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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최근 국회 출입기자 등록증을 이용해 국회를 드나드는 자사 임원 등에 대해 특별 감사를 실시하고, 책임자를 포함한 관련자들에 대해 징계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13일 밝혔다. 삼성전자가 이달 9, 10일에 실시한 특별감사에 따르면 문제가 된 임원은 정당 당직자로 재직 중이던 2013년 가족 명의로 인터넷 언론사를 설립했다. 이후 2015년 삼성전자에 입사했지만 언론사를 접지 않고 최근까지도 기사를 직접 작성해 올린 것으로 드러났다. 정치권에서 문제 제기한 해당 언론사의 주소가 일반음식점인 것과 관련해서도 해명했다. 문제의 임원은 2017년부터 1년 동안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소재 상가를 임차해 언론사 주소지로 등록했으나 계약기간이 끝난 후에도 변경하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이날 입장문에서 “해당 임원은 1년 단위 계약직이라 언제 퇴직할지 몰랐고, 언론사는 무보수였기 때문에 회사에 알릴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고 한다”며 “회사는 해당 인터넷 언론사의 존재를 전혀 몰라 광고 등 어떤 지원도 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또 이번 감사에서 임직원 2명이 다른 직원이 발급받은 출입증을 이용해 의원실 2곳을 방문한 사실이 추가로 확인됐다. 삼성전자는 “모든 위반사항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며, 책임자를 포함한 관련자 전원을 징계하기로 했다”며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한 데 대해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백화점 1층부터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면 어느 층에 사람이 몰리는지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4년 전엔 명품이 있는 1층부터 여성, 남성, 아동 매장까지 절간처럼 조용하다 주로 고층에 있는 면세점 층만 중국인 관광객이 바글바글했다. 2년 전부터는 한동안 조용하던 명품 매장 앞에 긴 줄이 늘어섰다. 당시 한 백화점 바이어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로 중국 관광객이 떠났지만, 집값이 팍팍 뛰니 ‘자산 효과’로 강남 소비자가 대거 돌아왔다”고 말했다. 요즘은 어떨까? 명품 매장 앞 줄은 여전히 긴 가운데, 가전과 리빙 소품 매장에 사람이 몰리는 게 눈에 띄었다. 실제로 3분기(7∼9월) 주요 백화점 점포 매출에서 명품과 가전 비중이 전년 동기 대비 약 10%포인트 올랐다고 한다. 가전의 인기는 삼성전자와 LG전자, LG화학의 ‘깜짝 잠정 실적’에서도 나타났다. 삼성전자는 3분기 매출이 66조 원으로 역대 최대 분기 매출 수준을 기록했고, LG전자도 컨센서스를 상회한 영업이익을 냈다. TV, 냉장고, 세탁기, 스마트폰이 잘 팔린 덕이다. LG화학은 전년 동기보다 무려 158.7% 급증한 3분기 영업이익 잠정치를 발표했는데, 전기자동차에 들어가는 배터리뿐 아니라 가전에 들어가는 내장재가 효자 노릇을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보복 소비나 펜트업(pent-up·억눌렸던 소비가 폭발하는 현상) 수요가 몰린 덕도 있다. 하지만 재난지원금 효과가 있었던 2분기(4∼6월)에 이어 3분기에도 깜짝 실적이 이어지는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소비의 뉴노멀이 자리 잡았음을 보여준다. ‘집’, ‘고급화’, 그리고 ‘자국’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소비의 시대다. 실제로 민간 소비 지출은 코로나19 이전 대비 위축됐는데, 집에 있는 TV, 냉장고, 가구에는 돈이 몰리고 있다. 반면 집 밖에서 필요한 옷이나 자동차 휘발유 등은 회복세가 더디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집에서 멀어질수록 장사가 안된다”고 했다. 65인치 이상 고급 TV나 1000만 원에 육박하는 냉장고가 잘 팔리는 점도 눈에 띈다. 럭셔리로 승부를 보려는 기업이 점점 늘고 있다. 한동안 소형 엔트리카로 젊은층을 잡아 보려던 메르세데스벤츠는 다시 럭셔리카에 집중한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최근 보도했다. 펜트업 소비라도 가능한 중상층 소비자를 잡기 위해선 고급화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엔트리카보다 럭셔리카의 이익률이 높다. 내수가 중요한 시대라는 점도 중요한 변화다. 여행을 못 가니 전 세계 소비자들이 자기 나라에서 돈을 쓰고 있다. 한 전자업체 관계자는 “삼성, LG 모두 드러내놓고 말하진 않지만 국내 가전 매출이 연일 역대 최대 기록을 경신 중”이라고 귀띔했다. 명품 시장도 들썩인다. 원래 유럽 현지에서 팔리는 명품의 절반은 아시아 관광객이 사던 물량이었지만 이제 중국인도 한국인도 자국에서 산다. 보스턴컨설팅그룹에 따르면 올해 중국 명품 소비는 전년 대비 3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체 소비 지출이 크게 늘지 않는 상황에선 누군가의 깜짝 실적은 누군가의 실적 쇼크다. ‘서프라이즈’와 ‘쇼크’의 갈림길에서 뉴노멀에 올라타기 위한 기업들의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김현수 산업1부 차장 kimhs@donga.com}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8일 네덜란드 스위스 등 유럽 출장길에 올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5월 중국 시안 방문에 이은 두 번째 출장이다. 인공지능(AI), 5세대(5G) 이동통신, 시스템반도체 등 미래 사업을 챙기며 인수합병(M&A) 및 투자 구상에 들어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 부회장은 이날 오후 사장단이나 수행원 없이 홀로 서울 강서구 김포국제공항 출국장에 들어섰다. 14일 귀국하는 5박 7일 일정으로 알려졌지만 여행가방도 비교적 단출한 모습이었다. 이 부회장은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 도착한 뒤 스위스 제네바로 이동하는 등 유럽 주요국에서 글로벌 네트워크 다지기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은 7월부터 네덜란드 등 유럽연합(EU) 국가를 중심으로 여행 제한이 일부 풀린 상태다. 현지 자가 격리 의무가 없고 EU 국가 내에서도 비교적 활발히 이동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에서 귀국한 후에도 긴급한 사업상의 이유 등으로 자가 격리 면제 신청서를 산업통상자원부에 제출하면 격리를 면제받을 수 있다. 이번 출장지인 스위스는 AI의 중심지로 꼽힌다. 구글, IBM,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테크 기업들이 스위스에 AI 연구소를 설립한 상태다. 또 에인트호번에는 반도체 장비업체인 ASML 등 핵심 협력사가 있어 이 부회장은 이들과 교류할 것으로 전해졌다. ASML은 삼성 시스템반도체 초격차 핵심 기술인 극자외선(EUV) 공정에 필요한 노광장비를 사실상 독점 공급하는 곳이다. 이 부회장의 2030 시스템반도체 1위 비전을 달성하기 위한 핵심 협력사다. 