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윤

이지윤 기자

동아일보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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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이 장바구니에 담은 세상을 들여다봅니다

leemail@donga.com

취재분야

2025-07-28~2025-08-27
역사40%
인사일반19%
문화 일반19%
문학/출판14%
미술2%
사회일반2%
종교2%
연극2%
  • [책의 향기]동물보호소에서는 안락사도 사치

    “보호소에 들어간 길고양이 절반이 자연사한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이 말엔 잔혹한 사실이 숨겨져 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보호소 고양이의 절반이 방치된 채 병들거나 또 다른 이유로 고통스럽게 죽는다는 것이다. 길고양이가 고통 없이 삶을 마치게 하려면 안락사를 시켜야 하는데, 5%만 그런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는 “안락사는 동물복지를 위해 필요한 도구”라며 “한국의 정책은 길고양이의 안락사나 입양을 배제하면서 부담을 회피하고 보호할 책임도 방기하고 있다”라고 했다. 수의사이자 사육 곰을 구조하고 돌보는 활동가인 저자가 동물이 처한 현실을 분석하고 오늘날 정책에 문제를 제기하는 책이다. 동물 보호 운동이 다분히 인간 중심적이고, 객관적 연구보단 ‘불쌍하다’와 같은 감성에 의존하고 있다며 반기를 든다. 널리 사랑받는 개, 고양이부터 혐오 대상인 쥐, 비둘기, 관심조차 없는 야생동물까지 폭넓게 짚었다. 동물을 호칭하는 언어부터 감성으로 부풀려졌다고 책은 주장한다. ‘가축’이었던 개가 ‘애완견’으로, ‘반려동물’로, 이젠 ‘가족’으로 변하는 것은 “다른 동물 종과의 차이를 부각하고 특정 동물만 특별 취급하는 세태를 악화시킨다”는 것이다. 급속한 산업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출현 등 사회적 변화에 따라 동물의 생사가 오갔다는 분석이 눈길을 끈다. 남한에서 사실상 절멸한 여우도 그중 하나다. 1970년대 정부가 ‘전국 쥐잡기 운동’을 벌이면서 쥐가 주식인 여우가 모조리 죽었다. ‘쥐약 먹은 쥐’를 잡아먹은 탓이다. 저자는 “사회를 좀먹는 존재를 박멸해야 한다는 프로파간다를 위한 국가사업이었다. 그로 인해 쥐가 주식인 포식동물종 다수가 절멸했다”고 꼬집었다. 동물이 처한 현실을 여과 없이 포착한 사진을 곁들여 설득력을 높였다. 구조된 동물을 먹여 살릴 사료와 벌레를 죽일 끈끈이가 함께 놓인 선반은 ‘생명 존중’이 모든 동물에 다 같이 적용되는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 갓길에 쓰러진 고라니 등 가슴 아프지만 직시해야 할 사진들도 담겼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5-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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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립운동가 서영해 서신-소설 문화유산 등록 예고

    일제강점기 유럽에서 독립운동을 했던 서영해 씨(1902∼?) 관련 자료를 국가등록문화유산으로 등록 예고한다고 국가유산청이 17일 밝혔다. 서 씨는 1929년 프랑스 파리에 고려통신사를 설립하고, 대한민국임시정부 외교 특파원 등으로 활동하면서 유럽 각국에 일제의 침략상을 고발한 인물이다. 이번에 등록 예고된 자료는 독립 선전 활동을 다룬 고려통신사 문서, 임정 요인들과 주고받은 서신, 서 씨가 쓴 소설 등이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5-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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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종묘 정전서 영조 증축때 상량문 나와

    종묘 정전(서울 종로구) 보수 공사 과정에서 1726년 조선 영조 때 정전을 증축하면서 적어 넣은 ‘상량문(上樑文)’이 발견된 것으로 확인됐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지난해 4월 19일 종묘 정전 건물을 이루는 19개의 방 가운데 11번째 칸의 목부재를 해체하던 중 상량문이 적힌 종이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상량문은 전통 건축에서 종도리(목조 건물 최상부 부재)를 올릴 때 길한 날을 받아 제의를 지내면서 쓴 축문이다. 종묘 정전의 개수(改修) 과정을 기록한 ‘종묘개수도감의궤(宗廟改修都監儀軌)’에 따르면 이 상량문은 “엎드려 바라건대, 상량한 뒤에 국운이 더욱 창성하고 하늘의 아름다움이 더욱 이르소서(伏願上樑之後 寶籙愈昌 天休玆至).… 산과 강이 종묘를 부축하여 더욱 오래가고 해와 달이 사직과 함께 빛나소서(山河扶戶牖而悠久 日月并宗祀而光輝)”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이번 상량문은 종도리 근처에 홈을 파낸 뒤 별도 포장이나 보관함 없이 접어 보관돼 있었다. 최자형 궁능유적본부 사무관은 “상량문 내용이 ‘종묘개수도감의궤’와 일치하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발견 즉시 국립고궁박물관에서 보존 처리한 뒤 보관 중”이라고 말했다. 국보이자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종묘 정전은 약 5년에 걸친 보수 공사를 마치고 이달 20일 시민 품으로 돌아온다. 종묘는 조선 역대 왕과 왕비의 신주를 모시고 제사를 지낸 국가 사당이다. 건물에 균열이 가거나 목재가 손상되고, 기와가 빠지는 등 문제가 이어지면서 2020년 6월 1991년 이후 29년 만의 대대적 보수 공사에 착수했다. 원래 2022년 완료할 계획이었으나 수리 범위가 넓어지면서 지체됐다. 막상 지붕을 해체해 보니 일부 목재에 충해, 세균 번식이 심했고 기울어지거나 어긋난 경우도 있었던 탓이다. 정전을 마주했을 때 느낄 수 있는 가장 큰 변화는 지붕이다. 기존에 사용됐던 공장제 기와는 모두 걷어내고 수제 기와로 바꿨다. 수제 기와는 공장제에 비해 가벼워 하중에 무리가 가지 않는다. 색상도 자연스럽다. 화학 안료로 칠해졌던 외부 단청은 전통 재료와 기법을 사용해 새롭게 시공했다. 1928년 일제강점기에 설치된 정전 앞 모르타르(시멘트에 모래를 섞고 물로 갠 것)는 떼어내고 전돌을 깔았다. 부식된 목재는 우리나라 고유종이자 ‘조선 소나무’라는 별칭으로도 불리는 육송(陸松)으로 교체됐다. 공사 과정에서 연대 조사를 통해 광해군 대(1608∼1623년)의 목재가 정전 건물에 사용됐음이 확인되기도 했다. 최 사무관은 “1592년 임진왜란으로 소실된 정전이 광해군 즉위 해에 다시 지어졌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실증 자료”라며 “그동안 문헌으로만 알려졌던 종묘의 건축사적 가치를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수리 기간 창덕궁 옛 선원전에 임시로 봉안돼 있던 조선 왕들의 신주도 다시 종묘로 돌아온다. 이를 위한 의례인 환안제(還安祭)는 20일 오후 2시부터 열린다. 환안제가 거행되는 건 1870년 이후 155년 만이자 사상 4번째다. 총 923명, 말 7필, 가마 28기가 이루는 행렬이 창덕궁에서 광화문을 거쳐 종묘까지 약 3.5km 구간을 행진할 예정이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5-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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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민이 궁궐의 주인이자 꽃”…궁중축전 개막제 연출 고선웅

