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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석대의 ‘수소 중심 대학’ 추진은 국내 수소 연구의 권위자인 이홍기 에너지전기공학과 교수(64)이자 수소연료전지 부품 및 응용 기술 지역혁신센터(RIC) 센터장이 진두지휘하고 있다. 1994년 부임한 이 센터장은 2008년부터 산업통상자원부가 지원하는 RIC 센터장을 맡아 한국 수소 산업의 살아있는 역사로 활동하고 있다. 국제 연료전지 기술의 표준화를 총괄하는 국제전기기술위원회(International Electro-technical Commission)의 연료전지 기술위원회(TC 105) 의장직도 수행하고 있다. 그는 한국이 미래 수소 에너지를 활용하는 데 필수적인 연료전지 분야의 국제 표준화에도 노력하고 있다. 우석대 ‘글로컬 대학 30’ 추진본부장이기도 한 이 교수는 “국제 수소 에너지의 시장이 확대되고 있는 만큼 한국도 수소자동차와 연료전지, 발전 등 다양한 시장에 주도적으로 진입해야 한다. 그 이상적인 모델을 우석대가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학이 학교 안팎의 현장에서 성과와 미래 비전을 보여줘야 기업이 동참하고 거기서 얻는 혜택이 대학으로 다시 돌아온다”며 “우석대가 생산기지 역할도 하면서 전북이 전국에서 가장 저렴한 수소를 생산하도록 하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완주=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 전북 완주군 우석대가 수소 에너지 분야 중심 연구대학 도약을 위해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완주군에 들어설 ‘완주 수소 특화 국가산업단지’가 선정되는 과정에서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한 우석대는 지역과 산업을 이끄는 대학 혁신의 발판을 다지고 있다. 국내 수소 산업 전반에 이론적 지식 자산을 제공하는 국내 대표 대학이자, 실질적인 사업 실행 능력까지 갖춘 세계적인 수소 허브 대학으로의 도약이 목표다. 프로 스포츠 선수 출신 최초의 대학 총장 이력을 가진 ‘야구 레전드’로 최근 취임한 박노준 총장(62)은 지방대 소멸 위기에서 우석대가 살아남을 수 있도록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좋아하는 말이 ‘전화위복’인데, 지방대의 위기도 이렇게 희망적으로 받아들이려 한다”는 박 총장은 “빛의 속도로 대학을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절실함을 갖고 우석대를 수소 중심 대학으로 재편하는 ‘발전적 구조조정’에 총력을 쏟아보겠다”고 의지를 드러냈다.》 ● ‘완주 수소 특화 국가산단’ 연착륙 주도 정부는 지난해 3월 미래 첨단산업 육성을 위해 완주를 비롯해 전국에 15개 국가 첨단산업단지를 선정했다. 수소 특화 국가산단은 2027년까지 완주군 봉동읍 일원에 165만 ㎡ 규모로 조성된다. 총사업비는 6270억 원에 이른다. 수소 특화 국가산단 조성으로 직접 투자 규모가 72개 기업, 3조840억 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약 3만 명에 이르는 일자리 창출 효과도 기대된다. 우석대는 대학 내 수소연료전지 지역혁신센터 등을 통해 배후 지원기관으로 수소 특화 국가산단의 연착륙을 총력 지원할 계획이다. 우석대는 이미 완주군이 산단 유치 과정에서 필수 확보 계획으로 내세웠던 △수소 용품 검사 지원센터 △사용 후 연료전지 기반 구축 △에너지저장장치(ESS) 안전성 평가센터 △수소 저장 용기 신뢰성 평가센터 등의 효과를 입증하는 구체적인 실증 데이터를 제공했다. 추가 연구 지원 등을 통해 전북 지역 내 수소 에너지 활용 증가, 수소 에너지 활용에 따른 소비자의 이익, 또 여타 다른 에너지 대비 가성비와 가격 경쟁력 우위, 안전 확보 등에서 국가 수소 에너지 발전 계획의 수준을 높이는 결과물을 제시하겠다는 계획이다.● 수소 글로벌 기업 협력 체계 구축 우석대는 2008년부터 미래 수소 에너지 시대를 대비하는 차원에서 수소연료전지 기반 조성에 노력을 기울여 왔다. 국내외 수소 분야 글로벌 기업들과의 연대체 구성 노력에 사활을 걸었다. 그 결과 현대자동차는 물론이고 두산퓨얼셀, SK E&S, LS엠트론, 현대모비스, 일진하이솔루스 등을 비롯해 동유럽 최대 규모 공인 시험인증기관인 SZU, 전북 지역 수소 산업을 선도하고 있는 비나텍 등과 유기적인 선순환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었다. 또 100여 개 수소 관련 기업에 대학이 보유하고 있는 핵심 기반 기술을 꾸준히 이전해 왔다. 이홍기 에너지전기공학과 교수의 주도로 국내 최초로 수소 기술 2개 분야에서 국제 표준도 획득하며 한국 기술 수준의 경쟁력과 잠재력을 세계에 각인시켰다. 우석대는 국내 대학 최초로 수소연료전지발전소도 가동해 운영하고 있다. 이번 신학기부터 전주 캠퍼스 생활관의 전기를 자체 충당하기 위해 10kW급 수소연료전지발전소 5기의 운영에 들어갔다. 대당 10kW급으로 도시가스에서 추출한 수소를 이용해 하루 평균 250kW의 전기에너지를 생산하고 있다. 수소 에너지 사용에 따른 비용 절감 효과는 기존 도시가스 활용 대비 약 50% 수준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국 대표 ‘수소 중심 대학’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지산학연 협의체 구축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박 총장은 “교육부의 ‘글로컬 대학 30’ 진입을 준비 중인 우석대는 수소 분야를 중심으로 미래 100년 대학으로 거듭나면서 지역 상생 발전의 혁신적인 솔루션을 제공하는 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수소 중심 대학’으로 진군하는 행보를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완주=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고도의 집중력과 잠재된 뇌의 능력을 깨워줘 미래인재를 양성하는 학습법이 있다. 세계전뇌학습아카데미의 김용진 박사가 개발한 초고속전뇌학습법이다. 초고속전뇌학습법은 잠자는 뇌세포를 깨워 학습효과를 높여주는 공부법이다. 이 학습법은 좌뇌, 우뇌, 간뇌로 구성된 전뇌를 개발해 학습 능력을 최대 10배 이상 향상시켜준다. 김 박사는 초고속전뇌학습법을 1979년부터 1989년까지 11년 간 교육심리학, 인지발달, 대뇌생리학 등 여러 영역의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완성했다. 김 박사가 개발한 학습법은 한글을 포함 세계 218개국 언어와 문자에도 적용할 수 있는 교육 노하우를 담고 있다. 이 학습법은 특허청에 등록됐고 세계대백과사전에도 등재됐다. 3단계로 구성된 초고속전뇌학습법은 초-중-고급으로 나뉜다. 초급은 초고속 정독을 위한 과정으로 집중력을 길러줘 기억력, 사고력, 판단력, 논리력, 어휘력, 문해력, 독서 능력을 10배 이상 향상시킬 수 있다. 중급은 영어 단어, 한자, 교과서 및 전공 서적 암기 7, 5, 3원칙 등 암기법이다. 고급은 교과서 및 전공 서적 요점 정리 7원칙, 전뇌 이미지 기억법 7원칙 등을 체득해 자기 주도 학습 능력을 키우는 과정이다. 평균 5∼7일이면 전 과정을 끝낼 수 있고 학습 과정을 완수한 이들에게는 ‘공부방법면허증’을 발급한다. 공부방법면허증 취득자 가운데에는 공무원, 변호사, 공인회계사 시험 등에 합격하거나 로스쿨 입학, 대학 수석 졸업을 하기도 했다. 김 박사는 많은 국민이 잠재력을 끌어내 다방면의 전문가가 될 수 있도록 초고속전뇌학습법을 활용한 ‘노벨상 100명 만들기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전 국민이 1년간 365권 독후감 쓰기를 통해 100만∼1000만원 상금을 주는 장학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또 중고교생과 대학생 회원들에게 성적 향상 인증 시 성적장학금 200만원을 주고 있다. 김 박사는 노벨상 100명 만들기 프로젝트를 삶의 운명적인 의무라고 생각한다. “초고속전뇌학습법이 제도권에 도입된다면 각 분야의 노벨상 수상자가 많이 배출될 수 있다. 아울러 공교육을 살리고 사교육비를 줄일 수 있어 출생률을 높일 수 있고 국가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와 함께 “뇌계발훈련을 통해 어르신들의 집중력, 기억력, 암기력 증진으로 인해 치매 예방에도 획기적인 효과를 나타내고 있어서 90대까지 수강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78세인 노성복 회원은 1년 간 1800권의 책을 읽고 1015권의 독후감을 작성해 독후감 대상과 상금 300만원을 받았다. 노 씨는 책을 읽고 독후감을 쓰는 과정에서 뇌가 개발되어 인지기능 저하(초기 치매)와 손 떨림, 고혈압, 심근경색, 고질적인 불면증 등의 증상이 개선됐다. 자신의 경험을 ‘상금 300만원’이라는 책에 담았고 2022년 7월 세계기록인증원이 주는 ‘세계최고기록 인증서’를 받기도 했다. 초고속전뇌학습법은 매주 토요일 오전 10시부터 2시간 30분 동안 서울 송파구 삼전동의 세계전뇌학습아카데미에서 열리는 공개 특강에서 접할 수 있다. 세계전뇌학습아카데미는 전국 및 해외지사를 모집하고 있다. 학원, 공부방, 개인과외, 방과 후 운영, 소자본 창업을 원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능하다.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제주대 LINC 3.0 사업단(단장 강태영)은 청년이 지역에서 거주하면서 일할 수 있도록 산학연 협력 활동을 다각적으로 기획해 운영하고 있다. 먼저 인재 양성 프로그램으로는 지역 현안이 뭔지 학생들이 알아내고 자신들의 아이디어로 만들어낸 솔루션을 통해 이를 해결하는캡스톤 디자인 교육 프로그램을 들 수 있다. 이를 통해 지방자치단체, 유관 기관, 지역 산업체와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 산학연(産學硏) 연계 캡스톤 디자인의 대표 사례로는 2022 국가균형발전사업 우수사례에 선정된 ‘귤껍질 신산업’ 개척 모델을 들 수 있다. 지역에서 나는 귤의 껍질을 활용해 개발한 제품이다. 학생이 창안한 캡스톤 디자인 아이디어는 펀딩형 캡스톤 경매 제도를 통해 기업에 이전돼 사업화할 수 있도록 하고있다. 캡스톤 경매 제도를 통해 최근 2년간 5000만 원(5건) 규모 기술 이전 성과를 달성했다. 또 기업 지원을 통해 신제품 출시 2건, 마을 관광산업 콘텐츠 개발 1건, 신제품 개발 사업화 추진 2건 등을 이뤘다. 기업 기술 이전 규모는 2년간 총 63건, 1억1200만 원에 이른다. 취업 및 창업 교육 프로그램에서는 예비 창업자를 위해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와 공동으로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실전 ICT 해커톤 캠프를 추진했다. 캠프 기간 예비 창업자들과 기획, 개발, 디자인 분야 전문가들을 매칭해 참가자 아이디어를 보완하고 프로토타입 개발과 아이디어 구현 가능성을 검증했다. 우수 프로젝트 3개 팀을 뽑아 최소기능제품(MVP) 제작 과정에 필요한 전문가 멘토링 및 기술-네트워킹 기회를 제공해 1개 팀이 성공적으로 창업했다. 또 제주관광공사와 공동 주관한 ‘2023 제주 스마트관광 빅데이터 해커톤’과 전국 10개 대학 연합 ‘CDS 빅데이터 경진대회’를 열어 제주도 관광 데이터를 활용한 현안 해결 및 관광 서비스 활성화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빅데이터 교육을 실무에 적용해 학생들의 취업 견문을 넓힐 계획이다. 이어 지역과 대학이 처한 공동 위기 극복을 위해 도내 3개 대학과 지자체 간 산학연 협력을 강화하고 적극적인 소통을 목적으로 지난해 제주권역 지자체·대학 실무 협의체를 구성했다. 협의체에서는 산학연 협력, 산업 혁신 세미나 등과 연계 교육 프로그램 공동 운영, 인력기술 산업정보 등을 지원한다. 협의체는 도내 3개 대학 공동 워크숍 등을 통해 지역 정주형 인재 양성 및 지역 발전 연대 협력 활동을 추진하고 있다. 제주대 LINC 3.0 사업단에서는 스타트업이 성공할 때까지 복합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대학 기업 상생 발전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다. 대표적 사례는 ㈜오래오랩이다. 이 기업은 2021년 신생 기업 대상 사업 아이템 발굴 등을 통해 제주대생들과 함께 반려동물용 ‘진정 기능성 음료’를 개발, 기술 이전을 통해 창업했다. LINC 3.0 사업에 참여하는 수의학과 교수 및 학생 들과 산학 공동기술 개발 연구 과제로 넓혀 진정 효능까지 검증했다. 그 결과 오래오랩 지난해 매출은 2022년 대비 130% 상승했고 직원 2명을 새로 채용하기까지 했다. 지난해 산학협력 EXPO의 산학협력 우수 사례 경진대회 기술협력 분야에서 교육부장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오래오랩에서는 사업 아이템 추가 개발과 세계 시장 진출을 위해 기업 연계 캡스톤 디자인 및 글로벌 프로그램에 지속적으로 참여하고 표준 현장 실습 연계 및 신규 채용까지 제주대 LINC 3.0 사업단과 협력할 예정이다. 제주대 LINC 3.0 사업단은 지자체와 가족기업, 도내 대학와 협력해 창의융합형 인력 양성과 지속 가능한 산학 협력 생태계를 조성하고 지역사회에 이바지할 계획이다.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첨단분야 혁신융합대학 사업은 첨단 기술과 첨단 산업 분야 인재 양성을 목표로 하는 교육부 사업이다. 13개 첨단 분야에 53개 대학이 분야별 컨소시엄을 구성해 운영 중이다. 미래자동차 컨소시엄은 국민대(총장 정승렬)가 주관하고 계명대, 대림대, 선문대, 아주대, 인하대, 충북대가 참여한다. 미래자동차 컨소시엄은 교육 체계 및 유연한 학사제도 도입과 교원·학생 지원을 통해 미래자동차 고등교육 체계 새로운 표준 제시라는 비전과 미래자동차 혁신 인재 양성이라는 목표를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지난 3년간 ‘WE-Meet (Work Experience-Meet)’ 프로그램, 미래자동차 소프트웨어(SW) 인력 양성 프로그램, LG 자동차 융합 SW 트랙 프로그램 같은 프로젝트 교과를 운영해 지역, 산업체, 대학 모두의 시너지를 도모했다. WE-Meet 프로그램은 대한상공회의소가 WE-Meet 일·경험 플랫폼 운영 지원, 기업은 미래자동차 관련 문제 제시, 전문가 멘토링, 연구 장비 지원 및 현장 직무를 제공해 인재를 발굴하는 과정이다. 미래자동차 컨소시엄은 프로젝트 수행 공간 및 연구 장비 지원, 학점 연계용 WE-Meet 캡스톤디자인 교과 개설, 전담 교수 배정을 통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학생들에 대한 기업 참여멘토 평가를 통해 해당 기업으로의 채용 연계도 이루어지고 있다. 산학 협력과 글로벌 역량 제고를 위한 ‘SEA: ME(Software 폭스바겐그룹코리아의 지원과 국민대, 독일 소프트웨어 교육기관 42볼프스부르크의 협업으로 탄생했다. 참여 학생들은 미래자동차 관련 소프트웨어 교육을 받을 뿐 아니라 여러 국적 학생들과 교류하며 글로벌 역량을 키운다. 프로그램 운영 예산은 폭스바겐그룹코리아가 전액지원하며, 학생들은 1년간 독일에서 임베디드시스템과 자율주행에 대한 고난이도 프로그램을 PBL 기반으로 학습한다. 미래자동차 컨소시엄의 글로벌 인재양성 프로그램들은 성과를 내타내고 있다. 지난해 SEA:ME 프로그램에 참여한 일부 학생은 국내 자동차 관련 대기업에 취업했다. LG전자에 입사한 국민대 자동차공학과 출신 황지혜 씨는 “이 프로그램에서 익힌 코딩과 프로그램 언어 활용 능력 글로벌 현장 감각 및 팀워크 경험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미래자동차 컨소시엄은 올해 HL만도와 미래자동차 분야 교육 협력 및 채용 연계 트랙을 운영할 예정이다. 