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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호 태풍 ‘솔릭’의 한반도 상륙으로 전국 유치원과 초중고교 10곳 중 4곳이 24일 일제히 휴업에 들어간다. 23일 교육부에 따르면 전국 유치원과 초중고교(2만938곳)의 37.4%인 7835곳이 24일 휴업한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날 유치원 889곳, 초등학교 601곳, 중학교 383곳, 특수학교 27곳 등 총 1900곳에 일괄 휴업을 명령했다. 정규 수업과 학생의 등교가 정지되지만 교직원은 출근해야 한다. 고교 136곳은 학교장 재량으로 휴업을 결정했다. 인천, 경남지역 유치원과 초등·중학교도 24일 휴업한다. 가장 큰 피해가 우려되는 충북 지역에서는 유치원, 초등·중학교뿐만 아니라 고교까지 일괄 휴교한다. 휴업과 달리 휴교 결정이 내려지면 학생 등교는 물론이고 교직원 출근까지 정지된다. 세종, 강원, 전북 지역은 유치원부터 고교까지 휴업한다. 대전은 유치원과 초등학교는 휴업하되, 중고교는 학교장 재량에 맡겼다. 충남은 모든 학교의 등교시간을 오전 10시로 조정했다. 제주와 부산, 대구, 광주, 울산지역에는 휴업하는 학교가 없다. 보건복지부는 어린이집은 운영하되 지방자치단체에 “부모들이 등원을 자제시키도록 해달라”는 권고 공문을 보냈다. 산업계도 태풍 진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항공사들은 비정상운항 대응팀을 운영하며 수시로 결항 항공편을 확인 중이다. 23일 기준 대한항공 제주 출발·도착 전편이 결항 조치됐다. 국내선 95편, 국제선 5편이 결항된 것이다. 이날 아시아나항공도 국내선 94편이 결항했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사들은 비상대응 인력을 동원해 태풍 피해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롯데월드타워를 운영·관리하는 롯데물산은 21일부터 이틀간 차수판과 배수로 등 시설물을 점검했다. 네이버 연구법인 네이버랩스는 24일을 임시휴무일로 지정했다. 김호경 kimhk@donga.com·신동진 기자}

대학 입시에서 ‘변화’와 ‘혼란’은 동의어다. 대학 전형 비율부터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과목과 출제 범위, 학교생활기록부 기재 방식까지 대폭 바뀌는 2022학년도 대입을 치르는 현 중학교 3학년은 역대 가장 혼란스러운 세대다. 입시전문가들에게 2022학년도 대입 대비법을 들어봤다. ○ 내신과 수능 ‘두 마리 토끼’ 모두 잡아야 교육부는 대학에 수능 위주 전형을 30% 이상 늘리도록 권고했다. 현재 수능 전형 30% 미만인 대학은 서울대 고려대 이화여대 등 35곳이다. 수시에서 정원을 채우지 못해 정시로 넘어오는 인원까지 고려하면 실제 수능 전형 비율은 35∼40%까지 늘어날 수 있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만약 일부 대학이 교육부 권고를 무시하거나, 수능 전형이 이미 30%를 넘는 대학이 30%로 비율을 도리어 줄이더라도 주요 대학들은 현재 수능 전형이 30% 미만이 많아 수능 전형 비율은 증가할 것”이라며 “이전보다 수능 대비에 더 공을 들여야 한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학생부로 선발하는 수시모집 비중은 60% 이상이다. 특히 주요 대학은 여전히 학생부종합전형을 선호할 것으로 전망된다. 학생부에서 수상경력, 자율동아리 등 기재 범위와 분량이 줄면서 상대적으로 내신 비중은 더 커졌다.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교육평가연구소장은 “내신으로 선발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에 내신의 중요함은 사라지지 않는다”고 했다. 수능으로 대학 가는 문은 넓어졌지만 학교 내신과 수능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해선 안 된다는 얘기다. ○ 과목별 유불리 갈려 복잡해진 수능 선택지 2022학년도 수능 국어는 처음으로 ‘공통과목+선택과목’으로 치러진다. 수험생은 ‘화법과 작문’ ‘언어와 매체’ 중 하나를 선택한다. ‘언어와 매체’는 수험생이 어려워하는 문법 내용을 포함하고 있어 ‘화법과 작문’으로 쏠릴 가능성이 크다. 중3 학생과 학부모가 가장 혼란스러워하는 과목은 수학이다. 변별력이 크고 학업 부담이 만만치 않은 데다 과목별 유불리가 갈리는 선택과목이 도입됐기 때문이다. 현행 수능 수학은 이과수학(가형), 문과수학(나형)으로 나뉘어 있다. 2022학년도부터는 문·이과 구분 없이 공통과목을 본 뒤 ‘미적분’ ‘확률과 통계’ ‘기하’ 중 하나를 선택하는 방식으로 바뀐다. 인문계열 대학으로 진학하는 수험생은 가장 쉬운 ‘확률과 통계’로 몰릴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공·자연계열 대학에 진학하는 수험생이다. 대학이 전공에 따라 미적분이나 기하를 필수로 지정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대학별 필수과목이 확정되기 전까지 ‘깜깜이’ 입시를 대비할 수밖에 없다. 이 소장은 “상위권 대학은 미적분 선택을 강제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탐구 영역에서는 사회탐구(사탐)·과학탐구(과탐) 구분이 사라지면서 사탐 9개, 과탐 8개 총 17개 과목 중 2개를 선택하게 된다. 이론상으론 문과생이 과탐을, 이과생이 사탐을 보거나, 사탐 1개+과탐 1개를 선택하는 게 가능해진 셈이다. 하지만 대다수 수험생은 공부하기 쉽고 점수를 받기 유리한 선택과목을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 지금까지 사탐에서는 ‘생활과 윤리’와 ‘사회문화’, 과탐에서는 ‘생명과학Ⅰ’ ‘지구과학Ⅰ’로 수험생이 몰린 이유다. 임 대표는 “탐구영역에서도 대학이 필수과목을 지정할 수 있기 때문에 과목별 유불리는 아직 단정할 수 없다”고 했다. ○ 4개월 뒤 치를 고입은 소신대로 해야 이런 불확실성에도 현 중3 학생과 학부모는 앞으로 4개월 안에 어느 고교에 진학할지를 결정해야 한다. 이번 개편안으로 자율형사립고(자사고)와 특목고 진학에 따라 내신이 불리해지는 것은 줄었다. 좋은 내신 등급은 받지 못해도 수능으로 만회할 수 있는 기회가 늘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무리하게 자사고, 특목고 진학을 준비하는 건 금물이다. 이 소장은 “고교 진학은 평소 소신대로 하는 게 바람직하다. 자사고나 특목고에 가서 내신 4등급 이상을 받을 자신이 없다면 일반고에 진학하는 게 낫다”고 조언했다. 현 중3이 겪는 혼란은 앞으로 2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2022학년도 대학별 전형비율과 필수과목 지정 여부가 확정되는 시점은 이들이 고교 2학년이 되는 2020년 4월 무렵이기 때문이다. 임 대표는 “내년 4월 발표하는 2021학년도 대학별 전형계획을 보면 대학별로 수능 전형을 얼마나 늘릴지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교육부가 2022학년도 대입 개편안을 최종 확정하면서 현재 고교 2학년부터 중학교 3학년까지 매년 다른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치른다. 