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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등 신기술을 활용한 혁신이 일어나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필수역량에 해당하는 코딩에 대한 관심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글로벌 게임기업 넥슨은 미래인재 육성을 위해 청소년 코딩 분야에 사회공헌 차원의 다양한 투자에 나섰다. 넥슨은 2016년부터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프로그래밍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코딩을 경험할 수 있는 장을 열어주고자 매년 청소년 코딩대회인 ‘NYPC’를 개최하고 있다. NYPC는 최근 코딩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에 비해 일반 학생들의 접근이나 경험이 어렵다는 점에 주목해 마련됐다. 청소년들에게 익숙한 넥슨 브랜드를 활용하여 코딩에 대한 문턱을 낮추고자 기획된 것이다. NYPC에서는 넥슨이 서비스하는 인기게임의 콘텐츠를 활용하거나, 실제 게임개발 또는 서비스 상황에서 마주할 수 있는 상황을 제공한다. 익숙한 게임을 배경으로 원하는 상황을 구현하기 위해 프로그래밍을 완성하는 과정에서 참가자들이 코딩이 교과목이 아닌 재미있는 논리도구라는 점을 인식하게 하는 것이다. NYPC는 넥슨이 오랜 기간 게임개발을 통해 쌓아온 기술 분야 노하우와 이를 바탕으로 한 창의적인 문제 출제로 청소년 및 학부모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2016년 첫 대회에 2500여 명이 참가한 데 이어 지난해 두 번째 대회에는 4500여 명이 참여하는 등 대표적인 청소년 코딩 대회로 자리 잡고 있다는 평가다. 2019년 NYPC 본선대회는 10월 26일 온라인 예선 결과 상위 80여 명을 대상으로 넥슨 사옥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김정욱 넥슨재단 이사장은 “넥슨은 그간 축적해 온 오랜 노하우를 활용해 코딩이 청소년들에게 즐거운 논리도구로 인식될 수 있도록 많은 지원과 투자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타다 프리미엄에 합류했다고 조합원에서 제명하는 것은 조합의 횡포입니다.” 1993년부터 모범택시를 운행하다 올해 4월 VCNC의 고급택시 호출 서비스인 ‘타다 프리미엄’에 합류한 A 씨(58). 26년간 모범택시 운전기사로 일해 온 그는 최근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서울개인택시조합)으로부터 제명 통보를 받았다. 28일 모빌리티 업계에 따르면 서울개인택시조합은 14일 대의원 총회를 열고 A 씨를 포함해 ‘타다 프리미엄’ 기사로 옮겨간 개인택시기사 14명을 제명하기로 결의했다. 조합 측은 제명 사유로 조합과 동료 조합원에 대한 중대한 배신행위를 들었다. 제명 처리가 되면 해당 기사는 택시공제조합(보험)에 가입할 수 없고, 퇴직 시 운행 연차 등의 기준에 따라 받는 전별금도 받기 힘들어진다. A 씨를 비롯한 14명의 기사는 즉각 조합의 결정에 반발해 22일 서울동부지법에 제명처분 무효확인 가처분신청을 제기했다. 이들은 타다 프리미엄은 조합 측이 반대하고 있는 ‘타다 베이직(승합차 호출 서비스)’과 별개인 데다 정부가 인정한 합법적인 서비스임에도 조합이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은 부당하다는 주장이다. 고급택시는 2015년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시행령 개정으로 서비스가 가능해진 운수사업의 한 형태다. A 씨는 “조합원이 자율적으로 고급택시로 면허를 전환하고 합법적인 운수 사업을 하는 것을 조합이 막을 근거는 없다”고 밝혔다. 이번 징계에 대해 일각에서는 타다 측과 각을 세우고 있는 조합이 조합원 추가 이탈을 막기 위해 본보기식 징계를 내린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현재 고급택시에 진출한 업체에는 VCNC 이외에도 카카오모빌리티(카카오블랙)와 우버(우버 블랙)가 있는데 유독 타다 프리미엄 기사들만 징계한 것도 이 때문이라는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100여 명의 기사가 타다 프리미엄에 참여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타다 프리미엄 기사 B 씨는 “타다 프리미엄에 참여하고 싶어하는 기사가 많지만 조합의 눈치를 보고 있다”며 “조합이 조직의 논리를 앞세워 조합원 개인의 선택을 막는 것은 부당하다”고 강조했다.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매각 불발 이후 신작 부진 등의 악재가 겹치며 어수선한 넥슨이 분위기 쇄신을 위해 경영 수뇌부 물갈이에 나섰다. 28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넥슨 정상원 신규개발총괄 부사장(49)과 박지원 글로벌최고운영책임자(GCOO·42)가 최근 사의를 밝혔다. 2014년부터 넥슨을 이끌어 온 두 인사가 퇴진함에 따라 넥슨의 리더십에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정 부사장이 사의를 밝힌 데에는 넥슨의 자회사인 ‘띵소프트’가 개발 중이던 게임 ‘페리아연대기’의 개발 중단이 최근 확정되면서 입지가 흔들렸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페리아연대기는 8년간 준비해온 대작이었지만 넥슨은 “내·외부적으로 게임성을 점검한 결과 사용자를 만족시키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무산 결정을 내렸다. 대외 업무 창구로서 최근 회사 매각 작업을 주도해온 박 GCOO는 매각이 불발된 데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두 사람이 물러나면서 넥슨 합류가 예정된 것으로 알려진 허민 원더홀딩스 대표의 역할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에 대해 넥슨 관계자는 “허 대표의 영입 여부와 직책 등은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LG유플러스가 컴퓨터 그래픽 분야 세계 선두 업체인 엔비디아와 손잡고 ‘5G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를 9월 국내에 독점 출시한다. 앞서 넷플릭스와 제휴해 인터넷TV(IPTV) 시장을 공략했던 LG유플러스가 이번에는 게임 특화 서비스를 내놓고 5세대(5G) 이동통신 가입자 유치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클라우드 게임’은 클라우드 서버에서 게임이 작동되기 때문에 소비자가 따로 게임을 설치할 필요가 없고 단말기 성능이 좋지 않아도 고사양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최근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MS)도 이 시장에 뛰어든다고 밝히는 등 게임 시장의 차세대 격전지로 꼽히는 분야이기도 하다. LG유플러스는 27일 서울 용산 본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엔비디아의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인 ‘지포스 나우’를 다음 달 초 한국에 ‘독점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LG유플러스 5G 요금제 가입자(프리미엄 요금제 이상)는 다음 달부터 5G 스마트폰이나 노트북 등을 통해 지포스 나우에 접속할 수 있다. 소비자는 클라우드 게임 서버와 연결하기 위한 플랫폼인 지포스 나우 애플리케이션(앱)만 깔면 된다. 10월까지는 무료지만 11월부터 접속료를 따로 받을 계획이다. 지포스 나우는 세계 최대 게임 유통 플랫폼인 ‘스팀’과도 협력하기로 했다. 소비자가 이전에 스팀에서 구매한 게임도 지포스 나우에서 모두 불러와 게임을 즐길 수 있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포트나이트 등 국내에서 이용 가능한 게임을 현 150종에서 연내 200종으로 늘릴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향후 글로벌 클라우드 게임 시장은 지포스 나우와 함께 구글의 ‘스태디아’, MS의 ‘엑스클라우드’가 주도할 것으로 보이지만 2016년부터 북미와 서유럽에서 시범 서비스를 시작한 지포스 나우의 진도가 비교적 빠른 편이다. 스태디아는 올해 2월부터 시범 서비스를 시작했고 엑스클라우드는 10월부터 시범 서비스에 들어간다. 국내에 가장 먼저 상륙하게 된 지포스 나우는 세계 최초로 5G 단말기로 클라우드 게임을 제공한 서비스란 타이틀을 얻게 됐다. 김승규 엔비디아코리아 대표는 “LG유플러스는 지포스 나우의 첫 번째 협력 통신사로 자사가 보유한 최신 그래픽 서버(RTS)를 활용한다”며 “한국 이용자는 모바일로 최고 사양의 게임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사양의 게임을 스트리밍으로 즐기려면 데이터 요금 부담이 커지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클라우드 게임이 정상 작동하려면 최소 10Mbps(초당 메가비트) 이상의 속도를 유지해야 하는데 이는 한 시간에 6GB(기가바이트)를 사용하는 셈이다. 