    “옛날에는 궁궐의 주인이 왕이었지만, 지금은 국민이야말로 진정한 주인이자 ‘꽃’이지요.”올해로 11회째를 맞는 ‘궁중문화축전’이 이달 25일 개막제를 시작으로 다음 달 4일까지 서울 5대 고궁과 종묘에서 다채로운 행사를 선보인다. ‘2025 봄 궁중문화축전’ 개막제를 연출하는 고선웅 서울시극단 단장(사진)은 15일 “국민이자 인류를 상징하는 ‘꽃’이 역경을 거쳐 마침내 만개하는 과정을 영상과 음악으로 표현할 생각”이라며 “평화롭고 공정한 세상을 꿈꾸는 노래가 경복궁에서 울려 퍼지게 될 것”이라고 했다. 연극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 등을 만든 스타 연출가로 유명한 고 단장이 궁궐에서 공연을 선보이는 건 처음이다.서울 종로구 경복궁 흥례문 광장에서 열리는 개막제는 약 70분간 ‘꽃이다!’를 주제로 펼쳐지며 올해 궁중문화축전의 문을 연다. 이번 공연에는 뮤지컬 배우 김소현과 소리꾼 김준수, 국립국악원 및 국가유산진흥원 예술단 등이 출연한다. 김소현은 영화 ‘미션’의 배경음악(OST)로도 유명한 ‘넬라 판타지아’를 부를 예정이다. 고 단장은 “정치를 포함한 모든 것을 있게 한 존재가 국민임을 잊지 말자는 메시지를 개막제에 담겠다”고 전했다.궁중문화축전은 서울 5대 고궁과 종묘에서 조선 궁궐 문화에 관한 다양한 공연과 전시들로 구성된다. 관람객이 경복궁 일대에서 궁중병과를 만들고 궁중무용을 추는 ‘궁중새내기’, 조선 고종이 좋아했던 음악과 스포츠를 덕수궁에서 즐기는 ‘황실취미회’ 등 체험 프로그램들도 마련됐다. 밤의 경복궁 근정전을 배경으로 국악 명인 100명이 궁중음악을 연주하는 ‘고궁음악회―100인의 여민동락’, 국가무형유산 보유자 및 이수자의 작품을 전시하는 ‘고궁만정’ 등도 개최된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5-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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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끼를 품은 석사자처럼… 유물-관람객 ‘소리없이’ 30년 지켰죠”

    《깊은 흙과 바다에서 찾아낸, 혹은 이역만리에서 되찾은 소중한 우리 문화유산들. 이 보물들이 박물관 등에서 우리와 만나기까진 여러 과정과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여기엔 누군가의 보이지 않는 노력이 곳곳에 배어 있다. 귀하고 사랑스러운 우리 문화유산을 돌보고 가꾸는 ‘지킴이’들을 격주마다 소개한다.》“다 괜찮다고, 조금만 더 버티라고…. 보살님이 다독이는 것 같았어요.”연꽃무늬 대좌(臺座) 위, 꽃장식 관을 쓴 보살. 그 오묘한 미소가 잔향을 남기는 국보 ‘구미 선산읍 금동보살입상.’ 1990년대 어느 날. 대구 수성구 국립대구박물관이 직장이던 한 30대 가장은 통로를 걷다 자주 넋을 잃곤 했다. 박물관이 소장한 이 신라시대 불상이 자꾸 말을 거는 기분이 들어서였다. 삶이 곤궁하던 시절, 오른쪽 무릎을 살짝 구부린 보살의 눈빛을 그는 평생 잊을 수가 없다. 그렇게 강산이 3번 변하는 동안, 둘은 소중한 친구가 됐다. 2023년 국내에도 소개된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웅진지식하우스)는 최근까지 20만 부 이상 팔린 스테디셀러. 당연히 한국에도 전시관엔 경비원이 있다. 박물관의 안전과 질서를 관리하는 이들의 정식 명칭은 ‘방호관(防護官)’. 대구박물관의 권영일 방호주사보(59)는 올해 30년 근속을 맞는 최고참 방호관이다. 1994년 박물관 개관 뒤 이듬해 입사한 권 주사보는 신출내기 때만 해도 고민이 많았다. “혼자 벌어 본가와 처가까지 먹여 살려야 하는 처지”였기 때문이다. 그는 “퇴근 뒤 밤마다 온갖 아르바이트를 해야 했다”며 “하소연할 데가 없어 끙끙 앓을 때 금동보살이 위로해주는 기분이 들었다”고 한다. 방호관 하면 침묵 속에서 일하는 이들을 떠올리기 쉽다. 실제로 권 주사보도 초창기엔 “종일 그림자 생활이 쉽지 않았다”고 했다. 그만큼 낮이고 밤이고 눈에 띄지 않는 자리에서 문화유산과 관람객의 안전을 지키는 게 최우선이다. 하지만 의외로 관람객과의 ‘접촉’도 적지 않다. “이 불상 어디 있어요?” “이거 진품 맞아요?” 등의 질문들이 쏟아진다. 그러다 보니 권 주사보도 자연스레 문화유산 공부를 이어갔다. 행여나 위압적으로 보일까봐 사람들의 기분도 꼼꼼히 살폈다. 심심찮게 출몰하는 ‘빌런(악당)’을 응대하는 실력 역시 늘었다. 권 주사보는 “이유 없이 악을 쓰거나 주위에 시비를 거는 이들을 순식간에 잠재우는 비법은 바로 ‘토기’ 이야기”라고 했다. “후기 신라 토기는 가야 토기에 비해 굽는 온도가 100도 이상 높아요. 이는 훗날 신라가 가야를 정복하는 기술적 바탕이 됐다고 합니다. 이런 이야기를 풀어나가면 흥미롭고 숙연해서인지, 신기하게 행패를 부리다가도 조용히 경청해요.” 돌아보면 힘든 나날이 많았지만, 권 주사보에게 방호관은 “천운이자 천직”이었다. 아이들을 데리고 놀이동산 갈 형편이 못 됐던 젊은 시절. 대신 방방곡곡 ‘탑 구경’을 다니며 시름을 잊었다. 그 계기도, 대구박물관에 있는 통일신라시대 보물 ‘의성 관덕동 석사자’였다. “삼층석탑 기단(基壇)의 일부인데, 통상 석물은 대리석을 쓰는데 이 석사자는 사암으로 만들어졌어요. 어찌 보면 특별할 게 없지만, 새끼를 품은 채 살아남은 모습이 저 같았어요. 원래 석사자가 있던 탑 터를 물어물어 찾아갖죠. 그때부터 가족이랑 탑만 150개 넘게 보러 다녔습니다.” 그런 열정이 일터에서도 통한 걸까. 권 주사보는 대구박물관에서 꽤나 유명인사다. 많은 아이들이 ‘박물관 아저씨’라 부르며 친근함을 표한다. 20여 년 전엔, 놀 곳이 마땅찮은 동네 아이들이 자주 박물관에 몰려와 우당탕탕 칼싸움을 했다고 한다. ‘박물관 아저씨’는 그때마다 소란스러운 아이들에게 책을 읽거나 문화유산을 공부하는 ‘벌’을 내렸다. 이제 그 아이들이 번듯한 어른이 돼 인사하러 온다. “100원짜리 자판기 코코아를 사줬던 꼬마가 얼마 전 ‘의사가 됐다’며 왔더라고요. ‘아저씨, 집에 온 것 같아요’라며 고급 커피를 건네는데, 마음이 뭉클했어요. 제 일이니까 열심히 했을 뿐인데…. 제가 되레 고맙지요. 그저 박물관엔 유물과 관람객들을 소리 없이 지키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알아주면 좋겠습니다.” 권 주사보는 내년 12월이면 정년퇴임을 맞는다. 그때면 30년 몸 담은 직장을 ‘손님’으로 찾게 될 터. 그때도 금동보살은 그에게 미소를 건넬 것이다. 수고했다고, 객이 아니라 ‘집’에 잘 돌아왔다고. 변함 없는 벗의 마음으로.대구=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5-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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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3기록물, 국가폭력-진실규명 담은 희귀자료”