학부 4학년과 대학원생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고 일정 수준 이상 학생에게는 채용 연계형 선발 기회를 부여한다. GM-TCK와 친환경 전동화 자율주행 미래모빌리티 분야 산학 협력 및 교육 협력 프로그램도 운영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산업체 전문가 풀을 확보할 계획이다. 직무 전환 교육이 필요한 재직자에게는 맞춤형 학습 기회도 제공한다. 미래자동차 컨소시엄은 미래자동차 분야의 세계적 교육기관 및 글로벌 기업 그리고 기계, 전기전자, 통신, 인간공학 같은 다른 첨단 분야와의 융합과 협력에 적극 나설 예정이다. 신성환 미래자동차 컨소시엄 사업단장은 “미래자동차 분야는 해당 학문뿐 아니라 응용할 수 있는 산업 범위가 넓어 대학 한 곳에서 담당하기 어렵기 때문에 협업과 융합의 가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신 사업단장은 이어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7개 대학과 함께 교육 체계 및 인프라를 공동 활용하고 국제 사회와 네트워크를 구축해 꾸준히 교류함으로써 미래자동차 분야를 선도할 글로벌 융합인재 양성에 적극 나서겠다”고 말했다.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서강대학교(총장 심종혁)는 최근 2∼3년 혁신을 온몸으로 보여주는 대학으로 꼽힌다. 혁신 결과는 취업률 전국 1위 유지, 외부 연구비 수주 상승, 교내 창업기업(스타트업) 성공 신화, 반도체 및 전자 관련 첨단 기업과 함께 하는 캠퍼스 등으로 결실을 맺었다. 서강대는 2022년 선정된 3단계 산학연 협력 선도(전문)대학 육성사업(LINC 3.0)과 소수 대학에만 주어지는 대학혁신지원 사업 S등급 획득으로 확보한 재원을 토대로 혁신을 추진할 수 있었다. ‘가치를 창조해 인류 공동체 발전에 기여하는 대학’이라는 비전 실현을 위해 이 재원을 전략적으로 활용한 것도 혁신에 크게 기여했다. 혁신을 추진하는 대학은 자칫 경제적 가치에만 우선 순위를 둘 수 있다. 하지만 서강대는 예수회 대학이라는 특수성을 바탕으로 혁신 목표를 인류 공동체 발전에 두고 대학 본질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서강대 LINC 3.0 사업에서 첨단산업 중심 대학으로 변모하기 위한 노력을 강조하면서도 혁신 온기가 세계에 퍼지는 것을 목표로 세운 것, 인문학을 토대로 인본주의 혁신 및 확산을 강조한 점 등은 이 같은 서강대 특수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가치를 바탕으로 산학관 협력에 기반한 혁신은 최근 기후변화나 전쟁 같은 글로벌 위기 상황 및 인공지능(AI)과 로봇 등 미래 사회 불확실성이 팽배한 현실에서 더욱 빛을 내고 있다.K-테크놀로지 글로벌 전도사 2023년은 세계 기업들에 ‘Sogang’이라는 브랜드를 가장 많이 알린 한 해일 것이다. 지난해 상반기부터 스타트업 글로벌 마케팅 역량 지원에 초점을 둔 서강대는 중소벤처기업부, 창업진흥원, 한국디자인진흥원 등과 174개국 15만 명이 참관해 프랑스에서 열린 유럽 최대 규모 스타트업 행사 비바테크(Viva Tech)에 서강대생들이 서포터즈로 참여하도록 했다. 영어뿐만 아니라 프랑스어 능통자를 선발할 때 모집 인원을 훌쩍 넘는 지원자가 몰려 서강대생들의 글로벌 역량을 보여줬다. 지난해 하반기에는 세계 최대 전자 박람회인 미국 CES에 서강대생들이 서강 글로벌 LINC 서포터즈 (Sogang Global LINC Ambassador)로 참여했다. LINC사업 시작 이후 두 번째로 CES에 참가한 서강대는 전년 대비 참가 규모를 대폭 늘려 단일 대학 최다인 25명을 선발해 서울 통합관 참가 기업 글로벌 마케팅을 1 대 1로 지원했다. 또 서강 가족회사 글로벌 진출 지원프로그램 (Sogang Global Developed Business)을 통해 혁신 산업 및 기술을 보유한 서강 가족회사 5곳 전시 부스도 마련했다. 이를 위해 서강대 LINC사업단과 서울경제진흥원, 관악구청은 ‘CES 2024 서울통합관 관악구 스타트업 대학생 서포터즈 운영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해 CES 2024 서울통합관 관악S밸리존에 참가한 8개 기업과 서강대생을 매칭해 줬다. 서강대 가족기업뿐 아니라 지역 벤처기업의 글로벌 역량 강화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이다. 올해는 다른 기초자치단체와도 협력을 확대할 예정이다. 지역사회 해결사 서강대는 최근 수준 높은 지식을 활용해 대학의 존재 이유를 지역사회에 보여줘 지역 사회가 대학과 협업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지역 기반 개방형 혁신 가능성을 제시했다. 서울시의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문제를 제시하면 서강대생들이 참여해 다양한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SG 산학협력(동문 멘토링) 프로젝트 (SG-Competition)프로그램을 시행했다. 처음임에도 롯데손해보험, 신세계 등 민간기업과 공공기관인 세종문화회관이 참여했다. 산업체 및 지역사회 기관은 학생의 관점으로 현장 문제 해결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었고 학생들은 산업에 대한 이해와 문제 해결 역량을 키울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전통적으로 인문사회 분야가 강한 서강대는 이 같은 능력을 LINC 3.0 사업을 통해 지역사회에 환원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대사회는 물질적으로 풍요롭지만 개인의 심리적인 스트레스는 오히려 커지면서 사회적 문제들을 야기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서울시, 마포구, 서울시교육청 등은 청년 자립 및 은둔형 외톨이, 극단적 선택, ‘묻지마 살인’ 등에 대한 심리 상담 지원 프로그램을 소수 인력으로 진행해 왔다. 즉 대학같이 전문성 있는 기관의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협조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공감한 서강대는 지난해 LINC 3.0 사업의 하나로 상담센터를 설립해 지역사회 정신건강 수요에 대처할 수 있는 맞춤형 상담 프로그램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서강대의 탁월한 연구를 바탕으로 지역사회 심리 상담 전문가 교육 및 인력 양성을 도모해 이바지하고 있다. 또 서울시청년활동지원센터와 함께 서울시 청년 및 서강대생을 대상으로 영화 제작과 영화제를 경험하게 했다. 전문 영화인으로 발돋움할 기회를 마련해 제2의 박찬욱 감독(서강대 출신) 발굴을 기대하고 있다.글로벌 혁신 중심 한국, 서울, 그리고 서강‘K’ 로 시작하는 단어는 세계 혁신의 키워드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과거 글로벌화는 제품 수출에 초점을 맞췄다면 최근 글로벌화는 세계를 주도하는 것으로 변화하고 있다. 서강대도 글로벌화를 추진하며 이런 변화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서강대는 지난해 ‘2023 글로벌 기술교류회(2023 Sogang Global Technology Roadshow)’를 성공적으로 개최했다. 이 행사에는 얀 페터 발케넨데 전 네덜란드 총리, 다국적 제약회사 로셰의 주디스 판 샤이크 전무, 노르웨이 트룰르스 베르겐 오픈이노베이션랩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해 유럽 저명 인사 10여 명이 참석했다. 또 서울경제진흥원(SBA)과 사전 회의를 통해 서강대 가족기업을 비롯해 지역사회 하이테크 기업들이 적극 참여했다. 이번 행사를 통해 글로벌 혁신 기업들이 서강대 가족기업 및 지역사회 기업의 기술을 확인하고, 나아가 국내 기업과 협력할 수 있는 장을 마련했다. 특히 한국과 네덜란드, 나아가 아시아와 유럽의 혁신 생태계 간 협력을 도모하는 장이 열리며 ‘산학 협력 기반 외교’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지난달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에서 학생들만 활약한 것은 아니다. 2020년 11월 교원 기술 창업 프로그램을 통해 엠피웨이브를 설립한 전자공학과 박형민 교수는 CES 2024에서 ‘모바일 기기, 액세서리 & 앱’과 ‘디지털 건강’ 2개 부문 혁신상을 받았다. 박 교수는 난청자(難聽者) 청력 저하를 완화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일반인도 외부 소음을 선택적으로 제거하고 들을 수 있는 범용 기술로 발전시켰다. 이를 바탕으로 난청 환자는 물론이고 청력 보조가 필요한 사람이 무선 이어폰만 있으면 저렴하게 보조를 받을 수 있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이타주의적 혁신을 통한 글로벌 공동체 발전이라는 가치를 추구하는 ‘서강다움’의 대표 사례일 것이다. 이처럼 서강대의 변화는 글로벌과 지역 혁신을 공동체 관점에서 접근할 수 있다는 전망을 보여주고 있다.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전통 고급 향수의 관습을 깬 혁신적인 니치 향수 브랜드가 국내에 상륙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이달 자체 디지털 플랫폼 에스아이빌리지(S.I.VILLAGE)를 통해 프랑스 향수 브랜드 에르메티카(HERMETICA)를 론칭했다고 밝혔다. 에르메티카는 최근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니치 향수 메모 파리(MEMO PARIS) 창립자인 존 몰로이와 클라라 몰로이 부부가 2018년 내놓은 향수 브랜드다. 자연과 과학의 조합으로 지속 가능한 향수를 제공하려 한다. 기존 니치 향수가 진귀한 자연 원료를 사용한 전통적인 제조법을 고수해 왔다면 에르메티카는 고대 연금술에서의 분자 기술을 천연 성분과 결합해 각 향의 잠재력을 끌어내고 피부와 최적의 조합을 이루는 방법을 적용한다. 특허 분자 기술인 이노센트(Innoscent™)를 기반으로 알코올이 첨가되지 않은 워터베이스(수성) 향수를 제작한다. 원료의 선택부터 제조, 포장 등 모든 공정에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고 지속 가능성을 추구한다. 에르메티카는 많은 천연 원료를 활용하지만, 원료가 고갈 위기에 있거나 환경에 더 이로울 것으로 판단하는 경우 대체 분자를 개발, 사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은방울꽃 향은 오렌지 주스를 짜고 남은 오렌지 껍질을 재활용해 향 분자를 구현했다. 배 향은 사탕수수를 재활용해 과일 향을 재현한 100% 생분해성, 재생할 수 있는 합성 분자를 사용한다. 시더우드 에센스는 삼나무 껍질과 재활용한 목재 부스러기, 톱밥을 증류해 얻어낸다. 에르메티카의 모든 향수에는 알코올 대신 사탕수수 줄기를 재활용해 얻어낸 차세대 녹색 분자가 함유됐다. 그래서 벨벳처럼 부드럽고 촉촉한 수분 공급과 향 지속 효과를 선사한다. 착향 6시간 후를 비교했을 때 일반 알코올 함유 향수 대비 약 56% 향이 강력하게 지속된다. 알코올이 날아가면서 순차적으로 느낄 수 있던 탑, 미들, 베이스노트를 뿌리는 즉시 모두 동시에 느낄 수 있다. 사용하는 사람이나 피부에 따라 다르게 결합해 독특하고 개인화된 향이 완성되는 장점이 있다. 향수가 담긴 유리병은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현지 조달된 재활용 유리와 모래로 제작되며 재사용이 가능하다. 패키지도 100% 재활용할 수 있는 종이를 쓴다. 모든 제품은 동물 실험을 거치지 않는다. 동물성 유래 원료와 유전자변형생물(GMO) 또한 사용하지 않는다. 대표 제품으로는 , 앰버와 우디향을 통해 달콤한 열기를 향으로 표현한 피그피버(FIGFEVER), 피오니와 로즈 등 만개한 꽃다발을 표현한 피오니팝(PEONYPOP), 상쾌하고 싱그러운 시트러스 향의 마콤바(MACOMBA) 등이 있다. 오 드 퍼퓸 50mL 21만 5000원대, 100mL 31만 원대다. 이달부터 신세계인터내셔날 디지털 플랫폼 에스아이빌리지(S.I.VILLAGE)를 통해 접할 수 있으며, 론칭을 기념해 3월 말까지 에르메티카 제품 구매 고객에게는 10% 쇼핑백 쿠폰을 지급한다. 제품을 체험해 볼 수 있는 샘플 2종과 4만 원 상당의 디스커버리 키트 정품을 증정하는 이벤트도 진행한다.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예전부터 정말 친한 친구끼리는 동업하지 말라고 했다. 친구는 감정 공동체인데 동업은 이익 공동체다. 친구는 관심사나 성격이 서로 맘에 들어 맺어진 관계다. 그런데 같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조직에서 친구가 이익 공동체 관계로 놓이다 보면 서로 감정이 상하거나 의견이 충돌해 급기야 관계가 깨지는 경우를 흔히 본다. 친한 친구끼리 돈 거래 하지 말라는 것도 마찬가지다. 이익 공동체에서도 절친 관계가 유지되려면 각자의 캐릭터, 성격에 대한 이해심과 인내심 이 필수다. 같은 목표를 달성해가는 과정에서‘내가 더 열심히 노력을 했다’‘너보다 더 기여했다’ 식의 지분 따위를 계산하고 따지지도 말아야 한다. 각자 역할을 분명히 정하고, 그 역할에 대해 서로가 인정하고 존경해줘야 한다. 물론 이익 공동체에서 나와 감정 공동체가 되는 시간도 많이 가져야 한다. 프로농구 SK의 전희철(51) 감독과 김기만(48) 수석코치는 이익 공동체와 감정 공동체를 오래 넘나들었는데 우정이 안 깨지고 더 깊어지는 오랜 ‘깐부’다. 둘은 감독과 수석코치로 최근 두 시즌 동안 팀을 프로농구 우승과 준우승으로 이끌었다. 이번 시즌도 6강 플레이오프 진출이 유력하다. 전 감독은 역대 프로농구 감독 중에서 가장 빠른 시간 안에 100승을 달성하는 기록까지 세웠다. 전 감독은 그 공을 김 수석에게 많이 돌린다. 전 감독(92학번)과 김 수석(96학번)도 고려대 선후배다. 전 감독은 1990년대 폭발적인 농구 인기를 주도한 여학생 팬, ‘오빠부대’의 선봉장이다. 김 수석이 예비 대학 새내기로 고려대 훈련에 합류했을 때 전 감독은 이미 ‘에어본’으로 불린 슈퍼 스타였다. 김 수석도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했지만, 악착같은 플레이가 인상적이어서 기억하는 사람이 많다. 미국프로농구(NBA) 레전드 데니스 로드맨과 외모와 패기의 농구 스타일이 닮았다고 해서 ‘로드만’이라는 별명이 붙었는데, ‘김기만’하면 모르는 사람도 ‘로드만’ 하면 안다. 몇 년 전 방송 농구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 대학 시절 미국에서 현주엽 선배의 심부름을 받고 햄버거 프랜차이즈 ‘드라이빙 스루’에 가서 차량 사이 틈을 비집고 들어가 맨 몸으로 대기한 에피소드를 공개해 화제가 된 바 있다. 어렵다면 어려운 사이인데 희한하게 동반자 느낌이 강하게 풍긴다. 전 감독은 일에 관해서는 매사에 섬세하고 꼼꼼하면서도 카리스마가 있어 후배나, 선수들이 쉽게 다가서기 어려운 스타일이다. 그런데 코트 밖에서는 본인 스스로를 무장 해제를 하고 먼저 사람에게 다가가는 성격이다. 공과 사가 매우 뚜렷한데 속내는 마음의 입, 출구를 다 열어 놓은 사람이다. 김 수석은 이런 ‘전희철’을 아주 유연하게 받아들일 줄 아는 사람이다. 일하는 ‘전희철’을 기다릴 줄 안다. 코트 안팎 ‘전희철의 시간표’를 기가 막히게 알고 있다. 감독이 말하기 전까지 그의 심리적 공간에 성급하게 끼어드는 법이 없다. 감독 중심으로 생각하는 습관이 배어 있다. 권력을 양보할 줄도 안다. 굳이 조언과 위로를 하려 애쓰지 않는다. 대신 장난과 놀이, 위트로 ‘전희철’ 옆에 있다. 그것을 발휘할 시간과 타이밍을 잘 안다. 한 명을 위한 맞춤‘동반’ 기술이다.●별 걸 다 기억하는 ‘김기만’, 형이 되다 본인 자신도 잊고 있던 인생 스토리를 잘 알고 디테일을 잘 포장해주는 사람을 누구든 안 좋아할 리 없다. 기억은 관심이다. 김 수석은 전 감독과 같이 있던 순간이 기억의 총량 우선순위에 있다. 그것이 전 감독에게 우정과 신뢰로 천천히 쌓였다. 