내년 고교 1∼3학년 학생들은 저마다 다른 출제범위의 수능을 준비해야 하는 셈이다. 내년 재수생도 새 수능을 봐야 하기 때문에 혼란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 고2가 치르는 2020학년도 수능은 현행과 같다. 고1은 선배들과 다른 수능 문제를 풀어야 한다. 지난해 교육부가 고1부터 적용되는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맞춰 대입을 개편하려다 수능 출제범위만 조정했다. 중3은 이번 개편안에 맞춘 수능을 치러야 한다. 2021학년도 수능의 가장 큰 변화는 수학이다. 이과 수학(수학 가형)에서 기하 과목이 1994년 수능 도입 이후 처음으로 빠졌다. 반면 문과 수학(수학 나형)에서는 그간 이과 과목이던 지수함수와 로그함수, 삼각함수가 추가됐다. 현 중3이 치르는 2022학년도 수능은 영어와 한국사를 제외한 모든 과목이 달라진다. 문·이과 구분이 폐지되는 대신 국어와 수학에서 선택과목이 생겼다. 수학에서 2021학년도 수능 출제범위에서 빠졌던 기하가 선택과목으로 부활했다. 모든 수험생은 수학Ⅰ, Ⅱ를 공통과목으로 풀고, 추가로 확률과 통계, 미적분, 기하 중 한 과목을 선택한다. 제2외국어·한문은 절대평가로 전환된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현 고1과 중3이 치를 수능을 비교하면 기존에 없던 선택과목이 생기면서 재수생 입장에서 불확실성이 커진 건 맞지만 아직 유불리를 단정할 순 없다”고 했다.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중3과 초3 자녀를 둔 학부모 현모 씨(45)는 17일 발표된 교육부의 ‘2022학년도 대입제도개편방안’ 기사를 보다 깜짝 놀랐다. 함께 발표된 ‘고교교육 혁신방향’에 △2025학년도 고1부터 고교학점제 전면도입 △고교 내신 완전 절대평가화(성취평가제 도입) 내용 때문이다. 2025년은 초3인 둘째가 고1이 되는 시기다. 현 씨는 “자고나면 바뀌는 첫째 아이의 입시정책에 정신이 하나도 없는데 둘째 때 또 바뀐다니 정말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 난데없는 2025년 혁신안에 학부모 ‘혼란’ 교육부는 당초 2022년부터 전국 고교에 적용하겠다던 고교학점제 도입을 2025년으로 늦췄다. 새 교육과정도 이때부터 적용된다. 또 2025년 고1부터 전 과목 내신을 국 영 수는 A∼E 5단계, 진로선택과목은 A∼C 3단계로 절대평가할 계획이다. 현재 석차(등수)를 기준으로 1∼9등급으로 분류하는 상대평가를 완전히 없애겠다는 것이다. 교육부가 절대평가 도입 시기를 못 박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절대평가제는 1점을 두고 학생들이 피 말리는 석차경쟁을 벌여야 하는 이른바 ‘내신지옥’을 깰 수 있다. 김경회 성신여대 교육학과 교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게 학생 개개인의 지력과 협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절대평가가 맞는 방향”이라며 “외국도 대부분 절대평가를 한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흥미와 적성에 따라 자유롭게 과목을 골라 듣는 고교학점제가 제대로 시행되기 위해서라도 내신 절대평가는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절대평가 유리한 강남 학교로 ‘쏠림 현상’ 발생할 듯 문제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중장기적으로 절대평가화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내신까지 절대평가 되면 대입에서 학생 간 우열을 판별할 변별력이 사라진다는 점이다. 90점만 넘으면 모두 똑같이 A를 받는 식이기 때문에 극단적으로는 한 교실 안에서도 수십 명이 A를 받을 수 있다. 똑같이 A를 받은 학생이더라도 대학들이 지방이나 비명문고 출신 학생보다는 이른바 강남 등 교육특구 지역의 특정 학교 학생들을 우대할 가능성도 높다. 입시업계에서는 벌써부터 “강남 대이동으로 명문고 인근 집값이 상승하고 대학별 고사가 부활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현재 교육부가 특목·자사고를 없애겠다는 것이 기본 방침이라 헌법재판소가 이 같은 정책을 허용하는 판결을 내린다면 강남 쏠림 현상은 더욱 심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고교학점제에서는 다양한 과목 개설 및 진로 관리 등 교육 프로그램의 질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며 “내신이 절대평가되면 지방이나 소외지역보다 교육특구 학교들이 더욱 경쟁력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초4∼초6은 중학교 진학을 앞두고 ‘학군 이동’이 집중되는 시기로 이번 발표가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학교별 격차 실존, 현실부합 대책 내놔야 실제 상대평가 체제인 현재도 지역·학교별 대입 격차는 매우 크다. 최근 5년간 전국 고교별 서울대 입학생 수(최종 등록 인원 기준) 분석 결과 입학생 상위 10개 일반고 중 상당수가 서울 강남·서초에 몰려 있다. 2014학년도에는 서울대 입학생 수 상위 일반고 14곳(공동 순위 포함) 중 10곳이 이 지역 고교들이었다.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평가연구소장은 “입시 결과를 놓고 보면 서울대의 경우 매년 상위 50개 학교 명단이 거의 변화가 없다”며 “사실상 대학이 고교별 선발인원을 어느 정도 정해놓고 간다고 보는 게 맞다”고 말했다. 수도권 한 사립대 입학처장은 “실제 대학 내부에서 입시 동점자 처리 문제는 매우 어려운 숙제”라며 “정량적 점수가 똑같을 경우 모든 정성적 요소를 따져보게 되는데 마지막까지 변별력이 없을 때 보는 게 출신 지역과 학교”라고 귀띔했다. 절대평가제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지역별 학교별 교육격차를 줄일 구체적인 대책이 나와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하지만 교육부는 격차 자체를 부정하고 있다.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교육특구는 그냥 하는 말이고 현실적으로 교육특구는 지정돼 있지 않다”며 “다만 지역·학교별로 약간의 차이가 나는 부분을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는 앞으로 고민할 사안”이라고 말했다.임우선 imsun@donga.com·김호경 기자}