삼성전자도 지분 1.5%를 보유하고 있다. 과거에도 이 부회장은 집행유예로 풀려난 뒤 45일 만인 2018년 3월 첫 공식 일정으로 유럽행을 택한 적이 있다. 끊겼던 글로벌 네트워크 다지기에 나서면서 하루가 다르게 격변하는 AI 현장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는 게 목적이었다. 귀국 후 약 4개월 만에 △AI △5G 이동통신 △바이오 △자동차 전자부품(전장) 등 ‘4대 미래 성장사업’을 직접 구상해 발표했다. 이들 분야에만 3년간 25조 원의 투자를 단행한다고 했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2년 전 집중 육성하겠다고 한 5G, 바이오 분야에서는 이미 눈에 띄는 성과가 나왔다”며 “미국 일본 주요 통신사에 5G 통신장비를 공급하기로 했고 삼성바이오는 새 공장을 지어야 할 만큼 최대 실적을 경신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유럽 구상을 통해 AI, 시스템반도체 분야 등에서 M&A 및 대규모 투자 발표 등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김현수 kimhs@donga.com·서형석 기자}
삼성전자 임원이 국회 출입기자 등록증을 이용해 국회를 드나든 사실이 밝혀져 논란이 일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에 대해 공식 사과했고 해당 임원은 사표를 제출했다. 이 임원은 국회에서 국정감사와 관련한 대응 활동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8일 긴급 의원총회에서 “1급 국가보안시설인 국회가 유린된 것에 참담함을 느낀다”고 비판했다. 국회 사무처는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면서 법적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국회 사무처 관계자는 “삼성전자 임원이 한 언론사에 소속돼 실제 기사를 주기적으로 게재하는 등 출입기자로 등록할 형식적 요건을 갖추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 해당 언론사의 주소지가 일반 음식점으로 돼 있어 정당한 절차를 거쳐 설립됐는지 확인하기 위해 문화체육관광부와 서울시에 협조를 구하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이날 사과문을 내고 “삼성전자 임원이 부적절한 방법으로 국회를 출입한 것에 대해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해당 임원은 물의를 빚은 데 대해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고, 회사는 이를 즉각 수리했다”고 밝혔다. 또 “회사는 이 외에도 국회 절차를 위반한 사례가 더 있는지 철저히 조사 중이다. 잘못된 점이 있으면 반드시 바로잡겠다”며 “다시는 이런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필요한 모든 조치를 하겠다”고 덧붙였다.김현수 kimhs@donga.com·최혜령 기자}
재단법인 티앤씨재단은 2∼4일 혐오사회를 주제로 자체 콘퍼런스인 아포브(APOV·Another Point of View)를 열었다고 7일 밝혔다. 이번 콘퍼런스의 공식 주제는 ‘바이어스 바이 어스(Bias by us)’로 집단 내 높은 공감이 타인에 대한 혐오로 확산될 수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마련됐다. 콘퍼런스에 참석한 최인철 서울대 교수는 “공감은 착한 마음에 기반하지만, 공감 대상이 자신이 속한 집단에 국한되면 타인에 대한 혐오와 차별을 낳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민정 한국외국어대 교수는 “온라인에서는 다수의 생각을 그대로 따르는 연쇄하강 효과 등이 있어 혐오 표현이 오프라인에 비해 더 강하고 빠르게 퍼진다”고 했다. 티앤씨재단 측은 “이번 콘퍼런스는 온라인 조회수가 1만 회로 나타나는 등 일반 시민들도 혐오 문제에 대한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티앤씨재단은 최태원 SK 회장과 김희영 대표가 2017년 사재를 출연해 설립한 공익재단이다.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한일 경제계는 일제히 기업인에 대한 상호 입국 제한 완화에 대해 환영의 뜻을 밝혔다. 이번 조치로 한일 재계회의 등 광범위한 경제 협력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6일 “이번 합의는 한국 기업인의 대일 경제활동에 가장 큰 애로였던 양국 간 입국 제한을 다소나마 완화하는 조치”라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어려움을 겪던 양국 기업인 간 교류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한일 양국 정부는 이번 조치를 계기로 경제 협력 전반에서 미래지향적 한일관계로 나아갈 수 있도록 더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 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여전히 상당수 부품, 소재를 일본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출장길이 막혀 제품 개발에 어려움이 적지 않았다. 기업인에 한해 입국 제한이 완화돼 한시름 놨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일본도 리더십이 바뀐 상황에서 한일 기업인 교류가 다시 시작되면 양국 기업 간 생산적인 논의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일본 재계도 한일 기업인 왕래 재개를 환영했다. 일본의 5대 경제단체의 한 관계자는 동아일보에 “늦었지만 정말 다행이다. 앞으로 양국 기업 활동이 활발해질 것은 분명하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한일 재계는 지난해 7월 일본 정부의 한국 수출 규제로 한일 관계가 사상 최악의 상태일 때도 “정치와 별개로 경제 교류는 지속돼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코로나19 사태가 발발하기 전인 지난해 11월 전경련과 일본의 경단련은 도쿄에서 한일 재계회의를 열고 “양국이 정치적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에 있지만 경제 및 민간 교류는 활성화하자”고 뜻을 모으기도 했다. 전경련과 경단련은 원래 이달 서울에서 한일 재계회의를 열 예정이었다가 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 방식 등을 고민해 왔다. 전경련 관계자는 “이달 중 비대면 한일 재계회의 등을 고민하고 있던 중에 한일 기업인 입국 제한이 완화됐다”며 “대면 진행이 가능할지 등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 도쿄=박형준 특파원}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28일 경기 수원시 삼성디지털시티를 찾아 “생산성과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협력사의 역량이 따라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열린 삼성과 협력사 간 공정거래 협약식을 찾은 조 위원장은 김기남 삼성전자 대표이사(부회장) 등과 함께 삼성의 벤처프로그램 C랩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생태계(에코시스템)를 잘 만들어야 삼성도 외부적인, 정치적인 이유로 어려워졌을 때 흔들림 없이 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김 부회장은 “(생태계를 잘 갖추는 것이) 함께 발전하는 길이다. 