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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경남 함안 말이산고분군의 북쪽 지역과 75호분에서 약 2cm 크기 푸른색 ‘로만 글라스(Roman glass)’ 2점이 각각 발굴됐다. 고대 가야(1세기∼562년)의 여러 나라들 가운데 아라가야가 있던 말이산에서 로마제국에서 생산된 유리 제품이 처음 나온 것이다. 아라가야가 중국을 거쳐 서역과 교류했다는 걸 보여주는 유물로 평가된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가 17일(현지 시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한 ‘가야고분군’의 여러 면모를 살펴봤다.● “해상왕국 교류 보여줘”세계유산위원회는 가야고분군이 “주변국과 자율적이고 수평적인 독특한 체계를 유지한 동아시아 고대 문명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증거가 된다”고 평가했다. 고분군은 연맹 형태로 추정되는 여러 가야 사이의 교류뿐 아니라 당대 다른 여러 나라들과의 다채로운 교류상을 보여준다. 대가야 권역의 경북 고령 지산동고분군에서 출토된 ‘삼엽문 환두대도(蔘葉文 環頭大刀·자루 머리에 삼 잎 모양 장식이 있는 칼)’는 신라와의 교류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유물이다. 삼 잎 문양의 칼자루는 대부분 신라 유물에서 확인된 형태로 대가야가 신라와 군사동맹과 결혼동맹을 맺었음을 뒷받침한다. 경남 김해 대성동고분군 출토 청동 정(鼎)과 칠기로 만든 부채, 칼집은 한나라 유물로 중국과의 교류를 보여준다. 말이산고분군 75호분에서 출토된 중국제 연꽃잎무늬 청자그릇 1점(5세기 제작) 역시 아라가야가 당대 중국과 활발히 교류한 사실을 뒷받침한다. 이영식 인제대 인문문화융합학부 교수는 2019년 논문에서 “가야국이 김해만을 항구로 해상왕국을 발전시키며 당대 선진국과 교류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오늘날 국립현충원 같은 역할” 학계에선 가야고분군이 집단의 정체성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조성된 것으로 보고 있다. 강동석 동국대 고고미술사학과 교수는 2019년 논문에서 전북 남원 유곡리와 두락리 고분군을 포함해 낙동강의 지류인 남강 상류 권역에 존재하는 가야고분 115기의 고도를 모두 분석했다. 그 결과 전체 고분군의 71%가 구릉지(49%)와 산악지(22%) 등 고지대에 있다는 걸 밝혔다. 이번에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다른 가야고분군 6곳 역시 대체로 구릉 정상이나 산 능선 등 취락지보다 높은 고지대에 만들어졌다. 강 교수는 “가야고분군은 오늘날의 국립현충원과 같은 역할을 했을 것으로 본다”며 “군사·행정의 수장과 그 가문을 기림으로써 정치권력의 위상을 강조하고 집단의 공동 정체성을 강화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고지대에 고분군을 조성한 것”이라고 추론했다.● “통합 관리 체계 구축해야” 이번에 세계유산에 등재된 가야고분군은 △경북 고령 지산동고분군 △경남 김해 대성동고분군 △함안 말이산고분군 △창녕 교동과 송현동고분군 △고성 송학동고분군 △합천 옥전고분군 △전북 남원 유곡리와 두락리고분군까지 7곳이다. 국내 가야고분은 적어도 3000기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세계유산 등재를 계기로 가야고분군에 대한 관리를 체계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힘을 얻고 있다. 세계유산위원회는 이번 등재를 결정하면서 고분군 내 민간 소유 부지와 완충구역을 확보해 안정적으로 보존하고, 고분군 7곳의 통합 관리 체계를 구축할 것을 권고했다. 이한상 대전대 역사문화학과 교수는 “고분군 관리·정비를 체계화하는 로드맵을 국가 주도로 구상해 가야고분군의 세계사적 의미를 드러내고 지켜야 한다”고 했다.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설과 대보름, 한식, 단오, 추석, 동지 등 명절이 국가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된다. 문화재청은 18일 “삼국시대 명절 문화가 성립해 고려시대 때 제도화된 이후 지금까지 전승되고 있다는 점에서 지정 가치가 충분하다”며 이들 명절을 국가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 예고했다. 문화재청은 설과 대보름은 “음력 정월 초하루부터 보름까지 한 해를 기념하는 신년맞이 문화”라고 보고 1건으로 묶어 총 5건의 명절을 지정 예고했다. 추석은 우리 명절만의 고유성과 대표성을 확인할 수 있는 공동체 유산이다. 이재필 문화재청 무형문화재과장은 “달 제사를 지내는 중국이나 일본과 달리, 한국의 추석은 조상 숭배 의례가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동지 역시 중국과 일본에도 존재하지만, 우린 팥밥 등이 아닌 팥죽을 먹는다. 문화재청은 2015년 ‘아리랑’을 시작으로 온 국민이 함께 전승해 온 공동체의 생활관습을 국가무형유산으로 지정해 오고 있다. 이번에 5개 명절이 추가로 지정되면 총 21건의 국가무형문화유산 공동체 종목이 생기게 된다. 명절은 30일 동안 각계 의견을 수렴한 뒤 국가무형문화유산으로 최종 지정된다.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재단법인 인촌기념회와 동아일보사는 18일 인촌상 수상자를 발표했다. 37회를 맞은 올해 인촌상은 교육, 언론·문화, 과학·기술 등 3개 부문에서 뛰어난 업적을 이룬 인물을 수상자로 선정했다. 심사는 부문별로 권위 있는 외부 전문가가 4명씩 참여해 6∼8월 3개월간 진행했다. 수상자들의 소감과 공적을 소개한다. 》재단법인 인촌기념회와 동아일보사는 2023년 제37회 인촌상 수상자를 다음과 같이 선정했습니다. ▽교육=이대봉 서울예술학원 이사장·참빛그룹 회장 ▽언론·문화=김종규 문화유산국민신탁 이사장 ▽과학·기술=최순원 미국 MIT 물리학과 교수 인촌상 운영위원회(위원장 김도연)는 올해 교육, 언론·문화, 인문·사회, 과학·기술 등 4개 부문에 대해 5월 1일부터 후보자를 접수해 8월 말까지 권위 있는 외부 전문가들의 엄격한 심사를 거쳐 3개 부문 수상자를 선정했습니다. 인문·사회 부문은 수상자를 내지 못했습니다. 인촌기념회와 동아일보사는 일제강점기 암울한 시대에 동아일보와 경성방직을 설립하고 중앙학교와 보성전문학교(현 고려대)를 통해 인재를 양성한 인촌 김성수 선생의 유지를 기리기 위해 1987년부터 인촌상을 제정해 시상하고 있습니다. 시상식은 10월 11일 열릴 예정입니다. 수상자에게는 상금 1억 원과 메달을 각각 수여합니다.제37회 인촌상영광의 수상자들실력-인성 두루 갖춘 인재 육성…“세계적 예술인 배출이 나의 사명” 교육 이대봉 이사장 “사회를 발전시키면서 개인이 성장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도구가 교육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라와 민족을 위해 헌신하고, 무엇보다도 교육의 힘을 강조했던 인촌 김성수 선생의 깊은 뜻이 담긴 상을 받게 돼 영광입니다.” 11일 서울 종로구 평창동 서울예고에서 만난 이대봉 서울예술학원 이사장(82·참빛그룹 회장)은 인촌상 수상 소감을 말한 뒤 한동안 교정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국내 최고 수준의 연습실부터 학생들의 공연 기회를 넓히기 위해 본관 옆에 지은 서울아트센터까지, 어느 하나 이 이사장의 애정이 닿지 않은 곳이 없었다. 2010년 서울예술학원을 인수하기 전까지 이 이사장은 약 40년을 기업인으로 살았다. 1975년 동아항공화물을 시작으로 물류, 에너지, 호텔 등으로 사업을 확장했고, 베트남까지 진출해 성공한 기업인으로 평가받았다. 