16일 오전 9시 서울시교육청과 강남서초교육지원청 직원 10명이 ‘쌍둥이 자매 1등’ 논란이 불거진 서울 강남의 A고교를 찾았다. 이 학교에 재학 중인 현직 교무부장의 쌍둥이 딸이 2학년 1학기 기말고사에서 문·이과 전교 1등을 차지한 것을 두고 성적 조작 의혹이 제기되자 시교육청은 13일 시작한 특별장학(장학관이 파견돼 학교에 문제가 없는지 점검하는 것)을 중단하고 이날 감사로 전환했다. 사안이 중대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감사팀은 앞으로 일주일간 성적 조작 의혹을 포함해 학사 전반에 문제가 없는지 살필 계획이다. 교육청 감사가 시작됐지만 학부모들의 분노는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강남 지역 학부모들이 많이 모인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교육청, 교육지원청, 학교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했다. 강남서초교육지원청은 지난달 A고교의 성적 조작 의혹에 대한 민원이 제기되자 서면조사를 벌였다. 하지만 아무런 문제점을 찾지 못했다. 당시 서면조사를 담당한 장학사가 또다시 특별장학을 벌인 걸 두고 학부모들은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A고교는 서울 강남에서도 손꼽히는 명문고다. 지난해 전국 일반고 중 서울대 합격생이 세 번째로 많았다. 교육열이 높은 강남 대치동에서도 가장 비싼 아파트인 ‘래미안대치팰리스’, 도곡동의 ‘도곡렉슬아파트’, ‘타워팰리스’에 살아야 배정받을 수 있는 학교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무리해서라도 이 아파트들에 이사 오는 수요가 적지 않다. 그만큼 학부모의 자부심과 사교육에 대한 의존도, 학교 성적에 대한 민감도가 유달리 높은 지역이다. 대치동에서 두 자녀 입시를 치른 한 학부모는 “아이들도 부모들도 (입시에 대해) 병적으로 피곤한 곳”이라고 회상했다. ‘공부 좀 한다’는 학생들이 모이다 보니 A고교 내신 경쟁은 상상 이상이다. ‘수능보다 어렵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실제 3년 전 A고교 수학 내신에서 90점 이상을 받은 학생은 10명 중 2명(16.9%)이었지만 수능 수학에서 90점 이상은 53.4%로 절반을 넘었다. 내신에서 어려운 문제를 하나라도 더 맞히느냐에 따라 대학이 좌우되는 학교다. 학원가에서는 나란히 1등을 한 쌍둥이 자매 논란에 대해 “다른 학교도 아닌 A고교에서는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쌍둥이 자매는 1학년 때 각각 전교 121, 59등이었다. 한 입시학원 관계자는 “충분히 의혹을 가질 만한 상황”이라면서도 “시험지를 관리감독하는 교무부장이 비리를 저지르면 가장 먼저 의심을 받을 자리인데 ‘설마 그랬을까’라는 생각도 든다”고 했다. 교육청 감사 결과는 다음 주 중에 나올 예정이다. 만약 비리가 있었더라도 부모와 자식 간에 벌어진 일을 밝혀낼 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쌍둥이 자매가 실력으로 1등을 했을 가능성에 대한 일말의 고려 없이 비리를 기정사실화하고 억측과 의혹을 제기하는 상황이 우려스럽다는 지적도 있다. 쌍둥이 자매가 전학을 신청했다는 소문이 돌았지만 학교 측에서는 “사실무근”이라고 해명했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16일 오전 9시 서울시교육청과 강남서초교육지원청 직원 10명이 ‘쌍둥이 자매 1등’ 논란이 불거진 서울 강남의 A 고교를 찾았다. 이 학교에 재학 중인 현직 교무부장의 쌍둥이 딸이 2학년 1학기 기말고사에서 문·이과 전교 1등을 차지한 것을 두고 성적 조작 의혹이 제기되자 시교육청은 13일 시작한 특별장학(장학관이 파견돼 학교에 문제가 없는지 점검하는 것)을 중단하고 이날 감사로 전환했다. 사안이 중대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감사팀은 앞으로 일주일간 성적 조작 의혹을 포함해 학사 전반에 문제가 없는지 살필 계획이다. 교육청 감사가 시작됐지만 학부모들의 분노는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강남 지역 학부모들이 많이 모인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교육청, 교육지원청, 학교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했다. 강남서초교육지원청은 지난달 A 고교의 성적 조작 의혹에 대한 민원이 제기되자 서면조사를 벌였다. 하지만 아무런 문제점을 찾지 못했다. 당시 서면조사를 담당한 장학사가 또 다시 특별장학을 벌인 걸 두고 학부모들은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A 고교는 서울 강남에서도 손꼽히는 명문고다. 지난해 전국 일반고 중 서울대 합격생이 세 번째로 많았다. 교육열이 높은 강남 대치동에서도 가장 비싼 아파트인 ‘대치래미안팰리스’, 도곡동의 ‘도곡렉스아파트’, ‘타워팰리스’에 살아야 배정받을 수 있는 학교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무리해서라도 이 아파트들에 이사 오는 수요가 적지 않다. 그만큼 학부모의 자부심과 사교육에 대한 의존도, 학교 성적에 대한 민감도가 유달리 높은 지역이다. 대치동에서 두 자녀 입시를 치른 한 학부모는 “아이들도 부모들도 (입시에 대해) 병적으로 피곤한 곳”이라고 회상했다. ‘공부 좀 한다’는 학생들이 모이다보니 A 고교 내신 경쟁은 상상 이상이다. ‘수능보다 어렵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실제 3년 전 A 고교 수학 내신에서 90점 이상을 받은 학생은 10명 중 2명(16.9%)이었지만 수능 수학에서 90점 이상은 53.4%로 절반을 넘었다. 내신에서 어려운 문제를 하나라도 더 맞추느냐에 따라 대학이 좌우되는 학교다. 학원가에서는 나란히 1등을 한 쌍둥이 자매 논란에 대해 “다른 학교도 아닌 A 고교에서는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쌍둥이 자매는 1학년 때 각각 전교 121, 59위였다. 한 입시학원 관계자는 “충분히 의혹을 가질 만한 상황”이라면서도 “시험지를 관리감독하는 교무부장이 비리를 저지르면 가장 먼저 의심을 받을 자리인데 ‘설마 그랬을까’라는 생각도 지울 수 없다”고 했다. 교육청 감사 결과는 다음 주 중에 나올 예정이다. 만약 비리가 있었더라도 가정 내에서 벌어진 일을 밝혀낼 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쌍둥이 자매가 실력으로 1등을 했을 가능성에 대한 일말의 고려 없이 비리를 기정 사실화하고 억측과 의혹을 제기하는 상황이 우려스럽다는 지적도 있다. 쌍둥이 자매가 전학을 신청했다는 소문이 돌았지만 학교 측에서는 “사실 무근”이라고 해명했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중학교 자유학기제는 올해로 시행된 지 3년째다. 전국 모든 중학교에서 최소 한 학기 동안 시험과 성적 부담 없이 토론 수업, 실습이나 체험 활동을 하고 있다. ‘자유학기는 노는 시간’이라는 비판 속에서도 자유학기제를 활용해 색다른 수업을 시도하며 교실 변화를 이끌어 가는 교사들이 점차 늘고 있다. “선생님 오늘은 뭐 배워요?” 올해 경기 화성시 동탄중 학생들은 사회 수업 시간만 되면 호기심 어린 눈으로 이렇게 물었다. 수업 시간에 게임을 접목하면서 생긴 변화다. 가장 반응이 뜨거웠던 건 ‘부동산 투자 게임’이다. 일반적으로 교과서에서는 도시의 중심에 큰 빌딩이 위치하고 외곽에 주택과 아파트가 많은 이유를 접근성과 지대(땅값) 개념으로 설명한다. 