김 수석은 원래 나이로는 95학번으로 입학해야 했다. 그런데 명지고에서 1년 유급을 해서 96학번으로 입학했다. 95학번이었으면 대학 최고의 농구 스타 반열에 올라섰던 전 감독과 1년을 대학 무대에서 같이 뛸 수 있었다. “만기가 1년 일찍 왔으면 나한테 죽었죠. 하하.”전 감독은 평소 사석에서 ‘기만’수석을 ‘만기’라고 부른다. 고려대 시절부터 선후배들에게 친근감 있고, 부르기도 쉬워서 그렇게 불렸다는데 전 감독도 SK에서 김 수석을 만나고부터 애칭처럼 쓰고 있다. -김 수석은 대학 입학하고 전 감독을 우러러봤겠어요. 대면한 건 그 때가 처음이었죠? “보통 고3 학생들은 대학 입학식 하기 전해 겨울에 훈련에 합류하잖아요. 그 때 전 감독님은 졸업 직전이었죠. 당시 스타니 당연히 얼굴을 제대로 쳐다보기도 힘들었죠. 아, 첫 인상이 아주 강렬했습니다. 겨울에 군산에서 농구대잔치 경기가 있었는데 예비 새내기들도 팀에 합류했었죠, 당시 1학년들이 경기 하루 전날 술을 먹자는 거예요. 저희 동기들은 뭣도 모르고 쫒아갔죠. 1차를 하고 끝냈어야 하는데 군산 바닷가 옆에 나이트클럽까지 끌려간 거예요. 그리고 다음날 아침 운동을 가는데, 고려대 선수들은 큰 버스가 아니고 미니버스로 이동을 했어요. 좁은 버스 안이니 술 냄새가 진동을 하고, 아니나 다를까 감독님한테 딱 걸렸죠. 점심 식사하고 숙소 한 방으로 집합이 되서 1학년들은 머리 박고 있고… 하하. 그런데 여기서 대단한 일이 벌어집니다.”“김 코치, 나도 술을 좋아하지만, 경기 전날에는 안 마셨어.”전 감독이 말을 자르든 말든 김 수석은 그 때 그 순간으로 빠져든다. “당시 감독님이 ‘지기만 져봐’라면서 엄포를 놓으시더라고요. 상대가 한양대였는데 지면 큰 일 나는 상황이었어요. 그런데 당시 전력은 고려대가 앞섰잖아요. 이길 줄 알았는데 웬걸, 막판까지 시소 접전이었어요. 벤치에서 1학년들이나 신입생들은 벌벌 떨고 있고, 하하. 종료 시간은 얼마 안 남았는데 아예 3점을 지고 있었어요. 그 때 저희들은 ‘죽었구나’ 했어요. 박한 감독께서 마지막 작전 타임을 부르시더니 그 때 ‘희철이! 3점 쏴’ 라고 하셨는데 절망에서 빛을 본 거죠. 그래서 감독님이 들어가서 가운데 자유투 서클 밖에서 3점 슛을 쏘는데….”“김 코치, 오른쪽 45도 지점이야.”“아, 그래서 감독님이 슛을 쏘는데 상대 (이)흥섭(DB 사무국장) 형이 파울을 한 거예요. 그래서 자유투 3개를….”“솔직하게 파울은 아니었어요. 지금으로 따지면 플라핑(파울을 유도하는 액션)이었죠.”“자유투를 3개 다 넣어서 연장으로 갈 수 있었고, 나중에 이겼어요. 그 때 감독님 때문에 ‘살았다’를 외쳤죠. 하하.”“그러면서 내가 다음 날 신문에 ‘간 큰 남자’라고 나왔다니까.”최고참 선배 전 감독이 막내 예비 새내기 김 수석의 ‘생명의 은인’이 된 날, 김 수석 ‘전희철’ 대역으로 화끈하게 대미를 장식하고, 전 감독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더 웃긴 에피소드가 있어요. 경기에서 그렇게 이기고, 체육관을 빠져 나가야 되잖아요. 감독님을 보러 여학생 팬들이 진을 치고 있었기 때문에 정상적으로 빠져 나갈 수 없었어요. 경기 끝나고 매니저 형이 저하고 이규섭 등 몇몇 예비 신입생들한테 선배들의 유니폼하고 츄리닝을 입히더라고요. 말하자면 가짜 ‘전희철’로 만든 거죠. 그리고 팬들이 많이 기다리고 있던 출구로 내보내더라고요. 팬들 몰이를 저희 쪽으로 해놓고 진짜 감독님과 (김)병철 형 같은 스타들은 반대편으로 빠져 나가려고 했던 거예요. 출구로 나가자마자 한 팬이 저를 보고‘아이 XX, 아니야, 아냐’라고 분개하며 감독님을 찾아 반대편 출구로 달려가는데…지금도 그 학생의 찰진 말 한 마디가 생생하게 기억나요. 하하.”김 수석은 대학 신입생 때부터 직접 눈으로 보거나 전해 오는 전 감독의 소식을 하나라도 놓치지 않았다. 자잘한 얘기부터, 프로농구 출범 전 실업팀에서 얼마나 대단한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는지, 국가대표팀에서도 기라성 같은 선배들과 어떻게 경쟁하며 주전으로 뛰었는지 등등. 자신이 알고만 있어도, 기억만 잘해도 평생 농구 인생에 보약이 될 것 같았다. 누가 전 감독의 자서전이라도 써달라고 하면 자신 있게 나설 수 있다. 지금도 김 수석이 ‘전희철’의 별 것을 기억해내는 일이 많다고 한다. 전 감독 입장에서는 기억 저편에 묻혀진, 잘 나갔을 때의 추억을 다시 생각해낼 수 있어 기분도 좋고, 치열하게 농구를 했던 초심으로 돌아가게 해 마음의 정비도 된다고. -감독님은 프로농구가 출범(1997년) 안하고 그 전에 실업팀으로 갔으면 백지수표를 받았을 거예요(김기만).“진짜 대학 졸업할 때 현대전자(현 KCC)에서 백지수표에 쓰고 싶은 만큼 액수 적으라고 했어. 오너께서도 그러셨던 걸로 알고 있고, 농구단 안에서도 ‘그룹에서 달라는 액수로 주라’는 얘기가 나왔다고 했었어. 나도 현대를 가고 싶었거든. 포지션도 4번(파워포워드)이라 희귀성도 있었지. 나중에 동양(현 소노)으로 우선 지명될 때에는 대만에서도 제의가 있었어.”김 수석은 프로에 와서도 자기 코가 석자인데, 전 감독의 슬럼프를 자기 일처럼 매우 신경 쓰고 걱정하기도 했다. 당시 하늘같은 선배라 뭐라 위로를 할 수도 없고, 멀리서 선배의 방황에 어쩔 줄 몰라 했었다고. 김 수석이 언급한 그 기억은 전 감독이 지금 감독 자리에 있으면서 초심을 다질 때 가끔 거슬러 추억해보는 일이다. 분명 현역 시절 가장 없애고 싶은 성적표인데 요긴 지도법으로 활용한다. 전 감독이 2003~2004시즌 KCC에서 이상민, 추승균 등 당대 최고의 스타들과 뛸 때다. 그 시즌 전 감독은 18경기에 경기당 평균 21분 출전해 5.9득점에 그쳤다. “선수가 지도자에게 맞추는 것도 맞고, 지도자가 선수의 성향을 잘 파악해 전술 배려를 해주는 것도 맞죠. 이 점을 전제로 당시 저는 팀에서 외곽에 서 있다가 3점 슛을 쏘라는 주문만 받았어요. 제가 좋아하는 플레이는 아니었어요. 나는 슛만 쏘는 선수가 아닌데 슛만 쏘라고 하고, 안 들어가면 세게 지적을 받았어요. 모든 패턴의 시작은 제가 밖에 서 있는 것이었어요. 안 하면 안 됐죠. 골밑으로 잠깐 들어가면 패턴을 깬다고 또 지적을 받았죠. 그러면서 언론 등에서‘이제 전희철이 몸싸움을 안 하고 피한다. 밖에서 편하게 슛만 쏘려 한다’는 말이 나오기 시작하더라고요.”다분히 선수의 잘못된 의지로 오해를 받았던 기분 좋지 않은 기억이다. 그렇지만 팀을 이끌면서 선수 입장과 사정을 챙겨보고자 할 때 자극삼아 되돌아보면 나름 의미가 있는 일이다. 그래서 눈치 빠르게 김 수석이 얘기를 꺼낸 것이다. ●‘전희철’ 은퇴식 때 울어버린 ‘김기만’, 그래서 동생이 되다‘이 사람의 진짜 동생이 되고 싶다’, 이 생각이 들 때가 언제였을까. SK에서 함께 뛰면서 서운한 적도 있고, 뭔가 말하기 어려운 좁혀지지 않는 거리감도 있었다. ‘전희철’이라는 스타의 이름값에서 느껴지는 멀어짐이라고 할까. 그런데 그런 감정이 무의미하다고 정리된 순간이 왔다. 김 수석은“전 감독님의 은퇴식이 우리 관계의 ‘터닝 포인트’였다”고 했다.2008년 11월. 전 감독은 SK에서 25년간의 선수 생활을 마무리했다. 구단이 잠실학생체육관에서 마련해준 은퇴식에서 그는 꽃다발과 감사패를 받으면서 참았던 눈물을 펑펑 쏟아냈다. 그 때 김 수석은 조용히 관중석 구석에서 전 감독의 눈물을 지켜보고 자신도 눈물이 터졌다고. 김 수석은 당연히 전 감독 옆에서 꽃다발도 주고, 포옹도 나눠야 하는 SK 선수였다. 하지만 여러 사정으로 농구를 하느냐 마느냐, 몇 개월 공백을 갖다가 어렵게 2군에 합류하고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초대받지 못한 손님 같아 선배 옆에 자신 있게 서기 어려웠다. 누구보다 더 감동적으로 축하해주고 싶은 마음을 표현할 상황이 못 됐다. 관중석에서 마음으로는 ‘고생하셨다, 수고했다’라며 심박 조절을 했지만 눈에서 동공 조절이 안 됐다고. 당시 전 감독도 선수 생활 연장 기로에서 은퇴라는 결단을 내리기까지 마음고생을 많이 했다. 말을 안 해도 이심전심, 전 감독의 마음과 내 마음이 같아 울컥하고 또 울컥한 기억이 아직도 선하다. 김 수석은 이 얘기를 꺼내면서 또 감정이 복받쳐 말을 잇지 못했다. “감독님을 거스를 수 없다는 믿음이 생긴 날이었어요. ‘다른 사람하고 비교할 수 없다, 평생 따라다니는 동생이 되자’, 코트에서 우는 감독님을 보며 그 생각 밖에 안 들더라고요.”● 나에게 은퇴 제안, 그리고 보고서까지 던져 버린 ‘형’같은 팀에서 있다보니 생각하지도 못한 선택을 해야 할 일도 생기고, 얼굴 붉힐 일도 있을 텐데 둘은 자칫 오해를 할 수도 상황에서 각자의 의도를 잘못 짚지 않았다. 2011년 4월, 당시 코치를 맡고 있던 문경은 전 감독이 새롭게 지휘봉을 잡으면서 둘의 신상 변화가 생겼다. 운영팀장이었던 전 감독이 코치가 되면서 현장으로 복귀했고, 2군 선수로 있던 김 수석이 1군으로 올라가 다시 뛸 여지가 생길 수도 있는 상황. 그런데. “전임 감독이 사임하시고 저는 2군 숙소에 박혀서 운동하고 있을 때였죠. 하루는 오전에 웨이트훈련을 하고 있는데 문 감독께서 감독으로 부임했다고 기사가 난 거예요. 전 감독님은 코치가 된다고 나오고. 그 때 속으로 ‘이제 좋다. 됐다’ 싶었죠. ‘나이도 많은데 나도 말년에 제대로 뛰어보자’ 그랬죠. ‘희철이 형이 나를 버리진 않을 거야’라고 얼마나 기대를 했는지 몰라요. 그런데….”-어떤?“기대를 하고 있던 마당에 전 감독님이 2군 훈련장으로 오셨죠. 저를 불러 하시는 말이…‘은퇴하게’였어요, 하하. 기대하고 완전히 반대였죠.”물론 팀 사정 때문이었다. “‘만기’에게 전력분석을 맡기려고 한 거죠.”“전 감독님이 당시에 문 감독하고 팀을 만드는데 도와달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그랬어요. ‘은퇴에는 동의하겠습니다. 그런데 제가 노트북만 만지고 있는 것보다 현장에서 움직이는 게 성향에 맞으니 D리그(2군)를 보고 운영할 수 있게 해 달라’고 했죠. 전 감독께서 회사하고 상의해보더니 어렵겠다고 하시더라고요. 그 다음 날부터 팀 운영 방향 등에 관한 보고서를 써야 하는 처지가 된 겁니다.”-피곤해졌겠네요.“김 코치가 많이 혼났죠. 저도 전력분석을 해봐서 어떻게 일해야 하는지 뻔히 알고 있잖아요. 보고서만 봐도 어느 정도 일을 한 건지 알죠.”“주로 홈 경기를 보고 공부도 하고 분석을 했어요. 한 번은 경기가 끝났는데 문 감독께서 기자들하고 술 한 잔 하면서 식사를 해야 하는데 인원이 부족하다고 오라고 하는 거예요. 그래서 새벽까지 길게 술을 마시게 됐죠. 다음 날도 경기라 바로 끝난 경기 보고서를 점심식사 전까지 전 감독님께 드려야 했어요. 새벽에 들어와서 힘든데도 나름대로 보고서를 만들어서 보내고 영상 분석은 아직 실력이 부족하니 식사 후에 드리겠다고 했는데, 바로 엄청 깨졌죠. 전 감독님이 ‘할 일은 하고 술을 마셔야지’라고 식당에서 선수들 보는 앞에서 막 혼을 내는데 얼마나 서러운지 눈물이 뚝뚝 떨어지더라고요. 하하.”“오타는 엄청 살벌하게 내고 와서.” -그래도 서로의 진심을 알았기 때문에 그 때 관계가 틀어지지 않았죠? “친분, 뭐 의리를 떠나서 가장 어이없고 화가 나는 건 일을 같이 하는 사람이 상황에 맞지 않는 행동을 할 때잖아요. 그 때 그런 제 마음을 기만 코치는 잘 이해한거죠. 조직에서 상급자, 선배들 잘 모시는 것 같은 사회생활 김 코치가 참 잘해요. 장점 중에 가장 좋은 건 같이 다닐 때 신경을 안 쓰게 한다는 거예요. 같이 있으면 이것, 저것 전부 챙겨줘야 하고, 신경을 많이 써줘야 하는 사람이 있어요. 후배가 아닌 남자의 입장에서 둘이 다니는데, 나한테 피해만 안 주면 정말 고맙거든요.”-감독에게는 최적화된 코치 아닌가요.“잘 스며들어요. 잘 챙기고. 내가 잊어버릴만한 일들을 어떻게 알고 저의 빈틈으로 들어옵니다. 살짝 귀띔해주거나 본인이 처리해놔요. 감독이 완전하지는 않잖아요. 그러면 코치는 분명 감독이 뭔가를 놓칠 수도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어야죠. 그렇게 둘이 잘 커버가 돼야 서로 하나의 ‘세트’가 되지 않겠어요? 일이든 인간관계든. 저의 ‘사각지대’를 보는 시력이 참 좋습니다. 김 코치가.”● 선배 감독들 실수 반복 안 하려는 ‘형’… 그것을 ‘카피’하는 ‘동생’이제 감독과 코치로 3시즌 째. 전 감독은 첫 프로팀 지휘봉을 잡자마자 우승을 거뒀고, 지난 시즌에는 아쉽게 준우승을 했다. 초보 감독으로 프로농구 역대 지도자로 최소 경기 100승을 달성했다. 147경기 만에 100승. 대단하다. 시행착오야 분명 있었겠지만 둘이 팀을 다지고 끌어온 과정과 결과가 기대 이상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김 수석에게는 지난 3시즌 전 감독의 팀 운영을 보고 배운 것을 무엇과도 바꾸기 힘들다고 했다. 김 수석은 “나중에 어떤 팀을 맡더라도 자신 있다. 지난 3년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것을 갖고만 있으면 되고, 아니 갖고 있어서 좋다. ‘카피’할 수 있다는 게 좋아서가 아니라 어디서든 잘 적용이 될 수 있다는 확신이 든다는 게 만족스럽다”고 덧붙였다. 전 감독에게 깨지고 또 깨지고, 숙제하고 또 숙제 검사 받는 게 지겹고, 한편으로는 자존심 도 무너지는 과정을 겪었지만 지나가보니 맞는 길을 찾았다고 본다. 형을 잘 만난 덕으로 돌린다. -전 감독께서 보기에, 김 코치가 뭘 보고 배워서 저렇게 만족해할까요. ‘전희철표 지도’의 핵심으로 연결되는 문제네요.“저도 여러 감독들을 모셨고, 지켜봐왔는데 각자 장점과 단점이 있잖아요. 그런데 장점이라는 건 객관적 지표로도 보일 수 있는 거고, 그런데 단점은 굉장히 주관적인 의사에 달려 있는 거잖아요. 코치를 할 때부터 선배 감독들의 좋은 부분을 ‘집중적으로 배워보자’가 아니라 단점은 하지 말자라는 점에 기준을 두고 일을 했어요. 사람마다 장점 캐릭터가 있잖아요. 그것을 내 것으로 승화시키기는 굉장히 어려운 일이에요. 원래 나의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래서 아예 선배 감독들의 실수를 답습하지 말자고 마음을 먹었죠.”-경험에서 얻어진 신념 같은데요.“이전 감독들이 한 행동들에 대해 선수들이 싫어하는 부분이 있더라고요. 그런데 저의 장점은 분명히 있잖아요. 다른 감독들의 장점을 따라가진 않고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해요. 후회가 안 생기도록. 그러면서 이전 감독들의 단점들을 내가 보여주지 말자는 겁니다. ‘단점을 하지 말자’라고 하면 보완책을 생각해 놓겠죠. 그 보완책을 실행으로 옮기다보면 그게 새로운 저의 장점이 될 테고요.”-꼼꼼한 성격인데 본인에게도 같은 기준을 적용?“저의 이런 이미지가 정답은 아니죠. 이 팀에서도 코치든, 선수들이든 상황에 따라 저에 대해 뭔가의 단점을 발견하고 찾겠죠. 내 의지대로만 팀을 만들 수는 없잖아요. 제가 100% 완벽한 게 아니기 때문에요. 이전 감독들의 단점을 답습하지 말자라는 건 팀 운영을 하는데 있어서 조정과 조율을 하겠다는 의지입니다. 여기서 좋은 결과물을 내면 그게 또 저의 것, 장점이 되고요. 제 스스로도 모니터링을 합니다. 예를 들어 중계 카메라의 잡힐 때 선수들을 대하는 말과 표정 등까지도 체크를 하죠. ‘아, 이렇게 화를 낼 때 선수들은 어떤 감정이 들겠구나’ 하고 곱씹어보죠. 그러면 다음 같은 상황에서 마음을 비운다던가, 스스로도 단점을 줄이는 과정을 겪죠.”-이제 ‘김기만’에서 그런 ‘전희철’의 모습이 많이 비춰질 수도 있겠네요.“김 코치는 많이 배운다고 하는데, 저는 배워보라고 하는 것보다, 들었으면 좋겠다는 정도에요. 저의 장점을 가져가라, 배워가라고 하면 힘들 거예요. 한 상관을 모시고 평생 직장을 다닐 거면 모르겠지만, 이 바닥에서는 팀, 감독도 자주 바뀔 수 있고, 선수 세대도 금방 바뀌잖아요. 그러면 내 철학이 맞다, 이거죠. 장점만 따라가서 복사하려면 방향성을 못 잡습니다. 예를 들어 카리스마 있는 감독이 있고, 온화하게 지도하는 감독이 있을 수 있고, 또 유머 있는 감독?… 내가 유머가 없는데 어떻게 따라갈 거예요? 무조건 따라한다고 해서 내 것이 되기 어렵다는 거죠. 만들었다 해도 내 스타일이 없어지죠. 단점을 안 하는 게 복잡하지 않고 쉽다, 단점만 안 하면 최소한 욕은 안 먹는 감독이 된다는 점을 말해주고 싶었어요.”“이러니까 되게 편해요. 감독님이 머리 아프면서 정리해놓으셨잖아요. 이런 단점, 저런 단점 안해야 되고…나름 좋은 감독상을 정리하셨잖아요. 저는 머리 안 굴리고 그대로 따라가면 되죠. 하하.”(김기만)내 것은 온전히 다하고 또 연구해서 좋은 쪽으로 발휘하고, 안 좋은 것은 하지 않는 실천. 농구를 떠나 ‘전희철’이 사는 인생법이라 느껴진다. 그게 온전히 동생에게 이식되고 있다. -해석이 그럴 듯한가요?