이에 대해 LG유플러스 측은 “5G 무제한 요금제도 많이 나오고 있고 게이머를 위한 추가적인 요금제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SK텔레콤은 전국 과학 영재들에게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트렌드를 알기 쉽게 소개하는 ‘YT 클래스’를 제주과학고에서 개최했다고 25일 밝혔다. ‘YT 클래스’는 SK텔레콤 직원들이 전국의 영재고, 과학고 학생을 찾아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블록체인 등 차세대 ICT와 SK텔레콤의 ICT 현황에 대해 강연하는 행사다. 지난해에는 전남과학고와 경기북과학고에서 행사를 열었다. 23일 제주과학고에서 열린 강연에는 최용진 SK텔레콤 데이터랩장이 강연자로 나서 ‘5G시대 데이터·AI 기술이 만드는 세상’을 주제로 AI의 발전 과정과 빅데이터를 이용한 기술개발 사례 등을 설명해 학생들의 관심을 끌었다.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62)은 만 19세에 설계한 ‘50년 인생 계획’을 대부분 이뤄낸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30대에 1000억 엔(약 1조 원)의 자금을 마련해 40대에 사업에 승부를 걸고 50대에 1조 엔 매출을 보이는 사업을 마련한다는 계획을 모두 이뤘다. 그런 그가 아직 미뤄두고 있는 인생 목표가 있다. ‘60세에 다음 세대에 사업을 물려주겠다’는 것이다. 당초 손 회장은 59세이던 2016년 6월 주주총회에서 은퇴를 발표할 예정이었다. 여러 차례 “60세에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공언했고, 당시 삼고초려 끝에 구글에서 데려온 니케시 아로라 전 부사장을 후계자로 낙점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주주총회 전날 “아직 내가 해야 할 일이 남아있다”며 돌연 ‘은퇴 선언’을 뒤집었다. 이 같은 은퇴 번복에 세계 정보기술(IT) 업계는 그 사유가 무엇인지에 관심이 쏠렸다. 그는 계획 변경의 이유에 대해 “인간 역사상 가장 큰 패러다임의 전환이 일어나려 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빅데이터를 값진 정보로 만드는 AI 인류 역사의 패러다임이 인공지능(AI)으로 전환할 것이라고 확신을 가진 사람은 비단 손 회장뿐만이 아니다.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 회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키워드로 ‘빅데이터’와 ‘AI’를 꼽았다. 모든 사물이나 기기가 인터넷으로 연결되는 사물인터넷(IoT) 시대에는 인간의 인지 능력으로는 감당하기 힘든 빅데이터가 쏟아진다. 정제되지 않은 데이터 덩어리를 어떻게 분석하고 해석해 정보로 만들어 내느냐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관건이라는 것이다. 베이조스 회장은 ‘빅데이터는 소비자의 마음이고, 이 소비자들의 마음을 읽어내는 눈이야말로 AI 기술’임을 수차례 강조해 왔다. 바이두 리옌훙 회장은 “증기·전기·정보기술혁명 등 지난 3번의 혁명이 인류가 새로운 기술을 익히는 과정이었다면 AI 시대에는 인류와 기계가 공동으로 세계를 혁신하게 될 것”이라며 “AI가 전 세계인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을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했다. 에릭 슈밋 전 구글 회장 역시 “AI가 인류 전체에 혜택을 가져다주는 기술로 발전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며 AI 찬양론을 역설했다. 세계적 IT 업계 거물들이 이토록 AI를 강조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시스템에 의해 만들어진 지능을 뜻하는 AI는 업계에서 다양한 기술을 포괄하는 상위 개념으로 쓰인다. 딥러닝(학습)과 자연어 처리 기술(음성 인식), 컴퓨터 비전 기술(시각화 기술) 등이 AI 관련 기술들로 꼽힌다. 모두 기계나 시스템이 인간의 감각과 지성을 닮아가거나 결국엔 뛰어넘는 자체 처리 능력을 갖게 하는 기술들이다. 구글의 엔지니어링 고문이자 미래학자인 레이 커즈와일은 2045년이 되면 AI가 인간을 넘어 인간 지능보다 10억 배 이상 높은 ‘컴퓨팅 능력’을 가질 것으로 예측했다. IT 시장조사기관인 IDC는 이 시장의 규모가 2016년 80억 달러(약 9조7000억 원)에서 2021년 730억 달러 수준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해마다 50%씩 급성장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진정한 가치는 관련 시장의 성장세가 아니라 AI가 4차 산업혁명의 ‘기반 기술’이라는 점에 있다고 IT 업계는 풀이한다. 모바일 생태계 위에 구축돼 있는 현행 산업 구도가 향후 AI 기술 위로 급격히 재편될 것이라고 내다보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IT 업계에서는 현 시점에 승차공유 업체가 ‘자율주행차 시대’를, 전자제품 업체가 냉장고가 알아서 필요한 음식을 주문하는 ‘사물인터넷(IoT) 시대’를, 이동통신사가 좋아하는 음악을 자동 추천하는 ‘AI 비서 시대’를 전망하는 것 모두 AI로의 패러다임 전환기가 다가왔음을 뜻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 비전펀드, “선제적 투자? 테크 버블?” 손 회장은 2017년 5월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와 손잡고 10조 엔 규모의 ‘비전펀드’를 마련한 데 이어 최근 이와 비슷한 규모의 새 펀드를 조성하고 있다. 새 펀드는 1차 비전펀드와 비슷한 규모인 데다 AI에 대한 그의 신념이 반영됐다는 점에서 ‘비전펀드 2호’로 불린다. 두 차례에 걸쳐 비전펀드를 마련한 것에 대해 손 회장은 여러 공식 석상에서 “대격변기를 이끌 주역을 발굴하고 AI 혁신을 위한 토대를 마련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1차 비전펀드는 이러한 의중이 반영돼 AI라는 신성장 산업과 관련한 핵심 기술 기업들에 집중적으로 투자됐다. 이미 세계 80여 개 IT 업체에 공격적으로 투자하면서 100조 원에 이르는 자금을 거의 소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투자 포트폴리오에는 빅데이터, 공유경제, 헬스테크 등 신성장 산업의 1위 사업자나 독보적인 기술력의 ‘잠재적 시장독점자’가 다수 포함됐다. 특히 공유경제 부문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했는데 우버(미국), 디디추싱(중국), 그랩(말레이시아) 등이 투자처로 이름을 올렸다. 공유오피스 업체 위워크에도 44억 달러라는 거액을 들였다. 또한 모바일 반도체 칩 시장의 점유율 90% 이상을 차지하는 반도체 설계 업체 ARM(영국)에도 자금을 대거 투입했다. IoT의 보급이 활발하게 이뤄지면 저전력, 초소형 반도체에 대한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고 내다본 것이다. 한국 기업으로는 오픈 마켓 ‘쿠팡’이 유일하게 비전펀드의 투자처로 이름을 올렸다. 적자 운영을 면하지 못하고 있는 신세지만, 쿠팡이 국내 유통·배송 정보를 장악할 가능성을 크게 본 것이라고 업계는 해석한다. 김진영 키움증권 글로벌리서치팀 연구원은 “최고의 기업을 하나로 묶는 ‘무리(군) 전략’을 쓰는 손 회장은 1차 투자로 산업별 막대한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는 선두 업체들을 섭렵해 일종의 연합전선을 만들었다”며 “2차 비전펀드로는 이들 간의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는 AI 핵심 기술을 개발한 업체가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이 같은 거침없는 투자에 대해 일각에서는 미래를 담보로 ‘테크 버블’을 부추긴다는 비판도 있다. 규모가 100조 원이 넘어가는 대규모 자금이다 보니 비전펀드의 투자처가 됐다는 것만으로 해당 업체는 역량에 비해 가치를 과다하게 평가받는다는 것이다.○ 글로벌 AI 경쟁력 지형도 비전펀드가 있긴 하지만 국가별로 보면 일본은 세계 AI에 대한 경쟁력에서 선두 그룹에 있다고 보기 어렵다. AI 시장은 미국이 선두에 서있고 중국과 유럽연합(EU)이 그 뒤를 쫓는 형국이다. 미국 데이터 혁신 센터가 최근 펴낸 ‘AI 경쟁에서 누가 이기고 있나’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20년간 AI 관련 회사를 가장 많이 인수한 상위 10개 기업은 모두 미국 기업이다. 알파고를 개발한 ‘딥마인드’를 2014년 5억 달러에 인수한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이 대표적이다. 알파벳은 2000년 1월부터 2019년 5월 사이 AI 관련 회사 19곳을 인수했다. AI 애플리케이션(앱) 관련 특허 취득 건수(2012∼2016년)로 봐도 IBM(3677건)과 알파벳(2185건), 마이크로소프트(1952건) 등 미국 기업이 상위권을 휩쓸었다. 