학생들은 그 개념을 어려워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게임을 통해 학생들은 직접 부동산 투자자처럼 생각하면서 자연스럽게 개념을 익힐 수 있다. 학생들은 모둠별로 가상의 지도를 받는다. 지도에는 도로를 따라 임대료가 각기 다른 빈 땅이 표시돼 있다. 학생들은 도로와의 접근성과 임대료를 고려해 회사, 아파트, 마트 등을 어디에 둘지 토론으로 정한다. 대다수 모둠에서는 교과서에 나온 대로 도시 중심에는 회사와 상업시설, 도시 외곽에는 주거시설과 공장을 둔다. 교과서 내용을 단순 암기한 게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고 토론해 체득했다는 게 의미가 있다. 일부 모둠은 도시 환경이 중요하다는 이유로 도심에 녹지를 두거나, 통근 시간을 줄이기 위해 주택을 두기도 한다. 교과서 이론과 달라도 실제 이런 도시도 존재하기 때문에 서로 장단점을 비교하며 더 다양한 지식을 얻을 수 있다. 이 수업을 고안한 신수정 교사는 “학생들이 다소 어려워하는 도시의 내부 구조 개념을 보다 쉽고 재미있게, 그리고 더 현실에 가깝게 배울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며 “시험 진도를 맞추느라 쉽게 도전하지 못했는데 자유학기제를 계기로 실천에 옮겼다”고 했다. 경북 고령군 고령중의 ‘감동이 있는 기업 만들기’ 수업은 학생들이 좋아하는 만들기를 사회 수업에 접목시킨 대표적인 사례다. 기업의 역할과 사회 불균형 등을 주제로 한 체험 활동의 일환으로 학생들은 지난해 1년간 폐지 줍는 할머니를 돕기 위한 리어카 모형을 만들었다. 수업을 지도한 김성숙 교사는 폐지 줍는 할머니 사진을 보여준 뒤 모둠별로 할머니에게 도움이 될 적정 기술을 활용한 리어카를 만들어 보자고 제안했다. 할머니의 안전을 위해 리어카 모서리에 형광 스티커 부착하기, 미끄럼 방지 바퀴 장착하기, 차량 접촉 사고에 대비해 리어카 좌우에 고무 패드 덧대기, 더위를 피할 수 있는 차양막과 선풍기 달기 등 다양한 아이디어가 쏟아졌다. 학생들이 내놓은 아이디어를 접목해 모형을 만들기도 했다. 김 교사는 “기술은 사람을 돕기 위해 있으며, 기업의 최종가치가 이윤 추구에만 있지 않다는 걸 알려주기 위한 수업이었다”고 말했다. 경기 파주시 선유중 최경아 교사는 학생들이 어려워하는 경우의 수를 요리로 풀어낸다. 꼬치에 발라 먹는 소스가 여러 종류인 점에 착안해 수업 시간에 여러 소스의 조합을 만들며 경우의 수를 이해하는 방식이다. 이 수업들은 6월 교육부와 한국과학창의재단이 선정한 ‘제3회 자유학기제 실천사례 연구대회’에서 우수 사례로 상을 받았다. 색다른 수업을 만든 교사들은 최근 서울에서 열린 ‘자유학기제 콘서트’에서 수업 시연도 했고, 우즈베키스탄을 찾아 현지 교사들에게 노하우를 전수하기도 했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해피 버스데이∼.” 여든 번째 생일을 하루 앞둔 5월 27일, 김중순 전 고려사이버대 총장(80)은 아내와 함께 미국 뉴욕의 큰아들네를 찾았다. 자신의 생일과 장손의 고교 졸업 축하를 겸한 자리였다. 온 가족이 모여 이야기꽃을 피울 때 초인종이 울렸다. 큰아들은 배달원이 주고 간 상자를 아버지한테 건넸다. ‘The Choong S. Kim‘s Scholarship Fund(김중순 장학금)’. 큰 액자에는 김 전 총장의 이름을 딴 장학증서가 있었다. 발신인은 ‘애머스트 칼리지’. 54년 전 김 전 총장이 학비를 낼 형편이 안 돼 입학을 포기했던 그 대학이었다. 연세대에서 법학을 전공한 김 전 총장은 1964년 미국 유학을 준비했다. 명문 애머스트 칼리지로부터 편입 허가를 받았지만 비싼 학비 때문에 입학을 포기하고 미국 에머리대로 유학을 떠났다. “거기서 공부하지 못한 게 서운함을 넘어 한으로 남았던 것 같습니다.” 김 전 총장은 큰아들을 애머스트 칼리지에 보냈다. 큰아들은 골드만삭스 아시아태평양 인수합병 총괄대표이자 한국골드만삭스 기업금융회장인 김종윤 씨(51)다. 김중순 장학금은 김 씨가 사재를 기부해 만든 ‘깜짝 생일 선물’이었다. 아버지처럼 비싼 학비 탓에 꿈을 접는 학생이 나오지 않도록 ‘한국계 학생을 우선 선발하라’는 조항을 내걸었다. 이 소식은 지난달 27일 김 전 총장이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면서 뒤늦게 알려졌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부작용이 우려됩니다.’ 10일 문을 연 서울시교육청 홈페이지의 청원게시판에 올라온 ‘1호 청원’의 제목이다. 청와대 국민 청원 제도를 본뜬 시교육청의 ‘시민·학생 청원 제도’는 조희연 교육감이 6·13 교육감 선거에서 내건 공약이다. 하지만 본인 인증 없이 청원이 가능해 ‘오픈’ 첫날부터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 것이다. 해당 청원 작성자는 ‘제한 없이 자유로운 의견을 듣고 싶다는 교육감님의 뜻은 충분히 압니다’면서도 ‘훌륭한 시민이 훌륭한 글을 올리면 괜찮지만 사실이든 사실이 아니든 누군가를 비방하는 글을 올리거나 성적 모욕을 주는 글을 올린다면 그 여파를 어떻게 감당하실 것인지 궁금합니다’라고 지적했다. 본인 인증 절차가 없다 보니 허위사실을 유포하거나 누군가를 비방할 목적으로 악용될 여지가 크다는 우려다. 이런 우려 때문에 청와대 청원게시판은 페이스북, 트위터, 네이버 계정을 통한 로그인을 거쳐야 청원이 가능하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시민과 학생이 부담 없이 자유롭게 의견을 낼 수 있도록 인증 절차를 두지 않았다”며 “부작용 우려에 대해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오후 4시 기준 시교육청에 올라온 청원 4건 중 가장 많은 4명이 이 청원에 동의했다. 청원은 이렇게 끝난다. ‘소 잃고 외양간 고쳐봐야 소용없습니다. … 최소한의 인증을 하시기를 바랍니다.’ 물론 이 청원을 올린 작성자도 누구인지 전혀 알 수가 없다.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이제 달력 세 장만 넘기면 201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다. 11월 15일 치러지는 수능이 9일로 98일 남았다. 당장 다음 달 5일 9월 수능 모의평가를 치르고, 10일부터 수시 원서 접수가 시작된다. 수능과 수시,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해선 안 되지만, 촉박한 일정에 수험생들의 마음은 급해지기 마련이다. 남은 기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입시 전문가들에게 물었다. ① 먼저 너 자신을 알라 가장 먼저 자신의 실력을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 6월 수능 모의평가 성적과 3년간의 고교 학생부를 바탕으로 자신의 강점과 약점을 파악한 뒤 현실적으로 지원 가능한 대학과 학과를 추려야 한다.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이 시기에 현실감 없이 목표 대학을 높게 설정하는 건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수능 대비도 마찬가지다. ‘오답노트’에 오답을 정리하는 걸로 그쳐선 안 된다. 실수로 틀린 문제인지, 개념을 몰라 틀린 문제인지 구별해 약점을 보완해야 한다. 