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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오프라인 개학’ 여부가 정치적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가을에 문을 열지 않는 학교에 자금 지원을 하지 않겠다”고 엄포를 놓으며 개학을 밀어붙이고 있다. 반면 일선 학교와 의료계, 야권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신규 확진자가 하루 6만 명을 넘기는 상황에서 개학의 위험성을 우려하며 반발하고 있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8일(현지 시간) 브리핑에서 “이제 때가 왔다. 아이들이 학교로 돌아가게 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 트위터로 “학교가 문을 열지 않으면 자금 지원을 끊어버리겠다”고 오프라인 개학을 노골적으로 압박했다. 이어 등교 개학을 위한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기존 지침이 너무 까다롭다며 수정을 요구했고, CDC는 다음 주에 완화된 지침을 내놓기로 했다. CDC는 교실 내 책상 간격을 1.8m 이상으로 유지하고 매일 발열체크를 하는 등의 권고사항을 제시한 바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연일 학교의 정상 개학을 요구하는 것은 학생들의 등교가 학부모의 일터 복귀로 이어지며 경제 회복도 빨라진다는 계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독일과 덴마크, 노르웨이 등도 개학을 했는데 문제가 없었다. 민주당은 학교가 문을 열면 11월 대선 때 자신들에게 손해라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이는 학생과 가정에 중요한 문제”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코로나19가 안정세로 접어든 유럽과 감염자가 폭증하고 있는 미국은 사정이 전혀 다르다는 비판이 나온다. 미국은 월드오미터 집계 기준 8일 하루 신규 확진자가 6만1848명 발생하면서 처음으로 6만 명 선을 넘으며 하루 최다 확진 발생 기록을 경신했다. 어린 학생들은 코로나19 치명률은 상대적으로 낮지만 이들이 가족이나 지역 사회에 바이러스를 전파할 수 있다. 학생들과 접촉해야 하는 공립학교 교사의 30% 안팎이 50대 이상 고령이어서 오프라인 개학에 대한 우려가 큰 상황이다. 이런 까닭에 공립학교 학생 수가 110만 명으로 미국의 최대 학군인 뉴욕시는 일주일에 1∼3회 등교하는 ‘하이브리드 개학’을 추진하겠다고 8일 밝혔다. 학생 전원이 한꺼번에 등교할 경우 교내 사회적 거리 두기가 불가능하다는 이유 때문이다. 뉴욕시는 한 교실에 학생 수를 12명 이내로 유지해야 한다는 가이드라인도 제시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한편으로는 코로나19 확산의 책임을 외부로 돌리면서 반(反)이민 정서를 키우는 데 급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CNN은 미 정부가 코로나19가 크게 유행하는 국가 출신의 망명을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보도했다. 앞서 미국은 가을 학기에 100% 온라인 수업을 받게 되는 외국인 유학생의 비자도 취소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하버드대와 매사추세츠공대(MIT)는 정부의 이 같은 방침에 반발해 유학생 비자의 취소를 막아달라는 소송을 법원에 제기했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74)이 스무 살 때 대리시험을 통해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에 부정입학을 했다는 주장이 나와 파문이 예상된다. 8일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조카이자 임상심리학 박사인 메리 트럼프(55)는 곧 발간될 회고록 ‘이미 과한데 만족을 모르는: 우리 집안이 전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사람을 어떻게 만들어냈나’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어렸을 때 명문인 펜실베이니아대에 진학하고 싶어 했지만 성적이 부족할까 걱정했다. 숙제는 평소 당시 컬럼비아대 대학원을 졸업한 누나 메리앤(83)이 해줬지만 시험까지 대신 봐줄 수는 없었다. 그래서 트럼프 대통령은 시험을 잘 치르는 똑똑한 친구인 조 셔피로에게 대학수학능력시험(SAT)을 대신 치러 달라고 했고, 사례를 후하게 했다고 메리는 적었다. 1964년 뉴욕 군사학교를 졸업한 뒤 지역 포드햄대에 다니던 트럼프는 이때 얻은 SAT 성적으로 1966년 펜실베이니아대 경영대 와튼스쿨에 편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평소 스스로를 와튼스쿨에 다닌 ‘슈퍼 천재’라고 자랑해 왔는데 ‘입시 부정’이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셔피로의 가족들은 “셔피로는 이미 사망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대학에 입학한 후에야 알게 됐고 대리시험을 치른 적도 없다”고 말했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백악관 세라 매슈스 부대변인도 이 같은 의혹에 대해 “완전히 거짓”이라고 했다. 메리는 이 책에서 삼촌인 트럼프 대통령과 할아버지인 그의 아버지 프레드 시니어를 ‘소시오패스(반사회적 인격 장애자)’로 묘사하기도 했다. 메리는 “그들은 자신의 목적을 위해 다른 사람들을 무자비하게 이용했고 반대나 저항은 용납하지 않았다”고 적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형 프레드 주니어(메리의 아버지)를 존중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아버지도 장남인 프레드 주니어에게 “너보다 동생 도널드가 10배는 낫다”고 직원들이 보는 앞에서 면박을 주기도 했다. 가족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던 프레디 주니어는 결국 알코올의존증에 따른 심장마비로 42세에 사망했는데, 그가 죽는 날까지도 가족 중 누구도 병원에 찾아오지 않았고, 트럼프 대통령은 심지어 영화를 보러 갔다고 메리는 썼다. 메리는 또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보다 약하다고 여긴 동생을 자주 괴롭혔다고 회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남동생 로버트가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은 장난감 트럭 세트를 일부러 숨겨 놨다가 동생이 떼를 쓰기 시작하면 그제야 “울음을 그치지 않으면 트럭을 해체하겠다”고 협박하기도 했다. 메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누나이자 연방 판사를 지냈던 메리앤이 2015년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출마 의사를 밝혔을 때 “그는 ‘광대’다. 그런 일(당선)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절하했던 일화도 공개했다. 메리앤은 2018년 6월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싱가포르에서 만나기로 했을 때 백악관에 전화를 걸어 “김 위원장과의 거래를 조심해야 한다. 트위터는 집에 놓고 가라”는 경고의 메시지를 동생에게 남기기도 했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미국 명문 사학 하버드와 매사추세츠공대(MIT)가 8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외국인 유학생 비자 취소 방침에 반발해 소송을 제기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올해 가을학기에 온라인 수업만 받는 외국인 유학생의 비자를 취소하겠다”고 공언해 큰 파장을 불렀다.