“감독도 다 먹고 살자고, 주변 사람들과도 좋자고 하는 일이잖아요. 같은 조직에서 같은 목표를 갖고 일하는 사람들에게는 내가 누군지 보여줘야 하잖아요. 사람들이 참 재밌는 게 10년 전의 제 모습을 다 기억 못해요. 오래 같이 있던 사람들도요. 그래서 저를 계속 변화시키고 알려줘야 한다는 거죠. 이미지라는 게 나쁘다가도 좋게 되거든요. 농구를 잘 공부하고 파헤치면서, 팀을 바르게 운영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것이 저의 사회적인 이미지에도 연결이 되니까요.”-김 코치는 그런 감독님의 변화가 크게 느껴지겠습니다.“저는 자부할 수 있어요. 형수님 다음으로 대한민국에서 전 감독님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라는 것을요. 표정만 봐도 어떤 생각을 하는지 저는 알아요. 그런데 단점을 계속 지우고 계셔요. 보통 같으면 화이트보드를 던져 날아갈 상황인데, 과장 없이 얘기하면 10번 날아갈 게 한 번도 안 나왔어요. 아직 감독님의 단점은 안 보입니다. 하하.”● 눈물까지 닮고 싶다초보 감독으로 지휘봉을 잡자마자 통합 우승을 하고 두 번째로 맞이한 2022~2023시즌. 전 감독은 또 한 번 SK를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에 올려놓았다. 그런데 정관장을 상대로 3승 2패로 앞선 상황에서 치른 6차전에서 3쿼터 한 때 15점 차이로 앞서가다 통한의 역전패를 당했다. 7차전에서 분위기를 넘겨주며 거의 손에 넣었던 우승을 놓쳤다. 전 감독은 7차전이 끝나고 6차전을 복기하며 4쿼터 자신의 전략이 실패였고, 선수들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하며 거의 가족 누가 세상을 떠난 것처럼 눈물을 쏟았다. 김 수석은 비판과 비난을 기꺼이 자기 책임으로 돌리는 감독의 눈물 시작과 끝을 다 봤다. 김 수석이 “그 때 진 건 저한테도 지분이 있다…”고 말하자 전 감독이 말을 끊었다. “김 코치. 그 때는 감독의 잘못이야. 3쿼터 이기고 있을 때 작전 시간을 부르면 안 되는 상황이야. 여태껏. 15점을 이기고 있는데. 그런데 나한테 만약 그 상황이 똑같이 왔다고 하면 작전 타임 또 부를 거야. 그 때는 선수를 쉬게 해주는 게 맞아. 쉬게 하면서 템포 조절하고 정리해서 이기고 있는 점수를 지키는 게 맞아. 하지만 결과론적으로 점수를 지키지 못한 게 잘못이지, 몇몇 팬들은 ‘미친 작전 타임’이라고 하시는데 나는 지금도 자신 있게 작전 타임을 똑같이 부를 수 있다고 얘기할 수 있어. 선수들이 체력적으로 힘든 상황이었으니까. 그런데 그 때와 달리 주력 3명을 작전 타임 때 쉬게 하면서 벤치에 앉혀두지 않고 그대로 내보냈을 거야. 그래도 당시 전체적인 판단에 대해서는 양심의 가책을 느껴.”-김 수석은 감독을 너무 잘 아니까, 조언할지 말지 생각이 많았겠어요. 당시에.“감독님은 ‘레파토리’를 여러 개 준비하고 오니까….” “아니, 내가 못 볼 수도 있는 것을 얘기할 수도 있었겠지.”(전희철)“그런데 저는 감독님이 다 보고 있다고 생각을 했거든요. 만약에 이런 저런 상황에 맞는 조언을 드렸는데 감독님이 ‘그랬어?’라고 하면 다들 속으로 ‘그것도 파악 못했어’라고 할 거 아니에요. 그러면 감독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는 거잖아요. 그런데 감독님이 그런 적이 없으니까 판단을 잘 하실 거라 믿었죠.”-김 수석이 감독님 판단에 개입할 여지가 많지는 않겠어요.“경기 중에 상대 선수 누가 우리 선수 뒤통수를 때렸는데 내가 못봤을 때? 김 코치가 정말 때린 것을 봤다고 큰 소리를 내면 ‘그래? 때렸어?’라고 같이 열 받아할 수 있겠죠. 하하.” -김 코치의 역할이 막중합니다.“정해놨어요. ‘뒤에서 내 욕하다 걸리면 다 잘라버린다’고요. 하하.”-스스로가 완벽하지 않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더 열심히, 팬들 의식하면서 이기려고 하는 게 아닐까요. “제가 왜 농구에 진심인 줄 아세요?. 감독으로 왜 죽기 살기로 이기려고 하느냐면, ‘남들한테 싫은 소리 듣기 싫어서’에요. 싫은 소리를 농구하면서 너무 많이 들어서 제발 안 들었으면 해서 진심으로 이기려고 합니다. 이겨서 희열을 느낀다기보다 ‘아 싫은 소리 안 듣겠다’, 이게 더 좋아요. 프로니까 이기면 싫은 소리 안 나오잖아요.”“챔피언결정전에서 준우승하고 저라도 감독님처럼 눈물이 났을 거예요. ‘내가 정말 그렇게 했다고’ 하면서 자책하는 눈물로 보였거든요. 저도 같은 상황이면 똑같이 그랬을 거예요. 저도 이제 누구한테 싫은 소리 듣기 싫더라고요. 그래서 선수들한테도 주기적으로 ‘뭐 하지 마라’식으로 주의를 많이 주죠. 귀찮을 겁니다. 그래도 재밌게 받아들여달라고 해요. ‘니희들 때문에 나 감독님한테 욕먹는다. 감독님 성격 알지? 나 죽는다. 평상시처럼 착한 사람으로 살게 해 달라’고요.”(김기만)듣다보니 척하면 척이다. 둘이 평생 같은 길을 안 가면 어색할 것 같다. 전 감독은 “ ‘만기’가 ‘정말 더러워서 못해 먹겠네’라고만 안하면 둘이 평생 농구로 붙어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김 수석은 이미 몇 년 전 수석코치였던 전 감독이 여자프로농구 팀 감독 제안을 받았을 때의 대화로 ‘평생 깐부’로 지낼 것을 확신했다고. “감독님이 그러시더라고요.‘만기야, 여자 선수 3점 슛 자세 제대로 잡아주고 가르칠 줄 알아?’라고 해서 ‘모르겠는데요’라고 했죠. 그러니까 ‘그렇지? 나도 몰라, 안 갈래. 그냥 여기 있자’라는 거예요. 얼마나 웃었는지….”각자의 이익을 우선 염두에 두는 동업자였다면, 분명 이 대화 뒤에 숨겨진 의도와‘트릭’이었을 거다. 계속 곁에서 배운다는 김 수석이 동반자로 전 감독에게 하나 드릴 게 있다고 한다. 말 선물이다. 돈은 없으니. “감독님 혼자 가는 길에 엄한 짓 제가 안 할 테니, 가고 싶은 길로 가시고, 하고 싶은 거 다 하세요. 제가 주변 정리 할 테니.”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경북대는 23일 열리는 학위수여식에서 시각장애 학우의 학업을 도운 안내견 탱고에게 명예졸업증을 수여한다. 탱고는 시각장애 학우 김경훈 씨가 일반대학원 석사과정을 밟는 2년간 늘 동행했다. 그 공을 인정받아 탱고는 명예졸업증을 받는다. 이날 학위수여식에는 첫 여성 시각장애인 국회의원인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이 참석해 축사를 할 예정이다. 학부 시절에는 안내견 없이 학교를 다녔던 김 씨는 석사 졸업 후에도 탱고와 계속 지낼 계획이다. 탱고를 만나기 전에는 친구나 부모님의 도움을 받아 학교를 다닌 김 씨는 탱고를 만나고 단독 보행을 하게 됐다. 4살이 된 탱고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기업이 운영하는 안내견 양성 기관인 삼성화재 안내견 학교 출신이다. 김 씨에게 탱고는 삶의 특별한 존재다. “탱고와 만난 후 제 삶에는 큰 변화가 생겼습니다. 탱고라는 이름은 안내견 학교에서 지어준 이름이에요. 여인의 향기에서 시각장애 주인공이 ‘스텝이 엉키면 그것이 바로 탱고’라는 대사가 무척 인상적이었는데, 세상에 정해진 답이 없다는 뜻으로 느껴졌었어요. 그래서 그 이름까지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김 씨는 탱고가 무척 훈련도 잘 돼 있고, 캠퍼스에도 익숙하지만, 사람들의 예상치 못한 친절 등으로 탱고가 돌발행동을 할 수도 있다면서 길거리에서 만날 때는 눈으로만 인사하고 예뻐해 주기를 부탁했다. “단독보행으로 더 자유로워졌지만, 아이러니하게 탱고와 함께 갈 수 없는 곳도 많습니다. 장애인복지법이 있지만 아직까지 출입에 대한 제한이 상당 부분 있습니다. 하지만 조금씩 더 나아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김 씨는 이번 학위수여식에서 일반대학원 석사 대표로 학위기를 받는다. 김 씨는 “장애학생들이 ‘학업’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학점’만 취득할 수도 있는 상황에서 대학의 지원과 교수님, 친구들의 배려로 학업을 원활히 수행할 수 있었다. 오늘의 나를 만들어 주신 많은 분들과 삼성, 그리고 안내견 탱고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졸업 소감을 밝혔다. 경북대 문헌정보학과를 2022년 2월 졸업한 김 씨는 그해 3월 같은 학과 석사과정에 진학해 휴학 없이 석사 과정을 마쳤다. 김 씨의 졸업 논문 주제는 ‘저시력 시각장애인의 키오스크사용 경험에 관한 현상학적 연구’다. 그 외에도 국가과학기술인력개발원의 연구개발지원으로 연구보고서를 작성하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최한 ‘2023 국민행복 정보기술(IT) 경진대회’에서는 예선에서 대구시장상, 본선에서 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홍원화 경북대 총장은 “시각장애 학우 안내견에게 졸업증을 주는 건 국내 대학 최초일 것”이라며 “학칙도 바꾸고 나름 노력을 한 성과다. 대학 내 장애 학우들을 배려하는 평가시스템도 따로 마련해놓고 있고, 분기별로 총장이 학우들을 만나 좌담회를 통해 애로 사항 등도 듣고 있다. 앞으로 더 많은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정부가 2025학년도 대학 입학부터 의과대학 입학 정원을 2000명 늘리기로 한 가운데, 의대가 있는 지방 9개 거점 국립대의 총장들이 비수도권 지역 국립대 의대 정원 우선 배정과 인재 전형 지원 자격 강화 등을 정부에 건의하기로 합의했다. 9개 거점국립대로 구성된 국가거점국립대학교총장협의회(회장 김일환 제주대 총장, 이하 총장협의회)는 이달 초 제주에서 열린 총장협의회 회의에서 ▲정부의 의대 증원은 비수도권 국립대 중심으로 이뤄져야 하고 ▲증원 인력으로 필수, 공공 의료 분야와 수도권 지역(서울, 인천, 경기 제외) 의사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데 뜻을 같이 했다. 총장협의회의 건의는 수도권 의대에서 입학 정원이 크게 늘어날 경우, ‘의대 쏠림’과‘인서울 의사 쏠림’의 이중적 현상이 심각해질 것이라는 우려에서 나왔다. 수도권 의대는 입학정원이 적지만 서울 등에서 대형 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전공의 정원이 의대 입학 정원에 비해 많다. 그 때문에 비수도권 의대 졸업생들이 수도권 의대 병원의 전공의로 몰린다. 비수도권 의대 중에서도 수도권에 병원이 있는 가톨릭관동대, 순천향대, 동국대(경주), 울산대, 한림대, 건국대(충주) 등의 의대 증원 역시 의사의 수도권 쏠림 현상을 부추길 수 있다고 했다. 총장 협의회 관계자는 “이들 대학 의대는 지역 인재 전형을 시행하고 있지만 교육과 실습 대부분과 전공의 수련이 수도권 병원에서 이뤄진다. 이 대학에 지역 인재 전형으로 입학한 의대생들은 20대 대부분을 수도권에서 생활하는데 의사가 된 후에도 그 지역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총장협의회는 비수도권 국립대 의대 증원이 정부의 본래 의대 인력 확대 취지에 부합한다며 세부 입시 안과 의사 정책 양성안을 제안했다. 우선 거점 국립대 의대 지역 인재 전형 지원 자격을 초, 중, 고교, 총 12년의 재학과 거주로 요건을 강화하자고 의견을 모았다. 지금은 해당 의대가 소재하는 지역(충청권, 호남권, 대구·경북권, 부산·울산·경남권, 강원권, 제주권)의 고교에 재학하면서 거주하는 학생에게 전형 지원 자격이 주어진다. 2028학년도에는 지원 자격이 강화되는데 중학교부터 재학, 거주로 바뀐다. 수도권 학생이 비수도권 지역에서 고교 3년만을 다니고 지역 인재 전형에 지원하는 부작용을 막기 위한 것이다. 이것을 더 강화하자는 것이다. 총장협의회는 또 지역 인재 전형 선발 의무 비율도 입학 정원의 80%(강원과 제주는 50%)까지 확대하겠다고 했다. 현재는 입학 정원의 40%(강원과 제주는 20%)를 지역 인재로 뽑고 있다. 지역 인재 전형 대상의 학력, 거주 조건 강화에 선발 의무 비율까지 확대하면 지방에 정착하는 가구 비율이 높아질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이와 더불어 필수 및 공공 의료 분야 양성 정책으로 응급 대처 의료진 숫자가 급격히 줄고 있는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전공의가 병역 의무시 수련받은 병원에서 대체 복무가 가능한 제도 변경을 제안했다. 전공의 지원에서 가장 인기가 떨어지는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전공 지원자를 늘리고 부족한 진료 수요에 대응하자는 취지다. 또 필수 및 공공 의료 분야 전공의 정원을 인구수와 국토 면적 비율을 고려해 수도권 40%, 비수도권에 60%를 배정해 달라고 건의했다.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깐부. ‘같은 편’, 나아가 ‘어떤 경우라도 모든 것을 나눌 수 있는 사이’라는 의미로 통용되는 은어, 속어죠. 제아무리 모든 것을 갖춘 인생도 건전한 교감을 나누는 평생의 벗이 없다면 잘 살았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좋은 인간관계는 건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합니다. 깐부들 사이에 피어나는 ‘같이의 가치’를 소개합니다.‘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고 했다. 예로부터 내려오는 얘기 중에 요즘 생각해도 무릎을 칠만한 명언들이 많지만 그 중에서도 이 말은 으뜸인 것 같다. 살면서 사람들과 단순하게 스칠 일은 많다. 기억도 안 나는 유년기 시절, 모두의 기억에는 자신을 귀엽다고 깨물고 어루만졌을 사람이 꽤 있을 테다. 버스나 지하철을 타도, 어디 번잡할 곳을 가더라도 이 사람 저 사람 부대낄 때는 다반사다. 사람들은 ‘옷깃’을 인연의 작은 연결 고리로 여겼을 듯하다. 천이 스치는 순간을 놓치지 않고 붙잡아 관계를 이어가려는 노력을 빗대었을 것 같다.‘옷깃’보다 더 가까운 연결 고리가 있어도 인연으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를 살면서 숱하게 접하다 보니 이런 생각이 든다. 연기면 연기, 방송이면 방송, 사업이면 사업, 도대체 안 걸치는 곳이 없는 만능 스타 정준호 전주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정말 옷깃만 스쳐도 내 사람으로 만드는데 귀재인 사람이다. 도대체 안 걸치는 인맥이 없고, 허투루 눈 마주치고 악수하고 연락 주고받는 사람이 없다. 인구 5000만 명이 전부 그의 인맥이라는 농담을 해도 꽤 그럴싸하게 어울린다. 연예계는 물론이고 정·관계, 학계, 문화·스포츠계 등을 넘나들며 관통하는 ‘핵인싸’를 찾다보면 이상하리 정점은 정준호로 수렴한다. 최근 사람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서울을 내려다볼 수 있는 곳에서 그와 5시간가량 인맥, 사람 관리 얘기를 했다. 시간 흘러가는 줄도 모르고. “평생 먹을 양식이라고 할까요.”정 위원장에게 사람, 인연은 이런 의미다. 그래서 그는 “양식을 쌓고 관리하는 것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했다. “양식은 내가 좋다고 저절로 쌓이는 게 아니죠.” 그의 사람 관리 철학이다. 자신이 아는 사람으로 뭉쳐놓은 건 인맥으로 부를 수 없다. 나만 안다고 자랑하는 인맥은 화려할지 몰라도 실체는 없다. 이런 전제를 놓고 그는 “인연을 쌓는다”고 한다.기자가 <전국깐부자랑>을 연재하고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평생 함께 할 ‘깐부’와의 인연을 소개하는 코너에 도저히 ‘깐부’를 못 데리고 나오겠다며 혼자 나타났다. 주변에 친한 여럿과 동행을 타진해봤는데 도저히 안 되겠다고 사정을 했다. 정 위원장은 “누구 한 사람을 ‘깐부’라고 정해 인터뷰 기사에 나오면 다른 분들이 엄청 서운하다고 난리가 날 것 같다”며 양해를 구했다. 도대체 혼란을 주는 사람이 누구냐고 물으니 “신현준, 김민종, 탁재훈, 김영철, 김흥국, 박상원, 엄홍길, 박중훈, 이문세, 이재룡, 정보석, 윤다훈…”이라고 이어가는데 끊을 수가 없다. 직업과 나이 등을 망라한 지인들이 그의 입에서 수없이 열거된다. 