남윤곤 메가스터디교육 입시전략연구소장은 “그간 풀었던 문제를 다시 점검하며 완벽하게 알고 맞힌 것인지, 운이 좋아 맞힌 문제인지도 따져봐야 한다”고 했다. ② 중위권 학생도 고난도 문제 대비수능에서는 긴장한 탓에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수험생이 적지 않다. 이런 실수를 방지하려면 실전 연습이 필수다. 실제 시험 시간에 맞춰 문제를 풀면서 일정 시간에 풀지 못한 문제는 과감히 건너뛰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어려운 문제에 시간을 허비하느라 아는 문제까지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남 소장은 “건너뛴 문제는 다른 문제를 모두 푼 다음에 다시 풀고, 답안지 마킹까지 시간 안에 마칠 수 있도록 연습해야 한다”고 했다. ③ 수시 준비는 하루 2시간 이내로상위권은 물론이고 중위권 학생들도 고난도 문제에 대비해야 한다. 6월 수능 모의평가는 지난해 수능보다 전반적으로 어려웠다. 절대평가인 영어도 그 취지가 무색할 만큼 어려워 1등급 비율이 불과 4.19%였다. 김명찬 종로학원 학력평가연구소장은 “중위권 학생들은 수능 난도가 조금만 높아도 낭패를 볼 수 있어 고난도 문제 공부에도 시간을 안배해야 한다”고 했다. 8, 9월 수험생은 수능 대비와 수시 준비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야 한다. 수시 학생부 종합전형을 준비하는 수험생은 자기소개서 등 각종 서류를 준비하느라 더욱 바빠질 때다. 그렇다고 수시 준비에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해선 안 된다. 김병진 이투스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수시 입시정보 수집과 자기소개서 작성에 쓰는 시간이 하루 2시간을 넘기면 안 된다”며 “주말 중 하루를 정해 반나절 정도만 집중해서 작성해 보는 것도 좋다”고 했다. 수시 전형에서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적용하는 대학에 지원했다면 수능 준비가 더욱 중요하다. 아무리 공을 들여 수시 서류를 준비했더라도 최저학력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무용지물이다. 김 소장은 “자기소개서를 준비한다고 수능 공부를 소홀히 하는 건 나무만 보고 숲은 보지 못하는 것과 같다”고 했다. ④ 모의평가는 모의평가일 뿐이다9월 수능 모의평가는 수능 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주관하는 수능 전 마지막 모의평가다. 출제 경향과 난이도를 파악할 수 있어 수능 성적의 ‘가늠자’로 불린다. 김 소장은 “모의평가는 자신의 위치를 정확히 알 수 있는 도구일 뿐”이라며 “일희일비해선 안 된다”고 했다. 9월 모의평가 성적에 취해 안주하거나 좌절해 남은 시간을 헛되이 보내선 안 된다. 입시 전문가들은 마지막으로 “자신감을 잃지 말라”고 입을 모았다. 수험생은 누구나 불안하고 두렵지만 이를 극복하고 자신의 공부 페이스를 유지할 때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뜻이다. 남 소장은 “하루 시작과 끝에 ‘내 목표를 반드시 이룰 수 있다’는 긍정적인 자기 암시를 하면 자신감 유지에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혹을 떼려다 오히려 혹을 붙였다. 대입제도 개편이라는 ‘폭탄’을 4월 대통령직속 국가교육회의에 보낸 뒤 더 커다란 ‘폭탄’으로 변해 교육부로 돌아온 것이다. 국가교육회의는 7일 교육부에 현 중학교 3학년이 치르는 2022학년도 대학입시에서 대학수학능력시험 위주 전형을 확대하라고 권고했다. 최대 관심사였던 구체적인 수능 전형 비율은 명시하지 않아 최종 결정은 다시 교육부로 넘어갔다. 수능은 지금과 거의 동일하게 치러진다. 영어 한국사에 이어 제2외국어·한문만 추가로 절대평가로 전환하라고 권고했다. 이는 대입제도 개편 초기부터 예견됐던 사안이라 사실상 현행 유지에 가깝다. 이번 권고안은 ‘수능 전형이 소폭 확대된 현행 대입제도’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대입제도 개편안 유예를 발표한 뒤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나고 4개월간 들인 시간과 노력에 비해 초라한 결론이다. 교육부는 이미 국가교육회의 권고안을 최대한 존중하겠다는 뜻을 밝힌 만큼 이달 말 나올 대입제도 개편 최종안에도 그대로 반영될 것으로 예상된다.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7일 국가교육회의가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위주의 정시 전형 확대를 권고하면서 문재인 정부의 교육 공약이 줄줄이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주요 공약이었던 수능 절대평가 전환은 중장기 과제로 분류됐다. 국가교육회의 발표대로라면 문재인 대통령 임기 이후인 2023학년도 이후에야 수능 절대평가가 가능하다. 수능 절대평가를 전제로 추진하던 고교 학점제도 타격을 받게 됐다. 고교 학점제는 대학처럼 고교생이 원하는 강의를 골라 듣도록 하는 제도다. 교육부는 2022학년도 전면 시행을 목표로 현재 시범 사업 중이다. 고교 학점제가 제대로 운영되려면 내신 성취평가제(절대평가)가 필수적이다. 현행대로 상대평가 체제에서는 대입을 위해 점수를 받기 쉬운 과목으로 쏠리게 되면 고교 학점제 취지가 무색해진다. 교육과정을 학교별로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혁신학교 확대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현재 초등학교에서는 혁신학교가 제대로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는 반면 입시 대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중고교에서는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많다. 내신과 수능이 상대평가로 입시에 반영되는 한 혁신학교 확대도 요원해 보인다. 정부는 외국어고, 국제고 등 특목고와 자율형사립고(자사고) 폐지를 위해 올해 학생 ‘우선 선발권’을 폐지했다. 하지만 수능 위주 전형이 확대되면 시들했던 특목고와 자사고의 인기가 다시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 좋은 내신을 받기 어려운 특목고와 자사고에 진학하더라도 수능으로 좋은 대학에 갈 수 있는 기회가 넓어지기 때문이다. 김진경 국가교육회의 대입제도개편특별위원장은 “시민사회 의견이 대통령 공약과 다르다면 그 의견을 듣고 검증하는 과정을 거치는 게 도리”라며 “이번 공론화가 그런 과정이었다”고 말했다. 수능 전형 확대를 골자로 한 공론화 결과를 고려하면 교육 공약 상당수가 수정이 불가피해진 셈이다. 교육계에서는 이미 예고된 참사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대선 당시 문 대통령의 교육 공약 자체가 모순적이었기 때문이다. 대입 공약의 핵심은 ‘단순하고 공정한 대입’이었다. 이를 위해 ‘학생부 교과 전형, 학생부 종합 전형, 수능 전형 3가지로 단순화하겠다’고 했다. 수능 절대평가도 공약으로 내걸었다. 