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이날 두 대학은 “이 행정명령은 정당하고 합리적인 근거가 없으며 미리 공지되지도 않았다”며 미 국토안보부 산하 이민세관단속국(ICE)이 외국인 유학생 비자 취소를 하지 못하도록 해달라는 소송을 보스턴 연방법원에 제기했다. 미 국무부는 7일 성명에서 “온라인 수업과 대면 수업을 병행하는 경우 계속 학생 신분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유학생들이 미국에서 학업을 계속해 나가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온라인 수업만 받는 유학생은 본국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방침을 재차 확인한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조속한 경제 정상화를 위해 각급 학교가 오프라인 개학을 해야 한다고 재차 촉구했다. 그는 이날 “일부 인사들은 정치적 이유로 학교를 계속 폐쇄하길 원하지만 우리는 학교를 열기 위해 주지사들을 압박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내에서는 “유학생들을 인질 삼아 대학들의 목줄을 조여 대선에 유리한 고지를 점하겠다는 의도”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로렌스 바코우 하버드대 학장은 8일 “무모함으로밖에 설명될 수 없는 수준의 잔인함”이라며 “이번 가을학기에 학생이나 강사들의 건강이나 안전에 대한 고려는 없이 일단 오프라인 개강을 하도록 대학에 압력을 가하기 위해 이같은 정책을 추진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입장을 밝혔다. 대학들은 소송을 비롯해 유학생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 한국인 유학생들에 따르면 일부 미국 대학들은 ‘가을 학기에 오프라인 강의를 병행하겠다’는 방침을 공지하면서 학생들을 안심시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00% 온라인 수업을 강행해 유학생이 대거 본국으로 돌아가면 막대한 수업료 손실을 봐야 하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백악관 청원사이트 ‘위 더 피플’에는 “유학생들이 온라인 수업을 받더라도 가을학기를 미국에서 마칠 수 있게 해 달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8일 오후(한국 시간) 현재 동의 건수는 10만 건을 돌파했다. 민간 온라인 청원사이트 ‘Change.org’에도 비슷한 청원이 올라와 20만 건 이상의 서명을 받았다.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김예윤기자 yeah@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74)이 스무살 때 대리시험을 통해 펜실베이니아대 와튼 스쿨에 부정입학을 했다는 주장이 나와 파문이 예상된다. 8일 뉴욕타임즈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조카이자 임상심리학 박사인 메리 트럼프(55)는 곧 발간될 회고록 ‘이미 과한데 만족을 모르는 : 우리 집안이 전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사람을 어떻게 만들어냈나’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어렸을 때 명문인 펜실베이니아대에 진학하고 싶어 했지만 성적이 부족할까 걱정했다. 숙제는 평소 당시 컬럼비아대 대학원을 졸어한 누나 매리언(83)이 해줬지만 시험까지 대신 봐줄 수는 없었다. 그래서 트럼프 대통령은 시험을 잘 치르는 똑똑한 친구인 조 샤피로에게 대학입학 자격시험(SAT)을 대신 치러달라고 했고 사례를 후하게 했다고 메리는 적었다. 1964년 뉴욕 군사학교를 졸업한 뒤 지역 포드햄대학에 다니던 트럼프는 이때 얻은 SAT 성적으로 1966년 펜실베이니아대 경영대 와튼스쿨에 편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평소 스스로를 와튼 스쿨에 다닌 ‘슈퍼 천재’라고 자랑해왔는데 ‘입시 부정’이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샤피로의 가족들은 “샤피로는 이미 사망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대학에 입학한 후에야 알게 됐고 대리시험을 치른 적도 없다”고 말했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백악관 새라 매튜스 부대변인도 이 같은 의혹에 대해 “완전히 거짓”이라고 했다. 메리는 이 책에서 삼촌인 트럼프 대통령과 할아버지인 그의 아버지 프레드 시니어를 ‘소시오패스(반사회적 인격 장애자)’로 묘사하기도 했다. 메리는 “그들은 자신의 목적을 위해 다른 사람들을 무자비하게 이용했고 반대나 저항은 용납하지 않았다”고 적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형 프레드 주니어(메리의 아버지)를 존중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아버지도 장남인 프레드 주니어에게 “너보다 동생 도널드가 10배는 낫다”고 직원들이 보는 앞에서 면박을 주기도 했다. 가족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던 프레디 주니어는 결국 알코올 중독에 따른 심장마비로 42세에 사망했는데, 그가 죽던 날까지도 가족 중 누구도 병원에 찾아오지 않았고 트럼프 대통령은 심지어 영화를 보러갔다고 메리는 썼다. 메리는 또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보다 약하다고 여긴 동생을 자주 괴롭혔다고 회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남동생 로버트가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은 장난감 트럭 세트를 일부러 숨겨 놨다가, 동생이 떼를 쓰기 시작하면 그제 서야 “울음을 그치지 않으면 트럭을 해체하겠다”고 협박하기도 했다. 메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누나이자 연방 판사를 지냈던 매리언이 2015년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출마 의사를 밝혔을 때 “그는 ‘광대’다. 그런 일(당선)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 절하했던 일화도 공개했다. 매리언은 2018년 6월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싱가포르에서 만나기로 했을 때 백악관에 전화를 걸어 “김 위원장과의 거래를 조심해야 한다. 트위터는 집에 놓고 가라”는 경고의 메시지를 동생에게 남기기도 했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요즘 미국인들의 자존심이 잔뜩 상했다는 얘기를 현지에서 부쩍 자주 듣는다. 실제로 미국은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를 거치면서 의료제도나 소득 분배, 인종 문제 같은 현안에서 곱지 않은 민낯을 드러냈다. 해외에서 미국을 바라보는 시각도 이전보다 많이 나빠졌다. 최근 유럽인 1만 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코로나 사태 이후 미국에 대한 인식이 악화됐다는 답변은 59%나 됐지만, 개선됐다는 응답은 9%에 그쳤다. 미국의 자부심에 상처가 난 곳으로는 경제 분야도 빼놓을 수 없다. 단적인 예가 일자리다. 유럽은 코로나 상황에서도 실업률이 7% 안팎에서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데 반해, 미국은 3%까지 낮아졌던 실업률이 한때 14% 이상으로 폭등했고 아직도 두 자릿수를 유지하고 있다. 일자리를 잃은 미국인 수천만 명은 대부분 서민·저소득층이어서 가뜩이나 심각한 빈부격차도 더욱 커지고 있다. 미국은 이미 국민에게 한국보다 훨씬 많은 재난지원금을 나눠 줬고 중앙은행이 돈을 살포하다시피 하는데도 추락하는 경제를 살리는 데 무척 버거워하는 모습이다. 뉴욕타임스 등 현지 언론은 미국과 유럽의 위기 대응 방식이 애초에 달랐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빚어졌다고 설명한다. 