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윤

이지윤 기자

동아일보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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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분야

2026-02-22~2026-03-24
역사25%
문화 일반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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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겨울 별미서 여름 대중 음식으로… 냉면, 세상밖으로 나오다

    “서관(西關)은 10월이라 한 자나 눈이 쌓였으니/…손님 대접 간곡하다/…/눌러 뽑은 냉면에 배추김치 푸르네.” 다산 정약용(1762∼1836)이 쓴 시를 보면 ‘냉면’은 눈이 쌓였을 때 먹는 음식이다. 실제로 조선시대엔 “한겨울 아랫목에 이불을 쓰고 앉아 덜덜 떨면서 동치밋국에 말아 먹는 음식”이었다고 한다. 당시엔 귀한 음식이라 양반도 특별한 날에야 먹을 수 있었다. 냉면을 널리 먹을 수 있게 된 건 19세기 중후반 이후 농업과 기술이 발달한 결과다. 때문에 요즘은 냉면이 여름철에 더 인기지만, 애호가들은 여전히 겨울에 먹어야 제맛으로 친다. 최근 발간된 교양서 ‘냉면의 역사’(강명관 지음·푸른 역사)와 ‘다시 쓰는 한국 풍속’(김용갑 지음·어문학사)을 통해 냉면이 확산된 과정을 살펴봤다.● 19세기 말 직장인 ‘최애’ 음식김용갑 전남대 문화유산연구소 박사(문화재학)에 따르면 19세기 중반 감자 재배가 확대되면서 냉면 먹을 기회도 늘어났다. 냉면의 주재료인 메밀은 점성이 없어 국수로 뽑기 까다로웠는데, 감자녹말을 섞으면서 제조가 수월해졌다. 김 박사는 “감자녹말 이전에는 메밀가루에 녹두 녹말을 더해 국수로 만들었는데, 녹두 녹말은 귀한 재료여서 냉면 국수로 보급되기엔 무리가 있었다”고 했다. 1894년 갑오개혁 이후 국내 외식업이 활성화되며 냉면도 널리 퍼졌다. ‘냉면의 역사’에 따르면 인천을 비롯한 개항장과 서울, 평양 등 주요 도시에선 빨리 만들어 간단히 한 끼 때울 수 있는 냉면이 ‘직장인의 음식’ 메뉴로 자리 잡았다고 한다. 특히 전화와 자전거의 보급이 가져온 ‘배달 음식’ 문화의 확산과도 직결된다. 도시에 우후죽순으로 생겨난 냉면 가게 매출의 상당 부분은 1884년 제물포에서 처음 등장한 자전거 배달 주문 덕이었다. 강명관 부산대 한문학과 명예교수는 “당대 직장인들은 점심 때 전화로 냉면을 주문했고, 음식점들은 앞다퉈 전화를 개설했다는 기록이 있다”고 설명했다.● 제빙 기술과 인공 조미료 등장 20세기 들어선 얼음을 쉽게 구할 수 있게 되며 ‘여름철 냉면’이 대중화했다. 얼음을 한강 등에서 캐서 저장하거나 공장에서 생산하는 기술은 1910∼1930년대 빠르게 발달했다. 적은 노동력으로 더 많은 국수를 뽑을 수 있는 ‘철제 국수틀’도 보급됐다. 강 교수는 “100년 전인 1925년 냉면은 통상 한 그릇에 15전(100전=1원)에 팔렸다”며 “보통학교 교사의 급여가 40∼60원 하던 시절이니 서울과 평양 등에선 부담이 크지 않은 외식 메뉴였다”고 했다. 1908년 일본에서 개발된 인공 조미료 ‘아지노모토(味の素)’ 역시 여름 냉면을 확산시킨 요인으로 꼽힌다. 한여름에 굳이 동치미를 담글 필요 없이 손쉽게 감칠맛을 낼 수 있게 된 것. 아지노모토의 국내 광고를 분석한 논문에 따르면 1925년부터 약 15년간 동아일보에 아지노모토 광고는 총 90건이 실렸다. 이 중 18건(20%)에서 냉면이 삽화나 광고 카피로 등장했다. 1930년대 평양, 부산 등에선 아지노모토 소매상 모임까지 생길 정도로 조미료가 인기였다.요즘은 흔히 냉면에 ‘만두’를 곁들여 먹는다. 하지만 이는 밀가루가 흔해진 1980년대 이후에 생긴 문화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다시 쓰는 한국 풍속’에 따르면 남한에선 1970년대까지도 강원과 경기를 제외하면 만두가 흔한 음식이 아니었을 가능성이 있다. 김 박사는 “1970년대 쌀 자급화를 이루고 나서야 밀가루가 외식이나 별식용으로도 확산하기 시작했다”며 “밀가루 반죽으로 빚는 고기만두는 1980년대 이후 한반도 중부 이남으로도 확산될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5-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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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반집 특별한 날만 먹던 냉면, 19세기엔 직장인 ‘최애 배달음식’으로