하지만 수능 절대평가를 도입하면 대학은 변별력을 확보하기 위해 면접, 논술을 강화하거나 새로운 전형을 만들 수밖에 없다. 결국 대입은 더 복잡해지는 셈이다. 교육 공약은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만든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교육계 인사는 “수능 절대평가와 단순한 대입은 애초에 양립이 불가능했다”고 했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현 중학교 3학년생이 치르는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을 위해 3개월간 예산 약 20억 원을 투입해 시민참여단 490명이 머리를 맞대고도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대입제도 개편안이 원점으로 돌아간 셈이다. 이해관계가 첨예한 사안에 대한 결정을 일반인들에게 떠넘긴 교육부 책임론과 함께 공론화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는 ‘공론화 만능주의’에 대한 비판이 나오고 있다. 대통령 직속 국가교육회의 산하 공론화위원회는 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시민참여단 490명을 설문한 결과, 대입 개편 의제(시나리오) 4가지 중 다수가 지지하는 안은 없었다고 밝혔다. 지지도 조사 결과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위주 정시 전형 45% 이상 확대-수능 상대평가(1안)와 △정시·수시 비율 대학 자율 결정-수능 절대평가 전환(2안)이 1, 2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1, 2안 사이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는 없다. 시민참여단 82.7%는 2022학년도 대입에서는 정시 전형은 현행보다 확대해야 한다고 답했다. 중장기적으로 정시 확대와 상충되는 수능 절대평가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53.7%)이 상대평가 유지 또는 확대(46.3%)보다 많았다. 당장 2022학년도 대입에서는 정시 확대가 확실시되지만 앞으로 수능 확대를 둘러싼 갈등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공론화를 통해 첨예한 갈등을 봉합하고 명확한 결론에 도달한 게 아니라 갈등의 불씨는 그대로 둔 채 시간만 낭비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 공론화 결과에 반발하는 목소리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김영란 공론화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결과에 대해 “한쪽으로 밀어붙이듯 결론이 나올 수 없었던 상황이라는 걸 정확하게 보여줘 소름이 돋았다”고 했다. 하지만 뻔한 결론이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애초에 국가교육회의로 결정을 미룬 교육부 책임론 역시 커지고 있다. 또 전문가조차 다루기가 쉽지 않은 대입제도 개편을 시민참여단이 보름이라는 짧은 기간에 학습을 통해 결정하도록 한 방식이 무리였다는 목소리도 있다. 한 교육계 인사는 “신고리 원전 재가동 여부는 일반 국민에게 전기료가 인상되느냐 마느냐의 문제지만, 대입은 학부모들에겐 자녀의 미래가 걸린 이슈라 애초에 공론화에 부칠 사안이 아니었다”고 꼬집었다. 국가교육회의는 이번 결과를 토대로 대입제도 개편 권고안을 7일 발표하고, 교육부는 최종 개편안을 이달 말 발표한다. 김호경 kimhk@donga.com·박은서 기자}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위주의 정시 비율을 확대하면서 과연 수능을 절대평가로 전환할 수 있을까. 공론화 결과가 국가교육회의와 교육부에 남긴 가장 큰 숙제다. 이날 공론화 결과 시민참여단은 수능에 대해 서로 상충되는 결과를 내놓았다. 참여단 다수가 2022학년도 대입에서 수능 위주의 정시 전형을 현행보다 확대하는 데 찬성하면서 중장기적으로 수능을 절대평가로 전환하자는 의견이 현행 유지나 상대평가 과목을 늘리자는 의견보다 많았다. 현재 수능은 영어와 한국사를 제외한 나머지 과목은 상대평가다. 1등급은 성적 상위 4%다. 성적 순서대로 등급을 나눠 효율적이고 객관적이다. 하지만 과도한 점수 경쟁을 유발하고 한 문제만 틀려도 대입 당락에 영향을 받는다. 초고난도 문제를 풀기 위해 사교육에 의존하는 현상도 점차 심해지고 있다. 그 대안이 수능 절대평가다. 누구나 일정 점수만 넘으면 1등급을 받을 수 있다. 과도한 점수 경쟁을 완화시켜 수능 공부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 수 있다. 학교에서는 암기식, 주입식 문제 풀이에서 벗어나 다양성을 추구할 수 있다. 수능 절대평가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자 지난해 8월 교육부가 내놓은 대입 개편안 중 하나였다. 문제는 변별력이 크게 떨어져 수능만으로 대입 당락을 가르기 어려워진다는 점이다. 좋은 인재를 뽑으려는 대학들은 수능으로만 학생을 선발하는 전형을 줄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 실제 수능 영어가 2018학년도 절대평가로 전환된 뒤 대학에서는 영어 성적 반영 비율을 낮췄다. 변별력을 확보하기 위해 면접, 논술 등 대학별 고사가 강화되면서 또 다른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한 교육계 인사는 “시민참여단은 수능이 절대평가로 가야 한다는 미래 비전은 분명히 하면서도 현실적인 한계를 이유로 시기상조라고 판단한 것 같다”고 했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모델 몸매에 맞춘 듯한 비현실적인 디자인과 아동복보다 작은 사이즈로 ‘현대판 코르셋’이라 불렸던 교복이 내년부터 달라진다. 서울시교육청은 29일 중고교 교복을 편안하게 바꾸기 위해 학생, 학부모가 참여하는 공론화 작업을 벌여 11월까지 교복 개선 가이드라인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30일 ‘편안한 교복 공론화 추진단’이 출범한다. 추진단은 김종욱 전 서울시 부시장(단장)을 비롯해 학부모, 학생, 교사, 공론화 전문가 등 총 13명이다. 이들은 앞으로 교복 개선 공론화 세부 과정 및 설문조사, 의제 선정 방식 등을 논의하고 결정한다.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중 교복을 개선하기 위해 공론화를 추진하는 곳은 서울시교육청이 유일하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편안한 교복은 조희연 교육감의 선거 공약일뿐만 아니라 교복 개선에 대한 국민적인 관심이 커지면서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판단했다”고 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불편한 교복을 개선해 달라는 학부모, 학생들의 청원이 300여 건에 달했다. 이달 초 문재인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교복 개선 검토를 지시하면서 교육부가 실태 파악에 나서기도 했다. 