기업들에 해고의 자유를 보장하는 미국은 실업자 발생을 사전에 막기보다 이들을 사후 구제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한꺼번에 쏟아지는 수많은 실업자를 기존의 행정 시스템이 받쳐주지 못해 지금도 두세 달이 지나도록 지원을 받지 못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정부가 무차별로 뿌려대는 현금도 정작 필요한 사람보다 엉뚱한 곳으로 흐르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반면 유럽은 촘촘하고 강력한 복지제도를 활용해 근로자의 실직을 최대한 차단하는 방법을 썼다. 이 중 미국인들이 특히 부러워하는 게 독일의 쿠르츠아르바이트(kurzarbeit)라는 제도다. 기업이 종업원을 해고하지 않은 채 근로시간만 단축하면 정부가 급여 삭감분을 메워주는 정책이다. 이처럼 정부가 위기 상황에도 근로자 뒤를 든든히 받쳐준 결과 유럽은 가혹했던 봉쇄 기간을 지나면서도 시민들의 큰 저항 없이 잘 버텨낼 수 있었다. 사실 미국은 유연한 노동시장과 자유로운 기업환경을 토대로 그간 어떤 경제위기도 빨리 훌훌 털고 일어나는 저력을 발휘해왔다. 2008년 금융위기 때도 유럽은 재정위기로 불길이 번지면서 경제가 수년 동안 마비 상태를 지속한 반면 미국은 애플, 구글 등 ‘빅테크’를 앞세워 산업 혁신을 주도하며 글로벌 경제를 수렁에서 끌어냈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상황이 예전과 다르다는 비관적인 전망이 자국 내에서 쏟아진다. 미국의 자랑이었던 자유와 창의의 경제 모델이 지금 같은 이례적인 상황에선 오히려 독약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런 국면이 예상보다 길어진다면 유럽 모델도 결국 한계에 봉착할 가능성이 크다. 그때가 되면 망할 기업은 빠르게 도태시키고 새로운 혁신을 잉태하는 데 능한 미국의 방식이 다시 빛을 보게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까지는 유럽이 코로나 대응에서 미국을 앞서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다만 어떤 해법이 궁극적으로 옳았는지는 좀 더 시간이 지나야 판가름이 날 것 같다.유재동 뉴욕 특파원 jarrett@donga.com}

미국 정부가 올 가을학기에 100% 온라인 수업을 받게 되는 외국인 유학생들의 비자를 취소하겠다고 전격적으로 밝혔다. 미국에서 공부하는 한국인 유학생과 미국 유학을 준비 중인 학생들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 미 국토안보부 산하 이민세관단속국(ICE)은 6일 발표한 성명에서 ‘가을에 온라인 수업만 하는 학교에 다니는 비이민 F-1 및 M-1 비자 학생들은 미국 체류가 허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해당 학교에 신규 등록하려는 학생에게는 새 비자를 발급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F-1 비자는 미국 대학이나 일부 사립학교 학생에게, M-1 비자는 직업 교육 과정에 등록한 유학생에게 각각 발급된다. ICE는 “온라인 수업만 받게 되는 유학생이 미국에 남으려면 오프라인 수업을 병행하는 학교로 전학해야 한다”며 “대면 강의와 온라인 강의를 혼합하는 학교에 다니는 F-1 학생은 1개의 수업이나 3학점 이상을 온라인으로 수강하는 것이 허용된다”고 설명했다. 미국에 유학 중인 한국 학생은 5만2000여 명(2019년 기준)이다. 일부 재미 유학생들은 온라인 게시판에 “이게 무슨 날벼락이냐”, “유학생 생활이 서럽다” 등의 반응을 올렸다. 온라인 수업만 받으면 합법적인 체류 자격이 사라지고 사실상 강제 추방될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미국 대학들 가운데 가을학기 수업 계획이 아직 확정되지 않은 곳이 상당수여서 얼마나 많은 학생이 비자 취소 대상이 될지는 가늠하기 힘들다. 미국 대학 재정에서 유학생의 등록금에 의존하는 비중이 작지 않은 만큼 대학들이 일부라도 오프라인 수업을 병행하는 방식을 택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경제 재가동을 원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대학들의 오프라인 개강을 유도하기 위해 이런 조치를 내렸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학교가 올가을에 문을 열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 이윤태 기자}

미국 정부가 올 가을 학기에 100% 온라인 수업을 받게 되는 외국인 유학생들의 비자를 취소하겠다고 전격적으로 밝혔다. 미국에서 공부하는 한국인 유학생과 미국 유학을 준비 중인 학생들의 혼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미 국토안보부 산하 이민세관단속국(ICE)은 6일 발표한 성명에서 ‘가을에 온라인 수업만 하는 학교에 다니는 비이민 F-1 및 M-1 비자 학생들은 미국 체류가 허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해당 학교에 신규 등록하려는 학생에게는 새 비자를 발급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F-1 비자는 미국 대학이나 일부 사립학교 학생에게, M-1 비자는 직업 교육 과정에 등록한 유학생에게 각각 발급된다. 대부분의 미국 내 초중고 공립학교에 다니는 학생은 이번 조치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ICE는 “온라인 수업만 받게 되는 유학생이 미국에 남으려면 오프라인 수업을 병행하는 학교로 전학해야 한다”며 “대면 강의와 온라인 강의를 혼합하는 학교에 다니는 F-1 학생은 1개의 수업이나 3학점 이상을 온라인으로 수강하는 것이 허용된다”고 설명했다. 이번 조치로 총 5만2000여 명(2019년 기준)에 이르는 한국인 유학생들의 혼란이 매우 커질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 수업만 받으면 합법적인 체류 자격이 사라지고 사실상 강제 추방될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일단 휴학을 하고 미국을 떠났다가 코로나19가 잠잠해져 오프라인 수업이 재개되면 다시 비자를 받아 미국에 입국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는 하버드대, 캘리포니아주립대 등이 가을학기 대부분 수업을 온라인으로 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일부 재미 유학생들은 온라인 게시판에 “이게 무슨 날벼락이냐”, “유학생 생활이 서럽다” 등의 반응을 올렸다. 다만 미국 대학들 가운데 가을학기 수업 계획이 아직 확정되지 않은 곳이 상당수여서 얼마나 많은 학생이 비자 취소 대상이 될지는 가늠하기 힘들다. 미국 대학 재정에서 유학생의 등록금 의존 비중이 적지 않은 만큼 대학들이 일부라도 오프라인 수업을 병행하는 ‘하이브리드’ 방식을 택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국의 한 유학원 관계자는 “학생들을 위해 학교 측에서 오프라인 수업을 어느 정도 진행하는 등 조치를 취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제 재가동을 원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대학들의 오프라인 개강을 유도하기 위해 이런 조치를 내렸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학교가 올 가을에 문을 열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미 대학들의 협의체인 미교육협의회(ACE)는 이날 성명을 내고 “정부의 소름끼치는 이번 조치는 결국 혼란만 줄 것”이라고 비판했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워싱턴=이정은특파원 lightee@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후 미국 항공주와 금융주를 대거 매도했던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미 버크셔해서웨이 회장(90)이 중견 에너지업체 도미니언에너지에 약 100억 달러(약 12조 원)를 베팅했다. 