교육에 관심을 갖게 된 건 36년 전 학교폭력으로 셋째 아들 대웅 군을 떠나보내면서다. 서울예고 2학년으로 촉망받는 성악도였던 아들은 선배들에게 맞아 쓰러진 뒤 다시 일어나지 못했다. 그는 가해자에 대한 울분을 삭이고 또 삭이면서, 대신 폭력 없는 학교를 만들기로 마음먹었다. 1988년 만든 ‘이대웅음악장학회’가 시작이었다. 아들과 같은 꿈을 꾸는 후배들을 지원하기 위해 성악 콩쿠르를 개최하고, 유학비도 지원하고 있다. 음악도뿐 아니라 그룹이 진출한 중국의 독립운동가 자손, 베트남 소수민족 학생 등에게도 장학금을 지원해 왔다. 올해까지 36년간 5만1000여 명에게 약 221억 원을 지원했다. 2010년엔 부실 운영으로 흔들리던 서울예술학원(서울예고, 예원학교) 재단을 인수했다. 아들은 떠났지만 아들이 사랑했던 학교가 더 망가지는 것을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학생들의 교육 환경부터 개선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등 국내 최고 수준의 학교들을 직접 둘러본 뒤 일반 예고에선 기대하기 힘들었던 연습실을 만들었다. 이 이사장은 “예술교육을 열심히 뒷받침해 세계 무대에서 활약하는 예술인을 많이 배출하는 것이 나의 사명”이라고 말했다. 아들을 떠나보낸 뒤 이 이사장은 “폭력과 예술은 공존할 수 없다”는 소신을 한 번도 잊은 적이 없다. 신입생들은 입학 후 가장 먼저 학폭 예방 교육을 받는다. 밤늦게까지 연습에 여념이 없는 학생들에게 이 이사장은 늘 운동을 강조한다.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듭니다. 거기서 좋은 예술도 나온다고 믿습니다. 실력뿐 아니라 인성까지 갖춘 예술인을 키워내고 싶습니다.”공적 1941년 경남 합천에서 태어나 진주농림고를 자퇴한 뒤, 부산과 서울에서 부두 하역, 탄피 수집, 물류 사업 등을 했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1975년 동아항공화물을 설립해 계열사 17곳을 가진 참빛그룹으로 키웠다. 2010년 서울예술학원을 인수한 뒤 지금까지 사재 약 550억 원을 출연했다. 5월엔 서울예고에 1084석 규모의 공연장(도암홀)을 갖춘 서울아트센터를 개관했다. 학교 인수 후 피아니스트 조성진 임윤찬, 발레리나 박세은 등 세계적인 예술가들을 배출하며 올해 개교 70주년을 맞은 서울예고를 국내 최고 예술 명문고로 키웠다. 주미대한제국공사관 매입 등 앞장… “문화 지키는 작은 씨앗 뿌릴 것” 언론·문화 김종규 이사장 “인촌 선생은 일제강점기 언론·교육·출판을 비롯해 우리의 문화를 지켜낸 수호자입니다. 선생의 뜻을 잇는 상을 여든이 넘은 제게 주신 까닭은 여생 동안 문화유산을 지키는 일에 더욱 매진하라는 ‘주마가편(走馬加鞭)’의 의미겠지요.” 인촌상 언론·문화 부문 수상자로 선정된 김종규 문화유산국민신탁 이사장(84)이 말했다. 김 이사장은 “인촌 선생이 뿌린 문화의 씨앗이 지금까지 이어져 숲을 이뤘듯 나 역시 문화를 지키는 작은 씨앗들을 뿌릴 것”이라고 했다. 문화유산국민신탁은 십시일반 후원금을 보탠 회원들의 기금으로 문화유산을 지키는 특수법인이다. 김 이사장은 2007년 문화유산국민신탁 설립 당시 설립위원회 위원장을 맡았고, 2009년부터 이사장으로 일하고 있다. “문화유산을 지키는 일을 돈 받고 할 수는 없다”며 무보수로 일한다. 문화유산국민신탁은 2012년 미국 워싱턴에 있는 주미대한제국공사관 건물을 매입하는 등 우리 문화유산을 지키는 첨병 역할을 해 왔다. 김 이사장은 “국가 예산으로 모든 문화유산을 지킬 수는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국민들이 보탠 돈이 우리 문화를 지켜 국격(國格)을 높이는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화계의 마당발’로 통하는 그는 박물관·출판·미술계를 넘나드는 폭넓은 인맥을 활용해 발로 뛰며 문화유산국민신탁 회원을 늘려 왔다. 2009년 취임 당시 약 300명이었던 회원 수는 현재 1만6000여 명에 이른다. 김 이사장은 “내가 바꾼 것은 단 하나, 월 1만 원 넘는 돈은 후원하지 못하도록 한 것뿐”이라며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문화유산을 지키는 수호자라는 인식을 심는 것이 돈보다 더 중요한 목표”라고 강조했다. 월 최고 후원금 액수를 1만 원으로 낮추자 회원 가입을 주저했던 이들이 선뜻 가입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김 이사장은 고려 현종 때 판각한 ‘초조본대방광불화엄경 주본 권13’(국보)을 비롯해 10만 점이 넘는 고문헌 등 문화유산을 수집했으며, 1990년 국내 처음으로 출판·인쇄 박물관인 삼성출판박물관을 설립해 이를 지켜왔다. 삼성출판사에서 이사 및 회장(1964∼2005년)으로 일하면서도 돈을 모으는 족족 거금을 들여 고문헌을 사들였다. 주변에선 “새 책을 팔아 왜 헌 책을 사느냐”며 만류했지만 그는 뜻을 꺾지 않았다. “책을 팔아 돈을 벌었으니, 이를 사회에 환원하려면 역시 책과 문화로 해야겠지요. 임진왜란, 병자호란, 일제강점기…. 우리가 힘이 없을 때 지키지 못했던 문화유산을 지키는 일을 멈추지 않겠습니다.”공적 사라져 가는 우리 문화유산을 찾아서 지키고 가꾸며 미래 세대에게 물려주기 위해 헌신했다. “국력은 노력으로 가능하지만 국격(國格)은 문화유산이 말해 주는 것으로 하루아침엔 안 된다”는 진단을 바탕으로 문화유산 지킴이로 헌신해 왔다. 1990년 국내 최초 출판·인쇄 박물관인 삼성(三省)출판박물관 설립을 주도했다. 박물관은 초조대장경 등 국보를 비롯한 문화재 10만여 점을 수집해 보관하고 있다. 문화유산국민신탁은 2012년 미국 워싱턴에 있는 대한제국공사관 매입에 나서, 1910년 일제가 강제 매각한 지 102년 만에 고국 품으로 돌아오게 하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양자과학 분야 석학 주목… “순수과학자로서 실용부문 기여하고 싶어” 과학·기술 최순원 교수 “아직 주니어(교수)인데 영예로운 상을 주셔서 영광입니다. 상의 이름에 먹칠을 하지 않고 저 스스로를 더욱 채찍질해 많은 기여를 하라는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인촌상 과학·기술 부문 수상자로 선정된 최순원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 물리학 교수(36)는 “과학자로서 이제 시작하는 단계에 큰 상을 받아 부담도 되지만 더욱 열심히 하라는 뜻으로 생각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2018년 하버드대에서 박사를 받고 2021년 MIT 교수로 부임한 최 교수는 양자과학 분야 석학으로 주목받는 세계적 인재로 꼽힌다. 양자시뮬레이션, 양자계측, 양자정보이론, 양자인공지능, 양자계산 및 알고리즘 개발 등 양자과학 전 분야에 걸친 연구 논문을 유력 학술지에 게재해 왔다. 네이처와 사이언스에 게재된 논문 편수가 약 18편에 이른다. 최 교수는 특히 이론 물리학자로서 실험과 이론의 가교 역할을 하며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박사 과정 중인 2017년 ‘시간 결정(Time Crystals)’을 세계 최초로 구현해 네이처지 표지를 장식한 공동 연구도 이론과 실험의 융합에서 나온 결과물이다. 시간 결정은 공간 속의 ‘결정체’가 일정한 패턴을 보이는 것처럼 시간에 따라 물질의 원자구조 등이 주기적으로 반복해서 변화하는 물질을 말한다. 최 교수는 “움직임은 에너지가 높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어떻게 안정화해 동기화할 수 있을 것인가 고민하다 안정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곧바로 연구제안서를 썼고, 동료였던 최준희 현 스탠퍼드대 교수가 실험으로 이를 구현했다”고 말했다.