중국은 막대한 자금력과 14억 명의 인구가 쏟아내는 데이터를 앞세워 미국과의 격차를 줄여 나가고 있다. AI 관련 스타트업이 2017년 투자금을 모집한 규모로 보면, 중국(81억 달러)이 미국(62억 달러)을 앞지른 데다 AI의 주요 자산으로 불리는 슈퍼컴퓨터 보유량도 중국이 미국을 추월했다. 국내에서도 AI 투자가 본격적으로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한국과 미국에 이어 영국 캐나다 러시아에 각각 AI 센터를 세우고 글로벌 AI 인재 및 기술 확보에 나섰다. 한국 ‘AI 총괄센터’가 세계 각지에 퍼져 있는 AI 연구센터의 허브가 되겠다는 계획이다. SK의 AI 사업을 주도하는 SK텔레콤은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5세대(5G) 등 미래 사업 분야에 총 11조 원을 투자했다. 정부 또한 최근 AI를 비롯한 미래 기술 연구개발(R&D) 예산으로 4조7000억 원을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는 등 민관이 AI 투자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AI 주도권을 잡기 위한 세계 각국의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보다 유기적이고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업의 투자 활성화와 함께 AI 핵심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교육 인프라, 스타트업이 혁신 기술을 마음 놓고 개발할 수 있는 환경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이다. 김재형 산업1부 기자 monami@donga.com}

아산나눔재단은 ‘정주영 창업경진대회’가 21일 결선을 끝으로 6개월간의 스타트업 발굴 프로그램을 마무리했다고 22일 밝혔다.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기업가 정신을 이어받아 전국에 창업문화를 확산한다는 취지로 마련된 이 대회는 2012년부터 해마다 열리고 있다. 결선에서는 플라스틱 재활용 전처리 솔루션을 개발한 스타트업 ‘리본’이 “꾸준한 성장세를 보였다”는 심사평을 받으며 대상을 받았다. 최우수상에는 ‘티타임’과 ‘모어사이언스’가 이름을 올렸다. 대상 팀은 5000만 원, 최우수상 팀은 각각 2000만 원의 상금을 받았다. 우수상 3개 팀(각 1000만 원)과 본상 4개 팀(각 500만 원), 장려상 등을 받은 6개 팀(각 300만 원)에게도 상금이 전달됐다. 심사에는 엑셀러레이터 등 6명의 벤처업계 전문가가 △팀 구성력 △사업력 △실행력 등을 기준으로 평가했다. 정남이 아산나눔재단 상임이사는 “결선에 오른 모든 팀이 앞으로 세상을 이끌어 나가길 응원한다”고 말했다. 앞서 아산나눔재단은 3월 서울 부산 등 6개 지역을 돌며 한 달간 지역 설명회를 열고 이 대회에 참여하려는 스타트업을 공개 모집했다. 이 중 4∼5월 서류 및 면접 심사를 거쳐 뽑힌 16개 팀은 6월 20일부터 9주간 재단이 운영하는 창업지원공간인 ‘마루180’에 입주해 실제 사업을 수행해왔다.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삼성전자의 신작 ‘갤럭시 노트10’의 공시지원금이 예상보다 낮은 수준으로 결정되면서 사전 예약을 받은 판매점이 소비자에게 일방적으로 개통 연기를 통보하거나 아예 예약을 취소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공시지원금과 보조금이 대거 풀릴 것으로 예상하고 무리하게 할인 가격을 제시했다가 예약 자체를 없던 일로 되돌리고 있는 것이다. 21일 뽐뿌 등 휴대전화 커뮤니티에 따르면 판매점들은 이번 신작에 대한 공시지원금이 70만∼80만 원대로 결정될 것이라며 사전 예약자들을 끌어 모았다. 일부 판매점은 추가 보조금까지 풀릴 것을 예상해 출고가가 124만 원인 제품(256GB)을 8만 원에 살 수 있다고 호객해왔다. 하지만 20일 이동통신 3사가 공개한 공시지원금은 28만∼45만 원으로 책정됐다. 이는 최대 63만 원까지 지원했던 전작 갤럭시 S10보다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여기에 판매장려금 등 보조금까지 적게 풀린 것으로 알려지면서 공시지원금이나 보조금이 높아질 때까지 개통을 연기하자거나, 사전예약자에게 추가 구입비를 요구하는 판매점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소비자들은 “구매가를 낮게 제시했던 판매점이 뒤늦게 책임 회피를 하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일부 소비자 사이에서는 “무책임한 판매점의 블랙리스트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국내 이직 시장을 겨냥한 애플리케이션(앱) 기반 서비스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평생직장이란 개념이 사라지고 이직 시장이 커지자 그동안 채용정보 공유에 머물던 온라인 취업정보 서비스도 모바일에 기반한 ‘커리어 관리 서비스’로 재편되는 분위기다. 20일 구인구직 플랫폼인 원티드에 따르면 지난해 9월에 출시한 이력서 검색 서비스 ‘매칭업’으로 면접 제안이 이뤄진 건수가 이날 기준 60만 건에 이른다. 플랫폼에 이력서를 올려놓으면 기업 인사관리(HR) 담당자나 헤드헌터가 지원자와 직접 접촉해 채용 과정을 진행한다. 원티드 관계자는 “80% 이상이 신입이 아닌 이직 채용”이라며 “애초부터 이 서비스는 잠재적 이직자에게 초점을 맞춘 서비스”라고 설명했다. 잠재적 이직자란 당장은 구직 활동을 하지 않아도 좋은 기회가 있으면 언제든 이직을 하려는 직장인을 뜻한다. 업계는 조직에 충성하기보단 자신의 커리어 개발에 더 무게를 두는 ‘90년대생’이 취업 전선에 등장하면서 향후 잠재적 이직자가 급증할 것으로 내다본다. 실제 통계청이 지난달 16일 발표한 ‘2019년 5월 경제활동인구조사 청년층 부가조사결과’에 따르면 첫 직장의 평균 근속 기간은 17.3개월로 전년 동기보다 0.6개월 줄었다. 300만 직장인이 이용해 ‘국민 명함 앱’으로 통하는 리멤버는 올해 7월 ‘리멤버 커리어’라는 인재 검색 서비스를 내놓으며 이직 시장에 뛰어들었다. 2014년 리멤버를 출시한 이후 5년여 만이다. 앞서 2월에는 직장인 익명 커뮤티니 앱인 블라인드의 운영사 팀블라인드가 ‘알프레드HR’라는 구인구직 전문 자회사를 설립해 이직 컨설팅 및 매칭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기존에는 홈페이지에 기업의 구직 공고문을 한데 모아놓거나 구직자의 이력서를 등록해 HR 담당자가 확인할 수 있게 하는 ‘정보 공유형’이 대다수였다”며 “이제는 모바일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익숙한 젊은 직장인이 늘면서 인맥 관리와 정보 공유, 커리어 관리까지 함께할 수 있는 통합 플랫폼이 생겨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직 시장에 뛰어든 업체들은 무엇보다 자사가 보유한 기존 회원 중에서 ‘잠재적 이직자’를 추려내는 데 열중하고 있다. 회원 수 80만 명인 원티드는 이직을 희망하는 지인의 장점과 포지션(직군) 등을 올리고 실제 매칭이 성사되면 추천인이나 당사자 모두 각각 50만 원씩 보상을 받는 ‘지인 추천 기능’을 적용하고 있다. 기존 리멤버 서비스를 통해 다수의 명함 데이터베이스(DB)를 확보한 드라마앤컴퍼니(리멤버 운영사)는 리멤버 커리어 등록 시 기존에 등록해둔 명함을 통해 간단하게 프로필을 작성할 수 있도록 했다. 드라마앤컴퍼니 관계자는 “등록 절차가 간단해 현업에 바쁜 과장급 이상 관리자급 인재가 많이 유입되고 있다”고 밝혔다. 알프레드HR는 기존 220만 명의 블라인드 국내 유저들을 대상으로 이직 관련 설문 조사 등을 실시해 이직 의사를 확인하고, 이들을 대상으로 컨설팅과 매칭을 한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도 급변하는 사업 환경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도록 신입사원보다는 경력자를 수시 채용하는 방식을 선호하는 추세”라며 “이미 해외 이직 시장을 선점한 링크트인이 아직 국내 이직 시장을 장악하지 못한 상황에서 이 시장을 잡기 위한 국내 정보기술(IT) 업계의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국내 이직 시장을 겨냥한 앱(애플리케이션) 기반 서비스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평생직장이란 개념이 사라지고 이직시장이 커지자 그동안 채용정보 공유에 머물던 온라인 취업정보 서비스도 모바일에 기반한 ‘커리어 관리 서비스’로 재편되는 분위기다. 20일 구인구직 플랫폼인 원티드에 따르면 지난해 9월에 출시한 이력서 검색 서비스 ‘매칭업’으로 면접제안이 이뤄진 건수가 60만 건에 이른다. 플랫폼에 이력서를 올려놓으면 기업 인사관리(HR) 담당자나 헤드헌터가 지원자와 직접 접촉해 채용 과정을 진행한다. 원티드 관계자는 “80% 이상이 신입이 아닌 이직 채용”이라며 “애초부터 이 서비스는 잠재적 이직자에 초점을 맞춘 서비스”라고 설명했다. 잠재적 이직자란, 당장은 구직 활동을 하진 않아도 좋은 기회가 있으면 언제든 이직을 하려는 직장인을 뜻한다. 업계는 조직에 충성하기보단 자신의 커리어 개발에 더 무게를 두는 ‘90년대생’이 취업 전선에 등장하면서 향후 잠재적 이직자가 급증할 것으로 내다본다. 실제 통계청이 지난달 16일에 발표한 ‘2019년 5월 경제활동인구조사 청년층 부가조사결과’에 따르면 첫 직장의 평균 근속기간은 17.3개월로 전년 동기보다 0.6개월 줄었다. 300만 직장인이 이용해 ‘국민 명함 앱’으로 통하는 리멤버는 올해 7월 ‘리멤버 커리어’라는 인재 검색 서비스를 내놓으며 이직 시장에 뛰어들었다. 