버크셔해서웨이가 올해 1분기(1∼3월) 사상 최악의 실적을 기록한 가운데 버핏 회장이 코로나19 사태의 직격탄을 맞은 에너지 기업을 사들여 주목받고 있다. 미 CNBC 등은 버크셔해서웨이가 도미니언에너지의 천연가스 운송 및 저장 사업을 40억 달러(약 4조8000억 원)에 사들이기로 했다고 5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부채 57억 달러까지 합치면 인수 비용은 총 100억 달러에 가깝다. 도미니언에너지는 천연가스와 전력을 생산해 버지니아, 노스캐롤라이나, 유타주 등에 공급한다. 종업원은 약 2만 명이다. 버크셔해서웨이가 도미니언에너지의 천연가스 수송관 및 파이프라인 전부, 이로쿼이 가스 트랜스미션 시스템의 지분 절반, 액화천연가스(LNG) 지분 25% 등을 인수한다고 CNN은 전했다. 이번 투자는 버핏 회장이 2016년 미 항공기 부품업체 ‘프리시전캐스트파츠’를 약 370억 달러에 인수한 이후 최대 규모다. 그는 성명에서 “우리의 튼튼한 에너지 사업 포트폴리오에 천연가스 자산을 추가하게 돼 자랑스럽다”고 밝혔다. 인수는 미 규제 당국의 심사를 거쳐 올 하반기(7∼12월)에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된다. 버핏 회장은 오래전부터 에너지 사업에 각별한 관심을 가져 왔다. 버크셔해서웨이는 1999년 미드아메리칸에너지, 2005년 퍼시픽코프 등을 차례로 인수했고 이를 토대로 태양광, 풍력 등 친환경 에너지 사업을 벌였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저유가와 이동 수요 감소로 최근 미 셰일기업 체서피크가 파산보호를 신청하는 등 일시적으로 에너지 기업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마당에 나온 결정이라 다소 의아하다는 반응도 있다. 그러나 ‘세계 경제가 무너지지 않는 한 에너지에 대한 수요는 끊이지 않을 것’이라는 버핏 회장의 지론이 이번 투자에도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미중 무역협상의 결과에 따라 세계 최대 에너지 소비국인 중국이 미국산 천연가스 수입을 늘릴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이번 투자의 배경으로 꼽힌다. 중국은 올해 1월 미국과 1단계 무역합의를 하면서 미 농산물과 에너지 등을 구매하기로 했다. 세계 천연가스 가격이 저점을 맴돌고 있다는 점도 버핏 회장의 구매 욕구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미 천연가스 선물 가격은 25년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버핏 회장은 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주가가 급락할 때마다 이를 저점 매수 기회로 활용해 큰 화제를 모았다. 남들이 공포에 질릴 때 싸게 사서 향후 경제가 회복되면 큰 이익을 본다는 전략이었다. 이에 코로나19 위기 국면에서 그의 첫 투자 대상이 어디가 될지에 관심이 쏠렸지만 그는 한동안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고 오히려 항공주와 금융주를 매도했다. 이로 인해 버크셔해서웨이가 사상 최대인 1370억 달러의 현금을 보유했지만 그는 “투자할 곳이 잘 보이지 않는다”며 관망세를 유지했다. 일각에서 ‘투자의 귀재가 투자하는 법을 잊었다’ ‘그가 중요한 투자 결정을 내리기에 너무 늙고 지친 것이 아니냐’고 해도 개의치 않았다. 이랬던 그가 오랜 침묵에서 깨어난 만큼 향후 더 공격적인 투자에 나설 것이란 기대감도 제기된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후 미국 항공주와 금융주를 대거 매도했던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미 버크셔해서웨이 회장(90)이 중견 에너지업체 도미니언 에너지에 약 100억 달러(약 12조 원)를 베팅했다. 버크셔가 올해 1분기 사상 최악의 실적을 기록한 가운데 버핏 회장이 코로나19 사태의 직격탄을 맞은 에너지 기업을 사들여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미 CNBC와 블룸버그통신 등은 버크셔가 도미니언 에너지의 천연가스 운송 및 저장 사업을 40억 달러(4조8000억 원)에 사들이기로 했다고 5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부채 57억 달러까지 합치면 인수 비용은 총 100억 달러에 가깝다. 도미니언은 천연가스와 전력을 생산해 버지니아 노스캐롤라이나, 유타주 등에 공급한다. 종업원은 약 2만 명이다. 이번 투자는 버핏 회장이 2016년 미 항공기 부품업체 ‘프리시전 캐스트파츠’를 약 370억 달러에 인수한 이후 최대 규모다. 그는 성명에서 “우리의 튼튼한 에너지 사업 포트폴리오에 천연가스 자산을 추가하게 돼 자랑스럽다”고 밝혔다. 인수는 미 규제 당국의 심사를 거쳐 올 하반기에 마무리될 전망이다. 버핏 회장은 오래 전부터 에너지 산업에 각별한 관심을 가져 왔다. 버크셔는 1999년 미드아메리칸 에너지, 2005년 퍼시픽코프 등을 차례로 인수했고 이를 토대로 태양광 풍력 등 친환경 에너지 사업을 벌였다. 일반 승용차보다 에너지 소모가 적은 철도회사 벌링턴노던샌타페이, 중국 전기차 회사 등에도 꾸준히 투자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저유가와 이동수요 감소로 최근 미 셰일기업 체사피크가 파산보호를 신청하는 등 일시적으로 에너지 기업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마당에 나온 결정이라 다소 의아하다는 반응도 있다. 그러나 ‘세계 경제가 무너지지 않는 한 에너지에 대한 수요는 끊이지 않을 것’이라는 버핏의 지론이 이번 투자에도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미중 무역협상의 결과에 따라 세계 최대 에너지 소비국인 중국이 미국산 천연가스 수입을 늘릴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이번 투자의 배경으로 꼽힌다. 중국은 올해 1월 미국과 1단계 무역합의를 하면서 미 농산물과 에너지 등을 구매하기로 했다. 세계 천연가스 가격이 저점을 맴돌고 있다는 점도 버핏 회장의 구매 욕구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미 천연가스 선물 가격은 25년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버핏 회장은 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주가가 급락할 때마다 이를 저점매수 기회로 활용해 큰 화제를 모았다. 남들이 공포에 질릴 때 싸게 사서 향후 경제가 회복되면 큰 이익을 본다는 전략이었다. 이에 코로나19 위기 국면에서 그의 첫 투자 대상이 어디가 될지에 관심이 쏠렸지만 그는 한동안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고 오히려 항공주와 금융주를 매도했다. 이로 인해 버크셔가 사상 최대인 1370억 달러의 현금을 보유했지만 그는 “투자할 곳이 잘 보이지 않는다”며 관망세를 유지했다. 일각에서 ‘투자의 귀재가 투자하는 법을 잊었다’ ‘그가 중요한 투자 결정을 내리기에 너무 늙고 지친 것이 아니냐’고 해도 개의치 않았다. 이랬던 그가 오랜 침묵에서 깨어난 만큼 향후 더 공격적인 투자에 나설 것이란 기대감도 제기된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각국이 헬리콥터로 살포하듯 돈을 쏟아부으면서 세계 경제가 몸살을 앓고 있다. 올 들어 G4(미국, 유로존, 영국, 일본) 중앙은행이 푼 돈만 6조 달러(약 7200조 원)로 추산된다. 우리나라 한 가구당 3억 원 넘게 돌아갈 수 있는 금액(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대상 기준)이다. 5일 블룸버그 통화공급지수에 따르면 지난달 말 전 세계 통화량(M2·광의통화)은 86조 달러(약 10경3200조 원)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8년 6월 말보다 100% 증가한 규모다. 한국에 풀린 돈도 12년 동안 2배 이상으로 늘었다. 4월 말 M2는 3018조6000억 원으로 사상 처음 3000조 원을 돌파했다. 정부의 전폭적인 자금 지원에 힘입어 이번 경제 위기에서 각국 기업들은 과거보다는 돈 가뭄에 덜 시달리고 있다. 