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제안서 작성에서 첫 실험 데이터가 나오기까지 48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최 교수는 올해 초 양자 시뮬레이터의 오류 검증 방식을 개발해 관련 논문이 네이처와 사이언스에 각각 실렸다. 양자 시뮬레이터는 특정 물질의 양자역학적 현상을 그대로 재현해 놓은 장비다. 최 교수는 시뮬레이터에서 양자현상을 고안할 때 오류를 검증할 수 있는 방식을 개발해 상용화 시기를 앞당겼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 교수는 “100년 전 트랜지스터 연구자에게 컴퓨터가 어디에 쓰일지 물었다면 ‘회계장부 작성에 도움이 될 것’이란 정도로 답했을 것”이라며 “이미 양자과학은 컴퓨팅, 암호, 신약 등 전 분야에 걸쳐 새로운 세상을 준비하고 있고,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미래를 바꿀 것이다. 순수 과학자로서 새롭게 자연을 이해하고 실용 부문에도 기여하는 학자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공적 최순원 교수는 양자시뮬레이션, 양자계측, 양자인공지능, 양자계산 및 알고리즘 개발 등 양자과학기술 전 분야에 걸쳐 최첨단 연구 결과를 낸 세계적인 석학이다. 다이아몬드 인공 원자를 활용해 양자시뮬레이션으로 시간 결정(Time Crystals)을 구현하는 방법을 세계 최초로 고안했다. 양자 시뮬레이션이나 계산을 위해 중요한 ‘결맞음’이 깨지는 에러율을 효율적으로 측정하는 방법을 제시한 것. 최신 이론 개발과 동시에 이를 실험으로 구현하는 방법론까지 제시했다. 최 교수는 올해 미국 국립과학재단(NSF) ‘신진연구자’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제37회 인촌상 심사위원 ▽교육 △위원장 김경성 전 서울교대 총장 △위원 김경회 명지대 석좌교수, 배상훈 성균관대 교수, 신종호 서울대 교수 ▽언론·문화 △위원장 김영석 연세대 명예교수 △위원 이광호 문학과지성사 대표·문학평론가, 최맹호 전 동아일보 대표이사 부사장, 한규섭 서울대 교수 ▽인문·사회 △위원장 김혜숙 전 이화여대 총장 △위원 구범진 서울대 교수, 김영민 서울대 교수, 함인희 이화여대 교수 ▽과학·기술 △위원장 노정혜 서울대 명예교수 △위원 이긍원 고려대 교수, 천진우 연세대 교수, 한선화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전문위원 박성민 기자 min@donga.com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고대 가야의 고분군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됐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17일(현지 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제45차 회의에서 가야고분군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확정했다. 가야고분군은 1세기경부터 562년까지 한반도 남부에 존재했던 가야를 대표하는 △경북 고령 지산동고분군 △경남 김해 대성동고분군 △함안 말이산고분군 △창녕 교동과 송현동고분군 △고성 송학동고분군 △합천 옥전고분군 △전북 남원 유곡리와 두락리고분군 등 7개 고분군으로 이뤄진 연속유산이다. 세계유산위원회는 가야고분군에 대해 “주변국과 자율적이고, 수평적인 독특한 체계를 유지하며 동아시아 고대 문명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증거가 된다는 점에서 ‘탁월한 보편적 가치’가 인정된다”고 평가했다. 가야고분군 출토 유물은 피장자의 신분을 나타내는 위세품(威勢品)이 대등하다는 특징을 지닌다. 이 때문에 학계에선 가야가 수평적 관계를 구축한 연맹체제였을 것으로 추정한다. 이로써 한국은 1995년 ‘석굴암 불국사’ 등이 세계유산에 등재된 것을 시작으로 총 16건(문화유산 14건, 자연유산 2건)의 세계유산을 보유하게 됐다. 가야고분군은 2013년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등재됐고, 올 5월 유네스코 세계유산 심사·자문기구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이코모스)가 ‘등재 권고’ 판정을 내렸다.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고대 가야의 고분군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됐다. 1∼6세기 한반도 남부에 세력을 형성했던 고대 가야를 실증하는 증거로서 가야고분군의 역사적 가치를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것이다.문화재청에 따르면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17일(현지 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제45차 회의에서 가야고분군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확정했다. 가야고분군은 한반도 남부에 존재했던 가야를 대표하는 △경북 고령 지산동고분군 △경남 김해 대성동고분군 △함안 말이산고분군 △창녕 교동과 송현동고분군 △고성 송학동고분군 △합천 옥전고분군 △전북 남원 유곡리와 두락리고분군 등 7개 고분군으로 이뤄진 연속유산이다. 가야는 1세기경부터 562년까지 낙동강 유역 등에서 존속했던 ‘금관가야’ 등 6개 나라의 총칭이다. 고구려·백제·신라 삼국에 비해 현존하는 문헌 기록은 적지만, 곳곳의 고분군과 출토 유물을 통해 가야의 역사와 당대 문화상이 드러났다. 가야고분군 출토 유물은 피장자의 신분을 나타내는 위세품(威勢品)이 대등하다는 특징을 지닌다. 이 때문에 학계에선 가야가 수평적 관계를 구축한 연맹체제였을 것으로 추정하기도 한다.앞서 5월 유네스코 세계유산 심사·자문기구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이코모스)는 가야고분군에 대해 ‘등재 권고’ 판정을 내리면서 “사라진 문화적 전통이나 문명의 독보적 증거란 점에서 세계유산으로 등재될 가치가 있다”고 봤다. 주변국과 공존하며 자율적이고 수평적인 체계를 유지해온 점을 잘 보여줄 뿐 아니라 동아시아 고대 문명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핵심 증거란 점에서 가야고분군이 세계유산 등재 기준을 충족했다는 평가를 내린 것이다. 이로써 한국은 1995년 ‘석굴암 불국사’, ‘해인사 장경판전’, ‘종묘’가 세계유산에 등재된 것을 시작으로 총 16건의 세계유산을 보유하게 됐다.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약 10만 년 전 석기시대 주거지 흔적이 남아 있는 남아프리카공화국 블롬보스 동굴에선 빨강, 노랑, 주황, 갈색을 만드는 데 쓰이는 광물 ‘오커(Ochre)’가 발견됐다. 전복 껍데기와 그 굴곡에 딱 맞는 돌도 나왔는데, 껍데기 안쪽은 오커로 뒤덮여 붉은색을 띠었다. 곳곳엔 해면골질(海綿骨質·골수가 차 있는 뼈의 부분)이 으스러진 흔적도 있었다. 일부 고고학자들은 이 동굴에서 살았던 옛 인류가 전복 껍데기 위에 동물 뼈에서 나온 골수 등 유기물을 얹은 뒤 오커를 돌로 갈아 물감을 만들었을 거라고 추론했다. 옛 인류가 만든 물질이 접착제였는지 물감이었는지는 의견이 분분하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약 10만 년 전 인류가 어떤 의도에서든 다채로운 색을 만들었고, 이 색은 우리 세계를 다채롭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미국 종합 월간지 ‘와이어드’ 선임 기자가 색과 함께 진화해온 인류사를 조명했다. 