    《제주 4·3-산림녹화 기록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제주 4·3 기록물’과 ‘산림 녹화 기록물’이 10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됐다. 제주 4·3 기록물은 1947∼1954년 제주도에서 벌어진 민간인 학살 관련 기록물이며, 산림 녹화(綠化) 기록물은 6·25전쟁 뒤 황폐화된 국토의 녹지화에 대한 자료들이다. 우리나라 현대사의 아픔과 회복을 담은 2건의 기록물들이 인류가 함께 기억해야 할 유산으로 인정받았단 평가가 나온다. 이번 등재로 한국은 훈민정음과 난중일기, 4·19혁명 기록물, 5·18민주화운동 기록물 등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20건을 보유하게 됐다.》‘제주 4·3 기록물’과 ‘산림 녹화 기록물’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Memory of the World)으로 등재됐다. 1997년 ‘훈민정음(해례본)’과 ‘조선왕조실록’ 등재로 첫발을 디딘 한국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은 이제 20건으로 늘어났다. 유네스코 한국위원회와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10일 오후(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221차 유네스코 집행이사회에서 ‘제주 4·3 기록물’과 ‘산림 녹화 기록물’이 세계기록유산으로 최종 등재됐다. 1992년부터 시작된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은 세계적 영향력을 가진 것으로 판단되는 인류의 주요 기록들이 선정 대상이다. 책과 사진, 지도, 악보, 음성기록물 등을 포함한다. ‘제주 4·3 기록물’은 1947년부터 1954년까지 제주도에서 벌어진 민간인 학살과 관련된 기록물을 일컫는다. 당시 희생자와 유족의 피해신고서 및 구술 증언, 민간과 정부 기관의 진상 규명 과정 등 1만4673건을 아우른다. 정부와 미군, 봉기 세력 등 이해당사자들이 각자 생산한 기록물들도 포함됐다. 4·3 기록물은 냉전이 확산되면서 지역별로도 발생했던 당시 세계적인 양상을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희귀한 자료로 평가됐다. 유네스코 한국위원회는 “국가 폭력과 진실 규명, 역사적 화해의 과정을 담은 기록물로서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며 “한국 현대사의 아픔과 회복이 세계가 함께 기억해야 할 가치 있는 기록으로 인정받은 것”이라고 밝혔다. 김창범 4·3희생자유족회장은 “4·3 영령과 희생자, 유족에게 기록물을 전달하고 싶다”며 “이번 등재를 계기로 상처가 조금은 아물기를 소망한다”고 말했다. ‘산림 녹화 기록물’은 6·25전쟁 이후 황폐화된 국토에서 정부와 민간의 협력으로 산림 녹화(綠化)에 나선 경험을 담은 자료다. 녹화 사업과 관련된 관보, 법령, 책자, 사진 등 9619점으로 이뤄졌다. ‘대규모 사방사업(砂防事業·황폐지 복구 예방 사업)’, ‘화전정리사업’ 등에 관한 기록물은 다른 국가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사례로 평가받았다. 국가유산청은 “한국은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 반열에 오르며 산림 녹화에도 성공한 거의 유일한 국가로 꼽힌다”며 “기후변화 대응과 사막화 방지 등 국제적 이슈에도 본보기가 된다”고 설명했다. 이번 등재로 우리나라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20건을 보유하게 됐다. ‘승정원일기’(2001년)와 ‘동의보감’(2009년) ‘5·18민주화운동 기록물’(2011년) ‘난중일기’(2013년) ‘4·19혁명 기록물’(2023년) 등이 등재돼 있다. 한편 이날 유네스코 집행이사회는 충북 단양지질공원과 경북 동해안지질공원, 북한 백두산을 세계지질공원으로 등재했다. 이로써 국내 세계지질공원은 강원 한탄강과 광주 무등산 등 7곳으로 늘었으며, 북한은 처음으로 세계지질공원을 보유하게 됐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제주=송은범 기자 seb1119@donga.com}

    • 2025-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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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더 빨리, 더 많이… ‘효율성 불도저’는 무엇을 밀어버렸나 [책의 향기]

