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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여러분께 ‘본질적인 취재(original reporting)’에 전념하는 어떤 언론 조직이든 지원해 달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기자들이 직접 취재하고, 사실에 바탕을 둔 보도를 하는 진짜 신문을 구독해 주시길 바랍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 회장 겸 발행인인 아서 그레그 설즈버거(46·사진)가 2일(현지 시간) “NYT가 아니어도 상관없다”며 어떤 신문이라도 구독하고 지원해 달라는 광고를 내보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설즈버거 회장은 NYT가 운영하는 팟캐스트에서 내보낸 약 1분 길이의 음성 광고에서 “보통 이런 광고에선 우리 신문(NYT)을 구독하는 게 왜 중요한지 얘기하지만, 오늘은 조금 다른 메시지를 전하려고 한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이어 “어떤 링크를 클릭해 달라는 게 아니다. 진짜 신문을 보라. 전국지도 좋고, 특히 지역 신문들은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라며 “NYT를 후원하면 그 자금으로 기자들을 현장에 파견해 인공지능(AI)으로는 절대 얻을 수 없는 사실과 맥락을 찾아내겠다”고 강조했다. 미 현지에선 설즈버거 회장의 광고에 대해 “작지만 반가운 한 걸음”이란 반응이 나오고 있다. 하버드대 저널리즘 연구조사기관 ‘니먼랩’은 “대다수 미국인은 어떤 뉴스 매체에도 비용을 지불하거나 후원하지 않는다”며 “오늘날 언론 산업이 겪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라고 평했다. 설즈버거 회장은 1896년 NYT를 인수한 아돌프 옥스의 4대 후손이다. 2018년 취임 뒤 유료 구독 모델과 디지털 콘텐츠 강화에 힘써, 하락세를 겪고 있던 NYT를 위기에서 구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경기 남양주 봉선사의 15세기 동종(銅鐘·구리로 만든 종·사진)이 1963년 국가지정유산 보물이 된 지 약 63년 만에 국보로 승격된다. 국가유산청은 “조선의 제8대 국왕 예종이 부왕(父王) 세조의 명복을 빌고자 봉선사를 지은 뒤 모신 남양주 봉선사 동종을 국보로 지정 예고했다”고 4일 밝혔다. 1469년 제작된 높이 약 2.3m의 동종은 “조선 전기 동종의 양식을 완성한 작품”으로 꼽힌다. 고려 시대 종과 비교해 입구가 넓어졌고 몸통에는 가로 띠, 보살입상 등 조선시대 등장한 종 구성 요소가 들어 있다. 봉선사 동종은 제작 시기와 제작 배경, 봉안처 등이 명확하다는 점에서 사료적 가치도 높다. 강희맹(姜希孟·1424∼1483)이 짓고 정난종(鄭蘭宗·1433∼1489)이 쓴 주종기(鑄鍾記)에 따르면 동종을 만든 장인 중 일부는 서울 종로구 흥천사명 동종, 옛 보신각 동종 제작에도 참여한 것으로 확인된다. 유산청은 고려시대 상감 청자인 ‘청자 상감쌍룡국화문 반’과 조선시대 만들어진 초상화와 보관함을 포함한 ‘유효걸 초상 및 궤’도 각각 보물로 지정 예고했다. 예고 기간 30일간 각계 의견을 검토한 뒤 문화유산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국보 및 보물 지정이 완료된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경기 남양주 봉선사의 15세기 동종(銅鐘·구리로 만든 종)이 1963년 국가지정유산 보물이 된 지 약 63년 만에 국보로 승격된다.국가유산청은 “조선의 제8대 국왕 예종이 부왕(父王) 세조의 명복을 빌고자 봉선사를 지은 뒤 모신 남양주 봉선사 동종을 국보로 지정 예고했다”고 4일 밝혔다. 1469년 제작된 높이 약 2.3m의 동종은 “조선 전기 동종의 양식을 완성한 작품”으로 꼽힌다. 고려 시대 종과 비교해 입구가 넓어졌고 몸통에는 가로 띠, 보살입상 등 조선시대 등장한 종 구성 요소가 들어있다. 봉선사 동종은 제작 시기와 제작 배경, 봉안처 등이 명확하다는 점에서 사료적 가치도 높다. 강희맹(姜希孟·1424~1483)이 짓고 정난종(鄭蘭宗·1433~1489)이 쓴 주종기(鑄鍾記)에 따르면 동종을 만든 장인 중 일부는 서울 종로구 흥천사명 동종, 옛 보신각 동종 제작에도 참여한 것으로 확인된다.유산청은 고려시대 상감 청자인 ‘청자 상감쌍룡국화문 반’과 조선시대 만들어진 초상화와 보관함을 포함한 ‘유효걸 초상 및 궤’도 각각 보물로 지정 예고했다. 예고 기간 30일 간 각계 의견을 검토한 뒤 문화유산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국보 및 보물 지정이 완료된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저는 여러분께 ‘본질적인 취재(original reporting)’에 전념하는 어떤 언론 조직이든 지원해 달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기자들이 직접 취재하고, 사실에 바탕을 둔 보도를 하는 진짜 신문을 구독해 주시길 바랍니다.”미국 뉴욕타임스(NYT) 회장 겸 발행인인 아서 그레그 설즈버거(46)가 2일(현지시간) “NYT가 아니어도 상관 없다”며 어떤 신문이라도 구독하고 지원해 달라는 광고를 내보내 화제를 모으고 있다.설즈버거 회장은 NYT가 운영하는 팟캐스트에서 내보낸 약 1분 길이의 음성 광고에서 “보통 이런 광고에선 우리 신문(NYT)을 구독하는 게 왜 중요한지 얘기하지만, 오늘은 조금 다른 메시지를 전하려고 한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이어 “어떤 링크를 클릭해 달라는 게 아니다. 진짜 신문을 보라. 전국지도 좋고, 특히 지역 신문들은 지원이 절실한 상황”며 “NYT를 후원하면 그 자금으로 기자들을 현장에 파견해 인공지능(AI)으로는 절대 얻을 수 없는 사실과 맥락을 찾아내겠다”고 강조했다.미 현지에선 설즈버거 회장의 광고에 대해 “작지만 반가운 한 걸음”이란 반응이 나오고 있다. 하버드대 저널리즘 연구조사기관 ‘니먼랩(Nieman Lab)’은 “대다수 미국인은 어떤 뉴스 매체에도 비용을 지불하거나 후원하지 않는다”며 “오늘날 언론 산업이 겪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라고 평했다.설즈버거 회장은 1896년 NYT를 인수한 아돌프 옥스의 4대 후손이다. 2018년 취임 뒤 유료 구독 모델과 디지털 콘텐츠 강화에 힘써, 하락세를 겪고 있던 NYT를 위기에서 구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접시 위에 단정히 놓인 뽀얗고 탱탱한 생선살. 그 옆엔 싱그러운 소스에 버무려 소담히 얹은 대추와 도라지.