색의 역사는 문화, 예술만 발전시킨 게 아니다. 인류가 실크로드를 통해 교역하던 때부터 안료는 최고의 무역 품목 중 하나였다. 과학기술 발전사에서도 색은 빼놓을 수 없다. 초음속 제트기와 인공 골반을 만드는 데 쓰이는 금속 티타늄은 현대의 기초 색으로 꼽히는 하얀색을 만드는 데 쓰이는 광물이다. 티타늄 원자 하나와 산소 원자 2개를 결합시켜 이산화티타늄을 만들어 낸 덕분에 석탄처럼 까만색이었던 티타늄이 하얀색을 만드는 재료가 될 수 있었다. 저자는 문화 예술 경제 과학의 경계를 넘나들며 인류가 만들어낸 색과 그 색이 불러온 변화를 담아냈다. 15세기 원근법의 탄생도 색의 진화와 함께 이뤄졌다. 이 무렵 화가와 색 제조업자들은 아마인유 등에 색소를 부착시키는 법을 깨달았다. 계란 노른자 대신 오일에 색소를 침착시키자 더 윤기 있는 페인트가 만들어진 것. 물감의 점도가 달라지자 겹겹으로 덧칠해도 뭉개지지 않는 선명한 색을 표현할 수 있게 됐다. 물감의 발전 덕에 그림 속에 명암이 반영되면서 2차원 캔버스에 3차원 공간감이 더해졌다. 원근법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의 변화를 이끌어 냈다. 인간은 색을 만들고, 색은 인간 문명의 발전을 이끌어 냈다는 분석이다. 색은 광학(光學)의 발전을 이끌어 내기도 했다. 11세기 초 이집트의 과학자 알 하이탐은 색이 혼합될 수 있으며, 색이 지각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팽이의 윗면을 여러 색으로 칠한 뒤 돌리는 실험을 통해 색의 혼합을 밝힌 것. 그는 또 물체가 강한 빛을 받으면 밝은 색으로 보이고, 어두워지면 바랜 색으로 보인다는 사실을 관찰하며 빛과 색의 관련성을 알아차렸다. 저자는 아랍의 물리학자들이 동시대 서구의 학자들보다 정확하게 이를 밝혀낼 수 있었던 건 책을 화려한 색으로 치장하는 이슬람 전통 때문이었을 거라고 봤다. 당대 이슬람의 잉크 제작자들은 이미 일상에서 색을 혼합해 썼다. 저자는 인간이 색을 쓰는 이유에 대해 “자신들이 본 것 또는 상상한 것을 더 정확히 표현하기 위해서”라며 “색을 사용했다는 건 새로운 지성이 완전히 꽃피었다는 뜻”이라고 했다.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우리 모두는 ‘땅’이라는 같은 층에 살고 있습니다. 자기 존재를 과시하듯 솟아있는 도심의 건물들 사이에서 낮은 땅의 조건에 순응하는 법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높은 층에서 주변을 내려다보던 사람들이 이곳에선 주변을 우러러봅니다.” 1일 개막한 ‘제4회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의 총감독 조병수 건축가(66)는 비엔날레의 일환으로 서울 종로구 열린송현 녹지광장에 설계한 파빌리온 ‘땅소’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고층 빌딩으로 둘러싸인 도심 한가운데에 지층보다 낮은 1290㎡ 규모 저지대를 조성했다. 가장 낮은 자리엔 지름 16m의 연못을 냈고, 주위엔 작은 둔덕들을 만들어 낮은 땅을 감쌌다. 그는 “둔덕에 앉아 둘러보면 멀리 북악산 자락이 끊기지 않고 이 땅과 이어져 있음을 느낄 수 있다”며 “자연과 주변을 배척하지 않고 자신을 낮춰 땅으로 스며드는 것이 바로 ‘땅의 건축’”이라고 했다. 서울 서초구 조병수건축연구소에서 12일 조 건축가를 만났다. 그는 이번 비엔날레의 주제 ‘땅의 도시, 땅의 건축’에 대해 “지난 100년간 경쟁하듯 쌓아올린 건축물들로 인해 끊어졌던 산길 물길 바람길을 다시 잇고 옛 선조들이 살았던 대로 땅에 스며드는 건축을 추구하자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청 앞 서울도시건축전시관에서 열리는 ‘서울 100년 마스터플랜 전시’는 그의 바람을 보여준다. ‘서울 그린 네트워크’라는 부제로 국내외 건축가 10여 명이 상상한 100년 뒤 서울의 설계도를 선보인 것으로, 한강을 비롯해 서울 도심 곳곳을 잇는 녹지를 구축하는 게 핵심이다. 박희찬(스튜디오 히치)의 설계도 ‘리버/그라운드: 한강 위의 새로운 땅’은 강남과 강북을 잇는 다리에 폭 500m에 이르는 녹지공원을 만들었다. 조 건축가는 “한강은 폭이 워낙 넓은 탓에 강남과 강북을 가로막는 경계가 됐지만 녹지 다리를 조성하면 한강이 산길과 물길, 땅의 길을 잇는 새로운 땅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건축이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그는 “지금 당장은 어려워도 100년을 내다본 마스터플랜을 미리 마련하자는 취지”라고 했다. 이어 “서울 도심에 건물을 지을 때 1, 2층 높이를 비워 공공녹지로 조성할 경우 건폐율에 인센티브를 주는 식으로 민간의 자발적 녹지 조성을 이끌어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땅은 조 건축가의 건축 철학을 관통하는 핵심 주제이기도 하다. 그가 설계한 경기 양평군 수곡리의 ‘ㅁ자집’(2004년)과 ‘땅집’(2006년), 경남 거제도의 ‘지평집’(2019년)은 지평선에 스며들어 주변 경관과 어우러지는 것이 특징이다. “우리가 사는 방식이 우리를 만듭니다. 자기를 높이며 주변을 제압하는 공간에서 살아온 우리는 그런 방식으로 길러집니다. 자연은 물론이고 주변 경관을 배려하며 자신을 낮추는 ‘땅의 건축’이 필요한 이유입니다.”(조 건축가) 이번 비엔날레는 열린송현 녹지광장과 서울도시건축전시관, 서울시청 시민청 등에서 10월 29일까지 열린다.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붉은색 중에서도 가장 진한 대홍(大紅)색 비단 위에 부귀를 상징하는 모란꽃과 다산을 상징하는 각종 씨앗들을 빼곡하게 수놓았다. 조선 왕실의 공주와 옹주, 군부인(郡夫人) 등 왕실 혼례 때 제작된 ‘활옷’은 침선장과 금박장 등 상의원(尙衣院·궁중 의복을 만들고 왕실 보물을 관리하던 관청) 소속 장인 16명이 투입돼 만든 ‘궁중 예술의 정수’로 꼽힌다. 궁중 자수 기법으로 제작된 조선 왕실의 활옷은 국내 30여 점, 국외 20여 점 등 총 50여 점이 현존한다. 왕실에선 활옷을 ‘홍장삼(紅長衫)’이라 불렀다.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은 특별전 ‘활옷 만개―조선왕실 여성 혼례복’을 15일 개막한다. 이번 전시에선 순조의 둘째 딸 복온공주(1818∼1832)가 혼례 때 입었던 홍장삼을 비롯해 국내에 있는 활옷 3점과 미국 필드 박물관, 브루클린 박물관, 클리블랜드 미술관,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미술관(LACMA) 등 해외 소장 6점 등 활옷 9점을 한자리에 선보인다. 이 밖에도 왕실 혼례와 관련된 기록물 ‘국혼정례(國婚定例)’ 등 유물 110여 점을 소개한다. LACMA 소장 활옷은 방탄소년단(BTS)의 리더 RM(본명 김남준·29)이 2021년 10월 기부한 1억 원으로 보존 처리를 마치고 처음 공개된다. 지난해 9월 말 미국에서 들여온 이 활옷은 1년 가까이 오염되거나 손상된 부분을 세척하고 곳곳에 발려 있던 접착제를 제거해 원래 모습을 되찾았다. 20세기 초 제작된 이 활옷은 홍색 민무늬 비단 겉감에 연꽃, 모란, 봉황, 백로, 나비 등 길상 문양을 화려하게 수놓은 것이 특징이다. RM은 “활옷 연구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세계 많은 사람들이 아름다운 한국의 전통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해당 유물은 전시를 마친 뒤 다시 LACMA로 돌아간다. 12월 13일까지. 무료.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왜 아무것도 없지 않고 무언가가 존재하는가?’ 