    “서관(西關)은 10월이라 한 자나 눈이 쌓였으니/…손님 대접 간곡하다/…/눌러 뽑은 냉면에 배추김치 푸르네”다산 정약용(1762~1836)이 쓴 시다. 조선시대에 냉면은 “한겨울 아랫목에 이불을 쓰고 앉아 덜덜 떨면서 동치밋국에 말아 먹는 음식”이었다. 귀한 음식이었기에 양반집이나 특별한 날에야 먹을 수 있었다. 냉면을 널리 먹을 수 있게 된 건 19세기 중후반 이후 농업과 기술이 발달한 결과다.찬 바람 부니, 바야흐로 냉면과 만두의 계절이다. 최근 발간된 교양서 ‘냉면의 역사’(강명관 지음·푸른 역사)와 ‘다시 쓰는 한국 풍속’(김용갑 지음·어문학사)을 통해 이들 음식의 역사를 살펴봤다.● 19세기 냉면은 ‘직장인 최애 배달음식’김용갑 전남대 문화유산연구소 박사(문화재학)에 따르면 19세기 중반 우리나라에 감자 재배가 확대되면서 냉면을 먹을 기회가 늘었다. 냉면의 주재료인 메밀은 점성이 없어 당시엔 국수로 뽑기 까다로웠는데, 감자녹말을 섞으면서 제조가 수월해진 것. 김 박사는 “감자녹말 이전에는 메밀가루에 녹두 녹말을 더해 국수로 만들었는데, 녹두 녹말은 귀한 재료였기에 냉면 국수로 보급되기엔 무리가 있었다”고 했다.특히 1894년 갑오개혁 이후 국내 외식업이 활성화하면서 냉면이 확산한 것으로 보인다. ‘냉면의 역사’에 따르면 인천을 비롯한 개항장과 서울, 평양 등 주요 도시에서는 빠르게 만들어 간단히 한 끼 때울 수 있는 냉면이 ‘직장인의 음식’ 메뉴로 확고하게 자리 잡았다. 이는 전화와 자전거의 보급으로 인한 ‘배달 음식’ 문화의 확산과도 직결된다. 도시에 우후죽순 생겨난 냉면 가게의 매출 상당 부분은 1884년 제물포에 처음 등장한 자전거 배달 주문이 차지했다. 강명관 부산대 한문학과 명예교수는 “당대 직장인들은 점심시간에 전화로 냉면을 주문했고, 음식점들은 앞다퉈 전화를 개설했다는 기록이 있다”고 설명했다.● 제빙 기술·인공조미료가 여름냉면에 날개20세기 들어 얼음을 쉽게 구할 수 있게 되면서 ‘여름철 냉면’이 대중화했다. 얼음을 한강 등에서 캐서 저장하거나 공장에서 생산하는 기술은 1910~1930년대 빠르게 발달했다. 적은 노동력으로 더 많은 국수를 뽑을 수 있는 철제 국수틀도 보급됐다. 강 교수는 “100년 전인 1925년 냉면은 통상 한 그릇에 15전(100전=1원)에 팔렸다”며 “보통학교 교사의 급여가 40~60원 하던 시절이므로 서울과 평양 등 일부 지역에선 부담이 크지 않은 외식 메뉴였다”고 했다.1908년 일본에서 개발된 인공조미료 아지노모토 역시 여름 냉면을 확산시킨 요인으로 꼽힌다. 한여름에 굳이 동치미를 담글 필요 없이 손쉽게 감칠맛을 낼 수 있게 된 것. 아지노모토의 국내 광고를 분석한 논문에 따르면 1925년부터 약 15년간 동아일보에는 아지노모토 광고 총 90건이 실렸는데, 그중 18건(20%)에서 냉면이 삽화나 광고카피로 등장했다. 1930년대 평양, 부산 등 지역엔 아지노모토 소매상 모임까지 생겨날 정도로 조미료가 인기였다.오늘날 냉면에 흔히 곁들여 먹는 만두가 메뉴판에 들어온 건 밀가루가 더욱 흔해 진 1980년대 이후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다시 쓰는 한국 풍속’에 따르면 남한에선 1970년대까지도 강원도와 경기도 말고는 만두가 흔한 음식이 아니었을 가능성이 있다. 김 박사는 “밀가루 반죽으로 빚는 고기만두는 1980년대 이후에야 한반도 중부 이남으로도 확산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5-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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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광석 30주기… 내달 학전으로 모여요

    ‘영원한 가객’ 고 김광석(1964∼1996)의 30주기를 기리는 기념 공연과 노래 경연대회가 내년 1월 서울 대학로 아르코꿈밭극장(옛 학전 소극장)에서 열린다. 김광석추모사업회는 “내년 1월 4일과 6일 ‘광석이 다시 만나기’를 개최한다”고 10일 밝혔다. 2012년 ‘김광석 노래 부르기’로 시작된 이 행사는 해마다 고인의 기일인 1월 6일 학전에서 꾸준히 열리면서 신진 음악인을 발굴해 왔다. 내년 30주기를 맞아 기존 경연 외에도 김광석의 음악을 함께 하는 공연도 마련됐다. 1월 4일 공연에는 김광석추모사업회 소속 가수인 강승원과 동물원, 박학기, 유리상자, 알리 등이 출연한다. 6일에는 예선을 거친 신예 음악인 7팀이 본선 무대를 펼친다. 작곡가 김형석, 가수 박기영 등이 심사를 맡으며, 대상인 ‘김광석상’ 수상자에겐 창작지원금 200만 원과 기타가 부상으로 수여된다. 학전은 1991년 개관 이후 김광석이 라이브 공연을 1000회 이상 펼친 곳이다. 지난해 폐관 이후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수리·보수한 뒤 아르코꿈밭극장으로 재개관했다. 강승원 김광석추모사업회장은 “30년이면 사람도 태어나 어른이 되는 시간”이라며 “더 많은 이들과 김광석의 음악을 나누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5-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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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옛 학전서 故김광석 30주기 맞아 ‘김광석 다시 만나기’ 공연

    ‘영원한 가객’ 고 김광석(1964∼1996)의 30주기를 기리는 기념공연과 노래 경연대회가 내년 1월 서울 대학로 아르코꿈밭극장(옛 학전 소극장)에서 열린다.김광석추모사업회는 “내년 1월 4일과 6일 ‘광석이 다시 만나기’를 개최한다”고 10일 밝혔다. 2012년 ‘김광석 노래 부르기’로 시작된 이 행사는 해마다 고인의 기일인 1월 6일 학전에서 꾸준히 열리면서 신진 음악인을 발굴해 왔다.내년 30주기를 맞아 기존 경연 외에도 김광석의 음악을 함께 하는 공연도 마련됐다. 4일 공연에는 김광석추모사업회 소속 가수인 강승원과 동물원, 박학기, 유리상자, 알리 등이 출연한다. 6일에는 예선을 거친 신예 음악인 7팀이 본선 무대를 펼친다. 작곡가 김형석, 가수 박기영 등이 심사를 맡으며, 대상인 ‘김광석상’ 수상자에겐 창작지원금 200만 원과 기타가 부상으로 수여된다.학전은 1991년 개관 이후 김광석이 라이브 공연을 1000회 이상 펼친 곳이다. 지난해 폐관 이후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수리·보수한 뒤 아르코꿈밭극장으로 재개관했다. 강승원 김광석추모사업회장은 “30년이면 사람도 태어나 어른이 되는 시간”이라며 “더 많은 이들과 김광석의 음악을 나누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5-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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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 소설 ‘할매’ 출간한 황석영 “세상만사가 관계의 순환”