    넷플릭스 ‘곤도 마리에’는 ‘곤도’라는 인물이 난장판으로 어질러진 집을 순식간에 정리하는 쇼 프로그램이다. 그는 “더 이상 마음이 동하지 않는 물건은 버리라”고 조언하고, 남은 건 수납함에 차곡차곡 넣는다. 집 정리를 의뢰한 사람의 표정이 한결 산뜻해진다. 단순한 콘셉트지만 2019년 첫 방송 이후 세계적인 열풍을 일으켰다. 그러나 이 책의 저자는 이 프로그램을 두고 “최적화를 추종하는 우리 시대의 산물이자 전형”이라며 “경제성이라는 커다란 공공선을 위해 개개인의 효율화가 기여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남긴다”고 꼬집었다.집 정리부터 연애 상대 매칭, 농업 생산까지 ‘최적화’가 만능이라는 믿음의 이면을 까발리는 책이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데이터 과학자로 일했던 응용수학자가 썼다. 라틴어 ‘optimus’(최선)를 어원으로 둔 최적화의 정의부터 역사와 부작용까지 샅샅이 짚었다.20세기 미국에서는 적은 토지와 노동으로 더 많은 식량을 생산하기 위한 ‘최적화’ 농업이 시작됐다. 인간이 아닌 기계가 수확하기에 더 쉬운 밀 품종을 개발했고, 값싸면서도 잡초와 병충해를 강력히 퇴치할 화학물질을 뿌려댔다. 그 결과는 어땠을까.논밭에서 흘러나와 수로로 들어간 화학물질은 멕시코만에 광활한 ‘데드 존’(생명체가 살 수 없는 환경)을 만들었다. 합성비료로는 토양의 자연적인 재생 능력을 대체하기도 어려웠다. 농부들은 고급 장비, 신품종 종자 구입 등에 드는 비용이 크게 늘어난 반면 대량 생산된 곡물 값은 내렸다. 한때 농경으로 결속됐던 지역사회는 서서히 무너졌다. 소비자에게도 여파는 어김없이 나타났다. 합성비료와 단일재배 등으로 곡물에서 영양소가 줄어들자 따로 영양제를 사 먹게 됐다.저자는 특히 최근 20년 새 수학적 연산력이 폭발적으로 성장함에 따라 최적화 모델이 고도화, 대형화하면서 일상과 더 큰 괴리를 낳았다고 주장한다. 효율화 모델로 생산성은 높였지만 예기치 못한 사태에서 충격을 완화해줄 여분의 자원, 지역 공동체마다 고유하게 품고 있던 ‘장소적 감각’ 등을 잃어버렸다는 것이다. 저자는 대신 “각종 계획위원회와 임상시험 등 미봉책만 늘어난다”고 지적했다.최근 화두인 기후 위기에 ‘최적화된 방식’으로 대처하는 것에도 허점이 있다. 책에 따르면 연산력이 높아지면서 변화를 예측하는 모델이 점점 복잡해진 만큼 그 해법 또한 복잡해졌다. 탄소세, 배출권 거래제, 그린뉴딜 등 정교하게 설계된 수학적 해법들이 쏟아졌다. 국가 간 조약과 기업 인센티브를 아우르는 거대 현상이 된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접근은 ‘해결을 위해 노력한다’는 이미지만 만들었을 뿐 실제론 현실을 거의 개선하지 못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오히려 평범한 사람들에게 ‘개인은 아무리 노력해도 직접적으로 별 효과를 미칠 수 없다’는 무력감만 키웠다는 것이다.저자는 끝으로 끊임없는 최적화 대신 “만족스러운 최적값을 찾아 최적화를 멈출 타이밍을 가늠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각국 정치가 복잡한 국제 관계에서 한발 벗어나 내부 공동체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기업은 부의 축적이라는 강박에서 벗어나 각종 효율화 모델에 내재된 취약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최적화의 여파로 이득을 봤거나 손해 본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현장감을 더했다. 다만 통계나 논문 자료 등 객관적 근거가 다소 빈약한 점은 아쉽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5-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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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예박물관, 평안북도 지방관의 송덕을 기린 희귀 자수 병풍 공개

    19세기 평안북도 지방관의 송덕을 색색깔 자수로 기린 20폭 병풍이 처음 공개됐다. 서울 종로구 서울공예박물관은 11일 박물관에서 개최한 언론공개회에서 약 2년 3개월에 걸쳐 보존처리를 마친 ‘행구성군수 오일영 자수 만민송덕 병풍’을 선보였다. 서울시 유형문화유산인 이 병풍은 1897년부터 약 3년간 평안북도 구성군수를 지낸 오일영의 공덕을 기리기 위해 제작된 20폭 자수 병풍이다. 오일영은 백성의 세금 부담을 덜고, 장기간 해결되지 못한 송사를 공정하게 처리하면서 신뢰를 얻었다. 오문선 수집연구과장은 “군수의 선정에 감동한 구성군민이 자발적으로 뜻을 모아 자수 병풍을 제작했다”며 “지방관의 송덕을 기리는 자료로는 송덕비(頌德碑) 등이 일반적이며, 병풍 형식으로 제작된 사례로는 유일하다”고 설명했다.병풍에는 이를 제작한 구성군민의 이름과 지역 경관, 지리 정보 등이 자수로 정교하게 표현됐다. 제1폭에는 당시 연호인 ‘광무 2년(1898)’과 제목이 붉은 실로 수놓였고, 제2, 3폭에는 병풍 제작 경위가 기록됐다. 이어지는 14폭의 화면에는 구성군민 2400여 명의 이름이 붉은색, 연녹색, 보라색 등 다양한 색실로 남아있다. 마지막 4개 폭에는 구성군의 지도가 자세히 담겼다. 성문 5개와 성벽, 도로 등 주요 시설과 굴암산, 용담폭포를 포함한 구성 8경이 색색깔 실로 표현됐다. 이량미 학예연구사는 “실선으로 도로, 하천 등을 표시했고 군사시설, 종교시설 등도 기록됐다”며 “향후 상설전시실에 전시돼 관람객을 만날 예정”이라고 말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5-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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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림녹화기록물’ ‘제주4·3기록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산림녹화기록물’과 ‘제주4·3기록물’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이 됐다. 이로써 우리나라가 보유한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은 총 20건으로 늘었다.국가유산청은 “10일 오후 11시(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221차 유네스코 집행이사회에서 ‘산림녹화기록물’과 ‘제주4·3기록물’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최종 등재됐다”고 11일 밝혔다. 1992년 설립된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은 세계적 영향력이 있는 인류의 중요한 기록을 대상으로 선정된다. 책, 사진, 지도, 악보, 음성기록물 등을 포함한다. 산림녹화기록물은 6·25 전쟁 이후 황폐화된 국토에 정부와 민간의 협력으로 산림을 녹화(綠化·산이나 들에 나무나 화초를 심어 푸르게 함)한 경험이 담긴 자료다. 녹화 사업과 관련된 관보, 법령, 공문서, 책자, 사진 등으로 이뤄졌다. ‘대규모 사방사업(砂防事業)’, ‘화전정리사업’, ‘산림계의 자발적 연료림(땔감에 쓰일 목재 생산을 목적으로 하는 산림) 조성’ 등에 관한 기록물은 다른 국가에서 찾아보기 힘든 사례로 평가됐다.국가유산청은 “우리나라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산림녹화에 성공하고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의 반열에 오른 유일한 국가로 꼽힌다”며 “산림녹화기록물은 개발도상국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교육·훈련, 산림 ODA(국제개발협력) 사업 등에서 참고할 수 있는 본보기”라고 말했다. 기후변화, 사막화 등 환경 문제에 활용 가능하다는 점도 등재 결정에 고려됐다.‘제주4·3기록물’은 1947년부터 1954년까지 제주도에서 벌어진 민간인 학살과 관련된 기록물이다. 당시 희생자와 유족의 피해신고서 및 구술증언, 민간과 정부 기관의 진상 규명 과정 등을 아우른다. 정부, 미군, 봉기 세력 등 이해당사자들이 각자 생산한 기록물도 포함됐다.특히 세계적 냉전이 전 지구적으로 확산하고, 지역별로도 압축되는 양상을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희귀한 자료라는 점에서 가치를 인정받았다. 국가유산청은 “세계사적으로 인권의 중요성을 알려주고, 제주도민들의 화해와 상생 정신을 통해 아픈 과거사를 해결하는 새로운 길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이번 등재로 우리나라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20건을 보유한 국가가 됐다. 앞서 훈민정음(1997), 조선왕조의궤(2007), 고려대장경판 및 제경판(2007), 새마을운동기록물(2013), 국채보상운동기록물(2017) 등이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됐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5-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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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뷔 40년 맞은 채시라, 57세에 무용수 변신