제일 친한 ‘깐부’에 대해서는 선택 장애가 있는 게 분명하다. ● 故 최진실 선배 전화번호도 안 지운 ‘나’먼저 원초적으로 궁금한 것. 그의 휴대폰에 저장된 연락처는 몇 개일까. -시간 차이를 두고 예전 인터뷰를 보면 휴대폰에 저장된 연락처만 5000개, 1만 개 등으로 점점 늘어났어요. “지금은 1만 1400개 정도예요. 휴대폰 바꿀 때 옮기기 너무 힘들어요. 몇 시간 걸리더라고요. 그런데 실질적으로 연락을 1년에 몇 번씩 하는 분들은 4~5000명 정도 돼요. 그리고 전체에서 절반 정도는 아주 예전에 뵀던 분들, 해외에서 만났던 사람들인데 자주는 연락을 하지 않죠.”-그럼 절반은 인맥이 아닐 수도 있겠습니다.“저는 번호를 입력할 때 같이 만난 지인 이름이나 장소, 날짜를 같이 저장해요. 연락은 자주하지 않지만 인맥입니다. 제 연락처에 있는 분들은 드라마나 방송, 광고 등을 통해 저를 늘 보고 있으니 함께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잖아요. 그래서 처음 만난지 3년이 지나고, 5년이 지나서 연락을 드리면 너무 반갑게 맞아주시고 해요. 문자를 오랜만에 해도 좋아하셔요. 가까운 가족들도 1년에 몇 번 못 보고 자주 연락 못 하잖아요. 살다 보면 자기 일이 있고, 바쁘지 않습니까. 마음으로 담고 있으면 계속 유지되는 게 연락처고 인맥이라고 생각해요.”정 위원장이 휴대폰 연락처에서 그리운 이름들을 하나둘씩 꺼낸다. 고 최진실 씨의 이름이 있다. 정 위원장은 2008년 드라마 <내 생애 마지막 스캔들>에서 부부로 연기 호흡을 맞췄다. 최 씨는 이 드라마를 유작으로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정 위원장은 기회 있을 때마다 그 드라마를 같이 하자고 제안해준 최진실 선배에 대한 고마움과, 힘들 때 지켜주지 못한 미안함을 드러냈다. 최 선배와의 작별이 주변 사람들을 더 관찰하고 평소에 잘 챙겨야겠다는 마음을 먹게 한 인생의 터닝 포인트이기도 했다. “언젠가 휴대폰 연락처를 정리하는데 진실 선배를 포함해서 돌아가신 분들이 몇 백 명이 되더라고요. 지워야 되나, 말아야 되나 고민이 됐죠. 그러다 ‘아니야. 간직하자’라고 놔뒀죠. 마음으로 이어진 사람들인데 굳이 제가 끊을 필요가 없어요.”-최진실 씨가 세상을 떠나고 사람을 대하는 자세를 다시 고쳤다고 하던데. “진심을 담자라는 거죠. 축적되는 시간과 마음이 쌓이는 과정의 중요성이라고 할까요. 얼마 전 법무연수원에서 인맥 관리에 대한 강연을 했는데, 주변 사람들을 5년 또는 10년에 한 번 보더라도 마음의 진중함과 진정성을 담자는 얘기를 했어요. 그러면 상대방은 마음으로 나를 기억해 1년에 한 번을 만나든, 2년에 한 번을 만나든 내 사람이 돼요. 그렇게 쌓인 인맥은 내 자산이 됩니다. 보통 친한 사람을 소개할 때는‘이 사람하고 10년 됐어, 저 사람하고는 20년 됐어’라고 말을 하죠. 그 세월에 알찬 마음을 쌓는 과정이 담겨야 한다고 봐요. 외국의 유명한 가문 사람들을 보면 친구 소개를 할 때 꼭 몇 년 된 친구인지를 물어봐요. 시간, 과정을 중요하게 여기더라고요. 제가 만약 어떤 동생하고 ‘15년 됐다’라고 하면 그 사람들은 그 시간 동안 둘이 아무런 문제없이 지낸 것으로 의미 부여를 해요. 그러면 이 두 사람이 다음에 뭘 해도 믿겠다고 합니다. 인연을 어떻게 발전시켜 가느냐, 그 과정에서 표현도 잘 해야 한다고 봐요. 충청도 말로는 ‘경우’라고 하는데, 친해지고 싶어 냄비처럼 무작정 물질적인 것을 갖고 달려드는 건 ‘경우’에서 벗어나죠.”그는 충청남도 예산 출신으로 이 고장이 배출한 인물 중 하나다. 더본코리아 백종원 대표와 함께 예산의 자랑이다. -편견은 아닙니다만 충청도 출신 분들은 속을 알 수 없다고 하잖아요. 사람 사귀는 재주는 타고나신 겁니까. “제가 장손인데 할아버지 손에 이끌려 늘 어른들을 만나다보니 자연스럽게 스며든 거죠. 술도 그렇고요.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큰 상에서 밥을 먹으면서 밥상머리 예절도 일찍 배웠죠. 그러면서 각기 다른 사람의 위치, 경력, 수준에 맞게 대화를 하고 행동을 할 수 있게 되더라고요. 예를 들면 ‘누구와 만났는데, 이 사람이 어느 정도 수준이 되니 이렇게 그의 얘기에 집중해서 반응을 해야겠다’면서 상황별 공식이 딱 잡힌 거죠. 학교에서도 반장도 하고, 배구부 주장도 해서 주변에 사람이 많았고, 어릴 때부터 연예인처럼 주목을 받았어요. 그 때 껌이나 씹고, 다리 흔들고, 욕 했으면 정준호를 전부 떠나갔겠죠.” -‘오지랖 넓다’는 말을 자주 들었을 텐데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나 봅니다. “사람 만나는 것을 내 자산 쌓는 거라 생각하니까요. 저는 신이 아니잖아요. 주식을 하고 싶으면 증권사에 있는 지인 한 명 정도 알아둬야 하는 거고, 아플 때 찾아갈 의사도 있으면 좋고. 분야별로 제가 지인 형성이 돼 있으면 주변 사람들은 또 ‘정준호를 통하면 안 될 것도 된다’면서 도움을 받을 수도 있겠죠. 자산을 나누는 건데요. 그게 이뤄지는 순간 저는 또 도움을 준 사람을 관리해야 합니다. 한두 번 감사 전화하고 끝나면 상대방은 속으로 ‘경우가 없네’라고 할 수도 있는 거잖아요. 신세 진 만큼 관리를 해야 인맥으로 천 년 만 년 가는 거죠. 상대방이 ‘저렇게 바쁜 사람이 나한테 신경을 쓰긴 쓰는 구나’라고 느낄 때 저는 또 감동을 느껴요. 그래서 계속 오지랖이 넓을 수밖에 없어요.” ● 연예인 ‘가오’ 안 잡고 사람 계산기 안 두드리는 ‘나’사람은, 사람이니까 어쩔 수 없이 실속을 따진다. 인간관계에서는 더 그렇다. 되도록 ‘윈윈’ 할 수 있는 관계가 좋다. 반대로 친하기는 한데 매번 손해 보는 느낌이 들면 가차 없이 관계 정리가 되기도 한다. 정 위원장도 정을 주고 친해졌던 사람에게 뒤통수를 맞은 적이 있을까. 그런 경우가 있었다면 그 충격에 사람을 대하는 것도 굉장히 제한적이고 까다로웠을 싶다. 정 위원장은 “특별하게 뒤통수를 맞은 적은 없다. 오히려 관리가 힘들 정도로 인복이 많다”며 “돈과 명예를 잃는 건 견딜 수 있지만 사람한테 상처를 받으면 치유가 쉽지 않다고 흔히 말하는데, 희한하게 이런 경우도 없다”고 웃었다. -손해 보더라도, 자기가 이용을 당하는 듯 하더라도 상황을 즐기고 이해하고 되도록 관계를 깨지 않으려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 상대방도 정 위원장과의 관계에서는 실속을 끌어들이지 않는 듯 한데요. “필요한 사람만 만나고 실속을 따지는 관계가 가장 ‘쥐약’이라고 봐요. 내가 필요한 사람만 만나다 보면 상대방도 나를 볼 때마다 ‘내가 필요해서 만났구나’라고 생각할 겁니다. 제가 양복 브랜드 모델을 10년 넘게 했어요. 저는 그 회사를 ‘나의 회사’라고 여겼어요. 회사가 정준호를 모델로 써서 성장했다는 얘기를 너무 듣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예를 들면 모델 계약서에 사인회를 만약 두 번 간다는 조항이 삽입돼 있어도 저는 10번이고 20번이고 해줬어요. 그러니까 회장님이 ‘내가 정준호 씨한테 신세를 많이 졌다’며 사업도 가르쳐주시고, 여러 귀인들도 소개해주시고, 또 다른 회사 모델로도 연결에 연결을 시켜주셨죠. 제가 회사에 사명감을 갖고 내 회사처럼 정성을 다하니까 회장님 본인이 저를 홍보하고 다니더라고요. 출연했던 광고 대부분이 이런 과정으로 하게 됐죠.”-연예인이라 마인드 컨트롤이 쉽지는 않았을 텐데요. 인기를 얻고 유명해지면 ‘내가 다른 세상에 살고 있구나’라며 인간관계에서도 어느 정도의 대접을 바랄 수도 있잖아요. “제가 보기에는 도시남 같은데 실상은 시골 사람이잖아요. 까다로운 것도 없고, 하하. 시골에서 올라와서 이 바닥에 들어와 보니 출중한 사람들도 너무 많고, 그래서 내가 열정을 다 받쳐서 뭔가 해보고 싶다는 동기 부여는 되는데 소통이 안 되더라고요. 나를 완전히 보여주고, 상대방도 나한테 완전히 자신을 드러내면서 우정이 쌓이고 친구가 되는 건데 여기는 그렇지 않더라고요. 연예인들은 인기가 없으면 하루도 살기가 힘들어요. 누가 알아주지 않으면 무용지물이죠. 인기는 대중과 호흡하고, 주변 인간관계를 좋게 쌓아가는 과정에서 얻어지고 유지가 되죠. 그런데 어떤 위치에 올라갔을 때, 성공했다 싶을 때 연예인들은 손을 놓더라고요. 평생 먹을 양식, 사람 관리를 해야 하는 시점인데도 불구하고요. 인생이라는 게 항상 정점에서 하산하면서 내려오잖아요. 잘 나갈 때 자기에게 고마움을 줬던 사람들에게 감사함과 고마움을 표시하지 않았던, 소통을 대단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연예인들은 인기라는 게 평생 가지 않을 거라고 인식할 때 정작 나를 지켜줄 수 있는 후원자가 주변에 없어요. 그러면 외로워지고 결국에는 돌이킬 수 없는 판단을 하게 되거든요. 일반 사람들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라고 봐요.” 그래서 정 위원장은 바쁜 스케줄에도 아들, 딸 학교까지 찾아간다. 운동회 같은 학교 행사, 학부모들이 모일 때 거리낌 없이 얼굴을 내민다. 인사도 사인도 부지런히, 연예인 감투 잊고 뭐라도 학교를 위해 할 일을 찾는다. 결국 자신과 자식들을 위한 또 한 번의 소통이다. “아들, 딸한테 제가 이렇게 말을 해요. 항상 학교에서도 소통이 안 되고, 외로운 친구가 있어도 손가락질하지 말고, ‘왕따’시키지 말고 잘해주면서 그 친구가 어떻게 변하는지 관찰하라고 해요. 당장 그 친구가 좋게 변하지 않더라도 네가 보여준 애정에 대해 고마움을 갖고 있을 거고, 오래 기억하면서 너의 편이 될 것이라고요.”-아이들에게도 인맥이라는 재산을 만들어주는 뜻있는 아빠의 대물림이네요. “한 번은 아이 학교에서 한 학생이 다른 아이들을 괴롭혀서 민원이 발생한 일이 있었어요. 저희 아들이 ‘아빠, 나 학교 가기 싫다’고 해서 제가 그랬죠. ‘세상에서 나쁜 짓을 하면 안 되는 것은 맞는데, 만약 그 친구를 나중에 커서 만날 수도 있지 않느냐. 친구를 품어줄 수도 있어야 한다’고요. 그러니 저희 얘가 눈물을 글썽거리면서 ‘아빠는 내 마음도 몰라준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마음을 몰라주는 게 아니라 그게 친구다. 어떻게 좋은 친구만 있냐, 말썽 피우고 괴롭히는 친구도 있을 수 있다. 그러니 네가 남자답게 잘 토닥이고 좋은 길로 같이 가자고 하면 그 친구가 나중에 좋게 변할 수도 있다’고 해줬죠. -그리고는요?“학교에 알아 보니 그 친구는 이미 학교를 옮기기로 결정을 해서 제가 교장을 선생님을 만났어요. 교장 선생님께 그랬죠. ‘지금 그 친구를 무조건 떠나보내면 학교 친구들하고 서로 기억에 남을 추억이 너무 안 좋아진다, 헤어지는 시간을 주고 아름다운 이별을 하도록 해주자’라고 건의를 드렸죠. 그 친구가 편지를 쓰는 게 좋겠다고 했어요. 예를 들면 ‘나 누구인데. 누구야 미안해. 나중에 봤으면 좋겠다’는 식으로 한 줄이든 두 줄이든 마음을 표현했으면 좋겠다고요. 그 편지를 쓰면서 본인은 더 미안함을 느낄 테고, ‘자기가 조금 참을 걸’이라고 후회하지 않겠어요. 한편으로는 그 친구가 커서 귀인이 돼 친구들을 찾을지 누가 알겠어요. 그런 얘기를 교장 선생님이 듣고 ‘전혀 생각을 못했다’며 눈물을 흘리시더라고. 아름다운 이별이 건강한 친구들로 다시 만나는 기회가 될 수 있음을 말씀드린 기억이 나네요.”-연예계에서 하산을 하는데 주변에 기댈 사람이 없어서 극심한 외로움에 빠진 동료들도 많이 봤겠죠.“2001년 영화 <두사부일체>에 함께 나왔던 배우 (정)운택이도 그 영화가 개봉을 하고 나서 엄청난 인기를 누렸잖아요. 지금은 목사가 돼 선교 활동을 하고 있는데 본인도 당시에는 인기가 천 년 만 년 갈 줄 알았죠. 불미스러운 일을 한두 번 겪고 나서 완전히 내리막길을 걸을 때 얘기도 많이 하고 그냥 지켜봐주고 관찰을 많이 했죠. 별 건 아니지만 밥 한 끼 같이 하고, 용돈도 주고, 꾸준하게 관심을 가져줬어요. 운택이 본인은 자기가 연예계에서 잊혀지고 주변에 사람도 떠나가니 나한테도 ‘형이 연락을 하면 받을까’라는 걱정을 했더라고요. 연예인은 자신감 떨어지면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어요. 비슷한 처지의 연예인들한테 그래요. ‘항상 갇혀있지 말고 일이 없으면 나가서 봉사라도 해라. 그러면서 나는 이런 사람이니 자랑하고 다녀라’고요. 구석에 있으면 가족들도 피해를 봐요. 인기와 사랑을 국민들이 준 것이니 잘못을 해서 매를 맞더라도 밖으로 나와야죠. 그러면서 발품 팔고 돌아다니면 자신을 필요로 하고 알아주는 사람이 분명히 있어요. 연기자인데 작품 제의가 안 들어와서 연기를 못한다면 다른 일이라도 하라는 겁니다. 그러다보면 생각하지도 못한 귀인을 만나요. 그런 분들이 사람을 떳떳하고 자신 있게 만들어줘요.”● 악수는 고객 서비스정 위원장의 트레이드마크는 악수다. 그는 누구든 만나면 악수부터 청한다. 웬만한 정치인보다 능숙하다. 별명이 괜히 ‘정 의원’일까. 진심이 묻어 있고, 반갑다는 마음을 손에서 크게 느껴지게 한다. 그는 지자체, 기업, 각종 축제 등의 얼굴인 홍보대사를 100여개 넘게 맡고 있다. 불러만 주면 받는다. 더 많은 분들의 손을 잡아 주기 위해서다. 이 분들은 곧 ‘정준호’라는 상품을 사주는 고객이기도 하다. 악수는 중단 없는 고객 서비스다. -악수는 ‘마당발’의 디테일이 아닐까요.“적어도 악수를 한 사람이 몇 백만 명은 될 거예요, 하하. 잠깐이지만 마음과 마음으로 인사하는 겁니다. 저는 예산 집에 가도 아버지와 악수를 먼저 해요. 짧지만 ‘아이고, 정준호입니다’라는 말과 손으로 정성을 전합니다. 어디를 지나가다가도 악수할 분들을 찾아요. 저와 악수를 한 번 하신 분들은 내 팬이 되면서, 제가 관리해야 하는 고객이 되는 겁니다. 홍보대사 활동하면서 오늘 10분하고 악수하면 내 고객을 10명 뚫은 것으로 받아들여요. 고객분들이 계시기 때문에 제가 영화하고, 드라마도 하는 것 아닙니까. 악수로 고객 관리를 해야 되는데 이왕이면 전국 축제나 좋은 일 있는 곳 돌아다니면서 오래 손을 잡아드리면 얼마나 좋아요.”악수가 나왔으니 정치 얘기를 안 할 수 없다. 워낙 다방면에 인맥이 많고 달변에 친화력까지 있으니 늘 정치 참여설이 나돈다. 충남 예산에 출마한다는 설은 하루 이틀 얘기는 아니다. ● “국회의원 배지 달면 고객 절반이 날아갈 것 같아”“배지 다는 순간, 고객 절반이 떨어져 나갈걸요.”아주 현실적인 판단이다. 인기 연기자 배우로 어디서나 환영을 받는 그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고 두려운 일이다. 정 위원장은 “전국적으로 환영을 받는 것에 취해 있어서 배지 달 생각이 안 생긴다”고 했다. 국회의원들은 40%대 득표율로 당선이 돼도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기뻐하는데, 정 위원장은 참 만족의 기준이 절대적으로 높아 정치 참여 의사를 확실히 접었다. “아버지가 딱 그런 얘기를 하세요. 예산 시골 시장 장날에 가면 ‘정준호 아버지 오셨다’고 국밥집, 떡집 아주머니들이 난리가 나고, 대접 받으시는 모양이에요. 그럴 때마다 아버지가 늘 ‘판검사 안 부럽다. 내일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그러세요. 한 번은 아버지가 ‘그런데 아들이 정치를 한다고 여야 어느 당이든 배지를 다는 순간 절반한테 손가락질 받을 게 아니냐. 우리 아들이 재능이 있고, 고향에 봉사하고 싶어서 정치를 한다면 응원하겠지만, 아들을 사랑하는 팬들 절반이 날아가는 게 가슴 아프고 못 보겠다’고 하시더라고요. 제가 아버지 얘기 듣고 정신이 번쩍 났습니다.”-국회의원이 안 돼도 배우 정준호의 영향력은 웬만한 정치인 이상이지 않을까요.“정치를 안 하지만 홍보대사 활동 등을 하다보니 마음으로는 한 3선 의원 정도 된다고 생각해요. 하하. 아는 국회의원도 많고, 그 분들이 불러 축사를 한 적도 많고, 반은 정치인이지 않을까 봐요. 영향력? 만약 운동 선수 출신이 연기판에 와서 연기를 한다고 생각해봐요. 연기자들은 겁내하지 않을 겁니다. 마찬가지로 연예인이 정치판에 들어간다고 하면 어떨까요. 전국으로 다니다 보면 팬들께서 국회의원으로 나와 달라고 말씀 많이 하세요. 연예인들 얼굴 알려졌다고 정치판 나오면 힘듭니다. 트레이닝을 먼저 해야 할 겁니다. 정치판에서 악수는 다릅니다. 악수할 때 상대방이 웃어준다고 다 내 팬, 내 표는 안 되는 거죠. 정치인들을 알고 친하게 지내면서 정치라는 게 보이긴 합니다. 그런데 정치판이 어려워요. ‘기브 앤 테이크’가 안 되면 절대 사람을 잡을 수가 없어요. ‘나한테 이거주면 너한테도 뭘 줄게’가 돼야 한 표가 따라와요. 나름대로의 ‘정치’를 주고받기 위해 협상하고 조율하는 게 사람 좋아하는 저로서는 쉽지 않은 문제죠.”