지난달 창간한 계간지 ‘타우마제인’(캐럿하우스) 창간호가 던지는 질문이다. 밑도 끝도 없는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물리학 생명과학 수학 경제학 정치학 철학 등 분야의 학자 24명이 글을 실었다. 우주의 탄생부터 숫자 ‘0’의 발명, 정치혁명에 이르기까지 우리 존재를 이루는 근간을 탐구하기 위해서다. 타우마제인은 고대 그리스어로 ‘경이로움’을 뜻한다. 타우마제인 발행인인 이한구 경희대 인류사회재건연구원 석좌교수(78)는 11일 서울 동대문구 경희대 연구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How(어떻게)’의 세계에서 ‘Why(왜)’라는 질문을 던지려 한다”며 “나를 일깨우는 경이로움은 바로 이러한 근원적인 의문에서 나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어떻게’ 부를 축적하고 사회를 발전시킬 것인지 방법을 궁리하는 응용학문의 문법에서 벗어나 우리는 ‘왜’ 존재하는지 근원적인 이유를 들여다보자는 취지다. 이 교수가 창간을 결심한 건 올해 3월. 청년들이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며 성장하길 바라서다. 이 교수는 “요즘 대학생들은 ‘팀플레이’를 원하지 않는다”며 “좋은 학점을 받기 위해선 타인이라는 변수를 완전히 제거하고 나 혼자 달달 외워 시험을 치르는 강의가 더 적합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어떻게 하면 A+를 받고, 어떻게 하면 취업이 될까…. ‘어떻게’에만 매몰된 청년들은 타인이라는 세계를 만나는 대신에 자발적인 고립을 선택하고 있어요. 하지만 우리는 왜 혼자가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지, 이런 질문은 ‘왜’라는 물음에서 출발하지요.” 이 같은 이 교수의 뜻에 공감해 이택광 경희대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를 비롯한 학자 8인이 편집위원으로 참여했다. 타우마제인은 20, 30대 독자를 대상으로 쉽게 쓴 글을 실을 계획이다. 이 교수는 “나 하나 건사하기 힘든 청년들에게 우리 존재의 근원을 들여다보자는 타우마제인은 당장엔 와 닿지 않을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내가 지금 왜 이렇게 달려왔나, 나는 왜 사나’ 하는 의문이 떠오를 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다”고 했다. 창간호 표지엔 “세상에 경이롭지 않은 존재란 없다”는 문장이 실렸다. 이 교수는 “세상을 다르게 보려는 탐구자의 눈엔 정원의 크고 작은 나무들, 풀들, 벌레들, 심지어 돌멩이 하나까지 평범한 것은 하나도 없다”고 했다. 앞으론 ‘인공지능(AI)’과 ‘기후위기’를 비롯해 다채로운 주제를 다룰 계획이다. 이 교수는 “경제성장과 현대 과학기술의 발전도 중요한 과제이지만 타우마제인은 잠시 멈춰 서서 질문을 계속해서 던지겠다”고 강조했다.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한국 독자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독자입니다. 한국에서 등단 40주년 행사를 할 수 있는 것도 제 책을 사랑해준 한국 독자들 덕입니다.” 중국 현대문학의 거장으로 꼽히는 소설가 위화(余華·63·사진)는 8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이날 개막한 ‘2023 서울국제작가축제’ 참석차 방한했다. 1983년 단편 ‘첫 번째 기숙사’로 등단한 위화는 한국에서도 폭넓은 사랑을 받았다. 대표작 ‘인생’(푸른숲·1997년)과 ‘허삼관 매혈기’(푸른숲·1999년)는 국내에서도 각각 10만 부와 25만 부가 넘게 팔렸다. 위화는 특히 ‘허삼관 매혈기’가 사랑받은 이유에 대해 “해학을 이해하는 한국 독자의 소양이 높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최근 개정판 ‘허삼관 매혈기’ 서문에서 “내가 묘사한 것은 물질적으로 빈궁한 시대였으나 어떤 독자는 그 속에서 삶의 아름다움을 느꼈다”며 “삶 속의 아름다움이란 때로 빈궁과 부귀만으로는 절대 가늠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쓴 바 있다. 간담회에선 위트 있는 답변이 이어졌다. 위화는 “등단 40주년인 걸 모르고 있다가 푸른숲(출판사)에서 알려줘서 알게 됐다. 중국에선 이런 기념회를 한다고 하면 작가들이 곧 돌아가시는 줄 알기 때문에 안 하는 것 같다”며 “등단 80주년을 하게 되면 그때도 한국에 와서 하려고 한다”고 했다. 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17세기 영국 식민지였던 카리브해 섬나라 바베이도스의 설탕 농장에서 쉴 새 없이 일해야 했던 흑인 노예들은 무덤조차 갖지 못했다. 그들과 관련해 이 섬에 남아 있는 흔적은 한 설탕 농장에 ‘노예의 길’이라 적힌 빛바랜 표지뿐이다. 미국 컬럼비아대 저널리즘대학원 교수인 저자는 아프리카인의 흔적이 남아 있지 않은 이 섬을 거닐며 이 책을 써야겠다고 결심했다고 한다. 책은 15∼20세기 유럽 중심의 역사 서술에서 지워지거나 주변으로 밀려났던 ‘아프리카의, 아프리카에 의한, 아프리카를 위한’ 역사를 복원했다. 저자는 유럽 각국이 아프리카에서 이권을 장악하려 각축전을 벌이는 과정에서 근대가 수립됐다고 본다. 15세기 유럽이 아시아에 진출하기 위해 대항해 시대를 연 것이 근대의 시작이라고 보는 관점과는 다른 해석이다. 유럽이 수 세기 동안 상업적 유대를 구축하고자 갈망했던 대상은 아시아라기보다 서아프리카 중심부에 있다고 알려진 부유한 흑인 사회였다는 것. 일례로 16세기 초 포르투갈 국왕의 자문관 주앙 드 바후스는 아시아와 향신료 무역을 시작한 뒤에도 “기니와의 교역만큼 안정된 수익을 보장해 주는 것은 보지 못했다”고 했다. 이후 3세기 동안 유럽 각국은 오늘날 가나 해안에 기지를 60개 넘게 세웠다. 이때 노예무역으로 아프리카에서 아메리카 대륙으로 강제 이송된 아프리카인 수는 약 1200만 명에 이른다. 아프리카와의 무역에서 나온 부와 인력이 근대 산업혁명의 근간이었다는 분석이다. 아프리카인의 주체적 역사도 조명했다. 1791년부터 1801년까지 생도맹그(현재 아이티)에선 노예 출신 자유인들과 흑인 노예 등이 힘을 합쳐 프랑스로부터 독립을 쟁취하고 노예제를 폐지했다. ‘블루스’와 ‘재즈’는 19세기 말 미국 루이지애나로 강제 이주된 흑인들이 만들어낸 문화다. 저자는 “가장 악질적인 역사적 망각이 대서양 연안 전역에 흩어져 있는 노예시장들이나 플랜테이션 사회들과 관련된 것만은 아니다”라며 “망각이 일어나고 있는 가장 중요한 자리는, 단연코 부유한 나라 국민의 마음속”이라고 했다.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무지갯빛이 감도는 2.5mm 크기 자개엔 국화 꽃잎의 주름이 하나하나 새겨졌고, 이 같은 조각 10점이 만발한 국화 한 송이를 이뤘다. 국화 넝쿨무늬 770개와 모란 넝쿨무늬 30개, 그 주변을 두른 연주 무늬(구슬을 꿴 듯한 문양) 1670개가 가로 33cm, 세로 18.5cm, 높이 19.4cm 크기의 직사각형 상자를 감쌌다. 약 800년 전에 만들어졌음에도 영롱한 빛이 또렷했다. 무늬를 만드는 데 쓴 자개는 모두 4만5000여 개에 이른다. 13세기 고려 나전공예의 진수를 보여주는 ‘나전 국화 넝쿨무늬 상자’가 일본에서 국내로 환수돼 6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공개됐다. 문화재청 산하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올해 7월 일본인 소장자로부터 매입한 것으로 정교한 문양이 고려 나전공예의 정수를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화 넝쿨무늬를 감싼 황동 선의 굵기는 0.3mm에 불과하다. 