    “결국 세상만사는 순환한다는 깨달음을 이번 소설에 담고자 했습니다.” 황석영 소설가(82)가 9일 서울 중구에서 신간 ‘할매’ 출간을 맞아 간담회를 가졌다. 장편소설 ‘할매’는 지난해 인터내셔널 부커상 최종 후보에 올라 화제가 됐던 ‘철도원 삼대’(2020년) 이후 황 작가가 펴낸 5년 만의 신작이다. 소설은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끈질기게 살아남은 팽나무 ‘할매’를 중심축으로 한반도 600년 서사에 대해 다룬다. 배경은 오래된 팽나무의 시선을 따라 14세기 조선 건국 직후부터 각종 갈등이 휩쓸고 지나간 근현대까지 아우른다. 실제로 전북 군산 하제마을에 있는 수령 600년 팽나무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황 작가는 팽나무를 둘러싼 세월이 “단선적인 역사가 아니라 인연과 관계의 순환”이란 점을 강조했다. “팬데믹을 겪으면서 삶과 죽음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모든 관계는 순환되고 카르마(업보)는 끊임없이 변화하며 이전된다는 것을 느꼈죠.” 소설은 저마다 깊은 사연을 지닌 인물들이 등장해 절망에도 잃지 않은 희망과 연대의 가치를 이야기한다. 황 작가는 “개발 사업으로 인해 사라질 운명에 처한 팽나무, 그리고 그 나무가 동고동락한 600년 민중의 삶을 그려내고 싶었다”고 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5-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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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00년 팽나무가 품은 인연의 순환…황석영 신작 ‘할매’ 출간

    “결국 세상만사는 순환한다는 깨달음을 이번 소설에 담고자 했습니다.”황석영 소설가(82)가 9일 서울 중구에서 신간 ‘할매’ 출간을 맞아 간담회를 가졌다. 장편소설 ‘할매’는 지난해 인터내셔널 부커상 최종 후보에 올라 화제가 됐던 ‘철도원 삼대’(2020년) 이후 황 작가가 펴낸 5년 만의 신작이다.소설은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끈질기게 살아남은 팽나무 ‘할매’를 중심축으로 한반도 600년 서사에 대해 다룬다. 배경은 오래된 팽나무의 시선을 따라 14세기 조선 건국 직후부터 각종 갈등이 휩쓸고 지나간 근현대까지 아우른다. 실제로 전북 군산 하제마을에 있는 수령 600살 팽나무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황 작가는 팽나무를 둘러싼 세월이 “단선적인 역사가 아니라 인연과 관계의 순환”이란 점을 강조했다. “팬데믹을 겪으면서 삶과 죽음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모든 관계는 순환되고 카르마(업보)는 끊임없이 변화하며 이전된다는 것을 느꼈죠.”소설은 저마다 깊은 사연을 지닌 등장인물들이 등장해 절망에도 잃지 않은 희망과 연대의 가치를 이야기한다. 조선이 세워진 뒤 속세로 돌아가 갯벌을 일군 승려, 1894년 우금치 전투 도중 산화한 동학농민군, 해방 이후 새만금 간척사업으로 인해 터전을 잃은 어민 등이다. 황 작가는 “개발 사업으로 인해 사라질 운명에 처한 팽나무, 그리고 그 나무가 동고동락한 600년 민중의 삶을 그려내고 싶었다”고 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5-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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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목민이 남긴 유산, 실크로드를 거닐다

    과거 키르기스스탄의 어머니들은 결혼하는 딸을 위해 ‘쉬르닥(shyrdak·전통 펠트 카펫)’을 만들었다. 큰 원형 카펫 주위에 생명의 기원을 뜻하는 나무나 강인한 독수리 등을 알록달록하게 수놓아 두 집안이 서로를 이해하며 성장하길 바랐다. 따뜻한 양모로 만들어 척박한 초원에 불어오는 매서운 겨울바람을 막아주는 기능도 했다. 중앙아시아 유목민과 이동 상인의 삶을 조명한 상설전 ‘길 위의 노마드’가 지난달 25일 광주 동구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 아시아문화박물관에서 개막했다. 사막과 초원, 오아시스 도시를 오가며 삶을 꾸렸던 중앙아시아 사람들의 흔적이 담긴 전시품 약 300건을 선보였다. 주로 직물과 도자, 악기 등으로 몽골과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등 6개국에서 국가무형유산 보유자급 장인들이 19세기부터 만든 작품들이다. 그중 ‘수자니(suzani)’는 우즈베키스탄과 타지키스탄을 중심으로 전승돼 온 자수 직물 장식. 심효윤 학예연구사는 “여성들은 어린 시절부터 어머니에게 자수를 배우며 가문의 기술을 이어받았다”며 “단순 바느질을 넘어 세대 간 지혜와 사랑을 나누는 문화였다”고 설명했다. 실크와 면을 섞은 직물인 ‘아드라스(adras)’를 전통 방식으로 염색한 의복 등도 이번 전시에서 소개됐다. 푸른 하늘빛으로 칠해진 도자들도 이번 전시의 주요 전시품들. 중앙아시아에서 도자기는 부와 권위를 상징했고, 이슬람 건축의 핵심 요소로도 발전했다. 심 연구사는 “각종 시기와 위험으로부터 보호받기를 바라면서 도자기에 칼, 고추, 아몬드 등 문양을 새겼다”며 “석류나 물결, 태양 등 문양은 풍요와 생명력을 상징했다”고 말했다. 과거 유목민과 이동 상인들이 연주했던 악기들을 통해 그들의 전통음악 문화도 짚어본다. 초원에서 축제가 열리면 노래와 연주, 즉흥시가 울려 퍼졌고, 도시에선 이슬람 신앙과 페르시아 전통이 어우러진 궁정 음악이 발전했다고 한다. 전시장에선 키오스크를 통해 전통 음악 20여 종을 직접 들어볼 수 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5-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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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편종-편경 제작 장인 김종민씨, 부친 이어 ‘악기장’ 보유자 돼