    데뷔 40주년을 맞은 배우 채시라(57)가 무용수로 정식 데뷔한다. 국립정동극장은 10일 “다음 달 8일부터 6월 28일까지 극장 개관 30주년을 맞아 공연되는 전통연희극 ‘단심(單沈)’에 채시라가 특별 출연한다”고 밝혔다. 정동극장 예술단의 창작 신작인 ‘단심’은 고전 설화인 ‘심청’을 주인공 심청의 내면에 초점을 맞춰 현대적으로 재창작한 작품이다. 채시라는 해당 무용극에서 ‘용궁 여왕’ 역을 맡았다. 채시라는 평소 무용에 관심이 많았다. 지난해 제45회 서울무용제에서 홍보대사로 활동하며 직접 무용을 선보이기도 했다. 정식으로 무용 작품에 출연하는 건 ‘단심’이 처음이다. 1985년 드라마 ‘고교생 일기’로 데뷔한 그는 1980년대 ‘책받침 여신’ 중 한 명으로 꼽히며 큰 인기를 끌었다. 이후 드라마 ‘여명의 눈동자’ ‘아들과 딸’ ‘서울의 달’ 등에 출연하며 당대 최고의 스타로 자리 잡았다. 채시라는 무용수 데뷔에 대해 “배우가 되기 전에 무용수를 꿈꾸던 시절도 있었다”며 “무용수들과 함께 무대를 꾸밀 생각에 설렌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번 공연은 2023년 미국 뉴욕에 진출한 한국무용 히트작 ‘일무’를 선보였던 정구호가 연출가로 참여한다. 안무는 서울시무용단장 출신인 정혜진이 맡았다. 정 연출가는 “(심청의) 스토리에 머무르지 않고 심청이란 인물 자체에 좀 더 집중했다”며 “심청의 내면 세계와 갈등을 잘 표현한 작품이 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5-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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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7세 채시라, 무용수 정식 데뷔…전통연희극 ‘단심’ 특별출연

    데뷔 40주년을 맞은 배우 채시라(57)가 무용수로 정식 데뷔한다.국립정동극장은 10일 “다음 달 8일부터 6월 28일까지 극장 개관 30주년을 맞아 공연되는 전통연희극 ‘단심(單沈)’에 채시라가 특별출연한다”고 10일 밝혔다. 정동극장 예술단의 창작 신작인 ‘단심’은 고전 설화인 ‘심청’을 주인공 심청의 내면에 초점을 맞춰 현대적으로 재창작한 작품이다. 채시라는 해당 무용극에서 ‘용궁 여왕’ 역을 맡았다.채시라는 평소 무용에 관심이 많았다. 지난해 제45회 서울무용제에서 홍보대사로 활동하며 직접 무용을 선보이기도 했다. 정식으로 무용 작품에 출연하는 건 ‘단심’이 처음이다.1985년 드라마 ‘고교생 일기’로 데뷔한 그는 1980년대 ‘책받침 여신’ 중 한 명으로 꼽히며 큰 인기를 끌었다. 이후 드라마 ‘여명의 눈동자’ ‘아들과 딸’ ‘서울의 달’ 등에 출연하며 당대 최고의 스타로 자리 잡았다.채시라는 무용수 데뷔에 대해 “배우가 되기 전에 무용수를 꿈꾸던 시절도 있었다”며 “무용수들과 함께 무대를 꾸밀 생각에 설렌다”고 소감을 밝혔다.이번 공연은 2023년 미국 뉴욕에 진출한 한국무용 히트작 ‘일무’를 선보였던 정구호가 연출가로 참여한다. 안무는 서울시무용단장 출신인 정혜진이 맡았다. 정 연출가는 “(심청의) 스토리에 머무르지 않고 심청이란 인물 자체에 좀 더 집중했다”며 “심청의 내면 세계와 갈등을 잘 표현한 작품이 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5-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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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00년前 침몰한 조선시대 조운선 ‘마도4호선’ 인양 착수

    조선 초 세곡과 공납품을 실어 나르다가 침몰해 약 600년간 바닷속에 잠겨 있던 조운선 ‘마도4호선’이 인양된다.국립해양유산연구소는 충남 태안군 마도 인근 해역에서 마도4호선의 인양을 시작한다고 8일 밝혔다. 마도4호선은 2014년 우리 바다에서 처음으로 발견된 조선시대 선박이다. 이듬해 발굴 조사에서 분청사기(사진)와 목간 등 유물이 다수 나왔다. 연구소 관계자는 “올해 발굴 10주년을 맞아 총 14차에 걸쳐 조사와 함께 선체 인양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양한 선체 조각은 국립태안해양유물전시관에서 보존 처리되며, 인양 뒤 주변도 추가 조사한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5-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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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선 부채의 마법… 나뭇잎 소리-난꽃향 살랑살랑