● 전혀 ‘깐부’ 될 것 같지 않았던 ‘깐부’ 신현준 범위를 가늠하기 힘든 정 위원장의 인맥에서 가장 중심과 가까이 있는 친구로 알려진 사람은 배우 신현준 씨다. 한 살 터울 형이다. 둘이 연예계 최강의 단짝임을 모르면 정말 간첩이다. 요즘도 유튜브 ‘정신-업쇼(Up Show)’ 활동을 함께 하면서 구독자들에게 다양한 웃음을 주고 있다. 너무나 정준호의 ‘깐부’임이 분명해 신 씨 얘기는 꺼내지도 않았다. 무심코 던진 질문에 그의 이름이 나왔다. -친한 인맥 중에 나하고 정말 맞지 않은데 ‘깐부’가 된 사람이 있나요? “그게 현준이 형이에요. 지금도 헷갈리는데, 정말 저하고 성격과 사는 스타일이 반대에요. 나는 사람들 좋아하고, 저녁을 먹다가 누가 전화 오면 불러서 합석시키는 스타일이잖아요. 털털하게 살고, 삶의 어떤 규정이 없잖아요. 그런데 형은 자기만의 루틴이 있어요. 예전에서는 술을 마시기도 했는데 결혼하고부터는 술도 끊고, 무조건 가족만 챙기죠. 해외 촬영을 같이 가면 일이 끝나기 무섭게 자기 방으로 들어가요. 부부 모임을 해도 맥주 한 잔, 와인 한 잔 같이 마시는 게 안 되니까 우리는 불만이 많아요. 자기 생활이 정해져 있으니 나랑은 정말 가까운 것 같지만 실제는 전혀 안 맞아요. 하하.”-그럼 정말 가까워진 계기가?“현준이 형이 결혼을 하면서 접점을 찾은 거예요. 나는 ‘컨츄리’하고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는데 형은 자기가 하고 싶은 것만 하는 사람이니까 ‘내가 참 저 형하고는 되게 안 맞는다’고 생각을 계속 했는데, 결혼한 형의 자상한 아빠 모습 그리고 옛날에 까다롭고 멋을 화려하게 내던 형이 어느 날 수더분한 아빠로 애들 챙기는 모습을 보는데 동질감이 생기더라고요. 둘이 결혼하기 전에는 언제나 볼 수 있는 그냥 형 동생 관계였다면 결혼 후에는 진짜 마음속에 있는 얘기를 할 수 있는 친구가 됐죠. 남들은 태초부터 친한 줄 아는데 이제야 서로 완전한 오픈을 하게 됐습니다.”-이제는 신현준 씨께서 더 좋아하시는 것 같습니다.“그 인간은 저 없으면 못 살죠. 예전에는 그냥 같이 놀다가 ‘정준호를 통하면 안 되는 게 없구나’를 안 거죠. 하하. 형은 생활 반경이 좁으니까 아는 사람이 별로 없잖아요. 둘이 어디 해외를 간다라고 하면, 저는 전화 한 통화로 스케줄이 잡히고 문제 해결이 되니까 놀라죠.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물어보면 ‘내가 공짜로 해주겠어? 그 사람들이 한국에 오면 내가 더 잘해주지’라고 알려줘요. 확실하게 쐐기를 박아줘요. 인생은 ‘기브 앤 테이크’니까 집구석에만 있지 말고, 남들한테 식사 대접도 하고, 나오라고요. 인기 있는 대중 연예인들은 잘 몰라요. 불편한 것도 참고 하는 게. 내가 왜 모르는 사람들하고 밥을 먹어야하는지, 그럴 시간 있으면 집에서 영화나 보고 한다고 하죠. 자기 인생을 설계하는 건 정답이 없는데 제가 뭐라고 하는 이유는 자식을 키우고 가족을 지키려면 불편함을 참고 인맥 관리 등이 필요하다는 거죠. 사람 관리로 행복할 때 불행을 대비해라고 말해주죠.”-스타일이 변했겠습니다. “변했죠. 저는 장남인데, 형은 누나 셋에 막내 아들이잖아요. 변했죠. 자존심으로 사람을 만나는 것 같지 않아요. 사람을 만나는데 있어서 자존심보다는 자존감이 높아야겠죠. 저는 그래요. 어떤 자리이든 내가 굽히고 굽힐수록, 겸손하게 하고 또 겸손하게 하고 집에 돌아오면 너무 기분이 좋아요. 내가 어디서 잘난 체하고 고집 세우고, 그럴 때에는 기분이 좋지 않아요. 어떤 사람이 나에게 기분 나쁜 얘기를 해도 나는 팬들에게 사랑받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그것도 겸허하게 받아들이게 돼요. 형이 이런 부분을 잘하는 것 같아요.”● 인맥 손절 없는 ‘나’… “사람은 적금입니다” 자연스럽게 답이 나온다. 사람 좋아하는 ‘정준호’에게서는 인맥 손절은 없어 보인다. 그런데 어쨌든 만나서 기분 좋지 않은 사람이 분명 있지 않을까. “손절을 하려는데 어느 날 연락해요. 그러니 손절이 아니지. 성격상 ‘다시는 연락하지 맙시다’라고 못해요. 안 맞으면 자연스럽게 연락을 안 하다가 나중에 사는 게 뭐 있어, 연락하죠. 그런 마음을 갖고 사니 상대방도 ‘죄송합니다’하면서 먼저 연락해오고 편해져요. 누군가를 손절한다면 그 순간 마음속으로 상대방을 미워해야 되잖아요. 미묘한 증오심과 불신까지 생기는데 그 때부터 나한테 병이 생기고 피로감이 극대화되는 느낌을 받아요. 나를 위해서라도 손절하지 말아야 하는 거죠. 불편한 일이 있기 전에 좋은 추억 같은 것을 생각하면서 끝까지 지켜보려고 해요. 남 욕만 안 해도 성공한다고 봐요.”-손절 없는 인맥 관리를 잘 하기 때문에 사업도 자신 있게 하고 있는 것 아닌가요. “저에게 사업은 고객 관리, 팬 서비스의 연장이에요. 그러다 보면 맞지 않는 사람에 대해서도 시간 투자를 하면서 나와 주변 사람들과의 연결 점점을 찾을 수 있겠더라고요. 그러면서 진국이 진국을 알아보는 네트워크가 생겨요. 이 안에 있는 사람들은 ‘내가 좋은 사람이 되지 않으면 절대 내 앞에 좋은 사람이 안 나타난다’는 것을 알게 돼요. 그러면 서로가 인생의 콘티를 잘 그려줍니다. 정말 경쟁력 있는 인맥이 또 하나 생기는 거죠.”살면서 시간이 갈수록 인맥을 넓힌다는 게 쉽지는 않다. 흔히 사람들이 어느 정도 사회 생활을 하고 은퇴를 할 무렵을 보면 인맥의 범위가 늘어나지 않고 오히려 의도적이든 아니든 만나는 사람들을 줄인다. 보던 사람들을 계속 보는 경우가 많다. 총량이 있어 보이는데 정 위원장은 다르다. “만 명을 알든, 10만 명을 알든 간에 다양한 사람들을 많이 알고 지내면서 저는 마음의 부자가 됐다고 생각을 해요. 이런 만족감이 있기 때문에 인맥의 총량을 규정할 수는 없다고 보죠. 총량제라는 정의를 적용하면, 나는 이제 인맥이 1000명 됐으니까 다음부터는 사람 줄이고 손절하고, 이런 거잖아요. 그것보다는 내 마음의 금은보화가 하나씩 들어와 쌓이는 것으로 생각해요. 그러니 굳이 조절을 할 필요는 없죠. 저한테는 ‘더 들어와라, 차고 넘치게 들어오라’고 하는 게 인맥이에요. 만난 세월에 따라 3년짜리, 5년짜리, 10년짜리 적금이 있는 것과 같죠. 연장도 가능하고, 하하. 1년에 결혼, 장례 화환으로 2억 원을 쓰는데, 지금까지 모아둔 적금을 생각하면 아까운 돈이 아닙니다. 적금은 한 번 깨려면 힘들잖아요. 손절을 할 수 없는 거죠. 휴대폰에 전화번호를 계속 저장한다고 ‘버퍼링’이 나지는 않습니다.” 인맥왕의 사람 관리 루틴 따라해보기 ▷아침 6시에 일어나 운동하고 신문보고, 오늘 만날 인맥을 살펴봅시다… “그러면 빌게이츠와도 친구 될 수 있어.”-정 위원장은 오전 6시에 기상해서 운동을 하고 커피 한 잔을 하면서 신문 기사를 스크린 한다. 9시까지 3시간 동안 36년째 하고 있다고. 기사를 보다 보면 인맥, 지인들의 동정이 파악된다. 기사를 이유 삼아 연락도 하고, 약속도 잡고, 정보도 얻고, 밀린 문자 등에 답도 하면서 아침에, 사람에 집중하게 된다고. 하루 중 가장 행복한 시간이라고 한다. 해외 출장 중에도 이런 루틴을 지킨 덕분에 호텔 피트니스 클럽 등에서 외국 유력 인사들과도 친해질 수 있었다고 한다. 365일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해볼 것을 권한다. ▷ 인맥 콘서트를 열어보자-정 위원장은 조만간 자신의 인맥들을 한 자리에 모아 콘서트를 열어볼 계획이라고 한다. 가까운 인맥과 그 가족들까지 초청하는 기획이다. 밖에서 우리 인맥들끼리는 잘 어울리는데, 집에 있는 자식의 베스트프렌드는 누구인지 모른다. 부모는 자식이 어디를 가는지 모르니까 잘 알게 해주자는 것. 가족들끼리 모이면 더 큰 인맥도 형성한다. 더 넓은 ‘울타리 가족’의 탄생이 아닐까. ▷부탁을 할 거면 바라는 그대로 얘기해라-말 그대로. 그러면 최소한 솔직한 사람이라고 인정은 받는다. 감사함과 고마움이 덧붙여지면 나중에 다시 부탁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단물 다 뽑아먹고, 이용하고 잠수 타는 인간보다 낫다. ▷건배사로 ‘삼무삼유’ 외쳐보자-정 위원장이 술자리에서 늘 하는 건배사다. ‘삼무삼유(三無三有)’, 세상에 3가지가 없고, 3가지가 있다는 거다. ‘삼유’는 하늘에 별이 있고, 땅에는 꽃이 있고, 내 앞에는 가족이 있다는 것. ‘삼무’는 비밀 없고, 공짜 없고, 내 앞 길에는 정답이 없다는 것. 이 말을 늘 새기고 사람을 대해보자고 권유한다.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제주대는 지난달 19일 시행된 2024 제75회 약사국가시험(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에서 첫 약학대학 졸업예정자 응시생 31명 전원이 합격했다고 5일 밝혔다. 올해 약사국가고시 전체 합격률은 90.7%였다. 전국 37개 약학대학에서 6년제 교육을 받은 총 응시자 2071명 가운데 1879명이 합격했다. 제주대 약학대학 응시생 평균 점수는 258.6점으로 전체 응시생 평균 점수 249.2점보다 9.4점 높았다.제주대 약학대학은 2020년도에 신설돼 올해 첫 졸업생을 배출한다. 약학대학은 역량이 우수한 신진연구자 위주로 교수진을 구성했다. 2023년에는 약학대학 2호관을 증축하고 약료시뮬레이션 센터를 구축했다. 현재는 제주지역혁신플랫폼(제주RIS) 사업의 일환으로 비임상 연구센터를 올해 초 완공 예정이다.이상호 약학대 학장은 “약학대학은 앞으로도 양질의 교육체계와 첨단 연구 인프라 구축을 통해 인류보건에 기여하고 지역사회와 국가 약업계의 미래를 이끌어 갈 우수한 약사와 제약바이오 분야를 선도하는 전문 인력을 배출하고자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밝혔다. 한편 2024년도 제주대 약학대학 정시 경쟁률은 57:1로, 2023학년도 43.2:1보다 더 높아졌다. 전국 약학대학은 매년 대학입시에서 전국 최상위의 경쟁률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깐부. ‘같은 편’, 나아가 ‘어떤 경우라도 모든 것을 나눌 수 있는 사이’라는 의미로 통용되는 은어, 속어죠. 제아무리 모든 것을 갖춘 인생도 건전한 교감을 나누는 평생의 벗이 없다면 잘 살았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좋은 인간관계는 건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합니다. 깐부들 사이에 피어나는 ‘같이의 가치’를 소개합니다.의지대로 삶이 술술 풀려 간다면 무슨 고민이 있겠는가. 인생의 흐름은 원하는 방향으로만 가지 않는다. 그래서 사람들은 어느 순간 마음을 비운다. 큰 욕심과 기대를 접고 지금 내 현실에 맞게, 내가 가장 행복할 수 있는 것을 찾는다. 그런 경험을 먼저 한 사람이 옆에서 내 인생을 ‘가지치기’를 해준다면 운이 좋은 경우다.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모를 때, 숲을 가장한 늪에 빠져 있을 때, 나를 탈출시켜줄 사람이 있다면 정말 잘 살았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사랑을 할거야’, ‘준비 없는 이별’, ‘내가 지켜줄게’ 등의 히트곡으로 1990년대 중후반 발라드 가요계를 접수한 남성 2인조 그룹 ‘녹색지대’의 감미로운 미성 보컬 곽창선(54)에게 진시몬(55)이라는 사람은 자신을 세상으로 다시 꺼내준 존재다. 진시몬은 1989년 강변가요제로 데뷔한 후 이듬해 ‘낯설은 아쉬움’이라는 발라드 곡을 발표한 뒤 유명세를 탔지만 1991년 2집 앨범을 내고 군 입대를 했다. 제대 후 복귀 시기를 잡지 못하다 1996년 트로트로 장르를 바꿔 ‘애수’, ‘보약같은 친구’ 등을 히트시키며 대체 불가 트로트 가수로 사랑을 받고 있다. 곽창선보다 1년 형인 그는 가수로 데뷔하던 시절의 곱상한 미소년 이미지가 아직 남아 있다. 나이보다 한참 어려 보인다. 겉으로 보면 큰 어려움 없이 가수 생활을 해왔겠다 싶다. 그런데 살아온 얘기를 들으면 아니다. 제주 출신으로 서울로 와서 산전수전을 겪었다. 억척스럽게 살면서 버텨낸 힘으로 하고 싶은 노래를 지켰다. 1990년 KBS 가요대상 신인상 후보까지 올랐던 그는 어깨의 힘을 일찍 뺐다. 공백기가 길어지고 이름이 잊혀질 즈음, 반짝 인기의 기억을 지우고 어떻게든 평범하게 제주도 시골에서 올라온 젊은 청년으로 살아보려고 애썼다. 커피숍에서 일해 보고, 학교용 칫솔 살균기 사업을 하다 부도를 맞았지만 식당을 잘 해서 빚을 갚았다. 그러면서 어렵게 소속사를 찾아 들어가 이런저런 잡일을 하면서 노래의 끈을 놓치 않았다. 우연한 권유로 트로트 방향 전환을 했고, 사람 발품을 아주 잘 팔아 좋은 노래를 받았다. 흔히 연예인은 세상 물정을 모른다는 선입견이 있는데, 진시몬과는 관계없어 보인다. 만나보면 세상에 참 빠삭하다. 그런 진시몬이 30년 가까이 곽창선을 옆에 두고 있다. 곽창선의 인생을 지켜보다가 이제는 깊숙히 들어가 아예 자기 인생과 겹치려고 한다. ● 동생을 ‘녹색지대’에서 꺼낸 시몬진시몬은 곽창선과의 관계를 ‘1+1’ 으로 표현한다. 없으면 허전하고, 얼굴을 봐야 속이 편하고, 옆에 둬야 안심된다고 한다. 지난 몇 년간은 펜션 사업 하느라 강원도에 오래 갇힌 동생 걱정이 많았다. 곽창선은 ‘녹색지대’가 2003년 6집 앨범을 내고 긴 휴식기에 들어가면서 잠시 쉬자는 마음으로 강원도 둔내에 사둔 땅에 펜션을 지었다. 그 뒤로 ‘녹색지대’는 여러 사정으로 해체 수순을 밟았고, 그는 ‘녹색이 많이 보이는 지대’로 들어가 나오지 않았다. 막상 펜션업이 꽤 할 만했다. 재미가 들려 한 동, 한 동 펜션 규모를 늘렸다. 자기가 ‘녹색지대’ 가수임을 서서히 잊었다. 2009년에 잠시 다른 멤버를 영입해 7집을 내기도 했지만 부질없는 몸부림이었다. 그리고 그해 12월 ‘녹색지대’는 완전히 사라졌고, 혼자가 됐다. “저는 길어야 강원도에 2~3년 있을 줄 알았어요. 그런데 20년이 지나갔네요. 후회가 많았습니다.” -존재감을 잃었던 동생이 어떠셨는지요.“강원도 가기 전까지 창선이는 저랑 찰싹 붙어 있었어요. 내가 이사를 가면 창선이도 따라왔죠. 펜션 사업을 하면서 나중에 동업자들이 하나둘씩 빠지더니, 창선이가 오너가 되니까 짐을 혼자 전부 떠안았어요. 펜션은 늘 잘 되리라는 법이 없죠. 금리는 점점 올라가 대출 상환 부담은 커지고…. 대출이 1금융권만 있는 게 아니라 2금융권에도 있어요. 한 달에 갚아야할 이자만 800만 원이더라고요. 성수기 때는 감당이 되는데, 나머지 시기는 힘들죠. 제가 펜션에 가서 손님맞이도 돕고 했지만, 본인은 얼마나 힘들었겠어요. 대안없이 버텨야 했으니….”-형이라면 어떻게든 정리를 하지 않았을까요.“사업 몸집을 줄였죠. 그런데 창선이는 여러 일이 있었어요. 가정사도 있었고, 뭔가를 바꿀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어요. 희망의 빛이라는 게 보이지 않을 때였어요.”형은 어느 순간 도저히 안 되겠다 싶었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펜션에서 동생을 꺼내는 게 맞았다. 싫든 좋든 곽창선은 노래를 해야 했고, 무대에서 빛을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강원도에 박혀 있던 곽창선 씨에 대해 고민이 컸을 텐데. “노래를 아예 쉬고 10년 넘게 펜션 일만 하니까 형이 저를 빼낼 결심을 하더라고요. 그 때 저도 제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형한테 말한 적이 있어요. ‘음악을 하고 싶은데 열정이 없다’는 얘기를 했어요. 형이 그 얘기를 듣고 한 말이 ‘같이 나랑 그냥 노래해보자’였어요. 그러면서 내미는 노래가 ‘내려놓기’였죠.”<내려놓기>(2023년 3월 발표)작사-진시몬, 이동철작곡-이동철 멈춰야만 볼 수가 있어눈감아야만 들을 수 있어왜 우리는 바쁘게만 살았나오늘 잠시만 내려놓기를뛰어가면 잡을 것만 같았고쉬어가면 뺏길 것만 같았어그토록 찾아 헤매던 그 모든 것들을이제 내 안에서 찾았네바람이 부는 해변에 앉아지나온 날을 떠올려 본다힘겨웠지만 이렇게 살아와 줬던내 모든 것을 사랑한다(이하 줄임)-결국 노래로 박힌 동생을 빼내셨군요. “할 수 있는 건 노래밖에 없겠다 싶었죠. 노래하고 싶은 창선이의 처지가 결정적이었죠. 바쁘게만 살지 말라는 노래인데, 동생한테 딱 맞잖아요. 노래를 만들려고 할 때 원래 ‘수와 진’ 형들한테 주려던 거였어요. 그런데 자기들이 부르겠다는 말만 하고 결정을 안 해서 발표가 늦어졌어요, 6년이나. 안 되겠다 싶어서 창선이한테 곡을 보내줬더니 만족해 하더라고요. 그래서 둘이 듀엣으로 ‘개미 두 마리’를 만들고….” -‘개미 두 마리’?“일하는 개미 ‘1+1’이라는 거죠. 저는 파주 사니까 ‘파주 개미’고, 쟤는 둔내에 사니 ‘둔내 개미’인데 붙어서 노래나 열심히 해보자고. 