결과적으로 우리나라에서 내부적으로 생태계를 잘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앞서 열린 협약식에는 조 위원장, 김 부회장과 더불어 최윤호 삼성전자 사장, 이동훈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사장), 경계현 삼성전기 대표이사(사장), 김영재 삼성전자 협력회사 협의회(협성회) 회장(대덕전자 대표이사) 등 20여 명이 참석했다. 협약에는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전기, 삼성SDI, 삼성SDS, 삼성물산(건설, 패션), 삼성중공업, 삼성엔지니어링, 제일기획, 호텔신라, 세메스 등 11개 계열사와 1∼3차 협력사 5330곳이 표준하도급계약서 사용 등 공정 거래를 다짐하는 내용이 담겼다. 삼성전자는 2004년 국내 기업 최초로 협력회사 전담 조직을 신설해 협력회사를 대상으로 경영환경을 개선하고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상생협력 활동을 시작했다. 2018년에는 1, 2차 협력회사 중심으로 운영해 온 자금 지원 프로그램을 3차 협력회사로 확대해 3차 협력회사 전용 펀드를 추가로 조성해 운용하고 있다.김현수 kimhs@donga.com / 세종=남건우 기자}

4대 그룹 총수가 서울시내 모처에서 재계 현안에 대한 공동대응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22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 대표 등은 이달 초 만났다. 이들은 재계의 각종 현안에 대한 재계의 목소리를 어떤 경로를 통해 외부에 전달하는 것이 좋을 지에 대한 의견을 얻기 위해 비공식 모임을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한 재계 관계자는 “4대그룹이 전국경제인연합회를 탈퇴한 이후, 재계의 이해관계를 대변할 단체가 어디인지, 어떤 통로로 한 목소리를 낼 수 있을지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자리였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간 10대 그룹 등 국내 주요 대기업들은 전국경제인연합회를 통해 목소리를 내왔다. 하지만 2016년 국정농단 사태 이후 4대 그룹이 나란히 전경련을 탈퇴했다. 대한상공회의소나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재계의 목소리를 내왔지만 한계가 있다는 우려도 있었다. 대한상의 내에서도 대기업, 중견기업, 중소기업 간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사안이 적지 않다. 경총은 노사관계에 보다 초점이 맞춰져 있다. 현 경제 단체들 안에서도 기업별 이해관계가 엇갈려 좀더 재계 상위그룹 중심의 사회적 책임 및 이해관계를 전달할 통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온 것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4대 그룹 안에서도 당면 과제가 달라 현안에 대한 공동 대응에 나서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한 재계 관계자는 “주요 그룹 마다 당면 과제가 다르다. 현대차는 사회적인 인프라 건설을 바탕으로 미래차로 도약해야 하기 때문에 수많은 이해관계자와 협력하고 목소리를 내야할 필요가 있다. 반면 삼성은 사법리스크 해소에 주력해야한다”며 “주요 그룹 중심의 공동 조직을 만드는데 까지 나아가는 것은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최태원 회장은 대한상의의 유력 차기 수장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4대 그룹 맏형으로서 재계 현안을 어떻게 이끌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서동일 기자 dong@donga.com}

4대 그룹 총수가 서울시내 모처에서 재계 현안에 대한 공동대응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22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 대표 등은 이달 초 만났다. 이들은 재계의 각종 현안에 대한 재계의 목소리를 어떤 경로를 통해 외부에 전달하는 것이 좋을 지에 대한 의견을 얻기 위해 비공식 모임을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한 재계 관계자는 “4대그룹이 전국경제인연합회를 탈퇴한 이후, 재계의 이해관계를 대변할 단체가 어디인지, 어떤 통로로 한 목소리를 낼 수 있을지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자리였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간 10대 그룹 등 국내 주요 대기업들은 전국경제인연합회를 통해 목소리를 내왔다. 하지만 2016년 국정농단 사태 이후 4대 그룹이 나란히 전경련을 탈퇴했다. 대한상공회의소나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재계의 목소리를 내왔지만 한계가 있다는 우려도 있었다. 대한상의 내에서도 대기업, 중견기업, 중소기업 간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사안이 적지 않다. 경총은 노사관계에 보다 초점이 맞춰져 있다. 현 경제 단체들 안에서도 기업별 이해관계가 엇갈려 좀더 재계 상위그룹 중심의 사회적 책임 및 이해관계를 전달할 통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온 것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4대 그룹 안에서도 당면 과제가 달라 현안에 대한 공동 대응에 나서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한 재계 관계자는 “주요 그룹 마다 당면 과제가 다르다. 현대차는 사회적인 인프라 건설을 바탕으로 미래차로 도약해야 하기 때문에 수많은 이해관계자와 협력하고 목소리를 내야할 필요가 있다. 반면 삼성은 사법리스크 해소에 주력해야한다”며 “주요 그룹 중심의 공동 조직을 만드는데 까지 나아가는 것은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최태원 회장은 대한상의의 유력 차기 수장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4대 그룹 맏형으로서 재계 현안을 어떻게 이끌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김현수기자 kimhs@donga.com서동일기자 dong@donga.com}