2014년 리멤버를 출시한 이후 5년여 만이다. 앞서 2월에는 직장인 익명 커뮤티니 앱인 블라인드의 운영사 팀블라인드가 ‘알프레드HR’이라는 구인구직 전문 자회사를 설립해 이직 컨설팅 및 매칭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기존에는 홈페이지에 기업의 구직 공고문을 한데 모아놓거나 구직자의 이력서를 등록해 HR 담당자가 확인할 수 있게 하는 ‘정보 공유형’이 대다수였다”며 “이제는 모바일에 익숙하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익숙한 젊은 직장인이 늘면서 인맥 관리와 정보공유, 커리어 관리까지 함께할 수 있는 통합 플랫폼이 생겨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직 시장에 뛰어든 업체들은 무엇보다 자사가 보유한 기존 회원 중에서 ‘잠재적 이직자’를 추려내기 위해 열중하고 있다. 회원 수 80만 명을 둔 원티드는 이직을 희망하는 지인의 장점과 포지션(직군) 등을 올리고 실제 매칭이 성사되면 추천인이나 당사자 모두 각각 50만 원씩 보상을 받는 ‘지인 추천 기능’을 적용하고 있다. 기존 리멤버 서비스를 통해 다수의 명함 데이터베이스(DB)를 확보한 드라마앤컴퍼니(리멤버 운영사)는 리멤버 커리어 등록시 기존에 등록해둔 명함을 통해 간단하게 프로필을 작성할 수 있도록 했다. 드라마앤컴퍼니 관계자는 “등록절차가 간단해 현업에 바쁜 과장급 이상 관리자급 인재가 많이 유입되고 있다”고 밝혔다. 알프레드HR은 기존 220만 명의 블라인드 국내 유저들을 대상으로 이직 관련 설문 조사 등을 실시해 이직 의사를 확인하고, 이들을 대상으로 컨설팅과 매칭업을 시킨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도 급변하는 사업 환경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도록 신입사원보다는 경력자를 수시 채용하는 방식을 선호하는 추세”라며 “이미 해외 이직 시장을 선점한 링크드인이 아직 국내 이직 시장을 장악하진 못한 상황에서 이 시장을 잡기위한 국내 IT업계의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이다”고 전망했다. 김재형기자 monami@donga.com}
일본산 수입차 판매가 30% 이상 줄었다. 10년간 수입 맥주 시장에서 1위 자리를 지켜온 일본 맥주는 3위로 전락했고 유니클로, ABC마트 등 일본계 유명 브랜드의 국내 신용카드 매출액도 반 토막 나는 등 일본 제품 불매운동의 영향이 크게 나타나고 있다. 15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일본 브랜드 수입차는 2674대가 팔리면서 6월(3946대)보다 32.2% 줄었다. 지난해 7월과 비교해도 17.2% 감소한 수치다. 그동안 민간에서 벌어졌던 일본산 제품 불매운동의 영향이 정부의 공식 통계로도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일본 맥주 수입액은 434만2000달러(약 52억7500만 원)로 전달(790만4000달러)보다 45.1% 줄었다. 2009년 이후 줄곧 수입 맥주 1위를 지키던 일본 맥주는 지난달 벨기에(456만3000달러), 미국 맥주(444만3000달러)에 이어 3위로 밀렸다. 벨기에 맥주 수입액은 전달보다 49.5%, 미국 맥주는 95.7% 늘었다. 소비자들이 일본 맥주의 대체재를 찾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른 소비재 분야에서도 불매운동의 영향이 컸다. 금융감독원이 이태규 바른미래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8개 주요 신용카드사의 ABC마트 유니클로 무인양품 DHC 등 4개 일본 브랜드 가맹점의 신용카드 매출액은 6월 마지막 주 102억3000만 원에서 7월 넷째 주 49억8000만 원으로 반 토막 났다. “한국 소비자의 불매운동이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는 본사 임원의 망언으로 불매운동의 주요 타깃이 된 유니클로의 매출액은 6월 마지막 주 59억4000만 원에서 7월 넷째 주 17억7000만 원으로 70.1% 쪼그라들었다. 무인양품도 58.7%, ABC마트는 19.1% 줄었다. 상품을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창구인 플랫폼 업체나 쇼핑몰은 선제적으로 일본 극우 업체 상품을 골라내고 있다. 여가 플랫폼 업체인 야놀자는 일본 ‘아파(APA) 호텔’ 관련 상품 판매를 전면 중단했다고 이날 밝혔다. 아파 호텔은 ‘2017 삿포로 겨울아시아경기’ 당시 선수단 공식 숙소에 극우 성향의 서적을 비치해 논란이 된 업체다. 모토야 도시오 아파 호텔 회장은 위안부 강제 동원과 난징 대학살을 부정하는 서적(근현대사학 이론)을 저술하는 등 일본 내 대표적 극우 기업인으로 꼽힌다. 앞서 e커머스 업체인 쿠팡과 지마켓은 최근 자회사 ‘DHC테레비’가 혐한 방송을 해 물의를 빚은 일본 화장품 브랜드 DHC의 상품 판매를 전면 중단했다.세종=김준일 jikim@donga.com / 장윤정·김재형 기자}
LG유플러스가 중장년층 전용 스마트폰인 ‘U+브라보 라이프 폰’과 시니어 요금제 3종을 출시했다고 15일 밝혔다. U+ 브라보 라이프 폰은 6인치의 큰 화면과 글자 크기를 쉽게 조절할 수 있는 직관적인 사용자환경(UI)을 적용했다. 시니어 요금제 3종은 25% 선택약정할인을 적용하면 각각 5만 원과 3만 원, 2만 원대 요금으로 쓸 수 있다.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일부 지역 주민들의 반대로 당초 경기 용인시에 건립하려던 계획이 무산된 네이버의 ‘제2데이터센터’ 부지 공모에 60여 곳의 지방자치단체와 30여 곳의 기관·대학 등 총 96곳이 최종적으로 참가했다. 전자파를 발생하는 혐오시설이라는 이유로 유치를 거부한 시설을 다른 지자체와 기관에서는 서로 유치하려는 경쟁이 벌어진 것이다. 대기업이 설비투자 부지를 선정하기 위해 이 같은 공모 절차를 벌인 건 국내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네이버는 서류 심사와 현장 실사를 거쳐 다음 달 말 우선협상부지를 선정할 계획이다.○ 용인이 버리자 몰려든 유치 희망자 네이버는 지난달 23일까지 제2데이터센터 유치를 희망하는 136개 지자체와 사업자로부터 의향서를 접수했다. 이 중 96곳이 네이버가 요청한 추가제안서를 마감일인 14일까지 접수했다. 제2데이터센터의 총투자비 규모는 5400억 원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네이버 관계자는 “지진 발생 이력, 본사(경기 성남시)와의 대중교통 소요 시간, 전력과 통신의 안정성 등 데이터센터 입지에 필요한 항목들을 수치화한 제안서를 받았다”며 “지방세 혜택 등은 지자체가 자유롭게 명시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당초 네이버는 2016년 본사에서 가까운 용인시의 공세동을 후보지로 점찍고 건립을 추진해 왔다. 하지만 일부 주민들이 데이터센터에서 전자파와 오염된 냉각수가 배출될 수 있다며 반대 움직임을 보였다. 네이버는 데이터센터의 전자파가 일반 가정집 수준이라는 측정 결과 등 구체적인 자료를 제시하고 주민 설득에 나섰지만 결국 실패하자 올해 6월 용인 건립 계획을 접었다. 네이버 관계자는 “불투명성을 줄이고 회사의 이익과 상관없는 외부 환경의 영향을 차단하기 위해 전례 없는 공모 방식을 택했다”며 “용인 철수를 공식화하자 많은 지자체와 지역 기관들로부터 유치 제안이 들어왔다”고 말했다. 데이터센터 유치를 위해 각 지자체는 치열한 홍보 전략을 폈다. 전북 군산시는 새만금 부지 유치를 제안하며 재생에너지 클러스터와 연계한 원활한 전력 공급 등을 제시했다. 강원 평창군은 연평균 7.6도의 낮은 기온과 올림픽 개최로 잘 갖춰진 인프라 등을 내세웠다. 경기, 인천 등 수도권 지자체들은 본사와의 거리, 인재 유치의 수월성 등을 장점으로 내세웠다.○ “새로운 시설투자 입지 결정 사례” 기대 공모에 참여한 지자체들은 모두 경제효과를 노리고 있다. 건설 과정에서 발생하는 일시적 경기 부양과 센터 운영으로 발생하는 일자리 창출, 세수 증대 효과 등이다. 또 국내 대표 인터넷 기업의 핵심 인프라를 유치함으로써 첨단기술 도시라는 이미지도 얻을 수 있다. 데이터센터로 지역경제를 살린 사례도 있다. 세계 최대 데이터센터 도시로 떠오른 미국 버지니아 북부가 대표적이다. 구글과 아마존, 페이스북 등 거대 테크 기업들의 데이터센터가 몰린 이곳은 세계 클라우드 데이터의 65%가 오간다. 아마존이 최근 제2본사 부지로 이곳을 정한 것도 데이터센터가 집적돼 있어 인터넷 인프라와 인재 유치가 수월하기 때문이다. 정보기술(IT) 업계에서는 네이버의 이번 부지 선정이 국내 대기업 시설투자에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대기업의 투자 때마다 발목을 잡는 ‘님비(NIMBY)’, 혹은 투자를 압박하는 ‘핌피(PIMFY)’ 문화에서 벗어나 합리적인 투자결정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네이버 관계자는 “투명한 절차로 부지 선정을 완료하고, 건립이 결정된 지역에는 청소년 코딩교육 등 지역사회공헌 사업도 병행할 것”이라고 말했다.황태호 taeho@donga.com·김재형 기자}