    국가무형유산 ‘악기장(樂器匠)’ 가운데 편종·편경 제작 보유자로 김종민 씨(57·사진)가 인정 예고됐다. 국가유산청은 8일 “조선시대 궁중음악을 연주하는 데 쓰인 편종·편경 제작 분야를 체계적으로 전승하고 있는 김 씨를 보유자로 인정 예고한다”고 밝혔다. 편종은 음높이가 다른 16개의 종을, 편경은 ‘ㄱ’자 모양 경돌을 울려 소리를 내는 타악기다. 해당 제작 분야는 전승 여건과 체계가 취약해 2023년 국가긴급보호 무형유산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김 씨는 현재까지 이 분야 유일한 보유자인 김현곤 씨의 아들이다. 부친의 작업을 도우며 제작 기능을 전수받았다. 2013년 전수장학생, 2016년에 이수자가 됐다. 김 씨는 예고 기간 약 30일 동안 각계 검토 및 무형유산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최종 인정 여부가 확정된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5-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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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목민 조명한 ‘길 위의 노마드’ 전시물 300여점, 광주 ACC에 선보여

    과거 키르기스스탄의 어머니들은 결혼하는 딸을 위해 ‘쉬르닥(shyrdak·전통 펠트 카펫)’을 만들었다. 큰 원형 카펫 주위에 생명의 기원을 뜻하는 나무나 강인한 독수리 등을 알록달록하게 수놓아 두 집안이 서로를 이해하며 성장하길 바랐다. 따뜻한 양모로 만들어 척박한 초원에 불어오는 매서운 겨울바람을 막아주는 기능도 했다.중앙아시아 유목민과 이동 상인의 삶을 조명한 상설전 ‘길 위의 노마드’가 지난달 25일 광주 동구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 아시아문화박물관에서 개막했다. 사막과 초원, 오아시스 도시를 오가며 삶을 꾸렸던 중앙아시아 사람들의 흔적이 담긴 전시품 약 300건을 선보였다. 주로 직물과 도자, 악기 등으로 몽골과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등 6개국에서 국가무형유산 보유자급 장인들이 19세기부터 만든 작품들이다.그 중 ‘수자니(suzani)’는 우즈베키스탄과 타지키스탄을 중심으로 전승돼 온 자수 직물 장식. 심효윤 학예연구사는 “여성들은 어린 시절부터 어머니에게 자수를 배우며 가문의 기술을 이어받았다”며 “단순 바느질을 넘어 세대 간 지혜와 사랑을 나누는 문화였다”고 설명했다. 실크와 면을 섞은 직물인 ‘아드라스(adras)’를 전통 방식으로 염색한 의복 등도 이번 전시에서 소개됐다. 푸른 하늘빛으로 칠해진 도자들도 이번 전시의 주요 전시품들. 중앙아시아에서 도자기는 부와 권위를 상징했고, 이슬람 건축의 핵심 요소로도 발전했다. 심 연구사는 “각종 시기와 위험으로부터 보호받기를 바라면서 도자기에 칼, 고추, 아몬드 등 문양을 새겼다”며 “석류나 물결, 태양 등 문양은 풍요와 생명력을 상징했다”고 말했다. 과거 유목민과 이동 상인들이 연주했던 악기들을 통해 그들의 전통음악 문화도 짚어본다. 초원에서 축제가 열리면 노래와 연주, 즉흥시가 울려 퍼졌고, 도시에선 이슬람 신앙과 페르시아 전통이 어우러진 궁정 음악이 발전했다고 한다. 전시장에선 키오스크를 통해 전통 음악 20여 종을 직접 들어볼 수 있다.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5-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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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무공의 2m 장검, 국보 지정후 첫 일반공개

    “석양을 타고(乘夕) 돌아왔다. … 비가 아주 많이 쏟아졌다. 모든 일행이 다 꽃비(花雨)에 젖었다.”(국보 ‘난중일기’에서) 올해 충무공 이순신(1545∼1598)의 탄신 480주년을 맞아 장군의 인간적인 면모를 조명한 특별전 ‘우리들의 이순신’이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최근 개막했다. ‘난중일기’와 충무공이 쓴 편지를 묶은 ‘서간첩’, ‘임진장초’ 등 국보 6건 및 보물 39건을 포함해 258건을 선보인 특별전은 이순신 장군을 주제로 한 전시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로 꼽힌다. 특히 길이가 약 2m에 이르는 ‘이순신 장검’은 2023년 국보로 지정된 뒤 처음으로 일반에 공개됐다. 이번 전시는 격랑을 헤치고 ‘필사즉생(必死則生)’을 외치며 일본군을 격파하던 장군의 영웅적 면모와는 사뭇 다른 섬세함도 함께 소개했다. 1592년 2월 난중일기에 쓴 “석양을 타고 돌아왔다…”와 같은 대목들이 대표적이다. 1597년 4월 어머니의 부고를 들었을 땐 “가슴을 치고 발을 구르며 슬퍼했다. 하늘의 해도 까맣게 변했다”며 부하와 백성 앞에서 차마 보일 수 없던 통곡을 일기에 눌러 담았다. 서윤희 박물관 학예연구사는 “성웅(聖雄) 이면에 있는 절절한 마음과 잠 못 들던 밤들, 고뇌 끝에 아로새긴 강인함 등을 다각도로 보여주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충무공이 실제 사용했던 것으로 추정되는 보물 ‘복숭아 모양 잔과 받침’, 명량해전이 벌어졌던 전남 진도군 오류리 해역에서 건져 올린 소소승자총통 등도 전시됐다. 전시는 내년 3월 3일까지 이어진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5-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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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보 장검·난중일기 한자리에…유물로 만나는 ‘인간 이순신’