보기만 해도 군침 도는 이 생선은 조선 고관대작이 앞다퉈 맛보려 했다는 ‘종어(宗魚)’다. 1938년 동아일보 기사에서도 “한양 고관들의 미각을 가장 자극한 생선으로 이에 비할 놈이 없다”고 했을 정도다.지난달 26일 서울 중구 ‘한국의집’에서 마주한 종어구이는 지난해 가을에 저장해 둔 남도 유자를 우린 간장에 하루 잰 뒤 구워냈다. 향긋하고 부드러워, 코도 입도 즐겁다. 국가유산진흥원 산하 한국의집이 45년 만에 전면 리모델링을 마친 뒤 조만간 선보일 만찬 코스 중 하나이다.최근 10년 새 복원과 양식에 성공한 종어 요리를 비롯해 국가무형유산 ‘조선왕조 궁중음식’ 이수자인 김도섭 총괄셰프의 지휘 아래 11일부터 한국의집에서 선보이는 새로운 요리들을 미리 맛봤다.● 한식 전문가도 “말로만 듣던 생선”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종어는 “육질이 연하고 가시와 비늘이 거의 없어 조선시대 임금의 수라상까지 올랐으나, 1970년대 산업화로 멸종됐던” 토종 민물고기. 학계에선 일제강점기 ‘식재료의 상품화’가 진행되며 종어가 과대평가됐단 의견도 있으나, 과거 여러 문인들은 종어를 상당한 별미로 여겼다. 조선 후기 문신 조면호(趙冕鎬·1803∼1887)는 문집 ‘옥수집(玉垂集)’에서 글쓰기의 충만함을 구운 종어의 맛에 빗대어(硏冰牋雪我何如…懸知勝似炙鯮魚) 표현하기도 했다.한국의집이 쓰는 종어는 전북 김제의 한 양식장에서 매주 3회 직송된다. 그 맛은 굳이 따지면 몸통은 장어, 부레·껍질은 복어와 비슷하다. 뼈는 억세고 껍질은 미끄러워 손질 중 방심했다간 생선이나 손이 다칠 수 있어 다루기 쉽지 않다.요리 경력 37년 차인 김 셰프도 “말로만 듣던 종어”를 실제 조리해본 건 처음이라고 한다. 그는 “종어나 해삼처럼 과거 정말 귀했던 식재료는 조리법 기록도 거의 없어 찜과 탕, 구이 등 여러 조리법을 실험하며 고민했다”며 “1마리당 납품가가 10만 원대로 도미나 민어의 3배이고 돌돔보다도 비싸다”고 했다.● 조상들이 즐기던 ‘봄나물’ 한 상이번 신메뉴에선 각종 봄나물 요리도 근사하다. 요즘 소셜미디어에선 ‘봄동 비빔밥’이 화제인데, 한국의집 만찬에서도 선조들이 봄을 맞아 먹었다는 나물들이 다채로웠다.특히 방풍나물과 쑥갓, 취나물 등을 정갈하게 올린 봄나물밥과 봄나물전 신선로, 봄나물 복어강정 등은 별미 중의 별미. 김 셰프는 “조상들은 입춘이 되면 다섯 가지 매운맛이 나는 나물로 ‘오신반(五辛盤)’을 만들어 먹었다”며 “봄나물은 산에서 비교적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였기에 양반뿐 아니라 백성들도 새 계절의 기운을 얻고자 즐겨 먹었다”고 설명했다.식사와 함께 곁들이는 보(褓)김치도 특별하다. 배추에 밤이나 잣, 해산물 등을 하나하나 싸서 익히기에, 과거엔 부잣집이나 먹을 수 있는 귀한 음식이었다. 한국의집은 고객 1명당 1포기의 보김치를 고스란히 즐길 수 있도록 별도로 ‘보김치 담당자’도 뒀다. 일주일에 1000개 이상 만들 예정이다.그 밖에 해삼찜, 게살사슬적 등 우리 밥상에 자주 오르지 않는 식재료와 조리법으로 완성한 메뉴들이 많다. 한국의집 측은 “K푸드와 미식을 향한 관심이 높아진 지금, 다이닝뿐 아니라 한식 아카데미까지 확장해 전통 한식을 확산시키는 데 힘쓰겠다”고 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접시 위에 단정히 놓인 뽀얗고 탱탱한 생선살. 그 옆엔 싱그러운 소스에 버무려 소담히 얹은 대추와 도라지.보기만 해도 군침 도는 이 생선은 조선 고관대작이 앞다퉈 맛보려 했다는 ‘종어(宗魚)’다. 1938년 동아일보 기사에서도 “한양 고관들의 미각을 가장 자극한 생선으로 이에 비할 놈이 없다”고 했을 정도다.지난달 26일 서울 중구 ‘한국의집’에서 마주한 종어구이는 지난해 가을에 저장해 둔 남도 유자를 우린 간장에 하루 잰 뒤 구워냈다. 향긋하고 부드러워, 코도 입도 즐겁다. 국가유산진흥원 산하 한국의집이 45년 만에 전면 리모델링을 마친 뒤 조만간 선보일 만찬 코스 중 하나이다.최근 10년 새 복원과 양식에 성공한 종어 요리를 비롯해 국가무형유산 ‘조선왕조 궁중음식’ 이수자인 김도섭 총괄셰프의 지휘 아래 11일부터 한국의집에서 선보이는 새로운 요리들을 미리 맛봤다.● 한식 전문가도 “말로만 듣던 생선”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종어는 “육질이 연하고 가시와 비늘이 거의 없어 조선시대 임금의 수라상까지 올랐으나, 1970년대 산업화로 멸종됐던” 토종 민물고기. 학계에선 일제강점기 ‘식재료의 상품화’가 진행되며 종어가 과대평가됐단 의견도 있으나, 과거 여러 문인들은 종어를 상당한 별미로 여겼다. 조선 후기 문신 조면호(趙冕鎬·1803~1887)는 문집 ‘옥수집(玉垂集)’에서 글쓰기의 충만함을 구운 종어의 맛에 빗대어(硏冰牋雪我何如…懸知勝似炙鯮魚) 표현하기도 했다.한국의집이 쓰는 종어는 전북 김제의 한 양식장에서 매주 3회 직송된다. 그 맛은 굳이 따지면 몸통은 장어, 부레·껍질은 복어와 비슷하다. 뼈는 억세고 껍질은 미끄러워 손질 중 방심했다간 생선이나 손이 다칠 수 있어 다루기 쉽지 않다.요리 경력 37년차인 김 셰프도 “말로만 듣던 종어”를 실제 조리해본 건 처음이라고 한다. 그는 “종어나 해삼처럼 과거 정말 귀했던 식재료는 조리법 기록도 거의 없어 찜과 탕, 구이 등 여러 조리법을 실험하며 고민했다”며 “1마리당 납품가가 10만 원대로 도미나 민어의 3배이고 돌돔보다도 비싸다”고 했다.● 조상들이 즐기던 ‘봄나물’ 한 상이번 신메뉴에선 각종 봄나물 요리도 근사하다. 요즘 소셜미디어에선 ‘봄동 비빔밥’이 화제인데, 한국의집 만찬에서도 선조들이 봄을 맞아 먹었다는 나물들이 다채로웠다.특히 방풍나물과 쑥갓, 취나물 등을 정갈하게 올린 봄나물밥과 봄나물전 신선로, 봄나물 복어강정 등은 별미 중의 별미. 김 셰프는 “조상들은 입춘이 되면 다섯 가지 매운맛이 나는 나물로 ‘오신반(五辛盤)’을 만들어 먹었다”며 “봄나물은 산에서 비교적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였기에 양반뿐 아니라 백성들도 새 계절의 기운을 얻고자 즐겨 먹었다”고 설명했다.식사와 함께 곁들이는 보(褓)김치도 특별하다. 배추에 밤이나 잣, 해산물 등을 하나하나 싸서 익히기에, 과거엔 부잣집이나 먹을 수 있는 귀한 음식이었다. 한국의집은 고객 1명당 1포기의 보김치를 고스란히 즐길 수 있도록 별도로 ‘보김치 담당자’도 뒀다. 일주일에 1000개 이상 만들 예정이다.그밖에 해삼찜, 게살사슬적 등 우리 밥상에 자주 오르지 않는 식재료와 조리법으로 완성한 메뉴들이 많다. 한국의집 측은 “K푸드와 미식을 향한 관심이 높아진 지금, 다이닝뿐 아니라 한식 아카데미까지 확장해 전통 한식을 확산시키는 데 힘쓰겠다”고 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미국 그래미상 수상 횟수만 도합 23회.”