    부채에 그려진 댓잎이 부드러운 여름 바람에 흔들리는 듯하다. 농담(濃淡)을 절묘히 오가는 청록빛은 청량한 느낌을 준다. 바스락대는 소리가 절로 날 것만 같은 부채 위쪽엔 짧은 묵서가 가지런히 적혔다. “여름날 더위를 식히는 데 사용하십시오.” 19세기 청나라 학자 섭지선(葉志詵)이 조선 정조의 사위였던 문인화가 해거재 홍현주(海居齋 洪顯周)에게 그려 선물한 부채 그림 ‘청죽(靑竹)’이다. 9일 서울 성북구 간송미술관에서 개막하는 ‘선우풍월(扇友風月): 부채, 바람과 달을 함께 나누는 벗’에서 처음으로 관객을 만난다. 미술관이 1977년 개관 6주년을 맞아 부채 소장품을 선보인 이후 48년 만에 ‘선면(扇面) 서화’를 한 데 모았다. 7일 미술관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김영욱 간송미술관 전시교육팀장은 “조선 후기에 부채는 단순 소품이나 생활용품을 넘어 예술품으로 각광받았다”며 “문인들은 부채를 선물로 주고받으며 교류했고, ‘청죽’은 조선과 청나라의 문인 간에 교류가 활발했음을 보여주는 자료”라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는 18세기 이후 조선과 청나라의 선면서화 54건을 선보인다. 단원 김홍도(檀園 金弘道)의 작품을 비롯해 오세창, 안중식, 조석진 등 널리 알려진 서화가들의 작품을 아우른다. 조선 화가 혜천 윤정(1809∼?)이 중국 강남 지방의 절경을 그린 ‘삼오팔경’ 등 23건도 최초로 공개된다. 특히 조선 후기 서화의 거장 추사 김정희(1786∼1856)와 관련된 작품들이 눈길을 끈다. 추사가 짙은 먹으로 투박하게 그린 버섯, 흐린 먹으로 날렵하게 그린 난꽃이 부채 한 폭에 어우러지는 ‘지란병분(芝蘭並芬)’ 등을 선보인다. 추사를 스승으로 모셨던 우봉 조희룡(1789∼1866)의 ‘난생유분(蘭生有芬)’과 ‘분분청란(芬芬靑蘭)’이 위아래로 함께 전시돼 비교해 보는 재미가 있다. 김 팀장은 “추사로부터 배운 것이 고스란히 반영된 ‘난생유분’과 달리 추사와 엮여 덩달아 유배된 뒤 그린 ‘분분청란’은 스승의 화풍에서 탈피한 경향이 드러난다”며 “울분으로 인해 잡초처럼 어지러이 표현됐다”고 했다. 다음 달 25일까지.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5-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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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채 주고받으며 교류한 문인들… 그려놓은 ‘마음’이 바람타고 솔솔

    부채에 그려진 댓잎이 나직한 여름 바람에 흔들리는 듯하다. 짙고 옅은 농담을 절묘히 오가는 청록빛은 청량한 느낌을 준다. 바스락대는 소리가 절로 날 것만 같은 부채 위쪽엔 짧은 묵서가 가지런히 적혔다. “여름날 더위를 식히는 데 사용하십시오”.19세기 청나라 학자 섭지선(葉志詵)이 조선 정조의 사위였던 문인화가 해거재(海居齋) 홍현주에게 선물한 부채 그림 ‘청죽(靑竹)’이다. 9일 서울 성북구 간송미술관에서 개막하는 ‘선우풍월(扇友風月): 부채, 바람과 달을 함께 나누는 벗’에서 처음으로 관객을 만난다. 1977년 미술관 개관 6주년을 맞아 부채 소장품을 선보인 이후 48년 만에 선면(扇面) 서화를 한 데 모았다.7일 미술관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김영욱 간송미술관 전시교육팀장은 “조선 후기에 이르자 부채는 단순 소품이나 생활용품을 넘어 예술품으로 각광받았다”며 “문인들은 부채를 선물로 주고받으며 교류했고, 그 중 ‘청죽’은 조선 문인과 청나라 문사 간 활발한 교류가 이뤄졌음을 보여주는 역사적 자료”라고 설명했다.이번 전시는 18세기 이후 조선과 중국 청나라의 선면서화 54건을 엄선해 선보인다. 우리나라 근대 미술계를 이끈 단원(檀園) 김홍도, 우봉(又峰) 조희룡의 작품부터 오세창, 안중식, 조석진 등 잘 알려진 서화가들의 작품까지 아우른다. 혜천(惠泉) 윤정이 중국 강남 지방의 절경을 그린 ‘삼오팔경’을 비롯해 총 23건이 최초로 공개된다.전시작 중에는 시와 서화에 능했던 조선 후기의 대문호이자 고유한 ‘추사체’로 유명한 추사(秋史) 김정희에 관련된 작품들이 눈길을 끈다. 추사가 짙은 먹으로 투박하게 그린 버섯, 흐린 먹으로 날렵하게 그린 난꽃이 부채 한 폭에 어우러지는 ‘지란병분’ 등이 전시됐다. 추사를 스승으로 삼았던 우봉 조희룡의 ‘난생유분’과 ‘분분청란’은 위아래로 함께 전시돼 비교해보는 재미가 있다. 김 팀장은 “추사에게 배운 내용이 고스란히 반영된 ‘난생유분’과 달리, 추사와 엮여 덩달아 유배된 뒤 그린 ‘분분청란’은 스승의 화풍에서 탈피한 경향이 드러난다”며 “울분으로 인해 잡초처럼 어지러이 표현됐다”고 했다. 다음 달 25일까지. 5000원.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5-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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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밀레, 에밀레, 에밀레… 맥놀이 신비 온몸으로 느끼다