한국만 해도 원-달러 환율이 1200원대에서 안정적 흐름을 보이는 등 1997년 외환위기와 같은 급격한 시장 불안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시중에 풀린 자금이 자산 시장 곳곳으로 흘러가면서 곳곳에서 거품을 만들어내고 있다. 올해 일본의 새 아파트 분양가는 사상 최고였던 1990년대 초 수준을 넘어섰고, 영국 런던 집값은 10년간 70% 뛰었다. 미국 나스닥지수는 2008년 말 대비 6.5배로 상승했는데, 일부 기술주를 빼고는 기업 가치보다 과장돼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제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시장에 풀렸던 돈이 미처 다 회수되지도 못한 상태에서 코로나19 위기로 또다시 돈이 쌓여가고 있다는 것. 유동성을 회수하자니 경기가 더 추락하고, 그대로 두자니 자산 거품이 팽창하는 현실 사이에서 각국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어느 수준까지 회수하느냐에 대해선 아직 답을 내리지 못한 문제”라며 “글로벌 금융위기가 끝나고 미국이 다시 유동성을 줄이려고 시도했는데 그 시도만으로도 세계 경제가 침체되는 효과를 가져왔다”고 말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실물 경제와 금융 시장의 괴리가 지나치게 커지고 있다”며 “코로나19가 잠잠해져야겠지만 결국은 경제성장률을 높여 유동성을 회수하는 정책들을 펼 수 있는 여지를 넓혀 나가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박희창 ramblas@donga.com·김동혁 기자 / 뉴욕=유재동 특파원}

세계 최고 대식가를 기리는 미국의 ‘네이선 핫도그 많이 먹기’ 대회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대유행한 올해에도 어김없이 개최됐다. 미 CNN은 4일(현지 시간) 매년 미국 독립기념일(7월 4일)에 열리는 ‘네이선 핫도그 많이 먹기 대회’ 남자부에서 10분 안에 75개의 핫도그를 먹어치운 캘리포니아 출신 조이 체스트넛 씨(36·사진)가 우승했다고 전했다. 14년째 대회에 참가한 그는 한 번을 제외한 13번 모두 우승을 차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자부에서는 미키 수도 씨(35)가 48.5개의 핫도그를 먹어 생애 7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1942년 이후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열린 이 대회는 독립기념일의 명물 행사로 통한다. 다만 올해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미국 뉴욕시의 비공개 장소에서 치러졌고, 참가자 수도 남자 6명과 여자 5명으로 제한됐다. 애리조나 출신의 한 여성은 뉴욕주가 코로나19가 급증하고 있는 이 지역 주민의 여행을 막는 바람에 참가가 좌절됐다.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독립기념일 연휴에 잇달아 대규모 행사를 열고 진보 진영과 인종차별 항의 시위대를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재선 가도에 비상이 걸린 트럼프 대통령이 백인 유권자의 표심을 모으기 위해 ‘이념·문화전쟁’을 통한 편 가르기 전략을 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4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독립기념일 기념식에서 “이제까지 미국의 영웅들이 나치와 파시스트, 공산주의자를 물리치며 미국의 가치를 구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금 우리는 극좌 세력과 마르크스주의자, 무정부주의자, 폭도들을 물리치는 과정에 있다”며 “화난 폭도들이 우리의 동상을 철거하고 우리의 역사를 지우며, 우리 아이들을 세뇌하도록 놔두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 지지 세력과 인종차별 항의 시위대 등을 ‘파괴자’나 ‘폭도’로 규정하고, 자신을 이들에게 맞서 미국의 가치를 지키는 수호자로 포장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인 3일 사우스다코타주 러시모어산에서 열린 불꽃놀이 행사에서도 시위대를 지칭해 “이 좌파 문화혁명은 미국 독립혁명을 타도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들이 신성한 선조의 동상을 철거하면서 역사를 말살하는 무자비한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고 공격했다. 러시모어는 조지 워싱턴, 토머스 제퍼슨, 에이브러햄 링컨, 시어도어 루스벨트 등 전직 미국 대통령의 두상이 새겨진 관광지다. 또 그는 이날 행정부에 시위대의 동상 철거 운동에 맞서 미국 역사를 상징하는 인물의 조형물을 세울 ‘국립 정원’을 조성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과 빌리 그레이엄 목사, 알렉산더 해밀턴 미국 초대 재무장관 등 거론되는 인물 31명 대다수는 백인 보수주의자여서 논란이 예상된다. 이날 미국 곳곳에서는 인종차별 반대 시위가 이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연설을 마친 직후 백악관 인근에서는 시위대가 “노예제, 대량학살, 전쟁, 미국은 결코 위대하지 않다”란 구호를 외치며 성조기를 불태웠다고 더힐은 전했다. 극좌단체 ‘파시즘 거부(Refuse Fascism)’는 트럼프 대통령을 그린 널빤지를 뉴욕 트럼프타워 앞에서 찢어 버렸다.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에서는 시위대가 콜럼버스 동상을 쓰러뜨려 이너 하버에 던졌다. 올해 독립기념일 행사들은 미국 내 신규 확진자가 하루 5만 명 이상씩 쏟아지는 와중에 진행됐다. 매년 열리던 불꽃놀이가 취소되는 등 대부분의 미국인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을 고려해 차분하게 독립기념일 연휴를 보냈다. 하지만 백악관은 불꽃놀이와 에어쇼 등 화려한 이벤트를 기획했고, 군 비행단까지 동원하며 대규모 군중을 유치했다. 마스크 착용과 거리 두기는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방역 지침을 무시했다는 비판에도 “중국이 책임을 져야 하며 우리는 잘 대처하고 있다”는 기존 주장을 거듭했다. 반면 민주당 대선 주자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독립기념일 축하 메시지에서 “모든 사람은 평등하게 태어났다. 제도적 인종차별주의의 뿌리를 뜯어낼 기회가 있다”며 ‘통합’을 강조했다.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지역에 집중됐던 미국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불길이 최근 공화당 텃밭 지역으로 향하고 있다. 양당 출신 주지사들의 코로나 대응 방식에 따른 결과라는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큰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AP통신은 1일 지난달 말까지 미국의 지역별 데이터를 자체 분석한 결과 코로나19의 확산세가 민주당 강세 지역에서 공화당 강세 지역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4월 초 기준 2016년 대선 때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를 지지했던 카운티의 인구 100만 명당 신규 확진자 수는 트럼프 후보를 지지했던 카운티보다 두 배 이상 많았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기준 양측의 신규 확진자 수는 800명대로 비슷했다. 두 달여 만에 격차가 거의 사라진 것이다. 미국 내 전체 신규 확진자 중 지역 확진자가 차지하는 비중도 공화당 주지사가 있는 지역에서 최근 크게 늘었다. 5월 말에는 이 비율이 민주당 지역 60%, 공화당 지역 30%대였지만 6월 말에는 민주당 지역 37.1%, 공화당 지역 62.9%로 한 달 만에 전세가 역전됐다. 