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미국의 재즈 거장 2명이 올해 잇달아 한국을 찾는다. ‘살아있는 재즈의 전설’ 허비 행콕(86)과 ‘최초의 퓰리처 음악상 재즈 뮤지션’ 윈턴 마살리스(65)가 이달과 5월에 내한 공연을 갖는다. 먼저 트럼펫 연주자 마살리스는 25, 26일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 서울에서 자신이 창설한 15인조 빅밴드 ‘재즈 앳 링컨센터 오케스트라(JLCO)’와 함께 방한해 연주를 선보인다. 피아니스트 행콕은 5월 24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일대에서 열리는 ‘제18회 서울 재즈페스티벌 2026’ 무대에 오른다. 미 시카고 출신인 행콕은 칙 코리아와 키스 재럿, 매코이 타이너 등과 더불어 20세기 세계 재즈계를 이끈 피아니스트로 꼽힌다. 1962년 데뷔 이래 그래미상을 거머쥔 횟수만 무려 14차례에 이른다. ‘마일스 데이비스 퀸텟’의 핵심 멤버로 활동했으며, 1970년대 이후엔 “록과 전자음악, 힙합 등 다양한 음악적 요소를 재즈에 접목해 재즈 장르의 지형을 바꿨다”는 평가를 받는다. 1973년 발매된 앨범 ‘헤드 헌터스(Head Hunters)’는 재즈 역사에서 손꼽히는 명반 중 하나다. 행콕이 ‘재즈의 혁신가(The Innovator of Jazz)’라면, 마살리스는 전통적 재즈를 고수한 ‘재즈의 수호자(The Guardian of Jazz)’로 불린다. 미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의 재즈 음악가 집안에서 태어난 마살리스는 10대 시절부터 전통적인 재즈 음악을 계승하는 데 힘썼다. 재즈와 클래식 음악을 넘나드는 레퍼토리와 연주 기법을 선보여 “재즈를 클래식의 반열로 격상시켰다”고 평가된다. 마살리스는 1982년 데뷔 음반을 발표한 지 1년 만에 클래식과 재즈 그래미상을 동시에 수상한 최초의 아티스트가 됐다. 1997년엔 오라토리오 ‘블러드 온 더 필즈’로 재즈 음악가로는 처음으로 클래식계에만 주어지던 퓰리처 음악상도 받았다. 특히 이번 마살리스 공연은 한국에서는 JLCO와 24년 만에 호흡을 맞추는 무대다. 한 재즈 관계자는 “마살리스가 우리나라에서 JLCO와 연주하는 마지막 무대일 가능성이 작지 않다”고 전했다. 마살리스는 2026∼2027 시즌을 끝으로 약 40년간 자리를 지켜 왔던 JLCO 예술감독 겸 음악감독에서 물러날 예정이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우리나라 돈으로 약 20경 원. 얼마나 큰지 가늠조차 어려운 이 금액은 미 국방부가 최근 20년간 ‘전쟁 대비’를 위해 쓴 돈이다. 해마다 국방부에 투입되는 예산은 법무부와 교육부, 노동부, 국토안보부, 재향군인청, 국무부, 상무부의 예산을 전부 합친 것보다 많다고 한다. 이렇게 비대한 재원이 정말로 국가 안보를 위해 필요한 걸까. 미 국방 예산과 군수산업을 연구하는 두 저자는 “국민을 보호한다는 명분 뒤에서 계산기를 두드리는 집단이 있다”고 고발한다. 거대한 방산 기업과 정치인, 연구기관, 로비스트가 공유하는 복잡한 이해관계로 인해 전쟁을 멈출 수 없게 됐다는 주장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든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든, 모두 대선 후보 시절엔 평화를 외치면서도 막상 취임 뒤엔 무력행사를 서슴지 않는 것도 이러한 악순환과 관련이 깊다고 봤다. 책에 따르면 현재 미국은 “위협이 존재해서 무기를 제조하는 게 아니라, 무기를 팔고자 위협을 제조해야 하는” 이른바 ‘전쟁 기계(War Machine)’가 됐다. 국방비와 무기 판매량은 군산복합체와 결탁해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싱크탱크들은 복잡한 계산과 분석 결과를 제시하면서 ‘강경 대응’을 주장하지만, 그 자금줄 끝엔 어김없이 록히드 마틴이나 레이시온 등 거대 방산 기업의 이름이 등장한다고 한다. 실은 방산업계가 ‘전쟁 벌이기’에 유리한 정책을 위해 의회와 행정부를 압박하는 데는 믿는 구석이 있다. 저자들은 군산복합체 내부의 ‘회전문’ 시스템에 관해 폭로한다. 의원과 보좌관, 국방부 관리들이 훗날 정부를 떠나 방위산업계에 들어가면 두둑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구조가 고착화돼 있다. 1000명에 이르는 로비스트가 펜타곤 계약업체들을 위해 일하고 있으며, 그중 상당수가 전직 군 고위 간부나 의회 보좌관 출신이다. 그러나 막대한 군사비가 망가트리는 건 미국 영토 바깥만이 아니다. 책에 따르면 미 국방 예산이 1조 달러를 넘어서는 동안 미국 내 복지 제도와 기초과학 연구 등 사회적 인프라가 무너졌다. 2023년 기준으로 1억4000만 명의 미국인이 빈곤 위기에 놓여 있으며, 노숙인 수는 77만 명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두 저자는 “펜타곤에 공공 투자의 대부분을 쏟아붓는 잘못된 선택 때문에 연방정부가 사회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심각하게 약화됐다”고 지적한다. 특히 방위 산업에 실리콘밸리의 ‘빅테크’ 기업들이 뛰어들면서 악화일로를 달린다는 분석이 흥미롭다. 팔란티어, 안두릴 등의 기업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자율 살상 무기를 개발해 국방부로부터 수조 원의 계약을 따낸다. 그러면서 “정밀 타격과 드론 공격으로 더 인도적인 전쟁이 될 것”이라는 논리를 펼친다. 그러나 책은 무기에 탑재된 AI가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채 전쟁터에 투입된 점을 짚으면서 “기술은 전쟁의 문턱을 낮춰 민간인 피해를 양산할 뿐”이라고 말한다. 미국의 대(對)이란 공격이 임박했다는 우려가 나오는 지금, 책은 무거운 질문을 남긴다. 트럼프 대통령은 2003년 이라크 침공 이후 최대 규모의 공군력을 중동에 집결시키면서 “모든 군사적 옵션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악순환을 부추기는 선택은 세계 시민은 물론이고 미국인들에게도 상흔을 남길 수밖에 없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우원식 국회의장이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비상임위원 2명 추천안을 결재하면서 그동안 5개월째 ‘개점휴업’ 상태였던 방미통위가 본격적으로 가동될 것으로 전망된다. 방미통위가 정부여당 추천 위원 대부분으로 구성되며 일각에선 합의제 기구라는 기존 설립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 의장은 27일 더불어민주당의 윤성옥 방미통위 비상임위원 추천안과 국민의힘의 이상근 비상임위원 추천안에 대해 결재를 진행했다. 