‘문자메시지는 낡았다?’ 통신 3사가 문자메시지로 카카오톡에 도전장을 던졌다. 문자로도 카톡처럼 대화방에서 여러 명과 얘기할 수 있고, 상대방이 메시지를 읽었는지도 확인할 수 있게 했다. 통신 3사의 연합전선은 ‘국민 메신저’ 카톡의 아성을 무너뜨릴 수 있을까.○ 카톡 같은 문자 서비스 13일 통신 3사가 내놓은 메시지 서비스 ‘채팅+(플러스)’는 가입 통신사와 상관없이 이용자들을 한 대화방에 모을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통신사 문자메시지는 주로 일대일, 단문메시지 전송용으로 이용됐다. 문자로도 여러 명을 초대해 카톡방처럼 대화할 수 있는 서비스를 지난해 KT, 올해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각각 내놓았지만 같은 통신사 이용자들끼리만 이용할 수 있었다. 채팅+는 카톡처럼 별도 애플리케이션(앱)을 내려받을 필요가 없다. 스마트폰에 기본으로 깔려 있는 문자메시지 앱만 업그레이드하면 바로 이용할 수 있다. 기존 문자메시지와 채팅+ 간 메시지 호환도 가능하다. 이날 확인한 채팅+의 대화창 화면은 카톡과 거의 유사한 모습이었다. 화면 왼쪽에 상대방이 입력한 메시지가 뜨고 오른쪽엔 이용자가 입력한 내용이 뜬다. 본인이 입력한 내용 옆에는 작은 숫자로 ‘읽은 사람 수’가 표시된다. ‘여기까지 읽었습니다’라고 신규 메시지와 구분 짓는 기능도 유사하다. 최대 100명까지 한 대화방에서 얘기할 수 있고 100MB(메가바이트) 이하 대용량 파일도 전송할 수 있다. 통신 3사는 채팅+ 이용자를 확보하기 위해 연말까지 해당 앱 이용 시 발생하는 데이터는 과금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재재재도전… 이번엔 성공할 수 있을까 통신 3사가 카톡에 도전장을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카톡은 2010년 3월 출시된 이래 통신사의 문자메시지 시장을 급속도로 빼앗아왔다. 카톡이 출시되기 전인 2009년 1191억 건이던 문자메시지 발송 건수는 2011년 941억 건으로 급감했다. 2012년부터 통신사들은 문자메시지 발송 건수를 아예 공개하지 않고 있다. 통신사들은 카톡에 빼앗긴 메시지 시장을 되찾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했지만 번번이 도중에 포기했다. 2011년 네이트온톡(SK컴즈), 올레톡(KT), 와글(LG유플러스) 등이 실패한 데 이어 2012년 3사가 연합해 내놓았던 조인도 3년 만에 서비스를 종료했다. 결국 2013년 통신 3사는 문자메시지 서비스를 사실상 무료화해야 했다. 올해 2분기(4∼6월) 기준 국내 카카오톡 월간 이용자 수는 4400만 명이다. 이미 메시지 시장 구도가 확고한데도 불구하고 통신 3사가 이 시장에 재도전하는 이유는 ‘성장성’이다. 메신저 이용자 수 자체는 포화 상태지만 이를 발판으로 넓힐 수 있는 시장이 많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2분기 기준 카카오톡 기반의 톡비즈 부문 매출은 1389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42% 증가한 수치다. 채팅목록탭 광고, 플러스친구, 카카오톡 선물하기 등으로 이뤄진 톡비즈는 카카오 매출의 절반을 차지하는 플랫폼 부문 매출을 견인하고 있다. 이번에 통신 3사가 내놓은 채팅+에 단지 문자메시지 서비스뿐만 아니라 ‘송금하기’ ‘선물하기’ 등 다양한 부가 기능을 포함시킨 이유다. 채팅+가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GSMA)가 채택한 글로벌 표준 커뮤니케이션 기술인 ‘차세대 메시징 서비스(RCS)’를 기반으로 하고 있어 향후 확장성도 높다는 게 이동통신업계의 전망이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채팅+는 국가별로 생겨난 메신저, SNS 앱들에 비해 출발은 늦었지만 스마트폰 기본 탑재 서비스인 데다 향후 해외 통신사들과도 연동할 수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승부를 겨뤄볼 만하다”고 말했다.곽도영 now@donga.com·김재형 기자}

‘문자메시지는 낡았다?’ 통신3사가 문자메시지로 카카오톡에 도전장을 던졌다. 문자로도 카톡처럼 대화방에서 여러 명과 얘기할 수 있고, 상대방이 메시지를 읽었는지 여부도 확인할 수 있게 했다. 통신3사의 연합전선은 ‘국민 메신저’ 카톡의 아성을 무너뜨릴 수 있을까.● 카톡같은 문자 서비스 13일 통신3사가 내놓은 메시지 서비스 ‘채팅+(플러스)’는 가입 통신사와 상관없이 이용자들을 한 대화방에 모을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통신사 문자메시지는 주로 일대일, 단문 메시지 전송용으로 이용됐다. 문자로도 여러 명을 초대해 카톡방처럼 대화할 수 있는 서비스를 지난해 KT, 올해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각각 내놓았지만 같은 통신사 이용자들끼리만 이용할 수 있었다. 채팅+는 카톡처럼 별도 애플리케이션(앱)을 다운받을 필요가 없다. 스마트폰에 기본으로 깔려 있는 문자메시지 앱만 업그레이드하면 바로 이용할 수 있다. 기존 문자메시지와 채팅+ 간 메시지 호환도 가능하다. 이날 확인한 채팅+의 대화창 화면은 카톡과 거의 유사한 모습이었다. 화면 왼쪽에 상대방이 입력한 메시지가 뜨고 오른쪽엔 이용자가 입력한 내용이 뜬다. 본인이 입력한 내용 옆에는 작은 숫자로 ‘읽은 사람 수’가 표시된다. ‘여기까지 읽었습니다’라고 신규 메시지와 구분 짓는 기능도 유사하다. 최대 100명까지 한 대화방에서 얘기할 수 있고 100MB(메가바이트) 이하 대용량 파일도 전송할 수 있다. 통신3사는 채팅+ 초기 이용자를 확보하기 위해 연말까지 해당 앱 이용 시 발생하는 데이터는 과금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100MB 동영상 파일을 공유해도 데이터가 차감되지 않는다.● 재재재도전… 이번엔 성공할 수 있을까 통신3사가 카톡에 도전장을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카톡은 2010년 3월 출시된 이래 통신사의 문자메시지 시장을 급속도로 빼앗아왔다. 카톡이 출시되기 전인 2009년 1191억 건이던 문자메시시 발송 건수는 2011년 941억 건으로 급감했다. 2012년부터 통신사들은 문자메시지 발송 건수를 아예 공개하지 않고 있다. 통신사들은 카톡에 빼앗긴 메시지 시장을 되찾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했지만 번번이 도중에 포기했다. 2011년 네이트온톡(SK컴즈), 올레톡(KT), 와글(LG유플러스) 등이 실패한 데 이어 2012년 3사가 연합해 내놓았던 조인도 3년 만에 서비스를 종료했다. 결국 2013년 통신3사는 문자메시지 서비스를 사실상 무료화해야 했다. 올해 2분기(4~6월) 기준 국내 카카오톡 월간 이용자 수는 4400만 명이다. 이미 메시지 시장 구도가 확고한 데도 불구하고 통신3사가 이 시장에 재도전하는 이유는 ‘성장성’이다. 메신저 이용자 수 자체는 포화상태지만 이를 발판으로 넓힐 수 있는 시장이 많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2분기 기준 카카오톡 기반의 톡비즈 부문 매출은 1389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42% 증가한 수치다. 채팅목록탭 광고, 플러스친구, 카카오톡 선물하기 등으로 이뤄진 톡비즈는 카카오 매출의 절반을 차지하는 플랫폼 부문 매출을 견인하고 있다. 이번에 통신3사가 내놓은 채팅+에 단지 문자메시지 서비스뿐만 아니라 ‘송금하기’ ‘선물하기’ 등 다양한 부가 기능을 포함시킨 이유다. 채팅+가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GSMA)가 채택한 글로벌 표준 커뮤니케이션 기술인 ‘차세대 메시지서비스(RCS)’를 기반으로 하고 있어 향후 확장성도 높다는 게 이동통신업계의 전망이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채팅+는 국가별로 생겨난 메신저, SNS 앱들에 비해 출발은 늦었지만 스마트폰 기본 탑재 서비스인데다 향후 해외 통신사들과도 연동할 수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승부를 겨뤄볼만하다”고 말했다. 곽도영기자 now@donga.com김재형기자 monami@donga.com}
LG유플러스는 올해 인터넷TV(IPTV) 매출로만 1조 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11일 LG유플러스에 따르면 IPTV 서비스인 ‘U+TV’의 상반기 매출은 4994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23% 늘었다. 지난해 매출(8853억 원)은 2015년보다 78.2% 증가했고 6월 기준 가입자(424만 명) 또한 2016년 대비 75.4% 늘었다. 이러한 성장세를 감안하면 하반기 IPTV에서만 최소 5000억 원 이상의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게 LG유플러스의 전망이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세대별 고객 맞춤형 서비스와 글로벌 사업자와의 제휴가 이러한 성장세를 이끌고 있다”며 “2008년 말 U+TV가 첫선을 보인 지 11년 만에 매출 1조 원에 도전한다”고 밝혔다. LG유플러스는 하반기에 ‘아이들나라’(영유아 대상), ‘브라보라이프’(시니어 대상) 등 세대별 특화 서비스를 한층 강화할 방침이다. 특히 출시 2년 만인 7월에 누적 이용자 수가 250만 명을 넘긴 아이들나라에 성향별 콘텐츠 추천 기능 등 최신 기술을 새로 적용했다. 브라보라이프 서비스에도 시니어 맞춤 사용자환경(UI)을 적용하고 오리지널 콘텐츠를 확대하는 등 업그레이드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넷플릭스와의 제휴를 강화해 콘텐츠를 늘리는 것뿐만 아니라 공동 마케팅도 추진할 계획이다. 