    “석양을 타고(乘夕) 돌아왔다.…비가 아주 많이 쏟아졌다. 모든 일행이 다 꽃비(花雨)에 젖었다.”(국보 ‘난중일기’에서)올해 충무공 이순신(1545~1598)의 탄신 480주년을 맞아 장군의 인간적인 면모를 조명한 특별전 ‘우리들의 이순신’이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최근 개막했다. ‘난중일기’와 충무공이 쓴 편지를 묶은 ‘서간첩’, ‘임진장초’ 등 국보 6건 및 보물 39건을 포함해 258건을 선보인 특별전은 이순신 장군을 주제로 한 전시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로 꼽힌다. 특히 길이가 약 2m에 이르는 ‘이순신 장검’은 2023년 국보로 지정된 뒤 처음으로 일반에 공개됐다.이번 전시는 격랑을 헤치고 ‘필사즉생(必死則生)’을 외치며 일본군을 격파하던 장군의 영웅적 면모와는 사뭇 다른 섬세함도 함께 소개했다. 1592년 2월 난중일기에 쓴 “석양을 타고 돌아왔다…”와 같은 대목들이 대표적이다. 1597년 4월 어머니의 부음을 들었을 때엔 “가슴을 치고 발을 구르며 슬퍼했다. 하늘의 해도 까맣게 변했다”며 부하와 백성 앞에서 차마 보일 수 없던 통곡을 일기에 눌러 담았다.서윤희 박물관 학예연구사는 “성웅(聖雄) 이면에 있는 절절한 마음과 잠 못 들던 밤들, 고뇌 끝에 아로새긴 강인함 등을 다각도로 보여주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충무공이 실제 사용했던 것으로 추정되는 보물 ‘복숭아 모양 잔과 받침’, 명량해전이 벌어졌던 전남 진도군 오류리 해역에서 출수된 소소승자총통 등도 전시됐다. 전시는 내년 3월 3일까지 이어진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5-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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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종실록지리지서 동여도지까지… ‘지도로 읽는’ 조선

    조선 최대·최고의 전국 지도로 꼽히는 ‘대동여지도(大東輿地圖)’.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아는 고산자(古山子) 김정호가 1861년 편찬한 이 지도는 완전히 펼치면 길이가 세로로 약 7m에 이른다. 굵직한 산맥과 하천뿐 아니라 도로, 역참, 군사 시설까지 상세히 표시돼 조선시대 지도의 정수로 평가된다. 하지만 앞서 1850년경에 쓰여진 ‘이 책’이 없었다면, 고산자의 대동여지도는 이처럼 높은 완성도를 갖추기 어려웠을지도 모른다. 조선 팔도의 호구와 풍속, 특산물 등 40여 개 지리 정보를 치밀하게 담아낸 지리서 ‘동여도지(東輿圖志)’가 그 책이다. 동여도지 등 ‘지리지(地理誌)’를 조명한 특별전 ‘사람과 땅, 지리지에 담다’가 대구 수성구 국립대구박물관에서 지난달 25일부터 열리고 있다. 지리지는 특정 지역에 관한 총체적 기록이 담긴 문헌을 일컫는다. 18세기 조선의 땅길과 바닷길을 기록한 교통 안내서 ‘도로고’와 19세기 풍수지리 문헌 ‘풍수도참서’ 등 지리지와 지도, 회화 등 문화유산 87건이 전시됐다. 정대영 학예연구사는 “조선시대 지리지는 일반 백성은 볼 수 없던 위정자들의 책으로, 나라를 다스리는 데 필요한 지역별 정보가 빼곡히 담겼다”며 “당대 통치 이념과 사회 변천까지도 엿볼 수 있는 복합적 사료”라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는 조선 전기의 핵심적인 지리 자료인 ‘세종실록지리지’와 ‘동국여지승람’, ‘신증동국여지승람’이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였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 세종실록지리지는 국가 통치를 위해 지리에 큰 관심을 가졌던 세종대왕의 명으로 편찬된 지리서다. 누구나 쉽게 읽도록 드물게 한글로 기록한 ‘전지도’(사진)도 눈길을 끈다. 세계지도인 ‘천하도’와 조선 팔도, 이웃 나라 지도 등을 한글로 수록했다. 고 이건희 삼성 선대 회장이 국가에 기증한 유물 중 하나로 이번 전시를 통해 처음으로 일반에 공개됐다. 내년 2월 22일까지.대구=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5-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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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본보 히어로콘텐츠 ‘누락’, 관훈언론상 수상

    동아일보 히어로콘텐츠팀의 ‘누락: 당신의 아파트는 안녕하신가요’ 기획시리즈가 2025년 관훈언론상 사회변화 부문 수상작으로 27일 선정됐다. 관훈언론상 심사위원회는 “우리 생활에 밀접한 아파트의 부실한 부분을 발품 팔아 취재한 점을 높게 평가했다”고 밝혔다. 권력 감시 부문은 JTBC의 ‘건진법사 게이트 추적 및 핵심 당사자 연속 인터뷰’, 국제 보도 부문은 조선일보의 ‘“북에서 포로는 변절, 한국 가고 싶다” 전장서 붙잡힌 북한군 인터뷰’가 각각 선정됐다. 저널리즘 혁신 부문엔 KBS 시사기획 창 ‘2216편 추적보고서 2부작’이, 지역보도 부문엔 부산 MBC의 ‘최초 보고, 노인성폭력 실태’가 이름을 올렸다. 시상식은 다음 달 23일 낮 12시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5-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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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종묘 앞 재개발 놓고 시끄러운 서울… ‘공청회만 35회’ 獨창고도시의 교훈