방미통위 비상임위원은 상임위원과 달리 국회 본회의 표결을 거치지 않아도 된다. 국회는 전날(26일) 본회의를 통과한 민주당의 고민수 상임위원 추천안과 함께 윤성옥 이상근 비상임위원 추천안을 청와대로 보냈고, 청와대는 이재명 대통령이 다음 달 1∼4일 싱가포르·필리핀 순방을 마치는 대로 임명 절차를 밟을 계획이다. 이로써 방미통위는 의사정족수 4인을 넘어서 5인 체제로 구성될 예정이다. 현재 대통령 몫 2인인 김종철 위원장과 류신환 비상임위원으로만 위원회가 구성돼 있어 지난해 10월 출범 이후 안건을 처리할 수 없었다. 방미통위 안건은 위원 4명 이상 출석과 출석 위원 과반 찬성으로 처리가 가능하다. 회의가 열릴 경우 허위조작정보 근절법 관련 법령 및 방송3법 후속 시행령과 규칙 제정·개정, KBS1을 비롯해 기간이 만료된 지상파 등의 재허가 및 재승인 심사, 각종 불공정행위 조사 후속 처분 등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방미통위 규칙 제정을 통해 개정 방송법에 따른 공영방송 이사회 구성과 사장 선출 절차를 진행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방미통위 관계자는 “구체적 회의 개최 시기와 안건 논의 순서 등은 위촉된 위원들이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방미통위 설치 취지에 반하는 일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원래 옛 방통위는 5인 상임위원의 합의제 기구였으나 정파적 파행 운영이 계속됐고, 여당을 비롯한 정치권은 ‘합의제 기구의 대표성과 민주성을 높인다’는 등의 명분 아래 대통령 몫 2명, 여당 몫 2명, 야당 몫 3명 총 7인으로 위원 수를 늘렸다. 그런데 이번 방미통위 구성으로 야당 추천 위원은 1명만 포함되게 된 것. 박성우 우송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이대로 회의 개최를 강행한다면) 방미통위에서 이전과 같은 (정파적 운영) 문제가 반복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야당이 추천한 천영식 상임위원 추천안이 부결돼 야당은 반발하고 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여야가 합의한 일정이었던 우리 당 추천 방미통위 상임위원을 의총에서 선동해 본회의에서 부결시켰다”고 비판했다.구민기 기자 koo@donga.com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한 번 북을 울림에 교활한 왜적의 갑옷을 두들겨 팰 수 있고, 두 번 북을 울림에 우리 강토를 회복하며, 세 번 북을 울림에 동경만에서 말에게 물을 먹일 수 있다.” 일제강점기 비밀결사단체인 ‘조선민족대동단’의 총재였던 독립운동가 김가진(1846∼1922)이 무정부장이던 독립운동가 박용만(1881∼1928)에게 보낸 비밀 편지가 처음 공개됐다. 동농문화재단과 조선민족대동단기념사업회는 “서울 강북구 근현대사기념관에서 특별전 ‘조선민족대동단―혈전을 불사코자’를 열고 김가진의 편지를 106년 만에 처음 공개한다”고 26일 밝혔다. 1920년 3월 12일 쓴 편지엔 중국·미국과의 연대에 관한 구상, 러시아 인접 지역을 군사 거점으로 삼는 전략, 연길·간도 일대에서의 무장투쟁 계획 등이 담겼다. 조선민족대동단은 1919년 3·1운동 이후 무장투쟁 노선을 표방하며 조직된 비밀결사단체다. 비밀 인쇄소를 운영하고 군자금을 모았으며, 상하이 교민을 대상으로 시국 강연회를 열었다. 이번 특별전엔 관련 자료 30여 점도 출품됐다. 이른바 ‘제2의 독립만세운동’이 벌어진 1919년 11월 28일에 발표된 ‘대동단선언’ 원본(사진)도 공개됐다. 김가진이 친필로 쓴 ‘시국강연회’ 원본도 전시된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조선 시대 ‘산수화의 대가’ 겸재 정선(謙齋 鄭敾)은 36세에 금강산으로 향했다. 늦가을로 물든 금강산을 유람하며 힘 있는 바위산과 부드러운 흙산을 13점의 화폭에 담았다. 노년에 이르러서는 당대 문인들이 사랑한 개성의 명승, 박연폭포로 시선을 옮겼다. 둔중한 암벽 사이로 시원하게 쏟아지는 폭포는 짙은 먹과 흰빛으로 기록됐다.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이 6개월에 걸친 리모델링을 마치고 상설전시관 서화실을 26일 새롭게 선보였다. 전면 개편은 2017년 이후 약 9년 만. 정선이 청년 시절에 금강산을 묘사한 ‘신묘년풍악도첩(辛卯年楓嶽圖帖)’과 무르익은 노년에 그린 ‘박연폭포’를 포함해 옛 글씨와 그림 70건을 선보인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까치호랑이 그림과 일월오봉도도 전시됐다. 바뀐 서화실에선 일반적인 상설 전시와 달리 분기별로 ‘원포인트 기획전’을 열기로 했다. 빛 노출에 취약해 3개월마다 교체해야 하는 서화의 약점을 역으로 활용한 셈이다. 첫 전시로 ‘겸재 정선: 아! 우리 강산이여!’가 열리며, 5월 4일부터는 ‘단원 김홍도, 시대를 그리다’가 이어진다. ‘추사 김정희와 그의 시대’(8∼11월)가 뒤를 잇는다. 유홍준 관장은 25일 간담회에서 “계절마다 놓치지 말아야 할 명작이 나오기 때문에 ‘N차 관람’이 필수”라며 “다른 기관이나 개인이 소장한 작품까지 적극 빌려와 선보이겠다”고 했다. 자칫 따분할 수 있는 서예 공간은 누구나 알 법한 유명인의 글씨 위주로 구성했다. 추사 김정희(秋史 金正喜)와 다산 정약용(茶山 丁若鏞), 석봉 한호(石峯 韓濩) 등의 글씨가 대거 나왔다. 조선 22대 국왕 정조(正祖)가 붉은 비단에 묵직한 필치로 써 내린 작품이 특히 돋보인다. 부임지로 가는 신하를 격려하며 맡은 소임을 다하길 당부하는 편지가 적혔다. 짜임새 있는 글씨가 은은하게 빛나는 용 문양과 어우러져 위엄을 풍긴다. 전시실 한쪽 벽면을 통으로 채운 ‘옛 비석의 벽’ 공간도 주목할 만하다. 5세기 고구려에서 19세기 조선 후기에 이르는 비석 속 서예의 흐름을 살펴볼 수 있도록 벽을 장식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조선 시대 ‘산수화의 대가’ 겸재 정선(謙齋 鄭敾)은 36세에 금강산으로 향했다. 늦가을로 물든 금강산을 유람하며 힘 있는 바위산과 부드러운 흙산을 13점의 화폭에 담았다. 노년에 이르러서는 당대 문인들이 사랑한 개성의 명승, 박연폭포로 시선을 옮겼다. 둔중한 암벽 사이로 시원하게 쏟아지는 폭포는 짙은 먹과 흰빛으로 기록됐다.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이 6개월에 걸친 리모델링을 마치고 상설전시관 서화실을 26일 새롭게 선보였다. 전면 개편은 2017년 이후 약 9년 만. 