현준용 LG유플러스 스마트홈부문장(전무)은 “고객 맞춤형 서비스와 독점 콘텐츠를 더욱 강화하고 인공지능(AI) 등과 결합해 고객 가치를 더욱 높여 나가겠다”고 말했다.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페이커(프로게이머 이상혁의 아이디) 보려고 오늘 광주에서 올라왔어요.” 고교생 김해민(가명·17) 양은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롤파크’의 로비를 서성이고 있었다. 여름방학을 맞아 멀리 광주에서 왔지만 표를 구하지 못해 정작 경기장에는 들어가지 못했다. 김 양은 “경기가 끝나면 페이커를 볼 수 있다는 기대감만으로도 가슴이 뛴다”며 들뜬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롤파크는 게임 리그오브레전드(롤)의 국내 리그인 ‘롤 챔피언스 코리아(LCK)’가 열리는 곳이다. 최대 500명이 관람할 수 있는 ‘LCK 아레나’와 팬미팅 존 등으로 구성되는데, 크기가 5280m²(약 1600평) 규모로 잠실야구장 그라운드의 절반에 이른다. 이날처럼 페이커가 소속된 SK텔레콤 T1의 경기가 있는 날이면 관중석 매진은 물론이고 롤파크 전체가 국내외 팬과 취재진으로 가득 찬다.○ 프로야구·축구를 뛰어넘는 위상 2012년 출범 이후 LCK는 한국 e스포츠를 상징하는 대표 주자가 됐다. 세계 롤 프로리그 중에서도 첫손가락에 꼽히는 최상위 리그이다. 각 리그 최고의 클럽을 가리는 ‘롤 월드 챔피언십’(롤드컵·총 8회 개최)에서 한국 프로팀이 다섯 번이나 우승했다. 최근 그 위상이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4일 프로야구나 프로축구의 스폰서십 효과를 분석하는 마케팅 전문업체 데이타포트에 따르면 LCK의 ‘후원금액 대비 실스폰서십 노출효과(ROSI)’는 63.4로 나타났다. 후원금의 60배가 넘는 광고효과가 있다는 뜻이다. 같은 조사에서 한국프로야구는 27.9, 프로축구 K리그는 18.3이었다. LCK의 광고효과가 프로야구보다 두 배 이상 높은 것이다. 데이타포트 관계자는 “스폰서십 효과가 크다는 것은 그만큼 브랜드 파워가 강하다는 의미”라며 “아이돌 팬덤 문화가 확산되고 해외 팬층이 대거 유입된 것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라이엇게임즈 관계자는 “영국에 가서 프리미어리그(EPL) 경기를 관람하듯, e스포츠 종주국인 한국의 롤파크를 구경하고 싶다는 글로벌 인사들의 요청이 쇄도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올해 3월에는 애덤 모세리 인스타그램 최고경영자(CEO)가 이곳을 다녀갔고 프랜시스 거리 세계지식재산기구(WIPO) 사무총장, 프랑스 기업사절단 97명 등이 이곳을 찾았다. ○ 국내 e스포츠, “확장성 한계 극복해야” 이처럼 한국 e스포츠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국내 게임업계는 자사 게임을 LCK와 같은 브랜드 파워를 가진 종목으로 키우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4월 기준 문화체육관광부가 e스포츠 정식 종목으로 선정한 게임은 해외 게임사인 라이엇게임즈의 ‘롤’을 비롯해 총 12개. 여기에는 지난해 글로벌 매출 1조 원을 달성하며 ‘메가 히트’ 게임으로 올라선 슈팅게임 배틀그라운드(펍지), 던전앤파이터(넥슨), 펜타스톰(넷마블) 등 6개 종목이 포진돼 있다. LCK의 차기 대항마로 거론되는 국내 게임들이다. 하지만 게임업계 전문가들은 e스포츠 ‘춘추전국시대의 도래’를 예상하면서도 주도권을 해외에 뺏길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국의 대다수 게임이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이나 슈팅게임 등에 치중해 있어 e스포츠 종목으로 인정받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e스포츠 종목이 되려면 ‘전략시뮬레이션 게임’처럼 전략과 팀플레이가 가미돼야 한다. 정부가 직접 나서 e스포츠 경기장을 대규모로 짓고 있는 중국에 비해 한국 정부의 e스포츠 대중화 노력이 뒤처지는 점도 아쉬운 대목이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는 “자칫 e스포츠의 지식재산권(IP)은 미국에, 경기장 운영은 중국에 패권이 넘어가고 한국은 ‘선수 실력’밖에 남지 않는 상황이 닥칠 수 있다”고 말했다.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박종민 인턴기자 고려대 독어독문학과 졸업}

“페이커(프로게이머 이상혁의 아이디) 보려고 오늘 광주에서 올라왔어요.” 고교생 김해민 양(17·가명)은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롤파크’의 로비를 서성이고 있었다. 여름 방학을 맞아 멀리 광주에서 왔지만 표를 구하지 못해 정작 경기장에는 들어가지 못했다. 김 양은 “경기가 끝나면 페이커를 볼 수 있다는 기대감만으로도 가슴이 뛴다”며 들뜬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롤파크는 게임 리그오브레전드(롤)의 국내 리그인 ‘롤 챔피언스 코리아(LCK)’가 열리는 곳이다. 최대 500명이 관람할 수 있는 ‘LCK 아레나’와 팬미팅 존 등으로 구성되는데 크기가 5280m²(1600평) 규모로 잠실야구장 그라운드의 절반에 이른다. 이날처럼 페이커가 소속된 SK텔레콤 T1의 경기가 있는 날이면 관중석 매진은 물론이고 롤파크 전체가 국내외 팬과 취재진으로 가득 찬다.● 프로야구·축구를 뛰어넘는 위상 2012년 출범 이후 LCK는 한국 e스포츠를 상징하는 대표주자가 됐다. 세계 롤 프로리그 중에서도 첫 손가락에 꼽히는 최상위 리그이다. 각 리그 최고의 클럽을 가리는 ‘롤 월드 챔피언십(롤드컵·총 8회 개최)’에서 한국 프로팀이 다섯 번이나 우승했다. 최근 그 위상이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주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4일 프로야구나 프로축구의 스폰서십 효과를 분석하는 마케팅 전문업체 데이타포트에 따르면 LCK의 ‘후원금액 대비 실 스폰서십 노출효과(ROSI)’는 63.4로 나타났다. 후원금의 60배가 넘는 광고효과가 있다는 뜻이다. 같은 조사에서 한국프로야구는 27.9, 프로축구 K리그는 18.3이었다. LCK의 광고효과가 프로야구보다 두 배 이상 높은 것이다. 데이타포트 관계자는 “스폰서십 효과가 크다는 것은 그만큼 브랜드 파워가 강하다는 의미”라며 “아이돌 팬덤 문화가 확산하고 해외 팬층이 대거 유입된 것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라이엇게임즈 관계자는 “영국에 가서 프리미어리그(EPL) 경기를 관람하듯, e스포츠 종주국인 한국의 롤파크를 구경하고 싶다는 글로벌 인사들의 요청이 쇄도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3월에는 아담 모세리 인스타그램 최고경영자(CEO)가 이곳을 다녀갔고 프랜시스 거리 세계지식재산기구(WIPO) 사무총장, 프랑스 기업사절단 97명 등이 이곳을 찾았다. ● 국내 e스포츠, “확장성 한계 극복해야” 이처럼 한국 e스포츠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국내 게임 업계는 자사 게임을 LCK와 같은 브랜드 파워를 가진 종목으로 키우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4월 기준 문화체육관광부가 e스포츠 정식 종목으로 선정한 게임은 해외 게임사인 라이엇 게임즈의 ‘롤’을 비롯해 총 12개. 여기에는 지난해 글로벌 매출 1조 원을 달성하며 ‘메가 히트’ 게임으로 올라선 슈팅게임 배틀그라운드(펍지), 던전앤 파이터(넥슨), 펜타스톰(넷마블) 등 6개 종목이 포진돼 있다. LCK의 차기 대항마로 거론되는 국내 게임들이다. 하지만 게임업계 전문가들은 e스포츠 ‘춘추전국시대의 도래’를 예상하면서도 주도권을 해외에 뺏길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국의 대다수 게임이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을 비롯해 슈팅게임이나 레이싱게임 등에 치중해 있어 e스포츠 종목으로 인정받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e스포츠 종목이 되려면 ‘전략시뮬레이션’처럼 전략과 팀플레이가 가미돼야 한다. 정부가 직접 나서 e스포츠 경기장을 대규모로 짓고 있는 중국에 비해 한국 정부의 e스포츠 대중화 노력이 뒤쳐지는 점도 아쉬운 대목이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는 “자칫 e스포츠의 지식재산권(IP)은 미국에, 경기장 운영은 중국에 패권이 넘어가고 한국은 ‘선수 실력’밖에 남지 않는 상황이 닥칠 수 있다”고 말했다.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박종민 인턴기자 고려대 독어독문학과 졸업}