    20세기 국제 해상무역의 거점 중 하나였던 독일 함부르크 슈파이허슈타트. 이름 자체가 ‘창고 도시’란 뜻인 이곳은 과거 무역품을 보관하던 붉은 벽돌 창고들이 엘베강을 따라 길게 이어져 있다. 독일에선 근대화를 상징하는 국가 유산으로 여겨진다. 슈파이허슈타트와 나란히 붙은 ‘하펜시티’ 구역에 대한 개발 계획이 본격화한 건 2000년. 도시개발 총계획이 함부르크 상원을 통과한 뒤였다. 그러나 “고층 건물들이 슈파이허슈타트의 낮은 스카이라인을 압도하고 역사적 맥락을 해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때 함부르크 당국이 보여준 ‘사회적 합의’를 위한 노력은 실로 놀라웠다. 10여 년간 공청회 35회와 시민 워크숍 10여 회, 관련 공모 20여 회를 개최했다. 결국 2012년 문화유산 보존법을 개정해 ‘세계유산협약 준수 의무’를 도시계획 과정에 명시했다. 이듬해 경관 영향평가와 완충구역 모니터링 등의 절차도 의무화했다. 그 결과, 유네스코는 2015년 슈파이허슈타트를 세계유산에 등재하며 “개발이나 방치로 부정적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호평했다. 슈파이허슈타트의 사례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서울 종묘(宗廟) 맞은편 재개발 이슈로 갈등이 격화된 한국 사회에 많은 시사점을 던진다. 뭣보다 이해당사자들이 적극적인 조율을 통해 문화유산 보존과 도시 개발의 균형을 맞췄기 때문이다. ‘꾸준한 사전 협의와 투명한 개발 절차’가 지속 가능한 도시 발전의 핵심이란 교훈도 준다. 싱가포르도 비슷한 노력을 통해 도시 경관의 조화를 이뤄냈다. 1990년대부터 치밀한 협의와 구체적 가이드라인을 바탕으로 보존지구인 차이나타운과 인근 초고층 금융지구가 어우러지도록 만들었다. 방법은 간명하면서도 명확하다. 먼저 중장기 개발 계획은 싱가포르 도시재개발청 주관 아래 계획 초안을 시민에게 전시한다. 이후 의견을 수렴해서 지역 상인과 개발 업체, 전문가 등이 함께 모여 논의하는 절차를 여러 차례 반복한다. 캐나다 밴쿠버도 참고할 만하다. 도시와 맞닿은 산맥과 바다 보존을 위해 개발 계획을 꾸준히 관리한다.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이 아닌데도, 핵심 경관이자 민족적 상징으로 여기고 보존에 힘쓴다. 한 세계유산 전문가는 “도심 개발 시 ‘생태 경관 영향평가’를 의무화해 도시 발전을 경관 보존과 발맞춘 사례”라고 설명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5-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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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코모스 한국위원회 “종묘 앞 개발, 공동 영향평가 받아야”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이코모스) 한국위원회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서울 종묘(宗廟) 맞은편 세운4구역 재개발 추진 계획에 대해 “당국과 지방정부가 공동으로 세계유산영향평가(Heritage Impact Assessment·HIA)를 실시하라”고 24일 촉구했다. 이코모스 한국위원회는 전날 이사회에서 결정한 입장문을 통해 “국제 기준에 따라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사실에 근거한 절차와 원칙을 밝히려 한다”며 “지금 필요한 건 ‘누가 옳으냐’보다 국제 절차를 정상 가동시키는 것”이라고 밝혔다. 세계유산 등재와 자문을 담당하는 국제전문기구인 이코모스 한국위원회가 종묘 앞 재개발 이슈에 관해 공식 입장을 내놓은 건 처음이다. 위원회는 종묘가 당장 ‘위험에 처한 세계유산’에 해당하는 조건은 아니지만 우려되는 대목도 분명하다고 짚었다. 위원회 측은 “절차를 거쳐 심각하고 구체적인 위험이 확인될 때만 ‘위험에 처한 세계유산’ 지정이 검토된다”면서도 “초고층 개발 계획, 경관 축의 잠재적 훼손, 관계 기관 간 조정 미흡 등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와 여러 전문가가 우려를 표하고 있다”고 했다. 위원회는 “HIA는 개발을 막는 제도가 아니라 높이와 배치, 스카이라인, 조망선 등 여러 시나리오를 비교 분석한 뒤 보존과 개발이 양립 가능한 대안을 찾는 것”이라고 강조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5-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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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가유산청, ‘근대 한국어 사전 원고·내방가사’ 세계기록유산 등재 신청

    국가유산청이 ‘근대 한국어 사전 원고’와 ‘내방가사’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 신청했다. 2027년 최종 등재되면 한국이 보유한 세계기록유산은 22건으로 늘어난다. 유산청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사무국에 두 기록물에 대한 등재 신청서를 21일 제출했다”고 24일 밝혔다. ‘근대 한국어 사전 원고’는 일제강점기 모국어를 보존하고 민족 정테성을 확립하려는 운동의 산물로 평가되는 자료다. ‘말모이’ 1책과 ‘조선말 큰사전’ 원고 18책을 아우른다.‘내방가사’는 여성들 사이에서 필사되며 전승된 한글 가사 문학이다. 이번 등재 신청 대상에는 1794년에서 1960년대 말까지 여러 세대 여성들이 창작하고 향유한 가사 567점이 포함됐다. 여러 계층 여성의 삶이 솔직하고 소박하게 담겼다고 여겨진다.두 자료는 내년 세계기록유산 국제자문위원회(IAC) 심사를 거쳐 2027년 상반기(1~6월) 프랑스에서 열리는 유네스코 집행이사회에서 최종 등재 여부가 판가름된다. 앞서 우리나라는 1997년 ‘훈민정음’과 ‘조선왕조실록’ 등재를 시작으로 ‘동의보감’, ‘국채보상운동기록물’ 등을 세계기록유산 목록에 올렸다. 올 4월엔 ‘산림녹화기록물’과 ‘제주4·3기록물’이 최종 등재됐다.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5-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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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코모스 한국위원회 “종묘 재개발, 세계유산 영향평가 실시해야”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이코모스) 한국위원회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서울 종묘(宗廟) 맞은편 세운4구역 재개발 추진 계획에 대해 “당국과 지방 정부가 공동으로 세계유산영향평가(Heritage Impact Assessment·HIA)를 실시하라”고 24일 촉구했다.이코모스 한국위원회는 전날 이사회에서 결정한 입장문을 통해 “국제 기준에 따라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사실에 근거한 절차와 원칙을 밝히려 한다”며 “지금 필요한 건 ‘누가 옳으냐’보다 국제 절차를 정상 가동시키는 것”이라고 밝혔다. 세계유산 등재와 자문을 담당하는 국제전문기구인 이코모스 한국위원회가 종묘 앞 재개발 이슈에 관해 공식 입장을 내놓은 건 처음이다.위원회는 종묘가 당장 ‘위험에 처한 세계유산’에 해당되는 조건은 아니지만, 우려되는 대목도 분명하다고 짚었다. 위원회 측은 “절차를 거쳐 심각하고 구체적인 위험이 확인될 때만 ‘위험에 처한 세계유산’ 지정이 검토된다”면서도 “초고층 개발 계획, 경관 축의 잠재적 훼손, 관계 기관 간 조정 미흡 등으로 인해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와 여러 전문가가 우려를 표하고 있다”고 했다.이들은 국가유산청이 세계유산센터에 상황을 통보하고, 서울시는 전문가, 당국이 함께 참여하는 영향평가를 수행할 것을 권고했다. 위원회는 “HIA는 개발을 막는 제도가 아니라 높이와 배치, 스카이라인, 조망선 등 여러 시나리오를 비교 분석한 뒤 보존과 개발이 양립 가능한 대안을 찾는 것”이라고 강조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5-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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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쏟아져 들어온다… 이슬람의 현현