정선이 청년 시절에 금강산을 묘사한 ‘신묘년풍악도첩(辛卯年楓嶽圖帖)’과 무르익은 노년에 그린 ‘박연폭포’를 포함해 옛 글씨와 그림 70건을 선보인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까치호랑이 그림과 일월오봉도도 전시됐다.바뀐 서화실에선 일반적인 상설 전시와 달리 분기별로 ‘원포인트 기획전’을 열기로 했다. 빛 노출에 취약해 3개월마다 교체해야 하는 서화의 약점을 역으로 활용한 셈이다. 첫 전시로 ‘겸재 정선: 아! 우리 강산이여!’가 열리며, 5월 4일부터는 ‘단원 김홍도, 시대를 그리다’가 이어진다. ‘추사 김정희와 그의 시대’(8~11월)가 뒤를 잇는다. 유홍준 관장은 25일 간담회에서 “계절마다 놓치지 말아야 할 명작이 나오기 때문에 ‘N차 관람’이 필수”라며 “다른 기관이나 개인이 소장한 작품까지 적극 빌려와 선보이겠다”고 했다.자칫 따분할 수 있는 서예 공간은 누구나 알 법한 유명인의 글씨 위주로 구성했다. 추사 김정희(秋史 金正喜)와 다산 정약용(茶山 丁若鏞), 석봉 한호(石峯 韓濩) 등의 글씨가 대거 나왔다. 조선 22대 국왕 정조(正祖)가 붉은 비단에 묵직한 필치로 써 내린 작품이 특히 돋보인다. 부임지로 가는 신하를 격려하며 맡은 소임을 다하길 당부하는 편지가 적혔다. 짜임새 있는 글씨가 은은하게 빛나는 용 문양과 어우러져 위엄을 풍긴다.전시실 한쪽 벽면을 통으로 채운 ‘옛 비석의 벽’ 공간도 주목할 만하다. 5세기 고구려에서 19세기 조선 후기에 이르는 비석 속 서예의 흐름을 살펴볼 수 있도록 벽을 장식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한 번 북을 울림에 교활한 왜적의 갑옷을 두들겨 팰 수 있고, 두 번 북을 울림에 우리 강토를 회복하며, 세 번 북을 울림에 동경만에서 말에게 물을 먹일 수 있다.”일제강점기 비밀결사단체인 ‘조선민족대동단’의 총재였던 독립운동가 김가진(1846~1922)이 무정부장이던 독립운동가 박용만(1881~1928)에게 보낸 비밀 편지가 처음 공개됐다.동농문화재단과 조선민족대동단기념사업회는 “서울 강북구 근현대사기념관에서 특별전 ‘조선민족대동단―혈전을 불사코자’을 열고 김가진의 편지를 106년 만에 처음 공개한다”고 26일 밝혔다. 1920년 3월 12일 쓴 편지엔 중국·미국과의 연대에 관한 구상, 러시아 인접 지역을 군사 거점으로 삼는 전략, 연길·간도 일대에서의 무장투쟁 계획 등이 담겼다.조선민족대동단은 1919년 3·1운동 이후 무장투쟁 노선을 표방하며 조직된 비밀결사단체다. 비밀 인쇄소를 운영하고 군자금을 모았으며, 상하이 교민을 대상으로 시국 강연회를 열었다. 전시를 기획한 이동국 전 경기도박물관장은 “역사의 베일에 가려진 조선민족대동단의 내력을 재조명하는 자리”라고 설명했다.이번 특별전엔 관련 자료 30여 점도 출품됐다. 이른바 ‘제2의 독립만세운동’이 벌어진 1919년 11월 28일에 발표된 ‘대동단선언’ 원본도 공개됐다. 김가진이 친필로 쓴 ‘시국강연회’ 원본도 전시된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차가운 전시장 바닥에 납작 웅크린 한 여성이 천천히 몸을 뒤집는다. 비틀리는 신체 근처엔 권오상 작가의 조형물 2점이 놓여 있다. 크기도, 생김새도 언뜻 실제 사람 같은 작품 너머엔 20세기 스페인 조각가 로보의 소녀상과 알베르토 자코메티의 청동상이 배치됐다. 발걸음을 옮길수록 오브제는 점차 단순해지더니, 끝내 철근과 돌로 된 추상적인 조형물에서 시선이 멈춘다. 그런데 이 조형물에서 아까 그 여성이 보이는 것도 같다. 다음 달 3일 서울 용산구 리움미술관 M2에서 개막하는 ‘티노 세갈’전을 25일 먼저 찾았다. 전통적인 미술 개념에서 벗어나 퍼포먼스와 시각예술 등이 결합된 작업을 선보여 온 영국 태생 독일계 작가인 세갈의 국내 첫 개인전이다. “살아있는 조각”인 인간을 추상적 조각과 연결한 작품 ‘무언가 당신 코앞에 나타나게 놔두는 대신 춤추는 브루스와 댄 그리고 다른 것들’을 포함해 총 6종류의 ‘구성된 상황(Constructed Situations)’을 전시장 구역별로 나눠 선보인다. ‘구성된 상황’은 소리와 몸짓, 상호작용으로 구성된 작품에 작가가 부여한 명칭이다. 상황을 수행하는 퍼포머는 ‘해석자(Interpreter)’로 불린다. 세갈은 이날 미술관에서 진행된 공개회에서 “작가로 활동한 약 25년간 ‘물질성 없는 예술이 성립할 수 있는가’에 대해 깊이 고민해 왔다”고 했다. 세갈은 영국 런던 테이트모던과 미국 뉴욕 구겐하임미술관 등에서 개인전을 열었고, 2013년 베니스 비엔날레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바 있다. 미술관 야외 정원에서 펼쳐지는 ‘이 당신’은 관람객과의 상호작용이 두드러진다. 해석자는 관람객을 만난 순간 느낀 감정을 각자 다른 노래로 들려준다. 이날 프리뷰에서는 관객과 눈을 맞춘 채 자우림의 ‘매직 카펫 라이드’, 윤도현밴드의 ‘너를 보내고’ 등을 불렀다. 미술관 로비에서 벌어지는 ‘무제’에선 군중 속에 뒤섞여 있던 해석자가 슬그머니 관람객에게 다가가 내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서 사라진다. “기록되지 않는 전시”로 표현되는 세갈의 작업은 작품이 판매되는 과정에서 의미가 더 뚜렷해진다. 김성원 리움미술관 부관장은 “작가와 큐레이터, 공증인이 둘러앉아 서류 없이 구두 계약만으로 작품을 사고파는 것이 원칙”이라며 “작품은 오로지 훈련과 기억으로 미술관에 소장되며, 이는 ‘원본’과 불변성을 중시하는 미술관에 질문을 던진다”고 했다. 전시 도록은 발행되지 않고, 홍보용 사진과 소셜미디어 ‘인증샷’ 등도 찍을 수 없다. 세갈은 “지식은 대부분 구전으로 전해졌다는 사실을 우리는 종종 잊고 산다”고 했다. 미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구성된 상황’은 작품당 14만5000달러(약 2억 원)에 팔린 적이 있다. 해당 전시가 미술관에서는 보기 드문 유형의 작업인 건 맞다. 하지만 공연 등을 포함해 동시대 예술 전반에서 살펴보면 ‘상호작용과 즉흥성’이란 포인트가 익숙한 느낌도 없지 않다. 세갈과 인연이 깊은 프랑스 안무가 제롬 벨이 2023년 서울의 한 아트센터에서 해석자와 관객이 상호작용하는 공연을 열기도 했다. 세갈이 “한국은 동시대 예술에 개방적”이라고 한 만큼, 국내 관객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주목된다. 6월 28일까지.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차가운 전시장 바닥에 납작 웅크린 한 여성이 천천히 몸을 뒤집는다. 비틀리는 신체 근처엔 권오상 작가의 조형물 2점이 놓여 있다. 크기도, 생김새도 언뜻 실제 사람같은 작품 너머엔 20세기 스페인 조각가 로보의 소녀상과 알베르토 자코메티의 청동상이 배치됐다. 발걸음을 옮길수록 오브제는 점차 단순해지더니, 끝내 철근과 돌로 된 추상적인 조형물에서 시선이 멈춘다. 그런데 이 조형물에서 아까 그 여성이 보이는 것도 같다.다음 달 3일 서울 용산구 리움미술관 M2에서 개막하는 ‘티노 세갈’전을 25일 먼저 찾았다. 