《 나는 ‘4차 산업혁명 알바생’이다. 사무실도 없고, 상사도 부하 직원도 없다. 마음 내킬 때 하루에 1시간 일할 수도 있다. 돈(시급)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 너머 어딘가에 있는 회사에서 준다. 정보통신기술(ICT) 기반의 신종 서비스들이 출현하면서 틈새 아르바이트(알바) 종사자가 늘고 있다. 제조기업 영업맨이었던 40대 남성은 쉬는 날 쿠팡 물품을 배달하는 일을 하다 아예 회사를 관두고 이 일을 직업으로 바꿨다. 빵집이나 카페 알바를 하던 23세 여대생은 이제 공강 시간에 앱으로 연결된 아이들에게 동화책 읽어주는 일을 한다. ICT 서비스가 ‘소소한 알바’이자 ‘투잡’의 새로운 노동 생태계를 창출하고 있다. 동아일보는 ①쿠팡 자차 배달 ‘쿠팡 플렉스’ ②유아 돌봄·교육 서비스 앱 ‘자란다’ ③심부름 앱 ‘애니맨’ ④쏘카 차량을 특정 장소로 탁송해 주는 ‘쏘카 핸들러’ 등 총 4개 서비스를 일터로 두고 있는 이들을 취재했다. 서비스에 따라 현장 인터뷰를 하기도 하고 직접 체험해 보기도 했다. 손가락 하나로 닿을 수 있는 스마트폰 앱 뒤편에 많은 이들의 땀이 있었다. 》#1 “애들 학원비라도 벌 겸 한번 해봤죠. ‘전업으로 뛰면 월 500은 벌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난달 24일 오후 서울 송파구 쿠팡 물류센터에서 만난 유심걸 씨(49)는 반팔 티셔츠에 캡 모자 차림이었다. 자신의 흰색 승합차 트렁크에 ‘로켓배송’이라 적힌 상자를 두 개째 싣고 있었다. 유 씨는 쿠팡 배송 물품을 자신의 차로 배달하는 쿠팡 플렉스 알바를 한다. 작년까지 유 씨는 가구회사 전략영업팀에서 일했다. 연봉도 4000만 원이 넘었다. 두 아이의 학원비와 주택자금 대출 이자 부담에 투잡을 찾으려고 채용정보 사이트를 뒤지다 쿠팡 플렉스를 알게 됐다. 7월 한 달간 휴가, 주말, 자투리 시간 동안 배달을 했더니 280만 원이 통장에 들어왔다. 아예 한 달 내내 쿠팡 플렉스 일만 하면 월 500만 원은 벌겠다는 계산이 섰다. 1년 알바 끝에 회사를 그만두고 전업으로 하기 시작했다. 쿠팡 플렉스는 사전에 쿠팡 시스템에 본인 정보를 등록하고 희망 물류 지역을 제출한 뒤 전날 원하는 배송 건수를 신청하게 돼 있다. 승인이 되면 다음 날 쿠팡 물류센터에서 할당된 물품을 실어 배달하고 사진으로 인증하면 된다. 배송 단가는 상자 하나당 최저 750원. 그날그날의 배송 인력과 배달 건수에 따라 많게는 1000원 이상을 받기도 한다. 전과 달리 유 씨는 출근 시간이나 장소에 얽매이지 않는다. 출근하는 아내 대신 두 아이를 등교시키고 집안일을 한 뒤 오후 1시까지 물류센터에 도착한다. 이제 숙달이 돼 출근 후 물건 싣는 시간을 제외하면 60상자를 배달하는 데 1시간이면 끝난다. 그렇게 하루 150상자를 배송하면 퇴근이다. 유 씨는 “주 6일 유연하게 근무하고 일요일은 아이들과 보낸다”며 “얼마나 일하고, 언제 하고, 얼마까지 벌지를 자기가 정하기 나름이라는 게 이 일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2 “카페 아르바이트처럼 반나절 꼬박 하지 않아도 되고, 시험 기간에도 일할 수 있어요.” 독일, 프랑스 등 유럽에선 고등학생이나 대학생들이 수업 외 시간에 베이비시터 알바를 하는 경우가 많다. 국내에선 베이비시터가 전업 가사노동으로, 주로 5060세대 ‘이모님’들의 몫으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최근 아이의 하원과 부모의 퇴근 사이만 메우는 시간제 시터 수요가 늘었고, 이 시장에 ‘육아 매칭 앱’을 통해 20대 청년들이 뛰어들고 있다. 인하대 아동심리학과 4학년 문여진 씨(23·여)는 작년부터 5∼7세 아이들과 놀아주는 알바를 하고 있다. 아이 보육·교육 연결 서비스 ‘자란다’ 앱을 알게 된 건 학과 카카오톡 채팅방이었다. 시간이 맞을 때마다 1∼3시간씩 일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평소에 좋아했던 아이 돌보기를 하면서 용돈도 벌 수 있어 기존에 하던 카페 알바보다 만족도가 높다. 문 씨는 “이젠 학교 마치고 집에 가는 길에 자란다 수업을 하곤 한다”고 말했다. 다른 알바에 비해 자부심도 크다. 일단 일하기 위한 등록 절차가 까다롭지만 짧은 시간에 ‘모든 걸 쏟아서’ 아이들을 돌보다 보니 부모들에게 호평을 받고 보람도 있다는 것이다. 자란다 선생님이 되기 위해선 대학생이거나 교육 관련 경력 혹은 자격증이 있어야 한다. 자기소개서 제출, 인성 면접을 거친 뒤 수업 매너와 연령별 특성 등 교육을 받아야 최종 선발된다. 문 씨는 “가사 일은 하지 않고 아이들을 돌보는 일만 하지만 최선을 다해 아이들과 놀아주는 모습에 만족한 부모님들의 서비스 신청이 계속 늘고 있다”고 말했다. 앱을 통해 생긴 일자리인 만큼 ‘대면 부담’이 작다는 것도 장점이다. 일반적인 과외나 알바를 구할 땐 학부모나 사장과 시급, 근무일 등을 조율해야 하는 반면 자란다의 경우 그때그때 매칭되는 가정에 가서 돌봄만 하면 된다. 문 씨는 “학업과 병행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알바 때 행정적인 부분들은 회사(자란다)에서 모두 전담해 주니 대학생 틈새 알바로는 최적”이라고 말했다. #3 “고시원 운영하다 남는 시간엔 만능 심부름맨 ‘헬퍼’로 일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22일 서울 구로구에 있는 애니맨 교육 장소에서 만난 이상엽 씨(45)는 체격이 다부졌다. 실톱으로 합판을 자르고 전동 드릴을 쓰는 몸짓이 익숙해 보였다. 심부름 중개 앱 ‘애니맨’에서 ‘헬퍼’로 일한 지 3년째다. 정식 헬퍼가 되기 위해선 사진과 함께 간단한 신상 정보를 등록하고 범죄 경력 확인 등의 과정을 거친다. 애니맨 이용자들이 앱을 통해 갖가지 ‘미션’을 요청하면 내용을 보고 헬퍼들이 단가 입찰에 나선다. 이용자가 입찰된 단가와 헬퍼의 경력, 기존 평가 등을 감안해 헬퍼를 선정하는 방식이다. 2016년 창업한 애니맨의 현재 헬퍼 수는 4만 명이다. 이 중 대학생(27%), 서비스·영업직(19%), 프리랜서(17%) 등 본업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씨의 경우도 투잡이다. 고시원을 운영하면서 남는 시간에 할 수 있는 일들을 찾다가 애니맨을 알게 됐다. 이 씨는 “하루에 한두 건 하는데 보통 건당 2만, 3만 원이고 어려운 가구 조립의 경우 10만 원까지도 받으니 부업으로 훌륭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월 100만 원을 찍은 적도 있다. 얼굴을 보지 않고, 종류를 가리지 않고 원하는 일을 ‘발주’하는 시스템이다 보니 별별 일들을 다 하게 된다. 가구 조립은 흔한 미션이고 설거지나 김장, 대신 줄서기도 미션으로 자주 뜬다. 이 씨는 심지어 바퀴벌레를 잡아주러 간 적도 있다. 이 씨는 “바퀴벌레가 있어서 집에 못 들어가고 있다고 울먹거리는 이용자가 있었다”며 “간단한 일들이지만 누군가에겐 그 순간 절실한 것이다 보니 이용자들도 고마움을 많이 표현한다. 단순한 계약 관계인 직업들과는 또 다른 보람이 있다”고 말했다. 애니맨은 누적 미션 요청 16만 건을 기록 중이다. 애니맨 측은 “미션 종류의 제약이 없고 이용자와 헬퍼 간 연계·중재 역할을 대신 해준다는 장점에 더해 최근엔 헬퍼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미션별 교육도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4 “집이 인천이고 직장이 서울이라 출퇴근길 시간만 투자하면 부수입을 올릴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했어요.” 쏘카 핸들러 공식 커뮤니티의 한 회원은 돈을 벌며 출퇴근한다고 했다. 핸들러는 앱에 등록한 뒤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쏘카 차량을 정해진 위치로 가져다주고 건당 1만 원 내외의 보상을 받는 알바다. 경로를 보고 맘에 드는 건을 선택할 수가 있어 출근길 집 근처에서 픽업해 직장 근처로 반납하는 것도 가능하다.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면서 현재 약 3만 명이 핸들러로 등록돼 있다. 대리운전 종사자들의 부업으로도 인기가 높다. 실제로 지난달 19일 경기 성남시 분당 일대에서 핸들러를 체험해봤다. 가입에 필요한 개인정보는 운전면허 번호와 사진 등 쏘카 운행에 필요한 정보와 비슷했다. 가입 승인은 하루 만에 완료됐다. 서현역에 도착해 역 인근 쏘카존의 차량을 예약했다. 쏘카존까지는 도보로 5분이 소요됐다. 운행 전 3분의 검차 과정을 거쳤다. 차량 손상이나 오염을 확인해 촬영하고 앱에 올렸다. 운행 목적지까지는 약 20분이 소요됐다. 목적지에 차량을 주차하고 주유량, 내부 청소 상태, 외부 상태를 사진으로 인증하자 ‘운행 종료’ 메시지가 떴다. 차량 예약부터 운행 완료까지 40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비대면으로 진행되는 핸들러 업무는 대인 스트레스가 없다. 핸들러 가입과 차량 예약, 운행 과정 모두 앱 하나로 가능했다. 대리운전 커뮤니티 ‘새벽을 달리는 사람들’의 한 회원은 “비대면이라 부스스하게 가도 뭐라고 할 사람이 없다. 떡 진 머리로 후드 뒤집어쓰고 (전동) 휠을 타고 나갔다”고 후기를 남겼다. 핸들러는 주로 대리운전 종사자들의 부업 수단이기도 하다. 네이버 카페에 ‘핸들러’를 검색해 나온 후기 10개 중 8개가 대리운전 커뮤니티 글이었다. 대리운전 종사자들이 야간 운행 후 복귀 때 경로가 맞으면 쏘카 차를 타고 돌아가면서 부수입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리운전 커뮤니티에서는 종종 이런 꿀팁이 뜬다고 한다. “경기 수원 망포동에서 대리(운전 콜) 잡고 들어가서 핸들러로 동탄역까지 빠져나올 수 있으니 참고하시라∼.” 곽도영 now@donga.com·김재형 기자·박종민 인턴기자 고려대 독어독문학과 졸업}