이용희 전 국립중앙박물관 보존과학부장은 “당시 이 정도 굵기로 금속선을 가공할 수 있는 나라는 별로 없었다”며 “당대 최고의 공예술이 집약된 걸작”이라고 평가했다. 1123년 고려를 방문한 송나라 사신 서긍은 ‘고려도경(高麗圖經)’에서 “나전 솜씨가 세밀하여 가히 귀하다”며 고려나전을 예찬했다. 상자 뚜껑의 국화 넝쿨무늬와 모란 넝쿨무늬는 각각 13, 14세기 유행한 것이다. 최응천 문화재청장은 “13, 14세기 문양의 변천 과정이 반영돼 나전공예사 연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유물은 전형적인 고려 나전칠기 제작 기법으로 만들어졌다. X선 분석 결과 목재 틀 위에 직물을 입힌 뒤 골분(骨粉·동물 뼈를 분쇄한 가루)을 섞어 옻칠한 것으로 파악됐다. 자개 무늬는 최고급 전복 껍데기에 칼로 섬세한 문양을 새겨 잘라낸 뒤 가장자리를 매끄럽게 갈아내는 ‘따내기’ 기법으로 제작됐다. 상자에선 장석(裝錫·목가구에 장식이나 개폐용으로 부착하는 금속)을 붙였다 뗀 흔적도 나왔다. 처음엔 잠금장치가 있는 함(函)으로 제작됐던 것으로 보인다. 최근까지 현존 고려 나전칠기는 총 15점(국내 3점, 일본 영국 미국 등 국외 12점)이 파악됐으나, 이 상자가 새로 확인되면서 1점이 추가됐다. 유물이 일본으로 반출된 경위는 파악되지 않았다. 일본의 한 가문에서 100년 넘게 소장하던 것을 2020년 일본인 소장자가 사들였고, 그가 지난해 7월 재단에 연락해 소장 사실을 알렸다. 상자는 현재 국립고궁박물관에 보관돼 있으며 문화재청이 추후 국가지정문화재 지정을 추진할 방침이다. 보물로 지정된 ‘나전 모란 넝쿨무늬 경전함’(국립중앙박물관 소장)보다 정교함과 보존 상태가 뛰어나다는 평가다.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더 많은 이들이 전통 매듭을 예뻐해 준다면 더 바랄 게 없지요.” 매듭공예가 이부자 씨(79·사진)는 5일 서울 종로구 국립민속박물관에서 개막한 특별전 ‘매듭’ 전시장에서 자신이 1995년 만든 ‘비취발향노리개’를 보며 이렇게 말했다. 화려한 오색 봉술(봉처럼 기다랗게 늘어뜨린 여러 가닥의 실)에 더해 붉은 끈목(여러 올의 실을 꼬거나 짜서 만든 끈)으로 활짝 핀 꽃송이를 형상화한 매듭이 장식된 이 작품으로 이 씨는 1996년 전승공예대전에서 특별상을 받았다. 올봄 이 씨는 이 작품을 비롯해 40년간 만든 작품 144점을 모두 국립민속박물관에 기증했다. 전시는 이 씨의 기증작과 작업도구 등 162점을 선보인다. 이 씨는 늦깎이 매듭공예가다. 37세 때인 1981년 신문기사에서 국가무형문화재 매듭장 고 김희진(1934∼2021)의 매듭 강연이 열린다는 소식을 접하고 전통 매듭에 매료됐다. 한국매듭연구회 일원으로 매듭에 입문한 그는 “식비를 아껴가면서 작품 재료에 쏟아부었다”며 “취미로 시작한 매듭공예가 내 인생을 바꿨다”고 했다. 그는 전승공예대전에서 총 7번 수상했다. ‘모시발 발걸이’는 그가 2012년 연 개인전의 대표작으로 꼽았을 정도로 아끼는 작품이다. 작품에 쓰인 모시는 이 씨의 할머니와 어머니가 입었던 모시 치마저고리를 재사용했다. 그는 “내겐 일상의 모든 것이 작품의 재료”라고 했다. 전시에선 옥나비 장식에 국화매듭, 가락지매듭 등을 더한 ‘옥나비 노리개’와 묵주 염주 목걸이 안경집 등 일상용품에 매듭공예를 더한 작품 등이 눈길을 끈다. 매듭으로 장식한 핸드백 등 전통과 현대를 아우른 작품들도 소개된다. 앞서 2013년 자신의 작품을 민속박물관에 기증한 염색연구가 이병찬 씨의 권유로 기증을 결정했다고 한다. 이부자 씨는 “(작품을 기증하며) 가슴에 구멍이 뚫리는 듯 허전함을 느꼈다”면서도 “귀중한 보물들이 전시장을 채운 모습을 보니 마음이 편하다”고 했다. 다만 작업도구는 전시를 마친 뒤 꼭 돌려달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아직 하고 싶은 작품이 남아 있어서”다. 11월 6일까지. 무료.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더 많은 이들이 전통 매듭을 예뻐 해준다면 더 바랄 게 없지요.”매듭공예가 이부자 씨(79)는 5일 서울 종로구 국립민속박물관에서 개막한 특별전 ‘매듭’ 전시장에서 자신이 1995년 만든 ‘비취발향노리개’를 보며 이렇게 말했다. 화려한 오색 봉술(봉처럼 기다랗게 늘어뜨린 여러 가닥의 실)에 더해 붉은 끈목(여러 올의 실을 꼬거나 짜서 만든 끈)으로 활짝 핀 꽃송이를 형상화한 매듭이 장식된 이 작품으로 이 씨는 1996년 전승공예대전에서 특별상을 받았다. 올 봄 이 씨는 이 작품을 비롯해 40년간 만든 작품 144점을 모두 국립민속박물관에 기증했다. 전시는 이 씨의 기증작과 작업도구 등 162점을 선보인다.이 씨는 늦깎이 매듭공예가다. 37세 때인 1981년 신문기사에서 국가무형문화재 매듭장 고(故) 김희진(1934~2021)의 매듭 강연이 열린다는 소식을 접하고 전통 매듭에 매료됐다. 한국매듭연구회 일원으로 매듭에 입문한 그는 “식비를 아껴가면서 작품 재료에 쏟아 부었다”며 “취미로 시작한 매듭공예가 내 인생을 바꿨다”고 했다. 그는 전승공예대전에서 총 7번 수상했다.‘모시발 발걸이’는 그가 2012년 연 개인전의 대표작으로 꼽았을 정도로 아끼는 작품이다. 작품에 쓰인 모시는 이 씨의 할머니와 어머니가 입었던 모시치마저고리를 재사용했다. 그는 “내겐 일상의 모든 것들이 작품의 재료”라고 했다. 전시에선 옥나비 장식에 국화매듭·가락지매듭 등을 더한 ‘옥나비 노리개’와 묵주 염주 목걸이 안경집 등 일상용품에 매듭공예를 더한 작품 등이 눈길을 끈다. 매듭으로 장식한 핸드백 등 전통과 현대를 아우른 작품들도 소개된다.앞서 2013년 자신의 작품을 민속박물관에 기증한 염색연구가 이병찬 씨의 권유로 기증을 결정했다고 한다. 이부자 씨는 “(작품을 기증하며) 가슴에 구멍이 뚫리는 듯 허전함을 느꼈다”면서도 “귀중한 보물들이 전시장을 채운 모습을 보니 마음이 편하다”고 했다. 다만 작업도구는 전시를 마친 뒤 꼭 돌려달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아직 하고 싶은 작품이 남아 있어서”다. 11월 6일까지. 무료.이소연기자 always99@donga.com}

“1979년 10·26사태 한 달 전, 윌리엄 글라이스틴 주한 미국대사는 중앙정보부장 김재규(1926∼1980)를 만나 ‘정권 교체’를 논했습니다. 미국을 대표하는 미국대사가 유신 정권 교체를 구두로 명백하게 내비쳐 시그널을 보낸 겁니다.” 김재규가 박정희 전 대통령을 살해한 10·26사태의 배후에 미국이 있다는 설에 관해 이완범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62·사진)는 이렇게 단언했다. 이 교수는 “10·26사태는 김재규와 미국의 합작품이라는 것이 나의 해석”이라고 밝혔다. 이 교수는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관련 기밀문서가 비밀에서 해제된 2000년대 초부터 최근까지 10·26사태 미국 배후설의 실체를 추적해 왔다. 최근 ‘미국의 한국 정치 개입사 연구’ 1∼3권(한국학중앙연구원출판부)을 출간한 이 교수를 2일 화상으로 만났다. 총 6권으로 기획된 이 책은 1945∼1987년 한국 최고 지도자를 교체하거나 제거하려 했던 미국의 시도를 다룬다. 그중에서도 1∼3권의 부제는 ‘박정희 제거공작편’이다. 이 교수에 따르면 글라이스틴 대사는 10·26사태 한 달 전인 9월 26일 김재규와 만나 한국 정치에 관해 우려를 표하며 “한국 국민과 직접 관련되는 문제로 평화적 정권 교체”를 언급했다. 이어 글라이스틴은 “현 헌법이나 정치제도가 평화적 정권 교체에 충분히 대처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한국 국민 모두가 우려하고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 대화는 10·26사태 뒤인 그해 11월 19일 글라이스틴이 미국에 보고한 전문에 남아 있다. 