하면 양측 사상자가 최소 70만 명에 달한다. 전투의 유해가 50년이 지난 1960년대까지 발견될 정도였다. 영국의 역사가인 저자는 병사의 일기와 편지, 지휘관 회고록, 기사, 공식 사료와 참전 군인의 증언을 바탕으로 베르됭 전투를 재현한다. 학술적인 분석보다는 전투 자체의 분위기를 기록하는 데 집중했다. 마치 역사 드라마를 보듯 이야기를 따라갈 수 있다. 숫자보다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참혹한 전투의 현실은 과연 전쟁에서 승자가 존재하는지 의문을 갖게 한다. 이 전투에서 인간은 대포와 싸웠고 무참히 쓰러졌다. 급조된 참호의 벽에는 죽은 동료의 머리와 팔다리가 박혀 있고, 포탄 구덩이에는 시체들이 떠다녔다. 독일군 참모총장은 프랑스를 말려 죽이려 했고, 프랑스군 총사령관은 독일을 죽을 때까지 공격했다. 이들의 머릿속에서 병사들의 목숨은 파리 떼의 것과 다르지 않았다. 그 결과는 건물 잔해와 하얀 유골로 쓰레기더미가 된 베르됭이었다. 저자는 “인간의 생명을 한낱 미물처럼 여긴 지도자들의 오싹한 섬뜩함은 제1차 세계대전의 증후”라고 말한다. 1962년 처음 출간돼 베스트셀러에 오른 이 책은 50여 년간 재판(再版)을 거듭하며 영어권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국내 출간은 이번이 처음이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연등회’를 다각적으로 조망한 전시가 열린다. 문화재청 국립무형유산원(원장 채수희)은 연등회보존위원회(보존위원장 원행)와 함께 18일부터 ‘천 갈래의 빛, 연등회(燃燈會)’ 특별전을 국립무형유산원(전북 전주시) 누리마루 2층 기획 전시실에서 연다. 특별전은 연등회의 역사를 시작으로 오늘날 연등회가 이뤄지는 과정, 연등회에 참여하는 다양한 사람들과 연등을 소개한다. 전시 구성은 △1부 연등회, 의례에서 축제로 △2부 역동의 시대, 변화하는 연등회 △3부 화합의 한 마당, 오늘날의 연등회 △4부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연등회로 기획됐다. 불교 경전 ‘현우경’ 속에 나타난 연등의 기원, 고려시대와 조선시대 역사 문헌을 통해 연등회가 전개되는 양상을 확인할 수 있다. 일제강점기와 근대를 거치며 연등 행렬로 재정비되는 과정, 연등의 제작 방법도 볼 수 있다. 연등회의 핵심인 관불의식(아기 부처 정수리에 관정수(灌頂水)를 붓는 의식으로 부처 탄생을 축하하고 마음의 번뇌를 씻음을 상징)과 연등 만들기 체험도 준비돼 있다. 연등회는 고대 인도에서 시작해 불교와 함께 통일신라에 전파됐다. 고려와 조선시대를 거치며 국가 의례나 민간의 세시 명절로 진행됐고, 오늘날에는 외국인도 참여하는 문화축제가 됐다. 이런 가치를 인정받아 2020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에 등재됐다. 내년 2월 28일까지. 무료.김민 기자 kimmin@donga.com}

14일 전남 광양시의 전남도립미술관 지하 1층 수장고에는 프랑스 작가 그자비에 베이앙의 커다랗고 새빨간 조각이 운반되고 있었다. 베이앙은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의 로비를 장식한 작가로 국내에도 친숙하다. 그런데 남종화와 서예 대가를 배출한 ‘예향’ 남도에 베이앙이 무슨 일일까. 내년 3월 정식 개관을 앞둔 미술관의 이지호 관장은 “베이앙 작품은 로비나 주요 장소에 전시될 예정”이라며 “남도의 전통도 중요하지만 국제적 미술사에 발맞춘 ‘새로운 예향’으로 거듭나고자 하는 지역의 열망이 크다”고 설명했다. 그의 말처럼 베이앙의 조각 맞은편에는 한국의 근대 회화 작품이 차곡차곡 쌓이고 있었다. 수장고 속 풍경처럼 개관 전시도 전통에 현대적인 색채를 가미했다. ‘산을 등지고 물을 바라보다’라는 가제가 붙은 전시의 중심은 의재 허백련과 남농 허건. 전통적인 ‘대가’로 여겨지는 이들과 프랑스 현대미술 작가 로랑 그라소(48)의 신작이 전시된다. 그라소는 미술사나 역사, 과학에서 소재를 차용해 회화부터 설치, 비디오 등 다양한 방식으로 풀어내는 작가다. 프랑스 미술을 세계화하는 데 기여한 젊은 작가들에게 주는 ‘마르셀뒤샹 프라이즈’를 2008년 수상하고 파리 퐁피두센터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국내에서는 2010년 삼성미술관 리움의 재개관전에 참가했고, 근현대 미술 작품을 전시하는 뮤지엄2의 외벽에 네온사인 작품 ‘Memories of the Future(미래의 기억)’를 설치했다. 국내 미술관에서 그라소 작품이 대규모로 선보이는 것은 처음이다. 이 관장은 “해외 유명 작가들이 국내 그룹전에 종종 참여하지만, 작품 수가 적어 제대로 된 맥락을 볼 수 없어 아쉬웠다”며 “이번에는 그라소의 작품을 4개의 전시실에서 ‘미니 개인전’급으로 보여줄 예정”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라소는 이번 전시를 위해 한국의 수묵화나 전통화법을 학습하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풀어낼 예정이다. 