전통적인 미술 개념에서 벗어나 퍼포먼스와 시각예술 등이 결합된 작업을 선보여 온 영국 태생 독일계 작가인 세갈의 국내 첫 개인전이다. “살아있는 조각”인 인간을 추상적 조각과 연결한 작품 ‘무언가 당신 코 앞에 나타나게 놔두는 대신 춤추는 브루스와 댄 그리고 다른 것들’을 포함해 총 6종류의 ‘구성된 상황(Constructed Situations)’을 전시장 구역별로 나눠 선보인다.‘구성된 상황’은 소리와 몸짓, 상호작용으로 구성된 작품에 작가가 부여한 명칭이다. 상황을 수행하는 퍼포머는 ‘해석자(Interpreter)’로 불린다. 세갈은 이날 미술관에서 진행된 공개회에서 “작가로 활동한 약 25년간 ‘물질성 없는 예술이 성립할 수 있는가’에 대해 깊이 고민해 왔다”고 했다. 세갈은 영국 런던 테이트모던과 미국 뉴욕 구겐하임미술관 등에서 개인전을 열었고, 2013년 베니스비엔날레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바 있다.미술관 야외 정원에서 펼쳐지는 ‘이 당신’은 관람객과의 상호작용이 두드러진다. 해석자는 관람객을 만난 순간 느낀 감정을 각자 다른 노래로 들려준다. 이날 프리뷰에서는 관객과 눈을 맞춘 채 자우림의 ‘매직 카펫 라이드’, 윤도현밴드의 ‘너를 보내고’ 등을 불렀다. 미술관 로비에서 벌어지는 ‘무제’에선 군중 속에 뒤섞여 있던 해석자가 슬그머니 관람객에게 다가가 내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서 사라진다.“기록되지 않는 전시”로 표현되는 세갈의 작업은 작품이 판매되는 과정에서 의미가 더 뚜렷해진다. 김성원 리움미술관 부관장은 “작가와 큐레이터, 공증인이 둘러앉아 서류 없이 구두 계약만으로 작품을 사고 파는 것이 원칙”이라며 “작품은 오로지 훈련과 기억으로써 미술관에 소장되며, 이는 ‘원본’과 불변성을 중시하는 미술관에 질문을 던진다”고 했다. 전시 도록은 발행되지 않고, 홍보용 사진과 소셜미디어 ‘인증샷’ 등도 찍을 수 없다. 세갈은 “지식은 대부분 구전으로 전해졌다는 사실을 우리는 종종 잊고 산다”고 했다. 미 뉴욕타임즈(NYT)에 따르면 ‘구성된 상황’은 작품당 14만5000달러(약 2억 원)에 팔린 적이 있다.해당 전시가 미술관에서는 보기 드문 유형의 작업인 건 맞다. 하지만 공연 등을 포함해 동시대 예술 전반에서 살펴보면 ‘상호작용과 즉흥성’이란 포인트가 익숙한 느낌도 없지 않다. 세갈과 인연이 깊은 프랑스 안무가 제롬 벨이 2023년 서울의 한 아트센터에서 해석자와 관객이 상호작용하는 공연을 열기도 했다. 세갈이 “한국은 동시대 예술에 개방적”이라고 한 만큼, 국내 관객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주목된다. 6월 28일까지.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봄이 되면 일본 고베에 있는 유네스코 세계유산 히메지(姫路)성은 세계 각지에서 온 관광객으로 붐빈다. 그런데 올봄엔 히메지성에 가려면 지난해의 2.5배에 이르는 돈을 내야 한다. 다음 달 1일부터 성인 1인당 입장료가 1000엔(약 9300원)에서 2500엔으로 인상되기 때문. 앞서 오사카성도 지난해 4월부터 성 내부 관람료를 기존보다 2배인 1200엔으로 올렸다. 최근 세계적으로 관광 인구가 크게 증가하자 관광세를 도입하는 도시들이 늘고 있는 가운데, 관광명소로 인기 높은 세계 문화유산들의 ‘관람료 인플레이션’도 확산되고 있다. 이러다 보니 K컬처 열풍으로 문화적 관심이 높아진 우리나라도 “20년째 3000원인 궁궐 입장료를 올려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 베르사유 궁전, 비유럽인 입장료만 올려고대 잉카 문명의 상징이자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페루 마추픽추 역시 올 5월부터 입장료가 오른다. 페루 정부는 9일(현지 시간) “성인 외국인 기준으로 마추픽추 입장료를 기존 152솔(약 6만5500원)에서 163솔로 조정할 계획”이라며 “내국인 입장료도 64솔에서 69솔로 오른다”고 밝혔다.이처럼 해외에선 자국민보다 외국인 요금을 크게 올리는 경우가 많다. 프랑스도 지난달부터 관광 성수기(4∼10월) 동안 유럽경제지역(EEA) 이외 국가에서 온 방문객에겐 베르사유 궁전 관람료로 35유로(약 5만9600원)를 받고 있다. 기존 32유로보다 9.4% 인상된 금액. 반면 유럽 방문객은 인상 대상에서 제외했다. 현지에선 “가격 조정에 따른 추가 수입은 연간 930만 유로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관람료 인상 도미노는 전반적인 물가 상승에다, 자국 문화유산을 보호하자는 대중적 인식의 확대가 맞물린 결과란 분석이 나온다. 한 문화유산 전문가는 “경기 불황으로 인한 정부 재정 악화와 자국민 우선주의 등이 관람료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며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는 ‘오버투어리즘’을 가격 장벽으로 완화하는 효과도 있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국민 문화향유권 고려해 인상해야”국내에서도 조선 궁궐과 왕릉의 입장료가 인상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국가유산청은 9∼20일 ‘궁능 관람료 현실화 관련 대국민 인식 설문조사’를 실시해 서울 4대 고궁과 종묘, 조선왕릉의 적정 관람료와 내외국인 차등 요금 등에 관한 의견을 모았다. 해당 온라인 설문은 입장료 인상에 찬성하며 ‘문화유산 보존과 방문자 관리에 힘쓰자’는 의견이 더 많았으나, 한복 착용 무료 폐지 등 조건을 내건 경우가 상당수였다. ‘입장료가 오르면 자주 가긴 부담스러울 것 같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현재 경복궁과 창덕궁 입장료는 3000원, 덕수궁·창경궁·종묘는 1000원이다. 조선왕릉은 500∼2000원을 받는다. 경복궁 기준으로 하면 만 24세 이하 및 만 65세 이상 내국인, 만 18세 이하 및 만 65세 이상 외국인, 국가유공자, 한복 착용자 등은 무료다. 궁능유적본부와 문화행정연구소가 지난해 궁능 관람객 234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궁능 입장료로 평균 9730원을 낼 의사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유산청은 “의견 수렴 단계를 거쳐 연내 인상 여부 등을 결정할 계획”이라고 했다.전문가들은 “세계 최저가 수준인 국내 티켓값을 인상할 때가 됐다”면서도 “보편적 문화 향유권을 저해하지 않을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지현 건국대 대학원 세계유산학과 겸임교수는 “저렴한 입장료는 훌륭한 복지지만, 문화유산 관리의 질을 높이고 행정적 공백을 방지하기 위한 재원 마련도 필요하다”며 “다만 우리 문화에 대한 국내외 관심이 높아진 시점에 입장료 문턱을 높이는 게 어떤 부작용을 가져올지도 살펴야 한다”고 했다.