“해볼 만하다고 생각했지만 꼼짝없이 당했다.” 2018년 5월 현대자동차그룹이 주주총회 일주일을 앞두고 지배구조 개편을 보류하겠다고 밝힌 날, 이 회사 관계자는 이같이 말했다. 미국계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이 지배구조 개편안에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나선 지 한 달 만이었다. 이 관계자는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의 트라우마로 기관투자가들이 의결권 자문사의 눈치를 보는 것 같았다. 그냥 의결권 자문사의 권고대로 하는 게 덜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엘리엇은 한국의 여론이 어떻게 형성되는지 잘 알고 있었고, 입맛대로 움직이는 힘이 막강했다”고 했다. 비싼 수업료를 치른 현대차는 2019년 주총에서 엘리엇 측 인사의 이사회 입성을 막았다. 이례적으로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직접 나서 투자자들을 만나고, 미래 수익률 전망까지 제시하며 믿어달라고 호소한 덕이었다. ‘엘리엇의 추억’을 되살린 이유는 최근 상법 개정안이 초미의 이슈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주요 대기업 임원들에게 가장 걱정되는 법과 조항을 하나만 뽑아달라고 물었더니 대다수가 상법 개정안의 ‘감사위원 분리선임 및 3%룰’을 꺼냈다. 대주주는 실제 지분과 상관없이 감사위원 선임에 3%만 행사할 수 있다. ‘제2의 엘리엇’들이 감사위원으로 이사회에서 한자리 차지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행동주의 펀드가 경영에 참여하는 것을 두고 ‘투기세력’, ‘먹튀’로 보는 것은 무조건 친재벌적 프레임일까. 최근 행동주의 펀드의 힘은 분명히 커지고 있다. 2000년 이전까지만 해도 헤지펀드의 적대적 인수합병(M&A) 시도가 많았다면 요즘 행동주의 펀드는 3∼5% 정도 지분만으로도 다른 주주들을 선동하면서 힘을 발휘한다. 요즘처럼 유동성이 풍부하고, 디지털화로 소액주주 연대가 가능해진 시대에 딱 맞는 효율적 공격 방식이다. 올해 엘리엇은 트위터 창업자의 퇴임을 요구했다. 통계적으로 행동주의 펀드에 공격받은 기업은 주가가 상승했다. 현대차가 엘리엇의 공격 덕에 주주 소통 능력이 높아진 것처럼 대주주 견제에도 때로 효율적인 면도 있다. 하지만 그때뿐이었다. 중장기적으로는 투자도, 일자리도, 사회공헌 실적도 대폭 줄었다. 올해 1월 마크 디자딘 펜실베이니아주립대 교수 등이 2000∼2016년 동안 헤지펀드에 공격받은 미국 기업 1324개를 분석해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그렇다. 기업 규모가 변하지 않는다고 가정했을 때, 공격받은 지 5년이 지나자 일자리는 7%가량 하락했고, 연구개발(R&D) 투자도 9% 하락했다. 특히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이 약 25% 줄었다는 연구가 눈에 띈다. 연구팀이 인터뷰한 한 행동주의 펀드 매니저는 “사회공헌활동에 드는 비용은 주주 이익률 기준으로 볼 때 낭비일 뿐”이라고 했다. 행동주의 펀드 매니저의 인사 평가 기준에 사회적 책임 이행 같은 것은 없다. 제2의 엘리엇들은 일자리 창출보다 주가 수익률이 더 중요하다. 기업과 주주 간 건강한 긴장관계는 필요하지만 그렇다고 적극적으로 한국에서만 유독 행동주의 펀드에 힘을 실어줄 이유도 없다. 경영권 방어에 급급하며 단기 수익률을 목표로만 달려가는 기업이 한국의 미래에 바람직한 기업은 아닐 것이다. 김현수 산업1부 차장 kimhs@donga.com}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17일 이른바 ‘공정경제 3법’(공정거래법, 상법, 금융그룹감독법)에 대해 “법 자체에 대해 거부할 입장이 아니다”라고 찬성 입장을 밝혔다. ‘경제민주화’를 담은 당 정강정책을 강조하며 이들 법안의 개정 필요성에 재차 공감한 것. 하지만 경제계에서 “공정경제법이 아니라 반(反)시장적인 기업옥죄기법”이라고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당내에서도 이견이 적지 않아 논란이 예상된다. 김 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 당이 정강정책을 개정하면서 경제민주화를 최초로 (명시)했기 때문에 그 일환에서 보면 (여권 추진 법안들은) 모순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발언은 “공정경제 3법을 정기국회에서 처리하자”는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의 제안에 사실상 호응한 것으로 해석됐다. 김 위원장은 당 안팎의 반발을 감안한 듯 “시장 질서를 보완하기 위해 만든 법이기 때문에 국회 심의 과정 속에서 다소 내용상의 변화는 있을 수 있다”고 수정 여지를 두면서도 “여론에서 반시장적인 법안 아니냐고 하는데 표현 자체가 잘못됐다. 시장 질서를 보완하기 위해 만든 법”이라고 덧붙였다. 지난달 25일 국무회의를 통과해 국회에 제출된 ‘공정경제 3법’ 중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사익편취 규제 대상 확대, 공정거래위원회 전속고발권 폐지 등을 골자로 한다. 상법 개정안은 다중대표소송제도 신설, 감사위원 분리 선임 및 대주주 3% 의결권 제한 등이 담겼다. 이에 대해 기업들은 “해외 투기자본이 경쟁사와 짜고 언제든지 기업의 주요 정보를 볼 수 있다”고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그룹감독법은 금융지주가 아니면서 금융 계열사를 갖고 있는 복합금융그룹에 대해 금융전문회사에 준하는 감독을 하는 내용이다. 원내지도부를 비롯한 당내 경제 전문가 출신 의원들 사이에서는 김 위원장의 공정경제 3법 개정 소신에 대해 부정적인 목소리가 나온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쟁점 조항만 10여 개에 이르는 법안이다. 각자가 생각이 다를 수 있는 만큼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원내지도부 관계자는 “정책위원회와 정무위 차원에서 법안 내용을 검토 중인데, 동의하지 않는 조항이 많은 편”이라고 했다.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도 이날 페이스북에 “법 자체의 내용에만 치중한 나머지 국가와 정권의 자의성이 더 강화될 수 있다”며 “자유시장경제를 지지하는 정당답게 시장과 국가 간의 관계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을 해야 한다”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재계도 “보수야당까지 경제계에 등을 돌리는 것 아니냐”며 우려하고 있다. 한 대기업 임원은 “야당도 상법, 공정거래법 개정안 등의 내용이 복잡하니 국민들도 관심이 없다고 본 것 같다. 재계 우려를 대변하기보다 ‘재벌개혁’, ‘경제민주화’에 동참하는 게 표에 이득이 된다는 것 아니겠나”라고 한숨을 쉬었다. 5대 그룹의 한 임원은 “김 위원장 발언 이후 차라리 집권 여당에 호소하는 걸로 전략을 바꾸자는 말도 나온다”고 했다. 윤다빈 empty@donga.com·김현수 기자}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17일 이른바 ‘공정경제 3법’(공정거래법·상법·금융그룹감독법)에 대해 “법 자체에 대해 거부할 입장이 아니다”라고 찬성 입장을 밝혔다. ‘경제민주화’를 담은 당 정강정책을 강조하며 이들 법안의 개정 필요성에 재차 공감한 것. 하지만 경제계에서 “공정경제법 아니라 반(反)시장적인 기업옥죄기법”이라고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당내에서도 이견이 적지 않아 논란이 예상된다. 김 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 당이 정강정책을 개정하면서 경제민주화를 최초로 (명시)했기 때문에 그 일환에서 보면 (여권 추진 법안들은) 모순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발언은 “공정거래 3법을 정기국회에서 처리하자”는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의 제안에 사실상 호응한 것으로 해석됐다. 김 위원장은 당 안팎의 반발을 감안한 듯 “시장 질서를 보완하기 위해 만든 법이기 때문에 국회 심의 과정 속에서 다소 내용상의 변화는 있을 수 있다”고 수정 여지를 두면서도 “여론에서 반시장적인 법안 아니냐고 하는데 표현 자체가 잘못됐다. 