    장중하면서도 맑고 고아한 종소리가 전시실을 10분마다 가득 메웠다. 소리는 커졌다가 잦아들기를 반복하면서 관자놀이 부근에서 일렁였다. 앉은 의자에서 느껴지는 진동이 온몸을 소리로 떨리게 했다. 시주로 바쳐진 아이가 엄마를 향해 ‘에밀레’ 우는 것처럼 들린다 하여 ‘에밀레종’으로도 불리는 국보 ‘성덕대왕신종’의 타종 소리다.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 3층의 가로세로 10m 크기 전시실. 2015년 이후 줄곧 휴게 공간이었던 이곳이 성덕대왕신종 ‘감각전시실’로 탈바꿈했다. 1일 전시실에서 만난 임진아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사는 “성덕대왕신종은 은은하면서도 길고 깊은 소리를 내도록 설계된 우리나라 범종(梵鐘)의 수작”이라면서 “관람객이 다양한 감각을 통해 그 아름다움을 체험할 수 있게 하고자 전시를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성덕대왕신종은 771년 완성된 통일신라의 범종이다. 구경이 약 323cm에 이른다. 국내에 남아있는 가장 큰 종이자 유일하게 소리가 온전히 보전된 대종(大鐘)으로 꼽힌다. 하지만 유물 보호를 이유로 1992년 이후로는 주기적 타종이 중지돼 그 소리를 듣기 어려워졌다. 새로 만든 전시실은 국립경주박물관이 2020년부터 약 3년간 진행한 연구·조사를 바탕으로 실제 타종 및 녹음한 종소리를 체험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특히 감각전시실은 성덕대왕신종이 내는 특별한 소리의 핵심인 ‘맥놀이(소리 강약이 반복되며 길게 이어지는 현상)’를 제대로 구현하는 게 중요했다. 성덕대왕신종은 고유 주파수인 64.18Hz와 64.52Hz가 서로 간섭하면서 소리가 강해졌다 약해지기를 반복한다. 종 내외부 구조가 미세하게 비대칭을 이루는 것 등이 그 원인이다. 전시를 감수한 조완호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성덕대왕신종은 약 3초 간격으로 맥놀이 주기가 발생한다. 1초보다 짧으면 귀에 거슬리고, 10초 이상이면 알아채기 힘들었을 것”이라며 “세계적으로 유명한 많은 대종이 있지만, 이렇게 균형감 높은 맥놀이는 잘 발견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전시실은 모서리마다 저주파 소리가 강화된 스피커(우퍼) 각각 1대씩 4대를 배치됐다. K팝 기획사나 레이블에서 자주 사용되는 모델이다. 사운드 디자인을 맡은 곽동엽 씨는 “우퍼 한 대로도 충분한 공간이지만 소리가 중앙으로 모였다가 확산하는 느낌을 내고자 4대를 활용했다”며 “여러 대가 동시 재생되면 동일한 주파수의 소리끼리 부딪쳐 사라질 수 있기에 우퍼별로 2∼3ms씩 시간차를 두고 종소리를 재생한다”고 말했다. 전시실 내 의자에는 ‘셰이커’(소리의 압력을 전달하는 진동기)가 부착돼 있다. 피부로도 맥놀이를 느끼게끔 한 것. 셰이커는 통상 드럼 연주자의 의자나 전자음악 DJ의 발판에 사용되는 장치다. 곽 씨는 “우퍼를 여러 대 쌓아서 음량을 키우면 자연스럽게 진동이 전달되지만 다른 전시실의 유물에 지장을 준다는 문제가 고려됐다”고 했다. 의자에 앉으면 폭 4m, 높이 4m의 대형 LED 화면을 통해 종소리를 눈으로도 감상할 수 있다. 소리 파형이 마치 회오리처럼 빠르게 퍼져나가는 형상을 표현한 미디어아트다. 실제 성덕대왕신종을 쳤을 때 발생하는 음향신호 정보를 토대로 제작됐다. 조 연구원은 “성덕대왕신종 주위로 마이크로폰 120개를 둘러싸고서 신호를 측정했다”며 “공간으로 퍼져나가는 종소리의 파동 형태를 재구성한 것”이라고 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5-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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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바나나 없는 바나나맛… 우린 종종 삶을 흉내낸다

    박수무당 경력 30년 차에 돌연 신기(神氣)를 잃어버린 주인공 문수. 신기 들린 연기를 하면서 애써 ‘니세모노(にせもの·가짜)’ 처지를 부정하는 그의 앞집에 에코백에 무령을 매단 ‘신애기’가 이사 온다. 문수는 앳된 무당을 업신여기지만, 신애기는 이내 오금이 저리게 하는 눈빛으로 독침을 쏜다. “흉내만 내는 놈이 뭘 알겠냐만.”(‘혼모노’) “바나나맛이 나지만 바나나는 아닌 우유.” 진짜와 가짜의 경계에 놓인 것들로 가득한 오늘날의 세태를 예리하게 포착한 단편들이 수록된 책이다. 저자는 2019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서 당선된 뒤 소설집 ‘빛을 걷으면 빛’, 장편소설 ‘두고 온 여름’ 등을 펴내며 평단의 주목을 받아 왔다. 표제작을 비롯해 대규모 집회 한복판에서 혼란을 겪는 재미교포를 그린 ‘스무드’ 등 블랙코미디 같은 소설 7편이 담겼다. 수록작 ‘길티 클럽: 호랑이 만지기’는 “누가 좋아하는 영화를 물어보면 당황하며 마블… 정도를 꼽고, 멜론 순위권에 있는 노래만 듣던” 평범한 주인공이 문제적인 영화감독의 팬클럽에 가입하게 되며 벌어지는 일을 그렸다. 취향이랄 게 별로 없다가 논란이 많은 감독의 열렬한 팬이 된 주인공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 맹목적 팬으로 거듭난다. 이 과정에서 파생되는 심리적 혼란 등이 실감나게 그려진다. ‘잉태기’는 임신한 딸을 둘러싼 가족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출가한 성년의 딸에 대한 엄마와 할아버지의 과도한 애정 혹은 집착은 원정출산을 하느냐 마느냐부터 사사건건 갈등을 불러일으킨다. 두 사람의 갈등이 폭발을 향해 가는 동안 정작 당사자인 딸의 목소리는 소외된다. 개성 넘치면서도 핍진성 높은 서사와 등장인물은 독자로 하여금 현실의 여러 문제를 반추하게 만든다. 이야기 속 허구와 진짜 세상을 분간하기 힘들 정도다. 간명한 문체를 타고 빠르게 질주하던 이야기가 은유하듯 따끔한 문장으로 매듭지어질 때 독자의 마음에 “펑, 무언가 터지던 순간”을 남긴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5-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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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장가계 홍보에 버젓이 쓰인 ‘폭싹’… “도둑시청 시인한 꼴”