나는 ‘4차 산업혁명 알바생’이다. 사무실도 없고, 상사도 부하 직원도 없다. 마음 내킬 때 하루에 1시간 일할 수도 있다. 돈(시급)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 너머 어딘가에 있는 회사에서 준다. 정보통신기술(ICT) 기반의 신종 서비스들이 출현하면서 틈새 아르바이트(알바) 종사자가 늘고 있다. 제조기업 영업맨이었던 40대 남성은 쉬는 날 쿠팡 물품을 배달하는 일을 하다 아예 회사를 관두고 이 일을 직업으로 바꿨다. 빵집이나 카페 알바를 하던 23세 여대생은 이제 공강 시간에 앱으로 연결된 아이들에게 동화책 읽어주는 일을 한다. ICT 서비스가 ‘소소한 알바’이자 ‘투잡’의 새로운 노동 생태계를 창출하고 있다. 동아일보는 ①쿠팡 자차 배달 ‘쿠팡 플렉스’ ②유아 돌봄·교육 서비스 앱 ‘자란다’ ③심부름 앱 ‘애니맨’ ④쏘카 차량을 특정 장소로 탁송해 주는 ‘쏘카 핸들러’ 등 총 4개 서비스를 일터로 두고 있는 이들을 취재했다. 서비스에 따라 현장 인터뷰를 하기도 하고 직접 체험해 보기도 했다. 손가락 하나로 닿을 수 있는 스마트폰 앱 뒤편에 많은 이들의 땀이 있었다.#1. “애들 학원비라도 벌 겸 한번 해봤죠. ‘전업으로 뛰면 월 500은 벌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난달 24일 오후 서울 송파구 쿠팡 물류센터에서 만난 유심걸 씨(49)는 반팔 티셔츠에 캡 모자 차림이었다. 자신의 흰색 승합차 트렁크에 ‘로켓배송’이라 적힌 상자를 두 개째 싣고 있었다. 유 씨는 쿠팡 배송 물품을 자신의 차로 배달하는 쿠팡 플렉스 알바를 한다. 작년까지 유 씨는 가구회사 전략영업팀에서 일했다. 연봉도 4000만 원이 넘었다. 두 아이의 학원비와 주택자금 대출 이자 부담에 투잡을 찾으려고 채용정보 사이트를 뒤지다 쿠팡 플렉스를 알게 됐다. 7월 한 달간 휴가, 주말, 자투리 시간 동안 배달을 했더니 280만 원이 통장에 들어왔다. 아예 한 달 내내 쿠팡 플렉스 일만 하면 월 500만 원은 벌겠다는 계산이 섰다. 1년 알바 끝에 회사를 그만두고 전업으로 하기 시작했다. 쿠팡 플렉스는 사전에 쿠팡 시스템에 본인 정보를 등록하고 희망 물류 지역을 제출한 뒤 전날 원하는 배송 건수를 신청하게 돼 있다. 승인이 되면 다음 날 쿠팡 물류센터에서 할당된 물품을 실어 배달하고 사진으로 인증하면 된다. 배송 단가는 상자 하나당 최저 750원. 그날그날의 배송 인력과 배달 건수에 따라 많게는 1000원 이상을 받기도 한다. 전과 달리 유 씨는 출근 시간이나 장소에 얽매이지 않는다. 출근하는 아내 대신 두 아이를 등교시키고 집안일을 한 뒤 오후 1시까지 물류센터에 도착한다. 이제 숙달이 돼 출근 후 물건 싣는 시간을 제외하면 60상자를 배달하는 데 1시간이면 끝난다. 그렇게 하루 150상자를 배송하면 퇴근이다. 유 씨는 “주 6일 유연하게 근무하고 일요일은 아이들과 보낸다”며 “얼마나 일하고, 언제 하고, 얼마까지 벌지를 자기가 정하기 나름이라는 게 이 일의 장점”이라고 말했다.#2. “카페 아르바이트처럼 반나절 꼬박 하지 않아도 되고, 시험 기간에도 일할 수 있어요.”독일, 프랑스 등 유럽에선 고등학생이나 대학생들이 수업 외 시간에 베이비시터 알바를 하는 경우가 많다. 국내에선 베이비시터가 전업 가사노동으로, 주로 5060세대 ‘이모님’들의 몫으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최근 아이의 하원과 부모의 퇴근 사이만 메우는 시간제 시터 수요가 늘었고, 이 시장에 ‘육아 매칭 앱’을 통해 20대 청년들이 뛰어들고 있다. 인하대 아동심리학과 4학년 문여진 씨(23·여)는 작년부터 5~7세 아이들과 놀아주는 알바를 하고 있다. 아이 보육·교육 연결 서비스 ‘자란다’ 앱을 알게 된 건 학과 카카오톡 채팅방이었다. 시간이 맞을 때마다 1~3시간씩 일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평소에 좋아했던 아이 돌보기를 하면서 용돈도 벌 수 있어 기존에 하던 카페 알바보다 만족도가 높다. 문 씨는 “이젠 학교 마치고 집에 가는 길에 자란다 수업을 하곤 한다”고 말했다. 다른 알바에 비해 자부심도 크다. 일단 일하기 위한 등록 절차가 까다롭지만 짧은 시간에 ‘모든 걸 쏟아서’ 아이들을 돌보다 보니 부모들에게 호평을 받고 보람도 있다는 것이다. 자란다 선생님이 되기 위해선 대학생이거나 교육 관련 경력 혹은 자격증이 있어야 한다. 자기소개서 제출, 인성 면접을 거친 뒤 수업 매너와 연령별 특성 등 교육을 받아야 최종 선발된다. 문 씨는 “가사 일은 하지 않고 아이들을 돌보는 일만 하지만 최선을 다해 아이들과 놀아주는 모습에 만족한 부모님들의 서비스 신청이 계속 늘고 있다”고 말했다. 앱을 통해 생긴 일자리인 만큼 ‘대면 부담’이 작다는 것도 장점이다. 일반적인 과외나 알바를 구할 때 학부모나 사장과 시급, 근무일 등을 조율해야 하는 반면 자란다의 경우 그때그때 매칭 되는 가정에 가서 돌봄만 하면 된다. 문 씨는 “학업과 병행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알바 때 행정적인 부분들은 회사(자란다)에서 모두 전담해 주니 대학생 틈새 알바로는 최적”이라고 말했다.#3. “고시원 운영하다 남는 시간엔 만능 심부름맨 ‘헬퍼’로 일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22일 서울 구로구에 있는 애니맨 교육 장소에서 만난 이상엽 씨(45)는 체격이 다부졌다. 실톱으로 합판을 자르고 전동 드릴을 쓰는 몸짓이 익숙해 보였다. 심부름 중개 앱 애니맨에서 ‘헬퍼’로 일한 지 3년째다. 정식 헬퍼가 되기 위해선 사진과 함께 간단한 신상 정보를 등록하고 범죄 경력 확인 등의 과정을 거친다. 애니맨 이용자들이 앱을 통해 갖가지 ‘미션’을 요청하면 내용을 보고 헬퍼들이 단가 입찰에 나선다. 이용자가 입찰된 단가와 헬퍼의 경력, 기존 평가 등을 감안해 헬퍼를 선정하는 방식이다. 2016년 창업한 애니맨의 현재 헬퍼 수는 4만명이다. 이 중 대학생(27%), 서비스·영업직(19%), 프리랜서(17%) 등 본업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씨의 경우도 투잡이다. 고시원을 운영하면서 남는 시간에 할 수 있는 일들을 찾다가 애니맨을 알게 됐다. 이 씨는 “하루에 한두 건 하는데 보통 건당 2만, 3만 원이고 어려운 가구 조립의 경우 10만 원까지도 받으니 부업으로 훌륭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월 100만 원을 찍은 적도 있다. 얼굴을 보지 않고, 종류를 가리지 않고 원하는 일을 ‘발주’하는 시스템이다 보니 별별 일들을 다 하게 된다. 가구 조립은 흔한 미션이고 설거지나 김장, 대신 줄서기도 미션으로 자주 뜬다. 이 씨는 심지어 바퀴벌레를 잡아주러 간 적도 있다. 이 씨는 “바퀴벌레가 있어서 집에 못 들어가고 있다고 울먹거리는 이용자가 있었다”며 “간단한 일들이지만 누군가에겐 그 순간 절실한 것이다 보니 이용자들도 고마움을 많이 표현한다. 단순한 계약 관계인 직업들과는 또 다른 보람이 있다”고 말했다. 애니맨은 누적 미션 요청 16만건을 기록 중이다. 애니맨 측은 “미션 종류의 제약이 없고 이용자와 헬퍼 간 연계·중재 역할을 대신 해준다는 장점에 더해 최근엔 헬퍼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미션별 교육도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다.#4. “집이 인천이고 직장이 서울이라 출퇴근길 시간만 투자하면 부수입을 올릴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했어요.” 쏘카 핸들러 공식 커뮤니티의 한 회원은 돈을 벌며 출퇴근한다고 했다. 핸들러는 앱에 등록한 뒤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쏘카 차량을 정해진 위치로 가져다주고 건당 1만 원 내외의 보상을 받는 알바다. 경로를 보고 맘에 드는 건을 선택할 수가 있어 출근길 집 근처에서 픽업해 직장 근처로 반납하는 것도 가능하다.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면서 현재 약 3만 명이 핸들러로 등록돼 있다. 대리운전 종사자들의 부업으로도 인기가 높다. 실제로 지난달 19일 경기 성남시 분당 일대에서 핸들러를 체험해봤다. 가입에 필요한 개인정보는 운전면허 번호와 사진 등 쏘카 운행에 필요한 정보와 비슷했다. 가입 승인은 하루 만에 완료됐다. 서현역에 도착해 역 인근 쏘카존의 차량을 예약했다. 쏘카존까지는 도보로 5분이 소요됐다. 운행 전 3분의 검차 과정을 거쳤다. 차량 손상이나 오염을 확인해 촬영하고 앱에 올렸다. 운행 목적지까지는 약 20분이 소요됐다. 목적지에 차량을 주차하고 주유량, 내부 청소 상태, 외부 상태를 사진으로 인증하자 ‘운행 종료’ 메시지가 떴다. 차량 예약부터 운행 완료까지 40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비대면으로 진행되는 핸들러 업무는 대인 스트레스가 없다. 핸들러 가입과 차량 예약, 운행 과정 모두 앱 하나로 가능했다. 대리운전 커뮤니티 ‘새벽을 달리는 사람들’의 한 회원은 “비대면이라 부스스하게 가도 뭐라고 할 사람이 없다. 떡 진 머리로 후드 뒤집어쓰고 (전동) 휠을 타고 나갔다”고 후기를 남겼다. 핸들러는 주로 대리운전 종사자들의 부업 수단이기도 하다. 네이버 카페에 ‘핸들러’를 검색해 나온 후기 10개 중 8개가 대리운전 커뮤니티 글이었다. 대리운전 종사자들이 야간 운행 후 복귀 때 경로가 맞으면 쏘카 차를 타고 돌아가면서 부수입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리운전 커뮤니티에서는 종종 이런 꿀팁이 뜬다고 한다. “경기 수원 망포동에서 대리(운전 콜) 잡고 들어가서 핸들러로 동탄역까지 빠져나올 수 있으니 참고하시라~.”곽도영 now@donga.com·김재형 기자박종민 인턴기자 고려대 독어독문학과 졸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