이 교수는 “비록 미국 정부와 김재규 사이에 계획적인 사전 공모는 없었으나, 박정희 정권 교체에 대한 이심전심 격인 묵시적 사전 동조가 있었던 것”이라고 봤다. 당시 전문에는 “나(글라이스틴)는 김재규나 누구에게 박정희의 제거를 용인할 것이라는 신호를 보낸 적이 없다”고 한 내용도 나온다. 이 교수는 “외교 분쟁이 일어날 수 있었기에 글라이스틴은 발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며 “전문 자체가 김재규와 만난 사실을 숨기다가 뒤늦게 발각되면서 쓴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글라이스틴 대사는 1999년 출간한 회고록에서 입장을 바꾼다. 그는 회고록에서 10·26사태를 언급하며 “(미국이) 의도하지 않았지만 공헌했다”며 “미국은 자신들의 행동과 말이 알지 못하는 사이에 박 전 대통령의 몰락에 일조한 것은 아닌지 스스로에게 물어보아야 한다”고 했다. 이 교수는 “10·26사태에 미국의 힘이 작용했음을 우회적으로 기술한 회고”라며 “외교 분쟁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만큼 이 정도가 미국 측 핵심 인사가 남길 수 있는 최대한의 고백”이라고 평가했다. 미국이 박정희 정권 교체를 원한 까닭은 뭘까. 이 교수는 “표면적으론 독재로 인한 인권 침해였으나 본질적인 이유는 한국 정부의 독자적인 핵무기 개발 시도”라며 “미국은 자국의 이익에 반한다고 판단되면 한국 최고 지도자를 교체하거나 제거하려 했다”고 했다. 책 4∼6권 ‘전두환 제거공작편’은 올해 말 출간될 예정이다. 이 교수는 다음 편에 관해 “미국은 민주주의에 역행하는 전두환을 끌어안고 있다가 5·18민주화운동 같은 일이 재발하고 한반도에 소요 사태가 지속되면 북한이 쳐들어와 남한이 공산화될 수 있다고 봤다”며 “전두환 제거 작전을 구상한 이유”라고 했다.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한 선비가 툇마루에 앉아 부채질을 하며 마당 한가운데 놓인 화분을 바라보고 있다. 조선을 대표하는 문인화가 겸재 정선(1676∼1759)이 그린 ‘독서여가(讀書餘暇)’ 속 장면이다. 겸재가 52세 무렵 서울 북악산 아래 유란동에서 생활하던 때 그린 자화상으로 추정되는 이 작품은 조선시대 문인들의 꽃과 나무 사랑을 보여주는 대표작으로 꼽힌다. 호림박물관 신사분관(서울 강남구)은 특별전 ‘조선양화(朝鮮養花)―꽃과 나무에 빠지다’를 2일 개막했다. 3부로 구성된 이번 전시는 국보 ‘백자청화매죽문호’를 비롯해 꽃과 나무를 담은 조선시대 서화와 도자, 기록물 등 110점을 한자리에 선보인다. 전시물 중 조선 초기 문신 강희안(1417∼1465)이 쓴 ‘양화소록(養花小錄)’은 조선 사대부의 원예 문화를 대표하는 작품으로 꼽힌다. 한국 최초의 전문 원예서인 이 책에서 강희안은 화분에서 재배하는 법부터 꽃을 빨리 피게 하는 법, 꽃이 싫어하는 것 등을 담았다. 특히 강희안이 강조한 것은 ‘양생법(養生法)’이었다. 미물인 풀 한 포기일지라도 그 본성대로 잘 살펴 기르면 자연스레 꽃을 피운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강희안은 “식물조차 그러한데 하물며 사람이 마음과 몸을 피곤하게 하여 천성을 해쳐서야 되겠느냐”고 적었다. 조선 사람들에게 화원은 꽃과 나무를 키우며 자신을 성찰하는 철학적 사유의 공간이었던 셈이다. 19세기 ‘백자청화장생문화분’을 비롯해 전시에 소개된 다채로운 분재(盆栽) 문양 장식 백자는 조선 후기 원예문화의 유행을 보여준다. 원예 취미가 유행하면서 분재에 필요한 기물들도 함께 발달했는데, 이 과정에서 분재 문양이 장식된 백자와 도자 화분이 유통되고 소비됐다. 꽃과 나무를 담은 백자와 도자는 그 자체로 감상 대상으로 자리매김했다. 11월 30일까지. 5000∼8000원.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직장인 윤모 씨(43)는 정부가 다음 달 2일을 임시 공휴일로 지정하자 급하게 제주와 일본행 항공권을 알아보고 있다. 당초 2일 출근 탓에 여행은 고려하지 않았으나 임시 공휴일로 지정되면서 여력이 생긴 것이다. 정부의 임시 공휴일 지정으로 여행 수요가 폭증하고 있다. 추석 연휴 첫날인 9월 28일부터 개천절인 10월 3일까지 6일을 쉴 수 있고, 추가로 휴가를 내면 최장 12일까지 쉴 수 있어서다. 정부는 추석 연휴 때 사용할 수 있는 숙박 쿠폰 30만 장을 뿌리며 국내 여행 독려에 나섰다. 1일 여행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임시 공휴일 지정 소식이 전해지면서 예약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여행사 참좋은여행이 임시 공휴일 지정 소식이 처음 전해진 지난달 28∼31일 예약된 해외여행을 분석한 결과 9월 29, 30일 출발 인원은 1071명으로 나타났다. 일주일 전(8월 21∼24일) 예약자 462명에 비해 131% 늘었다. 참좋은여행 관계자는 “당초 29, 30일은 선호하는 출발일이 아니었는데, 임시 공휴일이 지정되자 문의는 물론 실제 예약도 늘었다”고 전했다. 항공사들도 여행객 증가에 대비해 추석 연휴 운항 편수를 대폭 늘렸다. 대한항공이 추석 연휴 기간 국내선에 임시 항공편 26편, 국제선에 부정기편과 전세기 등을 약 50회 투입하기로 했다. 아시아나항공도 국내선과 국제선에 약 25편, 티웨이항공은 118편, 진에어는 84편을 추가 편성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이날 온라인 여행사를 통해 5만 원이 넘는 국내 숙박 상품을 구매하면 3만 원 할인 쿠폰을 주는 ‘K컬처 활용 내수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당초 여행 비수기인 11월 60만 장을 배포할 예정이었지만 임시 공휴일이 지정되면서 절반을 앞당겨 배포한다. 중국인 단체 관광객(유커)이 추석 연휴를 전후해 몰려들 것이란 기대도 커지고 있다. 지난달 31일 제주도에는 6년 5개월 만에 처음으로 중국발 크루즈선 단체 관광객이 입도했다. 크루즈선 ‘상하이 블루드림스타호’에 탑승한 유커 680여 명은 성산일출봉 등 유명 관광지를 둘러본 뒤 롯데면세점, 신라면세점 등을 찾아 국내외 브랜드 화장품과 식품 등을 구입했다.이건혁 기자 gun@donga.com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기댈 친구가 많은 사람의 노화 시계는 더디게 흐를 가능성이 높다. 사회적 교류는 우리 뇌의 ‘인지 예비력’을 증가시키는 역할을 한다. 인지 예비력이란 스트레스 등 특정 상황에 놓였을 때 끌어와 저항할 수 있는 뇌의 힘이다. 치매를 비롯한 뇌의 병리에 저항할 수 있는 힘은 긍정적인 대인관계에서 나온다는 분석이다. 영국 케임브리지 트리니티칼리지 노인학 교수가 35년간 접한 노화 관련 연구 결과와 사례를 집약했다. 저자는 “우리의 인체 시계를 변화시키는 요인들 중 80% 정도를 조정하고 개선할 수 있다”고 말한다. 수면 시간이 대표적이다. 아일랜드 노화종단연구에서는 50세 이후 하루 수면 시간이 7시간 미만이거나 9시간 이상인 경우 모두 기억력, 집중력, 학습능력 면에서 문제가 생겼다는 연구 결과를 2020년 발표했다. 깊은 잠을 자는 ‘서파수면’ 동안 뇌 세포 사이의 공간이 뇌척수액으로 채워진다. 이 액체는 낮 동안 축적된 독소들을 씻어주는데, 치매를 유발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베타아밀로이드와 타우 단백질도 해당된다. 7∼9시간 정도 최적의 수면시간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우리 뇌가 독소와 폐기물을 정기적으로 씻어내 치매를 예방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스트레스는 노화를 촉진시킨다. 