관람 방식과 할인 정책의 다양화가 중요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예컨대 히메지성은 입장료를 인상하되, 1년간 무제한 관람이 가능한 ‘연간 입장권’을 2회 입장 가격(5000엔)에 판매하기로 했다. 지역 거주민은 기존 가격인 1000엔만 받는다. 최재헌 건국대 지리학과 교수(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 한국위원장)는 “사전 예약제를 도입해 계절이나 시간별로 가격을 달리하고 인근 박물관 전시나 야간 행사와 통합한 ‘패키지 관람권’ 등을 마련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제언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봄이 되면 일본 고베에 있는 유네스코 세계유산 히메지성(姫路城)은 세계 각지에서 온 관광객으로 붐빈다. 그런데 올봄엔 히메지성에 가려면 지난해의 2.5배에 이르는 돈을 내야 한다. 다음 달 1일부터 성인 1인당 입장료가 1000엔(약 9300원)에서 2500엔으로 인상되기 때문. 앞서 오사카성도 지난해 4월부터 성 내부 관람료를 기존보다 2배인 1200엔으로 올렸다. 최근 세계적으로 관광 인구가 크게 증가하자 관광세를 도입하는 도시들이 늘고 있는 가운데, 관광명소로 인기 높은 세계 문화유산들의 ‘관람료 인플레이션’도 확산되고 있다. 이러다보니 K컬처 열풍으로 문화적 관심이 높아진 우리나라도 “20년째 3000원인 궁궐 입장료를 올려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 베르사유궁전, 비 유럽인 입장료만 올려고대 잉카 문명의 상징이자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페루 마추픽추 역시 올 5월부터 입장료가 오른다. 페루 정부는 9일(현지 시간) “성인 외국인 기준으로 마추픽추 입장료를 기존 152솔(약 6만5500원)에서 163솔로 조정할 계획”이라며 “내국인 입장료도 64솔에서 69솔로 오른다”고 밝혔다.이처럼 해외에선 자국민보다 외국인 요금을 크게 올리는 경우가 많다. 프랑스도 지난달부터 관광 성수기(4~10월) 동안 유럽경제지역(EEA) 이외 국가에서 온 방문객에겐 베르사유 궁전 관람료로 35유로(약 5만9600원)를 받고 있다. 기존 32유로보다 9.4% 인상된 금액. 반면 유럽 방문객은 인상 대상에서 제외했다. 현지에선 “가격 조정에 따른 추가 수입은 연간 930만 유로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관람료 인상 도미노는 전반적인 물가 상승에다, 자국 문화유산을 보호하자는 대중적 인식의 확대가 맞물린 결과란 분석이 나온다. 한 문화유산 전문가는 “경기 불황으로 인한 정부 재정 악화와 자국민 우선주의 등이 관람료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며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는 ‘오버투어리즘’를 가격 장벽으로 완화하는 효과도 있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국민 문화향유권 고려해 인상해야”국내에서도 조선 궁궐과 왕릉의 입장료가 인상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국가유산청은 9~20일 ‘궁능 관람료 현실화 관련 대국민 인식 설문조사’를 실시해 서울 4대 고궁과 종묘, 조선왕릉의 적정 관람료와 내외국인 차등 요금 등에 관한 의견을 모았다. 해당 온라인 설문은 입장료 인상에 찬성하며 ’문화유산 보존과 방문자 관리에 힘 쓰자’는 의견이 더 많았으나, 한복 착용 무료 폐지 등 조건을 내건 경우가 상당수였다. ‘입장료가 오르면 자주 가긴 부담스러울 것 같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현재 경복궁과 창덕궁 입장료는 3000원, 덕수궁·창경궁·종묘는 1000원이다. 조선왕릉은 500~2000원을 받는다. 경복궁 기준으로 하면 만 24세 이하 및 만 65세 이상 내국인, 만 18세 이하 및 만 65세 이상 외국인, 국가유공자, 한복 착용자 등은 무료다. 궁능유적본부와 문화행정연구소가 지난해 궁능 관람객 234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궁능 입장료로 평균 9730원을 낼 의사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유산청은 “의견 수렴 단계를 거쳐 연내 인상 여부 등을 결정할 계획”이라고 했다.전문가들은 “세계 최저가 수준인 국내 티켓값을 인상할 때가 됐다”면서도 “보편적 문화 향유권을 저해하지 않을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지현 건국대 대학원 세계유산학과 겸임교수는 “저렴한 입장료는 훌륭한 복지지만, 문화유산 관리의 질을 높이고 행정적 공백을 방지하기 위한 재원 마련도 필요하다”며 “다만 우리 문화에 대한 국내외 관심이 높아진 시점에 입장료 문턱을 높이는 게 어떤 부작용을 가져올지도 살펴야 한다”고 했다.관람 방식과 할인 정책의 다양화가 중요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예컨대 히메지성은 입장료를 인상하되, 1년간 무제한 관람 가능한 ‘연간 입장권’을 2회 입장 가격(5000엔)에 판매하기로 했다. 지역 거주민은 기존 가격인 1000엔만 받는다. 최재헌 건국대 지리학과 교수(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 한국위원장)는 “사전 예약제를 도입해 계절이나 시간 별로 가격을 달리하고 인근 박물관 전시나 야간 행사와 통합한 ‘패키지 관람권’ 등을 마련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제언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국내 대표 사찰 중 하나인 경북 경주 불국사의 본당(本堂) 격인 대웅전(大雄殿·국가지정유산 보물)이 올해 안에 해체돼 수리에 들어간다. 23일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국립문화유산연구원은 최근 문화유산위원회 건축문화유산분과 회의에서 “지난해 ‘중점 관리 대상 문화유산 모니터링’을 시행한 결과, 불국사 대웅전은 6개 등급 가운데 5번째인 ‘E(보수)’ 등급을 받았다”고 보고했다. 문화유산연구원은 해마다 20∼30건의 관리 대상을 선정해 상태를 점검하며, A(양호) B(경미 보수) C(주의 관찰) D(정밀 진단) E(보수) F(긴급 조치) 등으로 나눠 평가한다. 