그런데 ‘수와 진’ 형들도 나중에 ‘내려놓기’를 부르고 다닌다는 거예요. 하하.”“형, 나는 ‘내려놓기’를 만들었다기에 형이 나보고 ‘펜션을 내려놔라’고 하는 엄포로 들리더라고요. 그래서 내심 좋았어요.”● 나는 정상 찍자마자 인생 수직낙하…아직 걸어서 산 오르는 형둘이 처음 만났던 시절의 얘기를 잠깐 안 할 수 없다. 진시몬은 화려한 데뷔 후 군대를 갔다. 제대 후 본인 의지와는 상관없이 공백기를 겪었다. 불러주는데가 없었다. 나중에 처음 데뷔했던 소속사에 다시 들어가니 대박을 터트린 ‘녹색지대’가 있었다. ‘사랑을 할꺼야’ 이후로 ‘준비 없는 이별’, ‘내가 지켜줄게’가 연거푸 히트를 치며 미친듯이 스케줄을 소화할 때다.-처지가 완전히 대비됐겠네요. “제대하고 너무 불안한 거예요. 제주도 촌놈이 먹고 살 길이 안 보이더라고요. 1995년도인가, (김)범룡이 형께서 다시 저를 거둬주셨는데, 얼마 동안 소속사 사무실에서 잡일을 했어요. 오전 9시까지 사무실 나와서 청소하고, 먹을 물도 채워놓고 그랬죠. 당시에는 정수기가 없을 때였어요. 사무실 옆 다방에서 보리차를 시켰어요. 물을 끊여 먹을 때니까. 다방 아가씨가 물을 가져와서 냉장고에 넣어주면 청소하다 말고 노래 한 곡 뽑아 줬죠. 하하.”“형, 저는 그 때는 너무 바빠서 사무실에 거의 안 들어갔어요. 당시에는 앨범 활동을 하면서도 매일 저녁에 서울, 수도권 야간 업소를 7개나 뛸 때였어요. 새벽 4시나 돼야 집에 오는데 오전에는 언론사 인터뷰를 다녀야 했고요. 매일 녹초였죠.”“나는 소속사 사무실에서 경리보던 ‘진 대리’였는데 창선이는 너무 잘 나가는 가수였죠. 창선아, 그 때가 나 반 지하방 살 때야. 제가 ‘녹색지대’ 앨범 판매 수익 등을 다 꿰고 있었는데, 농담 안 보태고 바닥에 돈을 흘리고 다닐 때야.”샘이 날 수도 있었고, ‘녹색지대’와 자신을 비교하면서 초라한 저지에 주눅이 들 수도 있었지만 진시몬은 그 시기를 알차게 잘 보냈다. 잡일도 했지만 소속사 운영 전반에 걸쳐 관리 경험도 해보고, 제작자에게 필요한 것들과 나아가 연예계에서 사는 법을 깨우쳤다. 그러면서 곽창선이라는 가수의 진가와 인간적인 면모를 알게 됐다. 그는 곽창선의 매력을 알았기 때문에 당시를 오히려 자신의 리즈 시절이라고 자신 있게 말한다. 잘 나갔지만 한참 속앓이도 심하게 했던 곽창선에게 진시몬은 위로의 출구였다. “녹색지대 활동이 힘들었지만 저는 정신력으로 버텼거든요. 워낙 없이 자라서 ‘한 번 잡은 기회는 몸이 부스러지는 한이 있더라도 놓치지 말자’라는 생각으로 열심히 했어요. 어떤 스케줄이 있더라도 무대에 서려고 했죠. 그런데 제 뜻과는 맞지 않아 벌어지는 갈등 상황이 자주 생기더라고요.” 인기가 하늘을 찔렀는데 알고보니 불편한 마음으로 노래를 하는 날이 많았다는 거다. -형이 의지가 많이 됐겠습니다. “나이는 한 살 차이인데 10살 선배 같아요. 둘 다 20대였는데 배울 게 너무 많았어요. 저는 착하다는 얘기는 자주 들어요. 그런데 사람 관리 같은 건 젬병이에요. 가난하게 자라서 하나를 가지면 잘 내려놓지 않았어요. 형은 돈도 잘 쓰고 자기 것을 남들한테 많이 주더라고요. 형이 한 말이 아직도 기억이 나는데, ‘지금 내가 갖고 있는 것이 내 것이 아니다’라는 거예요. 평생 내가 쥐고 있다고 착각하지 말라는 거죠. 나중에 형은 남에게 베풀었던 것을 곱절로 받더라고요.”“과찬이네. 없이 살았던 건 나도 마찬가지였지. 제주도에서 방위로 군복무를 하면서 돈을 벌어야 했어. 퇴근 후에 커피숍에서 일을 했지. 제대해서는 칫솔 살균기, 치약 압축기 사업을 하면서 돈은 벌었는데 나중에 저렴한 제품들이 나오면서 부도가 났지. 살려고 식당을 하면서 빚을 갚았고, 거기서 인맥 관리의 중요성도 안 거지. 사회 구성원으로서 상식적으로 살아보려고 아둥바둥했던 노력을 동생이 알아준 거죠.”-동생 입장에서는 가요계 정상을 찍었던 자신의 삶과 형의 인생을 비교도 해봤겠어요.“형은 살면서 뭐든지 한 계단씩 거쳐 올라가요. 그래서 지금 올라간 높이가 아주 탄탄해 보여요. 그런데 저는 빠르게 정상에 올라가서 바로 급하강했어요. 문제는 그러다 보니 바로 다시 빨리 정상에 가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는 거예요. 기다림의 미학을 모른다는 거죠.”“창선이의 말대로라면, 저는 산 중턱에만 한 30년 있는 겁니다. 그런데 저는 중턱에 있는 게 아주 편안해요.”“형은 걸어서 올라갔기 때문에 내려오는 시간도 한참 걸릴 거예요. 가수로 봐도 생명력이 정말 강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죠. 형을 보면서 조급함이 조금씩 없어졌어요.”1996년 ‘애수’로 장르 변신에 성공한 진시몬은 아직도 꾸준하게 ‘트로트의 산’을 오르고 있다. “형은 ‘애수’ 나오고 무조건 된다고 확신했었어요.”“창선아, 그 노래가 어떻게 나온 줄 아니? 곡 데모 테이프가 오면 먼저 듣고 확인하는 것도 사무실에서 내 일이거든. 하루는 ‘애수’ 테이프가 왔는데 들어보니 너무 좋은거야. 범룡 형님한테 ‘이거 들어보세요’라고 했어. 형 마음이 내 마음과 같더라고. 곡을 만든 김의섭 씨한테 ‘내가 불러도 되냐’ 고 물어보니 ‘오케이’를 해서 녹음을 했지. 그 때 운이 터져서 나중에 ‘둠바둠바’라는 노래까지 잘 됐지.”“제가 ‘애수’, ‘둠바둠바’, ‘애원’ 곡 코러스를 연이어 했잖아요. 형이 오랜 만에 노래하고부터는 너무 열심히 하는 거예요. 왕년에 잘 나가던 가수가 시골장터 섭외가 와도 가더라고요. 사과 박스, 맥주 박스 위든 상관없이 올라가더라고요. 대단했어요.”“정말, 장터에 갔는데 무대가 없어. 할 수 없이 박스 위에서 노래를 하는데 1절 끝나고 간주 중에 사회자가 ‘지금부터 5분간 계란 한 판에 몇 백원!’이라고 하면 2절 끝날 때 즈음 사람들줄이 끝이 안 보였어.”-아무리 트로트 가수로 전향했다고 하지만 놀랐겠어요.“네. 그 때만 해도 저는 ‘나! 녹색지대야’, 이런 자존심이 있었어요. 저는 헬기도 타고 공연 다녔는데 형을 보고 ‘이건 아니다’라고 했었어요. 그런데 형은 역시 한 단계씩 올라가더라고요.”“정말 행복했어요. 그때 제가 반 지하방 살았는데, 마트 행사를 가면 끝나고 사장님이 카트를 끌고 와서 ‘가져가고 싶은 것 있으면 싹 담아’라고 하세요. 출연료 대신에. 하하. 그런데 막상 미안해서 많이 못 담아요. 일단 쌀, 과일 위주로 담기는 하죠. 그런데 적응이 되면 나중에는 은근히 마트 행사를 기다리는 거야. 특히 신갈에 있는 OO유통 마트 사장님이 예술이지. 거기서 행사를 하면 아예 아내를 데리고 가요. 아내한테 그래요. ‘정신 차리고, 미안해하지 말고 담으라’고. 하하. 그래도 다 쓸어 넣어봐야 30만 원 정도예요. 한 달 먹고 살 양식을 채워갈 때 마음은 정말 좋습니다.”-‘1990년 진시몬’에 기대지 않아서 찾아온 행복 같네요. “맞아요. 제 노래 가사에도 나와요. 사람 한 명 한 명, 먼지에 불과하다는 거예요. 저도 무대에서만 가수지요.”“제가 그런 모습을 알기 때문에 시몬 형을 존경하는 것 같아요. 방황하던 저에게 역시 손을 내밀줄 아는 형이잖아요. 그런 형이 옆에 있으니 노래 열정도 생기고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밖에 안 듭니다.” ● 우리 ‘개미 두마리’ 되다둘은 이제 ‘개미 두마리’라는 울타리 안에서 서로를 의지하며 조급함 없이 노래의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곽창선은 ‘개미 두마리’ 활동에 집중하려고 펜션을 매물로 내놨다. 빨리 팔리면 좋고 안 팔려도 부담 없다. 곽창선은 “지금은 펜션 예약이 안 돼도 걱정이 안 된다”고 웃었다. “펜션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인생이었죠. 손해를 감수하고 내려놓으니 행복이 계속 옵니다.” ‘개미 두 마리’는 유튜브 채널(개미 두 마리 two ants)을 개설해 본격적으로 활동을 하고 있다. 3개월 전부터 본격적으로 한강 고수부지와 정동진, 명동성당 등에서 버스킹 공연을 하고 이를 영상으로 공개하고 있다. 진시몬이 허전했던 동생의 빈 곳을 채워주니 ‘녹색지대’의 부활이다. 동생과 진시몬이 부르는 새로운 ‘사랑을 할거야’, ‘준비없는 이별’을 들을 수 있게 됐다.“형 때문에 잃어버린 무대를 찾으니 노래를 다시 깨우치게 되더라고요. 예전에 ‘내가 이렇게 불렀나, 바꿔야 되는구나’라는 노래 숙제를 저에게 계속 던지고 있네요.”“창선이가 요즘 노래하는 것 보면 예전보다 더 좋아졌어요. 마음이 편해지고 즐거워지니까 노래도 마음을 따라가는 게 보여요.”-동생을 ‘시몬지대’로 끌어온 기분이 어떠십니까. “대박 터트리자, 뭐 이런 건 없어요. 옛날처럼 신곡 12개 채워서 앨범내고 활동하는 것도 아니예요. 좋아하는 노래하면서 둘만의 인생 방향을 찾자는 거지요.”진시몬에 시몬’s 동생이 붙은 ‘개미 두 마리’ 도 섭외가 오면 간다. 거절이 없다. 유튜브 구독자 수는 이제 1000명 조금 넘는데, 급하게 늘릴 마음 없다. 즐겁게 노래하는데 입소문이 퍼지면 그걸로 ‘장땡’이다.진시몬은 “우리가 기획한 추억노래 여행을 팬들이 즐기고 감동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래서 곽창선은 30년 전 곽창선을 계속 소환할거다.“요즘 모니터를 해보면 가수로서 고쳐야 할 게 보이더라고요. 가수들이 세월이 지나 본 모습을 잃어가는 것을 많이 봤어요. 저희를 찾는 팬들은 예전 감성 그대로를 느끼고 싶어 하세요. 그래서 저는 ‘녹색지대’ 때의 감정에 충실하려고 해요. ‘여전히 CD 틀어놓은 것 같다’라는 댓글이 저에겐 큰 행복일 것 같습니다.” “창선아, 우리 활동 콘셉트의 핵심이 ‘무보정’이야. 있는 그대로. 인간미가 있잖아.”“삑사리(음이탈) 나도 그냥 가는거죠. 하하. 올해 봄에는 300석, 500석 장소에서라도 ‘개미 두마리’ 콘서트를 해보는 게 어때요.”● ‘보약 같은 우리’“전생에 제가 덕을 조금 쌓았나 봐요. 평생 묻어갈 수 있는 형을 만났다는 게.”“너랑 같이 있으니 일이 많이 들어오는 것 같아. 더 붙어 있어줘야겠어. 하하. 더 잘 될 것 같아. 조짐이 그래요. 망하겠다는 생각이 안 들어요. 좋은 방귀가 잦은 걸 보니 조만간 O이 터지겠다. 창선아.”둘은 바라보는 곳이 점점 하나로 수렴돼 같아지고 있음을 느낀다. ‘내려놓기’에 이어 가슴에 와 닿는 좋은 곡을 또 함께 부르려고 한다. ‘개미 두 마리’ 노래의 작사는 진시몬의 몫이다. “가사는 정말 남 주기가 싫어. 예쁘게 쓰려고 하지 않고 우리의 사는 모습, 걱정, 작은 희망 등을 있는 그대로 쓰고 싶어. 구독자는 수는 내가 신경 안 쓸게. 우리 유튜브에 들어오는 팬들 3분의 2가 ‘녹색지대’ 팬분들 같아. 창선이를 믿어.”거리감이 전혀 안 드는 둘은 서로를 보약 같은 존재로 인정한다. 진시몬을 대표 트로트 가수로 만들어준 노래가 ‘보약같은 친구’다. 곽창선을 보니 절로 노래가 나오는 모양이다.<보약같은 친구> 작사 진시몬작곡 진시몬아침에 눈을 뜨면제일 먼저 생각나는자네는 좋은 친구야피 한방울 섞이지 않은우리 두사람전생에 인연일거야자식보다 자네가 좋고돈보다 자네가 좋아자네와 난 보약같은 친구야아아아, 사는 날까지같이 가세 보약같은 친구야…가사의 주인공이 나라고 생각하면 눈물난다. “1년 전 만 해도 그냥 일반인이었던 저에게 형이 다시 노래라는 옷을 입혀줬잖아요. 부끄럽지 않게 다시 ‘가수 곽창선’이라 말하고 다닐 수 있게 해준 고마움을 평생 잊을 수가 없죠.”“보약같은 친구 만들고 나니 소속사 사무실 사람들이 ‘보약이 거슬리는데, 보석으로 하면 안 되겠냐’고 그랬어요. 그래서 제가 일축했죠. ‘거슬려? 그럼 됐어. 반응 좋을거야’라고요. 그러더니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난리가 났어요. 하하. 앞으로 ‘개미 두 마리’ 스타일은 이럴 겁니다. 계속 듣고 싶은, ‘거슬리게 하는’ 노래로 팬들을 무심코 쳐볼 거예요. 인생 보약인 창선이와 무엇인들 못할까요.” “형, 신세대 가수들이 예전 선배들 노래를 리메이크하곤 했잖아. 우리도 신세대 아이돌의 노래를 ‘개미 두마리’ 버전으로 불러보고도 싶어요. 요즘 ‘골든걸스’가 대세인 것처럼요. 형이 저랑 함께 노래하면서 발성이나 톤이 젊어지긴 했어요. 하하.”“어떻게든 ‘우리’가 좋아하는 노래를 불러보자고. 노래를 혼자 부를 때보다 훨씬 좋아. 내 단점을 너가 잘 커버해주거든. 희한하게 창선이는 어떤 가수든지 잘 받쳐줘요.아날로그 시대에 글이나 마음으로 수줍게 둘을 응원했던 팬들이 이제는 디지털을 업고 ‘개미 두 마리’ 에 원하고 바라는 것을 즉각 얘기하고 소통하고 싶어한다. 그런 세상에서 최적화된 듀엣이 되고도 싶다. “지상파, 케이블 채널에 나가면 우리 무조건 편집돼 창선아. 하하. 유튜브로 활동을 해보니 ‘개미 두 마리’ 콘셉트, 아이디어가 무궁무진하게 생기는 것 같아. 한 번은 우리 유튜브 영상 댓글에 누가 ‘손범수(전 KBS 아나운서), 백종원(더본코리아 대표) 씨, 잘 보고 갑니다’라고 써놨더라고. 창선이는 손 아나운서, 내가 백 대표님을 닮았다는 거잖아. 안 되겠다. ‘성대모사 먹방’ 콘셉트로 노래를 준비해보자.”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연세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 상남경영원(원장 박용석)은 제4기 연세대 최고경영자과정(AMP) 강남클래스를 개설한다. 1976년 개설된 본 과정은 국내 최고의 유명 강사들이 나서 비즈니스 리더들에게 필요한 기업경영 노하우와 미래경영에 필요한 안목을 제시한다. 강남 최고급 호텔에서 최고경영자들을 대상으로 차별화된 경영이론 교육을 제공한다. 마케팅, 재무, 회계, 인사, 조직, 전략 등 경영학의 핵심뿐 아니라 △핫토픽-글로벌 ESG △온고잉 트렌드-디지털 혁신 △뉴비즈니스 리더십-액션 마인드셋 △닥터스 코너-셀프 매니지먼트 등 경영 핵심 트렌드 강의를 제공한다. 연세대 총장 및 상남경영원장 공동 명의 수료증이 부여되며, 세브란스 헬스체크업 건강검진센터 검진 시 20% 할인 혜택과 업계 최고 전문 교수진과의 네트워킹 기회가 제공된다. 3월 14일 입학식을 시작으로 6월 27일까지 매주 목요일 오후 5시 40분부터 9시 10분까지 매주 2개의 강연이 진행된다. 모집인원은 40명 내외. 강의장소는 강남구 삼성동 소재 5성급 호텔인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이다. 상남경영원은 LG그룹 구자경 명예회장의 기금출연으로 1999년 3월 개관해 올해 개원 24주년을 맞이했다. 그동안 배출한 교육생은 2만명에 이르며, 연평균 20개가 넘는 교육과정이 꾸준히 진행되고 있어 명실공히 국내 최고의 경영자 교육 전문기관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신청 및 문의는 전화나 홈페이지로 하면 된다.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동국대(총장 윤재웅)가 전국 고등학생을 위한 프로그램을 개최한다. 동국대는 고교 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고교생들에게 대학 전공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진로선택에 도움이 되고자 ‘전공 체험(Dream Major)’과 ‘진로 찾기(Dream Search)’ 프로그램을 실시한다. 전공 체험은 고교생 3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되며 동국대의 인문 및 자연계열 10개 전공을 체험할 수 있다. 지원 전공의 특징을 더욱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는 체험과 특강이 마련돼 있으며 각종 토론, 연구와 실험실 투어 등 각 전공에 맞는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다. 2025학년도 수시모집 전형 안내, 합격 수기 제공 등 전공 및 진로에 고민하는 많은 학생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다채로운 구성으로 운영된다. 진로 찾기는 동국대에서 올해 처음 진행되며 고교생 500명을 대상으로 대학 입학전형 정보와 전공에 대한 상담을 해주는 프로그램이다. 20개 학과가 참여하여 1대1 상담을 받을 수 있다. 동국대 학생부 위주 전형 준비방법과 재학생 합격 사례를 들을 수 있다. 아직 진로가 정해지지 않은 고교생들을 위한 적성검사도 마련돼 있다. 전공 체험은 25일, 진로 찾기는 2월 3일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전공 체험에서 전공에 대한 이해도를 높인 뒤, 진로 찾기에서 재학생들의 합격 사례를 듣고 상담에 참여해 구체적인 진로 선택을 하면 된다. 