주별 사망자 수도 양측이 비슷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최근 뉴욕 뉴저지 코네티컷 로드아일랜드 등 민주당이 강세를 보이는 동부 연안 주들의 상황은 다소 안정된 반면 플로리다 텍사스 애리조나 사우스캐롤라이나 오클라호마 등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강한 곳은 연일 신규 환자가 최고치를 찍고 있다. 이런 역전 현상은 각 주의 코로나 대응 방식의 차이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뉴욕주 등 민주당 주지사가 있는 곳은 초기부터 엄격한 사회적 거리 두기와 봉쇄 조치를 단행했다. 반면 공화당 우세 지역에서는 초기 확산세가 비교적 완만하게 나타나자 코로나의 심각성을 축소하면서 경제 재개에 초점을 맞췄다. 악재가 겹치면서 올해 말 재선을 노리는 트럼프 대통령은 전통적인 공화당 우세 지역에서도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게 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미국 남부나 농촌 지역의 노인 사망자가 속출하면서 트럼프 지지자들은 크게 동요하고 있다. 실제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민주당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에게 두 자릿수 차이로 뒤지는 여론조사 결과도 종종 나오고 있다. 앤드루 쿠오모 뉴욕 주지사(민주당)는 최근 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하는 지역의 공화당 정치인들을 향해 “바이러스로 정치 놀음을 했으니 패배한 것”이라며 “이 상황은 정치가 아니라 과학으로 풀어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의 통신장비업체 화웨이 창립자의 딸을 자신의 딸인 이방카에게 비유하며 중국을 두둔했다고 존 볼턴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주장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23일 출간 예정인 회고록 ‘그 일이 일어난 방’에서 2018년 12월 화웨이의 멍완저우(孟晩舟) 부회장 겸 글로벌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이란 제재 위반 등의 혐의로 미국의 요청에 따라 캐나다에서 체포된 사건을 언급했다. 멍 부회장은 화웨이 창립자 런정페이(任正非)의 장녀다. 회고록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그가 체포되고 며칠 뒤 백악관 만찬에서 맞은편에 앉아있던 볼턴 전 보좌관에게 “‘중국의 이방카’가 체포됐다”며 “이로 인해 중국이 압력을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이 말을 듣고 순간 ‘이방카도 스파이이자 사기꾼이었는지 몰랐다’고 대답할 뻔했으나 참았다고 밝혔다. 볼턴 전 보좌관은 “화웨이는 일반 사기업이 아니라 중국의 국가 정보기관 조직”이라며 “그런데도 트럼프 대통령은 화웨이가 국가 안보에 미치는 중대한 위협을 무시한 채 단지 양국 간의 ‘협상 카드’ 정도로 생각했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화웨이 문제를 중국과의 ‘거래’에 사용했다. 지난해 5월 미국 상무부가 화웨이를 미국 기업과의 거래제한 명단(entity list)에 올리고 언론에 발표할 성명 초안을 썼을 때 트럼프 대통령은 “아주 좋은 성명이다. ‘대통령의 승인하에’라는 말도 넣어라”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다음 달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강력한 요청을 받은 뒤 트럼프 대통령은 화웨이 제재를 바로 완화했다고 볼턴 전 보좌관은 적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고용, 산업생산 등 미국 실물경제의 부진이 뚜렷하다. 하지만 뉴욕증시에서는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가 ‘나 홀로 질주’를 하고 있다. 제조업 위주의 다우존스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지수는 횡보를 거듭하고 있어 ‘나스닥이 1990년대 닷컴 버블과 비슷한 과열에 빠진 것 아니냐’를 둘러싼 찬반양론이 팽팽하다. 10일 사상 최초로 종가 기준 10,000 선을 돌파한 나스닥의 현 주소와 향후 전망을 짚어본다.○ 닷컴 버블과 최근 2차례 단기 급등 미국 뉴욕 맨해튼 남부 원리버티플라자에 위치한 나스닥(NASDAQ·National Association of Securities Dealers Automated Quotations)은 1971년 2월 설립됐다. 세계 각국의 3600여 개 기업이 등록됐으며 17일 종가 기준 시가총액 1조 달러(약 1200조 원)가 넘는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등 소위 ‘빅3’ 기업이 모두 포진해 있다. 세계 최대 기업인 애플의 17일 시총은 1조5240억 달러(약 1829조 원)에 달한다. MS와 아마존의 시총도 각각 1조4730억 달러, 1조3170억 달러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은 이달 한때 1조 달러를 돌파했지만 최근 상승세가 주춤해져 1조 달러 아래로 내려왔다. 이렇듯 현재 세계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나스닥은 개장 24년이 흐른 1995년 7월에야 지수 1,000을 돌파했을 정도로 초기 성장 속도가 더뎠다. 이후 ‘신(新)경제’로 불렸던 빌 클린턴 행정부 당시 경제 호황을 바탕으로 질주를 거듭했다. 정보기술(IT) 거품이 최고조에 달했다고 평가받는 2000년 전후에는 1999년 12월 29일 지수 4,000을 찍은 지 약 2개월 반 만인 2000년 3월 9일 5,000을 넘었을 정도로 상승세가 가팔랐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등을 거치며 횡보 상태에 빠졌던 나스닥은 지난해 12월 26일 9,000을 돌파했다. 이후 6개월이 채 지나지 않은 이달 10일 10,000 선을 찍었다. 지수 1000포인트의 상승 기간이 닷컴 버블 때에 이어 두 번째로 짧다. 최근 나스닥 상승 역시 ‘FAANG’(페이스북, 애플,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 혹은 ‘MAGA’(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구글, 애플)로 불리는 대형 IT 기업이 주도하고 있다. 코로나19에 따른 재택근무와 온라인 쇼핑 등의 확산으로 IT 플랫폼 기업이 각광받은 결과로 풀이된다. ○ ‘로빈후드’가 상승 주도코로나19 사태 이후 미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각각 제로(0) 금리 정책, 2조8000억 달러의 유동성 공급 등 대대적인 부양책을 펼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코로나19로 외부 활동이 막힌 개인투자자들이 주식 투자에 ‘올인’하면서 나스닥 급등을 이끌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월가에서는 이런 개미투자자들을 ‘로빈후드’로 부른다. 2013년 스탠퍼드대 동문이자 각각 불가리아, 인도 이민자인 블라디미르 테네브(33)와 바이주 바트(35)가 설립한 온라인 주식 거래 플랫폼이자 이 플랫폼을 이용하는 투자자를 일컫는다. 로빈후드는 거래 수수료가 전혀 없고 직관적인 앱 디자인을 택해 특히 젊은 투자자들에게 인기가 높다. CNBC 등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에만 300만 개가 넘는 로빈후드 신규 계좌가 개설됐다. 이에 따라 전체 이용자도 1300만 명을 돌파했다. 이용자 중위 연령은 31세에 불과하며 공격적이고 적극적인 투자 성향을 띤다. 일부는 전문성과 투자 성과가 검증되지 않은 재야 전문가를 지나치게 신봉하는 ‘팬덤’ 현상을 보인다. ‘개미투자자의 대통령’으로 불리는 데이브 포트노이(43)가 대표적이다. 그가 트위터에 올리는 ‘데이비(데이브의 애칭)의 일일 국제거래’ 영상을 추종하는 투자자만 150만 명을 넘는다. 포트노이는 10일 트위터에 코로나19 국면에서 저조한 성과를 낸 전설적 투자자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90)을 비꼬며 “버핏은 한물갔다. 