시장 질서를 보완하기 위해 만든 법”이라고 덧붙였다. 지난달 25일 국무회의를 통과해 국회에 제출된 ‘공정경제 3법’ 중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사익편취 규제대상 확대, 공정거래위원회 전속고발권 폐지 등을 골자로 한다. 상법 개정안은 다중대표 소송제도 신설, 감사위원 분리 선임 및 대주주 3% 의결권 제한 등이 담겼다. 이에 대해 기업들은 “해외 투기자본이 경쟁사와 짜고 언제든지 기업의 주요 정보를 볼 수 있다”고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그룹감독법은 금융지주가 아니면서 금융 계열사를 갖고 있는 복합금융그룹에 대해 금융전문회사에 준하는 감독을 하는 내용이다. 원내지도부를 비롯한 당내 경제 전문가 출신 의원들 사이에서는 김 위원장의 공정경제 3법 개정 소신에 대해 부정적인 목소리가 나온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쟁점 조항만 10여 개에 이르는 법안이다. 각자가 생각이 다를 수 있는 만큼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원내지도부 관계자는 “정책위원회와 정무위 차원에서 법안 내용을 검토 중인데, 동의하지 않는 조항이 많은 편”이라고 했다.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도 이날 페이스북에 “법 자체의 내용에만 치중한 나머지 국가와 정권의 자의성이 더 강화될 수 있다”며 “자유시장경제를 지지하는 정당답게 시장과 국가 간의 관계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을 해야 한다”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재계도 “보수야당까지 경제계에 등을 돌리는 것 아니냐”며 우려하고 있다. 한 대기업 임원은 “야당도 상법, 공정거래법 개정안 등의 내용이 복잡하니 국민들도 관심이 없다고 본 것 같다. 재계 우려를 대변하기보다 ‘재벌개혁’, ‘경제민주화’에 동참하는 게 표에 이득이 된다는 것 아니겠나”라고 한숨을 쉬었다. 5대 그룹의 한 임원은 “김 위원장 발언 이후 차라리 집권 여당에 호소하는 걸로 전략을 바꾸자는 말도 나온다”고 했다. 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미국이 중국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업체인 SMIC에 대한 제재에 나서면 삼성 등 한국 반도체 기업에 긍정적 효과가 기대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국을 맹추격하던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미국이 막아서 한국의 초격차 전략에 힘이 실릴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SMIC 제재 검토에 들어가자 7일 홍콩에 상장된 SMIC 주가는 22.96% 급락했다. 미국이 제재에 나서면 SMIC는 미국의 장비 및 부품을 쓸 수 없기 때문에 사실상 공장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SMIC의 2분기(4~6월) 기준 시장 점유율은 4.8%로, 1위 TSMC(51.5%), 2위 삼성전자(18.8%)에 뒤진 5위 수준이다. 이미 7나노급 이하 초미세 공정 기술을 갖춘 TSMC나 삼성전자와 4, 5년 기술격차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중국 최대 토종 파운드리가 갖는 정치적 위상은 상당하다. 미국은 앞서 중국 통신장비 회사 화웨이, ZTE 등 정보기술(IT) 업체 275곳을 제재 리스트에 올려 이들의 반도체 조달선을 끊어버렸다. 그러자 중국 정부는 반도체를 직접 만들겠다는 의도로 국영기업인 SMIC를 키우고 있다. 미국이 SMIC를 제재하면 SMIC에 위탁생산을 맡긴 중국 IT기업 상당수가 반도체 조달에 어려움을 겪게 될 뿐 아니라 중국 반도체 굴기의 핵심 제조 기반이 흔들리게 된다. 한국 반도체 업계는 장기적으로 나쁠 것이 없다는 분위기다. 국내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당장 기술력 차이가 있다 하더라도 중국 정부가 나서 파운드리 업체를 키우고, 중국 업체들이 일감을 몰아주면 언제 추격해 올지 모른다”며 “미국의 제재는 중국 반도체 산업의 싹을 자르겠다는 의도라 한국이 격차를 벌리는데 유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52)이 자본시장법 및 외부감사법 위반,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1일 불구속 기소됐다. 이 부회장의 변호인단은 “처음부터 삼성그룹과 이 부회장의 기소를 목표로 정해 놓고 수사를 진행했다”며 검찰의 공소 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부장검사 이복현)는 이 부회장, 옛 미래전략실의 최지성 전 부회장(69)과 김종중 전 사장(64) 등 삼성 측 임직원 11명을 기소했다. 2018년 11월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의혹을 검찰에 고발한 지 약 1년 9개월 만이다. 2017년 2월 국정농단 사건으로 기소된 이후 파기환송심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부회장은 두 개의 법정 다툼을 동시에 하게 됐다.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이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미래전략실 주도로 치밀하게 계획됐으며, 단계마다 이 부회장에게 보고됐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공석인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를 대리하는 이근수 2차장의 결재 없이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결재로 이 부회장에 대한 기소가 이뤄졌다. 이 부회장의 변호인단은 “합병 과정에서의 모든 절차는 적법하게 이뤄졌다고 (기각된 구속영장 실질심사 등을 통해) 확인됐다”면서 “이 부회장이 (불법에) 관여하거나 보고받은 바 없다”고 반박했다. 올 6월 검찰수사심의위원회에서 10 대 3의 압도적 표 차로 이 부회장에 대한 불기소 권고를 내렸지만 검찰은 이를 뒤집고 기소를 강행했다. 2018년 1월 이후 8차례 수사심의위의 권고를 검찰이 모두 존중해온 전례가 처음 깨지게 됐다. 이 부회장 측은 “영장 청구와 수사심의위에서 전혀 거론되지 않던 업무상 배임죄를 기소 과정에서 전격적으로 추가했다”면서 “피의자의 방어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수사심의위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배석준 eulius@donga.com·황성호·김현수 기자}