김효규 입학처장은 “이번 전공 체험과 진로 찾기 프로그램에 모두 참여하면 관심있는 전공을 체험한 뒤, 그 경험을 바탕으로 유용한 상담까지 진행될 수 있는 만큼 고교생들에게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라며 “고교생들이 갖고 있던 대학 전공에 대한 갈증을 해소해줄 수 있다”고 말했다.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성신여자대학교 대학일자리플러스센터는 고용노동부와 한국고용정보원이 주관한 2023 대학일자리플러스센터사업 연차성과평가에서 최고 등급인 우수 등급을 받았다. 대학일자리플러스센터사업은 고용노동부와 지방자치단체, 대학이 공동 예산을 투입해 재학생과 졸업생은 물론 지역 청년의 진로 및 취업 지원, 전문 상담, 청년정책 지원 연계 서비스 제공 등을 통해 대학생과 청년들의 취업 관련 역량을 강화하는 사업이다. 2023 연차성과평가에서는 한국고용정보원이 구성한 평가위원회 주관으로 관할 고용센터 및 민간 전문가가 참여해 전국 99개 사업 운영대학을 ‘우수, 보통, 미흡’ 3단계로 평가했다. 2016년 시범사업인 대학창조일자리센터사업을 시작으로 2022년 3월 대학일자리플러스센터사업 거점형 운영대학에 선정된 성신여대는△진로취업·심리 통합연계 상담서비스 △취업지원 프로그램 △졸업생 취업지원 △지역청년 고용지원 서비스 등 다양한 영역에서 우수 평가를 받았다. 지난달에는 청년 고용 활성화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고용노동부장관 표창장을 수여받기도 한 성신여대는 해당 사업을 2027년 2월까지 총 5년간 운영한다. 이규중 대학일자리플러스센터장은 “2023년은 우리 대학이 사업 운영의 안정성과 질적, 양적 성과를 입증한 한 해였다”며 “2024년에도 서울 북부 거점형 대학으로서 산업 수요와 채용 환경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며 청년 취업 지원에 힘쓰겠다”고 밝혔다.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경남 지역 진로 진학 상담 교사진이 한국승강기대학교를 방문했다. 거창여고, 거창중앙고, 경남예고, 웅양중, 의령여고, 지정중, 진주여중, 진주중앙고, 하동여고(이상 가나다 순) 등 9개 학교에 재직 중인 진로 진학 상담 교사들은 부전공 자격 연수의 일환으로 12일 한국승강기대를 찾아 현장 체험 활동을 벌였다. 교사들은 한국승강기대의 현황과 특성화 교육 성과, 주요 취업처 등을 비롯해 승강기 산업의 현황과 미래 발전 가능성을 소개하는 설명회에 참석하는 것으로 방문 일정을 시작했다. 교내 곳곳에 마련된 승강기 실습 현장을 둘러보고 직접 체험해보며 승강기 분야의 진로 진학 지도 방향을 가늠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교사들은 입학 요건과 재학 중 자격증 취득 과정, 대학의 특성화 교육 인프라, 졸업 후 취업 현황과 주요 취업처 등에 대해 폭넓고 심도 깊은 질문을 쏟아냈다. 향후 학생들을 대상으로 승강기 분야로 진로와 한국승강기대 진학을 권유하는 데 효과를 높일 수 있는 아이디어를 먼저 제안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한국승강기대 관계자는 “교육 현장에서 학생들에게 진로와 진학을 지도하는 담당 교사진의 이번 방문은 승강기 분야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우리 대학을 소개함과 동시에 일선 학교의 진학 지도 현실과 고충을 청취한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있었다”라며 “우리 대학은 교육 기부 진로 체험 인증 기관으로서 자유학기제 멘토 프로그램인 ‘꿈길’의 진로 체험 활동을 활발히 전개하고 있어 오늘 방문한 교사들이 학생들을 데리고 꼭 다시 찾아 오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한국기술교육대(총장 유길상)는 지난 9일부터 13일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2024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2024)에서 지능형 도로 관리시스템(iRMS·intelligent Road Management System)을 선보여 큰 관심을 끌었다. 이 시스템은 도로 관리 분야에 새로운 표준을 제시할 목적으로 천안시와 공동과제로 연구가 진행됐다. iRMS는 딥러닝 기술을 활용해 위성지도, 항공지도, CCTV 영상으로부터 교통시설물의 훼손 정도를 자동 탐지하고 관리하는 플랫폼이다. 현장 방문 없이도 교통시설물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인공지능이 탐지한 훼손 정보와 어린이보호구역, 노인보호구역 정보를 결합해 우선 보수가 필요한 부분을 관리자가 신속하게 파악할 수 있다. iRMS는 기존에 개발한 노면표시 관리 시스템인 ‘로드아이즈’의 성능을 업그레이드하고, 교통시설물의 탐지 범위를 확장했다. 뿐만 아니라 탐지정보와 연계한 교통안전 애플리케이션을 제공해 지자체가 더욱 효율적인 도로 관리를 할 수 있는 지능형 도로 관리 플랫폼으로 진화했다. CES에 참가한 많은 관람객들은 “iRMS는 시민의 생활을 안전하게 하는 혁신적인 기술”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국내외 지자체 관계자로부터는 iRMS와 협업에 대한 문의가, 기업에서는 기술이전 의사가 쇄도했다. 이규만 한국기술교육대 RIS사업단장은 “iRMS는 안전한 도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최첨단 유지보수 기술을 제공한다“면서 “앞으로 보다 많은 연구성과를 통해 지자체 협업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인공지능(AI)을 통한 기업 혁신이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기존 디지털 기업 혁신의 핵심 기술이 AI로 구체화되면서, AI를 통한 기업 혁신이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이제 기업은 AI를 통한 기업 혁신을 강력하고 통합적으로 추진할 임원이 필요해졌으며, 이를 이끌 신종 직책인 CAIO(Chief AI Officer)가 필요하게 됐다. CAIO는 우리 말로 쓰면 최고 인공지능 책임자인 셈이다. KAIST 김재철AI대학원은 2022년 4월부터 국내 최초로 ‘CAIO 과정’을 출범시켰다. 이 과정은 지금까지 해왔던 최고위 과정과는 다르게, 탄탄하게 짜인 심도 있는 강의 커리큘럼과 그룹 과제를 통해서 기업의 AI 도입과 활용을 책임질 실력 있는 리더를 양성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 챗GPT를 포함해 AI에 대한 최신 내용과 각 산업 분야에 적용되고 있는 사례를 최대한 교육생의 눈높이에 맞춰 전수하기 때문에 교육 성취도가 아주 높다는 평가다. 강의와 별도로 그룹 토론, 조별 프로젝트, 기업의 AI 도입에 대한 질의 응답 및 컨설팅이 이루어진다. 그룹 스터디 세션을 마련함으로써 실질적인 네트워킹과 산학협력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구성했다. 커리큘럼에는 챗GPT, 랭체인(Langchain), LLM(Large Language Model), 컴퓨터 비전, 자연어 처리(NLP), 생성모델, 강화학습, 시계열 데이터 예측, 설명 가능한 인공지능(XAI), 차세대 AI 반도체, 모델 경량화, 그래프 뉴럴 네트워크, 지능형 로보틱스, 강인공지능 등 최신 AI 기술에 대한 폭넓고 깊은 내용이 포함돼 있다. AiBB Lab 대표이자 KAIST 김재철AI 대학원 장동인 책임교수, SK 하이닉스에서 AI를 실전에 적용하고 있는 가우스랩스 김영한 대표, 구글 연구소에서 5년간 근무했던 전기 및 전자공학부 황의종 교수가 기업에서 인공지능을 도입하고 활용하는 실제 사례를 강의에 반영해 교육 과정의 완성도를 높인다. 김재철AI대학원은 6기 교육생을 모집하고 있으며, 강의는 3월 7일부터 시작한다. 접수 마감은 3월 1일이다. 자세한 내용은 KAIST 김재철AI대학원 홈페이지 비학위프로그램에서 확인할 수 있다.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초등학교 입학을 준비하는 시기이다. 예비 학부모들에게는 아이가 잘 자라준 것에 대한 대견함, 초등학교 생활에 대한 기대감과 더불어 내 아이가 학교에서 잘 적응할 수 있을지, 특히 맞벌이 가정의 경우 오후 시간 돌봄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걱정이 많은 시기이기도 하다. ‘돌봄 절벽’이라는 표현이 나올 만큼 자녀의 초등학교 입학과 동시에 마주하게 되는 오후 시간의 돌봄 공백은 많은 여성들의 휴직·퇴직 등 경력 단절로 이어지기도 한다. 교육부는 지난해 1월 학생들에게 다양한 교육기회를 제공하고 학부모의 양육부담을 덜 수 있도록 ‘교육·돌봄 국가 책임 강화를 위한 늘봄학교 추진 방안’을 발표했다. 상반기에 5개 지역 200여개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시범운영을 시작해 하반기에 8개 지역 400여개 초등학교로 확대했다. 늘봄학교는 학교 정규수업 외에 지역사회의 다양한 교육자원을 연계해 학생의 성장·발달을 돕는 종합 교육프로그램이다. 지난해 시범운영에 대해 학부모들은 높은 만족도를 보였다.● 대전호수초, 학교와 마을 공간을 활용해 개인별 맞춤형 교육과 돌봄 제공 대전광역시 서구에 위치한 대전호수초등학교(교장 김옥세)는 지난해 1년 간 늘봄학교를 시범운영했다. 호수초는 2022년 3월 어린이집, 유치원, 초등학교 복합화 시설로 개교한 신설 학교로 신도시에 위치한 전교생 900여명의 대규모 학교다. 해마다 학생 수가 증가해 개교 당시 33학급에서 연간 5학급 정도의 증설이 필요한 상태. 맞벌이 가정이 대다수여서 돌봄 공간이 절대 부족한 실정이다. 이에 호수초는 늘봄학교 시범운영으로 희망하는 모든 학생에게 맞춤형 교육과 돌봄 서비스를 제공해 학부모님들이 안심하고 자녀를 양육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 호수초는 학교운영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초등돌봄교실 신청을 받은 후 돌봄 대상 학생을 선발하던 기존 방식에서 과감히 탈피해, 오후 시간 희망하는 학생 모두가 학교에 머무르면서 시간대별로 원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도록하여 교육프로그램과 돌봄서비스를 맞춤형으로 제공했다. 희망하는 모든 학생에게 오후 시간 교육과 돌봄을 제공하기 위해 올해 1월 신입생 설명회를 개최했다. 방학 중에만 또는 짧은 시간만 돌봄이 필요한 학생은 초1 맞춤형 프로그램인 새봄교실로, 늦은 시간까지 돌봄이 필요한 학생 중 1∼2학년생은 돌봄 전담사가 배치된 학교 내 돌봄교실로, 스스로 활동이 가능한 3∼6학년생은 마을 공간(아파트 단지 내 커뮤니티 공간)을 활용해 마을 돌봄과 자율동아리 활동을 하도록 안내했다. 학부모의 양육 상황 변화로 돌봄 필요 시간대가 달라질 경우에는 새봄교실에서 돌봄교실로, 돌봄교실에서 새봄교실로 이동이 가능하도록 했다. 학교와 마을 간에 학생들이 이동할 때에는 자원봉사자 동행을 원칙으로 학생의 안전을 확보했다. 호수초가 마을의 공간을 활용해 학생들의 오후 시간에 양질의 교육과 돌봄을 제공하는 운영 체제를 구축한 데는 주민들의 협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아이들을 잘 키우기 위해 학교와 마을의 협력이 꼭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아파트 시설을 돌봄 공간으로 전환하는 데 주민들이 찬성했다. 아파트 안에 돌봄교실 2실, 방과 후 프로그램 교실 3실을 구축했다. 아파트 주민으로 구성된 자원봉사자 15명, 마을활동가 3명이 1∼4학년 50여명의 학생들을 돌보고 있다. 호수초는 학생들의 미래 역량을 키우고 학부모들의 사교육비 경감을 위해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도 제공하고 있다. 학생들의 흥미와 수요를 반영해 문화·예술, 디지털·창의, 교과 보충, 체육 분야의 다양한 방과 후 프로그램을 22~25개 운영해 학기 중 약 930명, 겨울방학 중 약 840명이 참여하고 있다. 지역과 대학 연계 프로그램 제공, 지역 주민 초청 발표회를 통해 스프츠 클럽 연계 활동, 메타버스 경험, 무용·연극 융합 프로그램, 생태 탐방 프로그램 등을 진행한다. 학교 내 돌봄교실에도 연극, 보드게임, 놀이미술, 놀이체육, 로봇코딩 등 양질의 특기 적성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교육부, 2025년 늘봄학교 전담 운영체제 완성 목표 지난해 시범운영의 성과에도 앞으로 늘봄학교가 안정적으로 학교 현장에서 운영되기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아 있다. 기존의 방과 후 학교와 돌봄교실의 이원화된 체제에서 벗어나 교육과 돌봄을 통합 제공하고, 학교 안에서만 이루어지던 방과 후 활동을 학교 밖 지자체, 대학, 기업 등과 연계 협력해 보다 풍성하고 다채롭게 운영하는 다양한 모형이 제안되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해 시범운영에 대한 학부모들의 높은 만족도와 늘봄학교 확대 요구를 바탕으로 올해 늘봄학교를 전국에 본격 도입해 초등학교 시기의 돌봄절벽을 해소할 계획이다. 기존에 철저히 분리돼 공급자 중심으로 운영된 방과 후 학교와 돌봄 교실을 수요자인 학생과 학부모 중심에서 통합·개선하고, 학생들이 양질의 교육과 돌봄을 누릴 수 있도록 학년별 성장과 발달에 맞는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특히 이른 하교시간으로 돌봄이 상대적으로 더 많이 필요한 초등학교 저학년을 위한 특별 프로그램을 마련할 예정이다. 우선 올해는 1학년 학생은 원하면 모두 늘봄학교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2∼6학년 학생에게는 기존의 방과 후·돌봄 수준에서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 1학년을 대상으로는 수준에 맞는 놀이 중심의 예체능, 심리·정서 등 재미있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매일 2시간 무료로 제공할 계획이다. 2025년에는 2학년 학생까지 무상 지원 대상을 확대할 예정이다. 무엇보다 학부모들이 안전하고 전문성이 갖췄다고 생각하는 학교 중심의 늘봄학교를 확대해 나가되, 교원과 분리된 늘봄학교 전담 운영체제를 2025년 완성을 목표로 구축해나갈 계획이다. 늘봄학교 전담 조직인 ‘늘봄지원실’ 기반의 운영체제가 완성되면, 교원은 더 이상 방과후 돌봄 업무를 맡지 않게 된다. 올해는 과도기 단계로서 1학기에는 기간제 교원 등을 배치해 신규 업무가 기존 교원에게 가지 않도록 지원한다. 2학기에는 모든 초등학교에 늘봄지원실을 설치하고 늘봄학교 전담 실무 인력을 배치할 예정이다. 2025년에는 큰 학교에 공무원을 늘봄지원실장으로 배치하면서 전담 운영체제를 완성할 계획이다. 미래 세대인 아이들은 누구나, 언제 어디서나 안전하고 따뜻한 교육과 돌봄을 받을 권리가 있다. 희망하는 누구나 만족하며 누리는 늘봄학교를 성공적으로 만들어 가기 위해서는 학교뿐만 아니라 지자체, 대학, 기업, 기관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협력이 필요하다. 늘봄학교가 학교 현장에 안착돼 학생들은 정규수업뿐만 아니라 오후 시간에도 마음껏 뛰놀며 배우고, 학부모는 돌봄 공백과 사교육비 걱정 없이 안심하고 자녀를 양육하며, 선생님들은 업무 부담에서 벗어나 교육활동에 집중할 수 있는 ‘늘 봄처럼 따뜻한 학교’가 되기를 기대한다.교육부 방과후돌봄정책과 늘봄학교 주요 내용● 초등 1학년부터 ‘누구나 이용’-‘누구나 이용’ 대상 연차별 확대: (2024년) 초1→(2025년) 초1∼2→(2026년) 모든 초등학생● 초1 성장 발달에 맞는 프로그램을 매일 2시간 무상 제공-학교 적응 지원 및 놀이 중심의 예·체능, 심리·정서 등● 미래역량 함양, 진로탐색 등 양질의 프로그램 운영● 교원과 분리된 늘봄학교 운영 체제를 2024년 과도기를 거쳐 2025년최종 완성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