내가 대장”이라고 주장했다. 버핏은 코로나19 사태 직후 미 항공주와 금융주 등을 대량 매도했으나 최근 이들 업종의 주가가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실적 뒷받침” vs “폭탄 돌리기”1990년대 중반부터 2001년 9·11테러 직전까지 이어진 닷컴 버블 시기에는 코즈모닷컴(온라인 식료잡화품 배달업체), 페츠닷컴(애완용품 온라인 판매 사이트), 부닷컴(온라인 의류판매업체), 웹반(온라인 식품업체)처럼 회사명에 ‘닷컴’이나 ‘웹’이 들어가는 벤처기업이 큰 인기를 끌었다. 실적과 관계없이 회사명에 ‘닷컴’만 들어가도 막대한 투자금을 유치하고 증시에 상장하는 일이 어렵지 않았다. 당시 연준 수장이던 앨런 그린스펀이 ‘비이성적 과열(irrational exuberance)’이란 표현까지 쓰며 증시 과열을 우려했던 이유다. 현재 나스닥을 바라보는 시선은 어떨까. 2008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는 15일 뉴욕타임스(NYT)에 “다단계 ‘폰지 사기’ 같은 폭탄 돌리기가 나타나고 있다”고 우려했다. 초기 투자자가 일정 수익을 내고, 이를 본 다른 투자자가 달려들어 주가를 올리는 과정이 반복되다가 어느 순간 거품이 터지면서 모두가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피터 세니치 캔터피츠제럴드 수석전략가 역시 링크트인에 “포트노이 같은 이가 활개 치는 현 시장은 극단적이고 감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닷컴 붕괴를 예언했던 앨버트 에드워즈 소시에테제네랄 이사는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당시와 유사하다. 투자자들이 연준이 깔아준 안전판 위에서 ‘묻지 마 투자’에 나서고 있다”고 꼬집었다. 반면 워싱턴주 시애틀에서 전기공으로 일하는 저버 씨(29)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재난지원금으로 들어온 돈을 불릴 수 있는 기회다. 밑져야 본전 아닌가”라고 했다. 오현석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 역시 미 경제가 코로나19란 돌발 변수를 맞이했지만 설비 과잉, 부채 불균형, 자산가격 거품 등이 나타나지 않았다며 “6개월 후 미국 경제 회복을 전망한다면 지금 주식을 사야 한다. 닷컴 거품 때보다 안전하다”고 말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수석연구원도 “닷컴 거품 때와 달리 지금 각광받는 기업들은 눈에 보이는 실적을 내고 있다”고 가세했다.유재동 jarrett@donga.com·김예윤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 위구르족 등 중국 소수민족에 대한 인권 탄압을 제재하는 법안에 서명했다. 중국은 즉각 내정 간섭이라고 반발해 양국 간 신냉전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튀르크계 이슬람교도인 위구르족은 중국 한족과 외모와 언어가 완전히 달라 당국의 대대적인 탄압을 받고 있다. 미국 백악관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2020년 위구르 인권정책법’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소수민족에 대한 고문, 불법 구금 등 인권 탄압을 저지른 중국 관리의 명단을 미 의회에 보고하고, 이들에게 자산 동결 및 비자 취소 등을 시행하는 내용이 담겼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무역대표부(USTR) 대표도 하원에 출석해 “중국 소수민족의 강제 노동으로 생산된 제품을 수입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미국은 최소 100만 명의 소수민족이 당국에 구금돼 강제 노동 및 고문 등을 당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성명에서 “내정에 함부로 간섭했다. 즉각 중단하지 않으면 전적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맞섰다. 이날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하와이에서 만난 양제츠(楊潔지) 중국 공산당 중앙외사공작위원회 판공실 주임 역시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양 주임은 위구르 외에도 대만, 홍콩 문제에 관한 미국의 간섭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이 이날 주요 7개국(G7) 외교장관과 지난달 중국이 강행한 홍콩 보안법의 철회를 촉구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한 것에 따른 맞대응 성격이다. 23일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하는 회고록 출간을 앞둔 존 볼턴 전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겉으로는 중국 인권 문제를 비판했지만 자신의 재선을 위해 중국의 위구르 탄압을 묵인했다’고 폭로했다. 중국은 위구르 수용소를 ‘직업교육 시설’이라고 주장하고 미국은 ‘사실상의 감옥’이라고 비판하고 있다.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12일 백인 경찰의 총에 맞아 숨진 흑인 레이샤드 브룩스 씨(27)는 다음 날 큰딸의 생일잔치를 앞두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CNN 등에 따르면 브룩스 씨의 8세 딸은 13일 자신의 생일을 맞아 아빠와 스케이트를 타러 가기로 했다. 하지만 그날 아침 아빠는 딸과의 약속을 끝내 지키지 못했다. 브룩스 씨의 가족 변호인은 “그는 사건 당일에도 큰딸과 함께 시간을 보냈다. 가족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1세, 2세, 8세 딸과 13세 의붓아들을 뒀다. 경찰이 공개한 보디캠 영상 등에 따르면 12일 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술에 취해 차 안에서 잠들어 있던 브룩스 씨를 깨웠다. 그는 “딸의 생일을 축하하느라 조금 마셨다”며 경찰에 협조했고, 30분가량 경찰의 질문에 대답하면서 지시에도 순순히 응했다. 그에게 무기가 없다는 것을 경찰이 확인하는 장면도 나온다. 하지만 음주 측정 결과 혈중알코올농도가 조지아주 법의 만취 기준 0.08을 넘는 0.108로 나와 경찰이 수갑을 채우려 하자 갑자기 태도를 바꿨다. 브룩스 씨는 경찰과 격렬하게 몸싸움을 하다 경찰에게서 테이저건(전기충격기)을 빼앗아 도주했다. 경찰은 총을 세 발 쐈고 브룩스 씨의 등에 두 발이 맞았다. 브룩스 씨의 행동 때문에 경찰을 두둔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미 공화당의 유일한 흑인 상원의원인 팀 스콧 의원은 CBS 인터뷰에서 “이것이 경찰의 과잉 무력 사용인지는 정말로 의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검찰은 총격을 가한 경관에게 살인 혐의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 애틀랜타 지방검사인 폴 하워드는 “경찰에게 살인이나 과실치사 등의 혐의를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백인 경찰의 총을 맞고 숨진 흑인 레이샤드 브룩스 씨(27)는 다음날 큰 딸의 생일잔치를 앞두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CNN 등에 따르면 브룩스의 8세 딸은 13일 자신의 생일을 맞아 아빠와 스케이트를 타러 가기로 약속했다. 하지만 그날 아침 아빠는 딸과의 약속을 끝내 지키지 못했다. 브룩스의 가족 변호인은 “브룩스는 사건 당일에도 큰 딸과 함께 시간을 보냈다”며 “가족들에게 엄청나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1세, 2세, 8세 딸과 13세 의붓아들을 뒀다. 브룩스 씨는 12일 밤 애틀랜타의 패스트푸드 식당인 웬디스 앞에서 경찰이 쏜 총에 맞아 숨졌다. 지난 주말 공개된 경찰의 보디캠 영상 등에 따르면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술에 취해 차 안에서 잠들어 있던 브룩스 씨를 깨워 음주측정을 한 뒤 그에게 수갑을 채우려 했다. 