검찰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을 기소하기로 하자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이 한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이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검찰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을 이 부회장 승계를 위한 범죄행위로 보고 기소를 결정했는데, 이는 엘리엇의 주장과 상통하기 때문이다. 1일 재계에 따르면 엘리엇이 한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ISD에서 검찰 수사 자료를 활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엘리엇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한국 정부가 국민연금을 동원해 부당하게 개입해 당시 삼성물산 주주인 엘리엇이 최소 7억7000만 달러(약 9115억 원)의 피해를 봤다”며 2018년 7월 한국 정부를 상대로 ISD를 제기했다. 실제로 엘리엇은 검찰의 삼성 수사에 관심을 보여 왔다. 상설중재재판소(PCA)가 홈페이지에 게시한 절차명령에 따르면 올해 6월 엘리엇은 우리 법무부에 “한국 검찰이 이 부회장 수사 과정에서 확보한 비공개 문서 7건을 제출하라”고 요청했다.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서, 옛 삼성 미래전략실이 만든 ‘M사 합병 추진안’ 등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재재판부는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이라 한국 법률상 피의사실 공표죄에 해당할 수 있다”며 엘리엇의 요구를 기각했다. 이번에 검찰이 기소하면서 재판이 시작되면 민감한 수사 자료 제공을 거부할 명분이 사라질 수 있다. ISD에서 중요한 쟁점은 정부의 개입 여부다. 청와대와 국민연금, 청와대와 삼성 사이에 불법행위가 있었는지를 따져보겠다는 것이다. 청와대와 삼성 사이의 청탁과 관련해선 1, 2심과 대법원으로 진행되면서 판단이 매번 달라졌다. 2018년 국정농단 사태 관련 이 부회장의 2심 재판부는 삼성의 경영권 승계 작업이 존재하지 않고 묵시적 청탁이 없었다고 봤지만 지난해 대법원에서는 묵시적 청탁이 인정돼 엘리엇에 유리해졌다. 이번 검찰 기소의 근거 역시 합병이 처음부터 승계를 목적으로 한 불법이라고 본 점 등에서 엘리엇의 논리와 상통한다. 주요 외신들도 검찰의 합병 및 회계처리 관련 수사 및 재판 결과가 엘리엇이 제기한 ISD에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올해 6월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 직후 “삼성은 혐의를 부인하고 있지만 재판이 삼성에 불리하게 이어지면 ISD에서 엘리엇의 주장에 힘이 실릴 것”이라고 보도했다. 로이터도 “검찰의 이번 수사는 엘리엇의 입지를 강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검찰수사심의위원회의 불기소 권고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경영진에 대한 기소를 결정하자 삼성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재계는 기업의 주주가치 제고 등 통상적 경영활동에 대해 검찰이 엄격한 법적 잣대를 들이댔다는 점에서 기업 활동 전반이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삼성은 검찰의 기소 결정이 나온 1일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는 않았다. 하지만 2016년 국정농단 사태 이후 지속된 사법 리스크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내부에 위기의식이 높아지고 있다. 삼성은 검찰 기소 이후 대법원 판결까지 최소 5∼10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의 잃어버린 10년 올까” 삼성은 2016년 국정농단 사태 이후 4년 이상 주요 경영자원을 검찰 수사와 재판에 쏟아야 했는데 또다시 수년 동안 재판에 매달려야 하는 점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타이밍이 너무 안 좋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산업 구조가 재편되고, 미중 갈등을 계기로 미국이 반도체 산업을 자국 중심으로 재편하고 있는 시기에 삼성은 장기간 사법 리스크에 시달리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삼성의 잃어버린 10년’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고려해야 한다”고도 했다. 삼성의 한 관계자도 “중요한 시기에 불확실성이 가중됨으로써 전반적인 기업 분위기가 침체될 수 있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2018년 12월에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처리 관련 수사에 착수한 이후 검찰은 삼성 계열사를 50여 차례 압수수색 했고 430여 차례 임직원을 소환해 조사했다. 특히 이 부회장은 2016년 12월 국정농단 관련 특검이 수사에 착수한 뒤 최근까지 검찰에 10여 차례 소환 조사를 받았고 구속영장 실질심사도 세 번 받았다. 재판에는 70여 차례 출석했다. 소환이나 재판 일정을 전후해 주요 경영진이 수사 및 재판 일정에 투입돼 실제로 의사결정 속도가 느려졌다는 말이 삼성 안팎에서 나온다. 대기업의 한 전략담당 임원은 “경영진이 재판에 발이 묶여 있는데 어떤 임원이 혁신적인 모험을 해보자고 제안할 수 있겠나. 눈에 띄지 않게 몸을 사리고 있는 게 답”이라고 말했다. 삼성의 투자 일정 및 인수합병(M&A)도 당분간 중단될 것으로 전망된다. 2018년 발표한 ‘180조 원 규모의 투자·고용 계획’, 133조 원 규모의 시스템반도체 사업 육성 방안을 이을 초대형 사업 구상이 나오기 힘든 상황이다. 글로벌 기업의 수장이 분식회계와 관련된 혐의로 기소됐다는 자체로 향후 투자 유치와 글로벌 협업에 있어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삼성에만 수사심의위 권고 무시” 재계는 수사심의위의 불기소 권고에도 검찰이 기소를 강행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위원 13명 중 10명이 수사 중단 및 불기소 권고를 내렸음에도 수사심의위 제도 도입 이후 처음으로 권고를 역행한 것은 기업인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검찰이 자체 개혁을 위해 만든 제도를 삼성에 대해서만 무력화했다”며 “코로나19로 한국 경제의 어려움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반기업 정서를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검찰이 기업의 합병과 회계처리, 주가 방어 활동 등 민간의 경영행위에 대해 지나치게 엄격한 법의 잣대를 들이댔다는 비판도 나온다. 글로벌 투자금융(IB) 업계의 한 임원은 “검찰 수사대로라면 글로벌 투자 기업들이 삼성의 ‘허위 정보’에 속아 삼성바이오로직스 등에 잘못 투자했다는 것인데 투자사들은 바보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주식매수청구기간 중 자사주 매입을 통해 주가 방어에 나서는 점을 불법으로 본 것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5대 그룹의 한 임원은 “기업이 주가 방어를 위해 자사주를 매입한 것도 범죄가 될 수 있다는 논리는 향후 많은 기업의 통상적 경영활동을 위축시킬 것”이라며 우려했다.김현수 kimhs@donga.com·허동준 기자}