미국 하버드대 연구진이 스트레스와 백발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는데, 스트레스 반응 강도가 높을수록 각각의 모낭에 분포한 교감신경이 더 많은 노르아드레날린을 분비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노르아드레날린은 탈모를 가속화할 뿐 아니라 머리카락의 색소도 격감시켰다. 스트레스로 인해 색소를 생성하는 줄기세포가 소실되고, 영구적으로 재생하지 못하게 된다. 저자는 가장 좋은 스트레스 해소법으로 타인과 고민 나누기를 꼽았다. 스트레스 수준을 보여주는 지표 중 하나인 코르티솔 수치는 타인과 감정을 공유할 때 현저하게 낮아진다. 이 수치가 만성적으로 상승하면 세포 노화를 가속한다. 저자는 “스트레스를 극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감정을 공유하는 것”이라고 했다. 원제 ‘Age Proof’.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모 은행 로고가 그려진 푸른색 볼펜 한 자루는 은희경 작가(64)에게는 ‘못 버릴 물건’이다. 5년 전 문학 행사가 끝난 뒤 저녁 식사 자리에서였다. 10년 만에 만난 한 선배 시인이 그를 가만히 쳐다보다가 가방에서 주섬주섬 볼펜 한 자루를 꺼내 건넸다. 의아하게 쳐다보는 그에게 시인이 말했다. “너무 반가워서.” 그 볼펜과 함께, 그 시인의 시집을 읽다가 잠들곤 했던 청춘의 나날들이 그에게 다시 왔다. 은 작가는 “나를 소설가로 이끌어준 시심(詩心)이 깃든 볼펜”이라며 “손에 꼭 쥐었던 그 볼펜을 지금도 간직하고 있다”고 말했다. 12년 만에 산문집 ‘또 못 버린 물건들’(난다)을 출간한 은 작가를 지난달 30일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산문집엔 그가 일상 속 사물에 관해 쓴 글 22편이 담겼다. 모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3년간 썼다. 그는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기능적으로만 느꼈던 물건들이 내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생각하게 됐다”며 “지금의 나를 말해주는 물건들에 관한 이야기”라고 했다. 물건 속엔 매일 조금씩 변화해온 자신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그는 2002년 미국 워싱턴주립대 객원연구원으로 시애틀에 머물 때 구매한 3달러짜리 구둣주걱을 애용했다. “코끼리 상아로 만든 구둣주걱이 미적으로 너무나 마음에 들어서”였다. 그러나 시애틀의 한 동물원에서 아기 코끼리를 마주하자 생각이 바뀌었다. 그는 “내가 그동안 코끼리 몸의 일부를 구둣주걱으로 쓰고 있었다는 사실을 자각하게 된 순간”이라고 털어놓았다. 그날 이후 상아로 만든 구둣주걱을 볼 때마다 되묻는다. ‘상아로 만든 구둣주걱, 이대로 좋은가.’ 그는 “오래된 물건들과 함께 조금씩 변해가면서 지금의 내가 됐다”고 했다. ‘타인에게 말 걸기’(문학동네·1996년) 속 단편 ‘먼지 속의 나비’의 주인공은 아끼던 몽블랑 만년필을 화장실에 빠뜨린 뒤 어렵사리 꺼내지만, 무언가에 집착하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만년필을 버린다. 반면 ‘중국식룰렛’(창비·2016년)에 실은 단편 ‘장미의 왕자’는 손님이 카페에 놓고 간 몽블랑 수첩을 보관하는 점원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여기엔 수첩을 수차례 잃어버리고, 잃어버렸던 볼펜을 가까스로 되찾았던 그의 경험이 반영됐다. “이제는 물건 하나도 쉽게 버리지 못하고, 조금 더 기다리고 여지를 주는 사람이 됐어요. 이야기도 마찬가지예요. 단언하기보다 여지를 주는 이야기가 쓰고 싶어요.” 이처럼 그가 물건을 못 버리는 이유는 무엇보다 “이야기가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 그는 “나중에 소설의 이야기가 될 수 있기에 기억을 다 간직하려 한다”고 했다. “소설로 쓰지 왜 아깝게 산문으로 냈느냐”는 후배 작가의 물음에 이렇게 답했다고 한다. “그런 거 또 많아.” 은 작가는 내년 봄부턴 계간 문학동네에 장편소설을 연재할 계획이다. 어떤 이야기일까. “왔다 갔다 해요. 연애 소설을 쓸지, 몸에 관한 이야기를 쓸지. 아직 정해진 건 없어요. 늘 그렇듯 내 길을 찾는 중입니다.”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국가 주도로 자경단이 조직돼 무기를 공급하고, 추후 살인자를 처벌하지 않는 등 일본 군경과 자경단이 연계해 활동했습니다.” 이재승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간토대지진 조선인·중국인 학살 100년’을 주제로 30일 서울 종로구 서울글로벌센터에서 열린 국제 학술 심포지엄에서 이같이 분석했다. 그는 1923년 9월 일본에서 간토대지진 직후 벌어진 학살 사건에 대해 “제노사이드(대량 학살)에 관여한 일본 정부의 국가 책임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간토학살은 국제법상 ‘제노사이드’”독립기념관과 동북아역사재단, 국사편찬위원회, 한국학중앙연구원이 공동 주최한 이날 심포지엄의 부제는 ‘진실, 책임, 기억’이었다. 1923년 9월 일본 군경과 자경단에 의해 자행된 학살의 진실을 역사적으로 기억하고, 나아가 일본의 국가적 책임을 묻겠다는 취지다. 한국과 중국, 일본의 학자 20명이 발표자 및 토론자로 참여했다. 이 교수는 이날 발표한 ‘제노사이드로서의 학살과 국제법’에서 국제법의 ‘제노사이드 금지 원칙’을 위반한 책임을 일본 정부에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 사건이 1948년 유엔총회가 채택한 ‘집단살해죄의 방치와 처벌에 관한 협약’의 제노사이드 요건을 갖췄다고 봤다. 일본인과 구별되는 특정 집단을 표적으로 삼아 고의로 살해한 것 등이 요건에 부합한다는 분석이다. 이 교수는 학살 사건을 ‘식민지 제노사이드’로 명명했다.● “중국인 학살, 日정부 배척 정책 탓”정러징(鄭樂靜) 중국 원저우대 교수는 발표문 ‘학살·수용·송환: 간토대지진 중국인 학살 사건을 돌이켜보며’에서 당시 자행된 재일 중국인 학살 사건을 조명했다. 일본 외무성 외교 사료관이 소장한 ‘외무성 기록’과 대만 중앙연구원 근대사연구소 문서관이 소장한 ‘일본진재참살화교안’ 등을 분석해 도쿄와 가나가와현 중국인 거주지 등에서 중국인 800여 명이 학살당했음을 밝힌 것. 정 교수는 학살 배경에 일본 정부의 중국인 노동자 배척 정책이 있었다고 밝혔다. 일본은 1918년 중국인 노동자의 입국을 막기 위해 ‘외국인 입국에 관한 사항’ 등 법령을 공표했다. 제1차 세계대전 중 일본 내 노동력이 극도로 부족해지자 중국인 노동자가 유입됐으나 1922년 군축 이후 대규모 실업이 발생하면서 재일 중국인에 대한 혐오가 팽배했다는 분석이다. 대지진 직전 일본 각지에서 일본인과 중국인 노동자 간 충돌 사건이 다수 벌어진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 교수는 “재일 중국인 학살 사건은 근대 일본 정부가 시행한 중국인 노동자 배척 정책의 산물”이라고 했다.● “우리 안의 혐오 들여다봐야”‘우리 안의 혐오’를 성찰한 발표도 눈길을 끈다. 이소훈 경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발표문 ‘제노포비아와 간토대지진 때의 학살’에서 인종주의에 기반한 혐오가 학살의 뿌리임을 밝혔다. 이어 2018년 예멘 난민 500여 명이 제주에 입국했을 때 대규모 반대 집회가 열렸던 한국의 현실을 조명했다. 특정 집단을 향한 혐오란 점에서 한국 사회에도 인종주의가 작동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교수는 “식민 지배와 인종주의의 대상이 되는 것에 대한 집단적 기억이 있는 사회의 일원으로서, 또 다른 대상을 인종주의로 대하는 것을 비판적으로 성찰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