그러나 그는 경찰과 몸싸움을 벌인 끝에 테이저건(전기충격기)을 빼앗아 도주했고 경찰은 브룩스 씨의 등에 총 두 발을 발사했다. 브룩스 씨의 혈중 알코올농도는 법적 허용기준(0.08)을 웃도는 0.108이었다. 이 사건으로 총격을 가한 경찰 개릿 롤프는 해임됐고 에리카 실즈 애틀랜타 경찰서장도 사건 하루 만인 13일 사임했다. 수사 당국은 총격을 가한 경관에게 살인 혐의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 애틀랜타 지방검사인 폴 하워드는 “이 사건은 누군가의 죽음으로 이어질 만한 사건이 아니다”며 “경찰에게 살인이나 과실치사 등의 혐의를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브룩스의 부인도 CBS와의 인터뷰에서 “경찰들이 감옥에 가야 한다”고 호소했다. 해당 경찰에 대한 기소 여부는 이번 주 중 결정될 예정이다.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증세가) 아닙니다. ‘과세 합리화’입니다.” 박근혜 정부 때 경제 관료들에겐 결벽증이 몇 가지 있었다. 그중 하나를 뽑으라면 누가 뭐라고 물어봐도 증세(增稅)라는 단어를 절대 입에 올리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 당시 수많은 복지 공약을 실천하기 위해 정부는 비과세 감면 정비, 연말정산 공제 축소처럼 국민 세 부담을 높이는 대책을 다수 쏟아냈다. 그러면서도 “세율 인상이 없으니 증세가 아니다”, “국민 고통 없이 거위 깃털을 살짝 뽑는 것에 불과하다”는 식으로 증세 논란을 슬그머니 피해 갔다. ‘증세 없는 복지’에 대한 이 같은 도그마는 결국 집권 첫해 정권을 위기에 빠뜨린 세제개편안 파동으로 이어졌다. 사달이 났던 2013년은 복지 수요가 봇물처럼 터져 나오던 때였다. 전년도 대선에서 관련 공약이 난무하면서 그해 편성된 정부 복지 예산은 사상 처음 100조 원을 돌파했다. 하지만 경기가 최악으로 치달으며 세수는 줄고 필요 재원만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났다. 정부는 증세 없이 이 돈을 마련해 보겠다며 나라 저금통을 탈탈 털고 심지어 지하경제를 양지로 끌어내 세수를 늘려보겠다는 계획까지 꾸며냈다. 하지만 모든 게 실패로 돌아가자 결국 소득세 환급액을 대폭 줄이는 ‘꼼수 증세’를 시도하면서 국민의 뒤통수를 치고 말았다. 7년 전의 얘기가 아직도 유효한 것은 지금 나라 경제 사정도 그때와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안 그래도 고령화로 복지 수요가 커지는 마당에 코로나발 경제 위기가 길어지면서 재정 의존도는 더욱 커졌다. 돈 쓸 곳이 늘어나는 반면 국세 수입은 계속 줄어들며 곳간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그러자 학계에서는 이제 정부가 재정 수입을 올리는 데 신경 써야 한다는 주장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마침 한국개발연구원(KDI) 등 국책연구기관들도 증세에 대한 화두를 꺼내 들었다. 물론 어느 세금을 올리느냐는 방법론에서 차이가 있겠지만 중장기적으로 국민 부담을 늘려야 한다는 데는 지금 야당이나 보수 성향의 학자들도 어느 정도 동의하고 있다. 게다가 대선은 아직 2년이나 남았고 총선 압승으로 정권 지지율은 크게 오른 상황이다. 조심스럽게라도 세금 인상을 추진할 조건은 갖춰진 셈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아직 증세에 대해 거리를 두고 있다. 25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대통령은 지출 구조조정의 필요성만 언급했을 뿐 세입 기반을 늘려야 한다는 메시지는 내놓지 않았다. 기획재정부 관료들도 “전혀 검토한 바 없다”는 식으로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우리나라는 재정 여력이 아직 남아 있고, 세금을 더 거두면 경기를 꺼뜨릴 수 있다는 등의 이유를 댄다. 물론 속으로는 중산층을 포함한 보편적 증세가 지지율에 영향을 미치는 점을 우려하는 것 같다. 하지만 증세 문제가 언젠가는 우리 사회가 공론화해야 할 주제라는 데는 전문가들도 이견이 없다. 아무리 우리 재정 상태가 양호하다 해도, 고령화로 복지 지출이 계속 늘어나는 마당에 언제까지나 국채 발행에 의존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만약 증세를 추진한다면 전 정부의 전철을 밟지 말고 솔직하게 이해를 구하며 국민들을 설득해야 한다. 호기롭게 전 국민에게 재난지원금을 풀었으면 그 뒷수습도 해야 한다는 걸 이 정부도 알아야 할 것이다. 유재동 경제부 차장 jarrett@donga.com}

문재인 정부와 이명박 정부는 평소의 정책노선이나 국정철학은 상당히 다를지언정 지금까지 보여준 경제위기 대응 방식은 서로 유사한 점이 많다. 재정과 금리 등 가용한 정책 수단을 충분히 동원해 경기를 살리는 것도 그렇고, 비상대책회의를 대통령이 직접 주재하면서 앞장서서 위기 대응을 지휘한 모습도 비슷하다. 추가경정예산 편성,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 중소기업 금융 지원 등 그동안 현실화된 정책 아이템도 실제 많은 부분이 일치하고 있다. 현 정부가 12년 전의 위기 대책을 상당 부분 참고한 흔적도 보인다. 기업 부도와 실업을 막기 위한 방안들도 마찬가지다. 가령 자금난에 처한 기업의 회사채를 대신 사주고 그런 금융기관에 자본을 확충하는 것은 2008년에도 했던 일들이다. 직원을 내보내지 않는 대가로 각종 인센티브를 주는 대책도 이번에 다시 등장했다. 곪은 상처를 한번에 도려내기보다는 “상황이 급하니 일단은 모두 살리고 보자”는 접근 방식이다. 청와대는 이에 대해 “지금은 외환위기 때와는 다르다. 구조조정보다는 고용 유지에 방점을 찍어야 할 시기”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정부가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가계와 기업의 고통을 덜어주는 정책은 경제 불안 심리를 줄여 위기 극복에 어느 정도 도움을 줄 수 있다. 쏟아붓는 돈이 많으면 많을수록 성장률과 실업률 등 경기지표를 떠받치는 데도 효과적이다. 이를 잘 활용한 이명박 정부는 한국을 위기 극복의 모범 국가로 만들었다. 임기 중 145회의 비상경제회의를 열어가며 고강도 대책을 쏟아낸 결과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이례적으로 플러스 성장을 달성했다. 그 위기 극복 매뉴얼을 사실상 그대로 이어받은 현 정부도 코로나19의 방역 성과를 토대로 주요국 중 경제 타격을 가장 작게 입은 국가라는 칭찬을 듣고 있다. 자신감이 커진 문 대통령은 “K방역에 이어 K경제까지 위기 극복의 세계 표준이 되겠다”는 선언도 했다. 그러나 ‘모든 기업을 살린다’, ‘일자리 하나라도 다 지킨다’는 지금의 대응은 어느 순간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예외적인 상황에 임시방편으로 쓰이면 몰라도 상시화될 경우 시장경제의 원리를 정면으로 해칠 수 있어서다. 망해야 할 기업이 오랫동안 망하지 않고 버티거나, 사양산업의 일자리가 정부에 의해 억지로 유지된다면 시장엔 비효율이 쌓이게 되고 이는 건전한 경제 발전을 저해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비상 대책은 경제가 정상화될 때까지 한시적으로 가동한다 하지만 지금은 위기 국면이 언제 끝날지 기약이 없다. 이번 경제위기는 이제 시작일 뿐이고 심지어 바이러스가 정복된 뒤에도 코로나 이전의 시대는 다시 오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지금까지 강력한 긴급 처방으로 위기에 처한 가계와 기업을 구했다면, 이젠 머지않은 시기에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맞는 정책으로 패러다임을 바꿀 때가 올 것이다. 그 시점을 놓치지 않는 게 이 정부가 할 일이다. 마침 문 대통령은 “경제난 극복은 과거의 해법에만 머물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것만 잘해도 이 정부의 많은 경제 실정(失政)은 상당 부분 잊혀질 수 있을 것이다. 유재동 경제부 차장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