가급적 빨리 수리가 필요할 경우 E나 F 등급으로 판단한다. 분과회의 자료에 따르면 불국사 대웅전은 2018년부터 보존 상태에 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꾸준히 이어졌다. 연구원 측은 “대량(大樑·기둥과 기둥 사이에 건너지른 큰 들보)과 반자(지붕 밑을 편평하게 만든 구조물)의 파손이나 탈락이 확인됐다”며 “2023년 점검에서도 주요 부재에서 전반적으로 처짐이나 균열, 파손 등이 나타났다. 해체 및 수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2011년 보물로 지정된 대웅전은 신라 경덕왕 때인 751년 창건된 것으로 추정되는 불국사의 핵심 불전(佛殿)이다. 오늘날 남아 있는 건물은 조선 영조 때인 1765년 중창된 것이나, 건물 하부의 초석과 기단 등은 신라 시대의 원형을 간직하고 있다. 특히 중창 기록과 단청에 대한 기록이 함께 보존돼 있어 역사적·학술적 가치가 높다. 대웅전 앞뜰엔 국보 ‘다보탑’과 ‘불국사 삼층석탑(석가탑)’이 세워져 있다. 지난해 모니터링에서 수리가 필요하다고 판단된 문화유산은 불국사 대웅전을 포함해 모두 3건이다. 국보 13건과 보물 11건을 점검한 결과, 국보 ‘안동 법흥사지 칠층전탑’과 보물 ‘강릉 보현사 낭원대사탑비’도 E 등급을 받았다. 보현사 낭원대사탑비는 올해 해체 및 수리되며, 법흥사지 칠층전탑은 보존 처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올해는 국보 13건과 보물 12건 등에 대한 중점 모니터링이 실시된다. 점검 대상에는 서울 숭례문과 경주 첨성대, 경복궁 근정전, 공주 갑사 대웅전 등이 포함됐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경주 불국사의 중심 건물인 대웅전(大雄殿)이 보수가 필요하다는 점검 결과가 나옴에 따라 해체, 수리하는 공사가 올해 진행된다.23일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국립문화유산연구원은 이달 문화유산위원회 건축문화유산분과 회의에서 “지난해 ‘중점 관리 대상 문화유산 모니터링’ 결과 대웅전은 총 6개 등급 가운데 뒤에서 2번째인 ‘보수’(E) 등급을 받았다”고 보고했다. 문화유산연구원은 매년 관리 대상 20~30건을 선정해 상태를 점검한다.분과회의 자료에 따르면 대웅전은 2018년부터 보존 상태에 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꾸준히 나왔다. 문화유산연구원 측은 “대량(大樑·기둥과 기둥 사이에 건너지른 큰 들보)과 반자(지붕 밑을 편평하게 만든 구조물)의 파손이나 탈락이 확인됐다”며 “앞서 2023년 점검에서도 주요 부재 전반적으로 처짐, 균열, 파손 등 현상이 나타났다. 해체 수리가 필요하다”고 했다.2011년 보물로 지정된 대웅전은 신라 경덕왕 때인 751년 창건된 것으로 추정되는 불국사의 핵심 불전(佛殿)이다. 오늘날 남아있는 건물은 조선 영조 재위 기간인 1765년 중창된 것이나, 건물 하부의 초석과 기단 등은 신라시대의 원형을 간직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중창 기록과 단청에 대한 기록이 함께 보존돼 있어 역사적, 학술적 가치가 높다. 앞뜰에는 국보 ‘다보탑’과 ‘석가탑’이 세워져 있다.한편 이번 모니터링에서 대웅전을 포함해 수리가 필요한 문화유산은 총 3건으로 집계됐다. 국보 13건, 보물 11건 등 총 24건 가운데 국보 ‘안동 법흥사지 칠층전탑’과 보물 ‘강릉 보현사 낭원대사탑비’도 E등급을 받았다. 보현사 낭원대사탑비는 올해 해체 및 수리되며, 법흥사지 칠층전탑은 보존처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나머지 21건은 ‘주의 관찰’(C) 등급으로 평가됐다.올해는 국보 13건과 보물 12건 등 25건의 문화유산에 중점 모니터링이 실시된다. 점검 대상에는 서울 숭례문, 경주 첨성대, 경복궁 근정전, 공주 갑사 대웅전 등이 포함됐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20일 서울 창덕궁 후원. 높이 1m 남짓의 상자형 로봇이 흙길 위를 지나다녔다. 꽁무니에 달린 빨간 매듭 노리개를 흔들며 연못 근처를 지날때, 한 직원이 시험을 위해 휴대용 부탄가스 토치로 로봇 가까이 불을 갖다 댔다. 그러자 “화재가 발생했습니다”라는 경고음이 울리며 경광등이 켜졌다. 창덕궁 상황실 화면에는 즉각 “오전 11시 8분 화재” 경고창이 떴다. 이 로봇은 국가유산청이 조선시대에 궁중과 도성 안팎을 순찰하던 ‘순라군(巡邏軍)’에서 이름을 따 10일 시범 도입한 궁궐 최초의 로봇 경비원 ‘순라봇’이다. 고궁 가운데 울퉁불퉁하고 굴곡진 길이 많은 창덕궁에서 다음 달 9일까지 성능을 시험한다. 순라봇은 인공지능(AI)과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에 기반해 자율 주행한다. 시범 운영 기간에는 낮 2회, 밤 7회 순찰한다. 후원 내 충전소에서 출발해 약 40분간 애련정(愛蓮亭)과 부용지(芙蓉池) 등을 점검한 뒤 충전소로 돌아오는 코스다. 별도 조작하지 않아도 정해진 순찰 일정에 맞춰 알아서 ‘출퇴근’을 한다. 같은 로봇이 대한민국 공군의 대구 종합보급창 등에서도 쓰이고 있다. 화재나 침입 등을 감지하고 관제센터로 즉시 알리는 기능을 갖췄다. 반경 150m를 3차원 탐지하는 라이다(LIDAR) 센서와 전후좌우 카메라, 화재 감지 센서가 장착됐다. 고감도 마이크로는 멀리서 들려오는 비명의 위치까지 파악 가능하다. 이를 개발한 ‘도구공간’의 강경순 본부장은 “AI 딥러닝을 통해 비명과 아기 울음소리, 유리창 파열음 등을 분간한다”며 “높이가 비슷한 어린아이와 입간판을 시각적으로 구별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순라봇의 도입은 2008년 숭례문 방화, 2023년과 지난해 발생한 경복궁 낙서 사건 등에서 거듭 지적됐던 문화재 관리 사각 문제를 일부 해소할 것으로 기대된다. 창덕궁(54만 m²)과 경복궁(38만 m²) 등 부지가 넓은 궁궐은 관리의 허점이 생기기 쉽다. 김철용 궁능유적본부 복원정비과장은 “인력과 폐쇄회로(CC)TV로도 채워지지 않는 빈틈이 있다. 순라봇이 상시 조력자가 돼줄 것”이라고 했다. 강 본부장은 “창덕궁 전체 권역 기준으로 총 3대 투입되면 사각지대 상당 부분을 메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만 아직 보완할 점이 눈에 띄기도 했다. 바퀴 특성상 5cm가 넘는 궁궐 문턱을 스스로 넘지 못해 전각 곳곳을 살피는 데 어려움이 있어 보였다. 일부 구간에서는 통신 오류가 생겨 CCTV 영상이 실시간으로 전송되지 않기도 했다. 국가유산청은 시범 운영을 거쳐 확대 적용을 검토한다는 계획이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