    넷플릭스 한국드라마 ‘폭싹 속았수다’가 중국에서도 큰 인기를 끌면서 작품에서 언급한 ‘장자제(张家界·장가계)’ 시 당국이 이를 이용해 관광지 홍보에 나서고 있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이에 대해 “중국이 드라마를 몰래 훔쳐보고 있단 걸 공개적으로 시인한 꼴”이라고 지적했다.‘폭싹 속았수다’는 지난달 28일 공개된 마지막회에서 “내년 가을엔 장가계에 가서 단풍 구경하자”는 대사가 나온다. 이에 장자제 시는 기관지인 장자제일보 소셜미디어를 통해 “장자제를 언급해줘 감사하다”며 “가을을 기다릴 필요 없이 지금 바로 출발하라”고 게재했다. 아울러 김원석 감독과 임상춘 작가 등을 초청하겠단 의사도 밝혔다.서 교수는 4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서 “오징어게임 시즌2가 공개됐을 때와 마찬가지로 중국에선 ‘도둑 시청’이 일상”이라며 “부끄러움도 느끼지 못한다는 게 더 기막힌다. 중국 지방자치단체마저 훔쳐본 영상을 홍보에 버젓이 이용했다”고 비판했다. 현재 중국은 넷플릭스가 정식 서비스되지 않아 드라마를 합법적으로 볼 수 있는 방법이 없다. 하지만 중국평점사이트 ‘도우반’에서 평점 9.4점을 기록하는 등 버젓이 불법 시청하는 행태가 만연하다. 서 교수는 “이젠 우리 정부가 나서야만 할 때”라며 “중국의 도둑 시청을 묵과하지 말고 강하게 어필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5-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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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종교계 “헌재 결정 존중하고 화합 위해 노력해야”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선고에 대해 종교계가 “결정을 존중하고 화합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입장을 잇달아 밝혔다.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4일 재판관 8인의 일치로 파면이 결정된 데 대해 “대한민국 헌정 질서를 수호하고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회복하는 역사적 결정을 환영한다”고 입장을 냈다. 협의회는 ‘그 빛이 어둠 속에서 비치고 있다. 그러나 어둠이 빛을 이겨본 적이 없다’는 성경 구절을 인용하면서 “공정한 법리와 상식에 따라 판결에 이른 것에 경의를 표한다. 탄핵에 대한 찬반의 입장을 떠나, 헌재의 결정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승복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한국교회총연합은 “욕설과 비방과 폭력은 복음적 행동이 아니다. 깊은 통찰과 절제된 언어와 행동으로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사회가 되도록 힘쓰기 바란다”고 당부했다.한국천주교회의는 “대통령의 권력은 국민에게서 위임받은 권력이자 국민을 위하여 봉사해야 하는 권력이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언제든지 자신을 희생하겠다는 마음가짐과 태도가 정치의 근본임을 깊이 인식하는 대통령을 뽑아야 한다”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이어 “국가 권력은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화합을 이루기 위한 모든 노력을 기울여 주기를 당부한다”고 했다.원불교는 “헌법에 기초하여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바로 세운 결정”이라고 했다. 이어 “성숙한 시민의식과 우리나라의 삼권분립 원칙이 굳건히 작동하고 있음을 증명했다”며 “정치권은 이번 사태에 대해 오직 국민만을 바라보며 깊이 반성하고 자성하는 시간을 가져주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5-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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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中 경매에 ‘국보급 고구려 황금 인장’ 나온다

    6일 중국 홍콩에서 열리는 한 대형 경매에 지금까지 확인된 고구려 인장(印章) 가운데 최상급인 ‘황금 인장’(사진)이 출품된다. 진품이라면 한반도 삼국시대를 포함한 고대 국가의 금인(金印)으로는 최초로 확인된 국보급 유물이다.3일 경매회사 차이나 가디언에 따르면 해당 금인에는 ‘진고구려귀의후(晉高句驪歸義侯)’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다. 높이가 2.8cm인 인장은 말로 추정되는 모양의 손잡이가 달려 있으며, 글자가 새겨진 면은 가로세로 2.4cm 안팎이다. 현지에서 경매 추정가는 15만3800∼28만2100달러(약 2억2400만∼4억1200만 원)이다. 과거 진(晉)나라가 고구려의 왕족이나 귀족에게 수여한 관인(官印)으로 추정된다. 익명의 일본 소장가가 경매에 내놓은 것으로, 구체적인 출처 및 수집 경위 등은 알려지지 않았다. 유물 개요를 작성한 돤카이(段凱) 중국미술학원 한자문화연구소 부연구원은 “음각된 필획이 균일하고 정돈돼 있으며, 선은 직선으로 시작하고 끝난다”며 “맑고 정교한 필치가 전형적인 서진(西晉) 시대 인장 양식을 보여준다”고 평했다. 인장은 우리나라와 고대 중국 간의 외교 관계를 파악하는 중요한 자료다. 박대재 고려대 한국사학과 교수는 “고대 중국은 주변 이민족에게 ‘국왕인’(군주), ‘귀의왕후인’(내부 지배층), ‘솔선읍군장인’(하위 수장) 등 3등급으로 분류된 관인을 주면서 외교 관계를 맺었다”며 “현존하는 고구려 인장 6점이 모두 구리로 만들어진 ‘솔선’계인 것과 달리, (진품이면) 순금으로 제작된 ‘귀의후’ 인장의 존재가 처음으로 세상에 드러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국시대 신라와 백제의 인장 중에도 중국이 수여한 금인은 아직 발견된 적이 없다. 이 금인이 북방 민족에게 밀려난 진나라가 317년 강남에서 새로 터를 잡았던 동진(東晉) 시기에 보낸 것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사서에 동진과 고구려의 외교 기록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박 교수는 “수세에 몰린 동진이 고구려 등 주변국을 포섭하기 위한 외교적 수단으로 관인을 분급한 것일 수도 있다”고 했다. 지금까지 고구려 인장은 6점이 공식적으로 확인됐지만, 우리나라에서 관리되는 건 하나도 없다. 중국역사박물관 등 중국 기관이 3점을 소장하고 있고, 나머지 3점은 소장처가 불분명해 중국에서 개인이 갖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박 교수는 “또다시 중국 소장가의 손에 들어가면 외부로 공개되지 않아, 우리로선 연구 조사조차 이뤄지기 힘들다”고 우려했다. 우리 문화유산 당국도 해당 금인의 경매 출품 사실을 인지하고 진품 및 구입 여부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한상 대전대 역사문화학전공 교수는 “중국에서 고구려 인장이 몇 차례 소개됐으나 가품인 경우가 적지 않아 추가 검증이 꼭 필요하다”며 “금으로 된 유물은 과학적으로 분석해도 진위 파악이 쉽지 않아 면밀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당부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5-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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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글점자 ‘훈맹정음’ 관련 기록물 2건 복원

    일제강점기에 반포됐던 한글점자에 관한 기록물이 원모습에 가깝게 복원됐다. 국립문화유산연구원 문화유산보존과학센터는 3일 “국가등록문화유산인 ‘한글점자 훈맹정음 제작 및 보급 유물’ 일부를 보존 처리했다”고 밝혔다. 훈맹정음은 1926년 교육자 박두성(1888∼1963)이 우리 실정에 맞게 제작한 6점식 한글점자다. 관련 유물 8건이 국가등록문화유산으로 등록돼 있다. 이번에 보존 처리된 유물은 ‘맹사일지’와 ‘일지’(사진)다. 두 유물은 훈맹정음 제작과 관련된 수기 및 여러 자료를 엮어 놓은 기록물이다. 훈맹정음 제작을 위한 기계의 차용증, 당시 한글 정책에 관한 신문기사 등이 포함됐다. 그러나 낱장의 종이를 여러 장 겹쳐 접착제로 붙이거나 곳곳에서 찢김, 접힘 등이 확인됐다. 센터는 2023년 1월부터 약 2년간 ‘맹사일지’의 표지를 새로 만들어 붙이고 종이의 산성화를 예방하는 처리를 했다. ‘일지’는 결실된 부분을 복원해 원래 모습과 가깝게 만들었다. 보존 처리를 마친 유물은 소장처인 송암점자도서관으로 돌아가 전시될 예정이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5-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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