    가장자리에 톱니가 돋은 이파리들의 문양이 낫처럼 날카롭게 뻗어 있다. 이파리 사이에 수놓인 이채로운 잔꽃과 덩굴무늬. 군사적 힘과 종교적 권위를 바탕으로 중세 페르시아를 장악했던 사파비 제국(1501∼1732)의 왕좌용 카펫이다. 길이 2.7m인 이 짙붉은 카펫은 곳곳에 군청색, 미색 등이 어우러지며 생기가 넘친다.● 국립박물관의 첫 이슬람 상설전시이슬람 미술의 정수 중 하나로 꼽히는 카펫을 비롯해 이슬람 역사와 문화가 담긴 수준 높은 예술품 80여 점이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에서 22일 공개됐다. 중앙박물관은 카타르 도하 이슬람예술박물관(MIA)이 소장한 회화, 서예, 공예품 등을 빌려와 ‘이슬람 미술, 찬란한 빛의 여정’ 전시를 내년 10월까지 3층 세계문화관에서 선보인다. 이 전시는 이슬람 문화가 시작된 7세기부터 19세기에 이르는 시기의 보물을 아우른다.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은 전날 언론 공개회에서 “국립박물관에서 이슬람을 주제로 상설 전시를 여는 건 처음”이라며 “이번 전시가 이슬람 문화를 이해하고 나아가 우리 문화까지 넓어진 시각으로 바라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그동안 중앙박물관은 세계문화관을 통해 중국과 일본, 중앙아시아, 인도, 이집트, 고대 그리스·로마 등에 이르는 세계 여러 지역의 문화유산을 소개해 왔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촛불과 꾸란(이슬람교 경전) 경구가 정교히 조각된 대리석 석판이 관람객을 맞는다. 신자들이 메카(이슬람교 최대 성지)를 향해 기도할 수 있도록 건물 벽 오목한 공간에 세워뒀던 14세기 ‘미흐랍 석판’이다. 권혜은 학예연구사는 “촛불로 표현된 빛은 이슬람에서 진리이자 힘 자체를 의미한다”며 “장식적인 석판과 타일, 문 등 건축 부재는 공간에 신성함과 예술성을 불어넣는 기능을 했다”고 설명했다. 현존 최대로 꼽히는 15세기 꾸란 필사본도 눈길을 끈다.● “이슬람 예술의 대표 걸작들”이번 전시는 예부터 이슬람 문화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해 온 ‘서예’를 살펴보는 재미가 있다. 가로획은 길게 늘이고 세로획은 높이 뻗은 ‘무하카크 체’, 각지고 균형 잡힌 ‘쿠피 체’ 등은 글씨만으로 리듬감과 장엄함을 느끼게끔 한다. 권강미 학예연구관은 “서예 장식과 아라베스크 문양, 엄격한 좌우 대칭은 이슬람 미술을 이루는 3가지 본질적 요소”라며 “우상 숭배를 금지했기에 다채로운 표현법이 발전했다”고 설명했다. 전시물이 제작된 지역은 이슬람교가 확산한 다양한 지역을 아우른다. 오늘날 튀르키예를 중심으로 서아시아와 북아프리카, 남동유럽 세 대륙에 걸쳐 영토가 있던 오스만 제국(1299∼1922)의 푸른 물병, 인도를 지배한 무굴 제국(1526∼1857)의 강철 단검, 북아프리카까지 영토를 넓힌 파티마 왕조(909∼1171)의 모스크 램프 등이 포함됐다. 아라비아반도에서 시작된 이슬람 문화가 여러 지역을 거치면서 변화한 양상도 엿볼 수 있다. 서유럽 기독교 양식에 이슬람 미술 양식이 더해진 이탈리아 노르만 왕조(1066∼1135)의 상아 상자가 대표적이다. 천문학과 항해술에 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14세기 아스트롤라베(천체의 고도를 재거나 궤도를 계산하는 기구) 등도 이슬람 문화의 진면목을 보여 준다. 샤이카 나세르 알나스르 MIA 관장은 “여러 대륙과 시대를 거치며 발전해 온 이슬람 예술의 대표 걸작들을 엄선한 MIA의 축소판”이라며 “K컬처 열풍이 불고 있는 카타르에서도 한국의 문화유산을 소개할 수 있길 기대한다”고 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5-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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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슬람 예술 걸작들 국내서 본다…국중박, 이슬람 주제 첫 상설전시