검찰이 검찰수사심의위위원의 불기소 권고에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삼성 경영진을 기소하겠다고 밝히자 삼성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기업의 주가방어 등 통상적인 활동에 대해서도 엄격한 법적 잣대를 들이댔다는 점에서 한국 기업 전반의 경영 위축을 우려하고 있다. 1일 삼성은 검찰의 기소 결정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하지만 2016년 국정농단 사태 이후 지속된 사법 리스크가 장기화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 “삼성의 잃어버린 10년” 삼성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앞으로 5~10년 이상 사법리스크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됐다는 점이다. 검찰 기소 이후 대법원 판결까지 최소 5년 이상 걸린다는 것이다. 이미 2016년 국정농단 사태 이후 4년 이상 주요 경영자원을 검찰 수사와 재판에 쏟아야 했는데 또 다시 수년 동안 재판에 매달려야 하는 현실에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실제로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문제와 관련한 2년 여 검찰 수사 동안 삼성은 50여 차례의 압수수색과 430여 차례의 임직원 소환조사를 겪어야 했다. 이 부회장은 2016년 11월부터 검찰에 10차례 소환돼 조사를 받았고, 구속영장 실질 심사는 3번 받았다. 특검에 기소된 이후에는 재판에 70여 차례 이상 출석했다. 삼성 내부에서는 주요 경영진의 소환이나 재판일정을 전후해 결재가 줄줄이 밀리며 의사결정 속도가 느려졌다는 말이 나온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은 잦은 수사와 재판 일정으로 인해 정상적인 경영이 쉽지 않았던 상황”이라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후 산업 구조가 흔들리고 있는 절체절명의 시간에 또다시 사법리스크에 시달리게 됐으니 혁신 동력을 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의 한 관계자도 “사법 리스크에 회사가 얽매여 있으면 전반적인 기업 분위기도 침체될 수 있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삼성의 투자 일정 및 인수합병(M&A)도 당분간 올스탑 될 전망이다. 2018년 발표한 ‘180조원 규모의 투자·고용 계획’, 133조원 규모의 시스템반도체 사업 육성 방안을 이을 초대형 사업구상이 나오기 힘든 상황이 됐다는 것이다. 대외 신인도 추락도 문제다. 글로벌 기업의 수장이 분식회계와 관련된 혐의로 기소됐다는 것은 향후 투자 유치와 글로벌 협업에 있어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미 이 부회장은 특검 수사와 재판으로 인해 이탈리아 자동차업체 피아트크라이슬러의 지주사인 엑소르의 사외이사직을 사퇴한 데 이어 중국 보아오포럼 상임이사직 임기 연장을 포기했다. 코로나19 이전부터 미국 선밸리 콘퍼런스 등 글로벌 리더들의 네트워킹 자리에 참석하지 못했다. ● “삼성에만 수사심의위 무력화” 재계는 검찰이 수사심의위의 압도적 불기소 권고에도 기소를 강행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위원 13명 중 10명이 수사 중단 및 불기소 권고를 내렸음에도 수사심의위제도 도입 이후 처음으로 삼성에 대해서만 권고를 역행한 것은 “기업인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것이다. 수사심의위는 2018년 검찰 스스로 자체 개혁 방안으로 만든 제도다. 기소와 영장청구 등의 판단에서 공정성과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외부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보고 결정하겠다는 목적이다. 재계 관계자는 “검찰이 자체 개혁을 위해 만든 제도를 주목받는 기업인에 대해서는 예외로 두는 선례를 만든 것 아닌가”라며 “코로나19로 한국 경제의 어려움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반기업 정서를 공고히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이 기업의 주주가치 제고를 비롯한 주가방어 활동에 대해 엄격한 법의 잣대를 들이댔다는 비판도 나온다. 주가 방어는 모든 기업이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자사주 매입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일상적으로 진행하는 합법적 경영활동이란 것이다. 실제로 코로나19 사태 직후 주가 급락이 이어지자 주요 임원들이 자사주 매입에 나서는 등 기업가치 유지를 위해 노력하기도 했다.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앞이 캄캄했다. 아들 유치원이 지난주 온라인 수업 시범 운영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엄마 손이 많이 간다고 들어서 부랴부랴 근무를 조정하느라 진땀을 뺐다. 스케줄 조정이란 허들을 뛰어넘으니 자책감과 울화가 뒤섞인 인내심의 시간이 기다리고 있었다. 처음엔 여섯 살짜리가 컴퓨터 앞에서 “저요, 저요” 하며 손을 번쩍 들어대기만 해도 귀여웠다. 하지만 가만 보니 아이가 같은 반 친구들에게 낯을 가리고 있었다. 바쁜 엄마가 놀이친구를 만들어주지 못해서 그런가 싶은 자책감이 들었다. 또 수업보다 장난에 집중하는 모습을 볼 땐 속에서 천불이 났다. 종이에 정답을 쓴 뒤 화면을 피해 입 모양으로 “이거야, 이거”라고 가르쳐 주다가 결국 조용히 방문을 닫고 나왔다. 이게 대체 무슨 꼴이람. 사회적 거리 두기 2.5단계 실시로 이번 주도 온라인 수업이 이어진다. 아이를 돌보는 부모님께 화상회의 사용법을 알려드렸지만 마음이 편치 않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모두가 힘들지만 어린 자녀를 돌봐야 하는, 일하는 부모의 고충은 진짜 만만치 않다. 상반기에 휴가를 다 써버린 이들은 다시 치솟는 신규 확진자 수에 망연자실한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기업은 경영진이 직접 워킹맘 응원에 나서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달 초 워킹맘 임직원들과 만나 “일과 육아 병행에 어려움을 겪는 여성들을 위해 기존의 잘못된 제도와 관행을 바꿔야 한다”고 했다.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도 최근 온라인 임직원 간담회에서 ‘워킹맘을 배려하는 기업문화’를 강조했다. 요즘엔 월급만 제대로 나와도 ‘신의 직장’이라는데 워킹맘을 끌어안으려는 기업들의 움직임은 고맙기까지 하다. 그럼에도 아쉬움이 없진 않다. ‘워킹맘’ 간담회가 아니라 ‘워킹 페어런츠’ 간담회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에서다. ‘육아는 엄마의 몫’이라는 전제가 기저에 깔린 것 같아서다. 사실 부부가 양육을 나눠 맡는 가정이 요새 늘고 있지만 육아휴직, 육아기 단축근무제도 같은 복지제도 이용률은 아직 여성이 압도적으로 높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육아휴직자 중 남성 비중은 17.8%에 그쳤다. 워킹맘을 너무 강조하다 보면 워킹 대디들의 양육 능력 발휘 기회를 막을 수도 있다. 한 대기업 직원은 “남자가 육아휴직을 신청하면 이직 준비하느냐고 비아냥대는 시각이 여전하다”고 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장기화될수록 엄마 혼자 육아를 감당하기 어려워질 것이다. 아이들의 건강, 교육 등 외부 기관과 나누던 영역을 가정에서 온전히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마침 코로나로 인한 ‘육아재난’을 코로나로 인한 새로운 근무 형태가 도울 수 있다. 많은 기업이 이제 재택근무에 익숙해졌기 때문인지 아빠들의 돌봄휴가 신청 비중도 높아지는 추세다. 3월 시행 후 첫 한 달 동안 남성 신청 비중은 31.0%였다가 5개월 누적으로는 38.0%로 늘었다. ‘개인 사정’을 바라보는 조직의 관점도 달라지는 분위기다. 몸이 아픈 직원도 있고, 노부모를 모셔야 하는 중장년층 직원도 있다. 각자의 사정에 대한 배려를 바탕으로 한 새로운 일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그것이 누구든 마음 편히 일에 몰입할 수 있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김현수 산업1부 차장 kimhs@donga.com}