한창 신작을 작업 중인 작가는 풍경화에 많은 관심을 두고 있다고 한다. 나머지 5개 전시실에서는 회화의 맛을 제대로 볼 수 있도록 구성한다는 것이 학예팀의 설명이다. 최근 국제 미술계는 시각적인 효과를 강조한 회화 작품이 다시 각광받고 있는 추세다. 이에 비해 국내 미술관에서는 개념이나 설치 미술 작품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개관전은 남도의 전통을 회화의 맥락에서 다시 짚어볼 예정이다. 특히 폭이 7∼10m에 이르는 대작이 다수 출품될 예정이어서 기대를 모은다. 참여 작가는 이이남 허달재 김선두 허진 등 국내외 작가 9명이다. 미술관이 개관하기 전 빈 공간에서는 사전 전시도 열리고 있다. 프랑스 루시드 리얼리티 스튜디오에서 제작한 가상현실(VR) 작품 3점을 선보인다. 파리의 오랑주리 미술관에 걸린 모네의 작품, 네덜란드 작가 피터르 브뤼헐의 ‘아이들 놀이’와 프랑스 생토메르 성당에서 오케스트라의 음악을 듣는 ‘모차르트 360°’를 감상할 수 있다. 지역주민의 호응이 높아 내년 1월까지 주말 사전 예약분은 모두 마감됐다. 미술관은 장기적으로는 자료 수집과 작품 보존 등 미술사적 기반을 다지는 데 집중할 예정이다. 이 관장은 “남도는 의재와 남농은 물론 서예에 소전 손재형과 회화에 김환기, 오지호, 천경자 등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들을 배출했다. 이와 관련된 기록을 발굴·정리하고 연구해 출판하는 등 미술관의 기본적인 역할이 필요하다. 종이 작품이 많은 남도의 특성에 맞춰 지류 작품의 보존 수복에 관한 국제 세미나도 열 예정이다”라고 말했다.광양=김민 기자 kimmin@donga.com}
한국 불교 전통행사인 ‘연등회(燃燈會)’가 인류무형문화유산이 됐다. 문화재청은 “16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보호협약 정부간위원회에서 ‘연등회’가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고 밝혔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21건의 인류무형문화유산을 보유하게 됐다. 연등회는 부처님의 탄생을 축하하는 행사로 연등법회와 연등행렬, 회향 등으로 이뤄진다. 진리의 빛으로 세상을 비춰 차별 없고 풍요로운 세상을 기원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매년 음력 4월 8일 부처님오신날에 거행되는 연등회는 불교 행사로 시작됐으나 오늘날에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문화 행사로 발전했다. 연등회와 관련해 삼국사기에는 신라 경문왕 6년(866년)과 진성여왕 4년(890년)에 ‘황룡사에 가서 연등을 보았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2012년 국가무형문화재 제122호로 지정됐다. 우리나라의 인류무형문화유산은 2001년 ‘종묘제례 및 종묘제례악’이 처음 등재됐으며 △판소리(2003년) △강릉단오제(2005년) △강강술래, 남사당놀이, 영산재, 제주칠머리당영등굿, 처용무(이상 2009년) △가곡, 대목장, 매사냥(2010년), 택견, 줄타기, 한산모시짜기(이상 2011년) △아리랑(2012년) △김장문화(2013년) △농악(2014년) △줄다리기(2015년) △제주해녀문화(2016년) △씨름(2018년)이 인류무형유산에 이름을 올렸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한국 불교 전통행사인 ‘연등회(燃燈會)’가 인류무형문화유산이 됐다. 문화재청은 “16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보호협약 정부간위원회에서 ‘연등회’가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고 밝혔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21건의 인류무형문화유산을 보유하게 됐다. 연등회는 부처님의 탄생을 축하하는 행사로 연등법회와 연등행렬, 회향 등으로 이뤄진다. 진리의 빛으로 세상을 비춰 차별 없고 풍요로운 세상을 기원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매년 음력 4월 8일 부처님오신날에 거행되는 연등회는 불교 행사로 시작됐으나 오늘날에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문화 행사로 발전했다. 연등회와 관련해 삼국사기에는 신라 경문왕 6년(866년)과 진성여왕 4년(890년)에 ‘황룡사에 가서 연등을 보았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2012년 국가무형문화재 제122호로 지정됐다. 우리나라의 인류무형문화유산은 2001년 ‘종묘제례 및 종묘제례악’이 처음 등재됐으며 △판소리(2003년) △강릉단오제(2005년) △강강술래, 남사당놀이, 영산재, 제주칠머리당영등굿, 처용무(이상 2009년) △가곡, 대목장, 매사냥(2010년), 택견, 줄타기, 한산모시짜기(이상 2011년) △아리랑(2012년) △김장문화(2013년) △농악(2014년) △줄다리기(2015년) △제주해녀문화(2016년) △씨름(2018년)이 인류무형유산에 이름을 올렸다.김민기자 kimmin@donga.com}