    가장자리에 톱니가 돋은 이파리들의 문양이 낫처럼 날카롭게 뻗어 있다. 이파리 사이에 수놓인 이채로운 잔꽃과 덩굴무늬. 군사적 힘과 종교적 권위를 바탕으로 중세 페르시아를 장악했던 사파비 제국(1501~1732)의 왕좌용 카펫이다. 길이 2.7m인 이 짙붉은 카펫은 곳곳에 군청색, 미색 등이 어우러지며 생기가 넘친다.● 국립박물관의 첫 이슬람 상설전시이슬람 미술의 정수 중 하나로 꼽히는 카펫을 비롯해 이슬람 역사와 문화가 담긴 수준 높은 예술품 80여 점이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에서 22일 공개됐다. 중앙박물관은 카타르 도하 이슬람예술박물관(MIA)이 소장한 회화, 서예, 공예품 등을 빌려와 ‘이슬람 미술, 찬란한 빛의 여정’ 전시를 내년 10월까지 3층 세계문화관에서 선보인다. 이 전시는 이슬람 문화가 시작된 7세기부터 19세기에 이르는 시기의 보물을 아우른다.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은 전날 언론 공개회에서 “국립박물관에서 이슬람을 주제로 상설 전시를 여는 건 처음”이라며 “이번 전시가 이슬람 문화를 이해하고 나아가 우리 문화까지 넓어진 시각으로 바라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그동안 중앙박물관은 세계문화관을 통해 중국과 일본, 중앙아시아, 인도, 이집트, 고대 그리스·로마 등에 이르는 세계 여러 지역의 문화유산을 소개해 왔다.전시장에 들어서면 촛불과 쿠란(이슬람교 경전) 경구가 정교히 조각된 대리석 석판이 관람객을 맞는다. 신자들이 메카(이슬람교 최대 성지)를 향해 기도할 수 있도록 건물 벽 오목한 공간에 세워뒀던 14세기 ‘미흐랍 석판’이다.권혜은 학예연구사는 “촛불로 표현된 빛은 이슬람에서 진리이자 힘 자체를 의미한다”며 “장식적인 석판과 타일, 문 등 건축 부재는 공간에 신성함과 예술성을 불어넣는 기능을 했다”고 설명했다. 현존 최대로 꼽히는 15세기 쿠란 필사본도 눈길을 끈다.● “이슬람 예술의 대표 걸작들”이번 전시는 예부터 이슬람 문화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해 온 ‘서예’를 살펴보는 재미가 있다. 가로획은 길게 늘이고 세로획은 높이 뻗은 ‘무하카크 체’, 각지고 균형 잡힌 ‘쿠피 체’ 등은 글씨만으로 리듬감과 장엄함을 느끼게끔 한다. 권강미 학예연구관은 “서예 장식과 아라베스크 문양, 엄격한 좌우 대칭은 이슬람 미술을 이루는 3가지 본질적 요소”라며 “우상숭배를 금지했기에 다채로운 표현법이 발전했다”고 설명했다.전시물이 제작된 지역은 이슬람교가 확산한 다양한 지역을 아우른다. 오늘날 튀르키예를 중심으로 서아시아와 북아프리카, 남동유럽 세 대륙에 걸쳐 영토가 있던 오스만 제국(1299~1922)의 푸른 물병, 인도를 지배한 무굴 제국(1526~1857)의 강철 단검, 북아프리카까지 영토를 넓힌 파티마 왕조(909~1171)의 모스크 램프 등이 포함됐다.아라비아반도에서 시작된 이슬람 문화가 여러 지역을 거치면서 변화한 양상도 엿볼 수 있다. 서유럽 기독교 양식에 이슬람 미술 양식이 더해진 이탈리아 노르만 왕조(1066~1135)의 상아 상자가 대표적이다.천문학과 항해술에 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14세기 아스트롤라베(천체의 고도를 재거나 궤도를 계산하는 기구) 등도 이슬람 문화의 진면목을 보여준다. 샤이카 나세르 알나스르 MIA 관장은 “여러 대륙과 시대를 거치며 발전해 온 이슬람 예술의 대표 걸작들을 엄선한 MIA의 축소판”이라며 “K컬처 열풍이 불고 있는 카타르에서도 한국의 문화유산을 소개할 수 있길 기대한다”고 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5-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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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독이 된 약… 과잉 처방이 중독사회 낳았다

    어릴 적 농구 코트에선 대장이었으나 책상에선 집중을 못했던 카렌. 부모와 학교는 이 ‘학습 장애’를 극복하도록 카렌에게 심리상담사와 교육 전문가를 붙였다. 대학에서도 공부에 어려움을 느낀 그는 정신과를 찾았고, 의사는 단 한 번 면담한 뒤 ‘주의력결핍장애’ 진단을 내리고 중독성 치료제를 처방했다. 10mg을 복용하던 카렌은 이후 의사에게 거짓말을 해 150mg을 받아냈고, 결국 심각한 약물중독으로 치료를 받아야 했다. 질병의 ‘진단’과 ‘처방’ 체계 뒤 드리워진 어두운 이면을 직시하는 책 두 권이 나란히 출간됐다. 처방약 남용이 낳은 중독 현상을 짚은 ‘중독을 파는 의사들’과 의료계의 확진 과열을 정면으로 비판한 ‘진단의 시대’다. 두 책 모두 빠르고 편리해진 치료 시스템과 수익 추구에 매몰된 의료계, 약간의 통증도 참지 못하는 환자들이 맞물리면서 현대 의학이 마주하게 된 구조적 위기를 들여다본다.‘중독을 파는 의사들’은 미국 스탠퍼드대 의대 정신과 교수인 저자가 실제 겪은 환자 사례를 통해 처방 약에 중독되는 과정을 생생하게 보여 준다. 치과에서 사랑니 수술 뒤 통증 완화용으로 처방받은 마약성 진통제에 중독된 환자, 결절 제거 수술 중 투약된 마약성 진통제 오피오이드가 극심한 금단 증세를 일으켜 재입원을 반복한 환자 등이 사례로 등장한다. 처방이 남용되는 구조적 원인으로는 오랫동안 이윤 창출에 급급했던 의료 시스템이 지목된다. 미 의료학회는 1980년대부터 “통증 환자를 위한 더 나은 치료”를 명목으로 마약성 진통제 사용을 촉구했다. 미 보건복지부 산하 식품의약국(FDA)은 마약성 진통제가 쉽게 승인받는 환경을 만들었다. 저자는 “보험사들이 중독 치료엔 인색한 반면, 통증 완화용 약물 처방에는 상대적으로 관대하다”며 ‘구조적 중독’을 비판한다. ‘진단의 시대’는 질병 진단에 너무나 대수롭지 않아진 현대 사회에 대한 경고장이다.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부터 유방암까지 여러 질병이 과잉 진단되고 있는 현실을 역시 사례 중심으로 분석한다. 영국에서 20년 넘게 신경과 전문의로 일하고 있는 저자는 “진단이 늘어난 건 질병이 늘었기 때문이 아니다. 우리는 어느 때보다 건강하다”며 “개개인의 신체적, 정신적 차이가 불필요하게 병리화되면서 환자를 생산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예컨대 발병률이 높지 않은 감염성 질환인 ‘라임병’은 과민한 진단 기준으로 인해 애매한 증상만 있어도 라임병으로 진단하기 일쑤다. ADHD 진단에 대해서는 자아를 이해하기 위한 도구를 넘어 자아를 규정하는 꼬리표가 돼 버렸다고 지적한다. 현 상태를 파악함으로써 정서를 회복하는 대신, ‘질병 정체성’의 굴레에 갇혀 더 자주 병원을 찾고 심리적 보상을 얻는 데 그친다는 설명이다. 국내에서도 항우울제, ADHD 등 정신과 약물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미미한 고통과 이상 증세마저 병으로 규정되고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의료의 본래 목적대로 진료와 처방이 환자의 회복과 안녕으로 이어지기 위해선 처방과 진단의 속도를 늦추고 시스템을 점검해 볼 때가 아닐까. 생각해 볼 거리가 많은 책들이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5-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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