현행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상 교복은 각 학교가 재량으로 정하도록 되어 있다. 이 때문에 그동안 불편한 교복을 바꾸자는 공감대는 많았지만 시도교육청이 학교에 교복 개선을 독려하는 수준에 그쳤다. 유인숙 시교육청 민주시민교육과 장학관은 “일선 학교에서 교육청이 교복 개선 방향을 제시해 달라는 요구가 많았다”며 “교육청이 나서서 일률적인 지침을 정하는 건 현행 법령과 맞지 않고 학교 자치를 훼손할 수 있어 공론화 방식을 택했다”고 했다. 공론화는 다음 달부터 본격 시작된다. 시민 10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8∼9월)와 학생 토론회(9월)를 거쳐 시민 참여단 300명을 선정해 숙의 토론회(10월)를 연다. 시민 참여단에는 학생, 학부모, 교사는 물론이고 일반 시민까지 참여하도록 할 방침이다. 숙의 결과를 바탕으로 만든 교복 개선 가이드라인은 11월에 학교에 배포한다. 각 학교는 이를 토대로 내년 상반기(1∼6월)에 자율적으로 교복 관련 학교 규칙을 개정한다.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낮에 일을 하다보니 공론화 자료를 숙지하려면 ‘주경야독’해야 했습니다.” 29일 충남 천안시 교보생명 연수원 ‘계성원’에서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의 운명을 쥔 시민참여단의 2박 3일 합숙 토론회가 막을 내렸다. 이로써 14일부터 29일까지 보름간 진행된 시민참여단 490명의 공론화 일정이 모두 마무리됐다. 참여단은 공론화 취지에는 대체로 공감하면서도 대부분 촉박한 일정을 문제로 지적했다. 김태웅 씨(39)는 “토론회에서 발제자들이 똑같은 통계를 갖고 해석을 달리해 혼란스러웠는데, 이걸 검증할 수 있는 시간도 부족했다”고 했다. 사범대에 재학 중인 김도혁 씨(22)는 “기계적인 시간 배분에 매몰돼 심층 토론이 잘 안 됐다”며 “입시제도에 익숙하지 않으면 모두 이해하기 어려워 합리적인 결론이 가능할지 의구심이 든다. 갈등이 심각한 사안을 정부가 시민들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건 아닌지 걱정”이라고 했다. 공론화 과정을 통해 생각이 바뀐 사람들도 있었다. 대학 시간강사인 정상훈 씨(49)는 ‘아이들을 위한 교육’에 가장 적합한 대입제도로 수능을 절대평가로 전환하는 방안을 선택했다. 원래 수능 위주의 정시 확대를 지지했으나 숙의 과정을 거치며 생각을 바꿨다. 정 씨는 “수능을 확대하면 과거 학력고사 세대로 돌아가는 것과 다를 게 없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공론화 취지에 긍정적인 평가도 많았다. 중3 자녀를 둔 유진순 씨(42·여)는 “어떤 방안이든 완벽할 수 없지만 공론화를 거쳐 나온 결과라면 충분히 수용할 수 있다”고 했다. 합숙 토론회는 490명이 50개조로 나눠 토론이 진행됐다. 토론은 서로 다른 의견을 반박하고 설득하는 게 아니라 오로지 상대방 생각을 경청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대학생 홍하늘 씨(24·여)는 “조별마다 배정된 진행자가 다른 사람의 말을 끊거나 동조하는 행위를 제지했다. 토론 분위기가 한쪽으로 흘러가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 같았다”고 했다. 토론회 참석률(89%)도 기대 이상이었다. 공론화위원회는 당초 시민 참여단 인원을 400명으로 하기로 했다가 불참률이 20∼30%대인 점을 감안해 550명으로 늘려놨었다. 참여단은 이날 모든 토론을 마친 뒤 전문가들이 만든 네 가지 대입 개편 방안을 두고 마지막 설문조사를 했다. 이 설문조사가 2022학년도 대입 개편안의 골격이 된다. 설문 결과는 8월 3일 발표된다. 네 가지 방안 중 오차 범위를 넘어 다수가 지지하는 방안이 나오면 대통령직속 국가교육회의는 이를 그대로 수용할 가능성이 크다. 반면 그렇지 않을 경우 국가교육회의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미지수다. 국가교육회의가 권고안을 만들어 다음 달 7일 교육부에 보내면, 교육부는 다음 달 말까지 대입 개편안을 확정한다. 천안=박은서 clue@donga.com/ 김호경 기자}
“선진국은 인공지능(AI)을 활용해 학생 맞춤 교육을 하는데 한국 교육은 ‘서당’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26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바른사회운동연합 교육개혁추진위원회(교개추)가 주최한 ‘대한민국의 미래 교육을 어떻게 디자인할 것인가’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모인 교육계 원로들은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토론회에는 위원장인 이기수 전 고려대 총장 및 공동위원장인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주호 전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정창영 전 연세대 총장, 신영무 전 대한변호사협회장 등이 참석했다. 포문을 연 건 이주호 전 장관이었다. 이 전 장관은 “미국 영국 등 선진국은 물론이고 브라질 인도까지 AI 등 최첨단 기술을 수업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며 “한국만 낡은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전 총장도 “중국의 대학 창업 교육을 보면 한국보다 최소 20년은 앞서 있다”며 걱정했다. 전 세계가 ‘교실 혁명’에 속도를 내는 이유에 대해 이 전 장관은 “교사 1명이 학생들에게 똑같은 지식을 가르치던 기존 교육으로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적합한 인재를 길러낼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대표적인 예로 미국 애리조나주립대를 들었다. 학생들은 수업의 절반을 빅데이터와 AI를 활용한 컴퓨터로 수강한다. 교수는 강의 대신 토론,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데 집중한다. 참석자들은 교실 혁명을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할 때인데 현 정부가 대입제도 개편에만 매달려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윤 전 장관은 현 정부의 교육정책에 대해 “공교육이 ‘사교육 없애기’를 목표로 하는 건 본말전도”라며 “자율형사립고, 특목고를 없애자는 건 극단적 평준화로 다시 돌아가자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미래 교육을 위해 교사들에 대한 재교육이 필요하다고 참석자들은 입을 모았다. 서울 하나고 이사장인 김승유 전 하나그룹 회장은 “교사들이 40대 초반까지는 의욕적으로 아이들을 가르치지만 나이가 들면서 안주하며 새로움을 추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전 장관도 “교육의 핵심은 교사다. 국내 교사들의 수준은 해외에서도 부러워할 정도로 높다. 