신문을 보고 직접 신청한 독자부터 젊은 디자이너 20여 명과 도예가까지. 올해 동아일보 100주년을 기념해 제작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 로비에 놓은 ‘내일을 담는 100년의 상(床)’은 1년 동안 많은 이야기와 작품을 올려놓았다. 길이 3m의 백색 도자기 상판과 옆에 놓인 분청사기 기법의 의자로 이뤄진 이 상은 도예가 이헌정(53·사진)의 작품이다. 이 작가의 새로운 도자(陶瓷) 조각 41점을 서울 용산구 박여숙화랑에서 만날 수 있다. ‘이헌정의 도자, 만들지 않고 태어난’전(展)의 작품들은 각지지 않은 덩어리 모양이다. 의자를 목적으로 만들었지만 등받이나 팔걸이는 없다. 작가는 이 모양을 ‘가장 오래된 의자의 모양인 스툴(stool)’이라고 설명한다. 투박하게 덩어리진 형태들에 각기 다른 색상의 유약을 발라 장식적인 효과를 더했다. 작품은 갤러리 바깥까지 이어진다. 지난해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서 용산구 이태원으로 이전한 박여숙화랑 2층에는 공예 갤러리 ‘수수덤덤’이 자리한다. 수수덤덤 밖 테라스 빈 공간에도 작품이 전시돼 있다. 이 작가가 이곳에서도 전시를 하고 싶다고 한 것. 갤러리 이전 후 첫 야외 전시도 이뤄지게 됐다. 이 작가는 서울 종로구 청계천의 ‘정조대왕 능행 반차도(陵幸 班次圖)’ 도자 벽화로도 대중에게 친숙하다. 홍익대 미대에서 도예를 공부한 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조각을, 귀국해 건축을 공부했다. 해외 도자 아트페어를 통해 건축가 노먼 포스터, 설치예술가 제임스 터렐, 배우 브래드 피트, 래퍼 퍼프 대디 같은 명사들이 그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박여숙 대표는 “이헌정 도예가의 작품은 통상적인 도예 작품보다 사이즈가 크다는 것이 강점이고 실험정신도 넘친다”며 “이번에는 상업 갤러리 공간에 맞는 작품들을 한자리에 모았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30일까지.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일제강점기 대구의 한 시내버스 안. ‘아이고!’ 하며 올라탄 조선인 아주머니가 자리를 잡고 선다. 그는 자기 옆에 선 일본인 소녀를 보고는 머리를 쓰다듬어준다. 그러고는 치마 속에서 잔돈을 꺼내 건네는데…. 일본인 엄마는 얼굴이 붉어지며 ‘괜찮다’고 거절한다. 식민 통치의 비극을 모른 채 조선 땅에서 나고 자란 소녀는 이름 모를 한국 어머니들의 따스함이 자신을 만들었다고 회고한다. 이 책을 쓴 이 일본인 소녀는 1927년 대구에서 태어났다. 교사인 아버지가 대구공립보통학교에서 일하게 돼 가족의 한국살이가 시작됐다. “조선의 마음, 풍물과 풍습, 자연이 나의 원형을 만들었다”는 그는 자신의 유년기 기억을 상세히 기록한다. 거창한 사건은 일어나지 않지만 일제강점기의 일상을 들여다보는 하나의 관점으로 흥미롭다. 그의 기록 속에서 조선인은 흰 옷을 입고 노래를 부르며, 결혼하는 새색시가 가마를 타고 오면 모두가 구경하고, 시장에서는 중국인 러시아인도 등장한다. 경주로 이사 간 뒤 왕릉과 유적을 돌아본 이야기도 생생하다. 담담하고 건조하게 기록된 이야기들 속에서 당시 사람들의 옷과 행동, 분위기를 자유롭게 상상해 볼 수 있다. 조선인과 직접적인 교류는 없었지만 그의 아버지는 ‘조선과 일본이 동등하다’는 국가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고, 조선의 땅을 소유하는 일본인들의 탐욕을 비판한다. 잘못된 것을 바꿀 용기는 없지만 인간을 향한 선량한 마음은 잃지 않았던 부모님 아래 자란 소녀는 패전 후 일본 규슈 지역 탄광촌에서 생활하며 작가가 됐다. 이 책이 한국어로 번역된 스토리도 흥미롭다. 2001년부터 대구 향토사를 직접 조사하고 복원하려는 시민운동 ‘대구읽기모임’을 통해 책은 한국인과 만나게 됐다. 대구읽기모임과 민간 한일 교류 거점 공간을 운영하는 박승주, 저자가 태어난 대구 삼덕동의 적산가옥을 조사하던 일본인 마쓰이 리에, 두 사람이 함께 번역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