삼성이 수도권에 있는 사내 연수원 두 곳을 생활치료센터로 제공하기로 했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수도권 병상 부족 문제 해결에 나서기 위해서다. 26일 삼성은 경기 고양시 삼성화재 글로벌캠퍼스 사내연수원(사진)과 경기 용인시 삼성물산 국제경영연구소에 위치한 사내 연수원을 생활치료센터로 방역당국에 제공한다고 밝혔다. 고양 삼성화재 연수원은 180실 규모의 생활치료센터로 탈바꿈해 경증환자의 치료 및 모니터링 센터로 활용될 예정이다. 삼성의료원 소속 전문 의료진도 파견되며 준비 과정을 거쳐 31일 본격적으로 가동된다. 110실 규모 치료센터로 활용될 용인 삼성물산 국제경영연구소 생활치료센터도 다음 주에 열린다. 삼성 측은 “코로나19가 수도권에서 확산되고 있어 사회적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신속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연수원 시설을 제공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앞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올해 2월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국민의 성원으로 성장한 삼성은 지금과 같은 때에 마땅히 우리 사회와 같이 나누고 함께해야 한다”며 마스크 생산 지원, 생활치료센터 제공 등에 나서 왔다. 3월에도 대구경북 지역 병상 부족 우려가 커지자 경북 영덕군에 위치한 삼성인력개발원 영덕연수원 등을 생활치료센터로 제공한 바 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SK바이오사이언스가 백신 개발에 성공하면 내년 6월부터 연간 2억 개의 백신을 생산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달 빌 게이츠 빌&멀린다 게이츠 재단 회장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에서 “한국이 민간 분야에선 백신 개발 등에서 선두에 서 있다”며 이같이 밝혀 화제를 모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개발 지원에 나서고 있는 게이츠 회장이 SK바이오를 콕 찍어 기대를 드러냈기 때문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의 모회사인 SK케미칼 주가는 지난해 8월 4만2400원 저점을 찍은 뒤 24일 종가 기준 40만 원으로 급등했다. 앞서 올해 상장 ‘잭팟’을 터뜨린 SK의 또 다른 바이오 계열사 SK바이오팜은 신약으로 화제를 모았다. 지난해 한국 최초로 독자 개발한 뇌전증 치료제(세노바메이트)로 미국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았기 때문이다. SK그룹의 바이오산업이 시장의 관심을 한 몸에 받으면서 올해 타계 22주기를 맞는 최종현 SK 선대회장의 리더십이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최 회장은 1993년 대덕연구단지에 연구팀을 꾸리며 바이오산업의 씨를 뿌렸다. 재계 관계자는 “많은 사람들이 SK가 최근에야 바이오에 뛰어든 것으로 알고 있지만 이는 선대회장부터 이어진 그룹의 30년 숙원 사업이었다. 적자를 보면서도 연구개발(R&D)을 이어왔고 총수의 뚝심 투자가 빛을 본 대표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긴 안목의 투자가 그룹 주력사 꽃피워 26일 22주기를 맞는 최 선대회장은 SK그룹이 오일쇼크, 외환위기, 금융위기, 코로나19 등 숱한 위기를 돌파하며 재계 2위의 에너지·통신·반도체·바이오 기업으로 성장하는 단초를 마련했다. 올해 꽃피운 바이오만 아니라 1980년 대한석유공사(유공), 1994년 한국이동통신 인수 등으로 SK그룹의 ‘퀀텀점프’ 기반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최 선대회장은 1973년 11월 형인 최종건 선경 창업회장이 타계한 뒤 경영권을 이어받았다. 당시 주력이었던 섬유산업이 제1차 오일쇼크로 직격탄을 맞은 위기 상황이었다. 그는 위기 속에 기회가 있다고 봤다. ‘석유에서 섬유까지’ 가치사슬을 그룹 내에 구축해 오일쇼크를 돌파하기로 했다. 1980년 대한석유공사 인수로 정유 사업에 진출했다. 반도체 역시 그룹의 30년 꿈이었다. 최 선대회장은 1978년에 선경반도체를 설립했으나 경영 환경 악화로 1981년에 회사를 접었다. 당시의 아쉬움은 아들인 최태원 회장이 2011년 말 하이닉스를 인수하며 풀었다. 인수 확정 직후 최 회장은 “반도체 사업에 대한 그룹의 오랜 꿈을 실현했다”고 밝힌 바 있다. 바이오는 최 선대회장이 생전에 “에너지, 화학 사업의 뒤를 이을 신성장동력”이라고 누누이 강조한 사업이다. 아버지의 뜻을 이어받은 최 회장은 2002년 “2030년 이후 바이오 분야가 그룹 중심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비전을 제시한 이래 꾸준히 적자 사업부에 힘을 실어줬다.○ 특혜시비로 반납 뒤 통신기반 다져 “운(運)만으로는 큰 사업을 할 수 없다.” 최 선대회장은 타계 1년여 전인 1997년 한 인터뷰에서 유공 인수, 정보통신사업 진출(한국이동통신 인수) 등은 최소 10년 이상 준비한 결과물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재계 판도를 뒤흔든 두 차례 인수합병에 대한 특혜 시비를 반박한 것이다. 실제로 SK는 김영삼 대통령 시절인 1994년 한국이동통신 지분을 인수하기까지 정보통신 사업 진출에 10년을 준비했다. 최 선대회장이 1984년 미주경영기획실에 텔레커뮤니케이션팀을 신설한 것이 출발점이었다. 1992년 8월 정부의 제2이동통신사업자 선정 당시 ‘선경(현 SK) 컨소시엄’이 압도적인 표차로 사업자로 선정됐다. 하지만 당시 김영삼 민자당 대통령 후보 등이 “선경은 노태우 대통령의 사돈 집안”이라며 특혜 의혹을 제기했다. SK는 사업자 선정 일주일 만에 사업권을 반납할 수밖에 없었다. 김영삼 정부 출범 이후 정부는 다시 제2이통사업자 선정을 추진했다. 김영삼 정부는 최 선대회장이 회장으로 있던 전국경제인연합회에 사업자 선정을 일임했다. 그러자 최 선대회장은 공정성 논란이 있다며 컨소시엄에 참여하지 않았고 신세기이동통신 컨소시엄(포항제철, 코오롱 참여)이 사업자로 선정됐다. 이후 공기업이던 한국이동통신의 주식 공개 매각이 진행되자 SK는 기회를 잡았다. 당시 주식 공개 매각 발표 이후 주가가 두 배 이상 뛰자 SK 내부에서는 부담이 크다며 반대하는 목소리가 컸다. 최 선대회장은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회다. 우리는 기업을 사는 것이 아니라 (통신사업 진출의) 기회를 사는 것”이라고 했다. 이때 23%의 지분을 4271억 원에 인수했다. 이렇게 탄생한 것이 국내 1위 통신사 SK텔레콤이다. 한국경영학회는 저서 ‘미라클 경영’을 통해 SK의 통신사업 진출을 이같이 평했다. “SK가 통신사를 인수하는 과정은 일반인의 예상과 달리 수많은 난관을 극복한 결과였다. 결과적으로 비관련 다각화의 성공 사례였다.”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