지금이라도 이들이 변할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했다.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직장인 임모 씨(36)는 여섯 살 딸을 지난달부터 ‘영어유치원’으로 불리는 유아 대상 영어학원에 보내고 있다. 영어를 배우면서 다양한 체험활동을 하고 싶어 하는 딸을 위해 내린 결정이었다. 학원비는 월 120만 원, 맞벌이인 임 씨 부부에게도 적잖은 부담이다. 서울에서 자녀를 유아 대상 영어학원에 보내려면 월평균 102만 원을 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걱세)’이 지난해 12월 기준 서울 소재 반일제(하루 3시간 이상) 수업을 하는 유아 대상 영어학원 251곳을 전수 조사한 결과다. 학원비는 교습비와 급식, 통학차량비 등을 모두 포함한 금액이다. 연평균 학원비는 1227만 원으로 4년제 대학 연간 평균 등록금(671만 원)의 1.8배였다. 심지어 등록금이 가장 비싼 의학계열 연간 평균 등록금(962만 원)보다 265만 원 비쌌다. 학원비가 가장 비싼 강남 소재 A학원의 연간 학원비는 2692만 원으로 전국 대학 중 가장 비싼 이화여대 의대 등록금(1289만 원)의 두 배 이상이다. 서울 소재 유아 대상 영어학원은 2015년 225곳, 2016년 237곳, 지난해 251곳으로 매년 늘고 있다. 서울 강남·서초구에 251곳 중 66곳이 있다. 이곳에 인접한 강동·송파구(37곳)까지 합치면 강남 일대에 서울 유아 대상 영어학원의 41%가 몰린 셈이다. 학원들의 월평균 수업 시간은 5942분이다. 주 5일 문을 연다고 가정하면 하루 수업시간은 5시간으로, 초등학교 1, 2학년 하루 평균 수업시간(3시간 20분)보다 1시간 40분 더 길다. 사걱세 측은 “과도한 조기 영어교육을 바로잡겠다는 교육부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학원 수가 계속 늘고 있다”며 “과잉 수업은 영유아 발달을 저해하고, 가계에도 경제적으로 과도한 부담을 주고 있다”고 했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2020년부터 중고교 학생들이 배우게 될 새 역사교과서에서 대한민국 정치체제를 ‘민주주의’와 ‘자유민주주의’ 모두 쓸 수 있게 됐다. 교육부가 ‘민주주의’만 쓰도록 하겠다는 당초 입장을 바꾼 것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이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정부’라는 내용은 교과서 집필기준에서 빠진다. 교육부는 23일 ‘초등 사회과, 중등 역사과 교육과정 개정안’ 최종안을 공개했다. 지난달 행정예고 때까지만 해도 교육부는 기존 역사교과서 교육과정과 집필기준에 있던 ‘자유민주주의’를 ‘민주주의’로 모두 바꿀 방침이었다. 집필기준은 교육과정을 어떻게 검정교과서에 담을지 정리한 지침으로 각 출판사가 만든 검정교과서의 검정 기준이다. 이번 최종안에는 헌법 전문에 등장하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와 ‘자유·평등·인권·복지 등 다양한 가치를 포괄하는 민주주의’라는 표현이 추가됐다. 민주주의 외 다양한 표현을 쓸 수 있도록 교육부가 한발 물러선 것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위헌성 시비와 불필요한 논란을 차단하기 위한 취지”라며 “각 출판사 집필진이 ‘자유민주주의’라고 쓰더라도 교과서 검정의 탈락 사유로 보진 않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교육부가 절충안을 선택한 것은 거센 반발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보수 학계를 중심으로 ‘북한의 인민민주주의까지 포괄하는 것이냐’, ‘헌법상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부정한다’ 등 비판이 제기돼 왔다. 행정예고 기간(지난달 22일∼이달 12일) 동안 교육부에 들어온 608건의 의견 중 민주주의 기술에 대한 반대 의견이 454건에 달했다. 그럼에도 학계에서는 과거처럼 자유민주주의라고 쓴 역사 교과서가 나올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의견이 나온다. 역사 교과서 집필 경험이 있는 한 교수는 “교육과정에 자유민주적 기본질서, 민주주의의 다양성 관련 기술이 추가됐지만 자유민주주의라는 용어는 없지 않냐”며 “교과서 집필진이 교육과정에 없는 용어를 교과서에 담는 사례는 거의 없다”고 했다. 당초 예고한 대로 ‘대한민국이 한반도 내 유일한 합법정부’라는 표현이 사라진 새 집필기준도 이날 확정됐다. 현행 역사교과서 집필기준에는 ‘대한민국 정부는 유엔으로부터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 정부로 승인받은 사실에 유의한다’고 기술돼 있다. 이날 공개된 최종안은 27일 고시된다. 새 초등 사회교과서는 내년, 중고교 역사교과서는 2020년부터 현장에 배포된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대통령교육수석을 조속히 부활시켜 달라.” 국내 최대 교원단체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하윤수 회장(사진)이 17일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를 갖고 문재인 정부 들어 사라진 대통령교육수석비서관(교육수석)의 부활을 건의했다. 현 정부에서 교육수석이 교육문화비서관으로 격하되면서 교육정책 컨트롤타워 기능이 약해졌다는 판단이다. 하 회장은 “갈등 조정 능력과 리더십의 부재로 혼란이 반복되면서 교육에 대한 국민 지지율은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며 “교육정책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종합해 정무적으로 판단할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박근혜 정부 시절 교육정책을 챙기던 대통령교육문화수석은 문재인 정부 들어 대통령사회수석 산하 교육문화비서관으로 직위가 격하됐다. 현재는 김수현 사회수석이 교육 외에도 부동산 복지 환경 여성 등 사회 전반을 총괄하고 있다. 하 회장은 “16일 국회가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를 교육위원회와 문화체육관광위원회로 분리한 것처럼 책임 있는 교육정책을 위해서는 교육수석 부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교육부와 국회, 교원단체가 상시적으로 교육 현안을 협의하는 ‘교정청’ 협의체를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퇴근 후 학부모와 학생의 연락에 시달리는 교사의 고충을 해결하기 위해 휴대전화 사용 가이드라인 마련도 교육부에 요청했다. 교총이 지난달 교사 1835명을 설문한 결과 1460명(79.6%)이 휴대전화로 인한 교권 침해가 심각하다고 답했다. ‘스쿨 미투’ 확산으로 체육수업이나 생활지도 과정에서 불가피한 교사의 신체 접촉마저 성추행으로 몰리는 문제가 있다며 현행 교원지위법에 ‘교육상 신체 접촉 기준’을 명시할 것도 촉구했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